경향신문


경향신문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외신 “잼버리 콘서트 전체주의에 아이돌·축구 팬 눈물흘려”

      연예

      외신 “잼버리 콘서트 전체주의에 아이돌·축구 팬 눈물흘려”

      K팝 잼버리 콘서트에 참여해 무대를 펼치고 있는 그룹 아이브(위)와 공연장을 찾은 스카우트 대원들. 연합뉴스 각종 파행이 이어지며 비판이 일었던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대회가 구원투수로 등극한 ‘K팝-슈퍼라이브’ 콘서트를 끝으로 막을 내렸지만 외신의 평가는 각박했다. 프랑스 유력매체 프랑스24는 ‘K팝이 구출? 한국, 스카우트 잼버리 폐막 콘서트에 올인’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정부가 재앙이 된 행사를 수습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의 비상 자금을 투입함에도 불구하고 K팝 팬들로부터 공공 부문 직원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접근 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현재 세계잼버리 대회를 위해 TV음악 프로그램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갑자기 취소됐고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가 나서 방탄소년단 무대를 꾸려야 한다고 말해 비판을 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최이삭 대중음악평론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가가 K팝을 소유한다는 끔찍한 전체주의적 사상”이라고 지적한 것도 덧붙였다. 이외에도 연합뉴스가 산업은행과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 직원 1000여 명이 콘서트를 돕기 위해 ‘동원’됐다고 보도했고 금융산업노조가 “협조 요청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거의 전시 강제징용 수준”이라고 성명을 내 비판한 내용도 실었다.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아이돌 팬들은 그들의 우상이 끌려나온 것에 눈물을 흘렸고 축구 팬들은 잔디가 짓밟힌 것에 눈물을 흘렸다”며 “이 잼버리 콘서트에서 정확히 누가 혜택을 받느냐”고 반문했다.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대회 마지막 행사인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는 지난 11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대회에 참가한 대원 4만여명을 초청해 치러졌다. 정부가 각 가수들을 사실상 ‘강제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팬들의 우려와 함께 아이브, 뉴진스, NCT 드림, 있지(ITZY), 마마무, 더보이즈, 셔누&형원, 프로미스나인, 제로베이스원, 강다니엘, 권은비, 조유리, 피원하모니, 카드, 더뉴식스, ATBO, 싸이커스, 홀리뱅, 리베란테 등 총 19개팀이 출연해 무대를 펼쳤다.

      이선명 기자 2023.08.12 14:45

    • [송석록의 생각 한편] 신냉전시대의 스포츠, 전체주의 시각을 경계하며···

      스포츠종합

      [송석록의 생각 한편] 신냉전시대의 스포츠, 전체주의 시각을 경계하며···

      요즘 국제정세가 심상치 않다. 미중러 3국을 중심으로 동서진영의 극한 대립이 거칠어지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신냉전시대를 방불케 할 만큼, 주변국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국제정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행동은 우리에게 직간접적 영향을 준다. 누군가는 우리에게 악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누군가는 선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제국주의 성향을 보이기도 하면서 전체주의적 시각도 존재하는 오늘날의 모습은 스포츠의 상징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는 동서진영의 대립구도, 신냉전, 전체주의, 제국주의의 극단적 선택을 경계한다. 송석록 경동대 교수 ■ 전체주의와 제국주의에서 스포츠 상징성 전체주의에서 스포츠는 개인의 존재를 통제하는 수단이 된다. 제국주의에서는 우월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주변국들에게 위협한다. 이러한 모습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잘 나타나는데, 국가는 국가의 공권력으로 국민생활을 간섭하거나 통제하고자 하며 그 사상이나 체제를 세뇌 시키기도 한다. 개인은 전체 속에서 그 존재의 가치를 찾는다. 스포츠는 개인이나 국가를 상징화하는 최적의 장소이다. 러시아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과 2018월드컵을 개최하고 스포츠를 활용한 체제를 공고히 하며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에 이른다. 독일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개최하고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함으로서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스포츠를 활용한 전체주의가 제국주의를 만나면 시대적 상황을 극한으로 몰고 갈 위험성이 존재한다. ■ 경기장에서 나타나는 스포츠의 상징성 그 무대를 경기장으로 옮겨보자. 국제경기 성적은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연결되며 군사적 우월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형상화되고, 올림픽에서 국가 순위는 이러한 상징성의 극대화를 가져온다. 올림픽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가 순위를 다투는 장면을 우리는 많이 보았다. 고대 그리스는 전사를 양성하기 위해 올림픽에서 승부를 겨루게 함으로써 전투력을 평가했다. 스포츠 경기에서 보이는 선수나 행사 의식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재확인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커다란 국기를 경기장에 펼쳐 보인다거나 국가를 부르는 모습, 유니폼에 국기부착, 국가를 연주하는 것은 선수들이 개인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대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스포츠에서 경기는 나와 적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선수는 무조건 우승해야 하며 관중은 응원하는 팀의 구성원들 결속시킨다. 우리가 속한 공동체와 적이 속한 공동체가 확연히 구분되고 승리는 내가 속한 공동체의 우월성으로 나타난다. 과거 냉전시대에 스포츠는 시대적 상징을 나타내며 국가의 절대 권력의 도구이기도 했고, 탈냉전시대에는 국가간 평화를 가져다주는 상징이기도 했다. 오늘날 신냉전시대를 방불케하는 미중러의 대립은 과거 동서진영의 대립처럼 많은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역사의 교훈은 스포츠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분명히 말하고 있다.

      송석록 경동대 교수(독일 루르대학교 스포츠학 박사) 2023.04.27 06:00

    • 올리버 스톤 “포켓몬고, 새로운 사생활 침해…전체주의로 갈 것” 비판

      생활

      올리버 스톤 “포켓몬고, 새로운 사생활 침해…전체주의로 갈 것” 비판

      <플래툰> <닉슨> 등 사회성 짙은 영화로 유명한 올리버 스톤 감독(70)이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GO)>에 대해 ”새로운 차원의 사생활 침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포켓몬 고>가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감시 자본주의’를 이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스톤 감독은 “구글 같은 기업이 추구하는 이윤은 어마어마하다. 그들은 사람들이 무엇을 사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정보를 수집하는데 엄청난 돈을쏟아부었다”며 “<포켓몬 고>도 모든 곳에서 이를 시작했고, 이를 일부에서는 감시 자본주의라고 부른다”고 지적했다. 또 “처음에는 이윤을 위한 것이 아니었지만, 결국에는 그렇게 될 것”이라며 “(게임) 자체의 인식이 세상으로 유입돼 우리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게 되고,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이미 인터넷에서는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싶어하는지를 아는 새로운 형태의 로봇 사회를 보게 될 것이고, 사람들처럼 행동하는 모형을 만들어 사람들을 다른 행동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며 “그것이 전체주의”라고 말했다.

      #Hidea

      생활경제부 2016.07.24 14:59

    • 김훈·조정래 등 각계인사 600명,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 “전체주의의 시작”

      생활

      김훈·조정래 등 각계인사 600명,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 “전체주의의 시작”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역사교과서 조차도 이념갈등과 진영논리로 몰아가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매카시즘을 멈출 것을 촉구한다” 각계 인사 600여명과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반대하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해석의 다양성이 곧 민주주의”라며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국정 교과서 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정교과서 사태에 즈음한 시민사회 시국선언’이 발표됐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이날 시국선언에는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 이신호 한국YMCA 이사장, 김신일 전 교육부총리,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소설가 김훈·조정래씨 등 60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300여개 시민단체도 참여했다. 이들은 “왜곡된 역사해석을 선전과 선동을 통해 대중사이에 확산한 독일 나치가 가져온 역사적 폐해로 얼마나 오랫동안 전후 독일사회가 괴롭힘을 당했는가를 보아왔기에, 우리는 박근혜정부의 전체주의적 발상에 전율하고 있다”며 “역사해석의 다양성이 곧 민주주의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정교과서는 전체주의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이미 헌법재판소가 1992년 결정문에서 국정교과서 제도가 헌법의 규정에 모순될 수 있고,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한 획일화를 강제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이념에 모순되거나 역행할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무시하고, 또한 시민사회와의 소통은 철저히 거부한 채, 국제적으로도 독재국가에서나 통용되는 국정교과서제도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민주주의 공론의 장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뉴욕타임스를 위시한 외국 언론들은 ‘일본과 한국 모두 교과서를 고치려는 위험한 시도는 역사가 주는 교훈을 부인하려는 위협’임을 지적하면서,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을 우려하고 있다”며 “그간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눈부신 성과를 통해 한국이 쌓아온 국제사회의 신뢰와 기대를 이제 박근혜정부가 갉아 먹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정교과서 사태에 즈음한 시민사회 시국선언’이 발표됐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국정교과서 #김훈 #시국선언 #조장래 #전체주의

      손봉석 기자 2015.10.19 16:29

  • 주간경향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후지타 쇼오조오의

      문화/과학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후지타 쇼오조오의

      ㆍ천황제도 본질을 파헤친 후지타 쇼오조오 전후 일본 사회에서 천황제 파시즘의 본질을 파헤친 이 사상가는 그와 동시에 줄줄이 행렬을 이뤄 어떤 방향으로 성찰 없이 몰려가는 현상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는데, 그래서 정치사상의 측면에서나 사회적 행위와 교류에 있어서나 늘 ‘단독자’로 살았다. 표지. 30만㎞를 넘게 달린 차를 팔고 새 차를 샀다. 차를 새로 사야겠구나 하고 결심하고 나서 1년 2개월쯤 걸렸다. 처음 관심 있게 봤던 차는 통 큰 결단을 내릴 쯤에는 구형 차로 변해 있었다. 그래서 다른 차를 눈여겨봤고 이번에는 석 달 만에 결정을 내렸다. 나는 사소한 usb 메모리나 지갑조차 한 달을 넘길 때도 있으니, 새 차 석 달은 ‘신속한 결단’이다. 그러는 중에 그 물건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와 사용후기를 다 찾아본다. 선풍기 같은 계절상품은 온갖 사용후기를 다 읽고 나서도 결정을 미루는 바람에 한여름이 지나서야 살 때도 있다. 바람직한 ‘인성’은 아니다. 아쉬운 것은 상품 소개나 사용후기가 읽을 만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에 사게 된 차의 ‘시승기’도 남김없이 읽어봤는데 자동차 회사가 제공한 정보를 줄줄이 나열하고 그 앞뒤로 진부한 표현을 성의 없이 끼얹은 게 대부분이다.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한 엔진음’이라는 시승기를 보면, 그 자가 그 차를 실제로 타봤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오디오 잡지를 오랫동안 정독하였는데, 그 안에 실린 시청후기의 첫 문단만 봐도 국내 평론가와 해외 평론가의 스타일이 확연히 구별된다. 국내 평론가들은 그 짧은 시청후기에 서론(회사 연혁 줄줄이 나열), 본론(오디오의 단순정보 나열) 그리고 ‘불을 끄고 들으면 더욱 풍윤한’ 식의 공허한 결론을 십수 년째 반복한다. 반면 외국 평론가는, 특히 일본의 평론가는 ‘아, 이거다 하는 소리를 들었다’ 하는 식으로 첫 문장부터 스파이크를 날리면서 시작한다. 카메라나 영화잡지는 물론이고 정치평론이나 사회사상에서도 날카로운 문장 혹은 득의의 한 단어로 사태의 본질 깊숙이 파고든다. 그 대표자가 후지타 쇼오조오다. 물론 정희진이 “문장은 거대하고 빽빽한 삼림 같다. 깊고 넓은데도 낱낱이 충실하다. 내려놓을 글귀가 한 줄도 없다”고 독후감을 썼다시피, 후지타 쇼오조오의 글이 어떤 독특한 단어나 기묘한 아포리즘의 나열은 아니다. 전후 일본 사회에서 천황제 파시즘의 본질을 파헤친 이 사상가는 그와 동시에 줄줄이 행렬을 이뤄 어떤 방향으로 성찰 없이 몰려가는 현상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는데, 그래서 정치사상의 측면에서나 사회적 행위와 교류에 있어서나 늘 ‘단독자’로 살았다. 그는 <전체주의의 시대경험>에 실린 ‘현대에서의 이성의 회복’을 이렇게 시작한다. “십수 년 전 거친 들판 한가운데 서서 몇 가지 새로운 ‘결의’를 보여주었던 일본 사회는 어떠한 정신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심오한 질문의 문장을 보면 당연히 그 다음 문장도 읽게 된다. 또한 “양보할 수 없는 대항 상황에 처해 있을 경우에도 그 상황 자체를 경험할 필요가 있는 하나의 사태로 간주하는 안목을 버리지 않는다면 전면대립을 거쳤을 때 초래되기 쉬운 경직된 후유증은 생기지 않을 것”(‘오늘의 경험’)이라는 문장을 읽을 때는 그가 이를 악물고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물론 <전체주의의 시대경험>은 전후 일본 사회를 들여다보기 위한 나침반이다. 그러나 어떤 단독자가 극심한 혼란 속에서 절대적 자유를 확보하려는 의지와 파멸의 흩뿌려진 혈흔을 감식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비범한 눈빛’과 ‘이론적 박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고독의 영역으로 퇴거’하려는 거장의 거친 숨소리가 섬뜩하게 들려오는 이 책의 ‘서문’ 끝에서 후지타 쇼오조오는 이렇게 덧붙인다. “안타깝지만 몸이 최후의 집중력을 잃고 나니, 그 신체적 조건이 얼마나 언어 구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를 잘 알겠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으니 무엇을 할 수 있으랴!”

      정윤수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 2018.10.29 15:25

    • 정치 표지 이야기

      [커버스토리]전체주의는 어떻게 부화하는가

      신진욱 교수 “현 정부는 대처 시절 영국, 레이건 시절 미국에 가깝다” 강제력을 동원한 집회의 자유 침해는 파시즘적 징후로 볼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경찰과 시민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미네르바가 잡혔다. 이에 대해 는 미네르바를 ‘일그러진 인터넷 영웅’ ‘돌팔이 의사’로 지칭하면서 그를 사기꾼으로 몰아붙였다. 는 박씨의 실명까지 밝히면서 그의 행적을 ‘허점 많은 논리’ ‘공포심 자극’ ‘기득권에 대한 반감’으로 요약했다. 반면 누리꾼 ‘아슈라’는 “이번 수사의 쟁점은 ‘체포된 미네르바의 진위’가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침해를 당하는 것”이라며 “더불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집권세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공권력이 시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어이없는 상황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민주주의 최일선을 달리는 미국에서조차 민주주의 위기와 파시즘 대두를 경고하고 있다. 실례로 2006년 6월 미국 환경운동가 스티븐 하워드는 아들을 피아노 레슨에 데려다주는 길에 당시 부통령 딕 체니 일행이 쇼핑몰에 들어오는 것을 목격했다. 하워드는 체니에게 다가가 ‘당신의 이라크 정책은 비난받을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10분 뒤 하워드의 손에 수갑이 채워졌고, 그는 ‘부통령을 공격한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나오미 울프는 2007년 펴낸 에서 2001년 이후 미국에서 이와 같은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고 지적하면서 부시 행정부 시기 미국 사회가, 민주주의가 ‘파시즘으로 이행하는’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고 진단했다. 부시정부 미국사회도 파시즘 대두 경고 1920년대 이탈리아와 1930년대 독일에서 대두한 파시스트 정권은 기존의 민주적 제도를 합법적으로 활용하면서 권력을 장악했다. 먼저 의회에서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약하는 법을 제정하고 문화적 압력을 행사하면서 사법기구와 친위 기구를 동원해 시민들에 대한 일상적인 사찰과 공포 심리를 조성했다. 그러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법치를 강조했다. 히틀러는 합법적 절차를 거쳐 1933년 총통의 지위에 오른 지 일 년 뒤 뉘른베르크에서 행한 연설에서 “명확히 말하건대, 국가사회주의 정부의 기초는 국가사회주의 법률이다”라면서 나치 독일을 가리켜 “질서, 자유, 법의 나라”라고 불렀다. 시민들의 사생활을 훔쳐보려는 것은 파시즘의 전형적인 속성이다. 1927년 이탈리아 파시스트들은 전화를 도청하고 교황까지 비밀 사찰 대상으로 삼았다. 1930년대 독일의 복지 관련 공무원들은 ‘비사회적 시민’의 명단을 작성했다. 2005년 12월 16일자 에 따르면, 미 재무부 관리들은 2006년 한 해 동안 CIA의 도움을 받아 영장이나 소환장 없이 수백만 건의 개인 은행거래 내역을 조사했다. 언론에 대한 압박도 파시즘의 주 메뉴다. 1923년 이탈리아 파시스트의 지역 조직들은 어떤 신문이 국내외에서 국가의 신뢰를 해치는 보도를 했거나 여론을 자극하여 질서를 교란했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신문사의 재산을 압류하고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1933년 나치 독일의 선전상 괴벨스는 불과 6개월 사이에 국영 라디오 방송 직원의 13%를 해고했다. 부시 지지자인 케니스 톰린슨은 미국 공영방송 PBS의 재정을 지원하는 재단 회장으로 임명된 뒤 직원이나 출연자 들의 정치적 성향을 조사하는 작업을 벌였다. 2006년 7월 PBS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 멜라니 마르티네즈는 부시의 음주운전 경력을 풍자한 금주 교육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빌미가 돼 해고됐다. 위의 사례들은 서유럽의 고전적 파시즘 체제와 울프가 ‘파시즘 이행기’였다고 규정한 부시 행정부 시기 미국에서 일어났던 일들의 일부에 불과하다. ‘민주주의의 위기’가 공공연하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2009년 한국 사회는 이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을 번역한 성공회대 김민웅 교수는 “민주주의와 파시즘 간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단정했다. 그는 파시즘을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집권 세력과 대자본이 동맹을 맺는 체제”로 규정하고 “영구적인 권력을 획득하려는 정치 권력과 영구적인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자본의 입장에서 민주주의는 최대의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신문방송 겸영과 재벌의 방송 참여를 허용하는 방송법과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려는 사이버모욕죄 도입 시도는 이를 위해 민주주의를 무력화하려는 수단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지금 정부가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지하벙커를 만드는 행태를 보면 지금 같은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토론과 합의 같은 민주적 절차는 한가한 놀음이라는 인상을 주려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서구학자들 ‘프렌들리 파시즘’ 표현 중앙대 신진욱 교수는 “엄밀히 말해 파시즘 체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어떤 체제를 파시즘이라고 규정하려면 정권에 대한 광범위한 대중적 지지가 있어야 하는데, 권위주의적 권력 행사 이외에 파시즘이라고 단정할 만한 요소를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군사독재 시기에도 자유민주주의 이념 자체를 부정하지는 못했다”면서 “한나라당이 강경파의 압력 속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야당과 합의를 도출한 걸 보면 집권세력이 더 이상 한계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그럼에도 파시즘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촛불집회 이후 의회를 건너뛰고 관료와 검경 등 선출에 의한 대표성을 띠지 않는 기구들이 전면에 나서 강제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과 ‘조계사 횟칼 테러’에서처럼 우익세력의 대중동원 양상이 나타났다는 점을 그 징후로 꼽았다. 신 교수는 “역사적으로 대비한다면 현 정부는 대처 시절의 영국, 레이건이나 부시 시절의 미국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대처의 영국이나 부시의 미국은 파시즘과 무관한 것일까. 서강대 손호철 교수는 “대처와 레이건 정부가 등장했을 때 서구 학자들은 ‘프렌들리 파시즘’ ‘부드러운 파시즘’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말했다. ‘부드러운 파시즘’이란 전통적인 파시즘처럼 공개적 의미의 독재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일을 진행하는 방식이나 멘탈리티가 정상적인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측면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파시즘이라는 개념은 대단히 복합적이기 때문에 어떤 체제를 쉽게 파시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파시즘 연구의 대가 로버트 O. 팩스턴은 “모든 사람을 남김없이 만족시킬 수 있는 파시즘 해석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다”고 썼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조금씩 이전과 다른 억압적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연세대학교 나임윤경 교수는 “파시즘의 특성은 전체주의라기보다 구성원 사이에 차이를 조장하면서 상호 불신과 반감을 조장하는 이데올로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노동·경제 정책은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를 비판하기보다 경쟁 구도 안으로 자발적으로 흘러들게 유도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작 자신의 정체는 드러내지 않으면서 사람들을 이런 방식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파시즘의 정체가 아닐까”라고 우려했다. 참고자료, 로버트 O, 팩스턴, 교양인 , 나오미 울프, 프레시안북

      2009.01.1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