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향신문

  • 레이디경향

    • 떠날 때도 ‘나눔의 미덕’ 전파한 김수환 추기경

      화제

      떠날 때도 ‘나눔의 미덕’ 전파한 김수환 추기경

      한국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종교계의 큰어른이었던 김수환 추기경. 한국 사회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했던 김 추기경은 “품고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87세를 일기로 지난 2월 16일 선종했다.“내가 잘났으면 뭘 그렇게 크게 잘났겠어요. 다 같은 인간인데…. 안다고 나대는 것이 바보지. 그런 식으로 보면 내가 제일 바보스럽게 살았는지도 몰라요.” 김수환 추기경이 직접 그린 자화상 ‘바보야’에 대한 설명 끝에 덧붙인 말이다. 당시 그는 “자화상 안의 내 모습이 바보같이 보인다”며 아이 같은 웃음을 지어보였다.사랑과 나눔, 희생 남기고 마지막 가는 길 김수환 추기경은 마지막 모습까지도 아름다웠다. 그는 오래전 소망대로 자신의 안구 각막을 기증하고 떠났다. 20년 전 김수환 추기경은 세계성체대회에서 ‘뇌사시 안구각막 기증’ 의사를 처음 밝혔다. 천주교의 사랑의 정신이 이웃으로 전해지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이를 계기로 장기기증과 해외 원조사업 등을 전담하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만들어졌다. 지난해 10월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었을 때, 추기경의 의식이 회복된 상태에서 기증 의사를 다시 물었고, 기력이 떨어졌음에도 그는 분명하게 기증 의사를 밝혔다. 김수환 추기경의 장기기증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로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전화 오는 횟수가 세 배나 늘었고, 온·오프라인 방문 신청자들도 늘었다. 이뿐 아니라 명동성당 앞에 차려진 장기기증 등록 부스에는 하루 동안 100명이 넘는 시민이 찾아 장기기증을 약속했다. 연예인들도 이 뜻에 동참했다. 가수 장윤정을 비롯해 박현빈, 윙크, V.O.S, 서인영, 박정아, 쥬얼리S, 탤런트 정한용, 개그맨 양원경 등 스타 연예인 10여 명이 지난 2월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사단법인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KOLEC)를 통해 각막 및 조직 기증 서약을 했다. 한국 최초의 추기경, 김수환 김수환 추기경은 1922년 대구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의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 김보현(요한)은 1868년 무진박해 때 순교했다. 김 추기경의 어릴 적 꿈은 장사꾼이 되는 것이었다. 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5~6년 동안 장사를 배워 25세에 장가가리라는 소박한 소망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부모님은 막내아들이 성직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고, 그는 그 소망대로 친형 동환과 함께 사제의 길을 걷게 되었다. 김수환 추기경이 직접그린 자화상 ‘바보야’와 ‘옛집’그는 보통학교 졸업 후 대구 성유스티노신학교 예비과에 진학해 성직자로서의 기초를 닦았다. 이후 동성상업학교를 졸업한 후 일본 유학을 하던 중 강제 징집되어 사관후보생 훈련을 받기도 했다. 광복 후 귀국해서는 성심대학(지금의 가톨릭대 신학부)으로 편입해 4년 뒤인 1951년 사제로 서품됐다. 이후 안동본당 주임신부를 거쳐 대구교구장 주교의 비서를 지냈고, 독일 유학 후에는 가톨릭시보사 사장에 취임했다. 1966년 마산교구의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동시에 주교품을 받았고, 2년 후에는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되었다. 교황 바오로 6세로부터 한국 최초로 추기경에 임명된 건 1969년의 일이다. 당시 그는 전 세계 추기경 136명 가운데 최연소인 47세였다.민주화의 버팀목이 되다 한국 교회에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낸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당시 주교였던 그는 노동자들의 인간 존엄성을 되찾기 위해 ‘강화 심도직물 사건’에 맞서 ‘사회 정의와 노동자 권익 옹호를 위한 주교단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로써 해고자 전원이 복직되는 결과를 얻었다. 김 추기경은 1970년대 유신과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을 강력 비난하면서 역사 현실에 동참했다. 그가 자리 잡았던 명동성당은 1980년대 학생운동의 역사를 대변하는 성지였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당시 명동성당에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말에 그는 “성당 안으로 경찰이 들어오면 맨 앞에 내가 있을 것이고, 그 뒤에 신부들, 수녀들이 있을 것이오. 우리를 다 넘어뜨리고 난 후에야 학생들이 있을 것이오”라고 단호히 말했다. 김 추기경은 북한 교회와 동포를 위해 항상 기도했다. 서울대교구의 관할 구역이 휴전선 넘어 황해도까지 이어진다는 사실도 관련이 있었다. 세 번 십자 표시를 하면서 신자들에게 강복할 때마다 김 추기경은 언제나 세 번째 십자 표시는 마음에 품고 있는 북녘 형제들을 생각하면서 그었다고 한다. 김 추기경은 통일에 대비하고, 북한 선교를 위한 실질적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민족화해위원회’를 설립했다. 그해 시작된 ‘민족화해 미사’는 지금도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 봉헌되고 있다. 그는 언제나 약한 자의 편에 서서 정의를 위해 싸웠다. 생전의 그는 이렇게 말해왔다. “이 세상 누구도 존중받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주목한 이유입니다. 그들을 위한 ‘우선적 사랑’에서 더 나아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랑’으로 가야 합니다.”40만명의 사람들은 행렬을 지켜 경건하게 조문했다.평생 무소유의 삶 살아 김수환 추기경은 평생 ‘무소유의 삶’을 살다 하늘로 돌아갔다. 그의 유품에는 그의 숨결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이 중 다섯 점에 달하는 안경은 오래 사용해 군데군데가 부러져 있었고, 미사 때 포도주를 담는 잔인 ‘성작’과 그 받침인 ‘성반’은 금속 재질이었지만 광택이 거의 사라지고 녹슨 부분마저 있었다. 추기경의 지위라면 많은 선물과 화려한 제구를 받게 되지만, 그는 예전부터 사용했던 소박하고 검소한 제구만 고집해온 것이다. 아이들이나 국내외 신자, 지인들에게 받은 다양한 모양의 열쇠고리들도 정성스럽게 보관되어 있었다. 추기경실에는 선물로 받은 그림과 사진이 빼곡히 걸려 있었는데, 그 중 한 장애아가 크레파스로 김 추기경을 그린 그림을 가장 아꼈다고 한다. 김수환 추기경의 묘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졌다. 바로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와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다.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는 김 추기경의 사목 표어였다. 시편 23장 1절의 말씀인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는 김 추기경이 가장 좋아한 성경 구절 중 하나였다. 가진 것 없어도 행복했던 김수환 추기경의 삶을 잘 대변해주는 구절이다.■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2009.03.06 00:00

    • 연예

      ‘형이야~ 안 되겠니?’로 웃음 바이러스 전파하는 개그맨 고혜성&강일구

      “대한민국 백수 여러분, 칠전팔기 정신으로 일어나십쇼~” ‘어떻게 인터뷰 좀 안 되겠니~?’ 하고 섭외를 하면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게 어딨니?’로 받아칠 것 같은 개그 콘서트 백수 콤비 고혜성과 강일구. 두 사람은 얼핏 혜성같이 나타난 신예 개그맨 같지만 사실은 남들보다 한 발 늦고, 두 배 시련을 겪은 사연을 갖고 있다. ‘그동안 도둑질 빼고 뭐든 다 해봤다’는 고혜성과 ‘개그를 하려고 대학 중퇴를 감행한’ 강일구가 전하는 대한민국 백수들을 향한 희망 인터뷰. 하루하루가 전쟁인 개그맨의 생활 ‘지금이 가장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개그 콘서트’ 녹화 하루 전 리허설을 마친 고혜성(31)과 강일구(26)에게 “잘했냐?”고 물으니 대답이 신통치 않다. 요즘 그들은 거침없는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어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나올 것 같은데 아직 성공의 기쁨을 맛보기엔 이른 모양이다. “오늘 30%밖에 인정을 못 받았어요. 내일 최종 리허설 전까지 70%를 수정해야 한다는 말이죠. 그때 100%가 안 되면… 큰일 나요. ‘현대 생활백수’ 코너는 그냥 끝나는 거죠.” 두 사람은 개그 지망생들의 지상 최대 목표인 ‘개그 콘서트’ 무대에만 서면 어느 정도 성공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은 전보다 더욱 긴장된 속에서 살고 있으며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라고 한다. 시청자들이 ‘재미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 바로 무대를 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새벽 5시까지 연습하고 아침 9시에 일어났어요. 하루 평균 4시간 정도밖에 못 자요. 매일이 전쟁이죠, 전쟁! 도둑질 빼고는 다 해봤는데 개그가 가장 힘들어요. 그렇지만 행복합니다.(웃음)” 그들은 작년 6월, 개그맨 등용문인 KBS ‘개그사냥’에서 만났다. 지금이야 찰떡콤비지만 서로 뭉치게 된 계기는 의외로 단순하다. 둘이 성대모사를 잘하니 함께 해보라는 PD의 권유로 콤비가 된 것이다. “그때 다른 분들은 코드가 맞는 사람들끼리 파트너 체인지를 하곤 했는데 저희는 한 번도 안 헤어졌죠. 둘의 공통점은 고집이 세다는 거예요. 남들이 뭐라 하든 끝까지 해보자는 것이 똑같죠.” (강일구) 강일구는 평소 여유롭고 급한 게 없는 성격인 것에 비해 고혜성은 성격이 늘 급하고 무슨 일이든 벌여야 직성이 풀린다고. 그들은 서로 달라서 잘 맞는 거라고 말한다. 그래서 서로의 단점을 잘 보완해준다. 백수 생활 경험이 모두 아이디어 ‘장애 판정 받았던 다리, 이제 괜찮습니다!’ 백수의 상징이 된 파란색 트레이닝복. 원래 컨셉트는 후줄근한 빨간 트레이닝복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뒤져봐도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찾을 수 없어서 딱 한 주만 파란색을 입기로 했는데 의외로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현재 그의 트레이닝복은 인터넷 상에서 구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임시로 입었던 거라 뒤늦게 부랴부랴 ‘희망적인 색이다’, ‘앞날을 향해 뛰어가는 것’이라며 의미 부여를 했죠. 유명 메이커 제품이라고 소문이 났는데 사실 동대문 리어카에서 샀어요. 3만원인데 ‘2만 9천원에 안 되겠니?’ 하고 깎아서 샀죠.” 고혜성은 실제로도 정규 직장을 다녀본 적이 없다.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동할 때도 일을 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더 많았단다. 그러나 이런 경험들은 생동감 있는 아이디어로 재탄생됐다. 이것이 바로 ‘생활백수’가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유이다. “백수가 생활이었죠. 늘 겨우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수준이었으니까요. 야식 배달, 신문 배달, 댄스 강사에 공사판 일까지 안해본 일이 없어요. 쓴 맛을 참 많이 봤어요.”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그는 생존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 모 일간지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결국 일하는 도중에 몸을 다치는 큰 위기도 겪었다. “지금은 괜찮아요. 1년 전까지만 해도 30분만 걸어도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죠. 지금도 발꿈치에는 인공뼈가 들어 있어요. 이젠 4시간 정도 걸으면 아파요. 그런데 평범한 사람들도 4시간 걸으면 발이 아프잖아요? 그러니 괜찮은 거죠.” 고혜성은 미래에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예언처럼 말하는 버릇이 있다. ‘이번 달 안에 공중파 CF 들어온다’, ‘올해 안으로 영화 찍는다’, ‘언젠가는 최지우랑 꼭 사귄다(?)’ 이렇게 툭툭 말을 던지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것이다. “말을 하고 나면 제가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기 때문이에요. 그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게 된다구요. 최지우씨와는 언제 사귄다는 말은 안했으니 나중에 경로당에서라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고혜성은 늘 주위에서 가장 예쁜 여성과 교제를 해왔다고 고백한다. “연예계에 들어왔으니 최지우나 강수정 아나운서 정도는 사귀어야 되지 않냐”며 너스레를 떤다. “32년 동안 마음에 드는 여자는 다 사귀어봤죠. 원래 뭔가를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어서 끝까지 밀어붙이거든요. 그럼 여자가 지쳐서 ‘에라, 그래 사귀어주자’하고 두어 달 만나주는 거죠.(웃음)” 연애도 일도 포기를 모르는 칠전팔기의 화신인 그에게 ‘대한민국 백수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갑자기 백수 한 명을 앉혀 놓고 이야기하듯 그의 목소리가 커진다. “뜨거운 라면에 고춧가루 세 숟가락을 팍팍 넣어 먹고 벌떡 일어나십시오. 백수생활 한 번 안해본 사람 없으니 용기를 갖고 실력이 없더라도 그냥 밀어붙이는 겁니다. 저희 같은 사람들도 이렇게 일어났잖아요. 자, 파이팅!”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것이 없다는 걸 몸소 보여준 고혜성·강일구 콤비. 백수생활을 해도 열정적으로 하는 그들 앞에 포기란 단어는 없다. 앞으로 그들의 개그를 그냥 웃어넘기지 말자. 그 안에는 그들의 피와 땀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원상희

      2006.03.01 00:00

    • 연예

      ‘사랑해, 말순씨’로 해피 바이러스 전파하는 영화감독 박흥식&강민휘

      “열두 번의 오디션 끝에 만난, 두 남자의 감동 러브(?) 스토리” 다운증후군 환자로는 최초로 영화배우가 된 청년이 있다. 그를 스크린 속으로 끌어들인 사람은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공주’의 박흥식 감독. 첫 만남 이후 꼭 1년여 만인 11월 3일 두 사람의 합작 영화가 개봉된다. 장애를 딛고 배우 된 소년 민휘와 이 시대 최고의 휴머니스트 박흥식 감독이 엮어내는 감동 만땅 로드 무비. Casting Board 대학 졸업 후 사회로 내디딘 첫발… 민휘 장애우로 이 땅에서 산다는 건 남들보다 험한 길을, 더 힘들게, 그리고 더 오랫동안 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장애우의 성공 스토리는 비장애우의 그것보다 감동적이다. 다운증후군이라는 장애를 딛고 배우로 우뚝 선 강민휘(25). 그가 걸어온 길도 그랬다. 생후 6개월 만에 다운아 판정을 받고 평생을 ‘바보’라 손가락질 받으며 살아온 소년. 하지만 소년은 이제 외톨이가 아니다. 소년은 요즘 만인이 우러러보는 ‘배우’라는 새 옷을 입고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영화 ‘사랑해, 말순씨’가 민휘의 스크린 데뷔작. 닮고 싶은 배우는 ‘제8요일’의 다운증후군 연기자 파스칼 뒤켄이다. 뒤켄은 ‘제8요일’로 칸 영화제 특별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쥔 연기파 배우. 민휘는 과연 ‘진짜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그때 그 감동을 다시 한번… 박흥식 감독 데뷔작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와 ‘인어공주’를 통해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 스타일로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은 박흥식 감독(40). 그의 필모그래피는 11월 3일 개봉되는 영화 ‘사랑해, 말순씨’로 이어진다. ‘사랑해, 말순씨’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박흥식 감독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세번째 작품. 열다섯 살 소년 광호(이재응)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소년의 주변에는 모두 네 명의 등장인물이 있다. 싸구려 화장품 냄새를 요란스레 풍기고 다니는 화장품장수 엄마에, 싫다는데도 못 알아듣고 만날 졸졸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는 다운증후군 형, 늘 사고만 치고 다니는 구제 불능 학교 깡패 친구, 그리고 문간방에 세 들어 사는 간호조무사 누나까지. 광호는 이들을 싫어하고 또 경멸한다. 영화 속엔 일정 부분 박 감독의 어린 시절이 투영돼 있다. 특히 광호와 다운아 형 재명의 에피소드는 대부분 실화다. ‘사랑해, 말순씨’는 한마디로 박 감독의 고해성사와도 같은 작품. 그가 한때 부끄러워하고, 싫어하고, 멸시하던 사람들은 지금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그가 영화로 또 한 번 관객에게 말을 걸어왔다. # Scene 1 : 회상… 민휘 “바보 아냐, 난 강민휘야!” 이름은 ‘바보’, 별명은 ‘못난이’? 친구들은 나만 보면 놀려댄다. 자기들과 다르게 생겼다고, 수업시간에 노래 부르며 창 밖만 보는 이상한 아이라고…. 오늘도 도시락을 반 친구에게 빼앗겨버렸다. 돌려달라고 외치니 “바보야, 와서 가져가 봐”란다. 다른 건 다 참아도 ‘바보’ 소리만큼은 못 참는다. ‘바보’라는 말에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발로 한 번 뻥~ 그리고 소리쳤다. “바보 아냐, 난… 강민휘란 말야. 강.민.휘.” 왜들 그러는 거지? 난 애들하고 똑같은데… 난 장애우 아닌 것 같은데… 다른 거라곤 스물한번째 염색체가 남들보다 한 개 더 많다는 것뿐인데… 엄마는 내가 가진 또 하나의 염색체가 ‘행복 염색체’라고 했다. 엄마 말이 맞다면 행복해야 되는 거 아냐? 이상한 일이다. 울 엄마는 거짓말 안 하는데… 특별한 선물을 받은 거랬는데…. 박 감독 “어느 날, 나를 사랑하는 녀석이 나타났다”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우리 앞집엔 ‘바보’ 형이 한 명 살았다. (그땐 다운아를 다들 그렇게 불렀다. ‘바보’라고….) 할 줄 아는 말이라곤 “밥 먹었어”가 전부에 “발길을 돌리려고 바람 부는 데로 걸어도~” 바보처럼 항상 똑같은 노래만 읊어댔다. 싫다는데 내 뒤는 또 왜 그리 졸졸 쫓아다니는지 딱 죽을 것만 같았다. 중국집을 하는 바보네 부모는 가끔 우리집에 팔다 남은 자장 소스를 그릇째 가져다주곤 했다. 하지만 난 “바보네 집에서 가지고 온 거”라며 손도 대지 않았다. 생긴 것도 못생긴 바보가 왜 계속해서 내 모자를 빼앗고 가는 길을 막는지 이해가 안 됐다. 바보네 집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동네 사람들의 항의 방문이 이어졌다. “제발 좀 멀리 이사 가요, 이사 가! 우리 애들 교육에 얼마나 안 좋은데요.” 그러던 어느 날. 방과 후 집으로 향하는 길, 낯선 차가 바보 형 집 앞에 시동을 켠 채 서 있었다. 바보 형을 데리러 온 재활 치료 시설 차였다. 바보 형은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더니 급기야 레슬링을 하는 것처럼 파테르(패시브) 자세로 바닥에 철썩 몸을 붙이는 게 아닌가? 하지만 기골이 장대한 아저씨 셋을 혼자서 무슨 수로 막아내랴. 그날 이후로 바보 형의 모습은 동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거 참 이상하다. 간절히 바라던 일이 이루어졌는데 기쁘지 않으니. 아니, 오히려 어딘지 모르게 허전했다. 바보 형이 동네에서 자취를 감춘 뒤 한참이 지나서였다. 어느 날 동네 친구가 하는 말. “그 바보가 동생 몰래 교복을 슬쩍 훔쳐 입다가 동생한테 엄청 두들겨 맞았다잖아~.”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는 가고 싶은 데 받아주는 곳이 없으니 교복이라도 입어보고 싶었나 보다. 동생은 자기 물건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하니, 내 모자라도…. 그때 그 앞집 형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다운아들은 선천적으로 면역력이 약해 병에 잘 걸리고 일찍 죽는 경우가 많다는데 살아는 있을까? “미안해, 형. 바보라고 놀려서… 화내고 짜증만 내서….” # Scene 2 : 첫 만남… 오디션 보던 날! 민휘 “너무 떨려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 오늘로 꼭 열두번째다. 매니저 형은 “너무 긴장하면 끼와 재능을 맘껏 펼쳐 보일 수 없으니 긴장을 풀라”고 한다. 하지만 그래도 떨리는 걸?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데 어느덧 열두번째. 역시 오르지 못할 나무였나? 안경 너머로 언뜻언뜻 비치는 감독님의 눈초리는 여전히 날카롭다. 심장이 쿵쾅쿵쾅! 설렘과 두려움으로 가슴이 두방망이질쳤다. 잔뜩 긴장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감독님이 “친구한테 멋진 공연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라”며 용기를 복돋워주신다.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 잘할 수 있어’ 목청을 가다듬고, 자세를 바로 한 다음 노래도 한가락 뽑고, 열정적으로 춤도 췄다. 얼마나 힘을 쏟았는지 준비한 모든 것을 마친 후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쓰러질 지경이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다 그 자리에서 풀썩! 그런데 오늘도 글렀나 보다. 감독님의 표정이 ‘이게 아닌데’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잘못 들었나? 말은 좀 어눌해도 듣는 건 문제없는데? “민휘야! 우리 잘해보자. 잘 부탁한다. 강민휘!” 이거 혹시 꿈은 아니겠지? “그럼, 나 이제 영화배우 되는 거야?” 박 감독 “내가 찾던 바로 그 아이” 다운증후군 연기자를 어디서 찾지? 평범한 아역배우로는 안 되는데… 평범한 아이에게선 절대 나올 수 없는 다운아만의 미소가 따로 있는데…. 전국 각지에서 추천을 받아 수십 명을 만나본 뒤였다. 증상이 심각해 대화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어느 정도 말은 통해야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배우 한 명 때문에 마냥 촬영 일정을 늘릴 순 없는 노릇.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조연이지만 ‘사랑해, 말순씨’에서 바보 형 재명의 캐릭터는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캐릭터니까. ‘오늘은 괜찮은 애가 좀 있으려나?’ 기대 반, 설렘 반 또다시 오디션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강민휘입니다.” 웃을 때마다 입가에 보조개가 깊게 파이는 아이. 반달 모양의 눈은 해가지고 웃을 땐 또 얼마나 환하게 웃는지 어금니가 다 보일 정도다. 게다가 착하고 순한 인상까지…. ‘바로 저거야!’ 다른 배우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첫눈에 반했고, 열두 차례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민휘를 지켜봐온 촬영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는 내게 확신을 심어줬다. 노래도 곧잘 하는데다 춤까지 수준급. 촬영감독은 “느낌 너무 좋아요. 꼭 저 친구로 해야 돼요”라며 흥분해 난리였다. 민휘의 맑고 천진한 미소와 마주하고 있으면 누구나 절로 웃게 된다. ‘앞으로 웃을 일 많아지겠는걸? 후훗~.’ # Scene 3 : 레디고, 액션! 민휘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세포가 일제히 깨어났다” “자,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조용히 해주시고요. 신 넘버 83에 1!” 조연출의 말이 끝난 후 스태프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로 쏠린다. “레디고, 액션!” 감독님의 액션을 외치는 소리가 온 골목을 들썩이며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다. ‘차르륵’ 필름 감기는 소리가 긴장감을 더한다. 발가락 끝부터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왔다. ‘긴장부터 풀고… 자, 달려! 힘차게 달려보는 거야’ 마음속으로 주문을 걸고 또 걸었다. 그런데 역시나 감독님 마음에 차진 않았나 보다. 첫술에 배부를 수야 있나? 그냥 열심히 하는 수밖에. “강민휘, 아까도 잘했는데 이번에는 아까보다 조금 더 잘하는 거야.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여줘.” 그후로 “레디고! 액션” “컷” 소리가 모르긴 해도 족히 10여 차례는 반복됐나 보다. 달리고 또 달리고… 계속해서 달렸다. 물론 힘은 들었지만 싫진 않았다. “레디고, 액션!” 소리의 짜릿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마치 사이다를 먹고 난 후, 코끝으로 싸하게 나오는 거품의 느낌 같다고 할까? 온몸에 잠자고 있는 세포가 그 소리에 하나 둘 깨어나는 듯했다. 그러다 떨어진 “오케이” 사인. 몸이 이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망토 하나만 걸쳤으면 나 그날 하늘로 슈~웅 날았을 거다. 박 감독 “힘들어도 ‘열심히 잘해야 해요’만을 외치는 아이” 첫 촬영 신은 주인공 광호의 팬티를 뺏어들고, 무조건 뛰기만 하면 되는 장면. 민휘가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내심 걱정도 된 게 사실이다. 그런데 민휘 녀석, 보면 볼수록 진국이다. 테이크를 10회 이상 가는데도 싫은 내색은커녕, 힘들다는 투정 한마디를 안 하니. “힘들지 않아?” 물을 때마다 민휘가 하는 말은 언제나 같다. “아니오.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해요. 할 수 있어요.” 3일 내내 뜀박질만 시킨 적도 있다. 그런데 민휘는 몰랐을 거다. 민휘가 연기를 못해서 같은 신을 연거푸 시킨 게 아니란 사실을. 오히려 그 반대였다. 연기가 재미있고 생동감 넘쳐서, 더 좋은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욕심에 배우를 혹사(?)시켰다. 민휘는 특별한 아이다. 의사 표현도 정확한데다 생각도 어른스러워 ‘정말 다운아 맞나?’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첫 촬영이 있던 날,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민휘의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 적당히 풀어줄 필요가 있겠다 판단됐다. 낯선 사람이 제각각 다른 소리로 지시를 하면 혹여라도 긴장을 더할까 싶어 강민휘 전담 조감독까지 따로 현장에 두고 진행했다. 민휘의 현장 적응력은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민휘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자신을 풀어놓을 줄도 알았다. 영화는 많은 사람의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자신이 잘못하면 그 모든 사람이 힘들어한다는 의식이 민휘의 머릿속엔 또렷이 박혀 있는 듯했다. 결국 당초 8신으로 시작된 민휘의 출연분은 12신으로 늘었다. 처음의 우려와 걱정을 말끔히 씻어준 민휘의 연기에 박수를, 민휘의 영화를 향한 열정에 찬사를…. # Production Note 민휘 “어? 감독님, 안 돼요. 담배 피우면 일찍 죽어요” 담배는 나쁜 거다. 나도 고등학생 때 호기심에 한 번 물어본 적은 있지만 피워보니 더욱 이해가 안 됐다. ‘맛도 쓰고, 냄새도 나고… 이런 걸 대체 왜 피우지?’ 어느 정도 생각은 했지만 영화를 만든다는 건 참으로 고된 일인가 보다. 박 감독님도 그렇고, 촬영감독님도 그렇고… 대부분의 스태프는 촬영장에서 담배를 물고 사신다. 저러다 큰일 나지 싶을 정도로. ‘담배 피우면 일찍 죽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촬영장에 담배만 보이면 무조건 압수, 수거부터 하고 봤다. 특히 감독님 앞에서는 그 누구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촬영장에선 감독님이 최고 연장자. 어른 앞에서 맞담배를 피우는 건 아랫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니라고들 배우지 않나. 그것만큼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 스태프, 나 때문에 최소 몇 달은 더 살 거다. 최근엔 스태프에게 담배 못 피우게 한 걸로 금연홍보대사 타이틀까지 얻었다. “촬영 끝났다고 또 다들 줄 담배 피우시는 건 아니겠죠? 민휘한테 걸리면 혼나요~.” 박 감독 “민휘는 배꼽시계라도 달고 사는 걸까?” 영화 촬영을 하다 보면 식사 때를 놓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는 밥 때를 놓쳐본 기억이 거의 없다. “감독님 배 많이 고픈데… 밥 먹고 하면 안 돼요?” 다른 건 다 참아도 배고픈 것만큼은 못 참는 아이. 민휘의 한마디는 마치 식사 때를 알리는 자명종처럼 정확한 시간에 시끄럽게 울려댄다. 민휘는 배꼽시계라도 달고 사는 걸까? 보면 볼수록 귀엽고 재미난 녀석이다. 하루는 개와 함께 민휘가 집 앞 골목길을 달리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그런데 사람도 아닌 동물과 호흡을 맞춘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개가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며 속 썩이길 수차례. 찍고 또 찍고, 찍고 또 찍고…. 그런데 민휘의 행동이 이상하다. 갑자기 개 앞으로 다가가더니 개에게 말을 거는 게 아닌가. “너! 잘해야 돼. 열심히 해야 돼. 너 때문에 자꾸 찍고 또 찍고 하잖아. 네가 잘해야 하는 거야.” 마치 사람에게 얘기하듯 개를 대하는 민휘. 그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모른다. 그런데 신기한 건 개도 민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보였다는 거다. 민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 전까지 꿈쩍도 않던 개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우리가 지시하는 방향대로 움직여주는 게 아닌가? 촬영이 끝난 후 민휘는 “잘했어, 수고했어”라며 개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사랑해, 말순씨’의 촬영 내내 민휘가 있어 행복했다. 민휘의 말대로 민휘가 남들보다 하나 더 가진 스물한번째 염색체는 ‘행복 염색체’가 맞다. 글 / 최은영 기자 사진 / 손경현

      2005.11.01 00:00

    • 화제

      향기로운 그녀, 향기로운 인생‘생활 아로마’전파에 나선 남성옥

      “아로마테라피알고 부터 병원갈 일 없어졌어요. 온 집안에 건강이 넘치죠” 향기로 하루를 시작해, 향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이 있다. 한국생활아로마협회 남성옥 회장이 그 주인공. ‘더 이상 아로마는 특수한 계층을 위한 전유물이 아니다’ 라고 부르짖는 향기 전도사, 남성옥 회장에게 듣는다.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는 향기의 신비. 쉽고 편한 아로마테라피로 생활에 활력 “티트리는 벌레에 물렸을 때 가려움 제거에도 도움이 되지만 가족 여행시 갑자기 다쳐서 피가 날 때 응급처치용으로도 그만이에요. 전 집에서 비누를 직접 만들어 쓰죠. 내 피부에 딱 맞는 나만의 천연 아로마 비누를 쓰다보면 시중에서 파는 화학비누는 못 쓰게 된다니까요. 아토피를 비롯한 알레르기성 피부질환도 걱정 없어요. 세탁을 할 때 레몬 오일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옷 색깔이 더욱 선명해지구요. 헹굴 때 라벤다나 티트리 오일을 몇 방울 섞어주면 살균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요. 아로마를 알고 나서 우리집 네 식구 감기 한 번 걸린 적이 없답니다. 매달 꼬박꼬박 지출되는 의료보험료가 아까울 정도예요.” 남성옥씨의 공식 직함은 한국생활아로마협회 회장. 직분에 충실한 탓인지 그녀의 향기예찬은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좋은 냄새만 맡고 사는 사람은 뭔가 달라도 다른가 보다. 몸에선 은은한 향이 뿜어져 나오고 그녀의 얼굴에선 시종일관 잔잔하면서도 부드러운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부산 경성대 약학과를 졸업, 14년간 약국을 경영해온 그녀가 대체의학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건 부산 백병원 후문 쪽에 약국을 개원하면서부터. 단골손님 대부분은 난치병으로 오랜 기간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장기 입원환자들이었다. “처음엔 정말 큰 뜻을 가지고 약국을 시작했던 건데… 그들을 위해 약사로서 제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막상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현대 의학의 한계를 그때 깨닫게 됐죠.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때부터 영양을 기초로 하는 대체의학에 눈을 돌리게 됐고, 한의학·메가비타민 요법·허브 테라피 등을 연구했는데 그 과정에서 아로마테라피를 알게 됐죠. ‘바로 이거다!’ 싶더군요. 아토피로 괴로워하는 아이들에게 탕재를 달여놓고 먹으라고 하면 너무 써서 손사래를 치기 일쑤예요. 메가비타민 요법으로 편두통 치료에 효과를 보긴 했지만 워낙 많은 양의 비타민을 먹어야 하니 그 또한 괴로운 일이더라고요. 하지만 아로마테라피는 달랐어요. 손쉽게, 편하게 실생활에 응용이 가능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더라고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실생활 속 용어가 되어 버린 ‘아로마테라피’ 어떤 향을 맡느냐에 따라 들뜬 마음이 가라앉기도 하고, 우울한 기분이 맑아지기도 한다. 우리의 정서에 후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하지만 아로마를 생활 속에서 내것으로 만들며 사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도구 및 장비가 비싸서, 사용법이 까다로워서 등이 그 이유. 아로마테라피의 효능을 몸소 느끼고 체험한 바 있는 남성옥 회장은 그 점이 늘 안타까웠다며 협회 설립 이유를 밝혔다. 그녀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생활아로마협회는 누구나 손쉽고 저렴하게 아로마를 배우고 사용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 약사, 의사, 한의사, 피부미용과 학원장, 피부미용과 교수 등 대체의학을 연구하는 전문가 집단 20여 명이 주축이 되어 지난 8월 설립, 현재 1천5백여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더 이상 특수한 계층의 고급화되어 있는 아로마가 아닌, 어느 정도의 교육만 받으면 안전하게 실생활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생활 속의 아로마를 보급해나가는 것이 이 협회의 설립 취지. 지난 9월 2일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 대구, 창원의 4개 도시에서 2백21명의 제1기 교육생을 배출해낸 한국생활아로마협회의 커리큘럼은 평소 아로마에 관심 많던 사람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한달 강습비가 9만9천원으로 저렴하다는 게 첫번째 인기 비결. 교육 즉시 배운 것을 실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게 4주 중 2주는 실습 위주의 커리큘럼을 마련해놓고 있다는 것 또한 기존 강의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아로마테라피를 보다 전문적으로 공부해 창업 아이템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은 창업과정 커리큘럼을 눈여겨볼 만하다. 경기가 어려운 요즘, 정식 매장을 차려 놓고 아로마 사업을 벌이기엔 무리가 따르지만 주부들이 집에서, 혹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숍에서 부수입을 올리고자 할 때는 사업적으로도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는 게 남성옥 회장의 설명이다. 직장 여성들을 위한 생활 속 아로마테라피! 아로마 이용한 스트레스 해소법_ 직장인의 공공의 적, 스트레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오히려 유익한 것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지만,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지면 과로 증후를 초래하게 된다. 스트레스엔 피곤한 정신을 상쾌하고 맑게 정화시켜 주는 파인이나 페퍼민트, 제라늄, 로즈마리 등의 향이 도움이 된다. 시간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체온과 같은 온도의 욕탕에 원하는 에센셜 오일을 몇 방울 떨군 후 몸을 담궈 목욕을 하고, 시간이 부족하다면 램프를 이용, 그 마저도 시간이 안 된다 싶으면 손수건에 1∼2방울 오일을 떨궈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업되는 것을 곧바로 느낄 수 있다. 생리통, 생리불순엔 향기좌욕법이 최고_ 여성은 생애 대부분에 걸쳐 매월 생리를 한다. 생리가 병은 아니지만 수반되는 아픔과 불쾌감은 견디기 쉽지 않다. 이때 사용하는 아로마테라피 요법이 바로 향기 좌욕. 보통 욕조나 특별히 준비된 플라스틱 용기에 바닥에서부터 10cm 정도 온수를 받아 원하는 에센셜 오일을 1∼2방울 떨어뜨린 후 잘 섞어 사용한다. 좌욕 다음으로 좋은 것은 복부 마사지. 이때 주의할 점은 에센셜 오일을 베이스 오일로 반드시 희석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리통, 생리불순에는 라벤더, 카모마일, 클라리세이지 등의 향이 효과적. 생리대를 교체할 때 패드에 에센셜 오일을 한 방울 정도 떨어뜨려 사용해보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너무 살이 쪄서, 너무 말라서 고민이라고요?_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 체중 관리가 된다면 혹 하지 않을 여성이 과연 있을까? 패출리, 히숍 등과 같은 식욕억제 오일을 이용하면 비만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주니퍼베리, 로즈마리, 사이프러스, 제라늄 등을 베이스 오일로 희석해 3% 농도로 맞춰 비만 부위를 마사지해주는 것도 효과 만점. 반대로 살이 찌고 싶은 사람은 식욕을 증진시키고, 소화에 도움을 주는 레몬·만다린·그레이프프루츠·페퍼민트 등과 같은 감귤류를 꾸준히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페퍼민트로 감기, 두통 모두 잡는다_ 요즘 같은 환절기엔 특히 조심해야 할 질병이 바로 감기다.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사용하는 에센셜 오일에는 유칼립투스, 타임, 티트리, 페퍼민트 등이 있다. 특히 페퍼민트는 두통에도 특효 향. 만성 두통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밖에 라벤더, 로즈마리, 파인 등의 향도 도움이 된다. 중요한 시험이나 미팅을 앞두고 있을 때_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나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있는 직장인은 너무 긴장을 한 탓에 오히려 일을 그르치기 쉽다. 이럴 땐 적당히 긴장을 풀어주면서 동시에 정신을 집중시켜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절실해지게 마련. 이런 사람에겐 로즈마리, 레몬, 페퍼민트가 제격이다. 향 목걸를 이용하거나 손수건 흡입법을 이용해 중요한 시간, 절호의 찬스를 내것으로…. 이성을 유혹하고 싶을 때 최음제 역할을 하는 아로마오일_ 섹스 어필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여기서 에센셜 오일은 아주 큰 도움이 된다. 감정을 자극하고 성(性)적으로 흥분하게 하는 에센셜 오일은 많이 있다. 로즈, 재스민, 일랑일랑, 샌달우드, 패출리, 클라리세이지 등이 그 대표격. 이 에센셜 오일들은 모두 이상적인 최음제로 작용, 이성을 성적으로 흥분케 하는 마법 같은 힘을 보여준다. 자료제공 / 한국생활아로마협회(서울 6734-3633, 부산 051-556-9550, 창원 055-288-1267, 대구 053-745-8842, 의정부 031-875-8515)  글 / 최은영 기자 사진 / 신규철

      2003.10.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