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졸업앨범 찍기 전 ‘딥페이크 예방 서약서’ 제출까지···교육부는 디지털성폭력 ‘SOS 가이드’ 배포... 구매신청을 받으며 함께 배포한 서약서. 독자 제공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초등학교는 최근 졸업앨범 구입 신청과 관련된 가정통신문을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가정통신문에는 예년과 같이 ‘6학년...
김원진 , 김송이 기자 2025.04.22 12:00
사회
졸업앨범 찍기 전 ‘딥페이크 예방 서약서’ 제출까지···교육부는 디지털성폭력 ‘SOS 가이드’ 배포... 구매신청을 받으며 함께 배포한 서약서. 독자 제공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초등학교는 최근 졸업앨범 구입 신청과 관련된 가정통신문을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가정통신문에는 예년과 같이 ‘6학년...
김원진 , 김송이 기자 2025.04.22 12:00
사회
‘계엄’ 연루 졸업생만 4명인데…파면 윤석열에 “충암의 아들, 수고했다”는 충암고 총동문회... ‘충암의 아들 윤석열 전직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 전 대통령은 충암고 8회 졸업생이다. 글을 보면 총동문회는 “윤석열 동문은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2022년부터 약 3년간...
윤석열 내란 재판
김송이 기자 2025.04.17 15:44
지역
고교 졸업 예정자에게도 공직 채용 기회를…경기도, 우수인재 수습직원 선발 공고... 위해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를 행정직 공무원으로 채용한다. 경기도는 3일 이같은 내용의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우수인재 추천제’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우수인재 추천제는 도내 고등(기술)학교...
김태희 기자 2025.04.03 10:37
사회 플랫
‘80년대생’부터 여성이 더 ‘고학력’인데… 졸업 후 고용률은?... 집단)로 나눠 교육 수준, 고용 등의 지표를 분석했다. 연령별로 보면 1980∼1984년생 중 대학 졸업 이상 비율은 남성 69.4%, 여성 72.1%였다. 1985∼1989년생에서 남성은 72.2%, 여성은 77.3%였다...
플랫팀 기자 2025.03.28 10:30
연예
‘서울대’ 이상윤, 13년만 졸업한 이유 “이순재 선배가 졸업 하라고”(보고싶었어)ENA 예능 ‘최화정 김호영의 보고싶었어’. 이상윤이 13년만에 서울대를 졸업한 이유를 밝혔다. 어제(13일) 방송된 ENA 예능 ‘최화정 김호영의 보고싶었어’ 6회에서는 ‘연극계의 황태자’ 이상윤이 ‘배우계의 갓파더’ 박근형과 ‘먹남매’ 최화정, 김호영을 옛 감성이 가득한 이북 음식점으로 안내하며 진한 추억 여행을 떠났다. 이날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 이상윤은 13년만에 학교를 졸업한 이유를 밝혔다. 이상윤은 00학번으로 학사 경고 누적으로 제적 당했으나 재입학을 통해 13년만인 2013년에 졸업했다. 이상윤은 서울대 졸업 관련해서 부모님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상윤은 “부모님은 졸업장 있으면 나중에 뭐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걸 포기하겠다고 하니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으셨다. 난 연기를 하고 싶으니까 연기를 해야 할 거 같다고 했다”고 부모와의 생각 차이로 인한 갈등을 고백했다. 그러던 중 선배 배우 이순재의 말 한마디가 그를 바꿔놓았다. 당시 이상윤은 이순재와 드라마를 같이 하게 됐는제 ‘졸업은 했냐’는 이순재의 질문에 ‘못했다’고 대답했더니 ‘졸업은 해라’라고 조언을 했다. 결국 이상윤은 이순재의 조언을 받아들여 13년만에 서울대를 졸업한 것. ENA 예능 ‘최화정 김호영의 보고싶었어’. 그런가 하면 이상윤과 박근형은 연기자 선후배를 넘어선 두터운 우정으로 부러움을 자아냈다. 박근형의 추천으로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에 합류한 이상윤은 박근형이 직접 자신의 연극 관람 리뷰까지 챙겨준다며 경외감을 표했다. 박근형은 “내가 추천했기 때문에 특별한 배우가 되길 바란다”면서도 “주변에서 좋게 볼 때 속으로 기쁘다”고 츤데레 매력을 뽐냈다. 특히 박근형은 과거 활동사진을 직접 없애는 중이라고 밝혀 모두를 의아하게 했다. 그는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가족사진만 남기고 사진을 정리했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수많은 트로피를 처리하는 문제로 고민하자 김호영은 “선생님은 부담이라고 표현하셨지만, 자식 입장에선 영광이자 자랑”이라고 박근형의 걱정을 덜어줬다. 뿐만 아니라 박근형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배우 신구와 마지막 앙상블을 펼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102회 연속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으며 매회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로 역사에 남을 공연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에 박근형은 “영광스러움은 나이 먹어서도 받는 게 좋다”며 순수한 면모를 드러냈다. 끝으로 66년 차 배우 박근형은 배우로서 갖는 최종 목표에 대해 “누워서 연기할 수 있을 때까지, 불러주지 않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대를 이어 상윤이도 있고, 떠난 다음엔 후배들의 연기를 구경하면 된다”며 연기와 후배를 향한 무한 애정을 듬뿍 표현했다. 스타들의 인생 단골집을 통해 깊은 인생철학까지 나눌 수 있는 ‘최화정 김호영의 보고싶었어’는 매주 일요일 밤 9시 20분에 방송된다.
서형우 온라인기자 2025.04.14 16:41
연예
‘미스쓰리랑’ 김소연, 졸업식까지 ‘승률 1위’로 유종의 미TV조선 ‘미스쓰리랑’ 방송 캡처 가수 김소연이 ‘미스쓰리랑’ 승률 1위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김소연은 지난 2일 방송된 TV조선 ‘미스쓰리랑’에 출연해 ‘쓰리랑 졸업식’ 특집을 꾸몄다. ‘쓰리랑 졸업식’ 특집에서는 김연자와 진성이 출연했다. 김소연은 졸업식 오프닝쇼로 김연자와 함께 ‘10분내로’ 무대를 펼쳤다. 이어 김소연은 4라운드에서 오유진과 대결했다. 김소연은 “1위가 괜히 1위가 아니라는 걸 한번 보여줘야겠다”라며 승률 1위답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남다른 위엄을 드러냈다. 김혜연의 ‘바로 내 남자’를 선곡한 김소연은 애교 넘치는 표정과 무대 매너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이에 걸맞은 완벽한 가창력으로 분위기를 압도했다. 특히 김소연은 댄서들과 함께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상큼 발랄한 매력을 전달했다. 김소연 특유의 긍정 에너지가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이에 김소연은 마지막까지 승리를 거뒀고, 김연자는 “대단하다”며 감탄했다. 그러자 김소연은 김연자에게 달려가 안기는 애교 넘치는 후배의 모습으로 훈훈함을 자아냈다. 김소연은 TOP7 멤버들과 함께 김종환의 ‘백년의 약속’ 단체 무대를 선보였다. 감동의 무대 후 김소연은 학사모를 쓰고 졸업장을 받으며 추억을 회상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한편, 김소연은 ‘미스트롯3’에서 탁월한 보컬 실력은 물론, 밝은 미소와 비타민 같은 매력으로 주목받아 TOP7에 올랐다.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 및 콘텐츠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손봉석 기자 2025.04.03 23:48
연예
‘미스쓰리랑’ 졸업식 피날레···경연 방불TV CHOSUN ‘미스쓰리랑’ ‘미스쓰리랑’ 감동의 졸업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4월 2일 방송되는 TV CHOSUN ‘미스쓰리랑’ 47회는 지난 1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쓰리랑 졸업식’ 특집으로 꾸며진다. ‘미스쓰리랑’의 시작을 함께했던 첫 회 게스트 ‘원조 한류스타’ 김연자와 ‘트롯계 대부’ 진성이 최종회 게스트로 합류해 감동을 더한다. 이날 방송에서 TOP7은 각각 ‘연자반’과 ‘진성반’으로 나뉘어 1대1 끝장 데스매치를 벌인다. ‘미스쓰리랑’에서 겨루는 마지막 대결인 만큼 출연진 모두 심혈을 기울인 무대를 준비했다는 전언. 특히 이날 녹화에 참여한 스페셜 게스트 양지은에 따르면 “오늘 멤버들 다 경연하듯이 노래를 했다”라고 전해져 기대감을 자아낸다. TV CHOSUN ‘미스쓰리랑’ 무엇보다 대결 시작 전 공개된 ‘미스쓰리랑’ 1년 종합 성적표가 출연진들의 승리욕을 더욱 자극했다고 한다. 그중 하위권에는 모두의 예상을 깬 의외의 인물이 이름을 올렸다는데. 과연 ‘최연소 꼴찌 클럽 회장’ 오유진과 어깨를 나란히 한 멤버의 정체는 누구였을지 궁금증이 쏠린다. 이와 함께 ‘미스쓰리랑’ 팬들을 위한 TOP7의 합동 스페셜 무대가 예고돼 본 방송을 향한 기대를 치솟게 한다. TOP7은 김종환 ‘백년의 약속’으로 감동의 하모니를 선사,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무대를 완성한다. TOP7의 노래를 듣던 현장 관객들은 멤버들의 진심 어린 마음이 느껴져 울음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는데. 뿐만 아니라 김연자의 ‘어머니의 계절’과 진성의 ‘그 이름 어머니’ 등 시청자들을 짙은 감성의 숲으로 이끌 스페셜 무대가 최종회에서 펼쳐질 전망이다. 한편, TV CHOSUN ‘미스쓰리랑’ 최종회 ‘쓰리랑 졸업식’ 특집은 4월 2일 수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안병길 기자 2025.04.01 17:16
연예
김대명, 21년 만에…감격의 대학 졸업장김대명 졸업 사진. 사진 김대명 SNS 캡쳐 배우 김대명이 입학 21년 만에 감격의 졸업장을 받아들었다. 김대명은 지난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졸업!”이라는 글과 함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성균관대학교 내 명륜당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함께 출연한 배우 정경호와 이 작품을 연출한 신원호PD도 김대명의 졸업을 축하했다. 김대명은 5수, 천신만고 끝에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04학번으로 입학했지만, 졸업 필수 요건을 채우지 못해 지난 21년을 수료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결국 졸업여건을 채워 다른 학생들보다 길게는 5배, 짧게는 3배 정도 긴 대학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김대명은 대학 입학 이후 2006년 연극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로 데뷔해, 2014년 tvN 드라마 ‘미생’에서 김동식 대리 역을 연기했다. 그는 오는 8일 첫 방송 되는 JTBC 드라마 ‘협상의 기술’에 출연할 예정이다. 이 작품에는 김대명과 함께 이제훈, 성동일, 장현성, 오만석 등이 출연한다.
하경헌 기자 2025.03.03 17:52
사회
“교장 참석을 거부합니다” 제주 A고의 특별한 졸업식교장·교감, 교내 불법 촬영 은폐·피해 교사들에 2차 가해 학생들, 학교장 이름 없는 졸업장 요구 등 강경하게 대처 지난해 12월 말 열린 제주 A고등학교의 ‘학교장 없는 졸업식’에서 한 학생이 ‘고별사’를 전하고 있다. /학부모 제공 2024년 새해를 며칠 앞둔 12월 말의 어느 날. 제주의 A고등학교에서 조금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을 앞둔 학교 풍경은 여느 졸업식과 다를 게 없다. 이별과 시작이 교차하는 자리. 반쯤 들뜬 학생들과 꽃다발을 한 아름 안아 든 부모들. 마지막 교가를 부를 땐 눈물이 글썽이는 학생들도 보인다. 평범한 풍경에도 이날 졸업식이 특별했던 이유가 있다. 졸업식은 내내 학교장과 교감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학생들이 교장·교감의 참석을 거부했다. 학생들이 받아든 졸업장도 남달랐다. 보통은 졸업장을 수여하는 학교장의 이름이 들어가지만 이날 졸업장에는 학교장의 이름이 빠진 채 학교 이름만 들어갔다. 이 역시 학생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졸업식은 입학식과 함께 학교의 가장 큰 연례행사이자 경축일이다. 교장과 교감이 모두 참석을 거부당한다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졸업장에서 학교장의 이름을 삭제한 것도 ‘파격’을 넘어 ‘파문’에 가깝다. 사실 졸업식 당일 아침까지만 해도 식순에 ‘교장 축사’가 들어 있었다. “참석을 강행할 경우 졸업식을 보이콧하겠다.” 학생들의 강경한 태도에 교장이 결국 물러섰다. A학교에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학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학교장은 ‘쉬쉬’ 사건은 지난해 10월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 체육관에 딸린 여자 화장실을 이용하던 교사가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다. 화장실에 놓여 있는 ‘갑 티슈’ 한 통.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에 열어본 교사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갑 티슈 안에는 동영상 녹화 기능이 켜진 스마트폰이 들어 있었다. 그는 즉시 교장에게 ‘화장실 내 불법 촬영’ 사실을 알렸다. 해당 화장실은 교사·학생 모두 이용하는 곳이다. 학교폭력(학생이 피해자)인지 교권침해(교사가 피해자)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 교육부의 ‘2023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사안 대응 업무 가이드(성폭력 가이드)’를 보면 교내 성폭력 범죄 발생 시 바로 교육청과 수사기관에 통보 및 신고하도록 돼 있다. A고 사건도 발생 당일 통보와 신고가 모두 이뤄졌다. 이튿날 불법 촬영한 같은 학교 학생(가해자)이 집 근처 지구대를 찾아가 자수하면서 사건이 본격화됐다. 사건 발생 이후 최근까지 석 달여간 제주 지역사회를 뒤흔든 이른바 ‘A고 불법 촬영 사건’의 시작이었다. 사건은 가해자의 자수로 쉽게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사건 처리 과정에서 학교·도교육청·경찰이 약속이나 한 듯 부실 대응을 거듭했다. 사건의 진상규명이 늦어졌고,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까지 발생했다. 교육부의 성폭력 가이드는 처음부터 작동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시 가장 먼저 취해야 하는 조치가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조치임에도 지켜지지 않았다. 가해자는 지구대에 자수한 당일에도 등교했다. 경찰은 “무죄 추정원칙”이라며 등교를 막지 않았고, 교장은 방관했다. 이 때문에 불법 촬영 피해 교사가 교실에서 가해자와 만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 교사는 이튿날 병가를 냈고, 그제야 가해자는 ‘병결’로 처리돼 등교가 금지됐다. 2021년 안양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견된 ‘갑 티슈’ 안 불법 촬영 장치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경기교사노조 제공 며칠 뒤에는 교감이 황당한 요구를 했다. 또 다른 피해 교사 등 여교사 2명에게 “가해자 가정방문을 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학교폭력 진술서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찾아가 대면하라고 요구하는 건 명백한 2차 가해다. 피해 교사 등은 교감(남교사)이나 학교 경찰(스쿨 폴리스)의 동행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가정방문에서는 가해자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등 위압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교감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 교사의 거듭된 병가 요청도 번번이 불허했다. 피해 교사가 직접 대체 기간제 교사를 구한 뒤에야 병가를 낼 수 있었다. 교장은 사건을 감추는 데 급급했다. 피해자인 여교사들이 사건의 진행 결과 공개 및 공론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그 사이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고 가해자에 대한 퇴학 처분이 내려졌다. 학교 측의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해 문제 제기(제주교사노조) 및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그제야 교장은 여교사들과 면담을 갖고 교내 사건의 발생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사건 발생 20여 일이 지난 뒤였다. ■도교육청은 우왕좌왕, 경찰은 ‘부실 수사’ 의혹 경찰 수사 결과 가해자는 9월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교내 화장실 3곳에서 불법 촬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촬영된 신체와 얼굴 등 피해 사실이 확인된 피해자만 교사·학생을 포함해 50여명이다. 그럼에도 학교는 사건 발생 한 달이 넘도록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범죄 발생 사실을 숨겼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서”(학교장)라는 이유를 댔다. 학부모들에게 범죄 사실을 알리는 가정통신문이 발송된 건 지난해 11월 말이었다. 제주도교육청은 학교 관리·감독과 지원 의무가 있다. 이번 사건은 교내 성범죄가 학교폭력인 동시에 교권침해인 사안이다. 사건 발생 초기부터 도교육청 유관 부서의 통합대응이 필요했지만 우왕좌왕했다. 그 결과 피해 교사와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와 지원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학부모와 학생, 교사 등이 자구책으로 ‘불법촬영피해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대응에 나섰다. 이후 대책위 요구로 도교육청 주최 공청회가 열렸고, 최근까지 양측이 주기적으로 만나 후속 대책을 논의 중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다수이고, 교사와 학생이 모두 피해자인 까닭에 관련 매뉴얼이 없어 초기 대응이 미숙했던 부분이 있다”며 “현재 대책위와 소통하며 교내 안전 대책 마련 및 피해자 지원 등 후속 조치를 이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는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피해 교사 등에 따르면 경찰이 사건 관련 피해자와 가해자 조사에 착수한 건 11월 초였다. 가해자가 자수한 지 10여 일이나 지난 뒤다. 사건의 주요 단서가 될 가해자의 스마트폰, SNS 계정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포렌식도 뒤늦게 이뤄졌다고 피해 교사 등은 주장한다. 대책위가 경찰서를 항의 방문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초 학교에서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한 경찰의 수사 결과 설명회가 열렸다. 대책위 관계자는 “경찰이 초기에는 피해자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피해자 모두를 ‘신원 미상’으로 처리하려고 했다”며 “사건을 축소해 수사하려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수사를 진행한 경찰 관계자는 “포렌식 등 과정에서 초동대응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피해 및 혐의 사실을 모두 밝혀 검찰로 송치했다”며 부실 수사 의혹을 부인했다. ■의연했던 학생들, ‘교장 없는 졸업식’으로 ‘응답’ ‘교장·교감 없는 졸업식’이 열린 제주 A고교에서 졸업식 후 교내 밴드의 축하 공연이 열리고 있다. /학부모 제공 검찰은 가해자에 대해 장기 징역 7년, 단기 징역 4년, 취업제한 10년 등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본래 지난 1월 17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검찰 추가 포렌식 과정에서 가해자가 불법 촬영물을 10여 차례 이상 유포한 혐의가 새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불법 촬영물 유포 혐의 등을 기존 혐의와 병합해 재심리할 방침이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더 무거워질 수 있다. 재판과정에서 피해 교사와 학생들은 제대로 된 법률 지원을 받지 못해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도교육청은 처음엔 피해 교사에 대한 변호사비 지원을 거부해 노조에서 변호사 비용을 지원했다.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피소된 경우에만 변호사비를 지원하도록 돼 있는 규정 탓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도교육청은 “일부 비용을 지원하고, 관련 제도의 개선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도 십시일반으로 변호사비를 모금했다가 도교육청으로부터 뒤늦게 법률지원을 받아 소송을 진행했다. 어른들이 ‘못난’ 모습을 보이는 동안 정작 의연했던 건 학생들이다. 학교가 수능을 이유로 늑장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기 전 학생 상당수는 불법 촬영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피해자일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큰 동요 없이 수능을 치러냈다. 사태를 보고만 있지도 않았다. 학생자치회는 학생들의 피해 상황과 원하는 후속 조치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화장실 가기가 두렵다”, “가만히 있으면 동영상 녹화·중지 버튼음이 자꾸 들리는 것 같아 괴롭다” 등의 호소가 잇따랐다. 학생자치회는 설문조사를 근거로 도교육청과 대책위의 회의에 매번 참석해 학생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교장·교감 없는 졸업식’은 그 결과물이다.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 했던 교장·교감을 향해 학생들이 내놓은 ‘응답’이기도 하다. 이들은 서로의 의견을 물어가며 졸업식을 직접 기획했다. 각 학년 대표가 나와 선후배에게 남기는 말을 전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졸업식 행사 뒤에는 교내 밴드의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강당 한켠에는 포토존도 예쁘게 꾸몄다. 한 학부모는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음에도 졸업식이 초라하지 않게 학생자치회에서 최대한 준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로 연대하고 위로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사건 관련 교장·교감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라며 “감사가 끝나는 대로 인사(전보) 및 징계 조치를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2024.01.19 15:00
사회 렌즈로 본 세상
[렌즈로 본 세상]아쉽고 허전한 낯선 졸업식졸업 시즌입니다. 코로나19가 졸업 풍경을 바꿔놓았습니다. 지난 1월 13일 서울 용산구 원효초등학교에서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졸업식에서 교장선생님과 6학년 담임선생님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졸업생과 학부모들은 집이나 직장에서 온라인으로 접속해 실시간으로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일일이 졸업장을 건네지 못하는 걸 섭섭해했습니다. 졸업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6학년 1반 전서현양은 모니터를 통해 “낯선 졸업식이 아쉽고 허전해요”라고 말하면서도 선생님께 감사를, 친구들의 새로운 중학교 생활을 응원했습니다. 졸업식이 종료됐는데도 아이들은 온라인 접속을 쉽게 끊지 않았습니다. 선생님들도 모니터를 향해 오래오래 손을 흔들었습니다.
사진·글 강윤중 기자 2021.01.18 11:10
사회 렌즈로 본 세상
[렌즈로 본 세상]코로나 시대 ‘드라이브 인’ 졸업식코로나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비대면’이란 단어가 이제는 낯설지 않다. 학교수업, 종교활동, 공연장 등 일상에 비대면이 익숙해지고 있다. 지난 8월 21일 하계 학위수여식이 열린 서울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 운동장에서는 차량 100여대가 모여 ‘드라이브 인’ 졸업식이 열렸다. 이날 졸업생들은 “웃프지만 재밌다”, “졸업 축하해, 나의 동기들아”, “박수 대신 클랙슨 빵~빵!”, “드라이브 인 졸업식 감동, 대박!” 등 실시간 채팅으로 졸업을 자축했다. 학사모를 쓰고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차량 앞에서 잠깐 허락됐을 뿐이다. 자동차 경적이 박수 대신 새로운 시작을 응원했다. 승용차 위 학사모가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을 상징하는 듯하다.
사진·글 김기남 기자 2020.08.28 14:23
사회 렌즈로 본 세상
[렌즈로 본 세상]코로나19 때문에… 쓸쓸한 졸업식 풍경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면서 대학 졸업식이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정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예년 같으면 졸업식을 맞아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꽉 차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기념사진이라도 남기려 학교를 찾은 일부 졸업생들만 간간이 눈에 띄었다. 졸업 시즌을 맞아 특수를 누려야 할 사진사와 꽃 파는 상인들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꽃도 없이 기념촬영을 하는 외국인 졸업생 가족을 말없이 바라보는 상인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 코로나19 역시 생채기를 남긴 채 지나갈 터. 2003년 사스도, 2015년 메르스도 그랬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면서도 공생의 지혜를 강구할 때다.
사진·글 김기남 기자 2020.02.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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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토리엄 졸업, 이제 공공성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지난 2010년 이후 성남시는 독특한 지방자치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전례 없던 지방정부의 ‘모라토리엄’ 선언. 불가능할 것 같았던 부채 청산이 이뤄졌고, 새롭게 시작한 민선 6기는 이제 공공성 강화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 10월 13일 성남시청 집무실에서 이재명 시장을 만났다. 공장 노동자에서 인권변호사로, 시민운동가로, 행정가로 그를 끊임없이 나아가게 했던 힘은 시민이 국가의 주인이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곧 하나의 민주주의라는 철학과 신념에 있었다. 3년 6개월 만에 빚 청산, 재정 건전성 회복 이재명(50) 시장이 집무를 보는 시장실은 성남시청 2층 한쪽 구석에 위치해 있다. ‘아방궁’이라 불렸던 9층 시장실을 시민들을 위한 북카페로 개방하고 2층에 있던 작은 도서관으로 시장실을 옮긴 건 취임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이다.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라던 그의 바람대로 시민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이 시장을 만난다. 바쁜 업무 때문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시민들과 일일이 긴 대화를 나누기는 힘들지만 소소한 안부를 물으며 어르신, 아이들과 사진도 찍곤 한다. 시청의 문턱을 낮추고 격의 없이 시민들을 만나는 일은 이제 특별할 것 없는 그의 일상이 됐다. 지난 6·4 지방선거를 통해 또 한 번 성남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이재명 시장은 2010년 취임 초기부터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온 인물이다. 지방정부 처음으로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을 선언. 당시 수천 억원의 빚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던 성남시의 재정 상황을 공개하고 빚 갚는 것을 일시 유예하며 연차적으로 나눠 갚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그후 이 시장과 성남시 공무원, 성남 시민들까지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통을 감수했고 지난 1월, 성남시는 총 4천5백72억원의 빚을 갚고 재정 건전성을 회복했다. 모라토리엄 선언 3년 6개월 만이었다. 어떻게 가능했냐는 물음에 이 시장은 “시민들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라고 말했다. “처음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을 때 충격이 상당했어요. 많은 분들이 부패한 자치단체의 적나라한 현실에 놀라셨죠. 그냥 열심히 갚으면 되지 왜 동네방네 소문을 내느냐 질타하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하지만 솔직하게 알리고 동의를 구했기에 대규모 예산 삭감과 긴축에도 반발이 없었어요. 처음에 욕하셨던 분들도 단기간에 빚을 털고 나니 박수를 쳐주시더라고요.” 이재명 시장조차도 연간 부채 상환액을 5백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출 우선순위를 정하고 방만한 재정 집행을 바로잡으니 계획보다 훨씬 빨리 빚을 갚을 수 있더라는 것. 이는 전임 정부의 시 재정이 얼마나 방만하게 운영돼왔는지를 보여준다. “권한이나 예산을 남용하지 않고 공정하게 꼭 필요한 곳에 쓰면 충분히 가능해요. 똑같은 세입예산을 가지고 전임 정부는 7천2백85억원을 빚으로 만들었고 저희는 1년에 1천5백억원씩을 갚아나갔어요. 불필요하게 새는 돈이 많았다는 얘기죠. 정부도 마찬가지예요.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4대강 같은 사업 안 했으면 대부분의 복지 공약 다 지킬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 식으로 늘어나는 국가 부채를 서민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는 상황이에요. 도둑이 1백만원을 훔치면 1백만원만 손해를 보는 거지만 공직자들이 1백만원을 훔치면 그 피해 규모는 수십 배, 수백 배가 됩니다. 부정부패하지 않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권한을 행사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여력은 얼마든지 있어요.” 서민 ‘빚 탕감 프로젝트’ ‘성남형 IMF’ 졸업을 선언한 성남시는 그간의 부채 정리 노하우를 적용해 최근 서민 ‘빚 탕감 프로젝트’에 나섰다. 범사회 연대를 통한 모금 운동으로 장기 연체 부실채권을 사들여 없애는 사업이다. 지난 9월 있었던 출범식에서는 성남 지역 6개 채권매입추심업체에서 기부받은 10년 이상의 장기 연체 부실채권 26억원을 소각해 1백71명을 구제하기도 했다. 그가 “시장 4년을 하고 나니 빚 갚기 전문가가 됐다”라며 웃어 보인다. “성남에서 모범적으로 대규모 부채 탕감을 해보자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채권자에게는 거의 가치가 없는 채권인데 채무자에게는 인생의 족쇄가 되는 빚이라는 거예요. 채권자 입장에서의 가치와 채무자 입장에서의 가치가 무척 차이가 나는 거죠. 이 부실채권들을 아주 싼 가격으로 정리를 해주면 채무자는 무거운 빚의 무게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사실 빚 탕감 이슈가 나올 때마다 함께 대두되는 것이 바로 도덕적 해이다. 개인의 나태와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빚을 왜 대신 갚아주느냐 하는 것이다. 이재명 시장 역시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 “빚 탕감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이미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사람들이에요. 직장도 다니지 못하고 빚쟁이들에게 쫓겨 도망 다니느라 주민등록도 못해요. 가정이 깨지고 사람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한 개인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빚이 사실은 그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부실채권을 싼값에 사들여 채무자들을 엄청난 고통에서 구제하는 것, 쉽게 말해 1만원을 주고 1백만원의 채무를 없애준다는 점에서 이 사업의 의미와 효율성을 찾아볼 수 있어요.” 앞으로 성남시는 부실채권 시장에서 헐값으로 떠도는 악성 채권을 사들이기 위한 범사회 연대 모금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다. 성남 지역 채권매입추심업체에 남아 있는 50억원의 부실채권 역시 저가로 매입해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의 빚을 탕감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간다. 이재명 시장의 이와 같은 의지는 빚 탕감을 인권의 문제로 해석하는 그의 관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개인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역시 정부와 공적 영역이 해야 할 의무 중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빚이라고 하는 게 전적으로 한 개인만의 잘못은 아니거든요. 10년, 20년, 30년이 지나도 계속 불어난다는 게 말이 안 돼요. ‘희년’이라고 해서 50년이 지나면 빚을 탕감해주잖아요. 빚으로 인해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정상적인 경제활동 영역으로 편입시킬 필요가 있어요. 그것이 국가경제를 정상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간다운 삶’ 위한 공공성 강화 서민 ‘빚 탕감 프로젝트’를 비롯해 성남시가 중점을 두고 있는 핵심 사업은 바로 ‘공공성 강화’다. “서민들의 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앞으로 폭탄처럼 터지는 일만 남았다고들 하죠. 공공성이 희박해서 그래요. 사회의 문제를 너무나 사적 영역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어요. 서민들의 삶이 힘들어지니 수요가 사라지고 경제 환경도 망가지고 있고요. 현재 우리 사회의 제일 중요한 화두가 공공성 강화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핵심 가치로 여러 영역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어요.” 기존에 해왔던 복지와 참여, 소통을 기본으로 현재 민선 6기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영역은 교육과 의료 그리고 안전이다. 지난 4년간 다져온 토대 위에 시민들의 건강한 삶과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 그리고 안전을 지키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저는 중·고등학교를 못 다녔지만 검정고시를 치르고 어찌어찌 대학을 갔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소위 신분 상승이라는 것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기회가 원천 봉쇄됐어요.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은 사라지고 개천은 말라서 지렁이도 살 수 없는 상황이죠. 양극화 현상으로 부모들의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가 그대로 자식에게 대물림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사교육을 공교육의 영역으로 가져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도 진행 중이고요.” 이와 같은 취지로 성남시는 공교육에서 창의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다. 성남시의 모든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획일화된 교육 체계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재능과 창의력을 살린 자기주도 배움 중심 교육을 지원하는 중이다. 현재 전국 최고 수준의 교육예산을 앞으로 해마다 늘려나갈 계획이다. 경기도가 교육청 혁신 교육 사업의 효시이니만큼 서로 협력해 모범적인 교육 공공성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을 거라 본다. 시민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건강을 위협받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 역시 강하다. 시민들의 건강이 돈벌이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의료 영역에서 사적 의료와 공적 의료 중 공적 의료의 비중을 보면 유럽은 대개 70%, 미국과 남미는 30%, 우리나라는 10%로 현저히 떨어져 있어요. 개인이 병들고 다쳤을 때 치료하고 복구하는 게 개인의 책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죠. 취약해지고 있는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전 시민 주치의제, 공공 산후조리원 건립 등을 통해 의료 공공성을 확보해나갈 계획입니다.” 시민운동가 시절 시립의료원 건립 운동에 몸담았던 그는 지난해 성남시립의료원 건립의 첫 삽을 떴던 순간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10년 전 시립의료원 건립을 처음 제기하고 이를 추진할 주민 발의 조례를 통과시키기 위해 노심초사하던 불면의 밤들이, 주민 조례를 부결한 시의회에 항의하다 수배를 받고 숨어야 했던 그 울분의 날들이 기공식 폭발음과 함께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었단다. ‘내가 시장이 된다면 이것은 할 수 있을 텐데’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정치인이 되겠노라 결심하게 한 숙명의 사업이기도 했다. “공공성은 마땅히 누려야 할 인간다운 삶을 밑받침하는 기본입니다. 현재 가장 기본적인 사회구조, 건강하게 아이를 낳아서 건강하게 기르고 또 건강하게 독립시키는 일조차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피폐해진 시민의 삶을 일으킬 공공성 확대와 건강한 사회 투자가 시급하다고 봅니다.” 깨어 있는 시민이 국가의 주인이다 초등학교 졸업 후 성남 공장에서 소년 노동자로 일하다 검정고시로 법대에 진학, 사법고시 패스. 여기까지만 보면 그의 인생은 전형적인 자수성가 혹은 인간 승리의 표본으로 마무리될 만하다. 하지만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군사정권의 하수인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판검사 대신 인권변호사의 길을 택한 그는 그 후 줄곧 노동자와 시민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왔다. 쉽지 않은 길을 통과해 자치정부의 수장으로 보낸 지난 4년은 그에게 어떤 시간이었을까? “공적 영역에서의 특혜와 비리, 권한 남용이 사라지는 것, 정상적인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합리적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제 꿈이었어요. 인권변호사 활동을 통해, 시민운동가를 통해, 그리고 지금은 시장이라고 하는 지방정부 책임자 역할을 통해 그 꿈을 이어나가고 있죠. 생각해보면 매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꿈에 근접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을 찾아온 것 같아요. 판검사보다는 변호사가 나아서 변호사를 했고, 시민운동 영역에 몸담았던 것도 똑같은 이유예요. 그런 측면에서 정치라는 건 상당히 유용한 수단이에요. 다행히 정당이 민주화되며 우리 같은 사람이 정치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그 후로 제 힘으로 돌파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누구의 편도 서지 않으니 압력이나 청탁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고 그러다 보니 눈에 띌 정도로 합리적인 시정이 가능했어요. 제가 시민운동을 할 때 실무자 한 명의 연간 예산이 2천5백만원이었어요. 지금은 인구 1백만 도시에 예산이 3조원을 육박하는 시정을 맡고 있으니 이제껏 가져왔던 신념대로 꿈을 펼칠 수 있는 길이 얼마나 넓어졌겠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매우 행복합니다.” 부정부패, 재정 파탄 등 예전의 성남시가 가졌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재정 안전과 시민 중심의 시정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화시킨 것 또한 보람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시민들과 같이 만들어낸 성과에 가슴이 뛰는 그에게, 맨 처음 가슴에 품었던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자기주장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권리를 침해받는 것에 대해 반발해야 하고요. 민주주의에서 구성원 하나하나는 아주 소중한 주체이자 우주의 무게를 가진 고귀한 존재들이에요. 그 고귀한 존재들이 스스로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만든 사회고 국가입니다. 그러한 국가인데 현실에서는 대의민주주의라는 한계를 빌미 삼아 공직자들이 자기가 원하는 걸 하고 있어요. 우리가 맡긴 권한으로 우리가 낸 세금을 가지고 우리를 위해서 존재하는 정부가, 우리를 위해서 실제로 활동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 그것은 관심과 참여입니다. 깨어 있는 시민들, 깨어 활동하는 시민들이 우리 사회를 구하고 더욱 인간답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박재찬 ■사진 제공 / 성남시청>
2014.10.3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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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졸업식&입학식, 어떻게 입을까요?스타일리시한 엄마는 아이의 큰 자랑거리가 된다. 아이를 키우면서 졸업식과 입학식에 참석하는 건 몇 번 안되는 큰 행사이므로 이런 날 확실히 드레스업해야 한다. 우리 아이 기 살리는 스타일링 가이드. Style 1 Elegant 1 몸매가 드러나는 A라인 미디 원피스는 레이디라이크 룩의 정석. 이때 볼드한 목걸이와 부티힐을 매치하면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룩이 훨씬 근사해진다. 라이트 핑크, 화이트 등 파스텔톤 컬러로 성숙한 분위기를 트렌디하게 전환시킬 것. 하운드투스체크 패턴 니트 원피스 39만9천원, 티렌. 캐시미어 화이트 코트 43만9천원, 발렌시아. 플라워 모티브 목걸이 5만원대, ZARA. 라이트 핑크 클러치백 38만원, 바이커 스탈렛. 브라운 부티힐 20만원대, 에스콰이아. 딥 초콜릿 컬러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 우아한 스타일이라고 해서 꼭 원피스나 스커트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정장 팬츠에 트위드 재킷, 시폰 리본 블라우스를 매치하면 팬츠도 우아해 보인다. 이때 쇼트 스타일의 트위드 재킷과 스타일링해야 올드한 분위기의 정장 느낌을 중화시킬 수 있다. 리본 장식 레이스 블라우스 19만8천원·펄 트위드 재킷 39만8천원, 제시뉴욕. 라인 포인트 베이지 팬츠 13만9천원, ’S 쏠레지아. 드롭 귀고리 2만5천원, ZARA. 버클 장식 화이트 토트백 52만원, 바이커 스탈렛. 블랙 플랫폼 슈즈 5만9천원, 할리샵. 3 졸업식이나 입학식처럼 아이와 함께하는 큰 행사에는 한눈에 들어오는 포인트 아이템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골드 자카드 리본 블라우스 하나로 힘 있는 룩을 연출한다. 여기에 가죽 소재를 더하면 강렬한 분위기를 한껏 살려줘 특별한 날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골드 자카드 리본 블라우스 19만8천원, 제시뉴욕. 화이트 레더 원피스 가격미정, ’S 쏠레지아. 반지 3만원대, 케이트앤켈리. 블랙&화이트 배색 스틸레토힐 가격미정, ZARA. 블랙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Style 2 Elegant 1 럭셔리 무드를 살리는 데는 퍼 아이템이 제격. 계절감을 고려해 두께가 얇은 퍼 원피스를 선택하면 무리가 없다. 퍼의 텍스처와 분위기가 살아나도록 전체적으로 톤온톤 스타일링으로 마무리하면 더욱 고급스럽다. 장식이 큰 볼드한 액세서리로 럭셔리 분위기를 부각시킨다. 베이식 화이트 니트 톱 27만9천원·H라인 퍼 원피스 가격미정, g-cut. 골드 목걸이 8만9천원, 케이트앤켈리. 딥 그레이 스웨이드 롱부츠 7만5천원, 할리샵. 퍼 트리밍 롱장갑·펄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 다리 라인에 자신 있는 엄마라면 쇼츠를 활용한 룩을 추천한다. 퀼팅 레더 소재의 쇼츠와 퍼 베스트의 조화는 ‘젊은 엄마’를 표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컬러 블록 퍼 베스트의 펑키한 매력은 밍크, 폭스보다는 라쿤 퍼가 제격임을 잊지 말 것. 화이트 블라우스 13만9천원, JJ 지고트. 컬러 블록 퍼 베스트 1백59만원, 탱커스. 퀼팅 레더 쇼츠 34만8천원, 봄빅스엠무어. 체크 패턴 숄더 겸용 토트백 35만5천원, 빈폴액세서리. 화이트 부츠 6만9천5백원, 페르쉐. 버건디 컬러 패턴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3 트위드 소재의 쇼트 집업 재킷은 TPO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고급스러워 보이고 엄마의 감각까지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이다. 이때 스타일 지수를 높여주는 레깅스 팬츠와 퍼 머플러의 조력은 필수. 블링블링한 드레스보다 훨씬 고수처럼 보일 수 있다. 트위드 집업 재킷 32만9천원, VOV. 화이트 레깅스 팬츠 19만9천원, g-cut. 블랙&화이트 스트라이프 패턴 퍼 머플러 39만9천원, VOV. 파이톤 포인트 클러치백 31만5천원, 호제. 블랙 앵클힐 40만원대, 슈콤마보니. 블랙 레더 장갑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Style 3 Elegant 1 플리츠스커트 룩에 싫증났다면 투박한 오버사이즈 재킷을 걸쳐 매니시한 요소를 쿨하게 연출해보자. 스타일링의 재미를 위해 버클 장식의 워커부츠로 펑키한 요소를 더하면 부담스럽지 않은 믹스매치 룩을 연출할 수 있다. 네이비 플리츠 원피스·오버사이즈 재킷 가격미정, 탱커스. 골드 포인트 목걸이 1만원대, 풀앤베어. 스트라이프 포인트 크로스백 42만8천원, 만다리나덕. 오렌지 컬러 타이츠 1만원대·퍼 삭스 1만2천원, 삭스탑. 버클 장식 베이지 부츠 39만8천원, 슈콤마보니. 2 평범한 데님 팬츠로 스타일에 반전을 주자. 정장으로만 연출하던 트위드 재킷에 스키니 팬츠를 과감히 매치하고 미니 핸드백과 킬힐로 마무리하면 강렬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할수 있다. 엄마가 아닌 이모로 착각하게 만드는 건 룩의 숨은 포인트다. 데님 셔츠 28만9천원·로고 패치 티셔츠 17만9천원, VOV. 트위드 재킷 가격미정, 탱커스. 패치워크 디테일 스키니 팬츠 25만9천원, BNX. 미니 핸드백 11만원대, MCM. 지퍼 디테일 앵클부츠 5만9천원, 할리샵. 3 플라워 패턴의 스키니 팬츠가 지닌 임팩트만으로도 에지 있는 스타일이 된다. 여기에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그레이 코트를 매치한 뒤 팬츠와 비슷한 톤의 미디엄 부츠를 신을 것. 무채색톤이 화려한 플라워 패턴을 중화시켜 룩을 고급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다. 데님 셔츠 25만9천원·그레이 원 버튼 재킷 37만9천원, BNX. 플라워 프린트 팬츠 8만9천원, 잭앤질. 반지 4만원대, 케이트앤켈리. 퍼플 가죽 토트백 31만5천원, 호제. 스웨이드 미디엄 부츠 35만9천원, 나무하나. Style 4 Elegant 1 과하지 않은 매니시 룩을 연출하고 싶다면 부드러운 소재를 활용한다. 찰랑거리는 소재의 배기팬츠에 화이트 부클레 코트를 매치하면 여성스러운 매니시 룩이 된다. 대신 액세서리는 여성스러운 것보다 미니멀한 스타일을 선택할 것. 애니멀 패턴 크롭트 톱 34만8천원·네이비 배기팬츠 29만8천원, 봄빅스엠무어. 폼폼 패치 화이트 부클레 코트 69만9천원, 브이엘. 빅 펜던트 목걸이 6만9천5백원, 인핑크. 모직 클러치백 7만9천원, 디얼스. 버건디 컬러 앵클부츠 5만9천5백원, 페르쉐. 2 울 소재의 펜슬스커트가 우아한 여성성을 드러낸다면 가죽 소재의 펜슬스커트는 머스큘린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아이템. 여기에 자로 잰 듯 잘 빠진 스트라이프 패턴 코트를 매치하되, 이너는 블라우스를 입어 매니시와 페미닌 무드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살린다. 스카프 장식 화이트 셔츠 가격미정, 탱커스. 핀 스트라이프 패턴 코트 52만9천원, VOV. 가죽 펜슬스커트 가격미정·지퍼 디테일 블랙 부티힐 10만원대, ZARA. 하운드투스체크 패턴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3 테일러드 무드를 가장 멋지게 소화하는 방법은 역시 슈트 스타일링. 쇼츠를 활용해 간결하지만 강단 있는 룩을 완성한다. 트렌디한 라이딩부츠를 매치하면 주변 엄마들의 시선을 한껏 받을 수 있다. 베이식 셔츠 3만원대, 유니클로. 블랙 테일러드 재킷 31만9천원, 올리비아로렌. 체크 패턴 그레이 쇼츠 가격미정, 제시뉴욕. 에나멜 토트백 29만8천원, 만다리나덕. 블랙 라이딩 부츠 69만9천원, 나무하나. 스트라이프 패턴 타이·네이비 스키니 벨트·라이트 그레이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진행 / 박솔잎 기자 ■사진 / 민영주 ■제품 협찬 / 나무하나(02-512-4395), 디얼스·제시뉴욕·’S 쏠레지아(02-3442-0220), 만다리나덕(02-546-7764), 바이커 스탈렛(02-540-4723), 발렌시아·에스콰이아·호제·BNX·JJ 지고트(02-514-9006), VOV·브이엘·빈폴액세서리·슈콤마보니(02-3446-7725), 봄빅스엠무어·유니클로·페르쉐(02-3442-6292), 삭스탑·탱커스·g-cut·MCM(02-3447-7701), 올리비아로렌·티렌(02-548-3956), 인핑크·케이트앤켈리·할리샵(02-508-6033), 풀앤베어·ZARA(02-512-0728), 잭앤질(02-540-7817) ■헤어&메이크업 / 희유, 유리(아름다운 규니영, 02-3443-6880) ■모델 / 김효경 ■스타일리스트 / 이서연, 권지수(어시스트)>
2014.01.2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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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터고 졸업생에게 듣는 新바람 취업 성공기이제 막 교복을 벗고 사회에 진입한 청년 전문가들에게 연일 뜨거운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대졸자도 취업하기 힘들다는 ‘꿈의 직장’인 공기업과 대기업에서 우수한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설 정도다. 당당히 원하는 직장에 입사해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마이스터고 졸업생 4명에게 직접 들어봤다. 좁은 취업문을 가뿐하게 뚫은 그들이 말하는 新 고졸시대 취업 성공기, 지금 공개한다. Interview 1 당당한 대기업 입사를 가능하게 한 뚝심의 3년 “마이스터고는 후회 없는 최고의 선택이었어요” 김용수(20) 금오공업고등학교 정밀기계과 졸업 / 코오롱 인더스트리 구미사업소 동력팀 입사 어떻게 마이스터고에 입학하게 됐나요? 어릴 때부터 기계를 좋아하고 잘 다뤘어요. 복잡한 기계의 작동 원리를 스스로 공부할 만큼 관심도 많았고요. 중학교 3학년 때 마이스터고에 대해 듣고 ‘이거다’ 싶었죠. 어차피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다녀도 취업이 힘든 현실에서 차라리 빨리 진로를 정하자는 생각이었어요. 근데 마이스터고에 가겠다고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집에서는 “왜 실업계를 가냐”라며 심하게 반대하셨어요. 처음 마이스터고 제도가 시행되던 때라 부모님들은 실업계로 알고 계셨거든요. 어머니는 도중에 저를 응원하는 쪽으로 바뀌셨는데 아버지는 끝까지 반대하셨죠. 기나긴 설득 끝에 원서 접수 마지막 날, 나중에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쓴 후에야 원서를 낼 수 있었어요. 많은 우여곡절 끝에 입학을 했는데, 학교생활을 하면서 후회는 없었나요? 중학교 때는 학교 가는 것도 싫고 공부도 싫었어요. 그렇다고 공부를 아예 안 한 것은 아니고요(웃음). 그 당시 중간 이상의 성적을 유지했어요. 근데 마이스터고에 입학하면서부터는 공부가 무척 재밌는 거예요. 평소 좋아하던 기계 공부를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일반계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조차도 재밌어서 신기했어요.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면 친구들끼리 지나치게 친해져 학습 분위기가 안 좋을 거라고 걱정하는 분도 계셨는데요. 오히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경쟁심이 생기더라고요. 덕분에 고등학교 내내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마이스터고의 수업 방식이 독특했을 것 같아요. 1학년 때는 일반 고등학교와 같이 인문 과목을 공부했고요. 방과 후에는 세부 전공 선택을 위한 실습을 가졌어요. 한 달씩 실습을 해본 후에 2학년에 올라가기 전 세부 전공을 정하는 거예요. 2학년 때는 전공에 따라 전문적인 공부를 하게 되죠. 전 기계를 설계하고 도면을 제작하는 금형설계를 전공했어요. 3학년 때는 기업이 원하는 실무 능력을 갖추기 위해 각자 희망하는 기업반에 지원해서 수업을 들었어요. 기업반이라는 단어가 생소한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반인가요? 기업마다 바라는 인재상이 다르잖아요.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과 실무 능력을 갖추기 위해 각 기업반이 만들어졌어요. 전 코오롱반이었고요. 지원자 중 성적순으로 일부만 들어갈 수 있었어요. 해당 기업에 계신 분들이 직접 강사로 오셔서 현장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기업에서 원하는 기술을 쌓기 위해 심화 과정을 배우기도 하죠. 성적에는 인문 과목 성적과 실습 성적이 모두 들어가는 건가요? 네. 삼성은 이미 1학년 때 기업반을 만드는데요. 성적이 상위 10% 이내에 든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었어요. 학생들이 취업하고 싶어 하는 대기업은 대부분 성적을 많이 봐요. 가장 쉽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게 성적이니까요. 전국 기능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달라지겠지만 실습만 잘해서는 경쟁력이 없어요. 저 같은 일반 재학생들은 성적 관리에 신경 쓰지 않으면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 힘들어요. 마이스터고 재학 시절에 중국에서 연수를 받았다고 들었어요. 코오롱 중국 지사에서 3개월간 기술 연수를 받았어요. 처음엔 코오롱에서 지원하는 연수 프로그램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정부의 전문 기술 인력 양성 프로그램 중 하나였더라고요. 중국의 산업 시스템 견학과 산업 현장 연수 등을 받았고 기술 인력 프로그램이지만 중국어 연수도 함께 받았어요. 3개월간 해본 낯선 외국 생활은 제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인생 트레이닝 시간이 됐던 것 같아요. 마이스터고 진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해요. 마이스터고가 생긴 지 4년이 됐지만 아직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기엔 짧은 시간이에요. 특히 저처럼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고요. 그럴 땐 무조건 부모님께 반항하는 것보단 행동으로 보여드리는 게 좋아요. 저희 부모님은 제가 마이스터고에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해도 미덥지 않아 하셨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저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포트폴리오 준비도 착실히 했어요. 지난해 코오롱 입사가 결정된 순간부터 부모님께서 저를 기특하게 여기시고 주변에 자랑도 많이 하세요. 마이스터고 진학을 결정했다면 제일 먼저 부모님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본인의 의지와 열정을 보여주세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는요?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 갈 길이 먼 사회 초년생이지만 언젠가 제가 받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어요. 기술을 쌓아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됐을 무렵에는 후배들을 양성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고요. 그리고 한 기업의 CEO가 돼 지금보다 더 편리하고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싶어요. His Advice 취업을 준비할 땐 한 곳을 집중 공략하세요 마이스터고에서는 이미 2학년 때 취업이 결정되거나 3학년 때 기업반에 들어가게 돼요. 그러니 늦어도 1학년 2학기 전까진 어떤 곳에 취업할 것인지 결정하세요.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다른 만큼 빨리 결정할수록 남들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있어요. 그 회사에 맞는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며 학교 선생님께 적극적인 피드백을 받으세요. 그리고 그해 열린 기능경기대회 수상작들은 실력을 쌓는 데 훌륭한 참고서가 될 수 있으니 꼭 챙겨보세요. Interview 2 공기업 취업까지 성공, 마이스터고 대표 엄친딸 “공부가 쉬웠냐고요? 제일 재밌었어요!” 신수진(20) 미림여자정보과학고등학교 인터랙티브미디어과 졸업 / KT DS 입사 어떻게 마이스터고에 입학하게 됐나요? 제가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학생 진로 가이드에 적극적이셨어요. 누가 뭘 좋아하고 어떤 흥미를 갖고 있는지를 훤히 아셨거든요. 어느 날 저에게 마이스터고라는 학교가 새롭게 생기는데 가보는 게 어떠냐고 적극 추천해주셨어요. 다른 선생님들은 마이스터고를 잘 모르셨는데 저희 선생님께서는 많은 관심을 갖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셨거든요. 선생님께 들은 바로 그날 엄마한테 마이스터고에 가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죠. 하지만 부모님께서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라”라고 너무 쉽게 허락해주셔서 시시한 선언이 됐지만요(웃음). 마이스터고에 대해 처음 듣게 된 바로 그날, 진학을 결정했다는 말인가요? 네. 그 전에는 마이스터고가 있는지도 몰랐고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솔직히 마이스터고 학생을 위한 파격적인 혜택에 이끌린 것도 있고요. 학비와 기숙사비 면제, 100% 취업 보장 그리고 제 로망이었던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것도 좋았고요. 하지만 하고 싶은 공부를 맘껏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죠. 특히 저희 학교는 재학생 전원에게 노트북을 지급해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으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셨어요. 중학교 때는 하기 싫은 과목도 성적을 위해서 억지로 공부하는 게 너무 싫었거든요. 물론 마이스터고에 입학해서 인문 과목도 배웠지만 신기하게도 모든 과목이 다 재밌었어요. 좋아하는 공부를 해서 그런지 싫어하는 과목이 하나도 없었어요. 마이스터고에서 그토록 재밌었던 공부가 어떤 건지 궁금해요. 1학년 때는 인문 과목과 전공 기초 이론을 공부했어요. 본격적인 전공 공부는 2학년 때 시작해서 자바, 리눅스, C++ 등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과 현재 산업 전반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계신 선생님께 직접 수업을 들었어요. 그런데 수업 내용이 상당 부분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과 겹쳐서 결코 쉽지는 않아요. 고등학생이 배우기엔 조금 벅찬감이 있지만 그마저도 재밌었어요. 마이스터 콩깍지가 씌인 것처럼요(웃음). 3학년 때는 KT반에 합격해서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을 정도로 실전 밀착형 수업을 받았어요. 선생님께서 수진씨를 굉장히 우수한 학생이라 극찬하시더군요. 공부면 공부, 실습이면 실습 모두 잘했다고요. 좋아하는 공부다 보니 즐기면서 했어요. 운이 좋게도 KT 최우수 장학생, 우수 장학생으로 뽑혀서 장학금을 받은 것도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고요. 정보처리사 등 IT 관련 자격증도 열심히 땄고 비록 점수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토익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그냥 뭘 하든 재밌었어요. 저희는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닐 수 없어요. 그래서 친구들끼리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부족한 공부를 도와주며 서로의 과외 선생님을 자처했어요. 이론 실습만 했다면 금세 질렸을 텐데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실전에 이론을 적용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도 컸어요. IP TV(양방향 TV서비스) 콘텐츠를 만드는 인재 포럼 수업을 통해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 듯해요. 마이스터고 재학 시절,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학교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해외 연수 프로그램은 되도록 참여하려고 노력했어요. 일종의 수학여행처럼 고1 때는 일본의 IT기기전에, 고2 때는 싱가포르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했어요. 개인적으론 싱가포르 연수가 참 좋았어요.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서 우리나라의 최신 기술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싱가포르에서 만난 세계 각국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며 생각이 바뀌었어요. IT 기술의 발전이 전 세계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넓어졌다고나 할까요. 마이스터고에 진학하지 않았다면 늦게 알았거나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게 된 것도 또 다른 소득이에요. 마이스터고 진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한 가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IT에 대한 흥미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거예요. 주위에 후배가 되고 싶다고 조언을 구하는 학생들이 꽤 있는데요. 관련 지식이나 자격증이 없어도 되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데요. 학교에서 제시하는 기본 입학 조건만 갖춘다면 나머지는 학교에서 배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100% 취업, 학비 면제 등 조건만 보고 학교에 오게 되면 정말 힘들어요. 일단 관심이 없으면 배우는 내용이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고 이해도 안 될 거예요. 실제로 1학년 때 중도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아요. 그러니 조건이 아니라 흥미를 보고 선택하세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는요? 사회에 나오기 전엔 고졸 출신이라는 편견이 있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도 됐어요. 그런데 막상 나와서 보니 학력보단 실력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다지 편견도 없더라고요. 다른 곳도 그렇지만 특히 IT업계는 성과 위주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실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인정받을 수 있어요. 계속 실력을 쌓아 회사는 물론 사회에서도 인정받고 싶어요. 아마 20년 뒤쯤엔 KT에서 높은 직급에 있을 않을까요?(웃음) Her Advice 흥미 있는 분야는 넓고, 깊게 공부하세요 학교에서 배우는 실습에 만족하지 말고 주도적으로 공부하도록 하세요. 주변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 혼자 할 때보다 더 넓게 공부할 수 있으니 마음 맞는 친구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 것을 추천해요. 자신의 전공 분야, 특히 흥미가 생기는 분야는 깊게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고등학생이 공부하기에 다소 어렵다 느껴지더라도 끝까지 공부해 내용을 습득한다면 자신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어요 Interview 3 우수한 성적, 기능대회 수상, 삼성 입사까지 취업 스펙 3관왕 “마이스터고는 나의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임덕균(20)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금형설계과 졸업 / 삼성 테크윈 파워시스템사업부 정밀기계생산그룹 입사 어떻게 마이스터고에 입학하게 됐나요? 사실 전 중학교 때 꿈도 없었고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어요. 그런데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엔지니어이신 아버지께서 현장 실습을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어요. 전날 전국기계대전을 관람하면서 크고 복잡해 보이는 기계가 왠지 멋있다는 생각을 했던 터라 선뜻 하겠다고 했어요. 방학 내내 직접 기계를 만지며 새로운 일을 배우다 보니 정말 재밌더라고요. 흥미와 관심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길이 보였던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도 마이스터고의 비전을 들어보시고 적극 찬성하셨고요. 마이스터고는 일반 고등학교와 다른 산업 수요 맞춤형 고등학교인데, 특수한 목적이 있는 학교라 수업방식이 달랐을 것 같아요. 1학년 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일반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국어, 영어, 수학 등 기본 교과와 자신의 과에 맞는 기초 실습 이론을 배워요. 저는 금형설계과라 기초 제도, 공작 기계의 구조 원리 등을 배웠고요. 2학년 때 심화된 실습을 배우는 게 재밌었지만 선생님들께서 세부적인 것까지 일일이 평가하셔서 결코 쉽지만은 않았어요. 특히 성적은 기업에서 제일 먼저 보는 입사 기준이라 안 좋으면 나중에 취업하는 데 불리해요. 저는 기본 교과, 실습 교과 할 것 없이 모두 좋은 성적을 받으려고 노력 많이 했어요. 가장 재밌었거나 인상적이었던 수업이 있다면요? 프로젝트 실습이 가장 기억에 남고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5, 6명이 한 팀이 돼 1년에 한 번 과제를 발표하는 실습 제작 수업인데요. 설계에서 제작까지 하나하나 저희 손을 거쳐 완성해요. 저는 금형설계과라 제 머릿속으로 상상해왔던 것들을 도면에 그리면 끝이거든요. 근데 이 수업을 통해서 직접 실체화를 하니 상상해왔던 일들이 이루어지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기능영재반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특징이 있나요? 해마다 각 분야의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 기능경기대회가 열려요. 1년 동안 대회 준비를 하며 실력을 쌓고 공부를 하는 반이 바로 기능영재반입니다. 지방기능경기대회를 거쳐 전국기능경기대회, 세계기능경기대회까지 출전할 수 있는데 앞선 대회에서 메달권에 들어야 다음 대회 출전권이 주어져요. 아쉽게도 저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동메달을 받아서 세계기능경기대회까지는 출전하지 못했어요.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수상했으니 아무래도 취업시 다른 학생보다 유리했을 것 같은데요. 취업의 당락을 결정할 정도로 큰 영향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 성과를 아예 무시했다는 말은 아니고요. 물론 다른 마이스터고 출신들보단 호봉이 높긴 합니다만(웃음), 개인적으론 메달보단 그때의 경험이 더 값진 것 같아요. 1년 동안 준비하면서 무척 힘들었는데 막상 대회가 끝나니 허무하더라고요. 대회를 마치고 나오는 저를 아버지께서 안아주시며 “수고했다”라고 짧게 말씀해주시는데 비로소 끝났다는 게 실감나더라고요. 남들보다 빨리 사회에 발을 내딛은 느낌이 궁금해요. 저는 작년 9월에 삼성 테크윈에 입사했는데요. 학교 친구들보다는 취업이 조금 늦은 편이에요. 빠른 친구들은 벌써 2학년 때 취업이 결정되거든요. 아직까진 업무를 배우는 중이라 정신없지만 원하는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하루하루가 재밌어요. 4년 근무를 하면 대졸자와 똑같은 호봉을 받게 되니 차별받는다는 느낌도 없고요. 이젠 저만 잘하면 되는 것 같아요(웃음). 남들보다 4년 먼저 입사했으니 더 열심히 실력을 쌓아 뒤처지지 말아야죠. 마이스터고 진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정부와 기업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는 터라 취업이 어려운 편은 아니에요. 원한다면 누구나 취업할 수 있어요. 하지만 공부는 하기 싫고 취업이 빨리 된다는 것에만 혹해서 마이스터고에 입학하면 분명 후회할 거예요. 공부할 양도 많은 데다 남들이 원하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선 성적도 좋아야 하거든요. 왜 마이스터고에 들어가려고 하는지, 졸업 후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다음에 진학 준비를 하는 게 좋아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는요? 마이스터고 1기 졸업생으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는데요. 제가 길을 잘 열어줘야 뒤따라오는 후배들이 더 좋은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실력을 쌓자는 게 제 올해 목표고요. 언젠가는 회사 임원이 되고 싶어요. 학벌이 아닌 당당히 실력으로 인정받은 마이스터고 출신 제1호 임원, 제가 꼭 이루고 싶어요. His Advice 확실한 동기부여가필요해요 모든 공부가 그렇듯 마이스터고의 공부에도 동기부여와 확실한 목표 설정이 필요해요. ‘언제까지 자격증을 몇 개 따겠다’처럼 구제적인 목표 설정을 하세요. 특히 마이스터고에 합격했던 날이나 입학하던 날 등 그때 느꼈던 설렘, 기쁨을 상세히 적어두세요. 나중에 마음이 해이해지거나 슬럼프에 빠졌을 때 읽어보면 큰 도움이 돼요. 아니면 목표를 이뤘을 때 느낌을 상상하며 동기부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Interview 4 돈 한 푼 안 들이고 공기업에 입사하기 “마이스터고에 가지 말라고 말했던 친구들이 지금은 제일 부러워해요” 강석찬(20) 수도공업고등학교 전기에너지과 졸업 / 한국수력원자력 입사 어떻게 마이스터고에 입학하게 됐나요? 막연히 자연 계열로 가서 공부를 해야겠다고만 생각해오다가 우연히 마이스터고를 알게 됐어요. 제가 원하는 자연 계열 공부를 할 수 있으면서 다양한 혜택까지 받을 수 있으니 더 고민할 것도 없었죠. 또 부모님께서 마이스터고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셔서 남들보다 쉽게 진학을 결정했어요. 마이스터고에서 어떤 공부를 했나요?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전공 공부를 시작하는데요. 저희 학교 같은 경우 전공, 외국어, 컴퓨터 세 분야를 등급별로 평가하는 마이스터 인증제를 시행했어요. 여기서 안 좋은 등급을 받으면 곧 취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3학년 때는 입사를 원하는 기업에 따라 반을 나눠 기업 맞춤형 수업이 진행돼요. 한마디로 입사 후 빠른 업무 적응력을 돕기 위한 실전 맞춤형 수업이죠. 수도공고에서 시행하고 있는 마이스터 인증제가 무엇인가요? 공부와 실습의 균형을 맞춰주는 제도로 둘 다 골고루 잘해야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어요. 분야별로 3등급으로 나뉘고 전공의 경우 관련 자격증을 따야 하고요. 영어와 컴퓨터 역시 학교에서 기준으로 정해놓은 성적 이상을 받아야 해요. 처음엔 세 분야를 골고루 잘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고 공부하기 힘들었는데 돌이켜보니 취업에 큰 도움이 됐어요. 전공, 영어, 컴퓨터 세 분야 모두 1등급에, 전공 자격증 3개와 컴퓨터 자격증 3개를 취득했고, 토익 점수는 8백80점을 받았어요. 남들 보기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저는 최선을 다해 이룬 성과이기 때문에 만족해요. 마이스터고 학생들을 위해 학교나 정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데요. 재학 시절 어떤 프로그램에 참가했나요? 개인적으로는 발전소 순례 체험이 인상적이었어요. 제 전공부터 취업까지 보시면 아시겠지만 에너지에 대해 관심이 많거든요. 수력, 원자력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는 발전소를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좋았어요. 책에서 배우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적용하는 것도 재밌었고요. 또 전공 관련 프로그램 외에 학생의 인성교육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돼요. 저는 꽃동네 봉사 체험 프로그램과 해병대 캠프에 다녀왔어요. 당시엔 너무 힘들어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칠 때쯤엔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2학년 2학기 때 이미 취업이 됐다고 들었어요. 그것도 공기업에 일찍 취업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을까요? 일단 공기업에 원서를 넣으려면 어느 정도 성적이 뒷받침돼야 해요. 공기업에서 제시하는 성적 커트라인을 넘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어요. 모두 가고 싶어 하는 곳이기 때문에 커트라인이 훨씬 높아지거든요. 그렇게 1차 관문을 통과하면 심층 면접, 영어시험, 인·적성 검사를 모두 통과해야 비로소 취업이 결정돼요. 일반 사기업과 달리 내신 성적 외에 2차 시험을 봐야 하니 면접, 영어 등을 미리 대비해두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공기업의 경우 공채시험과 특채시험이 있는데 마이스터고 출신들을 위한 특채시험을 적극 활용한 것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한마디로 마이스터고 덕분에 돈 한 푼 안 들이고 공기업에 취업했다고나 할까요(웃음). 마이스터고 진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먼저 수학을 포기했거나 싫어하는 학생들이 전기 관련 학과를 오면 많이 힘들 거예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을 알고 있어야 전공을 따라갈 수 있거든요. 수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단순한 전기 회로부터 복잡한 전기 설계까지 가능하니까요. 저 역시 취업이 결정된 후에도 꾸준히 수학 공부 했을 정도로 수학은 중요해요. 3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의외로 자기 적성에 맞지 않다며 학교를 나간 친구들이 많았어요. 입학하기 전 충분히 그 과에 대해 알아본 후 적성과 흥미를 고려해 지원하세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는요? 저는 계속 학업을 이어갈 생각이에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군대를 다녀온 후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요. 계속 원자력 공부를 하며 실력을 쌓아서 언젠가는 24개의 원자력 발전소 중 하나를 책임지는 원자력 발전소 감독관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정말 따기 힘들다는 원자력조정감독자 면허를 취득해야겠지만요. His Advice 성적과 실습의 균형을 맞추세요 마이스터고가 산업 수요 맞춤형 학교라고 해서 공부는 안 하고 실습만 할 거라는 생각은 오해예요. 대부분의 기업은 채용시 성적을 가장 많이 봐요. 많은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의 경우 기업이 제시한 것보다 성적 커트라인이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고요. 실습도 잘해야 하지만 공부를 게을리하면 가고 싶은 기업에 원서조차 못 내게 되니 성적 관리는 필수죠. 인문계 학생들이 수능과 내신의 균형을 이뤄야 하듯 마이스터고에선 실습과 성적의 균형을 이루도록 하세요. 교복 입은 10대 전문가를 양성하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등학교 제대로 알기 마이스터고의 가장 큰 장점은 파격적인 혜택이다. 전원 교육비 지원, 해외 연수 지원, 100% 취업 등 마이스터고에 입학한 순간부터 졸업 이후까지 적극적인 지원을 아낌없이 받을 수 있다. ‘기술 강국 코리아’를 이끌 예비 마이스터를 위해 두 팔 화끈하게 걷어붙인 정부의 파격 조건 이모저모를 알아보았다. 2010년 마이스터고 제도가 처음 시행됐을 때부터 내걸었던 조건 중 하나가 100% 취업 보장이었다.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심 어린 시선은 이번 1기 졸업생들의 놀라운 취업률로 완전히 거두게 됐다. 100% 취업률을 기록한 학교를 비롯해 21개교 3천4백여 명의 졸업생들 가운데 약 94%가 정규직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최근 대학 졸업자들 중 상당 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취업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94% 정규직 취업은 놀라운 수치다. 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기업과 공기업 취업률이 각 26.9%, 15.8%로 전체 취업률의 40%를 넘었다. 양적인 측면에서나 질적인 측면에서나 모두 합격점을 받을 만큼 놀라운 성과다. 아직 취업이 안 된 졸업생 중 상당수는 오랜 기숙사 생활로 인한 향수병으로 고향에 돌아가거나 본인의 의지로 취업을 잠시 미룬 경우가 많다. 따라서 취업을 ‘못’했다기보단 ‘안’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올해부터는 마이스터고의 우수한 인재를 ‘모셔가기’ 위한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 초 강원도에서 2013년 지방 공무원 마이스터 특성화고 졸업생 채용 계획을 발표했고, 뒤를 이어 충청북도와 전라북도 등에서도 채용 계획을 밝혔다. 또 금융권에서도 마이스터고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예고해 내년에도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취업에는 순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스터고 재학생이라면 무료! 마이스터란 독일어로 ‘특정 분야의 거장’이란 뜻이다. ‘기술 강국 코리아’를 이끌 예비 거장들을 위해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실제로 마이스터고는 이명박 정부가 많은 공을 들인 정책이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1천억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 부었다. 학생들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과 최신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실습 환경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마이스터고 재학생이라면 3가지가 무료다. 수업료, 입학금, 기숙사비. 여기에 학교 운영 지원비도 무료로,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선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을 면제받는다. 현재 전국에 38개의 마이스터고가 있으며 이들은 기계, 뉴미디어, 모바일 등 총 20개의 지정 분야로 나뉜다. 전국 곳곳에 위치하다 보니 본인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있어도 집에서 너무 멀면 아무래도 진학을 꺼리게 된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자 마이스터고는 전원 기숙사 생활이 원칙이다. 각 학교마다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기숙사 내에도 생활관 선생님을 따로 두어 학생들을 관리한다. 특히 해이해지기 쉬운 방학 때도 기숙사 생활이 가능해 방학 기간을 반납하고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다. 기숙사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최적의 학습 환경이라면 장학금 제도는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해준다. 한마디로 일반 고교 학생들이 돈을 내고 공부를 한다면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돈을 받으며 공부하는 셈이다. 또 저소득층 자녀의 경우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인해 학업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특별 장학금이 수여된다. 해외에서 공부나 취업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해외 기술 연수 프로그램과 해외 세미나 참가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싱가포르, 중국, 일본 등 아시아부터 영국, 미국 등 유럽과 미주 지역까지 세계 각국으로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넓히고 있다. 마이스터고는 인문계나 특목고와 달리 100% 학교 자율에 맡겨 운영된다. 따라서 각 학교마다 특성을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며 산업체, 지자체와 협력해 수업을 구성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춰 현장 밀착형 수업이 진행되며 나중에 취업시 학생과 기업에 모두 도움이 된다. 졸업 후 취업하면 병역과 대학까지 혜택 마이스터고 출신 취업자는 산업기능요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산업기능요원제도란 중소기업 등 병역 지정 업체에서 현역 34개월, 보충역 26개월을 근무하면 군 복무를 마친 것으로 인정해주는 병역 대체 복무다. 단 산업기능요원 혜택을 받으려면 반드시 취업 후 매년 6월경 병무청 홈페이지나 안내전화를 통해 산업기능요원 지정 업체 신청 기간 및 접수 기관을 확인해야 한다. 그 후에 취업한 기업의 산업기능요원 담당자 혹은 인사 담당자에게 이를 꼭 알려야 한다. 만약 기업에서 신청하지 않는다면 산업기능요원 혜택을 받을 수 없으니 반드시 확인할 것. 현역 입영 대상자 중 기술 분야 편입 희망자를 대상으로 선발하며 학교와 기업에서 배운 기술을 군에서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병도 마이스터고 졸업자를 위한 혜택이다. 기존에는 기술병 모집시 학력별로 차등을 두어 전공 학과와 배점 기준을 다르게 주었다. 이로 인해 고등학교 졸업자는 어쩔 수 없이 불이익을 받았지만 2013년부터 제도가 바뀌었다. 배점 기준이 조정돼 마이스터고 졸업자를 비롯한 모든 고졸자에 대한 불이익이 해소됐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후진학 제도도 졸업생을 위한 혜택이다. 마이스터고 졸업 후 산업체 근무 경력만 있다면 입학 자격은 충분하다. 취업 후 즉시 혹은 경력을 쌓은 후 언제든지 지원이 가능하니 본인이 원하는 때에 진학을 결정해도 된다. 졸업 후 산업체 근무 경력 3년 이상이 된 재직자를 위한 재직자 특별전형, 사업체에서 직접 운영하며 직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내대학, 방송통신대학, 사이버대학 등 후진학 대학제도의 다양한 제도를 통해 지속적인 경력 개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외에 중소기업 취업자를 위한 지원 혜택도 따로 마련돼 있다. 중소기업 취업 청년(15~29세 이하)은 취업 일로부터 3년간 근로소득세 전액이 감면되며 중소기업에 5년 이상 근무한 장기 재직자일 경우 주택 특별공급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 연구개발 전담 부서를 포함한 연구소에서 일하는 취업자라면 연구 활동비 혹은 연구 보조비 중 일부 소득세 비과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외국의 복지 시스템을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표현하듯 마이스터고의 교육 시스템은 입학에서 졸업 이후까지라고 표현할 수 있다. 앞으로 ‘기술 강국 코리아’를 이끌 예비 거장들과 명장들을 위해 또 어떤 파격적인 제도와 혜택이 주어질지 자못 기대된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이선희(프리랜서) ■사진&자료 제공 / 금오공업고등학교, 미림여자정보과학고등학교,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수도공업고등학교, 마이스터고(www.meister.go.kr)>
2013.03.27 16:36
화제
닥종이 인형 작가 김영희 엄마를 졸업하고 연애편지를 쓰다닥종이 인형 작가 김영희가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20년 후의 이야기를 담담히 썼다. 「엄마를 졸업하다」라는 에세이집이다. 이제 다섯 아이들은 장성해 그녀의 품을 떠났다. 홀로 남은 쓸쓸함에 대한 고백인가 했더니 아이들을 둥지에서 떠나보내고 훨훨 날아다니는 자유로움에 관한 이야기였다. 또 연모하는 ‘그’에게 연애편지를 보내는 그녀의 활달한 러브 스토리다. 인생의 전성기를 맞았다 짧고 단정한 헤어스타일, 깊고 검은 아이라인 그리고 킬힐. 일흔의 김영희 작가에게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술가의 고집스런 차가움이 풍긴다. 그러나 곧 격의 없이 얼굴에 주름을 지으며 크게 웃는다. 그녀 앞에 마주앉아 경계를 풀어야 할지 조여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다. 작품밖에 모르는 아티스트가 됐다가 이내 사랑밖에 모르는 철없는 소녀의 모습이 된다. 이것이 그녀의 매력일 것이다. 김영희 작가가 또 한 번 에세이를 냈다.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이후 20년 만이다. 그녀에게 에세이는 고해성사와 같다. 그간 독일에서 보낸 생활, 다섯 아이 이야기 그리고 황혼에 찾아온 사랑까지 담백하게 써내려갔다. 감각적인 어휘력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했고 문장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허세를 부리면 독자들이 먼저 안다. “글은 취미로 쓰지만 온 정력을 다 쏟아 부어요. 그나마 에세이는 사실만 쓰면 되잖아요. 포장을 하면 독자들이 먼저 알아요. 솔직한 것이 근본이에요. 고해성사처럼 글을 쓰고 나니 홀가분하고 인간으로서 성숙해진 것 같아요.” 첫 남편과 사별한 그녀는 아이 셋을 데리고 열네 살 연하의 남자 토머스와 재혼했다. 그리고 독일에서 두 아이를 더 낳았다. 그녀의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그녀와 다섯 아이의 안부를 끊임없이 물었다. 그 호기심만큼이나 부부의 불화는 한국까지 빨리 전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그간 입을 열지 않았다. 토머스와는 이미 1996년에 결별을 했는데도 말이다. “전 자존심이 강해요. 그만큼 실패를 인정하기 싫었을 거예요. 제가 선택한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어요. 이제 와서 그분의 결점을 공개하고 싶지 않아요.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면서 허겁지겁 달려왔어요.” 결혼은 현실이었다. 독일어조차 서툰 그녀는 다섯 아이와 남편까지 책임져야하는 상황이었다. 마치 천 길 낭떠러지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인 것, 헤어진 것 모두 본인의 선택이었다. 그녀는 운명이라고 말한다. “세월은 흘러 다섯 아이는 모두 독립하고 이제 겨우 저 혼자 남게 됐어요. 다시 들어온다고 할까봐 겁나요(웃음). 물론 외로울 때도 있지요. 근데 인간은 원래 혼자 아닌가?” 요즘 예술가로 새로 태어난 기분을 느낀다. 1악장밖에 듣지 못했던 음악을 여유롭게 들을 수 있게 됐다. 꽃병에 꽃을 꽂아놓으면 내일이고 모레고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다. 또 더 이상 그녀의 꽃밭이 축구장이 될 일은 없다. “집안일에 대한 부담도, 가장으로서의 의무와 책임, 초조함도 버리고, 안간힘을 쓰며 달려온 엄마로서의 삶을 졸업함으로써 새 출발을 한 것이니까요. 한층 가벼워진 몸으로 날개를 달고 세상을 날아다니는 기분입니다. 이제야 인생의 전성기를 맞은 것이지요.” 그녀는 진정한 여성으로, 또 진정한 예술가로 다시 태어난 자신을 거울에 비추어 보며 “아, 아름답다!” 거침없이 외친다. 다섯 아이들 이야기 첫째 딸 유진은 파산한 회사들의 법정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됐다.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더니’ 유진을 보며 늘 그녀는 생각한다. 어느덧 유진은 자신의 든든한 보호자가 됐다. “유진이는 다른 자식보다 유독 내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함께 고생을 한 편이에요. 맏이인 탓으로 동생들도 많이 돌봐야 했고 부엌일도 자주 거들었어요. 머리가 굵어지자 유진이는 같은 여성인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측은해하기도 하고 칭찬도 해줬어요.” 유진은 스스로의 힘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고 수익도 꽤 내며 자리를 잡았다. 어릴 때 엄마 손에 이끌려 낯선 곳으로 와 새아버지 밑에서 자란 딸이다. 측은하고 그래서 더 자랑이 나온다. 인생의 정도만을 걷는 유진은 그녀에게 두 손주를 안겨주기도 했다. 둘째 아들 윤수는 성공한 교육 사업가다. “윤수는 열네 살에 최연소 특별 장학생으로 음악대학에 입학했지요. 밤낮으로 일해서 모은 돈으로 재원을 마련해 사설 음악학교를 차렸어요. 윤수가 설립한 음악학교는 생각보다 인가가 일찍 났고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학교로 신문에도 여러 번 실렸지요.” 그녀의 재능을 가장 많이 갖고 태어난 아이가 셋째 아들 장수다. 재능뿐 아니라 성격까지 꼭 닮았다. 손재주가 좋아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장수는 저와 생각하는 것도 똑같아요. 아름다움을 느끼는 취향이 저와 같아서 깜짝 놀라요. 또 돈보다는 삶의 질이 우선이라는 인생의 가치관도 같아요.” 패션을 전공해 전도유망한 디자이너가 될 줄 알았던 장수는 진로를 바꿨다. 옷 만들기는 좋아했지만 패션계에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사교적인 성격을 그는 갖지 못했다. 대신 그는 실용경제 관련 자격증을 따더니 방송국에 취직했다. “TV 프로그램 편성을 하고 있어요. 1mm의 머리칼 같은 오차도 하락되지 않는 매우 꼼꼼한 작업이라고 해요. 나름 적응해 나가고 있어요. 또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해서 ‘자연의학 자격시험’에 합격하기도 했어요. 자격증만 세 개예요.” 넷째 딸 봄누리는 피아노를 잘 쳤다. 얼굴도 미인이라 무대에서 피아노 치는 모습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님 같았다. 세계적인 매니저가 그녀를 찾아와 피아니스트로 키워주겠다는 제의를 하기도 했다. 그런 딸아이가 어느 날, 아이를 가졌고 미혼모가 되겠다는 통보를 했다. “내 딸이 처녀로 임신을 하다니, 이제 겨우 엄마를 졸업했다고 안심하고 있던 와중에 정말 놀래 자빠질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 애 결심이 아무리 고난스러워도 낳겠다는 거예요. 피아노보다 아기 키우는 것이 훨씬 좋다니 어쩌겠어요. 지금은 틈 나는대로 동화도 쓰고 작곡도 하는데 아이가 크면 본격적으로 활동하겠다고 해요.” 아이들은 졸업과 동시에 자신의 세계를 혼자 책임지고 자립해야 한다는 것이 김영희 작가만의 원칙이다. 그런 그녀도 쉽게 손을 놓을 수 없었던 자식이 막내 프란츠였다. 독일인 남편 토머스는 친자식이 아닌 유진, 윤수, 장수와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친하게 지냈지만 제 혈육에게는 엄격했다. 아이는 소유물이 아니라 우연히 인생길에서 내 앞에 나타난 자연현상과 같은 것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욕심을 부린다는 것은 부끄러운 욕망이다. “프란츠는 학교에서 혼혈아이라고 왕따를 당했어요. 토머스는 자신의 욕심대로 채워지지 않는 아이를 나무라며 독일인 특유의 꼼꼼하고 깐깐한 성격을 드러냈어요. 프란츠는 후천적 자폐증을 앓게 됐고, 저는 아이에게 매달려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어느 날 “엄마가 죽으면 난 어떡하나”라는 아이의 말을 듣고 그녀는 결심했다. 프란츠가 열여덟 살이 되는 해에, 다른 아이들에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 다루어야겠다고. “저는 늙어가는데, 지금 놓지 않으면 프란츠가 자립할 능력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다짐한 순간 좋은 일이 일어나더군요. 프란츠에게 딱 맞는 심리치료도 받게 되고 아이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일도 생기고 말이죠. 아이도 제 걱정 속에서 자유롭게 날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녀는 처음으로 막내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존재를 숨길 만큼 못난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대로 이야기한 것이다. “감출 이유가 없지요. 프란츠는 천사 같은 아이예요. 범죄자나 사기꾼이 아닌걸요. 오히려 다섯 아이 중에 가장 솔직하고 거짓말을 못하는 아이가 프란츠예요.” 또다시 찾아온 사랑, 당황했다 김영희 작가는 결혼 실패 후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자신을 향한 시선은 종종 느낄 수 있었다. 왜 아니겠는가. 그녀는 열정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여자다. “독일에서는 일하는 여자가 섹시하다는 인식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제 전시회에서 예쁘게 차려입고 있으면 말을 걸어오는 신사들이 있죠. 제가 알려진 사람이고 예술가다 보니 누군가의 선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더이상 자식들을 나 몰라라 하고 내 감정에만 충실할 수는 없었다. 아이들은 14년 동안 엄마가 한 번도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또 존경한다. “독일 여성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감정 표현과 연애에 비교적 자유롭거든요. 아이들이 자기 친구들의 엄마가 자유연애를 하는 걸 많이 봤어요. 그래서 봄누리가 사춘기였을 때 제게 으름장을 놓기도 했어요. 집에 남자를 데려오면 자신은 집을 나가겠다고 말이죠(웃음). 근데 이제는 친구 좀 사귀라고 해요. 과거 일은 미안하대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육십이 넘기 전에 진작 얘기하지 그랬니? 이제 늦어버렸잖아’(웃음).” 그녀의 피부는 팽팽하고 잡티 하나 없는 건강한 구릿빛이다. 평소에 전혀 화장을 하지 않는다. 또 병치레를 한 적도 없다. 다섯 아이를 데리고 정신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건강해야 했지만 타고난 건강 체질이다. 지금 새로운 인연을 만나도 늦지 않은 모습이다. “사실은 나이 일흔을 두 해 앞두고 난생처음 연애편지를 썼어요. 젊은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에요. 사춘기는 물론, 첫사랑을 했던 대학교 때도 콧대가 높아서 말이죠. 다 쓴 연애편지를 다시 읽어보고는 얼굴이 달아올랐어요. 이 나이에 이렇게 보들보들한 단어가 내 속 어디에 잠재해 있었나 싶어서요.” 그와의 인연은 3년이 됐다. 1년간은 사랑의 열병도 앓았다. 당황스러웠다. 망령이 들었나 걱정스럽기도 했다. 작품도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그에게 빠졌었다. “그는 대학교 친구의 친구였어요. 한국인이고 단단하고 예의바른 사람이에요. 자기 가족, 주변인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고요. 아! 그리고 홀아비예요(웃음). 얼마나 완벽한 조건인가요. 주변에 아는 남자들을 다 섞어놓아도 제 눈에는 일등 남자예요.” 그녀의 절절한 연애편지에 대한 답례로 장미꽃이나 소소한 선물을 준다. 그녀는 편지를 떼어먹히는 것이 불만인 채로 가끔씩 그에게 펜을 든단다. “그 사람은 제 편지를 갖고 다니며 서너 번씩 읽는다고 하니 제가 싫은 건 아니겠죠? 사랑은 하되 소유하지 말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젊은 시절에는 생물적 욕구로 섹스를 하고 싶고 아이를 낳고 싶죠. 그러나 우리 나이에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있어요. 우정을 함께해야 오래 지속되죠.” 다섯 자녀들에게도 이미 그를 소개했고, 모두 합격점을 들어주었다.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살림을 합쳐볼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니다. “좋아한다면 늘 함께 있고 싶은 심정은 누구나 같죠. 감정은 똑같아요. 그렇지만 둘 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예요. 각기 70년 동안 쌓아온 생활 반경이 있을 거예요. 서로의 위치를 흔들 수 있는 변화는 만들지 않으려고 해요.” 드문드문 편지, 그리고 이틀에 한 번꼴로 전화. 그것이 교제의 전부다. 베일에 싸인 ‘김영희의 남자’. 10년쯤 사랑이 익었을 때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크게 회고전을 열어볼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업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더 늙기 전에 대작 위주로 많이 만들어보고 싶어요. 회고전은 작가로서 새로 태어난다는 의미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작가가 나이 드는 건 좋은 거예요. 작품이 완숙되거든요.” 늙음을 인정하고 즐겁게 사는 것. 인생의 전성기를 마음껏 즐기는 김영희가 사는 법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원상희>
2012.12.11 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