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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퍼나이프’ 설경구, 10kg 이상 체중 감량…악성종양 환자 빚어냈다

      연예

      ‘하이퍼나이프’ 설경구, 10kg 이상 체중 감량…악성종양 환자 빚어냈다

      디즈니플러스 ‘하이퍼나이프’ 스틸컷. ‘하이퍼나이프’ 설경구는 이번에도 역시 ‘최덕희’라는 캐릭터에 자신의 얼굴을 부여하면서도 캐릭터에 최적화된 호연을 보여줬다. 작은 움직임들만으로도 덕희의 다채로운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가 하면 절정의 감정을 강약 조절하며 시청자의 몰입도를 치솟게 하기도 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정을 컨트롤하는 덕희가 세옥 앞에서만 유독 무장 해제되는 순간은 시청자들에게 인상적이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덕희에게 이입하여 인물의 호감도를 높이는 건 설경구의 탁월한 표현력 때문이라는 평. 설경구의 주특기는 이번에도 유효했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감정과 서사를 살려서 그 자체로 개연성을 만드는 설경구이기에 악역인지, 선역인지 구분되지 않는 최덕희라는 복잡한 인물 역시 자꾸 응원하게 되게 되고, 빠져들게 하는 것은 그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설경구는 최덕희를 완성하기 위해 체중까지 감량했다. 최고 실력을 갖춘 신경외과 의사가 자신에게 악성종양이 생기면서 나날이 병세가 심해지는 인물의 고통과 아픔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10kg 이상을 감량했을 뿐만 아니라 절식까지 하며 인물을 빚어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8회 말미, 오랜 시간 끝에 수술실에서 세옥과 다시 마주하게 된 덕희의 모습을 통해 최덕희 그 자체로 완성시켰다. 이렇듯 배역과 촬영 현장에 철저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녹아 든 설경구는 극의 중심에서 때로는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든든하게 받쳐 주기도 하며 ‘하이퍼나이프’의 완성도에 힘을 실었다. ‘하이퍼나이프’를 통해 또 한 번 자신의 존재감을 묵묵하게 보여준 설경구. 쉴 틈 없이 차기작 촬영을 이어갈 그의 행보와 변신이 기다려진다.

      서형우 온라인기자 2025.04.10 11:38

    • 日 도쿄종양내과, 수지상세포 암 치료 결과 발표

      생활

      日 도쿄종양내과, 수지상세포 암 치료 결과 발표

      일본 도쿄종양내과에서 표준치료 효과가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재생의료 영역인 하이브리드면역세포(수지상세포백신치료와 NK세포) 치료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사사다아마네 도쿄종양내과 원장에 따르면, 기존의 수지상세포백신치료에 암항원은 1~2개만 사용했으나 도쿄종양내과에서는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 개인에 맞는 암항원을 4~8개를 사용했다. 암항원을 많이 사용하면 치료율도 높아지지만 면역회피 기능을 줄일 수 있으며 같은 종류의 암환자라고 해도 개인별 암세포가 다르게 나타나 개인별 암세포에 맞추어 개인 맞춤형 치료제를 만든다는 것이 사사다아마네 원장의 설명이다. 사사다아마네 원장은 “최근 수지상세포 백신치료에 HSP 암항원을 추가로 사용해 치료율이 높아졌고. 이 치료법은 2018년 옥스퍼드대 전문 출간서에 ‘난소암의 면역요법에 HSP의 치료효과’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사사다아마네 원장은 미국 암학회(AACR)에서 발표한 “암백신 치료 중 수지상세포 백신치료 효과가 제일 우수하다”고 하는 소개한 바 있다. 성분채혈이 필요 없는 이 치료제의 제조법은 소량(20~25mL) 채혈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되며 미국, 일본, 한국, 영국, 프랑스 등 12개국에 특허 등록된 상태다. 도쿄종양내과는 일본 후생노동성의 제2종, 3종 재생의료 허가 치료기관으로 암환자는 보통 2주 간격으로 하이브리드 면역세포치료를 5회 실시하고 있다. 사사다아마네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치료 환자는 폐암 췌장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순이었으며 2015년 1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임상연구에 참여한 342명의 1사이클(5회) 치료 후 치료효과는 관해 28명(8.2%), 부분관해 86명(25.1%), 장기불변 145명(42.4%), 진행 83명(24.3%으로서 주효율은 33.3%, 암 억제율은 75.7%를 보였다. 도쿄종양내과의 면역치료와 임상연구에국내 기업으로는 선진바이오텍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재생의료는 환자 자신의 세포, 조직 또는 타인의 세포와 조직을 배양, 가공한 것을 사용하여 잃어버린 조직과 장기를 정상기능으로 회복시키는 의료기술이다. 일본에서는 2014년 11월 ‘재생의료 등에 안전성확보에 관한 법률(재생의료 등 안전성확보법)’이 제정되어 치료 중이며, 국내에서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이 2025년 2월 21일 시행됐다. 기존의 첨생법은 중대, 희귀, 난치질환 환자만 대상이었으나 이번 개정안은 연구대상자의 제한을 없애 임상연구 및 치료의 범위가 법적으로 확장, 허용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은 첨생법에서 정한 의료진과 시설을 갖추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고, 첨생법에서 정한 세포, 시료 채취, 보관, 분리를 위해서는 세포관리업, 인체세포관리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줄기세포나 면역세포를 배양하여 치료하기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를 위해 GMP 2등급 시설과, 의료진, 연구원, 해당 의료장비 등을 갖춘 후 식약처의 바이오의약품생산업 허가가 필요하다.

      강석봉 기자 2025.03.14 12:31

    • 서서히 진행되는 코막힘, 코에 생기는 종양(HPV와 관련 있는 반전성 유두종) 일수도

      생활

      서서히 진행되는 코막힘, 코에 생기는 종양(HPV와 관련 있는 반전성 유두종) 일수도

      분당제생병원 이비인후과 안상현 과장이 환자의 부비동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얼굴에는 몇 개의 빈 공간이 있는데 코 옆에 있는 동굴이라는 의미에서 부비동이라고 한다. 부비동에 종양이 생기면 비부비동 종양이다. 비부비동 양성 종양은 드문 질환으로 반전선 유두종, 혈관 섬유종, 혈관종, 골종 등이 있다. 양성 종양의 발생원인은 대부분 알 수 없지만 반전성 유두종은 사람 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 트렌드지수에 따르면 2023년 반전성 유두종에 대한 관심도가 2020년 대비 약 42%증가했다. 반전성 유두종은 인구 10만명당 1.5명에서 발생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2~5배 정도 흔하게 발생한다. 주로 40~60대에 진단되지만 최근에는 젊은층에도 발생하고 있고, 흔하지 않은 종양임에도 불구하고 발생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반전성 유두종은 다른 양성종양과 다르게 종양 주변 조직으로 국소적 침윤과 주위의 골조직을 파괴한다. 그리고 종양의 원발 부위를 완벽하기 제거하지 않으면 재발이 잘되고, 다른 종양들과 다르게 빠르게 성장한다. 그리고, 반전선 유두종을 진단받은 5~15%에서 편평 세포암종과 같은 악성 종양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치할 경우 나쁜 예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진단과 치료가 요구된다. 분당제생병원 이비인후과 안상현 과장은 “반전선 유두종을 가진 환자들은 천천히 진행되는 코막힘을 호소하지만, 종양이 급격하게 증식하는 경우에는 갑작스러운 코막힘을 호소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증상이 한쪽만 발생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비강의 외측에서 잘 발생하는 종양의 특징과도 관련이 있다. 또한 잦은 코피를 호소하거나 농성 비루 또는 분비물이 있어 부비동염 혹은 비염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반전성 유두종이 심할 경우 종물이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하고 종양이 비강을 가득 채울 경우 안면통, 안구통 또는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반전선 유두종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비강 내시경 검사가 필수적이고 만성 비부비동염에 동반된 비용종과 구분이 되지 않아 반드시 코 전문의 진료를 통해 코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강 내 종양에 대한 감별진단이 중요하다. 분당제생병원 이비인후과 안상현 과장 안상현 과장은 “반전성유두종은 악성 종양으로 진행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 종양이지만 수술적인 치료로 어떤 종양보다 좋은 예후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갑자기 발생한 코막힘이 있다면 반드시 코 전문의 진료를 통해 코 안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반전성 유두종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받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전성 유두종은 약물치료가 제한적이고 반드시 수술을 통해 종양의 기원이 되는 부분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종양의 재발을 막는데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최근에는 네비게이션과 비강 내 내시경을 이용해 안전하고 최소 침습적인 종양 제거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2020 ~ 2023 년도별 반전성 유두종 관심도 변화 (분당제생병원_구글트렌드 분석)

      강석봉 기자 2024.12.03 09:39

    • 유방에 생긴 멍울 유방암일까, 위험한 혹 ‘엽상종양’

      생활

      유방에 생긴 멍울 유방암일까, 위험한 혹 ‘엽상종양

      자라는 속도 빠르고 악성인 경우에는 폐나 뼈로 유방암 발생 고위험군 종양, 빠른 진단과 조직검사 필요 세란병원 외과 정홍규 과장 유방에서 혹이 만져질 경우 유방암이 아닐지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유방암의 핵심 증상이 통증 없는 멍울이 만져지고 병이 진행되면 유방뿐 아니라 겨드랑이에서도 덩어리가 만져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덩어리가 만져진다고 해서 모두 유방암은 아니다. 대부분의 유방혹은 양성종양으로 유방암의 위험도를 높이지는 않는다. 섬유선종은 20대~30대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양성종양이다. 주성분이 섬유질이기 때문에 경계가 명확하고 종양을 움직이거나 누를 때 통증이 없다. 크기가 계속 자란다면 드물게 악성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대부분 절제술로 치료한다. 섬유성 낭종은 섬유선종 다음으로 흔한 질환으로 35~50세의 여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생리 직전에 가장 심하며 폐경기 이후에 사라진다. 우리나라 성인 여성 중 유방 종양이 있는 사람은 20% 정도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90% 정도는 양성 종양이다. 유방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오면 양성 종양일 가능성이 크다. 섬유선종과 섬유성 낭종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유방촬영술, 유방 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한다. 확진을 위해서는 조직을 절제한 후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반면 고위험 유방혹으로는 엽상종양이 있다. 엽상종양은 비교적 드문 유방 종양으로 종양 내부가 나뭇잎처럼 생겨서 엽상종양이라고 한다. 초음파로는 섬유선종과 구분이 어렵지만 자라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크게 자란다. 전체 유방종양 중 0.5%밖에 안되지만 전체 엽상종양 중 악성일 확률은 최대 30%까지 달한다, 악성 엽상종양인 경우에는 약 20~25%가 폐나 뼈로 전이된다. 악성 엽상종양이 주위 조직에 침범하고 몸의 다른 부위로 전이하는 데 비해, 양성 엽상종양은 전이되진 않지만 빨리 자라는 경향이 있다. 불완전하게 절제했을 경우에는 국소적으로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양성 엽상종양은 혹과 주위조직을 충분히 제거하면 재발이 낮은 반면, 악성 종양은 충분히 절제해도 약 40%에서 재발한다. 엽상종양은 조직검사로도 섬유선종과 구별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어 섬유선종일지라도 빠르게 자란다면 엽상종양을 의심하고 수술적 제거를 하는 것이 좋다. 엽상종양의 치료는 수술이 원칙이며 혹과 주위 조직을 충분히 포함해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크기가 작은 양성 엽상종양은 충분한 정상 유방 조직을 포함해 2cm 이상 광범위하게 절제한다. 혹이 매우 큰 경우, 악성 엽상종양의 경우에는 유방절제술이 바람직하다. 세란병원 외과 정홍규 과장은 “유방 엽상종양은 단단하고 통증이 없으며 경계가 분명한 덩어리가 만져지는 특성이 있다. 크게 자라는 경우에는 유방 피부가 당겨져 피부 밑의 혈관이 보이거나 피부가 헐기도 한다”며 “엽상종양이 의심되거나 암과 구별이 어려울 때에는 혹을 다 절제해 정확한 조직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홍규 과장은 “유방에서 덩어리가 만져진다고 해서 모두 암은 아니고 섬유선종 등의 양성질환인 경우가 더 많다”며 “섬유선종이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지만 섬유선종으로 의심되는 덩어리가 계속 커지면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40대 이후에 섬유선종으로 의심되는 혹이 발견되면 바로 제거해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봉 기자 2024.11.2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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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설계]종양 제거 비침습적 치료법

      사회 건강설계

      [건강설계]종양 제거 비침습적 치료법

      비수술적 치료는 의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찾아온 트렌드다. 영상기술과 진단기술이 발달하기 전에 외과의사들은 크게 절개하고 넓게 보면서 수술을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수술을 할 때 구멍을 작게 내서 좁은 범위에서 수술도구를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합병증을 유발할 확률이 더 높았다. 크게 시야를 확보해야 몸상태를 제대로 보고 판단할 수 있었고, 의사가 수술하기에도 좋은 데다가 치료효과도 좋았다. 의료기술이 점점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수술 후 트라우마를 최소화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여기서 트라우마는 심리적 외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절개했을 때 조직 손상이 오는 것을 말한다. 수술을 하기 위해 칼을 대면 몸에 흉터가 생긴다. 이 흉터는 바깥쪽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안에도 두툼하게 ‘유착(들러붙음)’이라는 흉터가 생긴다. 이게 심하면 장이 꼬일 정도가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장이 막힐 위험성도 있다. 요즘은 검사나 치료에서 ‘비침습적 방법’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이 됐다. ‘침습, 미세침습, 비침습’의 구분은 신체에 트라우마를 얼마나 남기는지에 따른 분류다. ‘비수술적 요법’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로 이해하면 된다. 외과적 수술은 크게 절개하는 개복 수술에서 조금 절개하는 방법이 발달했다가 점차 칼을 대지 않는 방향으로 발달해 가고 있는 흐름이다. 간암의 치료법은 수술에서 시작해서 많은 진화를 거듭해 왔다. 최근에는 개복 수술이 별로 없고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이 많이 보편화되어 있다. 절개하지 않고 종양을 제거하는 하이푸(HIFU·고강도 초음파 집속술)는 상해를 입히지 않는 비침습적 치료법(비수술적 치료법)으로는 가장 최신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이푸는 섭씨 70도 이상의 고강도 초음파를 열에 약한 암세포에 쏘아 괴사기키는 시술법으로, 보건복지부에 ‘신의료기술’로 등재되어 있다. 암세포에만 정밀하게 쏘여지기 때문에 암이 발생한 곳 이외의 다른 장기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장점이다. 암 환자의 극심한 통증 경감에 효과가 좋고, 비수술치료라서 빠른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방사선이나 항암요법에 비해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물론 체력소모가 적어 기력이 떨어진 말기암 환자들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강도 초음파를 쏘일 때 피부의 경미한 화상, 부종, 시술 부위의 통증 등은 불가피한 측면이다.

      글·김태희 서울하이케어의원 원장 2018.10.08 15:06

    • [손해사정설계]‘난소경계성종양’ 암으로 인정 가능

      경제 손해사정설계

      [손해사정설계]‘난소경계성종양’ 암으로 인정 가능

      지난해 한 독일 여성의 난소에서 28㎏짜리 초대형 종양이 발견돼 성공적으로 제거한 일이 있었다. 60세의 이 여성은 체중이 점점 불어나자 처음에는 당뇨병과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으로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몸의 붓기가 점점 더 심해져 초음파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 어마어마한 크기의 종양을 발견한 것이다. 바로 ‘난소경계성종양’이었다. 경계성종양이란 양성종양과 악성종양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종양이다. 처음부터 암세포를 가지고는 있지만 이것이 악성종양으로 변할지, 그냥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고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경계성종양이 발견되면 우선 깨끗하게 절제해야 한다. 다행히 난소에 발생하는 종양의 거의 대부분인 85% 정도는 양성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악성종양의 경우 주변 장기를 누르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난소암 환자 중 3분의 2가 진단 시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 상태로 병원을 방문할 정도로 초기 발견 및 대처가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난소경계성종양의 경우 위의 독일 여성의 사례처럼 증상을 잘 모르거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때문에 비정상적인 복통이나 복부팽만감, 질출혈, 배뇨곤란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이 있다면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만약 암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양성종양인 난소경계성종양도 계약시 명시된 암진단비와 치료비 혜택을 받아 치료 및 사후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니 자료를 꼼꼼하게 챙겨볼 필요가 있다. 보통 경계성종양 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면 보험사에서는 약관에 따라 암 진단비의 10~30% 정도를 지급하는 사례가 많다. 암은 아니지만 다른 종양에 비해서 특별한 주의를 요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오히려 일부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받았다고 만족해 하기도 한다. 물론 난소경계성종양은 실제로 질병 분류코드도 악성종양인 난소암과 다르다. 하지만 난소경계성종양으로 진단받은 경우라도 해당 약관과 조직검사 결과를 자세히 재검토해보면 이 중 상당수가 악성암으로 인정받아 보장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심장이나 뇌에 생긴 종양과 마찬가지로 그 위험도가 높기 때문이다. 또 중증도에 따라서는 난소를 적출해야 할 수도 있고, 심한 경우 자궁까지 절제해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인 부담도 크고, 여성으로서의 정서적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 보상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맥

      2013.04.01 17:13

    • [손해사정설계]혈액종양질환 보상, 소급적용 가능

      경제 손해사정설계

      [손해사정설계]혈액종양질환 보상, 소급적용 가능

      몇 해 전부터 출산할 때 병원에서 자연스럽게 권유받는 내용이 있다. 바로 ‘제대혈’ 보관 여부에 관한 것이다. 1980년대 말, 제대혈에 혈액과 면역체계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를 비롯한 각종 줄기세포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2000년대 전후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제대혈은 골수보다 채취하기가 쉽고 몸에 이식했을 때 거부반응도 적어 백혈병, 골수이형성증후군, 다발성 골수종 등 악성종양은 물론 재생불량성 빈혈, 선천성 혈구감소증 등 혈액질환이나 랑게르한스세포조직구증과 같은 선천성 대사장애의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치료가 힘들었던 질환들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일종의 보험적 측면으로 제대혈을 보관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최근에는 그 효과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보관하고 있는 제대혈의 부실관리 논란도 일고 있어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비해 치료 가능성이 높아진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또 반가운 것은 랑게르한스세포조직구증과 같은 난치병이 과거에는 경계성 종양으로 분류돼 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제대로 된 경제적 지원을 받기 어려웠으나 이제는 암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 환자 가족의 치료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랑게르한스세포조직구증은 우리 몸을 바이러스나 세균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백혈구인 랑게르한스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고 염증을 일으켜 뼈나 폐, 간 조직 등을 손상시키는 질환이다. 전체 환자의 70% 이상이 17세 미만일 정도로 주로 어린이나 청소년기에 많이 발병하는데,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어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의 고통도 크다. 이 질환의 경우 지난 2011년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표 개정 시 암으로 분류됐는데, 중요한 것은 개정 이전에 암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질병분류코드 변경 이전에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하더라도 보험의 약관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면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해줬다. 랑게르한스세포조직구증 이외에 혈소판증가증, 골수이성형증 등과 같은 혈액종양 관련 질환의 경우도 과거에 확정진단을 받고 보험금 일부만 지급받은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험약관을 면밀히 검토해 악성암으로 판명된다면 보험금을 소급해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최순진

      2013.03.25 18:11

    • 문화/과학 헬스케어

      [헬스케어]소화불량, 악성종양 때문?

      건강의 조건 중에서 3쾌라는 말이 있다. 잘 먹고(쾌식), 잘 자고(쾌면), 잘 누는(쾌변) 것만큼 건강에 중요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중 음식을 잘 먹는 기쁨은 다른 것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직장인 박모씨(27세)는 평소보다 좀 많이 먹었다 싶은 날은 어김없이 밤잠을 설친다. 속이 답답하고 더부룩한 느낌 때문에 아무리 피곤해도 자리에 눕지 못하고 앉은 채 소화가 될 때까지 선잠을 자야 한다. 만성 소화불량으로 내시경 검사도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다. 그래서 평소 소화불량 증상이 생기면 시중에 나와 있는 소화제를 복용하는데 효과가 미미해 불만이다. '신경성 위염'이 대부분 주위를 보면 박모씨처럼 몸에 이상이 없으면서도 소화 불량 증상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소화란 사실 위에서 뿐만 아니라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 식도를 타고 위를 거쳐 십이지장-소장-대장에 이르기까지 영양소를 흡수하기 위하여 진행되는 모든 분해 과정을 일컫는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여러 장기 중 어느 한 군데에 이상이 있으면 소화불량이 생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소화불량'이란 주로 식도-위-십이지장과 같은 상부 위장관의 이상에 의한 증상을 일컫는다.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이 식후 위의 운동 능력 이상이다. 즉 섭취한 음식물은 위내에서 적절한 연동운동으로 부수어서 십이지장으로 배출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전에 장애가 생기거나 혹은 능력 이상으로 과식을 하게 되면 소화불량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만성 소화불량은 위궤양-십이지궤양과 같은 소화성 궤양, 역류성 식도염 같은 위-식도 역류질환, 위염-십이지장염-위암-담도질환-췌장질환 등 다양한 소화계통 기관의 문제는 물론 당뇨병이나 신부전 같은 전신질환이 있을 때도 나타날 수가 있다. 이렇게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한데 이런 원인들은 병원에서 적절한 검사를 하면 밝혀낼 수가 있고 치료도 가능하다. 그러나 여러 검사로도 위장에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학적으로는 '기능성 소화불량'이라고 한다. 실제로 종합병원을 찾는 환자의 1/2~2/3 정도를 차지할 만큼 흔한 질병으로 '신경성 위염' 등으로 부르는 병이다. 아직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위산, 헬리코박터 균 감염, 위나 십이지장 운동의 이상, 내장의 과민반응,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 요인 등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암 등과 증상 비슷해 혼동 위험 기능성 소화불량은 주된 증상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속이 비면 쓰리고 아프다가 음식을 먹으면 가라앉는 소화성 궤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궤양형, 가슴에 뜨거운 작열감이 있고 신물이 올라오는 역류형, 조기 포만감과 함께 더부룩하며 가스가 차고 갑갑한 증상이 나타나는 운동이상형 등으로 분류된다. 국내 연구진의 보고에 의하면 운동이상형이 50%로 가장 많고 궤양형 19%, 역류형 3%의 순이라고 한다. 기능성 소화불량이 오래 지속되거나 자주 재발해서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이 병 자체가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거나 암과 같은 다른 질병으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에서 궤양이나 악성종양 등이 새로 발생할 경우 서로 증상이 비슷해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며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도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특히 6개월간 3㎏ 이상의 체중감소, 혈변이나 흑색변, 음식물이 잘 안 내려가는 연하곤란, 빈혈, 구토, 배에 뭔가 만져지는 종괴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될 때는 꼭 추가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소화불량을 예방하기 위해선 잘못된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우선 과식을 피하고 잠들기 2~3시간 전에는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맵고 짠 음식, 지방이 많은 음식은 피하고 술과 담배를 금해야 한다. 많은 환자가 궁금해 하는 식이요법을 위해 어떤 음식이 좋은지 단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 환자 개개인이 본인에게 맞지 않는 음식이나 먹고 나서 고생했던 음식을 가려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는 항상 정해진 시간에 하고, 음식을 먹을 땐 천천히 오래 씹는 것이 좋다. 침 속에는 아밀라아제라는 당분 분해효소가 있어 음식물과 침이 잘 섞이면 소화가 잘 되기 때문이다. 또한 식사 때는 가급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한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은 소화를 돕지만 식후 1시간 내에 운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음식물 소화를 방해한다. 소화가 잘 되려면 위와 장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하는데 운동을 하면 혈액이 근육과 심장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식사중 소화를 돕는다며 물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식사할 때 너무 많은 물을 마시면 위산이 희석되고 병균의 살균효과도 감소해서 식사 중에 많은 물을 먹는 것은 좋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올바른 생활 습관으로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는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흔히 소화제로 알고 먹는 약에는 위장운동촉진제, 소화효소제, 가스제거제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이들 성분의 복합제도 많기 때문에 임의로 소화제를 사서 복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여기에 따른 의사의 처방대로 투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 : 한솔병원 소화기내과 정연수 과장〉 황인원 기자 hiw@kyunghyang.com

      2004.09.09 00:00

  • 레이디경향

    •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 “이제 죽음의 방식이 변해야 한다”

      화제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 “이제 죽음의 방식이 변해야 한다”

      딸이 엄마에게 물었다. “앞으로 살날이 두세 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면 뭘 하고 싶을 것 같아요?”라고. 그러자 엄마가 답했다. “너에게 김치 담그는 법을 가르쳐야지. 네 아빠, 집에서 담근 김치만 드시잖니.” 스티브 잡스라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었고, 스피노자라면 사과나무를 심었을 그 시간…. 생의 마지막 순간,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건강할 때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혹은 자신의 죽음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건강하게 살다가 고통 없이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은 전혀 다르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센터장 허대석(56) 교수가 들려준 보편적인 임종의 순간은 뜻밖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두 손 꼭 잡고, 이 세상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물들이며 눈을 감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 대신 기계와의 사투를 벌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세상과 이별하는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이할지,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의료계의 해묵은 고민 ‘말기 암 환자 치료 중단’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30년을 보내온 저명한 의학자는 죽음 앞에 직면한 의학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론 첨단 의학 기술이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며 인간의 삶을 연장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는 불치병이었지만 지금은 간단한 수술로 완치될 수 있는 질병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의료 기술이 있다 해도 의학적으로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허대석 교수는 평생 치러온 암과의 싸움에서 죽음의 순리를 깨달았다. 허 교수의 전공 분야는 종양내과. 악성 종양 등 암의 진단과 치료를 다루는 진료과다. 보통 위암은 소화기내과, 자궁암은 산부인과 등으로 각 진료 분야가 정해져 있지만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은 후에도 병세가 악화되거나 전이가 진행되면 종양내과로 옮겨진다. 주로 병세가 악화된 환자들은 만나면서 허 교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매진해왔다. 실제 악성 림프종 치료 성과를 높인 그의 연구와 치료 기술은 국내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의료계의 노력으로 다양한 항암제가 개발되고 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모든 환자가 완치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암의 진행을 세 과정으로 나눕니다. 100% 완치가 가능한 초기 암, 항암제를 사용하면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치료와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진행기 암, 그리고 항암제를 사용해도 더 이상 반응하지 않고 치료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커지는 말기 암으로 볼 수 있죠. 보통 말기 암으로 진행되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진단을 내리거든요. 그러면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라고 말하죠. 치료 중단을 권하면 대뜸 화부터 내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에요. 여기서 의사들이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은 ‘어디까지가 최선이냐’ 하는 거예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자식 된, 배우자 된 혹은 부모 된, 또 의사 된 도리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환자 가족들은 의사에게 새로운 의학 기술을 들이밀며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봐라”라고 권하기까지 한다. 반대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보호자가 치료 중단을 결정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정작 중요한 당사자의 의사나 결정은 사실상 배제된 채 죽음을 맞게 되기도 한다. 허 교수는 1년간 항암치료를 받아오던 고등학생에게 말기 암 판정을 한 적이 있다.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을 동원했지만 암의 진행을 막을 수 없었고 환자의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 때문에 불필요한 고통을 가중시키지 말자고 하니 부모와 당사자도 어렵사리 사실을 받아들였고,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하고 임종을 준비했다. 그렇게 학생이 떠나고 얼마가 지난 후에 그 학생이 다녔던 학교의 교장이 서울대학교 총장실에 투서를 넣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앞길이 창창한 어린 학생이 죽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방법을 찾아볼 생각은 안 하고 ‘치료를 포기하고 죽게 만들었다’라는 내용이었다. “치료를 중단하고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을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의학이 발달했으니 찾아보면 살릴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기적을 믿는 거죠. 하지만 가끔 ‘말기 암 완치의 기적’이라는 것도 진행기의 암이 완치됐다는 의미지 살날이 두 세달 정도 남은 말기 암 환자의 경우를 뜻하는 것은 아니에요. 초기에는 완치를 목표로, 진행기에는 완치와 생명 연장을 목표로 치료하지만 말기 암 환자를 위한 시술은 달라야 합니다. 환자를 편안하게 해주고 고통을 덜어주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는데, 여전히 치료에만 매달리는 거죠. 그것은 환자의 고통만 가중시키는 일인데, 사회적 가치관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허 교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 1998년부터 시작한 일이니, 14년 동안 환자의 의미 있는 죽음에 대해 고민해온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25만 명이 유명을 달리한다. 이 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은 7만 명이다. 나머지 18만 명은 만성질환으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그 18만 명의 환자를 어디까지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은 의학계가 지닌 오래된 고민이다. “효과가 있다면 그 고통과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라도 계속 치료를 해야죠. 그런데 보통 말기 암 진단을 내리는 시점에서 남아 있는 시간을 평균 11주로 봐요. 그 짧은 시간 동안 새로운 방법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치료를 하게 되면 대부분 부작용으로 인해 응급 상황이 발생하고 중환자실로 보내져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등에 의존해 남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실제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에 비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를 더 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생의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죽음은 기술적 문제 아닌, 사회문화적 문제로 봐야 어쩌면 단순하고 명확한 문제다. 환자 스스로 자신에게 남겨진 11주를 어떻게 보낼지 결정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죽음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환자 본인에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통념상 말기 암 환자 본인에게 시한부를 선언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투병 의지를 꺾는다고 환자에게 직접 통보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당사자가 아닌 보호자에게 말기 암 사실을 알립니다. 하지만 이를 전달받은 가족들은 그 사실을 당사자에게 전하지 않아요. 열 명 중 여섯 명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유언을 할 기회도, 자신의 임종 후에 대한 의사도 말할 기회가 없어요. ‘버킷 리스트’라고 해서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누구에게나 하나쯤 있을 텐데 그것을 못하게 되는 거죠.” 당사자가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임종 순간에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사람이 죽을 때, 심장이 멎고 숨을 쉬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이를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를 통해 심장을 뛰게 하고 숨을 쉴 수 있게 할 수도 있다. 만약 회생 가능성이 있다면 이 같은 의술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말기 암이나 만성질환에 시달린 사람들은 임종의 순간 이런 생명 유지 장치를 동원해도 오랜 기간 살아 있을 수 없다. 결국 병실 침대에 누워 기계에 의존해, 살아도 죽은 것 같은 시간을 보내다 임종을 맞게 된다. 이처럼 결국 죽음에 이르는 기간만 늘리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인기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 중에 ‘애정남’이라는 코너가 있죠. 제가 보기엔 그냥 재미있으라고 하는 것보다 지금의 시대상을 담은 듯해요. 사회적 통념과 가치관을 지배하는 사상은 2천 년 전의 아리스토텔레스와, 6백년을 이어온 성리학이죠. 그런데 윤리적으로 봤을 때 여자친구를 어디까지 바래다줘야 하냐는 문제를 아리스토텔레스와 성리학으로 해결할 수가 없는 겁니다. 결국 현대사회에 걸맞은 사회적 가치관을 성립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거든요. 의학계도 마찬가지예요. 1천 년 전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지금의 의사들이 경험하고 있는 윤리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가 없는 거예요.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명확했던 그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길에 수없이 많은 방법과 서로 다른 과정들이 있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의사로서도 애매할 수밖에 없는 거죠.” 허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에는 죽음에 관여하는 수많은 사회적 통념과 제도가 있다고 말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는 인식과 함께 생명 유지 장치의 역할에 대한 개념도 다른 나라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부모님이 연로했고 병이 깊었지만 ‘병원에서 더 이상 뭘 할 수 있겠나’ 싶어 집에서 임종을 맞는 것은 우리 사회가 용납을 한다. 하지만 일단 병원에 들어오면 인공호흡기로 연명할 수가 있는데, 이때 연명치료를 시도했다가 가망이 없다는 판단을 받고 치료를 중단하면 가족이든, 의사든 ‘살인자’로 몰린다는 것이 허 교수의 설명이다. 미국은 아예 법으로 무의미한 생명 연장 치료의 선을 명확히 명시하고 있다. 또 일본과 대만 역시 새로운 의학계 규범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존엄사와 안락사, 자연사의 경계가 불분명한 채 혼란에 빠져 있다고 한다. “보험도 죽음의 방식을 애매하게 하는 하나의 새로운 관계입니다. 마지막까지 항암제와 인공호흡기를 쓰는 것은 보험 적용이 되지만 환자가 집으로 돌아가 진통제를 투약받으면 보험 혜택을 받을 수가 없어요.” 죽음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가 있다. 국내 병원 시스템 중에 가장 발달돼 있는 것이 바로 영안실이라는 점이다. 반대로 임종실을 갖춘 병원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죽기 전의 절차보다 죽은 후의 절차를 더 중요시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임종실이 없으니 환자들은 병실에서 임종을 맞게 됩니다. 환자에게 응급 상황이 닥치면 담당 의사가 달려오고 그 뒤의 과정은 끔찍합니다. 심폐소생술을 하고 심장제세동기를 사용하며 사투를 벌이죠. 그게 몇 시간동안 계속됩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단 말입니다. 말기 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법적으로는 모든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무조건 하게 돼 있습니다. 옆에 다른 환자들이 있는 가운데 그런 과정이 모두 병실에서 이뤄집니다. 그러면 환자나 보호자들이 웅성대며 복도를 서성입니다. 그렇지만 지난 30년간 그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환자나 보호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당연히 행해져야 할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허 교수는 더 이상 죽음이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임종은 기계적으로 얼마나 더 살아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세상 사람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임종은 병실에서 기계와의 사투 끝에 맞이하는 반면 죽음은 영안실에서 수십 개의 화환과 조문객, 그리고 리무진으로 화려하게 치장되는 지금의 현실이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그래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문화적 통념과 가치관을 정립하고 이를 통해 죽음에 이르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허 교수의 말이다. 이제는 ‘임종의 질’ 논의해야 할 때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치료를 중단하자고 통보하는 의사의 말에 “무책임하다”라거나 “포기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하는 환자나 가족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허 교수는 말기 암 환자들이 겪는 치료시술이 주는 부작용의 고통과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미 오랜 투병 생활로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더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항암치료를 지속했을 때, 환자 본인이 느끼게 되는 고통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고 한다. 희망이 없기 때문에 환자, 의사, 가족 모두 암울한 시간을 보낸다. 더욱이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가 남지 않아야 할 가족은 환자의 사망 후 오히려 더 많은 상처를 떠안는다고 설명한다. “제도적 보호 장치가 없는 의사로서는 보호자와 계속 싸울 수 없거든요. 하고 싶다고 하면 시도를 하는 거예요. 결과를 장담할 수 없을 뿐이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죠. 하지만 새로운 항암제를 사용하면 부작용이 더 크고 대부분 중환자실에 오게 되죠. 그러다가 덜컥, 사망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 대부분 후회를 해요. 생의 마지막을 항암제의 부작용에 시달리느라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었던 거예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과정을 겪게 됩니다.” 허 교수는 수없이 많은 죽음을 목격했다.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에 대한 고통스러운 치료시술과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등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현장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는 생의 마지막 시간이 주는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환자가 임종하는 과정은 당사자에게도 힘든 순간이지만 남은 가족에게도 큰 상처가 됩니다. 그래서 더욱더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대화도 하고, 붙잡고 울기도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가족도 쉽게 회복을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평생 트라우마로 남아 상처가 되는 거예요.” 허 교수는 소아암 병동에 있었던 백혈병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열 살 된 소년은 1년간 항암치료와 골수 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소년에게 남겨진 시간은 한 달가량. 여러 날 고민하던 아이의 부모는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아이가 세상에 왔다 갔다는 흔적이라는 게 겨우 주사 맞기 싫다고 우는 모습이나 심폐소생술을 받다 죽어가는 모습밖에 남지 않을 것 같다”라며 “병원에 남아 끝까지 치료를 받는 대신 평소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던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라는 것이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간 아이는 남은 시간을 가족과, 그토록 원하던 강아지와 함께 보내고 강아지를 품에 안고 눈을 감았다고 한다. “품위 있는 죽음이나 바람직한 죽음에 대해 각자 생각하는 게 다르니까 쉽게 정의할 수가 없겠죠. 하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시간을 갖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적절한 표현이 바로 ‘한을 품고 죽는다’라는 건데, 영적으로 한을 품고 죽는 것은 좋은 죽음이 아니거든요. 또 생의 마지막 순간에 기계적으로 육신에 고통을 주는 것 또한 편안한 임종은 아니죠. 이럴 때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 환자가 고통을 덜 느끼면서 임종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서양에서는 이를 ‘완화 의학’이라고 부르며 이에 대해 전문의 제도까지 갖췄다고 한다. 호스피스 제도가 정신적인 측면을 보살핀다고 하면, 완화 의학은 죽음에 이르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항암제는 많이 사용하지만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량은 서양의 10%도 되지 않아요. 마지막 남은 기간을 알게 되면 그 시간이 중요하게 생각되겠죠. 자신에게 남은 한정된 시간을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 있는 일에 쓸 수 있도록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것이 임종을 앞둔 환자를 위해 의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번은 20대 후반의 여성 환자가 허 교수를 찾아왔다. 이미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죽음을 받아들였지만 꼭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그녀의 꿈은 교사였고 투병 전 임용시험에 합격해 대기 중인 상태였는데, 최근 근무지를 발령받았다고 했다. 임지에 부임하기 전에 2주간 연수를 다녀와야 하는데, 가능하겠냐는 것이 그녀의 질문이었다. 연수를 다녀와서 교단에 설 수 있을지를 장담할 수 없었지만 그녀는 평생의 꿈을 이루고 죽고 싶다고 했단다. 다행히 그녀는 연수를 다녀왔고 꿈에 그리던 교단에 며칠 동안 설 수 있었다고 했다. “임종을 앞두고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라는 등의 거창한 것을 꿈꾸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혼한 아내가 보고 싶다거나 연락이 끊긴 자식을 만나고 싶다고 하거든요. 가족의 입장에서는 중환자실에 있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본인의 입장도 생각해줘야죠.” 유방암으로 임종을 앞둔 40대 주부의 소원도 무척이나 평범했다고. “집에 가고 싶다”라는 그녀의 말에 가족은 만류했다. 그러자 그녀는 “잠시라도 좋으니 집에 다녀오게 해달라”라며 끝까지 부탁했다는 것. 이에 가족이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것이냐”라고 물었더니 “예전처럼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고 싶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 사람에게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제가 만나는 환자 중에는 고등학생도 많아요. 그 아이들은 저를 볼 때마다 ‘언제 학교에 갈 수 있느냐’라고 물어요. 비록 몸은 아프지만 단지 질병을 가진 존재가 아닌, 사회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존재감이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허 교수는 누구나 막상 죽음과 마주하면 남겨진 시간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 남겨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어떤 죽음이 자신에게 의미가 있을지 우리 모두가 고민해볼 문제가 아닐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병을 고칠 수 없어 11주의 시간만 남는다면?”이라는 질문에 “나 지금 죽으면 안 돼. 우리 아가 어떡하라고”라는 답변부터 “영화 ‘편지’처럼 남편을 위해 영상 편지를 남기고 싶다” 혹은 “엄마와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지금의 이성친구가 나의 죽음을 알 수 없도록 헤어지고 싶다”라는 등 무척이나 다양한 답변들이 도착했다. 물론 그중에는 “끝까지 치료하겠다”라는 답변을 보내온 사람도 있었다. 이처럼 죽음의 순간에 하고 싶은 일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는 것이 아닐까? <■글 / 진혜린(객원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경향신문 포토뱅크>

      2012.05.04 18:13

    • 자궁적출수술 후 가슴종양까지… 서정희가  아름답게 사는 법

      연예

      자궁적출수술 후 가슴종양까지… 서정희가 아름답게 사는 법

      완벽한 내조를 하는 서세원의 아내, 웬만한 주부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똑 소리 나는 살림꾼, 딸과 아들을 해외 명문대에 합격시킨 교육열 강한 엄마, 세월이 비켜간 듯한 아름다운 외모, 매일 아침 무릎 꿇고 삶을 참회하는 신앙인. 서정희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모습들이다. 최근「서정희의 주님」이라는 책을 펴내고, 조용히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서정희. 그녀가 말하는 28년 동안 내가 악착같이 ‘가정’에 대해 집착했던 이유.가족과 대화하는 방법은 ‘메모와 편지’ 올해 나이 48세, 결혼 28년 차. 남편 서세원과의 사이에 스물여섯 된 딸 동주와 스물셋 된 아들 미로(본명 서동천)를 두고 있는 서정희. 실제로 보니 정말 동안(童顔)이다. “여전히 미인이시네요”라고 인사를 건넸더니, “저 많이 늙었어요. 그런 소리 들으면 이젠 정말 민망하고 창피해요”라며 쑥스러운 듯 웃는다. 최근 그녀는 「서정희의 주님」이라는 종교서적을 출간했다. 과거 ‘인테리어’와 ‘살림법’에 관련된 책들을 출간한 적은 있지만, 이같이 일기 형식의 종교 서적은 처음이다. 매일 아침 ‘묵상’을 하면서 썼던 수십 권의 노트가 우연히 온누리교회의 하용조 목사의 눈에 띄어 출간까지 하게 됐다. “이 책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게 아니에요. 그동안 제가 힘들 때마다 ‘묵상’을 통해서 일기 형식으로 써놓았던 노트를 엮어서 만든 것뿐이에요. 전 그 노트가 자식들과 남편에게 ‘유산’으로 남겨지길 원했어요. 집이나 보물을 물려주기보다는 엄마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살았는지를 정리해 남겨주고 싶었던 거죠. 아이들이 ‘노트’를 보면서 엄마의 진실된 모습을 알게 되길 바랐어요.” 서정희가 묵상을 시작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그걸 글로 쓴 것은 2006년부터다. 책에는 2006년부터 2007년에 해당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서정희가 가족과 대화하는 방법은 매우 ‘아날로그’적이다. 바로 ‘메모’와 ‘편지’가 그 방법. 매일 남편이 출근할 때마다 메모를 써서 주머니에 넣어주었고, 아이들에겐 편지를 썼다. 남편 서세원은 집에 들어와서 아내가 쓴 묵상 노트를 펼쳐 보면서 아내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다. “사실, 묵상을 하면서 남편과의 관계가 더욱 좋아졌어요. 남편과 같이 노트를 보면서 하루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거든요. 제가 매일 묵상을 하면서 얻은 ‘열매’는 바로 남편이에요.”‘고난’ 때문에 얻은 남편, 더욱 사랑할 터 사실 그동안 서세원·서정희 부부에게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서세원이 연예계 비리에 연루돼 경찰과 검찰을 오갈 때, 온갖 악성루머가 가족을 뒤흔들었다. 서정희는 세상과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 집 안에서 벌벌 떨며 불을 켜지도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고난’ 때문에 가족을 얻고, 남편을 얻었다고 했다. “보통 부부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워지면 헤어지잖아요. 전 그런 어려움을 극복한 것에 대해 ‘대견’하게 생각해요. 저는 남편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아무것도 묻거나 따지지 않아요. 그냥 끊임없이 격려하고, 남편을 이해했어요.” 서정희는 남편을 세워주는 지혜로운 아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자녀들에게도 늘 지혜로운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다. 매일 기도를 통해 훈련한 덕분에 남편과 자식 옆에서 참고 기다리는 아내와 엄마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 사는 데 어찌 부부싸움이 없을 수 있을까. 일상의 사소한 것부터 말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성격이 너무 다른 두 부부. 그냥 양보하는 게 상책이었다. “저는 성품이 정적이고, 규칙적이면서 생활 속 정리 정돈이 철저해요. 반면 남편은 즉흥적이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죠. 가끔 의견 충돌이 생기면, 일단 서로 양보해요. 그래서 큰 싸움으로 번져본 적이 없죠. 특히 제가 남편을 더 헤아리려 노력해요. 전 남편의 모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 아니면 세상 누구도 남편을 받아줄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요.” 부인 서정희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남편, 서세원. 남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사랑하는 그녀. 남편은 자신의 사랑 안에서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서정희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남편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저희 부부는 하루하루 지날수록 사랑이 더욱 깊어지고, 커지는 걸 느껴요. 가끔 ‘죽을 때는 어느 정도까지 사랑하게 될까’라고 서로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해요. 우리 가족에게 고난이 찾아온 뒤에 더욱 남편을 사랑하게 됐어요. 고난이 우리 가족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해줬거든요.” 과거에는 문자 메시지도 잘 보내지 않던 남편이 이제는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하루에도 수차례 보낸다. 주변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여줘도 믿지 않을 정도다. 중년의 부부가 같이 골프나 등산을 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서세원·서정희 부부처럼 신학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신학교를 같이 다니고 있는 이들 부부. 같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숙제도 하고, 시험 공부도 한다. 과거에는 서정희가 남편에게 기도를 해줬는데, 이제는 남편의 기도를 들으면서 잠이 든다. 그렇게 같이 있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행복이다. 자궁수술 후, 4년 만에 가슴종양 생겨 28년 동안 남편과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면서 건강에도 하나 둘씩 이상 신호가 생기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자궁에 큰 근종이 생겨서 결국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몸의 이상보다 더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건 바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유언비어들’이었다. “자궁수술을 하고 혈액이 부족해 남들보다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었어요. 그때 ‘정신병자다’, ‘이혼한다더라’ 등의 괴소문들이 나돌았어요. 그런 말들이 어찌나 제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 저는 분명히 산부인과 병동에 입원해 있었는데, 왜 확인도 하지 않고 그렇게 기사를 쓰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됐어요.” 와튼스쿨에 입학해 화제를 일으킨 서세원·서정희 딸 서동주.이런 소문들에 서정희는 그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해명을 하려고 하면 본의 아니게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것도 싫었다. 그냥 혼자 오해를 받는 게 오히려 편했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오해와 소문은 점점 베일을 벗고 진실로 드러나게 됐다. 자궁수술 이후, 4년 만에 이번에는 가슴에 종양이 생겼다. 처음에는 암인 줄 알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밝혀져 제거 수술은 받지 않아도 된다. 대신 2개월에 한 번씩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특별한 자식교육법? 그냥 지켜만 볼 뿐! 서정희의 딸 동주는 미국 MIT를 졸업하고, 오는 9월 펜실베이니아 경영대학원 와튼스쿨 박사과정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을 앞두고 있다. 일본 와세다대에서 유학했던 아들 동천은 ‘미로밴드’를 결성해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연예계 가족의 대를 잇고 있다. 이렇게 두 자녀를 모두 해외 명문대에 보낸 서정희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교육 방법’을 궁금해했다. 이를 두고 서정희는 “옆에 있어준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고 말한다. “사실 가족이 고난에 휩싸여 힘들어할 때, 오히려 우리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주려고 더 열심히 공부했어요. 제가 해준 일이라고는 옆에서 기도해준 것밖에 없어요.” 딸 동주가 중학교에 간 이후로는 한 번도 ‘공부해라’라고 말해본 적이 없다. 다만, 좋은 책이 있으면 먼저 사서 읽어보고 딸에게 꼭 추천을 해줬다고. 어느 날 딸이 “엄마는 어쩜 그렇게 약속을 잘 지키냐”고 신기하듯 묻더란다. 서정희와 딸 동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정도로 마음이 잘 통하는 사이다. 이번에 낸 책 역시 동주와 둘이 만든 거나 다름없다. 책 속의 사진들은 모두 동주가 찍었다. “렌즈는 감정이 없잖아요. 그런데 딸이 찍는 사진이 모두 예쁘게 나오는 거예요. 딸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딸이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 느껴져서 자꾸 눈물이 나더라고요. 집에서 편하게 가족이 풍선을 불기도 하고, 아들 동천이가 돗자리를 펴서 조명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 모든 것이 저에게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었어요.” 특히 동주는 사진을 찍으면서 엄마의 잠재된 끼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고 한다. ‘엄마는 그 많은 끼와 열정을 어떻게 다 참고 살 수 있었느냐’, ‘어떻게 철저히 아빠와 자식을 위해 살 수 있었느냐’고. 책을 출간하면서 딸 동주가 연출하고 찍어준 사진들.딸의 이런 물음에 서정희는 “연예인으로서의 삶보다 동주·동천의 엄마, 서세원의 아내로 사는 게 훨씬 더 행복했다”고 답했다. 아직도 혹자들은 19세, 너무 이른 나이에 서세원과 결혼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28년 동안 아내로서 만족하고 살아왔다. “내가 연예인의 삶을 살았다면, 아이들 키우면서 잘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 적 있어요.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전 청소하는 게 즐겁고, 살림이 적성에 맞거든요. 어릴 적 꿈꾸었던 이상적인 엄마와 아내가 되고 싶은 꿈을 모두 이뤘어요.”불우한 어린 시절, 내가 가정에 집착하는 이유 서정희는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때문에 4남매를 키우며 생계를 책임지는 바쁜 어머니를 대신한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서정희는 늘 엄마의 사랑이 그리웠고, 친구들의 엄마를 부러워했다. 그래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집에서 ‘홈드레스’를 입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반겨주는 엄마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서정희는 자신이 가정에 악착같이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불우했던 어린 시절에 기인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앞으로 그녀의 꿈은 ‘가정 사랑 전도사’가 되는 것이다.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 아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것. 과거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상담을 해줘도, “고생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무엇을 알겠느냐”는 반응을 들었는데, 힘든 시간을 겪고 난 이후로는 좀 더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깊이 다가설 수 있게 된 것 같다. “가정에서는 엄마의 역할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건강한 가정이 되기 위해서 자녀들에게 편지로 대화를 시도하고, 남편에게 문자 메시지 보내는 연습을 하는 거죠. 집에서 가족이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가정 본연의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행복한 가정 카운슬러 혹은 멘토처럼요.” 간혹 사람들은 서정희의 외모를 두고, ‘보톡스를 맞았을 거야’, ‘성형수술을 받았대’, ‘주름은 없애겠지’라고 입방아를 찧곤 한다. 하지만 정작 서정희는 외모에 투자를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사람들이 예쁘게 봐주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못생기게 봐줘도 그 역시 어쩔 수 없다는 마음가짐이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 때문에 2개월에 한 번씩 염색을 해야 하고, 자꾸 나빠지는 시력 때문에 돋보기를 낀 채 책을 읽어야 하지만, 세월이 주는 불편들은 이제 어쩔 수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늙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과거에는 ‘좀 더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다. 하지만 이제 그냥 편하게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그저 세상 사람들에게 좀 더 편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수 있도록 오늘도 간절히 소망한다.■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성훈, 서정희 제공

      2008.09.2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