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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젤렌스키와 충돌 후 우크라 군사지원 중단 지시”

      국제

      “트럼프, 젤렌스키와 충돌 후 우크라 군사지원 중단 지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를 전면 중지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3일(현지시간)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익명의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우크라이나의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a good-faith commitment to peace)을 입증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할 때까지 미국이 현재 제공 중인 모든 군사원조를 멈추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비행기 혹은 배편으로 운송 중인 무기나, 폴란드 등 제3국에서 인도를 기다리고 있는 물자를 포함해 이미 우크라이나에 도착하지 않은 모든 군사원조가 멈추게 된다고 이 당국자는 말했다. 다른 백악관 당국자는 AFP통신에 익명으로 보낸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를 확인했다. 이 당국자는 “대통령이 평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명백히 밝혔고 우리는 우리 파트너들이 그 목표에 전념하길 원한다”며 “우리는 원조가 해결에 기여한다는 것을 확실히 할 때까지 원조를 중지하고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조 재개의 조건으로 제시한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최근 상황 전개를 살펴볼 때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구상을 우크라이나가 그대로 따르기를 압박하는 사실상의 제재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백악관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자신의 종전구상을 압박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 인프라 수익의 절반을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공동으로 소유한 기금에 투입하는 광물협정을 추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재침략을 억제하기 위해 요구하는 미국의 안전보장을 배제한 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조속한 종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그는 “당신이 합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다. 우리가 빠지면 당신은 (홀로) 끝까지 싸우게 될 것”이라며 군사지원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의 군사원조가 중단되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그간 전황을 바꿀 수 있도록 제공한 무기의 사용이 어려워지면서 전쟁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전쟁에서 사용하는 각종 군사 장비의 55%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거나, 자체 자금으로 조달하고 있다. 나머지 20%는 미국이, 25%는 유럽이 지원한다.

      #우크라이나 #미국 #트럼프

      이주영 기자 2025.03.04 10:14

    • [우정 이야기] 우체국, 저소득 장애인에 ‘암보험 무료 지원’

      경제 우정이야기

      [우정 이야기] 우체국, 저소득 장애인에 ‘암보험 무료 지원

      우정사업본부는 저소득 장애인에게 ‘우체국 암보험’ 무료 가입 지원을 진행한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장애인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보험’이다. 지난 2001년에야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으로 장애인 전용 보험상품이 출시됐고, 2010년대 후반까지 일반 보험에 가입하려는 장애인은 장애를 이유로 가입이 제한되거나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다. 2018년 금융당국이 장애인의 보험 청약 시 장애 여부 사전고지를 폐지하고, 보험사가 장애 유무로 보험료율을 차별하지 않도록 보험상품 심사기준에 이를 명시하도록 하면서 그나마 장애인의 보험 가입이 한결 수월해졌다. 장애인에 대한 보험 가입 문턱은 낮아졌지만,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소득이 제한적인 장애인의 경우 비싼 보험료도 제약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저소득 장애인도 보험에 가입해 상해와 질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올해 사회공헌 사업의 목적으로 저소득 장애인에게 ‘우체국 암보험’((무)어깨동무보험(2종)) 무료 가입 지원을 진행한다. 가입 지원 대상은 만 19세부터 35세의 기초생활보장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저소득 중증장애인이다. 보험 보장 기간은 20년이고, 가입한 지 1년이 지난 뒤부터 암 진단비를 최대 1000만원(소액암 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지난해 기준 1인당 평균 약 90만원 수준이었던 보험료는 우정사업본부가 전액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총 359명에게 무료 지원 혜택을 제공했는데, 올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강화 차원에서 지난해보다 약 50명 늘어난 410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신청은 전국 장애인복지시설 및 단체 등의 추천서와 장애인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3월 7일까지 우체국공익재단에 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오는 4월 중 지원 대상자를 선정해 6월 중에 전국 우체국을 통해 보험 가입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장애인 보험 가입 지원 사업으로 우정사업본부는 장애인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암 진단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무료 가입 사업 외에도 우체국은 보험 가입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을 위해 금융당국이 전용 상품을 출시한 지난 2001년부터 3종 장애인 전용 보험을 운용하며 장애인의 보험 가입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우체국의 장애인 전용보험은 보호자의 사망 등 경제적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생활 보장형(1종), 장애인 사망원인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암에 대한 진단비를 지급하는 암 보장형(2종), 재해로 인한 수술비 등을 지원하는 상해 보장형(3종)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장애인 전용보험 외에도 지난 1995년부터 소년·소녀 가장 등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청소년 꿈 보험’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험 상품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79만명의 공익보험 가입을 지원했고, 지원금액은 총 451억원에 달한다.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은 “이번 암보험 가입 지원을 통해 저소득 중증장애인들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올해 출시 30년을 맞은 우체국 공익보험은 국민복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지원을 지속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2025.02.19 06:00

    • 이재명 “민생지원금 포기할테니 추경하자”···국힘 반응은?

      정치

      이재명 “민생지원금 포기할테니 추경하자”···국힘 반응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월 31일 정부·여당이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반대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추경 요구 사항에 민생지원금을 포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민생지원금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정부나 여당이 민생지원금 (예산) 때문에 추경을 못 하겠다고 한다면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효율적인 민생지원 정책이 나오면 상관이 없으니 추경을 편성해달라”며 “민생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할 경우 차등지원을 하든 선별지원을 하든 다 괜찮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추경을 통해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여당은 내수진작 효과가 없고 재정 부담만 가중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이 대표는 국민연금 개혁 문제에 대해선 “초당적인 연금개혁을 일부나마 시행해야 한다”며 “2월 안에 모수개혁(연금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을 신속하게 매듭짓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4대 개혁을 하겠다며 연금개혁안을 냈었는데, 민주당이 양보해 합의될 것 같으니 태도가 돌변했다”며 “(민주당이 국민의힘 안을 받아들이니) 이제 구조개혁도 동시에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구조개혁은 쉽게 되지 않으니 모수개혁만 하자고 하는 것 아닌가.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며 “자꾸 조건을 붙이는 것을 보고 ‘4대 개혁을 하자는 말만 하고 할 생각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완벽한 안이 추진되면 좋겠지만 모자란 안이라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라며 “누가 제안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민의힘의 성과로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추경 편성에 앞서 민주당이 지난해 ‘삭감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것부터 사과하라고 말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추경을 입에 올리려면 작년 말 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한 대국민 사과가 우선”이라며 “국민의힘은 추경 요인이 있을 때 여·야·정이 협의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잘못 끼운 첫 단추부터 풀어야 한다”며 “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한 어떤 사과도 없이 추경을 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정부·여당이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반대해 추경 편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추경 요구 사항에 민생지원금을 포함하지 않겠다고 한 데 대해선 “민주당의 진의가 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정국 전환용 꼼수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앞서) 민주당의 주장은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추경 편성이었는데, 이제 민생 돌보기 추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우리가 단순히 ‘고맙고, 검토해보겠다’고 할 수는 없다”며 “국민을 속이기 위한 립서비스”라고 말했다. 또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에 대해 정부 입장이 없는데 정부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하다”며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여야가 논의할 수 있지만, 정치 공세식으로 추경하자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2월 내 국민연금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완료’를 제안한 연금개혁에 대해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회의에서 “특위 위원장도 양보할 수 있다고 민주당에 이야기했다”며 “지금 즉시 국회 연금특위를 구성해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2025.01.31 12:19

    • 최상목 대행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연장’ 거부권

      정치

      최상목 대행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연장’ 거부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월 14일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기간을 3년 연장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무상교육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해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달라는 취지에서 재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의 내용은 고교무상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이 분담하는 한시 규정의 기한을 3년 연장하는 것이다. 소관 부처인 교육부와 여당은 재의요구를 건의했다. 최 권한대행은 “입법 과정에서 더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며 “국가 비용 분담 3년 연장 및 분담 비율을 순차적으로 감축하는 대안이 제시되었음에도 충분한 논의 없이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이어 “무상교육에 대한 국비 추가 지원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 이견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처럼 대규모 재정이 소요되는 정책은 국고지원을 입법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국회에서 충분한 정치적·정책적 협의 과정을 거쳐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대안을 도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한정된 재원 여건하에서 국가 전체의 효율적 재정운용을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방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자체 교육·학예 사무는 지방교육재정으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올해 지난해보다 3조4000억원 증가한 72조3000억원을 교부할 계획이며, 이 재원을 포함해 지방교육재정을 내실 있게 사용한다면 고교 무상교육 경비는 지방에서 부담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며 “그럼에도 국가가 과도하게 추가 비용을 지원하게 된다면 국가 전체의 효율적 재정운용을 어렵게 해 궁극적으로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앞숴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31일에도 이른바 쌍특검법(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최 권한대행은 “국회·정부 국정협의체 출범을 앞두고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게 돼 매우 송구스럽다”며 “국가의 추가적인 재정 투입에 대해 여야가 정부와 함께 다시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진수 편집장 2025.01.14 13:26

    • 달라진 정부…우크라에 ‘살상무기 지원’ 가능할까

      정치

      달라진 정부…우크라에 ‘살상무기 지원’ 가능할까

      “방어무기부터 지원” 일주일 전과 온도 차이…신중 대응 필요 트럼프 당선으로 국제정세 다시 변곡점…북은 러서 실리 챙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월 17일 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군 40명이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했다.”,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북한군 병사가 제공된 음식의 다양함과 푸짐함에 놀랐다.”, “북한군은 누렁이 개고기라고 쓰인 통조림을 먹는다.” 연일 쏟아지는 북한군 파병 관련 소문이다. 출처를 따라가다 보면 대부분 X(옛 트위터)와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닿는다. 주로 ‘친우크라이나’로 분류되는 계정이 시작점이다. 거짓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뒤섞여 ‘전황’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중이다. 지난 11월 5일(현지시간)에는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이 교전을 벌였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를 실명으로 확인해준 것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다. 그는 북한군과의 교전을 두고 “세계가 불안정성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동일한 내용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상당한 수(a significant number of)의 북한군이 사망했다”고만 보도했다. 한국 정부도 교전의 의미를 확장 해석하는 데는 선을 그었다. 지난 11월 6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소규모 인원이 정찰 활동이나 전쟁 이외의 사전준비 차원에서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는 저희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전투는 개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루 뒤인 11월 7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을 하면 어찌 됐든 방어무기부터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살상무기 제공’, ‘파병’ 가능성까지 나왔던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급변한 태도의 원인으로 짐작해볼 만한 정황은 있다. 북한군 교전설이 불거진 지난 11월 5일 미국에서는 대통령선거가 진행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년 만에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 돌아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러시아와 담판을 통해 빠른 시기에 종전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승리 선언 연설에서도 “나는 전쟁을 시작하지 않고 끝낼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국제정세는 다시 한번 변곡점을 맞았다. 확인되지 않는 정보는 누가 흘리나 SNS만 보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있다는 북한군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들의 키, 얼굴, 복장, 말투, 심지어 머리 스타일까지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게 공개돼 있다.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지만 파급력은 진짜 정보와 동일하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북한군이 전투 경험을 쌓기 전에 한국이 대응해야 한다”거나 “총알받이가 된 북한군이 불쌍하다”는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을 억지로 전쟁에 끼워 넣고 보면, 누군가 정보를 흘리며 심리전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정보의 신빙성에 대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전부 걸러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근거는 쏟아져 나오는 정보가 한쪽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다. 그는 “북한군이 러시아 군복과 신분증을 충분히 위조할 수 있는데 정보라고 나오는 것들을 보면 전부 북한 신분증, 인공기를 대놓고 가지고 다닌다”며 “게다가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 포로를 잡았으면 공개하면 그만인데 우크라이나 당국이 아닌 민간단체가 포로라며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전쟁에 참전했다는 것이 주요 문제가 될수록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이 필요한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좋은 압박 수단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0월 30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 참전 사실을 지적하며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싸우기 위해 온 군대라는 공식적인 지위를 얻은 뒤 (한국에) 구체적인 요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린 한국으로부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으며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방어, 특히 방공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우크라이나의 바람과 별개로 한국에 필요한 것은 ‘사실 확인’이다. 북한군이 실제 최전선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애초 대다수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폭풍군단’은 적진 후방에 침투해 요인 암살, 시설 파괴 등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이 최전선에서 교전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통해 북한군의 교전이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 조 위원은 “폭풍군단 특성을 봤을 땐 상식적이지 않지만 북한군이 전투에 투입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맞는 것 같다”며 “다만 겨울이 임박한 시점에서 대규모 병력이 투입됐다는 정황은 아직 없고, 우크라이나 측이 예상한 북한군 투입 시점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겨울을 앞둔 시점에 파병돼 빠르게 전투에 참전한 이유’가 중요해졌다. 실리 챙기는 북한 미국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게 된 만큼 전쟁은 ‘신속한 종전’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문제는 방법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부통령을 맡게 될 J. D. 밴스 당선인은 지난 9월 시사점을 남겼다. 그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평화적 해결’을 기대하며 크렘린궁과 우크라이나, 유럽 관계자들과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아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현재 경계선’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취임 전 형성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선이 어디냐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겨울이 임박한 상황에서 투입된 북한군의 존재 역시 이와 무관할 수 없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군의 존재는 러시아가 전선을 유지하면서 전투 요원을 순환 배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들이 본격적으로 전투에 투입된다면 협상 국면에 진입하기 전까지 원래 러시아 영토인 쿠르츠크 지역에 남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수복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산발적, 소규모 교전도 전선 유지 측면에서 보면 설명이 가능하다. 어떤 이유든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릅쓰고 ‘파병’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한 데 이어 실질적 ‘손실’까지 감내하며 러시아를 돕고 있다. 겨울을 앞둔 파병 시점,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참전 등은 모두 평화협상 이후 반대급부를 키우는 포석이 된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대응이다. 핵심은 ‘평화협상’을 말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여전히 ‘살상무기 지원’이 가능하냐, 해당 조치가 전후 북한이 받을 혜택을 줄일 수 있느냐 등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그래서 외교에서 말이 앞서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북한군과의 교전 사실을 키워서 한국에 공식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것인데 이제 정부는 스스로 뱉은 말을 수습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한·미동맹을 그렇게 좋아하는 정부가 미국의 액션플랜(실행계획)도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왜 선제적으로 나서는지 모르겠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최대한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북한군 참전을 명분으로 한 한국의 전쟁 개입은 평화협상 이후 문제를 남길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가 러시아의 한국 적대나 실질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정부의 더욱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찬호 기자 2024.11.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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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IT칼럼

      [IT 칼럼] 애플 RCS 지원, ‘카톡 왕국’ 흔들릴까

      통신사가 RCS를 지원하면, 아이폰의 설정>일반>정보에서 아래로 스크롤해 이동통신사 항목을 탭하면 나오는 IMS 상태가 음성, SMS 및 RCS라고 표시된다. 김국현 제공 아이폰 16과 함께 등장한 최신 모바일 운영체제 iOS 18. 가장 큰 캐치프레이즈는 애플판 인공지능 애플 인텔리전스였는데 별로 홍보되지 않는 큰 변화가 하나 더 있다. SMS/MMS를 잇는 차세대 문자메시지 표준 RCS(Rich Communications Services)를 드디어 지원하게 된 것. 독과점이라고 사방에서 압박받던 애플이 백기를 들었다. 등 떠밀려 탑재했어도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기능인데 이번에도 한국에선 무용지물이다. 사실 카카오톡이 있으면 RCS가 아쉽지 않다. 통신사에 비용을 내지 않아도 장문과 사진을 전송할 수 있고, 무엇보다 단톡방을 만들 수 있다. 스티커도 보낼 수 있고, 읽었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상대방이 뭔가를 입력할 때 궁금해하며 기다릴 수도 있다. 통신사 기본 문자는 제공해 주지 못하던 체험은 강렬했다. 그렇게 카카오톡은 한국에서, 비슷한 위챗과 라인은 각각 중국과 일본에서 왕국을 건설했다. 휴대폰 대리점에서도 새 휴대전화기를 산 어르신들에게 카톡을 대신 설치해 주는 친절을 베풀어야 할 정도니, 차원이 다른 의존도였다. “사실상 국가 기간망”이라던 대통령의 말도 틀리지 않는다. 먹통 사태마다 그 독과점이나 과의존에 벗어날 때가 됐다고 말은 해도 이런 앱은 나 혼자의 의지로 벗어날 수 없다. 명색이 통신사인데 메신저 역할 하나 제대로 못 해 국가 기간망 역할을 일개 앱에 양도해 버리다니. 통신사들은 카카오톡이 지녔던 각종 장점을 흡수한 표준을 함께 만들기로 한다. 그런데 통신사들은 인터넷 기업들처럼 소프트웨어를 친절히 만들 줄 몰랐고, 협업마저 서툴렀으니 될 리가 없었다. 이런 통신사의 실태에 답답해진 이가 있었다. 마침 자기네 메신저 앱이 잘 안 되던 구글이다. 반면 아이폰에 기본 탑재된 아이메시지의 위력은 날로 커졌다. 아이폰끼리는 기능이 풍부한 파란 말풍선을 띄웠지만, 안드로이드는 일반 문자로 차별하며 녹색으로 칠했다. 녹색은 파란 친구들 단톡에 초대될 수도 없었다. 이 차별을 겪어 본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폰을 사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블루 버블 그린 버블’이라는 사회현상이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통합하는 메신저가 필요했던 구글은 정리되지 않은 RCS에서 마지막 희망을 봤다. 대신 나서서 국제표준도 정리하고 공짜 문자 앱도 만들어줬다. 애플만 RCS를 지원하면 된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iOS 18은 국제표준을 이제 지원한다. 그런데 이번 신기능도 한국에서는 되지 않는다. 한국 통신사들은 국제표준과 미묘하게 다른 방식으로 RCS를 구현해 버린 갈라파고스 상태라서다. 갤럭시에 기본 탑재된 RCS 앱 채팅 플러스도 국내용은 이미 비표준 신세. 비표준 RCS를 쓰는 중국이 있어서 외롭지 않으려나 했는데, iOS 18.1 업그레이드에서 중국용 RCS를 애플이 특별히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은 통신사가 국제표준으로 바꾸든 애플이 삼성처럼 한국식으로 고쳐주든 해야 할 텐데 SMS 과금에 맛 들인 통신사는 만사 귀찮고, 애플도 한국을 중국처럼 편애할 것 같지 않으니 카카오톡 왕국은 당분간 별 이상 없어 보인다.

      김국현 IT 칼럼니스트 2024.10.11 16:00

    • 윤 대통령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민주당 25만원’은 무분별한 지원”

      경제

      윤 대통령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민주당 25만원’은 무분별한 지원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포퓰리즘적인 현금 나눠주기식이 아니라 도움이 절실한 소상공인에게 맞춤형으로 충분한 지원을 펼치겠다”며 “25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 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를 주재하고 “코로나19 팬데믹 때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저금리 대환대출 지원 대상을 저신용자에서 중저신용자까지 확대해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춰드리고, 최대 80만명의 소상공인에게 정책자금과 보증부대출의 상환 기한을 5년까지 연장하겠다”고 했다. 또 전기료 지원 대상의 매출기준을 현재 연 3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높이고, 소상공인에게 임차료를 인하해 준 임대인에게 제공하는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 제도를 2025년 말까지 연장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에게만 지원했던 새출발기금을 올해 6월 말까지 사업한 모든 소상공인으로 확대하고 자금 규모도 10조원 늘려 약 30만명을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역동 경제로 서민·중산층 시대 구현’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과 더불어 성장잠재력 저하·부문 간 격차 확대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역동 경제 로드맵’을 함께 논의했다.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에 이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역동 경제 로드맵,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했으며, 헤어 디자이너, 양식당 운영자 등 소상공인이 토론자로 참석해 민생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김주현 민정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등이 참석했고, 국민의힘에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정점식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총선 공약인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위기극복 특별조치법)도 겨냥해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무분별한 현금 지원 주장을 예로 들며 “그렇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뻔한 것 아니겠느냐”며 “일단 물가가 상상을 초월하게 오를 뿐 아니라 신인도가 완전히 추락해서 정부나 기업들이 밖에서 활동할 수도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냥 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정말 필요한 곳에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고 속 복합위기 ‘빚 눈덩이’…환갑 사장님은 퇴로 막혀 ‘막막’지난 5월 17일 오후 방문한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는 적막했다. 중고물품을 구경하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없었다. 흥정 없는 거리엔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았고 철거 용품...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4&art_id=202405270600031 빚 돌려막기 급급한데…정부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자영업자 부채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오르면서 정부와 정치권도 지원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내수 경기가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자영업자의 원리금 상환에 대한 부담이 가...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4&art_id=202405270600041 [취재 후] 불황의 시대, 퇴로가 없다“모두가 가난해지는 것 같네요.” 자영업자 부채를 취재하면서 만난 사장님은 “물가가 월급보다 더 올라 직장인들이 지갑을 닫는 게 체감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코...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4&art_id=202406050600011

      홍진수 기자 2024.07.03 14:06

    • [취재 후] 한부모가족 지원 강화해야

      사회 취재 후

      [취재 후] 한부모가족 지원 강화해야

      오는 7월 19일 ‘위기임신 지원 및 보호출산제’가 시행된다. 시행에 앞서 위기임산부에게 무엇이 정말 필요한지 듣고 싶었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서울에서 만 3세 아이를 홀로 양육하는 A씨(22)를 만났다. 인터뷰는 예상보다 길어져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물론 인터뷰를 요청한 쪽은 기자였지만 그는 ‘할 말’이 많았다. 임신·출산 과정, 남자친구와의 갈등, 양육의 어려움, 현재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에 도움을 요청해 긴급주택에서 지내게 된 이유까지 조곤조곤 설명했다. 그는 임산부로서, 한부모가족으로서 받을 수 있는 공공의 정책과 민간의 지원을 대체로 알고 조건이 되면 이용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학업과 경제활동, 양육을 병행하면서 “친구들보다 철이 일찍 든 채”로 “아등바등 살았”음에도 현재 ‘위기’에 처해 있다. 가장 큰 부분은 경제적 어려움이다. 매우 사적인 부분이어서 기사에 쓰진 못했지만 대출을 받기까지 과정, 공공임대주택에 당장 들어갈 수 없는 사정은 A씨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는 과도한 책임을 지고 있었다. 앞으로 보건복지부·아동권리보장원 관장 하에 전국 16개 광역 시·도 지역상담기관에서 위기임산부 상담이 이뤄진다. 그동안 분절적으로, 그것도 민간에서 주로 이뤄지던 위기임산부 상담을 이제는 공적 체계에서 진행한다. 취재 과정에서 “정부가 잘할 수 있을까요”라거나 “위기임산부들이 그 체계를 이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죠”라는 말도 들었다. 정부가 그간 역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불신’이다. 숙련된 현장 전문가들이 위기임산부를 상담하고, 정부가 상담·지원 체계를 만들어 매뉴얼화했기 때문에 A씨에게, 또 그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책을 찾아내리라 믿는다. 다만 어떤 정책의 사각지대는 ‘자세히 들어야 보인다’는 걸 나도 이번 인터뷰를 통해 배웠다. 인터뷰 중에 A씨는 ‘아이를 키우는 기쁨’과 ‘아이에게 못 해주는 것에 관한 슬픔’을 말했다. 후자를 말할 땐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아이에게 못 해주는 것으로는 정서적인 것과 경제적인 것이 있었다. 그는 “주말마다 아이와 더 잘 놀아주려고 도시락을 싸서 지하철 타고 무료시설 위주로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고 했다. 정부를 비롯한 우리 사회가 한부모가족 지원 방법을 찾으려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향미 기자 2024.06.26 06:00

    • 실질 지원 기대감 “해봐야”…익명 출산 딜레마 “해봤자”

      사회 표지 이야기

      실질 지원 기대감 “해봐야”…익명 출산 딜레마 “해봤자”

      shutlerstock 지난 5월 19일 밤. 김가연씨(18·가명)는 생후 2개월 아이와 단둘이 서울에서 꽤 떨어진 곳에서 기차를 탔다. 그는 청소년 부모이자 한부모다. 그날 서울역에서부터 긴급주택까지 가연씨와 동행했던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날이 어둡고 모르는 길로 가자고 하니까 가연씨 입장에선 무서웠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아니요. 저는 그냥 감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다 알아보고 왔고, 아이랑 어떻게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거든요.” 지난 5월 31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운영 중인 서울 마포구 내 ‘힐링홈 금순이네’(긴급주택 및 상담공간)에서 만난 가연씨가 말했다. 그는 남자친구와 3년쯤 연애한 후 임신했다. 가연씨는 “서로 아이를 좋아해서 갖자고 했는데 막상 임신하니까 남자친구 태도가 바뀌었다”며 “남자친구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았고, 한 번씩 아이를 지우자고 말해 자주 다퉜다”고 했다. 가연씨는 비혼모 지원시설에 들어갈까 고민해 상담도 했는데 당시만 해도 남자친구와 관계가 다시 풀려서 시설엔 가지 않았다. “아이를 일찍 낳고 싶었고,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출산할지 말지 고민은 많이 안 했어요. 솔직히 남자친구가 (아이를) 지우라고 할 때 흔들리긴 했죠. 남자친구가 그런 말을 할 때 ‘이러다 내가 혼자 키우게 될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은 했던 것 같아요.” 가연씨는 청소년 부모로 등록해 의료비(임신 1회 120만원)를 지원받아 병원을 꾸준히 다녔다.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했는데, 수술비를 마련하기가 어려웠다. 서둘러 출생신고를 하고 부모급여(월 100만원)를 받았다. 기초생활보장제 생계급여도 신청해 받았다. 이렇게 가용 가능한 자원을 찾아 출산까지는 버텼는데, 더 큰 위기가 양육 단계에서 찾아왔다. 남자친구 본가에서 생활하긴 했지만 신생아를 두고 일자리를 구할 순 없었다. 남자친구도 수입이 들쑥날쑥했다. 양가 부모로부터는 생활비나 양육비, 돌봄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남자친구와 관계가 더 나빠져 아이 생후 한 달쯤 됐을 때 헤어졌다. 갈 곳이 없어진 가연씨는 ‘같이 살자’고 손을 내민 지인들을 따라 타지로 거처를 옮겼다. 그런데 “지인들이 부모급여·생계급여를 ‘생활비로 쓰자’, ‘빌려달라’ 하면서 자꾸 돈이 빠져나갔고, 여기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연씨는 사단법인 비투비(BtoB)가 운영하는 비혼모 지원 플랫폼인 ‘품’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긴급주택 서비스를 알게 됐다. 남자친구로부터 양육비는 받지 못하고 있다. ■‘위기임산부 상담·지원체계’ 첫 제도화 지난해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과 2000명이 넘는 출생 미등록 아동 전수조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출생통보제’(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와 ‘위기임신 지원 및 보호출산제’(위기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가 각각 국회 문턱을 넘었다. 오는 7월 19일 동시 시행된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알리고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출생신고 사실을 최종 확인·보장토록 한 제도다. 그동안 부모에게만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해 사각지대가 발생했던 것을 개선한 것이다. 출생신고는 아동의 안전을 보장하고 시민으로서 공적 자원을 누릴 수 있는 각종 권리의 토대가 된다. 다만 미등록 이주민 자녀는 출생통보제 대상에서 빠져 ‘태어난 즉시 이름과 국적을 가질 권리’(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를 온전히 보장하지는 못한다. 출생통보제 시행으로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산모의 신원을 알리지 않고 출산하는 익명 출산제가 대책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익명 출산이 ‘아동의 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한다며 반대 여론이 일었다. 특별법은 위기임산부에 대한 공적 상담·지원체계를 갖춰 양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보호출산 시엔 아동의 출생증서를 아동권리보장원이 보관해 추후 정보공개권(친생부모 동의 시)을 보장한다는 조항을 넣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중앙상담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은 “보호출산은 최후의 보루”이며 “위기임산부에 대한 촘촘한 상담과 서비스를 통해 원가정 양육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라고 설명한다. 지난 5월 말 전국 16개 광역 시·도별로 지역상담기관이 지정됐다. 그간 비혼모 상담·지원을 해온 비혼모 지원시설 등 민간기관(단체)이다. 정부는 또 위기임산부 상담과 긴급 대응을 위한 전용 전화 ‘1308번’을 운영한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지난 6월 11~14일 서울에서 지역상담기관 종사자, 시·도 담당 공무원 등 100여 명을 대상으로 워크숍 및 기본교육을 진행했으며 상담 매뉴얼도 배포했다. 청소년 부모이자 한부모인 김가연씨(가명·오른쪽)가 지난 5월 31일 서울 마포구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힐링홈 금순이네에서 ‘자립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지를 보고 있다. 김향미 기자 ■위기임산부 상담·지원체계는 어떻게 특별법에 따르면 위기임신 지원 및 보호출산제 대상자는 ‘경제적·심리적·신체적 사유 등으로 인해 출산 및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산부’다. 지역상담기관은 상담 매뉴얼에 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생계급여 등), 모자보건법(임산부·영유아 건강관리 등), 한부모가족지원법(생계비·교육비 지원 등), 국민건강보험법(임신바우처 등) 등에 근거해 위기임산부에 필요한 각종 지원 사항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위기임산부가 복지제도에 대한 ‘정보 취약층’일 가능성이 크니 접근성을 높여주면 양육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위기임산부들이 이런 복지망에 가닿게 하는 것이 1차적 과제였던 셈이다. 그동안 위기임산부 상담은 민간이 담당해왔다. 서울시나 경기도 등 지자체별로 위기임산부 상담 ‘핫라인’ 창구를 개설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가연씨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어떤 지원을 받으려고 하면 내야 하는 서류가 너무 많고 소득 조건이 까다로워서 신청부터 힘들더라”고 했다. “진짜 당장 급한 사람들이 엄청 많을 텐데 정부 지원들은 신청 후 (선정·지원 때까지) 몇 달씩 ‘기다려라’ 하고요. 정부가 심사 같은 기간을 좀 짧게 하면 좋을 것 같고 제가 들어간 긴급주택처럼 민간에서 그걸 좀 메워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트라이앵글 프로젝트는 ‘긴급성’에 호응한 지원책들로 구성됐다. 긴급 생계비, 긴급주택 등을 지원한다. 비투비가 2020년 서비스를 시작한 플랫폼 ‘품’은 사용자가 입력한 상황에 따라 필요한 자원을 바로 찾아볼 수 있는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 두 단체는 소득, 연령, 거주지 등 조건을 맞추지 못해 복지망 밖으로 ‘탈락’하는 위기임산부를 지원하고자 했다. 위기임산부 자립지원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위기임신 지원 및 보호출산제 시행에 따라 공적 지원 체계도 일부 개선된다. 여성가족부는 이 제도 시행에 맞춰 오는 7월 말부터 위기임산부 누구나 한부모가족복지시설(121곳)에 입소할 수 있도록 기준을 변경한다. 그동안엔 만 24세를 넘는 경우 소득 수준을 따져 입소 여부가 갈렸다. 향후 16개 지역상담기관에서도 위기임산부에 직업훈련, 학업 등을 지원한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지난 5월 28일 마포구 힐링홈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위기임산부에 정보를 주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긴급주택 입주와 같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을 병행해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혼모 지원) 시설로 들어가기보다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싶어하는 위기임산부들이 있다”며 “우선 긴급주택에서 지내면서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가 나올 때까지 3개월은 긴급복지지원으로 생활할 수 있게, 공백없이 지원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임대주택 자원을 연계해주고, 심리상담이나 직업 연계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2012년부터 현장에서 수백 명의 위기임산부 상담을 해온 유 사무국장은 이들에게서 “청년 빈곤”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현금, 주거, 식품 등 물적 지원만으로 위기를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범죄에 노출·연루된 경우나 경계성 지능인 경우, 미등록 외국인 등은 복지 신청주의가 만든 사각지대에 있는 사례들이라고 한다. 그는 “개인의 사정에 따라서 부채 탕감을 비롯한 재무, 주거, 직업 교육 및 생활·양육 교육까지 여러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도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면 ‘1년 이상 사례관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처음 제도를 시행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담·지원 경험이 있는 기관을 지역상담기관으로 지정했다”며 “지역상담기관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어서 지역의 다양한 단체, 자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시행 한 달 앞으로···기대·우려 혼재 정부가 예산을 들여 위기임산부 상담·지원체계를 구축해가는 것은 국가 책임성을 강화하는 일이다. ‘출생통보제 도입에 따른 보호출산 제도 운영 방안 연구’(2023)의 책임연구자인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기자와 주고받은 e메일에서 “‘낙태법’ 위헌 판정 이후 대체입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한 한국 문화·정서상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했을 때 임신 중지, 입양, 양육 등 어느 선택 하나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위기임산부에 대한 공적 지원보다는 민간 상담·지원이 더 많이 이뤄지는 현실”이라고 했다. 변 연구위원은 “지금은 공적 영역에서 위기임산부 상담·지원이 부족하지만 보호출산제 운영을 하면서 지역상담기관을 설치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나아지고 현재 부족한 위기임산부 지원 내용도 보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이 지난 5월 28일 서울 마포구 ‘힐링홈 금순이네’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보호출산’이 가능해지면서 “익명 출산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기저에는 “한국은 한부모가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운 사회”, “비혼모에 대한 편견이 강한 사회”라는 인식과 현실이 자리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이 지난 5월 22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부모가족 아동빈곤율이 가장 낮은 덴마크에서는 2021년 기준 일반가족 아동과 한부모가족 아동의 빈곤율 격차는 6.1%포인트다. 한국은 그 격차가 37.7%포인트에 달한다. 유소라씨(22·가명)는 4년 전 출산해 아이를 홀로 양육하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고, 둘은 아이를 출산해 같이 책임지기로 했다. 소라씨는 임신 말기에 비혼모 지원시설에 들어가 출산했으며 남자친구와는 1년여 후 헤어졌다. 지난 6월 7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지원한 긴급주택에서 만난 소라씨는 “남자친구 집에서 반대가 심했는데 남자친구는 자기 부모와의 갈등이 커지는 것을 잘 못 버텼고, 그러면서 저도 점차 지쳤던 것 같다”며 “남자친구가 헤어진 후 양육비를 3개월 보냈고, 그 이후로는 아예 연락되지 않는다”고 했다. 소라씨는 출산 후 소라씨가 어릴 때 재혼해 별도로 가정을 꾸린 엄마와 같이 생활하게 됐다. 소라씨는 스스로 등록금을 벌어 대학을 졸업했다. 양육과 학업과 경제활동을 동시에 하던 시절 “아등바등 살았다”고 그는 말했다. 취직은 했지만 야간 당직이 돌아오는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기는 쉽지 않았다. 소라씨는 “엄마에게 아이 돌봄을 전적으로 맡기기 어려웠고, 회사에도 눈치가 보였다”며 “하루는 회사에 아이 때문에 하루 결근하겠다고 말했다가 선임으로부터 엄청 혼이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일을 그만뒀다. “제가 정말 독립이 급할 때 주민센터에 전화했더니 ‘도와줄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긴급주택 같은 지원이 제가 살던 곳엔 없어서 결국 (전남에서) 서울까지 오게 된 거죠. 아무런 연고는 없지만 그래도 아이와 함께 살 공간이 있어서 좋아요.” 그는 지난 4월부터 긴급주택에 입주해 당장 주거비는 아꼈지만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와 아동수당 등을 받아 빠듯하게 생활한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정부 지원 보육료 외에도 차량비 등 부대 비용이 든다. 게다가 지난 4년간 독립을 위해 집을 구할 때마다 조금씩 대출을 받는 바람에 빚도 수백만원 있다. 그는 “올여름 빚을 다 갚을 것 같다”며 “그 후엔 일자리도 알아보고 사회생활도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고 했다. 다만 직장을 구해도 아이가 아프거나 긴급한 일이 생길 때 맡길 곳이 없는 것이 걱정이다. 소라씨는 “‘365열린어린이집’(서울시 운영)이 예약제인데 대기가 많아서 이용하기 어렵다던데, 저처럼 아이 맡길 곳이 없는 한부모들을 위한 보육서비스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민숙 연구관은 지난 6월 10일 통화에서 “양육을 원하지 않는 여성에게 아이를 양육하도록 하는 것이 여성과 아이 모두에게 과연 이로운가 질문할 수 있고, 아동의 태생에 대해 알권리를 제한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올 수 있다”며 “이 논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이 제도가 한부모가족 지원체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도록 우리 사회가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2024.06.17 06:30

    • [윤형중의 정책과 딜레마](35) ‘감세 축소형 민생회복지원금’은 어떨까

      정치 윤형중의 정책과 딜레마

      [윤형중의 정책과 딜레마](35) ‘감세 축소형 민생회복지원금’은 어떨까

      2년 전 주간경향에 ‘정책과 딜레마’라는 연재를 시작하면서 거의 모든 정책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으니, 어느 쪽도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딜레마’의 관점으로 정책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러라도 딜레마에 빠져서 생각해봐야 정책을 제대로 볼 수 있고, 역설적이게도 딜레마를 고려한 정책 결정이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방법으로 제시한 것은 ‘정책 조합(policy mix)’이었다. 하나의 정책이 가진 단점, 한계, 부작용 등을 보완하는 정책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런 관점으로 최근 현안인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바로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감세를 일부 철폐하고, 그 재원으로 추진하는 ‘감세 축소형 민생회복지원금’이다. 지난 5월 17일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윤석열 정부의 감세 규모는 5년 90조원 규모 민생회복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역화폐의 형태로 지급하는 정책’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제22대 국회의 1호 법안으로 추진 중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총선 시기인 지난 3월 24일 발표한 정책으로 이 대표가 5월 29일엔 “(소득계층별) 차등 지원도 수용”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반대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 정책에 대해 여야의 표면적인 찬반 공방 이외에 제대로 된 공론의 장이 펼쳐지지 못하고 있다. 민생회복지원금을 왜 이 시점에, 왜 전 국민에게, 왜 25만원을, 왜 지역화폐의 형태로 지급해야 하는지, 또 물가를 자극하지는 않을지에 대해 세심한 논의가 뒤따르지 않고 있다. 지금부터 이런 의문들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겠다. 민생회복지원금이 지금 시점에 필요한 이유는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고, 전체 경제 안에서도 내수 경제가 안 좋기 때문이고, 그중에서도 자영업자들의 다수가 위기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는 1분기 경제성장률이 최근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인 전 분기 대비 1.3% 성장했기 때문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요건 자체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재정법은 제89조에서 재난과 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 대내외 중대한 변화를 추경의 요건으로 삼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만 가지고 지금의 경제 상황을 파악해선 곤란하다. 2023년 경제성장률은 1.35%로 한국경제사 70년 가운데 6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런 저조한 수치는 민간 경제가 침체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건전재정’을 내세운 소극적 재정 운용으로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2023년 0.2%포인트 수준으로 극히 낮았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보수 정부와도 다른 행보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 정부의 성장기여도를 2.3%포인트로 끌어올렸다. 박근혜 정부도 2015년 전년보다 경기가 위축되자 정부의 성장기여도를 2014년 0.4%포인트에서 2015년 0.8%포인트로 증가시켰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경기가 위축될 땐 정부가 위기의 방패막이 돼주고, 경기가 과열될 땐 뜨거운 김을 빼는 역할을 하는 것은 경제 운용의 기본이다. 하지만 그 기본을 윤석열 정부는 지키지 않았다. ‘건전재정이 언제나 옳다’는 이념 때문이었다. 더 큰 문제는 무분별한 감세로 재정조차 불건전해졌다는 점이다. 경기침체와 정부의 감세가 맞물리면서 2023년 국세 세수입(세입예산안 기준)은 정부가 애초 들어올 것이라 예상한 400.5조원에 56.4조원 못 미치는 344.1조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상황은 여전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세 수입은 125.6조원으로 전년 동기간보다 8.4조원 줄었다. 애초 예산안에서 예상한 세수입에서 실제 들어온 금액을 의미하는 ‘세수 진도율’은 34.2%로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한 작년(38.9%)보다 낮다. 이런 세 수입의 감소는 경기 위축과 정부 예측의 실패, 대규모 감세라는 세 가지 요인이 두루 작용한 탓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2022년과 2023년 세법 개정안으로 향후 5년간 총 77.8조원(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을 감세했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도 없다가 대통령의 즉흥적 발언으로 추진된 반도체 세액공제율 인상만으로도 5년간 13조원(나라살림연구소·21대 국회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 추계)을 감세했다. 합치면 5년간 90조원 이상을 감세한 것이다. 지난 5월 17일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상가에 임대 안내 종이가 붙어 있다. 한수빈 기자 자영업자들의 신음, 어디에서 비롯됐나 1분기 경제성장률로 인해 추경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과 달리 내수 경기(내수의 성장기여율은 3분기 연속 마이너스·원계열 기준)는 여전히 침체 상황이고, 지난 2년간 고물가 상황에서 가계의 실질소득은 감소(현 정부 기간 –1.1%포인트 감소)했고, 무엇보다 올해도 예상되는 대규모 세수 펑크를 메우기 위해서라도 추경은 필요한 상황이다. 국회는 예산 심의·확정권이 있기 때문에 정부는 애초의 세수입 예측(세입예산안)과 지출 규모를 수정하는 세입경정 추경안을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생회복지원금과 같은 정책이 필요한 이유는 자영업 부문이 위험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는 여러 지표에서 드러난다. 한국은 올해 3월 기준 자영업자 수가 557만명(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으로 집계되는, 자영업 과잉 공급 국가다. 문제는 과잉 공급을 줄일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은퇴 창업도 여전하다. 그런데 최근의 위기는 구조적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코로나19 시기에 방역에 협조한 대가로 빚을 떠안았다가 최근 경기 침체와 식재료 가격 인상 등이 겹친 탓이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폐업한 서울의 일반음식점은 2020년 1만1633곳에서 2023년 1만4642곳으로 늘었고, 올해 4월까지 벌써 5248곳이다. 자영업자의 채무 상황도 심각하다. 나이스평가정보가 양경숙 전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개인사업자 대출 인원과 금액 규모가 2019년 말과 비교해 각각 60%, 51% 증가했다. 3개월 이상 상환하지 못한 자영업자의 수도 작년 말 6만1474명에서 올 1분기 7만2815명으로 늘었고, 다중채무자도 증가했다. 노란우산공제 폐업 공제금도 최근 급증세다. 상황이 이렇게 된 시작점엔 정부의 미온적인 코로나19 대응이 있었다. 국제통화기금이 발표한 ‘각국의 코로나19 대응 추가 재정 지출’에서 한국은 2021년 10월까지 GDP(국내총생산) 대비 6.4%를 지출했는데, 이는 선진국 10개국 평균(14.6%)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때부터 시작된 문제가 켜켜이 쌓여 금리와 물가 인상으로 터진 셈이다. 그렇다면 자영업 지원 정책으로 민생회복지원금은 적절할까. 전 국민이 아닌, 취약계층이나 자영업자들을 선별해 지원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 방안 모두 여러 장단점이 있고, 이미 코로나19 시기에 1차 재난지원금(전 국민 대상)과 5차 재난지원금(하위 88% 소득계층 대상), 코로나19 손실보상 등으로 경험해본 적도 있다. 전 국민 지원이 손쉽고 신속하지만, 재분배 효과가 약하다. 선별 지원은 소득 자료의 한계(과거 시점의 자료·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부과체계 차이 등)를 보완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드는 문제가 있다. 소비자에게 지원할 것인가, 자영업자를 지원할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만일 자영업자에게만 지원하면 상당 부분 부채 상환, 임대료 등에 쓰여 경기 활성화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비자와 자영업자, 양쪽을 지원하는 효과도 있다. 왜 25만원이냐고 물으신다면··· 각각의 방안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의 하나는 ‘전 국민 지원’과 ‘감세 축소’를 연계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연간 18조원 규모의 감세를 단행했고, 이중 일부를 철폐한다면 민생회복지원금의 재원 13조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감세 축소와 연계한다면 재분배 효과도 탁월하다. 5년간 총 73.6조원의 감세 효과가 있는 2022년 세법 개정안의 경우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감세 규모가 34.8조원이 넘는다(국회 예산정책처 추계). 세금 감면은 고소득층일수록 더 큰 혜택을 받기 때문에 이를 줄이고 모두에게 지급하면 당연히 재분배 효과가 있고, 선별의 어려움도 없이 신속하게 전 국민에게 지급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왜 하필 1인당 25만원이냐는 질문에 답변해 보겠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을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에 빗대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지만, 25만원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의 규모라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한 나라가 모든 생산요소를 정상적으로 가동해 인플레이션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생산 수준이라는 ‘잠재 GDP’라는 개념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추계로는 한국의 잠재 GDP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질 GDP보다 큰 상황이다. 여러 이유로 달성 가능한 생산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단 의미다. 실질 GDP에서 잠재 GDP를 뺀 수치가 지난해 -0.42, 올해 -0.25로 추산된다. 이는 국가 GDP에 견줘볼 때 지난해 10조원 이상, 올해엔 5조원 이상의 생산이 증가해도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기 위한 13조원의 재정이 새로 풀릴 경우 추가 소비승수는 연구마다 다르지만 20~40%로 보고된다. 이 경우 2.6조~5.2조원의 추가 소비가 이뤄진다. 최근 물가의 여러 지표를 감안해도 한국 경제가 감당할 만한 추가 소비인 셈이다. 정치의 목적은 당연히 ‘사람들의 삶’(민생)을 개선하는 것이다. 심도 있는 정책 논의가 이어져 민생회복지원금이든, 혹은 같은 취지의 정책이 조속히 시행됐으면 한다. 아울러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 지난 2년간 정책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하게 해준 주간경향에 감사드린다.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윤형중 LAB2050 대표 2024.06.07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