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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외밭서 신발끈 고쳐맨 축구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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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외밭서 신발끈 고쳐맨 축구협

      팔레스타인전 앞 티켓값 인상 ‘차별금지’ AFC 권고 따르고 붉은악마와 협의 마쳤다지만 미묘한 시점 긁어 부스럼 우려 이강인(오른쪽)이 지난 6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예선 중국과 홈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번에도 매진일까, 아니면 빈 자리가 생길까. 오는 9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축구 A매치 팔레스타인전 흥행에 대한 기대치가 엇갈린다. 홍명보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55)이 지휘봉을 잡는 이 경기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가늠할 3차예선 첫 경기라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그런데 팬들 사이에선 팔레스타인전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팔레스타인전을 앞두고 일부 좌석의 티켓 가격을 인상한 것이 원인이다. 22일 예매가 시작된 팔레스타인전 티켓 가격을 살펴보면 최고가석인 프리미엄 테이블석(35만원)을 비롯해 1등석 S구역(18만원), 3등석(3만원) 등 대부분의 좌석은 기존 가격과 동일하다. 하지만 축구대표팀 공식 서포터스인 붉은악마가 주로 응원하는 레드석은 3만 5000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됐고, 2등석 S구역과 A, B구역 등은 각각 1만원씩 올라 5~7만원석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레드석만 따진다면 인상폭이 무려 43%나 된다. 협회는 티켓 가격 인상의 명분으로 홈팀과 원정 응원석에 가격 차별을 금지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가이드라인을 내세운다. AFC의 2023 대회 운영 매뉴얼 48조 2항에 따르면 ‘홈팀은 AFC와 AFC 파트너 그리고 상대팀이 같은 가격(face value)으로 티켓을 구입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협회 관계자는 “정확하게 따지자면 규정이라기 보다는 권고안이라고 보면 된다. 과거 원정 응원석이 홈팀 응원석이라고 할 수 있는 레드석보다 비쌌기에 이 부분을 동일선상에서 맞추기로 했다”면서 “협회가 요새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다보니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위약금 해결을 위해 가격을 인상했다는 오해와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티켓 가격을 올리는 과정도 일방통행은 아니었다고 협회는 설명했다. 이번 인상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붉은악마 측과 사전에 협의를 거쳤고 합의 속에 가격을 인상했다. 이 관계자는 “레드석(N석 1층) 같은 경우 2022년 이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붉은악마도 ‘특혜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 2등석에 준하는 가격(5만원)으로 올린 것”이라며 “나머지 2등석도 1만원씩 인상하는 선에서 정리됐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번 티켓 인상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 기준 총 입장 매출액이 3억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요금이었을 때 전체 입장권 판매액이 34억원 남짓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총 입장매출 증가액은 약 9% 정도 수준이다. 협회는 이 수익 증가분으로 최근 상승된 인건비를 충당하는 한편 경기장 인근에 설치되는 플레이존 등의 팬 서비스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이번 가격 인상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을 기점으로 관중석을 가득 메우기 시작한 팬심을 잃어버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전은 북중미를 향하는 홍명보호의 출항을 알리는 시작점이라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황민국 기자 2024.08.23 06:20

    • [커뮤는 지금] “임영웅이 참외 선물” 콘서트 준비 中 식지 않는 미담 ‘온기’

      연예

      [커뮤는 지금] “임영웅이 참외 선물” 콘서트 준비 中 식지 않는 미담 ‘온기’

      임영웅. 물고기 뮤직 가수 임영웅이 직접 참외를 배달했다는 미담이 퍼진 와중, 소속사가 이에 대해 정정했다. 12일 임영웅 소속사 물고기뮤직 측은 매체를 통해 “리허설 장소는 대외비이며 임영웅 측에서 (참외를) 전달한 건데, 아티스트가 직접 전달했다고 전달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같은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임영웅이 우리집에 참외 갖다줌’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해당 글의 작성자 A씨가 첨부한 사진에는 “임영웅 요즘 철이라도 비싼 저 참외를 집집마다 다니며 시끄러워 죄송하다고 직접 배달해줌. 이렇게 죄송하다 과일 돌리는 사람은 처음이었을 거임”이라는 글이 적혀있다. 이어 참외 한 박스를 받은 인증샷 사진도 공개됐다. 인증샷과 함께 “영웅이가 소음때문에 죄송하고 잘 들어주셔서 고맙다고 직접 집집마다 방문해서 줬단다. 영웅이는 정말~~ 미치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에 누리꾼들은 “생각이 진짜 깊다” “이래서 임영웅 임영웅 하는구나” “배려의 차원이 남다르다”며 그의 모습을 칭찬했다. 앞서 임영웅은 공중파에서 진행했던 자신의 공연 출연료 전액을 스태프에게 양보했다는 미담이 뒤늦게 알려진 바 있다. 정관장의 모델이 되면서 구매 금액 제한 없이 모든 고객에게 굿즈를 증정해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화제를 모았다. 이에 더해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에도 꾸준히 성금을 기부하는 임영웅은 지난 6일 더블 싱글 ‘온기’를 공개했다. 그는 오는 25일과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4 콘서트 ‘IM HERO - THE STADIUM’(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으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김희원 온라인기자 2024.05.12 13:30

    • “참외 먹고 올여름 건강홈런 치세요”

      생활

      참외 먹고 올여름 건강홈런 치세요”

      참외생산자협의회, 잠실야구장서 나눔행사 개최 (사)한국참외생산자협의회·참외자조금관리위원회와 농협경제지주는 지난 21일 잠실야구장에서 강도수 한국참외생산자협의회장을 비롯한 경북 성주, 칠곡, 김천, 고령, 안동, 대구 달성 등 참외 주산지 농협 조합장과 농협경제지주 부서장이 참석한 가운데 참외 나눔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참외 먹고, 올여름 건강홈런’, ‘참외 먹고 여름건강 챙기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컵참외참외 마스크팩을 담은 2000개의 꾸러미를 나눠주며 관람객과 함께 야구 경기를 응원했다. 특히 싱싱하고 달콤한 참외를 컵과일로 제작하여 경기를 관람하며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고, 관람객들은 야구경기 응원뿐만 아니라 ‘참외 농가 힘내세요’라는 응원 메시지도 덧붙였다. 한국참외생산자협의회 강도수 회장은 “이번 참외 나눔행사를 통해 제철맞은 참외가 여름철 건강을 지키는 필수과채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참외 농가에서도 소비자에게 더 좋은 품질과 맛으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농협경제지주 우성태 대표이사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참외가 식이섬유와 수분함량이 높고 비타민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활동량이 많은 1020세대까지 어필할 수 있는 과채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비홍보 행사를 통하여 참외 수급안정과 생산 농가에게도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석봉 기자 2023.06.22 13:50

    • ‘맛남의 광장’ 최원영×최예빈→곽동연, 못난이 참외 완판할까

      연예

      ‘맛남의 광장’ 최원영×최예빈→곽동연, 못난이 참외 완판할까

      SBS 제공최원영과 최예빈이 열혈 ‘못난이 참외’ 장사꾼으로 변신한다. 지난주,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못난이 참외 살리기’를 위해 참외 요리 연구에 나선 ‘맛남의 광장’. 이번 주는 못난이 참외를 알리기 위해 맛남 연구원들이 직접 ‘참외 주스’와 ‘참외 샌드위치’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판매한다. 그뿐만 아니라 신입 연구원 최원영과 최예빈이 시민들에게 직접 ‘못난이 참외’를 판매하며 못난이 참외 홍보에 박차를 가한다. 이날 로컬푸드 체험 프로젝트 ‘맛남 식당’에서는 ‘참외 주스’와 백종원의 특급 솔루션을 받아 업그레이드된 양세형 표 ‘참외 샌드위치’를 선보였다. 참외 샌드위치를 맛본 시민들은 “참외밖에 안 들어갔는데, 왜 이렇게 맛있냐”, “집에 가서 해봐야겠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호평이 이어지던 그때, 백종원은 속 재료인 마요네즈 때문에 참외 샌드위치를 먹지 못하는 시민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즉석에서 1인 맞춤 레시피를 개발해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의 탄성을 자아냈다. 한편, 최원영과 최예빈은 ‘맛남 식당’에 이어 ‘못난이 참외’ 판매에 도전했다. 최원영은 청산유수 입담으로 시민들이 홀린 듯 참외를 사게 만드는가 하면, 저울에 재지 않고도 참외 2kg를 계량하는 모습을 보이며 스스로도 “인간 저울 탄생했어”라며 셀프 칭찬을 하는 등 참외 장사에 흠뻑 빠진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최예빈은 참외 8kg을 구매하겠다는 손님에게 “100kg요?”라고 되묻는가 하면, “장사가 처음이라서”라며 솔직 엉뚱한 초보 장사꾼의 면모를 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곽동연은 확성기를 들고 못난이 참외 홍보맨으로 변신했다. 그는 시민들을 붙잡고 참외 구매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며, 열혈 홍보에 나섰다. 과연 맛남 연구원들은 못난이 참외 완판에 성공할 수 있을지 방송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못난이 참외 살리기’를 위한 맛남 연구원들의 ‘못난이 참외’ 완판 도전기는 오는 목요일 밤 8시 55분 SBS ‘맛남의 광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농축수산물

      김혜정 기자 2021.07.07 11:59

  • 주간경향

    • 사회 골목 내시경

      [골목 내시경]배추·참외밭이 고급 주택으로 상전벽해

      양재역 5번 출구를 나서면 말죽거리라는 거대한 간판과 만난다. 말죽거리에는 말(馬)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양재역은 존재하나 말들은 근처 과천경마장에나 가야 볼 수 있다. 그래도 말죽을 끓이던 거리라는 강렬한 이름은 이 일대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말들이 콧김을 불며 서 있던 역참과 황토에는 골목골목 집들이 들어섰고, 바삐 살아가는 도시사람들의 터전으로 변했다. 말죽거리 일대는 강남 개발과 함께 만들어진 오래된 골목길이 있다. 양재동 말죽거리 골목은 강남 개발 초창기부터 만들어진 골목이다. 지금이야 지하철 3호선과 신분당선의 한 역에 불과하지만, 양재역은 영남으로 이어지는 관문 역참으로 중요했던 곳이다. 과거에 급제해 영남의 현령이나 고을 원님으로 임명되면 한강나루를 건너 하룻밤을 묵고 말을 빌려 출세의 벼슬길을 시작했던 곳이 양재역이라 한다. 전국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번창하던 역이니 말먹이로 끓여대는 말죽의 양이 대단했으리라. 공식적으로 양재역이 사라진 것은 갑오개혁 때다. 양재역, 말죽 끓이던 전국 최대 역참 1970년대 초반의 말죽거리를 기억하는 이들은 사방에 깔린 배추와 참외밭을 떠올릴 것이다. 멀리 대모산쯤에 가야 겨우 벼를 심은 논을 볼 수 있었다. 양재천엔 붕어며 피리·꺽지·갈겨니 등이 고기 반 물 반이었다. 천변 당산나무 아래 큰 솥을 걸고 밭에서 훑어온 호박대며 고추 따위를 넣고 한참을 끓이다가 투망질로 잡은 피라미에 매운탕을 끓이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1970년대 전반 말죽거리가 양재리란 이름으로 경기도 광주군에 소속됐던 시절까지의 풍경이다. 말죽을 끓이던 풍경이 사라진 지 10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름은 말죽거리다. 적어도 서울에서 그런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다. 강남 개발 이후 급변한 말죽거리의 흔적은 골목 구석구석에 남았다. 오일장이 열리던 장터거리로 들어서면 이제는 수명이 끝난 3층짜리 양재시장이 있고, 그 옆 골목 끝에 지은 지 50년은 돼 보이는 2층 연립주택을 볼 수 있다. 인근의 고급빌라와 달리 군대 막사처럼 군더더기 없이 사각형으로 길게 지은 연립주택은 대충 보아도 시멘트가 부스러져 위태로운 모습이다. 이제는 어디에도 없는 형상이라 ‘시대극의 영화 세트장으로 쓰기에 딱’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주민들은 위태로운 계단을 거침없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1층 상가의 막걸리 대리점은 진즉 문을 닫은 듯 간판에 먼지가 쌓여 있고 오간 인적도 보이지 않았다. 1970년대의 말죽거리 골목 모습은 딱 여기까지였다. 방송에 소개되면서 양재시장에 있던 족발집은 인근 골목길 곳곳에 문어발처럼 여러 가게를 열었다. 아마도 시장을 찾는 사람 모두보다 족발집을 찾는 손님수가 더 많을 듯싶다. 양재시장 한쪽에는 종묘상이 농약통과 퇴비포대를 쌓아두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 일대가 배추밭이던 시절은 그 가게의 황금시대였을 터이나 기억은 아득하고 근처에는 조그마한 밭뙈기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강남 개발 초창기에 지은 주택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양재시장 안에는 족발집만큼 유명하다는 통닭집이 있지만, 나머지 점포들은 모두 빛을 잃었다. 인적 없이 한가한 와중에 떡집 주인은 기계에 부지런히 기름칠을 하고 있다. 근처에 큰 절들이 단골이라 장사는 그럭저럭 된다고 했다. 시장 밖 현대식 떡집의 알록달록한 떡과 달리 그 집 떡은 시루떡이며 절편에 꿀떡 등 기교를 떠난 우직한 모습이다. 시장 옆 농협은 한때 돈이 흘러넘쳤다는 전설의 영동농업협동조합 지소다. 강남 일대의 논밭을 가졌던 이들이 조합원이고, 개발되면서 땅은 곧 돈이 됐다. 어제의 경운기가 오늘은 최고급 승용차가 됐고, 허물어지던 흙집은 훤칠한 저택으로 대치됐다. 보통 사람은 평생 로또에 열 번 당첨돼도 꿈꿔볼 수 없는 돈이 통장에 쌓이면서 강남의 신화가 시작된 것이다. 개발 초기의 주택들은 거의 사라지고 골목은 고급빌라촌으로 거듭났다. 그 시절의 강남 전설은 유하의 시 ‘새들은 말죽거리에 가서 잠들다’와 그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 은근히 투영돼 있다. 부모들은 땅값이 오른다며 강남에 돈을 묻고, 8학군이 명문으로 떠오르면서 교육을 위해 아이들의 손을 끌고 강남으로 몰려오던 시절이 이어졌다. 유하는 “토박이 새들은 양아치가 되어 성남 방면으로 쫓겨갔”다고 노래했다. 땅을 가진 이들은 졸부가 됐고, 땅을 갖지 못한 토박이들은 밀려난 것이다. 교련복을 입고 등교하며 월요일 아침이면 운동장에서 열병과 분열을 해야 했던 시절, 강남은 한몫 잡을 기회의 땅이 된다. 강남 개발 시절 한몫 잡을 기회의 땅 말죽거리 골목길에는 그 시절의 2층 양옥집들이 간간이 남아 있다. 아주 오래된 집에는 한결같이 사각 문패가 붙어 있는데, 모양이 제각각이다. 어떤 집은 이름 위에 에나멜 칠로 광택을 낸 포마이카 문패에, 어떤 문패는 자개로 이름을 박아 넣은 나전칠기 문패다. 어떤 것은 금속으로 이름을 박아 넣은 활자식 문패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서울하고도 강남땅에 집 한 칸 마련했다는 자부심과 안도의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세월은 지났고 문패는 낡았다. 포마이카는 빛을 잃어 여기저기 떨어져 나갔으며 번쩍였을 금속 이름표는 하얗고 푸른 녹이 슬었다. 저 이름의 주인들은 아직도 살아 있을까. 그런 집들을 헌 자리에는 어김없이 공동주택들이 들어섰다. 공동주택 어디에도 문패에 광을 내어 자기 이름을 걸어 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골목 안 여고 앞 분식집은 명품 떡볶이로 소문이 난 곳이다. 말죽거리 골목은 잘 정비된 도시계획의 산물로 어디 한 곳 구부러진 데 없이 반듯하다. 골목 군데군데 깨끗한 놀이터가 있고, 간간이 미끄럼을 타는 아이들도 볼 수 있다. 아이를 키우고 생활하는 전형적인 주택가 골목이다. 골목길에 “한 마리 만원, 세 마리에 2만원. 병든 소도 벌떡 일어나는 낙지가 왔다”고 외치는 생선장수 트럭도 주민들을 불러낸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골목길에 간간이 들어선 부동산엔 매물을 알리는 광고종이 한 장 붙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업자는 “여긴 매물이 밀리는 법이 없다. 세도 그렇고 팔려는 물건도 나오는 대로 빠진다. 가격을 떠나 매물 여부가 문제다”라고 귀띔했다. 집을 사려거나 세들 사람이 연락처를 적어두고 간다고 했다. 강남 부동산 불패의 신화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골목 안 모습을 대충 살펴봐도 이해가 간다. 기반시설이 잘 되어 있고 교육환경이 잘 갖춰졌으며 교통도 좋으니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남대로를 건너 말죽거리 서쪽 골목은 그야말로 별천지다. 소위 방아다리마을이란 이름의 주택과 빌라촌은 이름을 대면 세상이 다 알 만한 모모 인사들이 모여 산다. 기업체 수장이며 배우까지. 골목의 담은 높다. 전두환도 퇴임 후 이 마을에 사저를 지으려다 주민들의 반대로 뜻을 접었을 정도로 주민들의 위세는 하늘을 찌른다. 강남 중에서 강남. 웬만한 돈과 권력은 기를 펴지 못할 거센 터가 그곳에 있다. 말죽거리 종점 시장 노점상은 40년 이상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남개발 초창기 지금의 양재대로 언저리엔 버스 종점이 있었다. 종점 주변으로 원주민들의 집과 함께 막 유입된 강남 신세대 주민들의 연립주택이 자리를 잡았다. 종점 일대는 대충 밭을 밀어 구획정리를 하던 때라 길은 비포장이고 비가 오면 진창으로 변했다. 버스는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와 종점에 주민들을 내려놓았다. 유하가 시에서 그린대로 “1978년, 말죽거리, 은광여고 쥐색 항아리 치마를 태운/ 은빛 자전거”가 오가던 등굣길은 그랬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여고가 있는 언덕배기 주변은 남향의 경사지라서 잠시 들어섰던 주택가를 밀고 고급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다. 언덕 아래로 70년대식 주택들이 조금 남아 있을 뿐 모두 아파트 차지가 됐다. 그 아파트마저 지은 후에 헐고 다시 지은 곳도 있다. 벌써 윤회를 두 번이나 거쳤을 만큼 급히 변한 곳이다. 종점 언저리에서 아침저녁으로 손님을 맞던 노점 행상들이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빛바랜 파라솔로 볕을 가리고 누덕누덕 합판으로 담벼락과 골목 한쪽에 좌판을 만들어 배추와 호박을 판다. 고추며 토마토 모종도 팔고, 어디 밭에선가 막 캐온 것 같은 흙 묻은 채소도 판다. 골목 한쪽에서 고무대야에 물을 퍼부어 상추를 씻어 좌판에 올렸다. 여든이 넘어 보이는 영감님이 저녁 찬거리로 내놓을 쪽파를 다듬고 있고 그의 늙은 아내는 “밥이나 먹고 하라”고 채근했다. 영감은 어두운 귀를 핑계로 아내를 무시하며 줄곧 쪽파를 다듬고 있다. 뭔가 심사가 틀어진 모양이다. 명문 8학군으로 몰려오던 학부모들 모두 늙고 허리가 굽은 골목의 주인공들은 말죽거리의 살아 있는 증인이다. 근처가 모두 밭이던 시절 직접 기른 무며 배추를 뽑아 오일장에 내놓았고, 영동 개발 시대엔 종점 시장에 채소를 내다 팔았다. 땅이 있는 이들은 땅을 팔아 돈벼락을 맞았다. 덕분에 자식농사는 글러먹어 돈은 자식의 앞길을 망친 독한 원수가 됐다는 이도 있다. 시장 앞 부동산 주인은 “저 중에는 수천억 재산가도 있다. 돈 없이는 살아도 일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다 털어먹고 제자리로 돌아온 이도 있고, 쌓아 놓은 돈을 써 볼 요량 없이 한 뼘 좌판으로 돌아온 이도 있다. 누군가에게 돈은 그냥 부질없는 숫자에 불과할 수 있다. 수세미로 무에 묻은 흙을 박박 긁던 노파는 “팔자가 길바닥 장돌뱅이 팔자라서 그렇다”고 했다. 좌판에서 찬거리를 사는 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노인들의 키도, 그들에게 남은 시간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좌판을 지나 아파트단지를 비껴간 오래된 골목길이 있다. 아주 오래된 슈퍼마켓이 문을 열었고, 학교 앞 서점과 그 옆의 헌책방이 남아 있다. 강남에서 보는 헌책방은 신기하다. 책방은 제법 커서 헌책들도 이런저런 구색을 갖추고 있다. 맛집순례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분식집도 여고 앞의 명물이다. 여고생을 기다리는 그림교습소도 골목의 주인이고, 초등학생 공부방도 어린 학생들을 위해 문을 열었다. 강남에서 보기 힘든 원룸텔도 볼 수 있다. 화려한 골목의 모습에 비해 원룸텔은 유난히 더 고단해 보인다. 빵집은 진열장에 싼 가격을 내걸고 있다. 이 골목은 분주히 돌아가고 있다. 아파트 담벼락 곁으로 꽃들이 곱게 피어 있다. 한 포기 한 포기에 번호도 붙어 있고 이름도 붙어 있다. 인근 길가 화단 옆에 ‘감시카메라 촬영 중. 꽃을 가져가지 마시오’란 살벌한 문구가 행인을 감시하는 모습과는 다른 풍경이다. 길 하나 사이로 화단의 모습은 이렇게 달랐다. 돈은 인간을 천박하게도 만들고, 고상하게도 만들 수 있다. 말죽거리에 쌓여 있는 개발의 자취는 그 사실을 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유하가 노래한 대로 사람들은 열심히 살다가 “말죽거리의 울타리 속으로 되돌아와 말죽처럼 퍼진 영혼에/ 기다란 부리를 파묻고 잠드는 것”이 이 동네 골목이 주는 위안의 모습이다.

      김천 자유기고가 2020.05.0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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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브에세이]참외 씨앗,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참외 씨앗은 ‘과자(瓜子)’라는 약명을 갖고 있다. 씨앗에는 비타민 B군에 속하는 엽산 함유량이 높아 설사 성향이 아니라면 굳이 피할 필요는 없다. ‘Korean Melon.’ 참외는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분류학적으로는 멜론의 한 변종이다. 영어로는 ‘한국 멜론(Korean melon)’으로 불린다. /위키피디아 처음 들었을 때 한국에도 멜론이 있나 싶었다. 알고보니 참외를 뜻했다. 홍콩에서 살 때 종종 흰 무늬가 없는 노란 참외를 사서 먹었다. 일본 참외다. 한국 것과 맛은 비슷하나 조금 덜 달고, 아삭한 느낌이 없었다. 백화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한국 참외. 반가워 달려가지만 가격을 보면 ‘한국에 가서 많이 먹어야지’라고 생각하며 발길을 돌린다. 한국 참외는 향과 맛이 탁월하고, 시원하게 베어먹기 좋다. 참외는 박과에 속하는 덩굴성 1년생 초본식물이다. ‘진짜 참’에 ‘오이’를 합쳤다. 한자로 ‘첨과(甛瓜)’라 하여 ‘달 감(甘)’에 ‘혀 설(舌)’을 합친 ‘달 첨(甛)’을 쓴다. 그만큼 맛은 달며 성질은 차갑다. <동의보감>은 “갈증을 멎게 하고 번열(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제거해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삼초(三焦) 사이의 막힌 기운을 소통하게 한다”고 했다. 삼초의 초는 구역으로, 가슴부터 윗배까지가 상(上), 윗배부터 배꼽까지가 중(中), 배꼽부터 치골까지가 하(下), 이렇게 세 구역이다. 요즘처럼 무더위에는 이 세 구역의 답답함을 잘 느끼게 된다. 무덥고 습한 공기에 호흡이 갑갑해 한숨도 잘 나온다. 입맛은 없는데 뭐라도 먹어야 해 삼킨 음식들로 명치가 그득하다. 냉방기의 찬 바람에 살결이 많이 노출되고, 얼음이 든 음료를 자주 접해 아랫배에 가스가 차오른다. 이럴 때 참외가 상중하의 막힘을 뚫어준다. 참외를 먹는 방식이 집안마다 다른 것을 확인한 적이 있다. 한여름 의료봉사를 갔더니 마을분들이 고생많다며 참외를 한 소쿠리 담아다 주셨다. 몇 명이 모여서 깎는데 그 방식이 제각각이라 흥미로웠다. 씨앗과 함께 하얗고 달달한 속줄기, 태좌를 모두 제거하는가 하면 씨앗만 제거하는 집도 있다. 심지어 배변활동에 도움이 된다며 모두 씹어먹으라는 이도 있었다. 놀라웠던 건 껍질만 깎고서는 한 통씩 들고 베어먹으라 했던 이였다. 씨앗을 먹어야 하느냐 마느냐로 논쟁까지 붙었다. 마치 집안의 귀한 음식문화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보였다. 모두 열정적인 한의학도 시절인지라 결국 밤중에 의서를 꺼내 참외를 시작으로 씨앗류 약재 스터디까지 이어간 적이 있다. 참외 씨앗은 ‘과자(瓜子)’라는 약명을 갖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주로 뱃속의 뭉친 것을 치료하고, 농혈을 없애 위장 용종(혹)에 치료효과가 있다. 여성 월경의 과함을 치료한다”라고 되어 있다. 결국 씨앗까지 잘 씹어 먹으라고 한 집안은 평상시 속에 열이 있는 식생활을 했던 것이다. 반면 씨앗은 설사를 하니 먹지 말라고 했던 집안은 모두 냉한 체질을 가진 것은 아니었을까. 하얀 태좌와 씨앗에는 비타민 B군에 속하는 엽산 함유량이 높아 설사 성향이 아니라면 굳이 피할 필요는 없다. 권혜진 원장 참외는 삼국시대부터 친근하게 먹었던 과일이다. 각 부위마다 쓰임새가 다양하다. <동의보감>에 그 내용이 상세히 나와 있다. 참외 꼭지는 부종을 치료하고, 체한 것들을 모두 토하고 설사하게 한다 하여 ‘과체’라는 약명도 있다. 잎은 탈모에 효과가 좋아 즙을 내 바른다고 되어 있다. 참외의 꽃은 심장의 통증을 치료한다고 했다. 다만 조심할 내용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오래 먹으면 냉병이 오게 하고, 복부의 기능을 파괴하며, 사람의 팔다리를 무력하게 한다. 특히 각기병이라 하여 진액이 메말라 다리가 아픈 이는 금하는 것이 좋다”고 돼 있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2019.07.2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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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철 ‘참외’ 매일 먹으면 우리 몸에 생기는 일

      요리

      제철 ‘참외’ 매일 먹으면 우리 몸에 생기는 일

      참외가 제철이다. 요즘 참외, 당도 높고 시원한 과즙으로 물이 올랐다. 픽사베이 노란 껍질 속 아삭한 단맛. 제대로 물오른 제철 과일, 참외. 보기에도 시원한 이 과일은 단순히 갈증 해소용 간식 그 이상이다. 수분은 물론, 섬유질, 칼륨, 엽산, 비타민 C와 B6 등 풍부한 영양소가 가득 들어 있어 건강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또한 소량이지만 비타민 K, 마그네슘, 루테인, 제아잔틴 등 각종 식물 화학물질도 함유돼 있다. 참외 매일 먹으면 8가지가 좋다 면역력 향상: 참외는 비타민 C가 풍부해 세포를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고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울러 참외 속에 들어 있는 식물 화합물은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 작용을 하며, 체내 염증을 줄여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키운다. 신진대사 건강: 한 컵 분량의 참외에는 약 13~14g 정도의 천연 당분이 포함돼 있지만, 당뇨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100~140g가량의 과일 섭취는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을 줄이고, 이미 당뇨를 앓고 있는 이들의 합병증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는 참외가 풍부한 섬유질과 항산화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혈당 조절과 염증 완화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심장 건강 개선: 참외에 포함된 수용성 식이섬유는 장내에서 콜레스테롤과 결합해 배출되도록 돕고, 혈액 속 흡수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참외는 칼륨이 풍부해 혈압 조절에 유익하며, 이는 곧 심장 건강과도 직결된다. 장 건강 유지: 수분이 풍부한 참외는 섬유질까지 갖추고 있어 장 운동을 돕고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만든다. 특히 수용성 섬유질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돼 장내 환경을 개선하며, 이는 곧 면역력 증진과도 연결된다. 피부 건강: 참외의 비타민 C 함유량은 피부에도 좋은 소식이다. 비타민 C는 콜라겐 합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주름이나 색소 침착 등 노화와 관련된 피부 고민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햇빛이 강한 계절, 피부 건강이 걱정된다면 참외가 자연스러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수분 보충: 참외의 수분 함량은 약 90%에 달한다. 무더운 여름, 물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참외 한 조각이면 수분 보충에 큰 도움이 된다. 여기에 칼륨은 체내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고 수분 대사를 원활히 해주는 전해질로 작용해 탈수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눈 건강 보호: 참외에 함유된 루테인과 제아잔틴은 대표적인 눈 건강 영양소다. 이들 성분은 노화로 인한 시력 저하, 황반변성, 백내장 등의 안질환을 늦추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환경이라면, 참외는 식탁 위 간편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체중 관리: 참외는 낮은 칼로리(100g당 약 30kcal)에 수분이 풍부해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에게도 적합하다. 포만감을 주면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식사 사이 간식이나 디저트로 알맞다. 참외 씨, 먹을까 말까? 참외 씨는 늘 논란의 대상이다. 다 파내고 먹는 이가 있는가하면, 그렇게 먹을 거면 참외를 먹는 의미가 없다고 단언하는 이도 있다. 영양 면에서 보면 참외 씨는 단순한 부속물이 아닙니다. 실제로 씨앗에는 불포화지방산, 단백질, 섬유질, 그리고 비타민E 등의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리놀렌산이나 올레산 같은 건강한 지방산은 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며, 항산화 작용을 통해 노화 방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몸에 좋아도 과하게 섭취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참외 씨는 비교적 작고 부드러운 편이지만, 껍질보다 단단하고 섬유질이 많아 위가 약하거나 소화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겐 복통이나 설사, 복부 팽만감을 유발할 수 있다. 소화기 질환(위염, 장염)이 있는 경우, 영유아나 고령자 등 씹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씨앗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이유진 기자 2025.04.15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