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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순위 지명 유력 가지아니는 왜 최하위로 뽑혔나···‘이란 선수들 기량은 좋은데’ 달러 송금 이슈로 외면

      스포츠종합

      1순위 지명 유력 가지아니는 왜 최하위로 뽑혔나···‘이란 선수들 기량은 좋은데’ 달러 송금 이슈로 외면

      OK저축은행 신영철 감독. KOVO 제공 11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5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는 이란 출신 미들블로커 매히 젤베 가지아니를 1순위 지명 후보로 주목하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가지아니는 전체 7순위로 OK저축은행의 지명을 받았다. 가지아니는 이란 국가대표팀 선수로 2m08의 장신 미들블로커다. 2001년생으로 나이도 젊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시아 배구의 강자인 이란 선수들은 대거 이번 아시아쿼처 드래프트에 신청했지만, 가지아니 외엔 선택받지 못했다. 이란이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으면서 선수들에게 달러로 송금이 어렵기 때문이다. 7개 구단 중 이란 선수 영입이 가능한 것은 KB손해보험, 우리카드, OK저축은행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KB손해보험, 우리카드는 기존 선수와 재계약했다. 4순위 지명권을 얻어 호주 출신의 장신 세터(2m04) 알시딥 싱 도산을 낙점한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은 “이란 선수들이 좋았지만, 송금 리스크 부담이 있어 우리 팀에 취약한 포지션의 선수를 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상우 감독은 올 시즌 뛰었던 이란 출신의 알리 파즐리ㅇ 재계약을 검토하다가 고민 끝에 세터 포지션을 선택했다. OK저축은행 지휘봉을 새로 잡은 신영철 감독은 가지아니 지명에 대해 “국가적인 문제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구단이 뽑을 수 있다고 해서 생각했던 선수를 뽑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새 시즌 조금 더 공격적으로 배구를 할 생각이다. 팬들도 공격적인 배구를 좋아하지 않겠나”라며 전력 재편 구상을 덧붙였다.

      이정호 기자 2025.04.11 17:26

    • 디트로이트, NBA 역사상 첫 ‘최하위→플레이오프’ 반전

      스포츠종합

      디트로이트, NBA 역사상 첫 ‘최하위→플레이오프’ 반전

      피스톤스를 이끄는 J.B. 비커스태프 감독. AP 1년 전,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가장 약한 팀이었다. 시즌 14승 68패. 28연패라는 암울한 기록을 남기며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런 팀이 불과 한 시즌 만에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피스톤스는 지난 6일 토론토 랩터스를 117-105로 꺾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이번 시즌 43승을 기록하며 2015-16시즌 이후 9년 만에 ‘승률 5할 이상 시즌’을 만들었고, 2018-19시즌 이후 6년 만에 플레이오프 무대에 복귀한 것이다. NBA 역사상 전 시즌 15승 이하에 머문 팀이 그다음 시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스톤스는 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리빌딩 성공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피스톤스 센터 제일런 듀렌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시즌 첫날부터 모두가 쏟아부은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날 듀렌은 21득점 18리바운드로 맹활약했고, 팀 하더웨이 주니어는 23득점을 보탰다. 피스톤스의 반전은 지난해 12월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토론토를 상대로 긴 연패를 끊어내며 시작됐다. 이후 피스톤스는 끈질긴 수비와 조직적인 농구로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전 시즌보다 무려 세 배 이상 많은 승리를 쌓았다. 피스톤스를 이끄는 J.B. 비커스태프 감독은 “우리는 보통 지금 위치를 돌아볼 여유가 없지만, 오늘만큼은 지금까지 이뤄낸 것을 되돌아봐도 좋을 날”이라며 “이 팀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세훈 기자 2025.04.07 00:59

    • 김효주·윤이나, 매치플레이 첫날 대승…코르다는 최하위 시드와 무승부

      스포츠종합

      김효주·윤이나, 매치플레이 첫날 대승…코르다는 최하위 시드와 무승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김효주가 매치플레이 대회 첫날 대승을 거뒀다. 지난 대회 챔피언 넬리 코르다(미국)는 최하위 시드 선수와 무승부에 그쳤다. 김효주가 3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 골프코스에서 열린 LPGA투어 T모바일 매치플레이 첫날 1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효주는 3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 골프코스(파72·6765야드)에서 열린 T모바일 매치플레이(총상금 200만달러)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베일리 타디(미국)에 8홀 차 완승을 거뒀다. 7개 홀을 남기고 8홀 차로 승리한 건 이 대회 사상 최대 격차 신기록이라고 LPGA 투어는 전했다. 지난달 31일 끝난 포드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한 김효주는 이날 완승으로 2개 대회 연속 우승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1·2번 홀에서 타디가 연속으로 더블 보기를 적어낸 사이 파를 지키며 기선을 잡은 김효주는 계속 격차를 벌려 11개 홀 만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윤이나는 이미향과의 첫 경기에서 15번 홀에서 5홀 차 리드를 잡으며 승리를 따냈다. 또 김세영은 짠네티 완나센(태국)을, 안나린은 사소 유카(일본)를 각각 4홀 차로 제압했다. 김아림은 신지은을 한 홀 차로 이겼다. 고진영은 젠베이윈(대만)에게 17번 홀에서 3홀 차로 밀려 첫 경기를 패배했다. 유해란은 린네아 스트룀(스웨덴)에게 2홀 차로 졌고, 임진희는 파자리 아난나루깐(태국)과 18번 홀 승부 끝에 한 홀 차로 패했다. 이소미는 셀린 부티에(프랑스)에게, 최혜진은 가비 로페스(멕시코)에게 각각 2홀 차로 졌다. 디펜딩 챔피언인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는 가장 낮은 64번 시드의 브리트니 올터마레이(미국)와 접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세계랭킹 3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62번 시드인 히라 나비드(호주)에게 6홀 차 대패를 당했다.

      김석 선임기자 2025.04.03 12:36

    • 지난해에도 3월에 예열 늦더니…빈타에 최하위로 처진 롯데의 고민

      야구

      지난해에도 3월에 예열 늦더니…빈타에 최하위로 처진 롯데의 고민

      롯데 선수단.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가 최하위로 떨어졌다. 롯데는 지난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와의 홈 경기에서 0-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시즌 5패째(1승)을 떠안은 롯데는 단독 10위에 자리했다. 타선의 부진이 심각하다. 개막 후 6경기에서 롯데는 팀 타율 0.188로 10개 구단 중 9위를 기록 중이다. 홈런이 유일하게 없는 팀도 롯데다. 팀 평균자책은 5.54로 중위권에 있지만 타선이 힘을 내지 못하니 승수를 추가할 수 없다. 유일한 승리는 지난 25일 인천 SSG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3-2로 가까스로 이긴 게 다다. 이렇게 되다보니 선발 투수들이 제 역할을 해도 소용이 없다. 롯데 선발진은 LG와의 잠실 2연전에서 찰리 반즈와 박세웅이 어려움을 겪었을 뿐 이후에는 안정감을 찾았다. 심지어 반즈 조차도 KT와의 홈경기에서는 7이닝 1실점으로 역투했다. 하지만 득점 지원인 너무나 없었다. 지난 시즌과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해 개막 후 한 달 동안 롯데는 7경기에서 타율 0.252로 같은 기간 10개 구단 중 9위에 머물러 있었다. 득점권 타율은 0.194였다. 빈타에 시달리다보니 개막부터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고 롯데는 후반기 순위를 끌어올리는데 애를 먹었다. 롯데는 팀의 주요 전력을 차지하는 선수들이 젊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지난해도 타선은 초반까지만해도 이렇게 갔다. 그래서 안 좋았던 선수들을 다 2군으로 내려보내지 않았나”라며 “지금은 그정도는 아닌데 아직은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라고 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윤나고황’으로 불리는 선수들이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윤동희는 6경기 타율 0.158, 나승엽도 0.174를 기록 중이다. 고승민은 옆구리 부상으로 지난 26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말소되기 전까지 타율 0.091로 1할이 되지 않았다. 황성빈 역시 1할대(0.182) 타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손호영도 개막전부터 멀티히트를 치며 활약하는 듯 했으나 어느새 타율이 0.182로 처져있다. 지난해 안타 신기록을 세운 레이예스도 좀처럼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며 타율 0.174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포수 정보근이 15타수 5안타 타율 0.357로 개막 후 주전으로 나선 선수 중 거의 유일한 3할 타자일 정도다. 타격은 흔히 말하는 ‘업다운’이 있다고 한다. 롯데 역시 흐름을 찾으면 단숨에 올라갈 수 있는 팀이다. 결국 주축 선수들이 스스로 이겨내야 롯데는 살아날 수 있다.

      김하진 기자 2025.03.29 10:31

  • 주간경향

    • 견고한 유리천장…한국, ‘일하는 여성 환경’ 13년째 최하위권

      사회

      견고한 유리천장…한국, ‘일하는 여성 환경’ 13년째 최하위

      직장갑질119 젠더특위,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젠더팀 관계자들이 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3월 8일 여성의 날 기념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13년째 일하는 여성에게 환경이 가혹한 국가로 조사됐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오는 8일 ‘여성의 날’을 앞두고 5일(현지시간)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하는 여성의 노동 참여율, 소득, 유급 육아휴직 현황 등 10개 지표를 반영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2013년부터 매년 유리천장 지수를 산정한다. 지수가 낮다는 것은 일하는 여성의 환경이 전반적으로 열악하다는 의미다. 한국은 지난해까지(2023년 기준 조사) 12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다 올해 28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1위는 스웨덴이 차지했고 아이슬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28위를 기록했던 튀르키예가 이번에는 한 단계 내려가며 꼴찌를 기록했고, 일본(27위)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코노미스트는 OECD 국가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더 많이 대학을 졸업했지만, 노동참여율은 여전히 낮았다고 짚었다. 노동 가능 인구 중 남성은 81%가 직장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은 66.6%만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 여성의 노동참여율도 남성보다 15.9%포인트 낮았다. 튀르키예(37.3%포인트), 이탈리아(18.1%포인트) 다음으로 남녀 간 격차가 큰 편에 속했다. 낮은 경제활동 참여율은 성별 임금 격차에도 영향을 미쳤다. OECD 국가의 여성 평균 임금은 여전히 남성보다 11.4% 낮았는데, 한국의 경우 격차가 29.3%로 가장 컸다. 한국은 관리직 여성 비율(16.3%)과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17.2%)도 뒤에서 두 세번째 수준에 그쳤다. OECD 국가에서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이 33%에 이르고 뉴질랜드나 프랑스, 영국 등에서는 여성이 남성과 거의 같은 비율로 이사회 직책을 맡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남성의 유급 출산휴가는 29.2주로 일본(31.1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과 한국이 OECD 국가 중 가장 관대한 육아휴직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를 사용하는 남성은 거의 없다고 짚었다.

      이주영 기자 2025.03.06 17:05

    • 사회

      한국인 삶의 만족도 여전히 최하위

      ㆍ객관적 지표는 상당 부분 개선… 자신의 상태 주관적 평가는 낮아 10점 만점에 6.1점.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이번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지난 3월 9일 OECD가 발표한 ‘2020 삶의 질(How’s Life? 2020)’ 보고서는 회원국마다 국민의 생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비교해 보여준다. 한국은 이전까지 꼴찌를 도맡아했던 삶의 만족도 항목에서 겨우 ‘탈꼴찌’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국제비교 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던 터키의 삶의 만족도 점수가 이번부터 포함된 덕에 최하위를 벗어났을 뿐 한국은 국민이 삶에 만족하는 점수가 두 번째로 낮아 ‘불만 많은’ 나라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2015년 10월 서울 서대문구 창천문화공원에서 열린 ‘청년불만 스테이지’ 행사에서 청년단체 회원들이 ‘헬조선 뒤집기’딱지치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OECD가 격년으로 발표하는 ‘삶의 질’ 보고서는 삶의 만족도와 같은 항목을 포함해 소득·자산, 주거, 건강, 안전, 일자리의 질, 사회적 관계, 시민참여 등 12개 주요 항목에 따라 각국이 어떤 점에서 더 개선되고 있고 또 어떤 점에서는 악화되고 있는지를 제시한다. 이번 보고서는 이례적으로 2017년 이후 3년 만에 나왔지만 같은 기구의 ‘더 나은 삶 지수(BLI)’와 함께 국제적으로 시민의 삶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자료로 활용된다. 기대수명·사회안전·교육 지표 등 상위 그런데 이 국제비교 자료에서 유독 눈에 띄는 점이 있다. 한국은 다른 여러 객관적 지표에서는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응답자가 주관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평가해 대답하는 항목에서는 점수와 순위가 낮고 개선되는 추세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높은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최상위권이고, 범죄율도 낮아 사회안전에 관해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고등교육을 받은 비율이나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같은 교육 관련 지표도 상위권이다. 가구소득은 아직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관적인 응답으로 점수가 매겨지는 항목에서 한국이 낮은 순위를 차지하는 현상은 삶의 만족도 말고도 여러 분야에서 나타난다. 기대수명 같은 숫자로 본 건강 수준은 높은 데 반해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에서는 한국이 꼴찌다. 객관적·물질적 조건과 상관없이 한국인은 자신이 별로 건강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셈이다. 어려울 때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공동체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가장 높다. 얼핏 봐서는 한국인의 문화나 심성 자체가 불만이 많은 성향에 가까워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일 법도 하다. 물론 속된 말로 ‘민족성’이라 부르는 문화적·정서적 특성이 반영됐을 가능성은 없지 않다. 한 개인이나 특정 집단을 넘어 사회구성원 불특정 다수의 주관이 큰 규모로 모인 결과에서 일정한 경향이 나타나는 것을 그저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인의 민족성이 불만만 많고 만족할 줄 모르는 성격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정해식 공적연금연구센터장은 “한국의 응답자들이 대체로 설문에서 ‘보통’이라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만족도 평균도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OECD와 같은 국제기구가 한데 모아 비교하는 자료는 일차적으로 각국의 통계당국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모은 통계·설문을 바탕으로 한다. 국내에서 수행하는 삶의 만족도 등의 조사에서는 ‘매우 그렇다’부터 ‘그렇다’, ‘보통’, ‘아니다’, ‘매우 아니다’ 식으로 응답을 고를 수 있게 하는 5점 척도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선 다른 문화권보다 확실한 대답을 유보하며 ‘보통’이라고 답하는 비율이 비교적 높다. 낙천적인 문화가 강한 다른 문화권이라면 상당히 만족을 표현할 만한 상황에서도 ‘보통’이라고 응답하는 경향에 일종의 문화적 특성이 반영됐다는 것이 정 센터장의 분석이다. 이와 같은 배경을 감안할 필요는 있지만 그럼에도 조사 과정에서의 사소한 차이 때문에 한국인 삶의 만족도가 낮은 현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정 센터장은 강조했다. 객관적인 지표가 개선되고 있음에도 주관적인 만족도가 쉽게 높아지지 않는 데는 실제 불만족을 낳는 상황과 조건이 여전하다는 점을 뜻하기 때문이다. 정 센터장은 “응답 항목에 ‘보통’을 없애고 응답하게 한다고 해도 만족도 수치가 높아지는 정도는 크게 높지 않다”며 “그런 문화적인 차이나 조사 방식에서의 차이로 만족도가 낮을 뿐이라고 본다면 보다 중요한 문제를 간과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불만을 낳는 요인들이 개선되지 않고 남아 있기 때문에 삶의 만족도를 비롯한 주관적 ‘웰빙(안녕감)’도 여전히 뒤처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오히려 객관적인 수치만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이런 지체된 발전상이 국민의 생활환경을 둘러싼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일부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긴 노동시간과 그것을 낳게 한 저임금 문제는 운동이나 산책처럼 건강과 웰빙을 위한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등 실제 국민의 삶에서 체감할 수 있는 여유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OECD ‘2020 삶의 질’ 보고서 중 한국인의 삶의 질을 국제적인 수준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를 요약해 나타낸 표. 막대의 높이가 높을수록 긍정적 상태임을, 낮을수록 부정적 상태임을 보여준다. 빗금이 그어진 막대는 불평등한 정도를 나타냈다. / OECD 긴 노동시간과 저임금 등 불만 요인 평범한 시민 입장에서 보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지 않는 모습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이모씨(71)는 20대부터 운송업계에서 일해오다 60대 후반에 이르자 더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3년 전부터 갑작스러운 ‘소득 절벽’을 경험했다. 한평생 버스 운전으로 생계를 이어왔지만 다니던 회사에서는 정년 때문에 퇴사해야 했고, 그 뒤로 한동안은 어린이집·학원 등에서 통학용 소형 버스 일자리를 구해 일하다 그마저도 나이가 들어 더 계속하기 어려워졌다. 이씨는 연금과 공공근로를 통해 받는 돈으로 노후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늙어서 은퇴하는 거야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어도 막상 벌이가 절반도 안 되게 줄어들고 보니 한동안은 막막했다”며 “시간은 남아돌아도 바깥에 한 번 외출할 때마다 돈 생각을 안 할 수 없어 집에서 그냥 텔레비전만 보는 게 일과”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노년에 접어들수록 소득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삶의 만족도나 행복감이 낮아지는 모습은 여러 나라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한 국내에서는 이러한 만족도 저하가 더욱 두드러지는 점도 국제비교 자료를 통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자리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청년층에서는 사회 진출과 함께 소득·자산 사정이 나아지면서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의 상황은 그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대학 졸업 전까지 포함하면 햇수로 4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안영욱씨(28)는 “아직 서른도 안 된 내가 ‘대학생 때가 좋았다’고 한탄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학업과 생계를 병행해야 하니 주머니가 비어 있는 사정은 그대로고, 잠을 자고 밥 먹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살아간다는 탄식이다. 한준 연세대 교수(사회학)가 지적하는 대목도 바로 이러한 지점이다.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경쟁해서 차지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사회에서 살면서 노후까지 비교와 경쟁을 벗어날 수 없는 모습이 한국인의 자화상에 담겨 있다. 평균소득은 높아지고 여러 객관적 수치는 점차 나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개인의 삶은 만족스럽지 못한 채 그대로라는 이야기다. 변화에도 시차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주관적 만족이 물질적·객관적 삶의 수준에 비해 낮은 이유로 국민은 소득·일자리가 불안정하고, 사회가 불공정·불평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서도 한국은 대표적으로 행복의 사회적 기초가 부족한 나라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이렇듯 국제적인 시각에서 볼 때 격차와 불평등이 심각한 모습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 스스로 여유 찾으려는 노력 필요” 정부는 ‘포용적 사회보장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경제적 발전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삶의 만족도를 OECD 평균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은 바 있다. 사회복지 지출 규모를 늘리는 등 지난해부터 5년간 332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이 담긴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이 그것이다. 객관적 삶의 조건을 향상하려는 정책적 시도가 이어져야 주관적 만족도 역시 올라간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의 정책 방향이 예산을 투입하고 물질적 요건을 마련하면 숫자와 통계로 나타나는 성적표 역시 개선될 것으로 봤던 데 비해 그보다는 숫자로 잘 잡아내기 힘든 사회적 관계망 같은 질적·주관적 영역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상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다양한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따른 사회적 관계망의 분포와 현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적 관계망 향상을 위해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다양한 주체들이 협력하고 참여할 수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불만족의 정서를 건설적인 비판과 성찰로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끊임없이 경쟁하고 비교하는 심리를 당연하게 여겨온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해식 센터장은 “삶의 만족도가 높은 사회를 보면 일자리나 생활환경을 포함해 삶의 구석구석까지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우선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이 자기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유를 찾으려는 시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을 감안할 때 한준 교수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그 수준을 충족하기도 어려워지는데, 경제력이나 지위를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의 처지를 파악하려는 문화가 만연하면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더욱 힘들어진다. 어찌 보면 한국의 삶의 만족도 순위가 국제적으로 낮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 역시 이렇게 비교를 일상화한 시각이 반영된 것 아니겠는가.”

      김태훈 기자 2020.03.20 15:30

    • 사회 렌즈로 본 세상

      [렌즈로 본 세상]야외 초미세먼지 노출도 최하위 한국의 하늘

      미세먼지가 중부지방을 뒤덮은 1월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 지역 한양도성 성곽에서 바라본 서울시내가 뿌옇게 흐려 있다. 멀리 남산타워도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미세먼지다. 이번 미세먼지는 대기 위에 따뜻한 공기가 올라탄 상태의 ‘대기역전층’ 현상으로 공기가 순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남부의 이동성고기압 때문에 불어오는 따뜻한 남풍이 지표의 찬 공기 위에 얹힌 상태다. 따뜻한 공기가 가볍고, 차가운 공기는 무겁기 때문에 위·아래 공기가 서로 섞이지 않는 상태다. 최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야외 초미세먼지 노출도는 41개국 중 가장 나빴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사진·글 우철훈 선임기자 2018.01.23 14:51

    • 경제 경제

      [경제]소득 최상·최하위층 격차 ‘사상 최대’

      양 계층간 10.67배까지 벌어져… 경제위기 한파 약자에 더 가혹 부와 빈곤이 교차하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마을 너머로 솟아있는 타워팰리스가 구룡마을 판자촌과 대조를 이룬다. 안양공단에서 GM대우 협력업체에 다니는 정모(51)씨는 요즘 “죽지 못해 다닌다”고 말한다. 지난해 금융위기가 닥친 뒤 차량판매가 뚝 떨어지자 지난 해 연말부터 부품 주문이 급격히 감소했다. 많은 직원들이 직장을 떠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상여금과 기본급이 삭감됐다. 가뜩이나 얇았던 봉급은 더욱 쪼그라든 채 벌써 7개월이 흐르고 있다. 정씨는 “정리해고는 피했다지만 아내와 자식 둘을 부양하기에 턱없이 급여가 부족해 걱정이 많다.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지만 퇴직하고 나면 오라는 데도 없을테니 그냥 다닐 수 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여의도에서 식당을 했던 김모씨(48)씨는 지난 해 연말 야반도주를 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부부가 운영하면서 조선족 직원을 여럿 뒀던 이 식당은 손님이 적지 않았던 곳이기에 갑작스런 폐업은 뜻밖이었다. 주변에는 손님을 끌기 위해 무리한 저가전략을 펴다 결국 수지를 맞추지 못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방에서 자수성가해 여의도에 식당을 냈던 김씨여서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김씨의 한 지인은 “‘고추친구’인 나한테도 연락을 끊었다. 평소 돈 관계 확실하고, 사람들에게 배풀기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별 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해부터 불어닥친 금융위기 한파에 소득 양극화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이번 한파는 약자들에게 특히 더 냉혹하다. 비정규직들은 ‘해고’통지를 받았고, 식당 등 자영업자도 지독한 경기불황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한파에도 전문직이나 대기업 임원, 대형외식업체 경영자 등 고소득층은 되레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구조조정 된 사람들도 있지만 저소득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직이 적었다. 또 올 들어 주식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지난해 최대 50%까지 까먹었던 각종 펀드는 대부분 ‘원금 수준’을 회복했고, 아파트 가격도 ‘고점 수준’으로 올랐다. 고소득층의 자산가치가 상승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고스란히 경제 지표에 반영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양극화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이 일제히 ‘사상 최대’를 찍고 있다. 소득 상·하위 간 격차, 지니계수, 상대적·절대적빈곤률 등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상위 10%소득 증가 마이웨이 도시근로자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 차는 얼마나 될까. 통계청의 지난 1·4분기 월평균 소득 10분위 가계소득에 따르면 도시근로자 가구 기준으로 상위 10%의 월평균 소득은 처음으로 1000만원을 넘어섰다. 상위 10%인 10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지난 1·4분기 1023만7410원으로 전년(990만2749원)보다 33만4661원(증가율 3.4%)이 증가했다. 2005년(806만4632원)과 비교하면 4년새 217만원이 넘게 늘었다. 하지만 하위 10%의 소득은 1년만에 다시 90만원대로 떨어졌다. 소득하위 10%인 1분위의 월 평균 소득은 95만9338원으로 전년(106만2000원)에 비해 10만2662원(감소율 9.7%)이 감소했다. 사실상 2007년(95만2531원)수준으로 후퇴한 것으로, 4년새(78만7188원) 17만원 남짓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득증가가 물가인상률 수준에 머문 것이다. 10분위의 소득은 늘고, 1분위 소득은 줄면서 양 소득계층 간 소득격차는 10.67배까지 벌어졌다. 지난해는 9.32배였다. 통계가 집계된 지난 2005년 이후 가장 많이 벌어졌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은 “경제위기 초기에는 신분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 먼저 해고되는 경향이 강한데, 지난 1·4분기가 대표적인 경우”라며 “소득하위 계층의 실직이 현실화되면서 소득감소폭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이런 격차는 비단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위 10%의 소득증가를 나머지 계층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8분위와 7분위는 소득증가율이 각각 0.5%, 0%에 그쳐 소득증가가 사실상 없었다. 특히 5분위(-0.8%), 4분위 (-1.2%), 3분위 (-1.6%), 2분위 (-2.8%), 1분위 (-9.7%) 등 소득이 낮은 계층은 일제히 소득이 줄었고, 저소득층일수록 소득감소폭이 더 컸다. 금융위기가 없는 사람에게는 큰 고통이 됐지만 있는 사람에게는 되레 돈을 벌 기회가 됐던 셈이다. 이 결과 상위 10%와 나머지 소득계층간의 간격은 더 벌어지고 있다. 8분위의 경우 10분위와 격차가 지난 2007년 2.04배에서 2008년 2.00배로 좁혀졌지만 올해는 2.05배로 벌어졌다.7분위도 지난 2007년 2.40배에서 지난해 2.35배로 좁혀졌다가 올해는 2.43배로 배율이 더 높아졌다. 상위 10%의 소득 독식은 신자유주의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자유주의는 우리 사회의 중산층 기반도 흔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소득에서 세금과 연금 등을 제외한 가처분소득 격차가 총소득 격차보다 더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가 분배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 종합부동산세 완화, 근로소득세 경감 등을 추진하면서 “부자를 위한 감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 간 소득격차는 10.68배이지만 가처분소득 격차는 11.12배였다. 절세한 세금이 가처분소득으로 이전됐기 때문이다. 이는 진보신당 조승수의원의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조 의원은 최근 낸 자료를 통해 “올 1·4분기 전국 근로자 가구를 대상으로 한 가계수지 동향을 분석해 보니 상위 10%인 10분위의 월평균 세금은 지난해보다 8만원 감소한 반면 하위 10%인 1분위는 3000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소득하위 10%가 3000원의 가처분소득이 생기는 동안 상위 10%는 8만원이 더해졌다는 말이다. 중산층 얇아지고 빈곤층 두꺼워지고 중산층 기반 붕괴는 또 다른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전국 가구와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중산층 비중을 분석해 보니 중산층은 2007년 58%에서 2008년 56.4%로 1년새 1.6%포인트나 줄었다. 반면 빈곤층은 18.3%에서 19%로 늘었고, 상류층은 23.7%에서 24.6%로 증가했다. 중산층에서 탈락해 빈곤층으로 전락하거나, 돈을 더 벌어 상류층으로 옮겨갔다는 말이다. 소득계층의 ‘범퍼’작용을 하는 중산층의 감소는 소득불평등에 따른 사회불안 요소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속도가 상류층으로 올라가는 속도보다 2배 가량 빠르다는 점이다. 1996년과 비교하면 중산층은 12.1%포인트 줄었는데 이중 7.7%포인트는 빈곤층으로, 4.4%포인트는 상류층으로 옮겨갔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인 중위 소득을 기준으로 50~150%를 중산층으로 정의하고 있다. 150% 이상은 상류층, 50% 미만은 빈곤층이다. 빈곤층 증가는 상대빈곤률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상대빈곤률은 각 연도 중위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가구비율을 의미한다. 지난 해 우리나라의 도시가계(2인 이상) 상대빈곤률은 14.3%였다. 100가구 중 14가구는 중위소득의 50%에도 못미치는 ‘가난한 집’이었다. KDI 유경준 연구위원은 “상대빈곤률은 2000년 이후 소득계층 전체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넘어가는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유지되던 절대빈곤률이 올 들어 급격히 높아지는 사실도 문제다. 절대빈곤률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2000년 중위소득의 50% 이하의 가구비율을 의미한다. 때문에 매년 빈곤층의 소득증가가 물가상승률을 넘어서면 절대빈곤률은 올라가지 않는다. 도시 가구의 절대빈곤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6.37%까지 올랐다가, 2000년 10.52%로 떨어진 뒤 지난 해까지(9.05%)까지 9% 선에 머물렀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닥친 올 1·4분기엔 절대빈곤률이 11.2%까지 치솟아 지난 해 같은 기간(9.9%)보다 1.3%포인트가 올랐다. 저소득층의 소득증가가 물가상승률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으로, 소득감소를 의미한다. 연평균 15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보이는 올해는 빈곤률 급증과 함께 중산층 몰락이 더 심해질 게 뻔해보인다. 한번 노동시장에서 탈락하면 사실상 재진입하기 힘든 우리 사회에서 해직은 중산층 붕괴와 빈곤층 전락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른바 청와대가 단어사용 금지령을 내렸다는 ‘신빈곤층’이다. 금융위기로 직장을 잃거나 영업장을 잃어 빈곤층으로 전락한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는 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40대의 경우 교육비, 주거비로 한창 돈이 많이 들 시기인데 이 나잇대의 노동자들이 금융위기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명박 정부가 노동유연성만 강조하고 사회안전망 구축을 채 갖추지 못한 지금 중산층이 실직하면 빈곤층 전락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중산층의 몰락은 소득불평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에서도 드러난다. 2인 이상 도시 가구의 지난 해 지니계수(시장소득 기준)는 3.25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 수록 소득불평도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빈곤층이 급증할 경우 지니계수는 올해도 신기록 갱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6월 고용동향에서도 제조업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만7000개의 일자리가, 도소매·음식숙박업은 12만3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의 소득양극화 해소책은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었다. 좋은 일자리야 말로 가장 좋은 복지라는 구호 아래 이명박 정부는 7·4·7(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정책을 내걸었다. 부자들에게 감세를 해주면 소비지출확대→내수활성화→일자리 창출→양극화해소로 이어질 것으로 봤고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도 투자활성화→일자리창출→양극화해소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금융위기 앞에서 이런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부자와 기업들은 지출을 줄이며 추운 겨울을 견디기로 했고 외투마저 빼앗긴 중산층과 서민들은 더 큰 고통을 겪게 됐다. 의욕만 앞선 채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환경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였다. 부산대 김기홍 교수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기업과 고소득층에 정책우선 순위를 두면서 사회안전망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상대적으로 외면당했다”며 “일자리 창출을 통한 빈부격차해소는 파산이 잇따르는 금융위기시대에 펴기는 적절치 않은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2009.07.22 00:00

  • 레이디경향

    • 성인 하루 평균 4시간…\'여가\'선용 최하위 계층은?

      화제

      성인 하루 평균 4시간…'여가'선용 최하위 계층은?

      바쁜 일상 속에서 충분한 휴식이 이뤄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흥미로운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데이터융복합·스마트리서치 전문 연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10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진행한 ‘여가·문화·체육 주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여가 시간은 일주일 평균 27.9시간, 하루 평균 4시간으로 집계됐다. 총 1만 1281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 조사에서 여가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명 중 2명(40.8%)에 그쳤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33.7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60대 이상 29.7시간, 30대 27.1시간, 50대 26시간 순이었다. 40대는 24.8시간으로 가장 짧았다. 직업별로는 대학·대학원생(34.9시간), 기능·숙련·일반작업직(27.7시간), 판매·서비스직(27.1시간), 전업주부(26.8시간), 사무·기술직(25.9시간), 경영·관리·전문직(25.7시간), 자영업자(25.2시간) 순으로, 대학·대학원생과 자영업자의 여가시간은 주당 10시간 가까이 차이가 났다. 기능·숙련·일반작업직은 다른 직업에 비해 여가 시간이 길었지만, 충분하다는 인식은 31.8%로 가장 낮았다. 높은 육체적 업무 강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가시간의 양과 질에서 가장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은 아동기 자녀를 둔 부모다. 생애주기별로 보면 자녀 아동기 가구가 모든 계층을 통틀어 여가시간이 21.7시간으로 가장 짧고, 만족도도 26.4%로 가장 낮았다. 이는 자녀의 청소년기 24.7시간, 자녀의 성인기 26.8시간을 지나며 계속 늘어나고 자녀 독립기에 이르면 주당 29.9시간으로 신혼기 29.5시간와 비슷해진다. 특히 자녀 독립기의 여가시간 충분성 인식은 56.9%로 자녀 아동기와 비교해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미혼자는 시간적인 여유는 32.7시간으로 가장 많지만 충분하다는 인식은 39.5%로 평균에 못 미쳤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여가에 대한 관심과 경험, 만족도 등 여가·문화·예술·스포츠 활동 전반에 대해 주 단위로 자료를 수집해 국민 여가생활의 현황과 추이 변화를 포착, 분석하기 위해 실시됐다.

      #여가시간

      김지윤 기자 2022.04.26 1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