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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 지구 종말 준비, ‘프레퍼’를 만나다···강제 추방 논란, 베네수엘라의 울분

      연예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 지구 종말 준비, ‘프레퍼’를 만나다···강제 추방 논란, 베네수엘라의 울분

      KBS 29일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 396회는 윤수영 아나운서 진행으로 김재천 교수(서강대), 김진아 교수(한국외대) 출연하며 미국의 ‘프레퍼족’을 소개하고 미국 강체 추방에 대한 베네수엘라의 반응도 전한다. 지구 종말에 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프레퍼(Prepper)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 상황에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부유한 프레퍼들은 재난 상황에 대피할 지하 벙커를 건설하기도 하는데 이런 고급 벙커에는 물고기 양식 수조, 실내 채소 재배기, 인조 잔디 공원, 컴퓨터실, 영화관, 도서관까지 모든 편의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평범한 프레퍼들은 직접 몇 달 치 분량의 음식을 동결 건조해 구비해 두거나 빵 만드는 법, 토끼 가죽 벗기는 법 등 다양한 생존 방법을 모은 스크랩 북을 만들기도 한다. 미연방 재난 관리청(FEMA)에 따르면 미국 내 프레퍼족의 수는 약 2천만 명으로, 2017년 이후 2배나 늘어났다. 프레퍼족들은 지금까지 음모론에 휘둘리는 기이한 집단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세계에는 전쟁으로 인한 불안정한 정세와 경제 침체, 코로나19 팬데믹 등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들이 닥쳤다. 사람들에게 언제든 재난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웠고, 재난을 미리 준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프레퍼들의 ‘재난 대비’가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아마존, 코스트코와 같은 대형마트에서도 프레퍼족을 위한 비상식량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텍사스주에 있는 벙커 회사는 2020년 팬데믹 이후 벙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판매량이 3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Zion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생존 도구 시장 규모는 앞으로 점점 확대되어 2030년까지 24억 6천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KBS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에서는 미국 내 프레퍼족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프레퍼족과 관련 시장이 커지는 이유에 대해 짚어본다. 지난 16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SNS 계정에 공개한 동영상이 큰 충격을 던졌다. 영상 속에는 무장 경찰관들이 수많은 남성들을 비행기에서 끌어내려 수용소로 끌고가는 모습이 담겼다. 부켈레의 게시글에 따르면 이 남성들의 정체는 바로 베네수엘라 범죄 조직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의 조직원들. 총 238명이 엘살바도르의 교도소로 강제 이송되었다. 이번 추방은 트럼프 대통령이 체포한 갱단원 중 미국 시민이 아닌 14세 이상 베네수엘라 국적자를 검거‧구금‧추방하도록 지시하는 포고령에 서명한 뒤 이루어졌다. 그러나 추방된 사람들 중에는 범죄 조직원이 아닌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전 베네수엘라 프로 축구선수 레예스 바리오스도 그중 한 사람이다. 엘살바도르의 일간지는 미 국토안보부가 바리오스의 문신 문양을 ‘범죄 조직원 증거’로 삼았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그의 변호인은 바리오스는 범죄 기록도 없을뿐더러 문신은 스페인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로고를 본뜬 것이라고 반박했다. KBS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우리 이민자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이는 베네수엘라 모든 국민에 대한 공격”이라며 미국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추방 절차의 적법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추방의 근거로 든 것은 ‘적성국 국민법(AEA)’. 이 법은 “전쟁 시” 미국 내의 적대국민을 가두거나 추방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데 과연 지금이 전시인지 논란이 된 것이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는 강제 추방 일시 중단을 결정하고 베네수엘라인들을 태운 비행기에 미국으로 돌아올 것을 명령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중단 결정을 내린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고 공격하며 사법부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에서는 베네수엘라 이민자 강제 추방 사건에 대해 짚어보고, 이와 관련해 벌어진 미국 내 트럼프 행정부와 사법부와의 갈등 상황까지 함께 들여다본다. KBS

      손봉석 기자 2025.03.29 21:52

    • 3년 전 호주에서의 추방을 잊지 못하는 조코비치 “트라우마처럼 떠올라···원한 품고 있지는 않아”

      스포츠종합

      3년 전 호주에서의 추방을 잊지 못하는 조코비치 “트라우마처럼 떠올라···원한 품고 있지는 않아”

      노바크 조코비치. EPA연합뉴스 노바크 조코비치(7위·세르비아)가 3년 전 호주에서 추방당한 사실이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밝혔다. 조코비치는 7일 호주 매체와 인터뷰에서 “호주에 와서 입국 심사를 받을 때면 3년 전 일이 트라우마처럼 떠오른다”며 “누군가 와서 나를 감금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털어놨다. 조코비치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1월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출전을 위해 호주 멜버른에 도착했으나 백신 미접종으로 5일간 숙소에 머물다가 결국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고 추방당했다. 메이저 대회 단식 24회 우승 가운데 호주오픈에서만 10번 정상에 오른 조코비치는 추방 다음 해인 2023년 호주오픈을 제패했다. 다만 조코비치는 “그렇다고 원한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2023년 우승은 2022년 사건을 이겨낸 의미 있는 결과였다”고 돌아봤다. 올해 호주오픈은 12일 호주 멜버른에서 개막한다. 조코비치는 지난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브리즈번 인터내셔널 8강에서 탈락했다. 마거릿 코트(은퇴·호주)와 함께 메이저 대회 단식 최다 우승 기록(24회)을 공유하고 있는 조코비치는 이번 호주오픈을 우승하면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노바크 조코비치. AP연합뉴스

      윤은용 기자 2025.01.07 11:29

    • ‘멍청한 항명’의 대가는 1군 추방→등번호 박탈···첼시 문제아 스털링, 빌라 이어 크리스털 팰리스도 관심

      축구

      ‘멍청한 항명’의 대가는 1군 추방→등번호 박탈···첼시 문제아 스털링, 빌라 이어 크리스털 팰리스도 관심

      크리스털 팰리스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첼시 라힘 스털링. cpfc.discover 항명 파동으로 인해 첼시의 문제아가 된 라힘 스털링(30)이 애스턴 빌라에 이어 크리스털 팰리스와도 연결되고 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의 사미 목벨 기자는 23일(한국시간) “현재 크리스털 팰리스는 다음 주 이적시장 마감을 앞두고 라힘 스털링에게 첼시를 탈출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하는 데 관심이 있는 구단 중 하나다”라고 전했다. 이어 “엔조 마레스카 체제에서 스털링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 뒤 스털링은 스템포드 브릿지를 떠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첼시 보드진들은 스털링의 잠재적인 행선지를 찾기 위해 작업 중이다. 팰리스는 스털링에게 관심을 보인 초기 구단 중 하나다. 하지만 32만 5,000파운드(약 5억 7,000만 원)에 달하는 그의 주급이 걸림돌이다. 현재 팰리스는 이 거래의 정확한 조건과 현실성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첼시 라힘 스털링. Getty Images 첼시의 스털링은 최근 항명 파동을 일으키며 문제아로 전락했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개막전에서 마레스카 감독은 스털링을 명단에서 제외했고 이에 분개한 스털링은 공개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하며 항명했다. 스털링 측은 “우리는 앞으로 첼시와 3년 계약이 남아있다. 스털링은 개별 훈련을 진행하기 위해 2주 먼저 팀에 합류했고 새로운 감독 밑에서 프리시즌을 보내며 긍정적인 관계를 쌓았다. 언제나 팬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고 맨시티와의 경기에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언제나 첼시와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고 스털링의 미래에 관해서도 확신의 메시지를 받았었기에 이번 상황에 대해서도 첼시의 명확한 답변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라힘 스털링. Getty Images 고작 한 경기에서 제외된 것으로 성명서까지 내며 항명한 스털링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결과, 마레스카 감독은 스털링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명단에서도 제외했다. 더불어 공개적으로 “출전 기회를 원한다면 떠나는 것이 나을 것이다”라며 사실상 스털링이 전력에서 제외된 것을 직접 언급했다. 이후 스털링은 새로 합류한 페드루 네투에게 자신의 등번호인 7번까지 빼앗겼다. 그러면서 이번 여름 첼시를 떠날 것이 사실상 확정적인 상태다. 그런 가운데 빌라와 함께 팰리스가 스털링의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스털링의 높은 급여가 이적 성사 여부의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라힘 스털링. 게티이미지코리아

      박찬기 온라인기자 2024.08.24 00:35

    • ‘멍청한 항명’ 스털링, 첼시가 버린다···UECL 명단 제외 이어 1군서도 추방→등번호도 빼앗겼다

      축구

      ‘멍청한 항명’ 스털링, 첼시가 버린다···UECL 명단 제외 이어 1군서도 추방→등번호도 빼앗겼다

      첼시 라힘 스털링. Getty Images 첼시가 결국 라힘 스털링(30)을 버릴 전망이다. 영국 매체 ‘트라이벌 풋볼’은 21일(이하 한국시간) “첼시의 엔조 마레스카 감독은 세르베트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플레이오프 명단에서 라힘 스털링을 제외했다”라고 전했다. 앞서 스털링은 지난 19일 열렸던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2024-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 개막전에서도 명단에서 제외됐다. 라힘 스털링. Getty Images 이에 스털링은 공개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스털링 측은 “우리는 앞으로 첼시와 3년 계약이 남아있다. 스털링은 개별 훈련을 진행하기 위해 2주 먼저 팀에 합류했고 새로운 감독 밑에서 프리시즌을 보내며 긍정적인 관계를 쌓았다. 언제나 팬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고 맨시티와의 경기에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언제나 첼시와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고 스털링의 미래에 관해서도 확신의 메시지를 받았었기에 이번 상황에 대해서도 첼시의 명확한 답변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라힘 스털링. Getty Images 이러한 스털링의 행동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마레스카 감독 체제에서 첫 경기일 뿐이었고 어디까지나 선수 선발은 감독의 권한이다. 단지 한 경기에서 제외됐다는 이유로 공식적인 성명서를 내면서까지 항명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런 가운데 마레스카 감독은 다가올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명단에서도 스털링을 제외했다. 그러면서 공개적으로 스털링에게 이적을 요구했다. 첼시 엔조 마레스카 감독. Getty Images 영국 매체 ‘메트로’에 따르면 마레스카 감독은 “이미 말했던 대로다. 상황은 명백하다. 첼시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한 첼시 선수다. 하지만 그들에게 모두 출전 시간을 줄 수는 없다. 출전 기회를 원한다면 떠나는 것이 나을 것이다”라며 공개적으로 스털링의 이적을 시사했다. 더불어 스털링은 등번호까지 빼앗겼다. 영국 매체 ‘이브닝 스탠더드’는 “이번 여름 첼시에 새롭게 합류한 페드로 네투는 스털링이 사용하던 번호를 달고 뛰게 됐다”라고 전했다. 명단 제외, 1군 추방에 이어 등번호까지 박탈당하면서 사실상 첼시에서 스털링의 자리는 없어졌다. 이제 첼시가 스털링을 보낼 것이라는 결정은 명확해졌으며 이제 머지않아 동행은 끝날 것으로 보인다. 라힘 스털링. Getty Images

      박찬기 온라인기자 2024.08.23 02:35

  • 주간경향

    • 국제

      미국 내 TPS 이민자 추방 ‘카운트다운’

      엘살바도르의 TPS 이민자는 19만5000명으로 미국 내 TPS 자격 이민자 중 가장 많다. 갱신이 중단되면 이들은 2019년 9월 9일까지만 미국에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다. 이후에는 본국으로 추방될 것이다. 미국 의회는 1990년, 개정이민법을 통과시키면서 자연재해나 내전을 피해 미국에 들어온 난민들에게 임시로 미국 거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임시보호지위(TPS)다. 조지 H W 부시 행정부 당시 미국은 아이티, 온두라스, 니카라과, 시리아 등 10여개국에서 내전과 자연재해 등을 피해 미국에 들어온 난민 30여만명에게 TPS를 부여했다. 이후 지금까지 18개월을 주기로 기한이 계속 갱신됐다. 엘살바도르 난민 역시 이들 중 하나다. 2001년 엘살바도르에서 두 차례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1000여명이 사망하고, 난민 20여만명이 대거 미국으로 유입되면서 이들에게 TPS가 부여됐다. 덕분에 엘살바도르 난민들은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취직하거나 사업을 할 수 있었다. 엘살바도르 외교당국에 따르면 이들의 95%가량이 미국에서 직장이나 자신의 업체를 가지고 있다. 또 결혼도 했고 자녀도 낳았다. 그 중 10%는 미국인과 결혼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17년간 꾸려온 삶은 이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갱신 중단 결정으로 이들의 TPS는 오는 3월 만료된다. 이후 18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다른 합법적 거주 지위를 얻지 못하면 이들은 강제추방 대상자가 된다.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 가족들이 1월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기자회견장에서 임시보호지위(TPS)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 기한 갱신 중단 결정 “내 손이 잘려나가는 것 같은 심정이다.” 미국 내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가 지난 8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의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들에 대한 TPS 갱신 중단’ 발표를 들은 직후 BBC 인터뷰를 통해 한 말이다. 국토안보부는 “2001년 지진 당시의 재난적 상황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은 나아졌다”고 이유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니카라과, 아이티, 수단 이민자들의 TPS 갱신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적용 대상자는 니카라과(5300명), 아이티(4만6000명), 수단(1040명) 등 5만여명 정도였다. 그러나 엘살바도르의 TPS 이민자는 19만5000명으로 미국 내 TPS 자격 이민자 중 가장 많다. 갱신이 중단되면 이들은 2019년 9월 9일까지만 미국에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다. 이후에는 본국으로 추방될 것이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셈이다. 카운트다운 뒤에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경우든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20만명이 갑자기 엘살바도르에 유입될 경우 경제·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엘살바도르의 전체 인구는 약 617만명이다. 인구의 30분의 1이 한순간에 늘어나는 셈이다. 이 정도의 인구를 수용할 여력이 현재 엘살바도르엔 없다. 고용시장은 얼어붙어 추가 채용 여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엘살바도르의 실업률은 7%로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현지인들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방당해 돌아온 이들에게는 더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수도 산살바도르에 사는 앙헬 에르난데스(26)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 이민자들이 돌아와 구직활동을 시작하면 일자리 부족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이 미국에서 보내오던 돈도 사라진다. TPS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본국의 가족 등에게 보내는 돈은 2016년 한 해에만 45억7600만 달러(약 4조9000억원)에 달했다. 엘살바도르 국내총생산(GDP)의 1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엘살바도르는 지난 한 해에만 4000건의 살인사건이 생길 정도로 세계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트럼프가 반이민 정책을 말할 때 자주 언급하는 ‘M-13’ 같은 갱단들이 활개를 친다. 전문가들은 미국 문화와 언어에 익숙한 청년들이 대책 없이 엘살바도르로 돌아갈 경우 적응하지 못하고 사회 밑바닥을 떠돌다 갱단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1월 10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에서 갱단에 살해당한 후안 헤어와 알레한드로 로드리게스의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다. 이들의 어머니는 임시보호지위(TPS) 자격으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산살바도르|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들과 생이별해야 생이별도 피할 수 없다. 이들이 미국에 정착해 꾸린 가정은 대략 13만 가구에 이른다.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경우도 있지만 이들 자녀 상당수는 미국에서 태어나 체류 자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린 자녀들만 미국에 남겨두고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것도 부모로서는 하기 힘든 선택이다. 미국에서 두 딸을 낳은 이민자 에드윈 아빌라는 “내 딸들은 14살, 18살이다. 애들만 남겨두고 떠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온 자녀들을 범죄와 빈곤이 기다리는 본국으로 데려가는 것 역시 쉽지 않은 결정이다. 엘살바도르에서 이민자 관련 비영리단체를 이끌고 있는 루이스 알베르토 로페스는 “본국으로 돌아온 어린이들은 문화충격으로 고통받을 것”이라며 “부모가 자녀에게 엘살바도르에서의 생활에 대해 설명해주겠지만, 부모 역시 이방인이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영국 BBC는 이민자 상당수가 생이별을 감수하며 추방당하는 대신 불법체류자로 살아가는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 경우 그들은 그동안 다녔던 직장도, 이웃도, 집도 잃게 된다. 이민관세국과 연방경찰의 눈을 피해가며 하루하루를 연명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TPS 갱신 중단조치는 이번이 끝이 아니다. 오는 6월 온두라스 출신 이민자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온두라스 출신 미국 내 TPS 자격 이민자는 8만6000명 정도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 예멘, 시리아, 네팔 출신 이민자들도 있다. 이들 국가 역시 대부분 내전과 자연재해 등의 여파로 경제·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소 35만명에 달하는 미국 내 TPS 이민자와 본국의 친지들 모두에게 엘살바도르 이민자들과 비슷한 앞날이 펼쳐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최악의 경우 중미지역 전체에 심각한 여파를 미칠 수 있다고 외신들이 우려하는 이유다.

      박용필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 2018.01.16 09:39

    • [주목! 이 사람]여성 성폭력 추방운동하는 의사 이원윤씨 “술 취한 여성과 관계 맺어도 강간”

      사회 주목! 이 사람

      [주목! 이 사람]여성 성폭력 추방운동하는 의사 이원윤씨 “술 취한 여성과 관계 맺어도 강간”

      “성폭력 피해자가 인사불성인데, 법원에서는 이를 알코올성 블랙아웃이라고 판결할 때가 종종 있다. 의사 입장에서 봤을 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이원윤씨(26)는 블랙아웃과 인사불성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 법원의 판결에 의사로서 의문을 제기했다. 이씨는 “흔히 필름이 끊겼다고 표현하는 알코올성 블랙아웃은 겉으로 봤을 때 멀쩡해 보인다. 하지만 ‘passing out(인사불성)’은 환자가 의식을 소실하여 자발적인 행동을 전혀 하지 못한다”면서 “대법원 판례에 적힌 CCTV 기록을 보면 피해여성들은 스스로 걷지 못하고, 침대 위에 누워서 그대로 구토를 하는 등 자신의 몸을 전혀 통제하지 못한다. 이는 명백한 인사불성(passing out)이다. 하지만 법원은 술과 관련되면 블랙아웃 가능성을 제기해 가해자에게 무죄나 감형 판결을 내린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 9월에 개최한 ‘피해자 권리 상실 삼각지대, 준강간’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월에 발표한 2016년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남성 응답자의 47.7%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면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데 동의했다. 피해자가 조심하지 않았기에 성폭력을 당했다고 보는 사회적 인식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인식은 이씨가 여성 성폭력 추방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씨는 “작년 한국성폭력상담소와 ‘그건_강간입니다’라는 프로젝트를 했었다. 술과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을 방지하자는 캠페인이었다. 술에 취해 성관계를 하면 강간이 아니라는 인식이 많아 놀랐다. 일부 여성에게도 이런 인식이 있었다.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2015년 의과대를 졸업하고, 일반 병원에서 일반의로 일하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친 뒤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일반 의대생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삶의 축이 바뀐 건 1년 전 발생한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때문이다. 여성혐오를 바로잡고자 활동했던 여성 중 일부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신상이 털려 신변에 위협을 받기도 했다. 이씨는 “신상이 털린 여성들을 돕고 싶었다. 신변에 위협이 생길까 무서웠지만 부당한 일을 그저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호주 방송사의 요청으로 한국의 성문화를 영어로 인터뷰했다. 며칠 뒤 일간베스트(극우·여성혐오 사이트)를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인터뷰 장면이 캡처돼 퍼졌다. 인터뷰 때 밝혔던 이름과 직업으로 이들이 내 신상을 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일부 가해자는 선처를 구했다. 이후 그녀는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연구했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미국에는 의료인류학(Medical Anthropology)이 있다. 의학과 문화인류학을 연결시킨 학문이다. 학부 때 습득한 전공지식과 사회과학을 연결시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7.11.28 11:39

    • 사회

      [최예용의 환경보건이야기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16) 국제 석면추방 운동가 이정림을 아시나요

      그녀는 2011년 4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012년에 그녀를 기린 ‘레이첼이정림어워드’가 제정되고 첫 수상자로 캐나다 석면광산을 폐쇄한 퀘벡주지사 폴린 마르와가 선정됐다. 그리고 2016년의 수상자는 한국의 정지열과 인도의 뭄바이 산업보건안전센터였다. 1급 발암물질 석면 사용을 금지시켜 석면피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산업보건과 환경보건 분야에서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한국인 석면피해자가 있다. 악성중피종 환자인 이정림씨다. 악성중피종이 발병한 환자 10명 중 8~9명은 석면노출이 원인이고, 1~2명은 원인을 모른다. 때문에 의학계는 악성중피종을 석면노출에 의해서 발생하는 석면암으로 규정하고 있다. 폐를 둘러싼 이중의 막 사이에 암덩어리가 생기는 악성중피종은 불에도 타지 않는 강한 물질인 석면이 폐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면서 10년 이상의 오랜 잠복기를 거친 후에 발병한다. 매우 예후가 좋지 않아 발병자는 1년 전후로 사망한다. 1966년생인 이정림씨는 고교 재학시절인 1981년부터 1984년 초까지 3년간 대전에 살았는데,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학교 인근에 한국에서 가장 큰 석면 시멘트공장의 하나인 벽산 대전공장이 있었다. 고교 졸업 후 대학을 나와 결혼해 신혼살림을 차린 곳이 대전 서구 오류동의 한 아파트였다. 자신이 다녔던 고등학교에서 가까운 곳이었고, 인근에 문제의 벽산 석면시멘트공장이 가동 중이었다. 1991년부터 2년간 그곳에서 살았다. 이후 그녀는 남편의 직장을 따라 경북 김천으로 이주했다. 그리고 10년이 훨씬 지난 2006년 어느 날, 그녀는 몸이 이상해 대전의 대학병원을 찾았다. 몇 번을 다니며 검진을 했지만 정확한 병명을 알지 못했다. 서울삼성병원으로 가서야 그녀의 몸에 ‘악성중피종’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다. 의사는 이 병이 석면노출에 의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는 전국 각 지역 중에서 대전지역에 악성중피종 암환자 통계치가 높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사실을 지적했다. 2007년 이후 석면문제가 주요 사회 이슈화하면서 백 교수의 지적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2009년 하반기부터 대전시가 나서 문제의 벽산 대전공장 주변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벽산대전공장은 1996년까지 가동하고 이후 전북 익산으로 옮겨갔고, 대전공장 자리에는 벽산아파트가 세워져 있다. 이정림씨는 5년째 항암치료를 받으며 투병 중이었다. 놀랍게도 그녀가 살았던 아파트에는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한 주민이 2명이나 더 있었다. 2010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캐나다 석면수출 반대 기자회견장에서 이정림씨가 자신이 어떻게 석면에 노출돼 암에 걸렸는지 설명하고 있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석면 시멘트 공장 인근에서 보낸 고교 시절 필자는 그녀와 함께 그녀가 다녔던 고등학교와 신혼시절 살았던 아파트를 둘러봤다. 그녀는 기가 막혀 했다. 자신이 듣도 보도 못했던 석면공장이 바로 인근에 있었다니…. 그녀는 분노했다. “왜 40대 중반의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 당시 그녀는 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을 두고 있었다. 이후 그녀는 석면추방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전국에서 벌어진 석면피해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에 발벗고 나섰고, 서울과 전국에서 개최되는 각종 석면 추방행사에 참여했다. 2010년 10월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 국제회의에도 참석했다. 그녀의 숨은 영어실력이 빛을 발했다. 오랫동안 석면 추방을 해온 운동가들은 악성중피종 환자가 직접 국제회의에 나와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석면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모습에 놀라고 반가워했다. 국제 석면 추방 사무국(IBAS)의 로리 카잔 대표는 “레이첼(이정림의 영어 이름)은 놀라운 여성이다. 자신의 몸을 갉아먹는 암의 원인이 석면 때문이란 것을 알고, 또 아직도 아시아 여러 나라가 석면을 사용하는 것을 알고 몸소 나섰다. 특히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석면공장을 팔아먹었다는 사실을 미안해 하며 아시아지역에서의 석면 추방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2010년 12월 초 이정림은 7명의 아시아 석면 추방 운동가들과 캐나다 몬트리올과 퀘벡을 방문했다. 캐나다가 대규모 석면광산을 가동해 매년 20만톤씩 전량을 아시아로 수출한다는 계획을 막기 위해서였다. 기자회견, 방송 인터뷰, 거리시위, 퀘벡의회 방문, 석면광산 관계자 미팅 등을 통해 그녀의 목소리가 캐나다 사회에 전해졌다. 캐나다는 퀘벡 지역이 독립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석면광산 재가동 문제를 눈감아왔는데, 아시아에서 온 석면피해 여성의 외침에 캐나다 의료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석면광산 폐쇄의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캐나다의 석면 추방 운동가 캐슬린은 “레이첼 이정림이 석면문제에 눈 감고 귀 막고 있던 캐나다 사회를 깨웠다”고 말했다. 2016년 12월에 열린 환경보건시민대회에서 인도의 석면추방단체인 뭄바이 산업보건안전센터에게 시상된 레이첼이정림어워드 상패. 2011년 들어 그녀의 상태는 악화되어 갔다. 9월쯤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매년 열리는 아시아석면추방회의가 이번에는 인도에서 열리는데, 회의에 갈 수 있겠어요?”, “그럼요, 당연히 가야죠.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일정을 조정하고 있어요. 의사 선생님이 못 가게 할까봐 아프다고 말도 못해요. 아들을 데려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고3이라 학교에서 허락을 안해요.” 그녀는 휄체어에 몸을 싣고 11월 일주일간 인도를 방문했다. “인도에서 석면 사용을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저와 같은 석면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11월 14일 인도 자이푸르에서 열린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 국제회의장 연단에서, 그리고 기자회견장에서의 그녀의 호소는 절절했다. 인도에서의 연설은 국제적인 석면 추방 운동가 이정림의 마지막 활동이 되었다. 그녀는 2011년 12월 21일 4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레이첼 이정림은 자신의 마지막 삶을 국제 석면 추방 운동에 불살랐다. 그녀가 떠난 다음해인 2012년 8월 캐나다 퀘벡주의 선거에서 승리한 야당인 퀘벡당은 석면광산 가동을 위해 재정지원을 하지 않고 석면광산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수년 동안 캐나다의 석면광산 폐쇄를 위해 노력해온 세계 여러 나라의 석면 추방 운동가들은 캐나다의 낭보를 듣고 가장 먼저 레이첼 이정림을 떠올리고 너나 없이 그녀가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석면문제 눈감고 있던 캐나다 사회 깨웠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와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는 2012년 12월 열린 제2회 환경보건시민대회의 환경시민상 국제부문상을 ‘레이첼이정림어워드’로 명명하고 지구촌 석면 추방을 위해 앞장선 개인이나 단체에 상을 주기로 했다. 이 상의 제정과 시상에는 한국의 환경보건시민센터, 부산석면추방공대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외에 일본의 석면추방전국연락회의, 홍콩의 아시아모니터링센터, 인도의 직업환경건강네트워크, 영국의 석면추방국제사무국 등이 함께 뜻을 모았다. 레이첼이정림어워드의 첫 수상자는 캐나다 석면광산을 폐쇄한 퀘벡주지사 폴린 마르와가 선정됐다. 2013년도 12월에 시상된 두 번째 수상자는 영국의 석면 추방 운동가 로리 카잔이 선정됐다. 2014년에는 일본 오사카 인근의 센난 지역에서 재일한국인을 포함한 석면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승리로 이끈 유오카 가즈사다와 센난 석면피해시민모임이 수상자였다. 2015년의 수상자는 일본 사회가 환경성 석면문제에 눈을 뜨게 만든 ‘구보타 쇼크’를 발굴한 3인방 후루가와, 가타오카, 이이다였다. 그리고 2016년의 수상자는 한국의 정지열과 인도의 뭄바이 산업보건안전센터였다. 정지열은 석면폐환자로서 이정림과 함께 아시아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석면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는 운동가다. 뭄바이 산업보건안전센터는 아시아에서 가장 석면소비가 많은 인도에서 석면공장 노동자들이 최초의 법적소송에서 승리하도록 한 인도 석면 추방 운동의 구심적 단체다. 2016년 12월 15일 캐나다 정부는 모든 종류의 석면 사용을 2018년까지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캐나다의 석면 추방 운동가 캐슬린은 전 세계 지인들에게 돌린 이메일에서 “오늘 역사적인 승리의 날, 하루종일 레이첼 이정림을 생각한다. 그녀가 2011년 겨울 캐나다 땅에 뿌린 석면 추방의 씨가 5년이 지나서 싹을 피웠다”고 말했다.

      2017.01.24 15:42

    • 국제

      [세계]프랑스 집시 추방 “선거용 희생양”

      ㆍ르몽드는 로마 문제가 재등장한 이유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관용의 나라로 불렸던 프랑스에서 사회당 정부가 앞장서서 로마(Rroma·집시) 추방을 선언하면서 로마 문제가 프랑스 정치계를 달구고 있다. 동성결혼 합법화 등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을 비판해온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이전 니콜라 사르코지 우파 정부와 같은 로마 혐오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프랑스의 로마 추방 움직임에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기 대선후보로 꼽히는 인기 정치인인 마뉘엘 발스 프랑스 내무장관(51)은 지난 9월 24일 프랑스 라디오 앵테르에 출연해 “로마의 생활방식이 프랑스인과는 너무 다르다”며 “로마 거주촌을 철거하고 이들을 프랑스 밖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스 장관은 또 “로마만이 아니라 이웃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는 로마 빈민촌 철거를 승인했다”며 지자체가 로마 불법거주지를 철거하고 쫓겨난 이들에게 공짜 비행기표를 줘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당 내각 안에서도 찬반 분분 발스 장관의 발언을 두고 사회당 내각에서는 내분 조짐이 보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 겸 여성인권장관인 나자 발로드 벨카셍은 발스 장관을 지지했다. 벨카셍은 “프랑스 정부의 로마 정책은 ‘확고함과 인도주의’에 기초하고 있다”며 “확고함은 로마가 우리와 생활방식이 같지 않아 유랑촌을 철거할 필요가 있을 때 철거한다는 것이고, 인도주의는 그들에게 일과 주거, 아동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벨카셍은 이어 “로마를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해결책의 일부인 것이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2010년 9월 프랑스에서 루마니아로 추방된 집시들이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짐가방을 나르고 있다. | AP연합뉴스 차기 파리 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사회당의 안 이달고 후보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그는 아이텔레와의 인터뷰에서 “우선 확고한 자세가 필요하다. 파리는 극도로 위태로운 상황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도주의적 접근 역시 항상 있어야 한다”며 “만약 사회에 통합되길 원하는 로마 가족이 있다면, 그들의 통합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각료들이 역풍을 우려해 입을 아끼고 있지만 발스 장관을 두둔하는 쪽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프랑스 사회당 일부 각료들은 발스 장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아르노 몽트부르흐 생산성증진장관은 AFP통신에 “어떤 사람이 결코 동화될 수 없을 것이라는 그런 주장은 절대 성립할 수 없다”고 발스 장관의 발언을 반박했다. 그는 “(로마의 프랑스 사회 동화가 불가능하다고) 미리 규정짓는 것은 지나친 일로 생각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녹색당 출신의 세실 뒤플로 주택부 장관은 발스 장관 발언이 “공화국 헌법을 위험에 처하게 한 그 이상”이라며 발스 장관 교체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유럽연합·국제인권단체 “강제 추방 멈춰라” 발스 장관의 발언은 국제인권단체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올리비에 베일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9월 25일 “로마는 다른 유럽연합 시민들처럼 유럽연합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거주할 자유가 있으며, 이는 조약에 규정된 핵심적인 권리”라며 “프랑스가 이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위반을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비비안 레딩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프랑스가 로마 통합을 위한 국가전략을 실천에 옮기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의 법무·기본권 담당 집행위원이기도 한 그는 “프랑스가 (로마) 통합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느 것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프랑스의 미진한 로마 통합 노력도 지적했다. 유럽연합은 로마가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난 7년간 500억 유로(약 53조8460억원)를 조성했고, 프랑스는 이 중 40억 유로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레딩 부위원장은 “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활용되지 않았다”며 “우리는 일부 국가들이 통합을 위한 노력을 행하지 않는 것에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앰네스티는 프랑스의 로마인 강제 추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올 상반기에만 로마인 정착촌에서 1만명 이상이 쫓겨났다며 발스 장관의 발언은 “프랑스에 거주하는 약 2만명의 로마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지속시키고 적대감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거센 비난에도 발스 장관은 후퇴할 기미가 없다. 그는 9월 25일 프랑스 BFM TV에 출연해 “고칠 게 없다”며 “상황을 모르는 이들이나 내 발언을 문제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사회당 총리였던 미셀 로카르의 성명을 인용해 “전 세계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프랑스의 의무는 아니다”라며 로마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움을 시사했다. 프랑스는 이미 2010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로마 추방에 나서 유럽연합의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사르코지는 로마를 범죄집단에 비유하며 로마 이민자를 추방하고 불법정착촌을 철거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해 5월 프랑스 경찰이 범법자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로마 청년 1명이 사망하자 로마들이 경찰서를 집단 습격한 것이 빌미가 됐다. 지난해 8월 파리 외곽의 로마인 유랑촌에서 한 로마인 아이가 미소를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는 이후 석 달간 프랑스에 있는 51개 로마 집단 거주지를 해산시켰다. 이어 8월부터는 8000여명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등으로 추방했다. 당시 프랑스는 추방되는 집시들에게 어른 300유로(약 43만원), 어린이 100유로씩 지급했고, 재정지원을 받은 이민자들의 지문을 채취해 재입국을 방지했다. 현재 이민자 재정 지원금은 당시의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화국 기본원칙 저버렸다” 비판 르몽드는 로마 문제가 재등장한 이유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로마에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면서 이를 의식해 정치권이 여야 가릴 것 없이 로마에 적대적인 입장을 앞다퉈 표명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례로 우파 야당인 대중운동연합의 파리 시장 후보 나탈리 코쉬스코 모리제는 “로마가 파리 시민을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고, 안 이달고도 “파리가 거대한 로마 캠프가 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르몽드는 사설에서 “표를 얻기 위해 로마와 이민자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며 “이민자 집단을 프랑스 사회에 동화될 수 없는 존재로 낙인 찍으면서 발스 장관은 수용과 통합, 연대라는 공화국의 기본 원칙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레딩 부위원장은 선거를 앞두고 예산안이나 부채와 같은 중요한 사안들을 회피하기 위해 로마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마는 그들의 방랑기질 때문에 지역사회에 동화되지 못했고, 나치 대학살을 비롯해 오랜 박해와 차별을 받아왔다. 전 세계적으로 2000만명, 유럽연합 내에는 약 600만명이 있다. 스스로를 ‘사람’이라는 뜻의 ‘로마’ 혹은 ‘롬’(rrom)으로 부르고 있는 이들은 20세기 들어 정착한 경우도 많지만 여전히 많은 수가 국경을 넘나드는 유랑생활을 하고 있다. 약 2만명의 로마들이 촌락을 이루고 살고 있는 프랑스에선 로마를 범죄자로 보는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 프랑스 현지 주민들과도 마찰을 자주 빚어 로마의 불법거주촌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로마를 비롯한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해 내년 1월 예정된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의 솅겐 조약 가입을 막는 데도 앞장 서고 있다. 솅겐 조약은 유럽 내 26개국 시민이 조약국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 거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국경개방 조약이다.

      주영재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 2013.10.0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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