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갈수록 결혼 늦추고, 계층인식 낮을수록 출산 미룬다”... 것이 자연스러운 생애주기였던 시절은 일찌감치 지나갔다. 어떤 사회적 요인이 청년들에게 비혼, 비출산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일까.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논문 두 편은...
이혜인 기자 2025.04.22 06:00
사회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갈수록 결혼 늦추고, 계층인식 낮을수록 출산 미룬다”... 것이 자연스러운 생애주기였던 시절은 일찌감치 지나갔다. 어떤 사회적 요인이 청년들에게 비혼, 비출산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일까.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논문 두 편은...
이혜인 기자 2025.04.22 06:00
인물
아빠 된 오타니 “내 딸, 고마워”…3일간 ‘출산휴가’... 같은 해 12월 아내의 임신 사실을 공개했다. 오타니는 전날 텍사스와의 원정경기에 동행하지 않고 출산휴가에 돌입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최대 3일의 출산휴가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오타니는 23일부터...
김하진 2025.04.20 21:34
사회
“출산·육아 앞둔 장애인 ‘홈헬퍼’가 도와드려요”... 예정이다. 임신한 여성 장애인에 대해서는 출산 2개월 전부터 태아 및 산모의 건강관리를 지원하고, 출산준비와 산후조리를 보조한다. 산모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말벗 역할도 한다. 자녀 양육 및 관련...
류인하 기자 2025.04.07 20:44
사회
“2분에 한 명 임신·출산 합병증으로 사망”···지원 삭감으로 더 늘어날 수도... 공급망이 붕괴됐다고 밝혔다. 2021년 1월 짐바브웨 하라레에서 조산사가 산전 지식을 나눈 후 출산을 도와준 산모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심각한 경제 위기로 초인플레이션과 빈곤에 빠진 짐바브웨의...
이영경 기자 2025.04.07 16:52
야구
곧 아빠되는 오타니, ‘출산 휴가’로 결장···다저스는 3-0 승리, 4연승 질주오타니 쇼헤이와 다나카 마미코(오른쪽). AFP연합뉴스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곧 아빠가 된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19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와 원정 경기를 앞두고 MLB닷컴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오타니는 출산 휴가로 결장한다”며 “그는 아내인 다나카 마미코와 출산을 위해 이번 원정길에 함께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버츠 감독은 “마미코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고 언제 아기를 낳을지는 모른다”라며 “다만 오타니는 텍사스와 원정 3연전 중 복귀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오타니는 지난해 2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결혼 발표를 했고, 지난해 12월 아내의 임신 사실을 공개했다. MLB 선수들은 최대 3일의 출산 휴가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오타니는 23일부터 열리는 시카고 컵스와 원정 시리즈에선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출신 오타니는 투타겸업을 하며 MLB 역사를 새로 쓴 슈퍼스타다. 지난해엔 MLB 최초로 50홈런-50도루 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엔 출산 휴가 전까지 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8, 6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2023년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투수 겸직을 중단하다가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투구 훈련을 시작했다. 한편 다저스는 오타니 없이도 텍사스에 3-0 완승을 거두고 파죽의 4연승을 질주했다. 15승(6패) 고지에 오르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바짝 추격했다. 오타니 쇼헤이. 이매진이미지연합뉴스
윤은용 기자 2025.04.19 12:03
야구
오타니, 아빠 된다···출산 휴가로 19일 텍사스전 결장AP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아빠가 된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19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리는 2025 MLB 텍사스 레인저스와 방문 경기를 앞두고 MLB닷컴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오타니는 출산 휴가로 결장한다”며 “그는 아내인 다나카 마미코와 출산을 위해 이번 원정길에 함께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버츠 감독은 “마미코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고 언제 아기를 낳을지는 모른다”며 “다만 오타니는 텍사스와 원정 3연전 중 복귀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오타니는 지난해 2월 SNS를 통해 결혼 발표를 했고, 지난해 12월 아내의 임신 사실을 공개했다. MLB 선수들은 최대 3일의 출산 휴가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오타니는 23일부터 열리는 시카고 컵스와 원정 시리즈에선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8 6홈런 8타점을 기록 중인 오타니는 투타겸업을 하며 MLB 역사를 새로 쓴 슈퍼스타다. 지난해엔 MLB 최초로 50홈런-50도루 기록을 세웠다. 2023년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투수 겸직을 중단하다가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투구 훈련을 시작했다.
이정호 기자 2025.04.19 10:18
연예
이민정, 출산 고충 토로 “동안 외모 얻고 시력을 잃었다” (MJ)유튜브 ‘이민정 MJ’ 캡처. 배우 이민정이 출산 후 고충을 털어놨다. 16일 이민정의 유튜브 채널 ‘이민정 MJ’에는 ‘이민정의 입장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드디어 소통왕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MJ’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이날 이민정은 앞서 올린 영상에 달린 댓글을 직접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 구독자는 댓글로 “관리 최고로 잘 한다. 아들이 너무 웃기고, 딸도 예쁠 듯”이라고 달았다. 이에 이민정은 “딸이 점점 속눈썹도 길어지고 눈이 커져서 너무 귀여워지고 있다”고 딸의 미모를 자랑했다. 유튜브 ‘이민정 MJ’ 캡처. 그러면서 “사실 맨 처음에 딱 태어나자마자 너무 부어서 나와서 놀랐다. 그래서 ‘(아이가) 바뀐 거 아냐?’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우리 집에는 쌍커풀 없는 유전자가 없는데…”라며 “그래도 이제서야 쌍커풀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또 다른 구독자는 “진짜 애기 둘 가진 엄마 맞나요? 말이 안 되게 동안이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민정은 “저는 항상 외관적으로 많이 안 변해 보인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 대신 시력을 잃었다. 애를 낳는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다. 다들 엄마한테 잘 하시길”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편 이민정은 지난 2013년 배우 이병헌과 결혼해 슬하 1남 1녀를 두고 있다.
이민주 온라인기자 2025.04.17 10:26
야구
태어날 둘째를 위한 ‘아빠의 힘’···브레그먼, 출산 휴가 전 마지막 경기서 홈런 2방 포함 데뷔 첫 ‘5안타 경기’알렉스 브레그먼. 탬파 | AP연합뉴스 아빠의 힘은 위대하다. 알렉스 브레그먼(보스턴 레드삭스)이 출산 휴가를 앞두고 가진 마지막 경기에서 ‘원맨쇼’를 펼쳤다. 브레그먼은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조지 M. 스테인브레너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원정 경기에 3번·3루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 2개 포함 5타수5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브레그먼의 데뷔 첫 5안타 경기였다. 보스턴은 브레그먼의 활약에 힘입어 탬파베이에 7-4로 이겼다. 브레그먼은 이날 경기 후 출산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다. 브레그먼의 아내의 둘째 아이 출산 예정일이 17일이었다. 아이가 태어나는 것에 힘을 얻었을까. 브레그먼은 첫 타석부터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알렉스 브레그먼. 탬파 | AFP연합뉴스 브레그먼은 1회초 1사 3루에서 맞은 첫 타석에서 탬파베이 선발 라이언 페피오를 상대로 깔끔한 적시타를 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3회초에는 선두 타자로 나서 볼카운트 0B-1S에서 90.2마일(약 145.2㎞) 슬라이더를 밀어쳐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쳤다. 브레그먼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4회초 1사 2루에서 맞은 세 번째 타석에서 1타점 2루타를 친 브레그먼은 7회초 네 번째 타석에서 탬파베이의 불펜 투수 헌터 비기를 상대로 8구 접전 끝에 한복판에 몰린 95.7마일(약 154㎞) 싱커를 공략해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쳤다. 이후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도 안타를 치며 5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2024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브레그먼은 보스턴과 3년 1억2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다소 하향세를 보이고 있던 브레그먼이었지만, 올 시즌 현재 타율 0.321, 4홈런, 1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9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탬파 | AFP연합뉴스
윤은용 기자 2025.04.16 18:25
사회
등골 휘는 사교육비…지출 1% 늘면 출산율 0.3% 하락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1% 늘면 합계출산율이 최대 0.3% 가까이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김태훈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2월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가 연 제37회 인구포럼에서 ‘사교육비 지출 증가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이렇게 발표했다. 김 교수는 2009∼2023년 사교육, 출산 데이터를 활용해 사교육비 지출과 합계출산율의 관계를 분석했다. 김 교수는 “전년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1% 늘면 합계출산율이 약 0.192∼0.26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사교육비 증가는 둘째, 셋째 이상 자녀 출산에 훨씬 더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한국의 재수생 비율이 높고, 재수 기간의 사교육비 지출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실제 사교육비 지출이 과소 평가됐을 수 있다”며 “재수 입학으로 많은 젊은이의 사회 진출이 늦어짐에 따라 천문학적인 생산 감소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수생이 또 다른 재수생을 양산하면서 노동 시장 진입과 혼인이 늦춰져 미래 출산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입시 사교육의 본질이 남들보다 1점이라도 더 받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주장에 회의적”이라며 “적어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에 대해서는 심야 교습 규제를 강화하고, 휴일 휴무제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2025.02.05 14:35
사회
여성들은 왜 ‘비혼 출산’을 고려하나20대 청년 43%가 긍정적…대통령실도 지원책 언급 ⓒUnsplash, Liv Bruce 비혼 출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11월 12일 20대 청년 10명 중 4명(42.8%)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통계청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년 전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 응답률(30.3%)에 비해 12.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비혼 출산에 관한 인식이 변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며칠 뒤 모델 문가비씨와 배우 정우성씨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출산한 사실이 알려져 ‘비혼 출산’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지난 11월 28일에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비혼 출산 아이도 차별없이 자랄 수 있도록 지원을 살피겠다”고 말하면서 정책적 측면에서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등록 동거혼제’(나경원 국회의원), ‘동반가정 등록제’(이철우 경북도지사), ‘연대관계등록제’(박홍근 국회의원) 등 비혼 출산 가구 지원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잇달아 나왔다. 사회적으로 비혼 출산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게 처음은 아니다. 2020년 방송인 사유리씨가 정자은행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남성 파트너가 없는 상태에서의 비혼 출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당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발행한 ‘서울시민의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 현황 및 정책 과제’(2021.09) 보고서에는 만 19~69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 결과가 실렸다. 응답자의 57%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데 긍정했다. 비혼 여성의 26.2%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을 것을 생각해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이 보고서에는 20~50대 비혼 여성 28명(비혼 출산 당사자 12명 포함)의 면접조사가 실렸는데, 이들은 비혼 출산을 지지하고 혹은 원하지만 차별이 심하고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한국에선 실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지난 3년여 비혼 출산은 저출생 대책으로도 호명됐지만, 비혼 출산을 둘러싼 편견이나 이들을 지원할 법·제도가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이번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까. ■‘결혼 없이 아이만 낳고 싶다’ 45%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설문에서 비혼 여성들(응답자 108명·중복응답)이 비혼 출산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지만 아이는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45.4%)가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방송에서 비혼 출산을 선택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어서’(14.7%),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출산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에’(10.4%) 순이었다. 연구 책임자인 강은애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지난 12월 5일 기자와 서면 인터뷰에서 “(연구 보고서를 통해 파악된) 비혼 출산을 희망하는 이유를 요약하면 ‘개인의 삶에 대한 주체적 선택의 욕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배우자 유무와 관계없이 출산과 양육을 하는 데 차별 없는 사회라면, 이러한 주체적 삶에 대한 선택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12월 2일 기자와 통화에서 “한국에서 결혼이라는 제도는 가부장적인 문화에 들어가야 하고, 굉장히 복잡한 절차와 관계가 뒤따르기 때문에 여성들의 진입장벽이 높다”며 “동거 상태에서 아이를 원할 수 있고, 아이는 원하지만 남편은 원하지 않을 수 있고, 아이도 남편도 원했지만 상대가 거부해서 결혼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비혼 출산을 선택하는 이유는 굉장히 다양하다”고 했다. 사유리씨의 사례처럼 남성 파트너가 없는 상태에서의 임신·출산을 원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의 면접조사에 참여한 50대 초반의 비혼 여성 A씨는 한국사회의 성차별과 가부장적인 가족제도를 비판적으로 보기 때문에 결혼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내 자녀는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40세 때부터 냉동 난자를 이용한 보조생식술(시험관시술)로 임신을 시도했다. ■‘비혼 출산’, 어떻게 알고 있나요? 언론에서는 사유리씨의 사례를 두고 ‘자발적’ 비혼 출산(비혼모)이라 이름 붙이기도 했다. 비혼모(‘미혼모’)와 다른 특별한 사례로 다뤄지면서 비혼모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에서는 의학적 방법에 따른 비혼 출산을 ‘비혼 단독 출산’이라 표현했다. 강은애 연구위원은 “‘비혼 출산’을 ‘자발적 선택’으로 언급하면서 상대적으로 미혼모는 ‘비자발’이나 ‘무책임’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로 의미화하는 문제가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며 “모든 형태의 출산과 양육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혼 출산을) 일부 특별한 여성들의 새로운 경향이나 흥미 있는 삶의 방식으로 묘사하는 것도 경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비혼 출산에 이르는 삶의 과정은 매우 다양해서 ‘자발적’이라는 기준으로 구분 짓기는 사실 애매하다. 면접조사에 참여한 40대 비혼 출산 여성 B씨의 말이다. “사실 우리는 다 자발적이라고 얘기하죠. 자발적으로 아이를 낳았고, 우리가 선택해서 낳았고, 마찬가지로 우리가 선택해서 지금 잘 키우고 있는 거고. 그런데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 쟤네는 미혼모야, 뭐야 어떻게 낳은 거야? 버림받았어?’ 이렇게 생각을 해요.”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지난 12월 2일 통화에서 “(비혼 상태에서) 여성이 임신했을 때 임신을 유지할지 중단할지, 그리고 아이를 출산한 다음엔 양육할지 입양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자발적이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미혼모들은 자기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지려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민숙 조사관은 “외국의 사례를 많이 언급하는데 ‘비혼 출산’은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즉 법률관계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고서, 결혼한 커플과 차별 없이 삶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비혼 출산 실행이 어려운 이유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혼인 외 출생아의 비중은 전체의 4.7%(1만900명)로 198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41.9%·2020년)에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비혼 출산 사실 자체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가장 큰 장벽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허민숙 조사관은 “정우성씨를 향한 비판 가운데 ‘아이까지 낳았는데 왜 결혼을 안 해주냐’는 내용이 있다”며 “우리나라가 아직도 ‘이성애 가정에서 아이를 낳는 것’을 굉장히 안정적이라고 보고, 그렇지 않으면 (당사자가 아닌) 주변에서도 매우 불안해한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우성씨가 청룡영화제에서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그것은 매우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걸 ‘선언’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또 그 말로서 박수를 받았다는 것은, 그렇게 책임지지 않아도 큰 지장이 없었던 사회였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차별과 편견은 법과 제도 안에서 뿌리내렸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생신고를 할 때 ‘혼인 중의 출생자’와 ‘혼인 외의 출생자’로 구분하는 것부터가 ‘낙인’의 근거가 된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면접조사에 참여한 40대 비혼 여성 C씨의 말이다. “(혼외자) 낙인 제도잖아요. 애들은 자라면서 그렇게 낙인을 받고 그러면 부모를 원망하게 되죠. (중략) 그렇게 손가락질받고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자식을 낳으려는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그렇다면 그것부터 고쳐야겠는데요.” 강은애 연구위원은 “가족 형태에 대한 편견이 지속되고 법·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는 비혼 출산은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한부모 가족 지원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우리 사회의 양육환경은 두 명이 함께 양육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비혼 여성이 출산과 양육을 선택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아동수당, 부모급여, 산후지원 등 아동이 태어난 다음 적용받는 복지제도는 아동을 기준으로 하기에 비혼 출산이라고 해서 차별받지는 않는다. 다만 김민정 대표는 “임신하고 출산 전까지 (혼자서) 병원비, 공과금, 통신비 등의 생계비가 부담이 된다. 임신 7~8개월 정도 되면 나가서 일하기도 어렵다”며 “예비 부모수당 지급 등 이때 경제적 지원이 이뤄지면 양육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고 했다. 여성이 양육을 선택했더라도, 남성 파트너와 헤어진 후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인지청구 소송을 걸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승소를 하더라도 양육비 지급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현재로선 한국에서 ‘비혼 단독 출산’은 어렵다. 불법은 아니지만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 따라 정자를 기증받기 위해서는 부부여야 하며(2021년부터 사실혼 포함) 난임치료를 위한 것임이 증명돼야 한다. 비혼 여성들의 난자 냉동에 관한 관심이 높지만 부부가 아닌 이상, 비급여이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 실행하기 어렵다. ■변화는 시작됐다, 법·제도 바뀌어야 비혼 출산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인식·제도적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민정 대표는 “문가비씨는 많이 알려진 분인데 (비혼 출산 사실을) 공개한 게 반가웠다”며 “이제는 미혼모들도 숨을 단계가 아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대해서 지탄받거나 외면당하는 시대는 끝났다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응원과 축하의 댓글들이 있었는데 문가비씨가 아이를 선택하고 출산한 것에 대해 축하하고 싶고, 저희 엄마들도 이런 축하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고 보호출산제로 숨어버리는 게 아니라 누구나 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혈연 및 혼인 관계가 아니어도 생활을 공유하면 가족으로 인정하는 ‘생활동반자법’과 비혼 여성의 임신·출산을 위한 보조생식술 대상을 확대하는 ‘독립출산지원법’(모자보건법 개정안), 동성혼 법제화를 위한 ‘혼인평등법’(민법 개정안) 등 이른바 ‘가족구성권 3법’이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만료 폐기됐다. 문가비·정우성씨 사례의 실질적 관계 유무를 떠나 이를 계기 삼아 비혼 출산 가구를 포함해 혼인이나 혈연관계에 있지 않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제안이 나오는 것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허민숙 조사관은 “비친족 가구에 속한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선 지 3년이 됐다. 이미 다양하게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형태를 선택하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있다”며 “우리가 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는데, 국가가 어떤 형태의 가정도 다 지원하겠다는 미래지향적인 정책, 제도를 마련하면 인식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비혼 출산 아이가) 차별없이 자라도록 하겠다는 추상적인 말보다 혼외자·혼중자 구분을 없앤다든지, 양육비 지급 이행 행정조치를 강화한다든지 구체적인 정책들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과 정부, 지자체가 비혼 출산 지원 정책을 만들려는 것은 저출생 대응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포함돼 있다. 다만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설문에서 비혼 출산 증가와 관련해 국가의 저출생 대책에 대한 호응이라는 데는 비혼 여성들의 동의 정도가 낮았다. 강은애 연구위원은 “비혼 출산 지원 정책을 저출생 대응으로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여성의 출산을 인구 증가의 도구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 비혼 출산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들은 특히나 이러한 관점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거부감이 큰 세대”라고 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또는 부가적인 결과로서 출산율 상승을 기대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비혼 출산 지원 제도 도입 시에 출산율을 목표로 한다면 정책 타깃층의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강은애 연구위원은 “비혼 출산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를 가질 권리를 선택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라는 관점으로 봐야 한다. 양육자의 결혼 여부나 가족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특히, 비혼 부모의 자녀가 차별받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지원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2024.12.09 06:00
오피니언 편집실에서 편집실에서
[편집실에서] 보호출산제 시행을 앞두고홍진수 편집장 2022년은 0.78, 지난해는 0.72, 그리고 올해는 아마 0.68 정도.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진 주간경향 독자님들은 앞에 나열한 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번에 눈치채셨을 겁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입니다. 2022년에 처음 0.7대로 떨어졌고, 올해는 0.6대를 기록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를 말합니다. 이론적으로 현재 인구 규모가 유지되려면 합계출산율이 2.1은 돼야 합니다. 한국의 저출생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합계출산율만으로도 설명이 됩니다. 이 귀한 아이들이 한국 어느 곳에서는 태어나자마자 죽기도 합니다. 당장 지난 5월에는 광주에서 한 20대 여성이 아파트 상가 화장실에 영아를 유기해 숨지게 했습니다. 지난 6월 5일에는 충북 충주에서 20대 여성이 아이를 낳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영아’와 ‘유기’란 키워드를 넣어 검색하면 이와 비슷한 사건이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줄줄이 나옵니다. 정부는 이런 영아 유기·살해 사건 등을 막으려고 오는 7월 19일부터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시행합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에 출생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것, 보호출산제는 의료기관에서도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모두 아이들이 유기되거나 방치돼 죽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이중 보호출산제는 익명 출산으로 인한 우려를 감수하면서 시행합니다. 주간경향 이번 호는 표지 이야기로 시행 한 달여를 앞둔 보호출산제를 다시 꼼꼼히 살펴봅니다. 먼저 위기임산부 상담·지원 실태를 당사자들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청소년 부부로 아이를 낳아 기르다가 지금은 홀로 양육하는 10대 여성, 위기임산부로 지원을 받아 출산한 뒤 현재 자립을 준비하는 20대 여성 등을 만났습니다. 보호출산제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비판과 기대를 함께 정리했습니다. 보호출산제는 제도 자체가 익명 출산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임산부 지원체계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위기임산부들이 ‘직접 양육’을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임산부·아동을 보호하겠다면서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반면 그간 민간이 해오던 위기임산부 지원을 공공영역으로 가져오면서 정부 책임을 강화한 것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유기로 이어지기 쉬운 병원 밖 출산을 막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보호출산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어떤 정책이든 목적과 다른 역기능이 따라옵니다. 아무리 꼼꼼하게 따져 만들어도 얼마간의 역기능은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보호출산제에는 위기임산부의 삶, 아이의 목숨이 모두 걸려 있는 만큼 끝까지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물론 정책이 시행된 뒤에도 계속 점검하겠습니다.
홍진수 편집장 2024.06.19 06:00
사회 표지 이야기
실질 지원 기대감 “해봐야”…익명 출산 딜레마 “해봤자”shutlerstock 지난 5월 19일 밤. 김가연씨(18·가명)는 생후 2개월 아이와 단둘이 서울에서 꽤 떨어진 곳에서 기차를 탔다. 그는 청소년 부모이자 한부모다. 그날 서울역에서부터 긴급주택까지 가연씨와 동행했던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날이 어둡고 모르는 길로 가자고 하니까 가연씨 입장에선 무서웠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아니요. 저는 그냥 감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다 알아보고 왔고, 아이랑 어떻게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거든요.” 지난 5월 31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운영 중인 서울 마포구 내 ‘힐링홈 금순이네’(긴급주택 및 상담공간)에서 만난 가연씨가 말했다. 그는 남자친구와 3년쯤 연애한 후 임신했다. 가연씨는 “서로 아이를 좋아해서 갖자고 했는데 막상 임신하니까 남자친구 태도가 바뀌었다”며 “남자친구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았고, 한 번씩 아이를 지우자고 말해 자주 다퉜다”고 했다. 가연씨는 비혼모 지원시설에 들어갈까 고민해 상담도 했는데 당시만 해도 남자친구와 관계가 다시 풀려서 시설엔 가지 않았다. “아이를 일찍 낳고 싶었고,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출산할지 말지 고민은 많이 안 했어요. 솔직히 남자친구가 (아이를) 지우라고 할 때 흔들리긴 했죠. 남자친구가 그런 말을 할 때 ‘이러다 내가 혼자 키우게 될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은 했던 것 같아요.” 가연씨는 청소년 부모로 등록해 의료비(임신 1회 120만원)를 지원받아 병원을 꾸준히 다녔다.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했는데, 수술비를 마련하기가 어려웠다. 서둘러 출생신고를 하고 부모급여(월 100만원)를 받았다. 기초생활보장제 생계급여도 신청해 받았다. 이렇게 가용 가능한 자원을 찾아 출산까지는 버텼는데, 더 큰 위기가 양육 단계에서 찾아왔다. 남자친구 본가에서 생활하긴 했지만 신생아를 두고 일자리를 구할 순 없었다. 남자친구도 수입이 들쑥날쑥했다. 양가 부모로부터는 생활비나 양육비, 돌봄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남자친구와 관계가 더 나빠져 아이 생후 한 달쯤 됐을 때 헤어졌다. 갈 곳이 없어진 가연씨는 ‘같이 살자’고 손을 내민 지인들을 따라 타지로 거처를 옮겼다. 그런데 “지인들이 부모급여·생계급여를 ‘생활비로 쓰자’, ‘빌려달라’ 하면서 자꾸 돈이 빠져나갔고, 여기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연씨는 사단법인 비투비(BtoB)가 운영하는 비혼모 지원 플랫폼인 ‘품’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긴급주택 서비스를 알게 됐다. 남자친구로부터 양육비는 받지 못하고 있다. ■‘위기임산부 상담·지원체계’ 첫 제도화 지난해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과 2000명이 넘는 출생 미등록 아동 전수조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출생통보제’(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와 ‘위기임신 지원 및 보호출산제’(위기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가 각각 국회 문턱을 넘었다. 오는 7월 19일 동시 시행된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알리고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출생신고 사실을 최종 확인·보장토록 한 제도다. 그동안 부모에게만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해 사각지대가 발생했던 것을 개선한 것이다. 출생신고는 아동의 안전을 보장하고 시민으로서 공적 자원을 누릴 수 있는 각종 권리의 토대가 된다. 다만 미등록 이주민 자녀는 출생통보제 대상에서 빠져 ‘태어난 즉시 이름과 국적을 가질 권리’(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를 온전히 보장하지는 못한다. 출생통보제 시행으로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산모의 신원을 알리지 않고 출산하는 익명 출산제가 대책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익명 출산이 ‘아동의 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한다며 반대 여론이 일었다. 특별법은 위기임산부에 대한 공적 상담·지원체계를 갖춰 양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보호출산 시엔 아동의 출생증서를 아동권리보장원이 보관해 추후 정보공개권(친생부모 동의 시)을 보장한다는 조항을 넣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중앙상담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은 “보호출산은 최후의 보루”이며 “위기임산부에 대한 촘촘한 상담과 서비스를 통해 원가정 양육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라고 설명한다. 지난 5월 말 전국 16개 광역 시·도별로 지역상담기관이 지정됐다. 그간 비혼모 상담·지원을 해온 비혼모 지원시설 등 민간기관(단체)이다. 정부는 또 위기임산부 상담과 긴급 대응을 위한 전용 전화 ‘1308번’을 운영한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지난 6월 11~14일 서울에서 지역상담기관 종사자, 시·도 담당 공무원 등 100여 명을 대상으로 워크숍 및 기본교육을 진행했으며 상담 매뉴얼도 배포했다. 청소년 부모이자 한부모인 김가연씨(가명·오른쪽)가 지난 5월 31일 서울 마포구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힐링홈 금순이네에서 ‘자립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지를 보고 있다. 김향미 기자 ■위기임산부 상담·지원체계는 어떻게 특별법에 따르면 위기임신 지원 및 보호출산제 대상자는 ‘경제적·심리적·신체적 사유 등으로 인해 출산 및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산부’다. 지역상담기관은 상담 매뉴얼에 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생계급여 등), 모자보건법(임산부·영유아 건강관리 등), 한부모가족지원법(생계비·교육비 지원 등), 국민건강보험법(임신바우처 등) 등에 근거해 위기임산부에 필요한 각종 지원 사항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위기임산부가 복지제도에 대한 ‘정보 취약층’일 가능성이 크니 접근성을 높여주면 양육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위기임산부들이 이런 복지망에 가닿게 하는 것이 1차적 과제였던 셈이다. 그동안 위기임산부 상담은 민간이 담당해왔다. 서울시나 경기도 등 지자체별로 위기임산부 상담 ‘핫라인’ 창구를 개설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가연씨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어떤 지원을 받으려고 하면 내야 하는 서류가 너무 많고 소득 조건이 까다로워서 신청부터 힘들더라”고 했다. “진짜 당장 급한 사람들이 엄청 많을 텐데 정부 지원들은 신청 후 (선정·지원 때까지) 몇 달씩 ‘기다려라’ 하고요. 정부가 심사 같은 기간을 좀 짧게 하면 좋을 것 같고 제가 들어간 긴급주택처럼 민간에서 그걸 좀 메워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트라이앵글 프로젝트는 ‘긴급성’에 호응한 지원책들로 구성됐다. 긴급 생계비, 긴급주택 등을 지원한다. 비투비가 2020년 서비스를 시작한 플랫폼 ‘품’은 사용자가 입력한 상황에 따라 필요한 자원을 바로 찾아볼 수 있는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 두 단체는 소득, 연령, 거주지 등 조건을 맞추지 못해 복지망 밖으로 ‘탈락’하는 위기임산부를 지원하고자 했다. 위기임산부 자립지원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위기임신 지원 및 보호출산제 시행에 따라 공적 지원 체계도 일부 개선된다. 여성가족부는 이 제도 시행에 맞춰 오는 7월 말부터 위기임산부 누구나 한부모가족복지시설(121곳)에 입소할 수 있도록 기준을 변경한다. 그동안엔 만 24세를 넘는 경우 소득 수준을 따져 입소 여부가 갈렸다. 향후 16개 지역상담기관에서도 위기임산부에 직업훈련, 학업 등을 지원한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지난 5월 28일 마포구 힐링홈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위기임산부에 정보를 주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긴급주택 입주와 같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을 병행해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혼모 지원) 시설로 들어가기보다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싶어하는 위기임산부들이 있다”며 “우선 긴급주택에서 지내면서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가 나올 때까지 3개월은 긴급복지지원으로 생활할 수 있게, 공백없이 지원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임대주택 자원을 연계해주고, 심리상담이나 직업 연계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2012년부터 현장에서 수백 명의 위기임산부 상담을 해온 유 사무국장은 이들에게서 “청년 빈곤”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현금, 주거, 식품 등 물적 지원만으로 위기를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범죄에 노출·연루된 경우나 경계성 지능인 경우, 미등록 외국인 등은 복지 신청주의가 만든 사각지대에 있는 사례들이라고 한다. 그는 “개인의 사정에 따라서 부채 탕감을 비롯한 재무, 주거, 직업 교육 및 생활·양육 교육까지 여러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도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면 ‘1년 이상 사례관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처음 제도를 시행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담·지원 경험이 있는 기관을 지역상담기관으로 지정했다”며 “지역상담기관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어서 지역의 다양한 단체, 자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시행 한 달 앞으로···기대·우려 혼재 정부가 예산을 들여 위기임산부 상담·지원체계를 구축해가는 것은 국가 책임성을 강화하는 일이다. ‘출생통보제 도입에 따른 보호출산 제도 운영 방안 연구’(2023)의 책임연구자인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기자와 주고받은 e메일에서 “‘낙태법’ 위헌 판정 이후 대체입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한 한국 문화·정서상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했을 때 임신 중지, 입양, 양육 등 어느 선택 하나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위기임산부에 대한 공적 지원보다는 민간 상담·지원이 더 많이 이뤄지는 현실”이라고 했다. 변 연구위원은 “지금은 공적 영역에서 위기임산부 상담·지원이 부족하지만 보호출산제 운영을 하면서 지역상담기관을 설치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나아지고 현재 부족한 위기임산부 지원 내용도 보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이 지난 5월 28일 서울 마포구 ‘힐링홈 금순이네’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보호출산’이 가능해지면서 “익명 출산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기저에는 “한국은 한부모가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운 사회”, “비혼모에 대한 편견이 강한 사회”라는 인식과 현실이 자리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이 지난 5월 22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부모가족 아동빈곤율이 가장 낮은 덴마크에서는 2021년 기준 일반가족 아동과 한부모가족 아동의 빈곤율 격차는 6.1%포인트다. 한국은 그 격차가 37.7%포인트에 달한다. 유소라씨(22·가명)는 4년 전 출산해 아이를 홀로 양육하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고, 둘은 아이를 출산해 같이 책임지기로 했다. 소라씨는 임신 말기에 비혼모 지원시설에 들어가 출산했으며 남자친구와는 1년여 후 헤어졌다. 지난 6월 7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지원한 긴급주택에서 만난 소라씨는 “남자친구 집에서 반대가 심했는데 남자친구는 자기 부모와의 갈등이 커지는 것을 잘 못 버텼고, 그러면서 저도 점차 지쳤던 것 같다”며 “남자친구가 헤어진 후 양육비를 3개월 보냈고, 그 이후로는 아예 연락되지 않는다”고 했다. 소라씨는 출산 후 소라씨가 어릴 때 재혼해 별도로 가정을 꾸린 엄마와 같이 생활하게 됐다. 소라씨는 스스로 등록금을 벌어 대학을 졸업했다. 양육과 학업과 경제활동을 동시에 하던 시절 “아등바등 살았다”고 그는 말했다. 취직은 했지만 야간 당직이 돌아오는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기는 쉽지 않았다. 소라씨는 “엄마에게 아이 돌봄을 전적으로 맡기기 어려웠고, 회사에도 눈치가 보였다”며 “하루는 회사에 아이 때문에 하루 결근하겠다고 말했다가 선임으로부터 엄청 혼이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일을 그만뒀다. “제가 정말 독립이 급할 때 주민센터에 전화했더니 ‘도와줄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긴급주택 같은 지원이 제가 살던 곳엔 없어서 결국 (전남에서) 서울까지 오게 된 거죠. 아무런 연고는 없지만 그래도 아이와 함께 살 공간이 있어서 좋아요.” 그는 지난 4월부터 긴급주택에 입주해 당장 주거비는 아꼈지만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와 아동수당 등을 받아 빠듯하게 생활한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정부 지원 보육료 외에도 차량비 등 부대 비용이 든다. 게다가 지난 4년간 독립을 위해 집을 구할 때마다 조금씩 대출을 받는 바람에 빚도 수백만원 있다. 그는 “올여름 빚을 다 갚을 것 같다”며 “그 후엔 일자리도 알아보고 사회생활도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고 했다. 다만 직장을 구해도 아이가 아프거나 긴급한 일이 생길 때 맡길 곳이 없는 것이 걱정이다. 소라씨는 “‘365열린어린이집’(서울시 운영)이 예약제인데 대기가 많아서 이용하기 어렵다던데, 저처럼 아이 맡길 곳이 없는 한부모들을 위한 보육서비스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민숙 연구관은 지난 6월 10일 통화에서 “양육을 원하지 않는 여성에게 아이를 양육하도록 하는 것이 여성과 아이 모두에게 과연 이로운가 질문할 수 있고, 아동의 태생에 대해 알권리를 제한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올 수 있다”며 “이 논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이 제도가 한부모가족 지원체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도록 우리 사회가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2024.06.17 06:30
화제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10명 중 3명 “비혼 출산 찬성”조민희 피앰아이 대표는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결과”라며 “이런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전통적인 결혼관의 약화, 경제적 불안정, 성 평등에 대한 인식 향상을 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한 연예인의 비혼 출산 소식이 전해지며 한국 사회에서는 결혼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방식으로 부모가 되기를 원하는 비혼 출산에 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지난 5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기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0.3%가 비혼 출산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특히 20~30대 응답자의 35% 이상이 비혼 출산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60대 이상의 비혼 출산 찬성 비율은 20.8%로 나타나 연령대에 따른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 결혼 생활에서 가장 기대하는 요소로는 ‘심리, 정서적 안정’이 84.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경제적 안정’(78.5%), ‘성적으로 친밀한 관계’(73.9%), ‘자녀를 가질 수 있는 기대감’(64.4%)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자녀를 가질 수 있는 기대는 남성 응답자(70.0%)가 여성 응답자(58.9%)보다 높게 나타나, 성별에 따른 출산 관련 기대치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결혼 동거와 혼인 신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살펴봤다. 동거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57.1%로, 특히 20대(74.2%)와 30대(67.3%)의 긍정적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60대 이상은 35.7%만이 동거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연령대에 따른 가치관 차이를 보여줬다. 혼인 신고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38.4%가 혼인 신고를 가지 않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 그러나 61.6%는 혼인 신고가 결혼의 필수 절차라고 보았다. 이윤석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인들은 여전히 혼인을 출산의 전제조건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출산과 혼인은 독립적인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한국도 개인의 선호와 선택을 중시하는 사회적 흐름에 따라 이러한 변화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한 “비혼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비혼 출산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 조사는 ㈜피앰아이가 자사 자체 패널인 ‘위즈패널’을 통해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1.79%P다.
김지윤 기자 2024.11.27 11:46
건강
[건강 의피셜㊱]임신성 당뇨 출산 후에도…당뇨병 위험 3.25배 증가임신성 당뇨가 출산 후 2형당뇨병 위험이 3.25배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진 픽셀 임신성 당뇨는 출산 후 대부분 개선되지만, 당뇨병의 유전적 발생 위험이 높은 여성은 대조군보다 출산 후 2형당뇨병 위험이 3.25배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임산부의 건강관리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곽수헌 교수·서울의대 의과학과 최재원 연구원 및 국제 공동연구팀이 임신성 당뇨를 경험한 여성 1895명을 대상으로 당뇨병 유전적 위험에 따라 2형당뇨병 발생 위험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 중 호르몬 변화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서 고혈당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을 경험한 여성은 거대아를 출산하거나 분만 과정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임신성당뇨병 여성의 90%는 출산 후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가는데, 5명 중 1~2명은 출산 후 10년 내 2형당뇨병이 발병한다. 그러나 임신성당뇨병 여성은 일반적인 중년의 당뇨병 고위험군보다 상대적으로 젊을 뿐 아니라 체중, 혈압 등 당뇨병의 임상적 위험 요인이 명확히 나타나지 않아 2형당뇨병 발병 예측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당뇨병 발생 예측 지표로서 당뇨병의 유전적 위험을 정량적으로 표현한 ‘다유전자 위험점수’에 주목했다. 다양한 인종 및 임상환경을 가진 5개 코호트(UKBB, SNUH, KoGES, HAPO, MXGDM)의 임신성 당뇨 여성 1,895명을 대상으로 유전체분석을 실시해 당뇨병 관련 유전자변이 여부를 확인한 후, 다유전자 위험점수를 계산해 2형당뇨병 위험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다유전자 위험점수가 1표준편차 높을수록 2형당뇨병 위험은 1.52배씩 증가했다. 즉 다유전자 위험점수는 임신성 당뇨 여성의 출산 후 2형당뇨병 발생 위험에 대한 독립적인 예측 인자였다. 특히 전체 코호트에서 다유전자 위험점수 상위 10%인 ‘당뇨병 유전적 고위험군’은 나머지 90% 대조군보다 2형당뇨병 위험이 평균 3.25배 높았다. [자료] 유전적 고위험군의 출산 후 2형당뇨병 위험도(교차비). 전체 코호트에서 유전적 고위험군은 대조군에 비해 당뇨병 위험이 평균 3.25배 높았다. UKBB:UK 바이오뱅크; SNUH:서울대학교병원; KoGES: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 HAPO:미국 HAPO 연구; MXGDM:멕시코 임신성 당뇨병 연구 추가로 연구팀은 다유전자 위험점수가 2형당뇨병 발생 예측력을 유의미하게 개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존에 알려진 4가지 당뇨 위험인자(발병연령, 당뇨병 가족력, BMI, 혈압)의 2형당뇨병 발생 예측 정확도(AUROC)는 71%였으나, 다유전자 위험점수를 추가해 분석하자 예측 정확도가 74%로 유의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곽수헌 교수는 “이 결과는 다양한 인종과 임상환경에서 2형당뇨병 위험이 높은 임신성 당뇨 여성을 당뇨병 다유전자 위험점수를 통해 비교적 정확히 선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산후 정기 검사 등 임산부의 맞춤형 당뇨병 예방 및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이번 연구 결과가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당뇨병 분야의 권위지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 IF;14.8)’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유진 기자 2024.09.12 06:00
화제
전 세계 출산율 급락…2100년 신생아 50%는 아프리카人전 세계 출산율 2100년까지 1.59로 계속 떨어질 것 세계 출산율이 금세기 말(2100년)까지 계속 급락할 것이며 인구통계학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미국 워싱턴 대학교의 새 연구에 발표됐다. 픽셀이미지 “향후 수십 년 안에 전 세계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며 이는 지정학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극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 미국 매체 CNN은 세계 출산율이 금세기 말(2100년)까지 계속 급락할 것이며 인구통계학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미국 워싱턴 대학교의 새 연구를 주목했다. 출산율은 여성이 평생 낳는 평균 자녀 수이다. 워싱턴 대학교의 IHME(Institute for Health Metrics and Evaluation)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그 숫자는 1950년 4.84에서 2021년 2.23으로 감소했으며 2100년까지 1.59로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는 20일(현지 시각) 란셋(Lancet) 저널에 발표됐다. 해당 연구의 선임 연구자인 크리스토퍼 머레이 박사는 이런 결과에 대해 “여성의 교육 및 고용 기회 증가, 피임 및 생식 보건 서비스에 대한 더 나은 접근성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타우 음부루 박사는 CNN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인구 감소 원인으로 “자녀 양육의 직접적인 비용, 자녀에 대한 사망 위험 감소 인식 그리고 양성평등과 자아실현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가 출산율 감소에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러한 요인은 국가에 따라 다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인구수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는 여성 1인당 2.1명을 출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출산율이 붕괴되면 인구는 줄어들기 시작한다. 2021년 출산율을 따져보면 모든 국가의 46%가 대체 수준 이하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2100년 97%로 증가할 것이며 금세기 말까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인구가 감소할 것임을 의미한다. 해당 연구 결과는 세계 인구는 2064년에 97억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100년에는 88억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구진은 세계 인구가 정점에 도달하는 정확한 시기와는 상관없이 향후 수십 년 안에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며 이는 지정학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극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연구진은 대부분 국가에서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그 감소율은 지역 별로 고르지 않아 2021년 세계 출생아 비율 18%인 지역은 2100년은 35%로 거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100년 지구상에서 태어나는 어린이 2명 중 1명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 출신일 거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연구진은 “이 연구는 가장 부유한 국가(낮은 출산율)와 가장 가난한 국가(여전히 높은 출산율) 사이의 인구 통계학적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출산은 기후 변화, 자원 부족, 정치적 불안정, 빈곤 및 유아 사망률이 가장 취약한 지역에 점점 더 집중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출산율이 급락하는 고소득 국가는 인구 고령화로 인해 국민건강보험, 사회보장 프로그램, 의료 인프라 등이 큰 사회적 부담을 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극심한 노동력 부족과 싸워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의 발전과 더불어 이민과 노동 혁신을 장려하는 윤리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 인구통계학적 변화의 경제적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여 제안했다.
이유진 기자 2024.03.21 11:09
문화/생활
마약 유통·왕실 혼외자 출산…사교계 여왕 ‘키키’ [세기의 비하인드]미국 뉴욕 명문가에서 태어난 키키 프레스턴. 그는 사교계에 마약을 유통하고 영국 왕실의 혼외자를 낳았다는, 역사가 덮어버린 문제적 여성입니다. 그는 ‘키키’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던 미국 사교계 여왕입니다. 외할아버지가 미국 독립 선언문에 참여한 위인일 정도로 고귀한 혈통으로 태어났지만 행실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의 악명 높은 별명은 또 하나 있었죠. 바로 ‘은 주사기를 든 여인’입니다. 그는 은 주사기로 자신뿐만 아니라 쾌락주의에 젖은 상류층 친구들을 마약 중독에 빠뜨립니다. 영국 조지 왕자의 혼외자를 낳았지만 역사가 덮어버린 사교계 여왕, 키키 프레스턴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키키 프레스턴. 키키 프레스턴은 1898년 미국 뉴욕주 헴스테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본명은 앨리스 그윈입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에드워드 어스킨 그윈이라는 귀족이며 어머니 헬렌은 미국 독립 선언문에 서명한 판사 사무엘 체이스였습니다. 앨리스의 집은 아무도 일하지 않아도 풍족하게 먹고 살 수 있는 부자였죠. 그런데 아무리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도 아버지의 도박 중독 앞에서는 무너집니다. 가족은 파산했고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앨리스 그윈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프랑스 파리로 정착합니다. 앨리스는 파리에서 성장하죠. 이어 어머니 집안의 도움으로 영국으로 건너가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사교계 코스를 걷습니다. 아버지의 도박 파산은 감춘 채 말이죠. 그러나 아무리 엄격한 엘리트 교육이라도 앨리스의 자유분방함은 막지는 못했습니다. 앨리스의 첫 직장은 카바레였습니다. 그곳에서 1919년 플라스틱 공장을 운영하는 사업가 호레이스 비글로우 엘런을 만납니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곧 결혼하고 사랑스러운 딸도 낳습니다. 가족은 파리의 호화로운 저택에서 행복한 삶을 꾸렸지만 그 평화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모험심이 지나치게 강한 앨리스에게 평화로움은 곧 따분함이었습니다. 그는 1924년 일방적으로 이별을 선언하고 집을 나갑니다. 사실 그녀는 믿는 구석이 있어 가정을 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심취해있던 모임이 하나 있었죠. 바로 ‘해피 밸리(행복한 계곡)’라는 모임입니다. 케냐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이 조직한 해피 밸리 멤버들의 모습. 해피 밸리는 케냐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이 조직한 범상치 않은 공동체입니다. 주로 영국 귀족층이지만 여러 스캔들이나 범죄에 얽혀 국외로 추방된 이들로 구성되어 있었죠. 쾌락주의 생활 방식으로 악명이 높았고 아프리카 케냐에 거처를 마련해 과도한 음주(혹은 마약) 난교, 스와핑 등을 사회 규범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며 자유롭게 살았습니다. 부자 남편과의 이혼으로 위자료를 두둑하게 챙긴 앨리스는 이혼한 지 1년 만에 은행가 제롬 프레스턴과 결혼해 이름을 바꿉니다. 바로 키키 프레스턴으로 말이죠. 그녀는 새 남편과 함께 케냐로 날아가 ‘해피 밸리’에 합류합니다. 아프리카의 이국적인 풍광은 프레스턴 부부에게 큰 충격을 줍니다. 이들은 바로 이곳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정합니다. 마침 부자 친구가 케냐 나이바샤 호수 근처의 땅도 내줍니다. 부부는 그림 같은 곳에 네덜란드 스타일의 집을 짓고 자유로운 새 삶을 시작합니다. 이들이 지은 집은 ‘프레스턴 맨션’이라고 불리며 해피 밸리 구성원들의 아지트가 됩니다. 유럽 귀족들도 그 소문을 듣고 종종 찾아와 일탈의 장소로 삼았습니다. 그곳은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귀족들로 늘 붐볐고 키키 프레스턴은 사교계 여왕으로 떠오릅니다. 사람들이 키키의 마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바로 그녀의 과감함 때문이었습니다. 기존 마약중독자들이 폐쇄적으로 마약 투약을 감추기에 급급했다면, 키키는 처음 보는 손님들 앞에서도 은 주사기를 들고 보란 듯이 약을 투여했습니다. 케냐에서 키키 프레스턴. 남편과의 관계도 자유로웠습니다. 그녀는 마치 장갑을 바꿔 끼듯 연인을 바꿨고 남편도 이를 묵인했죠. 키키의 연인 중에는 이탈리아 배우 루돌프 발렌티노도 있었고 켄트 공작 조지 왕자도 있었습니다. 영국 왕실의 구성원에게 마약을 소개한 이는 역사상 그녀가 처음이었습니다. 조지 왕자까지 휘감은 키키에 대한 소문이 영국 왕실까지 흘러 들어갑니다. 게다가 그녀가 조지 왕자 사이에서 혼외자 아들까지 낳았다는 소문이 영국 전역에 퍼집니다. 왕실 전기 작가 크리스토퍼 윌슨까지 키키가 왕자의 아들을 낳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합니다. 결국 키키와 조지 왕자는 스캔들을 감추기 위해 아들을 다른 귀족 가문에 양자로 보냅니다. 그 혼외자가 런던 주재 미국 외교관이자 출판사 대표인 마이클 템플 캔필드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결국 키키와 왕자는 왕실의 반대로 헤어지게 됩니다. 에드워드 왕자가 그들을 영원히 만나지 못하게 떼어놓았다고 합니다. 키키는 1929년 조지 왕자를 찾아 영국 왕실을 방문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고 케냐로 돌아와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두 사람은 진정한 사랑을 나눴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왕족에게 결혼의 자유는 거의 없던 시절이었죠. 키키 프레스턴. 어느덧 키키도 나이를 먹고 40대 초반이 됩니다. 방탕하게 젊은 시절을 보낸 해피 밸리 구성원들은 하나둘 의문의 사고나 질병으로 키키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솔메이트 남편 제롬 프레스턴부터 진정한 사랑일 수도 있던 조지 왕자까지 말이죠. 키키도 수년간 마약에 찌든 생활을 한 탓에 불안정한 중년을 보냅니다. 이상 행동을 보였고 의사소통도 어려워지며 인간관계도 소수의 사람으로 좁혀졌습니다. 비극적인 종말은 1946년 뉴욕 스탠호프 호텔에서 발생합니다. 그는 머물던 호텔에서 뛰어내리며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키키는 역사적 인물은 아닙니다. 그저 왕자의 혼외자를 낳은 야사 속 인물에 불과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작가와 극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는 사라졌지만 폴 디 필리포 의 단편 소설 <세상 끝의 행복한 계곡>, 클린트 제프리스의 연극 <아프리카 밤> 등 여러 작품에서 독특한 캐릭터로 남아있습니다.
이유진 기자 2023.12.31 0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