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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강 부문 탈탄소화 예상보다 빨라질 것”

      ㆍ‘넷제로 철강 앞장’ 스웨덴 기업 마틴 페이 SSAB 최고기술책임자 인터뷰 북유럽 철강기업 SSAB의 마틴 페이 최고기술책임자(CTO) / SSAB 제공 우리는 여전히 철기시대를 살고 있다. 자동차와 선박, 고층건물과 다리, 가스·수도관, 가전제품 등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품과 인프라는 대부분 철에 기대고 있다. 철은 산소와 쉽게 결합해 적철광(Fe₂O₃), 자철광(Fe₃O₄)과 같은 산화물로 존재한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내는 환원과정을 거쳐야 순수한 철을 얻을 수 있다. 인류는 지금까지 환원제로 석탄을 사용했다. 철광석과 석탄을 ‘고로’라고 불리는 큰 용광로에 넣어 1500°C 이상의 고온에서 녹이면, 일산화탄소(CO)가 발생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반응(Fe₂O₃+3CO→2Fe+3CO₂)이 일어난다. 철을 얻는 대가로 이산화탄소 발생을 피할 수 없었다.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7%가 철을 만들면서 나온다. 수천 년간 변함없던 이 제조법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철강 분야 탈탄소 해법으로 ‘수소환원제철’이 등장하면서다. 석탄 대신 수소(H₂)를 쓰면 환원과정(Fe₂O₃+3H₂→2Fe+3H₂O)을 통해 철과 함께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을 얻는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이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리되고, 여기서 나온 수소를 다시 수소환원공법에 투입할 수 있다. 철강 제조에서 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탄소배출량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녹색 철강의 선두주자는 북유럽의 철강기업 SSAB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철 스크랩을 재생에너지와 바이오가스를 사용하는 전기로에 녹여 만든 넷제로 철강 ‘사브 제로(SSAB Zero)’를 선보였다. 2026년에는 수소환원제철공법인 하이브리트(HYBRIT)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화석연료 없이 만든 철강(SSAB Fossil-free)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일반 철강의 탄소배출량은 강철 1㎏당 2㎏인데 반해 사브 제로는 0.05㎏ 미만이고, SSAB Fossil-free는 배출량이 없다. 지난 10월 11일 SSAB의 마틴 페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넷제로 철강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 등으로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이 초기 예상보다 빨라지리라고 내다봤다. SSAB의 경우 기존 고로의 전환 완료 시점을 2045년에서 2030년으로 크게 앞당겼다. 그러면서 철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쓰이는 만큼 철강 분야의 탈탄소는 다른 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SAB와 유럽 최대 철광석 생산업체 LKAB, 유럽 최대 에너지 기업 바텐팔(Vattenfall)이 힘을 합쳐 2016년 조인트벤처인 ‘HYBRIT’를 결성했다. “SSAB의 연간 제강 생산 능력은 900만t(생산량 기준 세계 50위·시총 기준 15위)이다. 스웨덴, 핀란드에서는 주로 스웨덴 북쪽의 철광석 광산에서 공급되는 철광석을 원료로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재활용 스크랩을 주원료로 2개의 전기로에서 후판을 만드는 제철소들을 운영한다. 고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약 40년 전 LKAB와 함께 철광석을 분쇄해 직경 10~12㎜의 둥근 알갱이 상태인 ‘철광석 펠릿’을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1982년 이후 100% 펠릿 가동으로 전환해 석탄 사용을 줄일 수 있었고,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이용하지 않아도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배출량을 유지했다. 고로 기술을 매우 잘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SAB는 여전히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회사다. 현재 우리의 생산 설비에서 스웨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 핀란드의 경우 7%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파리협정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 스웨덴은 파리협정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국가 목표를 설정했다. 우리에게는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신기술 개발이 중요했다. 유럽연합의 탄소배출권 가격도 분명히 상승할 것이라 예상했다. 세 번째 요소로, 스웨덴은 이미 완전히 탈탄소화된 전력망을 구축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였다. 스웨덴 북부는 수력발전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고, 안정적인 원자력 발전이 있고, 풍력발전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 목표는 석탄 수입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그린수소)와 화석연료 없이 만든 전기라는 두 기반 위에서 오늘날처럼 고품질의 철강을 만드는 것이다. HYBRIT 이니셔티브의 기본 구상인데, SSAB 혼자서는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깨달았다. 그래서 LKAB, 바텐팔과 힘을 합쳤고, 기술 개발 임무를 맡은 합작 회사(HYBRIT)도 만들었다. 영리한 결정이었다. 파일럿 규모에서 기술의 유효성을 입증했고, 이제 상용화 단계로 움직이고 있다.” -스웨덴에서의 생산을 고집한 이유는. “스웨덴은 유럽에서 가장 오랜 제철 역사를 가진 국가 중 하나다. 우리 생산 현장 중 하나는 145년 전인 1878년부터 철강을 만들기 시작했다. 스웨덴은 유럽에서 제조업이 매우 발전한 국가라 공급업체와 서비스, 엔지니어링 역량, 운영 역량뿐만 아니라 고객층까지 모든 생태계가 잘 구축돼 있다. 우리가 철강 생산을 중단하면 가치사슬의 일부는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다. 우리는 제조 기반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포스코도 수소환원제철 공법인 ‘HyREX’를 개발하고 있다. 2026년 시험설비 준공, 2030년 상용화 기술 개발 완료 계획인데, 수년의 차이가 존재한다. SSAB가 화석연료 없이 만든 철강(SSAB Fossil-free) 막대 / SSAB 제공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계 전체가 가능한 한 빨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 가지 접근 방식은 기존 용광로를 유지하고 그 위에 CCS를 더하는 것이다. 다른 접근은 수소환원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생산 기술을 사용하는 새 시설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SSAB는 매우 포괄적인 분석을 수행했고, 적어도 현재 고로 기술에 CCS를 추가하는 것보다는 기술을 변경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철강업체는 스스로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철강사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밸류체인에서의 협력 기업을 발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탈탄소 철강의 가격은 일반 철강보다 비싸다. 수요처 찾기가 어렵진 않나. “HYBRIT의 시험 프로젝트에 투자를 결정하기 전 사전타당성 조사를 했다. 유럽의 탄소배출권 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가정하고 HYBRIT 기술로 넘어갈 경우와 현재 기술로 계속 생산할 때를 비교한 결과, HYBRIT 기술 경로가 20~30% 정도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고객들이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전환을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2018년 초의 예상인데 지금은 많은 변수가 바뀌었다. 배출권 가격이 훨씬 더 비싸졌고, 석탄을 비롯한 에너지 가격도 많이 올랐다. 시험 시설에서 소량으로 제품을 만들어왔는데 고객들은 이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를 매우 열망하고 있었다. 전환이 가능하려면 고객이 프리미엄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지금까지 받은 반응은 처음 생각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우리는 ‘그린스틸’이라고 부르지 않는데, (탄소배출량을 조금 줄여놓고 친환경이라고 선전하는) 그린워싱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객들이 ‘무화석 철강’인 우리 제품에 프리미엄을 인정할지 우려가 컸는데, 수요의 신호가 분명히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미 2021년 볼보그룹에 첫 번째 제품을 납품한 후 2년이 흘렀다. HYBRIT 기술을 상용단계로 확장하려면 아직 몇 년이 더 필요한데, 고객들은 기다리기를 원하지 않았다. 따라서 재생 전기만을 사용해 재활용 스크랩으로 사브 제로를 생산했다. 1t당 300유로(약 43만원)의 프리미엄이 붙는데도 고객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이는 2022년 1월 SSAB 이사회가 전환 계획을 가속화하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였다. 기존에는 고로를 2045년 이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었는데 이제 우리의 계획은 10년 이내, 2030년쯤 전환을 완료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탈탄소 철강과 일반 철강의 품질은 차이가 없는가, 생산량은 어느 정도 예상하는가. “볼보, 메르세데스 벤츠와 같은 고객들은 현재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소량의 무화석 강철을 테스트했고 품질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품질 측면에서 모든 품질의 철강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입증됐다. 현재 사브제로 제품의 경우 올해 약 4만t 정도 공급을 목표로 잡고 있다. 충분한 바이오가스 확보가 가장 큰 제약이 되고 있다. 현재 HYBRIT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스톡홀름 남쪽 옥셀뢰순드에 전기 아크로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첫 번째 단계로 이곳에 있는 용광로 2개를 개조하고 스웨덴 룰레오와 핀란드 라헤에 있는 용광로도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전환할 계획이다. HYBRIT 파일럿 플랜트에서 현재 화석연료 사용 없이 만든 해면철을 시간당 1t 생산하는데, 그다음 단계로 연간 135만t 규모로 확장하려 한다.”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시행 후 수입 철강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유럽 철강 회사들에 기회가 될까. “CBAM은 유럽연합 외부에서 생산되는 철강에 대해 탄소 배출 비용의 차이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체제다. 중국,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에 있는 회사가 유럽에 철강 제품을 수출하려면 탄소국경세를 내거나 자체 기술로 유럽과 같은 수준으로 배출량을 낮춰야 한다. CBAM은 유럽 역내는 물론 역외 기업들에 탈탄소에 나설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한국사회에 조언해준다면. “권고하기보다는 최선의 전략적 선택을 하도록 우리가 배운 것을 공유하고 싶다.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HYBRIT 시험 시설로 초대하겠다. 이 기술이 전 세계에 확산돼 더 많은 기업이 이 기술을 활용한다면, SSAB 홀로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투자자들의 탈탄소 압박도 작용하고 있나. “수많은 NGO와 투자자, 주주, 우리 직원과 자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탈탄소화를 더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의 이런 인식이 SSAB가 탈탄소를 추진하는 주요 동기였고, 우리가 더 빨리 움직이도록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철강 분야 탈탄소화가 중요한 이유는. “첫 번째는 철강 생산 자체가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철강이 없으면 현대사회를 구축할 수 없다. 산업은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다. 철강 산업이 탈탄소화를 할 수 있다면 볼보그룹과 같은 고객들이 제품을 만들 때 스코프3 배출을 탈탄소화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감축이 어렵다고 간주되는 철강 부문이 탈탄소화를 한다면, 다른 많은 산업도 과감하게 탈탄소화에 나서도록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영재 기자 2023.10.13 11:07

    • 경제 표지 이야기

      “이념 아닌 돈 문제…10년, 30년 뒤 고려해 탈탄소 기준 투자”

      ㆍ이사라 아태지역 책임투자부 이사가 말하는 ‘세계 3대 연기금 APG의 투자 기준’ 사진 / APG 제공 온실가스로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미세먼지로 건강에도 좋지 않은 화력발전의 생명력이 끈질기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지금도 새로 짓고 있고, 노후 석탄화력을 폐쇄한 자리엔 가스화력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반면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지난해 오히려 감소했다. 각국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한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사나 애플·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최종 수요 기업이 공급망에 속한 기업에 탈탄소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행보는 여전히 느긋하다. 이사라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아태지역 책임투자부 이사는 탈탄소는 도덕이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돈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인 APG는 글로벌 투자기관과 연대해 국내외 기업의 탄소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포스코와 같은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도 주요한 관여 대상이다. 이 이사는 탄소 배출 감축에 소홀한 기업은 투자자와 공급망의 외면을 받고, 결국 시장에서 경쟁력 쇠퇴로 퇴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래세대를 위한 인프라 투자라는 관점에서 탈탄소 전환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를 지난 9월 19일 화상으로 만났다. -TSMC가 지난 9월 15일 RE100을 기존보다 10년 앞당겨 204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RE100 달성 시점을 앞당기는 건) TSMC만이 아니라 요즘 글로벌 회사들의 전반적인 흐름이다. 2050년 스코프3 배출량(제품 생산 외에 물류, 제품의 사용·폐기 등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배출량)까지 0으로 만들려면 자사의 스코프1(기업의 직접 배출)·스코프2(냉난방 등 기업이 사용한 에너지를 만들면서 배출한 탄소)는 2030년 혹은 2040년으로 앞당기는 게 현실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RE100 시점을 2050년으로 발표했다가 2040년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 RE100 선언 1주년을 맞은 날 TSMC가 이런 발표를 했다. “애플은 2030년 스코프3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내가 애플과 사업을 하려면 나도 203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해야 하는구나’ 생각이 든다면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빠르게 탄소중립을 이룰 때 비용이 들긴 하겠지만 공급망에 포함되고, 해당 분야에서 친환경 리더십을 인정받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면 피할 수 없는 방향이다. 넷제로를 이루지 못하면 공급망에서 한순간에 아웃당할 수 있다. 우리는 애플 같은 회사들이 넷제로 달성을 위해 (자사의) 공급망에 개입하도록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나는 토요타의 기후위험 관리에 아주 깊이 관여(engagement)하는데, 전기차 관련 투자 전략의 실행과 그린스틸(수소환원공법 등 화석연료 사용 없이 만든 철강)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구매할 건지, 현재 상황은 어떤지 등을 매 분기 점검하고 있다.” -공급망 탄소중립에 소홀할 경우 어떤 위험이 있나. “삼성전자·토요타 같은 대기업은 현금이 많아 현재 금융 면에서 어렵지는 않지만, 평판(reputation) 리스크가 있다. 평판 관리는 향후 비즈니스 사이클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자본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느냐 여부를 결정한다. 상장된 상황에서 평판 리스크가 있다면 가치평가를 할 때 리스크 프리미엄이 올라가, 기업의 시장가치를 낮출 수도 있다. 평판 리스크로 언제든 일이 터지면 고객을 잃거나 법률적 이슈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공급망(supply chain) 리스크다. 탄소 배출 감소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애플과 같은 고객사를 잃을 위험이 있다. 세 번째로 소송(litigation) 리스크가 있다. 최근 토요타가 호주 소비자들에게 10억달러 소송을 당한 것처럼 해외에 상장된 기업이라면 소비자들이 (배출량과 관련한) 검증을 요구하는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실제 사례가 있나. “일본에서 토요타는 삼성전자와 비슷한 위상이다. 토요타가 변하면 일본도 변할 수 있다는 생각에, APG는 올해 초 토요타에 기후 관련 주주제안을 넣었다. 토요타의 경우 2021년 스코프3까지 넷제로를 이루겠다고 선언했지만, 토요타와 관련 협회들은 오히려 자동차 산업의 탈탄소화를 늦추는 로비를 하는 정황이 몇 년 동안 포착됐다. 이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는데 진전이 없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평판·소송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탈탄소 전략의 투명한 공시를 요구하는 안건을 이번 주주총회에 올렸다.” -어떤 기업이 기후대응에 소극적이므로 더 이상 투자해선 안 된다고 보는 기준이 있을까. “현재까지는 스코프1·2 배출량이다. 배출량이 많다고 무조건 투자를 멈춰야 하는 건 아니다. 사업 매출이 늘어나 스코프1·2가 늘어날 경우 이를 어떻게 줄인 것인지 전략이 있어야 한다. 성장하는 회사의 경우 전략이 있으면 계속 펀딩을 해주면서 주주로서 지원한다. 반대로 배출량은 많은데, 감축 목표도 없고, 계속해서 석탄발전소를 짓는다면, 투자자로서 우리도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전력은 이미 다 팔고 나왔다. 바로 판 것은 아니다. ‘왜 안 하나요’ 하면서 계속 개입했는데 건설적인 대화가 없었기에 우리도 믿고 투자를 못 했다. 이성적인 투자자로서, 앞으로 명확히 보이는 리스크를 무시하는 회사에 어떻게 계속 투자할 수 있겠는가.” -포스코도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하고 있다. “금융기관도 탄소발자국(대출·투자로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제조업의 스코프3와 비슷한 개념)을 관리해야 한다. 포스코 주식을 사면 우리 탄소발자국이 갑자기 몇 배로 확 뛴다. 우리의 탄소발자국이 증가할 위험이 있어도 탄소비용까지 고려해 포스코 주가가 구조적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확신만 있으면 투자를 한다. 하지만 이제 탄소는 비즈니스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렇게 준비가 안 된 회사는 언젠가는 재무적 비용이나 여러 리스크가 발현될 수 있다. 그래서 함부로 비중을 올리기 애매하다. ‘세상에 투자할 회사가 이 회사만 있어’라는 생각을 자연적으로 하게 된다.” -포스코 주가가 최근 리튬 사업으로 크게 올랐는데. “외국인 투자 비중은 계속 줄고 있다. 장기 투자자들이 살까, 테마주로 움직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APG는 일본에서 일본제철과 JFE홀딩스라는 제철회사에 개입하고 있다. 제철회사는 기관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투자하기에는 탈탄소 과정에서 큰 재무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증자 시에는 명확한 (탈탄소) 계획이 없으면 계속 지원하기 어렵다. 최근 탈탄소 투자를 위해 JFE홀딩스는 자사주 매각과 증자로 1215억엔을 조달하고, 전환사채로 900억엔을 더해 2115억엔(약 1조9200억원)을 마련했다. 탄소중립 선언을 이행할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서였다. 시장을 미리 선점하는 전략적 결정이기도 하다. JFE에 따르면, 일반 철강보다 3~6배 비싼데도 그린스틸을 만들기로 한 건 고객사 요청 때문이다. 우리 같은 투자자들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그린스틸을 사용하도록 개입 중이다. 제철회사들은 그린스틸이 비싸서 수요가 미약하다고 하지만, 수요를 만들어 악순환을 풀어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외국 철강사와 포스코의 상황을 비교한다면. “제철은 정부의 재정적 도움 없이는 탈탄소가 어렵긴 하다. 향후 수십 년간 몇십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단위로 투자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연합에선 경제 회복 정책 자금의 상당 부분을 그린스틸로 돌리고 있다. 폐로 될 시설을 그린스틸 시설로 전환할 경우 자금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나라도 있다. 북유럽은 재생에너지를 싸게 공급해줄 테니 자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라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 최근 포스코 ESG 담당자들과 만나 아이디어를 교환했는데, 정부의 지원에 대한 기대가 없고,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국내 환경에 대해 토로했다. 한국 기업이 정부에 요구해 지원을 얻지 못한다면, 생존을 위해 해외에서 탈탄소 사업의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국내 금융기관은 여전히 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분위기다. “넷제로 선언을 하지 않은 금융기관 입장에서 화력발전 기업이 다른 채권보다 높은 금리를 준다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넷제로 진영의 돈이 커지고 화석연료 쪽은 줄어드니 유동성 위기가 올 때 이걸 시장에 되파는 건 힘들어진다. 10년 후, 길면 30년 후에 내가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것이 예상되는데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까? 한국전력은 탄소발생량이 높은 상태라 향후 해외 채권시장에서 외면당할 위험이 크다. 작년 말 국내에서 한국전력이 채권을 발행할 때 국내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해 금융시장을 교란한 전력도 있다. 한국전력이 향후 전기요금을 정상화하거나 탈탄소 전략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해외 우량 투자자들은 한국전력의 채권 매수 규모를 늘리기 어려워질 거다.” -APG는 금융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나.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50%를 줄이고, 2050년 이전에 모든 투자자산에서 넷제로를 이루려고 한다. 이를 위해 국채를 살 때 그 나라의 탄소배출량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는 회사에 앞으로 계속 투자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공개한 회사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모건 스탠리에서 APG로 옮긴 이유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고려하는 것, 그리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개인적 소망이 있었다. 모건 스탠리에 있을 땐 수익률에 중점을 두었지만, 그 일을 근 20년을 하다 보니 내가 사회에 무슨 보탬이 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직했지만, 현재 회사도 자산운용회사라 수익률을 여전히 고려한다. 다만 돈과 책임투자를 어떻게 잘 접목하느냐, 대단히 힘들지만 책임투자의 원칙을 지키면서 수익률도 함께 올리는 방향으로 노력 중이다.” -한국 기업과 정부에 조언한다면. “다음 세대를 생각해 달라. 난 개인적으로 다음 세대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많이 봤던 건데 정치인들은 현재의 투표가 중요하기 때문에 노인 위주로 세상이 돌아간다. 현재의 노인 세대는 먹고사는 게 가장 큰 문제였던 분이 많다. 탈탄소화는 나중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탈탄소화는 향후 비즈니스 기회와 긴밀히 연결된다. 신사업으로 경제 성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탈탄소 인프라에 국가와 기업이 투자하게 된다면, 다음 세대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저성장 경제의 문제는 희망이 없어지는 것이다. 최근 일본을 보면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을 주저한다. 한국도 일본의 20년 후발주자라 이런 과정을 거칠 수 있다. 희망을 갖지 못한 상태로 젊은 세대가 자라는 것이 미래 한국의 가장 큰 위험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어떤 인프라를 갖춰줄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주영재 기자 2023.10.06 11:06

    • 경제

      물류도 탈탄소 바람 속도 내는 기업들

      ㆍ친환경 선박·수소 활용 등 탄소중립 잰걸음 전례 없는 폭염과 폭우, 산불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면서 탄소중립을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바다 위, 하늘 위라고 예외는 아니다. 1년간 인간이 배출하는 510억t의 온실가스 중 16%가 교통과 운송 분야에서 나온다. 특히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10%는 배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조선해양은 7월 14일 버뮤다와 유럽 소재 선사와 총 9112억원 규모 초대형 LNG운반선 4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입방미터급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 한국조선해양 제공 국제해사기구(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는 지난 6월 10~17일(현지시간) 열린 제76차 회의에서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간 매년 2%씩 탄소배출을 줄이는 안을 채택했다. IMO는 ‘2020 플랜’을 통해 2050년까지 선박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0% 줄이고, 50%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번 감축안이 1차 계획이다. e퓨얼·SMR 등 물류 분야 탈탄소 진행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14일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최소 55% 감축하기 위한 정책 수단을 담은 ‘핏포 55’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EU 탄소 배출권거래제(ETS)를 개정해 해상과 항공 운수 분야도 포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위원회는 또한 바이오 연료 등 지속가능한 연료를 더 활발히 활용하기로 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항공·선박 연료에 탄소세를 부과해 항공 및 해양 부문에서 장기적으로 탄소 연료가 지속가능한 연료보다 더 비싸게 만들기로 했다. 글로벌 흐름이 운송 분야의 탈탄소를 향하면서 국내 조선·해운 산업의 대응도 구체화되고 있다. IMO가 탄소배출 규제에서 연간 4% 감축을 주장한 미국과 EU 대신 한국, 일본, 노르웨이 등 조선 국가의 손을 들어줬지만 그렇다고 여유를 가질 처지는 아니다. 정부는 조선업계, 대학, 연구소와 함께 수소·암모니아를 활용한 ‘한국형 친환경선박(일명 그린십-K)’을 개발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2031년까지 총 2540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으로 지난 6월 29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친환경추진 선박은 수소·암모니아 등 친환경연료를 활용하는 저탄소·무탄소 선박과 전기·하이브리드 선박 등 차세대 추진시스템을 갖춘 고부가가치 선박을 의미한다. 정부는 친환경선박 핵심기술·설계기술 개발로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7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선업계는 지난 4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기술적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생태계 전반의 친환경화를 통한 탄소중립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와 메탄올 추진선 수주를 협상하고 있다. 메탄올 추진선은 LNG추진선보다 진일보한 기술로 벙커C유보다 황산화물을 99% 줄일 수 있다.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선박 추진에 사용하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소들이 원자력연구원 등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선박 운용기간인 20년 동안 연료 공급 없이 운항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정익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자력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수소 등 다양한 추진방식을 검토하는데 수소나 재생에너지 추진은 아직 검증해야 할 기술이지만 원자력 추진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검증된 기술”이라면서 “비록 군용으로 활용했지만, 민간에서도 이미 운영하는 나라가 있어서 가장 확실한 탈탄소 선박추진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의 경우 전기·수소차로 이행하는 전환기 동안에는 탄소중립 연료인 ‘e퓨얼(efuel)’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e퓨얼은 전기분해로 얻어진 수소에 이산화탄소, 질소 등을 합성해 생산된 연료를 말한다. 궁극적으로 가솔린과 디젤과 같은 물성을 갖는 e가솔린·e디젤을 활용하면 기존 내연기관을 사용하면서도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배터리 전환이 어려운 선박, 항공, 상용차 분야의 탄소중립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지만 가격이 비싸고, 에너지 효율이 아직 낮아 현 기술 수준에서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육상 물류는 전기차·수소차로 이분화 수소는 해운·항공, 육상 전 분야에서의 활용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대형 장거리 운송에서 이산화탄소 가격이 t당 100달러, 해운·항공 분야에서 탄소비용이 t당 170달러에 이를 경우 수소가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수소는 무겁고, 장거리를 다니는 운송수단에서 더 적합하다. 반면 시내 등 단거리를 주행하는 경우 배터리가 더 적절하다. 결국 육상 물류 분야에서는 소형 물류 차량의 경우 전기차로, 중대형은 수소차가 양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와 연관돼 ‘그린 암모니아’도 주목받는다. 그린 암모니아는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생산한 그린 수소를 이용해 제조한 암모니아를 말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만든 그린 수소를 공기에서 분리한 질소와 합성해 암모니아로 만들어 들여올 수 있다. 이렇게 가져온 암모니아에서 질소를 제거하면 다시 수소로 사용할 수 있다.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와 달리 상온에서 쉽게 액화되고 액화수소 대비 단위 부피당 1.7배나 수소 저장용량이 크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를 저장하는 운반책으로 쓰기 적절하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운송 수단 및 유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점도 유리하다. 물류 시장의 전기화는 소비자들의 기후위기 경각심이 커질수록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유럽계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은 최근 한 물류회사와 운송 계약을 체결하면서 “전기차 구매비용을 지원할 테니 자사 제품은 무조건 전기차로 배송해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정부의 규제가 있어서라기보다 소비자들이 저탄소 제품을 원하기 때문”이라면서 “유럽에선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의 제품은 쓰지 않겠다는 시민단체의 불매운동이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유럽 기업 입장에선 배송을 포함한 전 과정상에서의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류 분야 탈탄소가 힘을 받으려면 화석연료를 우대하는 세제도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배정환 전남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선박용 경유나 중유에 대한 면세제도를 없애고 바이오 중유에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수소연료전지에 기반을 둔 선박 시스템이나 재생에너지를 초고압직류송전(HVDC) 방식으로 공급받아 전력 손실과 무게를 줄이는 전동화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2021.07.19 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