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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갑수로 장사한 ‘매불쇼’ 결국 퇴출조치···‘도 넘었다’ 지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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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갑수로 장사한 ‘매불쇼’ 결국 퇴출조치···‘도 넘었다’ 지탄

      미성년 교제 옹호 발언을 하는 김갑수(위)와 이를 사과하는 방송인 최욱. 유튜브 방송화면 미성년 교제 옹호발언 도마 위 연이은 논란에 ‘도 넘었다’ 비판 사실상 ‘매불쇼’ 퇴출 조치 문화평론가 김갑수가 또 다시 부적절한 언행으로 도마에 올랐다. 배우 김수현과 고 김새론의 미성년 교제 의혹을 두고 미성년 교제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지탄을 받았다. 진행자 최욱은 18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 라이브 방송에서 “어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된 해당코너는 영구히 폐지하도록 하겠다”며 “저 또한 더욱 신중하게 방송에 임하고 성찰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욱이 사과한 이유는 지난 18일 진행된 ‘매불쇼’ 방송에서 나온 김갑수 발언 때문이다. 이날 진행된 ‘한낮의 매불 논란’ 코너에 출연한 김갑수는 김수현과 김새론을 둘러싼 미성년 교제를 다루며 “미성년과 연애했다는 것이 무슨 거대한 범죄처럼 난리가 났다”고 했다. 유족의 주장에 따르면 김새론은 16세였던 2016년도부터 약 6년간 김수현과 열애를 했다. 당시 김수현의 나이는 28세였다. 그러면서 “사람이 사귀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날 수도 있지 않느냐. 여성의 나이가 많이 있을 수도 있다”며 “그런 여러 (연애의) 형태”라고 했다. 또한 “그걸 왜 갑자기 미성년 강간으로 몰아가고 말이 되는 이야기냐”며 “김새론은 아역 배우였으니 일찍 사회화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갑수는 김새론과 관련해서도 “저 같은 경우, (김새론을) 어려서 비린내 나서 연인으로 안 여겼겠다”며 “내가 어린 여성과 만나본 적은 없어서 그렇지 이건 개인특성 아니냐”고 했다. 김갑수의 이번 발언을 두고 여론이 들끓었다. 성인과 미성년과의 교제를 ‘개인특성’으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매불쇼’ 또한 이를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김갑수의 해당 발언을 편집해 삭제했다. 대중 또한 김수현과 김새론의 교제 시기가 언제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배경은 위법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만 16세 미만 미성년자와 합의 하에 스킨십, 성관계를 할 경우 미성년자의제강간죄 내지 추행죄가 성립될 수 있다. 다만 김수현의 경우 2016년 김새론과의 교제가 사실이라도 하더라도 법적 처벌은 받지 않는다. 합의 하에 성적 스킨십 등을 맺을 경우 처벌받을 수 있는 연령이 2020년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상향됐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존재 노종언 변호사는 “(김수현과 김새론의 사안은)미성년자의제강간죄 개정전 사안으로 13세 미만의 자에 대해 성적 관계가 있었던 것이 입증되는 경우 한해 처벌되기 때문에 법적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기준(현행법)으로는 성적 관계가 있으면 엄연히 법적 처벌 가능성도 있는 행위로서 윤리적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김갑수의 도 넘은 발언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김갑수는 2022년 7월 배우 남주혁의 학교폭력 의혹과 관련해 “(학교폭력 의혹이 사실이더라도)정상적인 것”이라며 “피해자가 별로 불쌍하거나 그렇지가 않다”고 말해 학교폭력 가해 행위를 옹호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당시에도 김갑수는 학교폭력 가해 행위를 ‘일상적 행위’로 규정해 논란을 자초했다. 2023년 5월 같은 코너에서 김갑수는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소감을 말하다 눈물을 흘린 배우 박은빈은 두고 “울고 불고 코 흘렸는데 시상식이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 앞에서 감정을 격발해선 안 된다”며 “18살도 아니고 30살이나 먹었으면 송혜교에게 배워라”고 했다. 이 또한 박은빈을 지나치게 비하했다는 비반과 직면했다. 반면 ‘뭐요’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던 가수 임영웅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김갑수는 지난해 12월 ‘매불쇼’ 방송에서 임영웅을 두고 “한국인의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뉴진스와 하이브를 둘러싼 분쟁과 관련해서는 철저한 상업주의 방식을 택했다. 김갑수는 그해 12월 ‘매불쇼’에서 “K팝은 그간 새로운 시스템으로 성장해왔다. 대부분의 역할을 기획사가 철저히 계산하고 기획한다”며 “가수가 한 인격체라기 보다 상품성 느낌이 강하다. 제작사의 기여도가 큰 것이 K팝”이라고 했다. 김갑수가 출연했던 ‘매불쇼-한낮은 매불 논란’은 김갑수가 고정으로 출연하고 게스트가 그와 토론하는 형식이다. 사실상 깁갑수 코너였다는 말이다. ‘매불쇼’ 또한 김갑수의 발언이 매번 논란의 대상이 될 때마다 이를 ‘조회수 장사’에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미성년을 향한 범죄 행위 자체를 옹호한 김갑수의 이번 발언은 ‘도는 넘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고 결국 코너 폐지라는 엔딩을 맞게 됐다. 사실상 김갑수의 퇴출 조치로 보인다.

      이선명 기자 2025.03.18 17:47

    • ‘멋진 콧수염’ 전 KIA 투수 대니얼 멩덴, 대마초 양성 반응으로 대만프로야구에서 퇴출

      야구

      ‘멋진 콧수염’ 전 KIA 투수 대니얼 멩덴, 대마초 양성 반응으로 대만프로야구에서 퇴출

      캔자스시티 로열스 시절 멩덴. 게티이미지코리아 ‘멋진 콧수염’으로 유명한 전 KIA 투수 대니얼 멩덴(32)이 대마초 양성 반응으로 대만프로야구에서 퇴출당했다. 대만프로야구 중신 브라더스 구단은 5일 “멩덴이 스프링캠프 훈련 중 약물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계약 해지했다”고 밝혔다. 대만 매체 징신원(鏡新聞)은 “멩덴이 해외에서 대마초에 손댄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멩덴은 2021년 프로야구 KIA에서 뛴 우완투수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17승을 거둔 뒤 2021년 KIA에 입단해 8승3패, 평균자책 3.60으로 활약했다. KIA와 재계약하지 못한 멩덴은 미국으로 돌아갔고, 이후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통해 MLB에 복귀했다가 지난해 대만 중신에 입단했다. 그는 소속 팀을 대만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쫓겨났다. 중신은 곧바로 새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체스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산체스 역시 2023시즌 KIA에서 뛰어 한국 팬에게 낯익다. 그는 KIA와 계약 해지 후 지난해 대만 퉁이 라이온스에서 뛰다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새 팀에 몸담게 됐다.

      이정호 기자 2025.03.06 11:53

    • ‘충격’ 前 KIA 출신 멩덴, 마리화나 양성 반응으로 CPBL 중신에서 퇴출···새로 영입한 투수도 前 KIA 출신 산체스

      야구

      ‘충격’ 前 KIA 출신 멩덴, 마리화나 양성 반응으로 CPBL 중신에서 퇴출···새로 영입한 투수도 前 KIA 출신 산체스

      대니얼 멩덴. 중신 브라더스 SNS 캡처 과거 KIA에서 뛰어 한국 팬들에게도 알려져 있는 오른손 투수 대니얼 멩덴(32)이 마리화나 양성 반응이 나와 대만프로야구(CPBL)에서 퇴출당했다. CPBL의 중신 브라더스는 5일 “멩덴이 스프링캠프 훈련을 하던 중 약물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계약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자유신보를 포함한 대만 주요 매체들은 멩덴이 마리화나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멩덴은 한국 야구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선수다. 2014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지명을 받은 멩덴은 2016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20년까지 뛰며 17승(20패) 평균자책점 4.64를 기록했다. KIA 시절 대니얼 멩덴. 연합뉴스 그리고 2021년 KIA에 입단, 8승3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이후 KIA와 재계약하지 못한 멩덴은 미국으로 돌아갔고, 2022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으나 승리없이 1패, 평균자책점 5.14에 그쳤다. 다시 아시아로 눈을 돌린 멩덴은 지난해 CPBL의 중신에 입단했다. 그리고 중신의 대만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등 맹활약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마리화나 양성 반응으로 결국 불명예스럽게 퇴출당하고 말았다. 중신은 멩덴을 퇴출한 뒤 곧바로 새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체스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산체스 역시 2023시즌 KIA에서 뛰어 한국 팬에게 익숙하다. 산체스는 2023년 시즌 도중 KIA와 계약했으나 12경기에서 4승4패 평균자책점 5.94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고, 시즌 후 지난해에는CPBL의 퉁이 라이온스에서 뛰다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중신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KIA 시절 마리오 산체스. 연합뉴스

      윤은용 기자 2025.03.06 11:23

    • NCT 퇴출 태일, 집단성폭행 혐의로 재판행···구속영장은 기각

      연예

      NCT 퇴출 태일, 집단성폭행 혐의로 재판행···구속영장은 기각

      특수준강간 혐의로 수사를 받는 NCT 출신 태일.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NCT 출신 태일(문태일)이 재판에 넘겨졌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1부는 지난달 28일 태일과 공범 2명을 성폭력처벌법상 특수준간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수사를 진행하던 서울 방배경찰서는 지난해 6월 태일을 비롯한 공범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들이 범행을 인정해 구속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송치됐다. 보도에 따르면 태일은 지난해 8월 한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 건강 상태를 이유로 검찰의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태일 측은 진단서와 변호사 의견서 등을 제출했다. 태일은 지난해 8월 성범죄 피소 사실이 알려지면서 NCT에서 퇴출됐다. 당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태일이 최근 성범죄 관련 형사 사건에 피소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해당 사안이 매우 엄중함을 인지해 더 이상 팀 활동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고 태일과 논의해 팀 탈퇴를 결정했다”고 했다.

      이선명 기자 2025.03.0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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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총회 ‘화석연료 퇴출’ 합의 안갯속

      국제

      기후총회 ‘화석연료 퇴출’ 합의 안갯속

      바이든 등 주요국 정상 불참…개최국 UAE는 석유세일즈 의혹 12월 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의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자베르 의장은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 화석연료를 퇴출해야 한다는 과학이나, 시나리오는 없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 198개국 대표들이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중반을 넘어섰다. 이번 총회에서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 이후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평가하는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GST)’이 첫 시행되고,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은 저개발국가에 대한 선진국들의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이 마련되는 등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정작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인 화석연료 퇴출 논의는 겉돌고 있어 맹탕 총회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개최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기후 총회를 석유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논란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어지러운 가운데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막을 올린 COP28은 주요국 정상들의 불참과 개최국 UAE의 석유세일즈 의혹으로 초반부터 잡음이 일었다. 기후변화를 주요 정책 현안으로 삼아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2021년 영국 글래스고,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기후총회에 모두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중재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역대 교황 중 처음으로 기후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도 건강상의 이유로 개막 직전 일정을 취소했다. 미국과 함께 탄소 배출국 1, 2위를 차지하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역시 불참하며 이번 총회에서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이라는 난제를 해결하는 데 힘이 실리기 어려우리라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미·중 정상을 대신해서는 각각 카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사가 참석했다. 12월 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활동가들이 화석연료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개최국 UAE는 기후 회의를 석유 영업장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도마 위에 올랐다. 개막 사흘 전 영국 BBC 방송이 비영리단체 기후보고센터와 공동 입수해 공개한 문건에서 UAE가 이번 기후정상회의에 앞서 외국 정부들에게 자국의 석유·가스 기업을 홍보하고 거래를 제안할 계획이었던 것이 드러나면서다. 공개된 문건에는 COP28의 의장인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 중국·브라질·독일·이집트를 포함한 15개국과 화석연료 거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 담겼다. UAE 국영석유회사인 아드녹(Adnoc)과 재생에너지 회사인 마스다르(Masdar)에 대한 각종 홍보자료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는데, 알 자베르 의장이 아드녹의 최고경영자(CEO)와 마스다르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화석연료 업계 로비스트 수 역대 최대 COP28 측은 “해당문서는 COP28 관련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이번 총회가 중동 기업들을 비롯해 각종 이익 관련 업체들의 로비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후원 기업에 제공하는 입장권을 중동의 은행이나 통신사, 자동차 회사들이 대부분 쓸어담은 데다 이번 총회에 참가하는 화석연료 업계 로비스트의 수 또한 역대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환경단체 ‘큰 오염자들 내쫓기’(킥 빅 폴루터스 아웃·Kick Big Polluters Out)에 따르면 COP28에 접근 권한을 얻은 화석연료 이해 관계자는 최소 245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총회와 비교해 거의 4배가 넘는 규모로 소말리아, 차드, 통가, 솔로몬 제도, 수단 등 10개 기후 취약국 대표단을 모두 합친 숫자(1509명)보다 많다. 쉘, 토탈, 엑손모빌 등 대형 화석연료 업체 다수가 이번 총회에 로비스트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페인 그룹 이본 아프리카의 코디네이터 케롤라인 무투리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기후총회는 이들과 같은 업체가 ‘그린워싱’을 시도하고 기후대응 행동을 방해하는 장이 됐다”고 말했다. 그린워싱은 기업들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말한다. 가디언은 기후 회의에서 벌이는 기업들의 로비 활동이 화석연료 업계뿐만 아니라 금융, 기업식 농업, 운송 분야 등 기후위기와 깊이 연루된 다른 부문에도 상당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육가공 업체인 JBS를 비롯해 글로벌 유제품 플랫폼(GDP)과 북미육류협회(North American Meat Institute) 등 축산·낙농업 대기업들도 대거 홍보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COP28에서 처음으로 식량과 농업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 제재와 매출 감소를 우려한 이들 기업이 대규모 로비를 준비했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평화 회의에 무기 거래상을 초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난과 함께 기후 회의에서 이해관계 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케냐의 기후활동가 에릭 은주나는 “업계가 회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위기 최전선 지역들을 위한 기후 정의를 달성할 수 없다”며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회의 주최자에 대한 이해 상충을 방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인 기후총회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주요 산유국들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다른 목소리를 내며 최종 합의 도출에 진통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2월 5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단계적 감축이 당사국총회 최종 합의문에 담기는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만장일치 방식으로 채택되는 당사국총회 최종 합의문 도출에 먹구름이 낀 셈이다. 앞서 알 자베르 총회 의장도 지난 11월 한 행사에서 “화석연료를 퇴출해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발언한 사실이 보도된 후 논란이 커지자 해명에 나선 바 있다. 기후환경단체들 사이에선 이번 총회의 핵심 의제인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결국 산유국들의 반대로 결실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2021년 COP26에서는 합의문 발표 직전 인도와 중국 등의 반대로 석탄 화력발전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 ‘감축(phase down)’으로 조정된 바 있다. 유럽의 친환경 모범국들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주장하는 반면, 산유국과 개도국들은 이에 반대하며 맞서고 있다. 개도국들은 20세기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성장을 이룬 선진국들이 탈 화석연료 주장을 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라고 주장한다. 화석연료 퇴출을 반대했던 UAE가 올해 COP28의 의장국을 맡으면서 올해 역시 화석연료 감축에서 퇴출 합의로의 진전이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일찌감치 나오기도 했다.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이번 총회에서는 초반부터 예상치 못한 성과가 쏟아졌다. 지난 12월 2일 전 세계 50개 에너지 회사들이 2030년까지 석유나 가스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량을 80% 줄인다는 내용의 ‘석유와 가스 탈탄소화 헌장’에 서명했고, 117개국이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3배로 늘리겠다는 협약에 참여했다. 기후 관련 싱크탱크인 파워시프트아프리카의 무함마드 아도우 소장은 그러나 각국 대표들에게 구속력 없는 공약에 정신을 팔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COP28은 무역 박람회나 기자회견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라”며 “합의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날짜를 얻는 일이 남은 기간 동안 각국이 두바이에서 해야 할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2023.12.11 07:05

    • 경제

      삼척블루파워 앞에서 “화석연료 퇴출” 외치다

      ㆍ전국에서 달려온 어린이·청소년 등 장대비 속 ‘기후파업’ ㆍ해안침식에 경제성 낮지만 내년 완공…“탈석탄법 제정을” 경기 광명 볍씨학교 학생들이 9월 15일 강원도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인근 공원에서 진행된 ‘기후파업’ 시위에서 ‘하나뿐인 지구’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지난 9월 15일 강원도 삼척 맹방해변을 내려다보는 한재공원인증센터. BTS가 앨범 <버터>의 표지 사진을 촬영한 맹방해수욕장이 멀리 보인다. 그러나 지척에서 시선을 붙잡는 건 공사 중인 작은 항만과 방파제다. 완공되면 한국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가 될 삼척화력발전소(삼척블루파워)에 유연탄을 공급하는 시설이다. 해변에 방파제 구조물이 8층 높이의 거대한 뼈대를 드러낸 채 서 있다. 해상으로 도착한 유연탄을 산 너머 발전소로 운반할 컨베이어 벨트와 지하터널 공사도 한창이다. 방파제에 쏟아부을 토사를 가득 실은 배도, 거대한 크레인을 단 바지선도 보인다. 궂은 날씨였다. 오후 들어 그치리라 기대했지만, 빗줄기는 더 굵어졌다. 약 150명이 우산을 들고, 우의를 입은 채 이곳에 모였다. ‘화석연료 시대에 종말을’이라는 주제로 열린 ‘기후파업’ 참가자들이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세대가 모였지만 어린이, 청소년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학업과 일을 파하고 온 이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한 건 화석연료 퇴출과 그 시작이 될 삼척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이다. 하남에서 온 고등학생 박채윤은 화력발전소가 기후위기의 주된 원인임에도 이를 허용하고 추진하는 정부와 기업을 비판했다. “9월 14일, 어제 세계기상기구는 2023 기후과학 합동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5년 안에 역사상 가장 더운 한 해가 있을 가능성이 98%에 이르고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 수준이 지금 이대로라면 이번 세기 안에 지구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2.8℃나 상승시킬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해야 할 위기 상황임에도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높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여느 때보다 줄여야 할 상황이지만 2022년 석탄발전으로 인한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주요 20개국(G20) 중 2위인 한국은 화력발전소 건설 등 거꾸로 가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화력발전 투자,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맹방해변은 부드러운 모래밭이 풍성히 펼쳐진 ‘명사십리’로 유명하다.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밭, 소나무숲이 어울린 풍경은 삼척화력발전소 건설공사가 시작된 지난 2년 사이 완전히 변했다. 해변은 발전소 부대시설인 해상터미널과 석탄 이송 터널 공사 과정에서 해안침식을 겪으며 황폐해졌다. 공원 난간에 걸린 사진이 이를 증언했다. 1차 행사를 마친 이들은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현장까지 행진했다. “화석연료 퇴출하자, 공공중심 전환하자”,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와 같은 구호가 이어졌다. 삼척화력발전소 부지는 동양시멘트가 운영하던 석회석 광산이었다. 석회석을 채굴하면서 움푹 들어간 땅에 발전소가 들어섰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산업끼리 바통을 터치하는 셈이다. 내년 완공을 앞둔 삼척블루파워는 2.1GW로, 단일 호기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가동될 경우 연간 약 1300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2%, 정부가 농·축·수산 부문에서 12년간 줄이겠다는 온실가스양의 두 배에 달하는 양이다. 12년간의 감축 노력이 단지 일 년 동안 삼척화력발전소를 돌리면 다 헛수고가 되는 셈이다. 온실가스에 더해 연간 570t의 초미세먼지도 나온다. 6년째 공사 중인 삼척화력발전소는 해안침식 문제가 불거지면서 환경부 요청에 따라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공사비는 2013년 처음 계획 당시 3조3000억원에서 4조8790억원으로 늘었다. 공사비가 투자 제안 당시보다 크게 불어난 건 최근 수년 사이 민간기업이 준공한 화력발전소에서 반복된 일이다. 일례로 고성그린파워는 1040㎽급 발전소 2기 건설비로 3조384억원을 제안했지만, 2021년 5월 준공 당시 제출한 최종 비용은 5조1960억원이었다. 건설비 증가분은 민간석탄발전소의 건설비 적정성을 심사하는 전력거래소(한전 자회사)의 ‘표준투자비’ 규정에 따라 ‘합리적 소명’이 가능한 경우 한전이 보전해줄 수 있다. 하지만 적자가 누적된 한전의 부담이 커지면 이는 전기요금에 반영돼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 이날 현장에서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사무국장이 “기업이 석탄발전소를 짓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경제성이 있든 없든 무조건 정부가 세금으로 메꿔주기 때문입니다”라며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필요 없는 전기를 구매하느라 적자가 나고, 그래서 전기료를 올리고 기후위기는 악화되는 ‘환장의 콤보’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배경이다. 좌초자산 우려에 회사채 미매각이 이어져 완공 후에도 투자비 회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발전소 운영기간 동안 85% 이용률을 유지할 때 수익이 난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강원도를 비롯한 동해안 일대의 송전선 용량이 설비용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인근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은 40%대에 머물고 있다. 내년 신한울 2기가 가동되면 석탄화력발전의 가동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척화력을 비롯해 동해안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기후파업 시위가 열린 강원도 삼척 한재공원인증센터에서 삼척석탄발전소의 부대시설인 석탄이송터널 공사 현장이 내려다보인다. /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이런 상황에서도 사업이 중단되지 않는 건 국내에서 화력발전은 수익이 보장된다는 믿음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 석탄발전소에 대해 전력거래소가 인정하는 투자비에 적정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총괄원가보상제도’(전력거래소 규정)를 적용 중이다. 사업주도 투자자도 송전제약 등으로 이용률이 하락해도 전력판매가격을 조절해 적정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이용률 등락이 사업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본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공사가 지연돼 비용이 더 발생하거나 송전제약으로 전기 생산이 안 되더라도 이를 보상해주는 관행은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혜 플랜 1.5 변호사는 총괄원가보상제도가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하지 않고, 향후 분쟁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석탄화력발전은 건설 과정에서 비용이 계속 늘어나 굉장히 비싼 발전소가 됐다. 거기에 송전제약의 문제가 겹쳐 있다. 아직 가동 1년도 되지 않은 강릉안인화력발전소의 적자가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력을 팔아야 하는데, 송전제약 탓에 발전하지 못하고 대기만 하면서 용량보상금만 받고 있다. 총괄원가보상이 법적으로 보장된 게 아닌데도 한전(전력거래소)에 보상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결국 분쟁이 늘고, 사회적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초 가동하는 삼척화력발전소도 제대로 운영될지 의문스럽다.” 석탄발전소가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회사채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삼척블루파워는 2018년 전체 사업비 중 약 1조원이 조달되지 않은 상태로 본 공사에 착수한 후 건설자금 조달을 위해 2019년부터 9차례에 걸쳐 1조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후대응 기조가 강해지고 화석연료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도 외면받게 됐다. 2021년부터 5회에 걸친 9500억원의 채권 발행은 370억원을 제외하고 모두 미매각됐다. 지난 9월 7일 새로 발행한 20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도 매수주문이 240억원에 그쳤다. 다만 최종 발행에선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할 용도로 기관투자자가 매입하면서 대부분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탈석탄범 제정해 퇴출과 전환 지원해야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매각을 주관하는 6개 증권사(NH투자·미래에셋·신한투자·KB·키움·한국투자)는 삼척블루파워와 5년간 1조원 규모의 총액인수확약을 맺은 상태다. 회사채가 매각되지 않을 경우 이들 증권사가 인수하게 된다. 이들은 시중의 다른 채권보다 2~3% 높은 금리(약 7.3%)에 매월 이자를 주는 상품이라는 점을 들어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전국탈석탄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지난 9월 14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들 증권사가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인수와 판매를 지속하는 한 탈석탄 선언은 그린워싱에 불과하다고 압박했다. 사업주와 투자자, 정부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민간사업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댄다. 사업주는 정부 전력수급 정책을 따라 시작했다고 말한다. 좌초자산이 되더라도 정부가 수익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왜곡된 기대도 갖고 있다. 투자자는 대출약정서에 따라 중도에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든다. 탈석탄을 선언한 금융기관은 신규 사업에만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누구도 중단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지난 8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탈석탄법은 ‘석탄발전사업의 철회 및 신규 허가 금지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석탄발전사업의 철회와 신규 허가 중단의 근거를 마련하고 사업자, 노동자 등에 대한 보상과 지원을 규정했다. 박지혜 변호사는 “적법하게 인가받아 운영되고 있더라도 탄소중립이나 2030 국가감축목표 등 새로운 정책 목표를 반영해 특정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합의에 이른다면 이를 가능하게 하는 법적 근거를 만든 법”이라면서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석탄발전사업의 철회 및 지원에 관한 위원회에서 철회대상 사업을 정하고, 사업주와 노동자, 지역주민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 퇴출 계획을 마련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늦으면 늦을수록 비용이 커진다는 점에서 빨리 통과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발 앞서 이미 탈석탄법을 도입한 나라들이 있다. 독일은 2020년 8월부터 ‘석탄발전종료법’을 시행 중이다. 초기에는 발전사의 자발적 감축을 유도하고, 2027년 이후 감축을 의무화했다. 2038년 완전 중단을 목표로 한다. 58세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가 발전소 폐지로 실직할 경우, 연금을 수령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 5년간 금전적 보상도 한다. 네덜란드는 2019년 12월부터 시행한 ‘석탄전력생산금지법’에서 2025년 이후 발전 효율이 44% 이하인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2030년 1월 1일 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를 규정했다. 박수홍 녹색연합 활동가는 탈석탄법이 화력발전소 퇴출을 위한 가장 현실적 방안이라고 본다. “정의당에서 공식 발의했지만 시작 자체는 5만명이 넘는 시민이 청원을 넣고, 뜻있는 시민단체들이 이해관계자를 찾아가 하나하나 의견을 모아 만든 법이다. 법이 실제 시행돼 화력발전소를 끈다면 시민의 힘으로 화력발전소를 멈춘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다만 특별법이고 신규 발전소에 한해 퇴출할 수 있는 법안이라 향후 전체 탈석탄 로드맵이 담긴 기본법으로 계승해야 한다.” 고동현 팀장은 “금융기관도 어느 정도 책임 의식을 느끼고 있고, 사업주도 사업의 위험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탈석탄법에 기반해 사업을 중단하고, 보상한다면 사업주나 금융기관도 수용할 의사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영재 기자 2023.09.22 11:24

    • 경제

      “생산성 좋아 퇴출, 미친 짓 아닙니까”

      ㆍ정부, 신동진벼 퇴출 반발 일자 3년 유예 ㆍ다수확 품종 해당 여부 논란 속 농민 ‘한숨’ 전북 군산시 임피면에서 신동진벼를 재배하는 문홍인씨가 못자리 작업을 하고 있다. 못자리 작업은 모판에 흙을 덮고 볍씨를 심는 ‘파종’을 한 뒤 논에 옮겨심기 적절한 수준까지 키우는 것을 말한다. 모판엔 노란 싹이 올라왔다. / 송윤경 기자 소란했던 봄비가 그치고 맑게 갠 지난 5월 9일, 전북의 호남평야는 푸르렀다. 지금은 농번기가 시작되는 모내기 철. 드넓은 논 곳곳에서 이앙기(어린 모를 논에 옮겨심는 기계)가 돌아갔다. 이날 오전 전북 군산 임피면의 문홍인씨(67)는 작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반듯하게 도열된 모판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모판엔 며칠 전 심어놓은 볍씨에서 노란 싹이 돋아나 있었다. 그가 24년째 재배 중인 신동진벼였다. “수확량이 많다고 없앤다는데 제가 보기엔 미친 짓입니다.” 정부의 신동진벼 퇴출 방침에 대해 묻자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신동진쌀은 알이 굵어 식감이 좋습니다. 밥맛은 한번 길들이면 바꾸기 쉽지 않아요.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신동진쌀이 인정받기까지 농민들이 흘린 피와 땀은 왜 생각을 안 합니까.” 정부가 신동진벼의 수확량이 많다는 이유로 퇴출 방침을 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2027년부터 신동진쌀을 공공비축 대상에서 제외하고 종자도 보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애초 내년부터 신동진벼를 퇴출시키려 했으나 농가 반발로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특히 신동진벼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전북지역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전국의 신동진쌀 재배면적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9만5000㏊로 그중 6만㏊가 전북지역에 있다. 전북의 경우 벼 재배면적의 53%에서 신동진쌀이 생산되고 있다. 쌀 남아도니까 수확량 많으면 퇴출? 다른 쌀보다 쌀알이 1.3배 굵어 밥맛이 좋다는 신동진쌀. 수확량까지 많다는 건 장점인데, 없애야 할 이유라니 무슨 얘기일까. 지난 3월 농식품부가 발표한 ‘쌀 적정생산 대책’은 “쌀 수급 안정에 부담이 되는 다수확 품종을 밥맛 좋고, 재배 안정성이 높은 고품질 품종으로 전환시킨다는 기본 방향”을 언급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그러면서 신동진을 비롯한 11개 품종이 퇴출(종자공급 중단 및 공공비축미 제외) 대상이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다수확’ 품종이기 때문에 다른 품종으로 대체하겠다는 얘기다. 그간에도 정부는 생산량이 많은 벼 품종을 퇴출시켜오긴 했다. 쌀이 남아돌기 때문에 수확량이 많은 벼는 재배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쌀 공급은 417만2700만t(국내 생산량 376만4000t+수입쌀 40만8700t)이었던 반면 소비량은 대략 361만t(가정 쌀소비량 약 292만t+사업체 쌀 소비량 69만t)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즉 지난해에만 대략 56만t이 ‘공급과잉’이었다. 문제는 ‘쌀 공급축소’를 위해 그간 퇴출시켜온 벼 품종은 ‘저품질’이었지만, 신동진은 밥맛을 인정받는 ‘고품질’이라는 점이다.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신동진은 품질이 좋아 그간 퇴출돼온 품종들과 차원이 다르다”면서 “신동진벼가 전북지역에 적합한 품종이었는데 갑자기 새 품종으로 바꾸게 되면 적응까지 다시 시간이 걸린다. 그사이 농가 수입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동진벼 재배에 주력하고 있는 군산 농민 문홍인씨는 “신동진벼는 브랜드 가치가 있어서 나락 한 가마니(40㎏)당 2000~3000원을 더 받아왔고, 쌀값이 폭락할 때는 오히려 그보다 더 많이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2016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쌀 판매대. 오른쪽에 신동진쌀이 보인다. / 연합뉴스 20년 전 수치를 적용했다? 신동진쌀이 정부가 제시한 ‘다수확 품종’(10a당 570㎏ 이상 수확)에 해당하느냐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신동진벼 생산량이 10a당 596㎏으로 기준(570㎏)을 넘겼다고 본다. 596㎏이라는 수량은 24년 전 신동진 품종이 국립종자원에 등재될 때 기록된 것이다. 농민들은 24년 전과 재배방식이 달라져 수확량이 당시보다 줄어든 것은 왜 감안하지 않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전북지역 농업기술센터의 한 관계자는 “신동진벼를 처음 보급할 때는 질소질 비료를 10a당 12~13㎏ 줬지만, 이후에는 대개 9㎏ 수준까지 낮췄다”며 “비료가 줄어든 지금의 재배방식으로는 10a당 대략 540㎏ 수확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질소질 비료를 줄이면 쌀 수확량이 줄어드는 반면 품질은 좋아진다. 농업진흥청이 2020년 신동진벼에 대해 실시한 시험결과에서도 단위면적(10a)당 수확량은 536㎏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업진흥청의 해당 시험이 이뤄졌던 2020년은 작황이 안 좋았던 해로, 한 해에만 이뤄진 시험결과를 공식 수확량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24년 전의 수확량 기록을 재배방식이 달라진 지금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농민들의 지적에 대해선 “재배방식과 관련한 문제는 농업진흥청의 설명을 들으라”며 답을 피했다. 농업진흥청 측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해 언급하기는 힘들다”고 답했다. 정부는 신동진의 대체 품종으로 참동진을 제시한다. 참동진은 신동진의 밥맛은 유지하면서도 이삭도열병·벼흰잎마름병엔 취약하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농업진흥청이 최근 새로 개발한 품종이다. 정부는 참동진으로의 대체가 농가에도 좋은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농민들은 “당장 신동진이 아니면 가격을 낮게 쳐 주는데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느냐”고 반박한다. 농민들에게 신동진을 포기하라는 것은 20년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를 다 허물고 새로 시작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전북지역의 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신동진쌀이라는 브랜드가 잘 알려진 상태에서 다른 품종으로 대체하라고 하면 농가들이 당장 손해를 보는 것은 맞다”면서 “3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농가들과 정부 간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식량과학원 등은 앞으로 3년간 신동진쌀의 실제 수확량이 정부 기준(570㎏)을 넘기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으로는 쌀 공급과잉을 해소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밥맛 좋은 쌀이 수확량이 많다는 이유로 퇴출 대상에 오르는 일은 쌀이 남아도는 한 또다시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쌀 소비가 줄어든다고 강조만 할 게 아니라 수입물량 조정 대책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호 단국대 교수는 “2015년 쌀 전면개방 이후 40만8700t의 쌀을 5%의 관세만 물려 매해 의무수입하고 있는데 이 물량이 쌀소비의 12%를 차지한다”며 “향후 협상을 통해 의무수입량(이른바 TRQ 물량)을 줄일 수 있는지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윤경 기자 2023.05.12 14:43

    • [오늘을 생각한다]세계의 비닐봉투 퇴출 작전

      오피니언

      [오늘을 생각한다]세계의 비닐봉투 퇴출 작전

      우리는 일 년에 몇장의 비닐봉투를 사용할까. 한국인은 2015년 1인당 420여장의 비닐봉투를 사용했고(자원순환사회연대), 2017년 460여장을 썼다고 한다(그린피스). 2019년부터 대형마트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긴 했으나, 여전히 우리 주변에 비닐봉투는 넘쳐난다. 특히 배달이 확산되며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비닐봉투에 속수무책이다. 무게는 깃털처럼 가볍지만 비닐봉투의 수명은 500년 이상이다. 영어로는 ‘플라스틱 백(plastic bag)’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비닐봉투는 폴리에틸렌 등의 플라스틱 필름으로 만든다. 젖고 찢어지는 등 잘 파손되는 종이봉투의 대안을 찾던 중 1959년 비닐봉투가 탄생했다. 목재 사용을 줄일 수 있고, 다른 봉투에 비해 효율적인 생산공정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비닐봉투가 각광받았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요즘에도 비닐봉투가 종이봉투나 에코백보다 더 친환경적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결국 모든 일회용 봉투 사용을 줄이는 것이 답이다. 최근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해양오염과 생태계 파괴 방지를 위해서도 플라스틱 줄이기가 필연적이다. 플라스틱의 가장 큰 시장은 ‘포장’이다. 2018년 기준 전체 플라스틱 1차 생산의 약 36%가 포장에 사용됐다. 포장 플라스틱은 필수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감축이 상대적으로 쉬울 뿐 아니라 효과도 즉각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각국은 포장 플라스틱 규제, 특히 비닐봉투 규제를 강화해가고 있다. 2015년 유럽연합은 비닐봉투 사용량을 2019년까지 연간 1인당 90개로, 2025년까지 40개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덴마크는 2016년부터 매장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무상제공을 금지했다. 프랑스는 2017년부터 상점에서 퇴비화가 가능한 경우를 제외한 일회용 비닐봉투 제공을 금지했다. 2022년부터는 1.5㎏ 미만 채소와 과일 판매 시 플라스틱 포장을 할 수 없다. 영국에서는 2022년부터 재활용 플라스틱이 30% 미만 포함된 포장에 대해 t당 200파운드의 플라스틱 포장세를 부과한다. 아프리카 많은 국가는 이미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케냐가 대표적이다. 일회용 비닐봉투를 수입·생산·판매하는 기업은 최대 4만달러, 개인은 500달러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캐나다는 오는 12월부터 비닐봉투를 비롯한 주요 플라스틱 6개 제품의 제조와 수입을, 2023년 말부터는 판매도 금지한다. 2020년 3월 뉴욕주는 모든 소매점에서 일회용 비닐봉투를 퇴출했다. 베트남은 2026년 이를 시행할 계획이다. 한국은 2030년부터 모든 업종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의 전면 금지를 예고하고 있다. 타국 사례와 비교했을 때 결코 빠른 타임라인은 아니다. 유상으로도 비닐봉투를 사용할 수 없는 사회의 도래를 앞두고 우리는 과연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 7월 3일은 ‘세계 일회용 비닐봉투 없는 날’이었다. 봉투 없는 사회를 고민해본다.

      지현영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2022.07.08 14:22

  • 레이디경향

    • “당장 주방에서 퇴출시켜라” 5가지 위험한 요리 도구

      요리

      “당장 주방에서 퇴출시켜라” 5가지 위험한 요리 도구

      음식과 직접 접촉하는 주방 도구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발견됐다. 전문가가 말하는 위험한 5가지 주방 기구는? 픽셀즈 주방 도구는 음식에 직접 접촉하는 만큼 무엇보다 안전한 성분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러 주방 도구 제품에서 유해한 화학물질이 발견됐다. Yahoo Life는 우리가 자주 쓰는 주방 도구 중 전문가들이 위험한 물질로 지정한 5가지를 지목했다. 음식 준비하기 전에 내 주방은 안전한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때다. 1. 플라스틱 도마 플라스틱 도마를 사용하면 미세 플라스틱이 음식에 섞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세 플라스틱은 인체 내에 축적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나무 도마가 미세 플라스틱 발생을 줄일 수 있지만, 고기나 생선을 자를 때는 유리나 돌 같은 비공극성 재질의 도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2. 코팅 팬 눌어붙지 않아 쓰기 편한 코팅 팬은 PFOA라는 유해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팅 팬을 사용하면 음식으로 유해 물질이 전이될 수 있으며, 장기간 사용 시 팬의 표면이 점점 마모되면서 그 위험이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스테인리스 스틸, 세라믹, 주철 팬을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권장하고 있다. 3. 가스레인지 가스레인지 사용 시 발생하는 이산화질소는 천식 악화와 관련이 있다. 또 어린이의 폐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쓰고 있는 가스레인지를 교체하는 것이 부담이라면 전문가들은 가스레인지 사용 후 철저하게 환기하는 경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환기 시스템이 없을 경우 창문을 열거나 공기 청정기를 사용한다. 4. 찻주전자 및 커피 메이커 매일 끓이니까 알아서 살균되겠지? 아니다. 찻주전자와 커피 메이커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곰팡이와 유해한 세균이 번식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갖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세척과 제석 작업(물 때 제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5. 검은색 주방 도구 최근 연구에서는 검은색 플라스틱 주방 도구에서 유해한 난연제(타기 쉬운 성질이 있는 플라스틱 따위의 유기 물질에 첨가하거나 도포하여 연소를 억제하거나 완화하는 물질)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 물질들은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우려가 된다면 금속 재질 주방 도구로 교체할 것을 권장한다.

      이유진 기자 2024.10.16 07:30

    • [세기의 비하인드] 코카인 뜨기 딱 좋아?…퇴출당한 ‘맥스푼’을 아시나요?

      문화/생활

      [세기의 비하인드] 코카인 뜨기 딱 좋아?…퇴출당한 ‘맥스푼’을 아시나요?

      1970년대 커피 스푼으로 나온 맥스푼. 당시 코카인용 스푼으로 쓰기 좋다는 것이 알려지고 악용되면서 맥도날드는 오명을 입었습니다. 맥도널드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 가족 친화적인 프랜차이즈임을 강조합니다. 최근 일부 자영업자들이 노키즈존을 내세울 때 ‘YES 키즈존’을 선언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이 맥도날드가 과거에는 마약 관련과 연루되어 큰 오명을 입었던 일을 아시나요? 1970년대 맥도널드는 햄버거뿐만 아니라 커피로 어른 고객까지 사로잡겠다는 마케팅을 세우며 맛있는 커피를 출시합니다. 치명적인 문제는 뜻밖의 지점에서 터집니다. 커피를 젓는 용도로 함께 나온 작은 플라스틱 티스푼이었습니다. 이 티스푼의 이름은 ‘맥스푼’이었는데, 일부 나쁜 어른들은 작은 수저 모양이 코카인의 1회 양을 뜨는데 매우 이상적이란 것을 발견합니다. 이 공공연한 비밀은 언론에서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1979년 마샤 크레머라는 저널리스트는 뉴욕 한 다락방에서 불법 마약을 공유하는 이들의 기사를 쓰면서 “그들이 적절한 코카인의 양을 측정하기 위해 맥도널드의 티스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라고 언급합니다. 해당 기사는 대중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미국 정부는 바로 청문회를 열었고 맥스푼이 논쟁의 중심이 됐습니다. 맥도널드 CEO까지 멱살이 잡히죠. 당시 하원의원이었던 조 바이든이 맥스푼 논란으로 맥도널드 CEO를 청문회에 세웁니다. 지금의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당시 하원의원이었고 맥도널드 CEO를 청문회에 불러 “이것(맥스푼)이 무엇을 연상시키는지 정말 모르고 만들었냐”고 질책합니다. 결국 맥도널드 측은 마약 범죄자들이 맥스푼을 악용한 것에 자신들의 책임이 일부 있다며 사과한 후 디자인을 바꾸거나 다른 것으로 교체하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맥스푼 이후 출시된 일회용 커피 수저. 맥도널드는 창고에 한가득 쌓아놓은 맥스푼을 처분해야 했습니다. 한때 다른 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보내는 방법도 구상했으나 ‘맥스푼 이슈’를 알게 된 해당 나라에서도 받기를 거절하는 바람에 결국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퇴출당한 맥스푼 대신 커피를 젓는 스틱은 지금의 납작한 막대 형태로 바뀌게 된 것이죠. 나쁜 어른들이 잘 못 쓰는 바람에 오명을 입은 비운의 수저 맥스푼. 정말 평범한 물건도 사악한 목적으로 사용되면 어이없게 논란이 되고 금지될 수 있는 사례를 보여줍니다. ■자료제공:유튜브 ‘지식 아닌 지식’ 지식 아닌 지식역사의 뒤안길 인물을 조명합니다. 매주 토,일 업로드합니다https://www.youtube.com/@yeswawa/videos

      이유진 기자 2023.08.13 15:16

    • 광고 퇴출 서명운동으로 이어지는 이병헌의 위기

      연예

      광고 퇴출 서명운동으로 이어지는 이병헌의 위기

      톱스타 이병헌의 사생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음담패설 동영상 협박에서 시작된 이번 사건은 사실 유무나 시시비비를 떠나 그의 배우 인생에 큰 오점으로 남게 됐다. 수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의 광고 퇴출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사건의 전말을 정리해봤다. 엇갈린 주장, 진실은? 지난 8월 28일, 배우 이병헌(44)이 자신의 음담패설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50억원을 요구한 걸 그룹 멤버 D씨와 모델 L씨를 강남경찰서에 신고했다. 영상은 6월 말 L씨의 집에서 L씨, 이병헌과 함께 와인을 마시던 D씨가 이병헌이 자신에게 “첫 경험은 언제냐” 등의 음담패설을 한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공갈 미수 혐의로 L씨와 D씨를 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이후 검찰은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라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L씨 측이 “이병헌과 약 3개월 전부터 교제했으며, 이별을 통보받은 뒤 상처를 받아 동영상을 이용, 협박하게 됐다”라고 주장하면서 피해자로만 여겨졌던 이병헌 역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그의 소속사인 BH엔터테인먼트 측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다”라며 동영상이 의도적인 촬영이었다고 일축했다. 또 “L씨와 D씨가 무언가 다른 의도를 갖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기에 지인으로 지낼 수 없겠다는 판단으로 그만 연락하자, 라고 했다”라며 “단둘이 만난 적도 없는데 어떤 의미에서 결별이라는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라고 반박했다 화를 돋운 손 편지 ‘머리도, 마음도 그 역할을 못할 만큼 숨만 쉬며 지내고 있습니다. 계획적이든 협박을 당했든 그것을 탓하기 전에 빌미는 덕이 부족한 저의 경솔함으로 시작된 것이기에 깊은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이병헌은 소속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필로 쓴 심경 글을 게재했다. 하지만 그 손 편지도 대중의 실망감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오히려 거센 역풍으로 돌아왔다. 두 여성의 협박 근거가 성희롱 발언이라는 점과 진실 규명보다는 변명에 무게를 뒀다는 점 때문이다. 더욱이 L씨, D씨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고 주장하던 이병헌이 이들에게 수위 높은 농담을 건넸다는 추측이 기정사실처럼 전해지면서 그는 거센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민정의 친정行 “바람둥이의 기준이 뭐냐고 묻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바람둥이는 배우자, 애인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또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전 추호도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여러 스캔들과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많았던 이병헌이 과거 한 토크쇼에 출연해 남긴 말이다. 이번 사건에 대중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그가 배우 이민정과 결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도 포함돼 있다. 한 매체는 지인의 결혼식 참석차 파리로 출국했던 이민정이 귀국 후 신혼집이 아닌 강남의 친정집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녀의 마음고생에 대한 지인들의 증언도 쏟아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별거설, 불화설에 대해 이민정의 소속사 측은 “원래 외부 촬영이 있거나 스케줄이 있을 땐 친정집에 머물기도 한다. 스케줄을 마치고 친정에 간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한편 이민정은 앞서 8월 중순 자신의 SNS에 ‘God Only Know(오직 신만이 알고 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그녀가 남편을 둘러싼 불미스러운 일을 두고 우회적으로 심경을 표현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광고 퇴출 서명운동 그간 부드럽고 신뢰감 있는 이미지로 광고주들의 러브콜을 받아온 이병헌. 이번 사건은 그의 이미지뿐 아니라 그가 출연 중인 광고와 촬영 중인 영화 ‘내부자들’ 홍보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 포털 사이트의 청원 게시판에는 ‘영화나 드라마는 선택해서 안 보면 되겠지만 의도하지 않게 이병헌이 등장하는 광고에 노출되는 것이 매우 불쾌하다’라며 그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휴대전화, 커피, 대형 마트, 자동차 엔진오일 등의 광고주들에게 광고를 중지해달라는 뜻을 피력한 글이 올라왔다. 애초 목표 인원을 훨씬 웃도는 네티즌들이 이에 동의 서명을 했고, 실제로 한 업체는 그의 광고 노출을 중단한 상태다. 어김없이 등장한 강병규 이병헌과 질긴 악연을 갖고 있는 방송인 강병규도 이번 사건에 가세했다. 공개적으로 이병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온 강병규는 지난 2009년 이병헌이 출연 중인 드라마 촬영장에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7개월 만에 다시 SNS를 시작한 그는 ‘내 인생에서 있었던 많은 일들에 대한 나의 심정이 담긴 책이 완성될 즈음 마치 산타클로스 선물처럼,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또 그는 이병헌을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L씨와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여성의 과거 인터뷰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2014.09.26 16:39

    • 화제

      ‘독도는 한국에!’ 발언에 이어 ‘반(反)원전 선언’으로 방송 퇴출당한 日배우 야마모토 타로

      1991년 데뷔한 야마모토 타로는 50여 편의 드라마와 4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일본 영화 ‘배틀 로얄’, ‘GO’뿐만 아니라 장동건과의 동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마이웨이’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배우다. 출연 작품 수가 말해주듯 야마모토의 배우 인생은 탄탄대로였고, 방송·영화계에서는 ‘약방의 감초’로 통했다. 탄탄한 연기력과 호감 가는 외모, 강단과 카리스마를 가진 그는 CF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까지 섭렵하며 TV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 야마모토가 하루아침에 방송에서 사라졌다. 그는 왜 자취를 감추었을까. 팬티 한 장으로 전국을 평정하다 일요일 저녁 8시, 온 가족의 시선이 TV에 머무르는 건 한국과 일본의 가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야마모토 타로(山本太郞, 38)는 지난 1991년 오디션 프로그램 ‘고교생 댄스대회’로 데뷔했다. 몸에 딱 붙는 삼각 수영 팬티에 노란색 수영 모자를 쓴 모습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방송에서는 주다스 프리스트의 노래 ‘페인킬러’가 흐르는 가운데 떡 벌어진 어깨를 흔들며 연신 보디빌딩 포즈를 취하는 야마모토의 모습이 전해졌고 안방극장은 바로 웃음바다가 되었다. “저보다 춤도 잘 못 추고 재미도 없는 고등학생들이 TV에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도 우리 반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난리가 났죠. 제가 나가겠다고 하니까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서 좀 섭섭했어요. 제가 더 재미있다는 자부심도 있었고요. 그래서 오디션에 응모했죠.” 생애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지만 그는 주눅 들지 않고 맘껏 청춘을 발산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야마모토는 스타가 되어 있었다. 단 한 번의 방송 출연이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그건 ‘스타’의 시작이었지만 ‘일상의 붕괴’이기도 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저속하기 짝이 없는 행동을 했다”라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자 결국 교장실에 불려가 “방송이냐, 학생이냐. 양자택일 하라”라는 협박과 회유를 받았다. 일부 학생들로부터는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방송 데뷔 후부터 그의 인생은 터부와의 충돌? 아니, 공존이었던 셈이다 그의 ‘팬티 활약’은 예능 다큐로 이어졌다. 그는 곧바로 시청률 20%를 자랑하던 ‘세계 우루룽(글썽글썽) 체재기’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다. 야마모토는 중요 부위만 살짝 가리고 사는 뉴기니의 다니족 마을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다니족 족장에게 “공부시켜주십시오”라며 지어 보이는 시원스러운 웃음, “다시 태어나면 다니족으로 태어나겠습니다”라는 서비스 정신까지…. 이 방송을 통해 그는 예의 바르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유쾌한 청년이란 이미지를 얻었다. 뉴기니 원주민과 온몸으로 대화하는 친화력 또한 그의 치명적인 매력으로 자리 잡았다. 코믹 몸짱 고교생에서 배우로 거듭나기까지 “처음 연기할 때는 대본도 외우지 않고 현장에 갔어요. 그 현장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느꼈죠. 대본도 외우지 않은 저 때문에 감독, 카메라맨, 다른 배우들, 그 밖의 모든 스태프가 저 하나만을 바라보며 기다려야 한다는 걸요.” 철부지 고교생은 이후 몇 편의 드라마 출연을 통해 연기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이즈츠 카즈유키(井筒和幸, 대표작 ‘박치기’) 감독을 통해 배우로서의 깨달음을 얻었다. 1 야마모토 타로를 예의 바르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유쾌한 청년의 이미지로 각인시킨 ‘세계 우루룽 체재기’의 한 장면. 2 그는 반원전운동가로서 자신의 소신을 피력한 책 「독무대-탈원전 싸우는 배우의 진실」도 펴냈다. “2003년 ‘겟업(Get up)’ 촬영 때였어요. NG를 많이 내긴 했지만 유독 저에게만 칭찬을 하지 않는 거예요. 다른 배우들의 좋은 점은 말해주면서 말이에요. 저한테는 ‘타로군! 음, 안 되겠어. 문제가 많아’라고 하셨어요. 마지막 대사 하나만 남았는데도 그런 소리를 들은 거죠. 눈앞이 캄캄하고 마음이 초조했어요.” “배 타러 갑니다. 참치 잡으러요.” 이것이 그의 마지막 대사였다. 그렇게 안 되던 마지막 대사가 감독의 채근 덕분에 좋게 마무리됐다. 그리고 야마모토는 2003년 블루리본(1950년 창설된 일본 영화상으로 각 신문사 영화 담당 기자들이 뽑는다)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감독님이 저를 긴장시키기 위해서 술수를 쓰신 거였어요. 덕분에 연기 공부를 톡톡히 했죠.” 그 후 그는 ‘배틀 로얄’의 후카사쿠 킨지(深作欣二, 대표작 ‘카마타행진곡’) 감독을 만나 액션 영화의 표현력을 배웠다. 표정부터 손짓까지 하나하나 천천히 가르쳐주는 감독이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야마모토에게 후카사쿠 감독은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 작품을 통해 만난 두 사람은 어느덧 야마모토 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목욕도 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이즈츠 감독과 후카사쿠 감독 밑에서 연기하는 재미에 푹 빠진 그는 ‘역도산’(2006), ‘오로치’(2008), ‘카이지’(2009) 등에서 맛깔 나는 조연 연기를 펼쳤다. 그는 주연에 연연하지 않았다. 작품을 살리는 데 필요한 역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은 결과 약방의 감초 같은 배우로 우뚝 섰다. 3·11 이후, 반(反)원전 선언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역사상 최대 지진인 강도 9의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튿날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헬기로 바닷물을 투하하는 영상이 공개되었다. 멜트다운(원자로의 냉각장치가 정지되어 우라늄이 용해되며 원자로의 노심부가 녹아버리는 것)이란 단어가 신문 지면을 메웠다. “설마 했어요. 안전하다고 믿었거든요. 적어도 안전하다고 배웠거든요.” 일본인의 심정을, 나아가 원자력 발전의 혜택을 누리는 국가에 살고 있는 국민의 심정을 대신하는 말이다. “근데, 그게 아니었어요. 언제 또 지진이 발생할지 몰라요. 그래서 저는 내일도 모레도 살아남기 위해 반원전 선언을 했어요.” 원전사고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배우 중 가장 먼저 반(反)원전을 피력한 인물이 야마모토다. “배우가 아니었다면 원전에 반대한다고 말하기가 더 쉬웠겠죠. 그런데 제가 몸담고 있는 방송 세계는 전력회사가 최대 스폰서예요. 전력회사, 건설회사, 전기업계, 은행, 방송국 등 거대한 이윤 관계가 성립된 세계에서 원전에 반대한다는 사실은 방송계 전체를 적으로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원전 반대를 선언할 때 이미 그는 방송계 퇴출을 예상했다. 실제로 반원전 선언 후 드라마 출연이 취소되었다. 영화나 연극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지만 매일이다시피 요청이 오던 TV 출연 요청은 뚝 끊겼다. 수입은 10분의 1로 줄었고, 그런 상태로는 연애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원전에 반대해서 배역이 취소되거나 광고에서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스폰서에게 불이익을 가져올 발언을 해서 일이 없어지는 건 당연한 거예요.” 배우 생명보다 중요한 건강과 목숨 그는 배우 생명에 지장이 될 줄 알면서도 왜 원전에 반대한 것일까? “생명과 관련된 문제잖아요. 누군가 소리를 내서 말해야 합니다. 전 좋은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그런데 그 좋은 배우란 게 하루아침에 될 수는 없어요. 저는 60, 70세까지 살아서 분위기 좋고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하는 배우가 될 거예요. 하지만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이 제 꿈을 방해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꿈을요.” 야마모토에 따르면 배우의 생명 유지를 위한 전제는 생물학적 생명이다. 때문에 그는 “원전의 위험에서 눈을 떼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반원전을 선언한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비난도 끊이질 않는다. 그중에서도 ‘반일극좌테러리스트’는 야마모토가 지금까지 들었던 그 어떤 단어보다 과격한 말이었다. “매국노’, ‘(너의) 조국으로 돌아가라”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그 어떤 말을 들어도 좋으니 제발 원자력 발전만큼은 포기해달라는 게 그의 진심 어린 충고다. 현재 후쿠시마는 원전으로부터 반경 20km권 내는 출입 금지 상태다. 원전 작업원이나 정부 요인 외에는 어느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언제 출입이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100년 후? 200년 후? 아니 1,000년 후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20km권 밖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도 다니고 어른들은 회사도 다닌다. 정부는 실내에서 생활하면 피폭량을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방사능 관련 이야기를 간단히 해보자. 모든 사람들은 1년 평균 2.4밀리시버트(m㏜)의 자연 방사능에 노출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는 연간 5밀리시버트에 노출되는 지역의 주민을 모두 강제 이주시켰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강제 이주 기준이 체르노빌의 네 배나 되는 20밀리시버트다. 즉 20밀리시버트에 노출된 지역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얘기다. “후쿠시마에 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방사능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니까요. 돈 많은 사람들이야 이사를 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아요. 방사능을 실감하지 못하고 거기서 먹고 자고 일하며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독도는 한국에! 열정으로 따지면 한국 것 야마모토와 같은 마음으로 반원전운동을 펼치는 이들이 이어지고 있다. 야마모토 타로를 ‘독도의 한국 영유권 주장 배우’로 아는 사람도 적지 않다. 2008년 “독도는 한국에 주는 게 좋다”라는 그의 발언은 일본에서 적잖은 파문을 낳았다. 워낙 재일동포 역을 여러 번 했던 그였기에 독도의 한국 영유권 주장 이후에 그는 ‘자이니치(재일동포)’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일본 정부는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론 한국이 기지를 세우고 사람이 살고 있어요. 또 한국 사람들은 독도를 자기네 땅으로 알고 전 세계에 그렇게 주장하고 교육도 하고 있지요. 반면 일본은 독도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고 독도에 대해 그렇게 강한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아요. 열정이랄까, 그런 감정 면에서 보면 한국에 뒤지죠.” 지난해 말 개봉한 우리나라 영화 ‘마이웨이’에서도 야마모토를 만날 수 있었다. 강제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장동건, 오다기리 조가 출연한 대작에서 그는 한국인을 차별하는 악질 일본군 노다 역을 맡았다. 그와 관련해 “한국에 가서 돌 맞는 거 아니죠?” 하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보인다. “한국이 저한테 맞는 것 같아요. 따뜻하고 좋아요. 김치도 안 질리고요. 영화 촬영할 때는 의견이 맞지 않아 싸우고 난리도 아닌데 같이 밥 먹고 나면 금세 사이가 좋아져요. 가슴에 담아두는 일도 없고요. 그래서 좋아요.” 영화 ‘마이웨이’ 이야기가 나왔으니 오다기리 조의 사인사건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오다기리 조가 부산의 한 음식점에 들어가서 사인 요청을 받고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일본의 여가수 코다쿠미의 이름을 적은 것. 이것이 알려진 후 그는 공식석상에서 “악의는 없었다”라며 죄송하다는 뜻을 전했다. “오다기리씨가 부끄럼이 많은 성격이거든요. 수줍음이 많아서 사인을 요청받고 자신의 이름을 쓰기가 민망해서 그랬을 거예요. 저도 예전에 ‘마이클 잭슨’이라고 사인한 적이 있어요. 그냥 자기 이름 석 자를 멋들어지게 쓰는 게 좀 쑥스러울 때가 있거든요. 오다기리씨도 비슷한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심려를 끼친 건 분명 잘못한 일이라며 실수한 친구를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달라고 한다. 이참에 장동건 얘기도 좀 들어볼까? “장동건씨는 완벽한 스타죠. 스타 중에 스타예요. 영화 촬영 내내 혹독한 추위와 함께했어요. 주조연급 배우들은 그나마 난로 옆에서 몸을 녹일 수 있었지만 엑스트라에겐 그럴 만한 장소가 없었어요. 그때 장동건씨가 나서서 같은 배우니까 동등하게 대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그 모습을 보니까 반하게 되더라고요.” 야마모토의 차기작은 동성애자의 일상을 다룬 영화 ‘에덴(Eden)’이다. 그는 주연인 신주쿠 게이 클럽의 점장 역을 맡았다. “성은 네 가지가 아닐까요? 여자, 남자, 여자인데 마음은 남자, 남자인데 마음은 여자 이렇게 네 가지요. 남녀만으론 나눌 수 없어요. 이 두 가지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소수자들의 다양성이 인정받는 사회가 살기 좋은 세상이지요. 편견은 마음속에 있어요. 남에 대한 편견이 자기 자신까지 구속하죠. 다양성을 인정받다 보면 자기 자신도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돼요. 좀 더 관대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흙냄새, 땀냄새 나는 배우로 평생 연기하고파 반원전 선언 후, 수입은 10분의 1로 줄었지만 일은 20배로 늘었다. 전국 각지의 반원전 시위와 집회를 찾아가 의사 표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엔 「독무대-탈원전 싸우는 배우의 진실」이란 책도 펴냈다. 배우로서, 반원전운동가로서 자신의 소신을 피력한 책이다. 그는 “안녕하세요? 저는 야마모토입니다”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일본에서 일어난 원전사고는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원전은 우라늄 발굴부터 폐쇄까지 방사능의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한국의 높은 기술력을 살려서 지속 가능한 다른 에너지를 찾아주세요.” 반원전 선언 후 정치권의 유혹을 받기도 했지만 그는 배우에 대한 애착이 더 크다. “흙냄새 나는 인물에 애착을 느껴요. 평범한 역은 그 역이 잘 어울리는 다른 배우가 하면 돼요. 전 흙냄새, 땀냄새 풍기는 캐릭터를 앞으로도 연기하고 싶어요. 반원전운동을 통해 만난 사람들, 거기서 배운 것도 언젠가는 연기를 통해 승화시켜야죠.” 그는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잭 니콜슨을 좋아한다. ‘배틀 로얄’의 돌아온 승자, 한일 합작 영화 ‘밤을 걸고’의 목숨 건 고물 절도단 아파치족 재일동포 청년, ‘레인 오브 라이트(Rain of Light, 히라키노아메)’의 잔혹한 혁명가 등 굵직한 배역을 소화해온 배우 야마모토 타로. 반원전운동을 통해 더욱 단단해진 그가 머지않아 잭 니콜슨 못지않은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리라 기대한다. <■글 / 김민정(「레이디경향」 일본 통신원) ■사진 / 최이삭(프리랜서)>

      2012.03.0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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