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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두 장애인의 결혼 분투기‘결혼 소식’은 반갑게 전해질 때가 많다. 결혼을 당연시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두 사람이 힘을 합해 한 가정을 꾸리기로 선택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한 사람이 장애인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장애인끼리의 결혼이라면 더더욱.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배우자나 가족을 돌볼 수 있을까. 얄팍한 전제들을 뒤집어보면 사실 장애인끼리의 결혼이야말로 ‘사랑과 신뢰’ 없이는 유지되기 힘든 관계임을 알게 된다. 적어도 영화 ‘나비와 바다’로 엿본 우영씨와 재년씨의 결혼 이야기는 그랬다. 2년에 걸쳐 이 커플이 만나 사랑하고 결혼에 골인하는 장면을 다큐멘터리 영화 ‘나비와 바다’에 담은 박배일 감독은 두 사람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장애인의 사랑과 결혼에 대해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우영이 형과 같이 다큐멘터리를 공부했는데 둘 다 장애인에 관한 내용을 찍고 싶어 했어요. 당시 형을 재년 누나와 5년 넘게 사귀고 있었는데 왜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지 못하는지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어요. 그 후 놀이공원에 가서 프러포즈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결혼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죠.” 장애인에게도 쟁취해야 할 권리가 있다면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와 성별을 막론하고 성적인 존재로서 자신을 인정받을 권리가 아닐까. 장애인들에게 결혼은 그 의미만큼이나 부담도 크다. 결혼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반려자가 생기고 자신의 삶과 더불어 누군가의 삶을 계획하는 데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통계상 인구의 10%가량이 장애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다가 연애와 결혼에 이르는 장애인은 극소수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지적장애가 있으면 더욱 그렇다. 길에서 장애인과 일상적으로 마주치지 않는 것은 그들 대다수가 집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장애 아동을 둔 어머니는 ‘죄인’이 되고, 성인이 되도록 늘 자녀를 돌봐야 하며 자신보다 자녀가 먼저 죽는 것이 차라리 맘이 편하다고 말한다. 장애인의 이동과 사회활동을 돕는 활동보조인 등의 제도가 있지만 제한적이며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장애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장애 자체가 아니다. 장애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감옥이다. 장애인에게도 보통 사람들과 똑같은 욕구가 있고 사랑도 할 수 있는데 이를 범죄라도 되는 양 싸늘하게 보는 이들도 많다. 8년 차 커플 우영씨와 재년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달에 한 번 어렵게 만나 카페에서 데이트라도 할라치면 그들에게 어김없이 불편한 시선이 쏟아졌다. 갇힌 공간을 박차고 나온 두 사람은 탁 트인 놀이공원, 산책로, 복지관 등에서 데이트를 했다. 연애 기간이 길어지자 각자 집으로 돌아갈 걱정 없이 마음 놓고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우영씨가 결혼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끈기로 망설이는 재년씨를 설득했다. 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놀이공원에 가서 도시락을 나눠 먹는 등 두 사람의 데이트는 여느 커플과 다를 바 없이 로맨틱하다. 의사 표현은 우영씨가 훨씬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지만, 말이 별로 없는 재년씨도 곧잘 애교를 표현한다. 휠체어를 탄 우영씨와 똑바로 걷기 힘든 재년씨. 두 사람이 서로의 속도에 맞춰 느리게 걸어가는 뒷모습이 불편해 보이기보다는 아름다운 까닭이다. 물론 연애하는 데도 불편함은 많았다. 데이트를 앞두고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우영씨는 혼자 밥을 차려 먹고, 샤워를 하고, 옷을 입는 과정이 힘겹다. 우영씨는 전형적인 ‘부산 사나이’다. 프러포즈도, 청혼도 사람들 앞에서 화통하게 하고 “넌 나 없으면 결혼도 못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재년씨가 자신에게 올 것임을 확신했다. 재년씨는 오래도록 답을 하지 않았다. 왜냐고 이유를 물어도 별반 대답을 하지 않던 그녀의 속내는 결혼에 대해 고민해본 여성이라면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건강한 몸으로도 시댁에서 살림하기가 쉽지 않은데 장애가 있는 몸이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댁 식구들에게 부담을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침묵 끝에 재년씨가 결혼을 승낙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결혼을 받아들인 이후부터는 재년씨에게 아무런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을에 결혼하고 싶다”라고 해도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우영씨의 어머니는 “몸은 좀 건강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하면서도 재년씨를 며느리로 맞아들였다. 결혼식을 앞둔 재년씨는 장애인 성교육 비디오를 보았다. 전문가라는 사람이 나와서 “테크닉보다는 서로의 사랑이 중요하다”라며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른바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이들이 실질적인 성에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많지 않듯이 성은 아직 ‘드러내 말하기 힘든’ 부분이다. 하물며 장애인의 성은 오죽할까. 재년씨는 말없이 화면만 바라보았다. 마침내 결혼식 날이 밝았다. 곱게 화장을 하고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재년씨는 우영씨의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었다. 그런데 아뿔싸, 주례사가 압권이다. “성경에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하라’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다음에 또 성경에서 명명하기를 ‘복종하라’라는 단어도 많이 나옵니다. 무조건 따라가야 하는 것이 ‘복종’인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경외하라’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공경하고 두려워하라는 것입니다. 요즘 드라마에 보면 아내가 남편에게 베개를 집어 던지고 어떤 경우엔 남편의 뺨을 치기도 하는데, 이건 아주 좋지 못한 것입니다. 남편을, 즉 주인으로서 공경하고 존경하고 두려워해야 하는데….” 아무리 보수적인 교회에서도 이런 말을 대놓고 하지는 않는다. 수천 년 전의 경전을 문자 그대로 적용한다는 게 곤란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요즘은 듣기 힘든 일방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주례사였다. 공식적으로 ‘기혼녀’가 된 재년씨의 실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자그마치 첫날밤에 남편이 한다는 말인즉슨 “아줌마가 뭐냐고? 남편과 시어머니가 있고, 시댁 식구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남편한테 밥을 해줘야 하고, 남편이 일하러 가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남편 걱정을 해야 하는 그런 게 바로 아줌마다. 다른 건 몰라도 오빠한테 온 것 후회하지 않게 해줄게”였다. 영화 ‘나비와 바다’는 여기에서 끝나버린다. 관객들은 졸지에 재년씨가 처한 현실에 마음을 졸이며 그녀의 삶을 걱정하게 됐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두 사람이 결혼에 이르는 과정은 영화 ‘나비와 바다’에 담겼고 결혼이라는 과정의 이면에 숨겨진 불합리함을 드러내며 호평을 받았다. 그렇게 2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부산에서 만들어진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전국 개봉까지 하게 됐다. 그간 부부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기자가 구구절절 질문을 써서 보냈고, ‘나비와 바다’를 만든 박배일 감독이 재년·우영씨 부부를 찾아가 직접 인터뷰했다. 재년씨는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박 감독이 질문을 하면 우영씨가 다시 설명해주고 들은 내용을 다시 확인받는 식으로 진행했다. 연애 시절 데이트하는 모습에서 설렘이 무척이나 잘 느껴졌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말도 웃음도 잃어가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결혼 앞에서 망설이는 심정, 짐작할 수 있었고요. 결혼 앞에서 누구라도 계산기를 두드리게 될 텐데 재년씨로서는 얻을 것이 ‘사랑’밖에 없었잖아요. 조금이라도 재년씨의 삶이 행복해졌다면 다행이겠지만요. 요즘 어떠세요? 재년 지금은 전업주부예요. 결혼 전에 무궁애원(장애인복지시설)에서 일할 때가 좋았어요.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직접 돈을 번다는 게 좋았고 아침저녁으로 일을 다니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어울릴 수도 있었거든요. 지금은 제가 집안일을 잘 못해서 대부분 어머님이 해주시니까 미안한 마음이 커요. 가끔씩 오빠가 미울 때(말을 얄밉게 할 때)가 있지만 나를 아끼고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영화가 완성되고 시일이 꽤 지났는데, 봤을 때 어떤 마음이 드셨어요? 재년 저는 ‘나비와 바다’보다 ‘내 사랑 제제(박배일 감독의 단편영화)’가 더 좋았어요. 이유는 ‘내 사랑 제제’에서 제가 더 예뻐 보였거든요. 영화 안에서 갈등하는 저의 모습을 보고 ‘내가 진짜 저때 저랬을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만약 그때 갈등을 하지 않았더라면 후회했을 것 같아요. 갈등한 이유는 결혼 이후의 제 모습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거든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듯한데, 결혼하고 나니 좀 편해졌지요? 우영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지 않습니까!(웃음) 그 정도로 자신이 있었습니다. 제제가 날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결혼할 거라 믿고 있었죠. 단지 결혼이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고 제제나 제가 장애가 있어 걸리는 부분도 있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조금 겁나서 피했던 것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었어요. 오히려 지금이 많이 두렵습니다(한숨).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늙고, 늙으면 죽는데 그것까지 생각하다 보니까…. 솔직히 제가 제제를 챙길 때가 많거든요. 지금처럼 (인터뷰에) 의사소통이 힘들 땐 제가 나서야 하고 나이 차가 많아서 어린 제제에게 맞추다 보니 사람들에게 나잇값 못한다는 소리도 많이 들어요. 나중에 제제가 혼자 됐을 때 어떻게 살아갈까, 그런 걱정도 가끔 듭니다. 결혼 전보다 결혼 후에 둘이 있을 때 사소한 걱정들이 많아지고 두려워져요.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듣지는 않을까, 걱정 안 했나요? 우영 장애인이 자신과 같은 장애인과 결혼을 한다는 내용의 영화를 비장애인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막말로 ‘병신’ 어쩌고 그러지 않을까요?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으니까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결혼을 하면 헌신이라는 관점에서 좋은 영화나 미담거리가 될 것 같은데, 장애인들끼리의 결혼을 과연 좋은 시선으로 볼까, 하고 걱정했어요. 무궁애원에서 열심히 일하는 제제의 가슴에 공연히 불을 질러서 데리고 오는 나쁜 놈으로 보지는 않을지 두렵기도 했고요. 사회의 시선이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까지도 장애인이라 하면 좀 그렇게 보니까요. 어머니와의 가사 분담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나요? 우영 가사 분담이라 말하긴 좀 그렇고요. 거의 어머니가 하세요. 어머니가 가사를 안 보시면 일이 안 돌아가니깐. 예를 들어 10개의 일이 있다 하면 9개의 일은 어머니가 하고 1개의 일은 제제가 한다고나 할까요? 재년씨를 인생의 파트너로 점찍은 이유나 계기는 무엇인가요? 우영 내가 눈이 삐었지(웃음). (재년씨도 옆에서 마찬가지라고 했다) 만날 맞고 살아요(웃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잖아요. 제가 휠체어를 타니깐 아내는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물론 직업학교에는 제제보다 몸이 더 건강한 친구들도 많았지만, 결국 제제를 파트너로 점찍은 이유는 정말 착하기 때문이죠. 이후 영화 계획은요? 우영 제가 촬영하던 작품이 있었는데 더 진행하기가 힘들어졌어요. 끝까지 완성을 해보고 싶어요. 직장에 다니면서 영화를 제작하는 게 힘들지만 계속하고 싶네요. 작품의 수준을 떠나서 끝까지 제 손으로 장편영화를 완성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등장인물 1 결혼하고 싶은 남자_우영 돌이 지날 무렵 앓은 뇌성마비로 목발에 의지하게 됐다. 도전을 좋아하는 성격의 소유자로 연극 활동에 매진하던 중 스물여덟 살에 사고로 머리를 다치고 휠체어에 의존하게 된 뒤 공부해 고입·대입 검정고시 패스는 물론 정보처리산업기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이후 다큐멘터리 제작에 흥미를 느껴 촬영 작업에 열심이다. ‘장애인이 직접 장애인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진실된 것’이라는 믿음으로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 활동에 몰두하고 있으며, 8년간 사랑을 키워온 재년씨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제제에게 가는 길’(박배일·강우영 공동 연출. 제제는 우영씨가 재년씨를 부르는 애칭이다)을 만들었다. 재년과의 사랑은 2003년에 시작됐다. 장애인직업전문학교에서 공부를 지도하다가 사랑의 감정이 싹텄다. 띠동갑이라는 나이 차와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몸 상태를 극복하고 알콩달콩 사랑을 키우면서 그녀와 함께라면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생겼다. 한 달에 한 번, 한정된 곳에서만 만나야 하는 데이트를 얼른 끝내고 언제나 함께 있고 싶은 열망으로 시작된 프러포즈. 마흔이라는 나이와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녀의 답은 들을 수 없었지만 프러포즈는 계속됐다. “오빠가 다 책임질게”, “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게”, “나만 믿어라”라고 몇 번이고 외쳤다. 그에게 결혼은 ‘행복한 미래’이자,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홀로서기를 위한 필연적 과정’이었다. 등장인물 2 결혼을 망설이는 여자_재년 뇌병변 1급 장애가 있다. 내성적이지만 명랑함을 잃지 않는 성격. 데이트하는 날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화장을 하고, 도시락을 싸는 등 부지런을 떨었다. 스물셋이 되던 해에 처음으로 들어간 직업학교에서 만난 우영은 든든했다. 때론 오빠처럼, 때론 아빠처럼 이것저것 챙겨주는 그의 친절함이 좋았다.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평생을 함께해도 좋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프러포즈를 받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결혼이 현실로 다가오자 핑크빛 환상이 걷히고 두려움이 밀려왔다. 결혼은 낭만적인 이벤트가 아니었다. 둘이서 알콩달콩 꾸릴 가정에 대한 설렘도 잠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하는 현실 앞에서 ‘아내’와 ‘며느리’라는 역할에 부담이 느껴졌다. 장애인 부부의 삶을 걱정하는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도 자꾸만 의식됐다. 자신도 잘 가누지 못하는 몸으로 결혼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을지 겁이 났다. 그래서 좀처럼 답을 주지 못했다. 결국 저돌적인 구애에 못 이겨 결혼을 결정했지만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재년에게 결혼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삶’인 동시에 ‘헤쳐나가야 할 또 하나의 두려움’이었다. Mini Interview ‘나비와 바다’를 만든 박배일 감독 Q 지방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만 해도 쉽지 않은데, 전국 개봉에 해외 상영까지 좋은 성과를 내신 듯해요. 장애인의 삶과 가부장적 결혼제도의 문제는 독립영화에서는 해묵은 주제지만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불편한 현실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편집했어요. 다큐멘터리가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지역에서도 할 이야기가 많아서 큰 어려움은 없어요. 단지 관객들이 이 현실을 어떻게 봐줄지 설레고, 두렵습니다. 대만에서도 상영했는데 영화를 보고 많은 분들이 장애인이 살아가는 모습 자체를 내밀하게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Q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요? 카메라 때문에 더욱더 시선을 받게 되면서 이를 불편해하는 재년씨와 우영씨를 2년간 지켜보는 것이 정말 힘들었어요. 그들은 비장애인과는 달리 태어날 때부터 몸이 비틀리고 다리에 장애가 있어 휠체어로 이동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살아왔어요. 비장애인의 경우 지나다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받으면 기분이 나쁘다며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잖아요. 그만큼 남의 시선은 그 자체로 폭력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런 폭력을 평생 당해온 이들이 카메라 때문에 더 많은 시선을 받게 되는 상황이 되자, 저 역시 고통스러웠어요.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제가 말하려 했던 의도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이 변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뿌듯하죠. Q 영화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무엇인가요? 우리 사회가 비장애인만을 위한 환경으로 만들어져 있잖아요. 장애인이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벗어나 우리와 함께 부대끼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이야기해야 합니다. 아버지가 가족 부양의 역할을 수행하고 어머니가 가사와 양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요. 누구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실천으로 옮기고 싶은 욕망이 있죠. 아내들도 “나도 하고 싶은 게 있단 말이야. 그러니 내 욕망도, 네 욕망도 실현시킬 수 있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상상해보자”라고 당당하게 외쳐야 합니다. 당연한 것을 요구해야 하는 현실이니까요. 설령 ‘정상’에서 벗어났다 해도 각자 나름의 모양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제공 / 시네마달 ■취재 협조 / 오지필름>
2013.02.06 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