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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엑소 출신 타오, 폐기 생리대 재활용에 격분 “정말 역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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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소 출신 타오, 폐기 생리대 재활용에 격분 “정말 역겨워”

      그룹 엑소 출신 타오. 연합뉴스. 타오 SNS 라이브 방송화면 캡처 그룹 엑소 출신 타오의 근황이 화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6일 진행됐던 타오의 라이브 방송이 화제되고 있다. 당시 타오는 중국에서 논란이 된 한 업체의 생리대 재활용 논란에 “정말 역겹다.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여성들의 건강이 희생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타오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고자 직접 생리대 공장을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생리대 공장을 세워 24시간 생산 과정을 생중계하겠다”며 “원자재 조달부터 포장까지 전 과정에 걸쳐 대중의 감독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몇 달 전부터 생리대 공급 업체와 접촉을 시작했다”며 아내이자 사업 파트너인 쉬이양과 여성 팀원들이 제품을 테스트했다고 밝혔다. 해당 라이브 방송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지자, 누리꾼들은 타오의 야심찬 계획에 “뭐지? 좋은 일인데 신기하다”, “추진력이 부럽다”, “분노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달 중국의 한 매체는 중국 산둥성 지닝시의 한 폐기물 재활용업체가 불량 판정을 받아 폐기 대상인 생리대와 기저귀를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사들인 뒤 재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폐기물을 재포장한 후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했으며, 약 30배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희원 온라인기자 2025.04.10 15:05

    •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 서방세계에 퍼진 ‘反 머스크’ 정서, 왜?···전 세계 ‘전자폐기물’은 모두 가나 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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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 서방세계에 퍼진 ‘反 머스크’ 정서, 왜?···전 세계 ‘전자폐기물’은 모두 가나 行

      KBS 오는 15일 오후 9시 40분 KBS1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 394회는 서방세계에 퍼진 ‘反 머스크’ 정서의 원인과 전 세계 전자폐기물이 모이는 아프리카 가나에서 독성물질로 고통받는 주민들 모습을 조명한다. ■ 머스크 리스크 _ 테슬라 매출 초토화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에서는 미국과 유럽에서 확산 중인 반(反) 일론 머스크 정서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위기를 맞고 있는 테슬라의 현 상황을 짚어본다. 위기 상황은 최근 연이은 머스크의 정치적 행동이 브랜드 품격과 평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오너 리스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작진이 취재 중 만난 독일 베를린의 시민 벤야민 씨도 테슬라에 대해 “파시스트들이 만든 물건을 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오너 일론 머스크를 ‘파시스트’에 빗대 말하며 반감을 드러냈다. 일론 머스크가 수장인 미국 정부 효율부(DOGE)는 연방 기관 대규모 인력 해고를 추진 중이며, 지금까지 미국 내 10만 명 이상의 공무원들이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 뿐만 아니라 지난달 열렸던 대통령 취임 축하 행사 연설 중 ‘나치’ 경례를 연상시키는 동작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머스크는 올해 1월, 영국과 독일의 극우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유럽 내정간섭 발언을 이어 나갔다. 이러한 머스크의 행보에 테슬라의 판매량도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유럽 내 신규 등록된 테슬라 차량은 작년 1월 대비 45.2% 감소했다. ■ 세계 최악 오염지대 _ 가나 아그보그블로시 가나의 수도 아크라 외곽에 있는 아그보그블로시는 ‘전자 쓰레기의 무덤’으로 불린다. 매년 세계에서 온 약 15,000톤의 전자폐기물이 이곳에서 처리되기 때문이다. 전자기기를 교체하는 주기가 짧아지면서 전자폐기물의 양도 늘어나고 있는데 돈을 벌기 위해 아그보그블로시로 이주하는 빈민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곳의 노동자들은 전자폐기물을 해체해 나오는 금속을 팔아 생계를 이어 나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해한 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 KBS 쌓이는 전자폐기물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자폐기물을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물질이다. 제작진이 직접 만난 아인다 씨는 13년간 전자폐기물 처리장에서 일하다 최근 심한 구토로 쓰러졌다. 열흘이 넘도록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던 그는 “폐기물 처리장의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아픈 것 같다”고 말했다. 2019년 발표된 환경단체(국제 오염물질 제거 네트워크, 바젤 행동 네트워크)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그보그블로시의 달걀에서 유럽식품안전청의 허용치를 220배 이상 초과하는 염화다이옥신이 검출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전자폐기물을 처리하는 사람들은 1,000개 이상의 유해 화학 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있으며 암 및 당뇨병과 같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곳의 주민들은 유일한 생계 수단인 전자폐기물 처리장을 떠날 수 없고 오염이나 중독을 피할 수 있는 마땅한 대책도 없는 상태이다. KBS 세계 최대 전자폐기물 매립지인 아그보그블로시의 현장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전자폐기물을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물질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 394회는 윤수영 아나운서 진행으로, 김재천 교수(서강대학교), 강준영 교수(한국외대), 안병진 교수(경희대학교) 출연하며 3월 15일 토요일 밤 9시 40분 생방송 예정이다.

      손봉석 기자 2025.03.14 19:59

    • [종합] 김수현, 논란 후폭풍…‘굿데이’ 하차? 차기작 폐기? 광고 위약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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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 김수현, 논란 후폭풍…‘굿데이’ 하차? 차기작 폐기? 광고 위약금?

      김수현. 연합뉴스 배우 김수현이 고 김새론과의 사생활 여파로 예능은 물론 드라마, 광고 등에서 줄줄이 퇴출 요구를 받으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11일 김수현을 모델로 내세운 K 뷰티 브랜드 ‘딘토’는 김수현 논란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냈다. 안지혜 딘토 대표는 “이번 이슈에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금일(11일) 당사 전 직원이 함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해왔다. 현재 모델 관련 계획된 일정들은 모두 보류한 상태다”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광고업계는 줄줄이 김수현을 손절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2코리아는 공식 홈페이지인 케이빌리지와 케이빌리지 공식 SNS에서 김수현의 사진을 모두 내렸으며, 샤브올데이 역시 공식 SNS에서 김수현의 사진을 모두 삭제한 상태다. 김수현 홈플러스 모델(홈플러스 제공) 이 밖에도 김수현은 현재 홈플러스, 신한은행, 뚜레쥬르, 쿠쿠, 프라다, MIDO, 조 말론 런던 등 10여 개가 넘는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고 업계들의 ‘거리두기’에 더해 누리꾼들은 김수현이 광고로 몸담고 있는 브랜드를 불매해야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김수현의 사생활 논란은 그의 향후 방송 활동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수현은 지드래곤의 음악 예능 ‘굿데이’에 출연 중이다. 김수현의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김수현이 ‘굿데이’에서 찍은 분량이 더 있다면, 이를 편집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이미 녹음까지 마친 상태라면 최악의 경우 이를 재녹음해야 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12일 ‘굿데이’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수현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빗발쳤다. 한 누리꾼은 “현재 터진 논란으로 인해 프로그램과 지드래곤에게도 불똥이 튀어 싸잡아서 욕 먹고 있다”라며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굿데이’ 시청자 게시판 캡처. ‘굿데이’는 지드래곤이 프로듀서로 나서 배우와 방송인, 셰프 등 각계 인물들과 함께 올해의 노래를 완성하는 과정을 담은 예능이다. 고정 출연진은 지드래곤을 포함, 정형돈, 데프콘, 조세호, 코드 쿤스트지만, 여기에 김수현, 기안84, 황정민, 정해인, 김고은 등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예능의 경우 출연료가 그렇게 많지 않아 번거로움은 있다손 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 김수현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는 억대 단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작 tvN ‘눈물의 여왕’ 출연 당시 김수현이 회당 8억 원에서 3억 원으로 금액을 조정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수현의 차기작인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넉오프’의 출연료는 그 사이일 것이라는 추측이 돌고 있으며, 김수현의 사생활 논란으로 차기작 진행에 차질을 빚게 될 경우 이로 인한 위약금도 상당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수현이 캐스팅 된 ‘넉오프’는 평범한 회사원에서 위조 명품 시장의 세계적 거물이 되기까지, 진짜가 되고 싶었던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린 드라마다. 현재 ‘넉오프’는 촬영이 절반 이상 진행된 상태고 여전히 촬영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4월에 제작발표회를 준비하며 시즌1 공개를 앞두고 있는 ‘넉오프’ 측은 이와 관련해 “결정된 바가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디즈니코리아, 골드메달리스트, 엑스와이지스튜디오

      서형우 온라인기자 2025.03.12 17:29

    •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 美 불법 이민자→교도소 직행?···세계 최대 전자폐기물 매립지, 아그보그블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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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 美 불법 이민자→교도소 직행?···세계 최대 전자폐기물 매립지, 아그보그블로시

      KBS 2월 1일 오후 9시 40분 KBS1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 388회는 하루 천 명씩 체포로 불안에 떠는 美 불법 이민자들과 전자제품의 종착지에서 빈민의 무덤으로 변화된 가나의 아그보그블로시에 대해 조명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다음 날부터 교회, 학교, 병원 등의 ‘민감 구역’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 활동을 금하는 지침을 폐기하고 곧바로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전국적 불법 이민자 단속을 지시했다. ICE가 SNS를 통해 발표한 이민자 체포 집행 상황에 따르면 지금까지 매일 1,000여 명의 이민자들이 체포되고 있다. 이번 단속은 특히 중남미 국가 출신 이민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지난 26일, 콜롬비아가 자국 불법 이민자를 송환하던 항공기의 착륙을 거부하자 트럼프는 바로 콜롬비아 제품에 25%의 긴급 관세를 부과하고 콜롬비아 정부 관료, 가족 등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비자를 취소했다. 이에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우리도 똑같이 할 것”이라며 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해 미국과 콜롬비아의 갈등이 불거지는 듯했다. 그러나 9시간 만에 콜롬비아는 항복을 선언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하지만 이번 일로 미국이 관세를 이용한 보복 위협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KBS 그리고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법안인 ‘레이큰 라일리’ 법안에 서명했다. 베네수엘라 불법 이민자에 의해 살해된 희생자의 이름을 딴 이 법안은 불법 이민자가 경범죄로 기소되더라도 즉시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3만명의 ‘이민 범죄자들’을 테러 용의자들을 구금하던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으로 이민자 단속에 들어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세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가나의 수도 아크라 외곽에 있는 아그보그블로시는 ‘전자 쓰레기의 무덤’으로 불린다. 매년 전세계에서 온 약 15,000톤의 전자폐기물이 이곳에서 처리되기 때문이다. 이곳의 노동자들은 전자폐기물에서 나오는 금속을 팔아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전자기기를 교체하는 주기가 짧아지면서 전자폐기물의 양도 늘어나 돈을 벌기 위해 아그보그블로시로 이주하는 빈민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전자폐기물을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물질은 대기와 수질, 토양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2019년 발표된 환경단체(국제 오염물질 제거 네트워크, 바젤 행동 네트워크)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그보그블로시의 달걀을 분석했더니 유럽식품안전청의 허용치를 220배 이상 초과하는 염화다이옥신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KBS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전자폐기물을 처리하는 사람들은 1,000개 이상의 유해 화학 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있으며, 이는 암 및 당뇨병과 같은 질병과 높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제작진이 직접 만난 아인다 씨는 13년간 전자폐기물 처리장에서 일하다 최근 심한 구토로 쓰러졌다. 열흘이 넘도록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던 그는 “폐기물 처리장의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아픈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의 주민들은 유일한 생계 수단인 전자폐기물 처리장을 떠날 수 없고 오염이나 중독을 피할 수 있는 마땅한 대책도 없는 상태이다. 세계 최대 전자폐기물 매립지인 아그보그블로시의 현장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전자폐기물을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물질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에는 윤수영 아나운서, 김재천 교수(서강대학교), 윤영휘 교수(경북대학교) 출연하며 2월 1일 토요일 밤 9시 40분 생방송 예정이다. KBS

      손봉석 기자 2025.01.3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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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서 부결···21대 국회 이어 또 폐기

      정치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서 부결···21대 국회 이어 또 폐기

      10월 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로 국회로 돌아온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이용활성화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이 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을 행사한 이른바 ‘김건희 여사 특검법’·‘채상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이 10월 4일 국회 본회의 재의 표결에서 부결됐다. 이 법안들은 자동 폐기됐다. 이날 의원 300명 전원이 참여한 무기명 투표 결과 김여사특검법(찬성 194표, 반대 104표, 기권 1표, 무효 1표)·채상병특검법(찬성 194, 반대 104, 무효 2)·지역화폐법(찬성 187, 반대 111, 무효 2) 등 3개 법안이 모두 부결됐다. 재의요구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려면 재적(300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들 3개 법안에 대해 부결 당론을 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0월 7일 시작하는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검증한 뒤 오는 11월에 특검법을 재발의할 계획이다. 이들 3개 법안은 지난 9월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 10월 2일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에 국회로 되돌아왔다. 이 중 김여사특검법과 채상병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도 본회의를 통과했다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국회 재표결을 거쳐 폐기됐다.

      홍진수 기자 2024.10.04 15:45

    • “산단 미끼로 동의 얻고 폐기물매립장으로 변경…농촌 곳곳 복마전”

      사회

      “산단 미끼로 동의 얻고 폐기물매립장으로 변경…농촌 곳곳 복마전”

      ‘농본’ 대표 하승수 변호사 “기업이 돈 벌고 떠나면 지자체가 세금으로 사후관리”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가 3월 20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한국에서 농촌은 식민지와 다름없는 처지다. 주민 절대다수의 반대에도 자본과 권력을 쥔 기업의 개발 앞에 속수무책이다. 산을 깎아 돌과 모래를 건설자재로 팔고, 그 땅 위에 산업단지나 폐기물 처리시설을 짓는다. 산업단지 분양이 어려워지면 통째 산업폐기물 매립시설로 변경하는 곳도 있다. 지역소멸을 막자고 하면서 아무도 오지 않을, 있는 이마저 떠나게 만드는 농촌을 만들고 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각지의 농촌 주민들이 지난해부터 이 문제에 공동대응하기 시작했다. 그 구심점 역할을 한 곳은 비영리 공익법률센터 ‘농본’이다. 검찰 특활비 공개 소송으로 잘 알려진 하승수 변호사가 충남 홍성에 귀촌해 꾸린 단체로, 마을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농촌 주민에게 법률 정보를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연대한다. 하승수 농본 대표는 지난 3월 20일 주간경향과 만나 농촌에서 벌어지는 폐기물 매립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발생지 책임 원칙과 공공성 강화라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하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검찰 특활비 공개 소송 중이던 2021년 3월 농본이 문을 열었다. “중요한 문제일수록 잘 해결되지 않고 누적된다. 그래서 하는 일의 가짓수가 많아지고 있다. 도시에 살 땐 생활폐기물만 신경 썼는데 농촌에 귀촌해 살다 보니 산업폐기물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기업이 농촌을 앞으로 살아야 할 공간이라기보다 투기하고, 이윤을 뽑아낼 대상으로 생각한다. 이를 정부는 방조한다. 지금 농촌은 산업폐기물만이 아니라 온갖 난개발과 환경오염 문제를 겪고 있다. 기후위기를 말하면서도 진짜 중요한 농업과 농촌은 별로 이야기가 안 된다. 지금 문명 전환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고, 그 바탕은 농촌과 농업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집중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산업단지 개발을 위해 농지와 마을이 수용되고, 폐기물매립장이 들어서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충북 진천의 관지미마을이 대표적이다. 주민 절대다수가 반대해도 마을을 없애고, 농지를 수용해 산단을 조성하던 태영건설이 지금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전국에 산단 자체가 모자라지 않고, 산단에 실입주해 실제 가동하는 곳이 많지 않은데 또 산단을 만들면서 농지와 임야를 대거 수용해 훼손하는 건 환경적으로도 문제지만 경제적으로도 타당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요즘 산단과 폐기물매립장을 패키지로 같이 추진하는 경우가 유행처럼 늘고 있다. 산단에서 손해를 봐도 매립장에서 이익을 얻으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산단 개발이 아니라 매립장 건설이 본래 목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산단을 가동하면 폐기물이 나오니 어쩔 수 없이 매립장이 들어오는 논리여야 하는데 지금은 본말이 전도됐다.” “산업단지를 통째로 폐기물 처리 단지로 바꾸면 수천억원대 특혜라 정경유착 의심될 정도…. 특히 위험한 산업폐기물은 발생지 책임 원칙을 적용해야 감량도, 관리도 가능하고 과도한 산단 개발을 억제할 수 있다.” -SK·태영 같은 대기업이 산업폐기물 처리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산단에 (폐기물매립장을) 끼워서 편법으로라도 인허가를 받으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천의 대진산업단지의 경우 SK에코플랜트가 시공사였는데 지금은 전면에 나서서 사업 시행자가 됐다. 처음 주민들은 우주항공 관련 제조업이 들어온다고 해서 찬성했지만 지금 분양이 잘 안 된다는 이유로 이곳에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복합단지를 만들려고 한다. 계획변경허가를 받아 산업폐기물단지로 바꾸려고 한다. 산업단지를 통째로 폐기물 처리 단지로 바꾸면 수천억원대의 특혜를 받는 셈인데 주민으로선 황당할 뿐이다. 농촌 곳곳이 복마전이 됐다.” -충남 당진 고대부곡매립장이나 경기 화성 주곡리 매립장의 경우 업체 부도로 지자체가 사후관리 부담을 떠안고 있다. 수익성이 높다는데 부도가 날 수 있나. “매립을 할 땐 돈이 되는데 매립이 끝난 후 30년간 사후관리할 때는 비용만 든다. 그러니까 업체가 나쁘게 마음먹으면 돈 벌 때만 벌고 사후관리할 땐 껍데기 예산만 남기고 부도를 낼 수 있다. 당진의 경우 매립으로 돈을 번 업체가 저축은행에 투자했다가 돈을 날리고 부도가 났다. 매립장으론 돈을 벌었는데 그 돈을 엉뚱한 데 투자했다가 날리고 나자빠졌다.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가 그래서 중요하다. 생활폐기물은 지자체가 책임지는데 더 위험한 산업폐기물은 민간기업에 떠넘기고 있다. 폐기물관리법이나 국토계획법은 행정관청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한다. 그러면 환경영향이나 폐기물 처리시설의 적합성, 주민에게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판단해야 하는데 지자체도, 환경부도 그렇게 안 한다. 행정의 부실이 아니라 정경유착이 의심될 정도다. 주민들은 이미 절차가 진행되고, 건축되는 중에 관련 사실을 아는 경우가 많다.” -불법 폐기물 문제도 심각하다. “산업폐기물은 유해성이 강할수록 처리단가가 높은데 불법 폐기물로 유통돼서 매립하면 비용이 안 드니 굉장히 수익성이 높은 환경범죄 사업이 된다. 종량제나 음식물 쓰레기는 다 관리 범위 안에 있어서 불법 폐기물은 사실상 산업폐기물이다. 돈 벌기 딱 좋은 사업이라 조폭과 연결돼 있다는 말이 있다. 불법 폐기물 문제도 따라가다 보면 폐기물 처리를 민간에 맡긴 게 가장 큰 이유다. 환경부는 사회적 문제가 되면 단속할 뿐 이후엔 흐지부지된다. 구조적으로 산업폐기물 전반을 공공이 관리하지 않으면 불법 폐기물이 대량 발생할 수 있다.” -발생지 책임 원칙이 중요한 이유는. “환경부는 폐기물 처리업체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영업 구역을 없앴다고 하는데, 폐기물은 눈에 안 보이는 순간 자기 문제가 아닌 게 된다. 발생지 책임 원칙을 적용해 산업폐기물이 우리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면 그걸 다 우리 지역에서 떠안아야 한다. 산단도 없는 엉뚱한 농촌 지역에 가져와 매립·소각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발생지 책임 원칙을 적용해야 감량도, 관리도 가능하고 과도한 산단 개발을 억제할 수 있다. 환경 정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환경부에서 공공폐자원시설법을 마련해 공공매립장·소각장을 시범적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지원금을 준대도 신청한 곳이 없다. 발생지 책임 원칙을 먼저 세우면 각 광역지자체가 처리 부담을 지니 논의에 참여할 텐데 전국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으니 아무도 신청 안 했고, 결국 법이 사문화됐다.” -정부는 환경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환경범죄는 장기간 사회적 피해를 주고 결국 국민 세금으로 복구하거나 사후처리해야 한다. 다른 범죄보다 무겁게 처벌해야 하는데 오히려 굉장히 약하다. 불법 폐기물도 집행유예나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피해에 비하면 너무 약하다. 수사해야 하는 주체도 모호하고 서로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규제를 약화하려고 한다. 지금 있는 환경영향평가도 주민들은 왜 하냐고 말할 정도로 요식절차에 불과하다. 업체는 온갖 꼼수를 부려 인허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하루 100t 이상 소각하면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업체는 하루 99t만 소각하기로 한 후 인허가를 받는다. 일단 인허가받으면 증설은 쉽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는 규제도 회피하는 상황에서 그걸 강화하지 않고 규제라는 이름으로 완화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평가 과정 중 주민 정보 공유도 안 된다. 환경영향평가 초안은 공개하면서 정작 중요한 본안은 협의가 끝날 때까지 공개가 안 된다. 주민들이 환경부·환경청을 불신하는 이유다.” -향후 계획은. “검찰 특활비 소송은 작년 4월 대법원에서 승소했지만, 검찰이 일부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2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폐기물 문제는 총선 후 22대 국회에서 법 개정 운동을 벌일 텐데 국가적 법 개선만 기대할 수 없어 각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자구적 노력을 병행하려 한다. 대도시에는 대부분 환경영향평가 조례가 있지만 정작 필요한 도 단위에는 없는 곳이 많다. 있어도 내용이 미흡한 곳이 많아 하반기에는 환경이나 농촌 난개발 관련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조례를 제·개정하는 운동을 벌이려고 한다.”

      주영재 기자 2024.03.25 06:00

    • 남북군사합의 폐기…‘헤어질 결심’인가

      정치 특집

      남북군사합의 폐기…‘헤어질 결심’인가

      자연 수순이면 대비책 있을 것…정치적 결단이면 무대책 북한이 지난 11월 21일 오후 10시 42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단 이틀 만에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5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북한은 11월 23일 “9·19 남북군사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며 “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를 즉시 회복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로 정부가 2018년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일부를 정지한 지 딱 하루 만이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로 이뤄진 해당 조치는 북한 도발 징후에 대한 공중 감시·정찰 활동 강화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북한과의 무력충돌까지 대비해야 할 상황으로 번졌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조치 하나가 무력화되면서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위성 발사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긴급 소집해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했다. 적이 도발한다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문제는 과거보다 나은 안전보장책이 제시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보수 정부 누구도 ‘핵’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북한과의 전면전을 언급하진 않는다. 결국, 공격을 받아 피해를 입고 나면 보복한다는 말을 과거보다 ‘단호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발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남북대립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책은 ‘국제 공조’로 충돌을 억지하는 것 정도다. 윤석열 정부 역시 북한의 모든 미사일 발사는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남북대립이 격화된 상황에서 유엔이나 국제사회가 얼마나 정부의 기대에 부응할 것인가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이스라엘-하마스 간 분쟁에서 유엔은 한계를 보였다.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면 유엔은 사실상 기능을 멈춘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중국과의 물자 교류는 유엔을 통한 문제 해결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제사회의 작동원리를 이용해 남북 충돌을 막는다는 전략도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본래 양극체제 속 힘의 균형은 일시적 평화를 만든다. 과거 냉전 시기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심화된 미·중 갈등은 양국으로부터 각각 비호를 받는 남북의 직접적 대립을 억제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두 개 대륙에서 치러지고 있는 전쟁이 미·중 경쟁 상황을 ‘숨 고르기’ 상태로 전환시키고 있다. 실제로 미·중은 표면적으로 모두 ‘신냉전’에 반대한다. 결국 대립과 협력의 임계점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남과 북만 덩그러니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21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호텔에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 수순인가 오판인가 시작은 지난 11월 21일,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였다. 정부는 즉각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일부를 정지했다.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정부 조치는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제1조 제3항에 맞춰져 있었다. 이는 북한 도발 징후에 대한 공중 감시·정찰 활동의 복원을 의미한다. 윤석열 정부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9·19 남북 군사합의의 대표적 문제점이기도 하다. 합의의 효력 정지는 정부의 고유 권한이다. 다만 그로 인한 결과는 모든 국민이 나눠 진다. 이 때문에 정치적 평가와 별개로 사실관계만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9·19 남북 군사합의 폐기와 교환됐다. 그렇다면 두 사안이 등가 교환물인지가 중요하다. 9·19 남북 군사합의의 정식명칭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다.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다. 정부가 정지한 제1조 제3항의 구체적 내용은 “2018년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상공에서 모든 기종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비행기 글라이더 등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동부지역은 40㎞, 서부지역은 20㎞를 적용해 비행을 금지한다. 헬리콥터 등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10㎞, 무인기는 동부지역은 15㎞, 서부지역은 10㎞다. 마지막으로 기구는 25㎞를 적용한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비행금지를 선언한 9·19 군사합의의 상관관계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는 “논리적으로 보면, 직접적 연관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쉽게 말해, A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일을 계기로 B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와 직접 맞물리는 대응은 별도로 준비 중이다. 우리 군은 오는 11월 30일, 첫 번째 독자 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상태다. 사실, 정부가 밝힌 두 사안의 연결고리는 따로 있다.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이날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하는 북한의 모든 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우리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행위”라고 비판했다.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불러오는 구조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C 국방 관련 전문가는 “애초에 9·19 군사합의는 정전협정을 준수하기 위한 군비통제 수단으로 유엔군사령부(유엔사), 한미연합사 모두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던 사안”이라며 “핵·미사일 고도화와 관련한 유엔안보리 제재와 한반도에서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충돌을 방지하는 9·19 군사합의를 동일 선상에 놓으면 논리적 비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것을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와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이해의 폭을 더 넓혀야 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9·19 남북군사합의를 각각의 조항을 떠나 ‘충돌의 방지’라는 정신에 입각해서 보면, 북한의 행보가 합의를 폐기 수순으로 끌고 간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남북 모두 이미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북관계를 군사적 측면과 안보적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오직 ‘정찰’, ‘훈련’ 등의 군사적 측면만 보는 것”이라며 “북한이 정찰위성을 쐈으니 우리도 군사분계선에 무인기 등을 띄워 정찰하겠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9·19 군사합의 폐기가 정해진 수순이냐, 정치적 판단이냐는 향후 대응 측면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정부가 합의 폐기를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봤다면 충분한 대비가 됐을 것을 기대해볼 수 있다. 반면, 이번 결정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정치적 결단이었다면 발생 가능한 문제의 대책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9·19 군사합의 폐기로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이냐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북한이 지난 11월 21일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관계자들과 함께 손을 흔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습 /연합뉴스 ■합의 폐기 이후, 무엇이 바뀌나 합의 폐기 이후 정부는 그토록 원했던 군사분계선 영역에서의 정찰 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한국만 하는 것이 아니다. 당장 북한이 군사분계선의 동부지역 40㎞, 서부지역 20㎞ 내에서 비행체를 활용한 정찰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 이때 정부의 대응이 주목받는다. 합의 폐기 전에는 ‘9·19 군사합의 준수’를 명분으로 북한을 규탄할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규칙·합의를 어긴 북한에 대한 비판을 국제사회에서 전개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선제적 합의 정지로 어려워졌다. 양 교수는 “군사분계선, 완충지대 정찰은 미국 위성의 도움을 받아 합의 위반을 피하면서도 가능했다”며 “결국 앞으로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자유롭게 정찰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만 열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로운 정찰은 이명박 정부 때처럼 연쇄적 무력도발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정찰위성 대 정찰위성 구도가 군사적 도발과 맞대응으로 확장되는 식이다. 이미 북한은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다. 조 위원은 “제일 첫 번째 조치는 감시초소(GP) 재구축과 병력 투입”이라며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또 9·19 남북군사합의 제1조 제2항, 제3조 등으로 묶어둔 해상 충돌 가능성이 우려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서해 해상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설치한 평화수역 문제”라며 “해당 지역에서의 훈련이나 무장진입을 상호 못 하게 했는데 향후 이곳에서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처럼 군, 민간인 희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무력충돌이 인명피해만 만드는 것도 아니다. 자체 핵무장을 할 수 없는 한국은 핵을 제외한 모든 수단에서 북한을 압도해야 한다. 다음 수순인 군비경쟁의 시작이다. 이 경우 문제는 한 가지다. 전부 세금이라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미 기록적인 세수 ‘펑크’가 계속해서 지적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어디서 군비경쟁에 필요한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어떤 전력을 확보해도 핵을 뛰어넘는 비대칭 전력은 없다는 점 역시 고민을 키운다. A 전문가는 “대체 대북전략이 뭔지 모르겠다”며 “핵을 가진 상대에게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겠다고만 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더욱 큰 문제는 남북대립 격화가 북한의 핵 고도화를 제어할 외교적·경제적 수단도 잃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국제적 고립 탈피다. 북한을 향한 정치적 압박, 외교적 고립, 경제적 제재, 군사적 확장억제를 말해 온 정부는 스스로 기대효과를 낮추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북한 주민들이 지난 11월 21일 밤 평안북도 철산군의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된 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발사 소식을 대형 전광판으로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대외정세의 변화, 남북 충돌 막아줄까 북한 정찰위성 발생 직전 가장 큰 외교 이벤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였다. 특히 지난 11월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며 양국 관계의 방향성이 주목받았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던 첫 번째 정상회담 때보다 양국의 관계는 더욱 나빠져 있었다. 올해 2월, 미국 영공(영토와 영해의 상공)에서 발생한 이른바 ‘중국 정찰풍선 사태’는 양국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높였다. 미국은 F-22 전투기를 이용해 정찰풍선을 격추했다. 이에 중국이 ‘민간 무인 비행선’임을 주장하며 반발했다. 발리 정상회담을 계기로 약속한 ‘책임 있는 경쟁’이 대결과 대립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경쟁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미·중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군사적 충돌로 가는 것을 막는 ‘관리된 경쟁’으로 모아졌다. 미·중관계의 물꼬를 튼 것은 외부 변수였다. 핵심은 미국이 유럽, 중동에서 발생한 전쟁에 이어 중국과의 충돌도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 문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김 교수는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미국이 우크라이나나 이스라엘처럼 물자만 지원하고 빠질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이 말을 뒤집으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이 개입하는 상황을 절대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사건도 한미동맹이 없어서 발생한 일들이 아니었다. 대북 억지 전력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남북관계가 경색됐을 때 북한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했다. 크게 안보를 ‘힘에 의한 평화’, ‘외교에 의한 평화’로 나눈다면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 유지도 대북전략의 중요한 수단이 된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 개선 여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끝낸 시진핑 중국 주석은 일본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이어갔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한·중 정상회담은 개최되지 않았다. 이러한 대외정세의 변화는 두 가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첫째는 북한이 핵을 더욱 고도화한다는 것이다. 남북대립이 격화되면 중국은 북한을 제어하는 수단이 아닌 배경이 된다. 유엔 안보리 제재 역시 더욱 무력화된다. 9·19 남북군사합의가 종료된 후에도 당장 무력충돌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정찰위성 발사 등에 대해 항의할 근거가 사라진 상황에서 불필요한 도발 대신 정해진 수순대로 핵 고도화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남북의 국지전 가능성이다. 힘의 균형은 평화를 만든다. 그러나 이는 경쟁하는 두 패권국의 개입이 가능한 범위에서다. 남북의 단발적 무력충돌까지 미·중이 개입할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충돌이 발생하면 전선에 서는 것은 서울 용산 집무실에 있는 ‘높은 사람들’이 아니다. 대화를 통한 예방·억지를 강조하는 것은 정책결정권자가 직접 전쟁에 나설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역사적으로 남북이 대립하면 북한이 주도권을 잡고, 대화와 교류를 하면 우리가 주도권을 잡아 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찬호 기자 2023.11.24 16:40

    • 사회 특집

      장관 사퇴·정책 폐기 ‘상처뿐인 학제 개편’

      ㆍ극심한 사회적 비용 치르고 원래의 길로 돌아간 셈 폭풍 같은 열흘이었다. 예고없이 돌출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이 사실상 폐기되고, 운을 띄운 교육부 장관이 사퇴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아마추어리즘’의 그림자는 한층 짙어졌고, 국정 철학이 부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보다 커졌다. 정책 추진의 배경은 무엇인지, 그간 입장차를 보이던 이해관계자들이 왜 한목소리로 반대했는지, 남은 쟁점은 무엇인지를 되짚어 봤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월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만 5세 취학연령 하향 정책 추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하며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 문재원 기자 교육정책은 100 대 0이 없다. 정책의 영향이 광범위한데다 이해관계도 난마처럼 얽혀 모두가 찬성하는 정책, 모두가 반대하는 정책을 좀처럼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 어려운 것을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해냈다. 박 장관은 지난 7월 29일 윤 대통령에게 첫 업무보고를 하면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향은 즉각적이었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이해당사자인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물론, 초등학교 교사들도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학생·학부모·교원 13만명을 상대로 최근 실시한 설문에서는 97.9%가 이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위를 시민 전반으로 넓힌 여론조사에서는 76.8%가 반대 의견을 냈다(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 8월 8일 여론조사). 과정 없는 정책에 여론 폭발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정책의 옳고 그름은 둘째 문제고 정책 추진 과정이 잘못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접근법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송현석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일반적인 정책 결정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교육정책은 보통 3년 예고제를 한다. 정책 대상자, 이해관계자가 많으니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먼저 교육부 내부 논의를 거친다. 이 정도 규모 정책이면 대통령보고 전에 수차례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 시민들을 설득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유치원부터 초·중등교육 정책을 수행하는 시·도 교육청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국회와 당정 협의를 하고, 교원단체 등 이해관계자 의견도 청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던진다? 그건 천부당만부당한 것.” 이번 정책은 과정 상당수가 생략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8월 4일 국회 토론회에서 “저를 비롯한 17개 시·도 교육감들은 언론보도를 보고야 취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에 대해 알게 됐다”며 “무거운 과정이 너무 가볍게 이뤄졌다”고 했다. 교원단체나 영유아 교육기관, 학부모 등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 과정도 없었다. 물론 이 지난한 과정을 축약할 수 있는 예외적인 상황도 존재한다. 대선 등 주요 선거에서 대표적인 공약으로 등장해 첨예한 논쟁과 검증을 거친 경우다. 그러나 만 5세 취학 정책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국정과제도 아니었다. 파급력 큰 정책이 어디서 갑자기 돌출했을까. 적어도 교육부 내부 논의 과정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8월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교육부 업무보고에 만 5세 입학 방안이 들어가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업무보고 내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가교육책임제를 강화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취학연령 1년 하향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며 “관련된 실국하고 다 토의를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 설명에도 의문은 꼬리를 문다. 취학연령 하향 정책은 김영삼 정부 때 시작해 거의 모든 정부에서 한 번 이상 검토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고위 당정회의에서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안을 내놨지만, 교육계는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당시 한국교육개발원은 효과보다 혼란이 더 크다는 취지의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에도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취학연령 하향안을 검토했지만, 학제 개편에 따른 혼란 등을 이유로 교육부가 반대 의견을 내면서 논의는 시작도 전에 중단됐다. 2019년 취학연령 하향 등 학제개편 관련 연구보고서를 냈던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교육부 관료들이 교육 문제는 민감해서 한 번 던져보고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왜 대통령 첫 업무보고에 포함되게 그냥 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당국의 뚜렷한 설명이 없다 보니 추측만 무성하다. 교육계에서는 3~4가지 추정이 떠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에서 논의됐던 안을 박순애 장관이 다시 꺼내들었다는 가설이 대표적이다. 실제 박 장관은 지난 7월 29일 정책 추진 배경에 대해 “내용들이 갑자기 떨어진 것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인수위에서 우리 대통령께서도 학제 개편에 대해 말씀을 하셨다”라고 했다.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017년 대선에서 취학연령 하향을 포함한 학제 개편을 공약했다는 점도 이 같은 추정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제가 아는 한 공식 안건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교육개혁에 대해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에 교육개혁 전체와 핵심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갔다면 소모적 논란에 머물지 않았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학제개편안과 거리를 뒀다.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주최로 지난 8월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종이비행기에 요구사항을 적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준비되지 않은 교육부의 아이디어 수준 보고에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의지가 더해지면서 수습 불가의 상황으로 치달았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의 업무보고 직후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박 장관의 우왕좌왕 대응도 이 같은 추정에 무게를 싣는다. 박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에 앞서 실시한 사전브리핑에서 2025년부터 4개년도에 걸쳐 순차적으로 만 5세 아동을 입학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5년에는 2018년 1월~2019년 3월생이 입학하고, 이듬해에는 2019년 4월~2020년 6월생이 입학하는 식이다. 학령인구가 늘어 입시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박 장관은 해마다 만 5세 아동의 진학 시기를 12년에 걸쳐 1개월씩 앞당겨 입학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지도, 정책을 철회하지도 못하는 사이 논란은 급격히 확산됐다. 정책 결정권자들의 전문성 부재가 결합돼 빚어진 논란이라 데는 이견이 없다. “교육에 관해서는 온 국민이 전문가”라는 교육정책의 파급력을 간과한데다 정책에 대한 이해도도 높지 않아 불거진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순애 장관은 행정학자 출신으로 교육정책 관련 경험이 없고, 장상윤 차관과 이상원 차관보는 각각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대통령도 교육 분야 전문성이 없는데다, 대통령실의 안상훈 사회수석은 복지 전문가다. 그러다 보니 이번 사달을 두고 비전문가들의 ‘소통 착오’라는 얘기도 나온다. 박 장관은 지난 8월 1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돌봄센터를 다녀오셨는데 학교보다 낙후된 시설에서 조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게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이런 아이들을 더 나은 시설을 가진 학교가 담당하는 게 더 낫다고 보신 것 같다”며 “(대통령이) ‘입학연령 하향이라는 것이 그런 취지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것을 조금 빨리 집행해볼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돌봄센터나, 윤 대통령이 방문한 지역아동센터는 방과후 돌봄이 필요한 초·중학생들이 다니는 곳으로 만 5세 돌봄과는 관련이 없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정말 많은 변수가 얽힌 것이 교육정책이다. 경제부처 장관에 경제 전문가를 앉히고, 국방부 장관에 국방 전문가를 앉히듯이 교육정책도 전문가가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김기식 소장은 “대통령이 국정운영 경험이 없더라도 옆에서 고언하고 검토보고서를 내면서 말렸어야 하는데 사회수석실이 제 역할을 못 했다. 백번 양보해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라 해도 공론화를 거쳐 추진할 사안이다. 교육 관련 사안은 일방적으로 추진해 된 예가 없다”고 했다. 윤 정부 출범 후 첫 장관 사퇴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에서 복귀한 지난 8월 8일 박순애 장관은 “학제 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고 제 불찰”이라며 사의를 표했다. 장관에 정식 취임한 지 34일 만, 대통령 업무보고를 한 지 9일 만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현직 국무위원이 사퇴한 첫 사례이기도 했다. 사퇴한 것은 박 장관이었지만 윤 대통령이 받은 타격이 더 컸다. 박 장관은 인사 검증 단계에서 만취 음주운전, 갑질 논란, 논문 중복게재 등 논란에 휩싸였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 다른 정권 때하고 한 번 비교해보라.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며 박 장관 임명을 비호했다. 자질과 능력에 맞는 인사를 했다는 취지다. 그런 박 장관이 다른 문제도 아니고 잘못된 정책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매끄럽지 못했던 인선 과정과 만 5세 취학연령 하향 정책 추진 과정을 연결 짓는 시각도 있다. 송현석 소장은 “집권 초기이다 보니 임명 과정 자체가 교육부 관료들에게 안 좋은 시그널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 의혹이 연일 제기되는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 강행했다면 ‘실세 장관이구나’ 하는 암묵적 메시지를 관료들이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저러한 의견이 있어도 (장관에게) 강하게 전달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장관’ 발언에 실적압박을 느낀 박 장관이 ‘한방’을 노리고 무리수를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 장관은 지난 7월 19일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방안’을 내놓으며 윤 대통령의 지시에 발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6월 “반도체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부처가 나서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이 정책 역시 수도권 대학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는 정책으로 지방대 총장들의 반발을 샀다. 박남기 교수는 청와대의 조정을 받는 동시에, 위기의 순간에는 책임을 져야 하는 역대 교육부 장관들의 수난사가 재연됐다고 봤다. 박남기 교수와 임수진 광주교대 교수는 2018년 김영삼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역대 정부의 교육부 장관 1명씩을 면담해 교육부 장관의 특성을 분석한 ‘교육부 장관 리더십 탐색 연구’ 논문을 내놨다. 이 논문은 교육부 장관을 “대통령의 아바타”로 규정하고 “대통령은 교육부 장관을 희생 제물로 활용하면서 위기를 넘기곤 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역대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실이 해달라는 대로 해야 하고 책임은 본인이 졌다”며 “학제 개편 의제를 다루는 권한은 국가교육위원회에 있는데, 교육부 장관은 매일 터지는 현안에 대응하고, 교육정책 의제 설정 권한은 국가교육위에 맡기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박 장관에게 “언론의, 또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이했다”고 했다. / 강윤중 기자 정책은 사실상 폐기 수순 취학연령 개편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에 돌입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8월 9일 국회에서 “지금 이 자리에서 폐기한다, 이제는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말은 드리지 못한다”면서도 “계속 고집을 하거나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했다. 추진 과정 못지않게 정책 자체의 허점이 컸다. 학제 개편이라는 큰 틀에서 취학연령 하향을 검토했던 역대 정부와 달리 이번 정부는 취학연령 하향만 따로 떼 검토했다. 그러면서도 추진 근거는 정교하지 못했고, 과거의 찬성론을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학제가 1950년대 확정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 입학연령 하향으로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 영유아 시기부터 나타나는 교육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교육을 영유아의 관점에서 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병설유치원에서 6년간 유아들을 가르친 박다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 노조위원장은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공간 자체가 다르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도 책상에 앉아 40분간 수업을 듣는 것을 힘들어하는데, 유치원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지내는 만 5세 아이들이 적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유치원에는 아이들이 변을 보고 뒤처리를 못 할 때 누르는 벨이 있다. 1인당 담당하는 아이들이 적고 보조강사도 있는 유치원에서는 처리가 가능하겠지만, 한 학급당 학생 수가 많은 초등학교에서는 매번 그럴 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생일이 1~2개월만 차이 나도 격차가 큰 아이들의 발달상황을 간과했다는 얘기다. 현행법상으로도 부모가 원한다면 아이를 만 6세가 아닌 만 5세나, 만 7세에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다. 발달격차 등의 이유로 초등학교 조기입학자는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연도별 초등학교 조기입학자는 2009년 9707명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지속 감소해 2020년에는 521명까지 줄어들었다. 반면 유예입학자는 2020년 812명으로 조기입학자보다 많았다. 교육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했다. 진짜 사교육이 시작되는 시점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로, 만 5세로 취학연령을 하향할 경우 교육격차만 1년 앞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직장을 다니는 ‘워킹맘’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사정도 있다. 아이를 저녁시간까지 돌봐줄 수 있는 유치원과 달리, 초등학교는 늦어도 오후 1시에는 아이들을 하교시킨다. 방과후 교육이 있지만 도심 지역의 경우 수요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돌봄 공백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학원 뺑뺑이’를 돌리게 되는 셈이다. ‘8세(한국나이) 경단녀’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A씨는 “직장을 다니는 여성에게는 3번의 고민할 때가 찾아온다. 결혼할 때, 아이를 낳을 때,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다. 첫아이가 학교 입학할 때 일을 쉬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했다. 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B씨는 “아이가 학교에 다니면서 아내가 직장을 그만뒀다”고 했다. 학제 개편 찬성론자들 사이에서는 취학연령 하향과 맞물려 학제 개편 논의까지 이대로 공론장에서 퇴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학제 개편과 9월 학기제 개편은 지난 30년간 정부가 추진한 교육혁신의 단골 메뉴였다. 매번 너른 공감대를 얻지 못해 좌초했지만, 정책을 추진해야 할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초등학교는 위기에 처했다. 지난 10년간 400개가 넘는 초·중·고교가 문을 닫았고, 전체 학생 수가 60명이 안 되는 초등학교가 전국적으로 1500개 존재한다. 아이들의 수는 점차 감소해 일자리가 줄어드는데, 교원 자격을 갖춘 이들은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유치원·어린이집도 대대적 구조조정 위기에 처했다. 만 5세 취학연령 하향 정책에 유치원·어린이집이 격렬하게 반발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립유치원 비율이 75%에 달하는 유아교육기관보다 공립학교가 대부분인 초등학교를 살리겠다는 시그널로 본 것이다.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선생님 중에는 잘하면 교원을 늘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이 정책에 아무리 논의할 가치가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달이 나서 앞으로 얘기나 꺼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나온 대안이 원안… 실현가능성 미지수 이번 사태는 만 5세 아동 교육에서 국가가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남겼다. 교육계 대다수가 동의하는 대안은 만 5세에 대한 ‘국가 책임 교육’이다.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저마다 차이가 있는데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통합부터, 유아 무상교육, 유아 의무교육, 유아학급 등의 제안이 나온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미래교육연구팀장은 “사실 새로운 대안이 아니고 오랫동안 논의된 내용들이다. 유보통합의 경우에는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으로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만 5세 취학연령 하향 문제가 나오면서 기존 논의가 퇴보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사실상 만 5세 취학 폐기 방침을 밝힌 지난 8월 9일 국회에서 유보통합과 전일제학교 시범사업 방안 마련 등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극심한 사회적 비용을 치른 끝에 원래의 길로 돌아가는 셈이다. 대안은 제시됐지만 험로가 예상된다. 교육부가 관리하는 유치원과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어린이집의 통합 논의는 수십년간 이어졌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려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유치원 교사들은 자격 양성 체계가 다른 두 기관을 통합할 경우 교육의 질이 하락할 것을 우려한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우려하는 사립유치원의 목소리도 있다. 대선 때마다 거의 모든 후보의 공약에 포함되고도 아직까지 정책이 실현되지 않은 배경이다.

      이효상 기자 2022.08.12 13:33

  • 레이디경향

    • 美 임신중단권 폐기 반발, 여성 셀럽들 일어섰다

      화제

      美 임신중단권 폐기 반발, 여성 셀럽들 일어섰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중단권을 폐기하자 여성 유명인사와 팝스타들이 한 목소리를 내며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연합뉴스미국 연방대법원의 임신중단권(낙태권) 폐기 판결을 내리면서 여성 유명인사와 팝스타들이 한 목소리로 이를 비난하는 입장 표명에 나섰다. 24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은 임신 후 약 24주까지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파기했다. 이로써 미국의 26개주가 향후 임신중단권을 폐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6일 열린 영국 음악 축제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임신중단권 폐지를 성토하는 자리가 됐다. 무대에 오른 팝스타들은 무대에 올라 보수 성향의 연방 대법관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10대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큰 충격을 받았고 두렵다. 임신중단권 폐지 때문에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죽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는 대법관 판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나열한 후 욕설로 된 노래를 원곡자 릴리 알렌과 함께 부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같은 날 팝스타 아일리시도 “미국 여성들에게 정말 어두운 날”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대법원 판결 이전부터 임신중단이 불법이었던 텍사스 출신 래퍼 메건 디 스탤리언도 “내 고향은 정말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내 몸에 대해서는 내가 선택할 것”이라고 동조했다.임신중단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유지하라”며 시위하는 여성 시민들. 연합뉴스몸 긍정주의와 자기애(self-love)를 주창해왔던 팝스타 리조는 1백만 달러(약 12억 9천만원)을 임신중단권 관련 단체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리조는 “가장 중요한 것은 행동과 큰 목소리”라며 “그들(보수 성향 판사) 조직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며 기부 취지를 밝혔다. 미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 국민이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원적인 권리를 잃게 된 것에 가슴이 아프다”며 임신중단권을 옹호하는 단체들에 힘을 실어줄 것을 촉구했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도 오바마의 글을 리트윗하며 “수십 년 동안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웠던 사람들의 뜻이 수십 년 후 오늘 박탈됐다”고 했고 머라이어 캐리 역시 “여성의 권리가 눈앞에서 무너지는 세상에 왜 살고 있는지를 11살 딸에게 설명해야 한다.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핑크(P!nk)는 “얼마나 많은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자신의 아내, 내연녀에게 낙태를 권고했는지 매우 궁금하다. 이런 상황이 정말 괜찮다고 믿는다면 내 음악을 듣지 말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유진 기자 2022.06.30 14:16

    • 재테크

      폐기능 저하로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만성폐쇄성폐질환

      폐암은 암 중에서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운 질환으로 꼽힌다. 발병 초기 증상이 거의 없으며,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된 다음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조기 진단 시스템도 많이 알려진 상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 대한 심각성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갑자기 기도 폐쇄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폐암과 비슷하며, 환자에게 더욱 고통을 안겨준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천식과 비슷한 증상 때문에 혼동되는 경우도 많다. 폐암만큼 고통스러운 만성폐쇄성폐질환 초등학교 5학년과 일곱 살 자녀를 둔 최민씨(40)는 6년 전 IMF 당시 과로와 야근으로 결핵성 폐렴이 진행됐다. 하지만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 별다른 휴식이나 치료도 받지 못하고 해열제만으로 근근히 버티며 과중한 업무를 담당할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스 탓에 대학 1학년 때부터 피워온 담배가 하루 2갑으로 늘어났고, 기침과 함께 숨이 막히는 것을 느끼면서도 쉽게 끊을 수 없었다. 사내 체육대회에서 MVP로 뽑힐 정도로 건강했기 때문에 건강 상태를 염려하지 않았지만 최씨는 오랜 기간 흡연과 결핵성 폐렴 후유증으로 인한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을 진단받았다. 이 질환은 아무 증상 없이 병이 진행되다가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최씨도 4년 전부터는 숨을 쉴 수 없어 식물인간처럼 자리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호흡 곤란으로 혼수 상태에 빠질지 모르는 가능성 때문에 바깥 출입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한창 의욕적으로 일하며 가정의 생계를 꾸려야 할 나이에 직장 생활은 커녕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놀 수도 없는 것이다. 30여 년간 애연가로 지내온 김혁씨(62세). 평소 건강하던 김씨는 한 달 전부터 기침이 끊이지 않았다. 10년 전부터 겨울철에 기침과 가래가 심해지고, 오랫동안 피어온 담배가 약간 맘에 걸렸다. 하지만 환절기인데다 경미한 감기 증상도 함께 보인 터라 김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구입해 복용했다. 결국 김씨는 호흡 곤란이 심해져 병원에 방문한 결과 단순한 감기가 아니라 오랜 기간 흡연으로 인한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증상을 방치하여 몸이 붓고 손끝 청색증과 함께 성 기능까지 떨어져 정상적인 성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뒤였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만성적으로 기도가 좁아진 것을 말한다. 만성기관지염, 폐기종, 천식 등 세 가지 질환이 시간이 경과하면서 증상이 악화돼 기도가 더욱 좁아진 것을 말한다. 기도를 통해서 숨을 쉴 수 있으나 폐 자체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만성기관지염 환자의 경우 3개월 이상 2년 연속 가래가 나오면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 천식의 경우 원상 회복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기도가 좁아지는 현상이 일어날 때 의심해봐야 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주된 원인은 흡연이다. 환자의 80~90%가 흡연으로 인해 발생할 정도. 흡연을 하면 기관지 내에서 먼지 등을 걸러주는 섬모운동이 방해를 받고, 점액분비선의 증식과 비대를 일으킨다. 진하고 끈끈한 가래와 같은 점액이 기관지 기능을 광범위하게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천식 환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이런 증상이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에게도 나타난다.  이 질환은 하루 1갑 이상 20년 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 주로 나타나며, 흡연 시작 후 20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증상이 발생한다.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등이 많이 함유된 대기오염 역시 흡연만큼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위험 요소가 된다. 나무, 석탄 스토브, 히터의 사용으로 인한 실내 공기 오염도 폐 기능을 저하시켜 증세를 유발할 수 있다. 플라스틱 공장처럼 카드뮴, 석탄, 이산화규소 같은 화학 가스에 노출되는 직업도 폐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이 질환은 거의 증상이 없지만 진행되면 기침, 천명, 반복되는 폐 감염과 객담이 있을 수 있으며, 더욱 진행되면 호흡 곤란이 주된 증상이 된다. 중증인 경우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15cm 앞에 있는 촛불도 끄기 힘들 정도로 호흡곤란이 심해 운동은 물론 청소나 출근 등 일상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삶의 질이 저하된다. 또 심한 호흡 곤란과 객담, 기침 등으로 며칠씩 잠을 이루지 못해서 거의 탈진 상태에 이르고, 더 심해지면 의식이 혼미해져 혼수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아주 심한 경우에는 기도가 폐쇄되어 호흡음이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국내에는 45세 이상 남성의 12%가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고 있으며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게다가 알려지지 않은 병명으로 인해 정보 전달이 부족한 상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무서운 것은 폐 기능이 50% 이상 손상된 뒤에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단 증상이 시작되면 폐 기능은 정상의 70% 이하로 낮아진다. 특히 이 상태에서는 다리 근육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줄어든 활동량으로 골다공증까지 진행된다. 호흡이 어려워 성욕·성 기능·인지 능력 장애 등 심각한 합병증도 수반한다. 이는 마치 자동차에 연료는 있지만,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불완전 연소로 충분한 힘을 내지 못하고 산소를 공급할 방법은 없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과 같다. 40세 이상이거나 흡연자는 만성폐쇄성폐질환 진단을 통해 폐 기능 악화를 조기에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생활 수칙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생활 수칙 자체가 약물을 대신하는 완전한 치료가 될 수는 없지만, 생활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 증상의 악화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충분한 수면, 음식물 섭취,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그 어떤 질병이든지 가장 기본이 되는 생활 수칙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한 것은 금연이다. 즉 금연이 빠를수록 폐 기능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원래 폐 기능은 25세 이후 매년 감소하지만(여성 23ml, 남성 30ml), 흡연자는 평균 45ml, 담배 연기에 민감한 사람은 연간 50∼90ml씩 감소한다. 특히, 폐 기능은 25세의 폐 기능이 이후 감소되는 속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청소년기 금연은 더욱 중요하다. 생활 속에서는 호흡기를 자극하거나 폐 기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겨울철 실내 난방기 사용시에는 연소 물질이 실내에 잔류하지 않도록 자주 환기시킨다. 독감 유행철에는 최소 6주 전 독감 예감주사를 맞고, 자주 손을 씻는다. 평소에는 매일 5~15분씩 3~4차례 규칙적으로 걷거나 입술을 오므리고 숨쉬기를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산소 이용 능력과 운동 능력 등을 높인다. 성생활도 운동 방법 중 하나다. 단, 성관계를 시작하기 전에 호흡 조절을 위해 속효성 기관지 확장제를 흡입하면 응급상황을 예방한다. ‘속효성 기관지 확장제’는 천식 환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의료 기구를 입에 물고 호흡을 시도하면 오그라든 기관지를 펴주고 공기의 통로를 열어주준다. 음식 또한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에게 호흡만큼 중요하다. 음식을 통한 충분한 영양 섭취는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증가시키고 질병 악화를 예방한다. 특히 환자는 호흡시 정상인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영양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면, 폐의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A·C·E와 셀레늄,β - 카로텐을 포함한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이 흡연자의 폐 기능을 향상시키고 폐 손상을 방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 수칙을 지키고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하는 것이다. 약물은 급작스런 호흡 곤란으로 응급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호흡 곤란으로 인한 폐 기능 손상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Tip 1. 만성폐쇄성폐질환 체크리스트 (‘예’라는 답변이 세 개 이상이라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하고 폐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1. 잦은 기침을 한다.                      예(  )  아니오(  ) 2. 객담이나 점액이 생긴다.                예(  )  아니오(  ) 3. 같은 연령층에 비해 숨이 자주 가쁘다.    예(  )  아니오(  ) 4. 40세 이상이다.                          예(  )  아니오(  ) 5. 현재 흡연중이거나 과거 흡연자였다.      예(  )  아니오(  ) Tip 2.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폐 건강 수칙 1)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2)적어도 1년에 2차례 병원을 방문하고, 의사의 지시대로 약물을 복용한다. 3)숨쉬기 곤란할 때는 곧장 병원을 방문한다. 4)실내 환경을 청결히 하고, 호흡을 곤란하게 하는 유해 물질을 피한다. 5)규칙적인 운동과 영양 섭취로 튼튼한 몸 상태를 유지한다. 6)증상 악화시에는 되도록 외부활동을 자제한다. Tip 3. 만성폐쇄성폐질환 vs 천식 천식은 기도에 염증이 일어나서 기도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따라서 애완동물, 집 안 먼지, 자동차 매연 등 다양한 자극에 의해 기도 과민 반응이 나타나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비해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공기가 폐로 들어가고 나오는 흐름이 제한되는 각종 질환들을 말한다. 이 질환은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하고 병증이 나타날 때만 호흡이 곤란한 천식과 달리 상태가 서서히 진행되며 완전히 원상 복귀되지는 않는다. 또 흡연자 중 15%가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발전할 정도로 흡연이 주요 원인이지만, 천식은 흡연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발병 시기 주로 40세 이후 이른 나이 흡연 관련        담배를 많이 피운사람 비흡연자, 소량흡연자 증상 서서히 진행 간헐적 기침 이른 아침에 심함 밤에 심함 호흡 곤란       항상 천식 일어날 때만 객혈 가끔씩 있음 없음(마른 기침) 천명(색색하는 소리) 항상 증상 나타날 때만 객담 화농성 녹색 비화농성, 회색 기도 폐쇄       항상(비가역적) 천식 일어날때만(가역적) 만성폐쇄성폐질환의 모든 것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왜 발생하나요? 흡연, 대기 오염, 독가스 등 가스 성분, 유전적인 결함이 있거나 어릴 때 감기에 걸렸을 경우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이 악화되면 발생할 수 있다. 단독적인 원인으로 보긴 어렵지만 흡연이 가장 중요한 위험 요소다. 신체에 어떤 변화가 있으면 의심해야 하나요? 천식과 제일 구별이 어렵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주로 40대 이상에서 많이 발생한다. 기침, 가래가 끊이지 않으면 의심해봐야 한다. 숨쉬기 힘든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폐에 두드러진 이상이 있거나 전조 증상, 심장 질환과 관련없이 발생하나요? 심장질환이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일으키진 않지만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오래되면 심장질환이 생긴다. 말기 상태는 오른쪽 심방과 심실이 문제가 생겨 심장질환에 의해 결국 사망에 이른다. 만성폐쇄성폐질환과 폐암은 어떻게 다른가요? 폐암은 폐에 덩어리가 생기고, 그것이 쉬지 않고 자라는 것을 말한다. 폐암은 주로 기관지에 먼저 발생하는데,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기관지뿐만 아니라 여러 군데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금연이 가장 급선무다. 흡연을 하면 폐의 기능이 일정한 속도로 떨어진다. 호흡 곤란이 있는 환자는 기도에 자극을 받으면 안 된다.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운동할 때도 평소 생각하는 양의 70% 정도만 해야 한다. 무리한 운동이 오히려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독감예방접종, 기관지 확장제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담배가 키우는 또 다른 병, 폐암 만성폐쇄성폐질환 폐암이 생기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흡연으로, 전체 폐암 환자의 80~90%가 흡연과 관련이 있다. WHO(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흡연 인구는 11억 명을 넘어섰으며, 담배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4백만 명에 달한다. 한국도 ‘담배의 천국’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특히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3명 중 2명꼴인 7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불어 최근의 여자와 청소년 흡연 인구의 증가 추세 또한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흡연은 누적 효과가 있어 보통 흡연을 시작한 지 30년 정도가 지나면 폐암이 발생한다. 따라서 현재의 흡연 인구 증가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2020년경에는 폐암 사망률이 현재의 2배 수준에 달해 전국적으로 2만여 명이 해마다 폐암으로 숨질 것으로 전문의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유는 담배의 발암 물질 때문. 담배에는 4천여 종의 독성 화학 물질이 들어 있고, 그중 24개 이상의 발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해로운 3대 물질은 타르, 일산화탄소, 니코틴이다. 특히 타르는 인체에 가장 치명적이다. 담배 연기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 타르 속에는 20여 종의 발암 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 발암 물질은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것을 막는 종양 억제 유전자를 파괴시켜 폐암 등 여러 가지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하루 1갑을 피우는 흡연자는 비흡연자와 비교할 때 폐암이 발생할 위험이 10배 이상 높고, 하루 2갑씩 20년간 담배를 피울 경우에는 위험도가 60~70배까지 늘어난다.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폐암은 특징적인 증상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호흡기 질환의 증상인 심한 기침, 피 섞인 객담(객혈), 호흡 곤란, 흉통, 쉰 목소리, 체중 감소, 상지 부종 등이 흔히 발생한다. 객혈은 대개 기침 끝에 조금 나오거나 점액성 가래에 붙어 반복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은 폐암 발병 초기보다는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된 다음에 나타난다. 따라서 실제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아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20~25%에 불과하다. 그러나 종양의 크기가 3cm 이하인 초기에 발견했을 경우 5년 생존율이 70% 달해 조기 진단을 통한 예방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암의 조기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새롭게 등장한 진단법이 저선량 CT검사다. 암덩어리가 지름 2~3cm 이상일 경우에만 확인이 가능하던 흉부 X선 사진에 비해 최근 국내에 들어온 저선량 CT는 3mm 정도의 폐암까지 발견할 수 있다. 도움말 / 안철민(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국제협력이사, 연세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호흡기센터 소장) 글 / 강수정 기자

      2004.12.01 00:00

    • 연예

      이승연의 영상 프로젝트 ‘여인’ 촬영부터 폐기까지

      올해는 원숭이 해. 이승연은 원숭이 띠 연예인이다. 지난 92년 연예계에 데뷔한 후 톱스타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온갖 구설수와 사건에 휩싸였던 이승연이 이번에는 ‘은퇴’에 달하는 진통을 겪고 있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한 많은 인생을 살고 있는 강제 종군위안부들을 소재로 한 영상물 ‘여인’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이승연 사건. 성과 없이 상처와 궁금증만 남겨놓고 끝났지만, 사람들은 ‘제2라운드’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3일_ 이승연, 촬영팀, 네띠앙엔터테인먼트 관계자와 함께 대한항공 KE805편으로 오후 8시 50분 괌으로 극비 출국. 10일_ 이승연, 촬영팀과 함께 오전 6시 26분 괌에서 대한항공 KE806편으로 귀국. 12일_ 오전 11시 서울 신라호텔에서 이승연과 네띠앙엔터테인먼트 관계자 기자회견. 강제 종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상 프로젝트 ‘여인’ 발표. 12일_ 오후 4시 일본군 강제 종군위안부 할머니들과 정대협 등 관련 시민단체들이 ‘위안부 누드 프로젝트’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 발표. 13일_ 오후 2시 일본군 강제 종군위안부 황금주 할머니와 정대협, 여성민우회가 이승연의 위안부 영상 프로젝트 사진 및 동영상의 서비스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 15일_ 정대협, 서울 역삼동 네띠앙엔터테인먼트 본사 앞에서 16일 항의 시위하겠다고 발표. 16일_ 오전 10시 네띠앙엔터테인먼트 박지우 이사 삭발 사과와 함께 ‘위안부 영상 프로젝트’ 중단 발표. 16일_ 낮 12시 정대협과 강제 종군위안부 할머니 8명, 네띠앙엔터테인먼트 본사 앞에서 항의 시위. 17일_ 오전 11시 이승연,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 방문. 위안부 할머니들 “사진과 동영상 전체를 불태우지 않고는 사과받을 수 없다”며 이승연의 사과 거부. 17일_ 오후 1시 10분 이승연,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정대협 방문해 사과. 이 자리에서도 할머니들에게 ‘자료 폐기’ 요구받음. 17일_ 오후 2시 10분 이승연, 서울 용산구 한강로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방문해 사과. 18일_ 오전 10시 20분 네띠앙엔터테인먼트 박지우 이사, 기자회견 중 공개 시사회 제안. 18일_ 낮 12시 정대협 및 시민단체와 강제 종군위안부 할머니들, 일본대사관 앞 수요정기집회에서 공개 시사 성토. 18일_ 오후 7시 시민단체 관계자 공개 시사 관련 긴급 회의. 19일_ 오전 9시 40분 정대협 홈페이지 통해 20일 오후 2시 서울에서 공개 시사 규탄 및 자료 폐기 촉구 시위 갖겠다고 발표. 19일_ 오후 3시 네띠앙엔터테인먼트 박지우 이사, 이승연의 위안부 영상 프로젝트 촬영 필름 및 영상 자료 소각 폐기. 영상 프로젝트 전면 중단 선언. 19일_ 오후 5시 정대협, 인터넷 홈페이지 통해 네띠앙엔터테인먼트의 소각 폐기가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인정. 20일 집회 취소. “겸사겸사 다녀왔어요.” 지난 10일, 이승연은 이렇게 말했다. 이날은 새벽부터 인천공항에 기자들이 북적거렸다. 모두 이승연(36)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일주일 전 괌으로 떠났었다. 그리고 기자들은 그녀가 괌으로 출발 한 후에야 출국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이승연의 괌 출국에 ‘극비리’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다. 극비리에 괌으로 떠났던 톱스타 이승연이 일주일 만에 입국했다. 그녀가 한국을 떠나 있는 사이, 언론에서는 ‘누드 촬영을 떠났다’는 말이 흘렀다. 그러나 본인이 없는 상황에선 어느 누구도 답을 해줄 수 없었다. 때문에 기자들은 그녀의 입국 시간에 맞춰 공항에 포진했다. 이 자리에서 그녀는 ‘겸사겸사…’라는 말을 했다. 이것에 그녀에게 갖는 첫번째 물음표가 됐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는 농담 섞인 진담처럼 ‘누드 촬영?’이라는 질문에 ‘겸사겸사’로 대답한 이승의 말은 듣기에 따라 긍정과 부정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괌에서 ‘뭔가’ 진행하고 돌아온 이승연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전 11시, 서울 시내 특급 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는 이승연을 포함, (주)로토토의 김성한 대표와 네띠앙엔터테인먼트의 박지우 이사 등이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 자료에는 ‘더이상의 누드는 없다’는 문구와 함께 이번 영상물의 주제가 ‘종군 ’라는 것이 명시돼 있었다. 종군위안부라는 의미 있는 주제를 가지고 여인의 장중한 삶의 표현을 통해 한일 관계의 역사적인 재조명의 의미를 지니는 서사적인 작품이다. 한마디로 국내 톱스타라는 명칭에 어울리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셈이다. - 보도자료 중에서 - 궁금증 ▶하나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다면서 그들은 왜 할머니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았을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대부분 종군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상물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승연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말솜씨를 발휘해 또박또박 대답했다. “단순히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행태에 마음이 아팠다. 아직까지도 독도와 관련해서 주권 분쟁이 생기는 현실이 안타깝고, 이러한 현상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일제 치하의 역사가 존재하며, 이제는 국민들에게 잊혀가고 있는 ‘종군위안부’ 문제가 떠올랐다. 종군위안부야말로 여성의 성을 하나의 상품으로 생각하게 만든 원흉이며, 잘못된 역사의 출발점인 것 같다. 아직까지도 과거의 숨기고 싶은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분들이 힘들게 살고 있는 현실에서 일부 연예인들이 자본주의에 입각한 여성의 성 상품화에 앞장서는 현 세태에 종지부를 찍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했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 중 상당 부분을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데 사용하겠다.” 이승연의 기자회견 후 전국은 ‘종군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상 프로젝트’라는 태풍에 휩싸였다. 특히 일본군 강제 종군위안부 할머니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등 관련 시민단체들은 ‘위안부 누드 프로젝트’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이승연은 “이번 프로젝트는 강제로 징집됐던 위안부 할머니들을 도우려는 순수한 의도에서 출발했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이것에 대해서는 네띠앙엔터테인먼트의 박지우 이사도 같은 목소리였다. 그러나 “만약 강제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이 이번 영상집 제작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면?”이라는 질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찾아뵙고 우리의 순수한 의도를 말씀드리고 설득하겠다. 무엇이 틀렸는지 지적한다면 옳은 방향으로 고쳐나가겠다. 오해와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영상집은 겨우 1차 촬영을 한 후 ‘제작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강제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은 자신들을 소재로 한 영상집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눈물을 쏟으며 ‘제작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서 “할머니들을 위한 프로젝트며 할머니들에게 오해와 피해가 없게 하겠다”던 말과는 달리 이승연의 영상집을 제작, 기획한 네띠앙엔터테인먼트측에서는 당초 예정돼 있던 일본 후쿠오카와 네팔 촬영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왜 이들은 이렇게 말과 다른 행동을 보인 것일까? 궁금증 ▶둘 제작이사의 삭발, 이승연의 눈물의 사죄는 진실이었을까? 이승연의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상집에 대한 여론이 절정에 이른 것은 지난 16일. 이번 프로젝트의 기획을 담당한 박지우 이사는 이날 오전 삭발을 하고 ‘사과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리고 정오에는 강제 종군위안부 할머니 8명과 정대협, 시민단체 관련자들이 네띠앙엔터테인먼트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한 시간 정도 할머니들의 시위가 벌어진 후 박 이사는 할머니들 앞에 무릎을 끓고 “할머니들 마음 아프게 하려는 거 아니었어요. 좋을 일 하려고 그런 거였어요”라며 사과 뜻을 비쳤다. 그리고 ‘이후 이승연의 영상집 프로젝트를 전면 중단한다’는 약속도 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다음날이 됐다. 지난 17일은 이승연이 경기도 퇴촌에 소재한 ‘나눔의 집’을 방문한 날이다. 산자락 끝에 위치한 나눔의 집은 강제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조금은 쓸쓸한 기운이 감돌기도 하는 이곳은 이른 아침부터 서울에서 몰려든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리고 오전 11시, 이승연이 도착했다. 톱스타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초췌해진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는 나눔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자갈이 깔린 마당에 무릎을 끓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아니 할머니들의 마음 아픈 이야기들. “이승연씨 우리 맘 아픈 거 알아요? 일본놈들한테 당한 거 어디다 말도 못해. 누구한테 말할까? 부모, 자슥(자식)한테도 몬하는 이야기를 이승연씨가 왜… 일본놈들한테 사죄도 못 받고 보상도 못 받는데 우리 2세들이 이러면 돼. 일본놈들이 그러면 못하게 해야지. 이승연씨 빚지고 할머니들 팔아서 돈 갚으려다가 탄로 나니까 ‘할머니들 위해서 했다’ 그러는 줄 모를 줄 알아요. 할머니들이 바보가 아니야. 우린 그런 추잡스런 돈 안 받아요. 그러니까 사진하고 원본 다 갖고 와서 불태워요. 지금 서울 갈 것도 없어. 전화해서 대표 오라고 해. 이승연씨 혼자 한 일이 아니잖아. 그 사람들 싸고 돈다고 해결되는 게 아냐. 다 오라고 해. 사진 다 불태우기 전에는 우리 사죄 못 받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할머니들의 입장은 강경했다. 이승연이 팔라우에서 촬영한 모든 것, 사진을 포함해 필름과 동영상까지 모든 것을 태우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각서를 써야만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이날 이승연은 한없는 눈물을 흘렸다. 눈물 때문에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잘못했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진심으로 잘못했습니다. 절대로 할머니들 맘 아프게 하려는 거 아니었습니다”라는 말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17일 이승연은 길고도 지루한 하루를 보냈다. 오전에 나눔의 집 방문을 시작으로 오후에는 정대협에서도 할머니들께 사죄의 무릎을 끓었다. 오후에는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힘들고 고단한 만큼 결과도 있었다. 이날을 고비로 이승연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조금은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승연은 곧바로 ‘은퇴’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도 했다. 지난 92년 방송 데뷔해 13년째 톱스타의 자리를 지킨 이승연이 은퇴를 결심할 만큼 깊이 반성을 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때문에 그녀는 지금 노여움에 불타던 할머니들과 국민들에게 동정의 눈길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궁금증 ▶셋 그들은 왜 끝까지 영상물 공개를 원했을까? 그러나 사건은 지난 18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네띠앙엔터테인먼트의 박지우 이사가 팔라우에서 촬영한 모든 것에 대해 ‘공개 시사’를 청했기 때문이다. 그의 결정은 겨우 사그라드는 분노의 불길에 기름을 들이부은 듯, 전국을 또다시 들끓게 했다. “공개 시사를 하자구요. 이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어요. 팔라우에서 얼마나 숙연한 분위기에서 촬영한 줄 아세요? 누드 아니에요. 누드라면 이영희 선생님께서 의상 협찬을 했겠습니까? 우린 역사를 재조명하고 싶었어요. 이젠 문화전쟁 시대예요.  지금은 일본 노래를 한국 가수가 번안해서 부르지만 얼마 후에는 일본 노래를 그대로 듣게 돼요. 그리고 그 노래를 들으며 우리 청소년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릴 거라구요. 그러면 안 되잖아요. 그럼 또다시 일본한테 당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고급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번 프로젝트로 한국인은 통쾌함을 느낄 거라구 생각했어요. 저희는 일본인들에게 돌을 맞을 거라구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죽일 놈이 됐어요.” 박지우 이사는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와 같은 속내를 털어놨다. 그리고 “할머니들이 원치 않는데도 굳이 공개 시사를 제의하는 의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함께 “촬영한 스태프들이 받고 있는 오해를 풀어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강제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을 소재로 프로젝트를 만들어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은 저잖아요. 나머지 스태프들은 순순한 의도로 참여했어요. 그 사람들이 저와 같이 나쁜 놈으로 비쳐지면 안 되잖아요. 그 사람들에 대한 오해만큼은 풀어주고 싶어요. 사회에서 공신력 있는 분들, 그러니까 종교인, 시민단체 관계자, 교수, 기자, 일반인 등으로 1백여 명을 선발해 공개 시사회를 갖고 싶어요. 그 자리에서 저희가 촬영한 것들을 보고 누드 영상물인지 아닌지를 판단했으면 좋겠어요.” 박지우 이사의 제안을 들은 강제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은 다시 한번 분노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사죄한다’고 한 것은 모두 쇼였냐?”며 박 이사의 제안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미친 짓’이라고 치부했다. 정대협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수요집회에서 대대적인 성토의 자리를 가졌다. 그 시간에도 박 이사는 기자들과 자리를 함께 하며 “여러분들이 도와줘야 공개 시사회를 열 수 있다”며 공개 시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왜 네띠앙엔터테인먼트의 박지우 이사는 동영상과 사진의 공개를 원했던 것일까? 그는 이승연과 사전 협의 없이 공개 시사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승연이 나눔의 집을 방문했던 당시 할머니들이 “사진이랑 모든 것을 불태워 없애라”고 하자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했던 것을 상기한 사람들은 “이승연도 박 이사와 같은 생각인지 입장을 밝히라”며 이승연의 입장을 듣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녀는 ”사전에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만을 전달할 뿐이었다. 궁금증 ▶넷 공개 시사를 제의한 상태에서 왜 갑자기 영상물을 소각했을까? ‘할머니들을 위한 좋은 일’로 기획됐다고 주장해온 이승연의 영상 프로젝트 ‘여인’은 지난 19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모든 필름과 동영상이 소각, 폐기됐기 때문이다. 소각되기 전날까지 공개시사회를 제안하던 박 이사는 자신의 손으로 영상물을 불태웠다. 이날의 화형식(?)은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일단 오후 2시경, 네띠앙측에서 ‘마지막으로 뭔가를 발표할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오후 3시, 박 이사는 네띠앙엔터테인먼트 대회의실에서 팔라우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3분 30초짜리로 편집된 동영상에는 이승연이 흰색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는 것과 우국승천기를 밟고 걸어가는 장면, 꽃잎을 강물에 뿌리는 장면 등이 있었다. 이 동영상을 공개하며 박 이사는 “이게 바로 여러분이 누드라고 주장하는 그 영상물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4~5분 만에 시사회를 마친 후 회사 주차장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영상물이 담긴 5개의 비디오 테이프와 1천5백여 컷의 사진 원본을 불태웠다. 박 이사는 “이것들이 전부예요. 이게 없어지면 이제 다 끝나는 거예요. 쇼로 보이시죠? 근데 쇼 아니에요”라며 화형식을 거행했다. 그러나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소각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화형식이 끝난 후 박 이사는 급히 네띠앙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이제 이승연이 강제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을 소재로 촬영한 영상물에 대한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개된 3분 30초짜리 동영상이 시중에 돌고 있어 자칫 이 사건은 2라운드로 접어들 기세다. 지금까지 할머니들과 함께 분노하고 시위한 많은 이들은 “할머니들이 끝까지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 동영상을 공개한 저의가 궁금하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 저의가 무엇인지 어느 누구도 대답해 줄 수 없다. 지난해부터 우리는 누드 열풍 속에 살아왔다. 여성의 몸이 상품화되어가는 현실을 받아들였던 우리는 결국 아픈 역사 속의 피해자들을 상품화하려는 지경까지 봐야 했다. 당분간 연예인의 누드 열풍은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일단락된 이번 사건이 2라운드를 맞게 될지는… 지켜봐야 알 일이다. 글 / 경영오 기자  사진 / 박남식·한상무·이건무·장태규

      2004.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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