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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희열, 표절 논란 후 3년 만의 복귀 소감 “머리가 깨질 듯 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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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희열, 표절 논란 후 3년 만의 복귀 소감 “머리가 깨질 듯 떨려”

      가수 유희열. KBS2 제공 가수 유희열이 표절 논란 3년 만에 방송 복귀 소감을 전했다. 유희열은 지난 18일 방송된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스페셜 DJ를 맡았다. 표절 논란 후 3년 만의 방송 복귀다. 이날 오프닝에서 유희열은 “정말 오랜만이다. 첫사랑 같은 라디오 스튜디오에 앉아 있으려니,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섰다는 느낌이 든다. 반갑다”고 했다. 휴가를 떠난 배철수를 대신해 진행하게 됐다고 밝힌 그는 “너무 떨린다. 진짜 머리가 깨질 것 같고 하얘졌다. 살면서 가장 떨리는 순간인 것 같다. 떨리다 보니 제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고 고백했다. 또한 “말을 할 때 단어를 고르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이자리에 오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반가움을 표현해주는 분들, 불편함을 느낄 모든 분들께 감사함과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어색함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유희열은 지난 2022년 6월 일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 곡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유희열의 ‘아주 사적인 밤’ 과 류이치 사카모토의 ‘Aqua’(아쿠아)가 비슷하다는 지적이었다. 유희열은 “검토 결과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며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중에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고 발표 당시 내 순수 창작물로 생각했지만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충분히 살피지 못하고 많은 분들에게 실망드린 것에 대해 사과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당시 류이치 사카모토 측은 “유사성은 있지만, 제 작품 ‘Aqua’를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는 관대한 입장을 내놓으며 표절 의혹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유희열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하차했고, 3년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지난 2023년 별세했다.

      강주일 기자 2025.04.19 15:32

    • 유희열, ‘배철수의 음악캠프’ 스페셜 DJ…표절 논란 후 3년 만에 방송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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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희열, ‘배철수의 음악캠프’ 스페셜 DJ…표절 논란 후 3년 만에 방송 복귀

      가수 유희열. 사진 스포츠경향DB 가수 유희열이 표절 논란 이후 처음으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통해 방송에 복귀한다. 방송가에 따르면 유희열은 MBC 라디오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18일부터 21일까지 방송에서 스페셜 DJ를 맡는다. 35년 동안 청취자의 곁을 지킨 배철수가 이달 중 근속 휴가를 떠나면서 유희열을 비롯한 윤도현, 옥상달빛 등 후배들이 스페셜 DJ를 맡는다. 앞서 지난달 25일 열린 ‘배철수의 음악캠프’ 3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남태정PD가 “배철수 DJ가 휴가를 간다”며 “옥상달빛, 윤도현, 오랜만에 이루마씨, 그리고 유희열씨가 도와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희열은 2022년 6월 표절 논란에 휩싸여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등 활동을 중단했다. 당시 유희열의 노래 ‘아주 사적인 밤’이 일본 아티스트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쿠아(Aqua)’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희열은 당시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데 동의한다”며 “긴 시간 가장 영향을 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중에 제 기억에 남았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고 해명하며 사과했다. 하지만 다른 곡까지 표절 의혹에 휩싸이자 “각자 견해이고 해석일 순 있으나, 저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들”이라며 “이런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저 자신을 더 엄격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하경헌 기자 2025.04.12 10:59

    • [전문] ‘다니엘 언니’ 올리비아 마쉬 측 추가입장 “원곡자 권리 인정, 표절 인정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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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 ‘다니엘 언니’ 올리비아 마쉬 측 추가입장 “원곡자 권리 인정, 표절 인정 아니야”

      엠플리파이 걸그룹 뉴진스(NJZ) 멤버 다니엘의 친언니이자 가수로 활동 중인 올리비아 마쉬 측의 신곡 표절 의혹 이슈와 관련해 추가로 입장을 냈다. 26일 올리비아 마쉬 소속사인 엠플리파이 측은 “24일 발표한 입장문으로 많은 오해와 논란이 제기돼 사실관계를 바로잡는다”며 입장문을 전했다. 소속사 측은 “올리비아 마쉬 타이틀곡 ‘백시트’(Backseat)가 아이작 던바(Isaac Dunbar)의 ‘어니언 보이’(Onion Boy)와 유사하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 창작자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크레디트 수정 등 제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관계 확인 후 유사성이 인정돼 이 일에 책임이 있는 작곡가들을 크레딧에서 제외하고 아이작 던바를 등재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는 두 곡이 일부 유사성이 있다고 판단해 아이작 던바의 권리를 인정했다는 뜻이지, 올리비아 마쉬의 표절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어서 “아티스트는 트랙을 전달받아 탑라인 및 데모용 가사 작업, 악기 편성과 보컬 작업 등을 함께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티스트와 소속사는 해당 작곡가들이 ‘Onion Boy’의 일부를 레퍼런스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구체적으로 문제가 된 이슈를 해명했다. 올비비아 마쉬 소속사는 “앞서 밝힌 바와 마찬가지로 아이작 던바와 원만한 합의를 마쳤으며, 원작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작곡 지분에 대한 협의, 크레딧 등록 등 필요한 제반 업무를 마쳤다”며 “이와 동시에 지금의 상황을 야기한 작곡가들에 대한 추후 조치 또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번 일과 관련하여 당사는 사실 관계를 바로잡아 아티스트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올리비아 마쉬 추가 공식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엠플리파이입니다. 24일 당사에서 배포한 올리비아 마쉬 관련 입장문으로 많은 오해와 논란이 제기된 바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다시 입장문을 전달드립니다. 당사 소속 아티스트 올리비아 마쉬(Olivia Marsh)의 타이틀곡 ‘Backseat’(백시트)가 아이작 던바(Isaac Dunbar)의 ‘Onion Boy’(어니언 보이)와 유사하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 창작자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크레딧 수정 등 제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실관계 확인 후 유사성이 인정되어 이 일에 책임이 있는 작곡가들을 크레딧에서 제외하고 아이작 던바를 등재하였습니다. 이는 두 곡이 일부 유사성이 있다고 판단해 아이작 던바의 권리를 인정했다는 뜻이지, 올리비아 마쉬의 표절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당사의 아티스트는 트랙을 전달받아 탑라인 및 데모용 가사 작업, 악기 편성과 보컬 작업 등을 함께 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티스트와 소속사는 해당 작곡가들이 ‘Onion Boy’의 일부를 레퍼런스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앨범 제작 과정에 있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티스트와 당사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아이작 던바 측과 소통하여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또한, 아티스트는 창작자로서 아이작 던바가 느꼈을 상실감에 공감하고 사과의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아이작 던바 또한 자신의 트랙을 재가공해 작업한 사람들에게 문제를 제기한 것이지, 아티스트를 특정한 것은 아니라고 사과 한 바 있습니다. 당사는 앞서 밝힌 바와 마찬가지로 아이작 던바와 원만한 합의를 마쳤으며, 원작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작곡 지분에 대한 협의, 크레딧 등록 등 필요한 제반 업무를 마쳤습니다. 이와 동시에 지금의 상황을 야기한 작곡가들에 대한 추후 조치 또한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과 관련하여 당사는 사실 관계를 바로잡아 아티스트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손봉석 기자 2025.02.27 02:58

    • [공식] ‘다니엘 언니’ 올리비아 마쉬 “표절 인정 NO” 추가 입장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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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다니엘 언니’ 올리비아 마쉬 “표절 인정 NO” 추가 입장 발표

      올리비아 마쉬. 걸그룹 뉴진스(NJZ) 다니엘의 언니이자 솔로 가수로 활동 중인 올리비아 마쉬가 표절 의혹과 관련해 추가 입장을 표명했다. 26일 올리비아 마쉬의 소속사 엠플리파이 측은 “24일 발표한 입장문으로 많은 오해와 논란이 제기돼 사실관계를 바로잡는다”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소속사 측은 “올리비아 마쉬 타이틀곡 ‘백시트’(Backseat)가 아이작 던바(Isaac Dunbar)의 ‘어니언 보이’(Onion Boy)와 유사하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 창작자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크레디트 수정 등 제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관계 확인 후 유사성이 인정돼 이 일에 책임이 있는 작곡가들을 크레딧에서 제외하고 아이작 던바를 등재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는 두 곡이 일부 유사성이 있다고 판단해 아이작 던바의 권리를 인정했다는 뜻이지, 올리비아 마쉬의 표절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표절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아티스트는 트랙을 전달받아 탑라인 및 데모용 가사 작업, 악기 편성과 보컬 작업 등을 함께 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티스트와 소속사는 해당 작곡가들이 ‘Onion Boy’의 일부를 레퍼런스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습니다”고 구체적인 내막을 해명했다. 소속사는 “앨범 제작 과정에 있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티스트와 당사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아이작 던바 측과 소통하여 문제를 해결했다”며 “올리비아 마쉬는 창작자로서 아이작 던바가 느꼈을 상실감에 공감하고 사과의 메세지를 보냈다. 아이작 던바 또한 자신의 트랙을 재가공해 작업한 사람들에게 문제를 제기한 것이지, 아티스트를 특정한 것은 아니라고 사과했다”며 당사자 간의 원만한 협의를 마쳤음을 전했다. 끝으로 소속사 측은 “원작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작곡 지분에 대한 협의, 크레딧 등록 등 필요한 제반 업무를 마쳤다. 이와 동시에 지금의 상황을 야기한 작곡가들에 대한 추후 조치 또한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일과 관련하여 당사는 사실 관계를 바로잡아 아티스트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24일 올리비아 마쉬의 소속사는 “지난 13일 발매한 타이틀곡 ‘백시트’가 아이작 던바의 ‘어니언 보이’와 유사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며 “당사는 직접 두 곡을 비교해본 결과 아이작 던바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해석했다”고 입장을 전해 ‘표절 의혹’이 더욱 불거졌다.

      강신우 온라인기자 2025.02.26 09:19

  • 주간경향

    • 사회 김우재의 플라이룸

      [김우재의 플라이룸](31)표절과 학문의 유지

      지난 8월 8일 국민대 정문 앞에서 국민대 동문 비상대책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07년 쓴 박사학위 논문 조사결과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라 불리는 신평 변호사가 김건희 여사의 논문에 대해 “사회과학 논문에서 표절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발언이 논란이 되자 “우리가 인문사회과학 계열의 논문을 쓸 때는 항상 연구결과로 나온 것을 토대로 해서 읽어보고 거기서 나오는 생각을 담아서 논문을 쓰는 것”이며, 따라서 “좀 철학적인 견지에서 볼 때 어떤 인간의 사유가 다른 인간의 기초적인 사유를 전제하지 않고는 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유의 기반을 참조하는 행위와 문장을 통째로 베끼는 행위 사이에는 어떤 교집합도 존재하지 않는다. 전자는 모든 학문의 방법론적 기반이지만, 후자는 도둑질이기 때문이다. 논문 도둑질과 기득권의 영어 실력 김건희 여사는 총 3편의 논문을 출판했다. 2편은 박사학위과정 시절인 2007년 ‘한국디자인포럼’에 실렸고, 1편은 박사학위 논문이다. 이중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는 영문 제목에서 ‘유지’를 ‘Yuji’로 번역해놓는 바람에 화제가 됐다. 논문 전반에서 드러나는 어색한 번역투 한글은 논문 작성자가 기계번역기에 크게 의존했음을 드러낸다. 즉 저자는 논문 제목조차 스스로 영어로 번역하지 못할 정도로 영어에 능숙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논문의 표절률은 43%로, 통상 논문 통과 기준이 되는 15%를 크게 웃돈다. 또 다른 논문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들의 구매 시 e-Satisfaction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는 2002년 한국외대 석사학위 논문인 ‘인터넷 쇼핑몰에서 e-Satisfaction에 영향을 주는 요인 연구’를 거의 그대로 베꼈다. 심지어 이 논문의 영어제목은 베낀 논문의 영어제목인 ‘A Study’를 ‘The Analyze’라고 교묘하게 바꿔치기했는데, Analyze는 동사라 논문 제목의 첫 단어가 될 수 없다. 김건희 여사가 진짜로 이 논문을 작성했다면, 그의 영어 실력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의 수준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수준인 셈이다. 이는 그가 논문의 영문 초록을 94%나 그대로 베꼈다는 점에서 더욱 확실해진다. 김건희 여사는 스스로 영어로 된 논문을 작성할 실력이 없어보인다. 아바타 이용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 김건희 여사의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 제목이다. 신평 변호사는 이 논문을 읽어보지도 않고 논문의 표절 문제를 감쌌다. 이 논문의 진짜 문제는 표절 정도가 아니다. 그건 논문을 읽어봐야 알 수 있다. 저자는 정보화시대에 IT 기반의 디지털 산업과 운세 콘텐츠를 접목해 디지털 문화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꾀하고자 한다. 여러 운세 콘텐츠 중에서 김건희 여사의 관심 주제는 남녀의 궁합이다. 논문의 3.2절 ‘궁합’은 “사람에게는 모두 인연이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궁합은 그러한 다스림을 말하는 것으로 어떤 연이 천생배필이라 하더라도 그 연을 이끌어감에 있어서 소홀하면 그 연은 그 기운을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고, 혹은 아주 좋지 않은 연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이끌어가는 기운은 좋은 연으로의 변화를 낳는다”는 궁합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적 관점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과연 좋은 궁합이란 무엇인가. 논문의 표34는 여러 사례를 통해 좋은 궁합의 예시를 보여준다. “얼굴에 비해 코가 작은” 남자에겐 “입이 작은 여자”가 좋은 궁합이다. “대머리”의 남자에겐 “주걱턱의 여자”가 좋은 짝이라고 한다. “이마가 넓은 남자”는 “콧날이 반듯한 여자”와 “이마가 좁은 남자”는 “입이 큰 여자”와 어울린다. 표에 나열된 22개의 사례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는 논문에 기록돼 있지 않다. 많은 이들이 논문을 검증한 결과, 이 논문에 인용된 대부분의 문장과 사례들은 네이버나 다음 등의 포털 블로그 내용 및 네이버 지식인의 글을 대량으로 베낀 것이라고 한다. 좋은 궁합의 예시라고 논문에 기재된 저 표 역시 인터넷 블로그 어디에서 가져다 썼을 것이다. 인문사회계열 논문 표절 불가피성 논제 신평 변호사는 인문학이 과거 학자들의 사유에 기대고 있다는 논리로 김건희 여사 논문의 표절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주장했다. 그럴 수 있다. 문장 표절률의 기준을 15%로 잡는 이유도, 불가피하게 문장이 중복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논문에서 표절은 지엽적인 문제다. 학문의 영역에서 법으로 처벌이 가능한 부분이 표절 등의 연구윤리뿐이어서 정치권이 표절을 붙잡고 늘어지는 것일 뿐, 이 사건의 더 큰 문제는 대학이 학위장사를 통해 형편없는 수준의 박사학위자들을 대량으로 양산하고 있다는 비극이다. 김건희 여사는 바로 그런 학위공장 체제에서 탄생한 양산형 박사다. 논문의 표절 여부를 떠나 논문의 수준을 가늠해보자. 논문은 디지털 콘텐츠와 운세를 엮어 사업적 가능성을 타진해본다는 의도로 쓰여졌지만, 논문의 실증적 방법론은 겨우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뿐이다. 게다가 논문의 이론적 기반이 되는 부분은 인터넷을 뒤져 블로그 글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추정되고, 심지어 제대로 된 참고문헌조차 달려 있지 않다. 실제로 주역과 궁합 등이 논의되는 15페이지 분량의 이론적 배경에서 각주로 제시되는 참고문헌은 단 2편뿐이다. 게다가 운세 콘텐츠 개발이라는 논문의 주제를 위해 이렇게 상세하게 주역의 음양오행 사상이 논의돼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논문의 분량을 맞추기 위해 인터넷 여기저기서 글을 가져다 짜깁기하다 보니, 제대로 참고문헌을 달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무속신앙에 큰 관심을 가진 인물이다. 즉 학자의 관심사가 논문으로 승화됐다는 측면에서 이 논문은 매우 바람직한 결과물이다. 문제는 자신의 관심사를 학문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실력 없이, 단지 학위라는 간판을 얻기 위해 수준 이하의 논문을 출판하고, 또 이를 승인해준 대학교수진의 썩어빠진 행태일 것이다. 사법부의 치부를 내부고발한 것으로 유명한 신평 변호사는 그의 책 <공정사회를 향하여>를 소개하는 신문칼럼에서 공정사회의 본질이 “기득권자들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정치”라고 말했다. 아마도 그가 말하는 공정사회에선 엉터리 논문이 교수들의 ‘정치질’에 의해 통과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신평 변호사는 꼭 이 논문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수십편의 논문을 쓴 전 교수로서 이 논문이 어떻게 읽히는지 공정하게 판단해주시길 바란다. 학문의 수준은 유지(Yuji)돼야 한다.

      김우재 낯선 과학자 2022.08.26 15:17

    • 문화/과학 해외문화 산책

      [해외문화 산책]끝나지 않은 레드 제플린 표절 논란

      전설적인 록밴드 레드 제플린이 대표곡 중 하나인 ‘스테어웨이 투 헤븐’ 표절에 대한 소송이 제기된 지 6년 만에 법정 공방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10월 5일(현지시간) ‘스테어웨이 투 헤븐’ 표절 의혹 사건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에선 대법원이 인정해야 상고가 가능한 만큼 레드 제플린은 더 이상 법정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2007년 12월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O2아레나에서 열린 재결합 공연 당시 레드 제플린의 연주 모습. / 워너뮤직 제공 대중음악계에서는 여러모로 되새겨볼 대목이 많은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록 역사에 회자되는 명곡이 연관된 소송이라는 화제성은 물론이고 어디까지를 표절이라고 볼 것인지, 저작권법이 체계를 갖추기 이전 시대 곡들의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스테어웨이 투 헤븐’은 록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도입부로 자주 언급된다. 레드 제플린은 이 곡 하나로 5억달러(약 58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부분도 바로 이 도입부다. 레드 제플린은 고인이 된 밴드 스피릿의 기타리스트 랜디 캘리포니아가 1968년 작곡해 발표한 ‘토러스(Taurus)’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캘리포니아의 자산 관리인이 2014년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캘리포니아 측은 레드 제플린이 1970년 영국 버밍엄의 한 클럽에서 스피릿이 ‘토러스’를 공연하던 것을 보고 따라 만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피릿의 베이스 연주자였던 마크 안데스는 당시 공연장에서 레드 제플린의 보컬 로버트 플랜트를 만나 함께 당구 게임도 즐겼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하지만 플랜트는 공연 당일 심각한 교통사고로 인한 기억 상실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레드 제플린의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는 2010년 온라인에서 ‘스테어웨이 투 헤븐’과 ‘토러스’의 유사성을 언급하는 글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토러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며 맞섰다. 2016년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들은 플랜트와 페이지가 ‘토러스’를 몰랐을 리 없다며 두 사람의 주장을 배격했다. 하지만 ‘스테어웨이 투 헤븐’과 ‘토러스’에서 모두 발견되는 연속적인 반음 하강 전개는 디즈니 뮤지컬 주제가에서도 나타나는 등 대중음악의 흔한 작법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여 표절은 아니라고 평결했다. 그렇게 끝나는가 했던 표절 논쟁은 2018년 샌프란시스코 제9 연방항소법원이 1심 재판에서 배심원들이 법정에서 ‘토러스’를 청취하지 않는 등 여러 결함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심리를 명령하면서 불씨가 살아났다. 그러나 지난 3월 제9 연방항소법원은 ‘스테어웨이 투 헤븐’은 표절이 아니라는 1심 판결을 인정했다. 항소법원은 악보가 등재된 곡만 저작권법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법이 제정된 1978년 이전에 만들어진 곡들은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 아니라면서 1심 때보다 더 레드 제플린에 우호적인 판결을 내렸다. 법정 공방은 끝났지만, 표절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못하고 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슈퍼스타에 힘을 실어주는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효재 산업부 기자 2020.10.12 14:11

    • 문화/과학 톡톡TV

      [톡톡TV]‘표절의 힘’ 지상파도 접수한 카피추

      예능의 카피(copy) 전쟁 속에서도 방송인 카피추의 ‘영리한 변화구’가 통했다. 복제 캐릭터가 표절을 추구하는 유튜브 콘텐츠로 심상치 않은 인기몰이에 성공하더니, 이제는 지상파까지 점령했다. 카피추의 시작은 유튜브 ‘유병재’ 채널이다. 지난해 10월 ‘창조의 밤-표절제로’란 영상을 선보이며 대중의 눈과 귀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해당 영상에서 카피추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일생을 산에서만 살아온 ‘자연인’ 콘셉트로 등장, 유명곡들과 어딘가 모르게 닮은 자작곡을 천연덕스럽게 발표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추대엽 인스타그램 첫 영상 공개부터 화제였다. 기존 영상들이 100만 이하 조회수를 기록한 데 비해 ‘창조의 밤-표절제로’ 1부 영상은 553만이 넘는 조회수(15일 기준)를 기록했고, 2부(417만)와 3부(349만) 역시 히트하며 신드롬에 불을 댕겼다. 인기의 가장 큰 요인은 참신한 콘텐츠 기획이었다. 야금야금 표절하고 의혹이 일어도 늘 ‘모르쇠’로 일관한 방송가와 달리 대놓고 ‘표절’하는 뻔뻔한 기획이 ‘병맛’ 감성을 건드린 것. 2002년부터 방송 활동을 이어온 개그맨 추대엽은 신분을 철저히 부정한 채 복제 캐릭터 ‘카피추’를 능청스럽게 연기한다. 여기에 재밌는 개사와 멜로디 리메이크로 탄생시킨 표절곡을 ‘영감 받아 직접 만든 노래’라고 우기는 그만의 B급 유머가 어우러진다. 예능계와 가요계에서 끊이지 않았던 표절 논란과 묘하게 겹쳐지며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아이러니’를 선사한다. 자연스러운 블랙코미디다. 이뿐만 아니라 유병재와 카피추의 ‘티키타카’까지 곁들여지며 콩트의 재미를 배가한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택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볼 수 있어, 단시간 내 입소문이 났다. URL 링크도 가능해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채널 구독자수 유입도 어렵지 않았다. ‘B급 코드’에 열광하며 하루종일 휴대전화를 끼고 사는 1030세대가 카피추의 ‘단단한 팬덤층’을 형성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카피추의 본체 추대엽에겐 ‘전성기’가 열렸다. 자신의 이름을 딴 ‘카피추’ 채널을 인기리에 오픈하는가 하면, 다수 라디오 프로그램과 MBC <전지적 참견 시점>도 접수했다. 또한 최근 유병재의 소속사인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전속계약도 체결했고, 여러 편의 광고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표절’이란 소재로 데뷔 18년 만에 ‘꽃길’을 연 셈이다. 2~3년 전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지면서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던 그는 인생 제2막에 황홀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1월 11일 방송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유튜브 파급력이 이 정도인지 상상도 못 했다. 사라질 뻔했던 개그를 유병재가 살려줬다”며 “코미디를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발버둥치던 차에 유병재가 연락해왔고,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줄 몰랐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카피추는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표절곡 콘텐츠뿐 아니라 또 다른 대세 캐릭터 ‘펭수’와 동일인물이란 온라인커뮤니티 루머까지 개그로 십분 활용하며 반경을 넓히고 있다. 그의 다음 발걸음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다원 스포츠경향 기자 2020.01.17 18:23

    • 사회 법률 프리즘

      [법률 프리즘]자기 논문을 표절하는 것이 왜 문제일까

      다수의 학자들은 자기 표절로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경우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분량상 과거의 자기 연구를 그대로 인용한 부분이 많다 해도, 그 논문만의 독창성이 있다면 자기 표절로 보기 힘들다. 언젠가부터 인사청문회에서 ‘표절’은 가장 중요한 논쟁거리가 되었다. 2006년 김병준 교수가 표절 의혹으로 청문회 단계에서 하차한 이후 수많은 청문회에서 표절 문제가 논의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월 22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강윤중 기자 여기서 문제되는 표절 중 다수는 ‘자기 표절’이다. 이은재 의원(자유한국당)이 제기한 이번 조국 장관 후보자의 표절 의혹에서도 25건 중 20건이 자기 표절 의혹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신의 논문 저작권이 자신에게 있는데, 자신이 이를 사용하는 것이 왜 문제라는 것일까? 가수가 자신이 작사·작곡한 노래를 수천 번 부른다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연구자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창작물을 다시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표절과 저작권법의 차이를 생각해야 한다. 표절과 저작권법 위반을 막연히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도덕적 문제인 표절과 법적 문제로 인격권·재산권과 연관된 저작권법 위반은 다르다. 예를 들어 작곡가가 자신의 노래라고 발표한 곡이 사실상 원저작자의 동의를 얻어 번안한 곡일 경우, 저작권법 위반은 아니지만 도덕적 비난은 가능할 수 있다. 자기 표절도 자신의 사용에 원저작자인 자신의 허락이 있었으므로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다. 즉 표절은 ‘다른 작품의 내용을 따다 쓰는 행위 중 도덕적으로 비난 가능한 행위’라는 폭 넓은 개념이다. 무엇이 도덕적으로 비난 가능한지 사람마다 견해가 달라 무엇이 표절인지 단언하기도 쉽지 않다. 표절은 국어사전의 정의와 같이 ‘남의 작품 내용의 일부를 몰래 따다 쓰는 것’이므로 자기 표절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학자들은 자기 표절로 연구실적 부풀리기와 같은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경우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분량상 과거의 자기 연구를 그대로 인용한 부분이 많다 해도, 그 논문만의 독창성이 있다면 자기 표절로 보기 힘들다. 그리고 연구실적 부풀리기를 비롯한 어떤 이익과 연관이 없다면, 예컨대 잡지에 자신의 논문을 요약해서 소개하는 것은 자기 표절이라 비난하기 힘들다고 본다. 여기서 독창성이 있는지, 자기 표절이나 중복게재로 어떤 이익을 거두는지는 섬세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뉴턴은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이디어와 창작물은 새롭기 어렵고, 과거의 아이디어와 창작물을 아주 약간 변형한 것들이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자신의 확고한 이론적 토대를 만들고, 거기서 약간씩 다른 아이디어를 더해 논문을 쓸 수밖에 없다.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일반 상대성 이론’이라는 논문조차 ‘특수 상대성 이론’이라는 선행연구에 대한 인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논문 중 어떤 문구가 얼마나 겹치느냐를 두고 표절을 기계적으로 판단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 그러므로 어떤 연구자의 논문이 ‘자기 표절’인지 여부는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그 연구자를 정치적으로 검증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소속 변호사 2019.08.23 16:03

  • 레이디경향

    • ‘논문 표절 논란’ 김미경 다시 출발선에서

      화제

      ‘논문 표절 논란’ 김미경 다시 출발선에서

      지난해 3월 논문 표절 논란으로 방송과 강연 무대를 떠났던 김미경이 1년 만에 다시 대중 앞에 돌아온다. 25년 동안 쌓아온 강사로서의 커리어를 내려놓은 1년의 시간. 오랜 고민과 물음의 시간을 보낸 뒤 그녀가 얻은 것은 불행을 해석하는 힘이었다. 비우고 나니 채울 공간이 생겼다 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그녀의 집필실은 이제 막 새봄 이사를 마친 집처럼 분주한 분위기로 들썩이고 있었다. 한쪽 벽에 걸린 스케줄 보드에는 하나둘 일정이 채워지고 있었고 얼마 전 출간된 그녀의 에세이집도 눈에 띄었다. 어느새 다가온 봄, 김미경(49)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중이다. 궁금했어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원래 사람들이 그렇잖아요. 자기 눈에 안 보이면 쉬는 거라고. 그렇지 않아요. 사람이 산다는 게 기본은 숨 쉬는 것이고 그 위에 하나씩 보태가는 거잖아요. 1년 전 논문 표절 사건 이후로 거의 모든 활동을 접었어요. 제가 일을 시작하고 강연을 가장 오래 쉰 기간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또 채워지더라고요. 그동안 정신없이 달리느라 하지 못한 것들로 채우며 지냈어요. 그 일이 작년 3월이었으니 정확히 1년 만이네요. 스스로에게도, 또 대중에게도 급작스러운 일이었는데, 당시 상황을 떠올려보면 어떠세요? 작년 1, 2월에는 정말 터져나갈 듯이 바빴어요. 일이 물밀 듯이 밀려오니 도저히 조절이 안 되더라고요. 일도 많았고 만나자는 사람도 많았죠. 제가 시간을 못 내니까 밥 먹을 시간도 없냐고 화를 내더라고요. 진짜 밥 먹을 시간이 없었어요. 하루에 7개 이상의 스케줄에 마지막 미팅은 밤 11시. 애들을 볼 시간이 거의 없었고 끼니는 먹는 게 아니라 때우는 거였어요. 저는 일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런 면에서 보자면 성공적으로 보였지만 한계를 지나치면 뭐든 좋은 게 하나도 없어요. 그렇게 바빴을 때 일이 터진 거예요. 한동안 충격에 휩싸여 있다가 이 일에 대해 해석하기 시작했어요. 왜 이 시점에서 이 일이 일어났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수많은 질문이 떠올랐어요. 스스로도 아직 생각 정리가 안 됐는데 사람들은 당장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대답할 수가 없다는 것이 참 힘들었어요. 본인의 이름까지 내건 방송을 진행하며 강사로서의 커리어에 정점을 찍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더욱 충격이 컸던 것 같아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던가요? ‘김미경쇼’ 폐지 연락받았을 때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이미지가 ‘김미경쇼’에 와서 앉아 있던 아이들의 얼굴이었어요. 그 아이들에게 더 이상 실망을 주는 어떠한 말도 하지 말아야겠다, 다 내려놓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려놓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강의가 줄줄이 취소되고 직원들의 절반이 회사를 떠나가는 상황에서 느꼈던 상실과 고통을 가늠할 수 있을까요? 괴로웠죠. 오랫동안 공들여 쌓은 탑이 한순간에 유리 파편처럼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사라지는 것만 같았어요. 25년간 강사로서 쌓아온 제 커리어도 자존심과 함께 무너져 내렸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까지 더해져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어요. 사람들이 물어요. 김미경만의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고요. 그런데 말이죠, 아무리 강한 사람도 고통을 극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있어요. 벗어나려 아무리 마음을 다잡고 발버둥 쳐도 그 시간을 지나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얼마나 걸리셨어요? 스스로 ‘그래, 이제 괜찮아졌어’ 하고 나서 이제 살겠구나 싶으면 내일 또다시 다른 감정에 사로잡혀 괴로운 거예요. 그래서 하루 날을 잡고 저를 괴롭히는 감정들을 정리해봤어요. 미련, 좌절, 포기, 미안, 책망, 후회…. 다 정리하고 나니 마흔한 개 더라고요. 그 감정들이 하나하나 몸으로 겪고 나서야 괜찮아지는 거였어요. 그렇게 40여 일이 지났어요. 괴롭고 힘들었죠. 하지만 내가 몸으로 느끼지 않으면 절대로 몰랐을 감정들을 경험한 시간이었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제 몸을 통과해 빠져나가고 나니 그만큼 새로운 공간이 생기더라고요. 이제 다시 채워가는 일이 남았죠.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1년은 그녀에게 긴 시간이 아니었다. 25년 만에 주어진 새로운 시간 동안 그녀는 부지런히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논문을 고쳐 썼다. 그러다 보니 알게 됐다. 행운인 줄 알았는데 불행이었고, 불행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걸. 미국 영어 연수도 그 과정 중 하나였나요? 사실은 늘 노리고 있었어요. 사람들마다 오랫동안 아껴온 삶의 이벤트가 있잖아요. 저에겐 언젠가 혼자 외국에 나가 1년 정도 마음껏 공부해보는 것이었어요. 근데 사실상 거의 포기하고 있었죠. 애가 셋에 책임져야 할 직원이 스무 명인데 어떻게 일을 비우겠어요. 스물다섯 살 때부터 25년간 돈을 벌면서 커리어는 열심히 키워왔지만 공부할 시간 1년을 만들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드디어 시간이 생긴 거예요. 남편과 아이들, 직원들도 모두 다녀오라고 등을 떠밀었어요. 내 나이 50에 드디어 뉴욕으로 떠나게 된 거예요. 3개월, 남들에겐 짧은 시간일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3년같이 금쪽같은 시간이었죠.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렸으니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했을 것 같아요. 뉴욕에서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처음 떠날 때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었어요. 만약 제가 복귀를 한다면 그때는 제 몸에서 생각이 차올라 그게 입 밖으로 터져 나올 때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를 기다리면서 차분히 생각도 정리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자는 계획이었는데 웬걸요,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생각이 딱 바뀌었어요. 저만 바라보고 있는 직원들과 가족을 떼어놓고 여기까지 왔는데 생각만 하다 갈 수는 없는 거예요. 3개월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가야겠다는 생각에 눈에 불을 켜고 공부를 했어요. 연수 끝나고 한국에 돌아와서 “아이고, 쉬어야겠다” 했다니까요(웃음). 어쨌든 새로운 경험이었을 텐데요. 상상하지도 못할 경험이었죠. 뉴욕에 있을 때 뉴저지에서 팬이 한 분 찾아왔어요. 사업에 실패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를 읽고 무척 감동을 받으셨대요. 제 책을 읽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분을 통해 LA 교민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게 됐는데 그때 교포 2, 3세를 좀 더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유학생들은 정말 마음의 멘토가 필요해요. 무척 고독하고 힘들거든요. 교포 2, 3세들, 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 불법체류자들, 그런 분들을 위해 해외 강연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비우러 간 곳에서 더 많은 일을 얻어오셨군요(웃음). LA에서 알게 된 물리학과 교수님과 함께 책도 쓰기로 했어요. 양자역학이 생성과 소멸에 대한 학문인데 이게 인간의 원초적 고민과 굉장히 가깝더라고요. 인생이란게 참 재밌어요. 항상 뜻하지 않은 곳으로 저를 데리고 가요. 만약 저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한국에서 계속 강의를 했더라면 상상도 못했겠죠. 행운인 줄 알았는데 불행이었고 불행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어찌 보면 힘든 일이 제게 온 것은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그 일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인생은 달라진다는 걸 알았어요. 논문도 다시 써보셨다고 들었어요. 문제가 된 논문은 제가 반드시 다시 풀어야 할 숙제였어요. 과거는 바꾸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이건 피할 게 아니야, 다시 보자, 했죠. 무엇보다 제가 무척 애착을 가지고 쓴 논문이거든요. 당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에 심취해 있던 상태였어요. 전국을 돌며 강의를 하고 설문조사를 해 쓴 논문이에요. 한 줄 한 줄 다시 읽으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찾아 밑줄을 긋고 고쳐 내려갔어요. 그렇게 꼬박 1주일 걸려 논문을 다시 써봤어요. 다시 쓰면서 참 좋더라고요. 힐링하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논문 표절 사건을 두고 ‘불행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결국 불행은 아니더라’라고 하셨어요. 그 일이 김미경의 삶에 어떤 의미가 될까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해요. 중요한 건 그 이후의 삶이에요. 인정하고 고치고 받아들이며 이미 이 사건은 제 인생의 일부분이 됐어요. 인터넷에 김미경을 치면 연관 검색어에 논문 표절 의혹이 나와요. 괜찮아요. 지우고 싶지 않아요. 이제 내가 평생 가져가도 되겠다 싶어요. 저에게 약이 된 일이고 그 일로 인해 제가 깨달은 것이 많거든요. 지금은 무척 감사해요. 만약 2013년에 그 일이 없었다면 지금쯤 전 병원 가 있었을 거예요. 영양실조나 김밥 중독으로요(웃음). 이번 일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살다 보면 손에 든 걸 내려놓아야 할 때가 와요. 쉽지 않죠. 비운다는 건 채우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거든요. 전 못할 줄 알았어요. 근데 정말 비워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비우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하고 나니 내가 보였어요. 그동안 나를 수식하던 명사와 형용사들을 걷어낸 원초적인 나 자신이요. 제가 가진 일, 관계, 명예,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이 없으면 죽을 것 같았는데 죽지 않아요. 살아 있더라고요. 어느 순간 남편과 아이들이랑 집에서 밥을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는 제 자신을 보며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해도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다시 새로운 생각들과 깨달음으로 채워나가면 된다는 걸요. 그러니 힘든 일이 있다고 의기소침할 것도 없고 나보다 잘사는 것 같다고 부러워할 것도 없어요. 앞으로 살면서 또 한 번 힘든 일이 올지도 몰라요. 아마 다음번엔 지금처럼 아프지는 않을 것 같아요. 내 주위가 변해도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배웠으니까요. 불행을 약으로 만드는 법 일하느라 제대로 얼굴 한 번 보기 힘들었던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다녔고, 미처 돌보지 못했던 아들의 아픈 속도 어루만져줬다. 왜, 지금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 혼란스러웠던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때가 됐기 때문에’라는 답을 찾았다. 고통을 지나고 불행을 약으로 만드는 법도 함께 말이다. 가족과의 관계나 시간에 있어서도 달라진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좋아졌어요. ‘가족은 곧 시간’이더라고요. 전에는 큰애가 엄마랑 밥을 먹으려면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했어요. 그만큼 바쁜 엄마였는데 쉬는 동안 강원도로 다 함께 여행도 다니고 또 세 아이와 각자 시간을 보내며 얘기도 많이 했어요.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그동안 내가 참 무심했구나 싶어 미안했죠. 근데 부작용이 있어요. 막내가 열한 살인데 자꾸 엄마 언제 오냐고 전화를 해요. 이제 다시 바빠지려고 하는데 걱정이에요(웃음). 지난 1년간 아이들과 보낸 시간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둘째가 고등학교 2학년인데 얼마 전에 자퇴를 했어요. 예고에 들어갔는데 1년 정도 혼자 끙끙 앓았더라고요. 엄마를 실망시킬까 봐, 자신 때문에 엄마가 창피라도 당할까 봐 말도 못하고 마음을 졸였던 거예요. 나 때문에 그 오랜 시간 동안 썩어문드러졌을 아들 속을 생각하니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이미 자신의 고민만으로도 두 어깨가 무거웠을 텐데 제 생각까지 해줬다는 게 고마웠고요. 자퇴서에 사인하기 전에 3일 동안 함께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얘기해줬어요. 앞으로 너희들이 엄마한테 미안할까 봐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요. 얼마나 많은 정치인과 장관, 유명인의 아이들이 부모 이름에 해가 될까 봐 조심하며 힘들게 사는지 알거든요. 그리고 집에 와서 아들과 함께 케이크를 잘랐어요.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의미로요. 자퇴해서 성공한 뮤지션들 명단을 뽑아보니 꽤 되더라고요. 아들에게 명단을 보여주며 “원래 뮤지션은 자퇴 정도는 해줘야지”라고 얘기하니 자신감을 얻더라고요. 자퇴를 실패라고 알면 실패에서 출발해야 하는 거고, 명예라고 생각하면 자랑스러운 출발이 되는 거잖아요. 불행을 해석하는 힘은 그렇게 중요해요. 1년 전의 김미경과 현재의 김미경,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요? 변하지 않은 건 김미경 저 자신이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성격. 적극적이고 부지런하고 억척스러운 것은 지금도 그대로예요.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정말 할 일이 없으면 방이라도 닦아야 해요. 그런 건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요. 근데 나에게 무언가가 닥쳤을 때 그것을 해석하는 힘, 받아들이는 에너지, 약으로 만드는 법은 경험만큼 늘어났어요. 전에 비하면 많이 느긋해지기도 했고요. 방송 복귀 소식이 들려오더라고요. 다시 대중 앞에 서는 소감이 어떤가요? ‘나만 그런가’라는 주제로 방송을 시작해요.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 중에 ‘나만 그런가?’라는 게 있잖아요. 나만 시집 못 갔나? 우리 아들만 이렇게 공부 못하나? 나만 취업 못하나? 그렇지 않아요. 세상에 ‘나만 그런 일’은 한 건도 없어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마음 한쪽의 고독감과 외로움을 위로하고 솔루션을 주자는 취지예요. 잘 정비하고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에너지를 많이 비축해놓았으니 훨씬 낫겠죠.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설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해요. 올 한 해 또 열심히 달려야죠. 유난히 긴 겨울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잡히지 않는 ‘꿈’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현재는 다음에 올 것의 반대 경험이다’라고 생각하세요. 끝없이 외로운 삶도 없고 끝없이 힘든 삶도 없어요. 지금과 같지 않기 위해 내일이라는 게 있거든요. 사는 건 연습이 아니라고 하잖아요. 인생은 실전이라고. 하지만 사는 건 연습이에요.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오늘인데 어떻게 완벽할 수 있겠어요. 한 장 그리면 끝나는 게 아니에요. 앞으로 1천 장도 넘게 남아 있어요. 오늘 실패했으면 내일 다시, 내일도 잘 안 됐으면 그 다음날 다시, 그렇게 한 장 한 장 연습하고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완성돼 있을 거예요. 그러니 오늘 안 된다고 너무 힘들어하지 마시고 뜨거운 국밥 한 그릇 드시고 한숨 푹 주무세요. 그리고 다음으로 가세요. 그래도 돼요. 올 한 해 계획하시는 일 중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요? 얼마 전 친구 하나가 주부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생각보다 주부우울증과 산후우울증으로 아파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5월쯤에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개정판이 나와요. 그때 주부들을 초청해 출판 파티를 할 예정이에요. 주부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주부들의 우울함과 그에 대한 솔루션을 함께 찾아보고 싶어요.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김영길>

      2014.02.24 17:27

    • 사회 각계에 불거진 유출, 커닝, 표절…아이들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육아/교육

      사회 각계에 불거진 유출, 커닝, 표절…아이들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포털 사이트에 ‘커닝(학업부정행위. 옳은 영어 표현은 Cheating)’을 검색해보면 연관검색어로 ‘커닝 페이퍼’, ‘커닝 볼펜’, ‘커닝의 기술’, ‘커닝 게임’이 쭉 나온다. 커닝하는 법을 알려주는 인터넷 친목 사이트의 수도 많다. 지적 재산을 훔치는 커닝이 우리 청소년들 사이에서 죄의식 없이 만연해 있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표절의 불감증도 여전히 뿌리 깊다. 사례 1 SAT 한국 시험 취소 결정 지난 2월부터 검찰은 서울 강남 일대 유명 어학원들이 SAT(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를 빼내 수강생들에게 돈을 받고 문제를 유출한 단서를 잡고 어학원 8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실제 시험장에서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문제들을 별도로 추려 SAT 시험 주관사인 ETS(미국교육평가원)에 감정을 의뢰했고 ‘ETS가 출제한 문제가 맞다’라는 회신을 받았다. 결국 지난 5월과 6월 한국에서만 SAT 시험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사례 2 일명 ‘커닝 검사’ 사건 예비 검사가 로스쿨 졸업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과목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2013년 검사 신규 임용 시험에 합격한 B씨(로스쿨 2기)가 로스쿨 재학 당시 필수과목의 시험문제를 미리 빼돌려 공부했고, 이를 통해 A?라는 높은 학점으로 과목을 이수해 졸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동 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이력과 인맥을 이용한 범죄였다. 그러나 법무부 등 임용 과정과 관련된 정부기관에선 이와 같은 사실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 3 최첨단 장비를 이용한 커닝 지난해 10월 수험생들에게 돈을 받고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공인영어시험 토익(TOEIC)과 텝스(TEPS)의 정답을 실시간 전송한 영어 강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 과정은 치밀했다. 우선 영어강사 김 모씨는 수험생을 가장해 시험장에 들어가 문제에 대한 답을 초소형 카메라로 찍어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에게 휴대전화 음성 및 문자 메시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알려줬다. 시험 부정 의뢰자들은 수신용 지갑, 고막 이어폰, 스마트 시계 등 최첨단 장비를 활용해 답을 받아 시험을 치렀다. 사례 4 표절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 ‘표절의 왕국’이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 각계각층은 표절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문화계, 연예계, 체육계에서는 이미 ‘논문 표절의 쓰나미’가 휘몰아쳐 여기저기서 사죄의 목소리를 듣기 바빴다. 또 정부 고위 공직자 청문회에서 논문 표절 문제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대중은 ‘표절 없이는 논문을 못 쓰는 건가’ 하고 어리둥절할 뿐이다. ‘커닝’은 ‘학창 시절의 낭만’이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커닝’으로 일컬어지는 학업부정행위에 대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소수 학생들이 학창 시절에 재미 삼아 한두 번 정도 해보는 낭만적인 행동’으로 오해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부정행위는 심각하다. 덕성여대 심리학과 오영희 교수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초등학교 3학년의 45.6%, 초등학교 5학년의 72.1%, 중학교 1학년의 96.3%, 고등학교 2학년의 84.3%가 학업부정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학생들이 이른 시기부터 학업부정행위를 하고 있으며, 이 같은 행위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학생이 학업부정행위를 했다는 것은 초등학교 시기부터 학업부정행위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 교수는 학업부정행위가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학업부정행위는 부정행위를 하는 당사자의 지적·도덕적 발달을 저해하고 전체 사회의 도덕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엄청난 위험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학업부정행위를 하고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던 사람은 사회에 나가서도 죄의식 없이 다른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커닝이나 표절 같은 학업부정행위의 영향력을 일찍 인식한 미국에서는 30여 년 전부터 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1992년에 설립된 ‘학업정직성연구소(Center for Academic Integrity)’에는 현재 3백90개가 넘는 중·고등학교와 대학이 참여해 학업부정행위를 방지하고 학업 정직성을 높이기 위한 공동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미국은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도 엄격해서 중·고등학교에서의 커닝은 정학, 대학교는 상황에 따라 퇴학을 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오 교수는 학업부정행위의 근절을 위해서 ‘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 마련’보다는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에게 ‘왜 학업부정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가?’, ‘학업부정행위를 하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특히 그 사람이 친한 친구일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학업부정행위는 처벌받아야 하는가? 왜 처벌받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들에 대해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충분히 주고 학생 스스로 자정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에 나와서도 도덕적 문제의식이 지속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커닝을?! 상황별 부모 대처법 Q 아이가 학교 시험에서 커닝을 하다 들켜 선생님에게 혼이 났습니다. 보통 때와 달리 침울해 있고 학교 가기를 두려워합니다.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요? A 아이는 자신의 양심과 자존심에 손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두 가지를 말씀해주세요. 하나는 “네가 양심을 속이고 커닝을 했기 때문에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은 거야. 그래서 기분도 매우 가라앉고 학교 가기가 두려운 것이지. 하지만 오히려 다행이야. 네가 힘들어 한다는 것은 너의 양심 자체가 살아 있음을 뜻하는 것이고, 또 이번 경험을 계기로 다시는 커닝을 하지 않으면 돼 (아이의 잘못된 행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설명하고 달라질 것을 훈육함)”라고, 다른 하나는 “누구나 다 잘못이나 실수를 하는 법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잘못을 통해서 올바르게 행동하는 법을 더 분명하게 배우는 것이지.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네 기분도 나아질 것이고, 앞으로 학교생활을 정직하게 하면 선생님도 너를 다시 칭찬하게 될 거야(현재의 좌절 상태를 딛고 일어서게끔 격려하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예측함)”라고 말하는 겁니다. Q 옆에 앉은 아이가 자꾸 우리 아이의 시험지를 커닝한다고 합니다. 커닝을 못하게 하면 위협을 하는지 아이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가 봐요. 제가 학교를 찾아가 선생님에게 말씀드려야 할까요? 부모가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A 반드시 선생님에게 말씀드려야 합니다. 아이는 스스로 고자질쟁이로 취급될까 염려하기 때문에 아이가 직접 선생님에게 말하는 것보다는 엄마가 대신 얘기해주세요. 아이는 엄마에게 얘기를 한 것이고, 그것을 들은 엄마는 선생님에게 얘기를 다시 한 셈입니다. 선생님의 훈육과 지도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래야 현재의 부정적 악순환이 멈춰집니다. Q 아이가 학교에 다녀와서는 “반에 커닝을 너무 잘해 늘 성적이 좋은 친구가 있다”고 합니다. 아이는 억울해하며 공부하기 싫을 때마다 “나도 커닝을 해서 점수를 잘 받고 싶다”라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A 지금 당장은 그 친구가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실력을 스스로 쌓은 네가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임을 일러주세요. 엄마가 어렸을 적에도 그러했음을 얘기해줘서 아이의 긍정적 믿음을 강화시켜주세요. 또 커닝에 대한 유혹을 잘 참는 아이에게 많은 칭찬을 해주세요. “커닝으로 100점 받은 너보다 열심히 공부해서 80점 받은 네가 훨씬 더 훌륭한 학생이고 엄마도 자랑스럽다”라는 얘기도 반드시 해주세요.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김영길 ■도움말 / 손석한(연세소아청소년신경정신과 원장), 오영희(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

      2013.08.1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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