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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성 ‘시즌 7호골’···마인츠, 후반 막판 통한의 동점골 허용, 6위로 한 계단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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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성 ‘시즌 7호골’···마인츠, 후반 막판 통한의 동점골 허용, 6위로 한 계단 하락

      이재성. 마인츠 | AFP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 이재성(32)이 시즌 7호골을 터뜨렸다. 마인츠는 19일 독일 마인츠의 메바 아레나에서 열린 볼프스부르크와 2024~2025 독일 분데스리가 30라운드 홈경기에서 2-1로 앞서던 후반 44분 통한의 동점골을 내줘 2-2로 비겼다. 승점 1점을 따낸 마인츠(승점 47점)는 이날 승리를 거둔 프라이부르크(승점 48점)에 5위를 내주고 6위로 떨어졌다. 이겼다면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출전권이 주어지는 4위에 오를 수 있었지만, 막판 실점하며 오히려 순위가 추락하는 아쉬움을 맛봤다. 정규리그 종료까지 4경기를 남긴 마인츠는 뮌헨(1위), 프랑크푸르트(3위), 보훔(17위), 레버쿠젠(2위) 등 선두권 팀들과 대결을 앞두고 있어 UCL 진출권 확보에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전반 3분 만에 볼프스부르크의 막시밀리안 아르놀트에게 선제골을 내준 마인츠는 전반 37분 이재성의 동점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마인츠 | AFP연합뉴스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넬슨 바이퍼가 찔러준 패스를 잡은 이재성이 골 지역 오른쪽 부근에서 왼발 슈팅으로 골 그물을 흔들었다. 지난 2월23일 장크트파울리와 23라운드 홈 경기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골맛을 봤던 이재성은 약 2개월 만에 시즌 7호골을 기록, 2022~2023시즌 작성했던 자신의 분데스리가 한 시즌 정규리그 최다골과 타이를 이뤘다. 기세가 오른 마인츠는 3분 뒤 코너킥 상황에서 도미니크 코어의 역전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전반을 2-1로 마친 마인츠는 후반 31분 바이퍼 대신 홍현석을 투입하며 승리 굳히기에 나섰지만, 후반 44분 내준 코너킥 상황에서 볼프스부르크의 데니스 바브로에게 헤더 동점골을 허용, 다잡은 승리를 놓치고 무승부에 그쳤다. 마인츠 | AFP연합뉴스

      윤은용 기자 2025.04.20 11:55

    • 에임 “하락장 속에서도 지수 대비 7% 이상 초과 수익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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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임 “하락장 속에서도 지수 대비 7% 이상 초과 수익 기록”

      주식회사 에임 AI 자산관리 플랫폼 에임(대표 이지혜)은 올해 1분기(1~3월) 글로벌 증시 하락 속에서도 AIM 앱 투자 수익이 평균 3%대 수익률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S&P500(-4.3%)과 나스닥(-10.3%) 지수 대비 약 7%의 초과 수익을 거뒀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글로벌 최상위 헤지펀드와 유사한 수준의 성과라고 에임은 설명했다. 에임은 이번 성과를 단순히 단기 수익률 차원에서 볼 것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투자 원칙이 AIM의 차별화된 수익 안정성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다. 최근 업그레이드된 ‘AIM 2.0’의 알고리즘 ‘에스더(Esther)’는 더욱 정교하게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설계해, 시장 위기에는 이용자 자산을 지키고 상승기에는 수익 기회를 포착해 자산을 늘리는 자동 리밸런싱 전략을 추구한다. 투자자의 감정 개입 없이 위험을 제어하고 안정적인 분산투자가 가능한 구조다. 에임은 코로나 팬데믹, 글로벌 긴축 기조 등 지난 금융 위기 국면에서도 하락장 방어 능력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지속적으로 입증해 왔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코스피 지수는 24.89%, S&P 지수는 18.11% 하락한 폭락장에서도 에임은 위험을 최대한 줄이는 자산배분 전략으로 2.0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지혜 에임 대표는 “최근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로 체감되는 ’글로벌 디커플링’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기조를 이해하고, 일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향후 5년을 준비하는 자산배분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이 막연히 시장의 회복을 기다리며 과거형 자산배분을 유지하는 경우가 잦아 수년 간 큰 기회비용을 치르게 되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월가 헤지펀드 퀀트 투자 매니저 출신인 이 대표는 글로벌 기관투자자와 자산가를 상대로 하는 자산관리 기법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누리게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2016년 국내에서 에임을 창업했다. 전 세계 77개국, 12,700개 자산에 분산 투자하며, 채권과 ISD 등 안전자산도 함께 운영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손봉석 기자 2025.04.17 01:14

    • “이젠 휴식이 필요” “주장 완장 넘겨줘야” “더는 빛나는 선수 아냐”···‘하락세’ 손흥민에 팬들도 냉정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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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휴식이 필요” “주장 완장 넘겨줘야” “더는 빛나는 선수 아냐”···‘하락세’ 손흥민에 팬들도 냉정한 평가

      손흥민. 게티이미지코리아 오랫동안 토트넘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한 손흥민(32)의 경기력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현지 팬들도 나이가 문제라며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11일(현지시간)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의 최근 활약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요청했다”라며 팬들의 답글을 공개했다. 앞서 BBC는 지난 11일 토트넘과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의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8강 1차전(1-1무)이 끝나고 난 뒤 손흥민에 대해 “더는 토트넘에서 꼭 필요한 존재는 아닐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BBC는 “이번 시즌 손흥민은 예전처럼 빠르거나 날카롭게 보이지 않는다”라며 “상대 팀을 추격하는 상황에서 손흥민을 교체하는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정규리그에서 7골·9도움을 작성한 손흥민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골·2도움, FA컵 1도움, 리그컵 1골 등을 포함해 공식전 43경기에서 11골·12도움을 기록 중이다. 손흥민. 게티이미지코리아 토트넘에서 무려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작성하며 이름값을 하고 있지만 팬들은 손흥민의 폭발적인 스피드가 점점 줄어든다며 그의 나이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손흥민의 경기력을 지켜본 팬들은 대부분 나이를 지적하며 BBC에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션(Sean)이라는 팬은 “개인적으로 곧 32세에서 33세로 넘어가는 손흥민의 나이가 문제다. 신체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라며 “팬들도 손흥민이 이제 3∼4일 간격으로 경기를 뛸 수 없다는 점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손흥민은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내 생각에는 자신감도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리처드(Richard)라는 팬도 “주장 완장을 크리스티안 로메로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본다. 손흥민이 자유롭게 자신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렌(Len)이라는 팬은 “손흥민도 나이를 피해 갈 수는 없다. 더는 빛나는 선수가 아니다. 팀을 위해서 제외돼야 한다”라고 말했고, 찰리(Charlie)라는 팬은 “손흥민이 나이가 들면서 스피드가 떨어지고, 이것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스피드 이외의 방식으로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손흥민을 도울 사람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손흥민. 게티이미지코리아

      윤은용 기자 2025.04.12 12:22

    • 생활

      ‘국고채 금리 하락’…3년물 장중 연 2.622%

      27일 국고채 금리가 대체로 하락하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4bp(1bp=0.01%포인트) 오른 연 2.622%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는 연 2.845%로 0.6bp 상승했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0.1bp, 0.1bp 하락해 연 2.712%, 연 2.690%에 거래되고 있다. 20년물은 연 2.712%로 1.0bp 내렸다.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0.9bp, 0.9bp 하락해 연 2.604%, 연 2.472%를 기록했다.

      손재철 기자 2025.03.27 11:44

  • 주간경향

    • 관세 폭풍에 금값 또 사상 최고···유가는 하락

      경제

      관세 폭풍에 금값 또 사상 최고···유가는 하락

      골드바.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교역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발표하자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각국의 상호관세 부과율을 발표하자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금 현물가격은 0.6% 올라 온스당 3129.46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금 선물도 0.6% 상승한 3166.20달러에 마감했다. 금 가격은 장중에 1% 가량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질 때 금을 안전한 피난처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국제 금 가격은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매입과 아시아 지역 수요 증가로 큰 폭 올랐으며, 올해에도 19% 상승했다. 산업용으로 많이 쓰이는 구리 가격은 출렁였다. 관세 우려에 장중에 2.2% 급등했다가 상호관세 면제 소식이 확산되며 하락세로 돌아서 0.6% 떨어졌다. 결국 전날 대비 0.1% 상승한 가격에 마감했다. 철강과 알루미늄, 금, 구리 등은 이번 상호관세 부과 적용에서 제외돼 가격 상승 부담이 줄었다. 국제 유가는 상호관세가 전 세계 경제에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 속에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뉴욕 시간 2일 오후 4시59분 기준 배럴당 70.73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종가 대비 1.4% 하락한 가격이다. 미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산 원유의 경우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라 상호관세가 면제되면서 수입업자나 소비자들의 우려를 덜었다. 레이몬드 제임스의 파벨 몰차노프 애널리스트는 “관세는 글로벌 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다른 변수가 없다면 석유 수요에도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2025.04.03 13:40

    • 등골 휘는 사교육비…지출 1% 늘면 출산율  0.3% 하락

      사회

      등골 휘는 사교육비…지출 1% 늘면 출산율 0.3% 하락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1% 늘면 합계출산율이 최대 0.3% 가까이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김태훈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2월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가 연 제37회 인구포럼에서 ‘사교육비 지출 증가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이렇게 발표했다. 김 교수는 2009∼2023년 사교육, 출산 데이터를 활용해 사교육비 지출과 합계출산율의 관계를 분석했다. 김 교수는 “전년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1% 늘면 합계출산율이 약 0.192∼0.26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사교육비 증가는 둘째, 셋째 이상 자녀 출산에 훨씬 더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한국의 재수생 비율이 높고, 재수 기간의 사교육비 지출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실제 사교육비 지출이 과소 평가됐을 수 있다”며 “재수 입학으로 많은 젊은이의 사회 진출이 늦어짐에 따라 천문학적인 생산 감소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수생이 또 다른 재수생을 양산하면서 노동 시장 진입과 혼인이 늦춰져 미래 출산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입시 사교육의 본질이 남들보다 1점이라도 더 받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주장에 회의적”이라며 “적어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에 대해서는 심야 교습 규제를 강화하고, 휴일 휴무제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2025.02.05 14:35

    • 지역 중소기업의 ‘자금줄’ 지역경제와 동반 하락 ‘악순환’

      경제 표지 이야기

      지역 중소기업의 ‘자금줄’ 지역경제와 동반 하락 ‘악순환’

      한 은행 직원이 5만원권을 펼쳐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은행의 아우성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제주는 나름의 ‘특수’를 누렸다. 하늘길이 끊겨 해외로 나갈 수 없었던 내국인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았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식당, 펜션, 숙박업소, 골프장 등을 주로 찾았다. 업주들은 대출을 받아 급등한 임대료를 내거나 가게를 확장하는 데 썼다. 해외여행이 본격 재개되자 상황은 반전됐다.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 수가 줄어든 탓이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1264만명으로, 전년 1377만명 대비 8.2% 줄었다. 손님이 줄면서 매출은 급감했다. 게다가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경기마저 꽁꽁 얼어붙었다.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에 제동이 걸렸다. 지역의 대표 은행인 제주은행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손님이 줄어 장사가 안 되는데 경기마저 가라앉아 대출받은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45%로, 전년 말 대비 0.69%포인트 뛰었다. 조선과 자동차 등 협력업체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여·수신을 취급하는 부산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 특성상 주고객 층에 대기업은 거의 없다. 대부분 협력업체이거나 영세자영업체들이다. 이들은 경기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부산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산업 기반이 약화된 터여서 최근 고물가와 경기 악화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 같다”고 했다. 통계청과 한국고용정보원 등에 따르면 부산 인구는 2017년 341만명 수준에서 매년 줄어 지난해 12월 기준 329만여명(전년 동월 대비 0.7% 감소) 수준으로 감소했다. 고령화 속도는 0.968로 17개 광역 지자체 중 가장 높다. 연체율도 덩달아 치솟았다. 부산은행 연체율은 2020년 0.57%에서 지난해 12월 0.77%를 기록했다. 이 관계자는 “부산은행은 ‘부산형 사회연대기금’을 통해 임직원들이 월급의 0.5%를, 노사가 매월 1억원을 출연해 지역 내 중소기업을 돕고 있다. 지방은행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금융 서비스 확대라는 지방은행 본연의 역할을 수행 중이고, 구성원들도 자부심을 가지고 여러 사회적 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목적 아래 부산에 내려온 공공기관들은 주거래은행 선정에서 지방은행을 외면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전북 도내 대기업은 사실상 하림이 유일하다. 전주시를 제외한 전체 시·군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될 만큼 청년인구 유출과 저출생 문제도 심각하다. 국민연금공단과 전기안전공사 등이 입주해 있는 전주혁신도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서울 등을 오가며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주말이면 이 일대는 유령도시가 된다. 1960년대 250만명을 웃돌던 인구수는 지난해 말 기준 175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전북은행은 지역경제 쇠퇴 영향으로 수년째 수신액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기업 고객이 사실상 전무하다. 기업여신보다는 대부분 저신용 대출과 같은 서민금융을 주로 취급한다. 도내 지역경제가 장기간 침체돼 있는 데다 코로나19와 최근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그 여파가 소상공인 매출 저하로 이어져 차주들의 신용 상태도 나빠졌다”고 전했다. 전북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1%로 지방은행 중 가장 높다. 전북은행은 영업 역량을 수도권과 해외 진출 쪽으로 집중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당국의 정책적 지원 없이는 시중은행, 인터넷은행 등과의 경쟁이 어렵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서울이나 중부지역, 해외 등지에 점포를 내고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방은행의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과 성장성 모두 하락하면서 시장에만 맡겨둬서는 생존이 어려운 지경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지역경제 침체, 대형 시중은행과의 경쟁, 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 등 디지털 금융 확산, 금융권에 불고 있는 친환경·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이다.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지역예금은 빠져나가고, 자금 조달에도 애를 먹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여건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금융산업의 이러한 구조 변화는 일시적이지 않고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당국이 지방은행에만 지원을 늘리는 것은 경쟁 관계인 다른 은행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특혜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은행은 설립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이나 해외로 진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은행의 설립 취지이자 역할인 ‘지역 자금을 해당지역에 재투자하고 분배하는 선순환’을 기대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방은행의 위기가 지역경제를 위협하고 지방소멸을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식당 업주가 썰렁한 식당 안에서 뉴스를 보며 앉아 있다. 연합뉴스 위태로운 지방은행 지방은행은 1967년 ‘1도(道) 1행’ 원칙에 따라 10개가 설립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쳐 현재는 6개가 영업 중이다. BNK금융지주 자회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DGB금융지주 자회사인 대구은행, JB금융지주 자회사인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인 제주은행 등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들의 총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59조원으로, KB국민은행의 총자산 519조원의 절반(49.9%)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수익을 얻는 지방은행이 어려움에 처한 가장 큰 원인은 지역경제 침체 때문이다. 비수도권의 최근 경기는 수도권에 비해 크게 나빠진 상황이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지방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신청이 459건으로, 전년 동월(254건)과 비교해 80.7% 늘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 법원에 신청된 법인파산 건수는 60.5% 증가했다. 지방은행의 이자이익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문제다. 시중은행은 총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수준인 데 반해 지방은행은 이보다 10%포인트 정도 더 높은 90%대다. 경기가 얼어붙을 때 받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지방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수익성과 성장성이 하락해 현재는 정체 상태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행의 총자산 대비 당기순이익 비율)은 2007년 0.98%에서 2015년 0.42%까지 하락한 후 현재는 평균 0.5%대에 머물고 있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자기자본에 대한 당기순이익 비율) 역시 2007년 17.7%에서 2015년 6.0%까지 하락한 후 지금은 평균 6~7% 수준에 그친다. 지방은행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위축되면서 건전성에도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5대 지방은행(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의 지난해 3분기 말 무수익여신 총액은 7717억원이다. 전년 동기(5227억원) 대비 47.6% 증가한 수치다. 무수익여신은 금융기관이 회수할 가능성이 없는 부실채권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여신을 일컫는다. 지방은행이 수도권이나 해외로의 진출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해 12월 13일 내놓은 ‘지방은행은 필요한가’ 보고서를 보면, 지방은행의 총 점포 수 대비 서울·수도권 점포 수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2014년까지 2~3%대였으나, 현재는 7~8% 수준까지 올랐다. 해외점포 수 역시 2014년 4개에서 2022년 말 기준 17개로 4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10월 6일 대구 수성구 DGB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린 DGB대구은행 창립 56주년 기념 사랑의 도시락 행사에서 대구은행 직원, 대한적십자사 봉사자 등 80여명이 도시락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은행의 존재 이유 지방은행의 핵심 역할은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시중은행들은 전국의 차주들을 대상으로 신용평가를 하고 대출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대출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해서 지역별 특성을 일일이 고려하기 어렵다. 따라서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의 중소기업들은 시중은행들로부터 충분한 대출을 받기 어렵다. 반면 지방은행들은 그 지역 기업들과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밀착된 관계를 통해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차주의 비재무 정보를 수집하는 이른바 ‘관계형 금융’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용을 평가해 맞춤형 대출을 제공할 수 있다.” 서류상 재무제표에 의존하는 시중은행은 지방의 신용도가 낮은 중소, 영세기업에 대출해주기를 꺼리지만, 지방은행은 직접 발로 뛰며 형성한 지역네트워크를 활용해 신용도가 낮은 업체들에도 대출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 보니 지방은행 입장에선 자금 조달과 대출의 금리, 금융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방은행들이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규정한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의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기업 의무대출은 신용도가 낮고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은행이 의무적으로 대출하도록 한 제도다. 지방은행은 1997년부터 60%(시중은행 45%)의 비율을 적용받아왔다.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에서 미달 금액의 일부가 차감된다. 이러한 비율의 차등 적용에 따라 그간 지방은행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 비율은 지난해 7월에서야 50%로 일원화됐다. 문종일 지방은행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지방은행들이 지역 내에서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을 충족하려면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는, 즉 신용도가 낮은 중소, 영세업체들에도 리스크를 안고 대출을 늘려야 한다. 지방은행의 존재 이유가 당장의 이익보다는 지역 기업에 대한 자금 중개와 자금의 역내 재순환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국가균형발전과 같은 사회적 가치 실현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지역경제와 지방소멸 해소에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대형 시중은행들과 경쟁하라거나, (사회적 공헌과 같은) 은행의 의무만 강요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3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포함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균형발전·지방소멸 해소 위해 지원 필요” 지방은행들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의 정책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당국에 요구한다. 대표 현안은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주거래은행 선정이다. 지방은행들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 취지가 낙후된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고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건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불만을 표출한다. 지난 1월 10일 지방은행노동조합협의회와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구남구갑) 등에 따르면 대구·경북 혁신도시 이전기관 23곳 중 단 1곳만 대구은행과 거래 중이다. 부산에 이전한 금융공기업과 공공기관 13곳 중에선 영화진흥위원회와 게임물관리위원회만 부산은행을 1순위 은행으로 거래 중이고, 나머지 11곳은 주거래은행으로 시중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에 기여금을 내는 시중은행들과 금고 또는 주거래은행 선정 경쟁을 벌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지방은행들은 지방공기업의 경우 시행령에서 ‘수익성과 안전성을 고려하여 결정’하도록 돼 있는 지방공기업법 시행령을 지역금융기관 이용성, 지역기여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전공공기관의 경우 지방이전의 기본 취지를 살려 거래실적과 지역기업 지원 내용 등을 공공기관 평가에 반영해 해당지역 지방은행과 일정 부분 의무적으로 거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자체 금고 선정에 반영되는 지역재투자 평가제의 보완도 요구 중이다. 2018년 10월 도입해 2020년부터 실시한 지역재투자 평가는 금융회사의 지역 내 자금공급, 서민대출 지원, 중소기업 지원 등을 평가해 5등급으로 구분한다. 결과는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와 지방자치단체·지방교육청 금고 선정 기준 등에 활용된다. 하지만 평가 결과 반영이 의무가 아니라 지자체 자율로 선택할 수 있어 실효성 문제가 대두된다. 문종일 의장은 “지방 이전 공공기관들이 주거래은행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수익성만 따진 결과 지방은행이 외면받고 있고, 지자체 금고 선정 과정에서는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돼 있어 시중은행들과의 경쟁이 어렵다”고 밝혔다.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두는 대형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은 지역경제 악화 등 영향으로 갈수록 부실해지고 있다”며 “경쟁만 강요할 게 아니라 지역소멸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목표 아래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지역경제와 지방은행을 살리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2024.01.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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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표지 이야기

      ‘나가면 오르더라’ 끝…지지율 하락세 지속

      해외 순방 중 재벌 동원 술자리 등 반감 불러 내년 총선 앞두고 ‘김건희 특검법’도 악재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다. 재계 총수들과 ‘먹방’을 하고 십수 차례 해외 순방을 다녀도 지지율은 되레 떨어지고 있다. 재계 총수들을 동원하는 것이 여론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도 동반 열세다.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초대형 악재도 있다. ‘김건희 특검법’이다. 대통령이 거부권 카드를 쓸 수 있지만,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통령·여당 지지율 동반 하락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대 초·중반에서 소폭 하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2월 11∼15일 전국 18세 이상 2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36.3%다. 같은 조사에서 윤 대통령 긍정 평가는 11월 4주 38.1%에서 37.6%→37.4%→36.3% 등으로 3주 연속 하락세다. 반면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 대비 2.0%포인트 오른 61.2%다.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리얼미터가 12월 14∼15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 대비 1.2%포인트 낮은 36.7%, 더불어민주당은 1.0%포인트 오른 44.7%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0%포인트(응답률 2.7%), 정당 지지도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응답률 2.6%)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지난 12월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3.2%)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1%로, 직전 조사(지난 5~7일) 32%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오른 62%로, 4월 4주차 조사(63%) 이후 최고치다. 12월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경제·한국갤럽의 4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8.9%)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직전 6월 38.3%에서 33%로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같은 기간 56.7%에서 63%로 증가했다.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각각 40%, 34%로 집계됐다. 양당 간 격차는 직전 10월 조사에서 4.2%포인트(민주당 38.1%·국민의힘 33.9%)였으나 이번 조사에서 6%로 확대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네덜란드를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2월 15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잇따른 외교 구설수에 여론 싸늘 윤 대통령을 긍정 평가하는 답변에서 늘 높은 점수를 받던 항목은 외교 분야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해외 순방을 자주 나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12월 네덜란드까지, 2023년에만 13차례에 걸쳐 15개국(중복 제외)을 방문했다. 그러나 최근 외교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면서 지지율을 깎아먹고 있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의 처참한 실패, 엑스포 유치전 중 재벌 총수들과의 술자리, 네덜란드 국빈 방문(12월 11~15일) 관련 과도한 의전 요구 논란과 이에 따른 대사 초치 등이 잇따랐다. ‘재벌 동원’ 논란도 최근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나흘 앞둔 지난 11월 24일 프랑스 파리 한 식당에서 재벌 총수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대통령실은 “술자리라기보단 저녁식사 자리였다”고 해명했지만, 엑스포 유치 결정을 앞두고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월 6일 엑스포 유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7명의 재계 총수와 부산 깡통시장에서 떡볶이를 먹었는데, 이를 두고 말이 많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월 19일 “대통령 순방에 재벌들을 그렇게 데리고 다녀도 되느냐. 부산에 가서 떡볶이 먹방한 것은 정경유착 아니냐”고 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다녀오면 통상 지지율이 오른다.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자주 나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자신했던 엑스포 유치전에서 참패했고, 대통령실에선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대통령실의 (외교) 전략과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재계 총수들이 동원된 것을 두고 ‘(정치적) 사익 추구에 총수들을 동원한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론이 싸늘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정경유착 혐의로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고 감옥에 보낸 윤 대통령이 각종 행사에 재계 총수를 동원하고 몰래 술자리를 가졌다. 자기모순적 태도다. 총수들도 여기저기 불려가는 게 싫겠지만 그들도 원하는 게 있을 것이다. ‘규제 풀어달라’, ‘감옥 안 가게 해달라’와 같은 로비가 안 들어가겠나”라고 반문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월 11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에 탑승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벌 동원해 국민 지지 받기 힘든 시대”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은 총선을 앞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초대형 악재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법안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법안을 통칭하는 ‘쌍특검’ 법안을 오는 12월 28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사건에 김 여사가 관여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수사 대상에 추가될 수 있다.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윤 대통령은 특검법을 수용할지, 아니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를 두고 결정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정략적 총선용 특검”이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여론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국민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12월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0%포인트·응답률 10.9%)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70%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답은 20%에 그쳤다. 특히 여권 강세지역인 대구·경북(TK)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67%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19%)는 대답보다 훨씬 많았다. 김건희 특검법을 둘러싼 야권과 시민단체 등의 압박도 거세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김건희 방탄’ 프레임으로 맞서며 총선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아갈 태세다. 참여연대 등은 김건희 여사의 고가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지난 12월 19일 윤 대통령과 부인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신고했고,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과 오동현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모임’ 대표 변호사 등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조국 전 장관은 앞선 12월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용산궁 ‘환관(宦官)’들은 김건희 특별법(특검법) 거부권 행사/불행사에 대한 보고서를 올렸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시나리오와 경로를 제시했을 것이다. 현 상태로 거부권 행사하면 대통령 지지율은 폭락해 25% 이하로 떨어질 것이기에”라고 적었다. 재벌 중심의 과거 ‘박정희식 통치’ 방식이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4박6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10월 26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진행된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 추도사에서 “저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92개국 정상을 만나 경제협력을 논의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룬 압축성장을 모두 부러워하고, 위대한 지도자의 결단에 경의를 표했다. (아울러 정상들에게) ‘박정희 대통령을 공부하라, 그러면 귀국의 압축 성장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022년 4월과 2023년 11월 대구 달성군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대화한 바 있다. 박상인 교수는 “각종 행사와 이벤트에 재계 총수를 동원하는 것은 그간 여러 차례 존경심을 보인 박정희 전 대통령 방식의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고 대기업에 일방적인 특혜를 제공한) 경제모델과 (재벌과 밀착 관계를 유지하는) 통치행태를 따라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성장을 주도하던 개발도상국 단계에나 있을 법한 일이며, 민간과 시장 중심의 정책기조를 천명한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도 배치된다. 지금은 그렇게 해서 경제를 성장시키거나 국민 지지를 받기 힘든 시대”라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2023.12.22 16:00

  • 레이디경향

    • [주말&] 먹어서 도웁시다!…가격 하락한 전복

      요리 주말&

      [주말&] 먹어서 도웁시다!…가격 하락한 전복

      “한 때 ‘수산물의 황제’라고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았던 전복의 위상이 심상치 않다. 전복은 최근 생산량이 늘었지만 2년 연속 소비 부진으로 가격이 하락해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일 경향신문 기사입니다. 지난 7월 전복 1㎏(10마리)의 산지 출하가격은 평균 2만4250원으로 지난해 7월 2만4500원보다 더 떨어졌다고 합니다. 아니 귀하디 귀한 전복이 팔리지 않아 가격이 내려간다니요. 바다에서 2년 이상 키워낸 소중한 전복이 이런 위기에 처해있는 줄은 몰랐네요. 국내 전복 양식의 99%가 생산되는 전남도의 관계자가 “영양이 풍부한 전복 소비로 어민들을 도와달라”고 했다니,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요. 전복은 몸에 열이 많아 자주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어지럽고 목덜미가 당기는 사람들에게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잘 내는 사람이나 우울증의 증상 중 하나인 감정의 기복이 심할 때 먹으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니 요즘처럼 불쾌지수 높을 때 먹어두면 아주 좋겠어요. 이번 주는 맛있는 전복 요리 레시피를 총동원하겠습니다. 먹어서 돕는 것만큼 또 쉬운 일이 없잖아요! 전복찜 못지 않게 전복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레시피입니다. 전복 아스파라거스 스테이크 재료 = 전복 4개, 아스파라거스 4대, 버터 1큰술, 생크림 1/2컵, 달걀노른자 1개,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포도씨유 적당량 1 전복은 껍데기를 솔로 문질러 깨끗이 닦은 다음 살을 떼어낸다. 내장은 따로 떼어둔다. 2 전복 살은 넓적하게 저며 썬 다음 칼집을 낸다. 3 아스파라거스는 껍질을 벗긴 뒤 딱딱한 밑동을 썰어내고 끓는 물에 데쳐 찬물에 식힌다. 4 팬에 버터를 두르고 전복 내장을 넣고 볶다가 생크림을 넣어 잠시 조린다. 5 ④에 달걀노른자와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버무린 다음 불을 끄고 체에 곱게 걸러 소스를 완성한다. 6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전복을 넣어 굽는다. 7 접시에 ③의 아스파라거스와 ⑥의 전복을 올리고 소스를 곁들인다. 새콤달콤한 맛이 땡길 때, 후루룩 비빔국수 한 그릇이죠. 전복 비빔면 재료 = 전복 2개, 물 3컵, 생강(마늘 크기) 1개, 맛술 1큰술, 국수 1줌, 대파 1/2대, 주황 파프리카 1개, 비빔 양념(고추장·레몬즙·물엿 1큰술씩, 다진 마늘 1/2큰술) 1 냄비에 물 3컵을 붓고 생강, 맛술을 넣어 끓인다. 2 ①에 전복을 넣고 삶아 건진 뒤 살만 발라내 채를 썬다. 3 대파와 파프리카는 적당한 굵기로 채썬다. 4 끓는 물에 국수를 넣어 삶아낸 뒤 차가운 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5 볼에 분량의 비빔 양념 재료를 넣어 고루 섞은 뒤 ④의 삶은 소면과 ②의 전복, ③의 채소를 넣어 버무린다. 다가오는 추석에 활용해도 좋을 법한 갈비찜 레시피입니다. 죽순 전복 갈비찜 재료 = 갈비 1kg, 전복 6마리, 죽순 1개, 표고버섯 3개, 마늘 10톨, 무 1/4개, 밤 10개(150g), 말린 대추 5개(30g), 양념(간장 1컵, 맛술 1/2컵, 설탕·굴소스 2큰술씩, 다진 마늘·참기름 1큰술씩, 양파 1/2개, 배 1/4개, 청양고추 2개, 후춧가루 약간) 1 죽순은 5cm 길이로 토막 낸 뒤 도톰하게 편썬다. 표고버섯은 밑동을 떼어내고 1cm 폭으로 채썬다. 무는 도톰하게 썬 뒤 모서리를 둥글린다. 밤은 껍질을 벗겨 준비한다. 대추는 돌려 깎아 씨를 제거하고 길이로 3등분한다. 2 청양고추는 잘게 다지고 양파와 배는 곱게 갈아 나머지 분량의 양념 재료와 함께 고루 섞는다. 3 ②의 설탕이 모두 녹으면 핏물을 뺀 갈비와 ①의 무, 밤을 넣고 섞어 2시간 이상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 4 압력솥에 ③의 재료를 양념까지 잘 훑어 담고 뚜껑을 닫은 다음 센 불에 올려 끓인다. 추가 돌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20분간 더 삶는다. 5 ④의 압력을 뺀 뒤 뚜껑을 열어 손질한 전복과 ①의 죽순, 표고버섯, 대추, 마늘을 넣고 중간 불에 올려 끓이다가 추가 돌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10분간 삶은 다음 압력을 빼고 그릇에 담는다. 전복과 마늘의 조합이라니요! 전복 마늘볶음 재료 = 전복 4마리, 마늘 200g, 버터 20g, 그린빈 150g, 소금·후춧가루 약간 1 전복은 솔을 이용해 살살 닦아 손질한 뒤 전복 껍데기의 얇은 쪽에 숟가락 등 부분을 밀어 넣어 살을 분리한다. 2 전복 살 앞쪽 부분에 붙은 붉은빛이 도는 이빨을 칼을 사용해 빼고 내장을 썰어낸다. 3 ②의 손질한 전복 살에 사선으로 칼집을 넣은 뒤 3~4등분한다. 4 마늘과 그린빈은 씻어서 물기를 제거하고 그린빈은 어슷하게 반으로 썰어 준비한다. 6 팬에 버터를 녹이고 ④의 마늘을 넣고 볶아 향을 낸 뒤 ③의 전복, ④의 그린빈을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해 살살 볶는다. 보양식하면 빼놓을 수 없는 전복과 삼계탕의 조합입니다. 전복 한방삼계탕 재료 = 닭(영계)·전복 4마리씩, 불린 찹쌀 2컵, 수삼 4뿌리, 대추 20개, 마늘 1컵, 황기 2뿌리, 대파 2대, 물 적당량,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1 전복은 깨끗이 씻고 닭은 기름과 꽁지 부분을 제거해 깨끗이 씻는다. 2 마늘은 껍질을 벗겨 깨끗이 씻고 수삼과 대추도 깨끗이 씻는다. 3 ①의 닭 몸통 안에 불린 찹쌀과 ②의 마늘, 수삼, 대추를 넣어 속을 채운 뒤 내용물이 빠지지 않도록 이쑤시개로 고정하고 다리를 교차해 실로 묶는다. 4 냄비에 물을 붓고 황기와 대파를 깨끗이 씻어 넣고 끓이다가 물이 끓으면 ③의 닭을 넣어 푹 끓인다. 5 ④의 국물이 우러나면 ①의 전복을 넣고 한소끔 끓인 뒤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전복 내장을 참기름에 볶은 뒤 끓이면 보다 깊은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전복죽 재료 = 쌀 1컵, 전복(중) 1개, 다시마 육수 4컵, 소금, 깨, 참기름 약간씩 (다시마육수) 다시마사방 10cm, 찬물 5컵 1. 쌀은 미리 씻어 1시간 정도 불린 후 체에 건져 물기를 뺀다. 2. 전복은 숟가락 끝으로 바깥쪽에서부터 안쪽으로 밀어 넣어 창자가 터지지 않게 살을 빼낸 후 내장을 떼어내고 옅은 소금물에 여러 번 씻어 물기를 털고 얄팍하게 저며 썬다. 3. 찬물에 다시마의 흰 가루를 닦아내고 물을 부어 우렸다가 센 불에 올려 팔팔 끓으면 다시마는 건져내고 육수를 만든다. 4. 냄비에 참기름을 약간 두르고 전복 썬 것을 넣어 볶다가 불린 쌀을 넣어 잠시 더 볶는다. 5. ④의 쌀알에 기름 코팅이 잘 되면 만들어 놓은 다시마 육수를 부어 센 불에서 끓이고 한번 끓어 오른 뒤에는 불을 약하게 줄이고 나무 주걱으로 저어가면서 서서히 끓인다. 6. 쌀알이 푹 퍼지면 소금으로 간하고 약간의 깨와 참기름을 넣는다. 보글보글 끓여가며 든든한 저녁 한 끼로 즐기기 좋아요. 우동면을 추가해도 좋겠네요. 전복 숙주 간장뚝배기 재료 = 전복 4개, 쇠고기(등심) 100g, 숙주 150g, 애호박 1/4개, 홍고추 1개, 대파 1/2대, 청주 2큰술, 다진 마늘·국간장 1큰술씩, 참기름 1작은술, 소금 약간, 다시마 국물 4컵 1 전복은 내장을 제거하고 살만 발라 소금물에 깨끗이 씻고 쇠고기는 가늘게 채썬다. 2 숙주는 다듬어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제거하고 애호박은 반달 모양, 홍고추는 동그란 모양을 살려 썬다. 대파는 어슷썬다. 3 냄비에 청주와 국간장, 참기름을 넣고 ①의 전복과 쇠고기를 넣어 살짝 볶는다. 4 ③에 다시마 국물을 붓고 ②의 대파와 다진 마늘을 넣어 끓인다. 5 ④의 국물이 우러나면 ②의 숙주, 애호박, 홍고추를 넣고 한소끔 끓인 다음 소금으로 간한다.

      장회정 기자 2024.08.24 09:00

    • 재테크

      끝없는 집값 하락! 김 PD, 하우스푸어를 말하다

      ㆍ“집을 욕망하지 않고도 행복한 삶을 꿈꿉니다” ‘집 있으면 부자’란 말도 이제 옛말이다. 더 이상 집은 사거나 투자하는 무엇이 아닌, 실제 사는 공간으로 의미가 바뀌고 있다. 중산층도, 서민도 부동산 앞에서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MBC-TV ‘PD수첩’에서 부동산 관련 보도를 이끌었던 김재영 PD는 「하우스푸어」를 펴내기도 했다. 그는 현재 남극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어서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됐다. 집만 한 채 가져도 그럭저럭 살 만한 시절이 있었다. 집은 그만큼 당연히 가져야 하고, ‘남들만큼 산다’는 것의 표상이었다. 지금은 너무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한 집에서 한 명만 벌면 그럭저럭 옹색하지 않게 지낼 수 있었고 대학만 나오면 취업 걱정 없던 때가 있었다는 부모 세대와 그 이야기만으로도 엄청난 박탈감을 느끼는 세대가 공존하는 요즈음이다.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이란 모순된 단어들이 하나의 이름 안에 존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문제적인 그 이름은 바로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하우스푸어(House Poor)’다. 집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집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된다. 재건축 아파트를 담보로 5억원 가까운 대출을 받아 집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리다 이자에 대한 부담과 재건축 상황의 악화로 결국 목숨을 끊고 만 A씨, 부동산이 폭등하던 시기에 4억원이 넘는 빚을 내 집을 샀다가 자산만 2억원, 이자와 거래 비용으로 1억원 이상을 날리고 불면증에 걸린 B씨 등.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대출액수가 가계 규모에 비해 너무 크다는 것, 그리고 한창 부동산이 폭등하거나 이미 폭등세가 멎은 시기에 집을 샀다는 것,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란 환상에 빠져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것 등이다. 물론 이렇게 된 것이 모두 본인의 잘못만은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MBC-TV ‘PD수첩’을 통해 아파트 공화국의 이면을 들여다본 바 있는 김재영 PD는 언론과 정부의 잘못이 크다고 말한다. 언론이 광고주이기도 한 건설사들의 논지나 주장을 세밀하게 검증하지 않은 채 계속 부동산이 부양될 것처럼 분위기를 띄우며 정부에 발맞춰온 탓이라는 것이다. 하우스푸어, 집이 처한 현실 2006년이 지나면서 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집값은 뚜렷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엄청난 부채와 이자 부담까지 감수하며 집을 샀던 많은 가계를 파탄 직전까지 몰아갔다. 이런 하우스푸어의 수는 어느 정도 될까?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선대인 부소장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만 95만 가구, 전국적으로 198만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부동산이 고점에 달한 2006년 말부터 2007년 초까지 아파트 거래량을 기준으로 해 대략적으로 추산한 수치다. 이 숫자를 단순하게 이해하면 200만 가구에 가까운 이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짊어진 채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보다 더 많거나 혹은 적은 수일 수도 있다. 사실 그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아파트’라는 거대한 신화가 이토록 허망하게 무너질 줄 몰랐던 대다수의 서민들로서는 이제 무엇을 위해 재테크를 하고, 청약을 붓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지 모르게 되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들은 현재 거의 집단적인 우울증에 빠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집’이 가져온 의미는 지대하다. ‘PD수첩’이 부동산에 천착하게 된 것도 그 보편적인 욕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재영 PD는 취재하던 때나 지금이나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집에 대한 욕망이란 남보다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혹시 집을 가지고 있으면 집값이 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입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런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지금도 가족과 오랜 시간 함께 보낼 수 있는 내 집을 갖고 싶은 마음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마도 대출을 엄청나게 끼고 집을 사는 데 대한, 또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이 대열에 합류한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불길한 예감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결혼 후 5년 동안 남들처럼 집을 사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그였지만 개운치 않은 예감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집에 집착하는지 문득 돌아보게 되었고, 그것이 부동산을 파헤치게 된 첫걸음이다. 취재에는 따로 비결이 없었다. 그저 6개월간 발로 뛰며 사람들을 만나고 마주한 부동산의 실체가 방송 분량과 책에 담겨 있다. “2억원의 빚을 지고 집을 사서 이자를 포함한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르지요. 그렇게 집을 사도 집값이 오른다는 믿음 때문이에요. 매달 이자를 150만∼200만원씩 내지만 집값이 금방 몇천만 원씩 뛴다고 믿으니까요. 합법적인 투기나 다를 바 없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대치동 은마아파트, 가락 시영아파트 단지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쳤어요. 은마아파트의 4424가구, 판교의 900여 가구의 등기부등본을 직접 떼서 이들이 부동산을 구입하는 양상을 알아봤지요.” 황금 알 낳는 재건축, 지금은… 그는 작가들과 함께 팀을 이뤄 은마아파트(4424세대)를 전수조사(통계 집단의 단위를 하나하나 전부 조사하는 방법)했다. 한 통에 500원 하는 등기부등본을 떼는 데만 240만원 정도가 들었다. 조사해보니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2001년 이후 은마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의 70%가 빚을 지거나 전세를 끼고 구입한 것. 부동산시장에서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통하던 은마아파트는 금(金)마에 못 미치는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채무액의 집합소였다. 김재영 PD 또한 예상과 다른 현실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통계에 잡히는 것과 등기부등본이라는 현실적이고 손에 잡히는 물리적인 서류를 보는 것은 다릅니다. 실제로 채권 최고액 10억원이라고 적힌 서류를 보면 도대체 이분들은 어떻게 이자를 감당하면서 살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판교신도시 1000여 세대를 분석했더니 평균 채무액이 3억원 정도였습니다. 평균 3억원이라고 하면 실제로는 5억원 이상 빚을 진 사람들이 20~30% 이상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 부동산 현실에 비판적인 경제학자에게 이런 자료를 보여주었더니, 실제로 이렇게 빚을 많이 지고 분양을 받았냐며 정말 놀라더군요.”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더 이상 돈 있는 강남 부자가 투자하는 곳이 아니었다. 실제로 10년간의 재산 자료를 살펴보니 2006년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에 투자한 1급 고위 공직자를 찾기 힘들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고위 공직자 등 부동산 관련 정보를 가장 먼저 접하는 사람들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을 팔고 차액을 챙겨 사라진 틈새로 중산층은 물론 서민까지 빚을 내 몰려든 것이다. 증권시장에서 개미 투자자들이 잃은 돈이 소위 큰손들을 먹여 살리는 판돈이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김 PD는 6개월 동안 강남 재건축 현장, 서울 시내의 뉴타운, 판교를 비롯한 수도권 신도시들을 지켜보며 거대한 매트릭스를 목격했다. 어디에도 아파트 로또나 신화는 없었다. ‘탐욕과 돈에 눈 먼 자들의 도시’만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사회의 상식적인 중산층마저 욕망에 눈멀게 해 루저(Loser)로 만드는 우리 사회의 거대한 부동산 매트릭스를 경고하고 싶어서 취재한 자료를 모아 책까지 내게 되었습니다. 이 현상은 우리가 집(Home)을 저버리고, 주택(House)에 집착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 우리는 ‘부자 아빠 신드롬’으로 무엇이든 재테크를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걸쳐 생겨났고, 결국은 하우스푸어를 낳게 된 것이지요. 과연 우리에게 집은 무엇일까요? 이것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그리고 우리가 돌아봐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PD는 사회학도답게 현상을 넘어 실체를 보는 데 집중하는 사람이다. 과연 그도 재테크란 것을 하는지 궁금했다. 일 때문에 시간이 없으리라 생각했기에 혹시 부인이 관리하는 부분이 있는지, 독자들에게 조언해줄 수 있는 것은 없는지 물었더니 매우 ‘정석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제가 조언이나 충고를 한다는 것은 건방진 이야기일 것이고, 또 특별히 하고 있는 재테크 방식도 없습니다.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하는 것과 비슷하겠지요. 제가 생활을 영위해 나갈 때 유념하는 단어가 있는데 ‘과유불급’입니다. 청빈하게, 도덕적으로 살자는 게 아니라, 다만 ‘지금 과하게 욕심을 내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자는 겁니다. 하우스푸어든, 서브프라임 사태든 제가 보았을 때는 사회 전체가 과하게 욕심을 내다가 벌어진 불행한 사태입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아쉽게도 누군가가 아파트로 과하게 벌어들인 불로소득과 그것을 가능케 한 시스템의 희생자가 하우스푸어일 것입니다. 사회적, 개인적 성찰이 필요합니다.” 대안을 말하기보다 틀을 바꿔야 하우스푸어 담론이 활발해지고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서민대책에 공들이는 정부는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4월에 미분양 주택의 환매조건부 매입 확대와 지방 미분양 아파트의 양도세 감면 등의 대책을 내놓았고 보다 강화된 거래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주택기금 지원이나 금리 인하, 주택담보대출 완화, 부동산세제 감면 확대, 보금자리주택 공급 조절 등 다양한 대책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담보 가치의 하락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어 실질적인 하우스푸어 구제책에 대한 회의가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은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80%가 넘는데, 50% 미만인 미국, 영국, 일본 등보다 민간 소비와 건설 투자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안 좋은 상황은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2009년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일시적인 집값 상승에 그쳤던 부동산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 PD는 이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하우스푸어는 아파트 공화국, 부동산 광풍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고 현상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언론에서 나오는 ‘하우스푸어 어떻게 할 것인가?’, ‘구제의 대상인가?’ 등에 대한 논란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현재 구조에서 출발한 논의가 아닌, 부동산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대안을 따지기 전에 하우스푸어에 빠지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집이 꼭 필요한 사람은 안 살 수 없으니 대출에 의존하지 않고, 돈을 모아서 사면 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근로자가 대출을 받아 서울에서 아파트를 산 뒤 원리금을 갚아 나가려면 소득이 최소 현재의 1.5배는 되어야 한다고 한다. 현 시점에서 가계 소득의 30% 이상을 대출이 차지한다면 위험 신호로 봐도 된다. 이미 하우스푸어의 수렁에 빠진 이를 위한 방안을 묻자 김 PD는 “그것은 제 몫이 아니고 잘 알지도 못한다”고 잘라말한다. “자산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각자 상황에 맞게 이야기해줄 것입니다. 그때 판단 역시 개인의 몫인데요, 판단에는 개인의 가치관이 투영되겠지요. 제가 개인의 가치관까지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역시 이때에도 과연 우리 사회에서 집이란 무엇인가? 토지란 무엇인가? 아직도 나는 ‘아파트’를 매개로 돈을 벌 꿈을 꾸는가, 마는가? 이런 결정에는 개인의 가치관이 절대적일 겁니다.” 하우스푸어를 말하기 힘든 조건에는 사실 계층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같은 빈곤 상태라 해도 집을 가졌다는 것과 가지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격차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우스푸어의 기저를 살펴보면 계층만으로 설명하거나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우스푸어는 ‘현상’이기에 특정한 사람에게만 벌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집에 관한 논의에서 소외되는 것은 서민이 아니라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불우한 세대다. “하우스푸어는 서민이나 중산층, 혹은 계층이나 계급이라는 카테고리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자산과 소득이 많아도 하우스푸어가 될 수 있는 사회 현상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사실 2억~3억원 빚을 지면 한 달에 이자만 200만원 정도 되는데, 이것을 감당할 만한 중산층이 얼마나 될까요? 원금은 줄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강남의 웬만한 아파트 호가가 10억원 이상 하는데 30~40%만 빚을 얻으면 자산과 소득이 많은 중·상류층도 견디기가 쉽지 않겠지요. 하지만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미래 세대들에겐 어쩌면 하우스푸어 논란은 남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제가 만나본 그 세대들은 서울 아파트 한 채에 3억~4억원 이상 하는 현실에서 그 단위 자체에 대해 피부로 느끼지 못합니다. 어쩌면 그들이 정확할 수도 있겠지요. 집값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평생을 모아도 모을 수 없는 액수니까요. 우리는 지금까지 손으로 만져보지도 못할 액수의 돈을 아파트라는 허상에 쏟아 부었고, 그리고 그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속 시원한 감은 없었지만 여기서 인터뷰는 접어야 했다. 어쩌면 대안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현실 그 자체를 직면하고 모두가 부동산이라는 환상에서 완전히 깨어나야 다음 단계의 논의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김 PD가 현재 촬영하고 있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될 즈음엔 조금은 달라진 흐름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것은, 모두에게 달려 있을 것이다. <■글 / 위성은(객원기자) ■도움말 /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 ■참고 자료 / 「하우스 푸어(김재영 저, 더팩트)」, 「부동산 계급사회(손낙구 저, 후마니타스)」>

      2010.09.06 11:00

    • [재테크특강]다시 이어지는 하락장에서 돌아보는 투자의 기본

      재테크

      [재테크특강]다시 이어지는 하락장에서 돌아보는 투자의 기본

      가족들이 모였다. 재테크 얘기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얘기는 점점 무르익어갔다. 나름의 비법과 포트폴리오, 전망까지 내놓는 어르신도 있었다. 설 연휴를 마치고 출근한 2월 11일 월요일은, ‘블랙먼데이’였다.인도펀드, 너마저… 2월 12일 코스피는 1643.29로 마감했다. 처음 재무설계를 받고 투자를 시작했을 때가 1800선이었다. 수익률은 보나마나다. 가슴만 아프다.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적립식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면 ‘모르는 척’ 묻어두는 것이 현명한 투자법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달에 이어, 수익률을 다시 공개한다. 더 떨어졌다. 일단, 상승 기미를 보이지 않는 ‘중국펀드’인 차이나솔로몬은 2월 12일 코스피 종가 1643.29를 기준으로 -21.76%를 기록했다. 지난 1월 17일에는 -12.28%였다. AP인프라섹터는 현재 -16.46%, 지난달에는 -11.82%였다. 하락장에서도 믿음직한 내구력으로 지난달 -3.69%에 머물렀던 Pan Asia 커뮤니케이션은 이달 -8.15%로 떨어졌다. 디스커버리는 -10.64%로, 역시 지난달 -7.22%보다 하락했다. 그나마 라틴인덱스가 버티고 있다. 떨어졌지만 폭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지난달 -3.36%에서 -4%로 하락했다. 여기까지가 자유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는 종목들이다. 거치식으로는 두 개 종목에 투자 중이다. 액수는 크지 않지만 기대는 컸다. 수익률은 가슴 쓰리다. 인사이트가 -20.37%를, 인디아인프라가 -22.35%를 기록했다. 믿었던 인도펀드도 -20%를 치고 내려갔다. 이제 5개월째 접어드는 ‘새내기 투자자’의 포트폴리오가 세계적인 경제 침체 국면에서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는 말하셨다. “오를 거야, 걱정 마.” 정성기 매니저도 조언했다. “지금처럼 주가가 2100선에서 1600선까지 내려왔다는 것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보다 상승해서 이익을 볼 가능성이 더 큰 겁니다. 아무래도 1900, 2000 포인트에서 매수할 때보다는 리스크가 적어진 거죠. 좋은 시기입니다. 버핏, 소로스 등 세계적인 투자자들은 하락장을 이용합니다. 쌀 때 사고 비쌀 때 파는 것이 투자의 기본이죠.” 그렇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돈을 벌 수 있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기본만 지키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원칙은 장기투자다. ‘주식은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지금이 투자 적기라니, 다시 욕심이 생겼다. 남겨둔 여유자금을 전망 좋은 종목에 더 넣어두고 싶었다. 1600선 초반일 때 차이나솔로몬과 디스커버리에 약간의 자금을 투입한 지 2주 정도가 지났다. “참으세요, 기회는 항상 옵니다. 자금 집행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하는 게 좋습니다. 남은 자금이 얼마나 된다고 했죠? 투자는 항상 여유자금으로 하는 겁니다. 지금이 아니라도 나중에 더 좋은 기회가 올 수 있으니 자금은 어느 정도 남겨두는 게 좋아요.” 과연, 자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월수입은 고정적이다. 주말에 아르바이트라도 하지 않는 이상 잉여수익이 발생할 일은 없다. 서둘러 투자를 집행할 필요가 없다.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래도 적립식이라면 ‘정우성 기자의 내집 마련 성공기’를 주의 깊게 읽어온 독자라면, “첫 단추를 잘 꿰셨습니다. 장기투자의 발판이 마련된 거죠”라는 지난 1월호 기사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그때만 해도 마이너스인 종목이 단 한 개도 없었다. 크게는 5%, 작게는 2.5% 정도의 귀여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들쭉날쭉했다. 하지만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는 게 주가라는 것을 배웠다는 게 투자 첫 달의 성과였다. 정성기 매니저는 장기투자의 발판이 마련됐다며 흐뭇해했다. 나는 당장이라도 독립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처럼 득의양양했다. 2월 12일 현재, ‘장기투자의 발판’을 언급했던 정성기 매니저의 말을 조금 알 것 같다. 마음가짐이 그렇다. 속은 쓰리지만 해볼 만하다. 수익률은 이달이 더 엉망이지만 속은 지난달이 더 쓰렸다. 믿음의 대부분은 ‘적립식 투자’에 있다. “이런 상황을 한번 가정해보죠. 아들이 결혼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5만원, 며느리에게 5만원을 주고 5개월 동안 초코파이로 재테크를 해보라고 했어요. 초코파이는 백원입니다. 아들은 ‘언젠가 초코파이 가격은 오르게 마련’이라는 생각으로 5백 개를 한꺼번에 사뒀습니다. 며느리는 5개월에 분할하기로 했습니다. 한 달에 만원씩 구매하기로 했죠. 일단 백 개만 샀습니다.” 가격은 언제나 유동적이다. 시장에 의해 결정된다. ‘초코파이 재테크’를 시작한 이 동네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동네 슈퍼마켓만 있던 곳에 이마트가 들어섰다. 이마트는 초코파이를 75원에 팔기 시작했다. 다음 달에는 롯데마트가 들어섰다. 할인점끼리 경쟁이 붙었다. 초코파이 가격은 50원까지 떨어졌다. 며느리는 변함없이 한 달에 만원어치씩 초코파이를 샀다. 75원일 때는 1백33개를 살 수 있었다. 50원일 때는 2백 개를 샀다. 그러자 시장에 자정작용이 시작됐다. 이대로 가다간 ‘출혈과다’라는 판단이 든 할인점들은 다시 가격을 75원으로 올렸다. 한 달 뒤, 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초코파이 가격도 다시 백원이 됐다. 며느리는 75원으로 올랐을 때도 만원을, 다시 백원이 됐을 때도 만원을 ‘집행’했다. 여기서 비교가 시작된다. 아들은 5개월 동안 초코파이 5백 개를 가지고 있었다. 초코파이 가격은 75원에서 50원으로 내렸다가 다시 백원이 됐지만 구매 당시보다 오르지는 않았다. 다시 팔아도 본전이다. “며느리는 백원일 때 1백개, 75원일 때 1백33개, 50원일 때 2백 개, 다시 75원으로 올랐을 때 1백33개, 백원으로 회복한 5개월째 다시 1백 개를 샀습니다. 5개월 동안 6백66개의 초코파이를 살 수 있었죠(웃음).” 5개월 후에 아들과 며느리가 사둔 초코파이를 시장에 팔았다. 아들은 5백 개를 팔아 5만원을 되찾았다. 며느리는 6백66개를 팔았다. 6만6천6백원이 됐다. 투자 원금 5만원을 제하고 6천6백원, 약 33%의 수익을 올렸다. 아들은 거치식으로, 며느리는 적립식으로 투자한 셈이다. 며느리의 수익 구조가 적립식 펀드의 원리다. “적립식 투자를 시작했는데 주가가 떨어졌다. 그렇다면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며느리가 초코파이 가격이 75원으로 떨어졌을 때 1백33개, 즉 33개의 초코파이를 추가로 살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원리죠.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다면, 지금 아무리 주가가 하락해도 펀드를 환매하고 나가는 시점에 투자 당시의 주가를 회복하기만 한다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적립식 투자는 개미투자자가 합리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면 적립식과 임의식을 병행하는 게 좋다. “50%는 자유적립식으로, 나머지 50%는 현금으로 가지고 있다가 주가가 빠졌을 때, 그리고 저평가됐을 때 여유자금을 ‘툭툭’ 집행하는 거죠. 그러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오늘(1643.29) 같은 때, 여유자금의 5분의 1, 혹은 10분의 1 정도를 계획적으로 투자하는게 좋아요.” 한 달에 70만원씩은 꼬박꼬박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요즘 같은 하락장이라면,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을 거다. ‘지혜로운 며느리’ 정도의 수익률은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성숙한 투자 문화? 주가는 연일 바닥을 치고 내려갔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은 걱정만큼 흔들리지 않았다. 시중 자금의 일부는 펀드를 환매하고 적금으로, 연이율 7%를 보장하는 은행 예금으로 흘렀다. 하지만 하락장에서 주식시장으로 흘러드는 자금의 비중도 꾸준했다. 투자자들이 장세의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금 환매를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일시적인 조정기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죠. 지난 2000년의 ‘바이코리아 열풍’을 떠올려보세요. IT 거품이 있었을 때, 그때는 기업 이름에 ‘.com(닷컴)’만 들어가면 주가가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심지어 이름만 닷컴으로 바꿔도 주가가 두 배 세 배로 상승하던 시대였죠. 다 거품이었습니다. 그때 테헤란로에 있던 닷컴 기업들은 지금 구로, 분당으로 밀려났어요. IT 거품 속에서 성장성만 믿고 덩치를 불렸는데 수익이 안 났기 때문이죠. 지금은 2000년의 거품과 양상이 다릅니다.” 지금의 하락장이 ‘저평가됐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퍼(Per:Price Earnings Ratio)다. 퍼는 “주식 한 주당 시장 가격인 주가와 한 주당 수익액의 비율”이다. 퍼 수치가 크면 회사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은 것을, 작을 때는 회사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은 것을 의미한다. 즉, 퍼 수치가 높으면 기업의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여기서 설명이 좀 필요하다. “`퍼는 주식 투자의 필수 용어입니다. 기업의 주가를 한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수치죠. 예를 들어 주식을 천만 주 발행하고 있는 D기업의 영업이익이 천억이라면 주가는 10만원, 주당 순이익은 만원이 됩니다. 그럼 퍼는 10이 되죠.” 주가는 시장에서 평가한 기업의 가치다. 주당 순이익이 높고, 주가가 낮을수록 퍼 수치는 낮아진다. 기업의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따라서 투자자의 입장이라면, 퍼가 낮을수록 좋다. 기준은 약 10이다. 유럽, 북미 등의 선진국은 평균 17~18 정도, 중국, 인도 등의 신흥 국가는 이보다 약간 높다.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시장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퍼 수치는 현재 12 정도다. 여전히 매력 있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지난 2000년의 바이코리아 열풍 때와 비교하면 더 분명해진다. 그때는 퍼가 50~100까지 갔다. 주당 순이익은 적지만 주가가 턱없이 높았다. 거품이었다. 퍼 수치가 12 정도라면 저평가의 가능성도, 성장 가능성도 무난한 시장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퍼가 10 내외일 때 주가가 내려가면 기업 이익은 그대로인데 시가 총액이 낮아지죠. 시장에서 기업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투자자의 메리트는 높아지고, 당시의 하락장을 참고 기다리면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여파로 미국 가계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 지금의 상황도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 장세에 휩쓸리는 마음 약한 투자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세계로 시야를 넓힐 때다. “미국이라는 최대 소비국에서 소비가 줄어들면 전 세계의 경기가 동반 침체할 수도 있죠. 그러나 중국, 인도 등의 아시아 신흥 국가가 희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출 일변도였던 그들 나라의 경제구조가 변하고 있어요.” 중국, 인도는 ‘세계의 공장’ 이었다. 값싼 인력으로 물건을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했다. 최근의 경제성장은 그들 국가의 내수시장을 살리고 있다. 경기가 침체된 미국에서 얼어붙은 소비가 중국, 인도에서 살아나는 것이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예전처럼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분석이 가능한 배경이다. “한국의 퍼 수치나 기업의 내재가치, 세계의 동향을 봤을 때 지금은 환매 시점이 아니라 매수 시점입니다.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바겐세일 기간이죠. 세계적인 투자자들은 기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지를 고민한 결과, 저평가됐다는 확신이 있으면 절대 되팔지 않습니다. 그리고 장기투자에 들어가면 후에 ‘나이스’한 국면이 올 수 있죠.” 주가 고점에서 투자를 시작했다면, 회복이 돼도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코스피 2000에서 거치식으로 투자를 시작한 경우, 지금의 하락장이 끝나고 다시 주가가 2000 포인트까지 올라도 본전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과는 반대로 가는 것이 좋다. “시장이 과열돼 주가가 상승할 때는 매도하시고, 시장이 위축되고 모두가 주식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할 때 매수를 해야 합니다. 그게 현명한 투자자의 자세예요.”그럼, 매니저님 수익률은 어때요? “시장이 하락한 것보다는 덜 떨어졌어요. 저는 조금씩 추가 매수를 하고 있습니다. 매월 들어오는 수익에서 생활비, 보험료, 영업비를 지출하고 남는 자금을 5등분, 7등분해서 차례로 집행하고 있어요.” 지난 10월의 고점과 비교했을 때, 중국펀드에 거치식으로 투자한 경우는 현재 -30%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도 -20~-25% 정도다. 앞서 공개한 대로, 내 포트폴리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1월, 고점에서 조금 하락했을 때 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성기 매니저의 포트폴리오는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의 하락세보다 덜 떨어진 것은 그의 투자 기간과 비례하는 포트폴리오의 내구성 때문이다. “지금 가장 곤란한 분들이 지난 10월 중국펀드 열풍이 불었을 때 목돈을 거치식으로 넣어놓은 분들일 거예요. 그중에서도 6개월 안에 목돈이 필요한 경우, 단기 수익을 기대하셨던 분들은 정말 방법이 없어요. 기다리는 수밖에요. 그래서 투자는 항상 여유자금으로 해야 해요.” 투자는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지만, 위험을 감수할 각오 또한 되어 있어야 한다. 현명한 투자자는 손실의 가능성과 인내의 한도를 끊임없이 검토한다. 수익률이 바닥을 쳤을 때 회복하기까지 인내의 시간을 미리 계산에 넣지 않고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성기 매니저는 매달 1일~10일 사이에 주가를 관찰하고, 상대적으로 주가가 낮다고 판단한 날 자금을 추가로 집행한다. 그 시기가 지나면 주가가 아무리 낮아도 추가 매수에 나서지 않는다. “월급날이 대부분 월말에 몰려 있기 때문에 월말에는 주가가 ‘반짝’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월초까지 기다렸다가 매수하는 거죠. 적립식 펀드로 투자되는 돈은 매달 정기적으로 빠져나가게 두고, 잉여 자금으로 추가 매수합니다. 이런 식으로 기간이 길어지면 결과적으로 적립식과 같은 효과를 갖죠.” ‘투자는 잉여자금으로 한다’는 것이 정성기 매니저의 원칙이다. 잉여자금을 많이 만드는 것이 재테크의 기본이다. ‘최고의 투자는 자신의 경쟁력’이라는 지난달의 조언과 같은 맥락이다. “자신이 투자하는 종목에 대한 확신을 가지려면 세계 경제를 읽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주가가 하락해도 흔들리지 않고 장기투자를 할 수 있어요. 어떤 상품이 좋다더라, 수익률이 몇 퍼센트가 났다더라, 어느 나라가 좋다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을 믿고 투자하시는 분들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이성훈, 경향신문 포토뱅크

      2008.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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