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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문화도시’ 세종, 전담부서 만들고 우리말 알리기

      지역

      한글문화도시’ 세종, 전담부서 만들고 우리말 알리기

      .... 앞서 세종시는 올해를 ‘한글문화도시 사업 추진 원년’으로 정하고 지난 14일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한글문화 진흥과 세계화 업무를 전담하는 한글문화도시과를 신설했다. 세종시는 지난해...

      이종섭 기자 2025.03.19 11:17

    • 떡볶이 만들고, 딱지치기하니 어려웠던 한글이 친근해졌어요

      사회

      떡볶이 만들고, 딱지치기하니 어려웠던 한글이 친근해졌어요

      ... 달서구에 개설 예정인 ‘한국어교육센터’의 한 교실에서 지난달 24일 이주배경학생들이 자신의 한글 이름을 보드판에 붙이며 익히고 있다. 대구교육청, 개관 앞두고 시범 운영…한국어 ‘오감’ 교육...

      글·사진 백경열 기자 2025.03.17 20:23

    • ‘한글에 깃든 류영모의 하늘’…다석학회 13일 첫 학술대회

      문화

      한글에 깃든 류영모의 하늘’…다석학회 13일 첫 학술대회

      ... 창립 20년 만에 첫 학술대회 ‘다석 류영모(사진) 솟난 135해돌, 2025년 다석학회 알맞이 말톺-한글에 깃든 다석 류영모의 하늘’을 13일 오후 2시 연다고 11일 알렸다. ‘솟난’은 탄생(誕生),...

      #다석류영모 #한글에깃든다석류영모의하늘학술대회 #김종길다석연구자

      김종목 기자 2025.03.11 20:18

  • 스포츠경향

    • 에드먼, 한국문화유산의 밤 ‘곽현수’로 빛나다···그룹 트레저 만나고 한글 유니폼 팬서비스

      야구

      에드먼, 한국문화유산의 밤 ‘곽현수’로 빛나다···그룹 트레저 만나고 한글 유니폼 팬서비스

      LA 다저스 토미 에드먼이 16일 콜로라도전에서 2루타를 날린 뒤 기뻐하고 있다. Kirby Lee-Imagn Images연합뉴스 LA 다저스 토미 에드먼(30)이 한국문화 유산의 밤을 맞아 ‘곽현수’로 존재감을 보였다. 다저스는 17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전을 한국문화유산의 밤으로 치렀다. 한국계 토미 에드먼의 한국 이름 ‘곽현수’의 한글 유니폼이 팬들에게 제공됐다. K팝 그룹 트레저가 경기 전 다저스타디움을 찾아 에드먼과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있는 에드먼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했다. 2026 WBC 출전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17일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한 트레저. LA 다저스 SNS 에드먼은 한국인 어머니 곽경아씨와 대학 야구 코치인 아버지 존 에드먼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메이저리거다. 2019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빅리그 무대를 밟은 에드먼은 빅리그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4차례(2019년 11개, 2021년 11개, 2022년 13개, 2023년 13개) 달성했고, 3시즌 연속(2021~2023) 20도루 이상(30개-32개-27개)을 기록했다. 포수와 1루수를 제외하고 내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한 ‘슈퍼 유틸리티’인 그는 2021년 세인트루이스 시절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정도로 빼어난 수비력도 뽐냈다. 에드먼 한글 유니폼. 다저스네이션 SNS 지난해 7월 트레이드로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에드먼은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그는 포스트시즌 16경기서 타율 0.328 2홈런 13타점 OPS 0.862의 눈부신 활약으로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올 시즌에도 다저스 주전 2루수로 활약하고 있는 에드먼은 전날 콜로라도전에서 2루타 2개 포함 4안타를 날리며 한 경기 커리어 최다 안타 타이를 기록했다. 701일 만의 4안타를 기록한 에드먼은 타율을 0.274로 끌어올렸다. 6홈런 14타점 12득점 20안타, 출루율 0.308 OPS 0.883 등을 기록했다.

      양승남 기자 2025.04.17 10:46

    • ‘미쳤다!’ 양민혁, 이미 ‘QPR의 복덩이’가 됐다···한글 유니폼 판매 마케팅까지 ‘속전속결’, QPR은 진심이다

      축구

      ‘미쳤다!’ 양민혁, 이미 ‘QPR의 복덩이’가 됐다···한글 유니폼 판매 마케팅까지 ‘속전속결’, QPR은 진심이다

      QPR SNS 양민혁이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의 복덩이가 되고 있다. QPR이 양민혁을 위한 마케팅을 계속해서 시작하고 있다. QPR은 19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양민혁의 유니폼을 홍보하면서 “서포터즈는 수요일부터 유니폼에 양민혁의 한국어 전용 마킹이 되어있는 유니폼을 구매할 수 있다”라며 한글 이름으로 마킹 된 유니폼을 판매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QPR SNS 양민혁은 지난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QPR로 임대 이적했다. 잉글랜드 무대에 적응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정하면서 토트넘보다 기회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챔피언십 소속 QPR로 임대를 떠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현재까지 임대 선택은 대성공이다. 양민혁은 임대 후 곧바로 첫 경기부터 후반 교체로 출전하며 깜짝 데뷔전을 치렀고, 자신감 있는 슈팅과 드리블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이후 3경기 연속 교체로 출전한 뒤 지난 15일 더비 카운티와의 경기에선 선발로 나서며 첫 선발 데뷔전까지 치렀다. QPR SNS 그리고 1도움까지 기록하며 최고의 선발 데뷔전을 만들었다. 양민혁은 사이토 코키가 머리에 맞추며 떨궈준 공을 센스 있는 터치를 통해 순식간에 수비 한 명을 벗겨냈고, 오른쪽에서 그대로 치고 들어가며 컷백 패스를 연결했다. 완벽하게 연결된 양민혁의 패스를 일리아스 셰이르가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양민혁의 잉글랜드 무대 첫 도움이었다. 경기 후, 양민혁을 향한 찬사가 쏟아졌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양민혁의 환상적인 움직임이 셰이르의 추가골을 만들어 냈다. 경기 종료까지 30분 넘게 남겨둔 상황에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골이었다”라며 양민혁의 플레이를 칭찬했다. QPR SNS 마르티 시푸엔테스 QPR 감독 역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양민혁은 매우 잘 해냈다. 그는 우리 팀에 많은 긍정적인 것들을 가져다줬다. 셰이르의 득점을 도울 때, 훌륭한 수준의 플레이를 보였고 상대 수비와의 일대일 상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가 다른 리그에서 왔으며 영국에서의 처음 몇 달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계별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는 훈련에서 좋은 수준을 보였고, 나는 그에 대해 매우 만족스럽고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4경기 만에 공격 포인트까지 올리며 팀의 주축 공격 옵션이 되고 있는 양민혁이 QPR 승격을 위한 열쇠가 될 수 있을까. QPR SNS

      박찬기 온라인기자 2025.02.20 00:43

    • 82메이저, 야호(YAHO) 한글 선생님 됐다

      연예

      82메이저, 야호(YAHO) 한글 선생님 됐다

      스페이스오디티 카드·영파씨 이어 해외팬에 ‘K-취향’ 전파 음악 스타트업 스페이스오디티가 만든 팬덤 앱 ‘블립(blip)’이 해외 팬덤을 대상으로 K-문화를 전파하는 ‘야호(YAHO)’를 성황리에 배포하고 있다. 카드(KARD)와 영파씨(YOUNGPOSSE)에 이어, 이번에는 화제의 그룹 82메이저(82MAJOR)가 남자 아이돌 최초로 야호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선정되어 K-POP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야호는 ‘한글 학습 게임북’으로 K-POP 아티스트들이 직접 한글 선생님이 되어, 서울의 여행 명소와 한국 편의점 추천 아이템 등 자신만의 ‘K-취향’을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야호는 한글 학습 콘텐츠 외에도 아티스트 신곡 가사 해석, 뮤직비디오로 연결되는 QR코드, 포토카드를 포함한 커버 디자인 등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다양한 요소로 글로벌 K-POP 팬들과의 교감을 강화하고 있다. 82메이저의 야호 콘텐츠는 블립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쇼츠 영상으로 선공개되었으며, 팬들은 “성일의 취미에 맞춰 나도 달리기를 해볼까?”, “석준이 목소리로 들으니 더 좋다”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야호 프로젝트는 삼양 불닭, 서울시 등 다양한 브랜드가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으며, 여러 기업에서도 관심을 보이며 K-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K-문화에 관심이 많은 해외 팬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다가가고 있으며, SBS 저녁 뉴스에서도 주목할 만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재 야호는 유럽의 한식당 YORI, 일본 신오쿠보 일대, 주일한국교육원, 미국의 포토이즘과 케이팝 전문 매장을 통해 무료로 배포 중이다. 이번 82메이저 편은 일본어 버전으로도 제작되어 오는 25일 열리는 일본 공연 ‘에투메붐(82MAJOR BOOM in JAPAN)’ 현장에서 배포될 예정이다. 한편, 야호는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신인 및 중소 케이팝 아티스트들에게 글로벌 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K-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혁신적인 시도를 지속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해 나갈 예정이다.

      안병길 기자 2025.01.16 15:11

    • 김혜성 다저스 입단에 ‘한글로’ 환영한 오타니 ‘환영합니다 친구야’

      야구

      김혜성 다저스 입단에 ‘한글로’ 환영한 오타니 ‘환영합니다 친구야’

      오타니 쇼헤이 인스타그램 캡처 같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 김혜성을 향해 오타니 쇼헤이가 직접 한글로 인사를 하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오타니는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혜성의 계정을 태그함과 동시에 그의 다저스행 소식을 알리며 한글로 “환영합니다 친구야”라고 적힌 문구를 올렸다. 김혜성은 2024시즌을 앞두고 CAA스포츠와 에이전시 계약을 하면서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노렸는데, 오타니가 바로 이 CAA스포츠 소속이다. 지난해 3월 다저스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MLB 서울 시리즈를 치르기 위해 한국을 찾았을 당시 오타니와 만났던 김혜성은 이제 MLB 무대에서 같은 팀 동료로 한솥밥을 먹게 됐다. MLB닷컴은 이날 김혜성이 다저스 구단과 3+2년 최대 2200만달러(약 324억원)의 조건에 입단 계약을 합의했다. 보장 계약은 3년 1250만달러이며, 이후 구단이 옵션을 행사하면 계약이 2년 연장된다. MLB닷컴 홈페이지 캡처

      윤은용 기자 2025.01.04 07:23

  • 주간경향

    • 경제

      구글 한글검색 품질, 왜 나빠졌나

      ㆍ상위 검색결과에 사기성 불량광고 페이지 노출 빈번 매주 주말, 기자는 그 주 출고된 기자의 기사 제목을 구글에서 검색한다. 신문사 홈페이지나 포털 네이버나 다음 등에 전송된 기사에 달린 댓글 이외에 크고 작은 인터넷 커뮤니티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구글링’을 하는 이유는 FM코리아나 루리웹, 딴지일보 자유게시판, 오늘의 유머 등의 사용자들이 기사를 링크하고 단 댓글이나 논평이 네이버나 다음 검색결과에서는 나오지 않는 사례가 많아서다. 기사 제목으로 검색하면 커뮤니티 반응의 경우 신문사 홈페이지에서 퍼오는 것이 아니라 주로 포털에 전송된 기사의 링크를 제시한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여론이다. ‘홍차넷’과 같은 토론사이트에서는 기자의 기사를 두고 포털댓글보다 심도 있는 토론이 진행돼 흥미롭게 살펴본 적도 있다. 생성형AI 등장으로 인터넷 검색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어 있는 가운데, 사기·애드웨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불량사이트를 구글 검색 알고리즘이 걸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걸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깨진 유리창을 통해 비치는 구글로고 / 로이터/연합 기자는 ‘주말마다 기사 구글링’ 작업을 10년 넘게 꾸준히 해왔다. 그런데 최근 구글 검색결과가 달라졌다. 개선되거나 좋아지는 방향이었으면 좋겠지만, 확연히 나쁜 쪽이다. 일단 전체 검색결과 중 노출되는 양이 줄어들었다. 지난주 기자가 작성한 ‘‘지지자 리스크’의 덫…민주당, 탈출구 있나’(3월 18일 인터넷 노출)의 구글 검색결과는 “약 45000개(0.23초)”라고 표기돼 있지만, 대부분 검색결과는 생략돼 있고 노출된 것은 13건에 불과하다. 이중 실제 기자가 작성한 기사 관련 검색결과는 경향신문, zum뉴스, 루리웹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링크와 토론, 네이버뉴스 등 4건이 고작이다. 나머지는 기자의 기사와 무관한 검색결과다. 물론 검색결과가 왜 이 내용이 제시됐는지 추론이 가능한 부분도 있다. ‘민주당 지지율 하락’을 다룬 다른 언론사들(중앙일보·MBC) 기사와 핵심키워드가 비슷했을 수 있고, 그날 이슈가 된 뉴스 링크를 자동으로 아카이빙하는 사이트(southkoreanews라는 사이트) 결과가 구글의 크롤링봇에 걸렸을 수도 있다. 구글은 왜 사기·스팸 검색결과 방치할까 더 큰 문제는 검색결과에 배드웨어 설치를 강제하는 링크를 제시하는 경우다. 기자의 기사 중 포털댓글이 많았던 기사의 예다. ‘이태원 맞불집회 우파단체, 왜 “윤석열 잘한다” 주장할까’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다. 이 기사의 포털 네이버 댓글은 2515개였다. 그만큼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도 많았으리라 예상해볼 수 있다. 이 기사 제목을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약 11300개(0.21초)”의 검색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나온다. 이중 구글이 제시하는 검색결과는 약 38개. 그런데 실제 기사와 관련된 검색결과는 약 5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은 악성 소프트웨어 설치를 유도하거나 응모하지도 않은 아이폰14pro에 당첨됐다는 광고로 포워딩 되는 악성 사이트들이다. 구글 측이 제시하는 검색 표제어도 ‘죽일 놈 가사’, ‘세월이 가면 모닝 실내’, ‘b91ed4bee0’ 등 뜻 모를 단어들이다(아마도 앞의 키워드는 기사 본문 중 이태원 유족 비난 유튜버의 욕설, 세월이 가면 등은 기사 본문 중 언급되는 ‘세월호 유족’ 등의 단어에서 추출된 듯하다). 이 기사 제목으로 검색했을 때 배드웨어 설치를 강제하는 검색결과는 가장 상단에서 다섯 번째로 제시되고 있었다. 구글 검색결과가 제시하는 악성 사이트들에는 일정한 공통점이 있다. 일단 도메인에서 국가나 사이트의 성격을 표시하는 확장자(.com이나 .co.kr과 같은)가 .ru(러시아)나 .lt(리투아니아) 등 콘텐츠 내용과 상관없는 국가이거나 새로 나온 확장자인 경우가 많다. 위 기사 구글 검색결과에는 러시아와 리투아니아 이외에도 .tec, .pro 등의 확장자를 단 결과가 눈에 띈다. 둘째로, 서브도메인, 그러니까 도메인 주소의 첫 부분이 복잡한 난수로 이뤄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앞서 언급한 구글이 다섯 번째로 제시한 링크는 ‘https://fc6b4680.jonicatenda.com’이다. ‘fc6b4680’과 같은 서브도메인은 이들이 웹크롤링으로 수집한 임의의 말뭉치에 맞춰 임의로 자동생성한 서브도메인일 가능성이 크다. 의문은 이것이다. 대충 눈대중만으로도 실제 클릭했을 경우 사용자의 단말기기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은 검색결과들이 상단에 노출되는데, 구글은 왜 이 결과를 방치하는 걸까. 의외로 이 이슈에 대해 따라잡고 조사하고 있는 전문가를 찾기 어려웠다. 2010년대 초반 구글코리아가 주최한 망중립성 포럼에서 주제강연을 맡았던 한 보안 전공 교수는 이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구글은 악성코드가 내재돼 있는 그런 웹사이트를 걸러내는 데 톱랭크에 올라와 있는 회사”라며 “구글 검색결과에서 악성코드 탐지율이 떨어졌는지 확인하지 못했으니 코멘트하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길민권 데일리시큐 대표는 “왜 이 문제가 국내 보안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지 않나”라는 질문에 “예컨대 이번에 논란이 된 쿠팡 기업 정보유출 사건처럼 기업의 고객데이터 유출과 같은 이슈 중심으로 솔루션이 발전해왔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실 구글의 경우 그런 보안사고 같은 경우 굉장히 민감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구글프로젝트제로’라고 해서 구글 크롬이나 안드로이드와 관련해 취약점을 발견하고 패치하는 팀이 있고,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검색결과를 어떻게 걸러내는지에 대한 연구는 외부에 공개된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구글만의 문제는 아니다” 구글의 검색엔진에 탑재된 기술은 페이지랭크다. 이 기술의 핵심은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1998년 공동저술한 논문에 요약돼 있다. 17쪽짜리 이 논문은 지금도 스탠퍼드대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페이지랭크 아이디어를 요약하면 특정한 웹페이지의 ‘중요도’를 판단하는 데서 기준은 그 페이지를 많이 링크했느냐 여부다. 즉 링크가 많아질수록 그 페이지의 중요도는 올라가는 것이다. 얼마나 링크돼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인터넷에 올라가 있는 전체 웹페이지를 크롤링해 연결된 수나 빈도를 측정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구글 알고리즘의 초기모델이다. 예를 들어 이 단계에서는 구글 검색결과에서 순위를 올리기 위해 허위의 페이지를 만들어 서로 링크를 주고받는 방식의 품앗이 ‘기만’이 가능하다. 마치 창과 방패처럼 구글 알고리즘은 허점을 파고드는 이런 사기에서부터 흔히 ‘검색엔진 최적화(SEO)’로 불리는 합법적인 방식의 상위노출 노력을 포함해 도전에 ‘응전’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언제부터인가 허점이 발생했고, 방치되고 있다. 구글검색 결과 중 맬웨어를 포함한 사이트에 접속하려 할 때 뜨는 안티 바이러스 경고메시지. ‘JS애드웨어’가 발견되었다는 안내다. 특정검색어의 경우 최상단 5번째 이내의 검색결과에 애드웨어를 강제설치하는 불량사이트가 제시되는 경우도 있다. “구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동일한 조건이면 네이버나 바이두가 더 심할 것 같다.” 관련해서 기자의 문의를 받은 김범수 라이브다임 이사의 말이다. 김 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에도 피싱사이트나 스팸성 사이트는 많았다. 다만 일반인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그중 신뢰할 만한 검색결과를 일부만 제시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실제 검색결과가 1000개 나온다면 10개씩 제시하는 페이지의 99번째 페이지에 가서야 스팸사이트가 간혹 보였는데, 지금은 100위 내에서 그런 사이트들이 눈에 띄어 총량이 늘어난 것처럼 보일 뿐이다. 내가 보기엔 일반 사용자에게 구글이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총량을 줄인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문제는 구글 검색의 품질 악화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지각변동이 예고된 현 검색시장의 변화와 아주 무관해 보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도안구 테크수다 대표의 말이다. “오픈AI의 등장으로 기존 검색시장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검색시스템과 채팅시스템은 인프라가 다르다. 검색의 경우 구글이 전 세계적으로 약 10억명이 사용하는 93%의 시장을 장악해왔는데 전 세계 사용자의 10억명이 넘는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실적발표를 보면 유튜브를 포함 매출의 76%가 검색 쪽이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 빙의 경우 검색 점유율은 그동안 미비했다. 문제는 채팅시스템의 경우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냐가 관건인데 구글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면 10억이라는 사용자 정보에 바탕을 둬야 한다. 그 경우 검색결과 산출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종전 수입의 대부분은 검색이 아니라 클라우드나 오피스와 같은 제품에서 나왔다. 온라인광고가 연동돼 있는 검색시장에서 1%만 올려도 추정컨대 2조원 이상의 돈을 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구글 주가가 폭락한 이유다.” 결국은 테크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검색품질 악화 이슈는 한글검색뿐 아니라 영어검색에서도 이슈가 된 문제이며, 지난해 워싱턴포스트를 통해서도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가 된 적이 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리처드 블루먼솔 미 상원의원이 “구글 검색결과가 사기와 부적절한 검색기록을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구글CEO 순다르 피차이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기사에 따르면 구글 측은 이런 부적절한 광고들을 삭제했다고 답변했지만 의원실 측은 여전히 유사한 광고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는 “결국 구글의 대책이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음을 암시한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기자는 구글코리아 측에 기자가 경험한 한글검색 품질 저하 문제를 제기했다. 문의 이틀 만에 돌아온 구글 측의 답변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구글은 현지 법을 엄격하게 따르고 있으며, 이는 온라인상에서 노출돼서는 안 되는 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특정 콘텐츠의 위법 여부는 구글이 결정하기에 적절한 문제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구글은 일반 시민들 및 정부 관계자들이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콘텐츠들을 구글에 신고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번지수가 틀린 답변이다. 기자가 문의한 페이지들이 예컨대 포르노 사이트나 국가보안법 위반과 같은 한국의 사회적 맥락에서 ‘불법성’ 논란에 해당한 경우라면 그럴 수 있다. 문제는 해당 사례들이 위의 워싱턴포스트가 지적한 ‘사기와 맬웨어 설치·피싱 사이트들의 구글 검색결과 상위 출현빈도가 부쩍 높아졌다’는 내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현지 법 사정이나 사회적 합의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과 국가와 관계없이 검색엔진에서 검색결과로 노출돼선 안 되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22일 구글 측에 재답변을 요청했지만, 기사를 마감하는 시점까지 적절한 회신은 돌아오지 않았다. 도안구 대표는 “결국 앞으로는 테크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과거 단순 페이지 랭킹 검색결과의 경우 구글은 책임 문제를 피해갈 수 있었다. 그 결과는 내가 준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인용해 상위에 노출된 것이었다고 하면 됐다. 그런데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채팅시스템의 경우 다르다. 생성 AI가 잘못된 답변을 내놓았는데 영향을 받았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구글이 챗GPT에 맞서 내놓은 것이 바드였는데 시연에 잘못된 정보가 나와 있었다. 구글 내부에서도 그걸 걸러내지 못한 것 아닌가(편집자 주: 우주망원경 제임스웹이 태양계 밖 행성의 최초사진을 찍었다는 오답을 제시했고, 나중에 천문학자들이 팩트 오류를 발견한 사건). 팀 마케팅 기획자들이 엔지니어팀들이 쏟아낸 결과들이 잘못됐다는 점을 보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무서운 광경이다. 뛰어난 엔지니어가 만들어낸 것이니 똑똑한 마케터 기획자도 신뢰했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강정수 미디어스피어 이사는 “검색량이 적은 결과라도 상위 검색결과에 맬웨어가 포함되는 링크가 나오도록 알고리즘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충분히 사회적 이슈화가 가능한 문제”라며 “구글 측이 성의 있는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향후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적해볼 필요도 있다”라고 말했다.

      정용인 기자 2023.03.24 12:50

    • 문화/과학 김정수의 시톡

      [김정수의 시톡](14)나는 한글로 시를 쓰는 라라입니다

      ㆍ라라 시인의 신간시집 어떤 기억은 보푸라기 같습니다. 평소 가지런하다가도 옷의 거죽에서 가늘게 털이 부풀어 성가시게 하는 것이 보푸라기니까요. 내면 깊숙이 가라앉아 있던, 잊힌 기억이 어느 날 불쑥 솟아올랐는데 좋은 기억은 아닐 것입니다. 뭐 그렇다고 특별히 나쁜 기억도 아니겠지요. 라라(1989~ )의 신간시집 <나는 빛을 걷는다>를 읽는데, ‘이 시집은 한국문학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대학 다닐 때 한국문학의 정의에 관해 토론한 적이 있습니다. 낮은 지층에 잠들어 있던 토론의 기억이 이 시집을 읽으며 보푸라기처럼 부풀어 올랐던 것이지요. 표지 / 도서출판 도훈 “나는 무궁화 열차가 좋다” 권영민 전 서울대 교수는 저서 <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열화당·2021)에서 한국문학을 “한국 민족에 의해 한국어를 기반으로 형성 발전해온 문학”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한국문학은 수천년의 역사 속에서 한민족 삶의 양상을 표현해왔으며, 시대마다 다양한 문학 형태가 등장해 발전했지요. 그러니 한국인에 의해 구비전승된 문학이나 한문으로 창작된 글도 당연히 한국문학이지요. 요즘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교포 문인이 상당히 많습니다. 정기적으로 문학잡지를 발간하고, 한국의 문학 전문 출판사에서 시집도 발간합니다. 한국인이 한글로 쓴 것이니 이 또한 한국문학이겠지요. 라라의 본명은 딜라라 외주르투(Dilara Ozyurt), 한국인이 아닌 튀르키예(터키)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라라가 한글로 아무리 뛰어난 시를 쓰더라도 한국문학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 되겠지요. 그러면 튀르키예문학이라 할 수 있을까요. 골치 아픈 문제는 학자들에게 맡겨두고 시집을 펼쳐보겠습니다. 라라는 ‘시인의 말’에서 “내 머릿속에 쓰인 문장들이 이제 나의 시가 된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못 했던 말들, 삼키고 삼켜 가슴속에 감춰둔 아픔이 시가 되고, 그 시들이 “내 꿈의 씨앗”이 된다고 했습니다. 라라의 한국어 능력은 최상급인 6급이랍니다. 모국어인 튀르키예어처럼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이지요. 그러니 이번 시집은 튀르키예어로 쓰고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 아니라 바로 한국어로 쓴 것이겠지요. 맨 앞에 놓인 시가 ‘기행’인데, 첫 문장이 “나는 무궁화 열차가 좋다”입니다. KTX가 운행하면서 무궁화호는 느림의 대명사가 됐지요. 무궁화호를 타본 게 언제인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라라는 무궁화 열차가 좋은 이유를 “계절을 찬찬히 훑어”보고, “추억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네게 가는 길에 이 설렘이/ 느리게 흘러가”기 때문이라네요. 사랑하는 사람을 빨리 보고 싶을 텐데 라라는 만나기 전 “아주 서서히” 다가가는 시간을 즐기고 있네요. 어쩌면 서로 알아가는 과정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라라는 ‘나의 서울’이란 시에서 “이 눈부신 도시에 처음 온 게 십 년 전”이라 했습니다. 서울에 처음 왔을 때 “낯설지 않은 익숙한 느낌”이었답니다. 걸을 때마다 “발견해야 할 마법들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았다는군요. 마법처럼 새롭고 흥미로운 것만이 아니라 도시 구석구석에 “펼쳐져 있는 포근함”과 진정한 “나의 자유”를 느낄 수 있었고요. 라라는 서울 거리를 걸으며 “달고 삼삼한 음식 냄새”와 “알록달록한 전구들”, “감미로운 음악 소리”에도 감응합니다. “연인 같았던 이 여행”에서 다시 “만날 생각에” 마음 설레고, “미치도록 그리워”하고, “헤어질 때는/ 눈물겹고 슬퍼했다”고 합니다. 이스탄불은 잠들지 않는다 이스탄불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라라의 눈에 “떡볶이 3천원”(이하 ‘터미널 안 떡볶이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쫀득한 그 맛만 느끼고 싶어” 어묵을 빼달라는 라라의 말에 떡볶이집 아줌마는 이상한 눈빛으로 “어묵을 빼면 많이 안 남을 텐데”라 말하고, 라라는 “그래도 맛있어요” 하며 미소를 짓습니다. 떡볶이를 처음 먹을 때는 “기우뚱거리며 낯설었는데” 이제는 “아늑하고 따뜻하고 향수가 가득한 맛”이랍니다. 서울을 떠나 도착한 이스탄불은 “잠든 적이 없다”(이하 ‘이스탄불’)고 합니다. 이 고풍스러운 도시는 “클라리넷과 카눈의 감미로운 소리”와 낯을 가리지 않는 골목의 고양이들, “집 사이사이 묶여 있는 줄을 탄 빨래들”, 형형색색 옷을 입고 “춤추고 있는 집시들”, “화려한 꽃무늬 치마들과 반짝이는 귀고리들” 그리고 뱃고동 소리와 “다리 위에 줄줄이 세워져 있는 낚싯대들”의 축제로 흥청거립니다. 이스탄불이나 소소한 개인사는 잘 모르겠지만, 라라는 이사를 열한 번이나 했다는군요. 라라는 시 ‘열한 번째 이사’에서 이사하는 날의 심경을 소소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깨질 수 있는 물건들을 조심스럽게 포장”을 하면서 “주의/ 깨질 수 있는 것”이라 메모해 붙여놓아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안다고 합니다. 이사 끝나고 보면 “다 하나씩 깨져 있고 갈수록 줄어”든다고 하네요. 라라는 시 ‘어이없는 익숙함’에서 “인간은 자기도 모르게 익숙할 줄 아는 존재”라고 했습니다. 누군가 내 물건의 위치를 바꾸면 시간이 지날수록 나 자신도, 물건도 새로운 자리에 익숙해진다는 것이죠. 늘 성공만 한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겠지요. 한데 “실패하고 또 실패”하다 보면 절망하고 포기할 것 같은데 “그 실패조차 적응하며/ 결국 다시 아무렇지 않게 일어”서게 되지요. “나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잃게 되면/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지요. 제대로 밥도 못 먹고, 웃음도 잃고 지내다가 어느 순간 익숙해지지요. 평소처럼 “끼니를 챙기고, 친구를 만나고, 여행을 다”니지요. 라라는 이런 상황을 ‘어이없는 익숙함’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라라의 한국어 시집을 만날 수 있는 건 나태주 시인 덕분입니다. 라라가 나태주 시인의 시를 번역해 한국문학번역원에 제출하겠다고 e메일을 보냈는데 아쉽게도 튀르키예 번역 분야가 없어 접수조차 하지 못했답니다. 이를 계기로 친분을 이어갔다네요. 그러던 어느 날 라라가 한글로 쓴 시가 꽤 된다고 말했고, 나태주 시인이 좀 보여달라고 했답니다. 라라는 한국 사람이 쓴 시보다 아름다운 시들이 첩첩이 쌓인 원고를 보내왔다고 합니다. 그런 인연으로 우리가 라라의 시를 읽고 있는 것이지요. 참 고마운 일입니다. 라라의 한국어 시집이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시인의 말 ▲세상에 없는 노래를 위한 가사집 | 홍대욱 지음·달아실·1만원 끝까지 아름답겠노라 했습니다. 끊임없이 스스로 거듭 되새기지만 아직 그 마음 그대로입니다. ▲콜센터 유감 | 최세라 지음·출판사 b·1만2000원 여기 수록된 시들은 애써 걸으며 흔들렸던 날들의 기록이자 가깝게 껴안던 지인들의 전언이기도 하다. ▲잡채 | 김옥종 지음·휴먼앤북스·1만원 쓴 물이 올라온 새벽을 뒤집어도 내 시는 생 날것이거나 MSG 들어가지 않은 슴슴함으로 가겠다. ▲그해 여름은 모노톤으로 | 김비주 지음·상상인·1만원 아침이면 만나는 그리움 내일이면 또다시 만날 그리움. ▲46억년의 바다를 지나 그가 온다 | 손애라 지음·작가마을·1만원 끝이 안 보이던 길, 끝내 둥글어지지 않던 모서리들, 이제는 안다. 나만의 신화를 쓰고 있었음을.

      김정수 시인 2022.09.30 11:06

    • 문화/과학 원희복의 인물탐구

      [원희복의 인물탐구] 에 미친 한글학자 김슬옹 “훈민정음이 남북 소통 정신이다”

      기자가 보기에 그는 ‘미쳤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77년부터 그랬으니 이미 40년이 넘었다. 그가 미친 대상은 한글, 정확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한민족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을 꼽으라면 최초의 금속활자, 측우기…. 그러나 기자는 단연 한글을 꼽는다. 한글의 실용성과 과학성은 단연 세계 으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한글에 미쳐 40년 넘게 같이했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는 국어문화원 김슬옹 부원장(57)이다. 김 부원장은 한글 관련 저술 60권(단독저술 26권, 공동저술 34권), 한글 관련 논문 110편을 발표했다. 훈민정음학, 국어교육학 2개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다. 활동도 한글학회에서 연구위원,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한글문화연대에서 활동하고 근무했다. 2016년 외솔상도 받았다. 그를 만난 것은 10월 9일이 한글날이라 한글의 ‘현실’을 듣기 위해서다. 한글 관련 저술 60권과 논문 110편 -한글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언어로 꼽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자를 만든 취지와 원리가 기록된 최초·유일의 문자라서인가. “한글에는 한마디로 보편주의가 담겨 있다. 인류에게 여러 언어가 있었지만, 신분과 계층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지식과 정보를 접하라는 취지를 담은 문자는 한글이 유일하다. 또 그런 사실을 해설한 문자도 없다. 내가 민족주의자적 입장에서 한글이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한자도 인류의 문명을 담은 우수한 문자지만 어려워 지식과 정보를 쉽게 나누기 어렵다. 그나마 영어는 자모문자라 쉽지만 한글만큼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지 않다. 한글에는 음양오행의 철학 보편주의, 과학 보편주의, 음악 보편주의가 담겨 있다.” -<훈민정음>에 음악적 요소가 담겨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다. “<훈민정음>에는 궁·상·각·치·우 우리 다섯 음계가 반영돼 있다. 입술에서 나온 소리는 궁음, ‘쓰’와 같은 소리는 상음, ‘ㄱ’은 각음, ‘ㄴ’과 같은 혀에서 나오는 소리는 치음, 목에서 나오는 소리는 우음이다. 해례본에 이 28자를 익히면 ‘누구나 노랫가락으로는 음률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훈민정음>을 배우면 양반 상놈 없이 모두 하늘의 동등한 백성이 된다는 놀라운 정신이 담겨 있다. 그래서 <훈민정음> 해례본이 양반에 의해 멸실됐다.” -1446년 세종이 간행한 <훈민정음> 해례본을 양반들이 일부러 없앴다는 것인가. 현존하는 해례본이 1940년 발견된 간송본이 유일한 희귀본이기 때문인가(최근 안동본이 발견됐지만 정식 공개되지 않았다). 2018년 한국을 대표하는 40권에 선정된 “나는 그렇다고 본다. 양반들이 <훈민정음> 해례본을 싫어했다. 양반들은 최소 10년, 20년 한문을 배워야 지식과 학문이 열렸는데 한글은 28자만 익히면 한문체를 쉽게 풀고, 지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목판본은 책을 빨리, 많이 보급하기 위해 사용했는데 해례본을 최소 500권은 인쇄했을 것이다. <용비어천가>를 550권 찍었다는 사실이 실록에 기록돼 있다. 내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1527년 <훈몽자회>를 쓴 최세진조차 해례본을 보지 못하고 이를 인용했다. 17~18세기 유명한 이덕무가 쓴 백과사전격인 <청장관전서>에도 ‘세속에 전하기를 세종이 변소에서 문살을 보다 깨닫고 한글을 만들었다고 하더라’고 돼 있다. 이덕무가 백과사전을 만들면서 이 해례본을 구해 보지 못했다는 의미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이렇게 빨리 희귀본이 된 이유는 ‘정인지서’ 대목이 신분제를 무너뜨릴 것을 우려해 양반들이 일부러 책을 파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훈민정음>은 ‘제 뜻을 펴지 못하는 백성을 가엾게 여겨 28자를 만들었다’는 세종임금의 자비로움만 배웠다. 그러나 <훈민정음>이 당시 신분제를 뒤흔들 정치적 요소가 있었다는 해석은 처음이다. 해례본 ‘정인지서’에는 “28자로서 전환이 무궁하며, 간단하면서도 요점을 잘 드러내고, 정밀한 뜻을 담으면서도 두루 통할 수 있다”면서 “이 글자로 한문 글을 해석하면 그 뜻을 알 수 있다, 이 글자로 소송사건을 다루면 그 속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 연구 미진한 이유 열흘 안에 한문을 이해하고, 무엇보다 소송사건의 진실을 알 수 있다는 것은 기득권 양반층에게는 심각한 위협일 수 있다. 조선시대 정보와 학문, 무엇보다 법적 권리를 독점하는 것은 신분제를 유지하는 데 필수요소였을 것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도구인 한글은 지금까지 누리던 신분제를 무너뜨릴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양반들은 여겼을 것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양반들에게 ‘금서’로 여겨졌을 가능성은 충분했던 것이다. 이 대목은 <훈민정음>과 관련해 매우 재미있는 시사점을 던져 준다. 김슬옹 부위원장이 한글회관에서 해례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기자를 ‘미치게’ 하는 것은 지금 아무도 이 <훈민정음> 해례본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에 <훈민정음> 해례본을 전공한 교수가 단 한 명도 없다. 전공한 교수가 없으니 가르치는 곳도 없고, 당연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국어선생님도 <훈민정음> 해례본을 배우지 않는다. 하기야 평생 글로 먹고사는 기자들조차 <훈민정음> 해례본을 처음 볼 정도니 말할 것도 없다. 김 부원장은 “대학은 고사하고 최소한 한국학 본산인 한국학중앙연구원에도 <훈민정음>을 주전공한 전문가가 없다”면서 “한글이 세계적으로 뛰어난 언어라고 선전만 했지, 실제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해례본을 놓고 국제학술대회를 연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설마 한글이 이렇게 홀대받고 있을 줄이야. 해례본에 대한 국제학술대회 한 번 한 적 없다는 것은 국가의 심각한 직무유기다. 김 부위원장은 <훈민정음> 해례본에 대한 연구가 미진한 이유에 대해 “국어학자는 한문을 몰라 순한문으로 된 해례본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문학자는 한글 원칙을 몰라 해례본 연구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2015년 교보문고와 간송미술문화재단과 함께 <훈민정음> 복간본(책의 색깔, 재질, 제본방식까지 똑같이 재현) 고증작업 학술책임자로 참여했다. 그때 국어학자로는 유일하게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 원본을 보고 복간본에 딸린 해설서를 출간했다. 2018년에는 이 책을 보완해 중학생 정도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 입체 강독본>을 출간했다. 이 책은 ‘올해 한국을 대표하는 책 40권’에 선정돼 ‘2018년 베이징 국제도서전’에 전시됐다. 사실 그의 <훈민정음 해례본 입체 강독본>이 ‘한국을 대표하는 책 40권’에 선정된 것은 김 부위원장에겐 ‘평생의 복수’ 같은 의미를 가진다. 김 부위원장이 <훈민정음> 해례본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있다. 2005년 서울대가 인류고전 100권을 선정했는데 <훈민정음> 해례본이 빠졌다. <훈민정음>이야말로 인본주의적 철학과 과학·음악을 담은 최고의 사상서라고 확신하던 그는 크게 분노했다. 그리고 한문으로 된 <훈민정음> 해례본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해설서를 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 결심으로 만든 해설서가 당당히 ‘올해 한국을 대표하는 책 40권’에 선정된 것이다. 대학 ‘서클’을 ‘동아리’로 바꾼 주역 1961년 경기도 수원 출신인 김 부원장은 부친이 한학자로 초등학교 시절 이미 천자문을 다 뗐다. 어려서 별명이 ‘한자박사’라 할 정도로 한자를 잘했다. 그는 1977년 고등학교(철도고등학교) 시절, 신문에 어린아기를 뜻하는 ‘영아’(?兒)를 쓰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 ‘영’자는 천자문에 나오지 않아 한자는 천자문을 떼어도 신문을 읽지 못하는 문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한글학회 부설 전국국어운동 고등학생연합회에 참여하면서 한글운동을 시작했다. 외솔 최현배 선생의 뜻을 잇기로 결심하고 1982년 연세대 국문과에 입학했다. 83년에는 재판을 통해 한자이름 김용성을 한글이름 김슬옹으로 바꿨다. 대학시절 연세대 서클연합회 홍보부장으로 흔히 쓰이던 ‘서클’을 ‘동아리’라는 우리말로 쓰자고 결의, 1984년 연세대가 전국 처음으로 ‘동아리연합회’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동아리’는 널리 보급돼 86년쯤 대학가에서 ‘서클’이라는 단어는 사라졌다. 식당 메뉴판을 ‘차림표’로 바꾸자는 운동을 한 것도 그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석사(현대문법), 박사과정(전산언어학)을 마치고 다시 훈민정음 연구로 박사학위(상명대)를 받았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조선왕조실록>을 분석, 한글이 양반가 여성 위주로 전승, 발전됐음을 밝힌 것이다. 그는 40여번 대학교수 임용에 응시했으나 번번이 떨어졌다. 전공한 <훈민정음> 해례본의 가치를 알아주는 대학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3~4개 대학 시간강사와 강연으로 생활한다”면서 “그래도 공무원(도서관 사서)인 아내 덕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서울시를 <훈민정음> 해례본 도시로 선포하고 ▲<훈민정음> 해례본을 28개 국어로 번역하고 ▲내년에 <훈민정음> 해례본을 조명하는 최초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방북해 ‘남북 연합 정음대학원대학교’ 설립을 건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만들었다. 그는 올 9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언어정책을 조언하는 서울시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 위원에 위촉됐다. 김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된 사업을 위해 누리집(홈페이지)이 <훈민정음>이 창제된 12월 28일 정식으로 문을 연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한 중소기업의 협조로 민간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외국어 번역과 세계 보급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민간 차원에서 하도록 방치하는 것 역시 정부의 직무유기다. 그는 “우리는 <훈민정음>을 반포한 10월 9일을 한글날로 기념하고, 북에서는 <훈민정음>을 창제한 1월 15일을 ‘조선글날’, ‘훈민정음 기념일’로 기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배경 사진이 바로 <훈민정음> 언해본 사진”이라며 “<훈민정음> 서문에 한글은 바로 ‘소통’이라고 말했고, 남북이 가장 동질성을 가진 것이 한글이고, 이것을 매개로 남북이 소통하는 것이 바로 <훈민정음>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그가 남북이 함께 <훈민정음> 해례본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싶어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글·원희복 선임기자 사진·우철훈 선임기자 2018.10.08 15:22

    • 문화/과학 구석구석 과학사

      [구석구석 과학사](6) 해방된 한글, 어떻게 새롭게 쓸 것인가?

      한글운동가들은 새 시대의 한글은 한자 문화의 영향에서 벗어나 로마자를 쓰듯이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로로 쓰고, 띄어 쓰고, 그리고 풀어 쓰자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었다. 최초의 한글 타자기는 세로로 쓰는 타자기였다. 가로로 쓰도록 만든 로마자 타자기를 구태여 개조하여, 구태여 옆으로 누운 한글 글씨를 찍은 뒤, 구태여 그것을 다시 돌려서 읽게끔 만든 것이다. 어쩌자고 이렇게 많은 ‘구태여’를 무릅쓰고 세로쓰기 타자기를 만들었을까? 한글은 원래 세로로 쓰는 문자였기 때문이다. 돌돌 말려 있는 얇은 종이에 붓으로 글씨를 쓰던 동아시아에서는 두루마리를 왼쪽으로 펴면서 오른쪽부터 세로로 글씨를 쓰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훈민정음도 이 문화 안에서 생겨난 문자였으므로 당연히 오른쪽 위부터 세로로 썼다. 가로쓰기가 일상의 대세가 된 오늘날에도 서예는 세로쓰기가 보통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뒷날 ‘궁체’로 불리게 되는 한글 붓글씨가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되어 오면서, 모음의 세로획들이 시각적인 뼈대를 이루게 되었으므로 세로로 음절들을 이어 썼을 때 더 보기 좋은 것이다. 1920년대 사용하던 옆으로 찍어서 세로로 읽는 모아 쓰기 한글 타자기./경향신문 자료사진 받침을 아래가 아닌 옆으로 옮겨 적어 글을 가로로 쓰는 서쪽 나라에서 온 이방인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기록이 남아있는 가장 오래 된 한글 타자기는 사실 미국인이 만든 것이다. 1913년 미국 특허청에 언더우드(Underwood)타자기회사를 대표하여 알라드(J. Frank Allard)가 한글을 찍을 수 있는 타자기의 특허를 출원하여 1916년 승인을 받았다(재미교포 이원익이 1914년 무렵 만들었다는 타자기보다 1년 가량 앞선다). 그런데 미국인이 만들고 미국에 특허를 신청한 이 타자기도 세로쓰기 타자기였다. 한글 자모가 반시계방향으로 90도 돌아가 있어서, 가로쓰기 타자기를 찍듯이 이것으로 글씨를 찍고 나서 종이를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세로 쓴 것과 같은 문서를 만들 수 있다. (여담이지만 언더우드타자기회사가 한글 타자기의 특허를 출원한 까닭은 회사의 설립자이자 사장인 존 토머스 언더우드가 한반도에서 ‘원두우’라는 이름으로 선교를 하던 호레이스 그랜트 언더우드의 형이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온 서양 사람들이 무조건 관행에 맞추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선교사들은 와 각종 종교서적들을 한글로 번역하면서 왼쪽부터 가로 쓰는 서양식 책에 담아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로마자나 아라비아 숫자와 어울려 쓰려면 아무래도 가로로 쓰는 것이 나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영어의 영향을 받아 구두점이나 띄어쓰기와 같은 새로운 요소들이 도입되기도 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서양 학문인 수학과 과학을 담은 교과서들도 더러 가로쓰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미국은 멀고 일본은 가까워서, 일제강점기가 끝날 때까지도 글은 세로로 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기술적으로는 세로쓰기에 맞춰 발달한 일문의 활자와 조판 및 인쇄 시스템에 한글을 추가해서 쓰는 상태를 벗어날 수 없었다. 최현배가 주시경에게 받은 한글학교의 졸업장. 풀어쓰기로 써 있다. 음가가 없는 초성 이응(ㅇ)을 아예 빼고 쓰는 것이 특징적이다. / 외솔기념관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고 일문이나 한문과 구별되는 한글 고유의 쓰기 문화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것이 한글운동가들이었다. 지금의 눈으로는 놀랍게 보일 만한 일이지만, 그들은 한글이 한자나 가나보다는 같은 소리글자인 로마자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새 시대의 한글은 한자 문화의 영향에서 벗어나 로마자를 쓰듯이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로로 쓰고, 띄어 쓰고, 그리고 풀어 쓰자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었다. 가로로 띄어 쓰는 것이야 이상할 것이 없지만, 굳이 풀어서까지 써야 하는가? 현대인의 눈에는 지나쳐 보이겠지만, 주시경과 최현배 등 한글운동의 선구자들은 ‘가로쓰기’와 ‘풀어쓰기’를 사실상 구별하지 않고 하나로 인식했다. 세로로 모아 쓴 한글을 가로로 고쳐 쓰면서 받침을 아래가 아니라 옆으로 옮겨 적는다면 이미 절반가량 풀어 쓴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아 쓴 한글이 네모 안에 부수를 욱여넣는 한자 문화의 잔재라고 보고, 이 속박에서 해방된다면 우수한 소리글자인 한글의 잠재력이 자유롭게 꽃 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컴퓨터 한글은 풀어쓰기 절반의 성공 한글 타자기를 더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가로) 풀어쓰기를 주장한 이들에게 또 하나의 매력이었다. 일본과 중국에서 쓰던 기계식 타자기는 1000여 자의 한자를 담아야 했기에 로마자 타자기와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속도도 느렸기에 타자기라기보다는 간이 인쇄기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만일 로마자 타자기처럼 빠르고 효율적인 한글 타자기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소리글자인 한글의 우수성을 만천하에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가 되리라는 것이 한글운동가들의 바람이었다. 그렇게 빠르고 효율적인 타자기를 만들려면 아무래도 풀어쓰기 쪽이 유리했으므로, “한글 기계화에 유리하다”는 것은 컴퓨터 시대가 오기 전까지 풀어쓰기를 옹호하는 주요 논리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은 한글 전용을 전제로 한다. 한자는 풀어쓰기와도, 빠르고 효율적인 타자기와도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즉 한글 풀어쓰기를 주장하는 이들은 이미 한자는 더 이상 쓰지 않는 것으로 당연하게 전제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한국 사회에서 한동안 비주류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광복 후에도 1980년대 후반까지 신문이나 공문서 등에 한자를 섞어 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고, 풀어쓰기는 일부 과격한 이들의 망상 정도로 치부되었고 한글 타자기도 중요한 문서를 준비할 때는 뒷전으로 밀려나곤 했다. 1988년 창간한 이 순한글 가로쓰기로 신문 전체를 편집하고, 그것이 많은 독자들에게 충격적인 실험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은 한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오랜 논쟁의 역사를 반영한다. 풀어쓰기 자체는 널리 퍼지지 못하고 말았지만, 그것을 주장했던 이들의 정신은 살아남았고 마침내 승리했다고도 볼 수 있다. 오늘날 컴퓨터 등에서 한글을 다루는 방식은 ‘입력은 풀어쓰기, 출력은 모아쓰기’라고 할 수 있다. 낱글자의 크기와 모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전혀 생각할 필요 없이 풀어 쓰듯 글쇠를 누르면, 전자회로가 알아서 모아 써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글 전용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현대 젊은이들에게 한자를 섞어 세로 쓴 1970년대의 신문은 1910년대의 신문이나 별반 다를 바 없는 고문서로 다가올 것이다. 20세기 초에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이 이웃 나라의 언어를 잘 몰라도 한자가 많이 들어 있는 문서는 대충 읽을 수 있던 것에 비해서, 오늘날의 한국인들은 일본과 중국의 글을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전혀 읽을 수 없다. 한글이 한자나 가나와 본질적으로 달랐던 것인가? 아니면 달라야 한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달라지는 방향으로 한글을 갈고 닦은 이들의 염원이 결국 차이를 만들어 냈던 것인가?

      2017.05.02 15:02

  • 레이디경향

    • 외국인이 만든 ‘한글과자’ 홍대 팝업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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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이 만든 ‘한글과자’ 홍대 팝업 연다

      미국인 출신 방송인 타일러와 인도 사업가 니디가 마든 한글과자가 AK플라자 홍대점 1층에서 팝업 스토어를 연다. 미국인 출신 방송인 타일러와 인도 사업가 니디가 마든 한글과자가 밸런타인데이 기간을 맞이하여 오늘(12일)부터 25일까지 AK플라자 홍대점 1층에서 팝업 스토어를 연다. 젊은이의 핫플에 위치한 쇼핑몰에서 두 번째 여는 팝업이다. 이번 팝업에서는 한글과자 공동창업자인 외국인 방송인 타일러 라쉬와 인도 사업가 니디 아그르왈이 직접 디자인한 굿즈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한글 말장난 티셔츠부터 에코백까지 팝업에서만 찾을 수 있는 한정판 굿즈인 만큼 특별한 한글 굿즈를 갖고 싶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다. 한글과자. 외국인 두 명이 의기투합해 2023년 한글날에 창업한 한글과자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섞여 있는 비스킷류 과자이다. 한글을 맛있게 먹으면서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점에서 K푸드와 K문화를 융합시킨 상품이다. 한글과자는 학교에서 교육하거나 외국인 손님이나 친구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려는 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홍대 팝업에 대해서 한글과자 창업자 타일러는 “더 많은 분들이 한글과자를 접했으면 좋겠다”고 전하며, 니디는 “친구분들 데리고 꼭 놀러와 주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인보다 한글을 더 사랑하는 외국인들이 만들어내는 한글과자 팝업은 또 어떤 놀라움을 보여줄까. 니디와 타일러는 모두 웨이브엔터테인먼트 소속 외국인 대중문화예술이며 같이 <어썸코리아>, , <파뿌리> 등 유명 유튜브 채널에서 활약 중이고 타일러는 현재 JTBC <톡파원 25시>에 출연 중이다.

      이유진 기자 2025.02.12 16:42

    • ‘내일은 한글날’ 만약 모국어를 선택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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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은 한글날’ 만약 모국어를 선택할 수 있다면?

      한글의 탄생이 한국의 경제 발전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5.9%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중립적 응답은 12.1%, 부정적인 응답은 2%에 불과했다. ‘만약 시간을 되돌려 새로운 모국어로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언어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엘림넷 나우앤서베이가 한글날을 맞아 진행한 ‘한글 사용 만족도와 한글 세계화 과제’에 대한 설문조사 질문이다. 응답자들은 ‘한국어’(57.8%), ‘영어’(37.6%) 순으로 답했다. 일본어를 선택한 응답자가 2.8%, 나머지 스페인어, 독일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은 모두 0.5% 이하의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한글의 탄생이 한국의 경제 발전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5.9%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중립적 응답은 12.1%, 부정적인 응답은 2%에 불과했다. ‘당신이 한글을 사용하면서 편리하게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이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들은 ‘발음과 표기의 일치’(36.0%)와 ‘높임말/존댓말 사용 용이성’(35.7%)을 한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다음으로는 ‘다양한 소리를 쉽게 표현’ 29.8%, ‘띄어쓰기 규칙이 명확하여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기에 편리함’ 27.6%, ‘한자어 혼용으로 많은 정보를 짧게 전달할 수 있음’ 25.0%, ‘한글 입력 방식이 모바일 기기나 컴퓨터에서 사용하기 편리함’ 22.9%과 ‘줄임말 형식의 신조어 만들기가 편리함’ 22.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당신이 한글을 사용하면서 불편하게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이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띄어쓰기 규칙’(37.6%)과 ‘한자어 혼용으로 인한 이해의 어려움’(32.6%)을 한글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았다. 이외에도 ‘두음법칙에 따른 같은 자의 다른 표기’ 29.8%, ‘사이시옷 표기 규칙’ 27.2%, ‘을·를’과 ‘이·가’ 등 조사 구분 표기 26.0%, ‘높임말과 존댓말 규칙이 어려움’ 25.3%, ‘외래어 표기 규칙’ 21.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글 세계화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는?’이라고 질문한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가 ‘한자어 사용 줄이기’(33.3%)와 ‘띄어쓰기 규칙을 좀 더 자유롭게 하거나 간소화하기’(32.9%)를 중요한 해결 과제로 꼽았다. 그다음으로는 ‘높임말과 존댓말 사용 규칙을 간소화’ 30.9%, ‘두음법칙에 대한 표기 규칙을 자유롭게 하거나 단순화’ 30.2%, ‘사이시옷의 사용을 없애거나 규칙을 간소화’ 25.5%, ‘외래어 표기 규칙을 좀 더 자유롭게’ 24.8%, “‘을/를’과 ‘이/가’ 등 조사 표기 규칙 간소화” 22.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10월 4일부터 7일까지 나우앤서베이 전국 패널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총응답자는 580명(남성 345명, 여성 235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07%포인트다.

      김지윤 기자 2024.10.08 18:00

    • 왜 미처 생각 못 했지?…‘대한 외국인’ 타일러와 니디 ‘한글과자’ 출시

      요리

      왜 미처 생각 못 했지?…‘대한 외국인’ 타일러와 니디 ‘한글과자’ 출시

      ‘대한 외국인’들이 만든 한글과자…맛 그리고 한글에 대한 진심 담아 미국 출신 방송인 타일러 라쉬와 인도 출신 사업가 니디 아그르왈이 직접 만든 한글과자를 출시했다. 미국 출신 방송인 타일러 라쉬와 인도 출신 사업가 니디 아그르왈, 두 명의 ‘대한 외국인’이 한글 사랑으로 뭉쳤다. 지난 9월 4일 각각 방송인과 사업가로 국내에서 활동 중인 타일러와 니디가 ‘한글 과자’를 공식 론칭했다. 한글 모양의 비스킷류 과자인 한글과자는 단군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쑥맛과 마늘맛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사람이 약 10개월간 수제로 과자 만들기를 시작하고 그간 소비자의 피드백과 입맛을 반영해 더욱 바삭하고 맛있는 제품으로 재탄생했다. 한글과자는 작년 10월 9일 한글날 577돌을 기념해 처음 시작된 브랜드다. 당시 한글의 맛과 모양을 살리기 위해서 타일러 라쉬와 니디 아그르왈은 레시피와 제조방식에 대해 다양한 실험을 했고 시행착오 끝에 직접 설계한 3D프린팅으로 한글 쿠키커터(과자 틀)를 개발하기도 했다. 한글과자는 단군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쑥맛과 마늘맛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왜 ‘한글 과자’에 주목했을까? 영어권에서 태어난 타일러 라쉬와 니디 아그르왈은 어린 시절 알파벳과자를 즐겨 먹었던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제2의 고향 한국에 정착한 후 로마자 알파벳 과자도 본 적이 있었지만, 정작 한글 모양의 비스킷류 과자가 없다는 점이 매우 의아했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두 사람은 ‘외국인이 만든 한글과자’라는 초유의 상황을 일으킨 것이다. 두 사람은 ‘한글 과자’를 남녀노소 더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기존 수제 제품을 단종하고 기존의 맛과 질감을 지키는 선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신제품 개발에 집중해왔다. ‘한글과자’는 HACCP 인증을 받은 국내산 K과자로, 100% 식물성 원재료를 사용해 다양한 문화권의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됐다. 또한 ESG 실천을 위해 FSC 인증을 받은 친환경 패키징을 채택했다. 맛과 의미 그리고 지속가능성까지 담아낸 한글과자가 국내외에서 사랑받는 K푸드로 자리 잡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유진 기자 2024.09.10 15:34

    • ‘골때녀’ 사오리 유려한 한글 서예…‘대한민국서도대전’ 입선

      문화/생활

      ‘골때녀’ 사오리 유려한 한글 서예…‘대한민국서도대전’ 입선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활약 중인 일본인 출신 방송인 후지모토 사오리가 제30회 대한민국서도대전에서 한글 부문 입선을 했다. 에프엠지 제공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주전 선수로 활약한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모토 사오리가 제30회 대한민국서도대전 한글 부문에서 외국인 방송인 최초로 입선했다. 사오리는 국내 방송 활동 7년 차로 일본에서 친할아버지로부터 유년 시절 서예를 배운 경험이 있어 한국에서도 서예를 배우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2021년 세종한글국제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지난 3월부터 세종국어문화원 김슬옹 원장님의 추천을 받아 한국서예단체총연합회 청농 문관효 대표에게 서예를 사사해왔다. 이번 입선은 4개월 특훈의 쾌거다. 사오리의 서예작. 에프엠지 제공 사오리는 “사단법인 한국서도협회가 주최하는 대회에서 첫 작품을 출품하여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한국에서 많은 서예 애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어 너무나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앞으로도 항상 배우는 자세로 꾸준히 서예에 정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사오리는 청인과 농인을 위해 한국 수어를 창작하여 음악을 보이게 하는 수어 아티스트로 수어아트 공연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ESG, 세계시민교육, 글로벌 마인드 인식교육, 스포츠로 달라진 여성의 삶, 이민자 멘토링 등 음악이 있는 토크콘서트로 다양한 인식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이유진 기자 2024.07.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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