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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아의 할매 열전]그늘에서 그늘로

      오피니언 정지아의 할매 열전

      [정지아의 할매 열전]그늘에서 그늘로

      오래된 부고를 들었다. 더 오래전에 까맣게 잊은 사람의 부고였다. 그이, 곽센떡은 우리가 세 들어 살던 집의 식모였다. 나에게 몰래 먹을 것을 주려다 주인에게 들켜 노상 두들겨 맞던 영자 언니가 무슨...

      정지아 소설가 2025.05.22 20:49

    • [정지아의 할매 열전]세상 쿨한 요즘 할매

      오피니언 정지아의 할매 열전

      [정지아의 할매 열전]세상 쿨한 요즘 할매

      지난가을 나의 친애하는 떡집언니-나에게는 언니요, 남에게는 할매다-가 웬일로 점심을 사겠노라 연락을 했다. 비싼 떡갈비를 얻어먹고 헤어지려는데 언니가 선물 꾸러미를 내밀었다. 알고 보니 언니의...

      정지아 소설가 2025.04.24 20:26

  • 스포츠경향

    • [채널예약] ‘국민 할매’ 김태원의 ‘돌봄 전문’ 찐 사랑은?···‘프로 수발러’ 아내 이현주 N잡 면모에 ‘폭소’ (조선의 사랑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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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예약] ‘국민 할매’ 김태원의 ‘돌봄 전문’ 찐 사랑은?···‘프로 수발러’ 아내 이현주 N잡 면모에 ‘폭소’ (조선의 사랑꾼)

      TV조선 예능 ‘조선의 사랑꾼’에서 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이 ‘돌봄 전문’ 아내 ♥이현주와의 특별한 데이트를 공개한다. 24일 방송될 ‘조선의 사랑꾼’에서는 전설의 밴드 부활의 ‘카리스마 리더’이자 ‘국민 할매’로도 불리는 김태원이 영하 15도의 추위를 이겨내고 아내와 함께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 패딩으로 중무장한 ‘조선의 사랑꾼’ 제작진과 달리, 김태원은 얇은 가죽 재킷만을 걸치고 그야말로 ‘락의 정신’을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김태원은 “옛날에는 이렇게 안 추웠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엄청난 추위에 그의 손은 빨개진 상태였다. 제작진이 “선배님, 오늘 쓰러지시면 안 된다”며 걱정하는 가운데, 그런 남편을 도와주기 위해 아내 이현주가 등판해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음악 말고는 모든 면에서 어딘가 어설픈(?) 남편을 위해, 이현주는 면도 안 된 수염을 뽑거나 화장실을 탐색하는 등 프로 수발러의 면모를 드러냈다. 또 한겨울 로커의 자존심을 아내의 사랑으로 감싸며 김태원에게 두꺼운 코트를 입혀줬다. 이에 김국진은 “태원이는 저런 것 해줘야 한다”며 공감해 웃음을 유발했다. 노래 빼면 정말 시체(?)인 부활의 리더 김태원과 아내 이현주의 찐 사랑 데이트는 극사실주의 다큐 예능 TV CHOSUN ‘조선의 사랑꾼’ 2월 24일 오후 10시 방송에서 공개된다.

      손봉석 기자 2025.02.21 22:32

    • ‘개그콘서트’ 유키스 출신 신수현, ‘말자 할매’ 김영희와 고민 상담 “후배들에게 다가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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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콘서트’ 유키스 출신 신수현, ‘말자 할매’ 김영희와 고민 상담 “후배들에게 다가가고 싶어”

      KBS 방송화면 캡처 ‘개그콘서트’가 참신한 캐릭터들을 앞세워 시청자들과 주말 밤 웃음 사냥에 나섰다. 지난 16일 방송한 KBS2 ‘개그콘서트’ 1110회에서는 ‘심곡 파출소’, ‘소통왕 말자 할매’, ‘황해 2025’ 등 다채롭고 개성 넘치는 코너들이 강력한 웃음 폭탄을 터트리며, 시청자들이 한 주간 쌓아뒀던 피로를 시원하게 날렸다. ‘심곡 파출소’에선 새로운 캐릭터 ‘김직각’ 김시우가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뚝딱거리는 움직임으로 ‘심곡 파출소’에 들어온 그는 자신을 “각에 살고 각에 죽는 신입 경찰”이라고 소개했다. 송필근은 잘 부탁한다면서 악수를 청했는데, ‘김직각’은 악수하기까지 너무도 많은 사전 준비 동작을 취해 웃음을 자아냈다. ‘미아’ 윤승현의 플러팅은 ‘심곡 파출소’의 또 다른 재미 포인트였다. 그는 두 번째 미아 이정인이 등장하자 송필근에게 “지팡이 아저씨, 다리 좀 놔줘”라고 부탁했고, 이모를 소개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정인과 ‘손병호 게임’을 하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라고 말했고, 이정인이 “오빠는 기저귀 안 차요?”라고 묻자 “잘 때 빼고 안 차요”라고 늠름하게 이야기해 재미를 더했다. ‘소통왕 말자 할매’에는 그룹 유키스 출신 신수현이 방문했다. 그는 “올해 데뷔 17년 차”라며 “후배들한테 가깝게 다가가고 싶은데 그게 어렵다”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신수현에게 ‘말자 할매’ 김영희는 “요즘은 시대가 바뀌었다”라며 “선배가 먼저 다가가는 시대가 됐다. 시대에 맞게 다가가라”라고 조언했다. 김영희는 신수현 맞춤 인사법도 제안했다. 김영희는 유키스의 히트곡 ‘만만하니’를 응용해 “‘내가 그렇게 만만하다!’하고 손을 내밀어라”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황해2025’에서는 저렴하게 건강검진을 시켜주겠다며 정범균에게 피싱을 시도하는 오민우, 장현욱의 모습이 펼쳐졌다. 그런데 정범균은 “어제 건강검진 받았는데?”라고 답했고, 장현욱은 “벌써 당하셨어요?”라고 답장을 보내 폭소를 유발했다. 또 정범균은 “저번에 빠진 검사가 있다”라는 말에 호기심을 보였고, 장현욱은 “MBTI 검사가 빠졌다”라고 이야기해 객석은 물론, 안방까지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이날 ‘개그콘서트’에선 ‘데프콘 썸 어때요’, ‘믿는 우리 새끼’, ‘오스트랄로삐꾸스’, ‘나숙이’, ‘해바라기 포장마차’, ‘아는 노래’, ‘이토록 친절한 연애’가 안방극장 1열에 유쾌한 웃음을 선물했다.

      손봉석 기자 2025.02.17 19:52

    • [채널예약] 브브걸 “오랜만의 신곡, 어떻게 홍보할지 고민” (개콘 소통왕 말자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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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예약] 브브걸 “오랜만의 신곡, 어떻게 홍보할지 고민” (개콘 소통왕 말자 할매)

      KBS ‘개그콘서트’가 두 개의 새 코너와 함께 두 배 더 풍성한 웃음을 선사한다. 오는 19일 방송하는 KBS2 ‘개그콘서트’ 1106회는 ‘2025 황해’와 ‘믿는 우리 새끼’, 서로 다른 스타일의 새로운 코너 두 가지가 시청자들의 웃음버튼을 공략한다. ‘2025 황해’는 과거 보이스 피싱을 패러디해 화제를 모았던 레전드 코너 ‘황해’의 새로운 버전이다. 이번에는 보이스 피싱이 아닌 메신저 앱을 이용한 피싱 범죄를 소재로 한 콩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정범균, 오민우, 장현욱이 함께하며, 정범균에게 피싱 범죄를 시도하는 오민우와 장현욱의 어설픈 사기 행각이 펼쳐진다. 그동안 범죄 수법이 발전했지만, 행동은 여전히 엉성한 범죄자 캐릭터들이 웃음을 유발하면서 피싱 범죄에 대한 경각심까지 갖게 하는 의미 있는 코너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두 번째 새 코너 ‘믿는 우리 새끼’는 김진곤, 이광섭, 홍순목이 출연하는 콩트 스타일의 코너다. 이제 막 출소한 아들 홍순목과 할머니 김진곤, 아버지 이광섭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가족이지만 선입견 때문에 계속 의심을 반복하는 ‘웃픈’ 상황이 연이어 이어진다. 김진곤, 이광섭, 홍순목은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김진곤 씨!’에서 찰떡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번 코너에서도 세 사람의 탄탄한 연기력과 기발한 상황 설정이 시청자들을 웃게 할 전망이다. ‘소통왕 말자 할매’에는 3인조로 돌아온 걸그룹 브브걸이 출연한다. 브브걸은 1년 5개월 만의 컴백을 앞두고 어떻게 홍보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라며 ‘말자 할매’ 김영희에게 상담을 요청한다. 김영희가 브브걸에게 어떤 묘책을 전달했을지는 본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개그콘서트’ 1106회는 19일 밤 10시 50분 KBS2에서 방송한다.

      손봉석 기자 2025.01.17 18:35

    • 개콘, 유튜브도 잡았다···‘데프콘’ ‘말자 할매’ 누적 조회  5억320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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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콘, 유튜브도 잡았다···‘데프콘’ ‘말자 할매’ 누적 조회 5억3200만

      KBS2 ‘개그콘서트’ 제공 ‘데프콘 어때요’와 ‘소통왕 말자 할매’가 ‘개그콘서트’의 주역으로서 올 한해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지난 2023년 11월 돌아온 ‘개그콘서트’는 다양한 코너와 새로운 시도로 시청자들의 일요일 밤을 책임졌고, 전 국민의 웃음 대통합을 실현했다. 특히 그 중심에는 13개월 동안 꾸준히 시청자들에게 폭소를 안긴 간판 코너 ‘데프콘 어때요’와 ‘소통왕 말자 할매’가 있었다. ‘데프콘 어때요’는 데프콘 닮은 여자 조수연과 ‘훈남’ 신윤승의 소개팅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유쾌한 러브 코미디다. ‘데프콘 어때요’는 ‘개그콘서트’를 대표하는 코너로, 첫 방송 이후 지난 22일 방송까지 단 한 번도 편집된 적 없는 유일한 코너였다. 매주 다양한 코너들이 선의의 웃음 경쟁을 하는 ‘개그콘서트’ 시스템 안에서 무려 13개월 동안 빠짐없이 매주 시청자들을 만났다는 건 ‘데프콘 어때요’가 그만큼 완성도가 높은 개그였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코너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프콘 어때요’의 인기 비결은 단연 조수연, 신윤승의 찰떡 호흡이다. 두 사람은 방송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는 유머와 현실과 콩트를 오가는 선후배 ‘케미스트리’가 시청자들의 웃음 버튼을 공략했다. 방송에서 편집된 고수위 유머는 ‘개그콘서트’ 공식 유튜브 채널에 무삭제판으로 공개했다.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로도 재편집돼 ‘개그콘서트’를 향한 MZ세대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온라인에 공개된 ‘데프콘 어때요’ 누적 조회 수는 무려 3억 뷰에 육박한다. 13개월 동안 꾸준히 사랑받았던 ‘데프콘 어때요’는 신윤승이 조수연에게 “썸 타자”라고 고백하며 끝났다. 열렬한 조수연의 구애에 드디어 신윤승이 박력 있는 고백으로 화답한 것이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다음 주부터 ‘데프콘 썸 어때요’로 돌아올 것을 예고했다. 조수연·신윤승 콤비가 선보일 새로운 러브 코미디에도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통왕 말자 할매’는 ‘말자 할매’ 김영희가 관객과의 고민을 즉석에서 접수하고, 이를 단번에 해결해주는 형식의 코너다. 콩트 형식의 코미디가 많은 ‘개그콘서트’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소통왕 말자 할매’는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소통왕 말자 할매’는 김영희의 능력이 200% 발휘된 코너다. 그는 관객과 소통을 극대화하며 유머와 감동을 동시에 전달한다. 그의 재치와 순발력은 코너의 중심축이 됐고, 관객을 상대로 개그를 구사할 뿐만 아니라 따뜻한 응원과 공감을 유발하는 진솔한 조언이 호평을 받았다. ‘소통왕 말자할매’ 역시 유튜브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코너 영상 풀버전 뿐만 아니라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조회 수 총합은 2억 3180만 회에 달한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관객들의 고민과 이를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말자 할매’의 사이다 입담이 다양한 세대의 시청자들을 공략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개그콘서트’ 제작진은 “지난 1년 동안 ‘개그콘서트’가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건 ‘데프콘 어때요’와 ‘소통왕 말자 할매’라는 간판 코너가 든든히 자기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었다”라며 “모든 세대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개그를 지향하는 ‘데프콘 썸 어때요’와 ‘소통왕 말자 할매’를 2025년에도 많이 사랑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안병길 기자 2024.12.26 07:38

  • 주간경향

    • [신간]밀양 할매들 싸움은 진 걸까

      문화/과학 신간

      [신간]밀양 할매들 싸움은 진 걸까

      전기, 밀양 - 서울 김영희 지음·교육공동체벗·2만2000원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경남 밀양을 거쳐 서울로 옮기는 중에 거대한 송전탑이 등장한다. 밀양 송전탑 건설에 저항했던 ‘밀양 할매’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의 표지가 형상화한 이미지다. 국문과 교수로 구술 서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1993년 밀양에서 구술 청취를 시작했다. 2014년부터 탈송전탑·탈핵 운동의 이야기를 들었다. 2014년 행정대집행으로 송전탑이 다 들어선 지 10년이 지났다. 세상은 밀양의 싸움을 졌다고 기억하지만, 몸과 몸에 쇠사슬을 잇고 공사를 막아섰던 이들 할매들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느그가 할 거잖아. 나는 걱정 안 한다. 그라이 지는 싸움도 아니지.” 저자와 구술자로 참여한 이들은 탈송전탑·탈핵 이야기가 과거 회상에 그치지 않기를 바랐다. 송전탑 건설을 위해 한국전력과 공권력이 어떤 폭력과 기만을 저질렀는지, 오랜 역사와 관계를 이어온 마을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했는지 낱낱이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동해안-수도권 송전선 공사가 본격화됐다. 또다시 누군가의 희생과 폭력 속에서 전기를 도시로 옮기는 건 아닌지 귀 기울일 때다. 나의 미국 인문 기행 서경식 지음·최재혁 옮김·반비·1만8000원 한·일 양국에서 국가주의와 식민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사회운동, 저술 활동을 이어온 저자의 유작이다. 이탈리아·영국에 이은 저자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인문기행이다. 2016년과 학생운동으로 수감된 두 형의 구명을 위해 미국을 오갔던 1980년대,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쓴 2020년의 세 시간대를 오간다.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가 극심해지고, 전쟁의 기운이 짚게 드리운 세계에 대한 깊은 염려를 표한다.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미얀마에서 되풀이되는 전쟁 범죄와 국가 폭력 속에서 도덕의 거처를 묻는다. 세계의 종말을 늦추기 위한 아마존의 목소리 아이우통 크레나키 지음·박이대승, 박수경 옮김·오월의봄·1만5500원 브라질 크레나키 원주민운동을 이끌어온 저자가 백인 자본주의 문명이 제시하는 종말론을 비판한다. 그들의 폭력적인 지배와 생태살해로 원주민 세계는 이미 오래전 종말을 맞았다며, 원주민의 시선으로 자본주의 문명과 생태위기를 진단한다. 공격 사회 정주진 지음·철수와영희·1만7000원 장애, 빈곤, 난민 등 아홉 가지 주제로 피해자와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가 왜 일어나는지 살핀다. 피해자와 약자를 공격하고 혐오하는 이들은 견해가 다른 사람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사회에서 제거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조기현, 홍종원 지음·한겨레출판·2만원 스무 살 때 쓰러진 아버지를 10여 년간 돌본 작가와 국내 최초 방문진료 전문병원 원장인 의사의 대담집이다. 우리 모두 취약한 존재이며 항상 돌봄을 주고받으며 살았다는 상호의존의 감각을 되살려야 지금 우리가 직면한 돌봄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

      주영재 기자 2024.01.31 05:30

    • 사회

      칠곡할매 ‘꼴’좋네! 재밌는 서체의 세계

      ㆍ사회적 요인·매체 변화 등 따라 유행 바뀌어 ㆍ고해상도 화면 보편화 속 ‘부리’ 달린 글꼴 다시 주목 칠곡할매 글꼴을 만든 할머니들이 자신의 글씨가 담긴 푯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 칠곡군청 제공 “한석봉이처럼 내가 글자 잘 써서 쓴다 카는데 내가 뭣이 잘 쓰노. 폰트 나오면 자식들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지.”(김영분 할머니) “폰트가 뭐꼬? 똑같이 잘 쓰고 싶은데 손도 떨리고 와이래 잘 안 되노. 영어는 와이래 꼬불랑거리고. 손이 내 맘대로 안 된다 카이.”(이원순 할머니) “글씨를 더 예쁘게 써야 안 되나 했는데 아닌가 봐. 그냥 쓴 게 더 좋다대. 아직도 이해는 안 돼. 내 글씨가 뭐 이쁜공.”(추유을 할머니) “한 번 할 때마다 열장쓱 했다. 두시간씩 걸렸지. 한글은 적겠는데 영어는 잘 몬하겠더라. 이거 적는다고 한글 안 이자뿌고 지냈다.”(권안자 할머니) “글자를 썼다가 지웠다 하도 하이끼네 볼펜 3개 이거는 금방이라. 다 쓰고 세알려보니까 7개 썼드라.”(이종희 할머니) 할머니들은 한글을 다 배우고도 글씨 연습을 계속했다. 넉달 동안 2000장 넘는 종이에 빼곡히 글자를 채웠다. 글꼴(서체) 제작업체는 할머니들의 글씨로 글꼴을 만들었다. 경북 칠곡군에 사는 다섯 할머니의 글씨를 본떠 만든 ‘칠곡할매글꼴’은 각 할머니의 이름을 딴 ‘권안자체’, ‘추유을체’, ‘이종희체’, ‘김영분체’, ‘이원순체’ 다섯종류로 구성됐다. 할머니들의 손글씨가 디지털 세계의 글꼴로 변신하면서 지난 5월부터 한컴오피스나 MS워드 같은 소프트웨어에도 탑재됐다. 칠곡할매글꼴의 인기에 주목한 칠곡군에서는 한글날을 맞아 아예 기획상품(굿즈)까지 내놨다. 삐뚤빼뚤하지만 정감 있는 글씨를 넣어 만든 병풍, 술잔, 부채 등 30여종의 상품을 기획해 전시하고 있다. 10월 6일 칠곡군청에서 열린 전시 첫날엔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의 손자 최홍식 연세대 명예교수도 참석했다. 최 교수가 “칠곡할매글꼴을 통해 우리말과 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전국으로 퍼졌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네자 추유을 할머니(87)는 “일제강점기 때 한글을 지키고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쉽게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대중화에 힘쓴 고 최현배 선생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자신이 직접 재배한 햅쌀을 최 교수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글꼴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할머니들이 자신만의 글꼴을 갖게 된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때문에 문해교실로 모이는 것도 주춤한 상황에서 할머니들 글씨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길이길이 남는 추억으로도 만들 방법이 뭐 있을까 고민을 했죠.” 칠곡군 교육문화회관에서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한선혁 계장은 논의 끝에 글꼴 제작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한글 말고도 알파벳과 숫자까지 포함해 종이 한장마다 빼곡하게 글씨를 채워나갔다. 획의 굵기를 일정하게 하려 네임펜을 썼는데 할머니 한명이 7~8개씩 펜을 다 쓸 정도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한 계장은 “특히 영어 알파벳이 할머니들한테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림 그리듯 글자를 그려내면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글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신만의 글씨를 디지털 기기 화면 위에도 나타낼 수 있게 해주는 자작 글꼴을 만드는 이들도 늘고 있지만 사실 이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 전문적으로 글꼴을 구상하고 제작하는 글꼴 디자이너가 작업해도 3~4개월 걸리는 일이다. <글자 속의 우주>라는 책을 쓴 한동훈 글꼴 디자이너는 “우선 기초 콘셉트를 잡고 중심이 되는 예시 글자를 만드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영어 알파벳 문자가 대·소문자 각각 26자씩 52자만 만들면 되는 것에 비하면 한글은 최소 2350자부터 만들어야 하므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한글 자모의 모든 조합을 고려해 만들 경우 최대 1만1172자가 파생되고 여기에 어울리는 알파벳과 기타 기호까지 포함해야 한글 서체 하나가 완성되는 것이다. 쓰는 입장에서는 무료글꼴 파일을 내려받기만 하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쉽게 쓸 수 있지만 그 뒤에는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아름답거나, 읽기 편하거나 또는 정감이 가는 여러 글꼴은 글자를 읽는 맛을 더한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글을 읽는 비율이 늘어난 이 시대에 오히려 아름다운 글꼴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인쇄 매체로 글자를 볼 때와는 또 다른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글 디자인 전문 스타트업인 이도타입의 대표 이도희 디자이너는 “다수의 이용자가 쉽게 받을 수 있는 무료글꼴을 이용하고 있지만 유·무료를 가리지 않고 글꼴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도타입은 심미성과 가독성 가운데 가독성에 보다 중점을 두고 누구나 읽기 편한 글꼴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여기엔 한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흔히 ‘부리’라고 부르는 획 끝부분의 ‘삐침’을 쓸지 말지, 각각의 자모 사이 간격은 얼마나 넓힐지 좁힐지, 획마다의 굵기는 어느 수준에 맞출지를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나의 가설을 세운 다음에 가설을 검증하는 데 필요한 글꼴 비교군을 만드는 거죠. 그래서 수십명의 사람에게서 얼마나 잘 읽히는지 데이터를 모아요. 단지 디자이너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만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이런 검증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요.” 이도희 디자이너는 글꼴 역시 ‘상품’이기 때문에 시장의 수요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게 면밀히 검토한 뒤에야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자 디자인 듀오 '글자동경'의 한동훈, 오경섭 디자이너가 한글의 조형미를 다양한 각도에서 살려 만든 한글 레터링 모음 / 글자동경 제공 시대 따라 ‘대세 글꼴’ 바뀐다 이렇게 세상으로 나온 각각의 글꼴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행을 탄다. 한글 글꼴 디자인의 역사는 한자나 알파벳보다 짧지만 그만큼 역동적인 변화를 거쳐왔다. 최근 유행하는 대표적인 글꼴은 ‘격동고딕’, ‘HG꼬딕씨’ 등 네모틀을 꽉 채운 고딕 글꼴이다. 한동훈 디자이너는 “각종 광고나 유튜브에 필요한 주목성 높고 강한 인상의 서체에 이들이 적절히 맞아떨어져 2010년대 초반 이후 지금까지도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며 “서체 유행은 순환하기 때문에 이 흐름에 질리면 다시 새로운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모양의 글꼴이 더 널리 쓰일 때는 사회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현재는 ‘부리’가 없는 고딕에 글자마다 면적이 같은 네모틀 글꼴이 유행하지만 1990년대 초에는 탈네모틀이 유행하며 한글 디자인계에도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현재까지도 한글 글꼴 디자인 분야에서 상징적인 입지를 지키고 있는 안상수 디자이너의 안상수체를 비롯해 공한체, 샘물체 등이 문민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사회에 불어온 자유화의 바람을 타고 크게 유행했다. 반면 글자를 어떤 매체를 통해 접하는지에 따라 독자들의 선호도가 바뀌는 매체적 요인도 있다. 가령 한자를 보면 갑골문에 글자를 새겨야 하던 시절 등장한 전서와 이후 진나라의 통일왕조 출현 이후 만들어졌다는 예서는 다르다. 예서는 종이가 만들어지기 전 죽간이나 비단에 글씨를 쓰는 상황에 맞게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자 글꼴로 가장 익숙하게 여겨지는 해서와 행서는 종이에 붓으로 쓰게 되면서 발전한 글꼴이다. 가장 많이 흘려 쓴 초서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차이는 라틴 문자나 키릴 문자 등의 알파벳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이 직접 글씨를 필사하고 돌이나 나무에 글자를 새겨넣던 시절보다 아름답게 글자를 꾸미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세리프(Serif)’였다. 세리프는 한글이나 한자의 ‘삐침’ 또는 ‘부리’와 비슷하다. 세리프를 쓰지 않은 글꼴을 한데 묶어 ‘산세리프(Sans serif)’로 부르는 것도 세리프의 유무가 알파벳 글꼴의 모양을 좌우하는 가장 대표적인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한때 컴퓨터 화면에서 구현할 수 있는 화소수가 지금만큼 많지 않고 해상도가 낮았던 시절에는 어떤 문자를 막론하고 산세리프의 특성을 가진 글꼴이 화면을 장악했다. 이도희 디자이너는 “인쇄 매체 역시 종이의 질이 좋지 않던 시절엔 잉크가 번지기 때문에 각각의 글자 획이 가늘게 디자인되는 것이 추세였다”며 “그러나 현재는 스마트폰조차 아주 선명한 디스플레이를 달고 나오는지라 이렇게 획이 가늘면 읽을 때 눈이 부시는 단점이 있어 다시 굵은 획 글꼴이 더 나은 가독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손글씨 기초한 ‘자작 글꼴’ 열풍 ‘부리’ 또는 세리프가 달린 글꼴이 다시 주류로 등장하는 데도 글꼴 제작이 이미 디지털 환경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고해상도 화면이 널리 보급된 점이 작용했다. 안상수 한글 디자이너를 비롯해 20여명의 글꼴 전문가들이 네이버와 함께 기획에 들어가 올해 한글날을 맞아 완성본을 공개한 ‘마루 부리’ 5종 글꼴도 부리가 달린 ‘부리꼴(명조체)’ 글꼴이다. 2018년부터 4년간 진행된 이 ‘마루 프로젝트’에 약 6만명이 참여한 결과 부리 없는 ‘민부리꼴(고딕체)’에 편중된 화면용 글꼴을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마루 프로젝트 총괄 디렉터를 맡은 안상수 디자이너는 “종이보다 디지털 화면에 익숙한 지금 세대와 미래 세대를 위해 한글의 현대적인 아름다움, 익숙한 가독성을 마루 부리에 담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손글씨 역시 부리를 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글씨에 기초한 자작 글꼴의 유행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힌다. 자작 글꼴을 만들어 자신의 블로그에서 배포하고 있는 블로거 이현영씨(32)는 간단한 프로그램 사용법만을 익힌 뒤 ‘나만의 글꼴’을 만들었다. 폰트랩 스튜디오나 글립스 같은 전용 프로그램을 갖추면 보다 더 제작이 쉬워진다. 이후 기본적인 한글 글자를 꾸준히 만들어낸 뒤 각각의 글자 원본들을 모아 폰트 파일로 만드는 작업을 거치면 완성된다. 이씨는 “점점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이 줄어들고 있어서 인쇄된 글자를 볼 때만이라도 내 원래 글씨를 담았으면 좋겠다 싶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글 글꼴 중 가장 고전적인 글꼴이라는 인상을 주는 ‘궁서체’ 역시 조선시대 궁 내부 사람들이 붓글씨로 썼던 ‘궁체’를 바탕으로 만든 글꼴이다. 현재 불고 있는 손글씨 글꼴 열풍의 원조인 셈이다. 붓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획이 특징이어서 진지한 느낌을 준다. ‘신언서판’이라며 사람마다 다른 글씨를 그 사람을 보는 잣대로 쓰던 조상들의 인식 역시 지금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한동훈 디자이너는 말했다. “서체에는 그 기원이 일정 부분 드러나게 마련이고, 그런 뉘앙스를 보통 사람들도 어느 정도 느끼니까요.” ※ 이 기사의 본문은 한글날을 기념해 칠곡할매글꼴을 사용했습니다.

      김태훈 기자 2021.10.08 14:52

    • 문화/과학 유성문의 길

      [유성문의 길]‘배꼽과 탯줄’-아기할매 일신조산원 서란희 원장

      반평생 넘게 아기 맞는 일을 하다 보니 아기할매의 손을 빌려 세상에 태어난 아기가 어느덧 2만 명이 넘었습니다. 이 아기들은 자연분만을 할 수 있다는 엄마의 의지로, 먹는 것 하나까지 아기를 위하는 노력과 정성으로, 거기에 힘을 더하는 주변의 격려와 도움으로 어떠한 의료적 처치 없이 자연 그대로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옛말에 “밭에서 일하다가 애를 낳았다”고 하지요. 과장된 면이 있지만, 그만큼 출산은 어렵고 괴로운 ‘숙제’가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밟아가는 삶의 과정입니다. 극복해야 할 ‘질병’이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선사한 축복이며 선물이지요. 아기할매를 찾는 임산부들은 하나같이 처음에는 불안해하고 초조해합니다. 아기를 낳을 때 너무 아프면 어떻게 하나, 아기는 건강할까, 태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임신 기간은 잘 보낼 수 있을까…. 아기할매는 그런 임산부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그녀들은 아기를 잉태하여 세상에 내보내는 힘이 이미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 서란희 ‘자연 그대로 아기 낳는 법’ 중에서 세상에 태어나서, 세상에 태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처럼 설레고 감동스러운 것은 없다. 그것은 출발이며, 새로운 시작이며, 영원한 희망이다. 그렇게 새 생명을 낳는 모태야 이를 바도 없지만, 탄생을 돕는 산파의 손길 또한 새로운 삶을 낳는 사랑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태어난 생명이 또 다른 사랑을 하고, 또 다른 삶을 낳고, 또 다른 삶을 돕고, 도우며 사랑하며 살아가는 세상,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다. 아기할매 서란희씨(59). 그이는 마치 오롯이 ‘산파역’을 위해서 세상에 태어나기라도 한 듯하다. 조산원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36년, 그이의 손으로 맞이한 아기만도 2만 명이 훨씬 넘는다. 큰 놈 작은 놈, 잘난 놈 못난 놈, 제각기 태생이야 다 다를 수 있지만 생명의 소중함만은 결코 다를 수 없다. 그래서 그이는 신령님이나 삼신할미처럼 없는 아이를 점지해줄 수는 없지만 나오려는 아이는 잘도 받아준다. 그이의 ‘산파’ 내력은 선대부터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이의 아버지는 부산지역에서 ‘잘 나가는’ 한의사였다. ‘신침(神鍼)’이라는 소문이 나 인근은 물론 멀리 서울의 권력자들까지 침을 맞으러 올 정도였다고 한다. 큰돈을 벌 수도 있었지만, 워낙 돈 욕심이 없는지라 있는 자에게는 듬뿍 받았지만 없는 이에게는 한 푼도 받지 않았다. 행려환자나 불치병자를 집 안으로 불러들이고, 게다가 당신은 한량기가 있어 밖으로 나돌기 일쑤였다. 그러나 큰딸인 그이에 대한 사랑만은 남달라서 꼭꼭 싸매 키우다시피 했다. 그이는 아버지에게서 두 번의 생명을 얻었다. 세상의 빛을 보게 해준 것은 물론, 어린시절 큰 병에 걸려 거의 죽다시피 한 것을 심혈을 기울여 구완해냈다. 그러나 딸에 대한 사랑이 너무 과했던 것일까. 명문 부산여고를 나와 서울대 불문과를 꿈꾸던 그이를 ‘외지로 내보냈다간 딸년 다 망친다’는 이유로 가로막았다. 그이는 할 수 없이 문학도의 꿈을 접고 부산대 간호대로 진로를 바꿨다. 그것은 당시 ‘서독 파견 바람’을 타고 독일이라도 가서 어떻게든 꿈을 이루겠다는 심산 때문이었다. 졸업 후 잠시 직장생활을 거쳐 일신기독병원에서 조산사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그 역시 낌새를 눈치 챈 아버지 때문에 일찍이 무산되었다. 외지에도 내보내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외국이 가당키나 한 일이겠는가. 아버지는 ‘인물은 없지만 머리 하나만은 똑똑한’ 딸애를 얼른 시집보내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라 생각하고, 진주 출신의 집안 좋고 머리 좋은 신랑감을 골라 맺어주었다. 나중에 공학박사가 된 남편을 따라 서울로 올라온 그이는 답십리에 자리를 잡았다. 제법 넉넉했던 시댁에서는 공부하는 남편을 위해 세라도 치고 살라며 널찍한 이층집을 마련해주었다. 그 집이 바로 현재의 일신조산원이다. 당시 답십리는 서울의 변두리들이 다 그랬던 것처럼 미나리꽝 투성인, 시골이나 진배없는 곳이었다. 가난한 집안의 아낙들은 병원은 커녕 산파조차 없는 판잣집에서 애를 낳았고, 심지어 일을 하러 가다가 길바닥에서 애를 낳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부터 그이는 어려운 처지의 산모들을 집으로 끌어들였고, 그이의 집은 자연스레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조산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주변의 조산원과 병원 들의 계속되는 고발 으름장에 덜컥 겁이 난 그이는 마침내 ‘일신조산원’ 간판을 내걸고 자의 반 타의 반 정식 조산원의 길로 나섰다. 정작 그이는 병원에서 첫아이를 낳았다. 지독한 난산이었기 때문이다. 거의 죽다시피 피투성이가 되어 아이를 낳으면서 그이는 산모의 고통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그 일은 어릴 적 죽음을 경험한 것과 함께, 그이로 하여금 조산원의 일을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탄생’과 ‘생명’에 대한 그이의 생각은 이외로 간단하다. 그냥 ‘살아 숨쉬는 것’이다. 기껏해야 ‘라이프’ 정도가 그이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의 전부다. 하지만 그 속에는 어떤 미사여구보다 더 절절한 절실함이 숨어 있다. 조산사로서 그이의 최대 목표가 단지 ‘산모를 안 아프게, 편하게’인 것처럼.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제왕절개율을 자랑(?)하는 것은 조산원의 감소와 맞닿아 있다. 몇 년 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프랑스의 인권분만 전문가 미셀 오당 박사는 “제왕절개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어김없이 의사에 비해 조산사의 비율이 낮게 나타난다. 한국에 제왕절개율이 높은 이유는 조산사가 부족해지면서 의료진의 개입이 많아지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1971년 그이가 처음 조산원의 문을 열 때만 해도 700여 곳에 달하던 서울의 조산원은 줄고 줄어 이제 제대로 된 조산원은 불과 몇 곳 되지 않는다. 의학의 발달과 함께 상대적으로 출산 사고의 위험이 높고 시설이 열악한 조산원이 감소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태아감별이나 임신중절 등 태아의 인권에 반하는 행위들이 판을 치고 있고, 세계 최저의 출산율에다 생명경시풍조가 만연하는 현실이, 분만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산파역의 상실과도 결코 무관치 않다는 데 있다. 아무리 경제가 성장하고 개인의 생활이 향상된다 한들 생명의 가치가 얕보이고 탄생의 의미가 바랜다면, 어디에 희망과 꿈을 둘 것인가. 그이의 조산원을 찾던 날, 한 젊은 부부가 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범한 회사원 이정환씨(30)와 경찰공무원인 김성은씨(32) 부부였는데, 그들은 결혼 1년차 신혼부부였고 첫아이였다. 초음파 조사 결과, 아이는 엉덩이를 산도(産道) 쪽으로 향하고 있는 둔위, 일종의 역아(逆兒)였다. 병원에서라면 꼼짝없이 제왕절개수술을 권유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지만,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조산원에서 자연분만하기로 결심했다. 아이가 처음 세상으로 나오는 문을 칼로 열어젖힐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 19일 오후 7시 15분, 오랜 산통 끝에 아이는 아이할매의 손에 이끌려 처음 세상의 빛을 보았다. 체중 2.76㎏, 신장 48㎝의 건강한 여아였다. 워낙 건강 체질인 산모는 금새 정신을 차려 아이를 찾았고, 아빠는 아이의 탯줄을 자르며 감격해했다. 그렇게 아이의 탯줄은 끊겼고, 이제 세상을 스스로 감내해야 할 배꼽으로 남았다. 아빠는 갈수록 사회의 일원으로서 제자리를 찾기 어려워지는 세상에, 그래도 제몫을 다하는 아이가 되기를 바랐다. 아이의 할아버지가 바꿀 테지만 ‘푸름’이라는 이름도 미리 준비해두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아이에게 동생 둘쯤은 더 만들어줄 작정이었다. 조산원 밖으로는 마침 그날이 생일이자 결혼기념일인 대선 후보의 압승을 알리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아이는 과연 어떻게 자라날 것인가. 하나님은 이 세상에서 큰일을 이루시거나 크게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자 하실 때 매우 독특한 방법을 사용하신다. 그 분은 지진을 일으키시거나 번개를 보내시는 것이 아니라 연약한 아기가 평범한 가정의 잘 알려지지 않은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나게 하신다. 그런 다음 하나님은 그 어머니의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불어넣으시고, 기다리신다. 세상의 가장 큰 힘은 지진도 번개도 전쟁도 아니다. 세상의 가장 큰 힘은 아기들이다. - E T 설리번 아무리 힘들다 하여도 때는 바야흐로 새해다. 글·사진|유성문 rotack@lycos.co.kr 일신조산원(02-2244-2841)은 자연분만, 모유수유 권장, 친철함 등으로 유니세프가 뽑은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에 선정되었다. 30년이 넘게 아이를 받아오면서 ‘아기할매’로 불리는 서란희 원장은 대한조산사협회 회장을 맡기도 했고, 그간의 경험을 모아 ‘자연 그대로 아기 낳는 법’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분만의 주체는 의사나 조산사가 아닌 임산부와 아기라고 강조하는 서 원장은 아이를 받을 때마다 출산 사진과 함께 탄생을 축하하는 시를 직접 지어 조산원 홈페이지 ‘배꼽과 탯줄’(www.becob.co.kr)에 올리기도 한다.

      2008.01.01 00:00

  • 레이디경향

    • [주말&] 단군 이래 죽 사랑받는 쑥, 할매니얼을 위한 레시피

      요리 주말&

      [주말&] 단군 이래 죽 사랑받는 쑥, 할매니얼을 위한 레시피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쑥, 그만큼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사랑한 음식이자 약재입니다. 쑥하면 할머니의 요리법에나 등장하는 식재료 같지만, 요즘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입맛이 주목받는 거 아시죠? 쑥떡뿐만 아니라 쑥 쿠키, 쑥 셰이크, 쑥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메뉴가 젊은 층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겨우내 단단해진 땅을 가장 먼저 뚫고 올라오는 쑥은 강인한 생명력과 번식력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한방에서는 쑥의 성질이 따뜻하고 복통을 멎게 한다고 해서 손발이 차고 소화기가 좋지 않은 여성에게 쑥차를 권합니다. 여름철 쑥에는 독성이 들어있기 쉬워서 봄 쑥을 주로 권하는데요. 이제 슬슬 쑥의 기운을 얻어야 할 때가 아니겠습니까. 쑥 요리의 대명사이자, 맛집의 봄 시즌 개장을 알리는 메뉴 ‘도다리쑥국’은 기본. 쑥을 이영한 다양한 레시피를 공유합니다. 쌉싸름한 쑥과 흰살생선 튀김이 내는 맛의 조화가 좋습니다. 쑥 도미살튀김 재료 = 도미 1마리, 쑥 50g, 당근·양파 1/4개씩, 녹말가루 약간, 식용유 적당량, 도미 밑간(청주 1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반죽(밀가루·녹말가루 4큰술씩, 달걀흰자 1개분, 물 5큰술), 초간장(슬라이스 레몬 1개, 간장·레몬즙·물 1큰술씩, 설탕 1작은술) 1 도미는 비늘과 내장을 제거하고 세 장 포 뜨기 한 뒤 1㎝ 너비로 썬 다음 청주, 소금, 후춧가루로 밑간한다. 2 쑥은 억센 잎과 줄기를 골라내 잎만 나누어 찬물에 담갔다 건진다. 3 당근과 양파는 곱게 채썬 뒤 찬물에 담갔다 건진다. 4 분량의 재료를 볼에 넣고 섞어 반죽을 만든다. 5 도미와 쑥, 당근, 양파를 넣고 고루 섞어 녹말가루를 약간 무친 다음 반죽에 넣는다. 6 ⑤의 반죽을 한 젓가락씩 덜어내 170℃의 식용유에 노릇하게 튀긴 뒤 초간장을 곁들인다. 쑥의 향을 가득 담은 바삭 스틱입니다. 어쩐지 맥주 안주로 좋을 것 같은 예감이... 쑥 스틱 재료 = 쑥 적당량, 달걀 1개, 박력분 100g, 설탕 10g, 소금 3g, 베이킹파우더 2g, 카놀라유 1작은술, 검은깨·참깨 약간씩 1 쑥은 억센 줄기 부분을 제거해 먹기 좋게 뜯은 뒤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뺀다. 2 박력분과 베이킹파우더, 설탕, 소금을 체에 내린 뒤 달걀과 카놀라유를 넣어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치댄다. 3 ②를 한 덩어리로 뭉쳐 비닐 백에 넣어 30분간 숙성한 뒤 비닐 백에 담긴 상태에서 밀대로 밀어 반죽을 납작하게 민다. 4 도마에 ①의 쑥을 적당히 깔고 그 위에 ③의 반죽을 꺼내 덮은 뒤 검은깨와 참깨를 뿌려 밀대로 얇게 민다. 5 ④의 반죽을 1cm 폭으로 길게 썰어 꽈배기처럼 꼬아 오븐 트레이에 올린 뒤 180℃로 예열한 오븐에 10분간 굽는다. 요즘 젊은 층에도 사랑받는 쑥 쿠키. 성내동 구움과자점 사장님이 봄을 맞아 쑥을 듬뿍 넣은 업그레이드버전을 선보였다고 합니다. 봄날의 디저트로 딱이네요. 더베키 제공 .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쑥은 즐겨 먹으면 피부 미용에도 좋습니다. 햇빛을 받지 않고 응달에서 갓 올라온 어린 쑥은 잎이 연하고 향이 부드러워 각종 요리에 활용하기 딱이에요. 쑥떡은 영 번거롭다면, 쑥화전으로 쫄깃한 식감을 즐겨보세요. 향은 덤입니다. 쑥화전 재료 = 쑥 200g, 대추 2개, 멥쌀가루 1컵, 찹쌀가루 1/3컵, 소금 약간, 식용유 적당량, 물 1/2컵 1 쑥은 물에 깨끗이 씻은 뒤 끓는 물에 데친 다음 잘게 다진다. 2 대추는 씨를 제거하고 돌돌 만 뒤 썰어서 꽃 모양을 만든다. 3 볼에 멥쌀가루와 찹쌀가루를 넣어 물을 붓고 쑥을 넣은 뒤 소금 간한 다음 잘 섞어 반죽을 만든다. 4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③의 반죽을 한 국자씩 올려 전을 부친다. 5 쑥화전에 ②의 대추를 올린다. 쑥은 마지막에 넣어야 은은한 향과 푸른 색감을 잘 살릴 수 있어요. 쑥수제비 재료 = 쑥 250g, 애호박 1/2개, 감자 1개, 밀가루 3컵, 물(반죽용) 1컵, 된장 1큰술, 들깨가루 2큰술, 양파·무·국물용 멸치·다시마·물 적당량 1 밀가루와 반죽용 물을 섞어 반죽을 치댄 뒤 3시간 정도 비닐을 덮어둔다. 2 냄비에 물을 적당량 부어 양파와 무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다시마, 국물용 멸치를 넣어 끓여 국물을 우려낸다. 3 ②의 국물이 끓으면 된장을 체에 걸러 풀어 넣고 ①의 반죽을 납작하게 떼어 넣어 한소끔 끓인다. 4 ③에 애호박, 감자, 양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넣는다. 5 ④에 들깨가루를 넣고 손질한 쑥을 넣어 부르르 끓인 다음 불을 끈다. 익숙한 쑥버무리에 갖은 견과류를 넣어 고소함과 영양을 더 했어요. 쑥버무리 재료 = 쑥 50g, 멥쌀가루 4컵, 설탕 1큰술, 소금 1작은술, 견과류(땅콩, 아몬드, 호두 등) 100g 1 쑥은 가느다란 줄기와 부드러운 잎만 골라 흐르는 물에 씻어 건진다. 2 멥쌀가루, 설탕, 소금은 체에 내린다. 3 견과류는 껍질을 까고 땅콩 정도의 크기에 맞춰 손질한다. 4 ②에 쑥과 견과류를 넣어 골고루 섞는다. 5 찜기에 면포를 깔고 그 위에 ④를 편평하게 담는다. 6 김이 오른 냄비에 ⑤를 올려 15~20분간 찐 뒤 7분 정도 뜸을 들인다. 7 한 김 식으면 적당한 크기로 썰거나 손으로 가볍게 뜯어 접시에 담는다. 도다리 대신 봄에 맛이 오르는 흰살생선을 넣어 끓여도 됩니다. 보통 식당에서 가자미를 넣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임운석 여행작가 제공 도다리 쑥국 재료 = 도다리 1마리, 무 100g, 쑥 50g, 된장 1/2큰술, 다진마늘 1작은술, 국간장 1/2큰술, 홍고추 1/2개, 쌀뜨물 700㎖ 1 쌀뜨물에 나박썰기한 무를 넣고 끓인다. 2 된장을 망에 걸러 곱게 푼 뒤, 손질한 도다리를 넣는다. 3 약 10분 간 끓인 뒤 다진 마늘, 어슷 썬 고추를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4 깨끗이 다듬어 씻은 쑥을 넣고 바글바글 끓는 즉시 불을 끈다. 단호박앙금을 속에 넣지 않고 토핑처럼 얹어서 경쾌한 쑥경단입니다. 쑥떡경단 재료 = 쑥 45g, 물 1/2컵, 찹쌀가루 1과 1/2컵, 소금 약간, 단호박 앙금(단호박 1/6개, 설탕 1큰술, 소금 약간) 1 쑥은 깨끗이 씻어 다듬어 믹서에 물과 함께 넣고 곱게 간다. 2 볼에 찹쌀가루와 ①과 소금을 넣고 반죽해 동글게 경단 모양을 만든 뒤 끓는 물에 넣고 떠오르면 건진 다음 찬물에 헹군다. 3 단호박은 냄비에 쪄서 으깬 뒤 설탕과 소금을 넣고 섞어 앙금 상태로 만든다. 4 꼬치에 ②의 쑥떡 경단을 끼우고 단호박 앙금을 얹는다. 쑥경단에 곁들이기 좋은 셰이크입니다. 쑥가루를 넣어 휘리릭 섞기만 하면 끝. 쑥 두유셰이크 재료 = 쑥가루·꿀 4큰술씩, 두유 4컵 1 믹서에 쑥가루와 꿀, 두유를 넣어 고루 간다.

      장회정 기자 2023.03.10 16:04

    • 다큐  송혜교, 목소리로 위안부 할머니 응원 보낸다

      문화/생활

      다큐 <할매 이즈 백> 송혜교, 목소리로 위안부 할머니 응원 보낸다

      송혜교가 3·1절 특집 다큐 <할매 이즈 백>의 내레이션을 맡는다. MBC 제공 배우 송혜교가 삼일절 오전 방송되는 MBC 3•1절 특집 다큐멘터리 <할매 이즈 백>의 내레이션을 맡는다. 1991년 최초의 미투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증언이 세상에 나왔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지만, 위안부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제 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단 10명. 진실을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용서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에 11년간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대한민국 독립운동 유적지에 한국어 안내서와 간판, 작품들을 후원하는 등 역사 문제에 관해 깊은 관심과 지원을 보여온 송혜교가 관련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을 맡아 위안부 할머니들을 응원한다. MBC 3·1절 특집 다큐 ‘할매 이즈 백’이 오는 3월 1일 삼일절 아침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MBC 제공 송혜교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질 다큐멘터리 <할매 이즈 백>의 주인공은 올해 96세인 이용수 할머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제 100살이 가까워진 위안부 피해자다. 할머니의 유일한 취미는 노래. 특히 가사가 자신의 인생 같다는 ‘여자의 일생’을 좋아하는데, 여기에 힙합 경연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10> 우승자인 조광일이 함께한다. 조광일은 이용수 할머니의 인생사를 듣고, 가사를 만들어 재능기부 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부르는 ‘여자의 일생’에 조광일의 랩이 더해지면서 혼자만의 고통과 아픔을 슬퍼하는 노래가 아닌, 모두가 기억하고 위로하는 노래로 재탄생한다. MBC 3•1절 특집 다큐 <할매 이즈 백>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삶과 다양한 기록, 문서를 통해 2차 대전 당시 위안소의 설치 배경 및 일본군의 성 착취를 증언한다. 더불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전시 여성 성폭력 문제도 함께 생각해 본다. <할매 이즈 백>은 1일 수요일 오전 8시 50분 방송된다. 이어 3월 3일 금요일 저녁 8시 50분 앙코르 방송된다.

      이유진 기자 2023.02.28 17:25

    • 미숫가루, 쑥셰이크…MZ세대 사로잡은 \'할매니얼 푸드\'

      요리

      미숫가루, 쑥셰이크…MZ세대 사로잡은 '할매니얼 푸드'

      미숫가루가 요즘 ‘핫’ 한 음료로 사랑받고 있다. CJ온스타일 제공M.S.G.R. 얼마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회자됐던 서울의 한 카페 메뉴판에 적힌 의문의 음료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정답은 ‘미숫가루’였다. 할머니들이 즐겨먹던 음식에 대한 요즘 MZ세대들의 사랑을 담은 신조어 ‘할매니얼(할매+밀레니얼)’ 트렌드가 식음료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더운 날이면 얼음 동동 띄워서 할머니가 한 사발 타줄 것만 같은 미숫가루부터 약과, 인절미와 같은 전통 디저트. 쑥, 흑임자 같은 식재료가 트렌디한 음료의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감성커피에서 출시한 거문도 해풍쑥 메뉴와 크라운제과 콜라보 땅콩카라멜 메뉴. 감성커피 제공카페 프랜차이즈 감성커피는 크라운제과와 협업으로 ‘쉐이크는 땅카&라떼는 땅카’를 선보였다.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땅콩카라멜을 베이스로 해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감성커피는 지난 봄 시즌에 거문도 해풍쑥의 풍미를 잘 살린 ‘쑥팥쉐이크’와 ‘아임쑥페너’를 내놓은 바 있다. 감성커피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뉴트로 트렌드의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MZ세대에게는 낯선 쑥 등의 재료에 우유, 크림 등 현대적인 재료를 더해 아인슈페너, 쉐이크 등의 친숙한 스타일의 메뉴로 선보인 것이 고객들의 반응을 이끌어 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도 이런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 롯데리아는 우유에 미숫가루가 더한 ‘미숫가루 라떼’를 출시해 다양한 연령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미숫가루 라떼’의 단짝으로는 꽈배기가 제격.‘페스츄리 꽈배기 플레인’과 ‘페스츄리 꽈배기 시나몬’도 호응을 얻고 있다. 뚜레쥬르는 은은한 쑥 향을 품은 ‘쑥이 듬뿍 맘모스’ 외에도 흑임자 등을 이용해 풍미로 돋우는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디저트카페 ‘설빙’과 주류전문기업 ‘보해양조’가 합심해 내놓은 신제품 ‘설빙 인절미순희’ 막걸리는 콩가루의 고소함과 막걸리의 은근한 단맛이 조화롭다는 평을 얻고 있다. CJ온스타일의 식품 PB ‘오하루 자연가득’의 신제품 ‘읍천리 미숫가루’. CJ온스타일 제공CJ온스타일의 식품 브랜드 ‘오하루 자연 가득’은 대구에 본점을 둔 유명 디저트 카페 ‘읍천리382’와 함께 ‘읍천리 미숫가루’를 출시했다. 보리, 현미, 검정콩 등 12가지 국내산 곡물을 사용해 세척과 침지, 증숙, 건조 등 정성스러운 7단계의 제조 과정을 거쳐 특유의 고소한 풍미를 살렸다는 설명이다. 읍천리 미숫가루는 4월 28일 오후 4시 30분 CJ온스타일에서 생방송으로 첫 소개된다. CJ온스타일 박희정 헬스푸드 팀장은 “레트로 열풍과 건강식의 인기로 ‘할매니얼’ 푸드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며 “한국 디저트 고유의 자극적이지 않은 건강한 맛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읍천리 미숫가루처럼 신선한 할매푸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숫가루 #할매니얼 #MSRR

      장회정 기자 2022.04.2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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