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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저스 탄 전세기 항로 추적 시스템에 4만7000명 몰려, 암표는 최소 1500달러까지

      야구

      다저스 탄 전세기 항로 추적 시스템에 4만7000명 몰려, 암표는 최소 1500달러까지

      오타니 쇼헤이. 게티이미지코리아 자국 스타플레이어들이 활약하는 ‘국민 야구팀’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팀 LA다저스가 방문하자, 일본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일본 언론들은 13일 다저스 선수단의 입국 소식을 전하며 “평일임에도 온라인으로 다저스 선수단이 탄 전세기 항로를 추적하는 온라인 시스템에 최대 4만7000여명이 몰렸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보통 유명인들이 입국할 때 약 2만명 수준에서 비행기 항로를 추적 시스템에 접속했다고 덧붙였다. 2배 이상의 수치다.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는 오는 18일과 19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시즌 개막전을 갖는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도쿄시리즈 1차전에 야마모토 요시노부, 2차전에 사사키 로키를 내보낸다는 계획을 밝혔다. 로버츠 감독은 사시키의 2차전 등판을 확정하지 않다가 사사키가 두 번의 시범경기 등판에서 7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치자, 출국 직전에 최종 결정을 내렸다. 컵스는 1차전 선발로 이마나가 쇼타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다저스에는 간판스타인 오타니 쇼헤이가, 컵스에는 강타자 스즈키 세이야 등이 뛰고 있어 일본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재판매되는 티켓값이 1차전 약 2000달러(한화 290만원), 2차전이 1500달러(약 218만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선수들의 기대감도 크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MVP로 뽑힌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은 “지난해 한국 방문 때보다 10배 대단한 일정이 될 것”이라며 “한국 행사도 뜨거웠지만 도쿄 경기는 상상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오타니 등 일본 인기스타들이 많아 열기가 더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저스의 ‘레전드’ 투수 클레이튼 커쇼도 “오타니가 어떤 환영을 받게 될지 모든 선수들이 추측하고 있다. 비틀즈 같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있고, 테일러 스위프트 같다는 선수도 있다. 많은 선수들이 오타니와 함께 일본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즐기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이정호 기자 2025.03.13 16:54

    • ‘이슈 PICK 쌤과 함께’ 차가운 북극, 뜨거운 패권 경쟁···녹아내리는 ‘북극’, 수에즈운하 넘어서는 ‘북극 항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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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PICK 쌤과 함께’ 차가운 북극, 뜨거운 패권 경쟁···녹아내리는 ‘북극’, 수에즈운하 넘어서는 ‘북극 항로’될까?

      KBS 1일 오후 7시 10분 방송이 될 KBS1 ‘이슈 PICK 쌤과 함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김봉철 교수를 초대해 북극을 경제적, 정치적으로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셈법을 들여다보고, 북극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축소되고 ‘북극항로’가 서서히 열리면서, 러시아와 미국 등 수많은 국가가 극 지역의 영유권, 자원 개발, 항로 개척 등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김봉철 교수는 본격적인 강연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가 북극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많은 이들이 북극의 범위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일반적으로 북위 66° 이북을 북극권으로 규정한다고 설명하면서 미국,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 8개국이 북극권에 속한다고 전했다. 이 8개국은 북극이사회의 회원국인데, 북극이사회는 8개의 회원국과 이누이트족, 사미족 등 북극 원주민 6개 단체, 옵서버 자격의 비북극권 13개국과 9개의 국제기구, 11개 비정부기구 등으로 이뤄진 정부간 협의 기구이다. KBS 이 중 한국은 2008년 옵서버로 활동을 시작해, 북극이사회 회의에 참석하며 정보를 교환하고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남극 조약에서 특정 국가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남극과는 달리, 북극은 각국이 자원을 개발하고 이용할 수 있기에 영유권이나 자원 개발 이용과 관련한 갈등이 지속해서 발생될 수 있다고 하며 연사는 강의를 이어 나갔다. 실제로 미소 냉전의 최전선이었던 북극에는 수많은 무기가 배치됐고, 소련의 노바야제믈랴섬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핵무기인 ’차르 봄바‘ 핵실험이 행해지기도 했다고 하며 패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김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매년 북극 빙하의 양이 현저히 줄면서 북극 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역설적이게도 빙하가 감소하면서 북극해를 지나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되었다”고 하며 강연을 이어 나갔다. 한국은 현재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항로를 이용 중인데, 러시아 해역에 속한 북동항로를 이용하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항로보다 운항 거리가 약 30% 이상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북극의 바다가 완전히 얼어붙는 겨울에는 항해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빙하가 급속하게 녹으면서 항해 기간이 늘어 2030년대에는 연중 상시 운항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게 된 것이다. 또한, 김 교수는 “인류가 오랜 기간 북극 개척을 시도해 왔다”고 전했다. 오랜 기간 인접국들이 북극 개척에 집착했던 이유는 해상 교역상의 이점과 함께, 북극에 어마어마한 지하자원과 생물자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지질자원 조사국에 따르면 북극 해저에 매장된 석유는 전 세계 매장량의 약 13%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북극 개발에 있어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쇄빙선을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일찍 국내 기술로 만든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 12월 첫 항해에 나선 국내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호’는 연간 300일 이상 운항하는 빠듯한 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KBS 이 때문에 중대형급 쇄빙연구선의 추가 건조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현재 추가 건조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비해 다른 나라는 북극 자원 개발에 사활을 걸며 쇄빙선에도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는데, 그중 무려 41척의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는 추가 건조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직접 러시아 최초 ‘핵 추진’ 쇄빙선으로, 지난 1989년 퇴역한 레닌호에 다녀왔던 에피소드를 직접 찍은 내부 사진을 보여주며 들려주어 패널들의 흥미를 자아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최근 북극이 강대국들의 각축전이 펼쳐지는 지역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2022년 북극에서 대규모 해상훈련을 진행하였으며, 미국 알래스카 방공식별구역(ADIZ)에 러시아와 중국의 폭격기가 함께 등장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움직임을 이어오고 있다. 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 대한 UN의 경제 제재 조치가 시작되면서, 북극 항로와 자원의 개발을 이에 대한 돌파구로 삼으려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러시아가 사실상 내륙 국가에 가깝고, 지정학적으로 미국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부동항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또한 이러한 러시아의 움직임에 동조하며 북극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2023년 시진핑 주석 러시아 방문 당시 북극항로를 위한 중-러 공동 실무기구 창설을 발표했으며, 일대일로 정책에 북극항로를 주요 항로로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에 미국은 2022년 기존 북극권정책위원회 조정관직을 ‘북극권 특사’로 격상 임명해 러시아 견제에 나섰고 북극 10개년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러시아가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과의 갈등이 한층 심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BS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북극 개발이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맞게 된 북극권 인접 국가들에는 좋은 소식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파괴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환경 또한 중요한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친환경·친인간·지속가능성을 존중하는 새로운 청색 경제(Blue Economy) 모델을 한국이 선도,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쇄빙선·내빙선(耐氷船), 해상 플랜트 건조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환경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새로운 북극 경제 모델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극이사회 회원국인 9개국은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놓여 있지만 우리는 비북극권 국가이면서,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국가이기에 어떤 국가보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김 교수는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내의 북극에 대한 관심이 국제사회의 방향과 조화될 수 있도록 국민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이슈 PICK 쌤과 함께’의 ‘차가운 북극, 뜨거운 패권 경쟁’은 9월 1일 저녁 7시 10분 KBS1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방송 후에는 KBS 페이지와 wavve, 유튜브 KBS교양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손봉석 기자 2024.09.01 07:30

    • [종합] ‘런닝맨’ 유재석, 자신만만 서울 길찾기?...신항로 개척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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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 ‘런닝맨’ 유재석, 자신만만 서울 길찾기?...신항로 개척 굴욕

      SBS 방송 캡처 ‘런닝맨’ 유재석이 서울을 한없이 헤맸다. 13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는 ‘가을을 찾습니다’ 특집이 전파를 탔다. 이날 유재석은 송지효가 촬영장 오는 길에 가벼운 접촉사고가 나 조금 늦는다고 말했고 하하는 이상한 골무를 쓰고 등장했다. 설원에서 신을법한 하하의 부츠에 유재석과 양세찬은 심하다고 디스 했다. 이에 지지 않은 하하는 유재석에게 합창단이냐고 패션을 지적했으나 그는 옷에 붙은 캐릭터를 보여주며 “얘예요”라며 타격감 제로를 자랑했다. 지석진은 양세찬에게 멋 내지 말라고 말했고 김종국의 니트 카라티에 “이런 걸 입냐”라고 공격했다. 이때 새내기 룩으로 상큼한 모습의 전소민에 하하는 “거기는 담배가 딱 들어가는 거야?”라며 가방을 저격했다. 이에 유재석은 전소민의 앞머리를 잡아당기며 “이거 좀 앞으로 써. 가발”이라고 놀렸다. 늦게 도착한 송지효는 “차 괜찮니?”라고 묻는 김종국에 발끈해 “내 걱정 좀 해”라며 손바닥을 휘둘렀다. 매니저 없이 자차 타고 온 송지효는 크게 편하다고 말했고 유재석은 매니저와 다니라며 걱정했다. 제작진은 오늘의 레이스로 ‘가을을 찾습니다’라며 지금 입고 있는 예쁜 가을옷을 모두가 입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미션을 통해 각자 선택한 계절 의상을 입게 되며 오후 3시까지 7명 전원이 가을옷을 찾으면 퇴근, 찾지 못하면 못 찾은 멤버 수만큼 복불복 벌칙을 받게 된다. 오늘은 서울을 꽉 잡고 있는 유재석이 운전할 거라는 말에 그는 “서울은 진짜 저한테 맡기세요”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내비게이션 없이 종이 지도나 시민들의 도움을 통해 해당 장소와 와야 한다는 말에 유재석은 “저는 지도도 필요 없다. 말만 하면 간다. 내가 골목골목까지 다 알아”라고 외쳤다. 이에 지석진은 “오늘 엄청나게 헤매겠다”라며 미래를 예상했고 김종국은 “그거 원래 조수석에서 보는 거야”라고 말했다. 신발 빙고로 멤버들은 아무도 가을을 선택하지 못해 지석진만 겨울, 나머지는 여름 의상을 입었다. 패딩에 핫팩까지 들어 차 안에서도 패딩 벗으면 고발해달라는 제작진에 지석진은 “핫팩이요? 몸에 열이 많다니까”라고 항의했다. 이때 내복 같이 얇은 여름 옷에 멤버들은 후줄근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이때 김종국은 유재석에게 “형은 근데 진짜 이렇게 입은 것 같다. 오버핏으로”라며 제법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홀로 털신부터 패딩을 입은 지석진은 “이거 히말라야 간다는 메이커 아니야! 장갑은 또 왜 기모야! 나 몸에 열이 많아”라며 구시렁 거렸다. 환복 후 멤버들이 갈 곳은 인왕산 북카페다. 딱 보면 안다며 지도를 본 유재석은 “경복궁 쪽이잖아. 내가 너무 빨리 찾아도 뭐라고 하지 마. 국종아 서울은 나만 믿어. 안양은 너, 서울은 나”라고 외쳤다. SBS 방송 캡처 유재석은 운전을 시작하자마자 하하와 지석진이 길을 지시하자 “가만히 있어. 그렇게 가면 도는 거고. 내가 얘기해줄게. 내가 서울을”이라며 꼰대미를 터트렸다. 김종국은 애들 조용히 시키라는 유재석에 곧바로 “야 좀 조용히 해. 형 방송하잖아!”라고 버럭해 웃음 짓게 했다. 혼자 더워서 창문을 연 지석진은 춥다고 투덜거리는 멤버들에 결국 창문을 닫았다. 하하는 “오늘 미션을 너무 쉬운 걸 줬다. 원래 형들 내비 못 보잖아요”라며 지석진 유재석을 디스 했다. 옛날 사람 특징으로 내비를 못 믿는 것에 김종국은 “난 그래서 내비를 안 본다니까. 내비가 교통 흐름에 방해를 많이 줘요”라고 말했다. 고가도로를 따라 직진해야 하는데 유재석은 좌회전을 시도했고 지석진은 맞는 말을 했으나 멤버들에게 타박을 받았다. 뒤늦게 실수를 깨달은 유재석에 지석진은 “내가 얘기했잖아! 직진하라고!”라고 역정을 냈다. 그 모습에 김종국은 “왜 화를 내요”라고 말했고 하하는 “잘못된 길이 지도를 만들었다!”라고 유재석 편을 들었다. 김종국은 “누가 봐도 돌리려고 한 건데”라고 지석진을 공격했고 유재석은 지석진 대신 양세찬에게 조수석으로 오라고 외쳤다. 결국 자신이 말한 길로 가는 유재석에 지석진은 “내 말이 맞잖아!”라고 말했고 김종국은 “그거 하나 맞혔다고 그렇게”라고 딴지를 걸었다. 이에 유재석은 “종국아, 너 몸 생각해라. 너무 신경 쓰지 마. 애가 몸은 저래도 감기 이런 거 잘 걸려요”라며 김종국을 굉장히 특이하게 걱정했다. 나날이 깊어가는 두 사람의 우애 속 지석진은 엉따를 틀어놓은 유재석에 분노를 터트렸다. 길을 다시 잘못 든 유재석은 막힌 도로인데도 신항로를 개척하며 운전을 시작했고 “길이 막혔네”라며 미소 지었다. 그 모습에 양세찬은 “이 형은 말을 듣지 않아”라고 말했고 유재석은 자신에게 맡기라고 받아쳤다. 수호천사 김종국은 “형이 막힌 도로를 안 들어왔으면 우리가 이런 데를 평소에 언제 와 보냐고”라며 피의 보호를 했고 유재석은 “우리가 눈 여겨봐야 하는 게 뭐냐. 이 좁은 길에서 차 돌리는 거 봐봐. 이게 기술이다 이거야~”라고 능청을 떨어 폭소케 했다. 왔던 길을 또다시 들어온 유재석에 김종국은 “더블 체크 한 거지. 여유를 좀 가져. 운전대 잡고 책임감도 생기고 압박이 있단 말이야”라고 수호천사를 강림시켰다. 그 모습에 유재석은 “너는 이름을 바꿔야 돼. 김종꿀로. 애가 달달해, 부들부들해~”라고 흡족해했다. SBS 방송 캡처 북카페 뒤편 등산로로 도착한 유재석에 김종국은 주변을 둘러봤고 슬슬 짜증 나지 않냐는 하하에 미묘하게 눈빛이 달라졌다. 예전 김종국으로 돌아오라는 양세찬에 김종국은 “버스 기사님께 여쭤보는 게 어때요?”라고 제안했다. 같은 순댓국 집을 세 번 본다며 양세찬 말이 맞았다고 투덜거리는 하하에 유재석은 “하하 내려. 뒤에서 딴 소리 하지 말고 내려. 택시 타고 와. 종국아”라고 분노했다. 당황하는 하하에게 김종국은 “‘잘못했습니다’ 해. 빨리”라며 억지 사과를 뜯어냈다. 우여곡절 끝에 북카페에 도착한 양세찬은 PD를 붙잡고 형들이 자신 말을 안 듣는다고 하소연했다. 제작진은 멤버들 옷에 맞춰 여름 옷을 입은 멤버들에게는 아이스, 겨울 옷을 입은 지석진에게는 따뜻한 음료를 제공했다. 음식을 먹으며 가을을 보라는 유재석에 김종국은 초스피드 리액션을 선보였고 하하는 “진짜 얄미워. 내가 예전에 이런 모습이었어? 이거보다 더했어?”라고 물었다. 이에 유재석은 “하하하고 종국이는 결이 달라. 애가 진중하잖아”라고 말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한다는 김종국에 그는 “형 또 유튜브 언제 나갈까~? 연말에 또 생각해보자”라며 피의 동맹을 제안했다. 지석진은 두 사람 모습에 “저기 오래 못 가”라고 말했고 하하는 “이건 불장난이야. 오늘 한 번 왔어”라며 발끈한 김종국을 폭로했다. 그 말에 김종국은 “전혀 안 한 행동을 하고 있어. 그렇게 작위적으로 방송하지 마”라고 발뺌했고 유재석은 그와 휴지를 나누며 우정을 다졌다. 첫 미션은 호흡이 잘 맞을 듯한 시민 3인을 즉석 섭외해야 했다. 시민 3인과 3 대 3 퀴즈 대결에 나선 멤버들은 ‘노인과 바다’를 쓴 작가의 풀네임 문제가 나오자 유재석과 소장님이 맞혀 1 대 1을 만들었다. 두 번째 문제 우리나라 최초의 금속활자본이 나오자 소장님은 문제를 듣자마자 답을 써 감탄케 했다. 답은 직지심체요절(직지심경)로 지석진, 소장님이 맞혔다. 답을 계속 틀리는 서점 사장님에 하하는 “직업만 얘기 안 하셨어도”라고 놀려 웃음 짓게 했다. 인도에서 4개의 신분으로 나뉘는 신분 제도 문제가 나오자 답을 쓰는 멤버들에 반해 시민팀을 답을 쓰지 못하고 고민에 빠졌다. 답은 카스트 제도로 시민 팀은 전원 포기해 전원 정답을 맞힌 멤버들이 가을 옷을 획득했다. 하하는 “솔직히 TV 보면서 저희 깡깡이들 보고 한숨 쉰 적 있죠?”라고 물었고 어머니는 “어우~ 이런 적 있죠”라고 고백했다. 깡깡 3인이 출격 후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곳이 문제로 나오자 소장님은 곧바로 답을 쓰며 에이스 면모를 자아냈다. 답 공개 후 어머니부터 서점 사장님, 송지효, 양세찬은 성균관이라고 써 성균관 파티를 했다. 고조선 문제가 나오자 깡깡이 세 명은 기억이 날듯 말 듯 고민했고 전소민과 양세찬은 고구려, 송지효는 홍익인간을 써냈다. 이어 시민팀은 전원 정답을 맞혔고 어머니와 서점 사장님은 드디어 첫 정답을 만들어 축제 분위기가 됐다. 양궁 10점 과녁의 색 문제가 나왔고 답은 노란색으로 유재석, 김종국, 소장님이 맞혔다. 퀴즈 결과 멤버들은 가을옷 2벌을 획득했다. SBS 방송 캡처 가을 옷을 가장 먼저 입게 된 멤버는 양세찬, 송지효였다. 다음 장소는 충무로의 한 식당이었고 유재석은 “내가 이 충무로역은 눈감고 간다”라며 설치기 시작했다. 충무로는 종로부터 걸어 다녔다 말한 유재석은 “길에 있어서 종국이, 나, 세찬이 외에 입 다물어”라고 말했고 발끈하는 지석진에 양세찬은 “닥쳐”라고 소리쳤다. 양세찬의 안내를 받아 여유롭게 운전하던 유재석은 “지금 세찬이가 오니까 히말라야 등반가는 셰르파 한 분이! 이렇게 해야 한다고”라고 칭찬했다. 옆길로 빠져야 했는데 직진한 유재석에 지석진은 공격했고 양세찬은 “차선이 안 돼”라고 말했고 미리미리 왜 얘기 안 했냐는 하하에 “일로 가는 게 맞아요”라고 말했다. 이에 김종국은 “길은 형한테 맡겨두고 우리는 건설적인 얘기 하자”라고 보호했고 유재석은 점점 자신감이 떨어졌다. 이때 교통정리 중인 경찰에 그는 “왜 그래. 나 잘못한 거 없는데?”라며 쫄보 면모를 터트렸다. 유재석은 또다시 빠지는 길에서 직진했고 당황한 양세찬은 “이 형은 아예 듣질 않네!”라고 말했다. 돌아가는 게 맞다고 인정한 유재석에 김종국은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도 된다고 답했다. 투덜거리는 전소민과 하하에게 유재석은 불만 있으면 내리라고 말했고 김종국은 “원래 운전자한테 모든 걸 맡기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운전면허 2종 하하는 운전사를 바꾸자 말했고 1종이면 하라는 김종국에 “1종이야..? 1종만 할 수 있어?”라고 당황했다. 너무 더운 체온에 지석진은 모자를 벗어버렸고 멤버들은 그 자리에서 현행범을 잡아냈다. 한 시간 후에 도착할 거라는 하하에 양세찬은 “가는 길이야. 길 얘기하지 말라니까. 저 2종이 어디서 까불어! 저 쪼다”라고 분노해 폭소케 했다. 빠른 길을 지나친 유재석에 하하는 로터리 세 바퀴 돌겠다고 말했고 김종국은 “세 바퀴 돌면 어떠냐”라고 말해 그를 짜증 나게 했다. 충무로 역 근처에 온 유재석은 아무도 말하지 않았으나 “조용조용! 집중해야 하니까 조용!”이라고 외쳤다. 양세찬의 도움으로 식당을 찾은 유재석은 “찾았다!”라며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오는 동안 모자를 많이 벗은 지석진은 제보를 받은 PD에서 벌칙복 5개를 얻었다. 물갈비가 나오고 김종국은 유재석에게 쌈을 싸주며 두 콤비는 의형제 수준으로 발전했다. 하하는 지석진에게 다음에는 그가 운전하고 전소민이 조수석에 앉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유재석은 김종국과 친분이 유지될 수 있는 비법이 궁금하냐 말했고 토크쇼단 이냐는 지석진에 “저희는 토크 유랑단입니다”라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두 번째 미션은 해당 시민이 5초 안에 멤버 이름을 대면 성공이며 세 번만 도전할 수 있다. 시민은 5초가 초과되거나 양세찬을 양세형이라 말하는 등 미션에 실패했다. SBS 방송 캡처 오후 2시가 되고 지석진은 L타워에 가야 했고 “편하게 갈게요”라며 미소 지었고 양세찬은 “꿀이다 꿀이야”라고 말했다. 운전을 시작하자마자 삐걱거린 지석진에 하하는 “우리 자야 해요”라고 투덜거렸고 김종국은 “차량 토크가 이미 다 해서 할 게 없습니다. 잘게요”라며 눈을 감았다. 이때 눈을 감는 유재석에 지석진은 전소민에게도 자라며 “어차피 다 통편집이야”라고 삐졌다. 이에 유재석은 “우리가 상황을 만드는데 왜 삐져요”라고 투덜거렸다. 막히는 길을 선택해 공격받은 지석진은 지도를 들고 거울을 가리는 전소민의 팔을 내리며 “안 보여”라고 차갑게 말했다. 불편한 승차감 속 3시가 훌쩍 넘어 도착한 멤버들은 가을 옷을 못 입은 멤버들에게 벌칙볼 5개가 추가됐다. 벌칙은 가을 하늘에서 사진 찍기였고 상공 541m 다리 위 포토 타임이라는 말에 멤버들을 당황했다. 벌칙에 당첨된 김종국은 추억이라며 여유를 보였고 다음 벌칙자는 1개 있는 양세찬이 당첨됐다. 다음은 7개 벌칙볼을 가진 지석진과 겁쟁이 유재석이 걸렸다. 장비를 착용하고 계단을 오른 유재석은 투명 다리부터 구멍이 뚫려있는 다리에 겁에 질렸다. 웬일로 가장 걸음을 내디딘 유재석은 바들대다 유턴했고 김종국이 가장 먼저 다리를 건넜다. 지석진과 유재석은 잔뜩 겁먹은 상태로 움직이지 못했고 마지막 양세찬까지 도착하자 네 사람은 겨우 인증샷을 찍어 벌칙을 완료했다. 한편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은 매주 일요일 오후 5시에 방송된다.

      김한나 온라인기자 2022.11.1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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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핀에어, 러시아 영공 피해 우회 항로로 인천~헬싱키 노선 운항 재개

      핀에어 제공핀에어(한국지사장 김동환)가 러시아 영공 폐쇄로 잠시 중단됐던 인천-헬싱키 노선 항공편 운항을 오는 10일부터 재개한다. 인천 출발 기준 월요일, 목요일, 일요일 주 3회 운항되며 러시아 영공을 피해 운항되기 때문에 비행 방향에 따라 약 12-14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노선은 각각 주 4회와 주 1회로 운항을 재개하며, 태국 방콕과 푸켓, 인도 델리, 싱가포르 노선은 기존대로 운항한다. 핀에어 상용부문 수석 부사장 올레 올버(Ole Orver)는 “이번 상황으로 핀에어를 이용하시는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려 송구하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공편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핀에어는 운휴 항공편을 예약한 승객에게 개별 연락해 일정 변경 또는 환불 조치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여행사를 통해 구입한 경우 해당 여행사를 통해 처리 가능하다. 취소된 항공편은 핀에어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핀에어 #러시아 #유럽 #여행

      손봉석 기자 2022.03.08 20:14

  • 주간경향

    • 북극항로 한국에 새로운 기회 열린다?

      정치

      북극항로 한국에 새로운 기회 열린다?

      온난화로 북극 해빙…북한 관광산업·부산 물류기지 가능성 부상 지난해 12월 31일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현지 시찰을 1면 기사로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지난 2월 말 인터뷰 당시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의 말이다. “과거에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과 수교했다면 이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미국이 탄생하고 있어요. 북극항로가 열리게 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제1 파트너는 한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강점을 지닌 조선·쇄빙선 건조 능력의 도움을 안 받을 수 없고, 현재 물동량이 전부 아시아에 있어요. 베트남 호찌민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있는 배들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쪽으로 가려면 전부 부산 앞바다를 지날 수밖에 없어요. 조선산업, 부산·경남·울산에 새로운 대호황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어 그는 “북극항로가 열리려면 북한 문제가 정리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뭐라고 했어요?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 사이에 콘도 짓기 좋은 땅이 있다.’ 원산이거든요.” 동해안 관광단지 계기 북·미 대화 재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9년 태양절(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까지 명사십리로 유명한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조성사업을 완공하라는 과업을 지시했다. 당시 언론은 한·미 외교소식통의 말을 빌려 김 위원장의 서한을 들고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당시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면담에서 원산 일대에 카지노 등 관광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투자지원 요청을 했다는 보도를 내놨었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 딜’로 끝난 후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13일 북한을 ‘핵보유국’이라 언급하며 대화 재개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겠다. 만약 내가 당선되지 않고 힐러리가 (백악관에) 들어갔다면 여러분은 북한과 핵전쟁을 했을 것이고, 수백만명이 죽었을 것이다.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으로 한국은 올림픽에서도 엄청나게 성공했고 북한도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았느냐. 그게 (1기) 트럼프 정부의 훌륭한 업적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첫날 집무실에서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다. 김정은도 내가 돌아온 것을 반기리라고 생각한다”라며 “나는 그가 해안가에 엄청난 콘도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산 갈마지구에 트럼프 타워 또는 카지노를 세우는 조건으로 북·미 접촉이 재개되는 걸까. 지난해 12월 31일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한, 딸 김주애와 10여 년 만에 완공 예정인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한 김정은 소식이 새삼 주목을 받은 까닭이다. “운명의 여신이 우리에게 미소짓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지난 3월 24일 더불어민주당 해양수산특별위원회가 주최한 ‘북극항로 시대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명예교수의 말이다. 토론회에서 발제한 김현철 극지연구소 원격탐사·빙권정보센터 센터장에 따르면 북극은 1979년 이후 전 지구 평균보다 거의 4배 빠르게 따뜻해져 왔고, 그 결과 빙하는 지난 30년간 약 40%가 감소했다. 지금 속도라면 빠르면 2027년 여름이면 북극해에 얼음이 없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 재앙적 상황이 우리에게 뜻밖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지금까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권에서 유럽으로의 물류는 말레이반도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사이의 믈라카해협, 이집트의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약 2만1000㎞의 극동 유럽 항로를 거쳐야 했다. 그런데 북극 빙하가 녹아 북극항로가 열리게 되면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기준으로 약 1만2700㎞ 거리다. 컨테이너 선박 한 척을 기준으로 약 15억원에서 30억원의 연료비가 절약된다. 당연히 동아시아 물류의 중심이 달라지고, 그 중간기착지에 해당하는 부산항의 위상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지난 3월 6일 부산을 방문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북극항로가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 이유다. 3월 24일 민주당 해양수산특별위원회(위원장 문대림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북극항로 시대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용인 기자 북극항로 “한국에게 새로 열리는 기회” 3월 24일 토론회에 참석한 최수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해상법연구센터 부소장의 말이다. “매우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려면 아시아는 캄차카반도, 유럽은 노르만과 아르한겔스크 등 항만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 문제는 항만 개발하는 데 지금 중국 자본이 많이 투자되고 있다는 점이다.” 항만 개발에 자본이 들어가는 것은 결국 지배권을 행사한다는 의미인데, 그걸 중국에 뺏기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항은 상해, 대련 등 중국 주요 항만 물동량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우리로서는 화물도 없고 항만 물동량도 작은데 옆 나라인 중국과 경쟁해야 한다.” 북극항로가 열리면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되지만 준비작업을 지체한다면 허브항의 지위를 중국 상해 등에 뺏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되면 한국에서 수출하는 컨테이너 화물은 다 중국으로 가야 하고,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의 물동량이 중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유 교수는 “부산은 중국보다 경쟁력이 있는 항구인데 인구 감소로 공동화되고 있고, 울산·경남의 산업 벨트는 녹슬어 쇠락하고 있다”라며 “배후단지 산업을 지금처럼 방치하면 거점 항구로 기능할 기초체력을 만들 수 없다”라고 했다. ‘북극항로’라는 새로운 물류 뱃길이 만들어지는 것과 북·미 관계 개선은 얼핏 무관한 일로 보인다. 부산이 북극항로의 거점항구로 개발된다 하더라도 동해에 새로 개척될 물류 길은 공해상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물류 거점으로 기능하기 위해선 주변 정세의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당장 올해 6월 정식 개장할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에 관심이 집중되는 까닭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당분간 북·미 대화가 재개될 조짐은 없지만, 북한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비판이나 적대적인 표현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통해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과거와 전혀 다른 패턴을 보이며 급진전되는 상황에서 우리도 국익을 중심으로 외교전략을 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강진웅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트럼프의 경우 비즈니스 마인드에 기반한 실리 위주로 국제관계를 풀려는 성향이 뚜렷하다”라며 “트럼프가 실리외교를 하는데 우리만 혈맹이라고 떠들 것이 아니라 트럼프의 정책 변화에 맞춰 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용인 기자 2025.03.31 06:00

    • 국제 아세안 기업열전

      [아세안 기업열전](14)‘슈퍼앱’ 간다! 저가항공 에어아시아의 항로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며 리오프닝이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혔던 빗장이 풀리면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떠날 것이다. 각국에 여러 항공사가 있지만, 아세안 지역의 대표적인 항공사, 저가항공의 신화를 쓴 기업으로는 에어아시아를 꼽을 수 있다. 에어아시아는 동남아로 휴가를 떠났던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면서, 박지성 선수를 영입했던 잉글랜드 축구클럽 QPR의 구단주로도 유명하다.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연합뉴스 팬데믹 충격이 오기 전까지 에어아시아는 동남아지역 내 여러 대도시와 중소도시 그리고 미국과 일본 등 장거리 노선을 담당하는 에어아시아X까지 포함해 전 세계 25개국 165개가 넘는 노선을 갖춘 아세안 저가항공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었다. 에어아시아는 원래 말레이시아 정부 소유의 DRB-Hicom의 항공사로 1993년 출범했다. 당시 에어아시아는 몇 안 되는 노선만을 갖춘 일반 항공사였다. 그러나 기대만큼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아 지속적인 운영난을 겪었고, 모기업 역시 부패 스캔들에 얽히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았다. 결국 에어아시아는 2001년 튠 에어(Tune Air)에 매각됐다. 이때 매각대금은 1링깃에 불과했다. 당시 환율로 26센트, 1달러도 안 되는 금액이다. 40000만링깃(1100만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지고 있었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로 1링깃을 책정했을 뿐이다. 비용 최소화·노선 확대로 성장 수렁에 빠진 에어아시아를 인수한 이들은 토니 페르난데스와 카마루딘 메라눈이었다. 대표인 토니 페르난데스는 인도 출신의 말레이시아인으로 미국기업 타임워너의 임원 경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타임워너를 떠나면서 그동안 받았던 스톡옵션을 처분한 돈으로 에어아시아를 인수했다. 그는 영국에서 유학할 당시 항공료가 비싸 방학에도 집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저가항공사를 세우는 꿈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토니 페르난데스는 인수 직후 에어아시아를 저가항공사로 전환했고, 초저가 프로모션을 펼치며 국내외 노선을 확장하는 등 공격적인 전략을 택했다. 방콕 노선에 이어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마카오, 중국 샤면과 필리핀 마닐라, 베트남, 캄보디아 등 연달아 해외노선을 확장했다. 에어아시아는 가격경쟁과 노선확보에서 승기를 잡았고, 단숨에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저비용 구조를 만들기 위해 콜센터와 메시지로 예약을 받으면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종이 티켓이 필요 없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무서운 확장세를 보인 에어아시아는 인수 3년 만인 2004년 11월 말레이시아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쿠알라룸푸르를 중심으로 아세안 대도시를 연결해온 에어아시아는 2007년 장거리 노선을 취급하는 에어아시아X를 별도의 기업으로 출범시켰다. 다른 경쟁자들을 누르고 한발 앞서 나갔던 에어아시아는 2009년과 2010년 스카이트랙스가 주는 세계 최고 저비용항공사에 2년 연속 선정되는 등 말레이시아의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성과 덕분에 단거리와 장거리를 구분해 에어아시아와 에어아시아X를 구분하고, 태국과 인도 등 지역별로 이들의 자회사를 두는 멀티-허브 전략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비책으로 보였다. 승객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며, 승객당 부수입은 경쟁사보다 훨씬 높았다. 기내에서 물 한잔도 제공되지 않는 철저한 저비용구조에 기반을 두고 있어 승객들은 음료수나 간단한 식사, 스낵, 이어폰을 원할 경우 전부 구매해야 한다. 예약취소나 변경도 쉽지 않으며 환불은 대단히 어려운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이러한 비용 최소화와 노선 확대를 통한 성장이 영원할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비행기를 지속적으로 구매해야 했고, 알짜 노선은 말레이시아 항공과 자리다툼을 벌이면서 말린도 등 경쟁자들이 점차 영역을 확대하고 있었다. 관리와 마케팅 운영, 승무원 및 인력 구조 등 모든 자원이 분리된 기업인 에어아시아X는 브랜드 사용료를 에어아시아에 지불해야 하는 부담도 지고 있었다. ‘에어아시아 슈퍼앱’/고영경 제공 디지털 기반 서비스로 승부수 에어아시아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라는 변화의 승부수를 던졌다. 멤버십을 가진 고객을 레버리지로 활용해 신규사업, 특히 디지털 기반 서비스를 론칭, 강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먼저 2018년 자체 전자지갑 및 디지털 결제 빅페이(Big Pay)를 출시했다. 말레이시아에는 이미 여러 핀테크 사업자들이 활약하고 있었지만, 에어아시아는 기존 고객들이 마일리지 점수(빅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각종 공과금 납부가 가능하다는 강점을 내세워 시장을 파고들었다. 기내식을 브랜드화해 식당을 열고 음식배달업에도 뛰어들었으며, 이커머스 물류 사업, 포인트 활용 프로그램과 쇼핑, 차량호출 서비스까지 손을 뻗쳤다. 비행기 예약부터 쇼핑, 송금이 에어아시아 앱에서 다 이용 가능하다. 이처럼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 올려놓고 이용자가 아이디 하나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을 슈퍼앱이라고 부른다. ‘에어아시아 슈퍼앱’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둘 정도로 에어아시아는 자신의 목표와 방향성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2021년 아세안 대표 슈퍼앱 고젝의 태국 라이드헤일링과 결제 사업부를 5000만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비단 말레이시아에 머물지 않겠다는 강렬한 신호탄이다. 에어아시아 디지털 사업의 성장기회는 이제 인터넷 전문은행 자격 획득에 달려 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5개 사업자에게 라이선스를 부여할 계획이며, 최소 29여팀이 신청했다고 알려져 있다. 2014년 MH370 실종사건 이래로 말레이시아 항공은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인데다 2020년부터 이어진 팬데믹으로 항공사 전체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결국 자국 항공사업자 에어아시아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러한 시나리오 개연성 덕분일까. SK 동남아투자법인은 지난 8월 빅페이에 700억원을 투자하고, 빅페이가 주도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 컨소시엄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팬데믹 이후 에어아시아는 1등 저가항공사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슈퍼앱 및 디지털 금융서비스 거인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과연 이뤄낼 수 있을지 에어아시아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고영경 선웨이대 겸임교수 2021.10.22 14:41

    • 국제 표지 이야기

      ‘정상’ 향할까? 탈레반호 아프간의 항로

      ㆍ경제적 이유 등 국제사회 공인받고자 행동 자제 가능성… 극단주의 세력 집결은 변수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지 아흐레 만인 8월 24일(현지시간) 히잡을 쓴 아프간 여성 5명이 멕시코시티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의 리더는 로야 마흐부브(34). 아프간 여성들로만 팀을 꾸려 국제로봇경진대회에도 참가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과학기술 교육 사업도 진행해온 아프간 최초의 여성 정보통신(IT)기업 최고경영자(CEO)이다. 마흐부브는 20년 만에 탈레반이 재집권하자 함께 로봇대회에 나간 ‘아프간 드리머’팀을 이끌고 망명을 선택했다. 이들은 공항에서 “우리의 꿈이 슬프게 끝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 중부 차만에서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탈레반을 피해 고국을 등진 아프간인들이 국경을 넘고 있다. / 차만 AFP=연합뉴스 아프간은 불안한 나라였다. 미국이 전쟁으로 탈레반을 몰아낸 뒤에도 정부 공무원들은 부패했고, 빈곤율은 탈레반 집권 시절보다는 낮았으나 45%에 달했다. 여성 앵커가 뉴스 스튜디오에서 남성과 나란히 방송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비난에 시달리다 친오빠에게 명예살인을 당하는 사회였고,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3%에 지나지 않았다. 탈레반 공세에 30만명에 달한다는 정부군은 맥없이 무너졌다. 그러나 탈레반이 돌아온 뒤 벌어진 망명 행렬은 탈레반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지난 20년간 아프간의 성과를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아프간에는 여성 기업인, 공무원, 가수, 의사, 태권도 선수가 있었다. 여성들은 학교에도 가고 투표도 할 수 있었다. 탈레반의 귀환으로 아프간 여성들의 지난 20년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국제사회는 아프간 여성들의 처지를 통해 ‘정상국가’ 아프간 여부를 가늠할 수 있게 됐다. 1기 집권 때와 달라진 환경 탈레반은 카불 점령 이후 지난 20년간 탈레반도 달라졌다며 “히잡을 쓴다면 여성의 교육과 일자리에 대한 접근이 보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탈레반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프간 안팎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탈레반 집권 이후 여성들은 대학 졸업장을 불태우기 시작했으며 부르카 가격이 치솟았다. 일터와 미디어에서 여성들이 사라졌고, 여성 혼자 외출했다가 탈레반 대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경험담·목격담 등이 잇따랐다. 아프간 북부 판지시르 저항군에 합류한 암룰라 살레 아프간 부통령은 지난 8월 22일 “이념적으로 ISIS와 알카에다, 탈레반의 차이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차이와 같다”면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란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신념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환경은 달라졌다. 그렇다면 행동이 달라질 여지는 없을까. 좁은 길이지만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평가받는다. 이웅현 고려대 융합교육원 교수는 “탈레반은 1기 집권 때와 지금 상당한 차이가 있다. 1기 집권 시절 탈레반은 무주공산인 상태에서 여러 군벌 간 벌어진 내전 상태에서 승리해 집권했다. 반면 지금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정상적인 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한 것”이라며 “탈레반으로서도 급작스럽게 나라 전체의 통치를 맡게 된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스스로도 당초 아프간 정부를 위협해 평화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했지 카불을 점령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지난 8월 13일 카불 목전까지 진격하고 멈췄다. 숨 고르기를 하려던 의도였는데 그 사이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카불을 버리고 달아나 카불을 점령하게 됐다는 것이다. 아프간 인구의 3분의 2가 젊은이들로 과거 탈레반 통치를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란 점도 변수다. 사상자가 나왔음에도 카불에서는 반탈레반 시위가 이어졌다. 지난 8월 21일 카불에서 열린 자비울라 무하지드 탈레반 대변인의 기자회견에 히잡을 쓴 여성 기자가 참석해 질문을 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1기 집권 과정은 달랐다. 1987년 수립된 아프간 공산정권은 소련 붕괴 이후 후원자를 잃은 상태에서 이슬람 게릴라 세력인 무자헤딘에 패해 1992년 무너졌다. 민족적·사상적 배경이 다양했던 무자헤딘은 이후 자신들끼리 내전을 벌였고, 파슈툰족 수니파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주축이 된 탈레반이 내전의 최종 승리자가 됐다. 이 교수는 “당시에는 군사적 승리가 집권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면 지금 탈레반의 제1관심사는 군사적 역량을 행정적 역량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원리주의에 기반을 뒀다 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인정받는 아프간의 통치자가 되려 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 공인을 받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과거보다는 자제할 가능성이 생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내전 경제는 탈레반이 떠안은 가장 큰 짐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아프간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8억1000만달러(약 23조1600억원)에 불과했다. 아프간 GDP의 42.9%가 원조에서 나왔다. 올해도 국제사회로부터 33억달러(약 3조8620억원)를 받을 예정이었다. 탈레반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조직이 아니라 여러 분파가 연결된 집단이다. 탈레반 분파들은 적게는 4~5개, 많게는 20여개까지 분류된다. 통치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경제가 무너질 경우 지방세력들이 등을 돌리면서 카불의 지도부가 급속히 쪼그라들 수 있다. 탈레반은 북부 희토류 등의 자원을 활용할 구상을 내비치지만 당장 필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원조다. 전체적인 전망은 어둡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따르면 앞으로 아프간을 통치할 12인 위원회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물라 무함마드 야쿠브, 칼릴 하카니, 하미드 카르자이가 포함됐다. 바라다르는 온건파 탈레반으로 분류되며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 및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에 참여해 왔다. 하미드 카르자이는 아프간 초대 대통령으로 1996년의 탈레반이었다면 ‘부역자’로서 숙청대상 1순위이다. 온건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사인이다. 야쿠브와 하카니는 반면 미국의 테러리스트 명단에 오른 인물이다. 특히 하카니가 아프간 제2도시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이끄는 하카니 네트워크는 극렬단체로 분류된다. 국제사회로 인정받기 위한 아프간 탈레반 지도부 성향에 반기를 들 만한 세력이다. 아프간으로 집결하는 극단주의 세력도 변수다. ISIS가 카불공항에서 테러를 벌여 사상자가 나오고 탈레반이 지도력을 잃고 붕괴하거나 내전에 빠져드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유튜브 채널 <솔로비요프 라이브>에서 ISIS의 테러 가능성을 경고한 드미트리 쥐르노프 주아프간 러시아대사는 “그래도 탈레반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탈레반을 현실 권력으로 인정하고 온건파 탈레반이 통제력을 행사하도록 국제사회에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가닥 가능성을 위해 탈레반과의 공존이라는 어려운 과제가 국제사회에도 던져졌다.

      박은하 국제부 기자 2021.08.30 11:05

    • 경제

      유류할증료 임시처방 ‘항로 이탈’

      ㆍ소비자가 원하는 “항공운임에 포함·보너스 항공권은 면제” 요구는 외면 #1국제선 항공권 유류할증료가 이달에 이어 10월에도 0원으로 정해졌다. 6년 만에 처음 할증료가 부과되지 않은 것으로, 여행객들이 당분간 추가 부담을 덜게 됐다. #2 정부가 최근 유류할증료 부과 기준을 운항거리와 시간에 맞춰 세분화하기로 했다. 일례로 거리가 3700㎞ 넘게 차이가 나지만 같은 ‘미주’란 이유로 인천~하와이와 뉴욕까지 유류할증료가 같은 불합리함을 손질할 예정이다. 여행객들에게 성가신 대상이던 유류할증료와 관련해 최근에 나온 반가운 소식들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동안 말 많던 유류할증료 문제가 일단락된 듯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정부 개정안은 본질적 문제는 놔둔 채 겉으로 드러난 모순만 손본 정도에 그친다. 유류할증료 항목을 없애고 항공운임에 넣어 단순화하자거나, 보너스 항공권에는 유류할증료를 면제해달라는 소비자 요구는 외면했다. 지난 2013년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인천공항 출국장이 붐비는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유류할증료를 놓고 여행객들이 반발하는 일차적 요인은 거리상 앞뒤가 안 맞는 요금 책정 수준에 있다. 미주, 유럽·아프리카, 중동·대양주, 서남아시아·중앙아시아, 동남아, 중국·동북아, 일본처럼 7대 권역으로만 나뉜 탓이다. 일단 이 부분은 정부안대로 풀릴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기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을 계산해 갤런당 150센트가 넘으면 부과된다. 갤런당 150센트 이상 160센트 미만이 할증료 1단계, 이후 10센트마다 한 단계씩 높아지는 방식이다. ‘할증료’의 특성상 유가가 올라갈 때 더 받기는 하지만, 거꾸로 내려올 때는 0원까지만 있고, 마이너스(-)가 돼도 소비자한테 돌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유류할증료 부과는 발권일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미리 항공권을 구매했더라도 9월이나 10월에 발권하면 환급받을 수는 있다. 다른 분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혜 유류할증료 제도는 유가 변동에 따른 항공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화물에는 2003년, 여객에는 2005년 각각 도입됐다.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가하는 방식인데,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혜에 가깝다. 예컨대 국제 곡물시장에서 밀이나 사탕수수 가격이 올랐을 때를 가정해 보자. 제빵·제과 업체들은 제품 가격에 ‘밀가루 할증료’나 ‘설탕 할증료’를 따로 부과하지는 않는다. 원자재 비용을 감안해서 빵이나 과자 값을 일정 부분 올리되, 경영부담은 일단 사업자가 상당 부분 감내하라는 것이다. 모호한 유류할증료가 ‘운임’이냐 아니냐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현행 항공법 117조는 ‘항공운임 및 요금’이라고 적시해 일반 비용은 항공운임으로 책정하고, 유류할증료 부분은 ‘수수료’처럼 분류해놨다. 사실 이 부분도 법원 판결로 기준선이 그어졌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유류할증료가 인건비, 보험료 등과 함께 ‘항공운임’이라고 못박았다. 이 판결로 봐도 유류할증료를 아예 폐지하고 운임에 포함하는 게 맞다. 항공사들은 당시 대법원 판결이 여객기가 아니라 화물기에 관한 담합 소송에서 나온 것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2013년부터 유류할증료 폐지를 요구해온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실은 “항공사가 사실 유류비는 이미 항공운임에 반영해 놓았는데도 유가 변동분에 대해 추가로 할증료를 받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에 따라 화물뿐 아니라 여객에게도 매겨지는 유류할증료는 항공운임으로 봐야 한다”며 “항공법 117조를 고쳐 소비자가 부담할 총액만 표시하고 유류할증료는 따로 안 받는 게 옳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 제도는 도입 이후 10여년간 항공사에 위험부담을 덜어주는 ‘보험’이 돼 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들은 “항공 비용에서 기름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유가 변동을 고려해 유류할증료를 조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보너스 항공권에 유류할증료를 따로 부과하는 데 대한 비판도 많다. 마일리지를 써서 항공권을 구매한 경우 추가 운임을 받지 않는 게 상식적으로 맞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는 운임이 아니라 유가 변동에 따른 ‘수수료’라고 주장한다. 마일리지 항공권에도 수수료를 별도로 매기는 건 문제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항공사는 마일리지 항공권을 일종의 ‘시혜’로 인식하는 편인 반면, 소비자는 기여에 대한 대가로 본다. 지난해 마일리지 항공권에 붙인 유류할증료를 폐지해달라는 집단소송도 있었다. 그러나 국토부는 올해 3월 “마일리지를 사용한 보너스 항공권에 대한 유류할증료 부과 면제는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보너스 항공권 유류할증료 반환 소송을 이끈 장진영 변호사(법무법인 강호)는 “마일리지에 따른 항공권은 말 그대로 보너스, 공짜를 뜻한다”며 “여기에 유류할증료를 더 내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일반 승객들 가운데는 유류할증료를 마치 ‘세금’처럼 받아들여서 항공사가 가져가는 몫인 줄 모르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보너스 항공권의 유류할증료 수입규모가 해마다 3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항공사, 발권수수료 늘어날까 꺼려 유류할증료에 대한 비판은 해외에서도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외국 항공사 가운데는 ‘항공사 부과금액(Carrier-Imposed Fees)’이라고 정체를 알 수 없게 해 유지하는 곳도 있다. 미국 교통부는 2012년 기본운임을 인상하지 않고도 항공운임을 올리기 위해 유류할증료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관행을 단속하자 항공업계가 묘책을 낸 것이다. 루프트한자는 지난해 ‘국제·국내 추가요금’으로 바꿨다. 앞서 영국항공은 2013년 유류할증료를 ‘항공사 부과금액’으로, 에어프랑스는 ‘항공사 부과 추가금’으로 부른다. 유류할증료 산정방식을 승객에게 설명하라고 의무화한 항공규정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월 비판했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항공법을 개정해 ‘항공운임 등 총액’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여행상품이나 항공권 판매 때 유류할증료는 빼버리거나 잘 보이지 않게 처리하던 영업방식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그러나 총액 표시제 아래서도 유류할증료는 따로 명시돼 있어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도 많다. 국토부 국제항공과 관계자는 “부가세, 운송비처럼 유류할증료라고 항목을 구분해 놓는 게 감시에 더 효과적이며, 총운임에 포함하면 오히려 통제가 어려워 소비자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를 항공운임에 포함시키기를 꺼리는 다른 이유도 있다. 항공권은 여행사를 통해서도 다수 판매되는데, 이때는 발권 수수료를 여행사에 준다. 발권 수수료 계산의 기준은 유류할증료를 뺀 운임으로 잡는데, 이를 운임에 포함하면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 유류할증료를 폐지하더라도 항공료를 은근슬쩍 올릴 가능성은 있다. 또 마일리지 항공권에도 유류할증료를 폐지한다면 그만큼 마일리지를 더 많이 차감하는 식으로 변질될 수 있다. 그러나 항공권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이 바로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유류할증료라는 애매한 방식이 아니라 전체 항공료를 내세워 가격경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외 10여개 항공사의 유류할증료 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전병역 기자 2015.09.22 09:44

  • 레이디경향

    • [아메리카 여행기]또 한 번 인생의 항로를 변경하다

      레저/여행

      [아메리카 여행기]또 한 번 인생의 항로를 변경하다

      ㆍ떠나온 길을 뒤로하고 새롭게 쓰는 여행 2장 루하루 반복되는 ‘오늘’을 살아가며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사람은 자유와 새로움이 가득한 곳으로 떠나는 것을 꿈꾼다. 여기, 마음속에서 꿈틀대던 그 바람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길을 떠난 가족이 있다. 손안에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무작정 나선 길 위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진정한 삶에 대한 의미를, 그리고 함께하는 행복을 배웠다는 이 용감한 가족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연재한다. 이달에는 이 가족이 처음 마음먹었던 ‘2년 동안의 세계 여행’을 일단 멈추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자리를 잡게 된 이유와 그 이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편집자 주) 칼라파테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 이런 자연을 보고도 겸손해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나는 그곳에서 무엇을 배웠나? 약 한 달간에 걸쳐서 아르헨티나 동부 해안을 따라 이동한 끝에 칼라파테에 도착했다. 우리가 잡은 숙소는 후지여관. 일본인 사장님과 한국인 아내가 운영하는 곳인데 그래서인지 매우 정갈하고 깔끔한 모습이었다. 손님은 보통 한국인과 일본인이 반반을 차지한다. 우리 가족이 묵을 방을 정하고 부엌에 나가보니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아르헨티노 호수의 모습이 눈부시다. 이것저것 꺼내서 밥을 해 먹는데 사실 우리야 차로 여행을 하다 보니 가지고 다니는 식재료의 양과 가짓수가 일반 배낭여행자들의 것을 훨씬 상회한다. 언제나처럼 우리의 패턴대로 10인분 이상의 양을 만들어서는 한국 사람 일본 사람 할 것 없이 나눠주고는 맛도 좋고 가격도 착한 아르헨티나 와인을 사다가 마시니 천국이 따로 없다. 이곳은 숙소의 청결도도, 관리 상태도 뭐 하나 빠지지 않고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나의 시선을 끄는 건 주인 누님이셨다. 말이 많은 분도 아니고, 무척 살갑게 사람을 대하는 것도 아닌데 조용한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다. 또 부지런하긴 어찌나 부지런하신지…. 새벽잠이 없는 내가 부엌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청소를 시작하신다. 누님께 “왜 그리 일찍 청소를 하느냐”라고 물으니 아침에 일어나는 사람들이 깨끗하게 청소된 집을 보면서 좋은 기분을 느꼈으면 해서 그렇게 하신다나? 우리의 ‘마음의 고향’인 칼라파테 후지여관에서의모습. 칼라파테에서 맞이한 덩헌의 생일. 한일 여행자들이 다 모였다. 한규는 옥수수 대신 과나코(야마 종류) 뼈로 하모니카를 불며 놀았다. 완벽한 칼라파테 야생인이다. 주인 내외 두 분 다 오십이 넘었는데도 형님은 소년 같고 누님은 소녀 같다. 며칠 묵고 떠나려던 계획이 자꾸만 늘어지기 시작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나고 난 후 여행을 하면서 우리의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던 생각인 ‘남미를 떠나고 싶지 않다, 여행을 계속하고 싶다, 과연 한국에 들어가는 것만이 우리 여행의 결론일까?’에 대한 답이 이 부부를 보면서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실 우리는 전형적인 한국의 소시민일 뿐이다. 한국을 떠나 여행길에 오르기까지 우리에게 거창한 계획이나 심오한 철학이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여행을 더 늙어서 힘 빠지기 전에 해보자는 마음이었고, 2년간의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시 소시민으로 돌아가서 (받아주는 곳이 있다면) 취직을 하고 열심히 돈을 벌어 한규를 키우면서 살아가자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늙어서 은퇴를 하면 이번 여행에서 좋았던 곳들을 다시 돌아보자 정도. 뭐 이런 대략의 계획하에 한국을 떠나왔던 것인데, 점점 ‘왜 꼭 은퇴를 걱정해야 해? 왜 은퇴하기 전에 돈을 많이 벌어야 해? 아니 왜 꼭 은퇴를 해야 해? 그냥 나이 들어서까지 우리 먹을 거 벌어서 쓰다가 가면 되는 거 아닐까’로 생각이 옮겨가기 시작했고 후지여관의 두 분을 보면서 드디어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그래 남미에 더 있고 싶으니 일단 남자. 한 1년만 살아보고 다시 길을 나서는 거다. 어차피 1년 치 여행 경비가 남았으니 1, 2년은 더 버틸 수 있겠지.’ 다시 돌아온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규가 유치원에 가는 첫날, 등원길 한규의 모습. 유치원에서 처음으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난 한규. 이 날 한규는 과연 어떤 기분이었을까 종종 궁금해진다. 얼굴도 말도 다른 이국에서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내던져져 두려웠을까, 아니면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에 설을까. 방하가 녹은 물로 만들어진 호수에서 송어를 낚다.내 사랑 부에노스아이레스 결국 칼라파테를 출발해 바릴로체를 거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다시 돌아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약 2주 후에 스페인의 빌바오로 넘어가는 화물선을 타야 했지만 예약했던 선사 측에 사정을 설명하고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스갯소리 중에 이런 얘기가 있다. 각 나라의 대표들이 아르헨티나에 와서 아르헨티나 땅을 둘러보고는 각 나라로 가서 신에게 따졌단다. “아니 왜 우리에겐 코딱지만 한 땅에 자원도 안 주면서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는 저 넓고 비옥한 땅과 풍부한 자원을 준 겁니까?”라고 따지자 신의 대답은 “그래서 그 땅엔 아르헨티노(아르헨티나 사람)를 주지 않았느냐”였단다. 지독하게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하는 아르헨티나 사람을 비꼬는 이야기인데, 정말 사실이었다. 아리엘이 태어난 날, 한규는 동생이 생겼다며 신이 났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일상. 일요일마다 축제가 열리는 산텔모로 나섰다.무엇 하나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채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가고 슬슬 스트레스와 무력감에 지쳐갈 무렵 겨우 집 하나를 구할 수 있었다. 원했던 지역도 아니고 생각보다 작았지만 당시로서는 궁궐보다 멋져 보이기만 했다. 어차피 1, 2년 살다가 떠날 생각이니 ‘작으면 작은 대로 쓰자’라고 마음을 먹고 이런저런 집기를 구입해 ‘남미사랑’이란 이름으로 민박집을 열었다. 원래 남미사랑은 여행 중에 남미 여행 정보를 모아보겠다고 멜라니가 인터넷에 만든 카페 이름이었는데 민박집 이름을 무엇으로 정할까 고민하다가(사실은 고민을 해볼까 하다가 고민하기 싫어서) “그냥 그거로 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사실 우리 역시 게으르기로는 아르헨티노 뺨을 서너 번 칠 수 있을 정도니, 오픈 후에 손님이 새로 오면 그 손님과 함께 침대를 조립하는 일마저 있을 정도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정착해 ‘남미사랑’을 열고 나서 그 다음으로 착수한 것은 ‘한규 동생 만들기 프로젝트’였다. 여행을 해보니 나중에 우리가 없으면 한규가 얼마나 외로울까라는 생각이 우리를 괴롭혔고 어차피 1, 2년 이곳에서 놀다 갈 것이니 차라리 이때 하나 더 낳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너무도 쉽게, 거의 결론을 내리자마자(어쩜 결론을 내린 그날?) 덜컥 멜라니가 임신을 해버렸다. 집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난 후엔 한규가 다닐 유치원을 알아봤다. 한국에서 나름 명문(?) 유치원을 다녔던 한규인지라 집 근처의 사립 유치원에 넣으니 금방 적응을 했고 그와 동시에 유치원 다닌 지 불과 3주 만에 스페인어를 하기 시작해서 원장 선생님과 선생님, 엄마와 아빠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처음 한규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한규’라는 이름을 아이들이 잘 발음하지 못할까봐 원장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친구들이 한규라는 이름의 발음을 잘 못할 수도 있으니 여기 이름으로 하나 이름을 짓는 게 좋겠어요”라고 얘기하니 원장 선생님이 그게 무슨 소리냐며, 한규는 아르헨티노 누구나 발음할 수 있고 또 이미 친구들도 한규로 알고 있으니 전혀 문제가 없단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밤에 한규에게 조용히 물어봤다. “한규야, 한규도 에스테반이나 이반처럼 여기 이름을 하나 지을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온 한규의 대답은 “싫어”였다 ‘쿨’한 녀석. 그래서 한규는 여전히 한규로 지내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사는 어린이답게 축구 유니폼을 입고. 우리 부부는 혹시 한규가 축구에 재능이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를 했으나 아마도 한규는 엄마를 닮았나보다(ㅜㅜ). 아리엘, 우리의 두 번째 보석 어느덧 1년이 흘렀다. 멜라니의 배는 점점 남산만 해지고 나의 배도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뒷동산만 해지기 시작했으며 한규는 매일 유치원에서 신나게 뛰어다녔다. 아내의 출산을 도와주기 위해 한국에서 막내 처제와 어머니가 오셨다. 드디어 예정일이 되어 멜라니가 병원에 입원을 했다. 눈치 없는 초음파 기사의 과잉 친절로 인해 이미 아들인 건 알고 있었고(그 얘기를 듣는 순간 초음파 기사의 목을 조르고 싶었다. 우린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알고 싶었단 말이다!), 한규를 자연분만으로 낳았던 멜라니는 출산 한 달 전부터 ‘무통주사’를 스페인어로 번역해서 달달 외우는 등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배가 고파 잠시 햄버거를 사러 간 사이에 멜라니가 분만실로 들어가버렸고 잠시 후 우리의 두 번째 보석인 아리엘이 나왔다. 두 번째이지만 첫 번째와 비교했을 때 조금도 모자람이 없는 가슴 벅찬 감동…. 예정일보다 한 달쯤 먼저 나온 한규와는 달리 정해진 개월 수를 다 채우고 나온 녀석이라 그런지 한규 때보다는 훨씬 똘망똘망해 보였다. 그런데 난리가 났다. 간호사가 부르더니 설명을 하는데 아르헨티나는 출생과 동시에 출생신고를 병원에서 해야 한단다. 한국 이름으로 할지 여기 이름으로 할지, 한국 이름은 어떻게 할지조차 정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지은 이름이 아리엘이다. 아르헨티나에선 매우 흔한 이름이지만 아리엘이라 말할 때의 울림도 좋고 해서 내심 염두에 두었던 이름이다. 형과 여섯 살이나 차이가 나는 조그만 녀석. 한규도 아리엘을 보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얼른 커서 같이 놀았으면 좋겠다나? 나중에 한국에서 아리엘의 출생신고를 할 때 다시 한번 고민을 하게 됐다. 그냥 아리엘이란 이름으로 올려야 할지, 한국 이름만으로 올려야 할지, 아니면 둘 다 올려야 할지…. 하지만 이미 아리엘이란 이름으로 불리던 아이에게 전혀 다른 이름을 붙여주는 건 싫었다. 그래서 신청한 이름이 ‘이 恩揆 아리엘’. 그런데 주민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한자와 한글은 병기가 안 된다나?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그럼 한글 이름 쓰는 사람들은 성도 한글로만 쓰나? 그래서 다시 신청한 이름이 ‘이 은규 아리엘’이었다. 그러자 다시 연락이 왔다. 이름에 띄어쓰기가 안 된단다. 이거 뭐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결국 우리 아리엘의 한국 정식 이름은 ‘이 은규아리엘’이 됐다. 글쓴이 덩헌(이정현)은… 제대 후 본격적으로 사회에 뛰어들기 전 세상 구경을 하겠다며 떠난 이탈리아 로마에서 ‘참 좋은 사람’ 멜라니(정미자)를 만나 불꽃같은 연애를 시작했고 2년 뒤 부부의 연을 맺었다. 매일 아침 목을 조여오는 넥타이를 고쳐 매며 헐레벌떡 회사로 향하던 어느 날, 결혼할 때 ‘너무 늙어 힘 빠지기 전에 세계 일주를 떠나자’라던 아내와의 약속을 떠올리게 됐다. 그때부터 두 사람 모두 잘나가던 직장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여행 준비에 착수해 드디어 2007년 5월, 생후 43개월 된 아들 한규까지 데리고 거의 ‘무계획’이나 다름없는 일정을 세워 길을 나섰다. 처음의 계획은 미국 LA를 시작으로 전 세계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2년의 여행이었지만, 1년여 동안 아메리카 대륙을 종단한 뒤 어쨌든 지금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민박집 ‘남미사랑’을 운영하며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북미, 중미, 남미를 거치며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와 소소한 깨달음 등을 담은 책 「미친 가족, 집 팔고 지도 밖으로」를 펴냈으며, 아르헨티나에서 얻은 ‘보석’ 둘째 은규까지 넷이서 함께 계속 ‘행복을 찾아서’ 살아가고 있다. <■기획 / 이연우 기자 ■글&사진 / 덩헌>

      2012.05.17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