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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2이닝 무득점’ 최악의 콜로라도, 칼 뺐다···뮬렌스 타격 코치 해임하고 클린트 허들 전 감독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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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이닝 무득점’ 최악의 콜로라도, 칼 뺐다···뮬렌스 타격 코치 해임하고 클린트 허들 전 감독 선임

      콜로라도 전 감독으로, 새로 타격코치로 선임된 클린트 허들. Getty Images코리아 2025 메이저리그 압도적 꼴찌로 처진 콜로라도가 타격코치를 해임했다. 클린트 허들 전 감독을 새 타격코치로 영입했다. 콜로라도는 18일 “공격에서 계속 고전하고 있다”면서 헨슬리 뮬렌스 타격 코치 해임을 발표했다. 새로 선임한 타격 코치는 콜로라도의 유일한 리그 우승을 이끈 클린트 허들 전 감독이다. 허들 전 감독은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콜로라도 감독을 맡아 2007년 구단 사상 유일한 리그 우승을 이뤄냈다. 콜로라도를 떠난 이후엔 2010년 텍사스 타격코치, 2011년부터 2019년까지는 피츠버그 감독을 맡았다. 이후 콜로라도 빌 슈미트 단장의 보좌 역할을 하며 주로 팀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관리해 와 현재 선수단을 잘 알고 있다. 타격코치에서 해임된 헨슬리 뮬렌스. 콜로라도 SNS 버드 블랙 감독이 지휘하는 콜로라도는 올 시즌 젊은 선수들 위주로 꾸렸으나 공수에서 전력 열세를 절감하고 있다. 팀 타율이 0.220에 그치고 있으며 3경기 연속 완봉패를 당하기도 했다. 32이닝 연속 무득점으로 구단 최악의 기록도 갈아치웠다. 최근 6연패 수렁 속에 3승15패로 양대리그 최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빌 슈미트 단장은 “삼진이 많아 득점력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코치 변경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허들은 젊은 야수들과 마이너에서 함께 활동해 왔기 때문에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양승남 기자 2025.04.18 09:45

    • 벗방하다 해임된 7급 공무원 BJ ○○, 행정소송도 패소

      연예

      벗방하다 해임된 7급 공무원 BJ ○○, 행정소송도 패소

      시청자 상대 음주 노출 징계 사유 전부 인정 항소 없이 소송 종결 7급 공무원에 임용 전후 성인방송 플랫폼에서 BJ로 활동하다 해임된 BJ ○○. 방송 화면 캡처 인터넷 성인 방송 플랫폼에서 BJ로 활동하다 해임된 7급 공무원이 해임 처분이 소송을 냈으나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4부(부장 김영민)는 전 고용노동부 소속 7급 공무원 A씨가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제시한 소송 청구를 기각했다. 소송 비용 또한 A씨가 부담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징계사유 존재가 모두 인정된다”며 “이러한 행위는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할 공무원으로서 위신 또는 체면을 심각하게 손상했다”고 했다. 또한 “A씨의 해임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직기강 확립이 공무원이 갖춰야 할 품위 유지 등에 관한 공익이 A씨가 입게 될 불이익과 비교해 작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고용노동부 소속 7급 공무원으로 임용된 전후 성인 방송 플랫폼에서 BJ ○○란 이름으로 활동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A씨는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며 시청자들과 대화하며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셨다. 누군가 현금성 아이템을 선물하자 놀라는 모습을 보인 다음 자신의 신체 일부를 노출하기도 했다. 이후 A씨의 방송은 인터넷 방송 운영자의 권한으로 중단됐다. 이후 A씨는 지난해 2월 해임당했지만 해임 처분에 불복해 이번 소송까지 제기한 것이다. A씨는 항소하지 않아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선명 기자 2025.04.10 14:41

    • [오피셜] ‘충격’ 벤투 감독, ‘1년 8개월’ 만에 UAE서 전격 경질···월드컵 진출 희망 있으나 북한전 승리 후 돌연 해임

      축구

      [오피셜] ‘충격’ 벤투 감독, ‘1년 8개월’ 만에 UAE서 전격 경질···월드컵 진출 희망 있으나 북한전 승리 후 돌연 해임

      파울루 벤투 감독.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한국 축구대표팀을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으로 이끌었던 ‘벤버지’ 파울루 벤투 감독이 1년 8개월 만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전격 경질됐다. UAE 축구협회는 26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파울루 벤투 감독과 코칭 스태프를 해임하기로 결정했다”라며 경질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UAE는 이날 북한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그러면서 A조에서 4승 1무 3패(승점 13)를 기록, 1위 이란과 2위 우즈베키스탄에 이은 3위에 올랐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하지만 승리를 거둔 직후, UAE는 벤투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이 경질 이유로 꼽히고 있다. 현재 아시아는 조 2위까지 본선에 직행하고 3·4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살아남아야 월드컵에 갈 수 있다. UAE는 우즈베키스탄과 4점 차가 나고 있기에 남은 두 경기에서 1번이라도 패한다면 2위 탈환은 물거품이 된다. 더불어 우즈베키스탄이 1승을 거둬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 하지만 6월 치르는 9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의 맞대결이 남아있기에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승점 6점짜리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마지막까지 희망의 불씨를 살리며 2위 탈환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그럼에도 UAE는 벤투 감독을 경질하는 수를 뒀다. 항간에서는 UAE가 3위에 오른 것만으로도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지만 UAE는 최근 이어진 성적 부진도 고려하며 경질의 칼을 빼든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은 지난 2023년 7월, 한국 대표팀을 떠난 데 이어 UAE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다시 한번 아시아에서 도전에 나섰다. 이후 UAE를 이끌고 지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16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만들기도 했으며,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에선 5승 1무를 기록하며 무패로 3차 예선에 진출했다. 벤투 감독의 UAE 최종 성적인 16승 6무 6패. UAE의 객관적인 전력과 기록만 놓고 봤을 때 전혀 경질의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결국 최근 이어진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을 피하지 못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찬기 온라인기자 2025.03.26 19:57

    • [오피셜] 킥오프 ‘3시간 전’ 충격 경질···에버턴, 션 다이치 감독 전격 해임→차기 감독으로 ‘前 사령탑’ 모예스 거론

      축구

      [오피셜] 킥오프 ‘3시간 전’ 충격 경질···에버턴, 션 다이치 감독 전격 해임→차기 감독으로 ‘前 사령탑’ 모예스 거론

      에버턴에서 경질된 션 다이치 감독.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말 그대로 충격적인 경질이다. 에버턴이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션 다이치 감독을 전격 해임했다. 에버턴은 10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에버턴은 션 다이치가 남자 1군 감독에서 즉시 해임되었음을 확인해줄 수 있다. 이안 완, 스티브 스톤, 마크 하워드, 빌리 머서(코치진)도 클럽을 떠났다”라며 다이치 감독의 경질 소식을 발표했다. 이어 “새로운 감독을 임명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며 적절한 시기에 소식이 전해질 것이다. 18세 이하 팀 감독 레이턴 베인스와 클럽의 주장 시머스 콜먼이 임시로 1군을 이끌 것이다”라고 전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버턴은 최근 몇 시즌 간 계속해서 강등 위기에 놓였었다. 2021-22시즌엔 16위, 2022-23시즌엔 17위를 기록하며 아슬아슬하게 강등을 피했다. 당시 18위 레스터 시티와의 승점 차는 단 2점이었다. 지난 시즌은 정말로 강등이 현실이 될 수도 있었다. 에버턴은 프리미어리그로부터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 규정(PSR) 위반 혐의로 승점 8점이 삭감되는 중징계를 받았다. 앞선 시즌의 성적으로 고려했을 때, 강등이 매우 유력했지만 에버턴은 반전을 만들어 내며 15위로 최근 기록한 최고의 순위로 잔류에 성공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하지만 올 시즌에도 강등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현재 에버턴은 3승 8무 8패(승점 17)를 기록하며 16위에 올라있고, 강등권인 18위 입스위치 타운과는 불과 1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사실상 강등권이나 마찬가지로 올 시즌에도 어김없이 강등 전쟁을 치를 것이 불가피하다. 최근 에버턴은 강팀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였었다. 아스널을 시작으로 맨체스터 시티, 첼시로 이어지는 죽음의 3연전에서 강력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패배하지 않으며 3연속 무승부를 기록했다. 물론 승리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으나 그럼에도 강팀들을 상대로 승점을 가져왔다는 것은 충분히 반등의 계기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노팅엄 포레스트에 0-2 패, 본머스에 0-1 패배를 당하며 2연패에 빠졌다. 노팅엄과 본머스가 올 시즌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으나 5경기째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강등권 언저리까지 추락한 것은 분명한 위기였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결국 에버턴은 다이치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갑작스럽게 경질 소식이 나온 것을 보면 단순히 성적 부진만으로 경질을 결정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로써 다이치 감독은 2023년 1월 에버턴의 지휘봉을 잡은 뒤, 약 2년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한편, 다이치 감독의 후임으로는 과거 에버턴을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박찬기 온라인기자 2025.01.10 04:28

  • 주간경향

    • 국제

      사상 첫 미 하원의장 해임···8명에 휘둘린 민주주의

      ㆍ공화당 내 강경파와 올 초부터 누적된 갈등 폭발 ㆍ임시의장, 법안 처리 권한 없어 예산 처리 불투명 지난 10월 3일 전격 해임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해임안 가결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UPI연합뉴스 “이로써 하원의장직은 공석이 됐음을 선포합니다.” 스티브 워맥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아칸소)이 지난 10월 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하원 본회의장에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 표결 결과를 발표했다. 회의장 전체가 깊은 침묵에 휩싸인 가운데 한 의원이 큰 소리로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해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미 의회 234년 역사에서 하원의장 해임안 발의는 1910년과 2015년, 이번을 포함해 단 세 차례에 불과하다. 해임안 가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상치 못한 하원의장 공석으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비롯한 의사일정이 마비되는 등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공화당 96%가 반대했지만 해임안 통과 전날 공화당 강경파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 매카시 의장이 추진한 임시 예산안 처리에 반발해 의장 해임결의안을 제출했을 때까지만 해도 결의안이 부결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공화당 내 강경파는 극소수에 불과한 데다 민주당에서도 기권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당 강경파 8명의 찬성표 투표에 참석한 민주당 208명 전원의 찬성표가 가세하면서 해임안은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통과됐다. 공화당 의원의 96%에 해당하는 210명이 반대했지만 4%에 불과한 당내 강경파 8명의 반란표 탓에 해임안이 통과된 셈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의회의 안정을 위해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요청했으나 민주당은 찬성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민주당은 매카시 의장이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착수를 지시하고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공격 사건을 조사하는 하원 위원회를 전복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그를 구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WP는 전했다. 해임의 직접적 도화선은 지난 9월 30일 통과된 임시 예산안이다. 게이츠 의원은 해임결의안 제출 뒤 기자회견을 열어 매카시 의장이 공화당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매카시 의장이 임시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등과 관련해 민주당과 ‘비밀 합의’를 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월 1일 “(매카시 의장과) 우크라이나에 관해 (합의를) 하나 맺었다”고 발언해 이 같은 의심에 불을 질렀다. 게이츠 의원은 앞서 지난 6월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합의안 가결 당시에도 “우리는 매카시가 하원의장이 되면서 약속했던 근본적 약속이 위반됐다는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며 경고한 바 있다. 매카시 의장 해임은 올해 초부터 축적된 그와 당내 강경파 사이 갈등이 폭발한 결과다. 매카시 의장은 지난 1월 하원의장으로 선출될 당시부터 당내 강경파와 충돌했다. 그는 당내 강경파의 반대로 무려 15차례나 표결한 끝에 의장직에 올랐다. 매카시 의장은 당시 강경파의 반대를 넘어서기 위해 의원 한명이 하원의장 해임안을 단독 발의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이를 두고 강경파가 이를 활용해 의장을 축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는데, 결국 현실이 됐다. 지난해 11월 물러난 낸시 펠로시 민주당 의원이 의장이던 시절에는 당론 또는 의원총회를 통해서만 의장 해임결의안을 발의할 수 있었다. 지난 10월 3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안을 발의한 맷 게이츠 공화당 의원이 미 의회에 도착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매카시 의장에 대한 게이츠 의원의 개인적 원한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게이츠 의원은 2021년부터 성추행, 성매매 및 불법약물 복용, 선거자금 유용 등 혐의로 미 하원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왔는데, 게이츠는 매카시 의장이 윤리위 조사를 부추겼다고 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게이츠 의원은 지난 10월 2일 기자들에게 “매카시 의장이 윤리위원회에 나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라고 신호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싸움을 위해 만들어진 사람이다. 나는 이보다 더 거친 상대들을 쓰러뜨려왔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매카시 의장 해임은) 올 한 해 동안 곪아 터진 공화당 분열의 정점”이라면서 “지난 1월 매카시 의장의 의장직 취임을 막으려 했던 (공화당 내) 극우세력과 매카시 사이에 벌어진 권력 투쟁의 정점”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매카시는 온건파가 아니었고 공화당이 민주주의에서 멀어지는 것을 견제하는 데 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서 “그는 그러나 극단주의의 길에서 벗어나 국가를 (셧다운의)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바이든과 합의를 모색하던 순간 해임됐다”고 평가했다. 8명 대부분 ‘티파티’ 출신 프리덤 코커스 게이츠 의원을 포함해 해임결의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 8명 대부분이 프리덤 코커스 소속이라고 알려져 있다. 뉴스위크는 8명 전원이 프리덤 코커스 소속이라고 전했다. 2015년 공화당 강경파 ‘티파티’ 의원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프리덤 코커스는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이민, 임신중단, 성소수자 문제 등에서 극우적 입장을 취한다. 대다수는 게이츠 의원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강성 트럼프 지지자들이다. 정확한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20~50명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하원 전체 의석(435석)에서 공화당이 221석, 민주당이 212석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숫자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매카시 의장은 9개월 내내 이들의 입김에 흔들렸다. 매카시 의장은 해임안 가결 이후 “의원 96%의 찬성을 확보했는데도 불과 8명이 상대편과 손을 잡고 일을 못 하게 한다면 어떻게 통치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토로했다. 로라 블레싱 조지타운대학교 정부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리는 공화당 하원 중 극소수가 의회와 재정에 커다란 기능 장애를 촉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시의장으로 패트릭 맥헨리 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이 임명됐으나 임시의장에게는 법안 처리 권한이 없어 입법 일정이 모두 중단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30일 통과된 임시 예산안이 만료되는 11월 17일 이후 예정된 내년도 본예산 처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매카시 의장의 해임안 통과로 기세를 올린 공화당 강경파가 정부 지출 대폭 삭감을 요구할 경우 임시 예산안에서 제외된 우크라이나 지원을 되살릴 가능성도 희박해진다.

      정원식 국제부 기자 2023.10.13 11:06

    • 국제 조찬제의 월드프리즘

      [월드프리즘]트럼프 이민정책 책임자 해임 요구 분출, 왜?

      ㆍ백악관 고문 스티븐 밀러의 e메일 파문… 인종차별에 기반한 반이민 시각 드러내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을 해임하라.” 지난 11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시민권 단체 50여 곳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밀러의 해임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사흘 뒤인 21일에는 120명이 넘는 민주당 상·하원의원들이 같은 내용의 서한을 백악관에 전달했다. 다음 날에는 유대인 연합단체가 밀러 해임 촉구에 동참했다. 왜 이들은 한목소리로 밀러의 해임을 촉구한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정책의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 밀러는 이민자를 혐오하는 인종주의자임을 보여주는 e메일 누출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발단은 밀러의 e메일이다. 지난 11월 12일 미국 시민권 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SPLC)’가 밀러가 백악관에 몸을 담기 전인 2015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15개월간 극우 온라인 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에 보낸 900여 건의 e메일을 공개했다. 밀러의 e메일은 그가 오랫동안 극우민족주의와 관련이 있었고, 이민자를 혐오하는 인종주의자라는 사실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11월 25일에는 SPLC가 이민자와 증가하는 범죄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의 e메일을 추가 공개했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침묵하고 있지만 밀러 e메일이 일으킨 파문은 진행 중이다. 인종차별주의자 민낯 드러낸 e메일 밀러는 알려진 대로 트럼프 이민정책의 설계자다. 만 34세에 불과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원년 멤버로 자리를 지키며, 사위 재러드 쿠슈너(38)와 함께 트럼프가 가장 총애하는 참모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e메일 파문으로 그는 백악관 입성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 밀러의 e메일의 실체는 <브레이트바트 뉴스>의 전 기자 케이티 맥휴가 밀러와 주고받은 e메일 900여 건을 SPLC가 운영하는 블로그 ‘헤이트워치’에 제공함으로써 드러났다. 2014년 4월~2017년 6월 <브레이트바트 뉴스>에서 에디터로 일한 맥휴는 반무슬림 트윗을 올렸다가 해고된 뒤 극우를 포기했다. <브레이트바트 뉴스> 에디터들이 2015년 밀러를 자신에게 소개해줬다고 밝힌 맥휴는 “밀러가 보내준 이메일 내용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됐다”고 헤이트워치에 말했다. 밀러의 e메일을 분석한 헤이트워치도 “밀러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 설계자로서 만든 밀입국 이민자에 대한 체포 쿼터 설정, 무슬림국가 시민의 입국금지 행정명령, 불법이민자 가족분리 수용 같은 정책들을 뒷받침하는 극단주의적 반이민 이데올로기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e메일의 80% 이상이 인종이나 이민과 관련된 내용이다. 헤이트워치에 따르면 밀러는 약 30년간 백인우월주의자로 활동해온 재러드 테일러가 발행해온 잡지 <아메리칸 르네상스>와 웹사이트 암렌(AmRen)의 인종 간 범죄와 관련한 기사에서 정보를 얻으라고 맥휴에게 지시했다. NPR 방송에 따르면 암렌은 백인우월주의자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대변자지만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밀러는 또 다른 백인우월주의자 웹사이트 VDARE에 실린 2015년 중남미와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패트리샤 관련 기사를 맥휴에게 보냈다. 그 후 두 사람이 허리케인이 미국으로 난민을 유입할 수 있다는 대화를 나눴다. 밀러는 또 맷휴에게 1970년대 이민자에 의해 유럽 문명이 파괴된다는 내용을 다룬 프랑스 소설 <성자들의 캠프>에 관한 글을 써볼 것을 제안했다. 이 책은 백인민족주의자 그룹에 중요한 영감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밀러는 아마존이 백인우월주의를 상징하는 남부연합기 판매를 금지하자 이에 분개하는 내용, 아돌프 히틀러가 칭송한 우생학에 기반을 둔 이민법을 지지하는 내용, 난민 재정착이 미국의 주권과 문화를 말살하려는 계획의 일부분이라는 음모론을 전파했다. 종합하면 밀러의 e메일은 밀러가 백인우월주의자와의 연결고리이자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이민정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보여주는 통로라 할 수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SPLC가 좌익단체라는 점을 들어 e메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그의 해임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스티븐 밀러가 백악관에 머무는 매일매일이 위기”라는 트윗을 올렸다.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은 민주당 의원들의 해임 촉구에 대해 SPLC는 “완전히 신뢰할 수 없고 오랫동안 잘못됐음이 드러난 극좌 중상모략 조직”이라고 선을 그었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밀러에 대한 비판은 그의 유대인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유대인 연합단체는 11월 22일 “백악관이나 미국에 백인우월주의자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분명히 하기 위해” 밀러를 해임할 것을 트럼프에게 촉구했다. 어떻게 트럼프 이민정책 설계자가 됐나 밀러의 이민관은 그가 지난 8월 <워싱턴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밝힌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이민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현안이다. 이민은 보건의료제도·교육제도·공공안전·국가안보·경제·금융제도에 영향을 미친다. 이민의 목표는 우리 사회의 활력과 단결과 단란함과 견고성을 높이는 이민제도를 만드는 데 있다.” 11월 12일(현지시간) 스티븐 밀러의 e메일을 폭로한 시민권 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SPLC) 블로그 ‘헤이트워치’의 안내문. / SPLC 웹사이트 캡처 밀러가 트럼프의 이민정책에 관여하게 된 계기는 트럼프 행정부 초대 법무장관을 지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과의 인연 때문이다. <허핑턴포스트> 11월 22일자 기사에 따르면 2013년 당시 세션스 의원은 미 이민정책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는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이민을 주제로 참모들과 대화를 즐겼다. 그때 두각을 드러낸 이가 공보국장 밀러였다. 두 사람 모두 이민제한주의자였지만 밀러가 히스패닉에 대한 인종적 차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데 비해 세션스는 경제적인 이유에서 이민제한을 찬성했다는 점에서 입장차이가 난다. 두 사람의 합작품이 2015년에 나온 25페이지짜리 이민 지침서다. 이 지침서에서 밀러는 1924년 존슨-리드법에 대해 “임금을 인상하고 동화가 이뤄지고 중산층이 탄생하도록 이끌었다”고 찬양했다. 물론 이 지침서는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페인 때 이민정책의 기초 자료로 활용됐다. 밀러는 그동안 합법적 이민을 허용해온 미 이민 역사의 큰 물줄기를 이민제한 쪽으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민자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의 이민에 대한 생각은 “(미국은) 박해받은 자들의 망명지”(조지 워싱턴), “(이민자들은) 자신의 나라에서 가장 무시당한 바보들”(벤저민 프랭클린)이라고 할 만큼 미 창시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라질 정도였다. <디바이딩 라인스>를 쓴 미 작가 대니얼 티치너는 “과거에는 이민자를 사랑했고, 지금은 이민자를 두려워한다”고 표현했다고 <허핑턴포스트>는 전했다. 이민제한을 처음 법제화한 것이 1882년 중국인 배제법이다. 1924년 존슨-리드법은 그동안 관대했던 이민자에 대한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였다. 이 조치로 해외에 있는 미국 영사관으로부터 비자를 취득한 사람만 미국으로 올 수 있었다. 사실상 유럽 이민자를 겨냥한 법이었다. 나치 정권의 유대인 탄압에도 불구하고 존속해온 이 법은 1965년 하트-셀러법으로 대체됐다. 비로소 ‘미국이 세계에 문호를 개방’하게 된 것으로 평가받는 이 법은 인종에 따른 쿼터를 없애고, 유럽 이외의 국가로부터 오는 이민자를 실력 본위로 받아들이는 게 골자다. 이 법 도입으로 이민자 숫자는 1965년 960만 명에서 2015년 4500만 명으로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90%가 유럽 출신이 아니다. 밀러의 이민정책들은 미 이민의 기본으로 자리 잡은 하트-셀러법을 뒤흔든 것이다. 반이민 싱크탱크 이민연구센터의 선임연구원 스티븐 카머로타는 <워싱턴포스트>에 “밀러는 이민 토론을 불법 이민자의 역경보다는 무엇이 미국에 최대 이익이 되는지에 맞추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서 “당신이 대통령이라면 이를 믿을 수 없을 만큼 소중히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밀러는 고교 시절 이민 문제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졌다. 밀러는 지난 8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로 “당시 남부 캘리포니아에서는 당장 폭발할 것 같은 주제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밀러는 “모든 친척이 리버럴 민주당원이었다”면서 “보수주의자는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또 고교 시절 “역사와 정부 과목이 애국심을 저해하고 공유된 미국의 정체성을 증진하는 데 실패했다는 이유로 선생님에게 대들기도 했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기구 장악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이민정책은 밀러의 머리에서 나왔지만 밀러 혼자 힘으로는 추진할 수 없었다. 조력자들이 필요했다. <허핑턴포스트> 11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이민을 관장하는 국토안보부 산하 시민이민국(CIS)의 강경파 그룹이 그들이었다. 존 켈리 당시 국토안보부 장관의 선임고문 진 해밀턴과 프랜시스 시스나 CIS 국장, 시스나의 후임인 켄 쿠치넬리 CIS 국장대행 등이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편성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해밀턴은 국토안보부에서 밀러의 ‘무시무시한 칼’로 불렸다. 시스나는 ‘이민법의 백과사전’, ‘완벽한 이민 괴짜’로 불렸다. 한 국토안보부 직원은 “만약 그에게 이민국적법 468페이지 두 번째 단락이 뭔지 물어보면 그대로 인용할 것”이라며 찬탄했다고 <허핑턴포스트>는 전했다. 버지니아주 검찰총장을 지낸 쿠치넬리는 시스나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버지니아주 상원의원 시절 그는 고용주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노동자를 해임할 수 있는 제안을 도입하기도 했다.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버니 톰슨 위원장은 쿠치넬리를 “반이민 비주류 인사이자 트럼프 아첨꾼”이라고 비판했다. 국토안보부 내 이민제한주의자들의 목표는 ‘이민 길’ 차단이었다. 합법적이냐 불법적이냐, 난민이냐 정치적 망명자냐는 것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켈리 장관 때문에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 밀러는 켈리 장관이 2017년 7월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옮기고 나서야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기구를 장악할 수 있었다. 이후 밀러는 이민자의 입국비자 사기방지와 퍼블릭차지 규정 도입, 망명신청자 규정 강화에 관심을 기울였다. 비자 사기방지를 위한 조치로 이민 관련 서류양식은 늘어났고, 비용은 올랐으며, 발급시간은 지체됐다. 저소득층 식비 지원제도인 푸드 스탬프, 저소득층과 장애인 의료보험제도인 메디케이드, 주택보조금을 제외하려는 새로운 ‘퍼블릭차지’ 규정 도입은 트럼프 이민정책 중 가장 야심작이다. 이 규정이 도입되면 가난한 유색인종의 이민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5월 24일 시스나를 해임하고, 후임에 쿠치넬리를 앉힌 것은 이 일이 진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쿠치넬리는 최근 국토안보부 부장관대행으로 승진했다. 망명 신청자 규정 강화로 11만 명이던 연간 난민수용자는 2017년 4만5000명, 현재는 역대 가장 적은 1만8000명으로 급감했다. 밀러의 이민정책은 다양하게 입법화됐지만 반대 여론과 연방 법원에 막혀 번번이 뒤집혔다. 트럼프가 건설하겠다고 밝힌 멕시코 국경장벽도 집권 이후 신설된 곳은 전혀 없다. 이민은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의 가장 중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밀러의 이민정책에 대해 트럼프가 만족하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봄 도입한 가족분리정책, 취임 직후의 무슬림 국가 시민의 입국 금지 조치가 실패했을 때 트럼프는 밀러에 불만을 드러냈다. 보수 성향 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의 칼럼니스트 타니아 로우는 밀러의 이메일이 누출된 11월 12일 칼럼에서 밀러가 이민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아 공화당의 주요 정책들이 위협받게 됐다면서 그의 해임을 주장했다.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 이민정책이 미칠 영향에 따라 밀러의 정치 운명도 좌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찬제 선임기자 2019.11.29 15:32

    • 국제 조찬제의 월드프리즘

      [조찬제의 월드 프리즘]“숨을 못쉬겠어” 호소 외면 경찰 5년 만에 해임

      ㆍ반복되는 흑인의 죽음과 반성 없는 백인 경관의 현실 “대니얼 팬털레오가 더 이상 뉴욕시 경찰관으로 봉사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지난 8월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경찰청장 제임스 오닐은 5년여 전 미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흑인 남성 에릭 가너(사망 당시 43세) 사망사건에 연루된 백인 경찰관의 해임을 발표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정확히 1860일 만이었다. 백인 경찰이 공권력을 이용해 흑인 남성을 죽여도 기소조차 잘 되지 않는 미국에서 책임을 물어 경찰을 해임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흑인 에릭 가너가 2014년 7월 17일 오후 미국 뉴욕경찰국(NYPD) 소속 사복경찰 2명에 의해 체포되는 과정. 대화를 하던 중 더스틴 다미코가 수갑을 꺼내자 뒤에 있던 대니얼 팬털레오가 금지된 목조르기 수법을 동원해 가너를 제압하고 있다. / 뉴욕데일리뉴스 웹사이트 캡처 에릭 가너 사건은 일반적인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남성 사망사건과 많이 달랐다.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하는 사건은 비일비재하지만 가너의 죽음은 총기와 무관했다. 가너는 거대한 체구였지만 경찰에 저항하지 않았다. 위협적인 행동도 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달아나려고도 하지 않았다. 경찰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도 경찰은 금지된 ‘목조르기(chokehold)’로 제압해 그를 사망케 했다. 1860일 만의 승리, 그러나 시작일 뿐 에릭 가너 사망 논란은 사건 발생과정을 담은 동영상에서 비롯됐다. 아내와 6남매, 3명의 손자를 둔 가너는 2014년 7월 17일 오후 3시30분쯤 뉴욕시 5개구의 하나인 스탠튼아일랜드 거리에서 뉴욕경찰국(NYPD) 소속 사복 경찰관 2명을 맞닥뜨린다. 대니얼 팬털레오와 저스틴 다미코다. 두 경찰이 그를 제지한 이유는 불법 담배 판매. 가너는 팬털레오의 목조르기 공격을 받고 쓰러지기 전까지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 “뭐 때문에 도망가겠어? 아무 짓도 안 했어. 당신들은 볼 때마다 날 못살게 굴어. 정말 진절머리가 나. 오늘부로 이런 일은 끝나야 돼(It stops today). 여기 서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모두 다 말해줄 거야. 내가 아무 짓도 안 했다는 걸….” 그 사이 경찰차가 현장에 도착한다. 그 순간 팬털레오와 함께 있던 다미코가 수갑을 꺼내며 가너에게 다가가자 그 뒤에 있던 팬털레오는 목조르기로 가너를 쓰러뜨린다. 4명의 경찰이 쓰러진 그의 몸을 누른다. 팬털레오는 여전히 그의 목을 조르고 있다. “숨을 못쉬겠어(I can’t breathe). 숨을 못쉬겠어. 숨을 못쉬겠어. 숨을 못쉬겠어. 숨을 못쉬겠어. 숨을 못쉬겠어. 숨을 못쉬겠어. 숨을 못쉬겠어. 숨을 못쉬겠어. 숨을 못쉬겠어. 숨을 못쉬겠어.” 가너는 쓰러진 지 불과 30초도 안 된 시간에 숨을 쉴 수 없다고 11번이나 호소했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가너는 경찰이 구급차를 기다리는 7분 동안 누운 채로 있었다. 경찰은 심폐소생술과 같은 기본적인 응급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다. 이 모든 과정을 촬영한 램지 오타의 14분43초 분량의 동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z0j-7L094d0)을 보면 가너는 쓰러진 뒤부터 들것에 실리기까지 약 13분 동안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 가너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약 1시간 만에 사망했다. 뉴욕시 법의학자가 밝힌 가너의 사인은 ‘과실치사’. 부검 결과 가너는 경찰이 물리적 제지를 가하는 동안 목과 가슴에 입은 압박과 엎드린 자세 탓에 숨졌다. 가너가 앓고 있던 천식과 심장병, 비만도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제시됐다. 건장한 체구의 가너가 이런 병력을 가지고 있는 줄 몰랐다고 경찰은 발뺌했지만 본질은 대응수칙을 지키지 않은 데 있다. 목조르기는 NYPD가 1993년 이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너에게 목조르기를 한 팬털레오는 사흘 뒤인 7월 20일 내근부서로 배치됐다. 백인 경찰관이 5년여 만에 해임됐지만 가너 가족은 반발했다. 팬털레오뿐만 아니라 나머지 연루 경찰관 6명의 처벌까지 요구해온 가너 가족은 팬털레오의 해임은 그 과정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가너의 어머니 그웬 카는 “끝나지 않았다. 팬털레오 뒤를 따라가야 할 또 다른 경찰관들이 있다”고 말했다. 에릭 가너를 목조르기로 사망하게 한 뉴욕 경찰 대니얼 팬털레오. / AP연합뉴스 경찰들도 반발했다. 뉴욕시 최대 경찰조직인 PBA는 성명을 내고 오닐 청장을 “반경찰 극단주의자”라고 비난했다. ‘팔은 안을 굽는다’고 민간인 신분인 청장이 되기 전까지 NYPD 국장을 지낸 오닐도 가너의 죽음을 “되돌릴 수 없는 비극”이라고 하면서도 “만약 내가 경찰이었다면 아마 나도 화가 났을 것”이라고 했다. 에릭 가너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3주 뒤인 8월 9일에는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교외지역인 퍼거슨에서 18세 흑인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관 대럴 윌슨이 쓴 총에 맞아 사망했다. 당시 브라운은 고교를 졸업한 지 8일밖에 되지 않았다. ‘퍼거슨 사태’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미 전역은 다시 한 번 경찰의 무차별적인 공권력 행사에 대한 분노로 들끓었다. 여전히 흑인의 목숨은 중요하지 않다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2012년 2월 26일 플로리다주 샌퍼드에서 17세 흑인 트레이번 마틴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 자경단원 조지 짐머맨이 2013년 무죄평결로 석방되면서 울려퍼지기 시작한 구호다. 마이클 브라운 사건과 에릭 가너 사건을 계기로 이 구호가 미 전역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경찰이 흑인들의 목숨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는 많다. 경찰 폭력을 집계하는 미국 단체 ‘매핑폴리스바이얼런스’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경찰에 의해 사망한 사람은 1147명이었다. 그 중 25%가 흑인이었다. 미 전체 인구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 13%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영국 언론 <가디언>의 2017년 10월 보도를 보면 2016년에 15~34세 흑인 남성의 경우 다른 미국인에 비해 경찰에 의해 죽는 비율은 9배나 높았다. 이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해마다 집계하는 과실치사 숫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올해 8월 미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8월 실린 연구결과를 보면 흑인 어른과 소년 1000명 중 1명 꼴로 경찰의 폭력에 의해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백인 남성이나 아이보다 2.5배 많다. 반면에 유색인종을 숨지게 한 경찰관이 기소되거나, 기소되더라도 유죄선고를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미국경찰위법행위보고계획이 2009년 4월부터 2010년 말까지 3238건의 범죄행위를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33%만 유죄선고를 받았다. 유죄선고를 받은 경찰관의 36%만 징역형을 살았다. 경찰관의 유죄선고 및 유죄선고자의 징역형 비율은 일반인의 절반 수준이었다. 실제로 2012년 트레이번 마틴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 자경단원 조지 짐머맨은 무죄평결을 받았다. 마이클 브라운을 숨지게 한 백인 경찰과 대런 윌슨은 대배심이 정당방위로 인정해 불기소됐다. 2015년 4월 19일 볼티모어에서 경찰 체포과정에서 다쳐 일주일 만에 숨진 25세 청년 프레디 그레이 사건 연루 경찰 6명도 전원 석방됐다. 2014년 11월 22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한 공원에서 장난감 총을 든 12세 흑인 소년 타미르 라이스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경찰관은 1년 반 뒤 해임됐지만 그의 경찰 채용과정에서 빚어진 비리가 사유였다. 제임스 오닐 뉴욕 경찰청장이 지난 8월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니얼 팬털레오의 해임을 발표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비극의 뿌리는 백인의 인종주의적 공포 에릭 가너 사건을 비롯해 백인 경찰의 폭력에 희생된 사건의 핵심은 ‘흑인은 위험하다’는 오랫동안 인종주의에 기반한 백인의 흑인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흑인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해온 문화에 있다. <혐오사회>(2017·다산초당)에서 에릭 가너 사건을 상세히 다룬 독일 언론인이자 작가인 카롤린 엠케는 “백인의 폭력에 대한 공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집단체험이자 노예제의 유산”이라고 진단했다. 엠케에 따르면 이 사건은 언제나 흑인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해주는, 역사적으로 학습된 시각에 따른 것이다. 엠케는 프랑스 정신의학자이자 정치가이자 저술가였던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에 나오는 흑인의 몸을 바라보는 백인의 시선을 인용하면서 “흑인이 추워서 몸을 떠는 것도 분노의 표현으로 해석해 흑인을 항상 기피하거나 두려워해야 마땅한 존재로 바라보도록 교육받은 사회에서 백인의 폭력에 의해 희생된 흑인은 아무런 위험을 초래하지 않더라도 늘 위협적인 존재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에릭 가너를 비롯해 트레이번 마틴, 마이클 브라운, 타미르 라이스는 그런 문화에서 정당화된 백인들의 피해망상의 희생자였다. 그런 위험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것이 백인 경찰의 임무로 정당화되는 게 미국 사회다. 가너에게 목조르기를 한 팬털레오가 아무런 악의나 증오를 느끼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흑인이 느끼는 공포는 경찰의 불심검문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한 에릭 가너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상화돼 있다. 흑인은 백인에게 잠재적인 범죄자일 뿐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경찰의 검문은 흑인에게 “체계적인 모욕”이다. 그래서 엠케는 “흑인의 육체에 대한 인종주의적 공포는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재생산되는 반면, 그런 낙인이 찍힌 흑인이 백인 경찰의 폭력에 대해 느끼는 근거 있는 공포는 바로 그 인종주의 때문에 사각지대에 남아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억울한 역설”이라고 지적했다. 미 작가 리베카 솔닛도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솔닛은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2018·창비)에서 라틴계 청년 알레한드로(알렉스) 니에토의 죽음을 자세히 다뤘다. 나이트클럽 보안요원으로 일하던 니에토는 2014년 3월 21일 저녁 7시 무렵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공원에서 경찰관이 5분 동안 쏜 59발의 총알 중 14발을 맞고 사망했다. 니에토가 테이저건으로 경찰관들을 겨냥했고, 경찰관들은 테이저건을 총기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솔닛은 “백인 주민들이 동네를 걷거나 운전하거나 돌아다니거나 하는 그냥 살고 있는 유색인종 주민들을 범죄 용의자로 간주하는 일이 가끔 발생한다…. 니에토의 죽음에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여러 명의 백인 남성이 그를 실제보다 더 위험한 존재로 인식했기 때문에 그가 죽었다는 것이다”라고 썼다. “오늘부로 이런 일은 끝나야 돼.” 에릭 가너가 목조르기를 당하기 전에 한 말이다. 그 말에는 체념이 묻어 있다. 카롤린 엠케는 가너가 한 말 중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이라고 했다. 엠케는 “수없이 검문당하고 체포당하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사람이 영원히 모욕당하고 멸시당하는 흑인의 역할을 태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당한 연극에서 더 이상 그 역할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사람의 말”이라고 했다. 가너의 바람대로 ‘이런 일’이 끝나는 날이 올까? 11번이나 “숨을 못쉬겠어”라는 호소를 듣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경찰들을 보면 절망할 수밖에 없다.

      조찬제 선임기자 2019.08.30 14:32

    • 정치

      [정치]검토만 하는 현오석 부총리 해임건의안도 검토할까?

      ㆍ사퇴론 거세지만 일단 재신임… 앞날 순탄치 않을 듯 “검토해 보겠습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답변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국회 기재위 한 민주당 의원 측은 “야당 의원들이 집요하게 질의하면 그냥 검토하겠다고 말하니까, 김이 빠져서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된다”며 현 경제부총리의 답변 태도를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국회 기재위 회의록을 검토해본 결과 현 경제부총리는 의원들의 질의 때마다 ‘검토하고 있습니다’ ‘검토해 보겠습니다’ ‘신중하게 검토하겠습니다’ ‘저희가 검토는 하겠습니다만’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향후 유념하도록 하겠습니다’ ‘모색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관용어구처럼 사용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여당인 새누리당의 김태호 의원은 11월 말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현 부총리의 통상적인 답변에 대해 “언제까지 검토하실지 모르지만”이라고 핀잔했다.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여론 들끓어 ‘검토만 하던’ 현 부총리는 카드사 정보유출사태가 발생하자 ‘금융사 문책’ ‘대책 수립’을 강조하며 발언 강도를 높였다. 1월 2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였다. 당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했기 때문에 현 부총리의 뜻밖의 강경한 태도는 별 무리가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어리석은 사람이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는 발언이었다. 개인정보 유출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으로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다음날 해명에도 불구하고 비난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 다음날 또 해명을 한 현 부총리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찾을 것”이라는 예전의 ‘검토’ 발언 수위로 다시 되돌아왔다. 야당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현 부총리에 대한 문책론과 사퇴론이 쏟아져나왔다. 1월 29일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2월 국회에서 (현 부총리) 해임건의안 제출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부총리가 자주 쓰던 ‘검토’ 카드를 야당 원내대표가 내걸게 된 상황이 온 것이다. 하지만 야당의 ‘검토’ 카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민주당은 2월 3일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현 부총리) 해임건의안 제출을 의결했다. 2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해임함으로써 이제 야권의 표적은 현 부총리에게로 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월 27일 “공직자들의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재발할 때에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경고가 붙어 있어 현 부총리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으로 해석됐다. 국회 기재위의 민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의결에 대해 “(현 부총리 유임은) 어떻게 보면 야당에게는 잠시 고마울지 몰라도 국민에게는 불행”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상임위에서 답변을 한 후에 그 답변에 대해 추가적으로 구체적인 질의만 해도 답변을 하지 못한다”며 “지금까지 역대 경제부총리 중 최악의 경제부총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수장으로 인정하는 분위기 아니다” 민주당 기재위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당 의원들조차 혀를 내두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의원 측은 “여당 의원들이 현 부총리에게 집요하게 질문하는 것을 보면 ‘감’이 안 되는 부총리에 대한 질투심도 배어 있는 듯했다”고 해석했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현오석 부총리. | 김영민 기자 여당의 한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로서는 사실 답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자신들의 표를 깎아먹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월 27일 박 대통령이 경고를 하기 전까지 여당 내부에서도 현 부총리에 대한 불만이 비등했다. ‘박근혜 키즈’로 불리는 소장파인 김상민 의원은 1월 24일 현 부총리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미 대통령의 경고로 한 차례 흠집이 난 현 부총리가 최근 아르헨티나 위기설로 불거진 신흥국 경제불안에 경제 수장으로서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경제불안이 덮쳐오는 데도 경제 수장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경제 수장의 리더십이 한계에 달했다는 비판도 곁들여 있다. 한 여권 인사는 “경제계는 나름대로 자신의 영역을 갖고 있는 분야인데 지금 현 부총리를 경제 수장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현미 민주당 의원은 “경제부총리라면 그 자체가 시그널이라고 봐야 한다”며 “이전의 부총리는 비록 야당에 비판을 받더라도 시그널이라도 갖고 있었지만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현 부총리에게선 아무런 시그널이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2월 7일 YTN라디오에서 “새누리당 입장에서 본다면 전면개각은 그렇다 하지만 부분개각의 필요성은 아주 절실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분개각의 대상으로는 현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이 거론되고 있다. 현 부총리는 해임된 윤진숙 전 장관과 유사점이 많다. 박근혜 정부에서 전격 발탁됐지만 무능과 돌출 발언으로 논란이 돼 왔다는 점, 관련 연구원의 책임자 출신이라는 점, 어떤 경로로 박 대통령의 눈에 들었는지 아직까지 발탁 배경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여당 내부에서 경제를 좀 안다는 사람들은 서로 누가 추천했느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아직까지 누가 추천했다고 하는 분이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재신임을 받긴 했지만 현 부총리의 앞에는 고난의 길이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은 정보유출 국정조사에서 현 부총리의 증인 출석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의 강기정 의원은 “여당에서 반대할지 모르지만 민주당은 강력하게 증인 출석을 요구할 것”이라며 “현 부총리가 지금이라도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2월 국회에 현 부총리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기세다. 현 부총리는 2월 말 부처 업무보고를 앞두고 있다. 박근혜 정부 2년차를 맞았지만 그동안 경제분야에서 거의 성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호된 질책이 예상되고 있다.  2월 5일 국무조정실의 업무보고에서는 국정과제 평가 결과가 일부 공개됐다. 140개 국정과제 중 집행 및 목표달성 측면에서 경제분야는 꼴찌를 기록했다. 경제분야에 속한 42개 과제 중 우수 평가는 6개에 불과했다. 부처 평가에서도 기획재정부는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야심만만하게 밝혔지만 현 부총리의 경제체제에서 이 계획이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지에 대해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윤호우 선임기자 2014.02.11 15:34

  • 레이디경향

    • 화제

      일제고사 반대하다 해임된 설은주 교사가 기다리는 봄

      지난해 10월, 전국 단위로 치러진 학업성취도평가 당시 교육 당국의 방침을 어기고 일부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설은주 교사는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하루아침에 아이들과 생이별을 하고 7년간의 교직 생활 중 가장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녀는 밝고 씩씩하다. 머지않아 아이들과 다시 만날 봄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담임편지’ 통해 일제고사 알려, 학부모들께 선택권 이양했을 뿐 방학을 앞둔 지난 12월 17일 오전, 서울 수유동 유현초등학교 6학년 2반 교실은 눈물바다를 이뤘다. 전날 해임 통보를 받은 이 반의 담임 설은주 교사(30)가 아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다. “너희들이 체험학습 가서 선생님이 학교에 못 나오는 건 절대 아니야. 당당하게 어깨 펴. 오늘이 방학식이라고 생각하자. 선생님은 너희를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 선생님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던 아이들도 이내 상황을 알아차리고 훌쩍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29명 아이들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불렸다. “영석이(가명)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소민(가명)이는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결국 선생님의 인사는 끝을 맺지 못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볼 수 없다는 선생님의 슬픔과 하루아침에 선생님을 잃게 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교실 가득 울려 퍼질 뿐이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헤어지게 된 건 설은주 교사가 지난 10월 학업성취도평가 당시 교육 당국의 방침을 어기고 일부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학부모들께 편지를 써 처음으로 치러지는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해 알릴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이러한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편지는 그녀가 학부모, 아이들과 나누는 일상적인 소통이었다. “가정통신문이라고 하면 너무 딱딱하고요, ‘담임편지’라고 해요. 학부모님들이나 아이들과 편지를 자주 주고받았어요. 3월에 처음 담임이 됐을 때 제 사진을 넣어 함께 보내드렸고 아이들 알림장에 붙여드리거나 개인 상담이 필요할 때 전해드리곤 했죠. 학교에서 행사가 있을 때 가정통신문만으론 부족한 부분이 있거든요. 그럴 땐 편지를 통해서 어떤 행사인지, 준비물은 무엇인지 자세하게 알려드렸어요. 지난 학업성취도평가 때도 그러한 맥락이었어요.” 10월 13일,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가 실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교사로서 과연 일제고사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정보공시제도가 도입돼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정보 열람이 가능해지는 마당에 일제고사가 학교 서열화와 학생 줄 세우기를 위한 밑 작업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일제고사는 이미 커질 대로 커져버린 사교육 시장과 지옥 같은 입시 전쟁, 조금이라도 뒤떨어지는 학생은 가차 없이 낙오시키는 엘리트 교육으로 대변되는 어두운 미래의 중심에 있었다. “담임편지에 일제고사에 대한 교사로서의 소견을 적어 보내드렸어요. 이러한 시험이고 응시 여부는 학부모님들께서 결정하라는 내용이었죠. 학부모님들은 가장 질 좋은 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계세요. 교육자로서 소신을 밝히고 결정을 해야 하는 분들께 선택권을 이양한 것뿐이에요.” 13명 학생의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시험 대신 체험학습에 보내는 것을 선택했고 그녀는 학부모들의 선택에 따랐다. 물론 시험을 보겠다는 학생들에게는 최대한 시험을 잘 보게끔 최선을 다했다. “제가 일제고사를 거부했다고 하는데, ‘거부’라는 표현은 우리 반이 시험을 아예 안 봤거나 혹은 시험 보려고 하는 아이들을 막았거나 채점, 관리, 감독을 하지 않았거나 하는 행위예요. 시험을 보겠다고 한 아이들한테는 시험 잘 보라고 쪽지를 써줬어요. 감독도 하고 채점도 하고…. 거부를 유도했다는 말도 맞지 않아요. 유도를 하고 유도를 당했다는 건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는 거잖아요. 당당히 아이들 교육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한 학부모들에게 유도당했다고 매도하는 건 그분들을 무시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학교는 교실서 숨죽인 아이들도 포용해야 하는 곳 이번 사건으로 여론의 중심에 서게 된 그녀지만 그렇다고 학생운동을 했다거나 교사인권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는 ‘투사’는 아니다.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제철고를 졸업한 그녀는 여느 대입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점수에 맞춰 대학에 진학한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입시지옥을 몸소 겪은 98학번이에요. 고등학교도 시험 보고 들어갔어요. 고등학교 3년 내내 ‘무조건 서울대’라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싶은 생각뿐이었죠. 솔직히 교사로서 큰 꿈이 있어서 교대에 진학한 건 아니었어요. 안정되고 적성에도 맞고,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선생님이 되면 글 쓸 시간이 많겠다 싶었는데 학교에서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어요.” 교사로서 가져야 할 사명에 눈을 뜬 건 선배들이 운영하는 공부방에서 미아리 성매매 집결 지역 아이들을 가르치던 때였다. “거기서 책에서만 보던 걸 봤어요. 집창촌에 모여 살고 있는 서민들과 아이들을 보면서 ‘아, 이런 현실이 있구나. 선생님이 되면 이런 아이들도 있다는 걸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곳에서 3년 반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거기서는 다 똑같은 아이들이에요. 공부하기 싫다고 도망가고 전 그런 애들 잡으러 다니고. 밝고 명랑하고 개구쟁이인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는 자기를 잘 드러내지 않아요. 공부방에서는 활발한 아이들이 학교에서는 말 한마디 안 하고 가만히 있다 오는 거예요. 나중에 우리 반에 말 없는 아이 중에 저런 아이들이 있을 수 있겠구나, 내가 관심을 갖지 않고 물어봐주지 않으면 계속 모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학교 교육은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평등하게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그녀의 신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2002년 진짜 선생님이 됐을 때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한 건 그녀가 생각하는 공교육의 가치에 가장 어울리는 울타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7년 동안 교편을 잡으며 초등학교 교사로서 자연스럽게 해오던 일을,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인데 세상은 그녀가 대한민국 교육을 송두리째 바꾸려 작심한 강성 교사로 여기는 눈치다. 공무원도, 전교조도 아닌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로서 아이들과 생이별을 해야 할 만큼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지른 건지 아직도 수긍이 가지 않는다. “11월 말에 중징계 이야기를 듣고 생각보다 일이 커지겠구나 예상은 했어요. 중징계면 정직이나 해임, 파면 중 하난데 솔직히 해임까지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죠. 제가 한 일은 가정통신문 보내고 체험학습을 허가한 것뿐인데, 교육자로서 소신을 밝히고 학부모님께 선택권을 이양한 것이 교사를 학교에서 쫓아낼 정도로 큰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학부모님들도 감봉이나 정직 3개월 정도일 테니까 너무 걱정 마시라고, 아이들 졸업식 때 보자고 말씀하시더라구요.” 하지만 결과는 해임이었다. 해임과 파면은 교사들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교사 자격증이 박탈되고, 교사가 되려면 각각 3년과 5년 뒤 다시 임용고시를 치러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08년 3월 학부모 돈으로 해외여행을 간 교사들에게 경징계 결정을 했고 2007년에는 상습적으로 학생을 성추행한 교사에게 정직 3개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학생들에게 시험 선택권을 준 것이 성추행한 교사보다 더 큰 잘못을 한 것인지 그녀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무엇보다 유독 정이 많이 든 6학년 아이들과 하루아침에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프고 미안했다. “해임 결정이 나고 저한테 주어진 시간이 열흘 정도였는데 언제 그만 나오라는 통지서가 나올지 몰랐어요. 통지서가 나오면 바로 그 다음날부터 학교에 나올 수 없으니 매일매일이 가시방석이었죠. 하루 정도 힘이 빠져 있다가 이튿날부터는 수업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그만두기 전까지 최대한 진도를 나가고 싶었어요. 그동안 못했던 과학실험도 챙겨서 하고 ‘얼마 남지 않은 방학까지 담임선생님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떠나자’고 생각했죠. 아마 7년 교사 생활 중 제일 바쁘게 수업한 때였을 거예요(웃음).” 아이들은 교사의 삶에서 배운다 선생님의 속 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해맑기만 하다. 선생님과 헤어지던 날 울면서 선생님을 붙잡았던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개구쟁이로 돌아갔다. 선생님이 학교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선생님 잘렸다’라고 얘기하니까 아이들이 오히려 저를 다독이더라고요. 선생님 걱정 말라고. 당연히 돌아올 건데 그냥 살짝 겁주려고 그러는 거라고, 누가 누구랑 싸웠다, 점심때 무슨 반찬이 나왔다, 케이크가 나왔는데 선생님 못 드셔서 어떡하나…. 학교에 나가지 않아도 무슨 일이 있는지 훤히 알 정도예요(웃음).”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그녀의 휴대폰은 아이들이 보내온 문자 메시지와 학부모들의 격려 전화로 쉴 새 없이 울렸다. 한파가 계속되는 겨울의 한가운데, 며칠 동안 이어진 농성으로 몸이 축날 대로 축난 그녀지만 아이들의 전화를 받을때는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이 된다. 시름 많은 세상, 아이들만큼은 걱정 없이 뛰어놀게 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경쟁에 치여 점점 표정을 잃어가는 아이들, 사교육에 허덕이는 학부모들을 볼 때마다 가슴 아프고 문제의식을 느끼는 건 교사로서 느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강북 지역의 많은 학부모님이 학원비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아이들 사교육비 때문에 시골로 내려가신 분도 계세요. 모두 공감하는 문제죠. 지금의 교육이 대학을 중심으로 경쟁구도가 형성되어 있잖아요. 올라가면서 걸러지고 떨어진 아이들은 갈 데가 없어요. 그대로 방치돼요. 문제인 건 알지만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보내는 거예요.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자식을 포기한 부모가 되어버리는 현실이니까요. 학원에 보내도, 보내지 않아도 모두 불안한 게 요즘 학부모님들의 현실이에요.” 어쨌든 지금은 경쟁시대 아니냐고 한다면 어쩔 수 없다. 해결할 수 없다면 포기하는 게 빠르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도 있지만 작은 목소리라도 낼 수 있다면 내고 싶다고, 정말로 아이들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는 학부모들도 많다. 이번 일을 겪으며 그런 학부모들의 고민 하나하나가 큰 힘이 됐다. 그녀는 지금 당장 몸은 고되지만 사랑하는 아이들과 자신을 믿어주는 학부모들이 있는 한 머지않아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긍정한다. 지난 12월 24일 설은주 교사를 비롯해 해임, 파면된 6명의 교사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신청했다. 3개월 내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농성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번 일을 겪으며 아이들이 저에게 보내주는 무한한 사랑을 느꼈어요. 부모로서의 욕심이 아닌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는 것도 이번 일이 없었으면 몰랐을 거예요. 제가 더 많이 얻고 더 많이 배웠어요. 제가 항상 아이들에게 얘기하는 것처럼 지금 우리 모두가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힘들게 배우고 함께 해결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 우리 아이들을 다시 볼 날이 오겠죠.”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그녀는 한참 동안이나 말을 골랐다. 과연 어떤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인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게 하는 요즘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배움은 저절로 ‘일어난다’라는 것. 무언가 가르쳐서가 아니라 스스로 보여줌으로써 배우도록 한다는 거다. 때문에 아이들을 생각할 때마다 똑바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살아가며 타협도 하고 합리화도 하겠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가야 한다고 마음먹은 다짐한 길은 계속 갈 생각이다. 비록 지금은 그 길이 춥고 어둡지만 계절이 바뀌듯 그녀와 아이들에게도 머지않아 따뜻한 봄이 올 거라 믿는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

      2009.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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