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김문수 “윤석열에 사과해야”···한동훈 “형제관계 있던 사람이 계엄하면 안 막나”... 경선 TV 토론회에서 한 후보와 윤 전 대통령의 관계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후배” “형제 관계 이상”이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계엄하고 파면되고...
이보라 기자, 박광연 기자, 민서영 기자 2025.04.24 18:16
정치
김문수 “윤석열에 사과해야”···한동훈 “형제관계 있던 사람이 계엄하면 안 막나”... 경선 TV 토론회에서 한 후보와 윤 전 대통령의 관계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후배” “형제 관계 이상”이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계엄하고 파면되고...
이보라 기자, 박광연 기자, 민서영 기자 2025.04.24 18:16
사회
“형제복지원 사건, 부산시도 책임”…2심서도 첫 손해배상 판결 나와... 판결이 나온 건 처음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9-1부(재판장 황승태)는 지난 2일 형제복지원 피해자와 유족 12명이 대한민국과 부산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유선희 기자 2025.04.08 20:25
사회
[단독]법원 “형제복지원 사건 지자체도 손해배상 책임져야”.... 부산시는 부산시재생원설치조례에 근거해 1975년 7월 부산 사상구 주례동의 ‘부랑인 수용시설’ 형제복지원 측과 위탁계약 맺었다. 1986년 12월까지 계약이 이어졌다. 부산시는 이와 관련된 사무에...
유선희 기자 2025.04.08 12:08
문화
오디아르·다르덴 형제…해외 거장들의 옛 작품, 잇달아 재개봉... 받았고, 이후 <디판>(2015)으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벨기에 출신 형제 감독인 장피에르·뤼크 다르덴의 2011년 영화 <자전거 탄 소년>은 오는 16일 메가박스에서...
#영화 #재개봉 #거장 #해외
윤승민 기자 2025.04.06 11:10
연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배해선, 연기력으로 확고한 존재감 입증KBS2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방송 캡처 배우 배해선이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에서 확고한 존재감으로 활약했다. 지난 21일에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연출 최상열, 이진아 / 극본 구현숙 / 제작 DK E&M) 24회에서 숨겨왔던 배해선의 비밀이 베일을 벗었다. 독고세리(신슬기 분)와 한결(윤준원 분)의 결혼을 추진하면서도 마음 한구석 두 사람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하던 장미애(배해선 분)는 결국 오범수(윤박 분)를 사랑한다는 딸 고백에 폭발, 끊어질 뻔한 이성을 겨우 다잡으며 자신이 가진 열등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과거 자신이 가지지 못했던 것들, 갖고 싶었던 것들 모두를 딸에게 해주고 싶었다는 미애의 절규에 시청자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독수리 술도가가 모략에 의해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된 미애는 혹시 독고탁(최병모 분)이 저지른 것은 아닌가 의심하며 과거 술도가에서 함께 일했던 고자동(김준배 분)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들었다. 이 장면에서 그동안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했던 미애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었다. 과거 남편이 죽고 아이를 낳게 된 미애가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해 낳자마자 독수리 술도가 앞에 아이를 버렸으며, 이후 자식에 대한 그리움으로 독수리 술도가에 취직했었다는 서사가 밝혀진 것. 배해선은 열등감에 주체하지 못하는 분노와 뒤틀린 자식 사랑을 온몸으로 표출하며 감정을 터트린 것은 물론, 그 속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화를 삼키려는 모습으로 캐릭터가 가지는 스토리를 구현해냈다. 양심은 팔았지만 마지막 모성애 만큼은 숨기고 살아온 시절을 눈물 젖은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자괴감과 씁쓸함이 공존하며 드라마 몰입감을 높였다. 배해선이 출연하는 KBS2 주말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는 매주 토, 일 저녁 8시에 방송된다.
손봉석 기자 2025.04.22 06:52
연예
‘류학생 어남선’ 류수영X윤경호X기현, ‘요잘알 삼형제’의 침샘 자극 폭발한 요리 유학기E채널 ‘류학생 어남선’ 오는 5월 17일 오후 5시 20분 첫 방송될 E채널 ‘류학생 어남선’의 ’요잘알 삼형제‘ 류수영X윤경호X기현이 청량미 폭발 메인 포스터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먹고, 배우고, 완성하라’는 슬로건의 ‘류학생 어남선’은 자타공인 ‘요잘알’ 류수영X윤경호X기현이 함께 현지로 떠나 세계의 낯선 요리를 배우고, ‘해외의 킥’을 넣어 완성하는 예능이다. 요리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함께, 보고 먹는 재미를 모두 시청자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수백 개의 K-집밥 레시피로 시청자들의 혀와 마음을 사로잡은 ‘요리 고수’ 류수영, ‘요리핑’으로 변신한 대세 중 대세 ‘유림핑’ 윤경호, 그룹 몬스타엑스의 ‘요리멤’이자 ‘류학생 어남선’에서는 ‘요리 영재’로 자리매김한 막내 기현이 함께 떠날 첫 유학지는 포르투갈의 ‘포르투’다. 메인 포스터에서는 ‘동생즈’를 양 날개에 낀 류수영이 포르투의 전통 요리 도구인 카타플라냐를 한 손에 들고 시청자들을 맛의 세계로 초대한다. 류수영의 옆 윤경호와 기현은 한 손에 포르투갈 국민 음식인 ‘바깔랴우’를 쥐고 환한 미소로 반긴다. 삼형제의 케미와 새로운 식재료로 만들 레시피가 궁금증을 유발한다. 배경에는 ‘항구 도시’ 포르투의 명성답게 다양한 선박들이 바다 위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어, 한국에서 경험하기 힘든 새로운 맛을 상상하게 한다. 요리 유학 느낌이 제대로 풍기는 포스터에 숨은, 유학지에 대한 힌트들이 ‘류학식’에 어떻게 녹아들었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류학생 어남선’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현지 음식과 매일 밤 진지하게 새로운 ‘류학식’을 개발한 ‘삼형제표 레시피’에 대한 기대치도 급등시킨다. 류수영X윤경호X기현 ‘요잘알 삼형제’의 푸드 월드 투어로 전 세계 요리를 먹고, 배우고, 완성할 ‘류학생 어남선’은 오는 5월 17일 토요일 저녁 5시 20분 E채널에서 첫 방송된다.
손봉석 기자 2025.04.21 20:53
축구
메시 아들 ‘삼형제’ 아버지처럼 재능 폭발···차남 마테오, 유스국제대회 우승컵 ‘부전자전’ 기대감리오넬 메시 가족. 메시 아내 인스타그램 부전자전의 길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8·인터 마이애미)의 둘째 아들 마테오가 인터 마이애미 유스팀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아르헨티나 매체 올레는 21일 “메시의 차남 마테오가 인터마이애미 U-10팀에서 챔피언십 트로피를 획득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16일부터 19일까지 ‘부활절 국제 축구 초청 토너먼트’ 행사가 열렸다. 미국, 멕시코,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자메이카의 팀이 참가했다. 마테오 메시는 인터마이애미 U-10팀으로 출전해 사흘 간의 경쟁에서 우승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마테오는 아빠처럼 10번 등번호에 주장으로 활약하며 전승 우승에 앞장섰다. 올레는 “우승 확정 후 마테오 등 인터마이애미 아이들은 메달을 들고 뛰어다니고 춤을 추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고 설명했다. 메시의 아들 3명은 모두 아빠의 피를 제대로 물려받아 축구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있다. 메시 스스로도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아이들 셋이 모두 각자 다른 특징을 지니며 축구를 잘 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메시는 “큰 아들 티아고(2012년생)는 조직력이 뛰어나고 사고력이 좋다. 둘째 마테오(2015년생)는 스트라이커에 가깝다. 골대 가까이에 있고 골 넣는걸 좋아하며 축구 지능이 매우 높다. 7살 막내 치로(2018년생)는 돌파력이 뛰어나고 폭발적이다”고 삼형제를 평가한 바 있다. 메시와 그의 큰 아들 티아고. ESPN SNS 마테오는 지난해 10월에도 인터마이애미 유스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는데, 이번에 다시 우승을 이뤄냈다. 큰 아들 티아고는 지난 2월 MLS컵 유소년 토너먼트에서 한 경기에 11골을 터뜨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막내 치로 역시 지난해 엄청난 드리블 실력의 영상이 공개돼 축구팬의 눈길을 끈 바 있다.
양승남 기자 2025.04.21 19:33
연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최병모, 미워 미워 미워KBS 2TV 주말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최병모가 ‘악’ 소리 나는 악역 연기로 안방극장에 제대로 홈런을 날리고 있다. KBS 2TV 주말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연출 최상열/극본 구현숙/제작 DK E&M)에서 공식 빌런으로 활약하고 있는 최병모는 ‘강약약강’ 빌런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에 없어선 안 될 핵심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주말 방송에서는 독고탁(최병모 분)이 독수리술도가 묵은쌀 사건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독수리술도가에게 제대로 데미지를 입힌 모습이 그려졌다. 독고탁은 이를 놓치지 않고 독수리술도가를 차지하려는 시도를 이어가며 마광숙(엄지원 분)과의 갈등을 본격화했다. 제안을 거듭 거절당한 독고탁은 분노하던 중, 범행을 사주한 제보자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자 소 전무(이명호 분)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본인만 쏙 빠져나가는 여우 같은 처세를 보여줬다. 최병모는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에서 상황과 인물에 따라 말투, 표정, 태도를 능숙하게 조절하며 독고탁이 가진 이중성을 설득력 있게 구현해 내고 있다. 극 중 독고탁은 LX호텔의 회장인 한동석(안재욱 분) 앞에선 평소 ‘버럭’이 일상이던 말투를 조절하고 사람 좋은 미소를 유지하는 반면, 마광숙에게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거만하게 압박을 넣는 모습을 보여줬다. 상반된 태도를 통해 독고탁은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처세의 기술로 극의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마광숙에게 독수리술도가 인수 제안을 거절당하자, 한동석과 마광숙의 거래처 은행 지점장에게 마광숙을 험담하며 물밑 작업을 하는 장면은 비열하면서 현실감 넘치는 빌런의 디테일을 그대로 보여줬다. 또한 독수리술도가 묵은쌀 사건으로 치명타를 입은 마광숙을 찾아가 한 번 더 독수리술도가를 넘기라 압박하는 장면은 시청자의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더욱이 회사에서는 ‘버럭탁’ 캐릭터를 여실히 드러냈고, 직원들에게 화풀이를 일삼는 모습으로 얄미움을 배가시켰다. 자신이 꾸민 독수리술도가 음해 작전의 제보자가 붙잡히자 이를 소 전무에게 범행을 몽땅 뒤집어씌우는 비열한 모습은 독고탁 캐릭터의 밑바닥을 보여주며 ‘악역 맛집’으로서의 진가를 드러냈다. 이처럼 극 중 독고탁은 강약약강 연기를 완벽하게 완급 조절,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얄미운 악당 캐릭터를 밀착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이는 것은 물론, ‘채널 얼음’을 유발하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에서 캐릭터의 양면성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극에 끊임없이 재미를 불어넣는 감초 연기로 활약 중인 최병모. 극 중 이야기 전개의 주요 축으로 자리매김한 최병모는 ‘명품 빌런’이라는 수식어를 매회 입증하고 있다. 한편, KBS 2TV 주말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는 매주 토, 일요일 저녁 8시 방송된다.
안병길 기자 2025.04.21 15:11
국제 가깝고도 먼 아세안
[가깝고도 먼 아세안] (49) 사법 쿠데타, 부정선거론…형제국가 터키와 한국의 닮은꼴지난 3월 29일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의 체포에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에 몰려든 튀르키예 시민들 / 공화인민당(CHP) 페이스북 페이지 튀르키예 최대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2028년 대통령 후보 선출일을 나흘 앞둔 지난 3월 19일, 검찰은 단독 후보였던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을 부패와 테러 지원 혐의로 구금했다. 국내총생산(GDP) 40%를 차지하는 인구 1600만명의 초거대 도시의 시장이자, 지지율 1위의 야당 대선후보의 갑작스러운 구금 소식에 튀르키예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종합주가지수 급락에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고,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이날 최종 주가지수는 8.72% 하락했다. 튀르키예 리라 가치는 미국 달러 대비 14.5% 폭락했다. 외환당국은 80억달러(약 11조7000억원)를 투입해 외환 방어를 했지만, 속절없이 무너지는 환율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채시장 역시 튀르키예 정치 불안정을 우려한 외국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하면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하루 만에 1.39% 치솟았다. 튀르키예 언론 ‘피에이 튀르키예’는 영국 외환전문거래기업 ‘모넥스 유럽’의 “이마모을루의 구금은 시스템에 대한 충격이며 튀르키예 국가 리스크가 급등했다”는 의견을 인용 보도했다. 정치 불안정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은 이마모을루에 대한 범죄 혐의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강력한 야당 대선후보에 대한 비상식적인 일은 전날 3월 18일에도 벌어졌다. 이마모을루의 모교인 이스탄불대학 이사회가 30여 년 전 이마모을루가 학위를 취득하는 데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며 학위를 취소해버린 것이다. 튀르키예 헌법 제101조에 따라 대통령 후보자는 ‘고등교육을 이수한 사람’이어야 하는데, 이는 대학 졸업을 뜻한다. 대학 졸업장이 취소된 이마모을루는 대통령 출마가 위태로워진 것이다. 이마모을루 측은 부정행위에 대해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이스탄불대학 이사회를 상대로 결정 불복 소송을 진행 중이다. 23년째 장기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 이마모을루가 구금되자 시민들은 이스탄불 경찰청에 속속 모여들었다. 수백명이던 시위대는 대학으로 확산해 시간이 지날수록 수십만명으로 늘어났다. 경찰은 시위 진압을 위해 고무총으로 무장하고 물대포를 설치했다. 4일간 시민 1133명이 체포되고, 사진기자 10명이 구금됐다. BBC 특파원은 구금된 이후 강제 추방까지 당했다. 튀르키예 정부의 언론 탄압은 더욱 거세졌다. 튀르키예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치인·언론인들의 X(옛 트위터) 계정 700개를 폐쇄했다. 게다가 이마모을루 체포와 관련해 정부를 비난하고, 시위 현장을 중계한 TV 방송과 언론사에 막중한 벌금을 부과하고 방송 중지를 명령했다. 야당에 편파적인 방송이 사법부의 판단에 영향을 끼치고 대중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CHP의 대통령 후보 선출 일인 지난 3월 23일 검찰은 법원에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금 상태였던 이마모을루를 구속·수감했다. 터키 내무부는 이마모을루가 테러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시장직에서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전국에서 수백만명이 정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AP 통신은 튀르키예 전체 81개 주 중 75%에 해당하는 55개 주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공화인민당은 이마모을루가 구금당한 사실을 전국에 알리고, 국민 여론을 끌어 올리기 위해 81개 주 전역에 5600개 투표함을 설치했다. 대통령 후보 선출 방식도 오픈 프라이머리를 적용해 당원 이외에도 일반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공화인민당에 따르면 1500만명이 투표에 참여해 이마모을루를 대통령 후보로 최종 선출했다. 지지율 49.0%로 현직 대통령 압도 23년째 장기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야당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는 이마모을루는 올해 55세로 튀르키예 정치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사람이다. 43세까지 기업인으로 활동하다 2014년 이스탄불의 지역 구청장으로 정계에 입문해 잠재적인 대통령 후보로 불리는 이스탄불 시장으로 당선되는 대이변을 만들어냈다. 선거 과정 자체도 드라마틱했다. 이마모을루는 2019년 3월 여당이 25년 동안 빼앗긴 적이 없는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득표율 0.3%포인트(1만3729표) 차이로 승리했다. 전직 총리를 후보로 내세우고 공권력과 언론을 총동원해 선거에 임했던 집권당은 겨우 0.3%포인트 차 패배를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재검표를 요구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자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나섰다. 에르도안 정부의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튀르키예 최고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소 감시원 자격요건 위반 사례를 이유로 선거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실시했다. 하지만 재선거 결과는 84% 투표율에 이마모을루의 78만여표 차이 대승. 에르도안 정부가 억지로 시행한 재선거 결과는 새로운 야당 지도자를 탄생시키고 에르도안 대통령 몰락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에르도안 정권은 이마모을루를 주저앉히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이마모을루가 2019년 시장 선거를 무효화한 사람들을 ‘멍청이’이라고 공개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아 ‘공직자 모욕’ 혐의로 기소했다. 대통령선거를 5개월여 앞둔 2022년 12월 1심 법원은 징역 2년 7개월을 선고했다. 사법리스크 때문에 2023년 5월에 있을 대통령선거에 이마모을루가 후보로 나서지 못하게 하기 위한 사법부의 정치 개입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미국 국무부도 “부당한 선고 결과는 기본적인 자유, 법치주의와 관련된 인권 존중과 어긋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권을 포기한 이마모을루는 2023년 3월 이스탄불시장 선거에서 100만표 차 대승을 거두며 야권의 확실한 차기 대선후보로 인식됐다. 2024년 10월 튀르키예 여론조사기관 메트로 폴이 실시한 지지도 조사에서 49.0% 지지를 확보해 현직 대통령인 에르도안의 30.6%를 압도했다. 의원내각제 시절 총리부터 현재까지 23년째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에르도안은 개헌을 통해 영구 집권을 노리고 있다. 에르도안은 의원내각제 시절인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총리를 역임한 후 2014년 대통령에 선출됐다. 2017년 강력한 중앙집권제가 필요하다며 개헌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로 전환해 2018년, 2023년 연달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헌법에 따라 직선 대통령으로서 재선 임기를 끝으로 2028년에는 대통령에서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최근 여당에서 또다시 개헌론을 꺼내 들고 3연임을 노리고 있다. 야당이 2028년 대통령 후보를 일찍 선출하는 이유는 에르도안이 개헌을 명분으로 조기 대선을 치를 수 있는 만큼 사전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반복되는 부정선거 의혹 제기’, ‘방송통신위원회의 억지 논리 언론 탄압’, ‘부당한 법 적용으로 야당 지도자에 사법리스크 씌우기’ 등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와 한국이 서로 함께하지 말아야 할 것을 공유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2025년 4월 4일, 한국 헌법재판소는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고 권력에 대한 법의 심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그 정의로움이 곧바로 튀르키예에도 공유되기를 희망한다.
호찌민 | 유영국 베트남 라이징·왜 베트남 시장인가 저자 2025.04.04 15:30
연예 시네프리뷰
[시네프리뷰] 보통의 가족-자식을 위한 형제의 다른 선택원작이 그랬듯 표면적으로는 아이들의 비행을 눈치채고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일지 고뇌하는 두 부모의 이야기다. 한국적으로 재탄생한 <보통의 가족>은 여기에 더해 각자의 다른 이상과 원칙을 가지고 살아가는 두 형제의 감정선에 좀더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하이브미디어코프 제목: 보통의 가족(A Normal Family) 제작연도: 2024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09분 장르: 드라마 감독: 허진호 출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개봉: 2024년 10월 16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하나의 원작을 여러 나라에서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근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작품은 <완벽한 타인>. 2016년 발표된 이탈리아 영화를 지금까지 20여 개국에서 25차례나 리메이크했다. 한국에서는 이재규 감독이 2018년에 유해진, 조진웅 주연으로 영화화해 성공을 거뒀다. 이런 다국적 리메이크는 로컬라이징(localization)이라 명명되는 ‘현지화’가 필수적인데 사실 그 영역과 정도에 기준이나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완벽한 타인>은 대부분 비슷한 구조와 형태를 유지하며 각 나라 언어로만 바뀐 정도의 각색이 주였다. 영화 <보통의 가족>은 이번 한국 작품이 네 번째 영화화다. 원작은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Herman Koch)가 2009년 발표한 소설 <더 디너>(The Dinner). 전 세계 누적 100만부가 팔렸고, 55개국에 판권을 계약한 유명한 작품으로 네덜란드(2013)를 비롯해 이탈리아(2014), 미국(2017) 등에서 영화화됐다. 그런데 <더 디너>는 나라별 영화마다 자국의 개성을 살린 차별화된 각색이 눈에 띈다. 한국판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허진호라는 이름은 한국 영화 번영기인 1990년대를 상기시킨다. 당시만 해도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시되던 도제 방식에 따라 단편영화와 연출부를 거쳐 ‘입봉’(장편영화 감독이 된)한 거의 마지막 세대라 볼 수 있다. 중견 감독 허진호의 5년 만의 신작 허 감독의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1998)는 고급스럽고 섬세하면서도 서민적이며 보편적인 정서에 부합하는 따뜻한 드라마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명작이다. 이후 내놓은 <봄날은 간다>(2001), <외출>(2005), <행복>(2007) 등을 공통으로 아우르는 ‘멜로 드라마’ 장르는 그의 작품 세계를 규정하는 일종의 대명사가 됐다. <덕혜옹주>(2016)와 <천문: 하늘에 묻는다>(2019)로 잠시 시대극에 관심을 보였던 그가 5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신작은 그동안의 행보로 볼 때 또 다른 차원의 새로운 시도다. 원작이 그랬듯 표면적으로는 아이들의 비행을 눈치채고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일지 고뇌하는 두 부모의 이야기다. 하지만 한국적으로 재탄생한 <보통의 가족>은 여기에 더해 각자의 다른 이상과 원칙을 가지고 살아가는 두 형제의 감정선에 좀더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이들의 범죄는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위태롭게 버텨오던 관계에 균열을 초래한다. 더불어 형제, 가족이라는 이름의 연약한 고리 안에 봉인해 억누르고 있던 시기와 질투를 서서히 분출케 만든다. 명배우 4인의 매력적인 연기 앙상블 명연기를 넘어 다소 과잉이라 평가받기도 하는 설경구와 김희애의 연기력이야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유감스럽게도 흥행 면에서는 연이어 아쉬운 결과를 기록하고 있다는 공통점 또한 공유하고 있는 중견 배우들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감정적 연기를 쏟아내는데, 극단적 상황과 인물의 설정이 이를 어느 정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해 나름의 설득력을 부여한다. 모처럼 스크린으로 돌아온 장동건은 확실히 이전과 다른 모습이다. 이제는 숨길 수 없는 중년의 외모도 그렇지만, 이전보다 자연스러워진 연기의 폭이 선명히 포착된다. 이런 그의 비현실적인(?) 외모를 큰 화면 가득 보고 있자니 문득 ‘한국에 이런 배우가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것이 바로 시간이 외모와 맞바꾸어 주는 ‘연륜’이라는 선물인가 보다. 다수의 드라마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등 할리우드 대형 영화로 이름을 알린 수현에게는 한국 영화 첫 출연작이다. 젊은 나이와 출중한 미모를 넘어서는 배우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보통의 가족>은 2023년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 상영으로 전 세계 최초 공개된 이후 타이베이 영화제,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등에 19회나 초청됐다. 또 제44회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와 제39회 몽스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아 한국적 각색이 충분히 유의미한 작업이었다고 확인받았다. 10대 자녀와 질풍노도의 부모들 AT9㈜씨에이엔/ 판씨네마㈜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자식을 기르는 부모야말로 미래를 돌보는 사람이라는 점을 가슴속 깊이 새겨야 한다. 자식들이 조금씩 나아짐으로써 인류와 이 세계의 미래는 조금씩 진보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 현실이 이상처럼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특히 질풍노도의 중심에 들어선 10대의 경우, 자녀뿐 아니라 부모들 역시 큰 혼란의 소용돌이를 버텨내야만 한다. 덴마크 감독 수사네 비르가 2010년 발표한 <인 어 베러 월드>(원제 Hævnen)에서 주인공인 의사 안톤은 아내와 별거 중 아프리카 오지에서 의료봉사를 한다. 반군이 자행하는 폭력과 무질서한 사회상에 점차 회의를 느껴가던 그는 10대 아들 엘리아스와 동급생 크리스티안이 벌인 뜻밖의 사고 소식에 더 큰 충격을 받는다. 2011년 제83회 미국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을 비롯해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유럽 영화상 감독상 등을 수상하며 그해를 대표하는 화제작이 됐다. 작품만큼이나 파란만장한 개인사로 유명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2011년 발표한 <대학살의 신>(Carnage)은 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유명 희곡을 각색한 영화다. 폭력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부모로 만난 교양 있고 예의 바른 4명의 성인남녀. 처음에는 적절한 타협과 양보로 원만하게 합의가 이루어질 것처럼 보였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대면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각자 내면에 감추고 있던 추레한 본성과 위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한정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네 사람의 끊임없는 대사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대배우 조디 포스터, 케이트 윈슬렛, 크리스토프 왈츠, 존 C. 라일리의 걸쭉한 연기 앙상블이 백미라 할 수 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2024.10.09 06:00
사회 특집
‘한국판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 참상ㆍ‘국가 범죄’ 인정까지 35년… 이젠 비극 멈출까 지난 8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관련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인 피해자 박순이씨의 손을 최승우씨가 잡고 위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그때는 형제복지원이나 나라를 원망하기보다 아버지랑 할머니를 원망했습니다. 왜 내를 안 찾았나.” 최승우씨(53)는 1986년 10월 집으로 돌아왔다. 4년 만의 귀가였다. 중학교에 갓 입학한 최씨가 1982년 갑작스레 사라진 후 할머니는 실종신고를 했다. 어디서도 그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두 살 터울 남동생마저 종적이 묘연해지자 집에 비상이 걸렸다. 최씨의 원망과 달리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수용생활은 더 길어졌을 것이다. 아버지는 막연한 추측에 의지해 형제가 갇혀 있던 형제복지원을 찾았다. “내 자식 있는 거 안다. 안 내보내면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난동을 피운 끝에 최씨 형제를 되찾았다고 했다. 사실이야 어떻든, 최씨에게는 누구라도 원망할 사람이 필요했다. 형제는 실종 전과는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사람이 죽는 것을 봤고, 폭력을 배웠다. 구타와 성폭행을 당했다. 최씨가 열일곱 살, 동생은 열다섯 살이었다. 귀가 첫날 바라본 부산 송정의 바닷가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해안선을 따라 철조망이 늘어서 있었고, 사이사이 무장한 군인들이 보였다. 최씨는 두려웠다. ‘대한민국이라는 곳에선 자칫하면 또 잡혀간다’고 생각했다. 기껏 돌아온 집을 제 발로 다시 나갔다. 비극이 계속됐다. 한동안은 잘 곳이 없어 부산 동천강 인근에서 동생과 노숙을 했다. 여자친구를 만나 정착을 꿈꾸던 때도 있었다. 둘 사이의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에 최씨가 형제복지원 출신이라는 사실을 여자친구 집에서 알게 됐다. “부랑아 출신은 안 된다”는 반대에 부딪혔다. 아이는 입양 보내졌고, 여자친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때 한국을 떠나기도 했다. 형제복지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밤이면 악몽이 찾아왔다. 중학교 1학년 최씨가 경찰관에게 붙잡혀 형제복지원에 인계된 날, 형제복지원 중대장에게 맞아 머리가 터지던 날, 하루가 멀다고 성폭행을 당하던 날, 이빨이 깨지고 생니가 뽑히던 날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꿈을 꾸지 않으려 밤새워 마시다 보니 알코올 중독이 됐다. 툭하면 경찰과 싸워 교도소도 들락거렸다. 역시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동생은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씨의 말대로 그의 삶은 “온전치 않았다.” 최씨의 갈 곳 없는 원망을 오랫동안 짊어져야 했던 아버지는 지난해 숨을 거뒀다. 최씨는 임종을 앞둔 아버지에게 그간의 빗나간 원망을 사죄했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 잘못이 아니었구나, 국가가 잘못했구나 하는 걸 스스로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씨가 지난 8월 24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정근식 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국가에 의한 총체적 인권침해 국가가 빠르게 대처했다면 그의 삶은 조금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국가가 나서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지난 8월 24일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이라고 판단했다. 국가기관이 처음으로 형제복지원의 인권침해를 국가폭력으로 규정했다. 1987년 형제복지원의 인권침해 사실이 드러나 원생 3000여명이 퇴소조치된 지 35년, 1960년 형제복지원 전신인 형제육아원이 부산에 최초로 설립된 지 62년 만이었다. “국가는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회복과 트라우마 치유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첫 번째 권고사항을 읽어내려가자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형제복지원 피해자 박순이씨(51)는 얼굴을 감싸쥐고 눈물을 흘렸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잡혀간 박씨는 형제복지원에서 7년을 살았다. 또 다른 피해자 연생모씨(54)는 고개를 숙이고 이마를 짚었다. 연씨는 중학생이던 1983년 낡은 옷을 입고 다닌다는 이유로 경찰관에게 붙잡혀 형제복지원에서 4년을 보냈다.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연씨는 사람이 많은 곳이나 공간이 협소한 곳에 가면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연씨는 몸을 떨면서 “제일 시급한 게 트라우마 치료입니다. 치료할 수 있도록 길 좀 열어주십시오. 몸이 마비가 오고 떨려서 미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형제복지원은 군인 출신 박인근(2016년 사망)이 설립한 민간 사회복지법인이다.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난 인권침해를 일부 민간인들에 의한 범죄가 아니라 국가가 묵인 또는 방조한 ‘국가범죄’라고 봤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박창범씨의 어린시절 사진. 국민학생이던 박씨는 1984년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다가 2년 만에 한쪽 눈이 실명된 채 돌아왔다. 박씨 어머니 제공 학생과 아동들의 시설 수용에 공권력은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상당수의 피해자가 경찰의 손에 붙들려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다. 최승우씨도 1982년 봄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최씨의 가방을 뒤져 빵과 우유를 발견하고는 다짜고짜 “훔친 게 아니냐”며 절도범으로 몰아갔다. “학교에서 줬다”는 최씨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길로 최씨는 형제복지원에 보내졌다. 최씨는 “설령 죄를 지었다고 해도 사법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형제복지원에 보냈다”고 했다. 불법 단속과 감금의 근거를 제공한 건 정부였다. 내무부는 1975년 ‘부랑인의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라는 훈령(통칭 내무부 훈령 제410호)을 제정한다. 이 훈령에 따르면 시·군·구청과 경찰이 합동으로 구성한 부랑인 단속반은 부랑인으로 지목한 사람을 어떤 형사 절차도 없이 무기한 강제수용할 수 있다. 법령도 아닌 훈령으로 시민의 신체 자유를 박탈할 수 있는 초법적 권한을 경찰 등에 부여했다. 더 큰 문제는 부산시가 손이 많이 가는 부랑인 단속 권한을 형제복지원에 넘기면서 발생했다. 부산시는 1975년 형제복지원과 ‘부랑인 수용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해 형제복지원이 직접 부랑인을 단속할 수 있도록 했다. 원생이 많을수록 더 많은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형제복지원은 마구잡이로 학생과 아이들을 잡아갔다. 왜 피해자들은 돌아가지 못했나 코앞으로 다가온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은 부랑인 단속 강화 흐름에 기름을 부었다. 1981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국무총리실로부터 ‘걸인이 늘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후 “88년 올림픽 개최 이전 서울 거리에 걸인이 없도록 하라. 걸인 중 정상적인 사람이 40%가 된다는데 대공적 용의점이 있는지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부랑인 몰이가 시작됐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이향직씨(51)는 중학교 1학년 때인 1984년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다. 그날은 가출했던 이씨가 마침 장을 보러 거리에 나온 아버지에게 붙들린 날이었다. 이씨 아버지는 번잡한 부전시장에서 이씨가 또 도망을 갈까봐 “이노마 순 꼴통이니까 감옥에 보내라”며 이씨를 파출소에 맡겼다. 화가 나서 한 얘기였지, 파출소에서 잠깐만 이씨를 봐달라는 얘기였다. 아버지가 장을 보러 간 사이, 부탁을 받았던 경찰이 근무를 교대했고 파란색 운동복에 완장을 찬 형제복지원 사람들이 파출소에 들어왔다. “오늘 뭣 좀 있었요?”라는 그들의 말에 한 경찰관이 “저기 뭐가 있긴 한데” 하며 이씨를 가리켰다. “그 안에 가서는 알려진 대로 허구한 날 맞고 기합 당하고. 아버지를 그렇게 원망했다”고 이씨는 말했다. 귀가 후에 물으니 아버지는 “(경찰들이) 아가 도망갔다는데 어데서 찾노”라고 했다. 진실화해위가 1985년 신병인수인계대장과 1986년 부랑인수용일보를 분석한 결과, 2년간 부랑인 단속·인계에 관여한 경찰·공무원은 최소 3000여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경찰은 2700여명이었다. 당시 부산시 경찰의 총 정원이 5808명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부산 경찰의 절반가량이 부랑인 단속에 관여한 셈이다. 전폭적인 국가의 지원 속에 형제복지원은 규모를 급속히 불렸다. 형제복지원을 거쳐간 입소자는 1975년부터 1986년까지 총 3만8000명에 달한다. 이 기간 가장 많은 인원을 수용한 해는 1984년으로 수용자가 4355명에 달했다. 1987년 1월 촬영된 부산 형제복지원의 전경. 당시 수용자 폭행 치사 사건이 발생하며 형제복지원의 인권침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왜 피해자들은 돌아가지 못했을까. 형제복지원이 완전히 사회와 차단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학생이던 이상명씨(49)는 1985년 여름 형제복지원에 인계됐다. 이씨는 “‘집에 보내달라’는 소리 자체가 ‘나 좀 때려달라’는 소리다. 집에 편지를 쓰게는 해준다. 그런데 편지가 집으로 안 갔다”고 했다. 군인 출신 박인근이 세운 형제복지원은 군대처럼 움직였다. 실질적인 관리자는 중대장이었다. 소대별로 소대장이 있었고, 그 아래 서무 1명, 조장 3~4명이 있었다. 1986년 기준으로 48개 소대에 각각 60~90명의 원생을 배치했다. 이씨는 “소대에서 누구 하나가 잘못하면 소대장이나 서무가 중대장한테 깨지고 온다. 그러면 조장들이 문제된 애를 부직포 같은 것으로 말아놓고 85명한테 때리라고 한다. 단체로 안 맞으려면 때릴 수밖에 없다. 나도 곡괭이 자루로 100대 가까이 맞아서 아직도 왼쪽 다리를 전다”고 했다. 수용자 최소 657명 사망 진실화해위 조사결과 1975~1988년까지 형제복지원에서는 최소 657명의 수용자가 사망했다. 기존에 확인된 사망자 552명보다 100여명가량 많다. 맞아 죽는 사람도, 병에 걸려 죽는 사람도 많았다. 한 소대에 많게는 90명씩 집단생활을 하다 보니 전염병에 취약했다. 1986년 형제복지원의 결핵사망률은 0.41%로 당시 일반인구의 결핵사망률(0.014%)에 비해 29.2배 높았다. 피해자 설수영씨(54)는 1974년 여섯 살 때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다. 설씨는 “피부병을 앓는 애들이 늘어나니까 피부병에 효력이 있다며 드럼통에 소금물을 받아놓고 차례대로 들어가 씻게 했다. 멀쩡한 애들도 다 옮았다”고 했다. 약물로 수용자들을 통제하려 한 흔적도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이 1986년 1년간 클로르프로마진(일명 CPZ·조현병 증세 완화제)을 25만정 구입하는 등 향정신성의약품인 바리움, 달마돔 등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약물은 형제복지원 내 정신요양원 수용자들뿐 아니라 이른바 ‘근신소대’ 원생들에게도 처방됐다. 형제복지원은 자신들의 통제에 반항하는 수용자들을 근신소대로 분류해 따로 관리했다. 실종 가족을 찾으려는 시도는 대부분 수포로 돌아갔다. 형제복지원이 수용자의 이름이나 생년월일을 잘못 기재하는 경우가 많아 가족이 찾아와도 신원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오기재와 부실한 자료 관리는 현재도 피해회복을 바라는 피해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생년월일이 다르고 이름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용 사실을 증명하지 못해 국가손해배상 청구에 나서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많다고 한다. 국가손해배상 소송을 벌이고 있는 이향직씨는 “입소카드를 만든 것도, 관리한 것도, 분실한 것도 모두 대한민국이다. 왜 이제 와서 피해자들이 피해자임을 증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종자가 형제복지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왔을 때는 가족에게 거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 최모씨는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왜 아버지를 돌려주지 않느냐’고 묻자 아버지를 데려가려면 돈을 내야 한다며 200만~300만원을 요구해 모시고 나오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형제복지원장 박인근이 1987년 1월 국고보조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돼 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고보조금 받고 노동력도 활용 형제복지원 측은 부랑인 수용을 이유로 국고보조금을 받는 한편, 수용자들을 노동력으로 활용하며 재산을 불렸다. 형제복지원은 수용자들을 동원해 산을 깎아 수용시설을 세우는가 하면, 돈을 받고 수용자들을 건설현장에 파견했다. 복지원 안에 낚싯바늘공장, 봉제공장 등을 들여 제품을 생산하기도 했다. 복지원 측은 임금을 모아 수용자들이 시설을 나갈 때 자립적금으로 지급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받았다는 수용자는 많지 않다. 복지원 내 봉제공장에서 2년간 근무했던 이향직씨는 귀가 후 아버지와 함께 형제복지원을 찾아가 14만원을 받아냈다. 이씨는 “당시 사회에 나와 봉제공장에서 일했는데 그때 첫 월급이 딱 14만원이었다. 2년 동안 일한 대가를 한 달치 월급만큼 준 것”이라고 했다. 형제복지원이 문을 닫은 뒤에도 피해자들과 가족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박창범씨(50)는 초등학생이던 1984년 겨울방학 때 실종됐다가 1986년 겨울 피투성이가 돼 돌아왔다. 멀쩡했던 아이는 한쪽 눈이 실명됐고, 다리를 절었으며, 지적장애 증상을 보였다. 하루에도 여러 번 불안증상을 보였고, 밤에 불을 끄면 잠을 자지 못했다. 박씨의 어머니는 나중에야 아들이 형제복지원에 있었음을 알게 됐다. 어머니는 10대였던 박씨가 50대가 될 때까지 30여년간 그를 돌봤다. 박씨 어머니는 “살아 나온 사람 중에 아들이 제일 심한 것 같다. 같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가는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을 알고도 묵인했다. 1982년 2월 피해자의 가족 A씨가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형제복지원 수사를 의뢰했지만, 경찰은 도리어 A씨를 무고죄로 구속기소했다. A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987년에는 또 다른 피해자의 아버지 B씨가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부산시 공무원들과 안기부가 회유해 고소를 취하했다. 문제가 불거지고도 단죄는 없었다. 검찰은 1987년 살인죄가 빠진 특수감금, 횡령 등 혐의로 박인근을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3차례에 걸친 상고심 끝에 횡령 혐의 등만 일부 인정해 박인근에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벌금도 없었다. 2018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박인근의 특수감금 혐의를 무죄로 본 대법원 판단에 비상상고를 신청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이를 기각했다. 피해자 이상명씨는 “원장이나 전두환이나 우리한테 사과 안 하고 죽어버렸다. 해결이 안 되니까 사람이 미치겠다”고 했다. 35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진실화해위의 조사는 미완이다. 정부가 권고대로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내놓을지부터 미지수다. 진실화해위 권고에는 강제력이 없다. 박인근 일가에 대한 재산 환수를 권고사항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막판까지 논의했지만, 이번 결정에서는 빠졌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진실규명이 전체 신청자 544명 중 191명을 대상으로 한 것인 만큼 오는 12월까지 추가 진실규명 신청을 접수받아 조사결과를 순차적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이효상 기자 2022.08.2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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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재산 내가 불렸는데…상속은 형제들과 똑같이?”- 헌법재판소, 상속 기여자에 대한 유류분 우대하지 않는 법률에 헌법불합치 판결 - 상속 기여 상속인의 권리 강화를 위한 법 개정 필요성 커져 - 엄정숙 변호사 “상속 기여자에 대한 유류분 우대, 헌법재판소 판결로 새 국면” 상속 기여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기존 법 체계가 논란이 된 지 오래였으나,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이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픽셀즈 “어머니의 재산을 오랜 기간 관리하며 상속 재산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신 뒤 상속 과정에서 유류분만을 주장하는 형제들에게 모든 재산이 분배될 상황입니다. 재산 형성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동일하게 상속받는다는 게 너무 억울합니다.” 최근 상속 재산을 형성하거나 유지하는 데 기여한 상속인이 유류분에서 우대를 받지 못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상속 기여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기존 법 체계가 논란이 된 지 오래였으나,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이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전문가들은 상속 재산에 기여한 상속인들이 그에 상응하는 몫을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2024년 4월 25일 헌법재판소는 상속 재산에 기여한 상속인이 유류분에서 특별히 우대받지 못하는 현행 법률이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기여 상속인이 상속 재산 분할에서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 있음에도, 유류분 제도에서는 이러한 기여가 반영되지 않는 불합리한 상황을 지적했다. 유류분이란 상속 재산 중 상속인들이 법률적으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는 제도인데, 현행 민법 제1118조는 이 유류분에 상속 기여도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상속 재산에 큰 기여를 한 상속인도 유류분에서는 다른 상속인과 동등하게 취급받아왔다. 엄정숙 민사전문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그동안 상속 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들이 유류분에서 우대받지 못하는 문제는 큰 불만을 일으켜왔던 중요한 사안”이라며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상속 제도의 공정성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속 과정에서 기여한 상속인의 권리가 강화되는 법 개정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며 기여 상속인들이 정당한 몫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또한 기여 상속인을 고려하지 않는 현행 유류분 제도가 상속인 간의 형평성을 훼손한다고 판단했다. 상속 재산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상속인이 아무런 기여 없이 상속받는 상속인들과 동일하게 유류분을 청구하는 구조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피상속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재산을 증식하는 데 크게 기여한 상속인조차 유류분에서 이러한 기여가 전혀 고려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상속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명확히 했다. 앞으로 상속 기여자의 기여도가 유류분 산정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엄 변호사는 “이번 헌법불합치 판결은 상속 분쟁을 보다 공정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또한 “국회가 이를 반영한 법 개정을 통해 상속 기여자들이 정당한 몫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앞으로 상속인 간의 분쟁에서 기여 상속인의 권리가 보다 명확해지면서 상속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은 상속 제도의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현재 민법상 기여 상속인은 상속 재산 분할에서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유류분 소송에서는 기여도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구조를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결하며, 상속에서 기여한 상속인이 더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판결에서는 유류분 제도와 관련된 두 가지 다른 쟁점도 헌법불합치 및 위헌 결정을 받았다. 첫째는 형제·자매의 유류분권을 인정한 민법 제1112조 제4호에 대한 단순 위헌 판결이다. 이 조항은 형제·자매도 일정한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게 했으나, 이번 위헌 판결로 이들의 유류분 청구권이 더 이상 인정되지 않게 된다. 둘째는 상속인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민법 제1112조 제1호부터 제3호 부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이다. 이는 비도덕적인 상속인이 유류분을 받지 못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엄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상속 제도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공정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법 개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상속 분쟁이 줄어들고 기여 상속인들이 정당한 몫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앞으로 상속 제도의 개선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엄 변호사의 상세한 판례 해설은 유튜브 채널 ‘법도TV’에서 볼 수 있다.
이유진 기자 2024.11.18 17:44
재테크
유산 상속 소송 중 ‘형제 사망’ 어쩌죠?- 혼인한 큰형 사망 시 형수님 상대로 소송 이어갈 수 있어 - 큰형이 부모와 배우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소송 진행이 무의미 - 공동상속인 중 조카나 어머니를 상대해야 한다면 부분 취하도 가능 상속인들 간 유류분반환청구소송 도중 피고가 사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아버지가 큰형에게만 모든 재산을 증여하신 탓에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소송 도중 큰형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소송은 무효가 되는 건가요?” 상속인들 간 유류분반환청구소송 도중 피고 당사자가 사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6일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일반적으로 소송에서 피고(소송을 당하는 사람)가 사망한다면 소송이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재산이나 채무에 관련 소송은 피고가 사망한다고 해서 종결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류분반환청구소송 진행 중 피고가 사망한다면 상속 절차에 따라 그의 상속인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류분제도’란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을 말한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경우 원래 받을 상속금액의 절반이 유류분이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총 2억원일 때 상속금액은 각각 1억 원씩이고 유류분 계산으로는 그 절반인 5천만 원씩이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유류분소송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유류분소송센터의 ‘2023 유류분소송통계’에 따르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 기간은 짧으면 2개월 길게는 2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큰형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진행할 때 큰형이 사망했다면 상속 관계를 따져야 한다. 즉 큰형이 생전에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을 보유했지만, 사망함으로써 그의 상속인에게 재산이 상속되는 원리로 이해하면 쉽다. 우선 큰형이 혼인했을 경우라면 형수를 상대로 유류분소송을 진행하면 된다. 혼인한 큰형이 사망할 경우 1순위 상속인은 형수이기 때문. 엄 변호사는 “큰형에게 배우자뿐 아니라 자녀 즉 조카까지 존재한다면 소송을 진행할 때 형수와 조카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며 “혼인한 사람은 사망 시 직계비속(자녀)과 배우자가 법률상 1순위 공동상속인에 속한다”고 말했다. 반면 소송 도중 사망한 큰형이 미혼인 상황이라면 어떨까. 이 경우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미혼인 형이 사망 시 1순위 상속인은 생존해 계신 어머니인 경우다. 다만 어머니는 추후 돌아가시게 되면 모든 재산이 본인에게 상속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소송을 이어갈 필요성이 떨어진다. 두 번째 상황은 부모님이 모두 안 계신 상황에서 미혼인 큰형이 사망한 경우다. 이 경우 형제인 원고(유류분 권리자 혹은 소송을 제기한 사람)가 1순위 상속인이 된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사실은 소송을 제기한 동생이 채권자이자 채무자가 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유류분을 받기 위해 채권자로서 소송을 제기했는데 채무자인 형이 사망함에 따라 그의 재산이 본인에게 상속되었다는 말. 이러한 상황을 법률에서는 ‘혼동’이라 규정한다. 혼동이란 ‘채권, 채무와 같이 서로 대립하는 2개의 법률상 지위가 동일하게 귀속되는 상황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채무 관계에 있는 기업이 합병한 경우와 같다. 엄 변호사는 “따라서 혼동이 있게 되면 권리는 원칙적으로 소멸하게 되어 소송 진행이 무의미해진다”며 “유류분을 받기 위해 소송을 걸었는데 유류분을 줄 사람이 사망한 것도 모자라 그 재산이 유류분 권리자에게 상속되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상속 절차에 따라 큰형의 상속인에게 유류분소송을 이어갈 때 다소 껄끄러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가령 형수뿐 아니라 조카나 자신의 부모도 공동상속인에 속하는 경우다. 즉 큰형이나 형수에게 유류분을 주장하는 것까지는 감당할 수 있지만, 조카나 자신의 어머니가 공동상속인에 속해 있다면 법적 분쟁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말. 엄 변호사는 “이 경우 부분 취하를 통해 일정 지분을 포기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조카나 어머니와의 법적 분쟁을 피하고자 부분 취하를 하게 되면 형수에게 받을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은 법률상 포기하는 것으로 본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유진 기자 2023.03.06 13:01
연예
‘스타 형제’ 김민석·김우석, 사랑의 열매 ‘나눔리더’ 됐다멜로망스의 김민석과 배우 김우석이 지난 29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천500만원을 기부하며 희망2023 나눔캠페인에 참여했다. 사랑의 열매 제공 김민석(멜로망스)·김우석(배우) 형제가 지난 29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천500만원을 기부하며 희망2023 나눔캠페인에 참여했다. 김민석·우석 형제의 기부금은 파킨슨, 루게릭 환자의 치료를 위한 의료비와 생활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지원될 예정이다. 가수 김민석은 2018년 ‘나눔리더(개인이 1년 내 100만원 이상을 기부 또는 약정하는 사랑의열매 기부 프로그램)’에 가입하며 사랑의열매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5년째 이웃돕기 캠페인에 참여해 파킨슨, 루게릭 환자들의 의료비를 지원해왔으며, 이번 성금도 이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기부를 포함해 사랑의열매 누적 성금은 1억원이 넘는다. 나눔에 대한 깊은 마음은 동생에게도 이어져 형제가 함께 참여한 특별한 기부가 성사됐다. 배우 김우석도 사랑의열매 ‘나눔리더’로 가입해 나란히 연예인 형제 최초 ‘나눔리더’가 됐다. 김우석은 “이번 기부로 어렵고 소외받는 이웃들이 따뜻한 새해를 보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민석·우석 형제. 김민석은 2015년 데뷔한 멜로망스 멤버로 특유의 부드러운 음색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노래 ‘사랑인가 봐’와 ‘취중고백’으로 ‘2022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TOP10과 베스트 OST상을, ‘2022 MAMA 어워즈’에서 베스트 OST상을 수상했다. 또한 서울을 포함해 전국 10개 도시에서 총 21회 전국 투어 콘서트를 이어갔다. 배우 김우석은 2017년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2>로 데뷔해, tvN <고스트브로스>, <군검사 도베르만> 등에 출연했다. 현재 MBC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 ‘이신원’ 역으로 활약 중이다. 사랑의열매는 오는 31일까지 62일간 집중모금캠페인 ‘희망2023나눔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나눔 목표액은 4천40억원이며, 목표액의 1%에 해당하는 40억4천만원이 모금될 때마다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사랑의온도탑 수은주가 1도씩 올라가며 목표액이 달성되면 100도가 된다. 오늘(3일)의 사랑의온도탑 나눔온도는 90.6도다.
이유진 기자 2023.01.03 15:54
화제
[행복한 쌍둥이]공부만은 질 수 없었다! 박권희·석희 형제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같은 DNA를 가진 형제나 부모보다 더 가까운 사람이라 생각하면 든든할 것이고, 함께 커가며 경쟁자로 의식한다면 그것만큼 괴로운 일이 또 없을 것이다. 이런 단순한 호기심에서 11월 쌍둥이 특집이 탄생했다. 서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쌍둥이 네 팀을 만났다. 그들을 인터뷰하고 느낀 감정은 ‘부러움’이었다. 내 마음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알아주는 존재, 갖고 싶었다. 이토록 가까이에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웃었던 적이 있던가. 순간의 어색함이 두 사람 사이를 떨어뜨릴 때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서로에게 “좀 웃어봐”라며 티격태격한다. 그러면서도 1시간 남짓한 촬영이 끝난 뒤 누가 더 잘한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를 가리킨다. 유쾌한 두 남자는 그렇게 꼭 닮아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지난 2008년. 전교 1, 2등을 다투며 상위권을 지켜온 박권희·석희(24) 형제는 그토록 바라던 서울대학교 입학에 실패했다. 중학교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홀로 생계를 꾸려온 어머니의 벌이만으로는 만만치 않은 사립대학교의 등록금을 감당하기 부담스러웠고, 결국 두 사람은 ‘재도전’의 길을 선택했다. “동생이 굉장히 꼼꼼한 성격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내신에 강했어요. 그래서 동생이 피곤하다고 잠깐 눈을 붙인다고 하면 ‘어, 얼른 자’라고 하고는 불을 꺼줬죠. 그러고는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저는 스탠드를 켜놓고 더 열심히 공부했고요(웃음).” (박권희) “사실 공부는 내가 더 잘했지, 지금도 그렇고(웃음). 이겨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워낙 성적이 비슷하다 보니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저희를 놓고 비교했어요.” (박석희) 하루 단위, 주 단위, 월 단위 계획을 세워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 공부했다. 곁을 지키는 든든한 경쟁자는 힘든 시간을 흔들림 없이, 모질게 버텨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듬해, 마침내 두 사람은 각각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수시모집 특기자 전형)와 경영대(정시모집 일반 전형)에 합격했다. 같은 학교를 다니다 보니 의외로 좋은 점이 많다. 형의 친구들과 동생의 친구들이 합해지다 보니 또래보다 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여전히 두 사람을 구분하지 못해 생기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그조차도 즐거운 추억으로 익숙해졌다. “둘이 비슷한 성격이긴 한데 형이 저보다 좀 더 외향적이거든요. 과 대표도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더라고요. 학과 특성상 다양한 학과의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내고요. 그래서 가끔씩 도서관에 앉아 있다 보면 형의 이름을 부르며 저에게 말을 걸어오기도 해요.” (박석희) “쌍둥이라 좋은 점은 가끔씩 출석 체크를 대신 해줄 수 있다는 것(웃음)? 그렇지만 요즘엔 교수님들께서 다 알아보셔서 그것도 힘들어요. 그저 웃으시던 교수님께서 괘씸죄를 적용해 학점을 짜게 주시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숙제를 대신 한다든가, 시험을 대신 봐준다든가 하는 행동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내가 더 잘한다, 하는 저희만의 자존심이 있어서 서로의 실력을 못 믿어요(웃음). 공부에서만큼은 냉정하죠.” (박권희) 또래의 여느 형제들처럼 소소한 다툼을 한 적은 있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줄 만큼 크게 싸워본 적도 없다. 활발한 성격의 감성주의자 형과 꼼꼼한 성격의 이성주의자 동생. 한 살 한 살 나이를 더해갈수록 삶의 방향은 조금씩 다른 곳을 향할 것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함께’일 때 더욱 완벽하게 빛이 난다는 것을. 투박한 표현일지라도, 서로를 든든하게 믿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동생이 현재 CPA를 준비하느라 휴학 중이거든요. 그동안 워낙 잘해왔기 때문에 저는 동생을 믿어요. 내년에 같이 졸업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동생은 자기 영역도 확실하고, 속마음을 표현하기보다는 안에다 꾹꾹 담아두는 편이에요. 그래서 말수도 적다 보니 얼굴에 여드름도 많이 났죠(웃음). 그걸 좀 고쳤으면 좋겠어요.” (박권희) “형은, 한 번 말을 시작하면 끊을 줄 모르고 길어지다가 필요 없는 말까지 한다는 게 단점이에요(웃음).” (박석희)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김영길>
2013.11.06 1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