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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원, 마지막 10대 불태운다···전국투어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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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원, 마지막 10대 불태운다···전국투어 개시

      서울 공연 성료 후 부산서 본격 투어 ‘보릿고개’와 ‘Easy Lover’ 무대 팬 호응 인천 대구 성남 수원 대전 등 순차 개최 가수 정동원 콘서트 현장 사진. 쇼플레이 제공 가수 정동원이 10대 마지막 단독 콘서트로 전국투어에 나선다. 정동원은 지난 3월 29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 콘서트 ‘정동원 동(棟) 이야기 화(話) – 서울’을 개최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데뷔 5년간의 음악 활동을 되짚는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다. 정동원은 오는 4월 12일과 13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국투어에 돌입한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이번 투어를 10대 시절을 마무리하는 단독 공연으로 준비했다. 이번 무대는 팬들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가수 정동원 콘서트 현장 사진. 쇼플레이 제공 가수 정동원 콘서트 현장 사진. 쇼플레이 제공 가수 정동원 콘서트 현장 사진. 쇼플레이 제공 서울 콘서트에서는 ‘미스터트롯’ 출연 당시 화제를 모았던 ‘보릿고개’를 다시 불렀다. 6년 만에 선보인 무대는 정동원의 감정 해석이 더해지며 큰 호응을 얻었다. 또 방송을 통해 사랑받았던 ‘이지 러버(Easy Lover)’를 라이브로 불러 다양한 장르 소화력을 입증했다. 이번 전국투어는 정동원이 10대에 쌓은 음악적 경험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20대를 향해 나아가는 변화를 담아낸다. 구성은 기존 대표곡과 신곡을 아우르며 생동감 있는 무대로 준비됐다. 정동원은 부산 공연에 이어 4월 26일과 27일 인천 5월 3일과 4일 대구 5월 10일과 11일 성남 5월 24일과 25일 수원 5월 31일과 6월 1일 대전에서 공연을 연다. 공연 정보와 예매 일정은 인터파크 티켓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선명 기자 2025.04.09 09:13

    • ‘가요계 안타 제조기’ 안치행, 프로야구 10대 구단 응원가 음원 10곡 동시 발매

      야구

      ‘가요계 안타 제조기’ 안치행, 프로야구 10대 구단 응원가 음원 10곡 동시 발매

      안타 음반 가요계 거장 안치행의 ‘안타 음반’이 오는 24일 KBO리그 10대 구단의 신곡 응원가 음원 10곡을 전격 발매한다. 레전드 작가 안치행이 전곡을 작사,작곡했고, 그의 애제자인 ‘천상의 소리꾼’ 권미희와 와이키키브라더스, ‘싱어게인’출신 가수 김진웅이 노래를 한다. 최근 김진웅은 ‘목포밤바다’, 권미희는 ‘목포아가씨’로 목포에서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80년대 ‘가요계의 안타 제조기;로 불리운 ‘안타 음반’이 천만관중 프로야구 시대에 부응, 1976년 창립 49년만에 처음으로 야구 응원가를 제작하는 것이다. 기아타이거스, 두산베어스, 롯데자이언츠,삼성라이온즈,SSG랜더스, NC다이노스, LG트윈스, KT위즈파크, 키움히어로즈, 한화이글스(가나다순)등 프로야구 10개 구단 응원가로 일제히 출시되는 신곡 응원가들은 정겨운 K가요와 강렬한 비트, 신나는 댄스를 기반으로, 개성 넘치는 각 구단의 팀컬러와 팬들의 열정, 연고지 정취가 반영되었다. 또, 치어리더들의 댄스 퍼포먼스 장면 백그라운드 뮤직으로도 기대된다. 안타 음반 안치행 작가는 “프로야구 일천만 관객 시대에 당초 야구에서 이름을 따온 ‘안타 프로덕션’도 늦었지만 한 역할을 해야할 것 같아 음반 기획을 했다”면서 “KBO리그의 응원가는 팬과 팀이 하나 되며 힘과 용기를 배가시킨다. 또한 이기든, 지든 팬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며 선수들에게 박수치며 격려하는 노래들”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한편 안 작가는 “80년대초 안타프로덕션 사무실에 야구 선수들이 많이 드나들었다. 그러나 10개 구단중 어느 특정팀을 응원하지는 않는다. 최근 남녀노소 모든 세대가 즐기고 좋아하는 KBO 야구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곡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올해 83세 안치행은 1972년 전설의 록밴드 ‘영사운드’의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로 데뷔, ‘달무리’ ‘등불’을 발표했고, ‘영동부르스’(가수 나훈아), ‘오동잎’(가수 최헌), ‘사랑만은 않겠어요(가수 윤수일), ‘연안부두’(가수 김트리오), ‘울면서 후회하네’(가수 주현미) ‘아 바람이여’(가수 박남정) 등 히트곡을 비롯, 통산 600여곡에 달하는 대중 가요를 만들어냈다. 2016년에는 KBS ‘불후의 명곡-안치행편’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손봉석 기자 2025.03.13 19:51

    • [스경X현장] “10대를 먹칠하지 않도록” 정동원, 어엿한 ‘키다리’로

      연예 스경X현장

      [스경X현장] “10대를 먹칠하지 않도록” 정동원, 어엿한 ‘키다리’로

      쇼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정동원이 장르적 한계를 벗어나 진정한 ‘육각형’ 아티스트에 도전한다. 정동원의 두 번째 정규앨범 ‘키다리의 선물’ 쇼케이스가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노들섬 라이브 하우스에서 진행됐다. 이번 정규앨범 ‘키다리의 선물’은 지난 2021년 발매된 ‘그리움,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후 3년 만에 발매하는 정규 2집이다. 더블 타이틀곡 ‘흥!’과 ‘꽃등’과 인스트 음원을 포함해 총 14곡이 수록되었다. ‘키다리의 선물’은 정동원이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소설 ‘키다리 아저씨’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앨범은 정동원이 이제껏 팬들에게 받았던 사랑에 보답하고자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어린 나이부터 방송에 출연해 ‘미소년’ 타이틀을 달았던 그가 10대의 끝자락에서 이제는 어엿한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팬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예정이다. 쇼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정동원은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보니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며 “올라가기 전에 잘해야 한다고 주문을 외우기도 했다. 하기 전에는 무서웠지만 이젠 즐거움이 크다”고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첫 번째로 선보인 ‘꽃등’ 무대는 슬픈 가사에 미디엄 템포가 가미되어 슬프면서도 리듬감 있는 절묘한 곡이었다. 정동원은 자신만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감성으로 곡을 소화해냈다. 다음으로 선보인 더블 타이틀곡 ‘흥’은 트로트 기반의 댄스곡으로 힙합과 EDM, 댄스 모두 느낄 수 있는 신나는 곡이다. 이날 정동원은 신나는 노래뿐만 아니라 화려한 댄스 퍼포먼스까지 선보여 현장의 열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 곡은 특히 래퍼 김하온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한 차례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정동원은 “평소에 힙합 장르를 좋아했다. 특히 김하온 래퍼는 ‘고등래퍼’ 때부터 좋아해서 한 번 꼭 작업하고 싶었다”며 “마침 이번에 힙합 장르의 곡이어서 회사 대 회사가 아닌 직접 SNS로 DM을 보내 피처링을 요청드렸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쇼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앨범에는 트로트 가수 설운도가 직접 작사·작곡한 곡 ‘사랑을 시작할 나이’도 담겨 눈길을 끌었다. 정동원은 “이전부터 설운도 선생님의 곡을 받고 싶어서 먼저 부탁을 드렸다”며 “만나서 얘기를 하는데 ‘동원이 너한테 줄 노래가 갑자기 생각났다’며 이 노래를 주셨다”고 비화를 전했다. 그러면서 “음정이나 박자에 대한 피드백보다는 느낌을 중요시하셨다”며 “‘너도 이제 사랑을 할 수 있는 나이’라고. 나도 사랑을 할 수 있고,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기대감이나 설레는 마음을 생각하며 부르라고 조언해주셨다”고 밝혔다. 이번 ‘키다리의 선물’ 앨범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건 설운도뿐만이 아니다. 정동원은 이번 앨범을 위해 도움을 준 인물들로 ‘미스터트롯’의 TOP6 형, 삼촌들, 가수 박진영 등을 언급했다. 그는 “‘미스터트롯’ TOP6 형, 삼촌들이랑은 수시로 안부를 묻는다. 이번에 정규 앨범 나온다고 하니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며 “특히 영탁 삼촌이랑도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수정했으면 하는 부분도 얘기해 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를 표했다. 끝으로 정동원은 정규 2집 활동을 앞두고 포부를 전했다. 그는 “앨범 노래가 전체적으로 희망적인 가사가 많다. 이번 앨범으로 많은 대중분들이 희망을 얻으셨으면 좋겠다”며 “이젠 제가 팬 여러분들 곁을 묵묵히 지켜주며 사랑을 드리겠다”고 했다. 그는 “열심히 활동해 온 10대에 먹칠을 하지 않도록. 이번 활동으로 10대의 마지막까지 열심히 활동하겠다”며 마무리했다. 정동원의 두 번째 정규앨범 ‘키다리의 선물’은 13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이민주 온라인기자 2025.03.13 15:02

    • [인터뷰②] 고아라 “10대 때 내 인기 최고…男女 불문 줄 서”

      연예

      [인터뷰②] 고아라 “10대 때 내 인기 최고…男女 불문 줄 서”

      고아라. 킹콩 by 스타쉽 배우 고아라가 학창 시절 당시 본인의 인기에 대해 회고했다. 지난 28일 서울 삼청의 한 카페에는 티빙 드라마 ‘춘화연애담’에서 공주 ‘화리’로 분한 고아라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고아라는 본인의 학창 시절을 언급했다. 앞서 고아라는 2003년 ‘성장드라마 반올림# 1’에서 이옥림 역으로 14살의 나이에 데뷔를 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이 배역은 1000:1에 육박하는 치열한 경쟁률 속에서 오디션이 진행됐다고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고아라는 “‘춘화연애담’ 속 화리를 나에게 많이 대입했다. 화리가 궁중 안에서 갇혀지내다시피 하니까 평범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못했다. 저 또한 학생 때 쪽지를 주고 받는 등 학생으로 누리고 싶은 것들을 못 누렸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보통 작품을 통해서 간접 경험할 뿐이었고, 당시에 인기가 너무 많아서 무서웠다. 남자들이 (저를) 좋아하는 것도 그렇지만, 여자들이 너무 좋아했다. 사람들이 몰려 떡볶이도 못 먹었다”라고 덧붙였다. ‘춘화연애담’은 공주 ‘화리’가 직접 부마를 찾겠다는 선언에 도성 최고 바람둥이 ‘환’과 1등 신랑감 ‘장원’이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청춘사극이다. 10부작인 ‘춘화연애담’은 지난 27일 8부까지 공개된 가운데, 오는 6일에는 나머지 9부, 10부까지 모두 오픈된다.

      서형우 온라인기자 2025.03.01 07:01

  • 주간경향

    • 10대 감독이 묻는다 “전쟁은 무엇을 남기는가”

      문화/과학

      10대 감독이 묻는다 “전쟁은 무엇을 남기는가”

      제10회 아동권리영화제 <영화로운 작음>·<그 애> 프리뷰 ※이 기사는 제10회 아동권리영화제 본선 수상작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그리고 또 다른 어딘가에서 전쟁으로 사람들이 죽는다는 뉴스를 계속 듣는다. 영상이나 사진 속에서 피 묻은 얼굴을 한 아이들의 모습도 본다. 그렇게 ‘전쟁’이라는 단어가 한국에서 살아가는 아동들에게도 가까이 다가왔다. 국제 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이 주관하는 제10회 아동권리영화제가 11월 한 달간 열린다. 영화제 단편영화 공모전에서 본선에 오른 6편 중 다큐멘터리 <영화로운 작음>과 애니메이션 <그 애>는 10대 아동 감독들의 작품으로, 둘 다 ‘전쟁’을 소재로 했다. 제10회 아동권리영화제 본선 수상작 <영화로운 작음> 스틸컷 /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아동의 시선에서 본 ‘전쟁’ <영화로운 작음>은 경기예술고등학교 3학년 권예하 감독(18)의 14분짜리 셀프 다큐멘터리다. 2011년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남수단은 정치적 갈등으로 2013~2020년 내전을 겪었다. 권 감독은 열 살 때인 2016년 남수단 토리트 지역에 가족과 함께 전쟁을 겪는다. <영화로운 작음>은 감독 가족의 경험을 통해 전쟁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앗아가는지를 상기시킨다. 권 감독은 지난 11월 5일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은 사람들에게서 당연함을 빼앗고 회상을 남긴다”고 말했다. 제10회 아동권리영화제 본선 수상작 <영화로운 작음>을 연출한 권예하 감독 / 권예하 감독 제공 “저희가 살던 곳은 바람 소리와 빗소리가 자주 들리던 마을이었는데 총소리가 나니까 그 소리를 한동안 못 들었어요. 또 폭격이 가까워지면 대피를 해야 하니까 해를 못 보는 날이 많아졌고요. 무엇보다 매일 같이 놀자고 찾아왔던 친구들이 점점 줄어가는 게 제일 슬펐어요. 절대 없어지리라 생각해본 적 없던 일상이 가장 먼저 없어졌어요.” 토리트 지역에 사는 부루족은 “빗속에서 춤추고 나무 위에서 노래하던 사람들”이었다. 전쟁이 시작되고 마을은 완전히 변해버렸다. 모두가 문을 걸어 잠갔고, 거리엔 시신이 쌓였다. 학교가 곧 지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던 한 소년의 희망도 꺾였다. 나중에 들은 소식이지만 마을의 소년들은 소년병이 됐다. “부루족 마을은 ‘슬프다’, ‘싫다’를 의미하는 단어가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좋다’를 의미하는 단어는 딱 한 개밖에 없어요. 제가 사람들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는데 오랫동안 ‘좋다’라는 말을 할 일이 없어서 그렇게 됐다고 답하더라고요. 내전 이전에도 북수단·남수단이 전쟁을 오래 했기 때문이에요. 이런 게 전쟁이 사람들에게 남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권 감독은 가자지구 전쟁터에서 아이들을 구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나쁜 전쟁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좋다’라는 단어를 하루에도 몇 번씩 웃으면서 말했던 남수단 사람들과 겹쳐 보였다”고 말했다. 권 감독 가족은 전쟁이 길어지자 한국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남수단에서 탈출했다. 한국에 돌아온 가족은 ‘우리만 도망쳤다’는, 죄책감과 마주한다. 권 감독의 아빠는 빨간색 음식을 보면 피비린내가 나는 것같이 느끼는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엄마는 천둥소리가 분명한데도 옆집 건물이 무너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권 감독은 “한국에 오고 전쟁이 일어나기 전 평화로운 일상을 떠올리려 했던 것 같고, 어떤 회상은 하기 싫은데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영화로운 작음>은 권 감독 가족이 트라우마와 마주해 어떻게 삶을 이어갔는지를 담았다. 권 감독 부모는 심리학을 공부한 후 관련 전문가가 됐다. 권 감독은 ‘당연한 것들’, ‘작지만 중요한 것들’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영화로운 작음>은 감독 자신이 왜 영화를 찍느냐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만들었다. 권 감독은 <영화로운 작음>에서 자신이 영화를 찍는 것은 “작은 것들을 위한 시”라고 소개한다. “한국에 오고 당연한 것들에 관해 많이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남수단에선 메신저 앱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쓰면서, 문장 한두 개밖에 보낼 수 없었는데 한국에선 매일 사진·동영상까지 붙여서 보내는 게 너무 당연하더라고요. 다음 작품은 한국에서 당연하던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제10회 아동권리영화제 본선 수상작 <그 애> 스틸컷 /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또 다른 본선 수상작 <그 애>는 10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어느 산속에 자리한 폐허에 패잔병 두 명이 찾아온다. 이 폐허에는 아이 한 명이 산다. 패잔병들의 등장에 잔뜩 겁을 먹은 아이와 그 아이의 흔적을 발견하고 혹시나 적일지 몰라 긴장하는 패잔병들의 모습이 교차해 나온다. 아이와 패잔병들은 서로를 겁먹게 하지만 마주할 수는 없다. 아이는 전쟁 속에 스러진 희생자였다. <그 애>는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3학년 김시은(18)·강민하(18) 두 감독이 연출했다. 두 감독이 졸업작품을 고민하던 때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전쟁’을 주제로 졸업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가자지구 전쟁 발발 소식을 접했다. 두 감독은 지난 11월 4일 전화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희생당하는 뉴스를 많이 보면서 전쟁의 피해자들, 그중에서도 아동들이 가장 큰 피해자란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 애> 속 아이는 “직접적인 전쟁의 피해자”를 상징하고, 패잔병 두 명은 “전쟁 그 자체를 나타내는 가해 집단으로서 군인과 목숨을 잃거나 육체적 부상, 정신적 고통을 경험하는 피해자 개인으로서의 군인”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그 애>에서 아이가 자신이 죽었음을 자각하는 순간, 폭죽이 터지고 놀이동산 회전목마로 이동한다. 김시은 감독은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지는데 어떠한 예쁜 포장지를 사용해도 전쟁은 결국 참상만 남긴다는 것을,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상처가 남는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애>는 아이가 미국 남북전쟁 당시 군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즐거운 나의 집’을 부르면서 시작된다. 또 전쟁 중 목숨을 잃은 이를 위한 추도곡인 모리스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과 ‘전쟁 소나타’로 불리는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제6번’이 배경음악으로 삽입됐다. 강민하 감독은 “애니메이션은 사운드가 분위기를 이끄는 데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자료조사를 많이 해서 배경음악에도 의미를 담으려 노력했다”며 “전쟁에 관한 두려움, 불안감, 폭력성에 대한 공포가 담긴 곡들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제10회 아동권리영화제 본선 수상작 <그 애>를 연출한 김시은 감독(왼쪽)과 강민하 감독 / 김시은 감독 제공 <그 애>를 제작하는 동안 약 1년이 흘렀고, 두 사람은 ‘전쟁’에 관해 더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김시은 감독은 “전쟁 피해자들이 실재하는 사람들이고, 그들에게 삶이 있었다는 것을 느끼면서 (전쟁이) 피부로 와닿는 순간이 있었다”며 “우리나라도 전쟁에서 완전히 안전한 국가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인간에게 전쟁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인가를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대학 진학 후에도 작품을 만든다면 ‘전쟁’이라는 주제를 계속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강민하 감독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으로 다음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동들이 묻는다…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아동권리영화제는 2015년 아동 체벌 근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시작해 올해로 10회를 맞았다. 올해 단편영화 공모전에는 234편이 출품됐는데, 본선 수상작으로 선정된 6편은 아동의 시선에서 세상에 질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지인 감독의 <콘>은 기후위기 속 아동이 살아갈 미래에 관해 묻는다.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때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컵’이 아닌 ‘콘’을 고르는 일곱 살 민우. 민우가 받고 싶은 선물을 어른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아이스크림도 빙하도 녹는다. 곽승희 감독의 <네잎클로버>는 부모와 놀러 가는 것을 소원으로 둔 초등학생 아이의 네잎클로버 찾기를 따라간다. 바쁜 부모가 곁을 주지 않아서 방임되는 아이에게 흔한 세잎클로버처럼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어른이 있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헨젤: 두 개의 교복치마>(임지선 감독)와 <내 방>(한세하 감독)은 여성 청소년의 성장기를 그렸다. 가정환경의 차이, 친구관계, 학업 수행 등 주인공 각자가 현실적인 문제들을 마주하고 답을 찾는 과정을 좇는다. 영화제 10주년 기획 단편영화 <이세계소년>도 공개됐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연출한 김성호 감독 작품이다. 장애 아동의 기회를 가질 권리를 SF영화로 담았다. 본선 수상작들과 <이세계소년>은 영화제 홈페이지(www.sc.or.kr/crff)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오는 11월 16일과 23일에는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각각 <이세계소년>과 본선 수상작품들을 상영하고 ‘관객과의 대화’(GV) 행사도 열린다.

      김향미 기자 2024.11.11 06:00

    • 문화/과학 이기환의 Hi-story

      [이기환의 Hi-story](10)경쟁률 1만6000 대 1 조선시대 과거시험

      바야흐로 대학입시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대학진학을 위한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과 수험생 부모들이 그야말로 살 떨리는 겨울을 맞이하시겠죠. 입시철을 맞아 조선시대 과거시험장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전성기인 30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공원춘효도’. 조선 후기 과거제도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고발·풍자하는 풍속화다. 미국 개인소장가가 갖고 있던 것을 정병모 경주대 교수의 주선으로 구입환수해 경매를 통해 경기 안산시가 소장하게 됐다. / 안산시 소장 과거시험 하면 가장 극적인 이틀이 떠오르네요. 지금으로부터 221년 전인 1800년(정조 24) 3월 21~22일의 일입니다. 당시 왕세자(순조)의 책봉을 기념하는 특별시험(경과·慶科)이 창경궁 춘당대에서 열렸는데요. 첫날(21일)엔 초시가, 둘째 날(22일)에는 인일제(人日製·유생들을 대상으로 치른 특별과거)가 잇달아 열렸습니다. 이 이틀간의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자그마치 21만5417명이었답니다. “21일의 경과는 3곳으로 나눠 치렀는데 총 응시자는 11만1838명에 달했고, 시권(답안지)을 바친 자는 모두 3만8614명이었다. 다음날의 인일제 응시자는 모두 10만3579명이었고, 시권을 바친 자는 3만2884명이었다….”(<정조실록> <홍재전서>) 이틀간 답안지를 제출한 응시생만 해도 7만1498명에 달했는데요. 그중 첫날의 경과에서 10명, 둘째 날 인일제에서 2명의 합격자가 선발됐으니 어떻습니까. 첫날 경과의 경쟁률은 1만1184 대 1(답안지 제출한 실질경쟁률은 3861 대 1)이었고, 둘째 날 인일제의 경쟁률은 더 지독해 5만1790 대 1(실질경쟁률은 1만6442 대 1)이었습니다. 조선은 시험의 나라 이 응시자와 경쟁률은 조선이 ‘시험의 나라’였음을 알리는 가장 극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5세 때 과거공부를 시작한다면 무려 30년 이상 머리를 싸매야 겨우 대과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시험은 원칙적으로 3년마다 실시됐는데요. 수험생은 4차례의 국가시험을 거쳐야 했습니다. 우선 예비시험인 소과의 경우 초시(1400명 선발)를 거쳐 복시를 통과한 200명이 생원(100명), 진사(100명)가 됐습니다. 생원, 진사가 돼야 본시험인 대과(문과)를 치를 수 있었죠. 대과 역시 1차 시험격인 초시에서 240명을 선발했고, 이 240명이 2차 시험인 복시에 응시했습니다. 이렇게 4차례의 시험에서 뽑힌 33명의 과거급제자가 꿈에 그리던 문관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죠. 지금으로 치면 3년에 한 번씩, 그것도 단 33명만 뽑는 행정고시였으니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해야 하는’ 어려운 관문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번 떨어지면 최소 3년을 기다려야 했으니 합격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죠. 과거장 안팎을 이어놓은 노끈의 정체 그러니 어떻게 됐겠습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죠. 사생결단식의 입시부정이 심심찮게 일어났습니다. 조선시대 과거 합격자 명단. 원칙적으로 3년에 한 번씩 실시되는 대과에는 단 33명이 선발됐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1705년(숙종 31) 2월 18일 심상찮은 사건이 터집니다. 성균관 인근 동네에 살고 있던 여인이 나물을 캐다가 땅속에 묻힌 노끈을 발견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여인이 심상치 않은 노끈을 잡아 당겨보았는데요. 이 노끈은 명륜당 뒷산에서 성균관 담장 밑을 통과해 과거시험장 안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긴 노끈을 이은 대나무 통을 묻고 비늘처럼 죽 이어 구멍을 통하게 한 뒤 다시 기와를 덮어 은폐한 거죠. 수사 끝에 시험장으로 이어진 노끈이 여러개 발견된 사실만 추가 확인했을 뿐 범인색출에는 끝내 실패했답니다. 이밖에도 이른바 커닝페이퍼를 콧구멍에 넣거나 종이로 만든 속옷에 글을 써서 입거나 아주 작은 책을 만들어 옷 속에 숨겨 들어가는 일도 비일비재했답니다. 조직적인 입시부정행위가 적발되어 이미 치른 과거시험이 취소하는 불상사도 일어났습니다. 1699년(숙종 25)의 기묘과옥과 1712년(숙종 38)의 임진과옥입니다. 기묘과옥은 실무자인 등록관(필적 부정을 막으려고 응시자 답안을 베껴 채점관에게 넘기는 관리)과 봉미관(답안지 서명란의 봉인 담당 관리)이 청탁을 받은 답안지를 바꿔치기하거나 고쳐써 부정합격시켰다가 적발된 옥사입니다. 이 사건으로 관련자 전원이 절도에 유배되고, 34명이 최종합격한 과거 자체가 무효처리됐습니다. 임진과옥(1712)의 관련자들은 얼굴에 철판을 깔았습니다. 시험관이 친구 아들과 지인에게 문제를 사전에 유출하는가 하면 답안지에 특정한 암호(앵·鶯)를 쓰게 했습니다. 실제 ‘천앵출유(遷鶯出幽)’와 ‘곡앵(谷鶯)’과 같은 ‘앵’자가 들어 있는 답안지가 적발됐습니다. 시험이 끝난 다음 답지를 제출받아 부정 합격시킨 예도 있었습니다. 문제의 ‘간 큰’ 시험관은 응시생의 집을 두루 찾아다닌 사실까지 드러났습니다. 결국 과거가 전면 취소됐고, 관련자 3명은 처형당했습니다. 1만마리 개미가 쟁투하는 과거장 앞서 정조 때 치른 특별과거에서 21만명이 넘는 수험생이 응시해 제출한 답안지가 7만여장이라 했죠. 응시생 중 3분의 1만 답안지를 낸 셈인데,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시험이 너무 어려워 답 쓰기를 포기한 이가 14만명에 달했다는 얘기일까요. 아닐 겁니다. 단원 김홍도(1745~1806?)의 풍속화를 보면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림 위에 “봄날 새벽 과거시험장(공원춘효·貢院春曉) 1만마리 개미의 싸움이 격렬하니(萬蟻戰?)…”라고 시작되는 표암 강세황(1713~1791)의 글이 적혀 있어 ‘공원춘효도’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이상하죠. 과거시험장인데 왜 1만마리의 개미가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단원의 이 그림은 문자 그대로 ‘난장판’ 같은 ‘과거시험장의 풍경’을 적나라하게 표사했습니다. 강세황의 글을 더 읽어볼까요. “어떤 이는 붓을 멈추고 골똘히 생각하며, 어떤 이는 책을 펴 살펴보며, 어떤 이는 종이를 펼쳐 붓을 휘두르며, 어떤 이는 서로 만나 짝을 이루며 이야기하며, 어떤 이는 행담에 기대 졸고 있는데… 등촉은 휘황찬란하고, 사람들은 왁자지껄하다.” 조선시대 과거 때 제출된 답안지(시권). 적게는 수천장에서 많게는 수만장에 이르는 답안지 가운데 채점관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빨리 제출해야 했다.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게 조선 후기 과거시험장의 민낯이었습니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언급한 난장판 과거시험장의 모습을 들여다볼까요. “문장에 능숙한 자를 거벽(巨擘), 글씨에 능한 자를 사수(寫手), 자리와 우산 같은 기구를 나르는 자를 수종(隨從), 수종 중 천한 자를 노유(奴儒), 노유 중 선봉이 된 자를 선접(先接)이라 이른다.”(<경세유표>) 한마디로 과거시험을 보는 유생 1명에 최소 5명이 붙어 역할분담을 해 도와준다는 겁니다. 수험생 1명에 5명이 동원된 6인조 ‘입시비리단’이란 말입니다. 이들은 각자의 역할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일단 과거장에 먼저 들어가야 유리했습니다. 요즘처럼 수험번호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무조건 먼저 들어가 현제판(懸題板·과거 때 시험문제를 내거는 널빤지)에 게시되는 문제를 잘 볼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차지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선접’과 ‘수종’, ‘노유’라는 인물들이 필요했는데요. 이들은 과거시험장인 창경궁(춘당대) 밖에서 등불을 밝히며 밤새워 기다렸다가 새벽에 궐문이 열리면 ‘좋은 자리 확보’를 위해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그래서 강세황이 “새벽 과거시험장에서 1만마리 개미가 격렬하게 싸운다”고 표현한 겁니다. 이들은 우산대와 말뚝, 막대기 등을 휘두르며 달려가 우산(일산)을 펴고는 “내 자리요” 하고 맡아놓았습니다. 다산은 이들을 두고 “노한 눈깔이 겉으로 불거지고 주먹을 어지럽게 옆으로 휘두르고 고함을 지르고 달려든다”고 표현했습니다. 물론 이들이 머리에 고양이 귀 같은 검은 유건(儒巾·유생들이 쓰는 관모)을 써서 수험생으로 위장했습니다. 이렇게 살벌하게 몸싸움을 벌이니 어찌 됐겠습니까. 초정 박제가(1750~1805)는 “마당이 뒤죽박죽되고… 심한 경우에는 망치로 막대기로 상대를 때리고 찌르고 싸우며… 문에서 횡액을 당하고… 심지어는 남을 죽이거나 압사하는 일까지 발생한다”(<북학의>)고 고발했습니다. 괜한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1686년(숙종 12) 4월 3일 명륜당에서 실시된 과거장에 먼저 들어오겠다며 아귀다툼을 벌이던 선비 가운데 8명이나 압사하는 불상사가 일어났습니다. <숙종실록>은 이 참극을 소개하면서 “죽은 자들뿐 아니라 위독한 사람들도 많아 성균관 주변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고 기록했습니다. 중국 송나라 시대 과거 응시생이 커닝을 위해 속옷에 가득 커닝페이퍼를 작성해놓은 모습. 사서삼경과 주석 등 무려 70만자를 적어놓았다고 한다. 6인조 입시비리단 그렇게 목숨을 걸고 시험장에 자리를 잡은 6인조는 어떻게 부정행위를 저질렀을까요. 단원의 ‘공원춘효도’를 자세히 봅시다. 먼저 초롱불을 켠 새벽임을 알 수 있는데요. 자리를 맡아놓은 파라솔 같은 우산(일산)과 말뚝, 쇠몽둥이, 평상, 짚자리, 책가방 등을 들고 밀고 들어온 선접과 수종, 노유 등의 모습이 보이네요. 그렇게 자리를 잡았으니 이제 그들의 역할은 끝납니다. 그림을 보면 이들은 쉬고 있죠. 이제부터 응시자(거자)와 ‘문장 전문가’인 거벽, ‘글씨 담당’인 사수의 차례입니다. 문장이 뛰어난 ‘거벽’은 출제자의 의도에 따라 답안의 내용을 전문으로 지어주는 역할입니다. ‘사수’는 거벽이 지어준 문장의 글씨를 빨리, 대신 잘 써주는 사람입니다. ‘거벽’이 책가방에 숨겨온 예상답안지나 참고서를 꺼내 일필휘지로 답안을 지어내면 ‘사수’는 촌각의 지체없이 글씨를 써 제출했습니다. 정작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인 거자는 무엇을 했을까요.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다산도 그런 응시생들이 한심스럽다고 혀를 끌끌 찹니다. “부잣집 자식은 아직 입에 비린내가 난다. 아직 ‘고무래 정(丁)’자를 몰라도 거벽의 글과 사수의 글씨를 빌려 시권(답안지)을 제출한다.”(<경세유표>) 1800년 두차례의 특별 과거에서 21만여명이 참여했지만, 답안지 제출은 7만여장에 불과한 이유가 있었죠. 나머지 14만명 중 상당수가 바로 입시비리단 멤버였을 겁니다. 반나절에 답안지 7만장 채점? 그래도 좀체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 있죠. 아니 채점관들이 어떻게 적게는 수천장에서 많게는 7만장이 넘는 답안지를 채점했단 말입니까. 안 그래도 그것이 폐단이라는 걱정이 계속 제기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시험관이 선착순으로 답안지를 낸 최초 300장에서 합격자를 뽑고 나머지는 다 버렸다는 상소문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조정에서는 이런 폐단을 막으려 시험관의 명이 있기까지 답안지를 내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일부러 나중에 낸 답안지에서 합격자를 뽑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였죠. 과거응시자가 기하급수로 늘고, 게다가 객관식도 아닌 주관식 문제를 푼 답안지 수천~수만장을 어떻게 제대로 채점한다는 말입니까. 그래서일까요. 초정 박제가는 이를 두고 “한유(768~824) 같은 문장가가 시험을 주관한다 해도 소동파(1037~1101)의 글을 번개처럼 던져버릴 것”이라고 개탄합니다. “수만명의 응시자를 두고 반나절 사이에 합격자 방을 내걸어야 한다. 그 때문에 지친 시험관은 붓을 잡기에도 신물이 나서 눈을 감은 채 답안지를 내던져버린다”(<북학의>)고 했습니다. 모든 병폐를 과거제도에 전가하기도 했습니다. 박제가는 “모든 길을 막아놓고 문을 하나(과거제)만 만들어놓으면 공자님이라도 해도 그 문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한탄했습니다. 정약용도 “천거 없이 과거시험으로만 인재를 뽑아 1000가지 병통과 100가지 폐단이 일어난다”고 개탄했습니다. 그러나 어떻습니까. 폐단의 온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된 과거제는 1894년(고종 31) 갑오개혁으로 폐지됩니다. 958년(고려 광종 9) 시작돼 936년 동안 존속해온 과거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 대목에서 한가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박제가나 정약용의 언급처럼 과거 말고 추천제로 인재를 발탁했다면 더 좋았을까요. 또 과거제가 사라진 뒤 130년 동안 실시된 입시 및 고시제도는 과연 바람직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모든 제도와 법령은 사람이 운용하는 것이니까요. 제도가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을 쓰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까.

      이기환 역사스토리텔러 2021.11.22 13:42

    • 문화/과학 김우재의 플라이룸

      [김우재의 플라이룸](10)파우치 박사 대 폴 의원

      ㆍ정치와 싸우는 과학 “지금 여기서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그건 의원님입니다.” 미국 코로나19 관련 대응 최고 책임자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 / AP연합뉴스 지난 5월 11일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미 의회의 청문회에 등장했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실험에 지원했느냐는 문제를 두고 공화당 랜드 폴 상원의원은 파우치 박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추궁했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비영리기구를 통해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를 지원하기로 했던 건 사실이지만, 현재 이 결정은 중단됐다는 파우치의 발언에 폴 의원은 인신공격으로 대응했다. 공화당은 여전히 코로나19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 기원설을 주장하고 있지만, 파우치 박사는 이 입장에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 의원은 파우치 소장과 국립보건원이 지원한 연구비 때문에 전 세계에서 수백만의 희생자가 나왔다는 음모론을 폈고, 파우치 박사는 폴 의원을 향해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그건 폴 의원 당신”이라는 말로 자신의 분노를 표현했다. 80세의 고령인 앤서니 파우치는 평생 감염병 연구를 수행해온 과학자다. 그는 국립보건원장이 될 자격이 충분한 인물이었지만, 보건원 산하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직에 만족하며 과도한 정치적 야망을 꿈꾸지 않았다. 최근 팬데믹 초기에 파우치 박사가 다양한 사람들과 주고받은 개인 e메일 3000페이지 분량이 전부 공개됐다. 이 방대한 e메일의 내용은 파우치라는 과학자가 얼마나 충실하게 자신의 직분에 임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물이자, 트럼프라는 최악의 대통령과 팬데믹이라는 사태를 맞이한 과학자가 사회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투쟁했는지를 증명하는 역사적 기록이며, 또 부패한 정치와 혼돈으로 가득한 사회 속에서 과학자가 보여줘야 할 과학적 태도의 기준을 제시하는 청사진이다. 과학적 태도는 어떻게 정치를 이겨내는가 팬데믹 초기, 미국사회는 마스크 착용을 두고 혼란에 휩싸였다. 파우치 또한 초기엔 바이러스가 투과할 수 있는 마스크의 착용이 감염을 막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친구들의 조언과 여러 과학적 증거를 통해 그는 태도를 바꾼다. 이제 파우치는 마스크 착용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과학의 체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과학자는 과학적 삶의 양식을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과학에서 잘못된 이론이 새로운 데이터에 의해 수정되는 건 흔한 일이다. 과학자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면, 자신의 이론을 수정해야 한다는 태도를 그의 연구현장에서 배운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전 세계 보건전문가들의 태도는 대부분 파우치 박사와 겹친다. 과학은 의심하는 태도에서 출발하지만, 신중함을 잃지 않으며, 결국 재현되는 데이터에 손을 들어주는 체제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 기원설에 대한 그의 입장은 신중하다. 그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 기원설을 재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지만, 이를 확신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계속되는 조사에서 증거가 나오지 않자, 그는 코로나19가 자연발생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흔히 과학은 확실함을 의미하지만, 실제로 과학연구를 수행하는 전문가들은 실험실에서 확신보다 신중함을 먼저 배운다. 하나의 실험이 시공간을 넘어 계속 재현될 때에서야 과학자는 확신을 갖게 된다. 어쩌면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배우는 이 태도는 우리 삶 속에서도 상식일 것이다. 단 한 번의 실험으로 확신하지 말라. 이론에 대한 신념보다 데이터를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라. 하지만 반복되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신뢰하라. 과학자는 불확실성과 확실성 사이에서 신중함과 확신이라는 태도 사이를 오간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우리가 과학을 오해하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다. 과학 외부에 있는 이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이 태도야말로 과학자들에겐 당연한 상식이다. 파우치 박사의 e메일은 과학적 태도가 어떻게 정치를 이겨낼 수 있는지에 대한 훌륭한 본보기다. 과학은 정치와 싸워야 한다 최근 그는 백신 접종에 관한 정치적 입장 차이를 없애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은 현재 민주당에 대한 불신과 반감으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접종률이 높은 지역은 민주당, 낮은 지역은 공화당 주로 나뉜다. 바이러스는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의 차이를 모른다는 말로 파우치 소장은 미국이 처한 상황을 경고했다. 정치가 과학의 조율을 거부하고 과학적 태도로 시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상황, 그것이 현재 미국이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마주한 본질이다. 과학과 정치는 반드시 서로 조율해야 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과학의 귀환’을 외친 건 앤서니 파우치 같은 과학자가 미국을 코로나19로부터 구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의 68%가 파우치 박사를 신뢰한다.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이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상식의 보루엔 과학이 있다. 과학이 정치와 싸워야 한다는 말은 우리에게 낯설다. 한국의 유명한 과학자들은 대중강연을 통해 과학을 재미있게만 설명해왔기 때문이다. 과학을 경제발전의 도구로만 생각했던 한국정치의 시각과 과학을 신기한 학문 정도로만 생각하는 한국 대중의 시각이 만나 과학은 한국사회에서 버려졌다. 우리에겐 당당하게 정치인에 맞서 과학적 태도를 내세우는 과학자가 없다. 과학이, 그리고 과학자가 정치와 연결될 땐 언제나 세계적 연구업적이나 기업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시공간에서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면, 우리는 사회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자신의 작업이 지닌 사회적 맥락을 끊임없이 고민했던, 나아가 고민과 반성을 넘어 지식인으로 사회변화를 위해 실험실 밖으로 활동의 영역을 넓혔던 과학자들을 만난다. 프랑스 대혁명 이전 계몽주의를 통해 시민사회의 대각성을 이끌어냈던 백과사전의 저술가들, 19세기 사회개혁을 위해 우생학과 싸우던 과학자들, 20세기 영국에서 사회주의의 등장을 주시하며 과학적 사회를 위해 실험실과 대중을 넘나들며 싸우던 과학지식인들, 그리고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각성한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민중을 위한 과학운동’은 모두 그런 전통을 대변한다. 생물학자이자 활동가 존 벡위드는 회고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과학자가 생산적인 과학 경력을 쌓아가면서도 동시에 과학과 관련된 사회적 활동가가 될 수 있음을 밝히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많은 과학자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과학자는 활동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정치와 싸워야 한다.

      김우재 낯선 과학자 2021.08.02 11:27

    • 건강 허브에세이

      [허브에세이]‘10대 슈퍼푸드’ 시금치, 과잉 피해야

      날씨가 추워지면 기다려지는 나물이 있다. 바로 시금치다. 콩나물처럼 적정 온도와 수분만 유지해주면 빠르게 자라기 때문에 하우스재배를 통해 사시사철 맛볼 수 있다. 국민음식 김밥에 들어갈 정도로 흔하다. 차례·제사상에도 청적황백흑의 오방색(五方色)을 맞출 때 대표로 들어가기도 한다. 식당의 기본 반찬으로 나와도 맛 한번 보지 않고 지나가는 적도 있다. 그러나 ‘겨울 시금치는 금치’라며 겨울철에는 손수 사와 정성껏 손질하고 요리해 먹는다. 이때 뿌리의 식감이 가장 살아 있고 맛이 달다. 특히 방풍나물처럼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란 시금치가 웃자라지 않고 옆으로 퍼지면서 뿌리부터 잎까지 골고루 영양분이 퍼져 맛이 좋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시금치를 주로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고 토장국을 끓이는 데 넣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시금치를 주로 기름에 볶아 먹는다./농사로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10대 슈퍼푸드’에 들어간 시금치는 아시아 서남부 일대가 원산지다. 쌍떡잎식물 중심자목 명아줏과의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동의보감>을 비롯한 한의학 서적에는 ‘파릉’이라는 약재명으로 통한다. 파릉의 ‘파’는 페르시아를 뜻하며,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지중해식 요리에 시금치가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은 원산지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동의보감>에는 “오장(五臟)의 순환을 원활히 도우며, 위장을 비롯한 대·소장의 열기를 소통시킨다. 또한 술독을 잘 풀어준다”고 나온다. <본초구진>에는 “변비에 효과가 좋으며 치질·치루 등으로 인한 여러 불편 증상에 쓰인다”고 되어 있다. 위장관 내의 염증과 술로 인한 습열독(濕熱毒)을 꺼뜨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금치의 본래 성질이 차갑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과하게 먹으면 “다리에 힘이 풀리게 되고 허리통증을 발생하게 한다”고 나온다. 뱀장어와 같이 먹으면 토하고 설사하며 배가 뒤틀어지는 곽란증이 생길 수도 있다. 권혜진 원장 ‘시금치’ 하면 떠오르는 만화 캐릭터가 있다. 바로 뽀빠이다. 왜 그는 정의롭게 힘을 써야 할 때 시금치 통조림을 먹어댔을까? 한의학에서는 열독을 풀어줄 뿐이며, 도리어 과하게 먹으면 다리가 연약하게 된다고 경고하는데 말이다. 힌트는 그의 복장에 있다. 뽀빠이는 선원이었다. 통조림이 개발되기 전까지 긴 항해를 하는 선원들의 영양 상태는 엉망이었다. 시금치는 비타민A의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채소와 과일이 아쉬웠던 선원들에게는 ‘구원’과 같았을 것이다. 식물성 식이섬유질까지 풍부해 가스 차오름이나 변비에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골수에서 DNA를 합성할 때 꼭 필요한 엽산도 시금치에 풍부하다. 임산부와 성장기 아이들에게 특별히 더 추천하는 나물이다. 그러나 시금치를 오랜 기간 과잉 섭취하면 신장과 방광에 결석을 유발할 수 있어 하루 500g 이하로 섭취를 권장한다. 자주 보았고, 쉽게 구할 수 있다고 귀하지 않은 건 아니다. 소박할지 모르겠지만 담담하고 속을 편하게 하는 시금치 된장국 한술 뜨면서 훈훈한 겨울 저녁을 보내시길 바란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2020.02.07 15:22

  • 레이디경향

    • 입큰×다이소 컬래버레이션, 10대 맞춤형 화장품 출시

      뷰티

      입큰×다이소 컬래버레이션, 10대 맞춤형 화장품 출시

      색조 전문 브랜드 입큰이 다이소와 협업한 퍼스널 컬러 화장품을 출시했다. 색조 전문 브랜드 입큰이 다이소와 협업한 퍼스널 컬러 화장품을 출시했다. 입큰에 따르면 이번 컬래버레이션 제품은 메이크업 베이스 단계부터 본연의 피부톤에 맞는 세분화된 컬러 처방을 제공한다. 특히 보송한 피부 표현이 가능한 ‘퍼스널 라인’은 유행에 민감한 10대를 겨냥한 아이템이다. 기존 입큰의 제품력에 기반한 기능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가격 면에서 장점을 뒀다. 아이템은 총 9종으로 모공과 요철 커버에 특화된 퍼스널 톤 코렉팅 블러팩트, 퍼스널 퍼퓸 파우더 팩트, 프리 메이크업이 가능한 퍼스널 톤 코렉팅 베이스, 각 피부 타입에 맞는 텍스처를 제공하는 퍼스널 프라이머 등이다. 다이소와 협업한 론칭 캠페인 영상은 다이소 매장은 물론 학원가, 대학가를 지나는 버스, 서울권역 오피스 엘리베이터 등을 통해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김지윤 기자 2023.05.26 10:18

    • ‘2020년 10대 뉴스’ 중 대중 공감도 1위는 이태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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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0대 뉴스’ 중 대중 공감도 1위는 이태원 참사

      2022년 10대 뉴스에 대한 대중 공감도. (주)피앰아이 제공 ‘위드 코로나’가 보편화한 2022년은 사회 각 분야에서 일상 회복의 움직임이 어느 해보다도 분주한 한해였다. K컬처의 인기는 고공 행진을 이어갔으며,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도 이뤄냈다. 반면 온 국민이 충격에 빠트린 이태원 참사의 비극도 일어났다. 다사다난했던 올해, 연합뉴스TV 선정 2022년 10대 뉴스 중, 어떤 이슈가 대중에게 가장 공감되고 기억에 남았을까? 온라인 조사 전문기관인 ㈜피앰아이는 ‘2022년 10대 뉴스에 대한 대중 공감도’ 여론조사를 시행했다. 조사는 전국 만 20~69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응답자가 꼽은 10대 뉴스 1위는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19.8%)로 나타났다. 온 국민을 슬픔과 충격에 빠뜨린 이태원 참사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구속 등 관련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2위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 위기’(14.9%)로 확인되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이 단행되었고 그 충격은 부동산과 금융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며 불안정한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의 키워드’ 워드클라우드. (주)피엠아이 제공 3위와 4위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14.5%)에 이어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와 위드 코로나’가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시대 3년 차에 접어들며, 지난 9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지되었다. 완화된 규제로 인해 일상으로의 회복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재유행, 재감염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기쁜 뉴스도 있었다.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 등 강호들을 상대로 값진 결과를 낸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뉴스는 10%로 5위를 차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며 ‘용산 시대’를 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용산 시대 개막’(9.7%) 뉴스는 6위로 나타났다. 뒤이어 우주 시대를 한 발짝 앞당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 성공‘(7위, 6.5%), ‘세계가 인정한 K컬처...칸 영화제, 에미상 수상’(8위, 5.5%), ‘북한 잇단 ICBM 도발...한반도 강대강’(9위, 4.7%),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별세’(10위, 4.1%) 순서로 확인됐다.

      이유진 기자 2022.12.29 07:05

    • 대선 후보에게 드립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10대 제안\'

      화제

      대선 후보에게 드립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10대 제안'

      한국여성의전화는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지난 2일 여성폭력 없는 세상·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대통령 후보가 반드시 약속·이행해야 할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측은 “가정폭력 특별법과 성폭력 특별법이 제정된지 25년이 넘었고, 작년 스토킹처벌법까지 제정되었지만 여전히 가해자가 처벌되지 않는 현실, 피해자의 사법제도 및 지원체계 접근을 가로막는 각종 조치, 여성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여성혐오·성차별 문화는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한국 사회의 현황을 “성평등 추진체계 없는 성격차 지수 108위의 나라”, “가정유지를 위해 가정폭력 가해자를 ‘무사히’ 돌려보내는 나라”, “가해자의 처벌과 배상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나라”,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스토킹을 돕는 나라” 등으로 진단하고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 여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급한 법제도 개선 방안과 사회·문화적 인식개선을 위한 핵심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10개 과제 중 1번은 강력한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구축이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정책보다는 보육, 청소년, 가족 정책에 주력하고 있어, 사실상 국가의 성평등을 책임지는 주무부서로서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여성폭력 근절 및 성평등 정책 추진을 위한 대통령 산하 총괄 전담기구 설치 및 예산 확대, 피·가해자 성별과 관계에 따라 여성폭력 실태와 사건처리 결과를 파악할 수 있는 국가 통계시스템 마련, 중앙정부 각 부처 및 지자체별 ‘양성평등정책담당관실’ 상설화 및 기능 강화, 고정 예산 확보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그외 과제는 다음과 같다. 2. 가정폭력에 대한 가정유지·보호 관점 폐기, 3.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 처벌원칙 및 지원체계 마련, 4. 피해자의 ‘합의할 권리’와 ‘합의하지 않을 권리’ 보장, 5. 생존권 보장을 위한 여성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 제도 정비, 6. ‘동의’ 여부에 기반을 둔 성폭력 사건처리 관점 확립, 7.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안정적 예산 확보 및 차등·선별 지원정책 폐지, 8.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 및 재생산권 보장, 9. 여성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여성혐오·성차별 문화 및 인식개선, 10.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렇듯 열악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대선 국면에서 유력 후보와 정당은 ‘여성가족부 폐지’, ‘성폭력 무고죄 처벌 강화’, ‘비동의강간죄 도입 유보’ 등 혐오와 배제를 정치적 도구로 논란 불러일으키기에만 열중할 뿐, 여성 정책에 관한 심도있는 논의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성평등 사회를 위해 대선 후보와 정당이 반드시 약속하고 이행해야 할 10개 과제를 각 후보 캠프 및 추후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성폭력 없는 세상·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대통령 후보가 반드시 약속·이행해야 할 10대 과제의 세부 사항은 한국여성의전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10대과제 #대통령후보에게드립니다

      장회정 기자 2022.03.03 11:11

    • [미리 보는 2015 대한민국]10대 소비 트렌드

      문화/생활

      [미리 보는 2015 대한민국]10대 소비 트렌드

      올해로 7년째 「트렌드 코리아」를 통해 해마다 우리 시대의 주요 흐름을 예측해온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 트렌드 분석 센터가 2015년 소비자들은 메가트렌드가 아닌 양을 세듯 작고 소소한 행복을 찾는 소비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해에는 어떤 트렌드가 대한민국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게 될까. 1 숨은 골목 찾기 골목길의 재탄생이 눈길을 끈다. 올레길, 둘레길로 대표되는 ‘길’ 열풍에 이어 이번엔 ‘숨은 골목 찾기’다. 미니 자본과 다양한 문화의 자생지인 골목길이 중장년층을 넘어 청년층 순례자들을 끌어모으며 새로운 문화 생태계의 탄생을 예고한다. 숨은 골목 찾기는 낙후되고 촌스럽던 골목길이 특유의 미학과 여유를 간직한 채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게 될 전망이라고. 2 럭셔리의 끝, 평범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놈코어(Normcore)’.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것이 바로 트렌드인 놈코어(Normal과 Hardcore의 합성어)는 럭셔리에 지친 이들이 평범함으로 회귀함을 가리킨다. 검은색 터틀넥 티셔츠와 청바지로 일관한 스티브 잡스의 패션이 대표적이다. 이제 가장 평범한 것이 오히려 주목받고, 얼마나 갖고 있느냐보다 얼마나 여유 있느냐가 럭셔리를 정의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3 햄릿증후군 우유부단의 대명사 햄릿! 선택 과잉의 시대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망설이기만 하는 모든 소비자들에게 이른바 ‘햄릿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햄릿처럼 결정 장애를 앓고 있는 소비자를 뜻하는 것으로 이들을 위한 서비스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소비자들의 의사 결정을 도와주는 큐레이션 커머스와 개인 컨설팅 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배려형 서비스가 그것이다. 4 치고 빠지기 패스트 패션 분야는 치고 빠지기에 가장 좋은 시장이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대놓고 ‘치고 빠지는’ 고객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제품 충성도가 높은 화장품 시장에서 갈팡질팡 선택하는 데 주저하는 소비자는 공격적으로 유혹해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 제품의 한정판 ‘체험 키트’를 마련하고 체험단을 모집해 고객과의 ‘썸 타기’를 적극 공략한다. ‘햄릿증후군’은 치고 빠지기 현상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5 증거 중독 ‘내가 찾는 물건’, ‘나에게 맞는 물건’이라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으면 구매 리스트에서 가차 없이 탈락되는 시대다. 포장지와 함께 버리던 제품 설명서를 정독하고, 제품을 분해하고, 성분 분석을 의뢰하고, 직접 사용해보고 나서야 기업이 하는 말을 믿는 것이다. 의심 사회의 도래는 엔지니어 정신과 기술로 무장한 ‘컨슈니어’, 제품 설명서를 정독하는 ‘호모 도큐멘티쿠스’로 대표되는 ‘증거 중독자’들을 대거 출현시켰다. 6 옴니채널 전쟁 옴니채널 시대의 개막은 온·오프라인의 구분을 허무는 전방위 쇼핑과 서비스의 세계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며 새로운 유통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물건을 구매한다. 기업들은 모바일, 온라인(PC), 오프라인 등 다양해진 유통 채널을 고루 공략해야 한다. 소비자가 어디서 제품을 찾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7 일상을 ‘자랑질’하다 젊은이들의 유치한 취미로 치부되던 ‘셀카’. 그러나 이미지 위주의 SNS가 대세를 이루면서 ‘셀피(Selfie)’라는 용어가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셀피를 찍고 전시하는 진짜 이유는 내가 오늘도 건재하다는 인증이자 SNS 공간 속 친구들에게 말을 건네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인 셈이다. 더욱 근사하고 세련되게 자랑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8 꼬리, 몸통을 흔들다 ‘1+1’이나 ‘보너스 상품’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덤’은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텀블러를 갖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피규어를 모으기 위해 햄버거를 먹고, 화장품을 받기 위해 잡지를 사는 식이다. ‘덤’의 진화는 본 제품의 진화보다 오히려 속도가 더 빠르다. 9 감각의 향연 주로 시각과 미각을 공략했던 기존 카테고리에서 진화해 후각(베이컨 냄새를 내보내는 스마트폰 앱, 브랜드의 시그너처 향), 촉각(가죽으로 마감한 스마트폰 케이스), 청각(고가의 헤드폰)을 만족시키는 제품이 인기다. 불황의 시대,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손쉬운 방법은 오감 만족을 통해 그들의 ‘작은 사치’를 응원해주는 것이다. 10 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새로운 할머니 세대 ‘어번그래니(Urban-granny)’가 출현했다. 과거 ‘희생정신’으로 무장돼 손주들을 봐주던 할머니를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고등교육을 받고, 직장생활 경험이 풍부하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이를 몸소 체험하고, 가난한 시대와 고소득 시대를 두루 경험한 이들은 경제력까지 갖췄다. 가정과 자녀라는 족쇄를 벗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며 소비 풍속도를 바꿔놓을 것이다.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출처 / 티파니 인스타그램 ■참고 서적 / 「트렌드 코리아 2015」(김난도 외 저, 미래의 창)>

      2014.12.04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