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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00원 해고’ 정당화한 함상훈···“헌법재판관 자격 없다”

      사회

      2400원 해고’ 정당화한 함상훈···“헌법재판관 자격 없다”

      ... 판결했다. 이씨는 2014년 1월 버스를 운행하면서 승객 4명으로부터 받은 승차요금 4만6400원 중 2400원을 회사에 내지 않았다. 회사는 같은 해 4월 이씨가 승차요금을 횡령했다며 해고했다. 이씨는 이...

      #해고 #헌법재판관 #함상훈 #횡령 #헌재 #한덕수

      김창효 선임기자 2025.04.11 12:06

    • 미중 관세 갈등에 코스피 2400선 붕괴

      경제

      미중 관세 갈등에 코스피 2400선 붕괴

      ...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11일 오전 10시47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39.40포인트(-1.61%) 떨어진 2405.66을 기록하고 있다. 장중엔 2394.25까지 떨어지며 하루만에 다시 2400선을 내줬다. 전날...

      김경민 기자 2025.04.11 11:05

  • 스포츠경향

    • ‘충격!’ 다나카, 巨人 이적 후 첫 홈 등판서 2이닝 7피안타 6실점, ‘처참한 부진’···미일통산 199승은 다음 기회로

      야구

      ‘충격!’ 다나카, 巨人 이적 후 첫 홈 등판서 2이닝 7피안타 6실점, ‘처참한 부진’···미일통산 199승은 다음 기회로

      요미우리 자이언츠 인스타그램 캡처 이적 후 처음으로 맞는 홈 등판이었다. 하지만 그 경기는 다나카 마사히로(요미우리 자이언츠)에게 잊을 수 없는 악몽이 됐다. 다나카는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 2025 일본프로야구(NPB)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2이닝 7피안타 6실점으로 충격적으로 무너졌다. 이날 요미우리는 1-9로 패했고, 다나카는 패전 투수가 됐다. 이날 경기는 다나카가 미일통산 199승에 도전하던 경기였다. 그리고, 요미우리 이적 후 처음으로 갖는 홈경기 등판이었다. 다나카는 2007년 라쿠텐 골든이글스 입단 후 라쿠텐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24승 무패 평균자책점 1.27이라는, NPB 역사에 길이 남을 엄청난 성적으로 리그 MVP와 사와무라상을 수상했고 시즌 후에는 메이저리그(MLB)에 진출,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다. 양키스에서 7시즌 동안 78승(46패)을 거둔 다나카는 2021년 다시 라쿠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3시즌 동안 20승(32패)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1경기에 등판해 1패에 그쳤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인스타그램 캡처 시즌 후 연봉협상 과정에서 라쿠텐의 삭감안에 크게 반발해 라쿠텐과 결별한 다나카는 자신의 새 팀으로 요미우리를 선택했다. 요미우리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스가노 도모유키의 빈자리를 채워야 했는데, 그 적임자로 다나카를 선택했다. 다나카는 지난 3일 주니치 드래건스 원정에서 5이닝 5피안타 1실점 호투로 무려 2년 만에 승리를 챙겼다. 또 미일통산 198승에 성공하며 오랫동안 멈춰있던 ‘미일통산 200승’ 시계를 다시 돌리기 시작했다. 미일통산 200승은 노모 히데오, 구로다 히로키, 다르빗슈 유 3명만 달성한 기록이다. 첫 등판을 기분좋게 마쳤기에 이날 경기도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다나카는 1회초부터 난타를 당하며 팬들을 우울하게 했다. 선두타자 가지와라 고키에게 2루타를 맞은 다나카는 다음 타자 미모리 마사키에게 내야안타를 허용, 무사 1·3루에 몰렸다. 이어 미모리가 도루까지 성공시켜 무사 2·3루가 됐다. 와타라이 류키를 1루수 직선타로 처리하며 한숨을 돌리는 듯 했던 다나카는 마키 슈고에게 적시타를 맞아 1점을 내줬고, 이어진 1사 1·3루에서 사노 게이타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줘 1점을 추가로 실점했다. 진짜 악몽은 2회초에 찾아왔다. 1사 후 하야시 다쿠마에게 안타를 내준 다나카는 아즈마 가쓰키의 희생번트 타구를 잘 처리하며 이닝 종료까지 아웃카운트 1개만을 남겼다. 하지만 2사 2루에서 가지와라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미모리, 와타라이, 마키에게 3연속 적시타를 허용, 4실점했다. 다나카는 3회초 시작과 함께 요코가와 가이로 교체돼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다나카가 3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온 것은 자신의 프로 데뷔전이었던 2007년 3월29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전(1.2이닝 6실점)과 2012년 7월29일 세이부 라이온스전(2이닝 5실점)에 이어 무려 13년 만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인스타그램 캡처

      윤은용 기자 2025.04.17 22:22

    • 巨人 이적 후 첫 홈경기···다나카, 요코하마 상대로 미일통산 199승 도전! “홈팬 응원 바탕으로 좋은 결과 낼 것”

      야구

      巨人 이적 후 첫 홈경기···다나카, 요코하마 상대로 미일통산 199승 도전! “홈팬 응원 바탕으로 좋은 결과 낼 것”

      요미우리 자이언츠 인스타그램 캡처 미일통산 200승에 2승만을 남긴 다나카 마사히로(요미우리 자이언츠). 그가 요미우리 이적 후 첫 홈경기에서 통산 199승에 도전한다. 다나카는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5 일본프로야구(NPB) 요코하마와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요미우리 이적 후 다나카의 첫 홈경기다. 다나카는 2007년 라쿠텐 골든이글스 입단 후 라쿠텐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24승 무패 평균자책점 1.27이라는, NPB 역사에 길이 남을 엄청난 성적으로 리그 MVP와 사와무라상을 수상했고 시즌 후에는 메이저리그(MLB)에 진출,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다. 양키스에서 7시즌 동안 78승(46패)을 거둔 다나카는 2021년 다시 라쿠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3시즌 동안 20승(32패)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1경기에 등판해 1패에 그쳤다. 다나카 마사히로. 요미우리 자이언츠 인스타그램 캡처 시즌 후 연봉협상 과정에서 라쿠텐의 삭감안에 크게 반발해 라쿠텐과 결별한 다나카는 자신의 새 팀으로 요미우리를 선택했다. 요미우리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스가노 도모유키의 빈자리를 채워야 했는데, 그 적임자로 다나카를 선택했다. 다나카는 지난 3일 주니치 드래건스 원정에서 5이닝 5피안타 1실점 호투로 무려 2년 만에 승리를 챙겼다. 또 미일통산 198승에 성공하며 오랫동안 멈춰있던 ‘미일통산 200승’ 시계를 다시 돌리기 시작했다. 미일통산 200승은 노모 히데오, 구로다 히로키, 다르빗슈 유 3명만 달성한 기록이다. 다나카는 16일 도쿄돔에서 캐치볼을 한 뒤 “원정에도 응원해주는 팬들이 많지만, 홈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기에 기대가 된다. 응원을 바탕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인스타그램 캡처

      윤은용 기자 2025.04.17 09:42

    • [스경X현장]‘타격 기계’ LG 김현수, 통산 2400안타 달성…역대 4번째

      야구 스경X현장

      [스경X현장]‘타격 기계’ LG 김현수, 통산 2400안타 달성…역대 4번째

      10일 고척 키움전에서 타격하는 LG 김현수. 연합뉴스 ‘타격 기계’라는 별명을 가진 LG 김현수가 통산 2400안타의 금자탑을 쌓았다. 김현수는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에서 5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4회 안타를 때려냈다. 이 안타는 김현수의 개인 2400번째 안타다. KBO리그 역대 4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006년 두산에 육성 선수로 입단한 뒤 2007년 데뷔 후 처음으로 안타를 생산한 김현수는 꾸준히 안타를 때려내며 기록을 완성했다. 앞서 김현수는 2회에는 2루수 앞 땅볼, 3회에는 볼넷으로 출루했다.

      고척 | 김하진 기자 2025.04.10 19:46

    • 매일 채소 240g 이상 섭취하면 간 경변 환자의 간암 발생 위험 65%나 ‘뚝’

      생활

      매일 채소 240g 이상 섭취하면 간 경변 환자의 간암 발생 위험 65%나 ‘뚝’

      채소에 든 식이섬유ㆍ파이토케미컬의 항산화ㆍ항염 작용 덕분 한국인의 과일ㆍ채소 권장량만큼 섭취 비율 1/4 미만 프랑스 북소르본 대학 연구팀, JHEP 최근호에 발표 간 경변 환자가 하루에 채소를 240g 이상 섭취하면 간암에서 가장 흔한 간세포암(HCC) 발생 위험이 65%나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채소에 풍부한 식이섬유ㆍ파이토케미컬 등 항산화ㆍ항암ㆍ항염증 성분의 섭취가 부족하면 암을 비롯해 각종 질병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다. 프랑스 북 소르본 대학 영양역학연구팀 플로리안 맨빌(Florian Manneville) 박사팀은 유럽간학회가 발행하는 최상위급 학술지(JHEP Reports) 최신호에 “간 경변 환자의 과일ㆍ채소 섭취와 간세포암 발생 간의 연관성”(Associations between fruit and vegetable consumption and HCC occurrence in patients with liver cirrhosis)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이렇게 발표했다. 연구팀은 간 경변 환자 179명을 1일 채소 섭취량을 기준으로 하루 240g 미만 섭취 그룹과 240g 이상 섭취 그룹으로 분류했다. 매일 240g 이상 채소 섭취 그룹의 간세포암 발생 위험이 240g 미만 섭취 그룹보다 65%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채소를 많이 챙겨 먹는 식단이 간 경변 환자 등 간암 고위험 집단의 간암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연구는 간 경변이 확인된 환자를 수년간 추적하며 식단과 간세포암 발생 간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다. 전체 연구 대상자의 42.5%가 과일ㆍ채소 섭취 부족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프랑스는 하루 400g 이상의 과일ㆍ채소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하루 500g 이상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하루 평균 115g의 김치를 먹기 때문에 절임 채소를 제외한 생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세계보건기구보다 많게 설정한 것이다. 하지만 2022년 기준으로 실제 하루 500g의 권장량을 섭취하는 비율은 24.6%로, 4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남성에선 20.7%, 20대에선 11.9%에 그쳤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채소에 든 항산화 성분과 미량 영양소가 항산화ㆍ항염 효과를 발휘해 간세포암 발생 위험을 낮췄을 가능성이 있다”며 “채소 섭취를 늘리는 것이 간암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식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암연구기금(World Cancer Research Fund)과 미국암연구소(American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는 1997년부터 식이섬유 섭취와 암 발생 위험 간의 관계를 평가해 왔다. 2018년 발표된 최신 보고서에선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이 대장암 위험을 감소시킨다고 했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명예교수(전 대한영양사협회장)는 “과일ㆍ채소 섭취가 부족하면 인체의 수많은 활동에 필요한 영양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나쁜 물질이 쌓여 암을 비롯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채소ㆍ과일의 다량 섭취가 부담스럽다면 과채 주스, 특히 생(生)성분을 보유한 착즙 주스를 만들어 먹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착즙 주스는 채소 과일을 열을 가하지 않고 저온에서 눌러 짜 열에 약한 영양소 손실이 적고 항산화 영양소ㆍ효소 등 살아있는 채소 과일의 풍부한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는 바쁜 현대인에게 쉽고 효율적으로 영양소를 보충하는 최선의 방도가 될 수 있다.

      강석봉 기자 2025.03.26 17:58

  • 주간경향

    • 문화/과학 와인기행

      [와인기행]2400년의 문화유산 북부 론 와인

      리옹에서 남쪽으로 불과 30km 떨어져 있는 비엔느는 원래 갈리아족의 중심지였으나 BC 47년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의해 정복된 이후 로마제국의 전략적 요충지와 와인산지로 발전하였다. 시라를 주품종으로 하는 북부 론 계곡의 와인은 남부 론 와인에 비해 고급와인으로 취급되며 실제로 가격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북부 론 와인은 리옹 남쪽 로마의 고도 비엔느에서 발랑스까지 론강을 따라 주로 서쪽 강변(우안) 기슭에 발달되어 있으며 일조량이 풍부한 대륙성 기후지만 남쪽에 비해 선선하고 온화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남부 론 와인을 대표하는 와인이 샤토뇌프 뒤 파프와 지공다스라면 북부 론은 코트-로티와 에르미타주다. 북부 론은 토양의 특성에 따라 비오니에 품종으로 만든 샤토 그리에와 콩드리유, 섬세한 레드 와인과 루산느와 마르산느 품종으로 개성 있는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생 조세프, 알코올 함량이 높고 강건한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코르나스, 발포성 와인으로 유명한 생페레 등 총 8개의 개성 있는 크뤼를 가지고 있다. 남부 론과 달리 북부 론의 포도품종은 단순하다. 레드는 시라 단일품종(일부 배합을 허용하고 있지만), 화이트 와인은 비오니에와 루산느, 마르산느로 만든다. 코트-로티에서 아침 일찍 포도를 수확하는 모습. 경사가 심해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필자는 북부 론 와인을 대표하는 코트-로티와 에르미타주를 방문하기 위해 지공다스에서 A7번 고속도로를 따라 먼저 발랑스 북부에 있는 에르미타주의 대표적인 와이너리 샤프티에를 찾았다. 시음하기 전에 먼저 포도밭을 방문했는데 대부분의 북부 론 포도밭과는 달리 강 동쪽(좌안) 경사지 정남향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언덕 꼭대기에 있는 작은 예배당을 배경으로 푸른 론강을 사이에 두고 투롱과 탱레미타주 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경관이었다. 북부 론의 단순한 포도품종 탱레미타주 마을은 로마시대부터 각광받은 역사적인 와인 산지였다. 토양의 특질은 운모편암, 편마암과 자갈, 모래가 얇게 표토를 형성하고 있는 화강암으로 최고 품질의 시라 생산지다. 시라는 1832년 오스트레일리아에 처음 소개되어 쉬라즈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이 포도품종이 고대 페르시아의 도시 Shiraz(현재도 이란에 있음)에서 왔기 때문이라고 오랫동안 전해져 왔다. 그러나 1998년 UC데이비스의 과학자들이 DNA검사를 통해 시라가 프랑스 남동부 지방의 뒤레자와 몽되즈 블랑쉬라는 두 포도품종의 교배에서 태어났음을 밝혀냈다.  이 기갈 와이너리의 지하저장고에 있는 시음장. 저녁에 호텔에서 추천해준 탱레미타주의 론강가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식당에서 저녁을 하였는데 낮에 시음했던 샤프티에의 톱 브랜드 ‘파비용 에르미타주’ 2001년 빈티지를 주문하였다. 에르미타주 와인의 특징은 코트-로티에 비해 남성적이고 타닌이 강하며 진하다. 붉은 과일, 향신료, 바닐라, 감초향과 스파이시한 풍미는 전형적인 시라의 표준 와인으로 대표된다. 식사가 끝날 때쯤 손님들 중 일부가 필자에게 와인을 권해왔다. 대부분 와인산업 종사자들인데 그들에겐 와인을 즐기고 있는 낯선 동양의 이방인이 아직은 신기한 모양이었다. 다음날 아침 론강을 사이에 두고 자욱한 아침 안개에 뒤덮인 중세의 고도 투롱과 탱레미타주의 몽환적인 풍경을 뒤로 하고 론의 최북단 코트-로티를 방문하기 위해 앙퓌로 향했다. 인터론에서 예약해준 B&B(민박집)에 도착하니 친절한 여주인이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포도밭 한가운데 언덕배기에 위치한 민박집은 야외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었다. 잘 가꾸어진 정원의 의자에 앉아 깊고 푸른 론강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치 다른 세상의 별장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여장을 푼 후 필자는 비엔느에 있는 레스토랑 ‘라 피라미드’에서 저녁을 하였다. 에르미타주 샤프티에 포도원에서 수확을 기다리는 최고 품질의 시라포도. 로마 때부터 각광받은 와인산지 마을 비엔느는 리옹에서 남쪽으로 불과 30km 떨어져 있는 고도로 원래 갈리아족의 중심지였으나 BC 47년 율리우스 카이사르(줄리어스 시저)에 의해 정복된 이후 로마제국의 전략적 요충지와 와인산지로 발전하였다. 로마의 신전과 야외극장 등 지금도 잘 보존된 당시의 유적들이 관광객을 끌고 있다. 특히 20m 높이의 갈로-로만 피라미드(오벨리스크)는 마차경주의 반환점으로 당시 로마제국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이 로마유적에서 이름을 따온 라 피라미드는 한때 미슐랭가이드 별 3개로 라 그랑 퀴진(La Grande Cuisine·프랑스 고전요리)의 대표적인 식당이다. 이 식당을 처음 시작한 페르낭 푸엥은 현재 프랑스의 살아 있는 전설의 요리장인 폴 보큐즈의 스승이기도 하였다. 페르낭 푸엥이 타계한 후 현재는 스타 셰프 패트릭 앙리루가 별 2개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 와인명가 ‘이 기갈’ 론 계곡에서 수확한 과일, 야채와 디저트, 그리고 100% 프랑스산 식재료로 만든 4종류의 주요리를 주문하였는데, 바삭한 토마토 껍질에 레몬 사프란 소스가 가미된 쇠고기 메인요리에 맞춰 내일 방문할 이 기갈(E. Guigal)의 코트-로티 라 물린 2003년 빈티지를 주문하였다. 수년이 흘렀는데도 보랏빛 루비색에 흰꽃향, 카시스, 블랙라스베리, 토스토, 캐러멜과 제비꽃 향이 어우러진 화려한 질감이 오랫동안 입안에 감돌았다. 도멘 샤프티에의 톱브랜드인 ‘파비용 에르미타주’를 생산하는 포도원 입구.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안개가 자욱한 새벽 포도원에서 힘들게 수작업으로 포도를 수확하는 장면을 보니 와인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D386지방도로를 따라 북론 와인을 대표하는 세계적 와인명가, 앙퓌에 있는 이 기갈 본사에 도착했다. 독일에서 온 와인 수입업자들과 합류하여 방대한 지하 와이너리 시설들을 둘러보았다. 1946년 이 기갈을 설립한 에티엔 기갈이 갈로-로마시대 이전부터 2400년 동안 와인을 생산해온 이 역사적인 포도밭에 둥지를 튼 것은 이 지역의 잠재성을 간파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코트-로티는 이 기갈의 혁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도 에르미타주의 명성에 가려 평범한 시골 와인으로 취급되었을 것이다. 이 기갈은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방법을 탈피, 코트-로티 지역 최고의 크뤼에서 재배된 포도를 엄선하여 자체 생산한 새 오크통에서 3~4년간 숙성시키는 과감성과 더불어 단일 포도원 이름을 명시하여 에르미타주에 비견되는 명품 와인을 탄생시켰다. 기원전부터 2400년을 이어온 이 기갈의 코트-로티 라 물린 포도원의 장관. 경사도가 60%가 넘는다. 현재 마르셀 기갈이 가업을 이어받아 아들 필립 기갈과 함께 비달 플뢰리사, 장 루이 그리파 도멘과 발루이 도멘을 매입하고, 1995년에는 론 강가에 위치한 샤토 앙퓌를 매입하여 세계적인 와인메이커로 성장하였다. 시음을 마친 후 필자는 마을 인근에 이 기갈이 소유하고 있는 유명한 라 물린 포도원을 찾았다. 포도나무가 아니었다면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60도 이상의 척박한 화강암 테라스에 펼쳐진 포도밭은 마치 거대한 로마 야외경기장의 관람석처럼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인간의 자연에 대한 도전의 현장이 아니라 2400년 동안 이어온 위대한 문화유산일지도 모른다.

      2014.06.02 19:30

    • 문화/과학

      [문화]2400년 전 청동거울 ‘신비한 비밀’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의 ‘초정밀 문양’ 제작 비법 실마리 나왔다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 지금으로부터 2400년 전 한반도에 최첨단 나노 기술이 존재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기원전 4세기 무렵 청동기 시대에 만든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多紐細汶鏡)은 이 시기 한반도에 동아시아 최고 수준의 정밀 기술이 존재했음을 웅변하는 유물이다. 다뉴세문경 제작 방법의 비밀을 풀기 위해 지금껏 수차례 복원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을 정도다. 다뉴세문경은 청동기 후기에서 초기 철기 시대에 유행한 청동 거울이다. 다뉴(多紐)란 뉴(끈으로 묶을 수 있는 고리)가 여러 개 달려 있다는 뜻으로, 거울 뒷면에 달려 있는 고리 때문에 붙은 명칭이다.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에는 두 개의 고리가 달려 있는데, 청동기 시대 사람들은 이 고리에 끈을 걸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울 뒷면에는 직선과 원으로 이루어진 기하학적 문양을 새겼다. 세문(細汶)은 이 문양이 정밀하다는 뜻에서 붙은 것으로, 무늬가 굵고 거친 거울은 따로 다뉴조문경(多紐粗汶境)이라고 부른다. 다뉴조문경은 청동기 전기에 많이 사용되었다. 지름 21㎝ 공간에 수많은 선과 원 새겨 다뉴세문경은 중국 동북 지방과 러시아 연해주를 비롯하여 한반도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같은 종류의 청동 거울이 발견된다. 숭실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숭실대 국보경)은 1960년대 충남 지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100여 점의 다뉴세문경 중 가장 크고 정교하게 만든 것이다. 숭실대 국보경은 한때 출토지가 강원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고(故) 한병삼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말을 빌려 국보경은 원래 논산훈련소에서 참호를 파던 군인들이 발견했는데 중간상인에게 넘어가는 과정에서 강원도에서 발견한 것으로 둔갑했다고 전했다. 국보 다뉴세문경의 비밀은 무엇보다도 문양의 정교함에 있다. 국보 다뉴세문경은 지금껏 발견된 것 중 가장 크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지름이 21.2㎝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좁은 공간에 무려 1만3000개가 넘는 정교한 선과 100여 개의 동심원이 새겨져 있다. 선과 선 사이의 간격은 불과 0.3㎜에 불과한데다, 원과 직선이 복잡하게 교차하면서 기하학적인 아름다움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현대 최고의 숙련된 제도사가 확대경과 초정밀 제도 기구의 도움을 받아 그린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오로지 육안과 초보적인 수준의 기구에 의존해서 이처럼 정교한 문양을 그렸다는 것 때문에 신비감은 물론, 후대에 만들어졌다는 위조 논란까지 일고 있는 것이다. 위_ 수많은 직선을 이어서 그린 다뉴세문경의 삼각 문양. 아래 _ 다뉴세문경 외구의 동심원. 국보 다뉴세문경의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그것이 거푸집에 청동을 부어 만든 주물 작품이라는 점이다. 도안이 아무리 정밀하더라도 그 도안을 바탕으로 주물을 떠내기 위해서는 고도의 주물 기술이 필요하다. 주물 기술에 문제가 있을 경우 도안의 정교함이 희생되어 최종적으로 만들어낸 거울이 도안과 같은 수준의 정밀성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거푸집이 출토된 적이 없기 때문에 거푸집의 재질과 형태는 더욱더 수수께끼에 휩싸여 있었다. 지난 10월 16일 숭실대 기독교박물관이 개최한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 과학적 보존 처리’ 학술대회에서 다뉴세문경의 제작 비밀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팀이 발표한 두 개의 논문이 그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7월 숭실대 기독교박물관의 의뢰를 받아 올해 8월까지 거울 표면이 갈라지는 현상이 발생한 다뉴세문경에 대한 보존 처리를 진행하면서 제작 방법을 규명했다. 보존과학팀은 이 과정에서 국보경을 발견 당시와 같은 19개의 파편으로 분리하고 파편의 단면을 X-선형광분석기와 입체 현미경 등을 동원하여 분석했다. 다뉴세문경 제작의 비밀을 푸는 관건은 주석과 구리의 비율, 거푸집의 재질, 문양 제도 방법 등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국보 다뉴세문경은 구리와 주석의 비율이 매우 이상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리와 주석의 비율이 중요한 것은 주석 함유량이 많을수록 거울의 반사율이 높아지지만 주석 함유량이 일정 비율을 초과하면 인장 강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작은 충격만으로도 쉽게 깨지기 때문이다. 보존과학팀에 따르면 다뉴세문경의 구리 대 주석 비율은 65.7:34.3으로 다른 청동 거울에 비해 주석 함유량이 높은 편이고, 제작 당시 거울면의 빛깔은 은백색에 가까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푸집의 재료는 모래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거푸집의 재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많았다. 몇 차례 복원 시도에서도 동판이나 납 등에 무늬를 새긴 뒤 밀랍판으로 눌러 모양을 본뜨는 방법을 사용했으나 최종 주물에서 무늬가 망가지는 등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보존과학팀은 거울 면과 문양 면에 걸쳐 있는 주조 당시 발생한 결함 부위를 분석했을 때 거푸집에 사용한 주물사(거푸집 모래)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거푸집의 재질이 모래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완성된 거울의 단면에 모래가 밀려 올라간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거푸집이 그리 튼튼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1만3000여 개의 선과 100여 개의 동심원을 0.3㎜ 간격으로 어떻게 그려냈는지는 가장 큰 관심거리다. 보존과학팀은 화상분석기로 21개의 원에 대해 반지름을 구한 결과, 반지름 분포가 동일한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미루어볼 때 이 원들은 다치구(일종의 컴퍼스로 여러 개의 바늘을 갖고 있어 한 번에 여러 개의 원을 그릴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컴퍼스를 사용하여 한 번에 원을 하나씩 그린다면 이처럼 일정한 분포의 반지름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보존과학팀은 또 각각의 선과 동심원이 어떤 순서로 그려졌는지에 대해서도 분석을 내놓았다. 거품집 재료는 모래로 추정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부분 또한 많다. 우선 다치구를 사용하여 원을 그렸다고는 하지만 그 다치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1㎝ 길이 안에 무려 20개의 바늘을 박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초정밀 기계의 도움 없이 어떻게 다치구를 만들어냈는지는 수수께끼다. 또한 직선과 동심원이 그려진 순서를 추정했다고 하지만 확대경이나 초정밀 제도 기구의 도움 없이 청동기 시대의 장인이 어떻게 그처럼 복잡한 문양을 그려냈는지도 상상력의 영역에 있다. 무엇보다도 제작 방법에 대한 이론적인 분석과 실제 복원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현대의 장인이 실제 복원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 비밀이 완전히 풀렸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몇 년 전 다뉴세문경 복원에 도전했던 한 장인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 정밀한 제작 기술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위대한 예술 작품은 분석할수록 더 많은 비밀을 드러낸다.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비밀을 간직한 채 현대인들에게 지속적인 찬탄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2008.11.06 00:00

  • 레이디경향

    • 그날 이후 240일, 세월호 유가족의 목소리

      화제

      그날 이후 240일, 세월호 유가족의 목소리

      2014년 4월 18일 금요일은 아이들이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유가족들은 오늘도 사고가 난 그날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말한다. 아이들이 돌아오는 금요일이 진짜 오기를 함께 기다려달라고. 안 산 단원고 2학년 6반 신호성군의 엄마 정부자씨는 아들의 시가 지면에 실리길 원했다. 장래희망이 국어 선생님이었던 호성군은 책을 좋아했다. 엄마는 아들이 떠난 뒤에야 비로소 아들의 시를 읽었다. 그리고 아들의 시를 어느 책에라도 싣고 싶었다. 아들에게 작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책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였어요. 호성이 어머님이 연락하셨더라고요. 호성이가 쓴 시가 있는데 책에 실어줄 수 있냐고요. 어머님께 시를 받고 펑펑 울었어요. 밑동만 남은 나무는 어머님 같고, 베어진 나무를 끌어안고 있는 건 호성이 같아서요.” 호성군의 시를 소개하는 김순천 작가의 옆에서 정부자씨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 시는 놀랍도록 세월호 참사 상황과 맞아떨어졌다.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견했던 것처럼. 잘 자라던 나무를 베어 넘기려는 자는 누구일까. 그것을 말리지 않는 우리는 무엇일까. 공식 인터뷰집, 진상 규명 위한 중요한 자료 지난 1월 13일에 출간된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저, 창비)은 유가족들의 증언과 고백을 모아낸 가족대책위 차원의 공식 인터뷰집이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대표 김순천)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그해 12월까지 단원고 희생 학생 유가족들과 동고동락하며 그중 부모 13명을 인터뷰해 책을 펴냈다. “워낙 큰 사건이기 때문에 작가 한두 명이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어요. 영상팀과 사진팀, 구술과 기록 관리를 위한 학자팀이 모여서 함께 시민기록위원회를 만들었어요. 그 안에 작가기록단을 꾸렸고요. 이 책은 작가기록단이 마무리한 첫 번째 작업물입니다.” 작가기록단은 인터뷰를 하고 글을 정리했다.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윤태호, 유승하, 최호철, 손문상, 조남준, 홍승우, 마영신, 김보통 8명의 만화가가 총 13편의 삽화와 표지화를 그렸다. 특히 드라마 ‘미생’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윤태호 작가는 살인적인 스케줄 가운데서도 책의 삽화를 요청받자 “이런 일에 나를 잊지 않고 동참시켜줘 정말 고맙다”라며 흔쾌히 작업을 해줬다고 한다. 세상에서 제일 슬픈 책은 무엇일까. 책을 펴자마자 눈물짓게 되는 책? 다 읽고 나서는 대성통곡이라도 하고 싶어지는 책? 만약 그렇다면 유가족들의 생생한 증언과 고백, 4월 16일에 멈춰버린 시간의 기억을 담은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책이다. 첫 줄을 읽기가 무섭게 눈시울이 젖어든다. 어떤 부분에선 한 줄 한 줄 읽어가기 어려울 만큼 목이 멘다. 큰 슬픔과 마주하기 두려워 “이제 그만하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 기록집을 낸 것일까. “이 책은 그간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지 못한 유가족들의 애타는 마음, 힘없는 개인이 느끼는 국가에 대한 분노와 무력감, 사건 이후 대다수 가족이 시달리고 있는 트라우마 등이 고스란히 담긴 중요한 기록이에요.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건 당일의 일분일초를 또렷하게 기억해내는 부모들의 기억이 재구성됐다는 점에서 아주 신뢰할 만한 증언록이 될 거예요.” 첫 번째 공식 인터뷰집이란 의미를 가지는 이 책은 진상을 규명하는 자료로서 가치가 높다고 김 작가는 말했다. 눈물바람으로 눈의 부기가 가라앉을 새가 없었던 정부자씨는 책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제목을 정한 사람이 미웠다”라고 했다. 제목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괜히 미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금요일은 아이들이 돌아오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더 이상 돌아오지 못한다. 무척이나 잔인한, 그러나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유가족들에게 금요일은 여전히 놓을 수 없는 현재진행형의 특별한 어느 날이다. 다시 한번 금요일이 왔으면… “알아요.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는 금요일은 영영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그래도요. 그래도 꼭 한 번 다시 금요일이 왔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이 오지 않더라도… 부모들이 아이들을 만나러 갈 수 있는 금요일이라도 말이에요. 그냥, 지금은 그래요. 진상 규명이라도 제대로 되는 것. 그게 지금 우리 부모들이 바랄 수 있는 유일한 금요일이지 않을까 해요.” 정부자씨는 자신은 그저 내 아이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싶은 엄마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처한 상황이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살아내야 하는 삶이 무척 낯설다고 했다. 기자간담회 중 마이크가 전해졌을 때도 “헐벗은 느낌이다”라고 했다. 많이 배운 똑똑하고 잘난 사람도 아닌 자신이 왜 생판 모르는 기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말해야만 하는지 좀처럼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간담회 시작 전부터 단상 앞에 앉아 소리 없이 눈물을 훔쳤던 정씨는 간담회 내내 그리고 끝나고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이 낯선 곳에서 왜 내가 이러고 있어야 하지’라는 생각만 든다고 했다. 몇 번이고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서글픈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제가 우리 빌라 반장이라 집집마다 관리비를 걷으러 돌아다녔어요. 그때마다 호성이가 뒤에서 손전등을 비춰주며 같이 다녀줬어요. ‘엄마, 엄마. 조심, 조심’ 이러면서요. 사고 난 뒤 동네 사람들이 저를 보면 ‘뒤에서 불 비춰주던 걔야?’ 그러면서 제 손을 잡고 엉엉 울어요. 대화 자체가 안 돼요. 그래서 이제는 제가 관리비도 못 걷어요.” 호성이는 엄마를 무척이나 아끼는 살가운 아들이었다. 그래서 정부자씨는 더욱 아들의 빈자리가 힘들다. 누군가는 이런 그녀를 보고 “호성이 엄마는 호성이 가고 나서 만능이 됐다”라고 했단다. 뭐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이상한 병에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멍하니 있으면 “엄마, 뭐 해?”라고 말하는 호성이 목소리가 들린단다. 그러면 분향소든 어디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돌아다닌다. 책에 대한 소감도 결국은 “진실을 밝혀달라”라는 간곡한 청을 한 번 더 하는 의미다. 사정하고, 울고, 떼쓰면 진실을 밝혀줄 줄 알았단다. 또 당연히 밝혀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다. 왜 이런 거냐고 정부자씨는 반문한다. 이게 사는 거냐고 한탄한다. 이건 사람 사는 데가 아니라고 발을 동동 구른다. “안산의 곳곳, 분향소, 팽목항, 광화문, 국회, 청운동에서 유가족들을 만났어요. 그들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했어요. 304명이면 304개의 고통이 존재했죠. 우리 사회가 이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무엇을 빼앗아갔는지 분명히 알아야 해요. 책 작업을 한 작가로 느낀 것은… 이 작업을 하면 할수록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란 거예요. 누구나 유가족이 될 수 있어요. 그렇기에 이 책은 유가족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김 작가는 평범한 유가족들이 얼마나 잘 견디며 싸워왔는지에 대한 삶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긴 인터뷰라고 했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유가족들을 이 책을 통해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말이다. 유가족의 아픔이야 가늠할 수조차 없지만 그들과 밀착해 지내면서 그들의 말을 생생히 듣고 기록한 작가들의 아픔도 만만찮았을 것 같았다. 꼭 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선뜻 내가 하겠다고 나서지 못하는 일이었으리라. 안산에 살고 있던 김 작가가 이 기록 작업을 하게 된 것은 피할 수 없는 필연 같은 것이었다. “주요 희생 지역이 안산시 선부동, 와동, 고잔동이에요. 선부동에서 70명, 와동에서 69명, 고잔동에서 83명이 희생됐어요. 제가 살고 있는 선부동의 아파트에서만 15명의 아이가 희생됐어요. 고통의 한가운데 있었죠. 거리를 무시하지 못하겠더군요. 유가족과 인터뷰를 하고 오면 짧게는 하루 반나절, 길게는 며칠씩 앓아누웠어요. 다른 작가들도요.”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치를 꿈꾸다 공황장애로 집 안에서만 생활해온 김건우군의 엄마는 이제 광화문 천막을 지키며 아들을 위해 싸운다. 신승희양의 언니는 매일 밤 거인이 돼 배를 건져내는 꿈을 꾼다. 그러면서 차도에 뛰어들면, 아파트 위에서 뛰어내리면 금방 죽을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바보 같다고 탓한다. 수학여행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굳이 떠밀어 보내곤 떨쳐내지 못하는 죄스러움에 몸부림치는 엄마도 유가족 부모들과 모임을 만들어 삶을 추스르려 한다. 암 말기에 접어들어 어떤 활동에도 나서지 못하는 한 어머니가 다른 유가족들에게 미안해하는 이야기도 담겼다. 304명이면 304개의 고통이 존재한다고 했던가. 304개의 고통을 전부 알진 못하더라도 책에 담긴 13명의 고통을 통해 조금이나마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책에 소개된 열세 분의 이야기는 우연과 우연이 쌓인 결과입니다. 어떤 분은 지면의 제약으로, 어떤 분은 자식 얘길 하는 게 사무치도록 아파 차마 인터뷰를 할 수 없어서, 한창 거리로 나갈 때는 시간이 없어서, 반대로 열심히 활동을 못하시는 분은 자격이 없다고, 또 어떤 분은 자신의 얼굴이 너무 알려졌다며 거절하셨어요. 매번 상황이 급변했죠. 평범한 시민이 어떻게 유가족이 될 수 있는지 정말 생생히 봤습니다.” 인터뷰의 끝은 결국 “진실을 밝혀달라”라는 울음 섞인 간절한 청이었다. 분향소로, 팽목항으로, 광화문으로, 국회로, 청운동으로 바쁘게 다니는 것도 진실 때문이다. 그렇게 길을 누빈 것처럼, 그렇게 책을 만든 것도 진실 때문이다. 아이를 먼저 보낸 엄마들은 가방에 약 한 보따리씩 싸서 갖고 다닌 지 오래다. 심리치료는 언감생심이고, 병원에도 가지 않는다. 입원하라는 말을 들을까 봐서다. 지금은 병원에 누워 있을 때가 아니다. 최근 생존 여학생 1명이 자살을 시도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생존 학생들 중 의사들이 장담할 정도로 경과가 좋은 학생이었다. 그런 아이가 죽고자 마음을 먹었다. 병원에서 눈은 떴지만 입은 닫았던 아이가 며칠 만에 말을 건넨 이는 죽은 단짝의 오빠였다. “그 아이는 ‘내가 죽으면 다시 어른들이 반성하고 진상을 규명해줄 것 같아’ 죽으려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하고 일상으로 가장 돌아가고 싶은 건 우리예요. 하지만 보세요.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살아 있는 아이조차 일상으로 돌아가 잘 살지 못해요. 죽은 아이, 산 아이 모두를 위해 우리는 멈출 수 없어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두 번 세 번 죽일 만큼 아픈 말들과 서러운 오해들이 세상을 메우고 있다. 그런데 직접 만난 유가족들은 오로지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기만을 바랐다.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평범한 일상은 다시 누릴 수 없는 사치가 돼버렸다는 사실을. 그래도 꿈꾼다. 오늘 울고, 내일 다시 일어서서 진실을 밝히려 한다면 그 사치를 한 번쯤은, 하루쯤은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낯선 장소에 부은 눈을 감추지 못하고 간다. 가서 말한다. 진실을 밝혀달라고. Mini Interview “유가족 기록, 고통의 언어이지만…진짜 사랑의 언어이기도 해요” 김순천(작가·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대표) 언론을 통해 유가족을 보는 국민과는 달리 유가족과 밀착돼 지냈다. 기록단으로서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유가족의 모습은 어떠했나? 교황이 방문하기 전날이었다. 광화문에서 같이 밤을 새우는데… 예슬이 엄마가 ‘거위의 꿈’을 틀어놓았다. 노래가 흐르는데 갑자기 예슬 엄마가 “예슬아, 보고 싶다!” 하고 소리를 지르더라. 차마 책에 다 담지 못한, 세상에 알리지 못한 이런 유가족의 모습들이 무척 많다. 뉴스나 신문에 유가족이 화내고, 소리 지르고, 어떨 땐 싸움도 하는 모습이 보이니까 그들이 별난 사람들인 줄 안다. 하지만 옆에서 본 유가족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어떤 모습이었냐는 물음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를 만큼 말이다. 유가족에 대한 오해도 있는 게 사실이다. 세상의 오해가 안타까울 것 같다. 많다. 정말 무척이나 많다. 그중 가장 세상이 미울 만큼 안타깝고 속상한 게 보상금과 관련된 얘기다. 보상금을 받았다, 몇 억을 받았다 등등 온갖 억측이 많다. 하지만 지금 유가족이 받은 돈은 누구나 여행 갈 때 의무적으로 드는 여행자보험 보상금 그거 하나다. 그나마도 타가지 않은 분이 더 많다. 그 보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아이들 사망신고를 해야 하는데, 사망신고를 안 한 거다. 아니 못하고 있는 거다. 하고 싶지 않으신 거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는 말이다. 정말 이분들은 돈 생각 안 한다. 생각해봐라. 세상천지에 자식 목숨하고 돈하고 바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자꾸 돈과 결부시키는 세상의 시선이 참 잔인하다. 보상금 문제는 어떻게 진척되고 있는지? 앞서 말한 여행자보험, 일반인까지 다 가입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부모님들이 받은 보상금은 없다. 그리고 그런 말은 아예 꺼내지도 말라신다. 오해를 받으니까. 우리 사회는 현재 진실 규명을 해달라는 유가족의 청을 보상 문제로 바라본다. 책에 싣지 못했지만 꼭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직도 바닷속에서 나오지 못한 허다윤양의 이야기다.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양요섭을 좋아해서 부족한 용돈을 쪼개고 모아 잡지에 실린 그 가수의 브로마이드를 다 모아놨더라. 그 아이가 아직 못 나오고 있다. 지금 진도에 가면 바지선까지 다 철수했고 작은 부표 하나만 떠 있다. 다윤이 엄마는 그 차가운 바닷속에 자기 딸이 있다는 걸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신다. 많이 괴로워하고 방황하고 계신다. 어떤 때는 당신도 모르게 밖으로 돌아다니시고 그런다. 유가족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로는 무엇이 있을까? 마음은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몰라 못하는 분들도 많다. 10반 주희양 어머님을 인터뷰할 때였다. 사람들이 욕하고 비난하는 게 힘들지 않으시냐 물었더니, 언젠가 여수 간담회 자리에 갔을 적 이야기를 하시더라. 어떤 할머니 한 분이 자기 밭에서 딴 옥수수를 한 바구니 삶아 와서는 안겨주시는데, 바로 삶아서 가져오셨는지 옥수수가 뜨끈뜨끈하더란다. 이후 사람들이 공격할 때, 이상하게 할머니의 옥수수가 생각나신다고 했다. 뜨끈뜨끈하던 그 옥수수가, 그 온기가. 주희양 어머님은 그걸 사랑이라고 표현하셨다. 유가족을 살린 것도, 내동댕이친 것도 국민이다. 할머니와 같은 심정, 함께 있어주려는 것, 분향소라도 한 번 찾아주는 것과 같은, 정말 잊지 않아주려는 마음이 유가족에겐 큰 힘이 된다. 책이 드디어 발간됐다. 작가로서 소망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위험 사회다. 평범한 사람들 누구나 유가족이 될 수 있다. 남의 일이 아닌 나의 문제로 받아들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유가족뿐 아니라 희생된 학생들, 일반인 분들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함께 멈춰서 생각해봤으면 한다. 이 책은 고통의 언어로 쓰인 동시에 진짜 사랑의 언어이기도 하다. 나무 -신호성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곳 식물들이 모여 살 수 있는 곳 이 작은 나무에서 누군가는 울고 웃었을 나무 이 나무를 베어 넘기려는 나무꾼은 누구인가 그것을 말리지 않는 우리는 무엇인가 밑동만 남은 나무는 물을 주어도 햇빛을 주어도 소용이 없다 추억을 지키고 싶다면 나무를 끌어안고 봐보아라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김성구, 경향신문 포토뱅크>

      2015.01.2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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