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7,728 건 검색)
- 가족여행·웨딩 사진, 찬란해서 더 슬픈 영정들…“좋은 기억만 갖고 가기를” 곳곳에 추모 손편지
- 2025. 01. 02 21:45사회
- ... 붉어졌고, 자원봉사자들은 휴지를 뽑아 건넸다. 광주광역시에서 왔다는 송현기씨(77)는 “친구 아들 가족이 변을 당해 분향하러 왔다”면서 “돌아가신 분들의 위패가 너무 많아 친구 아들 가족의 이름을...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가족 잃은 ‘푸딩이’ 동물 단체서 구조
- 2025. 01. 01 15:24사회
- ... 등 3대에 걸친 가족 9명이 사고를 당했고, 푸딩이는 홀로 남겨졌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가족을 잃은 반려견 푸딩이의 구조 당시 모습.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 갈무리 푸딩이는 가족을 잃은...
- 10년 전 아픔 반복되다니…새해 첫날 제주항공 유가족 어루만진 세월호 가족
- 2025. 01. 01 14:43사회
- ... 지낸 뒤 제주항공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지난 10년간 지내온 신년 차례상이지만 이날 따라 가족들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소식에 더욱 힘들어했다고 한다. 30분 정도 기다려 분향을 시작한 세월호...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족끼리 짝지어 놓인 위패···새해 첫날 통곡의 무안공항분향소
- 2025. 01. 01 09:58지역
- ... 잃은 한 유가족은 “내 아들 보러 갈라네. 내 아들 보러 갈라네”하다 주저앉았다. 또 다른 유가족은 답답함과 원통함을 토로하며 발을 굴렀다. 유가족이 통곡하며 대답 없는 가족을 불렀다. 한...
스포츠경향(총 4,049 건 검색)
- 관악문화재단, 교통약자를 위한 ‘가족배려주차장’ 조성
- 2025. 01. 02 19:28 생활
- 관악문화재단 관악문화재단(대표이사 차민태)이 관악아트홀 및 관악중앙도서관 주차장에 임산부, 영유아, 노약자 등 교통약자가 우선 이용할 수 있는 ‘가족배려주차장’을 조성했다. 재단은 지난 3월 ‘서울시 관악구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일부 개정에 따라 가족배려주차장의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 교통약자의 안전과 편의성 제고를 위해 구획 조성을 착수하여 연내 완료했다. 가족배려주차장 이용대상은 임신 중이거나 분만 후 6개월 미만인 임산부, 6세 미만의 취학 전 영유아, 고령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차량 이용이 불편한 사람이며, 이들과 동반한 사람도 이용할 수 있는 특별 주차 공간이다. 관악문화재단은 가족배려주차장 조성을 통해 아이가 있거나, 노약자 등 거동이 불편한 교통약자도 편리하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관악문화재단 관악문화재단 IT시설지원팀 박홍철팀장은 “가족배려주차장이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닌 모두가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문화로 정착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재단을 방문하는 모든 이용자들이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아빠’ 되는 오타니, 상품성 더 치솟는다···“가족 관련 기업들 대기, 업체당 1000만달러 넘을듯”
- 2025. 01. 01 09:34 야구
-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게티이미지코리아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는 빅리그 진출 후 빼어난 실력과 인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치를 계속 높여왔다. 지난해에는 50(홈런)-50(도루)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우고 내셔널리그 MVP에 오르며 주가를 더욱 높였다. 높은 상품성으로 광고모델로도 엄청난 부수입을 얻었다. 다저스와 계약하며 몸값 97%를 지불유예하며 지난해 받은 연봉은 200만 달러(약 29억원)에 그치지만 광고 수입으로만 무려 6500만 달러(약 956억원)를 번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에는 ‘아빠’ 오타니라는 이미지가 더해져 광고 시장에서 수입이 더욱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본 매체 토스포웹은 1일 “여전히 오타니를 스폰서로 기용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많아 대기 상태에 있다”면서 “계약 기간이 끝나는 기업이 나오면 그 자리에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수입이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오타니가 2025년에 아빠가 돼 가정적인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마케팅 활용 가치가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비츠의 모델 오타니. 비츠 SNS 이 매체는 “지금까지 오타니와 계약을 맺은 기업은 글로벌 기업 외에 자동차 등 생활 필수품이 많았다. 이젠 식품과 보험회사 등 가족의 장래 설계에 관련된 기업이 스폰서로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광고 모델 연간 계약액도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 “지금은 1개 기업당 약 700만 달러(약 103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타니의 상품성이 계속 올라가 1000만 달러(약 145억원)까지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7년 오타니가 처음 메이저리그에 발을 디딜때 200만 달러 수준이었는데 5배 가량 상승하게 되는 셈이다. 이도류로 다시 돌아오고 아빠가 되는 2025년 오타니의 인기와 가치는 어디까지 치솟을지 주목된다.
- ‘가족게임’ 신성 이수현 “더 멋지게 성장한 모습으로 찾아 뵙겠다” 종영소감
- 2024. 12. 31 17:30 연예
- 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 시리즈 ‘가족계획’ 신성 이수현이 첫 데뷔작임에도 불구, ‘가족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대체 불가 신예 탄생의 입지를 굳혔다. 이수현은 쿠팡플레이 시리즈 ‘가족계획’(크리에이터: 김정민 | 감독: 김곡, 김선 제공: 쿠팡플레이 | 제작: 키이스트, 오디너리젬, 몬스터유니온, 보더리스필름)에서 한영수(배두나)와 백철희(류승범)의 딸로,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의 17세 소녀 백지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지난 27일 오후 8시 공개된 ‘가족계획’ 최종회에서 이수현은 광기 서린 눈빛과 카리스마로 화면을 꽉 채운 사이다 액션 연기를 선보여 극의 클라이맥스를 완벽하게 장식했다. 극중 백지우는 백지훈(로몬)과 함께 박재곤(권지우)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 류미옥(윤가이)과 맞붙게 됐고, 류미옥의 도발에 또 한 번 눈이 확 뒤집히더니 입술을 꽉 깨물며 다가서는 소름 돋는 표정 연기로 시선을 압도했다. 이어 살벌한 응징으로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이수현은 까칠하고 예민하면서도 정의롭고 강단 넘치는 백지우의 다채로운 매력을 안정감 넘치는 연기로 깊이 있게 그려내 주연의 한 축으로 손색없는 존재감을 입증했다. 또한 극 후반부에 다다르자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을 마주하고 공포감에 사로잡혀 오열하는 모습, 악당들의 횡포에 분노하며 처절한 응징을 가하기 위해 몸 사리지 않는 맞서는 등 사이다와 광기를 오가는 백지우를 다이내믹하게 표현하는 신인답지 않은 공력으로 든든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이수현이 ‘가족계획’을 시작으로, 어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갈지 열혈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수현은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무한한 영광이었다. 지난 몇 개월간 지우에 푹 빠져 살았는데 벌써 이별이라니 많이 아쉽다”라고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전하며 “그동안 백지우를 많이 아껴주시고 응원해주신 시청자 여러분 덕에 힘이 났다. 지금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을 거듭해 더 나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테니 앞으로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종영 소감을 전해 여운을 남겼다.
- ‘다리미 패밀리’ 양혜지까지, 청렴 세탁소 온 가족이 공범 됐다
- 2024. 12. 30 19:09 연예
- KBS 끝내 양혜지까지, 청렴 세탁소 온 가족이 비밀을 알게 되며 공범 신세로 엮였다. 지난 29일 방송된 KBS2 특별기획 주말드라마 ‘다리미 패밀리’(연출 성준해, 서용수 / 극본 서숙향 / 제작 키이스트, 몬스터유니온) 28회에서는 무사히 위암 수술을 마친 안길례(김영옥 분)의 섬망 증세로 인해 이차림(양혜지 분)까지 침대 밑에 숨겨진 돈의 비밀을 알게 되며 청렴 세탁소 온 가족이 공범 신세로 엮여 버렸다. 화로구이 사장 남기둥(조복래 분)과 사랑의 도피를 꿈꾸는 이미연(왕지혜 분)은 집에서 훔쳐낸 돈을 차곡차곡 모았다. 그리고 싱가포르로 도망갈 계획을 은근히 흘리며 기둥에게 동행을 제안했다. 그런 사위와 미연의 모습을 목격한 배해자(오영실 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에 서러워 눈물 흘리며 자리를 피했다. 진심 어린 키스를 나눈 후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한 서강주(김정현 분), 이다림(금새록 분)은 양쪽 어머니들 몰래 비밀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백지연(김혜은 분)이 새해 1월 1일 0시가 되면 백곰의 유서와 함께 100억 도난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해 더욱 막막해졌다. 프리미엄 패딩을 팔아 40억을 채우려는 두 사람의 계획에 여전히 디자이너가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 고봉희(박지영 분)는 따로 마련한 자기 침대 밑으로 돈을 옮기고, 아픈 다림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차림을 위해 고들빼기김치를 담그며 차근차근 자수를 준비했다. 다행히 길례의 위암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의사가 미리 경고했던 대로 섬망 증세가 찾아왔다. 총기가 흐려진 길례는 온 가족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죽기 전에 골고루 10억씩 돈을 나눠주겠다고 말했다. 이만득(박인환 분)의 기지로 무사히 상황은 벗어났지만, 차림은 의아함을 느꼈다. 김치를 가지러 집에 들른 차림은 할머니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 엄마 침대 밑에서 거액을 발견했다. 강주와 다림은 펄펄 뛰는 차림에게 어쩔 수 없이 그간의 사정을 모두 말해주었다. 그리고 힘을 합쳐 40억을 벌어 가족을 구해내자고 설득했다. 결국 차림은 원치 않았던 사직서를 제출하고 강주, 다림과 힘을 합치기로 결심했다. 이로서 청렴 세탁소 가족 모두가 공범 신세로 엮여 버렸다. 강주와 다림이 알고 있던 금액과 차림이 세 본 돈에 10억 차이가 났다. 미연을 의심한 자매는 고모를 질질 끌고 지하철 사물함에 도착했다. 하지만 세 사람이 사물함 문을 열어보니, 미연이 훔쳐서 차곡차곡 모아놓았던 돈이 감쪽같이 사라져 놀라며 28회가 끝을 맺었다. 지하철 사물함에 숨겨진 돈을 훔쳐 간 도둑은 누굴까. 미연을 미행해 절도 행각을 목격한 러브 캐피탈 무리일까? 사물함에서 사라진 돈의 비밀은 새해 1월 4일 토요일 저녁 8시에 방송될 특별기획 주말드라마 ‘다리미 패밀리’ 29회에서 밝혀진다.
주간경향(총 220 건 검색)
- ‘한 지붕 두 가족’ 국힘, 8년 전 여당 몰락의 길 따라가나(2024. 12. 16 06:00)
- 2024. 12. 16 06:00 정치
- 그때나 지금이나 민심과 동떨어진 당내 권력 투쟁에만 몰두 ‘탈당 땐 패배’ 관행에 분열 않고 더욱 격렬한 내전 가능성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월 12일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자고 제안하자 친윤계 의원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이 비슷하다.”(국민의힘 A씨) “또다시 그때의 혼란으로 빠져들었다. 이번에는 더 심각하다.”(국민의힘 B씨)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탈당했던 의원 보좌진들의 회고다. 박근혜 대신 윤석열을 대입하면 비슷한 양상이라는 것이다. 당시 탄핵에 반대했던 친박계(친박근혜계)와 찬성했던 비박계(비박근혜계)가 당 내부에서 격렬하게 부딪쳐 갈라섰는데 이번에는 친윤계(친윤석열계)와 친한계(친한동훈계)가 탄핵 찬·반을 놓고 분열 직전이다. 조기 하야 대신 탄핵의 길을 택한 대통령 박근혜의 8년 전 입장과 지금 대통령 윤석열의 입장 역시 정확하게 같다. 탄핵 사태에 이른 책임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린 후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겠다는, 적반하장식 태도다. 지난 12월 12일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는 거대 야당에 대한 경고 성격이었고, 내란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친윤계는 윤 대통령의 입장을 옹호하다시피 하며 ‘탄핵 반대’와 ‘질서 있는 후퇴’를 내세우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의를 통해 “비상계엄은 통치행위”라고 강변하고 나섰다. 지금의 친윤계처럼 8년 전에는 대통령 박근혜를 옹호했던 친박계가 있었다. 한 대표 물러나게 한 뒤 친윤이 당 수습 추진 그때나 지금이나 여당 주류는 원내대표직에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을 걸었다. 지난 12월 12일 의원총회에서 친윤계의 권성동 의원이 72표를 얻어, 34표를 얻은 비윤계(비윤석열계)의 김태호 의원을 누르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국정 지지율이 20% 밑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분노가 들끓는 민심을 무시한 채 윤 대통령의 손을 사실상 들어준 것과 마찬가지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국민은 안중에 없는 상태”라면서 “결국 자기 이익 그것도 눈앞의 이익을 놓고 단기적으로 움직인 결과”라고 비판했다. 8년 전 새누리당에서는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친박계는 정우택 전 의원을, 비박계는 나경원 의원을 내세웠다. 탄핵 전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10% 안팎으로 폭락할 정도로 민심은 여당을 질책했지만, 의원들의 당심은 달랐다. 친박계가 승리하고, 비박계는 패배했다. 민심을 사실상 무시한 ‘당심 선거’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금이나 8년 전이나 원내대표직을 놓고 당내 권력을 다투는 여당 내 사정은 비슷하다”면서 “국민의 비난은 무시한 채 당내 권력 장악에만 몰두하면 할수록 민심과는 멀어지게 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당대표가 물러나게 되면 원내대표가 사실상 수장이 된다. 비상대책위가 구성되든 되지 않든 선출직 지도부로서 책임을 떠안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선거 전부터 국민의힘 내에서는 친윤계인 권 원내대표가 당선되면, 탄핵 가결 책임을 물어 한동훈 대표를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한 뒤, 실제적인 당권을 쥘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권 원내대표는 그런 계획이 없다며 부인했지만, 친한계는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드러났듯이 친윤계는 다수파이고 친한계는 소수파에 불과하다. 다수파가 탄핵 전후의 상황을 문제 삼아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의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커졌다. 8년 전 탄핵소추안 통과 후 친박계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물러난 뒤 비박계 인사가 주축이 된 비대위를 구성하려 했지만, 결국 친박계 원내대표인 정우택 의원이 당 주도권을 잡았다. 그때처럼 이번에도 한 대표를 물러나게 한 뒤 권 원내대표 중심으로 친윤계가 당을 수습하는 길을 선택하려는 친윤계의 구상이 하나둘씩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4명이 사퇴하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다. 친윤계 김민전 최고위원은 탄핵이 가결되면 지도부 사퇴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인요한, 김재원, 김민전 등 친윤계 최고위원 세 명에 한 명이 더 사퇴하면 한 대표체제가 무너진다. 최근 당내에서는 친한계인 장동혁 최고위원이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퍼졌다. 보수정당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 탄핵 가결 후에도 한 대표 체제가 유지될지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김상일 평론가는 “한 대표 자신은 비상계엄에서 체포 대상이 됐고, 이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기에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친한계와 친윤계의 격렬한 당내 권력 투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른 견해도 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정치평론가)는 “탄핵 가결 후 한 대표가 대표직에서 버텨낼 재간이 없다”면서 “오히려 한 대표가 물러나는 것이 조기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되는 데 더 나은 조건을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8년 전 당 외부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유력한 후보가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결국 국민의힘이 한 대표를 대선후보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홍준표 대구시장이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역 광역단체장이기 때문에 조기 대선에 쉽사리 대권후보로서 움직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엄경영 소장은 “한 대표는 어떻게든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되는데, 조기 대선에서도 지금과 같이, 다른 차기 대선주자를 앞서는 지지율을 누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견했다. 당대표 선출 뒤 계속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임으로써 당내에서 신뢰를 많이 잃었다는 것이다. 8년 전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 권성동 의원 등 비박계 인사들은 탈당해 신당을 만들었으나 보수의 중심이 되지 못한 채 나중에 복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런 점에서 여당의 내분은 8년 전과 다른 양상으로 갈 수도 있다. ‘탈당하면 결국 패배한다’는 보수 정당의 관행이 굳어진 만큼 당 내부에서 더욱 격렬한 내전을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엄 소장은 “당이 분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명백히 8년 전과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번째 탄핵 국면을 맞이한 보수 정당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김철현 교수는 “이미 8년 전 상황을 겪은 의원들은 야당 때도 호의호식했다는 안이한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영남을 비롯한 비수도권 의원들은 수도권의 정서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주판알만 굴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엄경영 소장은 “지금 이재명 대표에 대한 거부감 하나로 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조차도 향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김상일 평론가는 “8년 전 박근혜 탄핵으로 보수 정당은 수렁에 빠졌지만, 이준석 전 대표와 같은 젊은 정치인으로 겨우 정치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면서 “그걸 보수 세력 자신들의 힘으로 극복한 것으로 착각하고 다시 탄핵 사태를 초래했는데 이제는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 [시네프리뷰] 대가족-21세기를 살아가는 가족에 대하여(2024. 12. 04 06:00)
- 2024. 12. 04 06:00 연예
- <대가족>은 ‘편하게 웃고 즐기는 코미디’ 영화로 보기엔 너무 다층적이고 공들여 만든 작품이다. 후반으로 접어들며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가족 코미디 장르에서 또 다른 선구적 경향을 제시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목: 대가족(About Family) 제작연도: 2024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06분 장르: 드라마, 코미디 감독: 양우석 출연: 김윤석, 이승기, 김성령, 박수영, 강한나 개봉: 2024년 12월 11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자신의 ‘존재성’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욕망은 유한한 삶을 사는 유기체의 본능에 내재한 최우선의 목적이라고 한다. 인간의 부와 명예에 대한 욕심은 ‘이름을 남기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며 물리적인 선택 방식 중 하나다. 더불어 생물학적으로는 자기 후손을 번성시켜 유전자를 대물림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필연적 욕망이다. 영국의 동물행동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이를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이런 본능적 목적은 전통적으로 친족집단이자 운명공동체로 이해되는 가족에 대한 개념과는 구별되는 좀더 근본적이며 사적인 문제다. 때는 2000년, 무대는 서울, 종로의 빌딩 숲 사이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낡은 한옥 한 채가 있으니, 이곳은 수십 년간 자리를 지키며 맛있는 만두 하나로 자존심을 지켜온 함무옥(김윤석 분)이 운영하는 식당 ‘평만옥’이다. 그의 옆에서 가게 운영은 물론 집안 대소사까지 돕는 방 여사(김성령 분)는 매사 고지식하고 일밖에 모르는 자린고비 무옥의 모습이 답답하기만 하다. 겉으로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적잖은 부를 축적해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무옥에게도 일생일대의 문젯거리가 있다. 애지중지 키운 외아들 문석(이승기 분)이 장가도 가지 않은 채 스님이 돼 출가해버려 졸지에 집안의 대가 끊겨버렸다는 사실이다. <변호인> 감독과 의외의 장르 영화 그러던 어느 날, 웬 생면부지 아이 둘이 눈앞에 나타나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무옥은 두 팔 벌려 아이들을 환영하지만, 정작 아들 문석은 자식이라며 나타난 어린 남매의 출현이 미덥지 않기만 하다. 솔직히 여러모로 혼란스러움을 안기는 작품이다. 일단 감독의 이력부터 그러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 변호사 시절을 그린 데뷔작 <변호인>(2013)이나 북한의 쿠데타를 소재로 한 <강철비>(2017) 같은 전작들이 사회성 짙은 진지한 작품이었기에 가족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는 이번 작품은 결이 많이 달라 보인다. 이에 대해 감독은 ‘현시대를 살며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이야기를 소재로 선택하는 기준에는 변함이 없었노라’라고 인터뷰를 통해 답하고 있다. 실제로 영화 안에는 ‘가족’이라는 흔하고 만만한 단어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심사숙고한 철학까지 엿보인다. 제목 <대가족>의 한자도 흔히 쓰이는 ‘大家族’이 아닌 ‘對家族’으로 ‘가족에 대하여’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영어 제목도 ‘About Family’란다. 아이러니는 바로 이런 부분들이 이 작품을 본격적으로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점이라는 점이다. 장르적 폄하가 아니라 홍보물을 통해 기대할 만한 통상적인 ‘편하게 웃고 즐기는 코미디’ 영화로 보기엔 너무 다층적이고 외견 또한 필요 이상(?)으로 공을 들여 잘 만든 작품이다. 관습적 코미디 영화와의 차별성 ‘어느 날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후손이 찾아왔다’라는 기본 설정 위에 예상 밖으로 다양한 층위의 사건과 감정이 겹겹이 압축돼 전개된다. 소위 때깔이라 표현되는 촬영과 미술을 포함한 시각적 프로덕션 또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성이 가득하다. 마치 미슐랭 3 스타 셰프가 만든 떡볶이를 접한 기분이랄까? 하지만 후반으로 접어들며 어쩔 수 없이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나 결말 부분은 익히 알고 있고 예상할 수 있는 성찰과 교훈을 벗어나지 못한 선택을 해 치열해서 흥미로웠던 전개 부분과 비교해 큰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총체적으로 가족 코미디 장르에 있어서 또 다른 선구적 경향을 제시했다는 점까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장르가 장르인 만큼 배우들의 감각과 협업의 조화가 더욱 중요한 작품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진중한 이미지를 벗고 코미디에 도전한 김윤석은 의외의 무난함으로 다시 한번 중견 배우로서의 입지를 입증해 보인다. 이를 위시해 이승기, 김성령, 박수영, 강한나 등 신구(新舊) 배우들과 아역배우 김시우, 윤채나의 당돌한 연기는 따뜻한 드라마에 큰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는 볼거리다. 네가 내 핏줄이라니! /Entertainment Weekly 갑작스러운 핏줄의 등장이나 관계의 확인을 통해 빚어지는 갈등과 소동을 다룬 이야기는 아마 인류가 시작된 때부터 있었을 것이다. 근원이나 역사를 훑는다는 것 자체가 과욕이니 필자가 기억하는 인상적 작품 몇 편을 상기해 본다. 한국 영화의 흥행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미워도 다시 한번>(1968)은 뜻밖에 등장한 혼외자(婚外子)를 소재로 한 전통적 통속 멜로의 대표작이다. 1987년 한국에서 뒤늦게 개봉한 <7일간의 사랑>(1983) 역시 비슷한 내용으로 삽입곡인 나나 무스쿠리가 부른 ‘사랑의 기쁨(Plaisir d’amor)’의 인기로도 화제를 모았다. 2008년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극장가를 평정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과속스캔들>도 빼놓을 수 없겠다. <게임 플랜>(2007), <맘마미아!>(2008), <딜리버리 맨>(2013) 같은 할리우드 영화들도 ‘출생의 비밀’로 인해 확장되는 가족의 의미를 희극적으로 풀어낸다. 하지만 이런 막장 가족사의 최고봉인 영화는 <스타워즈>일 것이다. 작품 자체가 누리고 있는 명성은 차치하고라도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1980·사진)의 절정에 등장하는 악당 다스베이더의 대사(아직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차마 언급하지는 않겠다)는 당시로써는 충격 그 자체였다. 관객들은 경악했고, 이후 수많은 작품에서 패러디됐다. 등장(또는 고백)의 주체가 앞서 언급한 예시들에 반하는 위치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스타워즈> 자체가 초기 3부작이 나온 이후 과거의 이야기를 뒤늦게 만들고 순서를 재배열하면서 소위 ‘족보가 꼬여버린’ 시리즈라는 점도 공교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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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네프리뷰] 애시드 레인: 죽음의 비-재난에 맞선 프랑스 가족의 대처법(2024. 11. 27 06:00)
- 2024. 11. 27 06:00 연예
-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딸 셀마다. ‘기후위기란 정리해고를 가리기 위해 가진 자들이 퍼뜨린 낭설’이라는 음모론을 믿는 아버지에 맞서 셀마는 “나 같은 미래세대에게는 정말로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셀마는 지구적 재난을 겪고 난 뒤 성장한다. /㈜엔케이컨텐츠 제목: 애시드 레인: 죽음의 비(Acid/Acide) 제작연도: 2024 제작국: 프랑스 상영시간: 100분 장르: 드라마, 재난, 스릴러 감독 : 쥐스트 필리포 출연 : 기욤 까네, 라에티샤 도슈, 파스장스 문헨바흐 개봉: 2024년 11월 27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 : ㈜엔케이컨텐츠 배급 : ㈜디스테이션 한국이라면 어땠을까. 쥐스트 필리포 감독의 영화 <애시드 레인: 죽음의 비>를 보며 끊임없이 떠오른 생각이다. 기후변화로 어느 날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사람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살인적인 독성(산성)을 갖게 된다면? 빗방울은 마치 백린탄처럼 연기를 내뿜으며 땅속을 파고든다. 사람들이 우왕좌왕 필사적으로 도주하는 대혼란이 벌어진다. 국가 시스템은 붕괴하고 생존에 필요한 제한된 자원을 차지하려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벌어진다. 국가에 이어 사회도 무너지고 만다. 정말 그렇게 될까. 산성비가 만들어낸 아포칼립스 불과 몇 년 전이다. ‘코로나19 시국’이라고 불리던 감염병 만연 시기. 이 역시 재난이라면 재난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확실히 국가의 통제를 순순히 따랐던 한국이나 대만 등 동아시아권과 마스크 착용 문제를 개인 자유권 침해로 인식하는 유럽의 사회적 정서는 달랐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쪽에서는 ‘5G 전파가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린다’라는 괴담까지 그럴듯하게 유포돼 기지국을 파괴하는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진짜로 ‘모든 것을 녹이는 산성비’가 내린다면 우리는 뭘 했을까. 지진이나 핵폭발 이후의 아포칼립스와 같은 상황이 아니다. 쓰나미나 대홍수도 아니고 산성비를 머금은 먹구름만 피하면 된다. 일단 콘크리트 건물 안에 머무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영화에서도 그 재앙을 일으키는 산성비가 콘크리트를 뚫고 파고들진 못한다). 다행히도 한국의 주거 형태는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가 대세다. 미셸(기욤 까네 분)은 파업 중 경찰기동대를 폭행해 보호관찰 처분을 받는다. 경찰기동대를 두드려 패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돼 사회적 비난도 받는다. 미셸의 가정은 이미 풍비박산 난 상황이다. 부인 엘리스(라에티샤 도슈 분)와 열다섯 살짜리 딸 셀마(파스장스 문헨바흐 분)는 그와 별거 중이다. 미셸은 같이 노조 운동을 했던 카린이라는 여성에게 호감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남미에서 산성비를 맞고 가축이나 동물이 다쳤다는 뉴스가 나온다. 모두 “그건 남미의 일이고 프랑스 같은 유럽에는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어”라며 무시하는데 그 ‘모든 걸 다 녹이는’ 산성비 먹구름이 프랑스에도 나타난다. 재난 영화는 결국 가족 성장 영화? 재난 영화의 전형적인 클리셰(진부한 설정)는 가부장성에 바탕을 둔 가족 성장 서사다. 이혼이나 별거 등으로 분열한 가정이 재난 상황을 맞아 재결합한다는 공식이다. 사회적으로 무능력하고 비난받는 남편은 이 결정적인 순간에 ‘남자 구실’을 하면서 가족 재결합을 이끈다. 부인은 전남편과 새 남자 친구 사이에서 갈등하는데, 이 새 남자 친구는 전남편이 갖지 못한 부나 지위를 가졌지만, 재난 상황에는 별 쓸모가 없다.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아이가 갖는 내면의 갈등은 ‘이유 없는 반항’ 또는 ‘지체된 성장’으로 묘사된다. 주인공인 전 남편은 영화 절정부에 가부장의 능력을 ‘입증’하고, 전 부인과 아이는 그에게 돌아온다. 남성 판타지다. 아이 역시 이유 없는 반항을 그치고 지체됐던 성장은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른다. 영화 <2012>(롤랜드 에머리히 감독·2009)에서 배우 존 큐잭이 맡은 주인공 잭슨의 딸 릴리는 영화 마지막에 아버지의 귀에 대고 “이제 저 기저귀를 차지 않어요!”라고 속삭인다. 영아 수준으로 지체됐던 성장이 다시 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애시드 레인: 죽음의 비>의 주인공도 가부장인 미셸일까. 얼핏 그래 보인다. 파업 장면으로 시작한 영화는 지속해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미셸이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딸 셀마다. ‘기후위기란 정리해고를 가리기 위해 가진 자들이 퍼뜨린 낭설’이라는 음모론을 믿는 아버지에 맞서 셀마는 “나 같은 미래세대에게는 정말로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어머니 대신 다른 여자를 택한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던 셀마는 이 지구적 재난을 겪고 난 뒤 성장한다. 영화의 원작 동명의 단편영화와 비교해 보면 /유튜브 캡처 <애시드 레인: 죽음의 비>는 같은 감독이 만든 동명의 18분짜리 단편영화(사진)를 확장했다. 이 단편영화는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데 댓글에는 핍진성이 없었다는 지적이 많다. 위험한 산성비가 내리는데 등장인물들이 어리석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장편도 마찬가지다. 일단 대피소. 장편은 모든 대피소가 꽉 차 프랑스를 벗어나 외국으로 가야 한다는 설정인데 굳이 그 사람들이 산성비 속에 수백㎞를 이동해 가족 생명을 위험으로 내몰 필요가 있을까. 대피소를 향하는 대열을 놓친 주인공 부녀가 한 마을에 들어서는데 하필이면 집들이 낡은 목조건물이라 산성비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설정 역시 무리수 같다. 단편이나 장편 모두 ‘만약 치명적인 산성비가 내린다면 세상은,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행동은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놓고 벌인 일종의 사고실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각본이 그리 영리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이디어나 연출은 오히려 단편영화가 돋보인다. 단편에서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고속도로 바닥에 누군가 흘린 곰 인형이 산성비를 맞아 녹아내리는 장면이 나온다. 산성비로 단란한 가정이 파괴된다는 은유다. 또 부부가 (장편과 달리) 어린 남자아이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산성비를 피해 도망가는데 영화의 호흡이나 편집이 장편보다 낫다. 장편을 보면 감독이 가졌던 아이디어는 단편으로 다 소진해버렸는데 뜻밖의 호평을 받아 엿가락 늘이듯 억지로 만든 느낌이 든다. 두 영화 모두 왜 그런 모든 걸 녹이는 산성비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기후변화(장편영화에서는 고집스레 지구온난화라는 말을 쓴다) 때문으로 대신하고 넘어가긴 설명이 부족하다. 이번 영화의 후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예컨대 ‘어디 대서양쯤 아래에 있던 아황산가스의 커다란 거품이 터지면서 산성비 구름이 만들어졌다’는 식으로 뒤늦은 배경 설명이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후속편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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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인권’에 역대급 예산 쏟는 정부, ‘가족 송금’은 수사해놓고 나 몰라라(2024. 11. 18 06:00)
- 2024. 11. 18 06:00 사회
- 경찰, 지난해부터 ‘북한 가족 송금’ 탈북민들 수사 “인도적 지원은 면책해야” 지적에도 재판은 계속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기본적 책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통일 독트린’이라는 남북통일 구상을 발표했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북한 주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인도적 지원’,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역할을 통일 역량에 반영’을 제시했다. 통일부는 통일 독트린에 맞춰 내년도 예산을 편성했다. 북한 인권 개선 사업은 올해의 2배인 124억원, 북한인권센터 건립에는 106억원을 책정했다. 탈북민 정착기본금은 1인당 1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늘렸다. 그런데 최근 기자가 만난 한 탈북민은 “윤석열 정부가 탈북민, 북한 인권을 위해 무슨 정책을 편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오히려 “정부는 탈북민을 탄압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이 이전 정부에서 수사하지 않았던 ‘북한 가족 송금’을 지난해부터 갑자기 수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탈북민들이 가난에 시달리는 북한 가족을 돕기 위해 돈을 보내는 ‘북한 가족 송금’을 단순히 형식적 법으로 재단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국회 등에서 나왔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10월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돼 (안보수사대에서) 수사하지 않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러 탈북민이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설 수밖에 없는 탈북민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가족 소식 알려면 브로커 통할 수밖에 “북한의 ‘북’ 자만 떠올려도 눈물이 나요. 북한에 있는 가족들 때문에요. 늙은 부모가 울면서 도와달라고 영상을 보내오면 일이 손에 잡히겠어요? 돈을 안 보내면 밤잠을 못 자요. 여기 사람들은 자기 부모 다 같은 땅에 살고 굶지도 않잖아요. 여기서 웃고 떠들고 살아도 가슴이 타서 재가 남아요, 재가.” 지난 10월 21일 기자와 만난 50대 탈북민 여성 A씨가 말했다. A씨는 2007년 한국에 들어와 18년째 살고 있는데 지난해 7월 갑자기 경찰에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수사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탈북민들은 한국에 들어오면 브로커부터 찾는다고 한다. 먹고살기 어려운 북한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고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을 주고받고 싶지만 정식 경로가 없어 중국, 북한의 브로커들이 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A씨가 외국환 업무 등록을 하지 않은 채 탈북민들 돈을 받아 브로커 쪽 계좌로 보내준 게 법 위반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14일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기본적 책무”라고 말했다. 검찰도 이 논리를 내세워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수사했다. 그러나 경찰은 한국 국민인 탈북민이 북한 주민인 가족에게 돈을 보낸 것은 ‘외국환 거래’라 미등록이면 처벌해야 한다며 수사에 나섰다. A씨는 벌금 1000만원 약식명령을 받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북한에 살던 어린 시절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꿨던 A씨는 ‘출신성분’ 때문에 모두 포기했다고 했다. A씨의 친척이 해방 이후 남쪽으로 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반동분자라는 이유로 A씨 가족도 북한에서 반동분자로 분류됐다. 가난과 탄압을 피할 수 없었다. 탈북 후 한국으로 온 A씨는 밤낮없이 식당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모은 돈으로 자녀를 비롯해 다른 가족 몇 명을 한국으로 데려왔고, 북한에 남은 부모와 가족들에게는 브로커를 통해 돈을 보냈다. 그러면서 중간에서 다른 탈북민의 돈을 전달해주는 일도 하게 됐다.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다음 날인 지난 10월 16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전망대에서 북한의 선전마을이 뿌옇게 보인다. 김창길 기자 송금 과정엔 위험이 뒤따르지만 A씨는 탈북민들이 송금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감자나 콩을 심어도 싹이 나기도 전에 다 파먹으니까 나질 않는 거예요. 농사를 지으면 하룻밤 깜빡하면 금세 다 없어져요. 오죽하면 군대가 농장 밭을 지키겠어요? 겨울엔 먹을 게 없으면 남의 집 감자를 도둑질할 정도니까요.” 세 살배기 딸을 북한에 두고 온 탈북민, 80세 넘은 부모의 건강을 걱정하는 탈북민이 A씨에게 소식을 좀 알아봐 달라고 연락해왔다. A씨의 동생들은 송금 문제로 북한 보위부 조사를 받았고 소식이 끊겼다. 이마저도 브로커 같은 선이 없으면 정보를 듣지 못한다. A씨가 말했다. “(돈을 전달하면서) 저는 단 1전도 뗀 게 없어요. 정부도 이날 이때까지 몇 년 동안 돈을 보냈지만 한 번도 잡은 적이 없어요. 정말 문제가 있으면 정부에서 그동안 왜 가만히 뒀겠어요? 먹고살라고 조금씩 보내주는 건데 그걸 문제 삼으면 어떡하나요. 탈북민들은 북한 가족이 어떻게 될까봐 여기서도 떠들지 못하고 조심히 사는데요.” 휴민트 역할 탈북민도 송금 수사 대상 탈북민 부부인 주수연(45)·황지성씨(45)는 지난해 4월 경찰에게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을 당했다. 경찰이 내민 압수수색 영장엔 주씨가 북한 가족 송금에 관여했다는 내용뿐 아니라 북한과의 연계 혐의도 적혀 있었다. 경찰은 영장에 “대금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북한 내 공범이 수수료 일부를 반국가단체 구성원에게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고, 외화벌이 사업이나 국내 탈북민 정보수집을 위해 반국가단체 구성원이 브로커로 활동하거나 공모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향후 불법과 탈법적인 자금 거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커 수사가 필요하다”고 썼다. 주씨는 지난 9월 약식기소돼 벌금형을 받았고, 조만간 정식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지난 11월 2일 기자와 만난 주씨 부부는 윤석열 정부 경찰의 송금 수사에 강한 분노를 표했다. 그 배경엔 이들 부부가 중국, 북한의 브로커들과 교류하면서 북한 가족들의 생계 지원, 소식 전달을 넘어 탈북민들의 탈북을 돕는 역할을 해왔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주씨는 “갈 곳이 없을 때 나를 받아준 게 고마워서 이 땅에 해되는 짓을 안 하고 애국하며 살았다”며 “그런데 경찰이 증거도 없이 우리를 간첩으로 몬 것”이라고 했다. 황씨는 구출한 탈북민 중에는 인신매매로 팔려 갔던 여성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이다. “제가 데려온 (북한) 사람이 2000명이 넘어요. 작년에 입국한 탈북민의 절반은 우리 가족이 입국시켰어요. 중국에 팔려 가 있는 사람들을 돈 지불하고 구출했단 말이에요. 왜 우리 조선 여성들이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마음에 한 사람이라도 빼 오자고 시작한 일이었어요. 이런 아픔을 정부가 알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엉뚱한 수사만 하는 거예요. 탈북민 정책이라는 게 밑바닥에서 고생하면서 비참한 삶을 겪은 사람들의 말을 들어서 만들어야죠. 정착금 올려주겠다고요? 아래는 탄압하면서 북한 인권을 이야기할 무슨 자격이 있나요? 내 부모한테 내가 돈을 보내는데 대통령이라도 보내지 말라고 할 자격이 있는 건가요?” 지난 10월 14일 한 시민이 출입이 통제된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내 자유의 다리를 바라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주씨 부부는 브로커들 사이에 오가는 북한 관련 정보를 수집해 한국 정보기관에 넘겨주는 일종의 ‘휴민트’(정보원) 역할도 수행했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로 정보를 주고받던 선들이 끊어지고 있다고 했다. 황씨가 말했다. “북한의 물가 같은 것은 초보적인 정보예요. 탈북민들이 수집하는 거죠. 내가 거기 가서 장 볼 일이 있나요? 왜 알아보겠어요? 탈북민 송금이라는 게 부모·형제의 생계도 있지만 대북 휴민트로 정보기관이 많이 이용합니다. 총칼 없는 전쟁 시대에 이런 휴민트를 죽인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죠. 나라에 충성한 결과가 수사라니 정말 분하고 억울하고…. 경찰이 통장 내역을 다 파헤치고 15년간 구축한 인맥을 다 파괴해버렸어요. 토사구팽이잖아요. 결국 정권을 연장하는 구실이 필요한 거 아닌가 싶어요. 만약 우리가 간첩으로 밝혀졌다면 보수 정부 들어서 숨어있던 간첩을 잡았다고 자랑했을 거 아니냔 말이죠. 웃기는 일입니다.” 이들 부부는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네 명을 잡는 실마리를 제공해 정부로부터 포상금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탈북민들의 북한 가족 송금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통일부는 탈북민 지원과 북한 인권 증진을 연일 강조하면서도 경찰의 송금 수사는 방관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사·재판에서) 인도적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환거래법은 합법적인 금융 거래가 제도화된 나라와의 관계를 상정한 것이고, 그게 안 되는 나라(북한)와 상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제도 개선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지만 현행 제도하에서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처벌 사례 없어 법원 태도도 오락가락 북한 가족 송금을 처벌한 사례는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판사마다 사건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탈북민 A씨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북부지법 판사는 현 경찰과 통일부의 자료, 과거 정부의 합법화 추진 등을 추가로 검토해보기로 했다. 반면 D씨 사건을 심리하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판사는 “이게 대체 무슨 사건인데 변호인들이 많이 붙냐”, “최대한 조용히 처리해야 맞는 것 아니냐”며 심리를 서둘러 종결하자고 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이탈주민 법률지원위원회가 공익소송으로 이 사건들을 수임해 무료 변론하고 있다. 탈북민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가족에게 소액의 돈을 보낸 것이 외국환거래법상 ‘등록하지 않고 외국환 거래를 업으로 한 것’에 해당하는지, 북한에 돈을 보낸 행위가 외국환 거래인지가 재판 쟁점이다. 탈북민 측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를 근거로 외국환 거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A씨 사건의 경우 탈북민들이 A씨 계좌로 입금한 액수만 확인될 뿐, 실제 북한으로 넘어간 돈이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검찰은 재판에서 “금액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외국환 거래를 업으로 한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앞서 경찰의 송금 수사는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실적 쌓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찰청 안보수사국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외국환 업무를 업으로 등록하지 않고 수수료를 챙기는 것은 현행 실정법 위반이기 때문에 (기소된 탈북민들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는 그대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족 송금 명목으로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해 탈북민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런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수사는 이뤄질 수 있다”며 “(안보수사대에서는) 인도적 목적 등을 고려해 단순히 돈을 보낸 사실만으로 인지수사를 하기보다는 안보에 직접 관련이 있는 중요사범 위주로 수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북한 가족에게 돈 보내면 범죄?…탈북민 “이게 말이 되냐”[주간경향]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몇 배로 응징할 것입니다. ‘전쟁이냐 평화냐’의 협박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것은 북한 정권이지, 북한 주민은 아닙니다. 정부는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1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71309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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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부모부터 손자녀까지 다세대 가족 여행, 떠오르는 핫플은?
- 2024. 09. 19 10:26 레저/여행
- 디지털 여행 기업 부킹닷컴이 조부모부터 손자녀까지 함께 떠나는 세대 통합 가족 여행을 주제로 한 연구 결과 ‘젠보야지(Gen.Voyage!)’를 발표했다. 디지털 여행 기업 부킹닷컴이 조부모부터 손자녀까지 함께 떠나는 세대 통합 가족 여행을 주제로 한 연구 결과 ‘젠보야지(Gen.Voyage!)’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을 포함한 아태 지역 11개국 8천 명 이상의 여행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를 종합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대 통합 여행이 가족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태 지역 응답자의 47%(한국 43%)는 여러 세대가 같이 가는 여행의 가장 큰 장점으로 ‘가족들과 유대감을 다지며 잊지 못할 추억을 쌓는 즐거움’을, 응답자 10명 중 4명(아태 39%, 한국 40%)은 ‘자주 만나지 못하는 가족과의 재회’를 꼽았다. 아울러 27%(한국 11%)는 이러한 형태의 여행을 통해 ‘각 세대의 다른 관점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즐겁다’고 했으며 26%(한국 7%)는 ‘자녀가 가족 내 다양한 구성원을 보고 배우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 좋다’고 답했다. 다세대 가족 여행객들은 가족 모임이나 중요한 순간을 함께 기념하고자 같이 여행하는 걸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약 4분의 1(아태 27%, 한국 28%)이 이런 목적을 위해 가족 여행을 떠난다고 말했으며, 5분의 1(아태 21%, 한국 24%) 또한 친척 집을 방문하는 데 있어 휴가를 간다고 답했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활동적인 자녀까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가족 여행을 계획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세대 통합 여행과 관련된 가장 큰 고민거리는 안전과 건강에 대한 우려(아태 30%, 한국 22%), 이해 충돌(아태 30%, 한국 16%), 다양한 식단 요구 사항(아태 28%, 한국 20%), 각기 다른 체력(아태 27%, 한국 16%), 갈등 조정(아태 25%, 한국 20%)으로 파악됐다. 여행 기간의 경우 가족 구성원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도 여행의 피로가 쌓이지 않는 최적의 기간은 4~6일로 밝혀졌다. 이와 같은 여행을 계획하는 데는 아태 지역 여행객의 절반 이상(51%)이 여행 한 달여 전에 예약하는 등 비교적 짧은 시일 안에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특징은 6일 이상의 장기 휴가에서도 유사하게 드러났다. 여행 출발로부터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예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40%에 달했다. 아태 지역 여행객들이 가족 여행지를 고를 때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항은 안전(아태 46%, 한국 38%), 비용(아태 39%, 한국 20%), 전체 구성원의 만족도(아태 30%, 한국 31%)였다. 가족 구성만큼이나 숙소 타입도 다양했다. 호텔(아태 49%, 한국 56%)이 가족 여행 시 선호하는 숙소 부동의 1위를 지켰으며, 리조트(아태 36%, 한국 44%)가 뒤를 이었다. 특히 한국은 호텔 및 리조트에 대한 선호도가 아태 지역 평균보다 높았다. 설문 응답자 일부(아태 25%, 한국 13%)는 료칸이나 트리하우스 등 현지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을 선호했는데 이를 통해 이색적인 숙소를 점차 찾는 최근 추세를 엿볼 수 있다. 다만 숙소 유형을 막론하고 다세대 가족 여행객들이 시설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현실적인 요소로 나타났다. 합리적인 가격(아태 41%, 한국 21%), 관광 명소와의 근접성(아태 29%, 한국 20%), 숙소 내 편리한 식사 서비스(아태 27%, 한국 22%)에 따라 숙소를 결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부킹닷컴 아태 지역 사용자의 올해 검색 데이터를 기준으로 선정된 인기 가족 여행지 상위 10곳은 일본 도쿄, 호주 골드코스트, 싱가포르, 발리 스미냑, 일본 오사카, 영국 런던, 발리 쿠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프랑스 파리, 발리 누사두아 순이었다. 인기가 급부상 중인 다세대 가족 여행지 탑 10위는 일본 우라야스, 인도 아요디아, 발리 울루와투, 스페인 무르시아, 영국 레더헤드, 아제르바이잔 바쿠, 미국 샬럿, 이탈리아 나고 토르볼레, 영국 울버스턴, 영국 헤이워즈 히스였다. 일본 우라야스, 아제르바이잔 바쿠 등 일부 지역은 풍부한 문화적 매력과 다양한 액티비티, 가족 친화적인 편의시설로 인해 가족 여행객 사이 관심이 상승한 것으로 판단된다. 로라 홀즈워스 부킹닷컴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니징 디렉터는 “세대 통합 여행을 떠나려는 아태 지역의 가족 여행객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5월, 가족 나들이에 딱 좋은 서울의 복합문화공간들
- 2024. 05. 17 09:50 문화/생활
- 화창한 5월, 가족과 함께 가면 좋을 복합문화공간들이 인기다. 한식 쿠킹 클래스부터 아티스트들의 야외공연,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아트북 기반 전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발길을 이끄는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을 살펴보자. 다양한 한식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한식문화공간 이음. 한식진흥원 제공. ■ 한식을 배우고 즐길 수 있는 한식문화공간 ‘이음’ 서울 종로구 북촌에 위치한 한식문화공간 이음은 한식진흥원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에는 내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한식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한식을 직접 만들고 체험해보는 한식 쿠킹 클래스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매월 명사를 초청해 성인 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식 북콘서트가 개최된다. 한식, 전통식문화, 식기 등 다양한 주제의 전시도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도슨트 투어도 신청할 수 있어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즐기기 좋다. 오는 18일에는 ‘가족과 함께 즐기는 소풍음식’을 주제로 어린이 대상 ‘불고기 쌈밥과 주먹밥 만들기’ 쿠킹 클래스가 열린다. 불고기를 활용한 알록달록한 도시락을 만들고 쌈의 건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24일에는 2024년 제1차 한식연구 학술세미나 ‘한식과 전통주 페어링’을 개최해 전통주의 현재와 미래를 탐구하고 전통주를 시음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세미나에서는 한식과 전통주 관련 민간 전문가가 함께 전통주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다. 25일에는 레스토랑 ‘온지음’의 조은희 셰프를 초청해 ‘나물’을 주제로 프리미엄 한식 프로그램인 ‘한식 인사이트’를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생나물, 건나물 등 다양한 나물 종류를 소개하고, 나물 종류에 따른 손질법과 활용법을 배워보는 시간으로 운영된다. 이음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한식포털(www.hansik.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자연과 쉼이 어우러지는 복합문화공간 ‘노들섬’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노들섬 복합문화공간은 한강대교 중간 지점에 있는 타원형 모양의 복합문화시설이다. 한강을 바라보며 음악공연을 즐기고 전시를 관람하며 휴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456석 규모의 공연장, 전시공간, 잔디마당, 노들서가 등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각 공간은 매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돼 야외 활동이 편한 5월에 방문하기 좋은 장소다. 노들스퀘어에서는 이달 말까지 ‘2024 서울거리공연 구석구석라이브’ 정기공연이 열린다.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된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진행하며, 올해 11월 말까지 노들스퀘어 뿐만 아니라 서울의 다양한 장소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공연 일정과 아티스트 라인업은 노들섬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노들라운지에서는 6월 16일까지 아모레퍼시픽과 협업한 전시인 ‘유행화장展’이 개최된다. 이 전시는 1980년대 시대를 관통하는 ‘유행화장’을 경험할 수 있는 팝업 뷰티 라운지 형태로 진행된다. AI 이미지 생성을 통해 당시의 스타일링을 재연하고 메이크업 룩을 제안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 책과 예술이 함께 공존하는 ‘서울아트책보고’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지하에 있는 서울아트책보고는 국내 최초 아트북 기반의 공공복합문화공간으로, 1만5000여 권의 아트북을 마음껏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아트북을 기반으로 한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어 5월 주말 나들이 장소로 주목할 만하다. 서울아트책보고 갤러리에서는 오는 8월 25일까지 ‘각자도생: 한국화와 그림동화의 콜라보 체험형 전시’가 진행된다. 한국화와 우리 귀신 이야기가 담긴 그림동화를 기반으로 한 전시로서 귀신의 방 속에 숨겨진 한국화를 보고 미션을 수행하며 즐길 수 있다. 북카페 앞 열린 공간에서는 6월 30일까지 서울아트플랫폼 사업이 운영된다. 신진 예술가의 활동과 공간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신예 아티스트들의 도서와 아기자기한 굿즈를 구경할 수 있다. 참여 예술가로는 바랜서가, 사적인사과지적인수박, 쿠미상점 등이 있다.
- 5월나들이이음서울아트책보고한식진흥원
- 이토록 다양한 가족의 5월…사유리&젠 모자 등 가족 화보 공개
- 2024. 04. 30 14:35 문화/생활
- 사유리와 젠 모자의 발랄한 가족 화보. 코스모폴리탄 제공 “젠이 하루는 그랬어요. ‘엄마 머리는 까만색, 내 머리는 갈색, 친구 머리도 까만색.’ 그래서 제가 말했죠. ‘맞아, 갈색이야. 참 예쁘지. 세상에는 더 다양한 머리 색깔이 있어’.” 방송인 사유리가 어느새 훌쩍 자라 한국어와 일본어를 또박또박 구사하는 아들 젠과 함께 화보 촬영에 나섰다. 사유리는 인터뷰를 통해 젠이 자아정체성을 바르게 형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주제로 한 미국의 동화책을 자주 읽어주는 등 열린 교육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 책에 보면 엄마가 2명인 가족, 아빠가 2명인 가족, 싱글맘, 입양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그림으로 나와 있죠. 젠한테 이 중에 우리는 누구냐고 물었더니 엄마랑 아들이랑 둘이 안고 있는 그림을 보고 ‘이거 우리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맞아, 우리는 아빠 없지? 근데 엄마랑 젠이 있지? 그리고 강아지 두 마리도 있고. 다 똑같은 가족이야’라고 하니 고개를 끄덕였어요.” 사유리&젠 모자를 비롯해 동시대 다양한 가족의 생활을 만날 수 있는 화보가 공개됐다. 코스모폴리탄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비혼 싱글맘 가정, 동성 부부 가정, 다문화 가정, 입양 가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시대 가족의 모습을 담은 화보 ‘모던패밀리’를 기획 진행했다. 홍석천 가족의 단란한 화보. 코스모폴리탄 제공 홍석천은 홍주은, 홍영천씨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조카였던 두 사람은 입양을 통해 홍석천의 자녀가 됐다. “동성애자가 어떻게 아이들을 입양해 책임지느냐”는 사람들의 시선에 운동회며 졸업식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한 홍석천은 남들과 다른 가정을 지키기 위해 겪었던 고충을 비로소 털어놓았다. 하지만 내내 그가 강조한 것은 “축복받은 가족”이라는 점이었다. 생후 5개월 딸과 함께한 임현주 아나운서&다니엘 튜더 작가 가족. 코스모폴리탄 제공 얼마 전 생방송에 딸 아리아를 안고 출연해 화제를 모은 임현주 아나운서 가족도 이번 화보에 참여했다. 영국인 남편 다니엘 튜더 작가와 함께 인터뷰에 나선 임 아나운서는 다문화가정을 이룬 선택에 관해 이야기 했다. “처음 다니엘과 연애할 때 주변에서 나를 낯설게 보지 않을까 어색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다름에 대한 내면화된 두려움이었죠. 차별이나 편견은 어느 국가에나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는 교과과정에서 다양성에 대해 좀 더 넓게 가르칠 필요가 있어요.” 김규진&김세연 부부와 딸 라니의 가족 화보. 코스모폴리탄 제공 레즈비언 부부의 결혼과정을 그린 에세이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로 잘 알려진 김규진, 김세연 부부는 딸 라니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가족이라고 여기면 가족”이라고 가족을 정의했다. 엄마가 둘이라는 이들 가족의 특수성과 관련한 교육의 철학도 전했다. “일관적이고 투명하게 이야기할 거예요. 그때그때 답이 바뀌면 아이도 혼란스럽고 , ‘ 엄마는 우리 가정이 부끄러운가?’라고 오해할 수도 있어요. 우리 둘은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라니를 만나고 싶어서 친절한 남성분과 과학의 도움을 통해 라니를 낳았다고 말해줄 거예요.” 또한 이들 부부는 교육기관에서 다양성을 위해 동성 부부뿐 아니라 조손가정 , 한부모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알려주고 편견이 없도록 교육하는 외국의 사례를 예로 들며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거는 희망을 언급했다. 동시대를 사는 다양한 가족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 인터뷰 전문은 코스모폴리탄 5 월호와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웹사이트(www.cosmopolitan.co.kr)를 통해서 만나볼 수 있다.
- 이것이야말로 진짜 가족영화다 ‘파벨만스’②[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 2024. 02. 06 11:17 문화/생활
- [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정신분석학적 시각과 정신의학 이론을 토대로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코너입니다.] <파벨만스> 보도 스틸 ▶거장 스필버그가 이제야 이 영화를 만든 이유? ‘파벨만스’①[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에서 이어집니다 박성근 : 그러니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뭔가 불편한 느낌을 받게 만든다? 윤병문 : 그런 느낌을 주기 때문인지 이 영화는 평단의 평가나 감독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상복이 없었어요. 아카데미에서도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는 되었지만 오스카상은 받지 못했죠. 못 받은 이유는 그거에요.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려요. 예를 들면 <나쁜 남자>라는 김기덕 감독 작품이 있었죠. 그 내용이 너무 불편하니깐 사람들이 싫어해요. 그러니까 영화나 예술작품 같은 것들이 너무 노골적이면 보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거든요. 불쾌함이 느껴지는 이유가 무의식 속에 감춰져 있지만, 그것을 영화 <기생충>처럼 적당하게 포장을 해주면 감상하고 즐기기가 한결 편하죠. 이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갈등에 관한 영화야, 계급적인 내용이야 라고 말하면서 미묘하게 오이디푸스적인 것까지 만족을 시키면… 박 : 그럼 명작이 되는 거군. 윤 : 사람들이 훨씬 보기가 편하거든요. 그런데 스필버그 감독은 일부러 그랬을지도 몰라요. 흥행은 아예 생각 안하고 만들었다는 글도 봤어요. 박 : 보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그런 무의식적인 동기가 있다고 보지 않고, 영화를 있는 그대로 보면 어떨까? 흥행에는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도, 또 상을 생각보다 많이 받지 못했다고 해도, 평단에서는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거든. 물론 거장 스필버그의 자전적 영화라는 후광이 영화계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난 그저 별로 재미가 없어서가 아닐까 해. 마블 시리즈나 <범죄도시> 같은 영화들이 대흥행을 하는 게 그렇다고 무의식적 소망을 교묘하게 충족시켜줘서라고 말하기는 힘들잖아? 윤 : 영화라는 게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잖아요. 우린 정신과 의사니까 다른 사람들이랑은 좀 다르게 보는 시각이 있는 거고요. 저는 주로 감독의 무의식적 동기 같은 걸 위주로 보는 거죠. <파벨만스> 보도 스틸 박 : 나는 여기서도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봐. 일단 이 영화는 윤 원장의 논리에 따르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성장영화로 보이지만, 동시에 난 가족영화이기도 하다고 생각해. 잘 보면 가족들 간의 입장과 상호작용이 잘 드러나거든. 영화의 원제도 <더 파벨만스>야. ‘더’가 붙는다는 건 파벨만 가족이라는 의미지. 물론 영화 제목이니깐 ‘더’가 붙어서 ‘새미 파벨만’에 관한 영화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파벨만’이 아니라 복수형인 ‘파벨만스’이기 때문에 파벨만씨 가족이라는 뜻이 더 맞는 거고, 그 가족의 일대기를 뜻한다고 생각했어. 윤 : 저는 그것이 엄마에 대해서는 근친상간적인 소망이고, 아버지에 대해서는 경쟁심이나 거세불안 이런 쪽으로 본 거죠. 박 : 물론 새미가 주인공이고 화자의 입장이니까 새미의 시각으로 주변을 봐야한다는 것엔 동의해. 하지만 무의식 측면 말고 그 상황, 그 사건에 대해 각각의 인물들은 어떤 입장이었을까? 그리고 각각의 인물들은 어떤 특성을 보이는가 하는 거야. 그런 배경을 알면 어떻게 해서 스필버그라는 위대한 인물이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이 영화는 한마디로 성장기에 가족이 해체되는 아픔을 예술로, 그러니까 영화로 승화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야. 엄마가 외도를 하고 부모가 이혼하면 그 또래 애들이라면 우울해질 수도 있고, 부모한테 반항할 수도 있고, 아예 어긋나서 가출을 할 수도 있거든.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은 주눅이 들거나 집에 와서 괜히 엄마한테 화내거나 그냥 괴롭힌 애들처럼 비행으로 빠지기도 하는데, 새미는 줄곧 영화로 다 풀어. 특이하지. 사실 아주 건강하고 바람직한 거고. 윤 : 그래서 예술적 승화라는 표현이 있잖아요? 성숙한 방어기제의 한 예로 말이죠. 박 : 바로 그거야. 사람이 갈등이 있을 때 그걸 나름대로 해결하려고 여러 방식을 취한단 말이야. 그걸 정신의학에선 방어기제라고 이름 붙이지. 그냥 꾹 참는 억제에서부터 못 참고 화를 버럭 내는 행동화까지 아주 다양해. 그래서 어떤 한 사람의 성격은 그가 주로 사용하는 방어기제를 갖고 설명할 수 있다고도 말한단 말이야. 그럼 파벨만 가족들은 각자 어떤 방어를 사용할까? 가족 말고 다른 중요한 인물들도 나오잖아? 베니 아저씨랑 로건 같은. 이 사람들은 또 뭘까 하는 거지. 윤 : 주인공인 새미는 가장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한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우울해지거나 비뚤어지는 게 아니라 오롯이 영화에만 전념해서 마지막엔 결국 좋은 기회, 행운이 찾아오잖아요? 박 : 아버지는 굉장히 이성적이고 차분한 사람이야. 첫 장면에서 영화를 무서워하는 새미한테도 ‘초당 몇 프레임’ 하면서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잖아? 사람의 마음은, 그리고 뇌도 그렇게 작동하는데 감성적인 부분하고 이성적인 부분이 서로 견제하면서 균형을 맞추고 있어. 감정이 발달하면 이성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너무 이성적인 사람은 감수성이 부족해지기 쉽지. 그런 면에서 아버지는 기분이나 느낌보다는 이성과 논리를 중요시해. 어찌 보면 그는 아내의 외도를 오래전부터 감지하고 있었을 지도 몰라. 하지만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참지.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아내가 즐거워하고 애들도 베니 아저씨를 좋아하니깐 자신만 모른 척하고 지내면 돼. 방어기제 용어로는 억제라는 용어를 쓰지. 억압이라는 방어기제도 있는데 그것과는 달라. 어떤 생각이 떠오르지 않도록 무의식적으로 방어를 하는 게 억압이야. 윤 원장이 주로 바라보는 시각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같은 게 억압의 일종이지. 무의식이야. 그러니깐 본인 자신도 자신한테 그런 근친상간적인 소망이 있는 줄은 깨닫지 못해. 정신분석에서 그런 무의식적 억압을 발견하게 된 건 환자의 말을 통해서가 아니었어.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어떤 행동과 증상을 설명하려면 무의식적 방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가정해야 하거든. 그런 가정하에서 생각해보면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이 설명되곤 해. 윤 : 그렇죠. 새미가 그토록 영화에 빠진다거나 아버지가 꾼 꿈, 엄마가 느닷없이 원숭이를 집에 들이는 행동 등은 의식 수준에서 보자면 뜬금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무의식적인 어떤 욕동이 작동하고 있는 거죠.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도 엄마를 유혹적인 인물로 묘사하는 것도 그렇고요. 박 : 무의식적인 방어인 억압이랑 달리 억제는 의식적인 방어이지. 자기도 다 알아. 그런데 생각을 안 하고 말을 안 꺼내는 것일 뿐이야. 초반부터 엄마랑 베니 아저씨는 지나치게 친밀해 보이잖아? 다들 보는 앞에서 베니 아저씨가 엄마를 들어 안고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지. 꼭 신혼부부가 하는 행동 같아. 애들도 그래. 아빠가 아이들의 궁금증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해주면 애들은 재미없어해. 그러다가 베니 아저씨가 우스갯말을 하면 애들을 까르르 웃지. 그때 아버지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래서 나도 윤 원장 말처럼 아버지는 엄마와 베니 아저씨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봐. 하지만 모른 채 살지.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그러다가 더 이상 선을 넘으면 안 되겠다 생각된 순간, 그러니까 캘리포니아로 베니 아저씨가 함께 가지 못하게 되니깐 시무룩해져 있는 아내를 보면서 드디어 꿈 얘기를 털어놓지. 윤 : 그때 충격을 받은 엄마는 차에서 내려 구토를 하죠. <파벨만스> 보도 스틸 박 : 엄마는 아버지랑 정반대야. 상당히 감정적인 사람이지. 흥에 겨워 다 비치는 잠옷 바람으로 춤을 추거나 피아노를 치다가 엉겁결에 악보를 밟기도 하고. 우울하니깐 느닷없이 원숭이를 키운다고 하고. 감정을 억제할 줄 몰라. 그만큼 엄마는 위기 상황에서 감정에 압도되면 그냥 주저앉아버려. 그럴 때 엄마가 보이는 방어기제는 퇴행이야. 어린아이처럼 되어 버리는 거지. 새미가 찍은 외도 영상을 벽장에서 보잖아? 충격을 받고선 벽장에서 나올 때 보면 꼭 기어 나오듯 해. 아들한테 무릎을 꿇는 것 같기도 하고. 이건 미셸 윌리엄스의 애드리브였다고 하는데, 그러면서 영사기 플러그를 뽑아. 이건 취소라는 방어기제야. 없던 일로 하고 싶은 거지. 좀 전에 말한 차에서 내려 구토를 하는 모습도 퇴행이야. 처음엔 소변이 마렵다며 내리잖아. 그러곤 구토할 지경이 되다가 아들 품에 안겨서 울어. 울면서 고백을 해. 용서를 구해. 변명을 하지. 꼭 어린아이로 퇴행된 듯한 모습이야. 윤 : 잠깐 정리하면 새미는 승화, 아버지는 억제, 엄마는 퇴행. 이렇게 볼 수 있는 거네요. 박 : 그렇지. 근데 사람이 꼭 한 가지 방어기제만 쓰는 건 결코 아닐 거잖아? 상황에 따라 입장에 따라 그때그때 사용하는 방어기제들은 달라져. 다만 영화에서 그려지는 모습에서 그런 방어기제들이 주로 보인다는 거지. 이런 모습은 로건한테서 잘 비쳐. 원래 로건은 일진 같은 애잖아? 잘 생겼고 잘 나가긴 하지만 자제력이 없어. 행동화라는 방어기제를 주로 사용하지. 여자애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다른 여자가 마음에 들면 그냥 갈아타 버리고. 그게 뜻대로 안 되게 생기니까 새미를 오해하고선 냅다 주먹을 휘두르지. 근데 방어기제라는 게 마음속 갈등을 나름대로 해결하는 방식을 말하는 거라고 했잖아? 로건의 갈등은 열등감으로 추측돼. 땡땡이의 날 영상에서 그려진 자신의 멋진 모습이 진짜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고 고백하잖아. 센 척하지만 속은 약한 거지. 로건도 나름대로 사연이 있을 거야. 그래서인지 고백하고선 울잖아. 꼭 어린애처럼 울어. 오히려 새미가 위로해주지. 이 상황에선 퇴행이 일어난 거야. 그러니까 로건은 평소엔 센 척 행동화를 하지만, 그 본연에는 상처받은 어린아이 같은 퇴행된 모습도 있어. 윤 : 새미, 아버지, 엄마, 로건 넷 중에 가장 바람직한 결말에 이른 건 새미죠. 원하는 걸 했고 마지막에 존 포드 감독을 만나면서 굉장한 희망에 부풀잖아요? <파벨만스> 보도 스틸 박 : 존 포드 감독의 말이 되게 재밌어. “지평선이 화면 상단에 있으면 관객들은 재미있어해. 하단에 있어도 재미있어 해. 그런데 지평선이 가운데에 있으면 사람들은 지랄 맞게 지루해해”라고. 이게 웬 뜬금없는 대사인가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인생의 진리, 삶이란 원래 그런 거라는 통찰이 들어 있는 말 같아. ‘인생이란 말이지 부모가 이혼도 하고 첫사랑도 실패하고 괴롭힘도 당하고 그러면서 살아가는 거야. 그런 거 없으면 삶은 재미없어. 그리고 성취도 없지. 그런 시련 덕분에 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야’라는 조언처럼 들려. 윤 : 그러고선 새미가 사무실을 나가면 할리우드 세트장 골목을 비추는 장면이 흔들리잖아요. 꼭 카메라가 위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처럼요. 거기서 저는 처음 얘기한, 이 영화는 스필버그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영화라는 주장이 드러나는 거라고 봐요. 그 카메라의 움직임은 화면을 조정하는 것처럼 보여요. <기생충> 얘기할 때 말씀드렸던 규칙을 지키는 것 같은 거요. 아버지가 죽고 없어지면 이제 아버지는 신격화되고 그의 뜻을 따르는 것이 규칙이 되는 거죠. 그래서 스필버그 감독은 자신의 아버지의 규칙에 맞추겠다고 약속하듯이 카메라 높이를 조정하죠. 박 : 그렇게 보자면 이런 식의 해석도 가능하지. 아버지에 대한 헌정 영화이니만큼 ‘아버지 어때요? 이 영화 잘 만들었죠? 이게 제 마음이예요’라고 말하면, 그걸 듣고 있던 아버지가 ‘그래그래 잘 했다’하면서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 같은. 윤 : 그런 장면은 영화 <국제시장>의 엔딩 같은 느낌을 주네요. 덕수(황정민)가 그러잖아요? ‘아버지 이만하면 저 잘 살았지예?’라고요. 실제로 윤제균 감독도 인터뷰에서 <국제시장>은 아버지께 바치는 영화라고도 말했어요. 박 : 영화 한 편 갖고 이렇게 수다를 떠는 게 점점 재밌어지네. 다음 시간엔 어떤 영화를 갖고 얘기를 나눠볼지 생각해 보자고. Key Word 방어기제 (Defense Mechanism) 프로이트는 인간의 마음을 몇 개의 부분으로 나눠서 분석하는 방법을 고안해냈습니다. 의식과 무의식, 이드와 자아, 초자아 이런 식으로 말이죠. 무의식적 본능에 따라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도록 자아는 방어기제라는 것을 사용해 이드를 조절합니다. 방어기제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억압’입니다. 의식 수준으로 떠오르지 못하도록 이드를 억누르는 것이죠.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땐 그 다음 방법으로 다른 다양한 방어기제들을 동원합니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거나(부정), 상대방 탓을 해버리거나(투사), 어린아이처럼 굴거나(퇴행), 정반대로 행동하거나(반동형성), 엉뚱한 사람한테 감정을 드러내거나(전치), 변명을 늘어놓거나(합리화) 참지 않고 저질러버립니다(행동화). 방어기제 중에는 정신적으로 나약한 사람들이 주로 쓰는 것이 있는가 하면, 매우 성숙한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성숙한 방어기제로 분류되는 것들에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승화, 자신의 욕망을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이타주의, 즐거운 분위기로 바꾸는 유머, 의식적으로 참아 넘기는 억제 등이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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