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2,447 건 검색)
- 나스닥 사상 첫 2만선 돌파 마감···머스크 자산가치 600조원 넘어
- 2024. 12. 12 07:01 경제
- ... 409.97달러였다. 여기에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 기업가치 상승으로 머스크가 보유한 순자산가치는 4329억달러(약 628조원)에 달하게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그는 순자산가치...
- 김혜성의 가치, 2500만달러 넘을까
- 2024. 12. 04 20:45 스포츠
- MLB 포스팅…내년 1월4일까지 선수 계약 땐 키움 이적료 ‘기대’ 김혜성(사진)의 미국 진출을 향한 본격적인 과정이 시작된다.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 기자는 4일 “KBO리그 키움의 내야수 김혜성이...
- “비상계엄 시도, ‘가치 외교’ 위선적 행보로 보이게 해…한국은 열린 민주주의”
- 2024. 12. 04 16:04 정치|국제
- ... 이들의 여론도 좋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 등 윤 대통령의 ‘가치 외교’ 행보가 “위선적”이라는 인상을 주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오후 워싱턴의 연구실에서 만난 여...
- 윤석열 탄핵 정국탄핵, 국내외 영향
- 출판단체 “비상계엄령, 노벨문학상 수상 문화적 가치 무너뜨려”
- 2024. 12. 04 10:50 문화
- ... 헌법에서 정의한 민주국가의 기본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조치였으며, 국민의 기본권과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였다”고 규정했다. 이어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따라 출판의 자유마저...
- 한강, 한국 첫 노벨문학상
스포츠경향(총 868 건 검색)
- 예전만 못한 수치?…가치는 여전합니다
- 2024. 12. 20 09:18 스포츠종합
- 정관장 표승주 | KOVO 제공 리시브·공격성공 커리어로우에도 “궂은일 도맡는 살림꾼” 이적생 표승주 향한 굳건한 감독의 믿음 표승주(32·정관장)는 2024~2025시즌을 앞두고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정관장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통해 IBK기업은행으로 떠난 아웃사이드 히터 이소영의 보상 선수로 같은 포지션인 표승주를 선택했다. IBK기업은행의 주전 날개 공격수였던 표승주는 2022~2023시즌 리그에서 7번째로 많은 529득점을 올려 개인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작성했다. 리시브 효율도 36.42%로 공수 양면에서 고른 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에도 득점 13위(434점), 공격 성공률 11위(35.66%),리시브 효율 12위(35.16%)에 오르며 IBK기업은행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표승주에겐 올시즌 수비적인 역할이 더 많이 부여됐다. 정관장엔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치리)로 이뤄진 강력한 ‘쌍포’가 있다. 표승주는 2024~2025시즌을 준비하며 “메가와 부키리치가 있어서 공격력이 정말 좋다. 받아주는 수비나 리시브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표승주는 이번 시즌 정관장 선수들 가운데 코트에 가장 많이 몸을 던지는 선수 중 한 명이다. 리베로 노란에 이어 팀 내 디그 2위(세트당 3.267개), 수비 2위(세트당 5.133개)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리시브가 흔들리며 공격에선 제 리듬을 찾지 못하고 있다. 19일 현재 표승주의 리시브 효율은 26.67%에 불과하다. 매 경기 상대의 목적타 서브가 집중된다. 공격 성공률도 29.75%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난 17일 흥국생명전 2득점 포함 최근 5경기에서 한 자릿수 득점에 그치고 있다. 지난 2시즌과 비교하면 ‘공격수’로서 존재감이 작아진 건 사실이다. 고희진 감독 하지만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득점이나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공헌도를 높게 평가한다. 표승주를 ‘살림꾼’이라고 표현한 고 감독은 “공격도 많이 못 하면서 수비 등 궂은일은 다 하고 있다”며 “베테랑으로서 선수들을 다독이는 능력도 있다. 우리 팀에 복덩이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굳건한 믿음을 보냈다. 3라운드 전승 중인 정관장은 승점 26점(9승6패)을 쌓아 리그 3위로 순항하고 있다. 표승주는 이번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다. 득점 등 눈에 띄는 성적이 FA를 앞두고 떨어지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고 감독은 “(표승주의 가치는)득점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팀이 이기는 게 우선이니까 득점은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해줬다”며 “팀이 승리하기 위한 자기 역할만 잘해준다면 시즌이 끝나고 분명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령탑은 믿는다…숫자로는 드러나지 않는 표승주의 가치
- 2024. 12. 19 16:12 스포츠종합
- 정관장 표승주가 지난 12일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끈질긴 수비로 공을 걷어올리고 있다. KOVO 제공 표승주(32·정관장)는 2024~2025시즌을 앞두고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정관장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통해 IBK기업은행으로 떠난 아웃사이드 히터 이소영의 보상 선수로 같은 포지션인 표승주를 선택했다. IBK기업은행의 주전 날개 공격수였던 표승주는 2022~2023시즌 리그에서 7번째로 많은 529득점을 올려 개인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작성했다. 리시브 효율도 36.42%로 공수 양면에서 고른 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에도 득점 13위(434점), 공격 성공률 11위(35.66%), 리시브 효율 12위(35.16%)에 오르며 IBK기업은행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표승주에겐 올시즌 수비적인 역할이 더 많이 부여됐다. 정관장엔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치리)로 이뤄진 강력한 ‘쌍포’가 있다. 표승주는 2024~2025시즌을 준비하며 “메가와 부키리치가 있어서 공격력이 정말 좋다. 받아주는 수비나 리시브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표승주는 이번 시즌 정관장 선수들 가운데 코트에 가장 많이 몸을 던지는 선수 중 한 명이다. 리베로 노란에 이어 팀 내 디그 2위(세트당 3.267개), 수비 2위(세트당 5.133개)를 기록 중이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과 표승주. KOVO 제공 그러나 리시브가 흔들리며 공격에선 제 리듬을 찾지 못하고 있다. 19일 현재 표승주의 리시브 효율은 26.67%에 불과하다. 매 경기 상대의 목적타 서브가 집중된다. 공격 성공률도 29.75%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난 17일 흥국생명전 2득점 포함 최근 5경기에서 한 자릿수 득점에 그치고 있다. 지난 2시즌과 비교하면 ‘공격수’로서 존재감이 작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득점이나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공헌도를 높게 평가한다. 표승주를 ‘살림꾼’이라고 표현한 고 감독은 “공격도 많이 못 하면서 수비 등 궂은일은 다 하고 있다”며 “베테랑으로서 선수들을 다독이는 능력도 있다. 우리 팀에 복덩이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굳건한 믿음을 보냈다. 3라운드 전승 중인 정관장은 승점 26점(9승6패)을 쌓아 리그 3위로 순항하고 있다. 표승주는 이번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다. 득점 등 눈에 띄는 성적이 FA를 앞두고 떨어지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고 감독은 “(표승주의 가치는)득점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팀이 이기는 게 우선이니까 득점은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해줬다”며 “팀이 승리하기 위한 자기 역할만 잘해준다면 시즌이 끝나고 분명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EPL 30대 베테랑 중 선수 가치 4위에···‘에이징 커브’ 우려에도 공격 스탯은 상위권, 변함없는 손흥민의 가치
- 2024. 12. 17 15:45 축구
- 게티이미지코리아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30대 이상 베테랑 선수 가운데 4번째로 높은 가치를 평가받았다. 축구선수 평가 전문매체인 ‘트랜스퍼마크트’는 17일 EPL에서 30대 베테랑 선수들의 가치를 업데이트한 내용을 공개했다. 1992년생 손흥민은 3800만유로(약 574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전체 4위로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이다. 손흥민의 이번 시즌 상반기 득점 페이스는 조금 떨어져 있다. 시즌 초 당한 햄스트링 부상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 좀처럼 실수가 없었던 결정적인 몇 번의 찬스를 놓치는 모습을 보이며 ‘에이징 커브’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렇지만 손흥민의 가치는 변함없다. 손흥민은 최근 경기력을 조금씩 끌어올리며 이번 시즌 리그 13경기 5골 6도움(공식전 18경기 6골 6도움)을 기록 중이다. 다른 매체 ‘원풋볼’은 “손흥민이 팬들 사이에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의 기록은 결코 나쁘지 않다”며 “손흥민은 리그 5골 6도움에 12번의 결정적인 찬스를 창출했다. 손흥민이 터뜨린 5골은 기대 득점(xG) 3.57보다 높은 기록”이라고 했다. 손흥민은 왼발로 3골, 오른발로 2골을 넣는 등 득점 다양성도 높다. ‘트랜스퍼마크트’는 랭킹에서 1994년생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맨체스터 시티)를 1위에 올렸다. 실바는 6000만유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1994년생 미드필더 브루누 페르난드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5500만유로)와 1992년생 미드필더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5500만유로)가 공동 2위에 랭크됐다. 손흥민에 이어서는 1991년생 미드필더 케빈 더브라위너(맨시티·3500만유로), 1994년생 수비수 존 스톤스(맨시티·3200만유로)가 뒤를 이었다. 1991년생 리버풀 수비수 버질 판데이크(리버풀·2800만유로)는 10위에 올랐다.
- 올해도 최고는 댈러스 카우보이스였다···전세계 스포츠팀 가치 평가서 ‘9년 연속 1위’
- 2024. 12. 14 16:27 스포츠종합
- 댈러스 카우보이스 선수들이 쓰는 헬멧. 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프로풋볼(NFL) 댈러스 카우보이스가 전 세계 스포츠팀 가운데 가장 가치가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14일 발표한 2024년 전 세계 스포츠팀 가치 순위에 따르면 NFL 댈러스는 101억 달러(약 14조5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아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댈러스는 이 순위에서 2016년부터 9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댈러스의 지난해 가치는 90억 달러로 평가됐고, 올해는 100억 달러를 넘겼다. 2위는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 88억 달러의 가치가 매겨졌다. 3위는 NFL LA 램스(76억 달러), 4위는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75억5000만 달러), 5위는 NBA 뉴욕 닉스(75억 달러) 순이었다. 6위부터 10위까지는 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74억 달러), NFL 뉴욕 자이언츠(73억 달러), NBA LA 레이커스(71억 달러), NFL 뉴욕 제츠(69억 달러),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68억 달러)가 자리했다. 미국 이외 지역팀으로는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가 66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아 NFL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함께 공동 12위에 올랐다. ‘철기둥’ 김민재가 뛰는 바이에른 뮌헨(독일)은 50억 달러로 NFL 볼티모어 레이번스, NBA 시카고 불스와 함께 공동 34위, 이강인의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은 44억 달러로 NFL 뉴올리언스 세인츠, NBA 토론토 랩터스와 같은 공동 47위에 자리했다. 50위 내 팀들의 분포를 보면 NFL 팀이 29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농구 12개, 축구 7개, 야구 3개 등 공동 50위까지 51개 팀이 이름을 올렸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주간경향(총 114 건 검색)
-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경쟁력 잣대만 들이대선 안 돼”(2024. 09. 09 06:00)
- 2024. 09. 09 06:00 사회
- ‘농부가 된 농업경제학자’ 윤석원 명예교수가 목격한 농촌의 현실 30년간의 교수 생활을 정리하고 강원도 양양에서 사과농부가 된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가 자신이 키운 사과를 보여주고 있다. 송윤경 기자 올해는 농산물 시장 개방이 결정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30년이 되는 해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가트)’은 해체되고 이듬해인 1995년 1월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했다. 농산물의 자유무역은 왜 필요한가. 수입 농산물을 빼놓고는 밥상을 차릴 수 없는 시대가 된 지금은 새삼스러운 질문이다. 그러나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피폐해진 한국 농촌을 돌아보면 한 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출범한 가트 체제에서 보호 대상이었던 농산물은 왜 WTO 체제에선 공산품과 같이 ‘자유무역이 필요한’ 상품이 됐을까. “애초 세계화의 목표는 자유무역을 통해 인류가 함께 잘살자는 것이었죠. 농업까지 개방하면서 WTO가 내건 목표는 ‘기아 해결’이었어요. 30년 지난 지금 해결됐나요? 전혀 아니죠.” 농업경제학자인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는 30년 전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비롯해 한·칠레 FTA, 한·미 FTA 등 농산물 시장개방이 이뤄질 때마다 강단과 정부의 여러 위원회 활동을 통해 ‘농업 보호’를 외쳤다. 그는 이렇게 말해왔다. “미국·유럽 등이 농산물 자유무역을 주장한 이유는 농업 생산량이 많은 자국 이득 때문이며, 중소규모 가족농 중심인 우리나라 농업과 농민, 농촌은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농산물 개방 이후 지난 30년간 한국의 농촌은 황폐화의 길을 걸어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가 수는 99만9000가구로 100만가구 선이 무너졌다. 농가 인구 역시 516만7000명(1994년)에서 208만9000명(지난해)으로 쪼그라들었다. 30년 전 농산물 개방이 초래할 농촌의 위기를 경고했던 학자는 지금 농부로 살고 있다. 2016년 30여 년간의 교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강원도 양양에서 ‘사과 농부’로 새 삶을 시작했다. ‘농부가 된 농업경제학자가 목격한 한국 농촌의 현실’을 주제로 윤 교수와 지난 8월 30일 그의 사과밭에서 대화를 했다. “농부들이 뭘 해서 먹고사는지 아십니까. 남자는 건설현장 막노동, 여자는 공장에서 일해서 먹고삽니다. 상위 5%를 제외한 농민 대다수는 그렇게 삽니다. 게다가 농사란 게 본질적으로 힘들어요. 노동생산성, 자본생산성이 낮은 분야인 거예요. 그러니까 정부가 기간산업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농업은 존립할 수가 없습니다. 젊은이들에게 농사지으라고 하고 싶은 생각 없어요. 정부가 정신 차리고 제대로 지원을 한 뒤에 젊은이들에게 오라고 해야지요.” -농산물 개방 30년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보도는 물론 분석과 연구도 잘 찾아보기 힘들었는데요. 농업에 관한 지식 생산 또한 쪼그라들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강단을 떠나기로 결심한 계기도 농업 관련 학과의 폐과였다고 들었습니다. “2008년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하면서 농업경제를 다루는 산업경제학과를 경제학부로 통합시켰어요. 삼성이 성균관대 인수했을 때도 같은 작업을 했는데요, 재벌에겐 농업 관련 학과가 구조조정 1순위였나 봅니다. 일단 우리 학과로 들어온 아이들을 졸업시키고 나면 은퇴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지난 30년간 강단에서 ‘농업이 중요하다’, ‘농민이 소중하다’ 얘기해왔는데 ‘강남에서 여유롭게 사는 삶’ 같은 건 싫었어요. 평소의 신념대로 농부가 돼 살고 싶었어요. ‘이대로 죽으면 한이 될 것 같다’고, 아내를 겨우 설득했죠. 그렇게 벌써 9년째 농부로 살고 있네요.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경제성장을 향해 달려가다가 어느 시점에 ‘농업을 보호해야겠다’는 걸 인식하고 보조금과 각종 지원제도를 동원해요. 그런데 한국은 이상하게도 그런 ‘터닝 포인트’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일까요. “글쎄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선진국에선 농업과 농촌만이 지닌 고유한 가치와 다원적 기능을 인정하고 있다는 걸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식량안보, 전통문화 유지, 지역 공간의 유지 등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선 단순히 경쟁력이라는 잣대만을 들이대선 안 됩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얘기를 나서서 하는 젊은 학자들도 잘 찾아보기가 어려워요. 그만큼 농업 분야가 쪼그라든 것이겠지요.” 봉지에 싸여 있는 사과를 조심스레 보여주는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농부로서의 새 삶을 시작하셨습니다. 어렵지 않았나요. “처음에는 미니사과인 알프스 오토메에 도전했다가 냉해 피해를 보고 실패를 맛봤죠. 그래도 지난해에 처음으로 판매에 성공해 이제까지 400만원 벌었습니다.” 윤 교수와 기자는 500평짜리 사과밭에 딸린 작은 농막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그는 사과나무에 석회 유기농비료를 뿌렸다고 했다. 회색 가루가 사과나무들에 곱게 입혀진 것을 바라보니 그가 얼마나 세심한 농부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는 대답을 이어갔다. “9년을 해보니 농사 정말 힘들어요. 젊은이들에게 농사지으라고 하고 싶은 생각 없어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 있다면 ‘당신 자식부터 보내라’고 해주고 싶네요. 저는 서른몇 살 먹은 제 아들에게 농사지으라고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 고생할 거면 딴 거 하라고 할 거예요. 농사란 게 본질적으로 힘들어요. 노동생산성, 자본생산성이 낮은 분야인 거예요. 그러니까 정부가 기간산업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농업은 존립할 수가 없습니다. 정부가 정신 차리고 제대로 지원을 한 뒤에 젊은이들에게 오라고 해야지요.” -정부가 앞으로 5년 이내에 청년 농민을 3만명까지 늘리겠다면서 스마트팜 지원 등을 약속했습니다. 적어도 후계농 지원만큼은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 아닐까요. “수십억원 들여서 유리온실(스마트팜)을 그림같이 지어놓으면 쉽게 될 것 같나요. 그게 다 빚입니다. 평생 갚으며 살아야 해요. 그러면 언제 돈을 모읍니까. AI 같은 첨단기술 활용 다 좋습니다. 그런데 그걸로 농업이 다 굴러가지 않아요. 스마트팜으로 길러낼 수 있는 농산물도 제한적이고요.” 지금은 ‘사과 농부’가 됐지만, 윤 교수는 평생 ‘쌀 경제학’을 연구해온 쌀 전문가다. 쌀은 1995~2004년, 2005~2014년 두 번의 개방 유예 끝에 지금은 관세화(관세를 매기며 시장을 여는 것·쌀 관세율은 513%다)가 이뤄졌다. -농산물이 개방된 지 30년이 됐는데요, 그때 만약 쌀 시장마저 개방됐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요. “사회가 굉장히 불안정해졌을 거예요. 우리가 먹는 자포니카쌀은 시장 자체가 좁아요. 미국, 중국, 태국, 이탈리아에서 일부 생산되고 있어요. 국내 공급이 조금만 부족해져도 큰 불안을 겪었을 겁니다. 우리가 20년간 관세화를 유예하는 조건으로 의무수입량 40만t을 들여오기로 했는데요, 이거 영원히 들어오게 돼 있어요. 그런데 이제는 관세화를 했잖아요. 그러면 다시 협상을 해야 합니다. 영원한 게 어딨습니까. 지금 쌀이 남는 건 의무수입량 때문이에요.” -협상이 가능할까요. “정부가 하겠습니까. 진보나 보수나 농민과 농업, 농촌에 무관심한 건 똑같습니다.” -지난해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이 평균 1114만원이었다고 합니다. 일각에선 직불금 수입과 자녀로부터의 이전소득이 있으니 괜찮지 않으냐고도 하더군요. 그걸 합해도 연 2900만원 수준인데요. “농부들이 뭘 해서 먹고사는지 아십니까. 제가 여기서 지켜보니, 남자는 건설현장 막노동, 여자는 공장에서 일해서 먹고삽니다. 사과밭에 저온 냉장고를 설치했는데, 건넛마을 농민 한 분이 기술자와 함께 오셨어요. 3000평 농사를 짓는 분이래요. ‘오늘 일당이 20만원인데, 농사로 언제 20만원 법니까’ 하더라고요. 이게 현실이에요. 상위 5%를 제외한 농민 대다수는 그렇게 삽니다. 금년에 농사 흉년 들면 내년에 안 합니까, 또 해요.” -‘힘들면 그만두면 될 것 아니냐, 왜 계속 짓느냐’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산이 있으니까 올라가듯 논밭이 거기 있으니까 짓는 거예요. 농민들은 땅이 있으니까 농사지어요. 저도 경제학자지만 논리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농민들은 자신의 노동을 비용으로 잡아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 안 하죠. ‘살면서 하는 건데’라고 여겨요. 절대로 남는 장사라서 하는 게 아닙니다.” 윤 교수가 대답을 이어가다가 잠시 멈췄다. “와, 너무 예쁘다. 햇볕이 쫙, 안 예쁩니까? 저 사과가 곧 빨갛게 됐다가 노랗게 될 거예요. 그가 올해 키우는 시나노 골드는 ‘노란 사과’다. 그는 “요즘은 아무리 유기농이어도 안 예쁘면 안 먹는다”면서 “사과를 모두 두 겹으로 싸놓았다”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 봉지를 열어서 사과를 보여줬다. 그러면서 ‘농민으로서 가장 원하는 것’에 대해 말했다. “제가 한 달 반 지나면 이걸 팔아야 합니다. 봄부터 열심히 키운 놈인데, 이놈이 얼마를 받을지 나도 몰라요. 농민들은 농산물이 비싼 걸 바라지 않아요. 안정적 가격, 안정적 판로를 가장 원해요.” -금사과 이슈는 어떻게 지켜보셨어요. “제가 지난해 가을에 유기농 사과니까 나름대로 비싸게 판다고 9개에 4만5000원에 팔았어요. 근데 올초가 되니까 한 개에 만원씩하더군요. 근데 그때는 이미 중소농 농가들은 사과를 다 판 뒤였어요. 누구한테 가 있었을까요. 대형 저장고가 있는 유통인들에게 있었죠. 산지유통 상인들의 역할을 농협이 나서서 해야하는데 금융산업이나 ‘하나로 마트’로 돈 버는 데만 골몰하더군요. 농산물이 싼 시대는 아마 저물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농산물가격은 개방화와 기후변화로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쌀 전문가로서, 양곡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재인 정부가 5조원 규모의 공익형 직불제를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하고 예산 몇천억원 늘리는 데 그쳤어요. 그러면서 애먼 쌀소득보전직불제를 폐지해버렸습니다. 목표가격에 못 미치는 만큼의 75%를 보전해주는 제도였습니다. 쌀소득보전직불제가 있었다면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말하는 양곡법 필요 없습니다. 자기들 집권할 땐 안 하고, 야당 되니 태도를 바꾸는 걸 보면 참 답답합니다. 저는 쌀에 관한 한 원래 있던 제도가 낫다는 쪽입니다. 목표가격제(쌀소득보전직불제) 부활하고 매년 들여오게 돼 있는 의무수입량 40만t에 대해 재협상하는 것, 쌀과 관련해서는 당장 이것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농민과 농업, 농촌을 보호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현재 직불금 예산(보조금 예산)이 3조1000억원가량 할 겁니다. 이걸 5조원까지만 늘려줘도 농민들이 원하는 제도를 대부분 할 수 있습니다. 유럽은 농가소득 중 보조금 비율이 70~80%입니다. 아마 그 정도로 농민 예산 늘리자고 하면 국민이 기절초풍하겠지요. 일단 직불금 예산을 5조원까지 늘리는 것만이라도 정부가 의지가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예산이 약 600조원 아닙니까.”
- 표지 이야기
- [김유찬의 실용재정](38) 생필품 부가가치세 세율 경감을 보는 시선(2024. 04. 12 16:00)
- 2024. 04. 12 16:00 경제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3월 28일 서울 용산용문시장사거리에서 권영세 후보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고물가 해소 대책의 일환으로 가공식품 등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24년 4월 총선처럼 정부·여당이 감세 정책을 미끼로 유권자들을 낚으려는 선거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종합부동산세와 금융투자소득세, 상속세 등의 선심성 공약에는 대부분 금융·부동산 자산으로부터 고소득을 누리는 이들의 감세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여당이 제안한 감세 공약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선거 결과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러운 것은 납세자이며 투표권자인 시민들의 반응이다. 시민들이 어떤 조세·재정 정책을 추진하는 정당에 투표할 의향이 있는지 참여연대가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은 ‘부자 감세’를 추진하는 정당에 투표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도 엿볼 수 있었다. 정부·여당이 제시한 감세 공약이 시민들의 불신을 받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한 가지 공약은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이 제안한 부가가치세 공약이다. 해당 공약은 두 가지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을 연매출 8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올리겠다는 내용과 생필품에 적용되는 세율을 한시적으로 10%에서 5%로 내리겠다는 것이다. ■ 부가가치세 공약 진지한 검토 필요 부가가치세는 지난해 기준 약 74조원의 세수입을 가져왔다. 소득세(약 116조원), 법인세(약 80조원)와 함께 재정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세목 중의 하나다. 올해 예산 기준 부가가치세는 81조4000억원으로 전체 세수(367조3000억원)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지난해 56조원의 세수결손이 난 상황에서 꼭 필요한 재정지출을 유지하기 위해 감세가 아니라 증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부가가치세에서 개인사업자는 일반과세자와 간이과세자로 나뉜다. 국민의힘의 부가가치세 공약 첫 번째 부분은 간이과세자 기준을 높여 대상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것으로, 간이과세를 선호하는 소규모 사업자들의 표를 노린 전형적인 선심성 공약이다. 거래에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는 간이과세자가 늘면 부가가치세의 정상적인 과세기반이 무너진다. 바람직하지 않다. 부가가치세 공약의 두 번째 부문은 생필품에 대한 세율 인하 부분이다. 국민의힘이 가공식품 등 서민 밀접 품목에 부가가치세율의 한시적 인하를 요구하자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가 지원 효과,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상은 출산 및 육아용품, 라면·즉석밥·통조림 등 가공식품, 설탕·밀가루 등 식재료에 대한 것으로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10%에서 5%로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많은 전문가가 반대하고 있다. 물가 안정에 대한 효과는 의심스러운 반면 세수 감소 등 부작용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는 모든 재화와 용역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거래에 동일하게 10% 세율을 부과한다. 부가가치세는 1977년 도입 이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미가공 식품 등 일부 생활필수품을 면세 대상으로 두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귀금속과 자동차 등에는 개별소비세를 추가로 적용하고 있다. 담배와 주류 등 특별한 재화의 경우에는 담배소비세, 주세 등으로 특별히 따로 관리한다. 한국의 소비세 구조는 부가세를 기본으로 하고 개별소비세 등으로 차등을 주는 체계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일부 품목만 부가가치세 세율을 조정하는 방법은 현재 우리나라의 소비세 체계에는 없다. ■ OECD 국가 대부분 생필품에 경감세율 적용 소비세는 소득세와 비교해 납세자들의 세 부담에 대한 자각이 약해 조세저항이 작다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수입목적의 재정조세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에 적절하다. 정부는 소비세가 가진 이러한 성격을 지나치게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세의 비중이 커지면 조세체계 전체적으로 역진적인 성격이 강화된다. 저소득층은 소비성향이 높은 관계로 소비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세의 부담 비율이 높다. 특히 자녀가 많은 가정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소득에 역진적인 부가가치세의 성격을 보완해주는 조처가 필요하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한계소비성향이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때문에 생활필수품 등에 대해 경감세율을 적용하면 소득분배의 역진성 문제에 잘 대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제안된 바와 같이 주요 생필품의 부가가치세율을 5%로 인하하면 부가가치세의 소득분배에 대한 역진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경우 대부분 생활필수품에 대해 경감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는 10%의 표준세율을 갖고 있다. 유럽에서 부가가치세를 활용하고 있는 주요 3국인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표준세율 수준과 비교할 때 50% 수준이다. 주요 3국은 20% 정도의 부가가치세 표준세율을 도입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는 경감세율을 활용하지 않고 일부 품목에 면세제도를 활용해 실효적인 세율은 이 나라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차이가 작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부가가치세 실효세율 수준은 이들 3국의 부가가치세 실효세율 수준의 69% 정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가 부가가치세의 세 부담 수준이 낮다고 해도 소득세 및 법인세의 세 부담도 이들 나라보다 낮은 만큼 이 나라들과 비교할 때 전체 세수입에서 소비세가 담당하고 있는 비중이 작은 나라라고는 말할 수 없다. 낮은 부가가치세 세율 수준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의 전체 조세수입에서 법인세와 소득세로 대표되는 소득세 분야의 세수입 기여도와 부가가치세와 교통에너지환경세, 주세, 담뱃세 등 소비세 분야의 세수입 기여도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 소득계층별로 조세 부담이 공평해지려면, 즉 능력과 세 원칙에 적합한 과세가 이루어지려면 직접세 분야에서 누진세율 구조에 입각한 적절한 수준의 과세가 이루어져야 한다. 동시에 조세체계에서 간접세 분야의 비중이 작지 않아 간접세 분야에서도 세 부담의 역진성을 무마해주는 장치가 필요한데, 가공 식료품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세율 인하가 이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출산 및 육아에 필요한 재화에 대한 세율 인하를 통해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으로 재화를 소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저출산에 대한 대책으로 의미가 있다. 영국은 유아용품 부가가치세를 파격적으로 영세율, 즉 0%의 부가가치세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 김유찬의 실용재정
- “가족 해체된 시대, 생활동반자법은 보수적 가치 정책”(2023. 04. 14 14:20)
- 2023. 04. 14 14:20 사회
- ㆍ진선미 의원 비서관 거쳐 펴낸 황두영 작가 사진 / 권도현 기자 “우리 사회의 외로움이 보편적인 만큼 생활동반자법도 보편적일 것이다. 당신이 지금 외롭다면, 어쩌면 생활동반자법이 필요할지 모른다.” <외롭지 않을 권리>는 ‘생활동반자법’의 해설서라고 부를 만하다. 생활동반자 관계의 정의, 성립·해소의 요건과 절차, 효력, 권리 등을 혼인과 비교하며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사회 변화의 흐름을 상세한 통계와 사례를 통해 짚으면서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생활동반자법은 이성 배우자·혈족 중심의 전통적인 ‘가족’ 외에도 다양한 관계를 제도권 안으로 포섭해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다. 저자인 황두영 작가(39)는 2014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생활동반자법안 마련을 주도했다. 시민사회에선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주장이지만, ‘상상’을 실현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추진된 건 처음이다. 법안의 발의는 무산됐다. 황 작가는 그러나 이후에도 자체적으로 생활동반자법 내용을 꾸준히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그간 고민의 결과를 모아 2020년 3월 책으로 펴냈다. 황 작가는 주간경향과 인터뷰에서 “입법 영역에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추상적인 상상을 구체적인 법안을 통해 현실로 만드는 게 중요했다”며 “여러 사람이 ‘씹고 뜯을’ 수 있는 논쟁의 기준을 던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다”고 밝혔다. 자신이 제안한 생활동반자법 내용을 두고 “완벽한 건 아니다”고 전제하며 사회적 논의를 위한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황 작가는 “혼인과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만 보호할 가치가 있다는 ‘가족제도’의 대전제가 여기저기서 균열이 나고 있다”고 진단하며 생활동반자법의 필요성을 밝혔다. 보수세력은 생활동반자법 제정에 반대하지만, 그는 “생활동반자법이야말로 원초적인 보수의 가치를 담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7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카페에서 황 작가를 만났다. -생활동반자법은 무엇인가. “‘누구도 외롭지 않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현재 가족을 구성하기가 너무 힘든 상황이다. 경제적 불안과 각종 고민 등 삶의 불안정성 때문에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성인이 타인과 함께 살겠다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받는 방법은 결혼밖에 없다. 혼자 사는 게 외로워 다른 이와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동거를 선택하지 못하거나 같이 살아도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사람들은 국가가 그냥 놔둬도 되는가 하는 문제의식이다.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가 필요하다. 혼인 외의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같이 살 때, 어떤 수준의 권리와 의무를 부여해야 하는지를 규정한 게 생활동반자법이다.” 황 작가는 <외롭지 않을 권리>에서 “국가와 사회는 행복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한정된 삶의 방식 안으로 국민을 몰아넣으려고 하지만 사회경제적 환경과 가치관의 변화는 이 틀의 구태의연함을 더욱 눈에 띄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이제 국민 행복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뒤집어볼 때다. 생활동반자법은 그를 위한 첫 질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생활동반자법을 ‘특별한 한 사람을 가질 권리’를 실현하는 방법이라고도 설명한다. 이 밖에도 법안이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 다양하게 표현한다. “행복해지고 싶은 우리 모두의 보편적 마음에 대한 법”, “국민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사람과 함께 살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는 법”,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모아서 지어내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가도 괜찮다고 다독이는 유연한 제도” 등이다. -혼인 외에 어떤 관계들이 법의 적용받을 수 있나. “비혼 청년, 성소수자 등 여러 관계가 해당할 수 있겠지만, 첫 번째로는 중노년층을 꼽겠다. 40~50대 이상에게 ‘내가 누구와 살 것인가’는 현실적으로 절실한 문제다. 불과 몇십 년 전에는 중년이면 당연히 배우자가 있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현재는 여러 통계를 봐도 이혼, 사별 등으로 인해 수십 년 동안 혼자 살아야 할 가능성이 큰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자발적 비혼도 있지만 의도치 않게 혼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중노년층에서는 당장 나에게 닥칠 수 있는 문제라고 보는 분이 많다.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심리적·신체적 어려움을 느낀다. 도시락을 배달해주고 무료 공연을 보여주는 게 노인복지의 전부가 아니다. 이분들이 일상에서 누구와 살아갈지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대안이 필요하다.” -2014년 진선미 의원의 비서관으로 일할 당시 생활동반자법은 어떻게 준비하게 됐나. “그전부터 다양한 가족을 등록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프랑스에도 생활동반자법과 유사한 시민연대계약(PACS)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초선인 진선미 의원은 당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기존 가족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던 것이다. 진 의원께서 이런 법안을 구상해보라고 지시했다.” 표지 / 시사IN북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전례가 없었다. 아이디어만 있었다. 또 당시 국회 경험이 적었던 터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교수와 변호사 등 전문가를 찾아갔지만 생활동반자법과 관련한 ‘그림’은 없었다. 프랑스는 한국과 법체계가 전혀 달라 무작정 참고하기도 어려웠다. 거칠게라도 법안을 만들어놓고 자문해야겠다고 판단했다. 민법과 가족관계등록법 등을 살피면서 초안을 만들었다. 초안이 나오면 여러 사람이 ‘잔소리’를 할 것이고, 그러면 법안 내용도 다져질 것이라 생각했다.” -2014년 7월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초안이 공개됐는데. “법안 준비는 1년 반 정도 걸렸다. 토론회에서 공개한 법안은 거친 얼개 정도였다. 소득세 인적공제 및 건강보험 피부양자 적용 등을 위해 4개의 부속 개정안도 딸려 있었다. 법의 성격이나 형태를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만 골라서 보여준 것이다. 토론회 때 많은 걸 쏟아내면 자칫 논점이 흐트러질 것을 우려해서다. 실제로 준비한 부속 개정안은 7~8개 정도 된다. 어쨌든 실제 발의로 이어지진 못했다.” -왜 발의하지 못했나. “법안 내용을 책자로 만들어 다른 의원들에게 돌렸다. 그래서 공동발의 의원 10명 이상을 모았다. 발의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예상은 했지만 보수 측에서 동성이 함께 살 수 있게 만드는 법안이라며 거세게 반대했다. 공동발의자 중에서는 법안 취지에 굉장히 공감하는 의원들도 있었지만, 법안에 대한 이해가 낮은 의원들도 있었다. 시민사회에서도 낯설게 여겼는지 힘을 싣는 목소리를 크게 내지는 않았다. 그래서 좀더 여론을 다지는 작업을 한 후 발의하자고 했지만, 이후 진 의원이 중진이 되고 여성가족부 장관에 오르는 등 정치적 입지와 무게감이 커질수록 법안 발의에 대한 부담도 커진 것 같다. 지금처럼 한국사회의 여론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았는지는 여러 생각이 든다.” -여론이 어느 정도 성숙했다고 보나. “2014년에는 시기상조인 아이디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재는 생활동반자법 필요성에 공감하는 시민이 늘어났기 때문에 그만큼 주목을 받는 것 같다. 약 10년 사이에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사회 변화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됐다.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늘어났다. 이전에는 유럽에도 이런 제도가 있으니 우리도 생각해보자는 당위의 차원이었다면, 지금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의 문제가 됐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법안은 발의되지 않았지만 2019년 7월 보좌관을 그만둘 때까지 꾸준히 법안 내용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이런저런 비판이 나오면 반영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 버전도 여러 개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빛을 보지 못하고 내 컴퓨터 안에서 잠자고 있는 게 내내 아쉬웠다.” -책에 ‘생활동반자법이야말로 보수적인 정책’이라고 기술했는데. “가족끼리 책임지고 가족 안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건 원초적인 보수적 가치라고 생각해 그렇게 썼다. 거창할 수 있지만 지난 20~30년간 신자유주의 기조가 유지되면서 사람들을 흩트려 놓았다.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라 이곳저곳 옮겨다니는 삶으로 인해 가족이 붕괴됐다. 즉 신자유주의적 보수가 사람들이 같이 살지 못하도록, 장기적 삶의 전망을 꾸리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다. 가족을 해체하고 가족과 같이 살지 말라는 게 보수적 가치인가. 생활동반자법이 그렇게 급진적인 건 아니다.” -반대쪽은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동성애를 혐오하는 세력 때문에 생활동반자법을 두고 사회가 오랜 기간 고민하고 주저하고 있다. 이 법이 동성애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 말고는 돌파구가 없어 보인다. 끝내 동의하지 않는 이들의 신앙과 믿음은 바꿀 수 없을 것 같다. 찬성하는 더 많은 여론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황 작가는 저서에서 “생활동반자법은 ‘혼인하지 않은’ ‘두 명’의 ‘성인’의 관계에 한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혼인제도, 가족제도의 근간을 건드리지 않고 기존의 가족제도를 보완하는 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힌다. 생활동반자 관계에 부여할 권리도 개정이 필요한 법률과 함께 제시한다. 주거정책 대상, 소득세 인적공제 및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돌봄휴직·출산휴가·육아휴직, 가족요양보호제도, 수형자의 돌봄 권리, 수술 등 의료결정권 및 연명치료 거부권, 친양자 입양, 가정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이다. 또 생활동반자가 사망했을 때 시신을 인수해 장례를 치를 권리와 주택임대차 승계 권한, 유족급여 수급 권리 등도 필요하다고 본다. -생활동반자 관계를 ‘동거’ 관계로 한정했다. “생활동반자법은 여러 권리를 부여하기 때문에 결혼에 준하게 동거 의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멀리 떨어져 살면서 휴대전화로만 연락하는 사이를 부양 관계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밥을 같이 먹지 않는 관계, 상징적으로만 이뤄지는 관계까지 가족으로 봐야 할까. 물론 가족이란 감정적인 영역이어서 심리적인 위로도 돌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법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사회적 재정과 자원을 배분할 때는 가족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를 어느 지점에서 선을 그어야 한다. 현재의 선은 너무 협소해 실제 다양한 관계로 맺어진 가족생활을 전혀 반영하지 못해 문제다. 생활동반자법만으로 사람 사이의 친밀성에 선을 그어 모든 관계를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 점차 이런 간극을 좁혀가기 위한 논쟁이 필요하다.” 생활동반자법의 내용과 필요성을 담은 의 저자 황두영 작가가 지난 4월 7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카페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외국인도 제외하고 있는데. “내가 학자나 운동가였다면 더 원론적으로 모든 이를 위한 권리와 평등을 주장했을 수도 있다. 나는 국회에서 입법 작업을 했다. 입법은 국민이 필요하다고 동의해야 가능하다. 국민이 받아들이는 속도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내국인에게 적용한 후에 외국인과도 동반자 관계를 맺고 싶다는 필요성이 대두되면 논의를 통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가족으로서 권리를 부여하는 건 복잡한 문제다. 악용이나 남용의 우려도 고민해야 한다.” -실현가능성이 높은 방안을 선별했다는 뜻인가. “그렇다. 국회가 당장 통과시킬 수 있을 정도의 법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다. 그래서 내 욕심을 버리고 쳐낸 내용도 있다. 스스로와 계속 논쟁을 한 것이다. 내가 제시한 내용이 욕을 먹고 비판을 받더라도, 사람들이 ‘씹고 뜯고’ 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마든지 이견과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는 내가 의도했던 것이기도 하다. 책에 담기지 않은 권리도 앞으로 논의를 통해 충분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가족제도가 가부장적이고 억압적이라는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방법론에선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가족에 대한 급진적 고민을 갖고 있는 분들은 내가 제시한 대안을 ‘순한맛’이라고 평가한다. ‘매운맛’이 아닌 건 나도 안다. 가족을 부정해야 한다거나, 혹은 기존 가족제도를 해체하고 개인이 마음에 드는 조합을 꾸며야 한다 등 여러 대안이 나올 수 있다. 입법을 통해 당장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민법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이 정도의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월 생활동반자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도 합리적으로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언급했다고 본다. 분위기를 보려고 운을 띄워본 듯하다. 정치적 유불리를 고민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내년 총선에서 여야 중 누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의원 개인이 주도해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지역구 내에서 교회의 조직력이 굉장히 강하다. 과대 대표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법의 필요를 밝히고 동의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대표 차원에서 법안을 밀어붙여 논점을 만들어 준다면 지역구 정치인들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국회 통과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솔직히 21대 국회에서는 어려울 것 같다. 법안이 많은 영역을 건드리기 때문에 덩치가 크다. 찬성 여론을 모아내는 과정도 필요하다. 1년 안에 이뤄내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보인다. 다만 민주당이 내년 22대 총선에서 공약으로 선정해 선거의 쟁점으로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공이라고 본다. 선거라는 게 새로운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법안 논의가 시작된다면 어떤 역할과 활동을 할 것인지.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 현재 쓰는 책의 집필을 끝내고 5~6월부터는 법안을 적극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계획이다.” -생활동반자법의 의의는. “한국 정치가 굉장히 경직돼 있다. 국민의 삶이 급속도로 바뀌는데도 전혀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문제인 양 여긴다. 생활동반자법은 국민의 다양한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법이 제정된다면 우리 사회가 새로운 차원의 평등, 자유, 존중으로 나아간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이다.”
- [박주연의 메타뷰](36)“헛된 욕망 자극보다 힘든 사람 살리는 게 가치 있는 광고니까”(2023. 03. 17 14:25)
- 2023. 03. 17 14:25 사회
- ㆍ공익광고에 꽂힌 광고장이 이제석씨 사진/서성일 선임기자 이제석씨(41)는 여전히 ‘똘끼’가 충만해 보였다. 자신감도 넘쳤다. “무언가로 막히면 뚫릴 때까지 계속 두드린다, 반드시 뚫어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가 인정한 ‘광고장이’다. 지방대 출신의 설움을 딛고 2006년 9월 미국으로 건너간 지 6개월 만에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공모제에서 수상했다. 대기오염의 위험섬을 경고하는 ‘굴뚝총’ 광고로 세계 3대 광고제의 하나인 ‘원쇼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What goes around comes around)”는 카피와 함께 군인이 겨눈 총구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반전 포스터는 세계 유수의 공모전에서 동시다발로 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큰 광고회사인 JWT와 BBDO를 거쳐 FCB에 입사했다. 빅히트작을 연달아 선보인 그에게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장밋빛 미래를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2009년 돌연 한국으로 돌아왔다. 원하는 광고를 하고 싶어 같은해 ‘이제석 광고연구소’를 차렸다. “공익광고의 개척자가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리고 14년이 흘렀다. 그동안 이제석 광고연구소가 제작한 광고의 80% 이상은 공익광고다. 설치미술형 광고와 퍼포먼스형 광고, 게릴라 캠페인과 인쇄 광고 캠페인, 포스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을 향해 말을 걸었다. 광고주는 주로 지자체나 관공서, NGO단체다. 지난 3월 14일 찾아간 경기 고양시의 이제석 광고연구소 외관은 투박한 컨테이너처럼 보였다. 폐차 직전의 낡은 자동차 몇 대가 놓인 1층은 용접 등을 하는 공장으로 사용하고, 넓은 공간에 책걸상 몇 개와 응접세트가 전부여서 황량해 보이기까지 한 2층은 회의실로 이용한다고 했다. 도시의 소음이 싫어 본진은 서울 마포에 둔 채 작업실만 이곳으로 옮겨 왔다고 했다. 이제석씨가 FCB 시절 제작한 시티 하비스트의 공익광고 ‘종이 한 장의 힘’(2008) / 이제석 광고연구소 제공 뉴욕 초대형 광고회사서 상업광고에 염증 식량 기부 자선단체 공익광고 작업서 눈떠 “기발하고 재미있는 공익광고 만들려 창업” -창업 후 작업한 작품의 8할이 공익광고예요. 왜 공익광고에 꽂혔습니까. “꿈꾸던 뉴욕 한복판의 초대형 광고회사들에 다니면서도 저는 뭔가 늘 허전함을 느꼈어요. 아이디어는 분출하는데 시키는 일만 하자니 답답했어요. 사람들을 끝없이 자극해 헛된 욕망을 갖게 하는 상업광고 시장에도 조금씩 싫증 나기 시작했고요. 그런 와중에 제가 다니던 FCB에서 식량 기부 자선단체 ‘시티 하비스트’의 공익광고를 제게 맡겼고 즐겁게 작업했어요. 미국에선 광고회사들이 NGO 광고를 의무적으로 할당 제작하거든요. 뉴욕타임스 등 신문사도 수억원짜리 지면에 이런 공익광고를 공짜로 실어주고요. 학생 시절에도 공모전 출품을 위해 공익광고 제작을 많이 했지만, 이 작업을 하면서 공익광고의 가치에 더 눈을 떴어요.” -그 가치는 어떤 것일까요. “어떤 광고가 사람들을 기쁘고 행복하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좋은 옷과 고급 아파트, 비싼 자동차를 소비하게 하는 것보다 배고픈 사람이 밥을 먹게 해주고 얼어 죽을 것 같은 사람에게 옷을 입혀주는 게 훨씬 더 행복한 광고라고 생각해요. 죽어가는 사람 살리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기사회생하게 하는 광고가 더 가치 있다고 판단하고요.” -그 일을 시장이 큰 미국에서 하면 더 파급력이 클 텐데요. “제가 세계 공모전 수상으로 유명해지면서 한국에서도 광고 의뢰가 드문드문 있었어요. 출장차 한국을 오가다 초기 사업자금 문제나 업무의 난이도 면에서 한국에서 일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어요.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믿었고요. 그래도 2012년까지는 뉴욕에도 제 사무실이 있었어요. 그러다 결혼하고 아이도 생기면서 아예 한국에 뿌리를 내린 거예요.” 이태원 참사 후 ‘위험 구간 표지판’ 작업 등 광고주 의뢰 없는 자발적 캠페인 벌이기도 “광고는 누가 듣건 말건 그냥 귀에 박는 것” -천성이 따뜻하거나 혹은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한 건가요. “오해와 편견이에요. 저는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 그저 광고장이로서 제 작업에 대한 욕심이 있을 뿐이에요.” -창업 당시 ‘공익광고 개척자가 되겠다’는 말을 했지요. “당시 한국은 크리에이티브의 불모지였고, 공익광고 하면 공익광고협의회만 생각나던 때였어요. 완성도 면에서 아쉬운 면이 많았죠. 단순히 도덕적인 이야기나 올바른 주장을 한다고 해서 공익광고가 아니거든요. 광고를 접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그들이 전화를 걸거나 후원을 하는 등의 실제 행동을 이끌어내고, 사용자의 욕구 해결을 전제로 완성해야 해요. 그러려면 관련 기관들과의 협업이 굉장히 중요하죠. 저는 자신 있었어요. 공익광고를 기발하고 재미있게 만든 거장으로, 그래서 국가의 자랑으로 남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지난 14년간 완성한 광고가 몇 건이나 되나요. “500건 가까이 될 겁니다.” -작업은 재미있습니까. “굉장히 즐겁고 보람되고 뿌듯해요. 광고주의 의뢰로 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술자리 대화를 하다 자발적으로 마음이 동해 시작하는 일도 많아요. 지난해 8월 홍수 때 ‘깨끗한 빗물받이’ 캠페인을 벌인 것이나, 이태원 참사 직후 압사 사고 위험 구간 표지판을 만들어 홍대 앞 좁은 골목 등에 부착하는 캠페인을 벌인 것 등이 그런 사례예요. 작업의 퀄리티가 높지는 않아요. 이런 캠페인은 타이밍이 중요해 전광석화처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짧게는 1주일, 길게는 2주 안에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하거든요.” 소외계층을 위한 광고를 비롯해 장애인 인권,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광고, 기아와 식수, 범죄와 치안, 환경 그리고 국가를 위한 광고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수많은 광고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경향신문, 한겨레, 매일신문, 조선일보, 국민일보 등 신문사와 컬래버 작업도 수차례 했다. 특히 2016년 창간 70주년을 맞은 경향신문 1면의 파격적 편집디자인은 큰 화제를 모았다.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올려놓고 ‘오늘 알바 일당은 4만9천원…김영란법은 딴 세상 얘기. 내게도 내일이 있을까?’라는 메모를 적은 디자인이다. -뉴욕에서 지내던 2008년 7월 미국 뉴욕의 심장부인 맨해튼 거리 곳곳에 “STOP ISLAND THEFT.”(섬 도둑질 그만) 문구와 함께 일장기로 복면을 한 도둑 형상의 설치 광고를 해 주목을 끌었어요. 이후에도 2009년 덴마크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 행사장에 주최 측의 허락을 받지 않고 코끼리똥 사진을 걸었고요. 이런 게릴라성 광고를 자주 하는 것 같더군요. “광고는 굉장히 폭력적인 거예요. 누가 듣든 안 듣든 상관없어요. 영화는 극장에 가서 돈 주고 보지만, 광고는 그냥 귀에다가 박는 것이거든요. 일일이 허락받으면 어느 천년에 뜻을 이루겠어요. 제가 그동안 수상하고 히트친 작품 상당수가 이런 식으로 보여준 것들이에요.” -광고주는 주로 지자체나 관공서, NGO단체예요. 돈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회사의 재정상태는 괜찮습니까. “지자체나 관공서는 예산이 있어요. 공익광고 제작으로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그걸 보충하기 위해 다른 사업도 겸하며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하하하….” 경향신문 창간 70주년 1면 편집디자인(2016) / 경향신문 자료사진 -어려운 점은 없나요. “결국은 공익이 뭐냐는 근본적 고민을 해요. 가장 힘든 점이에요. 모두가 공익이라고 주장하니까요. 심지어 JMS 정명석 같은 자도 자기가 공익이라고 주장할걸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저는 방패 앞에 선 시위대와 방패 뒤에 선 공권력 모두와 일해요. 양측 모두 자신들이 공익이라고 주장하죠. 또 극단적으로 진보적이거나 보수적인 사람과도 만나요. 이들 역시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열변을 토해요. 때로는 저도 헷갈려요. 그러면 산술적으로 따져 다수의 사람에게 이익이 가는 쪽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 소수는 어떻게 되느냐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죠. 공익이라는 말이 정말 위험하고 조심스러운 단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차라리 공익 대신 공공이라는 말을 쓸까 고민하기도 했어요.” 광고주는 주로 지자체, 관공서, NGO단체 공익광고 수입 크지 않아 다른 사업 겸해 “계약 기준은 어떤 사람인가…진정성 보죠” -광고 수주 여부의 선택 기준이 있습니까. “광고주가 어떤 사람이냐가 기준이에요. 상업광고를 거의 안 하긴 하지만 이 기준은 상업광고 수주 여부를 결정할 때도 동일해요. 완장 찬 것처럼 매너 없는 사람과는 일하고 싶지 않아요. 진정성이 느껴지는 분들과 일하면 행복해요.” 그는 인터뷰 내내 ‘사람’을 자주 언급했다. 그를 움직이게 하는 것도, 행·불행을 주는 것도 ‘사람’인 듯했다. 이태원 참사 직후 대규모 축제 및 행사가 열리는 밀집 지역에 압사사고의 위험성을 알린 표지판(2022) / 이제석 광고연구소 제공 -신문 인쇄 광고나 방송 광고처럼 전통매체를 통한 광고보다 옥외 광고나 캠페인, 퍼포먼스 같은 비전통, 비정형 매체 광고를 주로 하는 이유는 뭔가요. “표현의 자유 때문이에요. 전통매체를 이용하는 광고는 규제가 너무 많아 심의를 통과하는 게 쉽지 않아요. 별것도 아닌 것을 트집 잡아 방송을 못 하게 하는 경우도 왕왕 있어요. 그로 인해 실제로 완성했으나 공개하지 못한 광고도 많았고요. 크리에이티브가 훼손된다는 생각이 들어 저는 아예 길바닥에다 광고를 하기 시작했어요. 스트리트 광고죠. 그게 대박이 나 TV 뉴스에도 보도되면서 지금까지 그걸로 먹고사는 거예요.” -한국이 유난히 규제가 심한가요. “심하죠. 유교 전통을 지닌 국가인 데다 인권 감수성 이슈 때문인지 사고가 대단히 경직돼 있어요. 민원도 많고요. 그러니 공중파 방송 등의 광고는 표현의 제약이 심해요.” -그럼에도 한국에서 계속 작업하는 이유는 뭔가요.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에요. 정서적 검열 등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지만, 그런 문화적 토양 때문에 저 같은 놈이 더 돋보일 수 있으니까요.” 시민이 부르면 총알같이 달려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부산의 옥외광고(2003), 폐차를 경찰차로 도색한 다음 외벽에 박아 완성했다. / 이제석 광고연구소 제공 -무슨 얘기인가요. “매스컴은 제게 ‘광고천재’라는 과한 수식어를 붙여줬어요.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제가 하는 광고는 개념광고라고 해서 이미 해외 광고 선진국에서는 활발했던 장르예요. 뭔가를 비틀고 후려치고 한 번 돌려서 생각하게 하는 이미지 광고를 그동안 한국에서는 볼 수 없어 쇼킹하게 받아들였을 뿐이죠. 한국은 이전까지 읽기 위주, 즉 카피 위주의 광고나 연예인 중심의 광고만 해왔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더 돋보일 수 있었던 거예요. 마이너스 요인을 다르게 보면 성공의 발판이 돼요. 주어진 핸디캡을 잘 이용하면 플러스 요인이 되고요.” 그는 “한국에서 사막과 오아시스를 동시에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저한테 가끔 ‘너희는 왜 관공서라는 가장 보수적 집단과 일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꼰대니까’라고 대답해요. 꼰대니까 안 맞지만, 또 꼰대이기 때문에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한 거거든요.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는 배트맨에게 ‘넌 나를 완성시킨다’고 말해요. 악의 화신 조커나 선의 화신 배트맨이나 서로가 있어야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죠. 정반합의 개념이에요. 그래서 저는 세종시를 지옥이라고 생각해요. 공무원들에게는 날라리들이 필요한데, 그곳은 공무원 천지의 도시니까요.” -이제석 광고의 특징을 한 마디로 어떻게 규정하나요. “쉽고 단순한 광고,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광고죠.” -요즘도 자신을 ‘아이디어 중독자’라고 생각합니까. “저는 일과 생활의 경계를 두지 않아요(웃음). 매 순간 아이디어를 짜내려 고심해요.” -메모가 일상화돼 있다지요. “영감이 사라지기 전에 반드시 기록해 둬야 하기 때문에 냅킨이든 뭐든 눈에 띄는 곳에 닥치는 대로 적어둬요. 예전에는 타고 다니던 자동차 내부 천장과 측면, 바닥에도 사인펜으로 마구 써놔 자동차 안이 온통 낙서투성이였어요.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면 메모할 때 스마트폰을 많이 활용한다는 점이에요.” -일하면서 생긴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요. “트럼펫 같은 악기를 불기도 했는데, 요즘엔 자동차 정비를 해요. 그렇게 육체를 써서 정비에 몰두하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거든요.” 그는 1982년 대구 태생이다. 훗날 의사가 된 형과 달리 공부를 못하고, 수업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초등학생 때부터 교사들에게 툭하면 두들겨 맞았다. 책과 공책 여백마다 그려댄 만화가 그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그림만으로도 4년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말에 죽도록 그렸다. 그렇게 들어간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그를 인정한 공모전도, 기업도 없었다. 동네 ‘간판장이’로 일하면서 명함집 사장에게까지 모멸당하자 독기를 품고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1년간 미군부대를 들락거리며 그림을 가르쳐주고 영어를 배웠다. 2006년 9월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School of Visual Arts)’에 입학했다. -미술적 재능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건가요. “손재주는 금손으로 불렸던 어머니로부터, 예술적 기질이나 사이코적 면모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 같아요.” -아버지가 어떠셨길래요. “아버지는 대구의 유명 호텔 주방장이셨어요. 업계에서 나름 명성과 악명이 자자했던 분이에요. 굉장히 다혈질적이고 충동이 일면 불같은 사람이었어요.” 사진/서성일 선임기자 -아버지가 폭력적이었나요. “난폭했어요. 모난 돌 취급을 받던 저는 욕도 많이 듣고 맞기도 많이 맞았어요. 아버지뿐만이 아니었어요. 동네 형들한테도 돈 빼앗기며 두들겨 맞았고, 교사들한테도 수시로 얻어 맞았죠. 제가 불우했던 청소년기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잘 안 믿어요. 저도 굳이 다 말하고 싶지 않고…. 돌이켜보면, 보통 아이들이었다면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청소년기를 우울하게 보냈겠군요. “그런데도 저는 그렇게 우울하거나 공포에 치를 떨면서 잠을 못 자거나 하지 않았어요. 낙천적이라기보다는 멘털이 강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런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난 별 의미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때리면 맞고, 누워 있으라면 누워 있었어요.” 한국은 정서적 검열 등 규제 심하지만 덕분에 비전형적 광고로 더 돋보인 것 “오늘의 이제석 만든 건 생존본능이죠” -그런 사람이 어떤 계기로 달라진 건가요. “고등학생 때 제 그림을 보신 어느 선생님이 많은 용기를 주셔서 자존감을 조금씩 회복했어요. 그리고 스무 살 때 대학에 가서 평생 처음 장학금이라는 것을 받아본 거예요. 수석을 했어요. 그러니까 몸에 귀신이 들린 것처럼 20년간 참아왔던 서러움이 터지면서 잘해봐야겠다, 잘살아봐야겠다. 업신여김당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면서 초인적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어요. 눈 떠 있는 시간 동안 미친듯이 일하고 그렸어요. 뉴욕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렇게 맹수가 사냥하듯 일한 게 20년째예요.” -무엇이 오늘의 이제석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까. “생존본능이요. 그로부터 초인적 힘이 나와요. 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해요. 지금도 저는 생존을 위해 굉장히 몸부림치고 있어요. 쫓고 쫓기는 삶, 거기서 스릴과 희열을 느껴요. 만약 이 불씨가 꺼지면 저는 100% 우울증이나 무기력증 혹은 치매가 올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분주한 삶을 살고 있어요(웃음).”
- 박주연의 메타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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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증류주는?
- 2023. 08. 15 10:48 화제|요리
-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스피리츠(증류주) 브랜드는 뭘까? 최근 발표된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의 보고서(Spirits 50 2023 Ranking)에 따르면 중국의 바이주 브랜드 마오타이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로 선정됐다. 마오타이는 2016년부터 조니 워커를 제치고 1위에 오른 이래 8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브랜드 파이낸스의 평가에 따르면 마오타이의 기업가치는 497억 달러 정도로 평가된다. 마오타이는 800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의 대표적인 술로, 스카치위스키, 코냑브랜디와 함께 세계 3대 증류주로 알려져 있다. 마오타이 2위도 중국 주류 브랜드인 우량예였다. 우량예도 중국을 대표하는 명주의 하나로 쌀, 찹쌀, 옥수수, 밀, 수수 등 5가지 곡물로 빚는다. 3위는 산시싱화춘으로, 싱화춘주라고도 불린다. 중국 남북조 시기에 왕에게 바치는 술로 선정됐을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다음으로는 노주노교, 양하 등으로 5위까지 모두 중국 브랜드가 차지했다. 6위는 프랑스의 코냑 브랜드 헤네시, 7위는 중국의 고정공주, 8위는 미국 위스키 잭 다니엘, 9위는 영국의 조니 워커, 10위는 러시아의 보드카 스미르노프 순이었다. 브랜드 파이낸스는 글로벌 브랜드 평가 및 컨설팅 회사로, 매년 5000개 이상의 글로벌 브랜드의 가치를 평가해 분야별로 랭킹 보고서를 발간한다.
- 재미만 있는 컬래버 그만, 이제 ‘가치’ 담겨야
- 2023. 03. 14 07:26 문화/생활
- 유통업계의 컬래버레이션(이하 컬래버)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아티스트나 이종 브랜드 간 컬래버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호감도를 높인다는 면에서 지속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MZ세대 중심으로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단순 협업을 넘어 사회적 의미까지 더한 컬래버 마케팅이 늘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도 색다른 경험은 물론, 브랜드 철학까지 전달하는 협업 제품들을 선보이며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특히, 여성을 위한 응원, 상생과 협업, ESG 등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잘 담아낸 컬래버 제품들이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스킨푸드×신이어마?R ‘패드 기획 세트’ 시니어가 청년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스킨푸드×신이어마?R, 패드 기획 세트’ 스킨푸드는 2030세대가 제품을 기획하고, 시니어들이 제품 제작과 포장을 해 함께 만드는 ‘신어아마?R’과 협업해 ‘패드 기획 세트’를 선보였다. ‘패드 기획 세트’에는 시니어들이 청년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직접 작성한 메시지가 적혀있다. 응원 메시지뿐 아니라 패키지 디자인, 굿즈 포장 등 전 과정에 시니어가 함께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스킨푸드X신이어마켓 기획 세트는 패드 본품, 패드 리필(30매입), 마스킹 테이프, 스티커, 휴대용 패드 케이스로 구성했으며, ‘당근 패드’와 ‘미나리 패드’로 불리는 ‘캐롯 카로틴 카밍 워터 패드’와 ‘판토테닉 워터 파슬리 클리어 패드’ 중 선택할 수 있다. 라엘 ‘우먼 웰니스 패키지 시즌2’ 전 세계 여성을 응원하는 메시지 전달하는 ‘라엘, 우먼 웰니스 패키지 시즌2’ 여성의 건강한 삶을 생각하는 라엘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우먼 웰니스 패키지 시즌2’를 출시했다. 건강하고 안전한 일상을 위한 라엘의 대표 페미닌 케어 제품들로 구성했으며, 전 세계 모든 여성에게 전하는 공감, 위로,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다. 이번 패키지는 <우리들의 블루스>의 정은혜 작가 겸 배우와의 이색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탄생했다. 또,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라엘 첫 사용자를 위한 ‘라엘 입문’과 다양한 라엘 생리대를 써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라엘 매니아’로 출시했다. 라엘은 우먼 웰니스 패키지가 1개씩 판매될 때마다 생리대 2팩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취약 계층에게 기부하는 ‘우먼 웰니스 프로젝트’도 연말까지 진행한다. 모든 여성이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세상을 위해 우먼 웰니스 프로젝트는 계속될 예정이다. 할리스 ‘아트콜라보 MD’ 아티스트 발굴해 상품 출시 기회 제공 ‘할리스, 아트콜라보 MD’ 커피 전문점 할리스는 역량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해 상품 출시 기회를 제공하고 고객들에게는 색다르고 의미 있는 제품을 선사하고자 ‘제1회 토끼아트 공모전’ 수상작을 기획상품(MD)으로 재탄생시켰다. ‘할리스 특별상’을 수상한 김규리 일러스트 작가, 이예진 도예가와 협업해 행복이 테마인 ‘아트콜라보 MD’ 4종을 출시했다. 김규리 작가의 ‘스노우 볼’은 토끼 프렌치 커피잔 세트와 토끼 프렌치 접시로, 이예진 도예가의 ‘행운 토끼 풍경’은 토끼 라운드 커피잔 세트와 토끼 라운드 머그로 구현됐다. 세인트나인×노루페인트 ‘ESG 골프공 패키지’ 지속가능한 가치 전달을 위해 ‘세인트나인×노루페인트, ESG 골프공 패키지’ 넥센 골프공 전문 브랜드 세인트나인과 노루페인트가 협업해 친환경 한정판 ‘ESG 골프공 패키지’를 선보였다. ‘ESG 골프공 패키지’는 골프공 8구와 골프티 6개로 구성됐다. 골프공 8구에는 세인트나인 골프공에 노루페인트의 친환경 수성 도료를 적용했으며, 골프티 6개는 천연 대나무 소재로 만들었다. 패키지 박스 역시 친환경 인쇄 공법과 종이 소재를 사용했다. 또, 판매 수익금 일부는 골프 꿈나무와 소외된 이웃을 위해 기부될 예정이다.
- ‘갓귀’한 토끼들이 뛰어다닌다…‘계묘년 에디션’ 소장가치 살펴보니
- 2023. 01. 26 11:52 화제
- 왼쪽부터 뚜레쥬르와 엔젤리너스의 신제품 계묘년을 맞이해 토끼를 활용한 ‘갓귀’ 신제품이 MZ세대의 지갑을 열고 있다. ‘갓귀’란 ‘갓(God)’과 ‘귀여움’의 합성어로,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흔히 활용되는 ‘갓○’ 트렌드에서 파생된 단어다. 유통업계 역시 ‘계묘년’과 연관성이 높은 한정판 제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 토끼 일러스트가 삽입된 패키지, 유명 토끼 캐릭터와의 협업 등 다채로운 제품들이 눈길을 끈다. 유명한 토끼 캐릭터와의 컬래버를 통해 출시된 제품도 인기다. ‘뚜레쥬르’는 디즈니 영화 <주토피아>의 주인공인 토끼 경찰 캐릭터 주디를 모티프로 한 신년 제품을 내놓았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번 제품은 밝고 희망찬 주디의 기운을 받아 2023년 새해 소망과 목표를 모두 이루길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얼굴 모양으로 디자인한 케이크 ‘주디의 달콤초코’, 주디의 큰 귀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패키지가 특징인 ‘산딸기라떼 롤케이크’ 등으로 구성됐다. 엔제리너스는 추억의 토끼 캐릭터 ‘마시마로’와 제철 과일 딸기를 활용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마시마로 딸기주스, 마시마로 딸기라떼, 마시마로 트리플베리주스 등 총 음료 3종과 당근 시트에 생크림과 초콜릿을 얹은 ‘마시마로 당근크림케익’ 디저트 1종으로 구성됐다. ‘마시마로’를 활용한 한정판 컬래버 굿즈도 함께 내놓았다. ‘코카-콜라’는 계묘년 시작과 함께 토끼 캐릭터를 담은 새해 한정판 패키지를 선보였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마법 같은 새해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가족 토끼가 힘차게 깡총깡총 뛰고, 사랑스러운 뽀뽀를 나누는 일러스트를 통해 소중한 이들과 함께 하는 짜릿한 행복과 따뜻함을 표현했다. GS25는 미국 워너브라더스사의 대표 캐릭터 ‘벅스버니’가 적용된 신상품을 내놓았다. 검회색을 띤 ‘벅스버니’ 캐릭터가 흑토끼를 연상 시켜 협업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벅스버니를 전면에 적용한 불고기핫도그, 프랑스식 당근 피클인 당근 라페를 응용한 ‘당근라페 샌드위치 등이 판매 중이다. 토끼 모양의 신제품도 눈길을 끈다. 크리스피크림도넛은 ‘미피’ 캐릭터와 협업한 시즌 신제품을 선보인다. 해피 미피, 럭키 멜라니, 래빗풋, 캐롯 가든 등 남녀노소 선호할 맛과 귀여운 토핑으로 구성됐다. 이와 함께 미피 캐릭터를 활용한 ‘미피 뽀글이 파우치’도 인기 상품이다. 러쉬코리아의 ‘2023 루나 뉴이어 에디션’과 애경산업의 ‘에이지투웨니스’ 러쉬코리아는 ‘2023 루나 뉴이어 에디션’을 출시했다. ‘골드 래빗’ 배스 밤과 ‘호피 뉴 이어(Hoppy New Year)’ 기프트, 재사용 가능한 포장재 낫랩에 귀여운 토끼 모양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애경산업의 화장품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AGE20’s)’는 토끼의 해를 맞아 토끼 콘셉트의 신년 리미티드 ‘시그니처 에센스 커버 팩트 마스터 위시풀 래빗 에디션(위시풀 래빗 에디션)’을 출시했다. 팩트 케이스에 예로부터 운수가 좋고 풍요의 상징이라고 알려진 토끼의 모습을 귀여운 일러스트로 담아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복을 불러온다는 의미를 녹였다. ‘키엘’은 계묘년 설을 앞두고 베스트셀러 제품 2종에 토끼 일러스트를 담은 ‘설날 에디션’을 공개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샨 지앙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이번 제품은 개성 있는 토끼 캐릭터와 키엘의 본고장인 뉴욕의 도시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디자인 패키지에 담아내 소장 가치를 높였다.
- [백인혜의 SNS 톡톡] 가치와 문화를 만드는 공간마케팅 전략
- 2022. 06. 29 16:34 화제
- 사회 또는 기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공간’이라는 개념도 변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아이덴티티의 표현, 문화 소비, 스토리텔링, 체험의 공간, 정서적 소비 같은 패턴을 가진 현대 소비자들에 맞춰 ‘공간’이라는 키워드에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감성 디자인을 통해 그 공간을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함으로써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요구와 취향을 만족시키려 진화하고 있다. 그중 효과적인 공간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으로는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를 빼놓을 수 없다. 작고 초라한 가게에서 출발해 이제는 커피의 대명사가 된 스타벅스는 감성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경험을 극대화해 전달한다. “커피 이상의 특별한 경험을 소개합니다. 스타벅스가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제3의 공간으로서 지역사회 속에서 고객과 함께하며 새로운 커피문화를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나왔던 문구다. ‘제3의 공간’은 미국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가 제일 먼저 사용한 개념이다. 가정을 제1의 공간, 직장을 제2의 공간으로 한다면 그 외의 공간이 제3의 공간이다. 현대인들은 상업 공간을 휴식이나 여가 등의 공간으로 사용하는데, 스타벅스는 제3의 공간을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포지셔닝 했다. 많은 기업이 디지털 기술 개발에 큰 비중을 둘 때 스타벅스는 인적 자원의 효과적 활용에 집중했고, 어느 지점이나 똑같은 공간 디자인이 아닌 지역문화를 고려한 디자인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와 소통하려고 했다. 이 같은 문화적 공간마케팅은 카페와 소비자를 감정적으로 이어줄 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통일된 시각 이미지를 타파하는 데 유리하다. 각기 다른 지역의 콘셉트에 맞는 공간 디자인 속에서 고객들은 따뜻함, 편안함, 익숙함을 느낀다. 스타벅스의 최고 경영진은 처음부터 매장의 분위기가 성공의 관건이라는 점을 꿰뚫고 있었다. 1991년부터 스타벅스는 사내에 건축가와 디자이너 그룹을 조직해 각각의 매장이 저마다의 이미지와 특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 했다. 스타벅스 매장을 오픈하는 데는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팀, 점포 개발팀, 스토어 디벨로퍼, 스토어 컨설턴트 등 여러 팀이 협업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스타벅스 매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있다. ‘지금은 공간 마케팅의 시대로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전략을 만들어 가야 하는 시대다’라는 말도 있다. 공간에 가치와 문화를 담아내자 공간의 의미는 상품을 거래하는 장소의 역할을 뛰어넘어 공간 자체가 소비의 주체로 탈바꿈했고, 결국 기업은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며 고객에게 경험을 주는 장소로 재정비됐다. 더불어 소비자와의 감성적 유대관계를 불러일으켜 충성 고객을 많이 확보하게 됐다. 충성도 높은 고객들은 지속해서 브랜드를 경험하게 되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끊임없이 상호보완적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것이다. ■백인혜는 누구? 백인혜 칼럼니스트는 편집디자이너 출신의 SNS 마케터다. 오랜 직장 생활과 프리랜서를 거쳐 2020년 SNS 마케팅 전문 기업 ㈜트렌드넷을 설립했다. 현재 다양한 제품·서비스의 기업 온라인 홍보 채널을 운영하며, 멘토링을 한다. 서울패션스마트센터의 자문위원을 겸하고 있으며, SNS 마케팅과 퍼스널 브랜딩 강사로도 활동한다. 저서로 ‘힙피플, 나라는 세계’(2022, 포르체)가 있다.
- 백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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