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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Place]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간장게장(2008. 12. 04)

2008. 12. 04 문화/과학

특별한 겨울 음식 시리즈 3탄 - 삼청동 ‘큰기와집’ 게장정식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는 겨울철 식욕이다. 겨울철 식욕이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이유는 추운 날씨 탓에 운동량이 적은데다 ‘뒹구르르’ 하기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먹든지 고스란히 살로 집합하는 까닭에 당기는 식욕은 그렇게 무서울 수밖에 없다. 타투를 사랑하는 꽤 스타일리시한 사무실 크리에이터는 나름 잘빠진 허벅지에 보란 듯이 요염한 뱀을 한 마리 그려넣었는데, 요 며칠 전 우연히(맹세코 일부러 본 것은 절대 아니다) 보니 뱀에 살이 통통하게 올라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크리에이터는 겨울 식욕을 이겨내지 못하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쓸어먹고 있었다. 슬픈 일이다. 그래서 다소 갈등했다. 오늘 소개할 이 집은 그런 겨울철 식욕의 결정판이며, 전 국민의 겨울 비만을 선도할 그런 집이기 때문이다. 살찌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죄악으로 인식되는 요즘, 그것을 조장하는 것에 심각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허나 성욕과 물욕과 식욕 중 가장 으뜸인 것이 식욕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뱀에 살이 오르든지 어쩌든지, 일단 소개하는 것이 그 남자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 결심했다. 자, 이쯤에서 본론으로 들어간다. 오늘 소개할 아이템은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으로 이미 유명짜한 삼청동 ‘큰기와집’이다. 여기저기 많은 곳에 소개되었던지라 ‘큰기와집’에 대한 이야기는 더 보태지 않겠다. 다만 서울에서 가장 제대로 만든 게장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밝혀둔다. 사시사철 나오는 ‘게’지만 어쩌면 그렇게 알이 꽉 찬 놈들로만 골라 장을 담가 내는지는 놀라운 일이다. 게장 정식답게 알찬 게장과 솜씨 좋은 밑반찬들과 제대로 된 옛날된장을 가지고 만든 된장찌개, 그리고 기름기 잘잘 흐르는 뜨끈한 밥이 차려지면 적당히 먹겠다든지 너무 먹으면 살찔 거라든지 하는 생각은 이미 어디로 사자졌는지도 모른 체 넋이 빠져버린다. 그리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정말 싱싱하게 담근 게장에 공기밥 두 개 정도는 거뜬이고, 같이 간 일행 중 하나가 다섯 공기까지 비우는 것을 본 적도 있다. 그간 숱하게 들락거렸지만 놀랍게도 ‘이번엔 별론데’ 싶었던 날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물론 매번 ‘아니 이렇게 비쌌나 싶지 않았던 날도 없었지만 하기야 끝내주게 훌륭한 맛이라면, 끝내주게 비싼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나 싶다. 싸고 맛좋은 곳도 있기야 있지만 결국 맛 좋은 음식은 비싼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 겨울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간장게장을 특별한 겨울 음식 시리즈 3탄으로 추천하는 바다. 식욕에 무섭고 가격에 무섭고 이래저래 가벼운 주머니가 원망스러운 요즘이다. 큰기와집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소격동 122-3 문의 02-722-9024 그 남자 탁현민 (tak0518@hanmail.net) 이건 맛집 소개도 아니고 지면 광고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칼럼도 아니다. 이건 그냥 그 남자가 가거나, 듣거나, 가고 싶거나 하는 장소와 그 장소에 대한 이야기다. 한양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 겸임교수, 캠페인컨설팅회사 (주)P당의 CREATIVE DIRECTOR로 일하고 있다.

그 남자의 Pl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