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842 건 검색)
- 국토부 “엔진 2개 모두 고장 땐 랜딩기어 작동에도 문제 발생”
- 2024. 12. 31 20:43사회
- ... 시스템)을 통해 랜딩기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국토부는 “2개 엔진이 모두 고장 나면 유압계통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 랜딩기어 작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다만) 모든 게...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 국토부 “사고여객기 정비 기록 확보… 고장 기록은 아직 확인 안돼”
- 2024. 12. 29 20:01사회
- ... 사고 여객기의 정비 기록도 제출받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 여객기의 고장 기록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확인이 되지 않았다”며 “미국 제조사와 당국이 국내에서 합동 조사를 할...
- 서울지하철 5호선 신정역서 열차 고장…10분 지연
- 2024. 12. 09 08:38사회
- ... 양천구 신정역 마천행 방면 열차에서 기관사가 열차 출입문이 닫히면 점등되는 ‘출입문 표시등’이 고장 났다. 공사 측은 승객 안전을 위해 승객을 하차시킨 뒤, 수리 기술이 있는 직원을 승차 시켜 열차를...
- 열차5호선서울지하철
- 신호등이 고장 나 있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서울시에 신고하면 연말에 포상준답니다
- 2024. 12. 06 07:42사회
-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전담수사팀을 꾸려 신속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던 지난 5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권도현 기자 1년간 총...
스포츠경향(총 219 건 검색)
- [수능날]경기도교육청 시스템 먹통 고장 왜? ‘서버 우회연결’
- 2024. 11. 14 13:30 생활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장에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은 일부 학생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정부 교육청 시스템이 14일 오전 한때 장애가 발생되어 이후 우회 접속했다. 이날 14일 경기도교육청의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접속에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즈음 “나이스 접속이 불가하다”는 신고를 접수 받았다. 나이스는 17개 시·도 교육청과 전국 1만2천여개 초·중·고교의 학생·학부모·교원이 성적과 생활기록부 등 교무·행정업무를 위해 운용되는 교육정보 시스템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우회 접속 시스템을 통해 접속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시험장에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은 학생의 신분 확인을 위해 나이스 접속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우회 접속 또는 임시 신분증 대용 서류를 발급했다”고 말했다.
- 브레이크가 고장난 ‘폭주 기관차’ 클리블랜드, 시카고 꺾고 ‘개막 12연승’ 질주
- 2024. 11. 12 18:31 스포츠종합
- 도노반 미첼. 시카고 | AP연합뉴스 그야말로 브레이크가 고장난 ‘폭주 기관차’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시카고 불스를 제물로 파죽의 개막 12연승을 질주했다. 클리블랜드는 12일 미국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2024~2025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와 경기에서 119-113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개막 후 12경기를 내리 이긴 클리블랜드는 동부콘퍼런스 1위를 굳건히 했다. 현재 NBA에서 무패 팀은 클리블랜드가 유일하다. 전반을 67-66, 1점차로 근소하게 앞서며 시카고와 팽팽한 승부를 벌인 클리블랜드는 3쿼터에서도 시카고의 맹공에 잠시 역전을 내주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카리스 르버트와 딘 웨이드의 3점슛이 림을 통과 조지 니앵까지 득점에 가담하며 다시 따라 붙었고, 결국 95-92로 리드한 가운데 4쿼터를 맞이했다. 4쿼터에서도 엎치락뒤치락하던 클리블랜드는 결국 경기 막판 승부를 결정지었다. 에반 모블리의 덩크슛에 이어 도노반 비첼의 레이업슛으로 차이를 벌린 클리블랜드는 경기 종료 23초 전 다리우스 갈랜드의 쐐기 득점을 117-111을 만들었고 이후 남은 시간 시카고의 공격을 잘 막아내며 승리를 지켜냈다. 에반 모블리가 15점·12리바운드로 두 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작성했고 도노반 미첼이 36점으로 양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다. 오클라호마시티 선더는 커리어 하이를 찍은 샤이 길저스-알렉산더를 앞세워 LA 클리퍼스를 134-128로 꺾었다. 서부콘퍼런스에서 가장 먼저 9승(2패) 고지에 오른 오클라호마시티는 피닉스 선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제치고 서부콘퍼런스 선두로 올라섰다. 직전 골든스테이트전에서 골반 골절상을 입은 주전 빅맨 쳇 홈그렌이 빠진 오클라호마시티는 그 빈 자리를 ‘에이스’ 길저스-알렉산더가 완벽히 채웠다. 길저스-알렉산더는 이날 45점에 어시스트 9개와 스틸 5개를 곁들이는 원맨쇼를 펼쳤다. 45점은 길저스-알렉산더의 한 경기 최다 득점이다. 샤이 길저스-알렉산더. AP연합뉴스
- 일본, 인니 원정 불운 조짐?···비행기 고장 회항→10시간 지연 출발
- 2024. 11. 11 08:38 축구
-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 Getty Images코리아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신태용호를 향한 희망의 징조일까. 일본 축구대표팀이 인도네시아 원정을 위해 탄 비행기가 기체 결함으로 회항한 뒤 10시간 늦게서야 다른 비행기로 출국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일본 닛칸 스포츠는 11일 “일본 축구대표팀이 탄 비행기가 기계적인 고장이 발생해 강제 회항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대표팀은 10일 오전 10시께 하네다 공항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출발했으나 비행기가 이륙한 뒤 기계적인 결함이 발견돼 하네다 공항으로 되돌아오는 이례적인 상황을 만났다. 이에 대표팀 선수단은 공항 인근 호텔에서 대기하다 10시간 가량 지나 오후 8시에 다른 비행기를 타고 자카르타로 떠났다. 일본 축구 대표팀은 항공사 관계자로부터 사과를 받고 출국했다. 일본 축구대표팀은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C조에서 3승1무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번 11월 2연전은 모두 원정경기로 치른다. 14일 자카르타에서 인도네시아와 맞붙고 19일에는 샤먼에서 중국과 맞붙는다. 예선 3무1패를 기록 중인 인도네시아는 14일 일본에 이어 19일 사우디 아라바이와 홈에서 2연전을 벌인다.
- 시트콤 어벤져스 뭉친다…‘남자 셋 여자 셋’ 송창의 PD, ‘고장난 가족’으로 컴백
- 2024. 07. 04 15:08 연예
- 고장난 가족 포스터. ㈜스토리셋 ㈜시테스 ‘남자 셋 여자 셋’을 연출한 송창의 PD가 새로운 시트콤 ‘고장난 가족’으로 안방 극장을 찾는다. 지난달 27일 IPTV 및 주요 플랫폼에서 VOD로 공개돼 화제를 모은 ‘고장난 가족’은 ‘시트콤의 대부’ 송창의 PD 제작에 ‘막돼먹은 영애씨’의 정환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늙어도 생일은 생일이다’, ‘빚 좋은 개살구’, ‘우리 아직 안 죽었어’, ‘이 남자 이 여자가 사는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엄마다’, ‘그 남자의 향기’, ‘전설의 희나리’, ‘달 밝은 밤에는’ 등 8개의 소제목들에서 보듯 상반된 환경의 두 가족 생활 에피소드를 코믹 버전으로 녹였다. 매회당 10여 분 이내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가슴 뭉클한 휴머니즘이 깔려 있으며, 허를 찌르는 반전적 요소들이 감동을 더한다. 출연 배우들은 영화, 드라마에서 이름을 날린 중견 연기자들로 ‘국민 시어머니’ 원종례와 ‘막돼먹은 영애씨’의 단골 배역 전성애가 오래된 친구로 분하며, 베테랑 배우 김종구가 전성애의 가부장적 남편으로 완고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래퍼 겸 배우 양동근과 개그우먼 박슬기는 적재적소 장면에 카메오로 특별 출연한다. ‘안녕 프란체스카’의 안성댁 박희진과 감초 배우 김형범은 부부 역할로 아이를 갖기 위한 19금 연기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헐리우드에서 훈련받은 연기자 최반야와 연기학 석사 출신 배우 정정아는 친구 사이로 분해, 이 시대 40대 ‘낀세대 여성’의 애환을 연기한다. 한편 ‘고장난 가족’은 지난 6월 25일 제작진과 출연진이 함께한 자체 시사회를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진행하며 관심을 모았다.
주간경향(총 35 건 검색)
- [우정 이야기] 하회탈의 고장, 우표로 만나보세요(2024. 10. 16 06:00)
- 2024. 10. 16 06:00 경제
- 경북 안동 하회마을 전경과 월영교 야경을 담은 하회마을 기념우표 /우정사업본부 제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상북도 안동 하회마을의 아름다운 전경을 우표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10월 10일 안동의 주·야경을 담은 기념우표 40만8000장을 오는 10월 18일 발행한다고 밝혔다. 우표에는 하회마을 전경과 야경으로 유명한 월영교의 모습이 담긴다. 우정사업본부는 ‘한국도시의 낮과 밤’이라는 주제로 매년 기념우표 시리즈를 발행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이 도시 중 처음으로 선정됐고 안동은 두 번째 도시다. 기념우표는 총괄우체국이나 인터넷 우체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 하회마을은 안동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하회(河回)라는 이름처럼 강이 마을을 감싸고 흐른다. 고택과 서원, 정자와 정사 등 전통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회마을은 본래 풍산 류씨의 집성촌이었다. 2010년 빼어난 건축과 문화적 전통의 고장으로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회마을 내에 있는 월영교는 한국에서 가장 긴 목조다리다. 폭 3.6m, 길이는 387m에 이른다. ‘월영(月映)’이라는 이름대로 강물에 달이 비치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월영교 중간에는 월영정이 있고, 다리를 따라 조명이 설치돼 있어 야경을 즐기기 좋다. 마을에 얽힌 역사도 깊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하회마을을 상징하는 민속놀이다. 12세기 중반부터 상인들이 유행시켰다. 주민들은 정월 초이튿날부터 보름 사이에 병을 앓지 않도록 신에게 기원하는 가면극을 벌였다. 이때 이용되는 게 국보 ‘하회탈’이다. 오리나무에 종이를 입히고 옻과 안료를 칠해 만든다. 보통 탈놀이 후에는 탈을 태우는 관습이 있었는데 하회마을에서는 탈을 엄격하게 관리해 보존이 잘된 편이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서민들이 지배계층인 양반과 선비의 허위의식을 폭로하는 통로가 됐다. 승려의 파계라는 줄거리로 불교의 타락상과 종교의 허구성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회마을에서는 양반들이 이런 탈놀이를 묵인하거나 아예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탈놀이가 계급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도 하회마을 탈춤 특설공연장에서 주말마다 탈춤 공연이 진행된다. 하회마을 인근에는 병산서원이 있다. 조선의 문신인 류성룡의 위패가 이곳에 있다. 병산서원은 고종 때 흥선대원군이 서원 철폐령을 내렸을 때도 가치를 인정받아 보호됐다. 배롱나무 한 그루가 있는 광영지, 통나무 계단이 있는 만대루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아름다운 건축구조로 유명하다. 하회마을에서 걸어갈 수 있다. 하회마을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2500원, 어린이 1500원이다. 단체로 방문하면 300~1000원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봄과 가을에 갔을 때 특히 절경이라는 평이 많다.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 엘리자베스 전 영국 여왕 등 해외 지도자들도 하회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다.
- 우정이야기
- [꼬다리] 고장 난 기타, 전설이 되다(2024. 06. 19 06:00)
- 2024. 06. 19 06:00 사회
- 기타리스트 개리 무어가 ‘그리니(Greeny)’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어떤 악기들은 연주자만큼이나 유명하다. 내가 즐겨 듣는 록 음악에도 전설이 된 기타가 여럿 있다. ‘그리니(Greeny)’란 별명을 가진 1959년제 일렉트릭 기타도 그중 하나다. 플리트우드 맥의 피터 그린과 ‘기타의 신’ 개리 무어를 거쳐 지금은 메탈리카의 커크 해밋이 소유하고 있다. 블루스 록 팬들은 그리니를 성배(聖杯)로 숭배하는데, 사실 그리니는 불량품이다. 알려진 정보를 종합하면 이렇다. 1960년대의 어느 날 피터 그린은 런던의 한 악기 수리점에 그리니의 픽업(기타 줄의 소리를 잡아 앰프로 보내는 부품) 수리를 맡겼다. 작은 마이크인 픽업은 일렉트릭 기타의 소리를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다. 문제는 수리공이 픽업 수리를 잘 몰랐다는 데 있었다. 수리공이 수리를 잘못하는 바람에 그리니의 소리는 달라져 버렸다. 픽업의 전기 신호가 어딘가 어긋난 것이다. 픽업을 뒤집어 부착해봐도 그리니의 소리는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피터 그린은 그냥 픽업을 반대로 끼운 채 그리니를 계속 사용했다. 그런데 이 불량 픽업의 소리가 너무 독특하고 아름다웠다. 고음역대가 강조되고 묘한 배음이 섞이며 그리니만의 달콤한 음색이 만들어졌다. 당대는 물론 지금도 다른 기타는 낼 수 없는 소리다. 그리니의 숨결은 개리 무어가 남긴 불후의 기타 명곡 ‘Parisienne Walkways’, 플리트우드 맥의 ‘Black Magic Woman’ 등에서 느낄 수 있다. ‘전설이 된 불량품’ 그리니의 따뜻한 음색이 가끔 위로처럼 들릴 때가 있다. 나다운 그 무엇을 원하면서도 남들과 다르지 않을까 자주 전전긍긍했다. 후배들과의 술자리에서는 ‘삶에는 정답이 없다’며 잔 부딪히고, 다음날 해가 뜨면 세상이 써놓은 정답지를 슬쩍슬쩍 훔쳐봤다. 결정적인 갈림길마다 진짜 내 안의 목소리에 충실한 선택을 했던 기억은 많지 않다. 나뿐만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표준적인 삶의 경로를 따라야 한다는 압력이 큰 한국사회에서 생은 자주 퀘스트(임무)가 된다. 몇 살에는 뭘 해야 하고, 이때쯤엔 뭘 이뤄야 하고…. 물론 그런 삶이 틀렸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밖의 다른 삶을 ‘틀린 것’으로 만드는 사회적 압력은 분명 다른 문제다. 레벨마다 올려야 할 스킬(기술)과 능력치를 정확히 제시하는 ‘게임 캐릭터 육성법’은 한국사회에서 거대하게 재현된다. 경로 이탈의 공포는 납덩이처럼 무겁다. ‘불량품’ 그리니가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자기만의 음색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을까. 불량 픽업을 서둘러 교체하거나 내내 부끄러워하며 살지 않았을까. 모난 돌은 정 맞고 못난 돌은 가라앉는 사회에서 ‘너답게 살아!’라는 말은 때로 가혹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모두 나답게 행복하고 싶어하는 존재다. 그리니는 그리니대로, 나는 나대로. 그리니처럼 ‘전설’이 되지 않더라도 그저 나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어쩌면 그곳이 지렛대의 힘점일지도 모른다. 거기서 시작해보고 싶다.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를 우리이지 못하게 짓누르는 것이 무엇이고, 누구인지를. 애쓰지 않아도 사랑받는 꿈을.
- 꼬다리
- [표지 이야기]1 대 99의 불평등, 고장난 자본주의를 고쳐야 산다(2019. 11. 18 14:57)
- 2019. 11. 18 14:57 사회
- ‘예비 노벨 경제학상’의 하나로 꼽히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한 대런 애쓰모글루 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교수는 경제성장에서 ‘국가와 제도의 역할’을 강조하는 경제학자다. 그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에서 한국과 북한이 동질적인 사회였음에도 한쪽은 경제적 유인을 창출하고, 혁신을 보상하며, 모든 사람에게 경제적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포용적 제도’로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한 반면 다른 한쪽은 착취적·억압적 제도를 택해 경제 성과에서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시의 한 명품 매장 쇼윈도우 앞에서 노숙인이 행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Photo by Max Bohme on Unsplash 그가 만약 2019년 지금의 한국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17년까지의 최상위 소득 비중’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현재 20세 이상 성인 중 소득 상위 10% 집단의 소득 비중은 50.6%로 절반을 넘었다. 10명 중 1명이 전체 소득의 절반을 가져가고 나머지 9명이 절반을 나눠 갖는 사회가 된 것이다. 한국의 불평등 정도는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 중에서도 최악의 수준에 도달한 상황이다. 이런 소득 집중도는 미국·일본에 비해서도 높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애쓰모글루는 연구할 때 1980~90년대 고도성장하던 한국을 본 것”이라며 “시골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도 열심히 공부해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집도 사고, 차도 사는 모습을 본 것인데 그걸 지금도 가능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불평등과 양극화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지난 7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소득 상위 10% 계층의 실질임금은 1979~2018년 37.6% 증가했지만 하위 10%는 1.6%, 하위 50%는 6.1% 성장에 그쳤다. 특히 남성 하위 10%의 경우 실질임금이 13.3% 감소했다. 미국을 상위 10%가 사는 나라와 하위 10%가 사는 나라로 나누면 별개의 나라인 것처럼 엄청난 격차의 소득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불평등은 짧게는 세계화의 물결이 거세게 밀려들던 1990년대 이후, 길게는 신자유주의가 태동했던 1970년대 이후 줄곧 악화됐다. 전체 국민소득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고, 자산의 격차도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0% 계층의 소득 비중 증가는 최상위 1%가 주도했다. 2010년대 이전까지는 임금 불평등이 최상위 계층 소득 증가의 주요 원인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배당과 같은 금융소득과 사업소득 불평등의 영향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소득보다 자산소득의 격차가 불평등을 더 키우는 상황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 대 8’을 넘어 ‘1 대 99’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불평등 문제가 심해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성장 둔화에 기후위기까지 가시화되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신자유주의의 발상지라 할 미국과 영국에서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9월 ‘자본주의를 리셋(재출발)할 시점’이라는 제목의 기획을 냈고, <이코노미스트>는 부유세 도입과 구글·페이스북 등 독점 기업의 해체, 노동자의 경영 참여 등을 주장한 민주당의 대선주자 엘리자베스 워런을 특집으로 다루기도 했다. 신자유주의 태동 이후 불평등 악화 신자유주의는 무역장벽을 낮추고 자본 시장 규제를 완화해 노동이 가장 저렴한 곳으로 자금이 흐르도록 하는 경제 모델이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이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세계화와 자유무역으로 성장해 많은 사람들이 빈곤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개별 국가 내부에서는 불평등을 키웠다는 부정적 평가가 더 크게 나오고 있다. 사이먼 존슨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경제학자는 지난 10월 1일(현지시간)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하는 방법’이라는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 “2008년 금융위기는 기후변화와 급격하게 증가한 불평등에 대응하지 못한 실패와 함께 미국을 비롯해 대다수 서구 세계에 널리 퍼진 신자유주의적 합의를 파탄냈다”며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포용적 형태의 자본주의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사례로 엘리자베스 워런이 강조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들었다. 워런은 지난해 내놓은 ‘책임 있는 자본주의 법안’에서 경영자 보수 제한, 노동자 경영 참여 조항과 더불어 일정 규모 이상의 법인기업은 재무적 이해뿐 아니라, 해당 기업과 계열사 및 협력업체 노동자, 소비자, 지역공동체 등 전반적인 공공의 이익(이해관계자)을 위해 활동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워런은 이 외에도 부유층과 기업들에 최소 6조 달러(약 6959조원)의 증세, 애플·페이스북·아마존·구글 등 IT 기업들의 독점 해체, 셰일가스 채취를 위한 수압파쇄 금지, 전 국민 의료보험 실시 등 급진적 주장을 내세웠다. ‘뼛속까지 자본주의자’라고 자청한 그가 요구한 것은 미국 자본주의를 개조 혹은 재설계하자는 제안에 가깝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 상원의원이 지난 10월 22일(현지시간) 시카고 웨스트사이드의 오스카 드프리스트 초등학교 밖에서 파업 중인 시카고 교원노조 및 국제서비스노조와 시위를 함께하며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대선의 또 다른 관심 주자인 민주당의 앤드루 양 후보는 18세 이상 성인에게 매달 1000달러(약 120만원)씩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자동화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술진보의 성과를 독점하는 기업들에게 세금을 거둬 재원을 마련한다는 생각이다. 비록 월가가 워런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자본주의가 주주 이익만 좇을 것이 아니라 다양한 대안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인식은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주요 미국 대기업을 대표하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은 지난 8월 말 ‘포용적 번영’을 강조하는 ‘기업의 사명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윤을 극대화하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을 기업 활동의 최우선 목표로 삼는 주주 자본주의를 재검토하고 직원과 고객, 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번영을 극대화하는 것을 새 목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정당한 몫을 보상하고 교육에 투자하며, 납품·협력업체는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대우하며, 지역사회 구성원을 존중하고, 사업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한 행위를 함으로써 환경을 보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포용적 번영을 위한 기업의 사명 BRT에는 아마존,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제너럴모터스, 블랙록 등 미국 최대 기업들이 참여했다. 미국 JP모건체이스의 최고경영자이자 BRT 회장인 제이미 다이먼 회장도 지난 4월 비슷한 취지를 담은 서한을 주주들에게 보냈다. 밀턴 프리드먼이 1970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주주 이익의 증대”라고 주장하며 시작된 주주 자본주의에 중대한 균열이 생긴 것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SK그룹이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국제적 흐름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제적 가치와 함께 일자리 부족, 환경 오염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일컫는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고 그 성과를 측정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 관계사 경영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물론 주주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세금을 회피하거나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행위를 피하고 자사주 매입 대신 투자를 확대하는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민간연구소 랩(LAB)2050의 이원재 대표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대한 미국 기업가들의 성명은 2008년에도 있었지만 실패했다”며 “지금 똑같은 말을 다시 하는 것은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돈만 풀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앤드루 양의 돌풍을 보더라도 불평등과 인종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기본소득 같은 보편적 시스템을 갖춘 복지국가로의 변화가 함께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외에서 자본주의 비판론이 거세진 것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정도로 불평등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최상위층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세정책이 이뤄진 것도 한몫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2013~2017년 최상위 0.1%가 벌어들이는 근로소득이 40% 늘어나 전체 소득에서 점유하는 비중은 높아졌지만 전체 결정세액에서 차지하는 세 부담 비중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5년간 소득 최상위 구간에 속하는 이들이 월등히 높은 소득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세부담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구, 특히 미국의 경우 주로 최상위 1%나 상위 소득자의 자산 및 소득 증가 문제가 상당히 심화됐고 그런 맥락에서 부유세가 많이 논의된다”며 “국내에선 상위 소득자의 증가와 저소득층의 지위 하락이 눈에 띄게 커졌고, 이게 빈곤 문제로 나타나는 특성을 보여 특히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 보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저소득층 지위 하락에 기술 변화와 세계화 같은 외부 시장 변화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증대나 중소·대기업 간 격차 같은 제도적 요소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근래에는 노인빈곤 문제가 심각해졌는데, 연금으로 소득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태로 노후에 진입하면서 소득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사회 제도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엘리자베스 워런이 미국 자본주의를 개조하려 한다는 내용을 담은 10월 26일자 발행 표지(왼쪽)와 “자본주의를 리셋할 때가 됐다”는 글귀를 전면에 인쇄한 지난 9월 18일자 1면(오른쪽) / 홈페이지, 트위터 구 교수는 “우리나라는 1980년대까지 분배와 성장을 잘 결합한 사례로 분류되는데 그때 중요한 역할을 한 게 1950년대 있었던 농지개혁이었다”며 “당시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 할 농지를 재분배하면서 평등화를 이뤄 산업화를 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장점이 1990년대를 지나면서 사라지고 부동산이 계층 간 격차를 벌리는 주요 요인으로 등장하면서 소득 불평등만이 아니라 자산 불평등까지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불평등 해소 방안도 이런 점에서 노동소득보다 자산 불평등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그간 근로소득 균등화에 초점을 맞춘 최저임금 정책, 비정규직 정책을 펴왔지만 이제는 자본소득의 불균등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자소득,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와 보유세 강화 등이 이런 정책 수단으로 거론된다. 자산소득 균등에 더 관심 쏟을 때 구 교수는 “과도하게 낮은 상태인 보유세의 강화는 기본적 제도 정상화 차원에서 당연히 밟아야 할 조치”라면서 “최근 세대 간 불평등이 재생산되는 양상이라 교육과 고용에서의 형평성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치다. <21세기 자본>을 쓴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불평등은 정치·사회적 선택의 결과로 해법도 정치적 선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 정책이나 교육, 고용 등 모든 정책은 정치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정당들의 노선과 정책 대결로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다양하고, 소수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로 가능하다는 게 구 교수의 생각이다. 단순 다수 득표자가 당선되는 소선구제 역시 중·대선거구제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부동산 보유세 올리면 농지개혁과 비슷한 효과” 한국은 1960년대 고도성장을 발판으로 지금은 경제강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기득권의 진입 장벽 탓에 세대 간 계층 이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새로운 제도개혁이 다시 필요해진 시점이다. 매년 1%씩의 부동산 보유세를 제안한 하준경 한양대 교수(50)에게서 한국의 불평등 해소 방안을 들었다. -엘리자베스 워런의 부유세 등 자본주의 개조 정책을 어떻게 보나.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니까 자본에 세금을 부과해 재분배해 쓰자는 것이다. 워런이 말하는 2~3% 부유세가 과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1950년대 했던 농지개혁을 지속적으로 하는 구조와 같다. 자산을 재분배해 초기 조건을 비슷하게 한 후 자유경쟁을 통해 경제를 성장하자는 건데 이게 몇십 년이 지나면서 양극화가 생겨 기득권을 얻은 사람이 진입장벽을 쌓고 독과점을 만들면서 모든 경제 주체가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면서 효율성 높이고 성장한다는 자본주의 작동 메커니즘이 변질됐다.” -한국의 불평등은 어떻게 보는가. “우리의 경우 모든 불평등이 부동산과 교육으로 나타난다. 부동산으로 쌓은 부를 사교육을 통해 대물림하는 ‘세습 자본주의’의 모습이 나타난다. 집값 상승과 사교육은 출산율을 떨어뜨린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98명인데, 이는 전쟁하는 나라에서 나오는 수준이다.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해 사교육을 통해 신분을 세습할 수 없는 입장에서 아이를 낳는 게 전장에서 죽느냐 사느냐의 상황이 된 것과 비슷하다. 이런 정도면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다 깨지고 세습 자본주의 스스로의 생존도 보장하기 어렵다.” -알게 모르게 법과 제도가 저소득층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 아닌가. “대표적으로 입시제도가 그렇고 정규직·비정규직도 그렇다. 실력 차는 얼마 안 되지만 임금 차이가 많이 나 실제적인 신분제로 작용한다. 조그만 차이를 굉장히 큰 차이로 만들어 극복하기 어렵게 만드는 게 많다. 성장을 체감하지 못하고 정책이 나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협력하지 않고 부동산 투기 같은 남의 것을 뺏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다.” -‘자본주의 리셋’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평등 담론이 퍼진 이유는 무엇인가. “‘월세계급’이라는 말이 있다. 옛날 같으면 자기 집을 샀는데 이젠 월세 내면서 전전해야 한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은 새로운 농노계급이라고 한다. 밀레니얼 세대에 이런 불만이 많은데 나이가 들어 노동시장에 들어오면서 이들의 목소리가 커진 세대적 요인이 있다. 또 양극화가 워낙 심해 여기서 분노한 백인 노동자의 표심이 대선(트럼프 당선)에 영향을 줄 정도가 됐다. 리셋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사실 같은 출발선상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시 같은 출발선상에 서야 공정하지 않겠냐는 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출발선상의 격차를 줄이고 그간 규칙이 너무 기득권에 유리하게 맞춰져 있는데 이걸 재정비하자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유연안정성이 가능할까. “내가 이걸 양보하면 굶어죽는다고 생각하면 양보 못 한다. 일단 사회안전망부터 잘 만들어놓고 그다음에 기득권이 갖는 지대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돈이 든다. 재정을 잘 써서 손해 보는 사람들에게 먹고살 수 있게 해주고, 이익 보는 사람들은 그만큼 부담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농지개혁과 같은 효과를 갖는 부동산 보유세를 주장했다. “미국에서 2억원짜리 집에 살면 매년 200만원씩 세금을 낸다. 그 정도면 집값 자체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이 집을 사기 용이해진다. 우린 재산세하고 종부세가 있는데 크게 효과가 없다. 우린 20억원짜리 집을 갖고 있어도 400만원 내고, 30억원이 넘어도 같은 액수를 낸다. 우리의 세금 부담이 적은 것이다. 1%씩 매년 보유세를 걷으면 100년이 지나면 토지를 100% 회수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 표지 이야기
- [영화속 경제] 고장나 버림받은 장난감의 재탄생(2019. 07. 12 14:31)
- 2019. 07. 12 14:31 경제
- 관객과 함께 자라는 영화가 있다. 아이에서 청소년으로, 어른으로 변해가는 시각을 따라 영화도 눈높이를 맞춘다. 조시 쿨리 감독의 <토이 스토리 4>가 그런 영화다. 1995년 개봉한 <토이 스토리>는 1999년에 2편이, 2010년에 3편이 나왔다. 그리고 9년 만에 4편이 나오기까지 총 2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아빠와 함께 1편을 봤던 아이는 이제 부모가 되어 자녀의 손을 잡고 카우보이 우디와 우주비행사 버즈를 만난다. 는 생명을 가진 장난감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토이 스토리의 네 번째 이야기다. 새 친구 ‘포키’를 찾는 여정을 떠난 우디와 친구들의 모험을 담았다. / 디즈니 우디와 장난감 친구들은 3편에서 대학생이 되어 떠난 앤디와 헤어진다. 이제 옆집 꼬마숙녀 보니의 장난감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던 보니는 수업시간 중 포크로 장난감 ‘포키’를 만든다. 그제서야 마음의 안정을 찾은 보니는 포키를 어느 장난감보다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포키는 보니에게서 탈출을 꿈꾼다. 보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우디는 실종된 포키 찾기에 나선다. 우디 앞에 나타나는 새로운 적은 인형 개비개비다. 1950년대 만들어진 개비개비는 지금껏 한 번도 사랑을 받지 못한 채 골동품 가게에 전시돼 있다. 개비개비에게도 사랑을 받을 기회는 있다. 자신의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을 보며 꾸준히 골동품점 주인할머니를 찾아오는 손녀 하모니다. 하지만 하모니는 개비개비를 들었다가도 다시 내려놓는다. 소리박스가 고장나 아무런 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비개비는 자신의 소리박스를 고치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결국 고친다. 이제 하모니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생산된 제품에 흠집이 있을 때 이를 손질해 정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되파는 제품을 ‘리퍼브 제품(refurbished product)’이라고 한다. ‘새로 꾸미다, 재단장하다’라는 뜻의 ‘리퍼비시(refurbish)에서 나온 용어다.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다보면 약간의 흠집이나 색상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버리기보다 재손질해 정가보다 30~40% 할인해 판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꽤 오래전에 정착된 판매방식으로 별도의 매장을 설치해 러퍼브 전문코너를 운영하기도 한다. 생산자와 유통업체는 값싸게 재고품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똑같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 국내에서 노트북·디지털카메라·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리퍼브 제품 판매가 시작돼 최근에는 TV·에어컨 등 가전제품, 가구, 화장품, 장난감 등으로도 확대됐다. 시장규모도 약 1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불황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커질 때 시장이 커질 수 있다. 리퍼브 제품처럼 정품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으로는 전시제품 판매도 있다. 기존 매장에 전시되었던 제품을 싸게 사는 형태다. 생산자와 정식 유통계약을 맺지 않고 제3의 업체가 유통하는 병행수입도 있다. 공식 유통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금지했지만 1995년부터 허용이 됐다. 벌크도 정품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별도의 박스 없이 본체만 유통되는 상품을 말한다. 다만 정식 유통계약을 맺지 않은 상품을 구입할 경우 향후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해보상을 받거나 애프터서비스를 받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포키를 찾던 우디는 우연히 여자친구인 도자기 인형 보핍과 재회한다. 먼저 세상에 나온 보핍은 어느새 용감한 인형이 되어 있다. 장난감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면 버림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장난감의 운명이기도 하다. 우디 인생의 다음 주인공은 누구일까. 영화에 답이 있다.
- 영화 속 경제
레이디경향(총 8 건 검색)
- [주말에 떠나는 테마여행]푸르름이 가득한 대나무의 고장 담양
- 2011. 09. 15 10:46 레저/여행
- 속도에 무감각하게 느리게, 천천히 산다는 것은 요즘과 같은 시대에 엄청난 모험일 수 있다. 하지만 가끔 그 느림의 미학을 즐길 때 우리 몸과 마음은 잠시 선계(仙界)로 외출을 다녀오는 듯하다. 언제나 푸름이 가득한 대나무의 고장 담양, 그곳에서 느리게 사는 즐거움을 느끼고 왔다. 계절마다 다른 옷을 갈아입는 소쇄원. 여름의 소쇄원은 녹음이 가득하다.시심(詩心)을 자극하는 소쇄원 ‘여보게, 나는 혼탁한 세상이 싫어. 그러니 나는 이만 산속 깊은 곳에 집 짓고 유유자적하며 생활할까 하네.’ 담양에 터를 잡은 이름 모를 선비가 할 법한 말이다. 그 선비는 세상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할 바에야 벼슬이나 당파 싸움에 휩쓸리지 않고 자연에 귀의해 살기를 희망한 것이다. 담양 소쇄원은 하늘 높이 솟은 대나무가 여행자의 발길을 안내한다.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나무는 좌우로 흔들린다. 잎새에 이는 바람은 ‘우수수’ 마치 비가 쏟아지는 소리인 듯하다. 모두 한 자리에서 자란 대나무들이지만 그 굵기와 생김새가 서로 다르다. 자연이 이러할진대 어찌 사람이 뜻을 모으기가 쉬울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담장의 기와. 소쇄원을 만든 이는 1503년에 태어나 1557년에 생을 마감한 ‘양산보’라는 사람이다. 15세에 조광조의 문하에서 공부하던 중 스승이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귀양을 살다 사약을 받고 죽게 되자 17세에 낙향해 소쇄원을 세웠다고 한다. 중앙정치에 나가지 않고 지방에서 학문을 닦으며 평생을 보낸 양산보 선생. 그는 당시 정치에 대해 느림의 미학을 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기 것을 주장하되 과하지 않게, 세상에 천천히 녹아들 수 있도록 말이다. 광풍각으로 가기 위해서는 실개천을 건너야 한다. 나름 낙차가 있는 것으로 보아 수량이 많은 날에는 제법 그럴싸해 보일 것 같다. 광풍각은 중앙에 작은 방이 있고 양옆으로 툇마루가 있다. 반질반질하게 손때가 묻은 나무 기둥과 마루에는 4백여 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듯하다. 선생은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를 바라보면서 선비의 지조를 되새겼을 게다. 그리고 사철마다 옷을 갈아입는 정원수들을 바라보며 세월의 변화무쌍함을 느꼈을 것이다. 아름다운 풍광은 한가로이 자연을 벗 삼은 선생의 시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을 터. 짙은 녹음은 여름날의 기억을 저 멀리 보내기 싫은 듯 아직 푸르다. 화려한 단풍을 기대한다면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경이 좋겠다. 물론 겨울에는 눈 덮인 소쇄원을 볼 수 있으니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제월당에서 바라본 광풍각의 기와지붕. 단아한 모습이 멋스럽다. 댓잎 소리에 귀 기울이는 곳, 죽녹원 2003년 5월에 조성된 죽녹원은 대나무가 빽빽하게 뿌리를 내린 모양이 마치 고슴도치 가시 같다.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가 있었다. 그는 소쇄원을 그리면서 자연의 틈 속에 인간이 잠시 머물 수 있도록 최소한의 붓질을 했다. 그런데 죽녹원은 인간의 틈 속에 자연을 그려서 액자에 넣어놓았다. 한 화가가 그린 그림이지만 그 작품의 완성도는 대나무의 키보다 더 높아 보인다. 자연산 회와 양식 회의 차이라고나 할까. 워낙 찾는 이가 많은 곳이다 보니 ‘느리게’를 외치며 여행길에 오른 여행자의 눈가에 주름을 짓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이라는 것이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이겠는가. 걸음을 잠시 멈추고 눈을 감고 귀 기울여보자. 작은 바람에 댓잎이 흔들리며 여행자에게 말을 걸어온다. 마른 댓잎과 젖은 댓잎이 내는 소리가 다르고, 키 큰 대나무와 키 작은 대나무가 내는 소리 또한 다르다. 실눈을 떠 하늘을 바라보면 댓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은빛 찬란한 태양을 만날 수도 있다. 순간 여행의 의미와 즐거움은 주어지는 것이 아닌 만드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담양에서는 대나무통을 재활용하지 않아요” “담양은 토양이나 기후가 대나무가 자리기에 적합한 곳이죠. 때문에 전국에서 대나무가 제일 많이 생산돼요. 서울을 비롯해 전국 어디서나 대통밥을 먹을 수 있지만 담양 대통밥을 따라갈 수는 없어요. 담양에 있는 대부분의 식당은 대통밥에 사용한 대통을 재활용하지 않기 때문이죠. 대통에 쌀, 찹쌀, 흑미, 검은콩, 은행, 대추 등을 넣고 영양밥을 하면 대나무의 죽력(대나무 진액)이 밥에 배어드는데 재활용을 하면 그 효과는 없어진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대통밥은 담양에서 드세요.” 하늘 높이 솟은 대나무들과 그 사이를 오가는 바람과 사람들. 죽림을 걷는 기분은 언제나 시원하다.죽녹원 앞에서 대통밥과 떡갈비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의 말이다. 그의 말을 듣고 나서일까, 밥맛이 타지에서 먹는 것과 다르다. 쫄깃하고 차지며 달기까지 하다. 찰떡을 먹는 기분이랄까. “떡갈비는 굽자마자 바로 먹는 게 제일 맛있어요.” 사장의 떡갈비 자랑이 이어진다. “떡갈비는 석쇠에 구워서 기름이 다 빠진 상태라 식으면 고기가 딱딱해지고 맛이 덜하죠.” 그의 말이 옳았다. 첫 맛과 마지막 맛은 달랐다. 천연기념물 ‘관방제림’과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영양 대통밥과 떡갈비로 두둑해진 배를 두드리며 관방제림으로 산책을 나섰다. 관방제림은 300~400년생 거목들이 2km에 이르는 제방에 심어져 산책길처럼 조성된 곳이다. 나무마다 식별 번호가 있는데 1번부터 400번대 이상 나무까지 번호표가 붙어 있다. 1인 자전거부터 4인이 탑승할 수 있는 가족 자전거까지 입맛대로 골라 탈 수 있으니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달려보자. 죽녹원을 지나 둑길을 계속 걸어가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까지 다다른다. 이 길은 2008년 건설교통부에서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촘촘하게 서로를 이웃하고 있는 나무는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다. 봄에는 큰 덩치의 나무에 연한 새싹이 앙증맞게 자라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가득하다. 가을에는 황금색의 화려한 단풍으로, 겨울에는 소복이 내려앉은 눈이 정취를 더한다. 굵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어루만지는 중년부부의 모습이 정겹다.느리게 사는 즐거움을 찾아서, 한옥에서의 하룻밤 하루 동안 이곳저곳을 기웃거린 탓에 다리가 피곤하다고 아우성이다. 번잡한 곳을 떠나 느리게 사는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는 슬로시티 ‘창평 삼지내마을’을 방문했다. 슬로시티는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민간주도형의 범세계적인 ‘슬로라이프’ 운동이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전남 신안군 증도를 시작으로 완도 청산, 장흥 유치, 담양 창평, 하동 악양, 마지막으로 예산 대흥까지 총 여섯 곳이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창평 삼지내마을에서 한옥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장은 삼지내마을은 슬로시티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며 마을의 홍보대사를 자처한다. “우리 마을은 전통과 자연 생태가 잘 보전되어 있어요. 물론 전통음식도 풍부하지요. 무엇보다 고택과 어우러진 돌담의 풍경은 이곳만의 자랑이랍니다. 마을에서 고택을 한 바퀴 돌아보시고 시장으로 나가보세요. 그곳에 가면 국밥이 유명한데 참 맛있답니다.” 고풍스러운 멋이 가득한 한옥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가 자연의 품에 머물고 있음이 분명하다. 숨 막히는 콘크리트 속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한옥의 흙벽과 나무들은 생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사람 손때와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모습이 자연 그대로이다. 초록색의 싱그러운 잔디가 바닥을 가득 채우고 그 위에 조용히 몸을 올려놓은 모습이 영락없는 새색시의 모습이다. 걷는 이의 보폭을 염려해 자연스럽게 땅에 깔린 돌 징검다리가 걷는 재미를 더한다. 푸른 잔디마당에서 바람을 맞고 있는 이불을 통해 주인장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한옥에는 참 많은 문이 있다. 천장에 부착하는 문, 미는 문, 여는 문, 문의 형태도 가지가지다. 그 가짓수만큼 문의 용도도 다양하다. 사람이 다니는 문, 바람이 다니는 문, 그리고 빛이 다니는 문. 그렇게 집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까지 자유롭게 출입한다. “한옥은 여름에는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추워요. 그래서 한옥 체험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지요.” 주인장의 말이 옳다. 어려서 외가에 갔을 때 머리맡에 놓아둔 걸레가 아침이면 얼어 있던 것을 본 기억이 난다. 심지어 자리끼(자다가 마시기 위해 머리맡에 준비해두는 물)가 얼어붙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생활과학의 증거다.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고 하지 않던가. 즉,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온돌로 난방을 하는 한옥은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이불만 덮고 있으면 금세 따뜻해진다. 물론 콧잔등은 시리다. 후~ 하고 불면 입김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건강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면 꼭 꺼리고 싫어할 일만은 아니다. 한옥에서는 음식 역시 천천히 만들어진다. 음식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 인간은 주체가 아니다. 인간은 수동의 태도를 지키며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흙으로 만든 옹기 속에서 시간을 충분히 보낼수록 그 맛은 더욱 깊어지고 몸에 좋은 음식이 만들어진다. 사람 사는 곳이 정남향이듯 옹기 역시 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있다. 주인장은 매일같이 이불 홑청과 베갯잇을 빨아 풀을 먹이고, 다림질까지 해서 새것을 준비해둔다. 손님을 맞이하는 정성이다. “저는 다른 곳에서 잘 때 누가 쓰던 걸 덮으면 찜찜하더라고요. 그래서 매일 귀찮지만 이렇게 준비해요. 그런데 요즘은 일이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귀찮은지도 모르고… 그냥 해요(웃음). 자전거를 이용하면 관방제림에서 메타세쿼이아길까지 달려볼 수 있다. 한옥 마당에 핀 꽃이 여유로움을 더한다. 대통 속에 찹쌀, 콩, 잣, 밤 등 영양 가득한 곡물이 탐스럽게 담겨 있다. 느림의 여유를 꼭 멀리까지 와서 찾을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누리고 싶어진다. 한가롭게 시간을 보낼 때 느끼는 행복감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즐거움이다. 무엇에 구속됨 없이 천천히 숨쉬고 행동하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되고, 여유를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 있음에 더욱 감사하게 될 것이다. 여행 정보 다녀온 곳 ▲ 소쇄원 ●입장료 어른 1천원, 청소년 7백원, 어린이 5백원 ●개방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위치 :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 123 ●문의 www.soswaewon.co.kr, 061-382-1071 ▲ 죽녹원 ●입장료 : 어른 2천원, 청소년 1천5백원, 어린이 1천원 ●개방시간 : 오전 9시~오후 7시 위치 : 전남 담양군 향교리 282 ●문의 www.juknokwon.org, 061-380-3244 ▲ 관방제림·메타세쿼이아길 ●위치 : 죽녹원 맞은편, 도보로 이동 가능 ●자전거 이용료 : 1인용 3천원, 2인용 5천원, 4인용 1만원 선 밥 먹은 곳 ▲죽녹원식당(061-382-9973) 떡갈비(2만원), 대통밥(1만원), 죽순회무침(1만5천원) ▲원조창평시장국밥(061-383-4424) 내장국밥(6천원), 선짓국밥(6천원), 머리국밥(6천원) 잠 잔 곳 ▲ 한옥 민박 ‘한옥에서’ ●객실 수 10실(2인실부터 4인실까지) ●객실요금 비수기 5만~17만원 선, 성수기 7만~22만원 선 ●체험거리 다도 체험과 쌀엿 만들기 체험 등(사전 문의) ●위치 : 전남 담양군 청평면 삼천리 364 ●문의 http://hanokeseo.namdominbak.go.kr, 061-382-3832 여행작가 임운석은… 2001년 본인보다 여행을 1% 더 좋아하는 아내와 결혼해 평생 여행만 하며 살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대 때에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신인상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문화·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이며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 국내 아웃도어 전문업체의 로드플래너 및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http://room no1.blog.me/)’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글·사진 / 여행작가 임운석>
- 주말에 떠나는 테마여행
- [길 떠나는 길]명품 와인 ‘샤토 마고’의 고장 - 프랑스 메독
- 2010. 06. 10 17:29 레저/여행
- 프랑스 와인 하면 메독 지역이다. 최고의 명품 ‘샤토 마고’ 와인은 물론, 8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저마다 고유의 개성을 지닌 와인이 탄생한다. 보르도시 북서쪽 오메독에서 시작되어 마고, 물리스, 리스트락, 생줄리앙, 포이약, 생테스테프, 메독으로 이어지는 길은 와인의 성지 순례다. 자, 이제부터 신의 물방울을 찾아 떠난다. (편집자 주) 메독 샤토 마고의 가로수길.프랑스 최고의 와인, 샤토 마고를 찾아 와인 좋아하는 사람들은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책을 적어도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1권부터 메독의 샤토 마고에 대해 나오는데, 한마디로 와인 숍에서도 제대로 갖추기 어려울 정도로 귀하고 좋은 와인이란다. 와인이 뭐 별건가 생각할지 모르지만 샤토 마고의 명성은 대단하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이런 말을 했다. “프랑스 최고의 와인은 샤토 마고”라고. 세컨드 와인 말고 빈티지가 좋은 것은 수백 유로씩 한다. 레알리스 마고 호텔의 전원미를 살린 테이블이 인상적이다.와인 여행을 떠나보자. 보르도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메독이란 지방이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에 가면 어디서나 메독 혹은 오메독 와인을 볼 수 있는데 바로 보르도의 대표 와인 지역 중 하나다. 오메독은 메독 남쪽 지방을 뜻한다. 보르도의 와인밭은 지롱드 강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강 동쪽이 생테밀리옹, 강 서쪽이 메독이다. 메독 아래엔 그라브, 포이약, 소테른 지방이 있고, 생테밀리옹 아래엔 포므롤, 프롱삭이 있다. 여기서 프랑스 최고의 와인들이 생산되는데(물론 부르고뉴도 좋은 와인이 수없이 많지만) 보르도를 통해 수출된다. 보르도는 폭이 400m나 되는 가론 강을 끼고 있는 프랑스 제2의 도시이자 과거 런던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는 항구도시로 여기서 와인이 수출된다. 보르도 와인 하면 실은 이 지역 전체 와인을 이야기하는 거다. 메독 지방 와인의 비밀 와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역명만 들어도 바로 알 테지만 설명을 좀 해야겠다. 일단 메독 지방은 땅이 거칠다. 석회 자갈이 많다. 여기서 자라는 포도 품종이 제한돼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주종이고, 카베르네 프랑도 기른다. 터프한 밭에서 나는 카베르네 소비뇽은 드라이하다. 물론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블렌딩을 해서 와인을 내놓지만 주종은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화이트 와인도 있다. 그래도 레드 와인이 맛이 더 좋다. 자연 속에 그대로 녹아 있는 메독 샤토 라스콩브의 전경. 메독 지방은 가도가도 끝없이 포도밭이 펼쳐진다. 들판에는 30~40년생의 포도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는데 4월 중순까지만 해도 무릎 높이쯤 하던 것이 이제는 허리춤 정도 자랐다. 이게 쑥쑥 자라서 가을이면 송글송글 알을 맺고 수확하게 되는 것이다. 곳곳에 중세의 건물이 보이는데 그중에서도 샤토 마고는 단연 돋보이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전 세계에서 3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테이스팅을 할 수 있다. 샤토 마고는 입구부터 성처럼 보였다. 나폴레옹 시대 때 포플러를 많이 심었는데 굵게 자란 아름드리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그 끝머리에 19세기 초에 지은 샤토 마고가 앉아 있다. 1801~1816년 건축가 루이 컴보가 지었다. 이 집은 주인이 살지 않고 웨딩 파티, 기업체 홍보 파티 등으로 빌려준다. 유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란다.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있는 여인.마고는 언제부터 와인을 만들었을까? 사실 로마시대부터 와인은 있었다.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 기록은 없다. 1759년에 발견된 자료에 이미 샤토 마고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주변에 마을은 없었다. 노동자와 농부들이 살기는 했지만 제대로 격식을 갖춘 타운은 아니었단다. 샤토 마고가 생기고 마고 마을이 생겨났다. 보통 샤토 뒤에 도시 이름을 붙일 수 없는데 마고만 유일하다. 노르웨이 출신으로 프랑스인 남편을 만나 30년 전부터 샤토 마고에서 가이드를 했다는 건보르 비자는 “이 지역 와이너리는 기업이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아직도 샤토 마고는 가족 중심으로 일한다”고 했다. 실제로 프랑스에선 이게 고민거리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와이너리를 산다. 기업들이 산 와이너리의 경우 미국 등에 있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와인을 블렌딩한다. 프랑스 고유의 와인 맛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의 맛을 지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메독 샤토 마고의 와인 창고와 와인의 또 다른 즐거움 메독 와이너리 필리페 라우건물 지하 카브에는 와인을 담은 오크통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18℃ 이하에서 숙성 중이다. 유리를 덮어놓았는데 와인통이 15% 정도 와인을 흡수해서 와인을 계속 부어줘야 한단다. 약 1200통이 있었는데 한 통에 250L의 와인이 들어 있다. 와인통 하나의 가격은 750~1000유로. 수명은 4~5년이다. 보통 80년 이상 된 아름드리 참나무로 만든다. 스테인리스 통도 쓸 수 있지만 와인은 오크통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수명을 마친 와인통은 겨우 15유로 정도를 받고 판다. 장식용으로 팔려나가는 것이다. 마고에는 오크통 만드는 장인이 따로 있다. 표면을 일일이 손으로 대패질했다. 그래야 질감이 좋다고 한다. 메독 지역의 명품 와인들 메독 지역의 명품 와인을 꼽으라면 샤토 마고, 샤토 라투르, 샤토 라피드 로칠드, 샤토 무통로칠드, 샤토 오브리옹을 들 수 있다. 물론 정확하게 말하면 샤토 오브리옹은 그라브고, 샤토 무통 로칠드는 포이약이지만 대개 메독 지역으로 본다. 메독 샤토 마고 와인.위에서 언급된 5개 와인은 프리미어 그랑크뤼 등급이다. 최고급이란 뜻이다. 보통 지역 표시를 AOC라고 하는데 여기서 등급을 매긴다. 생테밀리옹 지방의 경우 아펠라시옹 위원회(Institute National des Appellations D’origine)에서 10년마다 한 번씩 등급을 표시하는데 메독은 1855년 파리 박람회 때 보르도 상인들의 요청에 따라 등급을 매겼다. 이후 단 한 번도 등급 조정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다른 와이너리는 아무리 좋은 와인을 생산해도 프리미어 그랑크뤼에 들지 못하는 것이다. 단 하나 예외는 샤토 무통 로칠드가 1937년 1등급 와인으로 격상됐다. 보르도 와인은 알코올 도수로 치면 13도 정도다. 밸런스가 좋기로 유명하다. 밸런스는 알코올, 당도, 산도, 타닌을 의미한다. 이게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 와인 테이스팅을 해봤다. 다행히 그 비싸다는 와인이 무료다. 워낙 싼 와인에만 익숙해서인지 맛은 잘 모르겠다. 와인 전문가들은 처음 향과 두 번째 향이 다르기 때문에 공기 중에 산화를 시키면 맛이 변한다고 했다. 샤토 마고는 한 병에 500유로 정도 한다. 물론 급이 약간 떨어지는 세컨드 와인은 싸지만. 그래도 전 세계에서 마고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다. 토머스 제퍼슨 외에 헤밍웨이도 마고를 사랑했다. 프랑스 여행 중 샤토 마고에 머무르며 매일 마고를 마셨다. 헤밍웨이는 샤토 마고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손녀에게 마고란 이름을 붙여줬다. 마고 루이 헤밍웨이는 모델과 영화배우로 활동하다 41세 때 요절했다. 메독 샤토 마고와 마고에서 바라본 교회. 또 다른 즐거움, 와이너리 샤토 마고 외에도 메독에는 와이너리가 많다. 샤토 라스콩브는 성같이 생긴 와이너리였다. 사진 촬영하기에 좋다. 라 와이너리는 와인 숍인데 4대째 와인 네고시앙을 하고 있는 필리페 아우스 집안이 운영한다. 네고시앙은 도매업자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으로 프랑스 전역에서도 수백 명밖에 없다고 한다. 알제리에서 사업을 하다 온 필립 아우스는 보르도에 4개의 샤토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서는 컴퓨터 와인 테이스팅을 통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알아봐준다. 메독에 가면 와인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수없이 많은 와인을 직접 보고 마시다 보면 ‘이런 게 와인 맛이구나’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프랑스인들에게 와인은 술 이상이다. 음식을 넘어선다. 자존심이자 영혼이다. 여행 길잡이 ●파리~보르도 구간은 에어프랑스(www.airfrance.co.kr)로 이동하거나 테제베로 갈 수 있다. 항공편은 1시간 정도, 기차(www.raileurope-korea.com)로는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보르도 관광청(www.bordeaux-tourism.com) 보르도 오페라하우스(테아트르) 앞 광장 건너편에 있는 리전트 그랜드 호텔(www.theregentbordeaux.com)은 5성급으로 백작의 집을 개조해 만들었다. 이 호텔 내에 있는 식당은 미슐랭 별점 1개를 받은 식당. 바닷가재 머리와 꼬리즙을 내서 소스를 만들고 캐비아를 곁들인 정찬이 압권이다. ●아키텐 지방 관광청(www.tourisme-aquitaine.fr), 프랑스 관광청(kr.franceguide.com) ●샤토 마고(www.chateau-margaux.com 33-(0)5-5788-8383). ●와이너리 필리페 루스(www.lawinery.fr 33-(0)5-5639-0490) <■ 글&사진 / 최병준(경향신문 문화부 기자)>
- 길 떠나는 길
- [길 떠나는 길]사누키 우동의 고장 일본 가가와 香川현
- 2007. 11. 12 재테크
- 우동에도 1천 가지 맛이 있을까? 간장국물에 면뿐인 우동이 ‘거기서 거기’라고 할지 모르지만 재료가 단순할수록 맛의 차이는 오히려 큰 법이다. 찬바람이 부는 11월쯤이면 늘 일본의 가가와(香川)현이 떠오른다. 우동 때문이다. 물론 일본 정원, 단풍도 아름답다. 한국에서 수많은 우동집을 다녀봤지만 아직 사누키에서 먹어본 우동맛과 비교할 순 없다원조란 이렇게 무섭다. 수백 년 노하우가 우동 장인들에게 DNA로 대물림됐는지도 모른다. 사누키 사람들은 밥알을 씹기 전 우동국물을 마셨고, 밥처럼 우동을 먹으면서 자랐다. 그게 대를 이어 내려왔으니 그들의 우동에 깊은 맛이 날 수밖에 없다.우동에 죽고 우동에 사는, 가가와현 가가와는 일본에서도 깡촌이다. 일본은 크게 홋카이도, 혼슈, 큐슈, 시코쿠 크게 4개 섬으로 나뉘어 있다. 가가와는 시코쿠 섬에 있다. 혼슈와 시코쿠 사이가 세토내해(세토나이카이).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이곳에 일본이 30년에 걸쳐 다리를 놓았는데 혼슈의 오카야마에서 가가와의 사카이데를 연결한 세토대교다(세토대교를 일본 교량기술의 상징이라고 한다). 가가와의 옛 이름은 사누키(讚岐). 사누키 우동은 바로 옛 지명에서 나온 것이다. 가가와가 일본 우동의 메카가 된 것은 일본에서도 좋은 밀가루를 생산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사누키 우동의 역사는 1천2백 년이나 됐다. 서기 806년 당나라에서 공부를 한 승려가 일본에 돌아오면서 밀가루 국수 만드는 법을 배워왔다. 사누키 우동의 시초다. 당시에는 수제비처럼 손으로 뚝뚝 뜯어서 삶은 뒤 소금에 찍어 먹었다고 한다. 가가와현 주민들에게 사누키 우동은 자부심이다. 가가와현의 대표 상품이기도 하다. 가가와현의 어느 식당에서도 우동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우동 전문점도 셀 수 없이 많다. 논바닥 한가운데도 우동집이 있고, 수백 년 된 적산가옥 우동집도 있다. 거리에는 우동집을 안내하는 우동택시도 있다. 가가와 지방에는 `‘우동 먹는 배는 따로 있다’는 속담까지 있다. 가가와현의 현청소재지인 다카마츠에만 20여 개의 우동학교가 있다. 가가와현의 밀가루 소비량은 일본 평균의 7배나 되는데 다 우동 때문이라고 한다. 우동맛은 일본 어느 곳보다 뛰어나 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는 해외 순방을 할 때에도 전용기에서 사누키 우동을 먹었다고 한다. 가가와 출신의 오호히라 전 총리는 고향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사누키 우동집으로 달려갔을 만큼 우동에 죽고 우동에 사는 곳이 가가와다.쫄깃한 면발은 ‘후루룩’ 소리가 나게 먹어야 가가와현의 관광코스 중 하나는 우동학교다. 커리큘럼이 있는 정규학교가 아니라 우동 만드는 법을 배우는 가게다. 고토히라의 나가노 우동학교를 들렀더니 벽에는 이 학교를 다녀간 명사들의 이름이 빼곡하다. 만화 ‘철완 아톰’으로 유명한 데츠카 오사무의 만화와 사진도 붙어 있다. 14세 때부터 우동을 만들었다는 교장 마쓰나가 스미코(松永登子)는 “사누키 우동의 가장 큰 특징은 쫄깃한 면발”이라고 한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갈까? 천만에. 밀가루와 소금물 외에는 다른 것을 섞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전분을 집어넣으면 쫄깃하긴 하지만 뒤끝이 담백하지 않다. 소금을 넣은 물과 밀가루를 섞는다. 밀가루로 반죽한 뒤 비닐로 싸서 발로 밟는데 오래 밟을수록 좋다. 이때 기포가 없어지면서 면발이 쫄깃해진다. 즉시 먹어도 되지만 숙성하면 맛이 깊어진다. 겨울에는 상온에 3시간 이상 놓아둔다. 밀대로 밀어 칼국수처럼 썬 뒤 맹물에 삶는다. 다시마와 멸치, 카츠오부시를 넣어 미리 끓여둔 국물에 담아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게 전부다. 너무 쉽지만 집집마다 맛이 다르고, 깊이가 다르다. 손의 기운, 발의 기운, 반죽시의 리듬감…. 이런 미묘한 것들 때문에 맛이 달라진다. 올리브 공원 풍차가가와 야마다야(山田家)는 대를 이어온 우동집이다. 당시 주인은 한국인 제자도 있다고 했다. 이 한국인 제자는 나중에 분당에 문을 열었다. 우동 종류는 많다. 가케우동도 있고, 날계란을 풀어먹는 가마타마우동도 있다. 세상 모든 음식은 먹는 데도 단계가 있다. 고기도 처음엔 양념 맛으로 먹다가 다시 구이로 먹고, 나중에는 육회로 먹는다. 우동도 처음엔 간장우동으로 시작해서, 계란우동으로 넘어가다 마지막 단계에는 가마우동에 꽂힌다. 가마우동은 나무통에 우동 면발을 삶은 물에 담아내는 우동이다. 우동 삶은 물에 담가 먹는 우동이다. 국물의 비릿한 냄새와 담백함이 좋다. 간을 맞추기 위해 쯔유라는 일본 간장에 한 가닥 찍어 먹는다. 먹을 때는 후루룩 소리를 내야 한다. 우동가락이 목청을 쳐야 된다는 게 사누키 사람들의 우동 먹는 법이다.일본의 이상향, 리츠린 정원의 아름다움 우동을 먹었으면 다카마츠 시내에 있는 리츠린(栗林) 정원에 가야 한다. 정원을 보면 일본과 한국의 세계관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정원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오카야마의 고라쿠엔이지만 일본 사람 중에는 리츠린 정원이 더 아름답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정원을 구석구석 돌아보려면 2시간 이상 걸린다. 75만㎡나 되는 정원에는 7개의 큼지막한 호수와 13개의 자그마한 전망대가 있다. 17세기 중반 사토시 영주가 짓기 시작했다. 우동집 거리(사진 위), 세토내해(사진 아래).1백여 년에 걸쳐 완성된 리츠린 정원에서 가장 희한한 것은 소나무다. 정원 내 1천4백 그루의 소나무 가운데 1천 그루는 특별 관리한다. 마치 분재를 연상시킬 정도로 이리저리 가지가 휘어 있다. 소나무가 높이 자라지 못하게 가지를 붙들어 매서 만든 것이다. 호수에는 형형색색의 비단잉어가 뛰놀고, 왜가리나 까마귀 같은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깨끗하고 아기자기하다. 일본 사람들은 정원을 이상향으로 본다. 그래서 일본 정원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딴 세상으로 꾸며놓는다. 일본 민족학박물관장을 지낸 민속학자 이시게 나오미치는 “일본의 모든 정원은 이상향이나 현존하는 명소를 압축시킨 것”이라고 한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 속에 인간이 동화되도록 꾸민 우리와는 딴판이다. 담양의 소쇄원과 비교해보자. 우리는 자연에 손을 대지 않고 정과 누와 각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정원이 무척 자연적이라면 일본의 리츠린은 드라마 세트장처럼 정교하다. 소도시마 협곡의 웅장함과 이국적인 풍광 가가와 민속 마을 단풍단풍 구경을 하려면 소도시마(小豆島)를 찾아가는 게 좋다. 소도시마는 세토나이카이(세토내해)의 작은 섬이다. 세토내해 일대에는 1천여 개의 섬이 떠 있다. 우리로 따지면 다도해해상공원쯤 되는 곳으로 풍광이 아름답다. 세토내해에서 두 번째로 큰 소도시마의 면적은 153㎢. 강화도의 절반 정도다. 127㎞의 해안도로를 한 바퀴 도는 데 2시간 정도면 충분하지만 크기에 비해 제법 명승지가 많다. 간카케이 협곡도 아름답고 올리브 공원도 좋다. 마치 잘 꾸며놓은 세트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간카케이(寒霞溪)는 다도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코스라고 보면 된다. 흑산도의 구불구불한 도로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 한 굽이를 돌 때마다 올망졸망한 섬이 떠 있는 다도해가 보이는 고갯길. 바다는 우리의 남해안과 비슷하다. 굽이진 고갯길을 타고 30분 정도 가다 보면 협곡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암봉을 둘러싸고 단풍이 든 활엽수와 파란 침엽수가 적당히 섞여 있는 산줄기는 자그마한 섬에 이렇게 산이 날카로울까 싶을 정도로 웅장하다. 비바람 때문에 단풍이 많이 지긴 했지만 협곡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다. 설악산의 공룡능선이나 천불동 계곡을 한 토막 잘라온 것 같은 느낌이다. 협곡 사이에는 날이 선 암봉이 기기묘묘하다. 마치 산을 뚝 쪼개놓은 것처럼 갈라져 있다. 한쪽은 호시가조산(817m)과 다른 쪽은 시보자시산(777m)이다. 대부분이 경사가 급한 절벽 지대라 등산로가 따로 없다. 협곡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케이블카로 20분 정도면 협곡을 건널 수 있다. 소도시마의 또 다른 명소는 올리브 공원이다. 소도시마는 1905년 미국으로부터 들여온 올리브를 최초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당시에 심은 백 년이 조금 안 된 올리브 나무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공원 내 2만4천 평에 심어놓은 천 그루의 올리브로 향료와 오일 등 다양한 관광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공원은 그리스를 연상시키는 풍차 같은 건축물과 올리브 농장, 온천 등으로 꾸며져 있다. 사진만 보면 여기가 그리스인지 일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훈훈한 옛 드라마가 살아 있는 곳 인근에는 영화 ‘24개의 눈동자’ 촬영지가 있다. 1954년과 1987년 두 차례에 걸쳐 영화화된 ‘24개의 눈동자’는 일본 최대 히트 영화 가운데 하나. 문부성이 추천하는 권장 영화로 지정돼 일본 학생들은 물론 일본인 대부분이 이 영화를 봤다고 한다. 소도시마가 일본에서 이름난 관광지가 된 것도 바로 이 영화 때문이었다고 한다. 1925년 소도시마 노마진조 소학교 나노우라 분교에 부임해온 여교사와 12명의 제자의 학교 생활을 그린 것이다. 가난 때문에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팔려가는 아이, 전쟁터에 끌려가는 학생의 이야기 등 당시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섬마을 선생님과 순진무구한 학생들과의 훈훈한 이야기가 소재다. 1945년 전쟁이 끝날 때까지를 배경으로 반전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일본판 ‘사운드 오브 뮤직’ 쯤으로 보면 된다. 87년 리바이벌 때에는 `‘오싱’으로 유명한 다나카 유코가 주인공을 맡았고, ‘노란 손수건’ ‘남자는 괴로워’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낸 극작가 아사마요 요시다카가 극본을 썼다. 1만 평이나 되는 세트장은 일본의 옛 시골마을을 연상시킬 정도로 예쁘다. 나무로 지은 교사에는 당시의 교실 모습이 그대로 복원돼 있다. 1954년과 1987년의 영화 스틸사진이 빼곡하게 붙어 있는 교실에 들어선 일본 관광객들은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다. 세트장 내 17동의 건물 중에는 ‘24개의 눈동자’를 상영하는 영화관도 있다. 영화관에서는 때마침 다리를 다쳐 할 수 없이 본교로 떠나야 하는 오오이시 선생을 두고 아이들이 배를 태워 직접 출퇴근을 시키겠다고 울먹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어촌 선생님의 훈훈한 사랑 이야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영화가 얼마나 유명했는지 99년에는 오부치 총리가 직접 찾아와 코스모스밭 가운데 있는 청동판에 ‘선생님 놀아요’라는 글씨를 써놓았다. 모델이 된 나노우라 분교는 1902년 설립됐다가 1972년 폐교됐다. 소도시마에는 폭 9.93m, 길이 2.5㎞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도부치 해협, 기코만과 함께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백 년 역사의 마루킨 간장공장 등 볼거리가 많다. ‘24개의 눈동자’ 세트장(사진 위), 우동학교(사진 아래).여행 길잡이 가가와현은 일본 47개현 가운데 가장 작은 현 중 하나다. 위도는 제주도와 비슷하며 연중 눈이 내리지 않을 정도로 포근한 편이다. 서울-다카마츠 항공편은 아시아나항공이 매주 3편 출발한다. 다카마츠 항에서는 소도시마까지 들어가는 쾌속선이 있다. 4시간 코스의 우동학교에선 우동 만드는 법을 배운다. 간장에 찍어 먹는 간장우동부터 국물이 맛있는 가케우동 등 우동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에 달한다. 현지에서 우동집을 고르려면 우동 전문 책자를 사면 된다. 안내 책자는 책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우동값은 싸다. 1천1백 엔짜리도 있으며 우리 돈으로 5천원이면 맛있는 우동을 먹을 수 있다. ■글&사진 / 최병준 기자(경향신문)
- 길 떠나는 길
- [남해가는 길]활기가 넘치는 시인의 고장 사천
- 2006. 10. 01 재테크
- 지나가던 구경꾼도 모두가 시인 여름 가고/가을 오듯/해가 지고/달이 솟더니, 땀을 뿌리고/오곡을 거두듯이/햇볕 시달림을 당하고/별빛 보석을 줍더니, 아, 사랑이여/귀중한 울음을 바치고/이제는 바꿀 수 없는 노래를 찾는가. 여름 가고 가을 오듯-박재삼 항구도시 사천은 시인 박재삼의 고향이다. 삼천포항에서 10분 거리인 노산공원에 박재삼 시인의 송덕비가 세워져 있다. 삼천포 앞바다, 와룡산, 사천 시가지, 그리고 한려수도의 크고 작은 섬들. 박재삼은 일본 동경에서 태어났지만 4세 이후 이곳 바닷가에서 살았다. 노산공원은 그가 자주 올라 시심을 기르던 곳이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해, 달, 바다, 나무 등은 모두 이곳 풍경을 담은 것이다. 뚜렷한 직업 없이 시와 바둑 관전평 등의 원고료 수입으로 생계를 해결한 박재삼은 병고에 시달렸으며 평생 가난하게 살았다. 노산공원 내 시인 박재삼 거리를 걸으며 그런 시인의 모습을 떠올리니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노산공원에서는 소풍을 나온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고기 굽는 냄새를 맡을 수는 없다. 싱싱한 활어회 도시락이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풍경은 전국 어디서나 활기가 넘친다. 사천 수산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짭조름한 바다 향이 코를 간질인다. 소주 생각이 절로 난다. 앉은 자리 바닥 돌을 숫돌 삼아 칼을 가는 ‘아지매’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생선 대여섯 마리의 옷을 순식간에 벗겨 접시 위에 올려놓는다. 살아서 팔딱거리는 생선 구경 또한 시장에서 놓칠 수 없는 재미다. 사천 사람들이 ‘청솔뱅이’라고 부르는 비단고기를 한참 보고 있자니 옆에서 함께 구경하던 이가 한마디 한다. “꼭 새색시가 새 옷을 입고 있는 것 같네.’ 역시 시인이 태어난 고향 주민들은 다르다. 바닷가에서 삶을 이어가는 이들의 말투는 대게 소리가 크고 억양도 세다. 아마도 한 번 성이 나면 예외가 없는 바다 때문일 것이다. 거친 바다는 작은 도회지 사람들의 말소리를 곧잘 바람과 함께 삼켜버린다. 그런데 사천 사람들의 말소리는 크지도 억세지도 않다. 어쩌면 시인 박재삼의 서정적인 시어는 그들의 입에서 나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줄 수는 있어도 예쁘게는 안 돼 수산시장 거리에는 값이 싸다 못해 ‘밥+매운탕+회+초장=1만원’이란 간판도 보인다. 꼭 1만원짜리 회집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회 한 접시에 2만원이 넘지 않는다. 도시에서는 10만원이 훌쩍 넘을 만한 양이다. 거기에 바닷가 푸성귀는 어찌 그리 빛이 고운지. 푸르다 못해 퍼렇다. 백화점의 곱게 비닐 포장된 채소보다 빛도 훨씬 곱고 싱싱해 보인다. 사천 수산시장의 역사는 20년을 자랑하지만 지금과 같은 대형 수산시장의 모습을 갖춘 것은 5~6년 전 대진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부터다. 충청도와 대전 관광객들이 고속도로를 타고 사천으로 몰리면서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런데도 값이 싸다. 한 상인의 말을 들어보니 5년 전과 생선 값이 같다고 한다. 오히려 값이 더 떨어진 생선도 있다고. 그래서 많이 팔아야 한다고 한다. 한참 눈요기만 한 게 미안해 ‘청솔뱅이’ 한 접시를 주문하며 “사진 찍게 예쁜 접시에 보기 좋게 담아주세요”라고 말했더니 많이는 줄 수 있어도 예쁘게는 안 된다며 그냥 먹으란다. 사천은 작은 섬들이 예쁘다. 유람선을 타고 해안을 따라 돌면 섬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또 진주 못지않은 밤 풍경도 자랑거리다. 특히 실안낙조는 2000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전국 9대 일몰 중 하나로 지정될 만큼 아름답다. 사천의 대표적인 원시정치망 어업 형태를 띠고 있는 죽방렴과 섬, 바다가 어우러져 일몰의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한 시장 상인은 “너무 아름다워서 눈이 멀어 함께 낙조를 보고 있던 연인을 찾을 수가 없다”고 자랑한다. 남해와 창선을 연결하는 창선·삼천포대교는 한려해상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사천의 명물로 이름이 높다. 특히 푸른 바다와 야간 조명의 조화는 가던 길을 멈추게 만든다. ■글 / 김성욱 기자 ■사진 / 박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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