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4,707 건 검색)
- 제자 성폭행 혐의 초등학교 교사 구속…직위 해제
- 2024. 12. 20 10:23사회
- ...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대전의 한 초등학교 A교사가 지난 9일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경찰 수사는 성폭행 의혹을 인지한 학교 측이...
- 성폭행의혹구속남학생제자
- 실적 유지용 ‘가짜회원’ 돈 대납하다가···빚더미 앉은 학습지교사
- 2024. 12. 19 15:08사회
- ... 유지하려면 서류상 이름만으로는 부족하고 회비를 확보해야 한다. 지국이 가짜회원의 회비를 교사에게 대납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임씨가 그 사례다. 임씨는 2019년부터 2022년 12월까지 카드...
- 영동고속도로서 버스 화재···학생·교사 등 21명 긴급 대피
- 2024. 12. 18 09:59사회
- ... 자체를 모두 태우고 30여 분 만에 진화됐다. 화재 직후 관광버스 안에 있던 기사와 고등학생 18명, 교사 2명 등 21명이 긴급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버스 오른쪽...
- 화재영동고속도로관광버스
- [단독] AI 교과서 연구 교사 957명 전화번호 새어나갔다…교육부 산하 기관서 또 개인정보 유출
- 2024. 12. 17 15:54사회
- ... 통해 열람 또는 다운로드할 경우 암호 설정이 해제되는 현상이 발생해 수업설계안 개발에 참여한 교사들의 개인정보가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정보원은 교사 957명의...
스포츠경향(총 661 건 검색)
- [단독] ‘불륜’ 강용석, 무고교사 집유확정···4년간 변호사 박탈
- 2024. 12. 22 11:53 연예
- 불륜 논란으로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했던 변호사 강용석의 이색 광고가 과거 서울시 서초구 서초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무고교사 혐의로 재판을 받은 강용석 변호사가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되면서 변호사 업무 또한 볼 수 없게 됐다. 대법원 2부는 지난 6일 무고교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 변호사의 상고에 대해 기각을 결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상고기각 결정은 상고기각 판결과 달리 상고인이 주장하는 이유가 형사소송법에서 정하고 있는 상고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상고이유 자체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강 변호사는 일명 ‘도도맘’으로 알려진 김미나씨가 증권사 임원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허위고소하도록 부추긴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15년 3월 김미나씨가 A씨로부터 머리를 맞아 다쳤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해 11월 법률적 조치로 압박해 합의금을 받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 변호사는 이와 같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변호사로서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요구됨에도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김씨에게 무고를 교사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특히 강간상해죄는 법정형이 중해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2심 재판부 또한 “강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동종 범행으로 이미 처벌 전력이 있음에도 별다른 죄의식 없이 다시 무고를 교사해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며 “강 변호사는 직업 때문에 형을 더 낮춰달라고 하지만 이미 동종 범행 전력이 있는데 재차 벌금형의 가벼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했다. 강 변호사의 무고교사 형량이 확정됨에 따라 그의 변호사 업무 또한 자격이 정지됐다. 변호사법에 따라 형이 확정된 지난 6일부로 그의 집행유예 기간에 2년을 더해 4년간 변호사 업무가 정지된다. 이에 따라 결격사유로 인정돼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 등록 또한 취소해야 한다. 이외에도 강 변호사는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선거운동을 대가로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나 상고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무고 혐의로 별건 기소된 김씨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고, 이후 항소하지 않아 지난해 2월 이 형이 확정됐다.
- 단독
- 김동연 지사, 이재명 ‘위증교사’ 무죄 선고에 “상식적인 결과, 다행”
- 2024. 11. 25 22:59 생활
- 김동연 경기도지사 SNS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과 관련해 “상식적인 결과이다. 다행이다”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SNS에 글을 올려 “검찰의 별건 수사, 먼지털이 수사에 경종을 울렸다”며 이 같이 말했다. 또 “패자는 무제한 괴롭히기, 승자는 무조건 봐주기도 그만해야 한다”며 “그래야 정치도 민생도 살아난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이날 위증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재명 대표는 2019년 2월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진성 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검찰은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앞서 지난 15일 김 지사는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SNS에 글을 올려 “사법부 판단,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 김재철,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보건교사 홍태오 역 출연
- 2024. 10. 23 07:19 연예
- 배우 김재철 키이스트 천만 영화 ‘파묘’ 김재철이 차기작 소식을 전했다. 오는 11월 23일 첫 방송되는 tvN 새 토일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연출 박준화/극본 임예진/기획 스튜디오드래곤/제작 스튜디오드래곤 블리츠웨이프로덕션)에 김재철이 보건교사 홍태오 역으로 시청자와 만난다. tvN 새 토일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원수의 집안에서 같은 날 같은 이름으로 태어난 남자 석지원(주지훈)과 여자 윤지원(정유미)이 열여덟의 여름 아픈 이별 후 18년 만에 재회한 철천‘지원’수들의 전쟁 같은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김재철이 맡은 홍태오는 독목고의 보건교사로, 다정하면서도 차분한 성격을 가진 인물. 홍태오는 항상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을 세심하게 보살피며, 학교 내에서 든든한 조력자를 자처한다. 김재철은 홍태오의 섬세한 배려와 따뜻한 성정을 부드러운 미소와 눈빛으로 표현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배우 김재철 키이스트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로 데뷔한 김재철은 연극 무대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연기력을 갈고닦았다. 이후 영화 ‘바람’, 드라마 ‘하이에나’, ‘킬힐’, ‘연모’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고,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파묘’에서 그 빛을 발했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3대째 집안에 기이한 병이 대물림돼 무당 화림(김고은 분)에게 도움을 구하는 박지용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것. 또한, 올해 8월 개봉한 영화 ‘행복의 나라’에서는 거대 권력의 중심인 합수단장 전상두(유재명 분)의 오른팔 진태곤 과장을 맡아 연기 변신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김재철은 연기를 향한 꾸준한 열정과 끈기로 자신만의 색깔을 쌓아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과 진정성 있는 연기로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이에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의 홍태오 역으로는 또 어떤 매력을 발산할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김재철이 출연하는 새 토일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11월 23일 오후 9시 20분에 첫 방송한다.
- ‘주호민 아들 정서학대’ 교사 측, 사건 이틀후 회의 녹취록 제출
- 2024. 10. 18 12:00 연예
- 유튜브 캡처 웹툰 작가겸 방송인 주호민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특수교사 측이 항소심 재판부에 사건 이틀 뒤 주호민 부부가 참석한 학교 회의 내용이 녹음된 녹취록을 제출했다. 17일 수원지법 형사항소6부(신우정 유재광 김은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씨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변호인은 “1심은 피해자 모친이 아동학대를 확인하기 위해 (수업내용을) 녹음한 것이기 때문에 그 정당성을 인정했으나, 이 전제가 틀렸다는 입증자료로 전날 녹음 파일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A씨 변호인은 전날인 16일 재판부에 2022년 9월 15일 피해 아동 B군과 관련한 학교 회의 내용이 녹음된 녹취록을 제출했다. A씨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뒤 열린 회의라는 게 변호인 설명이다. 이 회의에는 A 교사와 주호민 부부, 교감 등이 참석했다. 녹음은 약 1시간 43분간 이뤄졌다. 변호인 측은 “(A씨 공소사실 사건과 별개의 사안으로 열린) B군의 분리 조치에 대한 회의가 (2022년 9월) 15일 열렸는데, 그때 아동 학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변호인 측은 “1심 재판부가 전문심리위원의 2차 의견서 열람 청구에 대한 답을 주지 않은 채 선고했다”는 지적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내규에 의해 확인하고 기회 주는 것이 맞다. 변호인이 이를 확인하고 의견 진술할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변호인이 요청한 구두 변론 기회도 주기로 했다. 다음 재판에서는 변호인과 검찰 양측 모두 20분간 항소 이유 등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A씨 다음 재판은 내달 19일 오후 5시에 진행된다. A씨는 2022년 9월 13일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호민 아들(당시 9세)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피해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주호민 측이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 등을 기반으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재판에선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이 쟁점이 됐는데, 1심은 문제가 된 녹취록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한다면서도 이 사건의 예외성을 고려해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A씨의 정서 학대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렸다.
주간경향(총 56 건 검색)
- 8년 만의 ‘탄핵연대 시간’…문 정권 반면교사 삼아야(2024. 12. 16 06:00)
- 2024. 12. 16 06:00 정치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긴급 담화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만만치 않겠는데요. 생각보다 오래 걸릴 듯합니다.” 지난 12월 12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긴급담화 이후 다시 연락이 온 <정치 내전> 저자 유창오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전날 저녁 통화에서 그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 인용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루 전 이야기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무는 헌정질서를 유지하는 선인데 누굴 새로 임명하는 인사권까지 주어지진 않는다. 원래대로라면 내년 4월 중순에 대통령 몫 헌재재판관 둘을 새로 임명해야 한다. 그때까지 결정을 끌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현재 지연되고 있는 국회 몫 3인 임명은 후보자까지 나와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도 여권이 제시한 임기 단축안을 거부하고 헌재판단을 받아보겠다고 했다. 그 사람들은 청문회 등 절차를 거쳐 금방 임명될 것이다. 쟁점이 명확하므로 오래 걸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밝힌 12월 12일 긴급 담화 내용을 들어보니 “결국은 인용되겠지만 법리적으로 공방이 벌어지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라는 것이다. 소추안이 통과되면 최장 180일 이내에 결론 내게 되어 있지만, 그 시한을 넘길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탄핵소추 가결로 끝나지 않을 수도 8년 만에 다시 돌아온 ‘탄핵연대’의 시간이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234표의 ‘가(可)’로 통과됐다. ‘부(否)’는 56표, 기권은 2, 무효표는 7이었다. 역시 무기명으로 진행한 투표라 128석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 중 정확히 몇 명이 탄핵에 찬성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당시 새누리당 중진이었던 김무성, 권성동, 유승민 등이 주도해 적극적으로 탄핵에 동참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12월 12일 새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선출된 권성동 의원은 2016년 탄핵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헌법재판소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소추위원을 맡아 박근혜 탄핵 재판에 참석했다. 그런 까닭에 박근혜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세력에게는 ‘탄핵 5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로 그가 선출된 것은 ‘2016년 탄핵 경험’이라는 남다른 자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는 ‘당 밖은 시베리아’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명분이 좋은들 기득권 양당 체제 바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뜻이다. 탄핵 찬성 대가는 혹독했다. 탄핵에 찬성한 비박계 의원 29명은 그해가 가기도 전에 탈당해 이듬해인 2017년 1월 바른정당을 만들었다. 바른정당은 그후 국민의당과 합쳐 바른미래당 등으로 명맥을 이어갔지만, 결국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졌다.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탄핵연대를 지켜내지 못했다”라는 것이다. 어느 한 세력의 힘만으로 촛불혁명은 가능하지 않았는데 그 성과를 특정 정파가 독식하면서 결국 정권 실패로 이어졌다는 비판이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연구위원의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혁명을 했던 사람들이 공동으로 정권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당선된 후 누가 정권을 잡았나. 586과 친문이다. 사람을 왜 이렇게 쓰냐는 항의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끼리 ‘돌려막기’, ‘회전문 인사’를 한 것이다. 탄핵연대 대신 들어선 것이 적폐 청산이다. 적폐 청산으로 문 정권의 노선이 확립되면서 그 수단으로 기용된 것이 윤석열과 한동훈이었다. 윤석열과 갈등 끝에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사달도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윤석열 정권 탄생의 책임이 있다’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박근혜 탄핵으로 성립된 ‘탄핵연대’를 일시적 제휴나 연대가 아니라 정권의 성공을 위해 지켜냈어야 하는데 집권 후 방관 내지는 쳐내는 방향으로 작동했다는 비판이다. 8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이번 탄핵연대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정치평론가나 학계·정치권 반응은 비관적이다. 박신용철 위원의 말이다. “박근혜 때와 지금의 ‘탄핵연대’는 다르다. 문재인 때 탄핵연대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고했다. 연결망이 끈끈했다.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앞장서고 민주당이 올라탄 형태였다. 현재의 탄핵연대는 윤석열의 ‘자해’ 덕분이다. 탄핵을 자초한 자해로 운 좋게 이 결과를 얻은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제안하자 한 의원이 이마를 만지며 난처해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박근혜 탄핵 때와 다른 점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탄핵까지 이르게 되는 숙성시간이 짧아 탄핵연대가 지속하기 쉽지 않다고 봤다. “탄핵이 촉발된 것이 12월 3일 밤의 비상계엄령이었다. 12월 14일까지 쳐도 11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2016년은 달랐다. 그때는 촛불이 6개월간 지속했다. 2016년 10월부터 탄핵이 인용된 2017년 3월까지 장기간 지속하면서 정치권으로서는 어마어마한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 겪은 사건이었지만 생각이 무르익을 시간이 있었다.” 그는 ‘광장의 연대’를 넘어선 ‘정치권 연대’가 2016년보다 더 쉽지 않은 이유를 이번 ‘탄핵의 강’을 건넌 여권 내 인사들의 힘이 여전히 약하다는 점을 들었다. “2016년 당시 야권 1당이었던 민주당 의석은 121석이었다. 국민의당(38명), 정의당(6명)과 무소속(6명)을 합쳐도 171명으로, 통과엔 29석이 모자랐는데 실제 표결 결과에서는 234명이 찬성했으므로 63명이 넘어온 셈이다. 지난 12월 14일 탄핵 표결 전 국민의힘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다시 그 사람들이 뛰쳐나와 새로운 정파를 만들 만큼 힘을 가지진 못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헌기 새로운소통 연구소장의 시각도 비슷하다. “박근혜 탄핵과 지금 탄핵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헌법 수호 의지가 있냐 없느냐를 의회에 묻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내란 수괴와 그 동조자들에 대한 것이다. 지금의 야권이 ‘탄핵연대’를 하려면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 새누리당 탄핵 찬성파는 반기문이라는 대안 리더십 모델을 작동시켰고, 바른정당이라는 세력이 있어 그쪽에 유승민, 김무성, 이준석과 같은 사람들이 연대 주체로 있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은 통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탄핵이 이뤄진 후 한두 명 정도 탈당할 수는 있지만 세력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내란 수괴를 옹호하는 세력이 상당수 남아 있는 국민의힘과 연대한다는 것을 과연 유권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저쯤 되면 내란 사태가 마무리된 후 위헌 정당 청구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윤석열이나 한동훈은 국민의힘 주류에게 해고됐다고 본다. 말하자면 용병 계약이 끝났다.” 공희준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지금의 국민의힘 주류는 딱 하나를 본다. 지방선거 공천권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의 한밤 비상계엄 선포에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왜 호응했을까. 지방선거 공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친윤’으로 불렸던 국민의힘 주류를 자세히 보면 수중에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방 토호다. 돌이켜보면 윤석열 정권은 일종의 호족연합체 정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중앙 권력은 상실해도 지방 권력은 놓을 수 없는 것이다. 권성동 새 원내대표 입장에서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물러나든 말든 자신의 지역구에서 공천을 못 받을 리 없지 않나.” 그는 대통령 윤석열의 ‘권력 중독’을 지탱하는 네 가지 기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첫째가 김건희, 둘째가 충암고, 셋째가 친윤 지방 토호, 넷째가 극우 유튜버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실 세계와 담을 쌓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는 것이다. ‘윤석열 유니버스’라는 거대한 환상 세계를 뒷받침하는 네 개의 기둥 중 중요한 것은 아직 안 무너졌기 때문에 윤석열은 환상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설혹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250석을 차지했더라도 벗어나지 못했을 정도로 중독돼 있다. 윤석열이 나름대로 어떤 고도의 전략과 플랜B, 로드맵을 갖고 있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구현되려면 정확한 정세 인식이 있어야 했는데 계엄 사태 이후에도 이 네 가지 중독에 갇혀 있다. 지금은 수습 불능상황이라고 본다. 강제종료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지난 12월 12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성명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 권도현 기자 ‘탄핵연대’, 쉽지 않다 그 역시 이번 ‘8년 만의 탄핵연대’가 탄핵 이후에도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거로 봤다. “정치권의 탄핵연대가 지속하려면 윤석열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이 다음 총선에서도 국회의원이 되는 걸 보장해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이번에 이준석이 아무리 열심히 탄핵에 협조했다 한들 다음 총선에서 화성 동탄을에 민주당이 후보를 안 낼까. 탄핵연대가 불가능한 이유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정치평론가나 여론전문가, 정치학자들은 탄핵 이후 정치 상황에 대해 대체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혼란이 당분간 계속되리라는 것이다. 공희준 평론가는 “자기가 얻은 것 이상 권한을 행사하도록 보장된 선거구조”에 기인한 문제라고 했다. “제도적으로 ‘오버’하게 하는 것이 문제다. 이 시스템에서는 겸손한 사람도 오만할 수밖에 없다. 지난 총선에서 48%를 얻은 민주당은 지지율보다 30% 이상 더 많은 의석을 가지고 있다. 윤석열도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에게 0.73%포인트 차로 이겼다. 압도적으로 이긴 것도 아닌데 왕처럼 굴었다. 보수와 진보 주류가 법조·운동권 엘리트다. 다들 권위주의적 캐릭터인데, 그런 권위주의적 심성을 가진 사람들만 승승장구하는 제도다.” 1987년 개정헌법 체제를 상징하는 87체제 권력 구조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온 것이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과 승자 독식 문제였다. ‘윤석열 이후’ 나올 정권에서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운명일까. “윤석열 대통령의 순장조가 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의 말이다. “지금은 혁명적 시기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내일 또 어떤 폭로가 터져 나올지 모른다. 국민도 비상계엄으로 나라를 전복하려 했다는 점에서 박근혜 때와는 180도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윤석열을 지키겠다는 것은 정말 소수의 ‘찐윤’ 외엔 국민의힘에서도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일이다.” 그는 정국 안정화 해법은 탄핵소추 이후 내란심판과 별도로 분권형 개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자칫 장기화하거나 기각 가능성이 있는 헌재 심판 이전에 부칙에 현직 대통령 임기 종료를 담은 개헌안 국민투표로 윤석열 정권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한이 제한돼 있어서 개정헌법은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권력 구조안만 담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제안이다. 이 경우 그동안 논의됐던 중임제 개헌이나 분권형 개헌, 조금 더 나간다면 결선 투표 도입 등만 반영해 추진하면 된다. 실제 현재의 6공화국 시스템을 만든 87년 개헌의 경우도 87년 6월항쟁이 끝나고 2개월 만인 같은 해 9월 초 여야 합의 개헌안이 마련됐다. 직선제 개헌안을 핵심으로 한 개헌안 국민투표는 대선 전인 10월 27일에 치러졌다. 김능구 대표의 말이다. “헌재 심판 전 개헌 국민투표의 주체는 2016년 탄핵 후 문재인 정부가 실패했던 탄핵연대가 될 수밖에 없다. 탄핵을 완성하기 위해서도 개헌은 필수적이다. 대통령 직무 정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만에 하나 헌재에서 탄핵안이 기각되면 내란으로 수감 중인 윤석열이 돌아올 수도 있다. 그 경우 혼란은 불가피하다. 보수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2016년 탄핵 이후 터져 나온 말이 ‘이게 나라냐’는 것인데 이제 그 질문에 답을 줘야 한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1987년 때도 불과 서너 달 만에 개헌해냈으니 못해낼 이유는 없다”라며 “우리 정치에서 지금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하니 지켜봐야 하지만 여야가 합의만 하면 충분히 두 달, 늦어도 석 달 내에 새 헌법안을 만들어 국민투표를 부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신용철 위원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이 탄핵 이후 7공화국을 만들 적기”라고 덧붙였다. “극우 보수가 아닌 국민의힘 지지층도 보수는 이제 망했다고 생각한다. 심적인 마지노선도 붕괴한 상황이다. 종전 진보나 보수 아닌, 어제의 허물을 벗고 새로운 공화국 건설에 함께 나서자고 한다면 호소력이 있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의 불확실성 해소다.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 임기 단축 개헌 국민투표를 통해 윤석열 정권을 끝으로 87체제를 종결하는 것이다. 여야 합의로 정치교체를 이뤄 새로운 7공화국으로 나가자는 비전이 제시되면 어느 쪽이든 수용 가능하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서 열린 ‘범국민촛불대행진’ 참석자들이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표결을 촉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세계가 한국 ‘탄핵’ 주목하는 이유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문재인 정권의 실패 원인으로 탄핵연대를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언론 칼럼에 쓴 적 있다”라며 “중요한 것은 여야 국회의원들·정치권의 연대 문제가 아니라 유권자 변화”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권을 지지했던 50·60대와 70대 유권자들, 지역으로 치면 영남지역 유권자들의 변화된 성향을 계속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 탄핵연대의 핵심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문재인 대통령 시기를 거치고 떠난 사람들, 특히 20~30대 유권자들을 끌어안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과 계속 연대해 나가지 않으면 민주당은 또 5년 안에 정권을 내주게 될 것이다. 설혹 조기 대선에서 이재명이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문재인 때보다 지지층 이탈이 더 빠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문재인 심판’의 도구로 윤석열을 선택했던 이들이 똑같은 이유로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기 위해 이재명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차기 정권이 성공하려면 윤석열 정권 이후 만들어질 ‘제2의 탄핵연대’가 앞으로 10~20년 이상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시적인 연대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유색인종이 늘어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민주당이 유리하고 공화당이 불리할 것 같은데 선거 결과는 정반대로 나온다. 탄핵연대라는 것이 만들어졌다고 자동으로 유지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는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롤러코스터 같은 정치 상황이 앞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 언론을 보면 탄핵을 겪고 있는 한국에 대한 보도와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된 프랑스에 대한 보도가 1면에 같이 나오고 있다. 시리아도 대통령이 망명했고, 영국이나 미국 상황도 마찬가지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재판을 앞두고 있다. 정치학 교과서에서 한국은 민주화에 성공해 선진국이 된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고 있는데 한국뿐 아니라 그동안 가장 선진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간주하던 프랑스나 미국에서도 비슷한 정치의 사법화·정치적 갈등 상대에 대한 불관용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정치 상황이 세계 각 나라에 앞서 먼저 온 미래일지도 모른다. 한국 상황이 어떻게 해결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 표지 이야기
- 이재명 ‘위증교사’ 1심 무죄···“위증 하도록 할 고의 없어”(2024. 11. 25 15:07)
- 2024. 11. 25 15:07 사회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뒤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11월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위증교사 정범으로 기소된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진성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재명이 김진성과 통화할 당시 김진성이 증언할 것인지 여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증언할 것인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며 “이재명이 각 증언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재명에게 김진성으로 하여금 위증하도록 결의하게 하려는 고의, 즉 교사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이재명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019년 2월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김진성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한 위증교사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앞서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른바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한 질문에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취지로 대답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이 대표는 2002년 ‘분당 파크뷰 분양 특혜 의혹’을 취재하던 KBS PD와 짜고 김 전 시장에게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이 대표는 김씨에게 전화해 자신의 토론회 발언을 뒷받침할 수 있는 허위 증언을 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를 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선고 후 법원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 과정이 참으로 어렵고 길긴 했다”면서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 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창해일속(滄海一粟)이라고, 제가 겪는 어려움은 큰 바닷속에 좁쌀 한 개에 불과하지 않겠나”라며 “우리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고통에 비하면 제가 겪는 어려움은 미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가 이렇게 서로 죽이고 밟는 것 아니라, 서로 공존하고 함께 가는 정치가 되면 좋겠다”며 “‘죽이는 정치보다 사람을 살리는 정치 합시다’라고 정부와 여당에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
- [반론 기고] 나는 그들이 아닌 학생과 교사 편에 서기로 했다(2024. 11. 08 16:00)
- 2024. 11. 08 16:00 오피니언
- 편집자 주: 지난 10월 14일 발간한 주간경향 1599호에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칼럼 ‘나는 왜 그들의 편에 서게 됐나’를 기고했습니다. 이 칼럼에서 장 활동가는 이른바 ‘레드카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전북교육감과 전북교사노조의 대응을 비판했습니다. 이 칼럼이 공개된 뒤 전북특별자치도 교육청은 주간경향에 반론 기고를 요청했습니다. 반론권 보장을 위해 최성민 전북교육청 교권전담변호사의 기고를 해당 칼럼과 비슷한 분량으로 게재합니다. 최성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교권전담변호사 인터넷 포털에 ‘레드카드 아동학대’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사건이 있다. 초등학교 2학년 학부모가 2021년 4월 20일부터 4년간 교사에게 형사고소 7건을 하고 행정쟁송 4건, 민사소송 2건을 제기했다. 이 학부모는 다른 초등학교에서도 똑같이 악의적 민원을 제기해 한 학년에서 교원 6명이 교체되기도 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경찰과 검찰은 확실히 교사의 손을 들어 주었다. 2024년 10월 현재 형사고소는 7건 모두 교사 무혐의 판정을 받았고 행정쟁송 4건은 대법원, 고등법원, 지방법원,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 모두 학부모가 패소했다. 대법원은 “호돌이 스티커(레드카드 아동학대) 사건은 정당한 교육 활동이고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한 부당한 담임 교체 요구는 교권침해다”라고 판결했다. 민사소송 2건은 현재 전주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앞서 2023년 3월 문화방송(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은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라는 방송으로 이 학부모의 부당함을 제기했다. 전라북도교권보호위원회는 대법 판결 이후에도 교사를 괴롭히고 있는 이 학부모를 교육감이 대리고발하도록 권고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올해 4월, 전북에서는 처음으로 이 학부모에 대한 교육감 대리고발을 결정했다. 전북의 3개 교원단체와 전북도민이 일제히 환영했다. 전북교육인권센터도 이 학부모를 형법상 무고, 공무집행방해, 상해,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피해를 받은 교사의 ‘살려달라’는 간절한 외침에 서거석 교육감이 강력한 ‘교권보호’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 학부모는 멈출 생각이 없다. 오히려 1명이 더 늘어서 같이 학교를 옮겨 다니고는 또다시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옮겨 간 학교에서 참다 참다 못한 다른 학생들이 교육감에게 “우리 선생님을 돌려달라”고 탄원하기에 이르렀다. 학생들은 말한다. “원래 우리 학교는 서로 친하고 선생님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행복한 학교였다. 그런데 누군가 온 뒤부터 선생님이 아프시고 다른 선생님이 오고 친해지기도 전에 떠나가고 엄마도 힘들어한다.” 해당 학부모들에게 묻고 싶다. 경찰, 검찰은 물론 헌재,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등 사법부 시스템 전체가, 아니 우리의 학생들이 당신들에게 그만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가해자는 누구이고 피해자는 누구인가. 없는 사실들을 만들어내고 왜곡해 가짜 피해자를 만들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을 공격해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나는 지난 4년간 공격당하면서도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교사들의 편에 서기로 했다. MBC <PD수첩>은 2024년 11월 5일 ‘아무도 그 학부모를 막을 수 없다’란 제목으로 이 사건을 다시 다뤘다. 우리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소속의 모든 변호사는 정당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아이들과 교사 그리고 학교를 지키고 당신들에게 저항하기로 했다. “그만하셔라. 학부모의 악성 민원은 교권침해이고, 결국 학생들의 눈물로 돌아온다. 우리의 학생들은 당신들의 도구가, 우리의 선생님들은 당신들의 노예가 아니다.”
- [시네프리뷰]티처스 라운지-심란한 교사와 현대인의 자화상(2024. 01. 03 06:00)
- 2024. 01. 03 06:00 연예
- 일커 카탁 독일 감독은 <티처스 라운지>에서 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차 곤경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는 한 여교사의 이야기를 재치 있게 그려냈다. 현대 사회에서 대두되는 다양한 논쟁거리를 촘촘하게 투영하고 있다.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목: 티처스 라운지(The Teachers’ Lounge) 제작연도: 2023 제작국 : 독일 상영시간: 99분 장르: 드라마 감독: 일커 차탁 출연: 레오니 베네쉬, 에바 뢰바우, 아네-카트린 구미히 개봉: 2023년 12월 27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인간사 천태만상이 영화의 소재가 되고, 사랑 이야기만큼이나 선생님이나 학교가 소재로 등장하는 영화도 많다. 과거 교사가 등장하는 영화들은 인간애 넘치는 드라마 장르가 많았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던 그때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선생님이 존경의 대상으로 그려지는 것은 상식이었다. <미라클 워커>(The Miracle Worker·1962), <언제나 마음은 태양 >(To Sir, with Love·1967), <홀랜드 오퍼스>(Mr. Holland’s Opus·1995) 같은 영화들은 존경받는 스승상을 그려낸 대표적인 작품으로 꾸준히 회자한다. <티처스 라운지>의 홍보사도 시대를 초월하는 선생님과 학생, 학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며 <죽은 시인의 사회>, <스쿨 오브 락>, <굿 윌 헌팅>을 언급하고 있다. 교사 영화의 대표작으로 맞는 예시다. 하지만 그것이 <티처스 라운지>라는 작품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다소 모순이 있다. <티처스 라운지>에서 그려지는 교사의 모습은 과거 작품들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이 작품만의 특색이 아니다. 최근 공개되고 있는 영화 속 상당수에서 비슷한 경향이 목격된다. 언제부턴가 선생님과 학교가 소재가 된 영화 속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대하기 힘든 세태가 됐다. 교권 문제로 대유되는 현대판 마녀사냥 매즈 미켈슨이 출연한 덴마크 영화 <더 헌트>(The Hunt·2012)는 이러한 변화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소환되는 작품이다. 작은 오해와 편견에서 시작된 의심이 집단 안에 전염될 때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루마니아 감독 라두 주데의 <배드 럭 뱅잉>(Bad Luck Banging or Loony Porn·2021) 역시 교사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자신의 본능과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성실한 교사였던 에미(카티아 파스칼리우 분)는 남편과 찍은 은밀한 동영상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시작된 동료와 학부모들의 질타에 용맹하게 대항한다. 최근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怪物·2023)에서도 선생님의 이야기는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아이, 부모, 교사 각각의 다른 시선이 빚어내는 괴리와 오해는 결국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잔인한 파국을 잉태한다. 모든 작품이 표면적으로 교사라는 직책이 갖는 ‘책임’이라는 무게와 이로 인해 야기되는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그러나 단순히 교권 하락이라는 현실 반영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소통의 부재와 이기주의로 나날이 피폐해져만 가는 현대 사회가 당면한 보편적 문제의 대유라고 읽는 것이 옳다. 영화 <티처스 라운지> 역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보다 폭넓고 섬세한 문제의식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끈다. 독특한 소재에 어울리는 개성 있는 연출력 의욕이 넘치는 신임 교사 카를라(레오니 베네쉬 분)는 최근 교내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소소한 절도사건으로 인해 마음이 편치 않다. 신경이 곤두선 것은 동료 교사들도 마찬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당한 방법까지 동원되고 교내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카를라는 조용히 절도범을 잡을 수 있는 자신만의 묘안을 생각해낸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상황은 뜻밖의 방향으로 전개되고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한국에는 낯선 독일 감독 일커 카탁은 <티처스 라운지>를 통해 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차 곤경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는 한 여교사의 이야기를 재치 있게 그려냈다. 표면적으로는 작은 초등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소동극일 뿐이지만, 그 과정 안에 묘사되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행동기제의 설계 속에는 현대 사회에서 대두되는 다양한 논쟁거리를 촘촘하게 투영하고 있다. 점차 난관으로 몰려가는 주인공의 심리는 리듬감 있는 편집과 신경을 자극하는 단조로운 음악으로 시각화돼 마치 스릴러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2024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국제장편영화상 부분에 독일 영화를 대표하는 예비 후보로 선정됐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아이들의 시간> /flickr.com 고난받는 선생님이 등장하는 영화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품으로 <아이들의 시간>이 있다. <로마의 휴일>, <벤허>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거장 윌리엄 와일러는 1936년에 미국의 극작가 릴리언 헬먼의 희곡을 재해석해 각색한 <이 세 사람>(These Three)이란 작품을 내놓는다. 작은 마을에서 학교를 운영하는 두 대학 동창생 카렌(멜 오베론 분)과 마사(미리암 홉킨스 분)가 한 문제아의 거짓말로 인해 인생의 밑바닥까지 추락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원래 원작 희곡에서는 카렌과 마사 사이를 동성애적 관계로 설정하고 있지만, 감독은 당시 시대상을 고려해 이를 삼각관계로 치환하고 비극적인 결말도 나름 희망적으로 바꾼다. <이 세 사람>은 데뷔 후 10여 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던 연출가 윌리엄 와일러의 화려한 작품목록에 여명을 불러온 작품으로도 평가받는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승승장구의 길을 걷기 시작한 와일러 감독은 절정기라 할 수 있는 1961년 다시 한 번 이 작품을 영화화한다. 이번에는 마치 과거 자신의 과잉 각색을 의식이라도 한 듯 여러 면에서 원작의 설정과 정서를 최대한 반영한다. 일단 제목을 원작 희곡 그대로 <아이들의 시간>(The Children’s Hour)으로 했다. 두 여주인공의 관계도 미묘한 동성애적 요소를 수용해 이야기의 절박함과 긴장감을 높였다. 결말도 원작을 따랐다. 리메이크작이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시대를 초월한 명배우 오드리 헵번과 셜리 맥클레인의 앙상블 때문이다. 더불어 카렌의 연인 조 역으로는 제임스 가너까지 출연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배우는 그러나 모든 문제의 사단이 되는 악동 메리를 연기한 아역배우 캐런 밸킨이다.
- 시네프리뷰
레이디경향(총 22 건 검색)
- 美 어린이집 교사, 아이들에게 수면유도제 투여 혐의 체포
- 2022. 05. 09 14:48 건강
- 미국 테네시주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수면 유도제를 먹여 4명의 교사가 체포됐다. 미국 테네시주 어린이집 교사 4명이 부모의 동의없이 아이들에게 멜라토닌(수면 유도제)을 먹인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WSMV-TV 보도에 따르면 테네시주 미미 어린이집(Mimi’s Child Care) 교사 4인이 지난 3월 아동학대, 방임, 증거 조작 등에 혐의로 스튜어트 카운티 보안관 사무실에 체포됐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머무른 후 건강 관련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체포된 어린이집 교사는 부모의 허락없이 아이들 27명에게 수면유도 호르몬제인 멜라토닌을 투약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27명이지만 일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도 멜라토닌을 복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 계속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혐의는 어린이집에서 일했던 전 직원의 “아이들에게 약을 주는 것을 봤다”는 증언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전 직원은 “기존 직장을 그만두고 어린이집 데이케어를 시작했는데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멜라토닌 약을 주는 것을 보았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광경이라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주장했다. 멜라토닌은 신체의 생체 리듬을 조절해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제다. 멜라토닌을 6개월 이상 장기간 복용 시 혈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전체적인 몸 속 호르몬 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부작용으로 졸림, 두통, 어지럼증, 메스꺼움, 복통, 위경련 설사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만성 불면증 어린이 환자의 경우 최소한의 저용량(1㎎)부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 [책 읽는 레이디] 교사가 직접 쓴 ‘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
- 2021. 06. 14 14:39 문화/생활
-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 학력 저하와 학력 격차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초·중·고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고, 특히 중위권이 무너지면서 상위권과 하위권 양극단의 격차가 더욱 벌어져 수업 방식마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하는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읽기·수학·과학 분야에서도 2012년 이후 우리나라 학생들의 순위가 계속 하락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교육 당국은 군색한 변명을 일삼고 여전히 장밋빛 전망만 내세우며 학부모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교 교육의 첨병인 현직 교사로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생각한 박제원 선생이 환상과 미신에 사로잡혀 있는 미래교육을 객관적·실증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EBS BOOK)을 통해서다. 한국예탁결제원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뒤 2003년부터 전주 완산고등학교에서 사회교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교육으로 세상을 더 행복한 삶의 터전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교육자다. 그는 “교육은 궁극적으로 지식을 얻고 삶에 전이하도록 돕는 일이다. 지식을 깎아내리고 역량만 추종하는 교육은 반쪽짜리에 불과하고, 자칫 역량마저 제대로 교육하지 못해 둘 다 놓칠 수 있다. 사실 역량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새로운 능력이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주로 기업에서 요구되는 기술과 능력을 이름만 바꿔 그럴듯하게 포장한 개념일 뿐이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학교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식과 역량이 상호 보완해 배움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두 가지 교육을 병행해 왔다”고 전한다. 특히 “지식을 쌓고 기억을 활성화하는 교육이야말로 역량 향상의 초석이 되고 인류 진화와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핵심역량’으로 불리는 ‘4C(비판적 사고, 창의력, 의사소통, 협력)’ 교육에 대해서도 해박한 학습과학 지식과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한다. “‘비판적 사고’만 하더라도 뇌의 메커니즘에 따라 우선 장기기억 속에 저장된 사실적·개념적 지식에 기대야 한다. 실제로 장기기억에 저장된 지식이 추론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작업기억 능력을 활성화한다. 즉 머릿속에 지식이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사고 기술을 익혔어도 ‘속 빈 강정’에 불과하고, 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사고 기술이 없으면 제대로 써먹을 수 없다. 창의력 역시 타고난 재능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지식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힘으로 이해해야 한다. 우선 틀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야지 무턱대고 틀 밖으로 나가 사고한다면 결코 생산적일 수 없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도 정서에 기댄 모호한 어휘를 가급적 쓰지 말고 소통의 맥락을 고려한 지성적·이성적 언어를 써야 한다. 협력에 있어서도 무조건적인 강요와 통제를 일삼지 말고 인간의 이타성과 상호 이익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포용력을 높여야 한다.” 저자의 이러한 제언은 교육과정 수립과 교수학습, 평가 방식 개선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그 핵심은 교육자라면 교육자답게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실제로 배움이 일어나게 할 수 있는지만 궁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식이 창의와 융합 역량과 전혀 대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은 현재 주류를 이루는 미래교육 담론에 훼방을 놓거나 어기대려는 의도를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누군가는 희생해 민낯을 드러내고 불편한 진실을 언급해야 보다 건강하고 올바른 교육담론을 생산할 수 있다는 신념을 드러낼 뿐이다. 미래교육의 정답을 고집하며 일방적으로 주장하기보다는 교육당국자, 교육학자, 교사, 학부모에게 발상의 전환과 함께 각성·대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바로 교육을 교육답게 만들고, 지성인으로서 또는 교육자로서 자긍심을 높이는 길이라고 저자는 확신한다.
- 책 읽는 레이디책 읽는 레이디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박제원
- 역사 교사 최태성 역사에 말을 걸다
- 2016. 03. 28 17:12 화제
-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되고 기업의 입사 시험에도 역사를 묻는 질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단군 이래 이처럼 역사 교육이 활성화된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역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성적보다, 스펙보다 먼저 알아야 하는 건 역사 공부의 본질을 깨우치는 것이다. 학생들로부터 ‘큰별쌤’, ‘갓태성’이라고 불리는 최태성(45) 대광고등학교 교사는 20년 가까이 학교와 EBS 강의를 통해 역사를 가르쳐온 베테랑 역사 교사이자, KBS-1TV ‘역사저널 그날’ 등으로 역사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친숙한 얼굴이다. 얼마 전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화를 그린 영화 ‘귀향’을 위해 사비로 상영관을 빌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역사 교사로서 누구보다 부지런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있는 그에게 역사와 시대정신 그리고 그 안에서 ‘나’를 알아가는 법에 대해 물었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것이 있다. 역사는 무궁무진, 마르지 않는 샘과 같다는 것.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것. 그리고 그는 화면보다 키가 크고 훤칠하다는 것이다. 영화 ‘귀향’이 잘되고 있어 다행이에요.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을 넘었더라고요. 정말 감사하죠. 사비를 들여 상영관을 빌린 것이 화제가 됐어요. 분명 많은 사람들이 봐야 하는 영화인데 상영하는 극장도 몇 곳 없고, 상황이 너무 열악하더라고요. 안되겠다, 사람들에게 좀 더 알릴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하겠다 싶어 벌인 일이에요. 근데 제 예상보다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어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어요(웃음). 지켜본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가슴 아파서 못 볼 것 같다고 겁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는 “기억해야겠다. 그래야 역사로 남는구나”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사실 ‘귀향’은 제작 단계부터 어려움이 많았어요. 이렇게 흥행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는데 흥행의 원동력은 뭘까요? 우선 ‘위안부’는 우리에게 낯선 소재가 아니에요. 오랜 시간 이야기돼왔지만 정작 대중적으로 접할 기회가 없었죠. 기억에 축적돼 있던, 막연히 알고 있었던 것들을 영화를 통해 눈으로 확인하게 된 거예요. 전쟁과 인권이라는 보편성이 있지만 역시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에 대한 우리의 특수성도 작용했다고 봐요. 그리고 제가 볼 땐 언론의 역할이 크지 않았나 싶어요. 이렇게 많은 기사를 쏟아낸 영화를 본 적이 없어요. 언론에서도 노력을 많이 해주셨어요. 올해부터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돼요. 공무원 시험은 물론 기업 인성·적성 시험에도 역사 문제가 등장하고 있고요.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예요. 단군 이래 한국사가 이렇게 각광받던 시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예요. 국가주의적인 관점에서가 아닌, 시민의 소양과 시대적 요구로 역사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요. 기업에서도 인문학적 소양과 통찰력이 있는 인재를 원하고요. 관심의 변화를 읽을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렇다면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게 된 배경은 뭘까요? 기본적으로 한국사를 공부하는 집단이 굉장히 작았어요. 60만 수험생 중 3만 명이었죠. 효율과 경쟁, 성장이 우선시되며 역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이제 하드웨어만 중요시하던 시대는 지나고 인문학과 철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죠. 그 과정 속에서 한국사가 인문학의 한 분야로 조명받고 있고요. 두 번째 배경은 한중일 동북아의 치열한 역사 전쟁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우리 역사만큼은 어느 정도 알아야 하지 않겠나, 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아요.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는 반가운 현상이겠네요. 양날의 검이에요. 정말 반갑죠. 참 반가운데,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을 만들어온 분들이 예전에 한국사를 고통스럽게 공부했던 세대예요. 이제 한국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학생들이 또다시 고통스럽게 주입식, 암기식으로 한국사를 경험했을 때 나중에 한국사는 또 홀대받을 수 있어요. ‘역사를 왜 공부해야 하는가’ 하는 본질을 먼저 깨우치는 것이 중요해요. 그것이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책무이고요. 그래서 요즘 어깨가 굉장히 무거워요. 스펙과 성적을 떠나 역사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말이군요. 그럼, 역사를 왜 배워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역사는 나를 알기 위해서 배워야 해요. 내가 누군지 알아야 우리가 누군지 알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과거에 살았던 사람을 만나야 해요. 나를 알기 위해 역사 속 사람을 만난다? 역사라는 건 사람들의 흔적과 발자취거든요. 근데 이제까지 우리는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팩트만 암기해왔어요. 사람을 알기 위해 팩트를 배우는 건데 그저 팩트만 외우고 지나가는 거예요. 예를 들면, 구석기 시대 하면 주먹도끼가 떠오르잖아요. 그 주먹도끼를 들고 있는 사람을 생각해본 적 있나요? 그 사람이 주먹도끼를 왜 만들었고, 어떻게 가족을 부양했는지 그의 삶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역사를 이해하는 키워드 ‘소통’과 ‘꿈’ 과거의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겠군요. 그러기 위해선 첫 번째로 눈높이를 그들에게 맞춰야 해요. 흔히 현대의 입장에서 과거를 바라볼 때 과거 사람들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어요. 그렇게는 소통할 수 없어요. 그들은 그 시대에 최선을 다해 살아온 우리 시대의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사람들이고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 당시 오른손에 들고 있는 주먹도끼와 현재 우리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오버랩되지 않나요? 역사는 그렇게 사람을 만나면서 공부해야 해요. 만나다 보면 이제 그 사람의 꿈을 만날 수 있어요. 제가 역사를 가르치며 항상 강조하는 키워드가 있는데 ‘소통’과 ‘꿈’이에요. 역사 속 인물들의 ‘꿈’을 만난다는 건 어떤 의미가 될까요? 1884년 일어났던 갑신정변을 예로 들면, 당시 신분제 폐지를 주장했던 사람들이 있어요. 김옥균, 서재필, 박영효, 홍영식, 서광범. 평균 나이 20대, 100년 전의 신세대들이죠. 근데 이 사람들이 당시 엄청난 집안의 자제들이에요. 호기심이 생겨요. ‘어? 당시 신분제 사회의 기득권자들인데 왜 폐지하자고 했을까?’, ‘가만히 있으면 먹고사는 게 다 해결되는 사람들인데 왜 그걸 내려놓자고 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따라가보면 비로소 그들의 꿈을 만나게 돼요. 나의 아이들에게만큼은 양반, 중인, 상인, 천민으로 나뉘는 신분 사회가 아닌 평등하게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그들의 꿈이었던 거죠. 결국 우리는 그들이 꿈꾸던 세상에 살고 있는 거군요. 그렇죠. 그리고 또 한 가지 살펴봐야 할 것이, 당시 여러 사료를 보면 그들의 주장은 철저하게 소수 의견이었어요. 몇천 년간 내려온 신분제를 폐지한다니, 당시로 봐서는 말도 안 되는 거죠. 근데 그때 손가락질 받던 소수의 의견이 지금은 당연한 현실이에요. 지금 우리 사회의 소수 의견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네요. 맞아요. 역사를 공부할 때는 과거와 현재를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해야 해요. 현재로 와서, 그렇다면 지금 우리 시대의 소수 의견은 무엇일까, 내가 우리 시대의 소수 의견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생각해보는 거죠. 자연스럽게 사회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점검하게 돼요. 그러다 보면 내가 지금 무시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소수 의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한 번쯤은 귀 기울여 들어줄 수 있는 배려심이 생겨요. 지금 손가락질 받고 있는 그 소수 의견들이 언젠가 당연하게 생각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걸 역사를 통해 아는 거죠. 역사는 내가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아는 것으로 귀결돼요. 끊임없이 과거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꿈을 만나면서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고요. 역사와 소통하며 현재의 소통의 범위를 넓혀가는 거군요. 과거와 소통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것이에요. 역사와의 소통을 통해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고 나와 다른 의견을 존중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내 생각이 절대적이라는 데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어요. 끊임없이 생각을 점검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할 수 있는 자세, 그것이 현재 우리가 추구하는 소통의 문화잖아요. 그런 문화가 확산될수록 우리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이고요. 끊임없이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날 텐데 지금 되살리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누군가요? 이회영씨 6형제가 있어요. 조선의 명문가죠. 일제강점기에 나라가 망하는 시점이 되자 이씨 6형제가 모여서 회의를 해요. 우리가 이제까지 나라의 녹을 먹으며 잘 살아왔는데 그 녹을 줬던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나라를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 라며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을 급매해요. 지금 시가로 600억원 정도가 돼요. 그리고 이 돈으로 만주로 가서 독립운동 기지를 만들어 독립운동가들을 양성하죠. 그게 바로 우리나라 항일무장투쟁의 출발점이 됐던 신흥무관학교예요. 기록을 보면 이씨 6형제가 3년 만에 그 돈을 다 쓰고 강냉이 죽이 없어서 배를 곯아요. 왜 그랬을까요? 그분들에겐 우리 아이들만큼은 식민지 조국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꿈이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종국적으로 그 꿈을 이루게 되죠. 저는 그 꿈을 ‘시대정신’이라고 봐요.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나는 그 시대정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하죠. 강의를 듣다 보면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말자’라는 말을 자주 하시는데, 시대정신을 생각해야 한다는 맥락일까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과거 사람들의 꿈이었어요. 그들이 꾸었던 꿈이 지금 우리를 살게 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도 마찬가지로 꿈을 꿔야 해요. 그럼 무슨 꿈을 어떻게 꿔야 할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돼요. 누구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가 지금보다 나은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물려줄 이다음 세상은 어땠으면 하나요? 말 그대로 꿈이니까, 거시적으로 본다면 아이들에겐 통일된 한반도를 물려주고 싶어요. 우리 아이들이 기차역에 가서 파리행 기차표를 끊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기차로 달릴 수 있는 그런 세상, 상상만 해도 좋지 않나요? 물론 지금으로 봐서는 어렵죠. 근데 과거에도 그랬어요. 꿈이 있으니 희생을 감내하고 이뤄내는 거예요.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희생할 준비를 할 수 있어요. 지금은 꿈이지만 언젠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는 거죠. 이제는 미래의 관점에서 과거를 바라봐야 할 때 대중이 오해하고 있는 역사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무척 많죠. 특히 조선시대 유교 문화를 우리 역사 전체의 문화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우리나라 역사가 굉장히 소박하다, 검박하다는 이미지가 있어요. 고려 역사만 해도 무척이나 화려하거든요. 또 명절 때 여자가 남자 집에 먼저 가잖아요. 그게 전통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니에요. 고구려부터 조선 전기까지만 해도 남자가 여자 집에 사는 경우가 많았어요. 우리가 지금 전통이라 부르는 것들 중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가 만들어낸 질서가 많아요. 조선 후기 프레임에 갇혀 있는 부분이 크죠. 흔히 ‘역사’ 하면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역사를 아시는 분들이라면 좀 더 다양하고 확장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어요. 역사에 접근할 때 주의할 점은 뭘까요? 첫 번째는 지나친 국수주의예요. 자국 문화의 위대함에 초점을 맞추는 건 위험해요. 두 번째는 앞으로 추구하는 방향성 안에서 과거를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예를 들면 광개토태왕 하면 전쟁과 영토 확장을 떠올리는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잖아요. 당시의 문화나 사람들의 삶 등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할 시대가 왔어요. 우리가 지향할 미래의 목표점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작업이 필요해요. ‘역사 속에 답이 있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렇다면 ‘난세에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도 있을까요? 역사에 이미 있어요. 조선시대 재상이었던 류성룡은 임진왜란 때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일개 명나라 장수 앞에서 무릎을 꿇었어요. 당시 류성룡의 글을 보면 ‘너무 아프다. 아프지만 내가 해야 될 일이다’라고 쓰여 있어요. 난세에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냉정하게 보고 있죠. 고민이 있다면 끙끙 앓지 말고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그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 알게 되면 좀 더 거시적인 안목과 평정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역사 교사로 20년, EBS를 통해서는 15년 동안 학생들을 만나왔어요. 교사로서 목표나 꿈은 뭔가요? 사실 전 꿈이 있어 역사 교사가 된 것은 아니었어요. 학창 시절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었고 그냥 성적에 맞춰, 안정적일 것 같아서, 이런 평범한 이유였죠. EBS 강사가 된 것도 단순히 TV에 한 번 나오고 싶어서였어요.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많이들 실망하시더라고요(웃음). 그러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난생처음 나도 잘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EBS 강의를 전부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걸 알고부터는 정말 열심히 가르쳤어요. 학생 때 그렇게 했으면 아마 서울대에 갔을 거예요(웃음). 수능 성적도 중요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교육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2016년을 살고 있는 힘겨운 청춘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지금 우리 사회는 ‘나’라는 개인에 집착해요. 모든 문제의 책임을 개인에게 묻고 개인이 책임지려 하죠. 이제 ‘우리’라는 생각을 해야 해요. 연대하지 않고서는 이 시대를 헤쳐나갈 수 없어요. 우리라는 덩어리 속에 한 발자국씩 함께 풀어나갔으면 해요. 아, 그리고 투표 꼭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않는 방법이 거창한 게 아니에요. 그 투표 용지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거든요.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걸 한 번쯤 생각해주시고 꼭 선거를 통해 본인의 꿈에, 우리의 꿈에 다가가셨으면 해요.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송미성(프리랜서)>
- [김성현·김은혜 교사 부부에게 물었다]선생님 댁 아이는 어떻게 가르치나요?
- 2016. 03. 03 16:28 육아/교육
- 어느 분야나 해당 전문가의 의견에 이목이 집중된다. 여기에 공적인 영역을 넘어 사적인 부분에 대한 궁금증까지 더해진다. 전문가가 선택한 것이라면 틀림없을 테니 말이다. 자녀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을 보고 있으면 ‘집에서는 어떻게 가르칠까’ 하고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자녀 교육법에는 정답이 없다.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상황을 겪으며 깨닫고 배우는 선생님들도 ‘해답은 있되 정답이 없는’ 자녀 교육 문제로 늘 고민이 많다. 초등학교 교사인 김성현·김은혜 부부 역시 그렇다. 「초등부모학교」, 「엄마가 꼭 알아야 할 6학년 아이의 모든 것」, 「내 아이를 바꾸는 하루 10분 부모 수업」 등 수많은 교육서를 출간한 베테랑이지만, 일곱 살 예원이와 다섯 살 예린이 두 딸을 키우는 부모이기에 다른 부모들과 같은 고민을 한다. 어쩌면 현장에서 수많은 사례를 경험했기에 자녀 교육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르치는 것이 일인데 ‘자식은 어련히 잘 가르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성현 교사는 “저는 딸아이를 직접 가르치지 않습니다”라는 한마디로 사람들의 예상을 간단히 뒤집었다. 김성현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과 함께 생활하는 부모의 역할이 중복되는 것에 부정적입니다. 가르칠 때는 감정적 필터링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자기 자식에게는 감정이 이입돼서 제어가 잘 안 되거든요. 여러 번 가르쳤는데도 이해하지 못하면 막 화가 나기도 하죠. ‘남의 아이를 교육하듯 내 아이를 가르쳐라’라는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습 지도를 하는 교사의 입장과 보듬어주고 보육을 하는 부모의 입장이 중복되면 받아들이는 아이는 혼란스럽고 힘들다. 부모가 교사라고 해도 아이에게는 온전히 지지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부모는 무엇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 있음을 알려주는 동기부여자이고, 지식을 주입시키는 사람이기보다 깨닫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은혜 “아이들이 어릴 때는 전달자인 교사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교사와 아이가 잘 맞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는 첫째 예린이의 한글 공부를 방문 학습지로 선택했는데, 여러 곳의 시범 수업을 거친 뒤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선생님으로 결정했어요.” 김성현 “가르치는 큰 맥락은 선생님이 담당하고 부모는 옆에서 거드는 정도입니다. 배운 것에 대한 지속적인 자극을 준다든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좀 더 정교화한다든지 하는 거죠.” 사교육 시장이 커지면서 학원과 과외, 학습지와 인터넷 등으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물론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집집마다 부모와 아이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가정의 상황과 특성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김은혜 “방문 학습지는 제 상황에서 최선이었기 때문이에요. 직장 맘이기 때문에 제가 왔다 갔다 하는 픽업이 쉽지 않고, 아이가 어려서 체력적인 면도 고려해야 했고요.” 김성현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교육의 본질이 변하지는 않지만 가급적 시간적 여유를 두고 시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간적 여유 없이 교육을 하면 조급함 때문에 아이를 다그치기 쉽습니다. 입학을 몇 달 앞두고 급하게 한글 교육을 시작하면 놀이식으로 즐겁게 진행하기 힘들고, 아이의 실수를 받아줄 여유도 줄어들게 됩니다.” 시험에 대처하는 부모들의 자세 초등학교에서도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실시하며 때때로 수행평가도 진행한다. 김성현 교사는 모든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태도’라고 강조했다. 시험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것도, 지나치게 큰 의미를 둬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거나 경쟁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시험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시험은 우리 OO가 지금까지 배운 것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거야”라고 말해주면 된다. 언제부터인가 시험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비교와 경쟁의 매개가 돼버렸다. 때문에 아이들 역시 시험에 대해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김성현 “부모가 점수 자체에 연연하면 아이에게도 그런 생각이 고스란히 전달되죠. 그렇게 되면 시험에서 80점을 맞았을 때 아이 스스로 ‘나는 80점짜리야’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초등학생에게 시험은 공부 방법과 자세를 습관화하고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는 좋은 기회다. 오히려 낮은 점수보다 우려되는 것은 ‘엄마표 100점’이다. 엄마가 아이를 다그쳐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을 말한다. 당장은 대단해 보일지 모르지만 모래성과 같은 점수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강요에 의한 학습은 지속되기 힘들고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아이는 ‘학습 노동자’로 전락하고 만다. 처음에는 부모와 함께 공부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 혼자 주도적으로 학습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김은혜 “시험 볼 때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시간 조절이에요. 적절히 시간 안배를 해야 하는데 못 푼 문제에 집착해 시간을 흘려버리는 경우도 많죠. 아이들은 익숙해지면 실수나 당황이 적기 때문에 집에서 시험 상황과 비슷하게 시간 연습을 하는 것도 권할 만합니다.” 김성현·김은혜 부부가 초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꼽는 것은 수학과 독서다. 수학은 흔히 나선형에 비유되는데 교과과정이 연결·반복되면서 점차 심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한 번 놓치면 이해하기 쉽지 않고, 특별히 약한 부분이 있으면 연결된 부분까지 불안해진다. 수학의 중요성 때문에 강제로 학습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학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는 공부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조작물을 통한 수학 놀이나 활동을 통해 수 개념과 연산 능력을 키워줄 것을 권했다.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 수학 동화를 통해 기호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좋다. 돈 계산이나 음식 공평하게 나누기처럼 실생활에서 맞닥뜨리는 수와 친숙해지는 것도 방법이다. 한 학기 정도 앞선 예습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성현 “5학년 아이들에게 뭐가 제일 어렵냐고 물으면 50%가 수학, 50%가 역사라고 대답해요. 역사는 5학년 2학기부터 6학년 1학기까지 배우는데, 배경지식 없이 단편적인 부분만 습득하면 암기 과목으로 전락해서 버겁게 되는 거죠.” 이런 어려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4학년부터 역사와 관련된 만화나 책을 읽히는 것이 좋다. 중학년인 3~4학년부터는 책을 읽고 문화재나 관련 지역을 둘러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삼국의 성립과 발전을 배우고 경주를 방문하거나 경복궁을 살피며 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문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육사의 시를 읽었다면 경북 안동의 이육사 생가를, 「메밀꽃 필 무렵」을 읽었다면 배경이 된 강원도 평창군 봉평의 이효석 문학관을 방문하는 식이다. 이렇게 국어와 함께 역사까지 아우를 수 있는 것이 바로 독서다. 수학 역시 스토리텔링식으로 바뀌면서 독서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김은혜 교사는 독서도 바느질처럼 배워서 길러지는 능력이라고 비유했다. 바늘에 실을 꿰어 시침질을 하고 홈질을 하듯 책을 고르고 읽는 법도 차근차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 읽으라고 다그치는 부모는 많아도 ‘이렇게 읽는 것’이라고 가르쳐주는 부모는 드물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독서 ‘공부의 신은 독서의 신이 되지 못하지만, 독서의 신은 공부의 신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은 진리다. 단순한 학습이나 공부를 뛰어넘는 것이 독서의 신이다. 물론 다독을 했다고 모두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읽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김성현 교사는 책을 많이 읽는데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세 가지를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김성현 “먼저 편독을 하는지 살펴야 합니다. 만화책이나 동화, 과학 관련 책 등 특정 분야의 책만 읽는다면 영양의 불균형처럼 지식의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효과적인 독후 활동이 뒷받침됐는가 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은 뒤에는 토론이나 북클럽 등의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자신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죠. 마지막으로 책의 글자나 그림만 대충 보는 것은 아닌지 독서 습관을 살펴야 합니다.” 수많은 권장도서와 필독서 중 우리 아이와 맞는 책을 고르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니다. 저학년 아이의 경우 한 페이지에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가 5개를 넘으면 수준에 맞지 않는 책으로 간주한다. 새로운 단어를 맥락 속에서 알아갈 수도 있지만 낯선 단어가 5개를 넘으면 즐거움을 느끼기에 큰 걸림돌이 된다. 편독을 방지하기 위해 스티커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독서 활동표를 만들어 동화책은 ★, 위인전은 ♡, 영어도서는 ◎, 과학도서는 ◆ 등으로 표시해 책의 분야를 한눈에 파악하는 것이다. 김은혜 “온라인의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이용해도 좋습니다. 이곳에서는 학년별 교과 도서 목록을 확인할 수 있고, 초등생의 경우 토론의 장은 물론 퀴즈, 일기, 동시, 편지 등 다양한 형식으로 독후 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시도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독서 기록을 포트폴리오로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 부부가 관련 도서와 신문 등 여러 자료들을 살피고 현장에서 실시해본 결과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독서 방법은 책 이야기를 부모와 아이가 함께 나누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책에 대해 함께 토의·토론하고 경험을 나누며 책의 주인공이 돼 상상해보고,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나 주제에 대한 생각도 교류하는 것이다. 서로 책에서 찾은 명구절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은 다음이다. 단순히 읽는 것으로 그치면 책에 대한 줄거리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성현 “‘책을 읽는다’라는 것은 단순히 저자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책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50%라면 여기에 경험과 생각을 더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야 나머지 50%를 채울 수 있습니다. 이런 독서를 통해 책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정립하고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눠보는 ‘생각의 공유 시간’, 즉 독서 토론의 기회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책의 영향력은 부모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지금 우리 아이가 무슨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음에 깊이 두는 책에 따라 아이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생활에서 시작되는 자기주도학습 초등학교는 아이들의 공식적인 사회생활이다. 그래서 입학을 앞둔 부모들은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초조하고 불안하게 마련이다. 초등 1학년의 교육목표는 학교 적응과 기본 생활 습관의 정착이다. 김은혜 “아이의 입학을 앞둔 지인들이 뭘 준비해야 하느냐고 물어볼 때, 저는 3가지만 할 줄 알면 된다고 말합니다. ‘대변보고 뒤처리를 할 수 있는가? 우유갑을 딸 줄 아는가? 운동화 끈을 혼자 묶을 수 있는가?’입니다.”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뛰어난 해결 능력을 발휘하는 아이는 스스로 해본 아이들이다. 먹고, 마시고, 화장실 뒤처리 등 생리적인 문제 정도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자립심이 갖춰진 아이들은 학교생활도 더 잘하게 마련이다. 1학년 교실에는 우유갑 여는 것조차 혼자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 쏟을까 봐 매번 부모가 열어주다 보니 스스로 해볼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외에 일찍 자는 것과 아침 먹는 것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부모들의 생각보다 학교생활이 빡빡하기 때문에 일찍 자고 아침을 먹는 등 기본부터 지켜야 학교의 사이클을 무난하게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과 자립하려는 사고는 학습 태도와도 연결됩니다. 성취도가 높은 아이들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는 반면, 성취도가 낮은 아이들은 주입식 수업을 통한 수동적인 학습 태도를 가지는 경향이 짙습니다.” 학습 능력이 우수한 아이와 뒤처지는 아이들은 학원 선택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다. 수동적인 아이들은 교과 지식을 전달하는 주입식 위주의 학원에 다니지만, 학습 능력이 우수한 아이들은 토론이나 탐구 중심 수업, 참여 위주의 학원을 다니는 경향이 뚜렷했다. 물론 성취도가 낮은 아이들은 공부를 보충하기 위해 주입식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은 계속적으로 학습을 좇고 주입받기 원하는 태도로 굳어질 수 있다. 김성현 “처음에는 조금 뒤처지더라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 직접 찾아보며 공부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기다리고 배려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성현·김은혜 부부는 집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물건으로 ‘우리나라 지도, 세계지도, 지구본’을 꼽았다. 3가지 형태의 지도를 아이의 시선이 잘 닿는 곳에 비치하라고 조언했다.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는 자녀에게 더 넓은 세상을 소개하는 것이 부모의 의무라는 것이다. 지도 3개에 불과하지만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지도는 우리나라의 위치, 주변국과 각 나라의 수도 그리고 국기 등을 파악하는 유용한 지리 학습 도구가 된다. 신문이나 방송에 언급되는 나라와 도시를 자녀에게 직접 찾아보게 하거나 국가 이름과 수도 맞히기 게임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도 있다.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는 아이에게 여행지를 지도에서 찾아보게 하고 그곳의 날씨와 문화 등을 설명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도와 지구본을 통해 아이는 지리를 파악하고 역사와 과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또 넓은 세상을 향해 더 큰 뜻을 품을 수 있다. ‘독서가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면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다. 공부의 폭을 크게 잡으면 아이의 눈이 닿는 모든 것이 책이고 독서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하는 부모. 자녀 교육은 이렇게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작지만 강한 힘은 그렇게 나온다. 현직 교사들의 자녀 교육 한마디 박미선 교사(고3·중2 두 아들) “예전에는 제 아이들이 스스로 하지 않을 때 야단을 치고 종용도 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사랑에도 때로는 절제의 미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아이들에게는 물질적인 부족감보다 스스로 고민해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결핍이 느껴지거든요. 특히 첫째 아이에게는 학부모님 스스로 걱정이 많고 불안하기 때문에 뭐든 해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요. 다른 엄마들의 시선과 이야기에 동요되면 기다려줄 여유가 없어지게 되죠. 이럴 때 무엇보다 필요한 건 아이를 믿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에요. 저 역시 아이들에게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좀 더 지켜봐주고 믿어줄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신경자 교사(고2·중1 두 딸) “우리 집 가훈은 자력갱생이에요. 이런 말을 하면 다들 웃으시는데, 사실입니다. 어릴 때부터 생활의 주체가 자기 자신이라는 걸 강조했어요. 부모가 아무리 아이에게 집중하고 희생해도 결국 선택과 책임은 아이 자신의 몫이거든요.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 달걀프라이는 직접 해 먹을 수 있고, 3학년이 되면 라면 정도는 끓여 먹을 수 있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부엌에 있는 가스레인지를 인덕션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도와주면 훨씬 빨리 되겠지만 어떤 일이든 아이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딸들이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이게 자기주도학습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순애 교사(대학생 두 딸) “길게 보면 조금 허술한 부모가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참견하고 못 미더워하면 아이들이 숨 막히지 않겠어요? 그러다 보면 아이들도 스스로 판단하고 시도해보려는 의지를 잃게 되죠. 저는 아이들에게 속는 날도 많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도 괜찮았다 싶습니다. 아이들의 숨통을 트이게 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고요. 큰딸은 중학생이 된 어느 날, 귀고리를 한다고 귀에 구멍을 2개나 뚫고 들어왔어요. 순간 열이 확 올랐지만 억누르고 모른 척했죠. 그렇게 놔뒀더니 언제부턴가 시들해져서는 귀고리를 빼더라고요. 위험한 행동만 아니라면 일일이 참견하지 말고 잠시 눈감아주세요.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 스스로 시들해지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김재수 교사(고3 딸, 고1 아들) “아이들이 사춘기를 무난히 넘긴 것은 여행을 통한 대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기에는 각자의 생활이 바쁘고 활동 영역도 많이 다르죠. 여행은 이럴 때 서로의 마음을 열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일단 집을 나서서 여행을 떠나면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시간이 만들어지고, 그 시간 속에서 진솔한 대화가 오갈 수 있죠. 나이가 들수록 아들과 서먹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자전거 여행처럼 체력적으로 힘든 여행을 떠나면 역경을 함께 이겨내며 아들과 아버지가 서로 친구이자 동지가 될 수 있습니다.” 황지연 교사(대학생 딸, 중2 아들) “영어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기에 영어 교육법만큼은 참 많이 고민하고 다양하게 실천했지요. 그런데 영어책 읽기만 한 게 없었어요. 좋은 동화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읽는 재미도 있고 언어 학습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영어 전문 서점에 가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부터 구매해서 차근차근 읽히며 책을 늘려가세요.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선정하는 칼데콧, 뉴베리 등의 수상작 위주로 살피는 것도 방법이에요. 딸의 경우 그 효과를 톡톡히 봤죠. 영어 동화는 제가 먼저 읽은 뒤 아이와 함께 읽었고, 영어 독후 기록장도 저와 주고받는 영어 감상 일기 형식으로 썼어요. 혼자 쓰게 하면 숙제가 돼버려 아이가 금세 지겨워하거든요. 이 점에서 아쉬운 건 아들이에요. 아들은 그림이 없는 챕터 영어 동화 단계에서 제가 바빠지는 바람에 같이 읽어주지 못했는데 그게 가장 후회돼요. 두 아이의 영어 실력 차이도 거기서 온 것 같아요.”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보라(프리랜서) ■사진 / 김태환 ■참고 서적 / 「유능한 교사는 자신의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는가」(이정원 저, 알투스), 「책 읽는 아이, 토론하는 우리 집」(김성현 저, 미래지식)>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