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736 건 검색)
- “민주주의는 왜 소중할까요” 초등학생에 편지 쓴 교장선생님
- 2024. 12. 11 21:20 사회
- ...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이 붙었다. “사랑하는 어린이들, 안녕하세요”로 편지를 시작한 교장은 “우리가 지금 왜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 이야기해줄게요”라며 글을 이어간다. 교장의...
- 탄핵, 국내외 영향
- 계엄 이후 “민주주의를 지켜가는 어린이들에게…”어느 교장의 편지
- 2024. 12. 11 16:06 사회
- ... 제목의 편지는 “사랑하는 어린이들, 안녕하세요. 교장선생님이에요”로 시작한다. 편지 속 교장은 “우리가 지금 왜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 이야기해 줄게요”라면서 글을 이어간다. 이 학교...
- 탄핵, 국내외 영향
- ‘친일’ 논란 교과서 택한 문명고 교장 “선택은 학교 권리”
- 2024. 11. 21 14:27 사회|지역
- ... 채택한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가 교과서 선택은 학교의 권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임준희 문명고 교장은 21일 경산시 대신대학교 본관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주장을 폈다. 임 교장은...
- 문명고
- “장학사 만들어줄게”…여교사 성추행·스토킹한 교장 법정구속
- 2024. 10. 30 16:49 사회|사회|지역
- ... 형사1단독 손영언 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학교장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또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40시간 스토킹...
- 경북안동구속징역
스포츠경향(총 319 건 검색)
- 배우 손지나, ‘피라미드 게임’ 교장 선생님 임순애 역 강렬한 존재감 폭발!
- 2024. 03. 25 20:07 연예|연예
- 티빙 캡처 배우 손지나가 ‘피라미드 게임’을 통해 명불허전 연기력을 입증했다. 손지나가 열연을 펼친 OTT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연출 박소연, 극본 최수이, 크리에이터 이재규, 제작 필름몬스터·CJ ENM 스튜디오스, 제공 티빙)은 매월 투표로 각자 등급이 매겨지고 F등급은 합법적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에서 왕따를 벗어나 게임을 끝낼 저격수가 되어야만 했던 한 여고생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매회 차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손지나는 극 중 백연여고의 교장 선생님 임순애 역을 맡아 신스틸러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임순애는 여고생들의 서바이벌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의 진실을 숨기려는 인물로 이들만의 서열 전쟁을 더욱 휘몰아치게 만들었다. 캐릭터를 집어삼킨 듯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임순애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한 ‘피라미드 게임’ 속 손지나의 활약상을 제작진이 되짚어봤다. 먼저 2학년 5반 ‘학교폭력’의 진실을 감추려는 교장 선생님 임순애의 모습이다. 극 중 임순애(손지나 분)는 백연여고의 교장 선생님으로서 학교의 위상에 흠집이 갈까 학교폭력이 있는 것 같다는 교사의 보고에도 애들끼리 치는 장난이라며 학생들이 보내는 SOS 신호를 무시해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임순애는 학생이지만 재벌가 백연그룹의 손녀이자 2학년 5반의 유일무이한 A등급 백하린(장다아 분)의 지시를 따라 전학생 성수지(김지연 역)를 2학년 5반에 배정했고, 이로 인해 인물들 간의 변화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첫 등장부터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손지나는 신스틸러 빌런으로 활약하며 캐릭터를 섬세하게 풀어냈다. 둘째로 명불허전 ‘믿보배’ 손지나가 ‘강약약강’ 캐릭터 창조로 증폭한 카리스마다. 부와 명예가 먼저인 임순애는 그동안 백연여고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을 감춰왔고, 성수지가 백하린이 만든 ‘피라미드 게임’을 없애기 위해 고군분투하자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가 숨겨온 백연여고의 실체는 성수지의 계략으로 생중계되면서 ‘피라미드 게임’의 모든 게 밝혀지고 있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임순애는 곧장 2학년 5반으로 달려가 임주형(최성원 분)에게 “카메라부터 찾아 얼른!”이라고 소리치며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임순애는 백연여고의 민낯이 드러나자, 학생들을 사주에 또 한 번 진실을 덮으려고 시도했으나 성수지와 윤나희(안소요 분)의 계속되는 폭로에 결국 부정부패 수사를 받게 되는 엔딩을 맞았다. 전형적인 ‘강약약강’ 빌런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낸 손지나는 ‘피라미드 게임’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열연으로 극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고, 그녀가 보여주는 탄탄한 연기는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손지나는 ‘피라미드 게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믿고 보는 배우로 등극, 앞으로 그녀가 펼칠 향후 행보 또한 기대가 모인다.
- 전직 교장선생 방승호 ‘K-디아스포라’로 파격도전
- 2024. 03. 21 09:15 연예
- 전직 교장 선생 방승호가 신곡으로 새 장르에 도전한다. 전직 교장 선생이었던 방송호가 신곡 ‘K-디아스포라’로 싱잉랩에 도전하며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다. 원래 ‘디아스포라’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도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K-디아스포라 (사)K-디아스포라 세계 연대(K-Diaspora Worldwide Network, 이사장 고도원)는 전 세계 193개국에 흩어져 있는 730만 K-디아스포라와 한국을 사랑하는 세계시민을 상호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재외 동포 2·3세 청년들을 대한민국의 인재로, 더 나아가 훌륭한 세계 시민으로 키워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번 신곡 ‘K-디아스포라’의 작사를 고도원이 맡았다. 방승호는 “K-디아스포라 세계연대 설립 과정을 지켜보며, 그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탄생한 노래다. 이 노래를 통해 전 세계 청소년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세계 각지에서 재외 동포들이 한국인의 정신과 색깔을 유지하며 빛을 내길 응원하는 따뜻한 곡이다”라고 밝혔다. ‘K-디아스포라’ 노래 도입부의 선율은 다양한 국악기가 채운다. 작곡을 맡은 Thunder dragon 랩이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방승호의 싱잉랩이 운치를 더해 리스너들의 감성을 자극할 예정이다. 각지에 살고 있는 재외 동포들이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하나인 한국인임을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민족 가요 아리랑을 떠올리게 만드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이라는 가사가 담겨 있으며 ‘바다와 대륙을 넘어 세계는 하나. 문화적 경계 생각의 경계 미움 다툼의 경계 가뿐히 넘어서 세계평화 향해 나가 나가 나가 나아가자’는 가사를 통해 재외 동포를 응원하고 있다. 한편, 방승호는 학교 폭력 예방 노래 ‘콜드블루-둘레길’ ‘배워서 남주나’ ‘아현고 아이들’ 등을 발매했고 책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를 집필한 바 있다. ‘K-디아스포라’는 21일 오후 12시부터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 “학폭 이제 그만” 아웃사이더, 노래하는 교장 방승호와 ‘콜드블루’ 발표
- 2023. 03. 16 14:37 연예
- 가수 아웃사이더와 노래하는 교장 방승호가 학교폭력을 예방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신곡을 발표한다. 푸른나무재단 제공 노래하는 교장 방승호와 가수 아웃사이더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노래한다. 푸른나무재단은 오는 18일 낮 12시 각종 음원사이트에 아웃사이더와 방승호가 함께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음원 ‘콜드 블루(Called ‘Blue’), 둘레길’을 발매한다고 16일 밝혔다. ‘콜드 블루, 둘레길’은 학생들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학교폭력에 대한 경험을 담아 만든 랩·힙합 장르 곡으로 푸른나무재단이 제작 지원했다. 노래하는 교장 방승호가 제작 및 발표를 주도했고 속사포 래퍼 아웃사이더가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번 음원 발매는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책임감을 높이고 음악이라는 문화예술로 학교폭력 예방 문화풍토를 조상하기 위한 것으로 소외되고 홀로 걸어가는 친구들을 묵묵하게 희망으로 인도해줌과 동시에 고민과 아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용기와 결심을 담은 가사로 이뤄져 있다. 아웃사이더는 “‘콜드 블루’ 가사와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며 푸른나무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청소년을 위한 재능기부 강연과 토크 콘서트를 이어오고 있는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아웃사이더와 방승호가 부르고 푸른나무재단이 지원한 ‘콜드 블루’ 앨범 재킷 이미지. 푸른나무재단 제공 노래하는 교장으로 알려진 교사 방승호(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는 “이번 노래로 35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어떤 정책보다 강한 노래와 놀이의 힘을 알리고 싶었다”며 “통제하면서 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아이들 마음속에 들어가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방승호는 국내 모험상담가 1호로 활동하며 학업을 포기한 학생들의 긍정적 변화를 담은 영화 ‘스쿨 오브 락’에 출연하고 ‘금연송’을 발매하는 등 7집 가수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번 곡을 작사, 작곡, 편곡한 썬더그래곤(Thunder dragon) 학생은 “소외되고 홀로 걸어가는 친구들을 묵묵하게 희망으로 인도해주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며 “저의 과거이기도 했던 주변인들로 인해 불행한 아이들의 인생이 꽃길만 가득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푸른나무재단 이종익 사무총장은 “학교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다른 학생들과 교사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콜드 블루’ 가사에서는 이 처럼 함께 걷는 길을 찾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고 학교 내 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책임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 한국예총문화예술원, 한국초중고등학교교장총연합회와 맞손...김보성의 청소년영상체험학습 지원
- 2023. 03. 16 08:31 생활
- 한국예총문화예술원(이사장 안영일)은 15일 한국초중고등학교교장총연합회(이사장 정호영), 한예극장(대표 안선휘)와 청소년을 위한 에버시네마 제작의 ‘김보성의 청소년영상체험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협약에서 한국예총문화예술원은 한국초중고등학교교장총연합회와 협력기관 간 문화사업 프로젝트 수행, 김보성의 청소년영상체험학습 강사 초빙에 대해 적극 지원과 홍보 등에 대한 업무협약에 대해 협의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각 기관은 협조를 바탕으로 상호 발전과 우의를 증진하고, 성장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안영일 한국예총문화예술원 이사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전국의 많은 청소년들에게 대학로 문화를 소개하고 다양한 커리큘럼과 체험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청소년영상체험학습에서 청소년들에게 꿈과 진로를 설계하는 로드맵을 제공하고 활기차고 생생한 무대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호영 한국초중고등학교교장총연합회 이사장은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이 꿈을 꿀 수 있게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청소년들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적합한지 같이 호흡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김보성의 청소년영상체험학습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 용기,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해 주며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해 나가고 진취적인 기상을 심어주는 유익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이다. 서울 대학로에서 4월에 실시되는 김보성의 청소년영상체험학습(TFS)은 전국의 청소년에게 영상 체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내 최대 체험학습전이다. 프로그램에는 래퍼, 배우, 영화감독, 개그맨, 가수, 모델, 드론촬영감독, 무술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아티스트 강사로 참여해 청소년들과 함께한다. 김보성의 청소년영상체험학습에서 청소년들은 10개 이상의 직업군을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매주 각기 다른 체험학습에 참여하게 된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무대로 꾸며질 청소년영상체험학습은 400석 규모의 1관과 200석 규모의 2관으로 구성된 대학로 한예극장에서 4월에 시작하며, 에버시네마 제작의 김보성의 청소년영상체험학습 단체관람 신청은 한국초중고등학교교장총연합회 홈페이지와 ‘청영체’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 청소년영상체험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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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장 참석을 거부합니다” 제주 A고의 특별한 졸업식(2024. 01. 19 15:00)
- 2024. 01. 19 15:00 사회
- 교장·교감, 교내 불법 촬영 은폐·피해 교사들에 2차 가해 학생들, 학교장 이름 없는 졸업장 요구 등 강경하게 대처 지난해 12월 말 열린 제주 A고등학교의 ‘학교장 없는 졸업식’에서 한 학생이 ‘고별사’를 전하고 있다. /학부모 제공 2024년 새해를 며칠 앞둔 12월 말의 어느 날. 제주의 A고등학교에서 조금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을 앞둔 학교 풍경은 여느 졸업식과 다를 게 없다. 이별과 시작이 교차하는 자리. 반쯤 들뜬 학생들과 꽃다발을 한 아름 안아 든 부모들. 마지막 교가를 부를 땐 눈물이 글썽이는 학생들도 보인다. 평범한 풍경에도 이날 졸업식이 특별했던 이유가 있다. 졸업식은 내내 학교장과 교감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학생들이 교장·교감의 참석을 거부했다. 학생들이 받아든 졸업장도 남달랐다. 보통은 졸업장을 수여하는 학교장의 이름이 들어가지만 이날 졸업장에는 학교장의 이름이 빠진 채 학교 이름만 들어갔다. 이 역시 학생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졸업식은 입학식과 함께 학교의 가장 큰 연례행사이자 경축일이다. 교장과 교감이 모두 참석을 거부당한다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졸업장에서 학교장의 이름을 삭제한 것도 ‘파격’을 넘어 ‘파문’에 가깝다. 사실 졸업식 당일 아침까지만 해도 식순에 ‘교장 축사’가 들어 있었다. “참석을 강행할 경우 졸업식을 보이콧하겠다.” 학생들의 강경한 태도에 교장이 결국 물러섰다. A학교에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학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학교장은 ‘쉬쉬’ 사건은 지난해 10월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 체육관에 딸린 여자 화장실을 이용하던 교사가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다. 화장실에 놓여 있는 ‘갑 티슈’ 한 통.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에 열어본 교사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갑 티슈 안에는 동영상 녹화 기능이 켜진 스마트폰이 들어 있었다. 그는 즉시 교장에게 ‘화장실 내 불법 촬영’ 사실을 알렸다. 해당 화장실은 교사·학생 모두 이용하는 곳이다. 학교폭력(학생이 피해자)인지 교권침해(교사가 피해자)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 교육부의 ‘2023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사안 대응 업무 가이드(성폭력 가이드)’를 보면 교내 성폭력 범죄 발생 시 바로 교육청과 수사기관에 통보 및 신고하도록 돼 있다. A고 사건도 발생 당일 통보와 신고가 모두 이뤄졌다. 이튿날 불법 촬영한 같은 학교 학생(가해자)이 집 근처 지구대를 찾아가 자수하면서 사건이 본격화됐다. 사건 발생 이후 최근까지 석 달여간 제주 지역사회를 뒤흔든 이른바 ‘A고 불법 촬영 사건’의 시작이었다. 사건은 가해자의 자수로 쉽게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사건 처리 과정에서 학교·도교육청·경찰이 약속이나 한 듯 부실 대응을 거듭했다. 사건의 진상규명이 늦어졌고,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까지 발생했다. 교육부의 성폭력 가이드는 처음부터 작동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시 가장 먼저 취해야 하는 조치가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조치임에도 지켜지지 않았다. 가해자는 지구대에 자수한 당일에도 등교했다. 경찰은 “무죄 추정원칙”이라며 등교를 막지 않았고, 교장은 방관했다. 이 때문에 불법 촬영 피해 교사가 교실에서 가해자와 만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 교사는 이튿날 병가를 냈고, 그제야 가해자는 ‘병결’로 처리돼 등교가 금지됐다. 2021년 안양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견된 ‘갑 티슈’ 안 불법 촬영 장치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경기교사노조 제공 며칠 뒤에는 교감이 황당한 요구를 했다. 또 다른 피해 교사 등 여교사 2명에게 “가해자 가정방문을 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학교폭력 진술서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찾아가 대면하라고 요구하는 건 명백한 2차 가해다. 피해 교사 등은 교감(남교사)이나 학교 경찰(스쿨 폴리스)의 동행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가정방문에서는 가해자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등 위압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교감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 교사의 거듭된 병가 요청도 번번이 불허했다. 피해 교사가 직접 대체 기간제 교사를 구한 뒤에야 병가를 낼 수 있었다. 교장은 사건을 감추는 데 급급했다. 피해자인 여교사들이 사건의 진행 결과 공개 및 공론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그 사이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고 가해자에 대한 퇴학 처분이 내려졌다. 학교 측의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해 문제 제기(제주교사노조) 및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그제야 교장은 여교사들과 면담을 갖고 교내 사건의 발생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사건 발생 20여 일이 지난 뒤였다. ■도교육청은 우왕좌왕, 경찰은 ‘부실 수사’ 의혹 경찰 수사 결과 가해자는 9월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교내 화장실 3곳에서 불법 촬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촬영된 신체와 얼굴 등 피해 사실이 확인된 피해자만 교사·학생을 포함해 50여명이다. 그럼에도 학교는 사건 발생 한 달이 넘도록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범죄 발생 사실을 숨겼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서”(학교장)라는 이유를 댔다. 학부모들에게 범죄 사실을 알리는 가정통신문이 발송된 건 지난해 11월 말이었다. 제주도교육청은 학교 관리·감독과 지원 의무가 있다. 이번 사건은 교내 성범죄가 학교폭력인 동시에 교권침해인 사안이다. 사건 발생 초기부터 도교육청 유관 부서의 통합대응이 필요했지만 우왕좌왕했다. 그 결과 피해 교사와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와 지원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학부모와 학생, 교사 등이 자구책으로 ‘불법촬영피해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대응에 나섰다. 이후 대책위 요구로 도교육청 주최 공청회가 열렸고, 최근까지 양측이 주기적으로 만나 후속 대책을 논의 중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다수이고, 교사와 학생이 모두 피해자인 까닭에 관련 매뉴얼이 없어 초기 대응이 미숙했던 부분이 있다”며 “현재 대책위와 소통하며 교내 안전 대책 마련 및 피해자 지원 등 후속 조치를 이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는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피해 교사 등에 따르면 경찰이 사건 관련 피해자와 가해자 조사에 착수한 건 11월 초였다. 가해자가 자수한 지 10여 일이나 지난 뒤다. 사건의 주요 단서가 될 가해자의 스마트폰, SNS 계정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포렌식도 뒤늦게 이뤄졌다고 피해 교사 등은 주장한다. 대책위가 경찰서를 항의 방문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초 학교에서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한 경찰의 수사 결과 설명회가 열렸다. 대책위 관계자는 “경찰이 초기에는 피해자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피해자 모두를 ‘신원 미상’으로 처리하려고 했다”며 “사건을 축소해 수사하려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수사를 진행한 경찰 관계자는 “포렌식 등 과정에서 초동대응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피해 및 혐의 사실을 모두 밝혀 검찰로 송치했다”며 부실 수사 의혹을 부인했다. ■의연했던 학생들, ‘교장 없는 졸업식’으로 ‘응답’ ‘교장·교감 없는 졸업식’이 열린 제주 A고교에서 졸업식 후 교내 밴드의 축하 공연이 열리고 있다. /학부모 제공 검찰은 가해자에 대해 장기 징역 7년, 단기 징역 4년, 취업제한 10년 등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본래 지난 1월 17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검찰 추가 포렌식 과정에서 가해자가 불법 촬영물을 10여 차례 이상 유포한 혐의가 새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불법 촬영물 유포 혐의 등을 기존 혐의와 병합해 재심리할 방침이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더 무거워질 수 있다. 재판과정에서 피해 교사와 학생들은 제대로 된 법률 지원을 받지 못해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도교육청은 처음엔 피해 교사에 대한 변호사비 지원을 거부해 노조에서 변호사 비용을 지원했다.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피소된 경우에만 변호사비를 지원하도록 돼 있는 규정 탓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도교육청은 “일부 비용을 지원하고, 관련 제도의 개선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도 십시일반으로 변호사비를 모금했다가 도교육청으로부터 뒤늦게 법률지원을 받아 소송을 진행했다. 어른들이 ‘못난’ 모습을 보이는 동안 정작 의연했던 건 학생들이다. 학교가 수능을 이유로 늑장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기 전 학생 상당수는 불법 촬영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피해자일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큰 동요 없이 수능을 치러냈다. 사태를 보고만 있지도 않았다. 학생자치회는 학생들의 피해 상황과 원하는 후속 조치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화장실 가기가 두렵다”, “가만히 있으면 동영상 녹화·중지 버튼음이 자꾸 들리는 것 같아 괴롭다” 등의 호소가 잇따랐다. 학생자치회는 설문조사를 근거로 도교육청과 대책위의 회의에 매번 참석해 학생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교장·교감 없는 졸업식’은 그 결과물이다.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 했던 교장·교감을 향해 학생들이 내놓은 ‘응답’이기도 하다. 이들은 서로의 의견을 물어가며 졸업식을 직접 기획했다. 각 학년 대표가 나와 선후배에게 남기는 말을 전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졸업식 행사 뒤에는 교내 밴드의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강당 한켠에는 포토존도 예쁘게 꾸몄다. 한 학부모는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음에도 졸업식이 초라하지 않게 학생자치회에서 최대한 준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로 연대하고 위로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사건 관련 교장·교감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라며 “감사가 끝나는 대로 인사(전보) 및 징계 조치를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 [주목! 이 사람]박지희 도봉초등학교 교장 “교사의 삶을 보고 아이들이 배워”(2020. 06. 19 15:23)
- 2020. 06. 19 15:23 사회
- 군사정권 시절 교사 1500명이 교단에서 쫓겨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였다. “교사가 교문 앞에 가로막혀 학교에 들어가지 못해도, 교실에서 아이들이 울고불고해도 세상과 학교는 멀쩡히 돌아가더군요. 교사 1500명이 해고되면 세상이 뒤집히고 학교가 멈출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당시 새내기 교사였던 박지희씨(55)도 교실에서 끌려나갔다. 박씨의 말처럼 선생님이 떠난 뒤에도 학교는 평화로웠다. 기이한 세상이었다. 꼬박 5년을 해직교사로 살았던 박씨는 우여곡절 끝에 교단으로 돌아왔다. 30년 전 신출내기 선생님이었던 박씨는 이제 도봉초등학교의 할매 ‘교장 쌤’이자 초등국어교육의 대모로 불린다. “해직 경험이 없었으면 지금 굉장히 ‘꼴통’스러웠을지도 모르겠어요. 해직 기간 동안 우리나라 투쟁의 최전선에 선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시야도 좁았고, 진심 어린 관심이 없었구나. 함부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없구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려고 해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때 이후로 교사들에게 다양한 삶의 경험이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교사의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듯 아이들의 교육과정도 다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국 모든 학생이 같은 교과서로 같은 시기에, 같은 활동을 하는 수업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들은 같은 연령이라도 가정적 문해환경이 다르고 문해력도 다르죠. 키워야 할 정서나 표현능력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들에게 맞는 교재와 활동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안한 운동이 ‘온작품(쪼개거나 각색하지 않은 작품) 읽기’다. 교과서 내 작품이든, 담임교사가 추천한 작품이든 아이들이 충분히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골라서 함께 읽고 교과 성취목표를 달성하자는 취지다. 온작품으로 국어수업을 채우면 모든 교실에서 제각기 다른이야기꽃이 피어날 것이다. 교장 임기를 마치고 나면 평교사로 돌아갈 생각이다. 수업이야말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라 믿는다. ‘교사가 교장을 하고, 교장을 하다 다시 교사로 돌아가는 선례’를 남기고도 싶다. 공모교장에 임했던 이유도 교장선출보직제로 가는 과도기에 선배로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서다. “교직에 있으면서 행복한 순간은 아이들과 개별적으로 만나는 순간이에요. 그중에는 ‘이순간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겠구나’라고 느껴지는 때가 있지요. 아직도 수업은 나를 가장 설레게 하는 시간이에요. 건강이 허락한다면 정년으로 퇴직하는 날까지 담임을 맡아 수업하고 싶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놓고 이제껏 고민했고, 답을 얻기 위해 젊은 날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정답일지 모르지만 좋은 가르침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아이들은 교사의 삶의 태도에서 가장 많은 것을 얻는다. 요컨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가 가장 좋은 가르침이었다. 교사가 민주적인지, 인권을 존중하는지, 자기주도적으로 살고 있는지 등 교사의 삶 자체가 잠재적 교육과정이다. “선생님들이 스스로 행복한 삶을 꾸렸으면 해요. 교사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간다면 아이들은 그런 교사의 삶을 보면서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배울 수 있을겁니다.”
- 주목! 이 사람
- 교장공모제 퇴색시키는 ‘옥에 티’(2019. 11. 29 15:30)
- 2019. 11. 29 15:30 사회
- ㆍ많은 장점에도 불구 몇 가지 맹점… ‘악용’ 사례가 반대 근거로 활용 ‘교장공모제(교사와 학부모가 교장을 뽑는 제도)’는 안착할 수 있을까. 2007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초빙형·내부형·개방형으로 구성된 교장공모제가 시범 운영된 이래 12년간 이 물음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15년 이상의 교직경력이 있는 교사’를 교장으로 뽑을 수 있는 내부형 공모교장 제도가 보다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신청학교 가운데 15%만 지정하던 비율을 50%까지 늘리는 것에 그쳤다. 한국교총 등 보수 교원단체의 극심한 반발에 정부가 한 발 뒤로 물러난 모양새다. 이마저도 보수 교원단체 등은 비판하고 있다. 교장공모제를 비판하는 쪽의 논리를 간략히 정리하자면 ‘교장이 되기 위해 최소 25년 이상 승진가산점 취득 및 교육연구, 벽지 및 험지 근무를 자처했던 교사들의 노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장공모제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한 번이라도 내 손으로 학교장을 뽑는 절차에 참여해본 학부모와 교사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학교장의 유형을 세우고, 거기에 맞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학부모, 교사 모두 만족도 높아 김갑성 한국교원대 교수가 2010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용역을 받아 작성한 ‘교장공모제 성과분석 및 세부 시행모형 개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공모유형과 별개로 공모교장이 발령교장에 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이나 책임감, 리더십 등의 면에서 학부모와 교사로부터 더 큰 만족도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의 교육력을 높이는 업무수행능력, 신뢰도 면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또 공모교장은 4년 단임 임기 중 2년차에 한 차례 평가를 받기 때문에 교육에 필요한 시설설비 구비를 끌어오고, 관리하는 면에서 승진교장에 비해 더 많은 성과를 내놓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간평가 기간 및 단임제 4년이라는 한정된 기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끌어내야 하는 공모교장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김갑성 교수 및 연구진들의 분석이다. 학교 구성원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제도라면 교장공모제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교육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이다. 문제는 이 제도에도 몇 가지 맹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극히 일부지만 교장공모제도 악용을 의심할 만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이는 그러나 교장공모제 확대를 반대하는 근거로도 활용된다. 경기도의 한 혁신고등학교는 지난해 공모교장 선발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공모교장 공고가 나기 전 지원자 중 한 명이 학교운영위원장을 미리 만나 사전협의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지원자는 현재 해당학교 교장이다. 학교운영위원장이 공모교장 심사가 있는 날 학부모 심사위원을 불러 다른 후보를 떨어뜨리고, 현재의 교장을 당선시키도록 지시했다는 것이 현 교장의 반대 측 주장이다. 해당 학교는 현재도 교장과 교사들 간에 갈등을 빚고 있다. 또 다른 경기도의 한 혁신초등학교는 지난 12년간 교장공모제로 교장을 뽑아왔지만 올해 처음으로 교장공모제의 타당성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사실상 학부모대표단이 학교 일에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일종의 ‘허수아비’ 교장을 데려오려 한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12년간 교사 및 학부모 전원 100% 찬성으로 교장공모제를 신청해왔다. 그러나 올해 처음으로 비공개 투표로 의견을 모아 학부모 90명 찬성, 13명 반대, 2명 기권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일부 학부모는 학부모 소모임 밴드에 ‘학교 정신에 위배되는 반대표가 나왔다’는 글을 썼다가 해당 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주간경향>은 해당 글이 삭제되기 전 캡처본을 확인했다. 물론 학부모 찬성 비율(85.7%)로만 보자면 여타 공모제신청 학교에 비해 높은 수치다. 그러나 100% 찬성이었던 과거와 비교하자면 ‘균열’이 생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학부모 중 한 명은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현 교장선생님이 물러나면 학부모대표단에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 학교 교사 출신 평교사를 내부형(B형) 공모교장으로 데리고 온다는 소문이 부모 사회에서 돌고 있다”면서 “그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게 올바른 공모교장의 모습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교장제도개혁모임’은 이 제도가 교장의 임기연장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통상 교직원이 교장승진대상자가 되기까지는 20년에서 25년 이상의 교직경력이 필요하다. 여성 교직원이나 군 면제 남성 교직원의 경우 일찍 임용됐을 경우 만 23세 무렵 교직생활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각종 승진가산점 등을 일찍 채우거나, 교육전문직으로 근무하면 40대 후반~50대 초반에 교장 자격을 얻게 된다. 교장은 통상 최대 8년(4년 중임)가량 근무하고 정년퇴임을 한다. 그러나 일찌감치 교장승진대상자에 오른 교원들은 8년의 교장 임기를 채우고도 정년이 남는 경우가 있다. 이때 이들이 교장공모제를 임기연장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모제로 교장이 된 교원의 93.5%(2017년 기준)가 교장자격증을 가진 교원이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공모제교장의 임기(4년 단임제)는 승진교장 임기(4년 중임)의 예외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공모제교장을 한 차례 한 뒤 교장발령을 받을 경우 최대 12년간 교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불법도, 편법도 아니다. 기존 교장의 임기연장 수단으로 교장제도개혁모임은 지난 11월 22일 열린 교장제도개혁 토론회에서 “공모제를 악용하는 사례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비교적 일찍 교감·교장이 되는 교육전문직의 경우 그들 사이에 서열을 매겨 공모학교를 배분하는 모의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교장공모제와 함께 주장했던 ‘교장선출보직제’가 안착되지 않고 있는 점도 공모제의 한계로 지적된다. ‘교장선출보직제’란 쉽게 말해 교장을 하나의 보직으로 보고, 교장 임기가 끝나면 다시 교사로 돌아가도록 하는 순환제도를 말한다. 문제는 이 제안을 했던 전교조 출신 교사들이 교장자격을 취득한 후(공모제교장은 교장이 된 이후 교장자격을 사후에 얻는다) 일부를 제외하고 다시 교사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교조 소속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로 복귀한다는 교장이 나타나면 그 자체가 뉴스가 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장공모제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강점은 학교 구성원들이 원하는 교장의 모습과 교장의 역할을 정하고, 이에 맞는 교장을 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20학년도 공모제 학교로 선정된 많은 학교들이 각종 ‘요건’을 달아 교장공모를 하고 있다. 발령에 따라 일방적으로 부임하는 교장이 아닌 학교가 원하는 맞춤형 교장을 뽑을 수 있는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ㄱ학교는 ‘스마트융합교육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고, 확고한 추진의 뜻이 있는 자’를 우대조건으로 공고하는가 하면 ㄴ학교는 ‘기존의 혁신학교 정신을 잘 살릴 수 있는 자’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ㄷ학교는 ‘진로교육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자’를, ㄹ학교는 공모교장 임기가 끝나면 공모 이전 직위로 복귀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교장공모제도 확대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정재석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장은 “교육의 3주체인 학생·학부모·교사가 바라는 교장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점은 공모제도의 강점”이라며 “공모교장제의 긍정적인 사례가 더 많이 나온다면 기존의 승진제의 벽도 허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포커스]‘교장의 자격’ 놓고 교육계 시끌시끌(2019. 11. 01 15:53)
- 2019. 11. 01 15:53 사회
- ㆍ현실의 벽에 부딪친 교장공모제… 자격증 지닌 소수에게만 승진 혜택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여학생이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랑합니다.” 학생은 인사와 함께 공책 한 권을 긴 책상에 올려놓았다. “교장 선생님! 배움공책 다 썼어요. 도장찍어 주세요.” 공책을 이리저리 살피던 교장은 학생에게 “정리를 참 잘했네,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상’이라고 각인된 도장을 꺼내 공책 맨 뒤에 큼지막하게 찍었다. 아이는 진로체험 교육시간에 초청강연왔던 유명 개그맨의 사인을 교장에게 보여주며 자랑했다. 이어 “저 (공책 정리 끝까지 한 게) 이번이 두 번째예요. 저희 반에 6권째 쓰고 있는 친구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교장은 “아, OOO 말이지? 다 쓰면 또 교장실로 갖고 오라고 해줘”라며 새 공책과 함께 각종 젤리와 사탕이 포장된 선물을 학생에게 건넸다. 아이는 교장실 책상에 놓여있는 친환경 연필 두 자루를 고른 뒤 새 공책과 선물을 들고 교장실 문을 나섰다. 김선자 서울 천일초등학교 교장이 교장실을 찾은 저학년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배움공책에 칭찬서명을 하고 있다. / 천일초 제공 열려있는 교장실, 시설 개선에 힘써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서울 천일초등학교는 전교생이 ‘배움공책’을 쓴다. 글씨 쓰기가 아직은 서툰 1~2학년 학생들은 단순한 알림장 형식의 공책을 사용하고, 3~6학년 학생은 그날 배운 내용이나, 한 줄 독서, 일기 등을 공책 한 권에 쓰고, 다 쓴 공책은 교장실로 가져가 교장이 마련한 작은 선물과 함께 새 공책을 받아간다. 김선자 천일초 교장은 “공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쓴다는 것은 어른들도 어려운 일이다”라며 “아이들이 공책 한 권을 끝까지 다 쓰면서 자기주도 학습을 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 학교에 취임한 이후 꾸준히 하고 있는 일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교사일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지만 교장이 되기 전까지는 마음만 있을 뿐 추진하지 못했던 일들을 그는 하나씩 실현하고 있는 중”이다. 교장실은 늘 열려있다. 김 교장은 “누구나 들어와 이야기하다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지난 1월 공간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이 직접 방문해 학교를 살펴보기도 했다. “제가 이 학교 주변에 있는 초등학교 두 곳에서 5년 6개월간 교감생활을 했어요. 그래서 이 학교가 어떤 곳인지 잘 알았죠. 이미 교장임용 점수를 채웠기 때문에 발령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 꼭 이 학교에서 일하고 싶어 초빙형 공모제에 지원했습니다.” 그는 3차에 걸친 심사를 통과해 2017년 9월 1일자로 부임했다. 경쟁률은 4대 1이었다. 김선자 교장은 ‘공모의 달인’이다. 학교의 시설 하나를 바꾸려 해도 결국 ‘돈’ 문제를 벗어날 수 없다. 그는 선생님들과 협의를 통해 각종 공모사업에 지원해 예산을 받아왔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실시하는 ‘1학년 꿈을 담은 교실’ 사업을 하기 위해 11장 분량의 공모계획서를 작성해 제출, 사업비를 따냈다. 또한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을 설득해 자동차와 학생들이 함께 사용하던 비탈진 통학로와 오래되고 좁은 교문을 바꿨다. 그는 “너무 절실했다”고 말했다. 이어 “1학년 아이들이 수업하는 교실 벽이 아이들 키보다 높아 교실 안에서 밖이 보이질 않았다. 화장실은 타일이 썩어서 악취가 나는데 어떻게 아이들한테 여기(학교)에서 꿈과 희망을 키우라고 할 수 있겠나 싶었다”고 했다. 김 교장은 각종 공모사업을 통해 따낸 예산으로 학교를 하나 하나 바꿔 나갔다. 1학년 교실은 바닥에 온돌을 깔았다. 또 교실 어디에서나 앉아 책을 읽거나 장난감을 갖고 놀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우중충하고 낡았던 도서관도 ‘상상나무 도서관’으로 전부 리모델링했다. 아이들이 햇살을 받으며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시설 하나하나를 전부 교체했다. 그는 “이번 도서관 리모델링이 교직생활 중 네 번째”라고 말했다. 교장이 되고서는 처음 하는 도서관 개선사업이라 그의 의지가 많이 담겼다. 김 교장은 “교사일 때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원하는 만큼 바꿀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화장실도 전부 교체했다. 화장실 칸막이부터 그림, 조명, 색깔 하나까지 학생들이 회의를 거쳐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친환경적인 디자인으로 바꿨다. 직접 수업도 진행하며 성교육까지 조문경 서울 정릉초등학교 교장은 지난 9월 1일 부임한 직후부터 5·6학년 교실을 돌며 수업을 하고 있다. 조 교장은 ‘섹스’에 대해서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지난 10월 28일 6학년 2교시 수업시간. 조문경 교장이 자신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부터 풀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 여러분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아요? 여러분은 아빠 몸의 2억~3억개의 정자 중 가장 힘이 세고 튼튼한 정자가 엄마의 가장 튼튼한 난자를 만나 만들어지고 태어났죠.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 태어났으니 여러분들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일까요. 여러분들도 이제 2차 성징을 하면서 여자는 가슴이 나오고, 허리가 잘록해지고, 남자는 목소리가 변하면서 고추 부분에 털도 나요. 그런데 이게 이상하거나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그 모든 것을 2차 성징이라고 해요. 사람이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에요.” 아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몇몇 남학생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이렇게 소중하게 태어나 자연스러운 성장을 거치는 여러분들은 스스로를 ‘귀한 존재’라고 생각해야 돼요. 그래서 굳이 상대방이 나를 미워할 행동을 할 필요가 없어요.” 화제는 자연스럽게 학교폭력 문제로 넘어갔다. 그의 말을 차분히 듣던 한 남학생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제가 악플을 여러 번 받아봤는데요. 그때 신고는 안 했는데….” 학생의 말을 들은 조 교장은 “만약 아직도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면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선생님과 의논을 해볼까”라고 말했다. 아이는 “5학년 때 있었던 일인데요, 그때 제 ID도 삭제했고, 저에게 악플을 달았던 아이도 용서해줬고.” 그는 아이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었다. 마침 수업 종료 알림음이 울렸다. 조 교장은 직접 구입한 아동용 비타민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수업을 마쳤다. 그는 “교장이 정규교과를 맡아 수업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선생님들이 맡기 어려워하는 성교육 수업이나 학교폭력 강의 등을 앞으로도 꾸준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문경 서울 정릉초등학교 교장이 지난 10월 28일 6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나는 소중하다’는 주제로 성교육·학교폭력 교육을 하고 있다. / 류인하 기자 조 교장의 학교 운영 제1목표는 ‘교사가 행복한 학교’다.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선생님 섹스가 뭐예요?’라고 물었을 때 젊은 선생님들은 대답하기 난감할 수 있어요. 때로는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고요. 저는 나이가 많은 선생님이니까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죠. 이렇게 수업을 하면 그 시간 동안 선생님도 잠깐 쉴 수 있고, 저도 아이들의 얼굴을 더 익힐 수 있어 좋습니다.” ‘교장의 자격’을 놓고 교육계가 들썩이고 있다. 대입 정시 확대 등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내용은 아니지만 교장 선발제도를 둘러싼 각종 논란은 교육계 내에서는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다. 실제 어떤 교장이 부임하느냐에 따라 학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교장은 운동장의 돌멩이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교장의 자격’ 문제는 아이들의 교육권 문제와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교장이 되는 방법은 ‘투 트랙’으로 이뤄진다. 20년 이상의 교직근무 경험에 각종 근무가산점 등을 쌓아 교장자격증을 취득하는 ‘교장승진제’와 ‘지원과 선발’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교장공모제’ 방식이다. 교장 공모제도 지원자격이나 유형에 따라 ‘초빙형’ ‘내부형A’ ‘내부형B’ ‘개방형’ 등으로 세분화된다. 수십 년간 ‘교장승진제’로만 운영되던 교장 임용방식에 변화를 꾀하게 된 것은 민주적 소통방식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부터다. 자신의 근무평정을 좌우하는 인사권자의 지시에 반대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드물다. 그런데 교직사회는 그동안 철저히 ‘교장 > 교감 > 교무부장 > 1급 정교사 > 2급 정교사’의 위계질서로 운영돼 왔다. 교장 승진 코스에 진입한 교무부장의 인사평정은 교감이 하고, 교장은 이를 추인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교감의 인사평정은 교장이 하기 때문이다. 교무부장이 평교사들의 업무 경감이나 각종 고충 해소를 위해 존재하지 않고, 행정에 주력하는 존재로 전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감과 교장에게 잘 보여야 할 시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교포자(교장이 되기를 포기한 교사)’가 많아졌다고 해도, 교사들의 최종 목표는 교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20년 가까이 교직생활을 하면 교사로서뿐만 아니라 학교 행정가로서 학교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상대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달라집니다. 뭔가 권력을 쥐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퇴임한 전직 초등학교 교장 ㄱ씨) 교장 선생님 따라 학교 분위기 달라져 문제는 여전히 교장은 소수의 ‘교장자격증’이 있는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승진혜택’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교장공모제 시행으로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학교와 지역사회의 신임을 얻는 성실한 교사들도 교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상태다.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에 임용되는 교원 또는 외부인들 대부분이 ‘교장자격증’ 취득자들이고, 그나마 내부형B 유형 선발에 따라 15년 이상 교직경력이 있는 교사들도 교장에 공모할 수 있게 됐지만 극히 제한적이다. 게다가 특정 노조(전교조)에 교장 몰아주기로 변질됐다는 일부 교원단체의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성향의 초등학교 교사 ㄴ씨는 “전교조가 교장선출보직제를 주장할 때만 해도 4년의 교장 임기가 끝나면 다시 교실로 돌아와 아이들을 가르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현실은 어떤가”라고 말했다. 그는 “보수언론에서 교장공모제로 교장에 임용된 교사의 출신을 분석한 보도내용을 봐도 전교조 출신이 절대적으로 많은 건 그럴 수 있다 해도, 그들이 공모제 교장으로 교장자격증을 취득하고 나면 대부분이 교실로 돌아오지 않는 건 사실 아닌가. 정말 좋은 뜻으로 교장공모제를 찬성하는 교사들까지 싸잡아 비난을 받고 있다. ‘전교조의 배신’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 ㄷ씨는 “주변에 교장 공모를 해보겠다는 15년차 이상 선생님들을 보면 작은 시골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교육을 해보고 싶다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면서 “교장승진제를 고집하느냐, 교장공모제를 찬성하느냐에 따라 보수, 진보로 선을 그어버리는 것도 잘못이다. 어차피 아무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낙후된 지역 학교는 교장공모제를 통해 의욕 있는 선생님이 가시는 게 아이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결국 획일화된 교장 승진제도를 개선하려는 목소리가 진영논리에 묻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교장공모제를 통해 선발된 평교사 출신 교사가 학교를 잘 꾸려나가는 좋은 선례를 꾸준히 쌓아가면서 반대하는 목소리를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며 “또한 자격증이 없는 공모제 교장들도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스스로 더 많은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특집
레이디경향(총 2 건 검색)
- 국내 첫 대안학교 설립자 간디자유학교 양희규 교장
- 2010. 08. 06 18:46 육아/교육
- ㆍ“세상을 대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들을 길러내고자 합니다” Part 3 전문가가 말하는 대안학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양희규 교장은 13년 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안학교의 문을 열었다. 1990년 대 초 미국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 한국의 중·고생들이 성적 문제나 학교폭력 문제로 한 해 수백 명씩 자살한다는 뉴스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박사과정을 마치자마자 주저 없이 한국으로 돌아와 ‘행복한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대안교육의 씨를 뿌리게 된 계기 양희규(51) 교장은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는 일에 모든 관심을 쏟았다. 성적과 상관없이 아이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학교를 세우고 싶었던 그는 1994년 가을 경남 산청 지리산 자락에 터를 구하고 1995년부터 그곳을 ‘간디농장’이라 이름 붙이며 학교 터 닦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2년간의 준비 끝에 1997년 봄 27명의 학생들을 맞이해 간디학교를 열었다. 그렇게 시작한 간디학교는 어느덧 첫 졸업생을 배출한 지 10주년을 맞이했다. 양희규 교장이 처음 꿈꿨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난 10년 동안 국내 대안학교들은 몇 차례의 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해왔다. “우선 외형적으로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대안학교는 인가와 미인가를 합쳐 2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다양한 철학과 교육방법을 가진 대안학교들이 등장했고 이러한 대안학교들의 등장은 법과 제도의 변화도 가져왔어요.” 그의 말에 따르면 1998년 특성화학교법에 의해 대안학교들이 인가받기 시작해 현재 24개 정도의 특성화 대안학교가 있고, 2009년에는 외국인학교에 준하는 파격적인 대안학교법 시행령이 만들어져 앞으로 대안학교의 시대가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안학교들은 다소 취약한 재정구조와 실험적인 교육과정, 우리 사회의 입시전쟁의 압력 등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대안학교들은 초기의 낭만주의 시대를 넘어 제대로 된 질적 성장을 요구받는 제2의 탄생기를 맞고 있으며 이러한 성장을 하지 못하는 대안학교들은 부실기업처럼 퇴출당하는 현실이다. 일반학교와 차별화된 새로운 패러다임 추구 하지만 양희규 교장은 대안교육의 밝은 미래를 믿는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사교육이 학교를 정복한 입시 중심의 대한민국 교육시장에서 학교가 전인교육의 장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회복하는 데 대안학교가 일조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특히 그가 운영하는 간디학교의 경우 대안교육은 학생과 교사의 관계 변화, 학생 중심으로 교육의 내용과 방법 변화, 지속 가능한 가치의 추구, 입시 중심에서 자기 발견의 교육으로 변화 등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추구한다. “모든 아이들이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인간답게 살 수는 있는 겁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간디학교는 세상에 적응하는 아이들을 길러내자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대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들을 길러내고자 합니다.” 대안학교가 일반학교와 비교해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그러나 큰 차이점은 대안학교 아이들은 대체로 중·고등학교 시절에 많은 체험과 고민을 통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사랑하며 어떻게 살아갈지를 알게 되는 자기 발견의 과정을 일찍 겪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체로 대안학교 졸업생들은 자기 발견의 과정으로서 대학을 선택한다. “현재 한국 대학생들의 경우 2명 중 1명이 전공 선택을 후회하고, 졸업 연한이 평균 6년이라는 통계는 바로 한국의 일반학교 졸업생들이 수능 점수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뜻이 되겠죠. 적어도 대안학교 졸업생들은 이런 시행착오를 덜 겪게 돼요.” 하지만 그만큼 대안학교에서는 일반학교에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라고 불리는 사건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간디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거의 친구와 같다. 인간관계, 진로문제 등으로 아이들은 매주마다 양희규 교장에게 메일을 보내고 직접 상담을 요청해온다. 사회적 기업·국제학교 설립으로 대안교육 확대 충청남도 금산, 충청북도 제천, 경상남도 산청 등 전국 다섯 군데에 위치한 간디학교는 단순한 학교가 아니다. 대안학교이자 대안적 마을이며 대안적인 기업을 추구하는 사업체다. “우선 우리 학교는 배움과 돌봄이 있는 정겨운 마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졸업생 학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도시를 떠나 학교 주위에 정착하며 새로운 문화가 있는 마을을 창조해가고 있거든요. 10세대 규모에서 40세대 규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마을이 들어서고 있어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활동도 시작했다. 간디학교 5곳 중 4곳이 미인가 학교다. 정부의 지원 없이 운영하는 미인가 학교가 많은 학비를 받지 않으려면 학비 이외의 다른 수입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안학교를 사회적 기업과 연계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최대 이윤이 아닌 적정 이윤을 추구하고 무엇보다 공익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대안학교를 지원하는 것을 중요한 목적으로 두고 있다. “간디학교에서는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는데 해외문화연수, 계절학교, 학교체험, 다양한 교육캠프(치유), 출판, 영상사업 등이 포함될 거예요.” 교육 위주의 사회적 기업이 잘 정착될 경우 양희규 교장은 마을 만들기 노하우를 활용해 ‘생태마을 전문기업’을 세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안적 국제학교도 그의 또 다른 계획 중 하나다. 양희규 교장은 현재 필리핀에 대안적 국제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필리핀 간디학교 캠퍼스는 거의 조성이 끝났고 2011년부터 간디학교 고등학교 과정의 국제캠퍼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또 아시아 청소년 리더학교라는 이름의 대안적 국제학교도 준비하고 있다. “이것은 종래의 국제학교와는 달리 아시아의 빈민층 아이들이 올 수 있는 학교가 될 거예요. 아시아의 여러 국가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고 함께 일하는 것이야말로 인종과 편견을 넘어서게 하는 평화로운 대안교육의 핵심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행복한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양희규 교장의 꿈은 대안교육에 대한 열정과 배움, 성취와 실패 속에서 발전을 거듭하며 대한민국 교육의 튼튼한 뿌리가 되어 뻗어가고 있다. 행복한 아이들이 있는 행복한 학교, 그것은 이제 그의 인생에서 최고의 목표임에 틀림없다. “아직까지 국내 대안교육은 걸음마 수준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존중받고 사랑받는다는 단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대안교육이 성장해 한국 교육의 흐름을 바꿀 수 있도록 대안교육운동 혹은 교육본질회복운동에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해야 될 것입니다. 그럴 때 대안교육에 대한 실망도 크지 않을 겁니다.” 대안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학부모를 위한 양희규 교장의 조언 1 대안교육에 대해 부모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관련 서적도 읽고 학교도 방문하는 등 상당한 기간 동안 준비해야 합니다. 대안교육연대 사이트나 격월간 대안교육 잡지인 「민들레」를 보면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각 대안학교 사이트를 방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또 교육 관련 세미나나 공부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2 아이들에게도 스스로 관련 정보를 접하고 판단하게 하세요. 아이들이 원하면 대안학교 방문, 대안학교에서 여는 캠프 참여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안학교에 익숙해지도록 한 다음에 아이들의 입학 의사를 물어봐야 합니다. 3 현재 한국의 대안학교는 인성교육 면에서 뛰어나지만 입시교육에 소홀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원하는 대학 진학에 대해서는 방학이나 졸업 후에라도 스스로 준비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다 얻기는 어렵습니다. <■ 글 / 윤현진 기자 ■ 사진&제공 / 간디학교, 경향신문 포토뱅크>
- 폐교를 사랑한 교장선생님, 그리고 경기도 가평 마장초등학교
- 2003. 11. 01 화제
- “고생? 하나하나 늘어나는 학생들보면 웃음이 절로 나는걸!” 어떤 이들은 ‘기적’이라고도 한다. 전교생 34명이었던 학교가 전국의 초등학교를 들썩이게 할 만큼 ‘큰 학교’가 됐으니 기적이라는 말이 터무니없지는 않다. 그러나 마장초등학교의 최일성 교장선생님을 만난다면 기적은 저만큼 달아난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노력의 값’에 자연스레 두 손이 모아진다. “언제 오시겠습니까? 저희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촌 학교를 방문해주신다니 영광스러울 뿐이죠. 빨리 오십시오. 허허허” 가평읍에 위치한 마장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목소리는 어렸을 적 듣던 구전동화 테이프의 주인공 같다. 또박또박한 발음과 공손한 어투, 그리고 적당히 낮은 톤의 목소리까지. 인터뷰 약속을 위해 전화통화를 하며 교장선생님의 얼굴을 상상했다. 그리고 이틀 후, 직접 만난 교장선생님의 모습은 상상만큼이나 포근했다. 교장선생님의 얼굴 곳곳에 자리잡은 굵고 얇은 주름 속에는 미소가 꼭꼭 숨어 있다. 평생 화를 내는 일이라곤 한 번도 없었을 것 같은 최일성 교장선생님이 바로 마장초등학교를 전국에 알린 장본인이다. 현재 마장초등학교는 폐교 위기를 극복한 학교의 모범사례로 뽑혔다. 덕분에 교장선생님은 11월경 학생수가 적은 경기도 초등학교들을 앞에 두고 ‘소규모 학교 살리기’에 대한 사례 발표를 할 예정이다. 서울을 출발해 청평을 지나 도착한 곳 가평. 서울에서 가깝고 경치가 좋다는 이점 때문에 주말이면 피크닉 인파로 몸살을 앓는 이곳에 폐교 대상 초등학교가 있다는 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교육청의 발표에 의하면 경기도의 양평과 가평 지역은 폐교 대상 초등학교가 가장 많은 지역 순위 1, 2위를 다툰다고 한다. “사람들이 모두 도시만 좋아해요. 그래서 이곳만 해도 젊은 사람들이 없어. 그러니까 자연히 초등학생 수도 줄어드는 거야. 우리 학교는 5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학교예요. 그런데 이젠 전통 같은 건 필요 없어졌어요. 그저 도시에서 사는 게 좋다고 다 떠났으니 우리처럼 폐교 위기에 몰린 초등학교가 자꾸 늘어나는 거예요.” 마장초등학교는 1914년에 마장학술강습소라는 이름으로 처음 탄생했다. 1945년 마장초등학교라는 정식 명칭을 달았으니 올해로 5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마장초등학교는 한때 전교생이 4백 명이 넘는 전형적인 농촌 학교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00년에는 학생수가 34명으로 줄었다. 덕분에 1999년부터 2000년까지는 학급수도 3개뿐. 복식 수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1, 2학년이 한 반, 3, 4학년이 한 반, 5, 6학년이 또 한 반. 그러다보니 선생님도 세 분이면 그만이었다. 최 교장선생님은 지난 1999년 마장초등학교로 부임했다. 그리고 내년 8월이면 정년퇴임으로 교육계를 떠나야 한다. 그렇다면 마장초등학교가 최 교장선생님의 마지막 학교가 되는 셈이다. “내가 교육계에 몸담은 지 내년이면 43년이 돼요. 내 인생에서 학교에서 산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많아요. 그런데 내 마지막 학교로 기억될 마장초등학교가 폐교가 된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는 거야.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폐교만큼은 안 된다. 어떻게 해서든 학교를 살려야겠다’는 결론을 냈지. 그리고는 그 다음날부터 ‘어떻게 하면 학교를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 나, 4년 동안 이런저런 일 참 많이 했어요. 원어민 선생님 찾아내기부터 웃고 즐기는 가족 운동회를 만드는 일까지. 학교를 살리는 일이라면 뭐든 했지.” 교장선생님은 아이디어맨 원어민 영어 선생님 대신 중국어 수업중 얼마 전, 가을 운동회를 치렀다는 교장선생님은 3년 전부터 마장초등학교의 가을 운동회를 이벤트 업체에 맡겼다.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를 이벤트 업체에 맡긴 첫번째 이유는 게임 하나라도 교육차원에서 진행하고 싶었기 때문. 예를 들면 공굴리기를 하면서 지구력과 순발력을 키우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인내심을 키운다는 등의 것. 두 번째 이유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함께 즐기는 운동회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운동회 가보면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는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 깔고 앉아 있고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줄맞춰서 뛰고, 편갈라서 뒹굴고 그래요. 그게 참 싫더라구. 그래서 이벤트 업체에다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프로그램을 짜보라고 했지. 그랬더니 썩 잘 만들어왔더라구요. 근데 돈이 비싸. 3백만원을 달라는 거야. 프로그램은 탐이 나는데 돈은 없고... 그래서 내가 쇼부(?)를 봤지.” 결과는 교장선생님의 승리였다. 교장선생님은 3백만원짜리 프로그램을 1백만원에 진행했다. 그리고는 ‘앞으로 마장초등학교의 운동회를 계속 맡긴다는 것과 내가 알고 지내는 다른 학교 선생님들에게 이벤트 업체에 대한 칭찬을 한보따리 해주겠다’는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렇게 시작한 이벤트 운동회는 해를 거듭 할수록 업그레이드되어 올해는 남이섬에서 온 동네잔치로 운동회를 치렀다. 소 뼈다귀도 세 번 울리면 맛이 없는 법, 아무리 재밌는 운동회도 매년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게 최 교장선생님의 생각이다. 학교 안에서, 다른 선생님들 사이에서 교장선생님은 아이디어 맨으로 통한다. 그리고 ‘모든 일은 하면 된다’는 신념을 가진 분. 교장선생님의 빅히트 아이디어 작품 중 하나인 ‘원어민 선생님 모셔오기’ 역시 교장선생님의 끈기와 노력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폐교에 놓인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수를 늘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한동안 마장초등학교 선생님들은 근교의 큰 초등학교를 다니며 불법 등교 초등학생을 찾아내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것은 현실적으로는 마장초등학교를 다녀야하는 학생이 주소지를 변경해 읍내의 큰 학교를 다니는 것이었다. 전세계에서 사교육비 1위를 차지한 우리나라의 학부모다운 발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학부모를 탓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어느 누가 금쪽같은 자식을 복식 수업하는 학교에 보내고 싶을까! 최교장 선생님은 도시로 떠난 학생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묘책을 썼다. “방과 후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꽁무니에 불붙은 강아지 모양을 하고는 쌩~ 하고 교실을 빠져나가는 거예요. 그 아이들이 어디를 가나?하고 봤더니 대부분 학원 버스를 타고 학원으로 가더라구. 영어학원, 미술학원, 음악학원, 때로는 수영을 배우는 학생도 있더라구. 그래서 이 학생들이 학원에서 하는 모든 것을 학교에서 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결론을 내린 교장선생님은 춘천 시내의 사설 영어학원을 뒤져 남아공 출신의 원어민 영어 선생님을 찾아냈다. 그리고 월, 수, 금요일 방과 후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영어교실을 열었다. 이 수업은 일년 이상 지속됐다.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이 되면 교장선생님은 직접 운전을 해 원어민 선생님 공수(?) 작전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영어 원어민 선생님은 이 학교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는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체계적인 사범교육을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 “원어민이다보니 영어는 잘하는데 일년쯤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남을 가르치는 교육을 받지 않은 티’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진짜로 사범 교육을 받은 원어민 선생님을 찾고 있어요. 아마 11월경에는 새 영어 선생님이 오실 거예요.” “이름은 존이에요. 얼굴은 까맣고 머리카락은 꼭 솜사탕 같아요. 보고 싶은데 이젠 학교에 안 와요. 진짜 집에 갔대요.” 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4학년생 보람이는 남아공 출신의 영어 선생님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솜사탕이라는 것은 흑인 특유의 곱슬머리를 아이들의 눈으로 표현한 것. 자기 생각을 가감없이 당당히 밝히는 보람이의 모습이 천진스러워보였다. 첫 부임 때, 입학생 두 명 놓고 입학식 치러 이젠 학생 1백25명, 교사 8명의 큰(?) 학교 영어 원어민 선생님을 떠나보낸 후 전교생은 요즘 중국말 배우기에 한창이다. 중국말 선생님은 조선족으로 중국 현지 교사 출신인 김옥숙씨. 중국어 수업은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참여할 수 있다.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간 후 이번엔 어머니, 아버지들이 모여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다. 중국어 수업은 재밌는 손동작과 함께 진행한다. 때문에 ‘오늘 배운 게 뭐였더라?’며 생각이 가물가물할 때는 자연스럽게 손동작을 떠올리면 된다. 원어민과 함께하는 어학 수업 외에도 마장초등학교의 학생들은 누리는 것이 너무도 많다. 우선 1학년 교실에는 화장실과 세면대, 개수대가 마련돼 있다. 혹시 대소변을 참는 것이 익숙지 않은 어린이를 위해 배려한 것들이다. 그리고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은 자신의 컴퓨터를 갖고 있다. “어떤 학교에서는 멋지게 컴퓨터실을 만들어 놓고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컴퓨터실에 자물쇠를 채워요. 이제 컴퓨터는 생활도구예요. 철통같이 잠궈놓고는 아이들에게 무슨 재주로 컴퓨터와 친해지라는 건지… 그래서 나는 아예 아이들 한 명당 하나씩 컴퓨터를 줬어요. 수업시간에 모르는 게 나오면 학생이랑 선생님이랑 같이 찾아보고 이야기하고, 얼마나 좋아요.” 이외에도 교장선생님은 도시학교로 뺏긴 아이들을 찾아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방과 후의 학습으로 영어반은 물론 미술반, 음악반, 종이공예반을 만들어 학생들은 방과 후에도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연히 학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 수는 줄었고 오히려 도시로 떠난 아이들이 하나, 둘 학교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 34명이었던 학생수는 현재 1백25명. 4배가 증가한 셈이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학생들이 자꾸만 줄어들 때는 고민 많이 했지. 내가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요? 마장초등하교 부임하고 첫해 1학년 입학식을 해야 하는데 입학생이 달랑 두 명이야. 이거 참 고민되더라구. 입학식을 하자니 면구스럽고 안 하자니 도리가 아닌 거 같고.… 결국 입학식을 했지. 두 명의 입학생을 두고 말이야. 근데 그해 졸업식을 해야 하는데 이런, 졸업생이 딱 세 명 인거야. 참, 난감하더라구. 아무리 머릿속으로 그림을 만들어봐도 졸업생 세 명이랑 ‘빛나는 졸업장을...’이런 식을 한다는 게 내키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꾀를 냈지. 졸업생과 부모님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졸업식을 한 거야. 그러니까 졸업생 한 명당 부모님 두 분, 총 아홉 명이 모였어요. 그 전날 책상도 깨끗하게 닦고 책상보도 새로 맞추고 꽃병에 꽃도 꽂고… 그렇게 다 준비를 해서는 모양새를 내니까 그것도 의미있는 졸업식이 되더라구, 허허허. 그러던 것이 이젠 1백25명이나 됐어요. 얼마나 자랑스런 일이야.” “교장선생님과 악수하면 착한 사람된다” 닮고 싶은 선생님이 있는 학교 만들고 싶어요 가끔 교장선생님께 “지난 4년 동안 얼마나 고생 많이 하셨어요?”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최 교장선생님은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데 고생이라는 말이 웬말이에요. 난 고생 하나도 안했어요. 지난 시간 동안 그저 노력하고 열심히 아이디어 찾고 실천하고… 했을 뿐 고생한 기억은 없어요.”라고 손사래 치신다. 지금도 마장초등학교에 입학 또는 전학 오는 아이들은 깨끗한 컴퓨터 책상과 새 컴퓨터를 갖게 된다. 그리고 마장초등학교는 수영으로도 유명하다. 이것 또한 교장선생님의 아이디어 중 하나. “학생들을 학교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학교가 유명해져야 하는데 ‘도대체 뭘 해야 학교가 유명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읍내에 있는 스포츠센터를 보고는 수영을 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근데 한달에 수강료가 20만원이래요. 그래서 그것도 쇼부(?)를 쳤지. 아이들을 30명 이상 보낼테니까 한달에 7만원으로 하자고. 그리고는 수강료는 물론 학생들의 빤스(수영복)까지 학교에서 사줘가면서 수영을 가르쳤어요. 그랬더니 대회에 나가서 금상, 대상, 은상을 휩쓰는 거예요. 3학년에 다니는 쌍둥이 자매는 싱크로나이즈드 선수예요. 굵직한 대회에서 대상은 따논 당상이야. 어찌나 잘 하는지…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해요. 아주 명석해. 그 아이들 얘기만 나오면 막 자랑하고 싶어져요. 교장이 주책없지?” 이제 얼마 후에는 마장초등학교 한켠에 인라인스케이트장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피아노 6대를 들여와 방과 후 피아노 학원으로 줄행랑치는 아이들을 오래 잡아둘 생각이라고 한다. 교장선생님은 “사람은 저마다 타고난 능력이 틀린데 그저 공부만 시키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아이들의 재능을 무시하고 부모의 욕심대로 가르치려고 하는 건 한마디로 ‘극성’이라는 것. 교장선생님과의 긴 인터뷰가 끝날 즈음, 학생들의 수업도 끝이 났다. 교장선생님께 “학생들과 함께 사진 촬영 좀 해도 될까요?”라고 하자 흔쾌히 OK! 아담하고 반듯한 학교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준비하자 아이들은 너나할것없이 몰려들어 교장선생님을 둘러싼다. 그리고는 “입이 찢어지도록 활짝 웃자!”라는 교장선생님의 뒤를 이어 “하하하하~~” 교정이 떠나가라 웃음바다를 이룬다. 그리고 나서 해산. 그런데 교장선생님 곁을 떠나는 아이들이 한 사람씩 달려와 서로 교장선생님과 악수를 하려고 한다. 글쎄, 조금은 의아한 풍경? 그 이유를 물었더니 “아침에 등교할 때마다 나는 우리 학생들과 악수를 해요. 그러면서 ‘교장선생님과 악수하면 착한 사람 된다’고 해요. 그랬더니 아침이나 낮이나 나만 보면 악수를 하자는 거예요. 허허~, 이거 참 좋은 일이잖아요?” 교장선생님의 아이디어는 끝이 없어 보인다. ‘가정처럼 즐거운 학교’라는 교훈을 뒤로하고 교정을 걸으며 교장선생님은 뜻깊은 한마디를 남겼다. “부모가 자식을 잘 키운다는 것은 ‘사람다운 사람을 길렀느냐?’는 거예요. 우린 그런 생각은 안하고 그저 부모의 한(恨)을 풀려고 자식 교육을 시키는 것 같아. 사람은 먼저 사람이 돼야지. 크리스천 사이에서는 ‘큰 교회란 하나님을 닮은 목사님이 계신 곳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얼마나 멋진 말이야. 그래서 나도 생각했지. 그럼 큰 학교란 도대체 어떤 곳인가? 그 답이 뭔지 알아요? 큰 학교란 바로 ‘닮고 싶은 선생님이 있는 곳’이에요. 참 멋진 말이에요. 근데 그게 참 어려워요. 내년이면 43년 동안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게 되는데 내가 과연 닮고 싶은 선생님의 모습인지… 허허, 나이든 교장이 실없는 소리를 했지요?” 폐교의 위기에 처했던 마장초등학교는 이제 전국적으로 유명한 학교가 됐다. 덕분에 도시로 전학갔던 학생들이 역전학을 오는 흐뭇한 일이 한달에 몇 건씩 일어난다. 그래봐야 학급수 여섯 개에 선생님 여덟 분. 도시에 비하면 마장초등학교는 턱없이 작은 학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학급수가 60개인 학교의 학생들도 누리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마장초등학교에서는 맘껏 누리고 있다. 이제 얼마 후면 마장초등학교는 ‘소규모 학교 살리기’의 성공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전국 초등학생의, 학부모의, 선생님의 부러움의 대상 1호가 된 마장초등학교. 이 학교에는 닮고 싶은 교장선생님이 있다. 글 / 경영오 기자 사진 / 장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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