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총 1 건 검색)

[커버스토리]국제유가 떨어져도 국내유가는 요지부동(2007. 07. 03)

2007. 07. 03 사회

5대 공공의 적, 그 가면을 벗겨라! 생필품값 거품의 진실… 도대체 누구 책임인가? 5대 공공의 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한마디로 불신이다. 가격도, 상승폭도, 서비스도 그들 마음대로이며 소비자는 ‘돈 내는’ 기계에 불과하다. 오르는 이유에 대해 일언반구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만의 잔치엔 독과점과 비리의 냄새도 난다. 기름값이고 약값이고 오르기만 할 뿐, 떨어질 줄 모르는 이 책임은 도대체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기름값 인상 미스터리… 정유업체·정부 서로 “네 탓” 기름값 논쟁이 뜨겁다. GS칼텍스와 SK(주)는 6월 20일, “앞으로 기름값 정보를 언론사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름값 정보 제공 중단 사유는 “실제 거래 가격과 차이가 난다는 이유 등으로 ‘엉터리’ 지적을 받아 정보 제공의 의미가 퇴색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속내에는 최근 언론들이 앞다퉈 기름값 논란을 다루면서, 정유업계의 주장과 다른 ‘시각’의 기사들을 연달아 내놓는 데 대한 불만이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논란의 근원은 소비자들의 불만 폭발이다. 불신은 하나의 질문으로 집약된다. “국제유가가 고가 행진이라고 하지만, 높고 낮은 변동폭이 있다. 그런데 왜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국내 기름값 그래프는 상승 일변도인가.” 간단히 말해, 기름값이 오르기만 하고 떨어지지 않는 책임이 도대체 누구에게 있냐는 물음이다. 화살은 일단 정유업계로 향한다. 지난 2월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SK(주)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국내 4개 정유사들이 휘발유·등유·경유의 판매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했다”며 총 52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 뒤 업체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채규하 공정위 카르텔조사단 서비스카르텔팀 팀장은 “공정위가 설정한 과징금 납부기간은 지난 15일이었는데, 한 개사는 납부했고 나머지 세 개사는 한 달 연장을 요청해, 7월 중순이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이 전부 납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정유업계는 ‘구체적 물증이나 증거 없이 무리한 판정을 내렸다’는 주장을 폈다. 채 팀장은 “과징금이 부과된 업체들은 모두 다 비슷한 논리”며 “현재 S-Oil은 과징금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정유업계는 4개월이 지난 지금도 과징금 부과나 담합 판정에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과장은 “공정위가 검찰 고발을 했지만 S-Oil은 무혐의 처리됐고, 다른 회사도 휘발유와 관련해서는 혐의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과징금은 일단 납부했지만 관련 재판 등을 통해 처분이 취소되면 돌려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기름값이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석유협회 측은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유가 상승을 1차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즉 휘발유 가격의 경우 최근 국제적으로 2배가량 올랐는데, 미국의 휘발유 성수기인 ‘드라이빙 시즌’(5월 말 현충일(memorial day)부터 9월 초 노동절까지) 시작과 더불어 미국정제시설 노후화로 때마침 일부 정유시설 가동 중단 등과 겹치면서 그 여파가 한국까지 닿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 과장은 “일각에서 정유사 유통구조 개선을 주장하지만 전체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9%인 데 비해, 정유회사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4.2%밖에 되지 않는다”며 “그조차 비정유 부문의 매출 영업이익률을 제하고 순수 정유부문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1.5% , 즉 1000원을 팔아 16원 남기는 구조인데 어떻게 폭리라고 말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말하자면, 정유업계에서는 뺄 ‘거품’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폭리를 취하는 쪽은 최종판매자인 주유소일까. 주유소업계 역시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정상필 한국주유소협회 기획팀장은 “주유소의 매출이익은 5~6%에 불과했고, 그중 판매관리비 등을 제외한 영업이익률은 1.2% 정도에 불과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세금, 즉 유류세다. 휘발유 1ℓ에 붙는 세금비율은 62% 수준. 만약 기름값이 1500원이라면, 930원이 세금이라는 것이다. 임재현 재정경제부 소비세제과장은 “세금비중이 높다 혹은 낮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이 뭔가”라고 반문한다. 굳이 따진다면 다른 나라의 유류세와 국제비교인데, 휘발유의 경우 한국은 57.7%로 OECD 30개 회원국의 중간(14위)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국제 휘발유 가격상승률을 비교해봐도 한국은 5.1%에 그쳐, 미국(24.2%), 프랑스(11.0%), 일본(7.2%)에 비해 훨씬 낮다는 주장이다. 임 과장은 “최근 기름값 상승 추세에서 확실한 것은 원가구성비를 따져봤을 때 세금이 오른 것은 아니다”라며 “세금을 안 올렸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인데도 언론들이 그 부분은 정확히 기사로 안 쓴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전체 세수에서 유류세가 17%라는 것이 많으냐 적으냐 논란도 나라별 상황에 따라 소득세를 더 거둘 수도 있고, 법인세를 더 거둘 수도 있는 것처럼 정책적인 문제”라며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둬 치부하는 것도 아니고, 다시 국민을 위한 예산으로 환원하는데 이를 거품이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의 유류세 인하 주장과 관련해서 그는 “세금을 낮춰 가격을 낮추는 것은 단기적인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가 정책적으로 세금 인하가 바람직하다면 다 그렇게 하겠지만 근본대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선진국도 그런 정책을 채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결국 정부와 정유사·주유업계 모두 기름값 인상과 관련, ‘거품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거품론’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는 어떤 생각일까. 5대 거품빼기 범국민운동본부(상임대표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박익규 사무총장은 우선 필요한 일은 제도적으로 소비자단체·업계·관련당국과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가격심의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정유산업은 아무나 뛰어들 수 있는 산업이 아니고 독과점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며 “정유업계가 원가자료를 제출하면 가격심의위원회에서 판매가나 영업이익률을 결정하여, 기업이윤도 보장해주고, 소비자들을 위해서는 폭리를 취하는 거품도 빼는, 그런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류세가 거품이 아니라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정부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지만 서민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다”며 “세수의 측면이 아니라 국민생활이라는 근본적 원칙에서 볼 때 서민 고통을 덜어야 하는 것이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고 단언했다.

표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