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1,688 건 검색)
- [직설]직업인으로서의 국회의원
- 2024. 12. 16 20:41오피니언
- ... 국회 담장을 넘어 의사당으로 달려가던 그들을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하다 깨달았다. 지금처럼 국회의원들을 믿고 의지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그들이 나의 정치적 대표자라는 사실을 이처럼 온전히...
- 직설황세원
- 누가 윤석열에게 국회의원 숫자 알렸나…야당 “추경호 등 여당 의심”
- 2024. 12. 11 13:10정치
- ... 있다. 문건 내 ‘국회에 의한 계엄 해제 시도 시 조치사항’ 항목에는 “당·정 협의를 통해 국회의원 설득 및 ‘계엄 해제 건’ 직권상정 원천 차단”이라고 쓰여 있다. 구체적으로는 “여당을 통해서...
- 윤석열 탄핵 정국
- 윤석열, 계엄군 지휘관에 직접 “국회의원 밖으로 끌어내라” 지시…방첩사 사복 ‘체포조’ 운영
- 2024. 12. 10 19:44정치
-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국회에서 증언 “현장 지휘관과 논의 후 지시 이행 거부” 계엄 이틀 전에 미리 임무도 부여 받아 방첩사, 우원식 등 14명 체포조 출동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 “내란 동조한 국회의원 사퇴해야”…여당 압박 나선 충청권 시민·사회단체
- 2024. 12. 10 15:34정치
- ... 충주시 문화동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충주) 사무실 앞에서 “내란을 주도한 범죄자를 비호하는 국회의원은 필요없다”며 “충주시민을 대표해 입법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이라면 국회 표결 참석과 윤석열...
- 탄핵표결윤석열불참윤석열 탄핵 정국
스포츠경향(총 326 건 검색)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불신? 국회의원들의 날선 질문들
- 2024. 10. 22 13:57 스포츠종합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22 박민규 선임기자 국정감사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비판적인 질의가 쏟아졌다. 후원사 독점 계약, 회원종목단체에 대한 부실한 관리, 특정 업체 일감몰아주기 및 기금 유용 의혹 등 질의의 폭도 넓었다. 이기흥 회장은 22일 오전 국회에 출석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문광위 의원들의 집중적인 질문 공세를 받았다. 조계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체육회가 대한테니스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하는 과정을 따졌다. 조 의원은 최근 법원이 대한체육회의 테니스협회에 대한 관리단체 지정 효력을 정지한 결정에 대해 이기흥 회장에게 “왜 관리단체 지정을 해제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회장은 “테니스협회가 아직 채무를 변제하지 않았다”며 “채무부존재 확인서를 확인하면 바로 승인하겠다”고 해명했다. 이기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체육회가 테니스협회와 소송하면서 수천만원을 낭비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한민국 체육계에 봄은 오나. 결자해지하는 자세로 불출마 선언을 하라’는 체육회 노조 성명서를 거론하며 이기흥 회장의 3선 도전을 반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연욱 의원(국민의힘)은 체육회가 후원 기업과 계약하는 과정에서 국가계약법을 위반하면서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취지로 지적하며 “방만한 운영”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어 대한족구협회 고위층이 후원 기부금 대납 의혹, 현직 경찰의 협회 고위층 선임 등도 문제시하며 이 회장이 회원종목단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유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파리올림픽 기간 중 높은 대관료로 운영된 코리아 하우스 운영을 지적했다. 강 의원은 “하루 1억원씩 24일 동안 25억원을 임차료로 지불했다”며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든 액수로 너무 방만한 운영”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코리아하우스를 운영한 업체에게 대한체육회가 지난 1월 체육인대회 등 고액의 대행 업무를 수 차례 맡겼다며 특정 업체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했다. 신동욱 의원(국민의힘)은 대한체육회가 개최한 체육인대회 운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신 의원은 “1만3000명이 참가했고 비용도 12억원이 들어갔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오는 행사를 총선을 앞두고 세과시용으로 한 게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신 의원은 “체육회는 이 회장의 지인들을 파리올림픽으로 데리고 가면서 수억원을 쓰는 등 과시형 행사에 돈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추가적인 질의와 이기흥 회장의 답변은 이날 오후 이어진다.
- 임오경 국회의원, 유네스코(UNESCO)한국위원회 위원 위촉
- 2024. 09. 11 18:27 스포츠종합
- 임오경 의원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 (경기광명 갑)이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을 시작한다. 유엔 전문기구인 유네스코는 교육, 과학, 문화, 정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촉진하여 세계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조직의 사명으로 한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유네스코 산하 국가위원회로 국내에서 유네스코 활동 촉진과 교육·과학·문화 등에 대한 원활한 연계 및 협력구축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구이다. 임오경 의원은 문화·정보커뮤니케이션 분과위원회에 소속되어 유네스코 정책회의 개최 및 참가, 유네스코 유산 보호 및 활용, 문화 다양성 증진을 비롯한 각종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임 의원은“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로서 유서 깊은 국제기구인 유네스코의 한국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문화의 다양한 교류와 공존을 바탕으로 국제평화와 인류 공동의 복리라는 유네스코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맡겨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오경 의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위원 임기는 2025년 10월 31일까지다. 임오경 의원은 핸드볼 국가대표를 역임한 스포츠 스타 출신으로 그의 선수 생활 일화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소재가 되기도 했다.
- 이준석, “한 달 월급 992만원…국회의원 혜택 못 받아” (가보자고)
- 2024. 07. 26 15:15 연예
- MBN 예능 ‘가보자GO’ 시즌2 선공개 영상. MBN 국회의원 이준석이 자신의 월급을 공개했다. MBN 예능 ‘가보자GO’ 시즌2 선공개 영상에서는 국회의원 이준석의 집에 초대를 받은 MC들이 이준석과 식사를 하며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식탁에 오손도손 둘러앉은 MC들과 이준석은 게 요리를 나눠 먹으며 그동안 예능에서 들을 수 없었던 국회의원에 대한 궁금증들을 스스럼 없이 물어봤다. 스페셜 MC로 등장한 사유리는 순수한 표정으로 “국회의원 월급 얼마나 받아요?”라고 묻고, 질문을 받은 이준석은 “이거 딱 초등학생들 질문이다. ‘아저씨 뭐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물어봐서 답하면 월급만 물어본다”라며 웃었다. 사유리의 질문에 웃던 이준석은 “지난달 처음으로 찍혔는데, 992만 2000원이었다”라며 스스럼없이 답했고, 이어 첫 월급 사용처를 묻자 “정신이 없어서 통장에 그대로 있다”라는 솔직한 대답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준석의 답변을 들은 안정환은 “저희 대신 써주는 거 잘한다. 영수증 처리하고 깔끔하게 써드리겠다”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에 이준석은 “그럼 내가 일주일에 한 번씩 게를 준비해 놓겠다”라고 함께 농담을 건네는 등 옆집 동생 같은 친근함으로 시선을 모았다. 특히 이준석은 월급에 대한 솔직한 답변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의 혜택이 108개라는 소문에 대해 “아닌 게 90%다”라고 밝히며 “혜택은 공항 의전실 사용이 가능하고, 관용여권으로 중국 등 비자 없이 방문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또한 입국 심사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묻자 “아직 안 나가봐서 모른다”라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답하는 솔직한 모습이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한편 MBN 예능 ‘가보자GO’ 시즌2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20분에 방송된다.
- “러시아 선수와 악수? 절대 못한다” 국회의원으로 올림픽에 나서는 우크라이나 레슬러 외침
- 2024. 07. 21 09:03 스포츠종합
- 자한 벨레니우크가 2021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AFP “러시아군이 매일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들과 악수를 한다? 절대 안 된다.” 파리올림픽에 우크라이나 레슬링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자한 벨레니우크(33)가 한 말이다. 벨레니우크는 20일 가디언과 인터뷰를 통해 “나는 최근 발표된 우크라이나올림픽위원회 지침에 동의한다”며 “우리 선수들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과 악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악수는 상대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행위”라며 “우리는 이 전쟁을 지지하는 선수들에게 존경을 표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벨레니우크는 우크라이나 최초 흑인 국회의원이자 올림피언이다. 그는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2016년 리우 올림픽 은메달, 2021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은퇴했다. 그는 2019년 우크라이나 총선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인민의 종’ 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발레니우크는 러시아와의 전쟁 속에 다시 레슬링으로 복귀했고 올림픽 출전권도 확보했다. 자한 벨레니우크가 키이우 거리에서 가디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가디언 도쿄 올림픽에서 우크라이나의 유일한 금메달리스트인 벨레니우크는 파리 대회에서 그레코로만 레슬링 종목에 나선다. 러시아 선수와 맞붙을 가능성도 있다. 2021년 유럽 선수권 대회에서 87㎏ 종목 동메달을 딴 밀라드 알리르자예프가 러시아 라이벌이다. 알리르자예프는 중립 선수로서 파리올림픽에 나선다. 벨레니우크는 “감정을 조절하지 않으면 어떤 상대도 이기기 힘들다”며 “경기 당일에만 경쟁을 생각하겠다. 미리 생각하면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선수가 러시아 선수와 맞붙는 것은 큰 책임이 될 것”이라며 “그 책임은 두 배, 세 배, 네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싸움에서 이겨야 하지만 만일 패배한다면 매우 화가 날 것”이라며 “집에 돌아가서 러시아 선수에게 졌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고 덧붙였다. 벨레니우크는 소비에트연방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가 참가하는 여덟 번째 올림픽에 출전할 예정인 12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남녀 선수 중 한 명이다. 이번 올림픽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벨라루스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의 지원을 받아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올림픽이다. 그는 “러시아군이 키예프 지역에서 떠난 후 국가대표팀 감독은 스포츠가 우리나라에서 계속돼야 한다고 믿었고 대통령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며 현역 복귀를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전쟁에서 약 400명의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사망했다. 벨레니우크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파리올림픽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중립 선수로 출전하도록 허용한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들은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들은 중립팀 유니폼을 입어야 하고 개막식, 폐막식에 참여해서는 안 되며 메달 순위표에 포함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벨레니우크는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벨레니우크는 “꼭 필요한 일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좋은 결과를 얻고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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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정수 확대’ 금기어 등장했다(2023. 03. 03 11:29)
- 2023. 03. 03 11:29 정치
- ㆍ선거법 개정안 추가 제안…정개특위서 곧 구체화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의원 전원이 토론을 벌이는 전원위원회를 오는 3월 27일부터 2주간 개최하는 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선거법 개정안을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전면적 비례대표제 등 4가지로 추려 논의 중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2월 23일에는 국회의장실 산하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안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정개특위에 제안했다. 국회 본회의장 /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한 일정을 보면 정개특위에 올라온 안을 바탕으로 오는 3월 중순 복수의 선거법 개정안 초안을 작성한다. 이후 이를 심의할 국회 전원위원회를 구성하고 2주간 전원위원회를 열어 국회의원 전원이 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토론을 벌인다. 전원위에서 합의된 선거법 개정안은 정개특위에서 법안을 구체화한 뒤, 법사위를 거쳐 4월 안에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국회의원 정수 확대…가능성은? 선거법 개정의 목표는 사표를 줄이고 표의 등가성을 높여 선거결과의 대표성을 높이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선거법 개정은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에 따르면 한국 국회의 비례의석 비율은 300석 중 47석으로 15.67%다. 독일 50%, 뉴질랜드 41.67%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지금까지 국회의석수 확대는 반대 여론이 높아 선거제 개정과 관련해 논의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월 14일 정개특위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찬성하는 의견은 29.1%였고 반대하는 의견은 57.7%였다. 앞서 정개특위에서 추려낸 4개의 선거법 개정안은 모두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김진표 국회의장 자문위가 제안한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의석을 현행 300석에서 350석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아 화제가 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비례대표 의원 정수를 지금보다 50석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세 가지 선거법 개정안을 정개특위에 제안했다. 그중 두 개의 안이 지역구 의석수를 253석으로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수를 지금의 47석에서 97석으로 늘리는 방안이다. 현실적으로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반발로 지역구 의석 축소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대해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반대 여론을 고려해 세비 동결을 전제로 했다. 지난 3월 3일 경실련·한국정당학회의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결의안에 담겨야 할 원칙과 내용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도 국회의석수 확대가 선거법 개정의 주요 쟁점으로 등장했다. 발제를 맡은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권자의 선호가 가장 잘 반영된 선거제도로 꼽았다. 그러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위해서는 국회의석수 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투표와 정당투표의 결과를 연계해 정당의 전체 의석수를 결정한다. 예컨대, 정당투표 득표율 상 10석의 의석을 가져야 하는 정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12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초과로 당선된 2명을 낙선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초과 의석 분(2석)을 고려해 전체 의석수를 다시 조정한다. 이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국회의석수 조정을 전제로 한다. 이 외에 지역구 국회의원 수와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의 비율도 조정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전체 의석의 절반을 비례대표에 할당한다. 조 교수는 “정상적인 민주주의가 이뤄진다면 시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많다는 것은 나쁜 점이 아니다”라며 “한국은 다른 민주국가들과 비교해 국회의원 1인이 대표해야 하는 유권자 수가 너무 많다. 경제 수준이나 공무원 규모 등과 관련해 다른 지표들을 비교해도 한국의 국회의원 수는 상당히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국회의석수 확대와 관련한 적극적인 논의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국회의석수 확대를 정개특위에서 진지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보지만 양당에서는 300석을 유지하는 선에서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 2016년으로 퇴행? 정개특위가 내놓은 4가지 선거법 개정안 중 ‘소선거구제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20대 총선처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구분한 뒤, 정당득표율은 비례대표 의원 선출에만 적용하는 방안이다. ‘위성정당’ 창당으로 논란을 빚었던 21대 총선 전으로 돌아가자는 내용으로, 2020년 장제원 의원 등 주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했다. 정개특위가 과거의 선거제도를 논의의 테이블에 올린 것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20대 총선 모델을 논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과거로 퇴행하자는 것”이라며 “정개특위가 이를 논의 대상의 하나로 포함시켰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아직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뚜렷한 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민주당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위성정당을 막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또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위성정당 건에 대해 사과를 한 민주당으로서는 다시 위성정당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며 “그런 점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속내도 병립형으로 가고 싶어한다. 비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하므로 병립형으로 복귀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개특위에서 내놓은 4개의 안 중에서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전면적 비례대표제’가 탈락하고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논의의 테이블에 올라오리라고 전망한다. ‘전면적 비례대표제’가 비례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제도이나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와 간극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가장 적합한 제도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보다는 여야 간 정치적 타협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4월 안에 선거법 개정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 문재원 기자 ‘도농복합형’… 지역소멸 해결 못 해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는 현행 제도를 일부 보수하는 안으로 정개특위의 4개 안 중에서 주요하게 논의될 안으로 거론된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되 이를 대도시에만 적용하는 안이다. 대도시는 지역구당 3~10인의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농어촌에는 지금처럼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 지역소멸로 농어촌 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이미 농어촌의 경우 3~5개의 군을 하나로 묶어 선거구를 획정한다. 선거구 범위가 넓은 농어촌의 경우, 선거구를 더 확대하게 되면 지금도 부족한 지역대표성이 더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그러나 심각한 지역소멸 상황에서 농어촌 소선거구제 유지는 오히려 지역정치의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반박이 제기된다. 임미애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은 “이미 농어촌 지역은 4~5개 지역군을 묶어 선거를 치른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후보가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차라리 중대선거구제를 기반으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선거를 치르면 그 지역의 산업이나 특성에 맞는 농민이나 어민 출신 당선자가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농어촌의 경우 인구가 급감하다 보니 선거 때마다 선거구가 바뀌는 불안정한 상황도 문제다. 임 위원장은 “지난 총선의 경우 30일 전에 선거구가 바뀌었다. 군위·의성·청송·상주가 원래 하나의 선거구였는데 인구 문제로 상주가 빠지고 영덕이 들어왔다. 선거구가 유지돼야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선거를 준비하고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데 그런 구조가 안 된다”라며 “내년 총선도 마찬가지다. 오는 7월 군위군의 대구 편입으로 선거구 획정을 새롭게 해야 한다. 어디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농어촌이야말로 안정적으로 중대선거구제를 해야 지역에서 정치인들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법 개정 논의는 현행 선거제도가 지역소멸 등 한국사회 여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이관후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의 대도시들이 비대해져서 수원시의 경우 갑을병정에 이어 무까지 선거구가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과 시의원의 지역구가 똑같은 상황이다. 수도권의 선거구를 키우자는 논리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방에서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것은 해법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농어촌 인구 감소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역구 간 인구 편차를 2:1로 제한한 현재의 규정도 현실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관후 연구원은 “지금과 같이 인구 편차를 2:1로 제한한다면 지역의 대표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해줄 방안도 같이 만들어야 한다”라며 “수도권 집중이 심각한 현상이 계속된다면 수도권 의원은 점점 늘어나고 농어촌을 대표하는 의원 수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단순히 선거구만 조정할 것이 아니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대해 권역별 비례대표를 지역에 충분히 배정하는 방안 등도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충분한 공론화 필요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는 법정 시한은 4월 10일이다. 현실적으로 법정 시한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20대 총선, 21대 총선 모두 선거일 한 달 전에야 선거구를 획정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한 선거법 개정안도 법정 시한을 넘긴 4월 28일 본회의 의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거법 개정의 성패가 사회적 합의에 달려 있는 만큼 법정 시한에 연연하기보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선거법 개정이 거대양당의 정치적 합의로만 이뤄질 경우 ‘위성정당’ 사태처럼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준우 민변 변호사는 “지난 선거제도 개혁과정을 회고해볼 때, 새로운 선거제도 구축에 있어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구축하느냐가 선결과제가 될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비록 공직선거법상 논의 시한은 일차적으로 2023년 4월로 돼 있지만, 조금 더 긴 호흡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혁을 중심으로 한 정치개혁을 약속했다. 지난 1년여 동안 구체적인 논의가 전무했다. 이관후 연구원은 “국회가 법정 시한을 맞추려고 했다면 지난해 이맘때쯤 지금과 같은 논의를 했어야 한다. 그렇게 1년 정도 깊이 있는 논의를 해왔어야지 법정 시한을 지킨다는 게 의미가 있다”라며 “법의 취지는 생각하지 않고 날짜만 맞추려고 하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말했다.
- [청년이 외친다, ESG 나와라](3)“국회의원 30%를 청년에게 할당하라”(2021. 12. 24 15:24)
- 2021. 12. 24 15:24 정치
- 한국에서 20대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운동이 한창인 12월 19일 외신은 칠레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젊은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소식을 타전했다. ‘보다 평등한 칠레’를 구호로 내건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 당선자는 35세로 내년 3월 취임하면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36)를 제치고 현직 국가수반 중 최연소가 된다. 보리치와 마린 말고도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총리, 벨기에 샤를 미셸 전 총리 등이 당선 당시 30대였다. 우리나라 정치 현장에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질적인 존재로 느껴질 만큼 30대 정치 지도자를 찾기 힘들다. 선거철마다 ‘청년’팔이는 넘쳐나지만 청년의 정치참여나 청년대표성의 확보는 언제나 공염불에 그친다. 2021년 6월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대통령선거 40세 미만 출마제한’ 폐지 관련 여야 9개 정당 청년정치인 공동선언 기자회견에서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세계적인 청년정치 바람…한국은? 국제의원연맹(IPU)과 국회에 따르면 2021년 현재 한국의 40세 이하 청년의원 비율은 136개국 중에서 꼴찌에 가까운 126위였다. 아르메니아가 57.58%로 청년의원 비율이 가장 높았고, 이어 우크라이나(46.34%) 이탈리아(42.7%) 세르비아(40.4%) 순이었다. 청년의원 비율이 40%를 넘는 국가는 이 4개국이었다. 136개국의 청년의원 비율 평균은 20.65%였다. 국회의원 5명 중 한 명은 청년이란 뜻이다. 한국의 청년의원은 20명 중 한 명꼴에 불과했다. 21대 국회에서 청년(40세 이하) 15명(5%)이 국회에 진출해 그나마 지난 20대 국회(4명ㆍ1.3%)보다는 청년의원이 늘어났다. 청년이 정책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인식된 것 역시 최근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청년 문제는 2000년대 초반 이슈화하기 시작했다. 이때 미약하게나마 청년에게 주어진 정책 참여의 기회가 우리의 인식을 바꾸고 청년정책을 확산하는 토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청년정책은 장기적 전망하의 계획적 수립이 아닌 필요에 따라 대처하는 방식에 불과하였다. 특정 연령대 집단인 청년을 정책 대상으로 인지한 결과물은 2004년에 제정한 ‘청년실업해소특별법’이 처음이었다. 여기서 청년을 취업을 원하는 자로 정의하며 청년을 취업의 지표로만 보았고 취업을 원하지 않는 청년의 존재는 부정했다. 제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청년의 정의가 단지 취업을 원하는 사람으로 규정되면서 이 법 이후 국가의 청년정책은 청년고용 측면에 고착되었다. 취업을 넘어 교육, 경제, 주거, 문화 등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정책의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청년기본법’은 2020년 8월 5일에 시행됐다. 2014년 19대 국회에서 ‘청년발전기본법’ 발의를 시작으로 2015년 3건의 발의가 모두 폐기되고 2016년 5월 30일 20대 국회에서 청년기본법이 발의돼 2020년 2월 4일에 제정됐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2015년에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한 것을 고려하면 자치법규보다도 법의 제정이 5년이 더 걸린 셈이다.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해 활동한 박은철 청년센터아카이브 대표는 “청년기본법 시행 후 시간이 조금씩 지나고 있지만 청년 의견을 수렴할 구조가 미비하고 창구가 몇 되지 않는다”며 “전국 243개 지자체 청년대표의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해 현재 조례 수준에만 적혀있는 청년센터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기본법 제정은 역으로 청년지원을 법으로 명문화해야 할 정도로 그동안 청년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현실을 입증한다. 청년기본법은 처음으로 “청년은 19세 이상 34세 이하의 사람”이라고 명확한 정의를 제시하였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확고하고 통합적인 청년정책이 추진되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하나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권리를 지닌 자로 청년을 존중하고 청년의 삶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청년기본법은 큰 전환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법과 제도가 효력을 갖고 정책추진의 파급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정책 당사자인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청년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필요하다. ■청년비례대표 할당제 도입 시급 이처럼 청년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사회적ㆍ제도적 어려움으로 청년의 정치 활동이 쉽지 않다. 특히 기성 정치인에게 유리한 선거제도와 청년의 활동을 제한하는 현행 정당의 구조가 문제로 언급된다. 오늘날 정당의 영향력이 점점 강해지는 추세여서 정치 지망생은 개인의 능력보다는 소속 정당이 어디냐에 따라 정치권에 진출할 확률이 높아진다. 새로운 인물이어서 지명도가 낮아도 지지율이 높은 정당을 통하면 당선될 기회를 잡을 수 있는가 하면 정당의 폐쇄성과 기득권화는 정치 신인을 기존 정치인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만든다. 단기적인 선거 경쟁의 승리만을 목표로 하는 한국의 정당은 인지도가 높은 외부인재의 영입에만 집중할 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당에 맞는 인재 육성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정당 내 청년 정치는 청년위원회에 국한되는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청년 대표성 개선을 위해 각 정당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청년을 진출시키고 있지만, 청년에 배분된 비례 대표의원 자리가 많지 않아 청년 세대의 대표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할뿐더러 국회에 입성한 뒤에 주로 보여주기식의 제한된 역할을 맡기곤 한다. 이대로라면 한국 정치에서 청년은 선거 시기에만 등장하는 상징적 구호에 머무를 뿐이다. 이에 따라 여성할당제와 같이, 청년의원 역시 적극적 할당을 통해서 정치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대두된다. 획기적 전환 없이는 세대 기득권이 지배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영영 바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 기득권 당리당략 정치에 반대하는 초당적 청년정치인’들이 2019년 12월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늬만 청년정치’를 거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김영민 기자 청년비례대표 할당제는 산술적 대표성(descriptive representation : 성별, 지역, 인종 등 대표자와 피대표자 사이의 유사성을 공유하며, 이러한 특성들을 의회에서 비례적으로 대표)를 확보하고, 역할 모델을 부여해 청년의 정치효능감을 높일 수 있다. 기성세대가 정치적으로 과대대표된 구조에서는 특히 분배 및 복지 문제에 있어 편향된 정책을 산출하는 경향이 나타나기에, 청년세대는 상대적으로 낮은 정치적 효능감을 가지게 되고 결국 장기적인 무관심과 소외의 지속을 낳게 된다. 청년비례대표 할당제는 역할 모델의 기능을 수행하고, 해당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정치참여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나아가 의회의 다양성 및 세대 간 다양성을 보장해 더 나은 심의 가능성, 독창적 해결 제시, 경험적 다양성 증가를 실현한다. 결과적으로 민주적 지배구조를 전체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과거의 선례는 청년비례대표제 도입에 앞서 준비해야 할 두 가지 사항을 시사한다. 먼저 청년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제도 시행의 목표와 절차에 관해 왕성하게 홍보하고, 뉴스 및 SNS를 통해 청년비례대표제를 알려 시민의 의식과 인식을 고취하여야 한다. 또한 청년비례대표제가 무사히 안착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민의를 따르기보다는 파벌과 계파, 이익집단의 로비에 휘둘려 왔던 게 우리 정치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청년의원들이 의회에 진출하여 실질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수평적인 의회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기존 정당과 정치인이 오랜 시간 구축해 놓은 고유한 구조,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하여 수직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개인 간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소위 후견주의의 고질적인 정치관행을 깨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청년의원의 역량을 키워줄 정당 내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 육성프로그램인 ‘청년정치스쿨’처럼, 정당의 정치인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당원을 도구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개선하고 미래인재로서 청년들에게 양질의 민주시민 교육 및 실무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정당의 온라인 플랫폼을 활성화해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서 청년세대가 가지는 상대적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청년의 정치적 역량을 촉진하는 기제이다. ■해외 청년정치후보 할당제 국제의원연맹(IPU)이 2018년에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 중 청년정치후보 할당제를 도입·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25개국으로 자발적 정당 할당제, 입법 할당제, 지정의석 할당제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자발적 정당 할당제’(Voluntary Party Quotas)는 각 정당이 자율적으로 청년 비율이나 순번에 관해 결정한다. ‘입법 할당제’(legislative quotas)는 선거법에 각 정당의 후보자 추천 시 청년 비율이나 추천 순번을 규정하는 방식이다. ‘지정의석 할당제’(Reserved Seats)는 헌법이나 선거법에 청년만이 차지할 수 있는 의석수를 규정한 제도이다. 앞서 말한 25개국 중 자발적 정당 할당제 도입국은 16개국(니카라과, 루마니아, 멕시코, 몬테네그로, 베트남, 엘살바도르, 스웨덴, 모잠비크, 키프로스, 리투아니아, 헝가리, 세네갈, 앙골라, 터키, 크로아티아, 우크라이나), 입법 할당제 도입국은 5개국(필리핀, 튀니지, 가봉, 키르기스스탄, 이집트), 지정의석 할당제 도입국은 4개국(르완다, 모로코, 케냐, 우간다)이었다. OECD 회원국 중에서 청년 할당제를 도입·시행하고 있는 헝가리, 멕시코, 스웨덴, 터키 4개국은 모두 정당 할당제로 형태가 같았다. 청년 할당제를 시행하는 국가들의 연령별 의원 비율을 살펴본 결과 방식과 무관하게 30세 이하에서는 효과가 비교적 미미했으나 루마니아, 헝가리 등에서는 40세 이하의 의원 비율이 각각 35.3%, 29.4%로 높게 나타났다. 청년 할당제가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음을 시사하며 이에 청년 할당제는 세계적으로 의회의 청년의원 비율을 높이는 제도로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고 할당제를 채택하는 국가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청년정치를 활성화하고 최소한의 청년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당의 후보자 추천 과정의 청년 입법 할당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당장 인구비례 수준의 산술적 대표성은 맞출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이를 목표로 국회는 물론 지방의회의 비례대표를 추천할 때에 여성할당제와 같이 일정 비율(10%) 이상의 청년 할당을 의무화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의 청년 할당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사회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 청년문화공간 신촌 파랑고래에서 청소년 청년 기후활동가들과 기후위기를 주제로 간담회를 갖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첫째로 국회의원의 피선거권 연령을 낮춰야 한다. IPU 보고서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 획득 나이가 많을수록 청년의원의 비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여준다. 한국의 국회의원 피선거권 연령 25세는 국제 평균인 23세보다 높다. 영국, 호주,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 OECD 국가 다수가 의원의 피선거권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참고한다면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방안은 청년 정치 대표성의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정당의 가입 연령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정당정치가 발달한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정당 가입 연령을 정당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14~16세의 청소년기부터 자연스럽게 정당 활동을 하고 정치에 관한 관심과 참여가 높은 편이다. 스웨덴과 덴마크와 같은 북유럽 국가의 정당 지도자들이 대부분 청년당원 출신이고, 독일 사례를 보면 청소년기부터 정치인 훈련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여 체계적으로 정치적 역량을 강화할 수 있었다. 정당 가입 연령을 18세로 제한하는 국내 정당법을 바꿔 정당의 가입 연령을 완화한다면 청소년이나 청년층을 대상으로 정당조직이 활성화하여 청소년기부터 정치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져 청년의 정치 참여 기회 확대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신진 정치인 육성이 결여된 한국 정당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도 일조하게 된다. 세 번째는 의원의 겸직 제도 축소이다. 프랑스는 오랜 겸직 문화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으로 의원의 겸직을 축소하여 정치신인을 위한 기회의 문을 열어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장관과 국회의원의 겸직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청년을 비롯한 신진정치인이 기회를 더 가질 수 있게 하여 임명직 정치인으로 정치에 진입할 가능성을 높였다. 한국도 이해충돌의 위험성을 방지하고 입법과 행정 간의 권력분립이라는 헌법상의 원칙을 위해 국회의원의 겸직금지를 국회법에 위임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법 제29조 제1항을 보면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직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처럼 의원의 다른 직에 겸직을 전면 금지한다면 청년의 정치 대표성을 높일 공간을 늘리면서 권력분립의 원칙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직의 저항이 큰 국회의원 선수제한 같은 제도도 청년정치의 숨통을 트는 데 일조할 수 있다. 그 외에 청년의 정치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공직선거 출마를 위한 기탁금 납부나 활동비용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비용 측면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선거자금이 없어 유능한 인재가 묻히는 일이 없도록 신진정치인발굴을 위해 별도로 국가보조금 제도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청년 후보자를 추천하는 정당에 청년추천보조금을 지급하여 정당이 청년 정치인의 교육과 육성에 투자하고 청년 후보를 늘리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하우스커피에서 열린 ‘대선 D-100’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 및 청년본부 출범식‘에서 공정나무 심기 퍼포먼스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청년정치가 일상이 되는 미래를 위한 과제 청년기본법에서 명시한 것처럼 청년이 사회의 정당한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고 건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가가 평등한 기회와 성장 환경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장기적으로는 30%대 수준의 최소 산술적 대표성을 목표로 국가가 청년비례대표 할당을 책임질 것을 청년ESG프로젝트팀은 제안한다. 중단기적으로는 여러 수준에서 현재 바닥 수준인 청년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수립하고 약속하여 이행하여야 한다. 정책목표를 세우는 공론화 과정 자체에 청년의 대표성이 엄정하게 반영돼야 함은 물론이다. 중장기목표는 시한을 정해 ITU 조사 136개국의 평균인 20%를 중기 목표, 10%를 단기 목표로 설정할 것을 제안한다. 청년후보 입법 할당제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청년정치가 일상이 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사회의 형성은 청년이 정책의 일방적 수혜자가 아닌 민주적 참여자가 되어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조건이 된다. 또한 청년정치인의 육성과 민주시민의 양성을 위해 국가와 정당의 일상적인 정치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 청년 할당제를 통한 후보자 자리를 늘려가더라도 적극적인 예비 청년정치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더불어 청년을 비롯한 사회 구성원들은 정치교육을 통해 정치가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자신의 판단으로 실제적인 참여와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청년 할당제가 청년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시적 방안을 넘어 국가와 민주주의의 더 나은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지원과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정치교육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명목으로 현실의 갈등을 외면하고 정치의 중요성을 배제하였다. 하지만 정치교육은 결국 민주주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정치적 대립 속에서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민주시민을 양성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정치적 대립 속에서도 정치교육에 관한 좌우의 합의를 이룬 독일의 보이텔스바흐합의와 같은 모범사례를 참고하는 등 우리나라도 취약한 민주주의 정치교육을 앞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 과제를 이루어 일상적인 정치교육이 진행된다면 현재의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타파하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결국 청년의 적극적인 정치 활동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 청년이 외친다, ESG 나와라
- [우정이야기]국회의원들이 받은 ‘행운의 편지’(2020. 10. 23 15:01)
- 2020. 10. 23 15:01 경제
- “이 편지는 스웨덴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따라 지구를 여덟바퀴 돌았으며, 35일 안에 당신 곁을 반드시 떠나야 합니다.” 편지의 지시를 따르면 행운이, 그렇지 않으면 저주가 내린다는 ‘행운의 편지’가 21대 국회의원들에게 전해졌다. 흔히 보는 익명의 고약한 장난 편지가 아니라 ‘다음 세대’인 청소년들이 보낸 엄중한 경고의 편지다. “당신은 국민이 깨끗하고 쾌적한 지구 환경에서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음에도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기후 역적’으로 역사 교과서에 남겨질 것입니다. 석탄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당장 코앞의 이익만을 챙기려다 국가 환경과 경제를 망친 자라는 설명이 따라붙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이 저주를 막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이 진행한 ‘21대 국회에게 청소년들이 보내는 행운의 편지’ 웹페이지 화면 / 청소년기후행동 편지는 국회의원들이 ‘기후 역적’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①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즉각 중단하고 ②금융기관들의 석탄산업 투자를 금지시키고 ③2030년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배 이상 강화하고 ④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모두 중단하고 ⑤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한국 등 195개국이 채택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내용을 달성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에서 발표된 것으로,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배출량의 최소 45% 수준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과 흡수가 완전히 상쇄돼 총배출량이 ‘0’이 되는 ‘넷 제로(net-zero)’가 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편지는 “기후재난이 더 강하게, 더 자주 닥쳐온다면 ‘미래세대’라 불리는 청소년에게 안전한 미래는 없다”며 “엄중한 경고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당신이 가진 책임과 권한을 제대로 발휘하라”고 요구했다. 현재(10월 20일 기준)까지 이 편지에 응답한 의원은 정의당 장혜영 의원뿐이다. 그는 “제가 살면서 받아본 가장 엄중하고 무서운 편지”라며 5가지 지시를 이행하겠다고 답했다. 장 의원은 또 ‘저주를 피하기 위해’ 행운의 편지를 다른 의원 3명에게 보냈다. 우편을 나르는 각국의 우체국들도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10년 전 한국의 우정사업본부도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의 20%를 감축하는 내용의 ‘그린포스트 2020’을 발표했다. 전기차를 도입하고, 나무 심기, 태양광 발전 지원 사업 등도 벌였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은 오히려 온실가스가 증가세에 있다. 영국의 기후변화 전문 미디어 ‘클라이밋 홈 뉴스’는 한국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세계 4대 ‘기후 악당’으로 꼽기도 했다. 한국 등 각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탄소 제로’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됐지만 산업계 반발이 만만찮다. 우정사업본부 역시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린포스트 2020’ 이후 우정사업본부는 어떤 답을 제시할까. 우리는 영원히 ‘기후역적’으로 남을 것인가. 모두가 행운의 편지에 답을 할 때다.
- 우정이야기
- 국회의원 32명 비상장주식 1708억원 어떻게 형성했나(2020. 09. 24 16:42)
- 2020. 09. 24 16:42 정치
- ㆍ5개월 사이 재산 껑충은 ‘착시’… 일부는 석연찮기도 1708억5465만9000원. 이번에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내역 중 비상장주식 평가가액 총액이다. 비상장주식을 보유한 국회의원은 총 32명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이번에 ‘국회공보’를 통해 재산 현황을 공개한 의원은 총 175명이다. 신규등록자, 즉 초선이거나 다시 국회에 돌아와 재등록대상이 된 의원을 포함한 숫자다. 자료는 인터넷에 공개된 ‘국회공보’를 통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지만, 전체 815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9월 14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에서 21대 국회의원들의 선관위 신고 때와 당선 후 재산 신고액 비교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호욱 선임기자 국회의원이 비상장주식을 보유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부동산이나 상장주식을 보유하는 것처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사적 재산이다. 그런데 비상장주식은 상장주식처럼 증권사나 시장에서 쉽게 거래할 수 있는 주식이 아니다. 의원실을 통한 문의에 상당수 의원은 “보유 시점이 기억나지 않는다”,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지인의 권유로 보유한 주식”과 같은 식으로 해명했다. 이른바 ‘재테크’와 무관한 주식이라는 해명도 대부분의 의원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해명이기도 했다. 실제 현재는 비상장주식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한때 상장이 되었다가 폐지되면서 매도하지 못하게 된 주식도 상당수였다. “증권시장에 나와 있는 주식이라면 누군가에게 팔릴 수도 있지만, 상폐되면서 처분 못 하고 들고 있게 된 주식”이라는 하소연도 들려왔다. 서류상 남은 흔적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주식 매수 시점에도 과연 그러했을까. 공개 자료에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수와 평가가액만 나와 있다. 주식을 보유한 경위나 시점 등은 공개되어 있지 않다. 기자가 32명의 의원에게 비상장주식 보유 경위 등을 취재한 이유다. 신고한 비상장주식이 석연찮은 경우도 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신고한 재산신고 내역 중 배우자가 보유하고 있다는 ‘벨 마레’라는 비상장회사 주식 1만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공보에 따르면 1만주의 평가액은 9731만원. 지난해 10월 설립된 이 회사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지난해 11월 등기된 이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는 2만주다. 그러니까 박 의원의 배우자는 현재까지 발행주식의 50%를 가지고 있는 지배주주다. 그런데 대표이사는 다른 사람이 맡고 있다. 석연찮은 배우자 소유 비상장주식 ‘커피 프랜차이즈점 모집 및 운영업, 제조업 및 판매업’ 등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는 이 회사의 본점으로 명기되어 있는 두 주소(울산광역시 북구 당사동 307-3, 322-8번지)를 확인해보면 인접해 있다. 현재 지목은 임야와 답이다. 해안가 언덕 위로 나 있는 도로 옆의 땅들이다. 다시 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박 의원의 배우자가 322-8번지 땅 595㎡ 중 297.60㎡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신고되어 있다. 이 토지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박 의원의 배우자와 벨 마레의 대표이사가 2분의 1씩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307-3번지의 소유자는? 벨 마레다. 두 필지는 경남은행의 채권최고액 13억2000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다. 벨 마레가 돈을 빌린 채무자로 설정되어 있다. 매입 시점은 둘 다 지난해 11월이다. “대출이자가 3%만 하더라도 월 300만원인데 수익이 없는 벨 마레의 이자는 누가 대는지 모르겠다.” 안영호 울산 중구 의원의 말이다. 안 의원은 322-8번지 땅 중 절반만 소유한 것도 농지법 위반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두 필지를 합치면 주말농장 운영 등으로 농촌에 거주하지 않은 도시민이 구입할 수 있는 1000㎡가 넘는데, 그것을 피해가기 위해 307-3번지는 비상장 법인 벨 마레가, 322-8번지는 개인이 나누는 식으로 쪼개기 구입을 했을 것이라는 것. 이번에 공개된 재산공개 내역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박성민 의원 측은 “논란이 된 비상장주식은 9월 25일 백지신탁 등록하려고 한다”며 “의원 배우자가 샀다는 땅도 농지법 제10조를 보면 1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그 이전에 처분하면 법 위반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송재호 민주당 의원이 가지고 있던 제주 유리의성 비상장주식 1만6200주는 지난 총선 때부터 논란이 제기됐다. 송 의원은 과거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이 회사의 사외이사를 맡았고, 이후엔 송 의원의 부인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선거 당시 제주 지역언론이 분석한 이 회사의 재무제표상 현금배당액에서 과거 송 의원에게 지급된 금액은 단순 추산해봐도 2억원이 넘는다는 것. “송 의원에 이어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부인급여를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당시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된 국회 재산공개는 7월 14일 기준이었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백지신탁 권고에 따라 7월 30일 국회의원회관 농협거래지점을 통해 매각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과 배우자가 가지고 있는 비상장주식 유앤지아이티와 지오씨엔아이 주식은 지난 2016년부터 설립 때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학과 지자체 등에서 벤처지원금을 받아 회사를 세웠지만, 실제 운영은 가족기업 형태로 해왔다는 것. 조 의원은 후보자 시절 선관위에 비상장주식으로는 지오씨엔아이 주식만 신고했다. 당시 신고가액은 액면가 기준으로 4억9000만원. 그러나 이번 신고에서는 지오씨엔아이와 더불어 자신과 배우자가 있는 유앤지아이티 비상장주식도 포함됐다. 각각 9만주와 1만주다. 신고금액은 조 의원이 46억5469억원, 배우자가 6468만원이다. 액수만 보면 선관위 때보다 아홉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조 의원 측은 “국가와 지자체 지원을 받아 만든 벤처를 가족기업으로 운영했다”는 과거 보도가 과장됐다는 반응이다. 조 의원 측의 말. “가족기업이라고 하지만 본인이 퇴직금을 투자해서 만든 것이다. 현재 대표를 맡은 사람은 조 의원 가족과 관련이 없다. 과거 대표를 맡은 딸이나 감사를 맡았던 장남도 모두 그만두고 현재는 독립생계를 하고 있다. (가족들이 여전히 등기부상 임원을 맡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담보도 잡혀 있고 본인이 투자한 회사도 아닌데 직원 중에 선뜻 나서서 임원을 맡으려는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가족들에게 부탁한 것이다. 사실 이런 작은 회사에서 임원을 맡는다고 해서 얻는 건 별로 없다. 그런 이유로 과한 지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의원님 소유 비상장주식 주목받는 까닭은 이번 재산 신고 때 재등록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보유한 것으로 신고한 스탠드다그래핀 2000주도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탠드다그래핀은 실리콘과 탄소나노튜브를 넘어서서 ‘꿈의 나노물질’이라는 평가를 받는 신소재다. 주목받는 것은 이 회사의 이정훈 대표다. 이 대표는 참여정부 시기인 2003년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구체적으로 2003년 9월부터 홍보기획비서관실과 해외언론비서관실에서 일하다 2007년 1월 대통령비서실장 수행과장을 맡아 퇴임 직전까지 일했다. 참여정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한 이 의원과 프로필이 겹친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지난해 미국 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하루 25만5000갤런 규모의 수처리 시스템을 개발해왔고, 시스템 개발과정에서 우리 제품이 수출되고 있다”며 “시스템은 7~8월경 완성될 것이며 이후 제품 공급, 매출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고 밝히고 있다. 이 의원이 가진 이 회사 주식 2000주는 액면가 기준으로 주당 500원에 신고, 100만원 평가가액으로 신고되어 있다. 이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대박’이 예고된 셈이다. 이 의원의 주식보유는 이 의원의 의지와 무관하게 장외주식시장에서 회사의 뒷배경으로 거론될 수 있다. 9월 22일 통화에서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이 의원이 정확한 시점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4~5년 전에 오래 알던 지인이었던 이 대표로부터 주식을 산 것은 맞다”라며 “원외에 있을 때 지인(이정훈 대표)이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고, 미래가치 신소재 사업 도전을 격려해준 기억이 있다고 이 의원이 말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의정활동과 이해충돌 가능성 여부에 대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문의해둔 상태”라며 “조만간 백지신탁이나 매매 권고가 나오면 그대로 따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9월 14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공개자료를 바탕으로 당선 5개월 만에 평균 10억원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주장의 근거는 지난 21대 총선에 입후보할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내역과 이번에 발표한 국회재산공개(2020년 5월 30일 기준)의 평가액 차이였다. 후보 당시와 당선 후 재산 신고액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이는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선관위에 신고한 전 의원의 재산은 48억원. 그런데 국회 신고액수는 914억원이었다. 당선 5개월 만에 무려 866억원이 늘어났다. 전봉민 의원의 재산공개 자료를 보면 비상장주식으로 주식회사 이진주택 1만주와 주식회사 동수토건 5만8300주를 가지고 있다. 이번 재산공개에서 이 두 비상장주식의 평가액이 858억7313만6000원으로 전 의원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경실련이 확보한 전 의원이 출마 당시 선관위에 제출한 ‘재산신고사항’을 보면 이진주택 주식이 1억원, 동수토건 주식이 약 17억으로 평가되어 있다. 전 의원은 전광수 이진종합건설 회장의 아들로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비상장된 두 회사는 이진종합건설의 자회사로, 전 의원 지분은 이진주택이 33.3%, 동수토건은 37.51%다. “다스의 실소유자 MB가 장남 시형씨에게 했듯 알짜배기 자회사를 통한 우회상속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전 의원 측은 “실제로 아버님 사업이 망하면서 고가 밑에서 살았고 초등학교 때 이모집에 살며 버스 타고 학교를 다녔던 것은 지역에서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라며 “건설업을 하시던 부친이 ‘은행빚’의 무서움을 알고 무차입경영을 하다보니 회사가치가 확 뛰게 되면서 비상장주식 가치가 올라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해충돌 여부에 대해서는 “부산에서 시의원할 때부터 이런 문제로 오해를 받는 것을 싫어해서 교육이나 복지 쪽으로 전문성을 쌓았고, 현재도 국토위 등 건설업과 연관 상임위는 본인 스스로 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부자 금수저 별명 억울하다” ‘5개월 만에 떡상’이라는 것은 선관위 등록 당시와 국회 공직자재산신고 신고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진 ‘착시’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가르는 핵심기준은 비상장주식이다. 선관위 신고 때는 액면가 기준이었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신고에서는 지난 6월 1일부터 실거래가나 1주당 당기순이익 가치의 60%에 1주당 순자산 가치 40%를 더해 기재하는 식으로 ‘현실화’되었다. 비상장주식을 가진 모든 의원이 적극 소명에 나선 것은 아니다. “저는 임차인이자 임대인입니다” 5분 자유발언으로 유명세를 얻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KG그룹 계열사인 케이지에듀원 3340주(평가액 486만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실련이 입수한 선관위 신고자료에는 ‘케이지패스원’ 주식을 3340주(신고액 1670만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국회신고 후 오히려 평가액이 더 떨어진 특이한 케이스다. KDI 교수를 역임한 윤 의원이 해당 주식을 갖게 된 ‘경위’가 궁금하지만 윤 의원 측은 “직접적으로 아는 분이 아니고, 건너서 아는 분을 통해 2012년도에 산 것으로 아는데 공개되어 있는 자료 이외에 밝힐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유성티에스아이, ㈜넥솔론, 인젠 등의 비상장주식을 가진 것으로 되어 있는 김민철 민주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취득한 지 10년도 넘은 회사이며 현재 대부분 상장폐지된 회사”라며 “사실상 액면가가 0원에 해당하는 회사들이기 때문에 다음번 신고 때는 신고할 필요가 없다는 안내를 들었다”고 밝혔다. 배우자가 비상장회사 ㈜이썸테크 주식 2000주를 가진 것으로 신고한 정태호 의원은 2018년 청와대에 있을 때나 지난 총선 출마 당시는 이 주식의 가치를 액면가로 1000만원으로 신고했다. 이번 공직자윤리위 신고에서 평가금액은 1억642만4000원이다. ‘주식값어치가 16배 뛰었다’고 부풀리기 쉬운 소재다. 9월 23일 통화에서 정 의원은 “20년 전에 집사람이 직장동료들과 함께 만들었던 회사이며, 회사가 옮기고 주인도 바뀌고 감자하면서 남은 주식이 액면가 5000원으로 계산한 2000주”라며 “그때부터 계속 1000만원어치 주식으로 신고하다가 이번에 계산방식이 바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과거에는 EDI라고 전자문서 교환시스템을 만드는 회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공직자 재산공개 지금보다 더 투명해야”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설령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되더라도 정치권 주변 인사가 비상장주식을 사고 보유하는 것은 결국 과거 낡은 정치권력을 이용한 사적 취득이라는 비난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국회에 들어간 초선의원들의 경우 의원 되기 전 취득한 주식이라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비상장주식은 근본적으로 취득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기 힘든 주식”이라며 “설령 이해충돌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각 당 차원에서 의원들은 모두 처분 정리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경실련 상집위원을 맡고 있는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주식회사 제도의 본래 취지는 투명하게 공시하면서 회사가 개인의 소유가 아닌 사회가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인데, 이게 오히려 재산을 은닉하고 편법으로 승계하는 식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자 재산공개제도 상 비상장주식 보유 여부를 공개하도록 되어 있지만 현재는 주식회사와 법인을 별개로 보고 있기 때문에 법인 뒤에 숨은 사람이 실질적인 지배권을 행사하고 부정직한 돈도 법인으로 받으면 잡아낼 방법이 없다”라며 “특히 가족이 보유하는 비상장주식의 경우 회사의 등기부등본을 포함해 소유구조와 영업상황,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까지 공개하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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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닮은꼴 가족 국회의원 원희룡·강윤형 부부
- 2008. 05. 23 화제
- 남산에는 봄이 가득이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나들이 온 가족들과 산책 나온 노부부,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하나하나 미소 짓지 않는 얼굴이 없었다. 간간히 불어오던 바람마저 향기로운 어느 봄날, 국회의원 원희룡·강윤형 부부를 만났다. 총선이 끝난 지 일주일 만이었다. 3선 국회의원과 ‘선거꾼’ 아내 “선거가 끝나고 할 일이 더 많아요. 인사할 곳도 많고 당장 시작해야 하는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벌써 세 번째 선거인데 갈수록 더 어렵네요.” ‘선거를 마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원희룡 의원(45)은 ‘선거를 시작하는 소감’ 같은 대답을 한다. 원의원은 서울 양천구에서 선거를 치렀다. 벌써 세 번째다. 처음 정치에 입문했을 때는 무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선거를 치렀는데 그래도 그때가 편했다고 한다. 이제 마음을 좀 놓을 법도 한데 생각 많은 3선 국회의원은 여전히 고민이 많다. 정치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붙잡고 어려운 얘기를 하는 유권자들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살기 어려운 얘기, 가슴 아픈 얘기, 가면 갈수록 더 많이 해주세요. 붙잡고 쏟아 붓기도 하고 무작정 욕을 하기도 하고. 힘들다기보다는 가슴 아플 때가 많죠.” 선거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이런저런 일을 많이 겪는다. 배려를 하는 사람도 있고 노골적으로 자기감정이나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 머쓱해질 정도로 가열 찬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국회의원이 직업인 사람으로서 원 의원은 그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어느 유권자가 그러더라고요. 이미지가 강성인 것 같아 맘에는 안 드는데 찍을 사람이 없어 찍는다고. 찍긴 찍는데 아직 합격된 게 아니니까 정신 차리고 잘하라고. 굉장히 솔직한 말이잖아요.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올바른 정치를 요구하면서 민심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말 듣고 미안하고 머쓱하긴 했지만 표가 오긴 온다니까(웃음) 다행스럽고 감사했죠.” 이미 그 정도는 웃어넘길 만큼 내공을 쌓은 원 의원이지만 부인 강윤형씨(45)는 아내로서 안타깝고 가슴 아플 때가 많다. “현장에 나가면 민심을 바로 느낄 수 있어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들도 계시고 비난하는 분도 계시고. 가족 입장에서 볼 때는 참 열심히 잘해보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 같은데 막상 평가가 따가울 때는 가슴 아프죠.”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강윤형씨는 선거 때가 되면 선거 현장으로 진료실을 옮긴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많이 해야 하는 정신과 의사로서 어떤 의미에서는 사람들을 만나며 공부를 한다. “선거기간 동안 진료실이 아닌 밖에서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현장을 만나는 게 제 직업에도 많은 도움이 돼요. 사람들이 실제 이렇게 살고 있구나 느끼는 부분도 많고 공부도 많이 하죠.” 이제 유권자들 얼굴만 봐도 우리를 지지하는지, 반대하는지 감이 온다는 강윤형씨를 보며 원 의원은 “선거꾼 다 됐다`”고 하며 웃는다. 그러고 보니 벌써 정치인 아내 8년 차다. ‘정치인 아내’도 만만치 않은 직업이라는데 언제나 균형을 맞추는 게 제일 어렵다. 예전에는 선거를 앞두고 한 달 정도 병원에 휴직을 내고 남편 선거를 도왔다. 직업인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1:1:1로 정확하게 균형을 맞출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하나도 소홀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고단할 때가 많다. 다행히 올해는 병원에서 안식년을 얻어 의사로서의 역할은 덜게 됐다. “너무 잘난 남편 만나서 고생한다며 어깨 두드리는 분들도 많아요. 어떤 의미에서는 고생이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명함 드리고 해야 할 것도 많고요. 그래도 전 이 사람이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정치꾼이 아니라 정말 할 일 하는 정치인이 된다면 가족에게도 그것만큼 큰 보상이 없다고 생각해요.” 정치는 잘 모르지만 원희룡만은 잘 압니다 서울대학교 82학번인 두 사람은 열아홉 살에 처음 만났다. 학교에서 열린 제주 향우회에서 인연을 맺어 스물한 살 때부터 연애를 시작했으니 소위 말하는 ‘CC(캠퍼스 커플)’였다. “처음 본 순간 ‘필’이 왔냐”고 물으니 원 의원이 대뜸 “여동생 같더라”고 대답한다. 그러니 강윤형씨로부터 돌아오는 말이 “당신이 더 어려 보였어”다. 덧붙여 지금은 많이 ‘삭았단다’.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26년 전 연애 시절로 되돌려놓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친구 같은 두 사람은 그렇게 26년을 함께해왔다. 이제 누구보다 남편을 잘 아는 강윤형씨다. 작년 대통령 경선 때도 남편의 지원 유세에 나서 그렇게 얘기했다. 정치인은 잘 모르지만 원희룡만큼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이제는 남편을 따라 선거운동도 하고 적극적인 지원 유세도 펼칠 정도가 됐지만 연애할 때만 해도 원 의원과 결혼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단다. “요즘 말로 치면 나름 ‘알파걸’이었어요. 지금은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된 것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20대 중반까지 단 한 번도 결혼해서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로 살아간다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강박적일 정도로 오직 제 삶에만 집중했거든요. 연애할 때도 결혼 생각을 안 하다가 스물여섯인가 일곱 살이 됐을 때 마음을 먹었죠.” 원희룡 의원은 똑똑하기로 소문난 수재였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어려운 환경에서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서울법대도 수석으로 입학했다. 제34회 사법시험 역시 수석으로 패스했지만 수석과 수석 사이 방황도 많았다. “남편이 서울 법대를 수석으로 입학하고 8년 만에 졸업을 했거든요. 그것도 겨우. 맨 처음 문 열고 들어갔다 문 닫고 나온 거죠(웃음). 학생운동 하느라 중간에 노동운동 하러 인천 공장에 취직한 적도 있고요. 학교 다닐 때 유기정학 받고 경찰에 쫓기고,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고향인 제주도에서는 목사가 됐다느니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갔다느니 죽었다느니 별별 소문이 다 돌았다. 제주도에서 서울법대를 수석 입학했으니 얼마나 말이 많았겠는가. 그렇게 목숨 바쳐 학생운동을 하던 원 의원의 신념을 강윤형씨는 높이 샀다. “생각해보면 당시 남편은 굉장히 안정적이고 승승장구하는 삶이 보장된 상태에서 기득권을 포기한 거예요. 목숨 걸고 학생운동을 한 거죠. 그때는 정말 고문받다 죽은 후배도 있었고 살벌했어요. 앞으로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모든 혜택을 접을 수 있고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죠. 이 사람의 그런 순수함에 반하게 되더라고요. 어느 순간, 내 앞에 있는 이 남자가 불구가 되든 어떤 모습이든, 원희룡이라는 이름에 붙어 있는 모든 배경과 조건에 상관없이 늘 이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어떻게 생각해보면 반대로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강윤형씨는 서울대 의대에 재학 중이었고, 마음만 먹으면 더 좋은 조건의 남자를 만날 수도 있었지만 그런 생각은 어디까지나 이들 부부를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열아홉 살에 만나 스물한 살에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은 서 른살이 되던 해 1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서로의 옆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특기는 요리, 목표는 비보잉 강윤형씨에게 남편이 집에서 가사 일은 많이 돕는 편인지 묻자 원 의원이 슬슬 아내의 눈치를 본다. 슬쩍 눈이 마주친 강윤형씨가 표정보다는 후한 점수를 준다. “도와줄 의도는 상당히 높으나(웃음) 바쁠 때는 집에 있는 시간이 상당히 제한적이어서, 정말 가정적인 아빠들에 비할 바는 못 돼요. 그래도 마음이 크니까 집에 있을 때는 어떻게 애들한테 점수를 딸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하죠.” 부부에게는 두 딸, 서정(15)과 소영(13)이 있다. 원 의원이 두 딸에게 가장 점수를 많이 받는 종목은 바로 요리. 따로 배우거나 거창한 요리를 하는 건 아니지만 원의원의 ‘창조적 라면’은 딸들에게 인기가 좋다. “제가 냉장고에 재고가 오래 쌓여 있는 걸 못 봐요(웃음). 냉장고에서 놀고 있는 재료들 가지고 다양하게 개발을 해보는 거죠. 된장라면, 김치라면은 기본이고 가끔은 우유랑 크림치즈도 넣고, 꽃게라면도 만들어요. 재료는 별 볼일 없지만 음식 맛은 장담해요.” 아이들에게 점수 따는 리스트를 쭉 뽑아보니 ‘주말에 아빠가 요리한다고 부산스러울 때’ ‘같이 게임할 때’’ ‘엄마가 TV 못 보게 하는데 같이 봐줄 때’ 등등이다. 특히 ‘개그콘서트’는 가족 모두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강윤형씨 말로는 모두 입을 ‘하~’ 벌리고 본단다. 컴퓨터 게임은 원 의원이 예전부터 워낙 좋아했다. 종종 ‘스타크래프트’ 같은 e스포츠 중계현장에서 모습을 볼 수 있어 젊은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갤러그’나 ‘제비우스’ 같은 기성세대 게임이 아닌 요즘 젊은 세대들의 게임을 즐기게 된 건 계기가 있었다. “제가 국회의원 하기 전 변호사 시절에 PC방연합회 고문 변호사를 했어요. 그때가 1998년도였으니까 스타크래프트가 막 들어와서 인기를 끌 무렵이었죠. 호기심이 생겨 하다 보니 재밌더라고요.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도 젊은 친구들이 많고 젊은 유권자들도 많이 만나다 보니 대화거리도 많아졌고요.” 워낙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은 원 의원이다. 1995년도였나, 검사로 처음 임관됐을 때 집에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가져왔다. 당시 인기를 끌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공연 비디오였다. “우리가 서태지 세대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걸 가져와서 ‘하여가’ 춤을 연습하더라고요. 전 보수적이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게 조심스러운데 남편은 빨리 받아들이고 쉽게 익혀요. 그런 부분에서 애들과 통하는 부분도 많고요. 특히 둘째는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강윤형씨가 “소정이가 좋아하던 게임이 뭐였지?”라고 하자 원의원이 금세 “요새는 서든 어택”이라고 대답한다. 아빠와 함께 게임하며 서로 경쟁하고 레벨도 따지고 그런단다. 딸과 함께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원 의원의 모습을 상상하는데 별로 어색하지 않다. 개구쟁이 같은 미소가 무척 잘 어울리는 원 의원이다. “올해는 비보잉 배우는 게 목표예요. 아직 교습소는 못 갔는데 계속해서 문화적인 도전을 하려고요. 저는 스포츠와 음악과 문화가 함께 가는 게 좋더라고요. 멋있잖아요. 지금 목표는 기본 동작이에요.” 의욕에 가득 찬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작 두 딸은 비보잉보다는 ‘동방신기’ 같은 아이돌 가수들을 좋아한다며 아쉬운 표정이다. 비보잉과 함께 요리도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원 의원의 말에 강윤형씨가 ‘창조적 라면’ 자랑을 한 번 더 한다. 그러자 뒤이은 원 의원의 한마디. “그러니까 만날 라면만 끓이는 줄 알겠네. 제 주특기는 탕수육과 전복탕입니다(웃음).”가정은 인생의 베이스캠프 언제나 ‘바쁜 아빠’보다 ‘젊은 아빠’가 되고 싶은 원 의원이지만 가족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크다.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두 딸에게는 특히 그렇다. “아무래도 아빠가 공인이니까 ‘원희룡 딸’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자신의 자존심이라든가 정체성에 상처를 받아요. 상처보다는 위협을 받는 거죠. 아직 어리고 민감한 시기니까. 저는 이제 얼굴에 ‘철판’을 깔았으니까 길 을 걸을 때도 사람들 손도 잡고 악수도 하고, 또 그렇게 해야 하잖아요. 같이 다닐 때는 아빠 때문에 익명성, 조용히 지나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받는다고 솔직하게 불만을 표현하는 편이에요.” 특히나 선거 때는 원 의원뿐 아니라 강윤형씨도 아이들한테 관심을 쏟지 못한다. 잘 이해해주던 둘째도 이번에는 불만을 터뜨렸다. “선거기간 한 달 반 동안 혹시 엄마 아빠가 자기를 버린 게 아닌가 생각했대요. 아무도 자기한테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그렇게 얘기하는 걸 조용히 들어주고 인정해줬어요. 엄마 아빠는 네가 눈에 보일 때나 안 보일 때나 너무나 사랑한다고, 너는 둘도 없는 엄마 아빠의 보배라고 말해주고 달래줬죠.”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지만 어린 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아프다. 2006년도에는 ‘아버지 학교’도 졸업했다. 지방 선거로 바쁜 시기였는데 5주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교육을 마쳤다. 아내의 권유 때문이다. “나의 아버지와의 화해, 너무 오랜 기간 함께하며 잊고 있던 아내와의 사랑, 아이들과의 소통까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말로 알고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아버지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국회의원으로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보다 아버지 학교에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오게 하는 것이 세상을 더 빨리 변화시키는 방법이겠구나 하고 생각했을 정도로 무척 좋았어요.” 아버지 학교에 다녀 온 후로는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 그리고 저녁에 돌아왔을 때 아내와 딸들을 꼭 안아준다. 시간이 없을 때는 아이들이 잠든 머리맡에서 아이들을 위한 기도를 하고 아이들도 아빠를 위한 기도를 빼놓지 않는다. 지금 많이 부서지고 뒤틀린 가정의 모습은 원래 자리를 뺏겨버린, 혹은 잊어버린 아버지들의 모습에서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다. “모든 가정이 저마다의 문제를 갖고 있겠지만 서로 상처받은 관계들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행복과 에너지가 나와요. 가정은 베이스캠프예요. 삶을 살아갈 용기와 힘의 원천이거든요. 가정이 해체되고 불안정하면 사회도 불안정해져요. 저는 많은 특혜를 받은 사람이에요. 시골에서 사과상자 놓고 공부하다 출세한 사람이 더 가지려고 하면 안 되죠. 대신 제가 가진 재능, 제가 받은 자원들을 이 세상을 위해서 온전히 다 쓰고 가야 되잖아요. 이 세상을 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정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정이 행복할 수 있는 정치를 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주 보고 웃는 두 부부의 모습이 많이 닮았다. 저절로 그려지는 한 가족의 모습에는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이 있다. 함께 살며 언제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지나와 이렇게 마주 보고 미소 지을 수 있는 행복 하나로 충분하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우리 모두 이룰 수 있는 기적이다. ■ 글 / 노정연 기자 ■ 사진&사진 제공 / 이주석, 원희룡
- 정치인의 아내 된 심은하 국회의원 선거운동까지 직접 나설까?
- 2008. 02. 15 연예
- 심은하가 드디어 정치인의 아내가 됐다. 남편 지상욱씨가 자유신당의 공동 대변인을 맡게 된 것이다. 이는 이미 지상욱씨가 지난해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측근에서 보좌할 때부터 예상 가능했던 일이다. 이로 인해 지상욱씨의 4월 총선에 점점 무게가 실리면서 심은하가 선거운동에 직접 나설지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지상욱씨, 자유신당의 새로운 ‘입’으로 활동 은퇴를 선언한 지 7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심은하. 그간 결혼,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간간히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심은하의 모습을 좀 더 자주 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심은하의 남편인 지상욱씨가 정계에 입문하면서 심은하가 공식적으로 정치인의 아내가 됐기 때문이다. 지상욱씨는 이미 심은하와 결혼할 당시부터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최측근으로 통했으며, 지난 대선을 통해 그 사실이 입증됐다. 지상욱씨는 대선 1년 전부터 이회창 전 총재의 사무실에서 비상근으로 근무하면서 인터넷을 통해서 ‘창사랑’을 관리하고, UCC 관련 업무를 책임지는 사이버 총괄 팀장을 맡아왔다. 또 이회창 전 총재가 선거운동을 할 때도 항상 최측근에서 그의 곁을 보좌하는 등 이 전 총재와의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상욱씨와 이 전 총재의 인연은 2002년 대선이 끝난 뒤부터 시작됐다. 이 전 총재는 대선 참패 후, 미국 스탠퍼드대 연수 길에 올랐는데, 이때 지상욱씨가 함께 미국에 건너가 1년간 이 전 총재 옆에서 정성을 다해 모셨다는 것. 또 지상욱씨는 이 전 총재의 아들 이정연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와도 절친한 친구 사이로 알려졌다. 그가 정치와 인연을 맺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대선 당시 지상욱씨는 “이회창 전 총재가 아버님 같은 분이기 때문에 도와드리는 것뿐”이라는 말로 정치적 행보에 대한 언급을 피해왔다. 하지만 지난 1월 13일, 지상욱씨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주도하고 있는 자유신당(가칭) 창단준비위원회 신임 공동 대변인에 임명되면서 본격적인 정치인으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심은하와 지상욱, 4월 총선 출마설은 ‘노코멘트’ 지상욱씨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잘해야겠습니다”라는 말로 대변인이 된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4월 총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11월 말, 둘째 아이를 출산한 심은하는 현재 육아에만 전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부 외출이 잦아지고, 몸매 관리를 위해 다이어트를 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대중에 얼굴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김한길 국회의원의 부인인 최명길씨가 그랬던 것처럼 지상욱씨의 부인인 심은하가 유세 현장을 돌면서 사람들과 직접 대면한다면 이 모든 것이 ‘표’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 주변 소문은 무성하지만, 정작 지상욱씨와 심은하 본인은 주변의 추측에 지극히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오는 4월 총선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지상욱씨의 총선 출마 여부는 머지않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심은하가 조만간, 스타가 아니라 정치인의 아내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 단단한 동지애로 쌓아온 37년! 국회의원 이재오·추영례 부부
- 2008. 02. 13 화제
-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국회의원 한 사람을 두고 얼마나 많은 평가가 내려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 평가에는 호불호가 엇갈리겠지만, 어쨌든 사표(師表)로 삼을 만한 주인공임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하다. 바야흐로 정치 인생 제2막을 여는 이재오 의원과 그의 든든한 동지이자 인생의 동반자 추영례 여사와 함께한 과거 그리고 미래. 밖에서는 대쪽 같은 남편, 집에서는 시트콤 주인공 재야운동가에서 15대, 16대, 17대 국회의원(서울 은평구 을)으로 연속 당선되고 한나라당 원내총무, 사무총장, 최고의원을 두루 거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63)은 국정감사의 모범생이자, 서민 정치인으로 손꼽혀왔다. 그리고 이제는 ‘제17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이끈 공신으로 통한다. 이재오 의원의 집을 찾은 날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 방문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19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갈등으로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이 의원에게 묻고 싶은 질문도 많았지만, 이날의 주빈(主賓)은 좀처럼 매스컴에서 만나기 힘든 부인 추영례 여사(59)였다.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성격 탓에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고, ‘검소한 국회의원’으로 불리는 남편과 4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한 동반자에게 “남편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을 먼저 건넸다. “정치인 이재오는 언제나 악역을 담당하기에 강한 이미지로 비춰지지만, 제게는 강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에요. 집에서는 마치 시트콤의 주인공처럼 재미있어요. 그렇다고 아주 자상한 남편이랄 순 없지만, 아내 입장에서 남편에게 서운한 감정은 이미 오래전에 접었으니까요. 우리는 동지적인 관계라고나 할까요.” 양복 차림으로 집으로 돌아온 이 의원이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겠다며 안방에 들어간 사이 추 여사가 들려준 얘기다. 알려진 대로 이재오 의원과 추영례 여사는 부모가 연을 맺어준 사이다. 1940년대 일본에 부역을 나갔다가 만난 양가 부친은 1969년 결혼할 때가 된 서로의 자녀들을 소개해줬고, 2년 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렸다. 추 여사가 들려준 ‘동지적인 관계’라는 단어에 불쑥 두 사람이 결혼에 이르게 된 일화가 떠올랐다. 아직 본격적인 교제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하루는 추 여사가 이 의원을 만나러 민주화수호청년협의회 사무실에 갔더니 ‘모처럼’ 데모가 없는 날이라 동대문운동장에 야구를 보러 갔다고 했다. 내친 발걸음에 야구장으로 향한 추 여사는 수백 명의 인파 속에서 단숨에 이 의원을 찾아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출현보다 수많은 사람 중에서 자신을 단번에 발견한 데에 놀란 이 의원은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고 무릎을 쳤다. “보나마나 돈이 없을 테니까 외야석 구석 자리에 앉아 있을 줄 알았다”는 것.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미 평탄치 않을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요. 때문에 집에서는 반대를 많이 했지만 결혼을 결심했고요. 그때는 그런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어요. 자기 가치관이 또렷해 보였거든요. 제게도 영웅 심리가 좀 있었던 모양이에요(웃음).” 잘 풀릴 인연이었는지, 야구장에서 보여준 추 여사의 기지에 이 의원도 단단히 반했다. 그 역시 험난한 인생을 함께할 만한 사람임을 그때 직감했다는 후문이다. 정치인 아버지와 힙합 가수 아들의 하모니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부부의 결혼식은 1971년 10월 9일에 치러졌다. 결혼식 당일 수배령이 내려진 신랑의 처지가 어이없었는지 자리를 지키던 안기부 직원이 “오늘은 봐주고 내일부터 잡을 테니 알아서 도망가라”고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단식농성 중에 달려와 허겁지겁 식을 올리는 신랑도 신랑이지만, 마음껏 행복을 뽐내지 못하는 신부의 처지가 그의 감정을 자극했으리라. 부부는 딸 둘을 낳았다. 과거 10년간 교단에 섰던 국어교사 출신 아버지는 ‘곱게’ 자라라고 큰딸은 ‘고은’으로, 작은딸은 큰딸과 이름을 맞추고자 ‘은별’이라고 이름 지었다. 딸들을 찾을 때면 자랑스럽게 ‘고은별’이라고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자랑스러움이 배어 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장녀 이고은씨(36)는 현재 동생 이은별씨(35)와 함께 패션 관련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오는 3월에 출산을 앞둔 차녀 은별씨는 10년 이상 여성지에서 생활 파트를 담당하던 기자 출신이다. 마감과 야근의 고초를 누구보다 잘 안다며 추 여사가 눈을 찡긋한다. 큰누나와 열두 살 터울이 지는 막내아들 이민호씨(24)는 ‘상황상 어쩔 수 없는’ 늦둥이라고 했다. 정작 당사자인 이 의원은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지만, 듣고 보니 그 이유가 어째 좀 슬프다. “제가 감옥 갔다 와서 낳은 아이예요. 그 사이에는 낳을 수가 없었잖아요(웃음). 재야운동부터 시작해서 치열한 터널을 지나고 돌아보니 어느덧 아이들이 장성해 있더군요. 아이들이 한창 자랄 때 감옥에 있거나 집을 비우고 못 본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어쩌다 친정에 들르는 딸들한테 애정 표현은 잘 못합니다만, 정말 각별하게 사랑합니다.” 이 의원은 딸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을 거라고 잘라 말하지만, 아닌 듯하다. “아버지가 너무 잘 알고 있으니 말을 안 할 뿐”이라는 추 여사의 말이 정답인 것 같다. 1992년 14대 총선 때 은별씨는 직접 그린 편지지에 아버지를 지지해달라는 글을 써서 군인들에게 보냈다. 무려 1천 통이라니 억지로 시켰으면 금방 질려서 도망갈 법한 양이다. 참고로 당시에는 불법선거운동이 아니었다. 한 가지 추가한다면 이후 은별씨는 군인아저씨들의 답장을 엄청 받았다. 이후 15대 때는 고은씨가, 17대에는 아들 민호씨가 선거운동원을 자청해 아버지를 도왔다. “자식 농사요? 아직은 AS 기간이죠(웃음). 애들이 표현은 잘 안 하는 편인데, 툭툭 던지는 말 속에 아버지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어쩌다 ‘인터넷에 아빠 관련 글이 많이 올라오니까, 잘 살피세요’라는 얘기도 해요.” 제대 후 복학해 이제 대학 3학년인 영문학도 민호씨가 마침 집에 있었다. 군대 가기 전에 한 번, 다녀와서 한 번. 아버지와 지리산 종주를 한 뒤 그 기록을 미니홈피에 고스란히 남겨놓았던 주인공이다. 그의 장래희망을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민호씨는 무명 힙합 가수라는 것. 랩경연대회에서 1등을 하고, 타 대학 행사에 초청되어 공연을 할 정도라니 그 세계에서는 실력을 인정받은 모양이다. 정치인 아버지와 힙합 가수 아들은 아닌 듯 닮은 구석이 있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국회의원 안사람 소리 듣는 것만으로 행복해 서울 은평구 구산동 000-00번지 실평수 23평의 단층 주택. 지난 1990년 그동안 모은 돈 8백50만원에 대출금 2천만원으로 장만한 이 집에서 이재오·추영례 부부는 3남매를 키웠고, 두 딸을 출가시켰다. 딸들이 시집간 덕분(?)에 비로소 ‘내 방’이 생긴 이 의원은 딸들이 물려준 화장대를 요긴하게 쓰고 있었다. 번지수를 검색해 지도를 뽑아갔음에도 이재오 의원의 집을 찾는 데 꽤나 힘들었다. 고만고만한 집들이 모여 있는 주택가라 그럴 수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3선 국회의원의 집이라는 선입견에 그 동네에서도 제일 좋은 집으로 자꾸만 시선이 갔기 때문인 듯하다. 결국 수행비서관과 통화 끝에 “○○빌라 옆 전봇대 두 개 샛길 막다른 집”을 찾았을 때는 반가움보다는 주차를 어디에 하면 좋을지, 난감함이 먼저 몰려왔다. 이런 남편을 매스컴에서는 ‘검소한 국회의원’으로 선정해 보도하지만, 솔직히 아내 입장에서는 그저 달가울 것 같지는 않았다. “예전에 남편이 갇혀 있을 때는 ‘남편이 나오면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했고 나오고 나서 한 차례 낙선한 뒤에는 ‘국회의원이 되면 좀 나아지겠지’ 했어요. 그런데 15대 당선 이후에 보니 똑같은 거예요. 국회의원이 된 뒤 비리와 연관되지 않도록 조심하려면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지금은… 이게 편해요. 정치인 돈 얘기 나올 때 떨릴 일도 없고요.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어요. 국회의원 안사람 소리 듣는 것만 해도 감사하고 행복한 거죠.” “사람들이 들으면 국회의원 안사람이 엄청 좋은 줄 알겠다”고 이 의원이 한마디 하자 대번에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는 거예요”라고 받아치는 추 여사는 그야말로 ‘프로급 국회의원 안사람’이다. 추 여사는 3선 의원이 되면서 지역구보다는 중앙당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남편을 대신해 민심을 챙기고 그들의 소리를 전하는 역할을 지금껏 기꺼이 해왔다. “오늘 당신 무슨 얘기 들었어?”는 하루를 마감하는 부부의 일상 인사가 된 지 오래다. 아이를 둔 여성을 위한 보육비 지원,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마련 대책, 통신요금 인하 등 민생 경제와 관련된 향후 정책을 그려나가는 데 추 여사의 도움이 컸다. “주거 목적으로 마련한 집 한 채로 인해 ‘집 팔아 세금 내게 생겼다’는 분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 중이고, 정체 예방을 위해 이미 건설비를 뽑아낸 고속도로의 경우 명절 때 통행료를 무료로 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입니다. 주부들이 피부로 느끼는 민생경제 손질을 하려고 합니다. 변함없이 내조하고 아이들도 잘 키워낸 아내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쪽으로 관심이 더 갑니다. 표현은 잘 못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아내에게 고마워하고 있어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출마 의사를 밝히는 소식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국회의원을 꿈꾸는 당사자는 일단 제쳐두고, 그들의 아내에게 전하는 추 여사의 조언을 듣고 싶었다. “솔직히 부인의 입장만 따지자면, 남편이 출마하지 않는 게 행복할 거예요. 남편이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부터 편안하게 살겠다는 의지는 버리고 새로운 삶을 받아들여야 해요. ‘내가 국회의원 아내니까 인사를 해야지’가 아니라, 지역민들에게 봉사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겠죠. 4년 임기 동안 자신의 사생활을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남편이 출마하지 못하도록 꼭 붙잡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전면에 나서지 않는 조용한 내조자로 알려진 추 여사의 활약상은 은평구 내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노래교실에 갔다가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한 은맥여성문화센터가 올해로 설립 16년째를 맞았다. 지역 여성들의 여가 선용과 취미 활동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평생교육원으로 지금은 은평구 어머니들의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40대에 처음 센터를 찾은 분들이 이제 60대가 됐어요. 서로의 생활과 애환을 다 아는 사이가 된 거죠. 그분들에게는 우리가 정치인이 아닌 그저 매일 보는 이웃이죠. 최근엔 센터 덕분에 우울증을 치료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가 가장 뿌듯했어요.” 정치 인생 20여 년, 더 낮은 자세로 이명박 캠프의 대선 승리에는 추영례 여사의 노고도 녹아 있다. 당내 경선을 앞두고 상대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지기반이 약했던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의원 그룹을 형성하기 위해 이재오 의원은 동료 의원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 대접을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명박 후보가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를 설파했다. 손님상이라고 해봐야 그가 평소 먹는 대로 된장찌개, 생선구이가 오르는 소박한 찬이었지만, 특급 호텔의 고급 정찬보다 값진 위력을 발휘했다. 단순히 선거운동을 하고자 함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내면의 의지가 있음을 피력하는 데 그만한 것이 없었다. 80명에 가까운 이들의 식사를 손수 차려낸 아내에게 그는 이제야 “우리 집사람 고생했지”라고 툭 한마디 던진다. 단식농성 중에 뛰어나와 우여곡절 끝에 올린 이재오·추영례 부부의 결혼식 사진(오른쪽). 그리고 노래자랑 무대에 오른 최근의 사진(왼쪽).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뒤 그가 가장 먼저 떠올린 말은 “그럼 이제는 뭘 해야 하나”였다.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도 실감이 안 날 정도였다는 그는 이내 다음 목표를 위해 또다시 시동을 걸었다.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한반도 대운하 태스크포스(T/F) 상임고문 역할로 ‘한반도 대운하’ 추진의 선봉에 섰다. 앞서 그는 지난 추석 때 부산 을숙도에서 강화도까지 강길 따라 563km를 자전거로 달리며 한반도 대운하 추진의 밑그림을 다졌다. 현재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는 공중파 TV에서 심야 토론을 벌일 만큼 찬반 논쟁을 불러오고 있는 이슈다. “이름을 붙이다 보니 ‘한반도 대운하’가 됐는데, 사실은 강길 따라 옛날 뱃길을 복원한다는 개념으로 보시면 됩니다. 예전에는 마포에서 충주까지 새우젓배가 다녔는데, 지금은 못 다니지 않습니까. 농축산업 폐수로 오염된 하천의 퇴적물을 거둬내고 옛날의 뱃길을 복원해 막힌 곳의 물길을 다시 잇는 겁니다.” 이 의원은 한반도 대운하의 난코스로 지목된 문경새재의 한 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터널을 뚫어서 물을 위로 끌어올려 잇는 공사를 해야 하는 그 산의 이름은 배 주(舟), 달릴 월(越)을 써서 ‘주월산(舟越山)’인데, 이는 조선시대 고승 무학대사가 “이 산을 배가 넘어다닐 것이다”라고 예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지선 열두 대를 강에 띄우면 트럭 4천5백 대 분의 물량을 실을 수가 있습니다. 물류뿐 아니라 강을 끼고 발달한 역사와 옛 문화를 복원해 우리나라 문화관광벨트로 만들 계획도 있습니다. 단순 토목공사가 아니라 나라 구석구석을 다시 일으키는 일종의 국토 재창조 개념으로 보셨으면 합니다. 한반도 대운하라기보다는 ‘한반도 물길 잇기’, ‘물길 따라 뱃길 잇기’가 더 적확한 이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회의원으로 이재오 뽑길 잘했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이재오처럼 하라’는 소리를 듣겠다는 심산으로 뛰어든 정치 인생이 20년이 가까워오고 있다. 그동안 그의 꿈은 ‘좋은 대통령을 만들자’로 바뀌었고, 지난 대선을 치르며 그 꿈이 실현됐다고 믿고 있다. ‘세상은 거저 얻는 것이 없다. 내가 싸워서 쟁취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던 청년 시절의 다짐은 근래 서서히 궤도를 수정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정권 교체가 이루어짐으로써 지금까지 해온 제 투쟁의 역사는 끝났습니다. 투쟁의 철학으로 세상을 바꿨으니 이제 섬김의 역사로 세상을 바꾸려고 합니다. 보다 살기 어려운 사람, 소외된 사람들을 섬기는 자세로 더 낮게 임할 것입니다.”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이 의원은 과거는 청산의 대상이 아니라 화해의 대상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지금까지를 정치 인생 1단계라고 말하는 그에게 바로 오늘은 정치 인생 제2막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든든한 ‘동지’이자 부인 추영례 여사가 있다. “남편이 유배 생활을 하면서 고생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전 비굴한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남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요. 언제나 남편이 자랑스러운 건 ‘저 사람이 왜 그랬을까’ 싶다가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역시 냉철한 판단을 했구나’ 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에요. 그럴 때마다 참 대단하다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그때(스무 살 시절)는 철없을 때라 남편이 참 멋있어 보였다”고 말하던 추 여사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또렷한 가치관을 가진 남자여서 좋아 보이더라”는 얘기도. 이재오 의원의 그 한결같음은 지척에서 그의 무게 중심이 되어주는 아내 추영례 여사의 ‘단단한 동지애’가 있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듯하다. ■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 이주석, 이재오 의원실 제공
- 20평 남짓한 아파트에서 20년넘게 사는 소박한 국회의원 김문수 가족
- 2006. 05. 01 화제
- “사치할 줄 모르는 아내와 세계의 오지에서 사회봉사 희망하는 딸이 있어 행복합니다” 국회의원 김문수가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출마 선언을 두고 “행정 경험이 없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아내 설난영씨는 “10년 넘게 정부기관과 국정감사에서 씨름을 했기 때문에 결코 경험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며 독려했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만난 아내 설난영씨와 사랑스러운 외동딸 동주씨, 세 사람이 20년 넘게 살아온 부천 자택에서 김문수 의원 가족을 만났다. “경기도는 베이징과 도쿄와 맞설 수 있는 우리나라 경쟁력이죠”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4월 말,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의원(54, 한나라당)을 부천시 소사구 자택에서 만났다. 아파트 입구에 핀 개나리처럼 소박한 김 의원 집에 들어서자 김 의원과 부인 설난영씨 그리고 외동딸 동주씨가 반갑게 맞았다. 소박해 보이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집안에는 대형 벽결이 TV도 고풍스러운 가구도 없었다. 대신 소파와 테이블 밑에는 국내에서 간행되는 온갖 신문과 잡지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정리되어 있어 무척 인상적이었다. 차 한잔을 앞에 두고 김 의원과 마주 앉은 뒤 경기도지사 출마 이유를 들어봤다. “경기도지사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직접적인 계기는 수도이전 문제지요. 정부는 수도이전 위헌 판결 이후에도 수도를 분할해서 지방으로 옮기려 하고 있어요. 경기 지역은 중국의 상하이와 베이징, 일본의 도쿄와 맞설 수 있는 대한민국의 경쟁력인데, 정부가 관공서와 공장은 지방으로 옮기려고 하면서 정작 규제를 풀지 않아 성장이 더뎌지고 있어요. 대한민국 중심부인 경기도에서 이 나라 경제를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앞으로 제가 할 일이죠.”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90년대만 해도 많은 정치인이 자신의 집에서 식객을 맞았다. 지금 김문수 의원이 살고 있는 20평 남짓한 아파트에도 한때 스무 명이 넘는 식객들로 북적였다. 그때마다 집에 있는 솥으로 밥을 하는 게 모자라 옆집 솥까지 빌려 정신없이 밥을 하고 손님을 받던 부인 설난영씨는 남편의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남편은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면서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한계를 느낀 것 같아요. 물론 행정 경험이 없기는 하지만 도정은 단순히 사기업과 달리 공적인 역할이잖아요. 공직자로서 기본적인 국가관과 봉사관 그리고 청렴한 정신을 갖고 있어 잘해낼 수 있으리라 믿어요. 또 국회의원으로서 10년 넘게 정부기관과 국정감사에서 씨름을 했기 때문에 결코 경험이 적다고 말할 수도 없구요.” “아내는 사치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에요” 김문수 의원과 설난영씨는 노동운동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당시 설난영씨는 구로공단 세진전자 노조분회장과 금속노조 남서울 지역지부 여성부장을 맡고 있었다. 노동운동 동지로 처음 만났을 때, 두 사람은 의식적으로 연애감정을 피했다. 그러다 제5공화국 초기에 김문수 의원이 계엄당국에 쫓기고 있을 때 그녀의 자취방에 피신을 하게 되면서 가까워졌다. “부인의 어떤 모습에 반해 청혼을 하게 됐냐?”고 물었다. “아내는 지금도 그렇지만 화려하거나 사치스러운 것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에요. 체구가 작지만 꿋꿋한 모습이 앞으로 험한 길을 함께 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당시 저는 아내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정식으로 청혼하기 전까지는 일부러 무관심한 척했었어요. 계엄당국을 피해 어쩔 수 없이 아내의 자취방으로 피신한 게 사실 딴 뜻도 조금은 있었어요.(웃음) ” 막상 김문수 의원이 프러포즈를 했을 때 설난영씨는 청혼을 거절했다. 당시 설난영씨는 노동운동을 하면서 결혼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설난영씨가 청혼을 거절한 진짜 이유는 그때까지도 김문수 의원을 남자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남편이 정식으로 청혼을 하더라구요. 그전까지 ‘친절하고 성품이 참 좋은 사람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지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던 터라 거절했죠. 그리고 당시 전 ‘김문수’이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한 게 아니고 노동운동에 대한 신념이 워낙 강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어요.” 설난영씨가 청혼을 거절했을 때, 김문수 의원은 잠깐 동안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김 의원은 자신의 노동운동에 대한 신념과 설난영씨에 대한 사랑을 끈질기게 전했다. 결국 지난 1981년 ‘친절하고 성품이 좋은’ 남자와 ‘화려하거나 사치스러운 것과 거리가 먼’ 여자는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식은 두 사람의 이력만큼이나 독특했다. 하객들에게 전해지는 청첩장도 없었으며 화려한 신부의 드레스도 볼 수 없었다. 더욱이 결혼식장 앞에는 관광버스가 아닌 전경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당시를 회상하는 김문수 의원은 “전경들은 우리가 결혼식을 가장하고 시위를 벌이려는 줄 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히지 못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날 결혼식에 온 하객들 대부분이 힘든 노동자들이었어요. 현실적으로 화려하게 결혼식을 치를 여유도 없었지만 여러 사람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검소하고 조용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내에게 ‘화려한 웨딩드레스 대신 한복을 입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저도 한복을 입으면 입겠다고 하더라구요. 결국 저는 양복을 입고 아내는 웨딩드레스 대신 원피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렸죠.” 여러 사람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야 누가 뭐라고 하겠냐만은 여자에게 웨딩드레스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 것도 사실이다. 설난영씨에게 “드레스를 입지 못한 게 아쉽지 않냐?”고 묻자 그녀는 “전혀”라고 잘라 말했다. “저는 드러나는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사람 마음이잖아요. 웨딩드레스를 못 입어서 남는 아쉬움은 없어요. 노동운동을 할 때 몸에 배서 그런지 반지나 목걸이 같은 것도 거추장스럽게 느껴져서 안 좋아해요. 그렇다고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여성을 폄하하려는 생각은 없어요. 물론 과거 노동운동을 할 때는 화장을 하고 외모를 가꾸는 여자를 부정적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사회가 많이 변했잖아요. 오히려 지금은 여성으로서 여성의 외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장점이고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가족들이 서로의 인격을 존중해주고 너무나 합리적인 김문수 의원이지만 결혼 초기에는 다분히 유교적인 사고로 ‘집에서 아내는 남편보다 지위가 낮다’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두 사람은 신혼시절에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웠다. “결혼 초기에 누구나 그렇듯 서로의 주장을 많이 내세운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부부싸움은 제 잘못 때문에 비롯된 게 많았어요. 하지만 시간은 지나면서 기다릴 줄도 알게 되고 상대방에게 내 의견을 관철시키는 기술도 생기더라구요.” 김문수 의원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내세운 것에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참아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하지만 설난영씨는 신혼 초 다툼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었을 뿐이라고 한다. “부부싸움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말이 맞더라구요. 어쩌면 신혼 초기에 남편도 여성 문제라든가 여타 다른 문제들에서 자기주장을 내세운 게 정말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부부간의 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남편은 자신이 모르던 부분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편이었어요.” “동주 덕에 험한 일 한번 안 당하고 노동신문 배포 했어요” 김문수 의원의 집, 식탁이나 냉장고 응접실 곳곳에는 외동딸 동주씨의 어린 시절 사진이 꽂혀 있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동주씨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스물다섯 살 대학생이다. 지금은 성인이 됐지만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아버지 때문에 어린 딸이 불편하지는 않았을까? “아버지나 어머니 모두 ‘정치인의 딸로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와 같은 주문이 없어서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었어요. 다만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선배나 교수님들이 아버지가 이런 일(정책) 하시는 것 등을 물어보는 게 조금 부담스럽기는 해요.” 무남독녀 동주씨가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것은 노동운동가 부모를 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특이하게도 동주씨는 이미 다섯 살 때부터 노동운동에 참여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설난영씨는 어린 동주를 데리고 한때 노동자 신문을 배포하기도 했다고. “동주가 한 다섯 살 때쯤 구로동 일대는 사복경찰의 감시가 삼엄했어요. 갑자기 거리에서 소지품 검사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죠. 그 당시 제가 맡은 일 중에 하나가 노동자 신문을 배포하는 건데, 너무 감시가 심해서 한 손에는 신문을 담은 어린이용 운동화 주머니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어린 동주 손을 잡고 노동신문을 배포했어요. 동주 덕분에 험한 일 한번 안 당하고 무사히 신문을 배포할 수 있었어요.(웃음)” 동주씨는 열혈 노동운동가 부모님을 둔 덕에 노동신문 배포 외에도 많은 노동운동에 참여(?)했다. 어린 시절 동주씨는 엄마와 함께 시위 현장에 자주 따라다녔는데, 그때 엄마가 부르던 민중가요를 곧잘 따라 불렀다고 한다. “얼마 전 전태일 열사 어머니를 동주와 함께 만났는데, 그분이 동주를 알아보시고 ‘너 참 노래 잘했는데’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더라구요. 당시 마땅히 아이를 봐줄 사람도 없었고, 동주도 곧잘 민가를 잘 따라 부르며 주위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많이 받아서 시위할 때 자주 데리고 다녔어요.” 시위 현장 곳곳에서 마스코트처럼 앙증맞게 민가를 부르던 동주씨는 어느 순간부터 노래만 하라고 하면 울어버렸다. 설난영씨는 농담처럼 “어렸을 때 어떤 충격을 받아서 노래를 안 부르는 것 같다”며 걱정했다. 하지만 동주씨는 “특별히 무슨 일이 있어서 안 부르는 게 아니고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부끄러워서 안 부르는 것”이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설난영씨는 그런 딸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으며 “다른 아이들처럼 많이 보살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얘기를 넌지시 했다. “동주는 어렸을 때 탁아소에 맡겨 길렀어요. 그 시절 탁아소는 지금 같은 놀이방 시설도 아니고 돌봐주는 사람 역시 유아교육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었어요. 동주가 성격이 원만하고 사회성도 좋아서 다행이지만 어린 아이를 어미 품에서 키우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리네요.” 너무나 예쁘고 한편으로 미안한 딸이지만 그런 딸 때문에 남편과 다툴 때는 그 미안한 마음마저도 사라진다고. “아직 대학생이지만 성인이다 보니 집에 늦게 들어올 때가 있잖아요. 그럼 저는 걱정이 되서 남편에게 ‘들어오면 야단 좀 치라’고 하는데, 돌아오는 말은 ‘자기 알아서 하겠지’가 전부예요. 악역은 항상 제 담당이고 남편은 항상 좋은 역할만 맡고 있어서 그때만큼은 그렇게 얄미울 때가 없어요.” 동주씨에 대한 기대에 있어서도 김문수 의원은 특별한 말이 없었다. 반면 설난영씨는 동주씨가 선진국의 사회복지를 잘 배워서 학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작 동주씨는 아프리카와 같은 오지에서 사회봉사를 하고 싶다고 한다. 그렇게 모녀가 의견을 나누는 동안 김문수 의원에게 “왜 동주씨 동생을 갖지 않았냐?”고 물었다. “70, 80년대 노동운동은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었어요. 대부분 결혼도 안 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정관수술을 하는 노동운동가 가정이 많았어요. 그에 비해 우리는 서점도 운영하고 아이까지 있다보니까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괜히 미안한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동주 동생은 포기했어요.” 누가 ‘대접’해주지 않아도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일꾼 김문수 의원의 아버지는 가족과 개인적인 영위보다는 문중 제사나 비석 세우기를 더 가치 있게 여기던 분이셨다. 문중의 대부이던 그의 아버지는 월급의 대부분을 집안 살림보다 손님 접대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친척의 빚 보증을 서는 바람에 그의 가족들은 판잣집과 초가집을 전전해야 했다. 어지간해서 기가 죽거나 주눅이 들지 않던 어린 김문수도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하는 날이면 무슨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고. “제가 살던 판잣집과 초가집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싫었어요. 어린 시절 판잣집에 대한 열등감은 성인이 되서도 한동안 계속 됐죠. 하지만 가난 때문에 스스로 가치가 떨어진다거나 부끄럽게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가난했던 김문수 의원은 대학에 입학하고 서울에 올라와 역시 판잣집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막연히 동경하던 서울에서 본 판자촌과 거지들의 모습에 그는 적잖이 놀랐다. 그러면서 대학생 김문수가 갖고 있던 가난에서 오는 열등감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변해갔다. “제가 느끼는 사회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당시 할 수 있는 일은 데모와 위장취업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스무해 넘게 먹물만 먹고 살아와서 단순 육체노동은 어린 꼬마 여자아이보다 경쟁력이 없었어요. 그래서 돌파구를 찾은 게 자격증이었죠.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자격증 대부분 그때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취득한 거예요.” 2년 동안 무려 7개의 자격증을 취득한 김문수 의원은 이후 한일공업주식회사에서 보일러 조수로 취직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노조에 가입하고 첫 감옥 생활을 경험했다.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쫓기고 구속과 출감을 반복하던 김문수 의원은 일기 쓰기는 물론이고 사진 찍는 것조차 싫어했다. 그에게 “여전히 사진 찍는 것이 어색하고 싫냐?”고 묻자 그는 “즐겁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부인은 “밝게 웃는 사진이 별로 없다”며 핀잔을 주고 딸은 웃는 모습을 직접 해 보이기도 했다. 3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국회의원 김문수 가족은 말 그대로 ‘옆집’ 아저씨, 아줌마, 동생으로 변해 있었다. 그와 함께 30년 가까이 목숨을 걸고 노동운동을 하다가 이제는 열혈 우파 정치인의 한사람이 된. 그래서 기억 한편으로 밀어 둔 한 정치인도 다시 시대에 맞는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었다. 몸담던 ‘과거’나 지금 몸담고 있는 ‘현재’ 어느 곳에서도 ‘대접’해주지 않지만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김문수 의원. 그가 구상하고 있는 경기도의 모습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글 / 김성욱 기자 사진 / 이주석·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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