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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2,373 건 검색)

윤석열 “기억하십니까” 김용현 “말씀하시니까 기억납니다”
윤석열 “기억하십니까” 김용현 “말씀하시니까 기억납니다”
2025. 01. 23 17:21정치
... 제 기억에는 12월1일 또는 2일 밤에 우리 장관께서 제 관저에 그걸 가지고 오신 거로 기억이 됩니다. 기억 나시죠? 그 때 제가, 써오신 계엄선포문 담화문하고 포고령을 보고, 포고령에 뭐 사실 법적으로...
윤석열 구속
“그곳에선 고통 아닌 행복한 기억으로…”
“그곳에선 고통 아닌 행복한 기억으로…”
2025. 01. 19 20:32지역
... 게 아니라 조금 먼 어딘가로 먼저 가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라며 “그곳에선 고통 아닌 행복한 기억만 갖고 우리 가족을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A씨와 같이 이번 참사로 아버지를 잃은 B씨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참사 희생자 ‘179명’ 기억·위무…무안공항서 18일 ‘합동추모식’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참사 희생자 ‘179명’ 기억·위무…무안공항서 18일 ‘합동추모식’
2025. 01. 17 11:14사회
...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에 조화가 준비되어 있다. 무안|권도현 기자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179명을 기억하고 넋을 위로하는 합동추모식이 열린다. 전남도는 17일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참사희생자제주항공합동추모식여객기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그림책]한파 속 집마당 반려견 어쩌나…선하고 따뜻한 기억
[그림책]한파 속 집마당 반려견 어쩌나…선하고 따뜻한 기억
2025. 01. 09 21:32문화
대단한 하루 윤순정 글·그림 이야기꽃 | 34쪽 | 1만3500원 1978년 12월24일, 집에 홀로 있던 어린 순정이는 아빠의 일터인 신포시장 상인들의 가족 송년회에 가려는 참이다. 순정이는 마당에 있는 개...
그림책

스포츠경향(총 1,904 건 검색)

‘킥킥킥킥’ 백선호, ‘기억 조작 비주얼’로 시청자 설렘 버튼 ON!
‘킥킥킥킥’ 백선호, ‘기억 조작 비주얼’로 시청자 설렘 버튼 ON!
2025. 02. 04 19:47 연예
배우 백선호 씨제스 스튜디오 KBS2 새 수목드라마 ‘킥킥킥킥(극본 정수현 남은경 정해영, 연출 구성준)’에서 ‘이마크’ 역을 맡은 신인 배우 백선호가 기억 조작 비주얼로 설렘을 자극한다. 공개가 된 사진 속 백선호는 달달한 눈빛과 햇살 같은 포근한 미소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또한, 컬러풀한 니트 착장부터 빈티지한 웨스턴 캐주얼룩까지 완벽 소화해 자유분방한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키기도 한다. ‘킥킥킥킥’은 천만배우 지진희(지진희)와 한때 스타 피디 조영식PD(이규형)가 콘텐츠 제작사를 설립하고 구독자 300만을 향해 달려가는 오피스 코미디 드라마다. 드라마 속 백선호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자 사랑 앞에서 댕댕이와 폭스를 오가는 매력을 가진 싱어송라이터 이마크 역을 연기한다. 배우 백선호 씨제스 스튜디오 전작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에서 사회 초년생에서 어엿한 검사가 되는 MZ 검사 성시운 캐릭터로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은 바 있는 백선호. 그가 이번 ‘킥킥킥킥’에서는 이마크로 분해 또 다른 매력의 청춘 캐릭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와 관심이 높아진다. KBS2 ‘킥킥킥킥’은 오는 2월 5일 밤 9시 50분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배우 백선호 씨제스 스튜디오
멜로틱, 새 싱글 ‘봄의 기억’ 발매
멜로틱, 새 싱글 ‘봄의 기억’ 발매
2025. 02. 04 17:46 연예
유니크뮤직컴퍼니 멜로틱이 새 싱글 ‘봄의 기억’을 발매한다. 음원유통사 유니크뮤직컴퍼니 측은 “오는 5일 정오 멜로틱의 신곡 ‘봄의 기억(with 제린(JER!N))’이 전 세계 음원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다.”라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번 싱글 ‘봄의 기억’은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로맨스를 담은 미디엄 템포의 감성곡으로 일렉기타, EP 사운드와 스트링으로 완성된 아날로그 감성의 편곡과 함께 봄 햇살 아래 피어난 사랑의 순간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여기에 감성 보컬리스트 제린(JER!N)의 섬세한 음색이 봄날의 로맨스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히든싱어5 에일리 편에서 준우승을 한 경력이 있는 제린은 능골가요제, 구리가요제, 김광석 나의 노래 다시 부르기 대회 등 다양한 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멜로틱 프로듀서진은 “‘봄의 기억’은 듣는 이들의 가슴 한켠에 잠든 추억을 깨우고, 각자의 봄날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곡”이라며 “연인과의 설레는 데이트는 물론, 가족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멜로틱의 신곡 ‘봄의 기억(with 제린(JER!N))은 5일 정오부터 국내외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다.
유덕화도 서희원 사망 추모 “실력파 배우를 기억합니다”
유덕화도 서희원 사망 추모 “실력파 배우를 기억합니다”
2025. 02. 03 21:33 연예
서희원 인스타그램 클론 구준엽 아내인 대만 배우 서희원(쉬시위안)이 일본 여행 중 폐렴으로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지자 연예계 동료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3일 타이완중앙통신사(CNA)를 비롯한 타이완 매체들은 서희원이 일본 가족 여행 중 폐렴을 동반한 독감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향년 48세. 서희원의 동생인 방송인 서희제(쉬시디·46)는 이날 소속사를 통해 현지 매체들에 “언니가 독감과 폐렴으로 안타깝게도 우리 곁을 떠났다”며 “이생에서 자매로 서로를 돌보고 동행할 수 있어 감사했다. 항상 고맙고 그리워할 것이다.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란다. 사랑해”라고 언니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서희원의 비보가 전해지자, 전 남편인 중국인 재벌 2세 사업가 왕소비(왕샤오페이)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프로필 사진을 애도의 의미를 담은 검은색으로 바꿨다. 서희원의 사망을 추모한 류덕화. 류덕화 SNS 홍콩의 세계적인 스타 유덕화(류더화)도 SNS를 통해 “많은 마음을 울린 실력파 여배우 바비 쉬(서희원의 영어 이름)를 기억합니다. 그녀가 편히 쉬기를”이라며 추모의 글을 올렸다. 대만 인기 배우 우중쉬안(오중헌)은 “그녀가 좋은 여행을 하길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냈다. 쉬시위안과 드라마 ‘유성화원’에 함께 출연했던 주샤오텐(주효천)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글을 올리며 당혹스러운 심경을 드러냈다. 중국 배우 후빙은 “이 소식은 믿기지 않는다, 당신은 영원한 산차이이자 우리의 작은 공주였다”라는 글을 올렸다. 클론 출신 구준엽과 최근 세상을 떠난 그의 아내 서희원. 보그 제공 타이완판 ‘꽃보다 남자’의 여주인공으로 유명한 서희원은 ‘구준엽의 아내’로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구준엽과 서희원은 지난 1998년 만나 1년간 열애하다 서로의 일로 멀어졌다. 이후 서희원이 왕소비와 결혼, 이혼한 뒤 구준엽이 20여년 만에 서희원에게 다시 연락해 영화처럼 재회했다. 이들은 2022년 결혼, 마침내 부부의 연을 맺었으나 3년 만에 영원한 이별을 맞게 됐다.
[종합] 이동건 母 “17년 전 잃은 둘째…사고 이후 기억 사라져” (미우새)
[종합] 이동건 母 “17년 전 잃은 둘째…사고 이후 기억 사라져” (미우새)
2025. 02. 03 09:57 연예
SBS ‘미운 우리 새끼’ 배우 이동건 엄마가 먼저 떠나보낸 둘째 아들을 떠올렸다. 2일 방송된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에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이동건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홍천의 한 숙소로 향한 세 사람은 저녁을 먹으며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이동건의 아빠는 아들에게 “어려운 가운데 결혼도 했고 이혼도 했고. 그래서 빨리 좋은 사람을 찾아라. 재혼하고 말고는 두 번째 얘기고, 지금 이대로 계속 산다고 생각해보면 형제도 없고 너 혼자인데 네 말년이 진짜 외롭다. 남의 눈 그거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얘기를 꼭 해주고 싶다”고 조언했다. 이에 이동건은 “아버지한테 이런 말씀을 들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며 감동했고, 이내 “이제는 그 말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나보다”라고 훈훈한 답변을 했다. 그런가 하면 이동건은 “처음에 두 분 모시고 어디에 갈까 생각할 때 막연했는데, 홍천이 의미가 있었다. 준엽이가 성인이 됐을 때 같이 왔었다는 게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차라리 그 추억을 나누는 거지”라며 먼저 떠나보낸 동생을 언급했다. SBS ‘미운 우리 새끼’ 이어서 이동건은 부모님에게 한 사진을 건넸다. 둘째 아들이 현재를 살고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AI 기술로 구현한 것. 이를 본 이동건은 “너무 근사하다”고 감탄했고, 부모는 그의 아들 사진을 말없이 지켜봤다. 이동건은 “동생이 사진 찍으면 얼굴을 가릴 정도로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머리를 짧게 자르면 옆머리가 뜰 정도로 센 직모였다. 그래서 내가 붙이는 파마도 해주고 그랬다”며 그의 생전 모습을 기억했다. 이에 이동건의 엄마는 “(동생이) 형을 그렇게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랬다. 형보다 1cm 적게 클 거야 할 정도로 형을 좋아했다”고 떠올렸다. SBS ‘미운 우리 새끼’ 그런가 하면 이동건의 아빠는 “지나간 얘기지만 내가 걔를 워낙 엄하게 다뤄서 그런지 아빠는 진짜 싫어했다. 준엽이와 가장 멀어진 게 공부할 나이에 게임만 해서 그렇다. 컴퓨터도 몇 번 집어던져서 부쉈다. 장남인 네가 고등학교 때 벌써 연예인이 되고 길을 가기 때문에 준엽이는 끝까지 공부만 해줬으면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지금 생각해보니까 게임만 평생 하도록 가만 둘 걸 이런 생각도 든다”며 “준엽이를 보내고 10년까지는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내가 잘못해서 걔가 떠난 것 같은 죄책감 때문에 엄청 자책을 하면서 살았다. 10년 쯤 지나고 보니까 내가 얘를 아직도 못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빨리 보내자, 내가 더 이상 붙들고 있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해 먹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러면서 이동건의 아빠는 “나는 지금 집을 떠나겠다는 생각도 오래 전에 했었는데 엄마가 원하지 않기 때문에 기다려 준 거다”라고 말하며 30여 년 만에 이사를 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이동건의 엄마는 “나는 (집이) 팔렸다니까 가슴이 쿵 내려앉더라. 준엽이 잃고 나서 기억력이 많이 사라졌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더 그렇고, 충격적인 사고 이후 기억이 사라져버렸다. 홍천 이야기도 기억이 하나도 안 났다”고 털어놔 시선을 끌었다.

주간경향(총 150 건 검색)

[이주영의 연뮤 덕질기](28) 국가폭력 기억 계승에 고뇌하는 청춘
[이주영의 연뮤 덕질기](28) 국가폭력 기억 계승에 고뇌하는 청춘(2024. 06. 28 16:00)
2024. 06. 28 16:00 문화/과학
연극 <연안지대>·<빵야>·뮤지컬<사월> 등 연극 <연안지대> 공연 장면 / 서울시극단 제공 고통스러운 기억을 무대 위에서 재현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포스트 메모리 세대(전쟁이나 국가폭력을 직접 겪지 않고 구전이나 글로 접한 세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근현대사 배경 무대극은 기억과 애도에 머물지 않는다. 연극 <연안지대>·<적벽대전>·<빵야>, 뮤지컬 <사월> 등은 청산하지 못한 국가폭력의 결과물과 이를 짊어지고 사는 동시대 현대인들의 ‘기억 계승’을 다룬다. 후세가 떠안는 무거운 짐들의 ‘뒤처리’에 대한 미학적 변주다. 연극 <미궁의 설계자>·<나는 광주에 없었다>는 기억을 각인하게 돕는 체험에 방점을 둔다. 군부독재 당시 폭력적 현장을 관객들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관객 몰입형 미장센과 동선을 안배했다. 연극 <연안지대>(와즈디 무아와드 원작·김정 연출)는 아버지 이스마일(윤상화)을 안장하기 위해 그 시신을 껴안고 세상을 떠도는 아들 윌프리드(이승우) 이야기다. 전쟁의 공포를 듣고 자란 레바논 출신 캐나다 작가 와즈디 무아와드는 폭력에 대항하는 문제의식을 전쟁 4부작에 담아냈다. <연안지대>는 그중 1부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한국 초연이다. 김정 연출이 “매우 키치(Kitsch)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분절적이고 장황하다. 성적 표현과 잔혹함으로 점철된 무아와드의 극작은 한국적 가치관과 동시대 문제의식과 만나 코믹하지만 서늘하고, 슬프지만 몽환적인 미장센으로 다시 태어났다. ■ 아버지 세대가 남긴 폭력의 잔재 애도 아버지 시신을 고향에 안장하지 못하게 막는 가족들의 전쟁 같은 이기주의는 한국의 막장 드라마 같다. 김정 연출가는 이를 과감한 신체 연극과 코믹한 대사, 급박한 리듬으로 표현해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무대 위 영혼으로 등장하는 부모의 비호 아래 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읽으며 정체성을 되찾아가는 윌프리드는 비로소 가족과 자아를 되찾는다. 무거운 아버지 시신을 안고 무대 위 시간과 현실의 시간을 함께 버티는 아들은 비슷한 처지의 전쟁고아가 이고 온 무거운 전화번호부와 마주한다. 죽은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 그들의 이름을 적은 책자다. 아버지의 이름을 발견하고 통곡하는 윌프리드와 다른 전쟁고아들은 아버지 세대가 남긴 폭력의 잔재를 정리하고 애도한다. 그래야 자신도 살 수 있어서다. 한국전쟁을 전후한 근현대사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연극 <적벽대전>(류기형 작 연출·마당극패 우금치)은 한국적 ‘연안지대’라고 볼 수 있다. 아버지 이즈마일의 시신을 대신하는 존재는 국가폭력에 의해 학살돼 대전 산내 골령골에 매장된 7000여명 원혼이다. 아들 윌프리드는 이를 안장하고 위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시대 유가족들이다. 작품은 1945년 해방기부터 한국전쟁기까지의 혼돈을 연대기적으로 장면화하며 희생자들을 위무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달랜다. 1시간 반 동안 이어지는 진혼굿과 황토 구덩이에서 기어 나오는 원혼의 고통, 유가족의 통곡은 대전 마을 주민 입장에서 재현하는 최신 역사 교과서이기도 하다. 창작 뮤지컬 <사월-The Great April>(김동현 작·왕정민 연출·정원기 작곡)도 비슷한 맥락에서 후세들의 기억 계승을 위한 재현이다. 제주 4·3이 어떤 상황에서 발발했는지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듯 장면화한 이 작품은 당시 일본으로 탈출한 김시종(1929~ ) 시인의 삶을 모티브로 1947년 전후 암울함 속에서도 꿈을 꾸었던 청춘을 밝은 톤으로 표현했다. 연극 <빵야> 공연 장면 / 엠비제트컴퍼니 제공 연극 <빵야>(김은성 작·김태형 연출·민찬홍 작곡·이현정 안무)는 다른 시점을 선택했다. 사람이 아닌 그 시대에 누군가의 손에 들려 살상을 한 장총 ‘빵야’의 관점이다. 한때 잘나갔지만, 지금은 한물간 드라마작가 나나는 소품창고에서 오래된 99구경 장총을 발견하고 장총의 기억을 드라마 대본으로 써내려간다. ‘1945년 인천 무기공장에서 태어난 장총의 여정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간접적으로 들여다보는 빵야’라는 한 줄 로그라인(줄거리 요약)은 기존의 근대사 재현극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관객은 장총 빵야의 주인이 바뀌면서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국가폭력 역사에 눈을 뜬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조선인 출신 일본군 손에 들려 있던 빵야는 한국 독립군 토벌로 생을 시작한다. 중국 팔로군에서 남한으로 귀순한 이북출신 서북청년단을 거쳐 제주 4·3을 도발한 빵야는 민간인 대량학살의 주역이 된다. 한국전쟁 발발로 남한 학도병 손에 들려 안타까운 첫사랑을 겪고 북한군 의용대에서 빨치산 소녀의 최후를 겪고 전쟁 후 사냥꾼과 기업인을 거쳐 영화 촬영장에서 전쟁 소품으로 쓰인다. 한때 금기였던 국가폭력을 주제로 다양한 무대극이 창작될 수 있는 것은 치열한 민주화운동을 통해 얻어낸 선물이다. 연극 <미궁의 설계자>(김민정 작·안경모 연출·연극집단 반)는 군부독재 시절 한국 1세대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이 주인공이다. 1976년 남영동 대공분실 설계 및 시공 당시의 군부독재 관계자들과 1986년 여자친구를 기다리다 연행된 대학생 경수(김시유), 2020년 민주인권기념관(2024년 현재 민주화운동기념관) 해설사 미숙(전국향)과 다큐멘터리 작가 나은(이가을)이 등장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남영동 대공분실의 잔혹성과 현대의 재해석을 담아냈다. 소극장에서 이어지는 고문 장면은 대공분실을 형상화한 무대 세트에 라이브로 영사되며 관객을 그 시공간에 가둔다. ■ 기억 계승, 폭력·전쟁 막는 방어기제 관객을 당시의 시공간에 몰입하게 하는 측면에서 <나는 광주에 없었다>(김경주·안준원·고선웅 작)는 새로운 형태의 관객 참여극이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대형 블랙박스 극장은 500명 전후 관객으로 헐렁하게 채워져 있다. 무대 가운데 놓인 단 없는 무대에서 배우들이 10일간의 광주민주화운동을 차례대로 재현할 때마다 관객은 시민군으로 합류한다. 앉아 있던 의자를 들고 바리케이드를 쌓고 스크럼을 짜며 함께 시위하는 본격 관객 참여극이다.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전후 개막한 이 작품은 전국에서 온 관객과 아시아 각지의 관광객들까지 합류해 수용인원을 넘기며 민주화운동 시위 체험 현장으로 거듭났다. 연극 <연안지대>에서 아들 윌프리드는 통곡하며 아버지 시신을 물로 씻어 바다에 흘려보내려 하나 동지가 된 전쟁고아들이 일단 제지한다. 아버지의 시신은 어느덧 전쟁고아들의 부모가 실존했음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작동한다. 고아들 한명 한명과 포옹하고 위무하는 아버지의 시신을 정성스레 씻어 바다에 흘려보내면서 윌프리드는 고난의 짐도 청산한다. 영혼이자 시신으로 무대 위에 상존해온 아버지 이스마일은 시신의 씻김을 통해 전쟁을 일으킨 세대라는 불명예를 어느 정도 수습하고 다음 세대에 배턴을 넘긴다. 연극 <빵야>의 드라마작가 나나는 “비극을 쓰는 건 기억하고, 기록하고, 증언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유대인 대학살이 벌어졌던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정문에도 “아우슈비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인류가 아우슈비츠를 잊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기억 계승’은 더 큰 폭력과 전쟁을 막는 가장 기본적인 방어기제다. <연안지대>와 <적벽대전>은 6월30일까지, <빵야>는 9월8일까지 상연한다. <미궁의 설계자>와 <나는 광주에 없었다>, 뮤지컬 <사월>은 상연이 끝났다. <사월>은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이주영의 연뮤 덕질기
[취재 후]‘기억’한다, 고로 나아간다
[취재 후]‘기억’한다, 고로 나아간다(2023. 11. 03 11:12)
2023. 11. 03 11:12 사회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주간경향은 ‘기억’에 주목했다. 추상적이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여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주제였다. 그러나 대형 참사에서 기억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무게와 의미를 지닌다고 봤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실제 취재 과정에서도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 이들과 함께하는 사회활동가들은 “진실과 기억의 힘이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기억해야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 나아가 제대로 된 원인을 파악해야 적절한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수 있다. 기억은 우리가 참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동력인 것이다. 이들은 그래서 참사를 지우거나 왜곡하려는 움직임에 맞서 ‘기억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참사 현장에 조성된 기억공간인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유가족과 생존자 및 지역 주민 등의 목소리를 기록한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창비) 발간은 기억 투쟁의 일환이다.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일대를 가득 채웠던 십수만장의 추모 메시지와 꽃·술 등의 추모 물품을 보존하는 활동도 마찬가지다. 기억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진상규명의 길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여전히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외친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온몸에 힘이 빠졌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후 8년이 흘렀지만 변하지 않은 세상 앞에서 느꼈을 무력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게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당은 특별법 제정에 반대한다. 특별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정부가 특별법 내용을 제대로 이행할지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 10월 29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개최된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윤 대통령은 불참했다. 대신 재난안전의 주무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과 함께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물론 유가족은 없는 자리였다. 이 장면 또한 또렷이 ‘기억’될 것이다.
취재 후
기억, 우리를 움직이는 힘(2023. 10. 27 15:00)
2023. 10. 27 15:00 사회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지난 10월 26일 서울 용산구 참사 현장에 조성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초입 바닥에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 권도현 기자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159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지지부진하다. 희생자 등 피해자를 향한 잘못된 시각도 여전하다. 참사의 기억을 지우거나 왜곡하려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기억은 단순한 과거가 아닌 ‘시작’이다. 참사의 아픔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기억하지 않으면, 그렇게 잊히면 과거의 참사는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여기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기억이 잊히지 않도록 ‘기억 투쟁’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기록한다. 추모와 애도의 마음을 담아서 나누기도 한다. 이들은 말한다. “진실과 기억의 힘이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고. “기억은 곧 실천…기억공간 생겨도 끝난 게 아니다” “상인·주민도 피해자…기억·안전 추구 동의” “아들을 기억한 이들이 나를 살게 했기에” 꾹꾹 눌러쓴 슬픔·사과·추모…담고, 나누다 ‘대통령실 이전 연관’ 등 30가지 규명 숙제
기억은 곧 실천…기억공간 생겨도 끝난 게 아니다”(2023. 10. 27 11:21)
2023. 10. 27 11:21 사회
ㆍ‘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예술감독 맡은 권은비 작가 159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참사의 기억을 지우거나 왜곡하려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하지만 기억하지 않으면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기억 투쟁’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기록한다. 이들은 말한다. “진실과 기억의 힘이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고. 이태원 참사의 기억공간인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에서 예술감독을 맡은 권은비 미술가가 지난 10월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발생 현장에 지난 10월 26일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 조성됐다. 참사를 기억하려는 마음과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공간이다. 기억공간 조성은 참사를 제대로 기억하기 위한 ‘기억 투쟁’의 결과이자 과정이다.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다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미완성이다. 참사 1주기를 앞두고 기억공간이 마련된 건 큰 의미를 지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권은비 미술가가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는 이번 기억공간 조성에서 예술감독을 맡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책임 있는 행정기관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권 작가는 지적했다. 권 작가는 “기억은 곧 실천”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억공간이 만들어졌다고 마침표가 찍히는 게 아니라 기억공간의 게시물 등을 주기적으로 변경함으로써 누군가 계속해서 기억하고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번 기억공간을 ‘중간정비’, ‘중간단계’로 규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참사 현장 골목 초입에는 3개의 빌보드(게시판)를 설치했다. 이곳에 참사 설명과 추모 메시지, 예술작품 등이 걸렸다. 이런 내용은 두 달에 한 번씩 교체할 계획이다. 기억공간의 바닥에는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라는 표지석을 삽입했다. 게시판에는 ‘그날 밤을 기억하는 모두의 오늘이 안녕하길 바란다’는 문구를 넣었다. 외국인 희생자들을 고려해 한국어 등 14개 언어로 적었다. 권 작가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고 기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며 “통계로 잡히지 않는 생존자·부상자·목격자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을 모두의 안녕을 바란다는 뜻도 담겼다”고 말했다. 권 작가는 “희생자들에게 ‘이태원에 놀러 간 게 잘못’이라는 잘못된 프레임을 누군가 씌우고 있다”라며 “‘기억 투쟁’을 통해서 ‘사람은 누구나 안전하게 놀 권리가 있다’는 명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권 작가는 독일 베를린예술대학교에서 기억공간 등 사회적 맥락 속 공공미술을 공부·연구하고 관련한 연대 작업을 벌여왔다. 지난 10월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권 작가를 만났다. -기억공간의 개념부터 설명하면. “한국에서 학술적으로 기억공간이란 표현을 쓴 건 몇 년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추모비, 기념비라고 하면 보통 돌로 조각된 비석 등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기억공간은 이런 비석에 국한하지 않고 박물관, 공원 등 다양한 공간을 아울러 지칭한다. 독일 등 해외의 학계에서도 여러 국가폭력이나 재난참사와 관련해 사용하는 개념이다.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은 실내 공간, 유가족의 공간, 분향소로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길’이라고 명명하게 됐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지난 10월 26일 서울 용산구 참사 현장에 조성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바닥명판이 설치돼 있다. / 권도현 기자 -참사 현장에 조성한 이유는. “기억을 하려면 구체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등. 기억공간 조성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현장성이다. 바로 이곳에서 참사가 벌어졌다는 메시지를 사회적 공간에 남겨야 하는 것이다. 참사 현장에는 외국인도 많이 방문했는데, ‘여기야’라는 단어를 많이 들었다. 아무리 장황하게 설명해도, 현장에 가서 참사를 기억하는 것과 전혀 다른 장소에서 기억하는 건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그렇다.” 권 작가는 1994년 성수대교 참사와 1995년 삼풍백화점 참사의 사례를 들었다. 성수대교 참사의 위령비는 현재 걸어서 갈 수 없다. 참사 현장과 상당히 떨어져 있고 도로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권 작가는 “시민이 걸어서 갈 수 없는 이상한 공간”이라며 “나도 몇 번 방문했지만 다른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삼풍백화점 참사 위령탑도 마찬가지로 현장과 동떨어진 곳에 있다. 두 참사의 기념비는 모두 참사 이후 3년 만에 조성됐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기억공간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기 어렵다. 권 작가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성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고려한 점은. “보행을 최대한 확보하는 한도 내에서 설치하는 게 중요한 과제였다. 안전을 위해 설치물이 또 다른 장애물로 작용하면 안 된다고 판단하고, 바닥이나 벽 중심으로 배치했다. 휠체어 등을 타서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도 접근성이 좋았으면 했다. 이들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골목 일부가 사적 소유이다 보니 실현하기 어려웠다. 기존 재난참사의 기억공간이 현장과 먼 곳에 만들어지는 이유도 토지의 소유권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명칭에 ‘안전’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이유는. “이태원 참사가 준 충격은 ‘길을 걷는 것’ 자체가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안전이 반드시 들어가야 했다. ‘10·29’ 날짜를 넣은 건 ‘4·16’이라고 하면 세월호 참사를 연상하듯, 이태원 참사 또한 날짜를 통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참사를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라는 표지석 문구는 어떤 의미인가. “이태원 참사 초기에 희생자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을 두고 사회적으로 많은 갈등이 벌어졌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이름은 언론에서 자연스럽게 다뤘지만 이태원 참사는 달랐다. 희생자 호명에 정답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앞으로 사회적 논의를 통해서 이름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이름을 부르고 기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억을 하려면 기억하려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이름을 떠올리지 못한다면 기억은 추상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이런 과제를 명확하게 남기자는 맥락에서 이처럼 한 줄로 표현했다.” -‘그날 밤을 기억하는 모두의 오늘이 안녕하길 바란다’는 문장도 14개 언어로 게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마지막 159번째 희생자는 참사 후 43일 뒤에 사망했다. 생존자가 결국 희생자가 된 것이다. 이처럼 참사가 벌어진 이후에도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또 이태원 참사는 생존자, 부상자, 목격자가 몇 명인지 정확하지 않다. 행정기관마다 통계가 다르다. 통계 외에 목격자 등은 훨씬 많을 것이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참사 현장을 봤듯이 말이다. 이는 참사로 인해 신체적 상처나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이 몇 명인지 파악하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이들은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고 있을 수 있다. 문구는 이들의 안녕을 바란다는 의미가 있다. 마지막 희생자처럼 아픈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참사 이후 젊은 세대를 만났는데, 이들은 세월호 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유년 시절부터 참사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태원 참사를 또 경험했다. 본인이 참사의 피해자는 아니지만 아픔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지난 10월 26일 서울 용산구 참사 현장에 조성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게시판이 설치돼 있다. / 권도현 기자 -게시판에 담기는 참사와 관련한 예술작품은 어떤 것인가. “자그마한 형태의 윈도 갤러리(창문 미술관)라고 보면 된다. 사진 등 이미지로 말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설치한다. 첫 번째는 황예지 사진작가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가운데는 20대 여성이 많다. 황 작가도 20대 여성이고 이태원 주민이기도 하다.” -게시판의 내용을 2개월마다 교체하기로 했다. 어떤 취지인가. “굉장히 중요하고 중점을 둔 부분이다. 현재의 기억공간은 미완성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시행되기 전까지는 그렇다. 법을 통해 국가와 지방정부가 추모사업 등의 일환으로 기억공간을 마련해야 최종 완성되는 것이다. 게시판의 제목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은 미완성입니다’이다. 기억은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이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행위로 드러내지 않으면 공유하기 어렵다. 가장 실천적인 기억공간을 만든다는 게 뭘까 고민했다. 그래서 2개월마다 주기적으로 게시물을 변경토록 했다. 기억공간을 만들어 놨으니 ‘이제 끝이구나’라고 생각하지 않고, 게시물이나 메시지가 계속 바뀌는 모습을 통해 누군가 계속 기억하고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참사를 기억하겠다’는 점을 실천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기억공간을 조성한 사례는 처음이다.” -‘중간정비’, ‘중간단계’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완성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기억공간을 지속가능한 형태로 운영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별법이 없는 상황에서 행정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겐 없다. 행정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게 절실하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지난 10월 26일 서울 용산구 참사 현장에 조성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의 게시판에 시민이 작성한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 권도현 기자 -유지·관리는 어떻게 하나. “가장 어려운 지점이다. 유지·관리를 위해선 주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행정기관들은 법이 있어야 한다, 선례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상당히 어려웠다. 이번에 설치 비용은 용산구가 부담했다. 내년부터 서울시가 유지·관리 비용의 예산을 책정하겠다는데, 그간 행정이 보여온 행태에 비춰보면 마지막 결재가 나는 순간까지 의심을 거둘 수 없다. 게시물 교체 등의 유지·관리 자체는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 상인 등이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다. 기억공간을 처음 조성하려고 할 때 예산 얘기가 많이 나왔다. 기존에 시민 모금으로 추진된 사례들이 있었으나, 나는 이번에 모금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음을 주는 건 감사하고, ‘기억 투쟁’의 운동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제 역할을 못 하는 행정에 책임을 묻고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정부가 과연 움직일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1주기가 오기 전에 약간 무리하더라도 기억공간 조성 작업을 완료해야겠다고 판단한 이유 중 하나다. 특별법 통과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유족분들이 열심히 싸워왔다. 그래서 이번 기억공간도 임시적이지만 마련할 수 있었다. 기억공간 조성은 유족들이 가져가야 할 성과라고 본다.” -기억공간은 ‘경고’의 뜻도 담고 있다는데. “지난 1월 예술감독을 제안받은 뒤 참사 현장에 여러 번 갔다. ‘사선에서’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곳이 누군가는 희생자가, 누군가는 생존자가 된 갈림길 같았다. 현장 골목 자체도 경사로였다. 이런 상징성을 고려해 기울어진 선의 이미지가 기억공간에 반영됐으면 했다. 그래서 바닥에 조명이 들어간 대각선을 그려서 사람들이 걸을 때 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은 기억공간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뎅크말(denkmal)과 만말(mahnmal)이다. 뎅크말은 생각하는 공간이나 조형물 등을 일컫는다. 만말은 경고의 의미가 있다. 이번 기억과 안전의 길 설치물에는 은은한 조명을 넣어 따뜻함을 나타냈다. 한편으론 왜 이런 참사를 겪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다시 참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경고의 뜻을 담기로 한 이유다.” -앞서 ‘기억 투쟁’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집단기억’이라는 게 있다. 개인의 기억이 모여 집단기억이 만들어진다. 집단기억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홀로코스트를 반성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의도적으로 기억공간을 만들었다. 극우세력이 존재함에도 사회적 통념을 만들어 갔다. 기억 투쟁을 통해 집단기억을 만든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기억할지는 일종의 기억 투쟁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태원에 놀러 간 게 잘못이다’라는 잘못된 프레임이 존재한다. 기억 투쟁을 통해서 ‘사람은 누구나 안전하게 놀 권리가 있다’라는 명제를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표지 이야기

레이디경향(총 41 건 검색)

심혈관이 걱정되는 당신, 세 가지만 기억하라
심혈관이 걱정되는 당신, 세 가지만 기억하라
2025. 01. 31 09:57 건강
전 세계 사망원인 1위, 심혈관 질환 심혈관 질환을 부르는 ‘3高’는? 심혈관 질환은 혈관이 서서히 막히는 협심증이나 돌연사의 주범인 심근경색의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치료가 시급하다. 픽셀즈 전 세계 사망원인 1위, 심혈관 질환. 국내에서도 단일 질환 가운데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가장 많다. EBS <명의> ‘심혈관이 걱정되는 당신, 세 가지를 기억하라!’ 편에서는 심장내과 김병극 교수와 함께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건강 수칙 세 가지를 알아본다. ‘3高’는 심혈관 질환을 불러온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약을 7~8년 전부터 복용해 오던 60대 남성. 어느 날부터 약을 먹어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았고,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폐에 생긴 문제라 생각하고 폐 검사를 받으러 갔지만, 그곳에서 심장 쪽에 이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검사 결과, 심장을 싸고 있는 혈관이 기름기 같은 찌꺼기로 막힌 동맥경화증인 데다, 혈관 안쪽 막이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불안정형 동맥경화반 진단을 받았다. 그로 인해 언제든 심장마비까지 생길 수도 있는 상황. 막힌 혈관을 뚫고 시한폭탄과 같은 혈관 속 동맥경화반을 제거하기 위한 시술이 이루어졌다. 풍선과 스텐트를 이용해 혈관을 넓히는 관상동맥 중재술과 혈관 속 상태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광학단층촬영에 대해 알아본다. 한편, 또 다른 60대 남성은 젊은 시절 뱃일을 하느라 건강에 소홀했다. 당뇨병 진단을 받고 결국 투석까지 받아야 했고, 7년 전엔 심혈관에 문제가 생겨 세 번이나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았다.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를 다양한 사례의 환자들을 통해 알아본다.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3高는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을 의미한다. 고혈압은 혈압이 정상 범위를 초과하여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준다. 고혈당은 혈당 수치가 높아져 당뇨병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고지혈은 혈중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져 동맥경화 및 심근경색 위험이 커진다. 이 세 가지 요인은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므로, 식습관 관리와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 EBS 제공 혈관 천공 후 다시 받는 관상동맥 중재술 명치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따끔따끔했다는 60대 남성.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자전거를 타고 수영을 하며 건강 관리를 해왔다는 그는 협심증 진단을 믿을 수 없었다. 5개월 전 용기를 내어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기로 했던 그는, 시술 도중 혈관이 찢어져 중환자실까지 다녀왔다. 혈관 파열이 조금만 컸어도 생명을 잃을 뻔한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랬던 그가 두 번째 시술을 앞두고 있다. 한번 찢어진 혈관은 재파열의 위험이 크다. 한 곳만 아픈 혈관은 없다 유난히 집안에 심혈관 질환을 앓는 가족이 많다는 60대 남성. 9남매 중 여섯 명이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았다. 그는 집안 내력이 있는 만큼 평소 건강검진을 소홀히 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심혈관 이상을 빨리 발견했다. 두 번의 시술을 거치며 심혈관 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는 동시에, 다른 혈관의 건강도 챙기고 있다. 심혈관 시술을 받고 다른 혈관 검진까지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심혈관, 뇌혈관, 다리 혈관 중 2곳 이상 문제가 있는 경우를 다혈관질환이라 한다. 특히 동맥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아프다면 다른 혈관 건강도 챙겨야 한다.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관상동맥 중재술 이후 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한 건강 관리의 방법을 알아본다. EBS <명의>에서 심혈관 건강을 위한 예방법과 치료법을 알아보고, 환자를 섬세히 살피며 시술에 전념하는 심장내과 김병극 교수를 만나본다. <명의> ‘심혈관이 걱정되는 당신, 세 가지를 기억하라!’는 1월 31일(금) 밤 9시 55분에 EBS 1TV에서 방송되며, E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세포는 당신의 ‘체중’을 기억한다
세포는 당신의 ‘체중’을 기억한다
2024. 12. 26 10:08 건강
체중 감량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식단이나 운동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세포가 과거의 비만 상태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픽셀즈 체중 감량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식단이나 운동의 문제가 아니라, 세포가 과거의 비만 상태를 기억하고 이를 방어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당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되었다. 신체가 체중 변화를 방어하는 일종의 ‘비만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비만 기억과 요요 현상 연구에 따르면, 과거에 비만 상태였던 쥐들은 비만 이력이 없는 쥐보다 고지방 식단을 섭취했을 때 더 빠르게 체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세포가 비만 상태를 기억하고 이를 유지하려는 메커니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의 페르디난트 폰 마이엔 교수는 “지방 세포가 이전의 비만 상태를 기억해 다시 그 상태로 돌아가려고 한다”며, 이는 세포가 설탕이나 지방산에 더 빠르게 반응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세포의 특성은 체중 감량 후 유지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며, 흔히 다이어트 후 발생하는 요요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해당 연구 제1저자인 로라 힌테 박사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말이 된다”고 강조했다. 과거 인류는 식량 부족이 흔했기 때문에 체중을 줄이기보다는 유지하고 방어하도록 적응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기억은 영구적이지 않다. 연구진은 이러한 ‘비만 기억’이 영구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감소한 체중을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한다면, 이러한 기억이 점차 지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를 목표로 한다면 장기적인 체중 관리와 건강 상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강의피셜㊹] 기억력 보조제…정말 효과 있나?
[건강의피셜㊹] 기억력 보조제…정말 효과 있나?
2024. 11. 21 14:26 건강
글로벌 보충제 시장에서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일명 ‘기억력 보조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보충제의 주요 성분 포스파티딜세린(PS)을 중심으로 그 효과를 검증해보았다. 픽셀즈 노화 및 질병으로 인한 기억력 감퇴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일까? 국내는 물론 글로벌 보충제 시장에서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일명 ‘기억력 보조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포스파티딜세린(PS)이 주요 성분인 보충제는 정말 기억력에 효과가 있을까? 건강·운동 의학 학술회 ARMS가 해외 논문을 통해 검증했다. 포르파티딜세린은? 포스파티딜세린(Phosphatidylserine, PS)은 세포막을 유지하고 특히 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지질이다. 대뇌 피질 인지질의 약 13~15%를 차지하는 PS는 세포의 구조적 무결성 유지뿐만 아니라 기억력과 학습 같은 인지 기능 향상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 나이가 들면서 체내 포스파티딜세린 수준이 감소하여 인지 기능 저하와 같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인지력 향상 및 스트레스 감소를 위한 건강 보조제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미국 FDA가 승인한 안전한 물질이기도 하다. PS 효과에 대한 지금까지 논문을 살펴보면 크게 알츠하이머 노인, 기억력 감퇴의 문제를 가진 비알츠하이머 노인, 건강한 성인, 소아 ADHD의 증상에 관한 연구가 대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알츠하이머 노인에게 PS를 투여한 경우 인지능력과 기억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었으나 질병의 진행을 막지는 못했으며, 중증의 치매일 때 PS의 투여 효과가 크지 않았다. 노화로 인한 기억력 감퇴 문제를 겪고 있지만 치매를 앓고 있지는 않은 비알츠하이머 노인에게 PS를 투여한 경우, 다양한 측면의 인지기능에 효과가 있었지만 PS의 투여를 중단하는 경우 효과가 사라진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반면 상반된 결과가 도출된 다른 연구도 존재했다. 다른 연구에서는 비알츠하이머 노인에게 위약과 PS를 각각 투여한 결과, 결과 지표의 눈에 띄는 차이점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건강한 성인에게 PS를 투여한 경우 눈에 띄는 결과는 PS가 산화에 의한 세포 손상을 방지했다는 점이다. 이는 격한 운동으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소아 ADHD를 진단받은 소아·청소년에게 PS를 투여한 경우에는, 전반적인 ADHD 증상과 과잉행동·충동성, 부주의 총 3개의 영역 중 전반적인 ADHD 증상과 부주의 증상만 유의한 효과가 나타났으나, 그 증거의 질은 낮았다.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PS 이외의 영양제 중 대표적인 것은 멀티비타민이다. 멀티비타민을 심혈관 질환 및 암 진단을 받은 노령층에 투여한 결과, ‘단어를 기억한 개수’로 나타나는 기억력은 향상되었지만 그 외의 지표에서는 위약군과 실험군 사이 유의한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 외 건강한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보조제의 효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리뷰 논문을 살펴보았다. 플라보노이드, 구아라나, 카페인, 타이로신, 은행나무, 인삼, 프리바이오틱스 등이 기억력 및 특정 인지 영역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연구 결과가 상반되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는 한계점이 있다. 몇몇 논문에서는 PS와 그 외 영양제가 기억력 및 특정 영역의 인지 능력 향상에 눈에 띄는 효과를 보였지만,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결과가 나타난 논문도 있어 그 결과가 일관적이지 못했다. 따라서 기억력 향상에 관한 영양제의 효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는 건강기능식품의 소비를 신중히 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건강·운동 의학 학술회 ARMS가 제공한 자료를 2차 가공해 작성되었으며 자료의 출처는 의학·과학논문에 근거한다. 자료제공: SEVERANCE ARMS 안예지, 이지수, 안성범(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건강·운동 의학 학술회 ARMS) SEVERANCE ARMS(세브란스 암스)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보다 올바른 건강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연세대학교 학술회다. ARMS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학·과학 논문을 분석해 검증된 운동, 식단관리, 건강 지식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제4회 청년 정책 경진대회 ‘우수상’, 제5차 국민건강증진 종합 계획 정책 제안 공모전 ‘대상’, 2022 보건산업 정책 아이디어 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연구 내용을 모아 건강 다이어트 서적 <몸 만들기 처방전>을 출간했다.
[펀펀(funfun)한 요리] 색깔로 기억하는, 오이김밥
[펀펀(funfun)한 요리] 색깔로 기억하는, 오이김밥
2024. 07. 17 06:00 요리
‘새미네부엌’ 요리법연구소 제공 기억에도 색이 있다면, 그 색은 흑백일까? 최근 즐겨보기 시작한 드라마 속 회상 신은 모두 잿빛인데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그래, 알알이 유리공 속에 든 기억을 변치 않게, 반짝거리게 유지하려면, 기쁨이(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캐릭터)가 그러하듯 자주자주 꺼내 닦아줘야만 하는 걸지도. 실제로 그렇게 번번이 상기하지 않는 기억이란 왜곡되고 혼탁해져 손쓰지 않으면 결국 까맣게 사라져 버리거나 깨져버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요리’를 한다. 점점 삶의 큰 변곡점들만 드문드문 기억나는 와중에 색이 선명한 기억일랑 분명 ‘요리’와 함께였기 때문. 아니, 요리에 대한 기억이기 때문에 색깔이 선명한 것일 수도 있겠다. 잘 익은 새빨간 수박을 커다란 주방칼로 덜컹 썰어내는 장면이라던가, 새하얗게 쌓인 얼음 알갱이 위로 새까맣게 얹어진 통팥 팥빙수의 기억. 시골집 앞 밭에서 따던 샛보라 가지와 그 물이 들어 온통 도시락통이 보라색이던 기억. 지글지글 끓고 있는 다홍색 김치찌개. 매미 우는 소리 들으며 샛노랗게 익은 옥수수 삶아 하모니카를 불던 기억들. 지금껏 내 모든 ‘요리 기억’의 색깔이 선명했던 것처럼 나의 아이 또한 쨍하게 선명한 요리 기억들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뭐든 흐릿한 세상에 뭐라도 선명한 것이 하나, 둘, 있으면 분명 기운이 날 테니. ‘새미네부엌’ 요리법연구소 제공 그렇게 색깔로 기억되는 요리 기억 중 하나가 바로 ‘오이김밥’이다. 널찍한 김 위에 심심한 밥을 펼치고 어슷하고 얇게 썰어 살짝 데친 꼬들꼬들한 오이를 간간하게 간해 얹은 후 둘둘둘 말면 끝. 김을 반으로 갈라 꼬마 김밥으로 만들면 도시락 안에 쫑쫑쫑 나열된 모양새가 제법 정갈했다. 그리고 제법 ‘초록’이었다. 생으로 먹는 아삭한 오이 대신 데쳐서 물기 빼둔 꼬독하게 씹히는 그 오이의 식감이 또 제법 좋았다. 단무지가 없어도 느끼하지 않은 김밥. 단촛물 없이도 입안에서 부서지는 맛이 나쁘지 않았다. 초록 알갱이가 콕콕 박힌 오이김밥이 도시락 속에 들어있던 날. 단조로운 초록의 모양새에 지켜보던 친구들은 뜨악했지만, 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굵은 소금에 열심히 껍질 문질러 더러운 것들 씻어 내고, 쓴맛 나는 오이 꼭지 싹둑 잘라낸 다음, 물기 자작한 오이씨도 쓱- 발라내고, 얇게 잘라 뜨거운 물에 데쳐 건져낸 오이들 또 손으로 꾹꾹 눌러 꼬독한 식감까지 만들어내는 엄마의 수고 속에 들어있던 나를 위한 마음들. 알고 있었다. 쓴맛도 싫고, 물비린내도 싫어하는 내가 오이를 싫어하지 않는 어른으로 자란 이유. 여름 내내 오이 반찬 끊이지 않도록 신물 나게 상에 올리던 오이 좋아하던 엄마가 그 마음을 나에게도 물려주고 싶어했다는 것. 쌈장에 푹 찍어 생으로 먹으면 김치 못지않게 시원한 여름 오이. 그 생 맛을 아이도 알아주면 좋으련만, 오이는 냄새만 풍겨도 곧장 덜어내는 우리집 어린이를 위해 엄마의 수고를 베껴와 본다. 진동하는 오이 향 대신 초록빛 쨍한 김밥을 기억하며 오이를 싫어하지 않는 어른으로 커 주기를 바라며. 씨 빼고 끓는 물에 데쳐 비린내를 줄인 누구나 좋아하는 꼬마오이김밥, 상세레시피는 하단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새미네부엌’ 요리법연구소 ✅‘오이김밥’ 재료 주재료 = 백오이 1개(200g), 밥 1공기(200g), 김밥용 김 2장(10g), 요리에센스 연두순 2스푼(20g), 깨 1/2스푼(5g), 샘표 일편단심 통참깨 참기름 1스푼(10g) ‘새미네부엌’ 요리법연구소 제공 ✅‘오이김밥’ 만들기 1. 씻은 오이는 씨를 제거하고 3~4cm 길이, 0.2~0.3cm 두께로 어슷 썬다. 썰어낸 요이는 끓는 물에 20초간 데친 후 찬물에 헹군 다음 손으로 꽉- 물기를 제거해 준비한다. 2. 볼에 오이를 넣고, 연두순, 깨,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섞는다. 3. 김 위에 따뜻한 밥을 얹고 양념한 오이를 넣어 돌돌 말아주면 완성!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자료 출처: 누구나 쉽고, 맛있고, 건강하게! 요리가 즐거워지는 샘표 ‘새미네부엌’ 요리법연구소(www.semie.cooking/recipe-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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