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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238 건 검색)

김진숙 “대공분실에서 맞던 스물여섯 살의 울분, ‘남태령’ 보며 풀렸다”
김진숙 “대공분실에서 맞던 스물여섯 살의 울분, ‘남태령’ 보며 풀렸다”
2025. 01. 04 18:55사회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집회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페이스북 갈무리 “이제야 진짜 민주주의 세대가 왔다” 김진숙 민주노총...
김진숙 “나의 ‘복직 기적’이 한국옵티칼서도 일어나길”
김진숙 “나의 ‘복직 기적’이 한국옵티칼서도 일어나길”
2024. 12. 02 06:00사회
... 걸어왔던 그 발걸음들을 기억해주십시오.” 1일 오후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 도착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사진)이 공장 옥상을 향해 외쳤다.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년 가까이...
1년 채워가는 한국옵티칼 고공농성···30만보 걸어가 만난 김진숙
1년 채워가는 한국옵티칼 고공농성···30만보 걸어가 만난 김진숙
2024. 12. 01 17:52사회
... 걸어왔던 그 발걸음들을 기억해주십시오.” 1일 오후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 도착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공장 옥상을 향해 외쳤다.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년 가까이 공장...
[김택근의 묵언]김진숙, 그가 다시 길 위에 섰다
[김택근의 묵언]김진숙, 그가 다시 길 위에 섰다
2024. 11. 26 20:57오피니언
.... 노동운동을 했던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있었고, 함께 싸운 자들이 그 주변에 포진해 있어도 김진숙을 외면했다. “우리가 김진숙이다”라며 동조 단식을 했던 노동자들은 낙담했다. 이번 정부도...
김택근의 묵언김택근

스포츠경향(총 1 건 검색)

‘김진숙의 마지막 버스’ 노동자의 날 맞아 30일·내달 1일 방송
김진숙의 마지막 버스’ 노동자의 날 맞아 30일·내달 1일 방송
2021. 04. 29 19:40 연예
KBS 제공KBS1이 다음달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오는 30일 오후 10시에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복직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김진숙의 마지막 버스’를 방송한다. ‘마지막 버스’는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35m 높이 크레인에 오르는 등 해고노동자들 목소리를 사회에 알린 김진숙 지도위원의 투쟁기를 담아냈다. 제작진은 1986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하다 해고된 후 지난해 정년을 맞이할 때까지 35년간 복직 투쟁을 해 온 김 지도위원 삶을 통해 그간 노동자들 현실은 변화됐는지 묻는다. 또 지난해 부산 영도 조선소 앞에서 매일 같이 출근 투쟁을 했던 김 지도위원 모습을 통해 당시의 자세한 모습을 담아내고, 기존 KBS 영상자료와 현재의 기록을 함께 보여준다. ‘김진숙의 마지막 버스’는 30일 오후 10시, 내달 1일 오후 11시 20분에 출발한다.

주간경향(총 15 건 검색)

[취재 후]김진숙의 뜻과 길은 여전히 ‘진행형’(2022. 03. 11 11:17)
2022. 03. 11 11:17 사회
여기, 자신의 뼈를 갈고 살을 발라 노동운동에 평생을 헌신한 사람이 있습니다. ‘소금꽃나무’ 김진숙(62·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입니다. 1981년 대한조선공사(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에 ‘용접공’으로 취직한 그는 만 스물여섯 살이던 1986년, 낯선 사람들에 의해 부산광역시 경찰국 대공분실에 세차례나 끌려가 고문을 당했습니다. 그가 그해 노동조합 대의원으로 선출된 후 노동조합의 어용성과 비리를 폭로하고,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노동환경을 조금이라도 개선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를 칠성판에 묶은 채 고문한 자들은 대의원 사퇴서와 사직서만 쓰면 3000만원을 주겠다는 회유도 했습니다. 당시 그가 받던 기본급이 13만6100원이었으니 엄청난 금액입니다. 지독한 공포감 속에서도 그는 버텼습니다. 회사는 그런 그를 ‘경찰조사를 받은 것을 이유로’ 해고했습니다. 이후 매일 아침 회사 앞으로 찾아가 출근하는 관리자들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나한테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다가 두들겨 맞고 경찰에 질질 끌려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수배생활 5년, 두 번의 징역…. 그래도 억울해서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2011년에는 지상 35m 타워크레인에 309일간 홀로 매달림으로써 동료들의 정리해고를 맨몸으로 막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런 김진숙이 지난 2월 25일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일터에 37년 만에 복직했습니다. “조회 시간에 나래비를 쭉 서 있으면 아저씨들 등짝에 하나같이 허연 소금꽃이 피어 있고 그렇게 서 있는 그들이 소금꽃나무 같곤 했다”(<소금꽃나무>)던 20대 소녀는 60이 넘어 백발이 돼서야 다시 그곳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이미 정년이 지나 명예복직과 퇴직이 하루 만에 모두 이뤄졌지만, 그는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는 암 투병 중입니다. 2018년 9월 유방암 발병과 절제수술 후에도 난소, 직장, 담낭 등 다른 장기에서 잇따라 종양이 발견돼 3년 새 수술대에 다섯 번이나 올랐습니다. 그는 “복직되기 전에는 내가 해고자로 죽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거기서 놓여나니까 마음은 훨씬 가볍다”고 했습니다. ‘해고노동자 김진숙’의 복직투쟁은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불의와 압제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그의 뜻과 걸어온 길은, 한국노동사와 또 다른 김진숙들의 투쟁에서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취재 후
또 다른 김진숙들의 싸움은 계속된다(2022. 03. 04 14:55)
2022. 03. 04 14:55 사회
ㆍ해고·혐오·차별에 맞선 노동자들 “저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보다 노동자들의 안부가 훨씬 더 걱정되고 궁금하다.” 금속노조, 시민단체 ‘손잡고’ 등이 2019년 8월 20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사히글라스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지난 1월 28일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만나 ‘노동이 사라진 대선’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제 복직도 중요하지만 힘들게 싸우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해달라”며 아사히글라스, 아시아나케이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한국도로공사 등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2월 25일 열린 복직 행사에서도 이 노동자들을 호명한 뒤 “수많은 노동자의 눈물을 씻어달라”고 호소했다. 김 지도위원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듭해 호명하는 이 노동자들에겐 과연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8년째 복직투쟁 중인 아사히글라스 “해고 7년이 힘들다고 하니까, 웃으며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지 말라’ 했는데. 37년 긴 시간 그 자리를 지키며 존경할 수 있는 선배로 한 길을 걸어가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도 흔들림 없이 싸우고 곧 따라서 복직하겠습니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장은 김 지도위원의 복직 소식이 전해진 지난 2월 23일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계 기업 아사히글라스는 2004년 구미4공단에 디스플레이용 유리를 만드는 ‘에이지씨화인테크노한국’을 설립했다. 회사는 2015년 6월 사내하청업체 GTS에 도급계약 해지를 갑작스럽게 통보했다. GTS에 노동조합이 생긴 지 한달 만이었다. 해지 통보를 받은 GTS는 소속 노동자 178명에게 문자메시지로 해고통보를 한 뒤 폐업했다. 이때부터 길고 긴 복직투쟁을 시작했다. 해고노동자 중 23명은 아사히글라스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은 2019년 8월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원청인 아사히글라스가 불법파견으로 사용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천지원은 지난해 파견법 위반으로 기소된 아사히글라스 전 대표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당초 검찰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노동자들이 항고하고,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기소 의견을 제시하면서 사용자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었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 박종근·김정남·김계월씨가 2020년 6월 18일 서울 금호아시아나 사옥 앞에서 텐트를 치고 앉아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앤장 등 대형로펌을 선임한 회사 측이 항소하면서 법정다툼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5일 김 지도위원 복직 행사에 참석하려고 ‘한진중공업으로 가는 마지막 희망버스’에 몸을 실었던 차 지회장은 “최근 노동자 투쟁이 전망도 잘 보이지 않고 법원 판결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켜준 선배 노동자가 우리를 불러줘서 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600일이 넘은 아시아나케이오 천막농성 김 지도위원의 복직 소식이 전해진 지난 2월 23일은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인 지 650일이 되는 날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로부터 항공기 청소 등을 도급받아 사업을 하는 케이오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가 주목을 받은 건 ‘코로나19 정리해고 1호 사업장’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운항 건수가 감소하자 케이오는 2020년 5월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은 노동자 8명을 정리해고했다. 이들 중 6명은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중노위는 회사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등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해고대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복직명령을 따르는 대신 이행강제금을 내고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중노위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역시 지난해 8월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부당해고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판결 뒤 회사는 ‘복직 당일 퇴사’를 제안했다. 노동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자 항소했다. 싸움이 길어지면서 공항이 아닌 길 위에서 정년을 맞이한 노동자가 벌써 2명이다. 김하경씨는 올해 3월 말, 김계월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은 내년 10월 말 각각 정년을 맞는다. 김계월 지부장은 김 지도위원의 복직 소식을 듣고 며칠간 많이 울었다고 했다. “37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어떻게 버텼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김 지도위원이 복직 행사에서 ‘신념이 투철해서가 아니라 굴종할 수 없어 끝내 버텼던 한 인간이 있었음을 기억해달라’고 하셨는데 같은 마음이다. 나도 이렇게 끝까지 싸우는 게 노동자로서의 자존심, 자본가에게 굴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지난 2월 25일 불가피한 일정이 있어 부산에서 열린 복직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김계월 지부장은 손편지와 작은 선물을 김 지도위원에게 인편으로 전했다. “김 지도위원이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고 해고노동자를 기억해주는 걸 보고 끝까지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가 길을 잃고 헤맬 때 빛을 비춰주는 등대 같은 존재다.” 혐오표현에 노출된 도로공사 복직자들 한국도로공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가장 격렬한 진통을 겪은 곳 중 하나다. 도로공사는 톨게이트 수납업무를 별도로 담당하는 자회사를 만들고 이곳에 요금수납원을 입사시키는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1500명가량의 노동자는 자회사 입사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자회사가 공식 출범한 2019년 7월 1일 결국 ‘집단해고’됐다. 이후 해고노동자들은 성남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위에서의 고공농성, 김천 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 등을 벌이며 저항했다. 불법파견 방식으로 톨게이트 수납원을 사용한 도로공사가 이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랐다. 우여곡절 끝에 해고노동자들은 2020년 5월 ‘도로공사 정규직’으로 출근할 수 있게 됐다. 갈등은 여전하다. 도로공사는 ‘현장지원직’이란 별도 직군을 신설하고 복귀한 수납원들에게 졸음쉼터 등 청소 업무를 맡겼다. 이 직군은 도로공사에서 가장 임금이 낮은 직군이다. 노동자들은 톨게이트 관련 업무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노사 간에 접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캐노피 고공농성, 본사 점거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노조 간부 16명에 대한 징계도 쟁점이다. 16명은 1심 법원에서 모두 벌금형을 받아 해고는 피했다. 검찰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 공사 인사규정을 보면 기소된 자는 직위해제를 할 수 있고, 금고 이상의 판결을 받으면 해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회사는 본사 점거농성으로 1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며 민사소송도 벌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직접고용된 노동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혐오 정서다.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는 도로공사 하이포탈 ‘CEO청렴소통플랫폼’에선 “월급도둑”, “좀비”, “잉여인력”, “처치 곤란한 쓰레기”, “가방끈의 차이” 등 혐오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정규직으로 인정받았지만 시위, 떼쓰기로 무임승차했다는 글이 끊이지 않는다. “자식: 엄마, 어떻게 도로공사 들어갔어? 엄마: 응. 엄마는 혁명했어~ 엄마는 도공계의 잔다르크야. 너도 시위해봐. 그럼 도공에 입사할 수 있단다”, “공정과 공평이란 단어를 모르고 입사한 분들” 등이 대표적이다. 복귀한 노동자들은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고 있다. 도명화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은 김 지도위원이 복직 행사에서 도로공사 노동자들을 호명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소중한 자리에서 우리를 언급해주셔서 감사한데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많은 분들의 연대와 도움으로 복귀를 했으니 이젠 우리가 더 많은 연대로 보답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 코로나19 초기 집단감염을 계기로 ‘밀접·밀집·밀폐’ 의 이른바 3밀 노동현장에서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콜수 경쟁에 시달리며 ‘총알받이’ 역할을 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은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다. 공공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고객센터 상담원들도 마찬가지다. 공단과 2년 단위로 민간위탁 계약을 맺은 11개 업체에서 일하는 상담원들은 모두 1600명가량이다. 2020년 12월 노조를 만든 상담사들은 지난해 2월, 6월, 7월 3차례에 걸쳐 파업을 벌이며 공단의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노사 간 교섭 끝에 공단은 지난해 10월 별도의 소속기관(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서울요양원)을 설립해 상담사들을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공단 소속기관 직접고용’이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상담사들의 심리적 상처가 컸다. “공정 무시 직고용·직영화 철회하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공단 정규직 노동자, 상담사 직접고용 반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지켜봐야 했다. 일부 보수언론과 경제지 등은 상담사들이 지난해 7월 원주 공단 본사 인근에서 집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언덕을 오르는 사진을 보도하면서 ‘민주노총, 킹덤 찍나’, ‘좀비 영화가 아닙니다’와 같은 자극적 제목을 달았다. 노동자들의 모습을 좀비에 비유했다. 공단 정규직 중 일부가 지난 2월 7일 공단 본사 앞에 상담사들이 설치한 텐트를 직접 걷어내려 하면서 충돌하는 일도 있었다. 상담사들이 텐트 철거를 항의하자 한 직원은 “남의 집에 들어와 무슨 짓거리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공단 측은 불법집회여서 수차례 텐트 철거 요청을 했는데도 상담사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철거했다고 밝혔다. 김유정 금속노조 법률원장은 “만약 텐트 설치가 불법이라고 해도 철거는 행정대집행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구청 등 공무원이 해야 한다. 경찰도 텐트 설치를 제지할 순 있어도 이미 설치한 텐트를 철거할 권한은 없다”고 반박했다. 소속기관의 직접고용 결정에도 남은 과제가 있다. 노·사·전문가 협의체를 꾸려 소속기관의 인력 규모, 채용 방식, 응대 건수에 따른 인센티브제 폐지 등의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이은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은 김 지도위원의 연설을 접하고 상담사들이 크게 기뻐했다고 전했다. “우리를 잊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다. 올해도 힘든 싸움이 남아 있는데 김 지도위원이 걸었던 길을 생각하겠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지난해 6월 18일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에서 출발해 중구 정동 교차로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아직 한을 풀지 못한 해고노동자들 김 지도위원은 복직 행사에서 동일방직, 청계피복, YH무역 등 독재정권 시절 해고된 노동자들과 삼화고무를 비롯한 부산지역의 수많은 신발공장 해고노동자들의 이름을 불렀다. 김 지도위원은 자신의 복직을 위해 함께 싸운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돌아갈 곳인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남아 있었다. 다른 해고노동자 중에는 ‘후배 노동자’들과의 연대가 어렵거나 사업장이 이미 없어져 버린 사례도 많다.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해고노동자를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하고 복직 권고를 해도 회사 측이 받아들이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1978년 똥물을 뒤집어쓰고도 싸움을 이어갔던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부산에 있던 신발제조업체 ‘국제상사’에서 일하다 1992년 해고된 문민철씨도 복직 권고를 이끌어냈지만 회사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2004~2020년간 민주화 운동 관련 해직자의 복직 권고 실적’ 자료를 보면,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는 총 495건의 복직 권고를 했지만 수용된 경우는 32건(6.5%)에 불과했다. 민간기업의 수용 건수는 309건의 권고 중 2건(0.7%)이었다. 김 지도위원이 복직 행사에서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맺힌 한을 풀어달라”고 외친 건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민철씨는 “신발을 만드는 대기업 하청업체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이미 돌아갈 회사도 없어졌다”며 “부산지역에서 활동했던 김 지도위원이 신발공장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대책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복직 행사 연설에서 언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고노동자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명예회복은 무엇일까. 동일방직 해고노동자 정명자씨의 말이다.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생존권을 빼앗는 것이다. ‘해고는 부당하다’는 판정을 받아 명예회복을 하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실제로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다. 진정한 명예회복은 원위치로 가는 것이다. 경비의 제지를 받지 않고 당당하게 작업복을 입고 친구들과 재잘거리면서 현장으로 들어가고 싶다. 하루를 일하더라도 말이다. 김 지도위원이나 저나 이 마음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표지 이야기
김진숙은 거리에, 노동존중은 어디에(2021. 02. 05 14:53)
2021. 02. 05 14:53 사회
ㆍ도보 행진 ‘희망뚜벅이’ 동행취재, 서울 가까워질수록 행렬 길어져 “건강 얘기는 하지 맙시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암 선고를 받은 몸으로 어떻게 걷느냐는 질문에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이날 김진숙 지도위원은 경기도 평택역에서 진위역까지 15㎞를 걸었다. 영하 5도를 밑도는 날씨였다. 그는 겨우내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걸었다. 왜 청와대를 가는가. 김 지도위원은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리고 자신의 복직을 촉구하는 편지를 썼다. 1986년 7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해고된 그는 36년째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는 편지에 “86년 최루탄이 소낙비처럼 퍼붓던 거리 때도 함께 있었던 우리는 어디서부터 갈라져 서로 다른 자리에 서게 된 걸까요. 그 옛날 저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말씀하셨던 문재인 대통령님. 저의 해고는 여전히 부당합니다, 옛 동지가 간절하게 묻습니다”라고 썼다. 그러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되묻고 싶다고 했다. “36년을 해고 노동자로 살고 있습니다. 제 복직 얘기가 아니에요. 변하지 않는 노동 현실에 대해 저는 좀 묻고 싶어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희망뚜벅이 행진에 함께한 노동자들과 평택시내로 들어서고 있다. / 강윤중 기자 평일에도 200명 넘는 사람들 동행 2월 2일 오전 11시. 평택역에서 김 위원을 따라나섰다. 선두에 선 김 위원의 발걸음은 빨랐다. 금세 땀이 났다. 칼바람이 무뎌져 걸을 만했다. 김 위원에게 매일 무슨 생각을 하며 걷는지 물었다. 그는 ‘걷다 보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옛 기억이 가끔 떠오른다고 했다. 해고당할 무렵 대공분실에 끌려갔다 온 기억, 감금됐던 시간. 해고를 당한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2011년 희망버스도 생각나요. 그때도 희망버스 힘으로 크레인에 내려왔는데 이번에도 많은 분이 연대하고 있어요. 부산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은 분이 함께하리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김 위원은 자신의 도보행진을 ‘희망뚜벅이’라고 부른다. 희망뚜벅이 행렬은 서울에 가까워질수록 길어진다. 이제는 평일에도 200명 넘는 이들이 김 위원과 함께 걷는다. 여기에는 해고 노동자와 민주노총 조합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있다. 지난해 7월 정부 출연기관에서 정년을 마친 박지호씨(60·경남 거창)는 평택에서 희망뚜벅이에 합류했다. 평택을 시작으로 2월 7일 청와대에 도착할 때까지 함께 걷는다. 정년 퇴직자 박씨는 왜 희망뚜벅이에 동참할까. “김진숙씨가 왜 돌아가려고 할까 생각해봤어요. 좋은 일자리도 아니고. 이미 정년이 지났잖아요. 김진숙씨는 정당한 노조활동을 하다가 추방당했어요. 부당 해고니까 인정할 수 없죠. 그러니까 반드시 자신이 선택한 일터로 돌아가 인생을 꾸려보겠다는 겁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가 꿈꾸던 삶을 의지대로 살아갈 권리가 있어요. 그걸 침해당했을 때는 투쟁할 권리도 있습니다. 저는 그 권리를 응원합니다.” 오후 1시쯤 평택시청 송탄출장소에 도착했다. 계단에 앉아 김밥과 떡으로 끼니를 때웠다. 이내 걸음을 옮기려던 희망뚜벅이 일행 앞을 경찰이 막아섰다. 경찰 측은 “집시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대치 상황에서 일행 중 누군가 “당신들이 해고를 아느냐”고 물었다. 경찰은 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경찰벽을 피해 거리로 빠져나갔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박민수씨(가명)는 해고를 잘 알고 있다. 1989년 입사한 박씨는 2009년 6월 정리해고된 뒤 2017년 4월 노사 합의에 따라 복직했다. 내년에 정년을 맞는다. 지난 1월 31일 천안 성환 일정부터 희망뚜벅이에 합류했다. 박씨는 “일하는 사람에게 해고가 어떤 의미인지. 부당 해고가 삶을 어떻게 흔들어 놓는지 저는 잘 알아요.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김진숙씨 복직 투쟁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싸움이에요”라고 말했다. 경찰이 2월 2일 평택시청 송탄출장소 앞에서 김진숙 지도위원과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의 행진을 막아서고 있다. / 반기웅 기자 김 위원의 해고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벌인 노동탄압의 결과다. 2009년 11월 2일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김 위원의 해고 조치가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것임을 인정하고 회사에 복직을 권고했다. 지난해 9월에도 복직을 재권고했다. 부산시의회는 김진숙 복직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여야 합의로 복직 권고 특별결의안을 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이를 거부했다. 복직할 경우 해고 기간 동안 급여와 퇴직금 지급으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한진중공업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 역시 “산은이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복직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잘못된 걸 바로잡기 위한 싸움” 조영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은 경향신문 기고를 통해 “김진숙을 금전보상을 하며 상징적으로 복직시키더라도, 민주화운동법 등의 취지에 따라 사용자의 의무이행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므로 현재 은행관리사인 산업은행과 한진중공업 사측의 주장인 업무상 배임 행위는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할 것을 요구한다. 희망뚜벅이에 동참한 대학생 김건수씨(25)도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노동존중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노동존중 사회는 오지 않았고 또 요원하다. “노동존중을 내건 후보자에게 희망을 걸고 선택한 거잖아요. 그 희망이 발현되지 않았을 때 우리 사회는 얼마나 실망하게 될까요. 저는 두렵습니다. 노동개혁에 실패하면 걸어온 만큼 후퇴하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정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처럼 보여요.”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노동존중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노동 3법 등 오랜 숙제였던 법제도적 개혁을 마침내 해냈다”며 성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미완에 그쳤고 핵심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집권 이후 지금까지 한 건의 국제노동기구(ILO) 협약도 비준하지 못했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이 144개국 노동권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2020년 글로벌 노동권 지수’에서 한국은 5등급을 받았다. 중국,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브라질이 5등급에 속한다. 조돈문 가톨릭대 명예교수는 “노동존중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지표는 모두 하락했는데 정부만 스스로 나아졌다고 평가한다”며 “약속한 핵심 공약은 이행되지 않았고, 일부 시행한 것들도 다 철회하거나 유턴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적어도 노동존중을 추구하는 사회라면 김진숙 위원의 부당 해고처럼 청산하지 못한 과거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빼앗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돌려주는 것이야말로 노동존중 정부가 이행해야 할 책무”라고 말했다.
김진숙 복직’은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2021. 02. 05 14:52)
2021. 02. 05 14:52 사회
ㆍ입사 동기 고 박창수 위원장의 부모님이 바라는 소망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늘 언급하는 이름이 넷 있다. 박창수, 김주익, 곽재구, 최강서. 박창수 전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의 어머니 김정자씨와 아버지 황지익씨가 2월 2일 경기도 성남 자택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박창수 위원장은 안양구치소에서 아직도 풀려나지 못했고, 김주익 지회장도 85호 크레인에서 내려오지 못했습니다. 재구형은 4도크에서 올라오지 못했고, 정리해고 투쟁을 가장 열심히 했던 강서도 복직하지 못했습니다. 그들과 함께 돌아가고 싶습니다.” 한진중공업에서 의문사로, 자살로 세상을 떠난 이들이다. 고 박창수와 김진숙은 입사 동기다. 김진숙은 용접공으로, 박창수는 배관공으로 1981년 한진중공업(당시 대한조선공사주식회사)에 입사했다. 한 사람은 30년 전에 의문사로 사망했고, 한 사람은 36년째 복직을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함께 피켓을 들고 싶은 마음” “진숙이가 벌써 환갑이 지났다고? 아이고 진숙이가 참말로 고생만 하고 회사에서 인간 대접도 못 받고 나이가 육십이 돼버렸구나. 이거를 어쩌겠노. 지금이라도 진숙이 명예회복을 시켜야 돼.” 박창수 어머니 김정자씨(85)가 김진숙 복직 투쟁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김진숙이 암 투병 중에도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걷고 있다는 말에 계속 눈물을 훔쳤다. 김씨는 심장 수술, 고관절 수술 등으로 몸이 많이 약해진 상태다. 아버지 황지익씨(85)는 “엊그제 뉴스를 보니까 진숙이 복직시키라고 서울에서 농성을 한다고 해. 나도 서울로 달려가 피켓을 들고 싶은 마음이었어요”라며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제일 억울하게 당하는 건 노동자야”라고 언성을 높였다. 박창수를 네 살 때부터 키운 황씨는 30년 동안 진상규명에 앞장섰다. 1986년, 김진숙이 해고되자 사람들은 ‘빨갱이’라며 그를 피했다. 그때 박창수는 거리낌없이 김진숙에게 다가가 “고생한다”며 박카스를 건넸다. 사람들은 박창수를 ‘차분하고 순하고 헌신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1990년 첫 민주노조 위원장으로 당선된다. 조합원 93%의 압도적인 지지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당시 변호사)과 노동자들이 노동법을 공부하는 모임을 할 때였다. 노무현이 박창수를 보고는 김진숙에게 말했다. “저 사람, 사람이 됐다. 다음에 위원장 시키라.” 김진숙은 부산 문현동 꼭대기에 있는 박창수 집을 찾아 위원장 출마를 권유했다. 김진숙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지금도 그게 미안한 마음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걱정이 앞섰다. “야 그거 뭐 하러 하냐. 요새 어디 잡혀갔다 하면 노조위원장인데 왜 그걸 맡았나? 그러니까 조합원들이 90% 넘게 지지를 한다고 뿌리칠 수가 없다고 해요. 동생들한테는 ‘야, 형이 이렇게 인기가 많다’고 농담으로 해.”(황지익) 몇달 되지 않아 박창수는 구속됐고 수감 중 사망했다. 경찰은 박창수가 병원 5층에서 뛰어내렸다고 했지만 떨어진 사람의 시신이 아니었다. 손목과 목 뒷부분에 상처가 있었을 뿐, 시신은 깨끗했다. 심지어 팔에 링거가 꽂혀 있었고, 링거 파편은 시신 주변 1.5m 반경으로만 퍼져 있었다. 마치 누가 흩어놓은 듯 보였다. 아버지 황씨와 김형태 변호사, 노무현 변호사, 박종환 검사, 병원장 등이 만나 양측 동의하에 부검을 약속했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 경찰 1000여명이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 영안실로 들어왔다. 백골단은 영안실 벽을 망치로 깨부수고 들어와 시신을 가져갔다. 25㎝나 되는 벽을 뚫고 들어온 것이다. 익히 알려진 ‘시신 탈취’ 사건이다. 얼마 뒤 경찰은 투신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자살이 의문사로, 여전히 남은 과제 김진숙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서울을 찾아 “서울시민 여러분! 우리 위원장님이 억울하게 죽었습니다. 억울한 죽음의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싸울 수 있도록 힘을 주십시오”라고 외치고, 전경에게 달려들어 “제발 우리를 구속해라. 그래야 신문에 날 것 아니냐” 하며 애원했다. 두달 만에 장례를 치렀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후회부터 앞선다. 먼저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2004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박창수가 사망한 당일 새벽 3~4시께 20~30대로 보이는 남성이 박창수를 부축해 병원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갔고, 10분 후 ‘쿵’ 소리가 났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자살이 의문사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남성이 누구인지, 배후에 누가 있는지, 이른바 한진중공업을 ‘관리’하던 홍모 당시 안기부 직원의 알리바이는 믿을 만한지, 쿵 소리는 무엇이었는지, 박창수 목 뒷부분 손상은 어떻게 생긴 것인지. 여전히 남은 과제다. 김주익, 곽재구, 최강서의 죽음도 박창수 가족에게는 아픔으로 남았다. “우리가 조금만 더 했으면 진숙 언니가 복직했을 것 같고 주익이 아저씨나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을 마감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랬다면 오빠는 갔지만, 지금처럼 마음이 아프진 않았겠죠.”(막냇동생 황인선) 아버지는 김진숙 복직을 ‘아들이 못다 한 일’이라고 표현한다. 김진숙이 85호 크레인에 올랐을 때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희망버스에 탄 이유다. “나하고 박종철이 아버지하고 칠십 넘은 노인 둘이서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담을 넘어서 한진에 들어갔어요. 들어가니까 참 새삼스럽게 우리 창수도 생각이 나고, 주익이도 생각이 나고… 진숙이가 크레인에서 얼마나 무서울까. 창수가 죽은 지 20년이 됐는데도 왜 변한 게 없나. 내가 그때 조합원들 붙잡고 통곡을 했습니다.” 다시 10년이 지났다. 가족들의 올해 바람은 김진숙 복직과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차원에서 박창수 30주기 추모제에 참가하는 것이다. 어머니 김씨는 30년 동안 한 번도 아들 추모제에 가지 않았다. 도저히 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는데 그래도 자신이 더 늙기 전에 다 같이 한 번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진숙이가 해고된 지가 36년이 됐어요. 다른 사람은 다 복직이 됐는데 진숙이 하나만 복직이 안 되네. 진숙이가 바른 소리를 따따따 하니까, 타협이 안 된다고 생각한 거지. 그래도 한진이 진숙이 복직은 해줘야 돼. 그게 우리 창수 염원이고 창수도, 주익이도 다 같이 복직되는 거야.”

레이디경향(총 1 건 검색)

드라마 리뷰 통해 생활법률 알려주는 김진숙 검사
드라마 리뷰 통해 생활법률 알려주는 김진숙 검사
2007. 06. 14 화제
‘내 남자의 여자’를 법률적인 잣대로 재해석한 검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대검찰청 홍보부 김진숙 검사다. 드라마에서, 또 현실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실제로는 위법한 것들이 많다. 일반인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범죄를 미연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미디어 리뷰를 시작했다는 김 검사, 그녀를 만났다. 왜곡된 검찰의 이미지를 바로잡는 것이 내 일 “검사가 일은 안 하고 드라마만 보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드라마를 비롯한 미디어에 나타난 검찰의 이미지를 모니터하는 것이 제 일이죠.” 대검찰청 부부장검사 김진숙은 현재 홍보부 소속으로 검찰의 이미지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13년간 일선에서 각종 사건, 사고를 다루었던 그녀는 홍보부로 발령이 나면서부터 완전히 다른 일을 맡은 것이다. “검찰을 경험하지 못했던 일반인들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만들어진 왜곡된 이미지로 오해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나쁜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닌, 오해 없이 검찰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이 제 일입니다. 일선에서 일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홍보일은 즉각즉각 반응이 오니까 특별한 것 같아요.” 특히 그녀가 꼭 챙겨 보는 대상은 검찰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다. 김원희가 검사로 나오는 ‘가문의 위기’나 ‘가문의 부활’은 공권력의 남용을 제외한다면 유쾌했고, ‘공공의적 2’는 가장 가깝게 검사를 그렸다는 평이다. “최근 고현정이 주연을 맡은 ‘히트’를 본 적이 있어요. 거기서 나오는 검사의 캐릭터는 완전히 왜곡되어 있더라고요. 검사가 경찰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에요. 검찰과 경찰의 기능과 역할도 제대로 그리지 못했죠. 제대로 고증도 안 하고 만든 드라마가 생명력이 있을까요? 그건 마치 공상과학 영화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검찰이 폐쇄적이고 접근하기 힘든 곳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자문을 구할 데가 마땅치 않았다. 그러니 미디어에서 다루는 검찰의 이미지가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 2년 전에 신설된 홍보부는 이러한 미디어를 지원해주는 부서다. “올 초에 방영되었던 ‘꽃피는 봄이 오면’이라는 드라마의 경우 검찰청의 자문을 많이 받았어요. 드라마는 재미있었지만 극적 구성이 치밀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웠어요. 수갑을 차고 있었던 피의자가 갑자기 합의하기 위해 병원에 가고, 또 검사인 주인공이 수사관 없이 혼자 현장에 다니는 등 형사와 검사의 역할이 뒤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그녀는 최근 검찰청 뉴스레터 뉴스 프로스(enews.spo.go.kr)에 ‘미디어 속 검찰’이라는 주제로 검사의 입장에서 드라마 리뷰를 쓰고 있다. 그간 드라마 ‘히트’ 리뷰에서는 검찰의 이미지를 왜곡한 부분을 지적했고, 이어 ‘내 남자의 여자가 히트 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간통, 폭행, 이혼 등에 대한 이야기를 게재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가장 쉬운 ‘드라마’를 소재로 간과하기 쉬운 생활 법률을 알려주는 것이다. “드라마는 사회상을 반영합니다. 드라마에서 불륜을 미화시키면서 확산되는 문제점도 있죠. 불륜이 만연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어서 ‘내 남자의 여자’를 리뷰하게 되었어요. 죄를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범죄를 예방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외도는 길어야 1년, 지혜롭게 판단해야 김진숙 검사는 그동안 많은 간통사건을 다루어오며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대부분 고소인인 처 혹은 남편과 피고소인인 상간녀나 상간남을 비교해볼 때 미모나 성격 등 조건이 고소인이 월등히 나은 경우가 훨씬 많았다는 점이다. 이는 동료 검사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도 준표는 완벽한 주부인 지수를 두고,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불완전하고 불같고 즉흥적인 화영에게 빠져든다. “보통 배우자의 미모에 만족한 사람은 더 이상 미모에 대해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내가 갖고 있지 못한 부분을 탐내듯 보통 사람들도 자기 배우자가 갖추지 못한 점을 불륜 상대에서 찾게 되죠. 만일 불륜 상대와 함께 살아보라고 하면 아마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불륜 상대는 배우자를 보완해 잠깐 즐기겠다는 의도가 많거든요. 이것도 저것도 갖겠다는 욕심입니다. 준표도 화영과의 불륜이 발각되고 나서 가정을 버리고 싶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가정 생활이 주는 평온함과 애인이 주는 도발적인 유혹 모두를 차지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죠.” 이런 면에서 볼 때 김 검사는 남편을 떠나보낸 지수의 선택이 너무 성급했다고 말한다. 물론 지수는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었겠지만 외도는 길어야 1년이라는 생각에서다. “불륜은 일시적입니다. 준표와 화영의 불륜 사실이 발각되었을 때가 이들의 관계가 3개월이 채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참 불이 붙었을 때죠. 문자 메시지 하나로 헤어지지 말고, 남편에게 정리할 시간을 주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간을 보내면서 냉정하게 생각했다면 이들의 감정은 금방 식었을 겁니다. 영원한 불륜은 없어요. 길어봤자 1~2년이죠.” 부부의 순결도 중요하지만 그것 하나 때문에 가정을 깨는 것은 성급하다는 생각이다. 부모 때문에 상처받는 아이들 때문이다. 한 가정의 주부로, 엄마이기도 한 김 검사는 가족을 위해 이성적으로, 지혜롭게 생각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진숙 검사가 이야기하는 간통, 폭력, 사생활 침해… 드라마 속에 나타나는 위법 행위들Case 1 그중 지수(배종옥)의 언니 은수(하유미)는 준표(김상중)와 지수의 친구 화영(김희애)의 불륜 사실을 알고 분노한다. 종일 고민을 하다가 결국 한밤중 화영의 집을 찾아가 다짜고짜 머리채를 잡고 뺨을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한다. 모욕적인 구타를 당한 화영은 준표에게 하소연하지만 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친정식구들이 몰려가서 그런 식으로 하는 사람이 많아”라고 답한다. ▶간통과 폭력. 간통 사건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죄명이다. 간통죄는 성적 측면의 도덕 내지 건전한 성적 풍속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직접적인 피해를 야기하지는 않지만 간통죄를 범함으로써 상대방 배우자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범죄의 특성 탓인지 유독 간통죄를 범한 범인에게는 폭력으로 응징하는 경우가 많고(특히 여성이 간통 주체인 경우 더욱 심하다) 간통 범죄인에 대한 폭력은 은근히 당연시 되는 경향마저 있다. 그러나 폭력은 폭력일 뿐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아무리 극악무도한 죄를 저지른 범죄인이라 할지라도 적법절차를 거쳐 단죄해야 할 뿐 누구에게도 범죄인을 사적으로 응징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되어 있지 않다. 화영의 대사처럼 맞는 것이 얼마나 사람에게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것인지. 또한 감정적으로 최악인 상태에서 행하는 폭력은 자칫 의도하지 않은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위험하기 짝이 없다. 특히 화영이 프라이팬으로 은수의 머리를 때리는 장면처럼 집에서 발생하는 폭행 사건은 주방의 칼, 가위 등 흉기가 상해의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특히 위험하다. 가정폭력 사건의 경우 살인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Case 2 은수에게 불륜 사실을 들킨 준표는 화영과의 관계를 청산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준표와 화영은 은수의 눈을 피해 새 집을 구해 안전한 곳에서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이 둘의 관계를 의심한 은수는 준표와 화영에게 사설탐정을 붙이고 두 사람의 사진을 은밀히 촬영하게 한다. 두 사람의 관계가 지수에게 들통 나고, 다시는 화영을 만나지 않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준표. 사설탐정은 둘 사이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화영을 쫓다가 그녀에게 들킨다. 화영은 사설탐정을 가방으로 내리치며 “스토커로 고소할 줄 알아!”라고 협박하는데…. ▶간통죄에 있어서 흔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입증의 문제이다. 간통의 법적 의미는 ‘배우자 있는 자와 이성의 제3자와의 정교(情交)’를 말하므로 정신적인 사랑만으로는 간통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남녀 간의 정사를 내용으로 하는 간통죄는 행위의 성질상 통상 당사자 간에 극비리에, 또는 외부에서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에서 감행되는 것이어서 이에 대한 직접적인 물적 증거나 증인의 존재를 기대하기가 극히 어렵다. 판례도 그 점을 감안하여 ‘간통죄에 있어서는 범행의 전후 정황에 관한 제반 간접증거들을 종합하여 경험칙상 범행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때에는 이를 유죄로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도974 판결)고 판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상 간통의 증거 수집을 위해 실정법을 위반하는 등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현행법상 사설탐정은 금융거래 상대방의 신용도 등을 조사하는 업무를 하는 신용정보업자만이 제한된 요건하에 극소수 인정되고, 드라마처럼 불륜사실 등 사생활을 탐지하는 사설탐정은 허용되지 않는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 26조 제5호는 신용정보업자는 물론 신용정보업자가 아닌 자에게도 특정인의 소재를 탐지하는 등 사생활을 조사하는 것은 금하고 있고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32조 제2항 제8호에 의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은수는 화영, 준표의 사진을 찍고 소재를 탐지한 사설탐정과 함께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의 형사법은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은 인정하지 않는 추세로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이 증거를 수집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증거 수집은 무리하지 않고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화영은 사설탐정에 대해 고소할 수 있지만, 그녀가 말한 대로 ‘스토커’로 고소할 수 있는 없다. 한국에는 스토커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에는 ‘사생활 침해’라는 명목으로 고소 가능하다.Case 3 극중 준표와 화영은 주변 사람은 뭐라 해도 분명 사랑에 빠졌다. 자신의 곁을 헌신적으로 지킨 지수가 아닌 도발적인 매력이 있는 화영 앞에 서면 준표는 자신이 ‘남자임을 느낀다’고 한다. 물론 그도 가정을 깨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화영과 이별하는 건 견디기 힘든 일이다. 준표는 지수에게 용서를 빌고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고 함께 여행을 떠나지만 그곳에서 화영에게 전화를 한다. 남편의 전화를 보다가 화영의 문자 메시지를 보고 분노하는 지수. 그녀는 냉정하게 남편의 짐을 모두 꾸려 화영의 집으로 보낸다.▶드라마에서의 불륜은 대부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미화시키지만 현실은 훨씬 냉혹하다. 극은 대부분 불륜의 시작과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 끝이 어딜까에 대하여는 미처 생각지 못한다. 그러나 냉정히 말한다면 불륜의 끝은 아마도 교도소일 것이다. 우리 형법 제 241조는 ‘①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 ②전항의 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논한다. 단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 또는 유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벌금형을 두고 있는 기타 범죄와는 달리 간통죄는 법정형의 상한이 높지는 않지만 징역형만이 있다. 최근에는 불구속수사원칙이 확립되면서 많이 변화되기는 했지만 예전에 간통죄는 범죄혐의가 인정되면 구속수사가 원칙이었다. 만일 지수가 고소한다면 준표는 간통자, 화영은 상간자로 처벌받게 된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 229조에 의하면 형법 제 241조의 경우에는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가 아니면 고소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지수가 고소를 하기 위해서는 준표와의 이혼심판을 먼저 청구해야 할 것이다. 즉 이혼을 하지 않으면서 간통한 배우자에 대한 처벌만을 구할 수는 없다. 때때로 간통으로 고소한 고소인이 배우자와는 합의를 하여 고소를 취소하면서 상간자만 처벌할 수 없느냐고 묻지만 고소불가분의 원칙에 의해 상간자만 처벌할 수는 없다. 지수는 6개월 이내에 고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간통죄가 친고죄이므로 고소기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수가 문자 메시지만 보고 남편을 화영의 집으로 내몰았기 때문에 불리한 입장에 처했다. 지수의 행동은 준표와 화영의 관계를 인정한 것이 되어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 간통으로 처벌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원상희·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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