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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452 건 검색)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노벨상, 노자, 비상계엄 그리고 한강
2024. 12. 12 20:35오피니언
.... 말 없는 하늘은 결국 이렇게 ‘소년’을 보내 자신의 뜻을 드러내는 것이었으니. 늦은 밤 노벨상 중계를 시청하다가 퍼뜩 깨달았으니. “폐하, 존경하는 노벨상 수상자, 신사 숙녀 여러분. 한강의...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이갑수
‘한강의 고향’ 광주·전남 지자체, 노벨상 수상 기념사업 본격화
2024. 12. 11 20:32문화
기념공간·문학공원 등 조성 해안도로에 ‘문학 산책로’도 ‘작가의 동의 없이 추진’ 우려 한강 작가가 대한민국 첫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광주와 전남지역 지자체들이 본격적인 기념사업에 나섰다....
한강작가노벨문학전남한강, 한국 첫 노벨문학상
[전문] 노벨상 시상식 엘렌 맛손의 한강 소개 연설
2024. 12. 11 18:00문화
...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엘렌 맛손 작가가 한강 작가 소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의 글에는 두 가지 색이 만납니다. 흰색과 붉은색. 흰색은 그녀의 많은...
한강, 한국 첫 노벨문학상
노벨상 수상 한강에 스웨덴 왕실 최고의 예우
2024. 12. 11 15:51문화
... 노벨상 시상식 및 만찬 이모저모 10일 밤 11시(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열린 노벨상 연회장에서는 서툰 한국어가 울려 퍼졌다. 스웨덴 사회자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돼...
한강, 한국 첫 노벨문학상

스포츠경향(총 34 건 검색)

[인터뷰] 박정민 “한강 노벨상 수상, 난 예측했어요”
2024. 10. 14 12:00 연예
배우 박정민, 사진제공|샘컴퍼니 배우 박정민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에게 믿음을 표현했다. 박정민은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묻자 “정말 좋아하는 작가다. 한강 작가의 ‘흰’ 과 ‘소년이 온다’라는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 과거 책방을 운영했을 때에도 한 파트가 한강 작가 작품이 있었을 만큼 정말 좋아하는 작가”라며 “난 사실 노벨상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강 작가 작품 중 보면서 많이 울었던 책들도 있었다”며 “이번에 예스24서 노벨문학상 후보 작가들 리스트를 볼 때 다들 중국 작가들에게 집중하고 있었을지 몰라도 난 한강 작가 글이 외국사람들도 확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올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받을 거로 믿었다”고 말했다. 이어 “맨부커 국제상도 받았던 작가라서 기대했는데 그게 올해라서 놀랐다. 그래서 더욱 좋았다”며 “‘우리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받는 순간 그런 생각은 들더라. 내가 운영하는 출판사에서도 신간이 나오는데, ‘이거 어떻게 마케팅 해야하지?’라고 머리가 복잡해지더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또한 출판사 운영에 대해 “굉장히 재밌다. 난 연기 외에도 뭔가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소개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 모양이다”며 “영화를 만들자니 돈이 많이 들고, 책을 좋아하니 비교적 내가 운용할 수 있는 선에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전, 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넷플릭스서 스트리밍 중.
인터뷰
한강 노벨상 알리며 김대중 대통령 비하댓글 내보낸 SBS 결국 사과
2024. 10. 11 16:59 연예
SBS가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을 보도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상한 노벨 평화상 비하하는 댓글을 자료화면으로 쓴 것에 대해 사과입장을 냈다. SBS 방송화면 SBS가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을 비하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댓글을 방송으로 내보낸 것이 대해 사과했다. SBS는 11일 입장을 내고 “급하게 특보를 준비하면서 영상 검수에 소홀함이 있었다”며 “문제를 인지한 후 해당 영상을 삭제했고 보도국 내에서 엄중조치했다”고 밝혔다. SBS는 지난 10일 ‘뉴스특보’에서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알리면서 자료 화면으로 ‘노벨 병화상과 비교불가, 문학의 최고 존엄 짱’이라는 댓글을 내보냈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을 비하하는 것이냐’는 취지의 항의가 이어졌고 SBS 또한 이를 인지하고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SBS의 이번 입장은 해당 영상에 대한 사과 입장인 것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일 한강을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다. 앤더스 올슨 노벨문학상 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에서 “그녀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고,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평했다.
외신 “한강 노벨상 수상, BTS·블랙핑크 함께 K문화 영향력 입증”
2024. 10. 11 14:32 연예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가운데)와 방탄소년단(왼쪽)과 블랙핑크. 경향신문 자료사진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한강의 업적을 외신들도 주목했다. 높아진 ‘K콘텐츠’의 위상도 되짚었다. AP통신은 11일(한국시간)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한국인들 환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고 국가의 성장하는 문화적 영향력에 대한 국민적 자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강의 성공은 최근 몇 년 동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오스카 수상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젱어게임’ 등을 비롯해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K팝 그룹의 성공을 포함해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 확대에 일조했다”고 했다. 가디언 또한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알리며 그의 이력을 조명했다. 가디언은 이날 “한강은 소설, 에세이 등에서 가부장제, 폭력, 슬픔, 인간성이라는 주제를 다양하게 탐구했다”며 “‘채식주의자’는 그의 첫 번째 영문 번역 소설로 국제 부커상을 수상했고 한강이 전 세계 독자층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출판사 책임자 시몬은 “뛰어난 아름다움과 명료함을 지닌 글로 한강은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잔인함과 사랑을 동시에 행할 수 있는 종이라는 고통스러운 질문에 흔들리지 않고 맛전다. 그는 다른 작가와 달리 보고 생각하고 느낀다”고 했다. 소설가 아이미어 맥브라이드는 “한강은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명”이라며 “그는 여성, 진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학이 될 수 있는 힘을 대변하는 목소리로 노벨 문학상 수상은 매우 마땅히 받을 만한 승리”라고 했다. 또한 가디언은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소규모 출판사의 중요성을 증명한다’며 한강의 작품을 해외에 알려온 소규모 출판사의 활약상을 조명하기도 했다. BBC, 워싱턴포스트, 로이터 등도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며 그의 작품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했다. 한강은 노벨상 측과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책과 함께 자랐고 한국 문학과 함께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며 “한국 문학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형이 여기에 왜...” 철가방요리사, 한강 노벨상 시민 인터뷰 깜짝
2024. 10. 11 11:31 연예
철가방 요리사. JTBC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인터뷰 자리에 ‘흑백요리사’로 화제를 모은 철가방 요리사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JTBC는 11일 새벽에 공식 유튜브 채널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관련 영상을 올렸다. JTBC 측은 “놀라운 소식에 시민들도 곳곳에서 축하의 말을 전했다”고 하면서 시민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런데 시민으로 등장한 사람 중에는 ‘흑백요리사’의 철가방요리사, 임태훈 셰프가 나와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소식을 들었는데, 국내 최초고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라며 “책을 한번 구매해서 꼭 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JTBC가 포착한 임태훈 셰프의 모습을 보자 누리꾼들은 “형이 거기서 왜..”, “운동네가 흑백요리사다”, “중화요리집 하게 생겼네”, “기습 흑백요리사”, “아니 될놈될인가”, “명당인가 보네 저기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철가방 요리사’라는 예명으로 ‘흑백요리사’에 출연해 인기를 끈 임태훈 셰프는 1vs1 흑백 대전에서 대선배인 여경래 셰프와 대결에서 승리해 4라운드 팀전까지 갔으나 매출 최하위를 기록한 바람에 탈락했다. 올 하반기에 공개 예정인 ENA 신규 예능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에 출연 확정을 지었다.

주간경향(총 13 건 검색)

[서중해의 경제망원경](37) 노벨상이 말하지 않은 한국 모델(2024. 11. 08 16:00)
2024. 11. 08 16:00 경제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왼쪽부터 다론 아제모을루, 사이먼 존슨, 제임스 로빈슨. 노벨상 위원회 홈페이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국가의 흥망성쇠에 관한 연구로 세 명의 미국 경제학자에게 수여됐다. 이들 연구에서는 한국의 경제성장이 성공 사례로 인용된다. 수상자들의 연구 내용을 보도하는 국내 몇몇 언론은 박정희 시대에 이룩한 고도성장을 부각했다. 제임스 로빈슨 교수와의 인터뷰에서는 수출 확대 정책이 시선을 끌었다. 그런데 박정희 시대의 고도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그 시대적 맥락은 잘라버리는 언론의 보도는 이들의 연구가 경제성장을 대가로 권위주의 정권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독자를 오도할 수 있다. 노벨상 위원회의 발표문을 읽어보면 언론의 편파적 보도 소지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올해 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57), 사이먼 존슨(Simon Johnson·61), 제임스 로빈슨(James Robinson·64)은 국가 번영을 위해 사회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법치주의가 미흡하고 국민을 착취하는 제도가 있는 사회는 성장이나 더 나은 변화를 창출하지 못한다. 수상자들의 연구는 그 이유를 밝혔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들 세 학자의 연구 성과 중 제도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착취적 제도와 포용적 제도를 대비했다. 포용적 제도를 수용하는 국가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성공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해 밝혀냈다고 노벨상 위원회는 설명했다. 그런데 노벨상 위원회는 이들 세 학자의 연구를 좁게 파악하고 있다. 기왕 노벨상을 수여할 거라면, 이들의 학문적 성과를 넓게 파악하고 경제학의 지평을 넓혔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포용적 제도 수용 국가가 경제성장 한국과 중국은 모두 국가 주도의 자원 동원 체제에서 산업화를 통해 경제성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은 민주화에 성공했으나, 중국은 오히려 전제정치가 강화되고 있다. 어떻게 이런 본질적인 차이가 발생했을까. 이 질문은 아제모을루 교수와 로빈슨 교수가 함께 쓴 2022년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 일부다. 논문은 경제적 성과와 제도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제도뿐 아니라 “문화”를 포함해 조망한다. 여기에서 문화는 신념체계나 역사적 조건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해석된다. 내용을 요약하면, 한국은 국가 권력을 효과적으로 통제해 민주주의로 이행했지만 중국은 전제정치 체제가 지속하면서 국민이 국가에 종속돼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 권력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사회가 민주적인 사회이므로, 한국은 국가 권력을 효과적으로 통제해 민주주의로 이행했다는 말은 동어반복이 된다. 더욱 본질적인 질문은 어떻게 국가 권력을 효과적으로 통제했는가이다. 그 답은 누구나 알고 있듯 시민사회의 성장과 참여다. 한국은 경제성장으로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시민사회의 역량이 강화되고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도 커지게 됐다. 열망을 현실로 만든 것은 많은 사람의 목숨까지 희생한 민주화 운동이었다. 민주화 운동이 힘을 받은 것은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진보적 정치 세력의 노력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참여와 호응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이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중국 사람들에게는 없는 내용이다. 미국인 교수들의 논문에는 이런 자세한 맥락이 빠져 있다. 국가의 경제적 흥망을 서구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당면하는 난점은 전제정치 체제에서도 경제성장이, 상당히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이 단적인 사례다. 이 문제의 다른 모습은 민주적 정치체제가 반드시 경제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아시아국가의 경제성장은 권위주의 체제에서 이룬 성과다. 인과관계를 따진다면, 경제성장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시민들이 교육을 더 많이 받는다. 이에 따라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화되고 민주주의는 진전된다. 그 반대 방향은 서구의 일부 경험을 일반화한 것이다. 이른바 근대화론은 서구 역사를 세계사적 경로로 일반화하고, 그 역사의 경로를 단선적으로 본다. 근대화론에서는 20세기 후반 공산권의 붕괴를 곧바로 서구의 승리로 보고 “역사의 종언”을 선언한다. 그러나 세계 역사는 그렇게 단선적이지 않다. 러시아는 여전히 건재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이고, 북한은 그곳에 병사를 파견했다. 역사는 진보만 하는 것이 아니라 퇴행하기도 한다. 몇 가지 논점을 짚어보자. “근대적 경제성장”은 인류 역사에서 보면 극히 최근의 일이다. 근대적 경제성장이란 자본의 축적과 노동 능력의 향상, 기술발전으로 성장이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원시적 자본 축적은 인류 역사 어디에서나 있었으나, 근대적 자본축적은 서구의 자본주의가 배태된 시점에서 비롯됐다. 서구를 기준으로 하면 멀리 잡아서 과학혁명이 일어난 16세기 정도를 출발점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기 축적은 미약했고, 혁신은 부재했다. 18세기 후반 영국이 산업혁명에 성공하면서 기술혁신이 경제성장을 추동하는 근대적 경제성장이 촉발됐다. 고도성장 횃불 서남아시아로 이동 서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근대적 자본주의의 시작점은 매우 늦다. 서구의 자본주의가 제국주의 시대로 이행하면서 그 과실은 본국의 자본 축적에는 이바지했지만, 수탈당한 식민지는 그 기회를 상실했다. 서구 열강 이외에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의 경우 메이지 유신을 기점으로 근대적 경제성장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을 터인데, 시기는 대략 19세기 중반이다. 서구 이외 지역에서 경제성장에 가장 성공한 지역은 아시아다. 일본을 선두로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의 네 마리 용과 중국이 차례로 고도성장을 실현했다. 이제 횃불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서남아시아로 전달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은 좁게 보면 근대적 경제성장 경로를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의 맥락을 제도와 문화로 확장해 보면, 서구와는 매우 다르다는 것이 드러난다. 유교 문화권이거나 이슬람 문화가 지배적이어서 개인주의적 서구 문화와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은 분명 산업화에 이어 민주화에도 성공했다.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한국은 현대 세계사에서는 드물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산업화는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에서 시작됐고, 민주화는 권위주의에 저항하면서 실현됐다. 혁신은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힘이고, 저항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힘이다. 현대 한국의 진정한 모습은 혁신과 저항을 둘 다 놓지 않았다는 데 있다.
서중해의 경제 망원경
[김우재의 플라이룸](27)이민청과 노벨상의 꿈(2022. 06. 10 14:05)
2022. 06. 10 14:05 국제
김대중 정부의 BK21 계획으로 한국의 이공계 대학원은 안정적인 대학원생 육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BK21로 쏟아져 나온 이공계 박사들을 흡수할 일자리는 부족했고, 한국이 길러낸 이공계 박사 인력의 대부분은 중국, 미국, 싱가포르 등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2020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이공계 인력의 국내외 유출입 수지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향후 10년간 과학기술인력이 1만명 이상 부족하고, 고급인재의 해외유출이 OECD 국가들에 비해 심각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으로 넘어온 해외 이공계 인재들이 학위를 획득하고 국내에 남는 것도 아니다. 국내에 유입된 해외 유학생 중 국내에 체류하는 비율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단오를 앞두고 창포물에 머리 감기를 체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민청과 외국인 유학생 인구절벽은 현재 한국사회가 고민해야 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지방 대학이 소멸 중이고, 대학이 소멸되면서 지방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경쟁력 역시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민청 신설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늦은 결정이지만 환영한다. 지난 20여년간 한국은 아시아의 매력적인 국가로 발돋움했다.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는 한류열풍과 맞물려 긍정적으로 형성됐다. 한국의 여러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찾는 건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신세계에 대한 희망을 품고 새로운 조선을 꿈꾸며 태평양을 건넜던 150여년 전의 조선 유학생들처럼 세계 곳곳에서 한국으로 몰려든 유학생들 또한 한국에 대한 동경을 품고 이 땅에 발을 디뎠을 것이다.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국외로 떠난 한국인 유학생은 매년 약 20만명 정도로 유지되고 있으나,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유학생은 2011년 8만9537명을 시작으로 2020년 15만3695명에 이를 정도로 증가 추세에 있다. 이들 중 92%가 자비 유학생이다. 아시아 출신이 94%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 대학 및 전문대학 유학생은 대부분 인문사회계열의 유학생이 주류를 이루지만, 석사와 박사과정으로 올라가면서 인문사회계열보다 이공계열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외국인 유학생의 특징이다. 아시아계 유학생의 절반은 중국 출신이다. 중국 유학생의 숫자는 매년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아마도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고등교육 투자 덕분에 해외 유학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다음으로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국가는 베트남이다. 약 25%의 국내 유학생이 베트남 출신이다. 우즈베키스탄과 몽골이 그다음으로 둘이 합쳐 약 10%를 차지한다. 2016년에 발표된 ‘한·중·일 3국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 비교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Study Korea 2020’ 프로젝트를 통해 2020년까지 약 20만명의 유학생을 유치한다는 목표로, 중국은 ‘중국유학계획’ 정책을 통해 50만명의 유학생을 유치한다는 목표로, 일본은 30만명의 유학생을 유치한다는 목표로 달려왔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한국의 유학생 수는 16만여명으로 결과적으로 한국의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또한 한국 대학의 경우 부실한 학사 관리로 인해 유학생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외국인 유학생을 돈벌이 정도로 생각하는 대학 경영자들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과연 한국이 OECD 국가의 유학생들에게 매력적인 나라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캐나다는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라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이민자 숫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캐나다처럼 이민이 어려운 나라도 드물다. 캐나다가 이민의 문호를 활짝 열어둔 분야가 있다. 의사, 간호사, 변호사, 교사, 약사, 엔지니어, 과학자 등 전문직이다. 캐나다는 국경을 마주한 미국 때문에, 자국 대학과 대학원에서 길러낸 인재의 대부분을 미국에 빼앗길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의사들도 캐나다보다 나은 보수를 쫓아 미국으로 건너가는 실정이니, 캐나다야말로 이민정책에 국가의 존망이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나다의 선택과 한국 이민청의 조건 캐나다는 이민자의 천국이며, 이민 가고 싶은 나라 1위로 꼽힌다. 캐나다가 인구 부족에 허덕이면서도 전문직을 위주로 이민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이유는 안전한 거주 환경과 훌륭한 복지 및 교육여건 등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 유학이나 이민을 생각하는 이유는 더 좋은 직업, 높은 임금, 삶의 질 때문이다. 그런 조건을 마련해둔 국가만이 국가경쟁력의 발전에 필요한 훌륭한 인재들이 유학과 이민으로 몰려들기를 기대할 수 있다. 캐나다는 이민의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그면서도, 복지와 삶의 질에 투자해 이민자들을 끌어모으는 전략을 사용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페이퍼클립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나치 독일의 우수한 과학기술자 모두를 망명시켰다. 일본계 미국인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는 한 대중강연에서 미국이 과학기술 강국일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H1B 비자 때문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 비자는 미국이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직을 미국에 모셔오기 위해 만든 특별비자로, 미국에서 노벨상을 받은 이민자 대부분이 H1B로 미국에 입국했다. 미국이 과학기술 강국이 된 이유는 이민자 덕분인 셈이다. 중국 또한 백인계획, 천인계획, 만인계획으로 해외에 나가 있던 중국인 과학기술자는 물론 외국인 과학기술자를 이주시키면서 로열(R) 비자를 새로 만들어 이들에게 10년간 취업과 거주와 이동을 보장한다. 이민청 신설은 좋은 일이다. 한국에 필요한 이민이 어떤 종류인지 전략적 사고가 전제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이 대선 내내 외쳤던 것처럼 과학기술 강국이 되는 것만이 한국이 미중 패권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미국과 중국이 그랬듯이, 이민청을 통해 우리도 이공계열의 인재들을 한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한국을 떠나지 않고 체류하며 한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한류나 K팝만으론 부족하다. 문화강국 한국의 이미지는 고급 과학기술 인재를 한국에 모셔오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한국은 외국인 차별이 없고, 교육 및 복지가 훌륭한 국가가 돼야만 한다. ‘국뽕’으론 과학기술 인재를 유혹할 수 없다. 법무부의 이민청 설립 의지가 단순히 인구절벽을 막을 이주노동자를 공급하겠다는 유치한 철학이 아니길 바란다. 1973년생 젊은 장관 한동훈의 비전이, 그렇게 유치할 것이라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민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과학기술자 중에서, 30년 후 한국의 노벨상이 탄생하는 꿈 정도는 꾸어볼 만하지 않은가.
김우재의 플라이룸
[김우재의 플라이룸](15)노벨상과 이민자의 과학(2021. 10. 22 14:41)
2021. 10. 22 14:41 문화/과학
올해 노벨상이 발표됐다. 노벨생리의학상은 통증 감지의 비밀을 발견한 미국의 아뎀 파타푸티언과 데이비드 줄리어스에게 돌아갔다. 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자 7명 중 4명은 미국인이다. 노벨과학상의 수상기준이 까다롭고 검증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현재 미국이 노벨과학상을 휩쓸고 있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국은 20세기 엄청난 연구비를 쏟아부었던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를 점유하고 있고, 노벨상은 그 열매 중 하나일 뿐이다. 202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UCSF)의 데이비드 줄리어스(왼쪽) 교수와 스크립스연구소의 아뎀 파타푸티언 교수/파타푸티언 개인 트위터 캡처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더 있다. 미국 수상자의 상당수가 이민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두 과학자도 이민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줄리어스는 이민자 3세로 러시아의 반유대인 정책을 피해 도미한 동유럽 이민자의 후손이다. 파타푸티언은 이민자라기보다는 난민에 가깝다. 그는 레바논에서 태어나 전쟁의 포화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나라를 떠나야 했다. 이번 노벨상 수상자의 35%는 이민자 출신이다. 미국정책재단의 공식발표에 의하면, 1901년 이후 2021년까지 120년간 배출된 미국인 노벨과학상 수상자 311명 중 35%인 109명이 이민자다. 왜 ‘이민자의 과학’인가 이민자의 나라 미국만 그런 게 아니다. 지난 2000년 이후 배출된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40%가 이민자다. 물론 미국이 과학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해외 인재유치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페이퍼클립 작전을 통해 독일의 과학기술자를 대거 망명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엔리코 페르미 등의 물리학자가 독일 나치와 이탈리아의 파시즘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왔고, 바로 그 망명지에 위대한 과학적 성과를 쌓아 올렸다. 미국은 1960년대 이민법을 정비해 국적 할당제를 폐지했고, 특히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비자를 대거 개방했다. 현재 미국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중에서 이민자를 자주 발견할 수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마 당분간 노벨과학상은 이민자 출신의 미국인이 휩쓸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고위직 관료나 상류층에서 이민자를 발견하긴 어렵다. 하지만 미국의 과학기술계와 첨단기술업계 고위직에서 이민자를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이 이민자가 세운 나라이긴 하지만,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견고하게 구축된 유리천장이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치, 법률, 경영 등의 분야에 존재하는 유리천장과 비교해보면 분명 과학기술 분야의 유리천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건 과학기술의 특징과 사회적 맥락이라는 두 조건 때문이다. 과학기술 분야의 지식은 보편적이다. 해당 국가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아도 수학공식처럼 과학기술계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언어를 통해 과학기술자는 쉽게 해당 국가에 적응할 수 있다. 이런 지식의 보편성은 경쟁의 공정성으로 나타난다. 인맥, 학맥, 혈연, 지연 등 실력 이외의 요소들이 경쟁에 개입하는 다른 분야에 비해 논문과 특허를 통한 과학기술계의 경쟁은 상대적으로 공정하다. 공정한 게임의 룰이 갖춰진 분야에 이민자가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미국사회의 예체능 분야에 이민자와 소수인종이 몰리는 이유 또한 과학기술계에 이민자가 몰리는 이유와 같다. 경쟁이 상대적으로 공정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지식의 보편성과 이를 통해 나타나는 경쟁의 공정성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이민자 출신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의 절반에 불과하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가 존재해도 정부가 철학을 가지고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영입을 위해 꾸준히 정책적 실천을 하지 못한다면, 과학기술 분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국가적 이익은 존재할 수 없다. 미국은 반세기가 넘게 우수 과학기술인력의 이민을 추진해왔고, 과학기술계 이민을 통해 혁신을 달성한 대표적 국가가 됐다. 끊임없이 인종차별 논란에 시달리는 미국이지만, 과학기술 분야엔 그런 차별이 없다. 그리고 과학기술 분야의 경쟁력이 미국을 떠받치는 엔진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두뇌 유출에서 두뇌 유치로 얼마 전 퇴임한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물리학 박사다. 그의 16년 취임기간 동안 독일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메르켈의 여러 성과 중 시리아 난민 대거 수용은 가장 획기적인 일이다. 메르켈의 정치적 위기를 불러왔던 그 결정이 향후 독일의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과학기술의 최강국이었고, 두뇌 유출을 통해 미국과학의 전성기를 이끈 국가다. 독일은 이후 고급인력의 이민자들을 꾸준히 받아들였고, 막스플랑크연구회, 프라운호퍼연구회 등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연구문화를 통해 첨단기술경쟁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독보적 지위를 구축했다. 한국은 초기 선진국 과학기술을 경험한 유학파를 통해 과학기술생태계를 구축했고, 이후 독자적인 경로를 통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질적 도약을 멈추고 정체돼 있다. 과학기술정책의 후진성과 관료주의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한국 과학기술 생태계의 문제는 중층적이다. 한국정부가 미국이나 독일 그리고 최근의 중국처럼 해외의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확보를 위한 두뇌 유치 경쟁에 소극적인 것도, 한국 과학기술 경쟁력의 정체에 기여하고 있는지 모른다. 언젠가부터 한국 과학기술정책전문가들은 ‘두뇌 유출’이라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국내의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이 미국, 유럽, 일본 등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뇌 유출을 막겠다는 관료주의적 편협한 사고방식 속에서 후진적 정책이 추진됐다. 하지만 두뇌 유출의 원인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우수 과학기술인력은 다른 분야보다 국가의 장벽에서 자유롭다. 따라서 그들은 까다롭게 거주국가를 선택한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은 급여수준, 연구여건, 자녀교육 순으로 나타난다. 평범한 직장인이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과 전혀 다르지 않다. 과학기술은 국가와 언어의 장벽없이, 이민자와 소수자가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분야다. 역사는 과학기술 분야의 이민자들이 국가의 경쟁력에 지대한 기여를 해왔다고 말한다. 미국과 중국은 과학기술 분야 두뇌 유치를 위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치인이라면, 젊은 해외 과학기술인력을 유치하려는 노력에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이민정책과 과학기술정책은 찬밥 신세다. 대장동과 고발사주 논란 속에서, 누군가는 미래를 준비했으면 한다. 그가 대통령이다.
김우재의 플라이룸
79세 ‘노벨상 가수’ 밥 딜런의 노익장(2020. 07. 10 15:00)
2020. 07. 10 15:00 문화/과학
79세 노인이 낸 새 앨범이 미국의 음반차트 ‘빌보드 200’에서 2위까지 올랐다. 미국을 넘어 세계 어디에서도 이름만 대면 아는 ‘노벨상 가수’ 밥 딜런의 39번째 정규앨범 ‘러프 앤드 라우디 웨이즈(Rough and Rowdy Ways)’다. 단순히 연배로만 따지면 밥 딜런보다 1년 젊은 트로트 가수 현철이 국내 음원차트 최상위권에 오른 상황과 비견할 수 있을까. 2012년 밥 딜런이 프랑스의 한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공연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새 앨범에서 가장 주목 받는 곡 <머더 모스트 파울(Murder Most Foul)>은 그보다 앞선 지난 4월 빌보드 록 디지털 싱글차트에서 1위까지 올랐다. 201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대중음악이라는 영역을 넘어선 그가 ‘노익장’으로 나이의 장벽까지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새 앨범의 대표곡 <머더 모스트 파울>이 놀라운 점은 한 곡의 길이가 16분 55초에 달하는데도 장르별 싱글차트에서 1위까지 올랐다는 데 있다. 앨범 전체로 보면 두 장의 CD 중 두 번째 장에는 오로지 이 한 곡만 들어 있다. 1963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사건을 소재로 한 이 긴 노래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햄릿>을 연상케 하는 구조로 가사가 5절까지 있다. 2012년 이후 8년 만에 발표한 이번 신곡으로 딜런은 빌보드 싱글차트 부문에서는 생전 처음 1위에 오르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1960년대부터 시작한 60년에 육박하는 본격적인 음악활동 기간 동안 숱한 명곡들을 남겨 왔지만, 앨범이 아닌 싱글로서는 처음 1위에 오른 것도 이색적이다. 지난 4월 빌보드 록 디지털 싱글차트 1위 유튜브에 공개된 신곡 <머더…> 영상으로 들어가면 케네디 대통령의 얼굴이 노래가 흐르는 내내 화면에 나타난다. 1963년 불의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케네디 대통령은 딜런과 함께 196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었다. 그래서 미국의 대중잡지 <에스콰이어> 1965년 9월호에선 딜런과 케네디, 그리고 맬컴 X와 피델 카스트로까지 4명의 얼굴을 한데 모아 당대를 한눈에 보여주는 인물들로 표지를 꾸몄다. 이후 딜런은 1980년대 긴 침체기를 겪으며 음악적인 변화를 시도하던 와중에 발표한 곡 <조커맨(Jokerman)>의 뮤직비디오에서도 케네디 대통령을 등장시킨 바 있다. 자신이 신화적인 인물 ‘조커맨’임을 자처하는 묘사가 담긴 가사를 보면 딜런이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비록 1980년대 짧지 않은 침체기를 겪었다고 평가받지만 딜런은 196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10년마다 새로운 앨범으로 빌보드 200 차트의 ‘톱 40’ 안에 모두 올랐던 기록이 있는 유일한 가수다. 데뷔 초부터 포크의 저항정신을 대표하는 가수로 자리매김한 그가 전성기였던 1960년대와 70년대 각각 8장과 14장의 앨범을 톱 40 목록에 올렸기 때문에 이후 행보가 다소 주춤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980년대 7장, 1990년대 4장, 2000년대 7장, 2010년대 9장의 음반을 꾸준히 앨범차트 40위 안에 올리는 저력을 과시하던 그가 2020년대까지 기록을 이어온 것을 보면 사실상 슬럼프가 있었는지조차 의심될 정도다. 2020년에 접어들면서 이제 딜런을 동시대 음악가라기보다는 이전 세대의 전설적 음악가, 특히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가사가 특히 주목받는 음유시인 격으로 보는 인식이 일반적인 것이 됐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70년대부터 대학에서 딜런의 음악과 가사를 본격적으로 연구했던 사실은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다. 70년대 이래 딜런의 가사를 중심으로 문학적 특성을 연구한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고, 1998년에 이르면 스탠퍼드대가 국제 학술회의를 개최해 학자와 시인들이 딜런의 가사를 문학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모아 발표하기도 했다. 하버드대의 고전문학 전공 리처드 토마스 교수는 강좌를 통해 딜런의 음악과 고대 로마시대의 서사시를 비교하는 작업을 수행하면서 딜런의 2006년 발표 앨범 <모던 타임스>에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시 구절이 18구절 인용된 사실도 밝혀냈다. 살만 루슈디는 딜런의 노벨상 수상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오르페우스부터 시인 아마드 파이즈까지 노래와 시는 항상 가깝게 연결돼 있었다. 밥 딜런은 옛 음유시인을 탁월하게 계승한 후계자다”라고 평가했다. 60년 음악인생 동안 숱한 화제와 논란 60년에 가까운 음악인생 동안 딜런은 숱한 화제와 논란을 몰고 다녔지만 한편으로는 대중의 관심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으려는 ‘신비주의’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도발적인 변신을 통해 대중이 자신을 바라보던 인상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데 뛰어난 재주를 보이는 양면적인 모습도 보였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 이후 그가 자신에게 씌워진 저항가수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1965년 뉴포츠 포크 페스티벌에서 어쿠스틱 기타 대신 일렉기타를 들고 무대에 오른 이야기는 유명하다. 숱한 야유 속에서도 공연을 마친 그는 이후 한동안 달라진 시선 속에서도 개의치 않고 자신의 음악을 관철시켜 계속된 변신의 시발점으로 삼았다. 러시아계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가 1970년대를 전후해 열광적인 분위기의 예배가 특징인 개신교의 ‘은사주의’ 교회활동에 심취했던 것도 주변에선 쉽게 예상치 못한 변화였다. 이 시절 딜런이 내놓은 앨범 중 특히 3장의 앨범은 대놓고 예수그리스도의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는 등 뜻밖의 색깔을 띠고 있었다. 이 시기의 음악에선 가스펠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장르의 구분을 넘어선 독특한 분위기의 음악을 제시했다. 이후 몇 년이 지나 언제 그랬냐는 듯 개신교와 무관한 메시지로 앨범을 꾸미며 다시 한 번 변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아이돌 가수 등의 콘서트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음원봉의 원조가 딜런의 공연장에서 유래됐다는 사실도 관심을 모은다. 당시 라이터에 불을 붙여 흔들던 팬들이 늘어나면서 독특한 관람·응원 행태로 자리 잡았고, 나중에는 바람에 꺼지지 않는 라이터와 램프 등이 등장하기까지 했다. 한편 국내의 밥 딜런 올드팬은 과거 기준의 외국어 표기법에 따라 ‘보브 딜런’이란 이름으로 출시됐던 그의 앨범을 기억하기도 한다. 검열 등의 이유로 해외 대중음악의 수입이 여의치 않던 시절, 국내에서 일명 ‘빽판’이라 불리던 해적판 앨범에서는 딜런의 공식 앨범이나 싱글 외에도 다양한 ‘부트렉’ 음원을 자유롭게 녹음해 판매한 적이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검열과 무관하게 공연 현장에서 무단으로 녹음된 실황 음악이 부트렉으로 유통되면서 딜런의 음악세계를 표현하는 자료로 남았다. 2021년 오클라호마주의 털사에 세워지는 밥 딜런 센터와 아카이브는 이러한 과거의 유물을 비롯해 800곡이 넘는 그의 노래와 관련된 자료, 음반·사진·영화·공연기록 등 10만 개 이상의 기록물이 보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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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노벨상 향우회’…EBS ‘위대한 수업’ 강연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
2024. 10. 16 18:00 화제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는 지난 2022년 <위대한 수업>에 출연한 바 있다. EBS 제공 2022년 <위대한 수업>에 출연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선보였던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가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는 발전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 석학들과 CEO의 주목을 받아왔다.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는 강연에서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우리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어떤 국가 제도를 구축해야 할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며 많은 시청자에게 호응을 얻었다. EBS는 10월 18일과 25일 저녁 6시 30분 EBS 1TV에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 2024 노벨경제학상 수상 대런 애쓰모글루>를 편성하고, 총 4강으로 이뤄진 강연 ‘대런 애쓰모글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방송한다. 18일에는 1부 ‘부자 나라, 가난한 나라’와 2부 ‘족쇄 찬 리바이어던(상)을 연속 방송한다. 1부에서는 한 나라의 경제·정치 제도의 ‘포용성’이 그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함을 강조한다. 또한 착취적 제도 아래서도 성장한 나라들의 예시를 살펴보며, 중국이 어떤 길을 걷게 될지 분석한다. 2부에서는 ‘국가의 힘’과 ‘사회의 힘’이라는 두 요소를 통해 제도의 발전을 해석한다. 25일에는 3부 ‘족쇄 찬 리바이어던(하)’와 4부 ‘민족주의와 세계화’가 방송된다. 3부에서는 국가와 사회의 힘이 균형을 이루는 ‘좁은 화랑’에서 번영이 가능함을 설명하고, 이러한 균형이 깨질 때 발생하는 갈등과 그 해결책에 대해 논의한다. 4부에서는 미·중 패권 경쟁, 코로나 팬데믹 등 세계화의 위기 속에서 질서 회복과 평화 유지를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이번 강연의 편성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의 통찰력과 깊이 있는 지식을 다시 한번 만나볼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위대한 수업> 출연자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내년 노벨상에는 어떤 출연자가 받게 될지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위대한 수업> 시즌4, 20명의 출연자 80편의 강의와 함께 시청자 찾아 교육부, 국가평생교육진흥원(K-MOOC), EBS 공동 기획으로 21년 첫선을 보이며 한국 방송 사상 역대 최고의 출연자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는 TV 수신료의 가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는 평가 함께, 지식·교양 프로그램 시청자 평가 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가장 다시 보고 싶은 프로그램’, ‘가장 추천하는 프로그램’의 타이틀을 얻었다. 유발 하라리, 마이클 샌델, 제임스 캐머런, 그레고리 맨큐 등 매 시즌 40여 명의 석학 및 글로벌 리더가 참여해 200여 편의 강연을 선보였다. 시즌3까지 총 121명, 635편의 강의와 함께 세계 석학의 연구와 지식을 공유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을 대중화하는데 앞장서 왔다. 지난 9월 30일부터 방송 중인 시즌4는 20명의 석학 및 글로벌 리더들의 80여 편의 강의와 함께 전 세계가 당면한 위기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제작비 지원 감소에 따른 제작 규모 축소로 출연자 및 강연 수는 줄었으나, 오랜 시간 명품 강연을 선보여온 EBS 제작진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높은 퀄리티와 수준을 유지해 시청자들에게 고품질의 강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과학자에게 왜 노벨상을 줬을까?”
2022. 11. 08 13:32 육아/교육
카오스 재단이 2022년 노벨상 수상 인물들의 연구 성과를 설명하는 ‘노벨상 해설 강연’을 연다. “이 사람은 노벨상을 왜 탔을까?” 카오스재단(이사장 이기형)은 고등과학원과 공동 주최로 오는 11월 10일 목요일 저녁 7시 신한pLay 스퀘어 라이브홀에서 ‘2022 노벨상 해설 강연’을 연다. 현장 강연과 온라인 생중계로 동시 진행한다. 현장 강연은 카오스재단 홈페이지(ikaos.org)와 고등과학원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고 있다. 온라인 생중계는 유튜브 ‘KAOS Science’(카오스재단)와 ‘Open KIAS Center’(고등과학원)에서 이뤄지며, 생중계 시청 도중 실시간 질문도 가능하다. 올해의 노벨생리의학상, 노벨물리학상, 노벨화학상 등 3개 분야의 해설 강연이 끝난 후에는 강연자와 사회자의 카오스톡(대담)과 Q&A,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진다. 2022년 노벨생리의학상의 수상자는 네안데르탈인을 포함한 고인류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고유전체학의 선구자인 스반테 페보 박사이다. 이에 대한 해설 강연은 서울대 생명과학부 정충원 교수가 맡아 고유전체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개척한 스반테 페보 박사의 연구를 조망하고, 고인류 유전자 유산이 현대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들려준다. 2022년 노벨물리학상의 수상자는 양자컴퓨터와 양자통신 등에 활용되는 양자얽힘 현상을 규명한 존 클라우저, 알랭 아스페, 안톤자일링어 3명의 과학자이다. 해설 강연은 고등과학원 부원장인 김재완 교수(계산과학부)가 맡아 양자얽힘 현상을 설명하고, 오늘날의 양자통신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들려준다. 2022년 노벨화학상의 수상자는 클릭 화학 분야를 개척한 배리 샤플리스, 모르텐 멜달, 캐롤린 버토지 3명의 과학자이다. 서울대학교 화학부 이동환 교수가 해설 강연을 맡아 큰 변화 없이 서로 다른 분자를 쉽고 간단하게 결합해 새로운 분자 화합물을 만들어내는 ‘클릭 반응’에 대해 설명하고, 이 반응이 지난 20년 동안 우리가 분자를 만들고 사용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 들려준다. 카오스재단 김남식 사무국장은 “이번 해설 강연은 인류에게 가장 크게 이바지한 과학 분야 및 과학의 최첨단 분야를 알 기회로 현재 과학자와 과학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의 노벨상 ‘막사이사이상’ 수상한 시민운동가 윤혜란
2005. 09. 01 화제
“풀뿌리 단체를 이끌어갈 시민운동가 양성에 열정을 다하고 싶습니다”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막사이사이상의 2005년 ‘떠오르는 지도자’ 부문 수상자로 우리나라의 시민운동가 윤혜란씨가 선정됐다.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의 전 사무국장인 윤혜란씨는 지난 15년간 고향인 천안에서 지역시민운동 활성화에 앞장서왔다. 서울서 대학 졸업 후 낙향, 지역시민운동 기반 닦아 “너무 큰 상이라 처음에는 믿기지도 않더군요. 40세 미만의 차세대 지도자에게 수여되는 상인 만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부담감도 느낍니다. 이 상은 저 개인에게 준 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명감 하나로 돈도 명예도 마다하고 지역시민운동에 몸담고 계신 많은 분들 모두에게 주어진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막사이사이상의 수상자로 천안 지역 시민운동가 윤혜란씨(37)가 선정됐다. 개인으로서나 국가적으로나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천안 지역의 대표적 시민운동단체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이하 복지세상)의 전임 국장인 윤혜란씨는 지난 1998년 복지세상을 창설해 지난해 12월까지 7년간 지역사회 복지 향상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 윤씨는 연세대 사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던 1990년 당시 천안 YMCA 창립 준비 멤버로 활동하면서 시민운동에 발을 들여놓았다. “약한 사람들을 돌아보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라는 신념 아래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었다. “원래 천안 토박이인데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 생활을 시작하면서 중앙과 지방의 격차를 실감했어요. 천안 지역에서 겪었던 문화적 배경은 너무 협소했고, 전반적인 사회적 인프라도 약했죠. 80년대에 대학에 다니던 사람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저 역시 당시 많은 것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렇다고 운동권 학생은 아니었어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며 어정쩡하게 대학 시절을 보냈죠. 그러다가 87년에 동갑내기 대학 동창 이한열의 죽음을 보면서 강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 해 동안 휴학하며 고향에 내려와서 보니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이 사회적 과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직접적인 계기는 학교 교육에서 낙오한 동생이었다. 일단 선생님에게 찍히고 학교에서 소외당하고 나면 다시 그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동생 같은 청소년들을 위해 뭔가 기회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에서 천안 YMCA 창설에 앞장섰다. 지역의 청소년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 서울 명문대에 입학한 그녀로서는 남들처럼 번듯한 직장을 잡아 서울에서 그럭저럭 자리잡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굳이 서울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서울이 단연 앞서겠지만 정서적으로는 고향인 천안이 친밀했다. 아마도 ‘촌놈 기질’ 때문일 거라며 웃는다. 천안 YMCA가 자리를 잡자 1998년, 지역시민단체 복지세상을 만들었다. 우선 저소득층 아동과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프로그램을 짰다. 복지세상은 여타의 복지단체와 달랐다. 일시적으로 그들을 돕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 자생적으로 올바르게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해나갈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선 것이다. 예를 들어 장애아동 부모를 대상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그들이 자기들끼리 공적인 조직 체계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교육하는 과정을 거쳤던 것. 키워서 내보내는 시스템, 즉 ‘인큐베이팅’ 시스템이야말로 복지세상만의 발전적 활동 방식이었다. 그 결과 복지세상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을 주축으로 여러 작은 단체들이 파생되어 생겨났다. 충남장애인부모회, 미래를여는아이들, 충남여성장애인연대, 노인복지건강센터, 정신건강을생각하는사람들의모임 등이 바로 그 조직들이다. “보통 어떤 단체든 어느 정도 조직이 지명도를 얻고 규모가 커지면 조직을 키우는 데 관심을 쏟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복지세상은 과감히 그런 관행에게 벗어났어요. 성숙한 시민 활동이 시민사회 저변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작은 조직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당사자들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위해 앞장서는 방식이니까요.” 상금 5천만원은 풀뿌리 시민운동가 양성에 투자 복지세상은 또 자신들의 활동을 지자체에까지 파급시켰다. 지역정부의 정책 결정자들에게 영향력을 주어 사회복지 관련 예산을 늘리도록 만든 것이다. 실제로 지난 시장 선거에서 「살고 싶은 복지도시 천안 만들기」라는 정책 제안집을 만들어 후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고, 그것이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당선된 시장은 사회복지를 행정의 우선순위로 두고 시정을 운영했다. 민·관의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이다. “남편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어요. 천안 YMCA 창립 준비 멤버로 같이 활동하면서 만났지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남편은 저의 가장 큰 동역자예요.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이번 상을 ‘공동 수상’해야 한다고들 말합니다.(웃음)”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시민운동에 투신한다는 것이 결코 녹록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친정과 시댁이 모두 천안에 있다는 것이 그녀로서는 크나큰 행운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 문제는 그녀에게 늘 자책감을 주었고, 실제로 두어 번 심각하게 일을 그만둘까 고민했다고. 그럴 때마다 그녀의 마음을 다잡아준 것은 방과후 교실에서 돌봐주던 아이들을 비롯한 장애아동, 장애인들의 얼굴이었다. 내가 장애 당사자라면, 내 아이가 장애아라면 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대로 그만둘 수 없었단다. 윤씨는 7년 동안 일해온 복지세상을 떠나 지난 12월부터 모처럼 휴식을 갖고 있다. 한 사람에 의해서 움직이는 조직이 가장 좋지 않은 조직이라는 생각으로 고민하던 차에 듬직한 후임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요즘은 8월 말에 필리핀에서 있을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다. 시상식에는 남편과 아들 현식이가 동행할 예정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사람이 변하고 지역사회가 변하는 것이 눈에 보여요. 그게 참 보람 있습니다. 앞으로는 지난 15년 동안 쌓은 현장 경험을 풀뿌리 단체에 전수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후배들은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지도자를 교육하고 양성하는 일을 할 생각입니다. 공부도 많이 해야겠지요. 이번에 상금으로 5천만원 정도를 받았는데, 그 돈은 풀뿌리 단체 활동가들을 지원하는 데 쓸 생각이에요. 모든 것이 서울로 집중되는 사회지만 시민운동 역시 예외는 아니죠. 지역의 풀뿌리 활동가들이 보람을 갖고 헌신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앞장서고 싶습니다.” 글 / 박연정 기자 사진 / 강예지 막사이사이상이란? 1957년 비행기 사고로 급서한 필리핀의 전 대통령 R. 막사이사이의 품격과 공적을 추모·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국제적인 상. 1958년 3월 1일 록펠러 재단이 공여한 50만 달러를 기금으로 재단을 설립했다. 이 상은 해마다 종교, 국가, 인종, 계급 등의 차별 없이 아시아인을 위해 공헌한 사람에게 주어지며 사회지도, 정부봉사, 공공봉사, 국제협조, 언론문화의 5개 부문에 걸쳐 5만 달러의 상금과 메달이 수여된다. 한국인으로 이 상을 받은 사람은 1962년 장준하, 1963년 김활란, 1996년 오웅진 신부, 2002년 법륜스님 등이 있다. 시상식은 매년 8월 31일 막사이사이의 생일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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