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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1,488 건 검색)

“윤석열 방 빼라” “경찰 차 빼라”…시민·농민, 남태령역 앞에서 경찰과 밤샘 대치
2024. 12. 22 11:46 사회
... 위 8개 차로 50m가량을 메웠다. 이날 오전 10시 전농 측은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농민행진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교통 불편으로 공공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민변 “농민 트랙터 시위 막은 경찰, 집회·시위 자유 심각한 침해”
2024. 12. 21 15:44 사회|사회
... 행위는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민변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내란수괴 윤석열의 체포를 촉구하며 트랙터 대오를 이끌고 전국 각지에서 오늘...
‘윤석열 구속’ 농민 트랙터 상경시위···경찰, 남태령서 막아
2024. 12. 21 14:44 정치|사회
...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를 몰고 상경 시위에 나섰다. 서울 진입 직후 경찰이 농민들을 막아서면서 현재 대치 중이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농 소속 트랙터 17대와 화물차 20여대는...
[사설] 양곡관리법 또 거부, 농민들은 어디 가서 호소하나
2024. 12. 19 18:15 오피니언|오피니언
...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대안을 거부만 하겠다면 정부와 여당은 대체 뭘 할 것인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 소속 농민들이 19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 트랙터와 트럭 수십...

스포츠경향(총 83 건 검색)

창원자생한방병원, 창녕군 고령 농민 대상 한방 의료봉사
2023. 09. 15 14:43 생활
“어르신들 건강 살펴 마늘 풍년 기원합니다” 창원자생한방병원 강인 병원장이 진료소를 찾은 주민에게 침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창원자생한방병원(병원장 강인)은 지난 14일 경상남도 창녕군 이방면 소재 이방체육회관을 찾아 주민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방 의료봉사를 실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날 창원자생한방병원 강인 병원장을 비롯한 의료진 및 임직원, 창원자생 봉사단 10여 명은 고령 농업인들을 위한 건강상담, 침치료, 한약 처방 등 한방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가을을 맞아 창녕의 주요 특산물인 마늘 파종과 가을철 작물 수확 등으로 바쁜 농업인들을 위한 맞춤형 척추∙관절 스트레칭도 직접 교육해 큰 호응을 얻었다. 창녕군은 전체 주민의 34%가 65세 이상일 정도로 주변 지역에 비해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에 근골격계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군민들은 의료서비스를 제때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방문 의료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창원자생한방병원 강인 병원장은 “파종·수확철을 앞두고 내린 폭우로 농업인분들의 상심이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이번 의료봉사가 창녕군민들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로부터 한방척추전문병원으로 인증받은 창원자생한방병원은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침·약침치료, 한약 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허리·목디스크(요추·경추추간판탈출증), 퇴행성 관절염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한다. 또한 한방 의료봉사를 비롯한 저소득층 물품 지원 등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지역 사회와의 상생에도 집중하고 있다. 창원자생한방병원 의료진이 진료소를 찾은 고령 주민의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원주 농민들, 영화 ‘치악산’ 개봉 반대 목소리
2023. 08. 29 17:33 연예
도호엔터테인먼트 제공 청정 치악산 브랜드와 원주지역 이미지 훼손 우려를 이유로 영화 ‘치악산’ 개봉에 반대하는 지역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화 ‘치악산’은 1980년 치악산에서 18토막 난 시신 10구가 수일 간격으로 발견돼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됐다는 괴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원주시농업인단체연합회는 29일 원주 시청 2층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치악산 국립공원의 청정한 이미지와 수천년간 이 땅을 지켜온 농특산물 브랜드를 심각하게 훼손할 영화 치악산 개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영화 개봉으로 인해 원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결국 농업경제의 파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영화사가 벌어들이게 될 돈에 비교할 수 없는 치명타를 지역에 입히게 된다”고 우려했다. 영화 ‘치악산’ 스틸. 와이드릴리즈 이어서 “실제 사건이 발생한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지역명을 제목으로 사용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인데, 영화사의 행태는 원주시민이자 치악산 농특산물 생산 농업인의 대표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포털사이트에 치악산을 검색하면 괴담, 사건, 토막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나온다”며 “지명 제지가 창작가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면 원주 농민들이 일군 농산물 브랜드가 뭉개지는 것은 왜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또 “농업인들이 자식처럼 기른 치악산 복숭아·배·사과·고구마·찰옥수수·다래의 수확시기가 코앞“이라며 ”일 년 동안 피땀이 영화사의 무지와 오만 때문에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영화 치악산 개봉을 결사 반대한다“고 했다. 원주시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상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유무형의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아픈 농민 위한 ‘기적의 운동화 시즌2’ 22일 첫 방영
2023. 03. 22 09:28 생활
세란병원 사회공헌프로그램 ‘기적의 운동화-두 번째 걸음’ 의료 소외지역 농민 환자 찾아 허리 및 무릎 질환 치료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쭈그려 앉는 자세로 하루 종일 일하는 농민들이 많다. 이들은 늘 다리와 허리에 파스를 붙이고 있는데, 반복적으로 취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퇴행성 관절염 등이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세란병원은 이러한 농민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해주는 프로그램 ‘기적의 운동화-두 번째 걸음’을 최근 시작했다. ‘기적의 운동화-두 번째 걸음’은 보행이 불편한 전국의 농민 어르신을 대상으로 검사와 치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NBS(한국농업방송)가 세란병원과 함께 의료소외지역에 있는 농민 어르신을 직접 찾아간다. 농협 상호금융과 초록뱀미디어(회장 원영식)가 제작을 지원하고, 세란병원(병원장 홍광표)의 의료진이 진료 및 수술을 담당한다. 2021년 11월부터 시작했던 시즌1은 총 25명의 농민 어르신에게 허리, 무릎을 곧게 펴주는 기적을 선물했다. 시즌2인 ‘기적의 운동화-두 번째 걸음’은 2023년 2월부터 지원이 시작됐으며, 올해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대상은 퇴행성 관절염, 척추관협착증 등 근골격계질환을 앓는 농민 중 치료가 시급한 사람을 선정한다. 이들은 가까운 병원을 찾기 힘든데다가 바쁜 농사일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세란병원 의료진은 아픈 농민을 직접 진단하고 치료 및 수술을 책임진다.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농민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세란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며, 건강을 되찾은 후에는 힘찬 걸음걸이를 응원하는 ‘기적의 운동화’를 병원 및 제작진으로부터 선물 받는다. 기적의 운동화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세란병원 인공관절센터 김준식 진료부원장이 주치의로 등장한다. 김 진료부원장은 개그맨 윤택 씨와 함께 농민의 일과를 함께하고, 아픈 농민들의 몸을 꼼꼼히 살필 예정이다. 22일 오후 8시에 방송되는 첫 회에서는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이선자 씨(76)의 사연이 소개된다. 오랜 시간 앓아온 관절염으로 다리 모양까지 변형된 이선자 씨의 놀라운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기적의 운동화-두 번째 걸음’은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2주에 한 번씩 방송된다
세란
김정연의 계묘년 출발은 농민사랑과 지역경제 살리기
2023. 01. 04 13:16 생활
‘2023 설맞이 전국 농?특산물 홍보전’의 홍보 재능기부 ‘고향사랑기부제’ 적극 동참 선언 가수 김정연의 2023 계묘년의 출발은 농민 사랑과 지역경제 살리기다. 설을 맞아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특별한 선물잔치의 장이 열린다. ‘2023 설맞이 전국 농·특산물 홍보전(1/6~20)’. 지자체에서 추천받은 각 지역의 우수한 농·특산물을 전시하고 홍보하는 장터이다. 사과, 배, 샤인머스캣, 한라봉, 곶감, 한과 등 전국의 농가에서 엄선된 우수 농·특산물이 ‘한 품목에 한 지역 농가의 상품만 전시’ 한다는 원칙으로 홍보·판매된다. 고객은 매장을 방문하여 진열되어 있는 농·특산물을 구매할 수 있고, 주문을 하면 각 품목의 산지와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고객에게 배송된다. 매장을 방문하여 농·특산물을 구매하는 모든 분들에게는 남도쌀 500g을 사은품으로 제공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을 찾는 방문객들이 수산물을 즐기며 각 지역의 대표 농·특산물도 선물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되어 큰 호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올해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인구감소와 청년 유출 등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 기부 활동을 통해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추진하는 정책이다. 누구나 거주지 외 고향·지방자치단체 등에 한 해 500만원 이내에서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김정연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출신 트로트 가수로 ‘고향버스’, ‘어머니’ 등으로 사랑 받고 있다. KBS <6시 내 고향>에서 전국을 버스로 돌며 어르신과 소통하는 국민안내양으로 활약했고, KBS <아침마당>, KBS청주 <무대를 빌려드립니다> 등에서 매끄러운 진행 솜씨를 뽐내고 있다. “국민안내양으로 10여 년 간 전국을 돌며 수많은 농·어민을 만났는데요, 그분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홍보전과 고향사랑기부제도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적극 참여하고 널리 알려야지요.” ‘2023 설맞이 전국 농·특산물 홍보전’과 ‘고향사랑기부제’가 대한민국 모든 지역의 농·특산물이 더욱 사랑 받아 지역경제를 살리는 물꼬를 트여줄 것을 기대해 본다.
김정연

주간경향(총 30 건 검색)

논이 아닌 여의도서…청년 농민이 말하려던 것들(2024. 07. 29 06:00)
2024. 07. 29 06:00 사회
정부 농산물 저관세로 수입 확대에 항의…농기계 시위하다 구금 “농정 실패에 대한 규탄 억누르려 하나”…농민 반발 심상찮아 지난 7월 4일 농기계를 실은 1t 트럭을 몰고 전국농민대회에 참여했다가 구속기소 된 김재영씨가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모습. 김재영씨의 아버지 김군섭씨 제공 지난 7월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청년 농민이 이날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이 청년은 경남 진주에서부터 1t 트럭에 빈 농약살포기계를 싣고 왔다.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더는 농사지을 수 없으니 농기계를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이 그의 트럭을 에워싸면서 충돌이 빚어졌고,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지난 7월 19일 재판에 넘겨졌다. 농기계 반납이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한국에서 농사짓는 고통을 얘기하려던 청년 농민 김재영씨(37·전국농민총연맹 부산경남도연맹 사무국장)는 이렇게 구금됐다. 이른바 ‘청년 농민’은 스마트팜과 같은 혁신 농법으로 농업의 미래를 이끌 일꾼으로 여겨졌다. 전국의 ‘40세 미만’ 청년 농민은 약 1만2000명(2020년 기준). 정부는 앞으로 5년 이내에 청년 농민을 3만명까지 늘리겠다면서 융자 확대, 농지지원, 스마트팜 임대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청년 농민이 왜 농기계 상경투쟁에 나섰을까. 농민운동의 전통을 이어온 동시에 농촌의 피폐화를 대에 걸쳐 목격한 김재영씨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버지도 ‘무분별 수입 반대’ 외쳤건만 김재영씨는 한국에선 보기 드물게 대를 이어 농사를 짓는 청년이다. “대학 다닐 때도 주말이면 밀린 하우스 일을 돕던 착한 아들”(김씨 어머니 주성희씨·65)이었던 김씨는 “청년들이 농사짓지 않으면 농촌은 미래가 없다”(김씨 아버지 김군섭씨·66)는 아버지 뜻에 따라 군말 없이 농부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매실, 고추 등의 밭작물을 키우며 내내 지역 농민회에서 일했다. 농민운동은 김씨의 집안에선 삶 자체였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김군섭씨와 주성희씨는 가족을 이룬 후 지역 농민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가톨릭농민회(전국농민회총연맹의 전신 중 하나) 활동을 한 해도 거르지 않았는데 “아들이 자연스럽게 보고 자란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이 사는 경남 진주 관방마을은 1980년대부터 농민운동이 태동한 곳으로, 김군섭씨는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경남도연맹 의장을 맡기도 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 개방 이후 여러 나라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잖아요. 문제는 우리나라 농사를 지키면서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잖아요, 그 결과 지금 곡물 자급률이 20%가 안 됩니다. (지금 농촌 현실은) 제가 젊을 때 농민운동하며 걱정했던 것보다 더 암울해요. 동네에 아기 울음소리도 안 나고 젊은이도 없죠. 농촌 소멸을 얘기하고 있잖아요.” 김군섭씨는 청·장년 시기 숱하게 ‘아스팔트 농사’에 나섰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2005년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쌀개방을 10년 더 유예하는 대신 의무수입량을 늘리기로 해 농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그해 11월 전국농민대회에서 농민 두 명이 과잉진압으로 사망했다. 김씨도 뇌출혈 부상을 당했다. 지난 7월 4일 농기계를 실은 트럭을 몰고 집회에 참여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김재영씨는 농기계 반납 퍼포먼스를 통해 한국에서 농사짓는 고통을 이야기하려 했다. 아버지 김군섭씨, 어머니 주성희씨는 농민인 동시에 적극적인 농민운동가였고 김씨도 그 길을 따랐다. 김재영씨가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 김군섭씨 제공 김군섭씨는 그 후 농사일을 하면서도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아들 김재영씨가 농사일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는다는 건 밥벌이로서 농사의 어려움과 분노를 이어받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김재영씨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청년 농민운동 활동가로서 농가의 현실을 언급했는데, 그의 이야기는 일관성을 띤다. 생산비용은 올랐고, 농가소득은 줄었는데 대책이 없다는 얘기였다. 지난해 경남지역 농가의 평균 농업소득은 한 해 646만원이었고, 농업 외 소득은 2097만원이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농업소득만으로 살기 힘드니 다른 일을 같이하는 농민들이 더 늘어난 것(지난 5월 28일 경남신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경남지역에서는 농가의 핵심자산인 농지를 담보로 한 대출이 2759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김씨는 “농산물 가격 책정과 생산비 폭등 문제가 있다. 농민들도 좋은 작물을 키우기 위한 소독시설과 영양제 공급 등에 신경을 쓴다. 생산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고 있다”(지난해 10월 9일 경남도민일보)라고 했다. ■기후변화 대책도 수입? 수년 전부터 본격화된 기후위기로 농작물 생산비는 오르고 생산량은 떨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수입 확대’에만 골몰해 농심에 불을 질렀다. 김군섭씨는 이렇게 말했다. “2~3년 전부터 기후위기가 심하게 나타났어요. 과수나 밭작물 농민들이 특히 어렵습니다. 우리 가족은 고추농사를 짓는데 햇볕이 예전보다 적게 나고 비도 많고 해서 수확량이 줄었어요. 얼마 전에도 비가 물폭탄처럼 왔잖아요. 기후위기 시대 농민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농기계를) 가져간 건데 그것 때문에….” 아들 김재영씨가 지난 7월 4일 1t 트럭에 싣고 갔던 농약살포기계는 주로 과수원에서 쓰는 농기계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말한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무관세, 저관세 농산물 수입을 부문별하게 늘리고 있어요. 당장 가격을 낮추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농가는 생산기반이 무너져요. 농민이 살 수는 있게 해줘야 하는데, 무조건 희생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그렇다고 농민들이 소비자들에게 ‘비싼 가격’을 감당하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도시 서민들의 삶도 어렵잖아요. 우리 과일 먹으려 해도 너무 비싸니까 수입 과일에 손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안타까워요. 그러면 정부에서 제대로 정책을 펼쳐 서민들도 우리 과일 먹을 수 있게 해야죠. 그게 국가 역할 아닌가요.”(김군섭씨) 대다수 언론이 깊게 다루지 않는 농민들의 요구사항은 이렇다. 무분별한 ‘저관세·무관세 농산물 수입’을 중단할 것, 이상기후 피해를 보아도 보험금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농업재해보험을 정부가 재정비할 것, 이상기후로 작물이 대량 피해를 본 경우 생산비를 보전해주는 농작물 재해보상법을 제정할 것, 농산물의 60%가 서울 가락시장에 집하됐다가 다시 전국으로 분산되는 복잡한 유통구조를 바꿀 것. 그러나 정부가 농민의 목소리에 성의 있는 답을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 지난 7월 3일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채소·과일·식품원료 51개 품목의 관세율을 0~10%로 낮추는 ‘할당관세’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무관세였던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배추, 당근 등에 더해 무, 오렌지 농축액 등도 초저관세를 적용키로 한 것이다. 관세를 낮추는 또 다른 정책수단인 TRQ(저율관세할당) 제도의 활용도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TRQ는 WTO·FTA 협정에서 정한 품목에 대해 일정한 물량까지는 낮은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저관세 수입량이 너무 많아져 국내 생산자가 타격을 입는 것을 막는 게 제도의 애초 취지지만 정부는 수시로 시행규칙(시장접근물량 증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저관세 물량’ 늘리기를 반복했다. 지난해에도 양파의 TRQ 물량은 기존(2만645t)의 5배가 넘는 11만645t으로 늘었다. 윤병선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정부가 반복적으로 관세를 낮춰 수입물량을 늘리는 것에 대해 “수출국과 수입업자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라면서 “기후재난 고민이 없었던 과거 신자유주의 개방화 정책이 지금도 우리 농업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농민들의 분노 김재영씨의 구속 이후 농민들의 반발은 심상찮다. 경남 창원에서 농사를 짓는 김순재씨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 사람-청년이 심각한 사태를 발생시키지 않았는데도 구금시키는 세상은 옳은 세상이 아니다. 의는 외로우면 안 된다”는 글을 지난 7월 11일 페이스북에 올려 후원모금을 시작했는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목표액(1000만원)을 채웠다고 한다. 경남 진주시청 앞에선 매일 농민들의 1인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지난 7월 20일 창원시 국민의힘 경남도당사 앞에선 김재영씨 구속에 항의하는 ‘트럭 집회’가 열렸다. 권혁주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지난 농민대회에서 물리적 충돌이 세 차례 정도 있었는데, 참가자 10명가량에 소환 통보가 이어지고 있다. 실패한 농정에 대한 규탄을 억누르려는 것으로 본다”면서 “청년 농민 구속에 대한 반발이 불붙는 근본 이유는 농민을 내팽개친 정부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이끌었던 트랙터 투쟁조직 ‘전봉준 투쟁단’의 재결성 등 여러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집
지원 줄고 유가 널뛰고 농민은 ‘한숨’(2023. 11. 24 16:40)
2023. 11. 24 16:40 경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소득 줄어…에너지 절감 기술 확대해야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회원들이 지난 4월 2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거부 및 양곡관리법 전면개정 촉구 농민대표자회의에서 쌀 수입 중단과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동훈 기자 ‘949만원’. 지난해 농가당 영농활동 소득이다.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득이 쪼그라들었다. 소득 감소는 농촌의 불평등과 빈곤까지 키운다. 농민들은 생산비 부담을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국제 원자재 시장이 요동칠 때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안으로 에너지 절감 기술의 보급과 확대, 신재생에너지 활용 등이 제시된다. 소득 줄고 생산비 부담 커지는 농가 지난해 농가의 평균 소득 4615만원 중 농업소득은 949만원이다. 전년 1296만원에서 348만원(-26.8%) 줄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62년 이래 최대 감소 폭이다. 지난해 농업소득이 대폭 감소한 것은 국내외 악재가 한꺼번에 작용한 탓이다. 김태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작년엔 국내적으로 쌀과 한우 가격이 폭락하고,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생산비 부담이 크게 늘면서 농업소득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농업소득은 농업총수입에서 농업경영비(비료·사료 비용 등 생산비)를 뺀 것이다. 지난해 농업총수입은 쌀의 산지 가격 하락 등 영향으로 전년(3720만원)보다 7%가량 줄어든 3460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농업경영비는 전년(2423만원)보다 3.7% 상승한 2511만원이었다. 역대 최고치다.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율도 크게 줄었다. 농업소득 비중은 2018년 30.7%에서 2022년 20.6%로 10.1%포인트 하락했다. 농업소득 감소로 줄어든 전체 농가소득은 부업과 같은 농외소득이나 공적 연금소득, 공익직불제 등과 같은 정부의 이전소득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소득 감소는 불평등도와 빈곤율 심화로 이어졌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11월 1일 내놓은 ‘2018~2022년 농가경제 변화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농가 유형별 소득분포에서 소득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21년 0.389에서 지난해 0.395로 상승했다. 농업소득이 줄면서 농가소득 편차가 커진 이유에서다. 통상 지니계수 값이 0.4 이상이면 소득 불평등도가 심각한 것으로 간주된다. 농촌의 지니계수는 과거 0.4 이상을 보였으나 2020년 들어 0.4 이하로 줄었다. 당시 첫 실시된 공익직불제와 코로나19 시기 지급된 각종 보조금 등 영향으로 소득 불평등이 완화된 영향이 크다고 보고서는 적었다. 빈곤율도 마찬가지다. 전체 농가 빈곤율은 2015년 9.0%에서 2020년 재난지원금 지원, 소농직불금 지급 등 이전소득이 증가하면서 6.4%로 하락했으나, 지난해는 농업소득 감소로 인해 7.8%로 다시 상승했다. 농촌 고령인구도 2018년 63%에서 2022년 76%로 크게 늘었다. 보고서는 현재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향후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이 영농에서 은퇴하는 시점이 도래할 때 농업 생산 분야에 심각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역대급 규모를 보인 생산비 부담은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등으로 국제유가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 국제유가는 올 1월 평균 80.42달러(두바이유·1배럴당)에서 10월 89.75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변동에 밀접하면서 비료의 주요 원료로 쓰이는 요소와 암모니아의 국제 가격은 올 여름 이후 다시 우상향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비료용 요소 수입 단가(t당)는 지난 7월 387달러에서 9월 409달러로 올랐다. 국제 곡물 시장도 비슷한 흐름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 10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0.6으로 전월(121.3)보다 0.5% 내렸지만, 여전히 평균 가격(2014∼2016년 평균값 100)을 크게 웃돈다. 환율 상승도 농가 생산비용 측면에서 악재다. 2021년 8월 평균 1123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올해 8월 1310원까지 올랐다. 유찬희 농촌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국제유가가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전기요금과 면세유값 등과 같은) 영농광열비와 비료비의 고공행진은 계속되고 있다”며 “지난해 농업소득의 기저효과로 올해 소득이 높아 보일 수는 있지만, 농업소득이 (평년 수준을 회복할 만큼) 충분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관계자들이 지난 8월 28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보상 등을 요구하며 충남 예산군 예산읍 궁평리 한 논콩밭을 갈아엎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 원자재 가격 전망은 향후 국제 원자재 시장 전망은 어떨까. 국제유가의 경우 지난 9월 월평균 93.25달러(두바이유·1배럴당)에서 10월 3.8% 하락한 89.75달러로 최근 주춤한 흐름이지만, 변수가 많아 추이를 예단하기 힘든 분위기다. 우선 주요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여부가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11월 20일(현지시간) CNBC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최소 연말까지 석유 감산과 공급 감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는 유가 하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1200만 배럴에서 900만 배럴로 줄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회원국들도 추가 감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주목할 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양상이다. 이란 참전 등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산업연구원이 11월 8일 발간한 ‘이·팔 전쟁으로 인한 유가 변동 가능성과 국내 산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는 전쟁 양상에 따른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먼저 가자지구 내에서 전쟁이 심화하다 종료되는 경우, 국제유가가 1배럴당 최소 3달러 이상 상승할 것으로 봤다. 전쟁 당사국들이 원유 생산국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유가 변동에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레바논과 시리아가 전쟁에 가담하는 경우인데, 이때는 8달러에서 최대 31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봤다. 마지막은 전면전 시나리오인데, 이 경우 국제유가는 150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올 1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동 원유 수입 비중은 70.2%로, 어떤 상황이 됐건 국내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국제유가 전망치를 올려잡았다. KDI는 11월 9일 발표한 ‘2023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국제유가 전망치를 기존(8월 전망치) 1배럴당 75달러에서 8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국제 곡물 가격 불확실성도 크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올해 1월 130.2에서 꾸준히 하락해 지난 10월 120.6까지 내려왔지만, 전체적인 수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021년 기준으로 각각 세계 1위, 5위의 밀 수출국이다. 11월 22일 농촌경제연구원은 해외 곡물 동향에서 “소위 인도주의적 회랑을 통한 운송 재개에도 불구하고 수출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으로 밀 시장은 계속해서 혼란을 겪고 있다”며 “올해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량은 전쟁 전 수준보다 35% 적었으며, 2024년에 (생산량이) 반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곡물시장 악재는 또 있다. 밀과 쌀을 세계에서 각각 두 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인도가 오는 12월 말 종료될 예정인 곡물 무료제공 프로그램을 5년 더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프로그램은 8억여 국민에게 매월 밀이나 쌀 5㎏을 무료로 제공하는 정책이다.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선 밀과 쌀을 농민들에게 사들여야 한다. 자국 내 원활한 공급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환으로 취한 곡물 수출 제한 조치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5월 밀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올 7월부턴 쌀 수출도 금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10일 경기 수원 팔달구 서호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8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예산 확보와 신재생에너지 활용 중요” ‘국제유가 상승이 농가 생산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한 분석도 최근 나왔다. 농촌경제연구원이 11월 15일 세계은행(WB)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농가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 한국 농업 부문에는 어떤 영향이?’란 제목의 보고서다. 보고서는 전쟁이 1973년 중동 석유 수출 제한 사태처럼 확산할 경우, 올 4분기 비료비 지수가 (당초 WB가 전망한) 베이스라인보다 3.7~4.9%, 영농광열비 지수는 35.8~47.9% 각각 상승할 것으로 봤다. 특히 이로 인한 내년 농업소득은 베이스라인보다 4.2~5.6%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농가는 농작물 생육 조건을 계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유가가 올라도 단기간에 유류 사용량을 줄이는 일이 적다”면서 “유가가 계속 일정 수준 이상 인상된다면 일부 농가가 경작을 포기하거나 재배면적을 줄이면서 생산량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적었다. 국제 곡물 가격은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여전히 평균 대비 고점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농가의 사료비 부담도 줄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배합사료 평균 가격은 1㎏당 2020년 479원에서 올해 8월 672원 수준까지 올랐다. 농민단체들은 사료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그간의 생산비 부담 누적과 가축 사육 기간(한우 30개월·육우 22개월)을 고려할 때 축산농가의 경영 여건이 당장 호전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호소한다. 농민단체들은 특히 내년 예산의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예산안 규모가 생산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농촌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무기질비료 가격 보조 및 수급 안정 예산이다. 올해 1000억원인 무기질비료 가격 보조 예산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정부안에서 전액 삭감됐다. 사업은 무기질비료 가격 인상분의 80%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기재부는 국제 비료 가격이 최정점을 보였던 2021년 8월과 비교해 올 5~6월엔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며, 내년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국에서의 요소 수입이 원활하지 않고 국제 원자재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 7월 이후 요소 수입 단가가 크게 올랐다. 비료 가격은 운송비와 인건비 상승, 환율 상승 등 영향으로 여전히 고점을 유지하고 있다. 농가 생산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국회와 기재부를 설득해 관련 예산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1일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이 발생한 경기 평택시의 한 젖소 농가에서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국회 농해수위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무기질비료 가격보조 예산을 576억8100만원으로 다시 증액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등 농민단체들이 정부의 예산안 제출 이후 요구한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차액 보전 예산(519억2000만원), 농업용 면세유 인상액 차액 지원 예산(653억7200만원) 등도 신규 편성됐다. 다만 최종 예산 규모는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기관이 내년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한다. 무기질 비료만 보더라도 원료는 전량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원자재 가격 변화에 민감하다. 무기질비료 가격 보조를 포함한 전기요금 인상 가격 보전, 면세유 인상액 차액 지원 등은 농가 생산비 부담을 줄여주는 대표적인 농가 경영 지원 예산이다.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이런 예산들이 내년도 본예산에 포함돼야 한다. 그래야 돌발변수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고 농가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한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김태후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렇게 덧붙였다. “농가 생산비 부담 상승의 원인, 즉 국제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 확대와 환율 상승과 같은 국제 변수는 정부 입장에서도 사실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기가 어렵다. 당장은 무기질비료, 면세유, 전기요금 등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미봉책에 가깝다. 농가가 에너지 절감 기술을 수용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에너지 절감 노력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전기료를 보조해주는 방식 등이다. 또 신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목재 펠릿을 활용하거나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가스를 생산해 인근 농가 시설에 전기를 보내는 방식이다.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면 국제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더라도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원희복의 인물탐구]‘농민수당’ 전도사 박경철 “식민지 농정 이제 끝내야”(2019. 11. 25 14:01)
2019. 11. 25 14:01 사회
11월 11일을 정체불명 ‘빼빼로데이’만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날은 엄연한 법정기념일인 ‘농업인의 날’이다. 그러나 잔칫날이어야 할 이날 농민들은 상복을 입었고, 박근혜 탄핵에 앞장선 ‘전봉준 투쟁단’ 트랙터부대가 다시 등장했다. 11월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장 박행덕)이 주최한 ‘전국 농민 총궐기 대회’에는 농민 1만여 명이 참가해 정부를 규탄했다. 이렇게 농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정부가 10월 25일 세계무역기구(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농산물 수입관세가 낮아져 외국산 농산물이 물밀듯 밀려온다. 게다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까지 타결되면서 중국·호주·뉴질랜드 등 농업 강대국 농산물이 대거 들어온다. 이렇게 위기에 놓인 농촌문제를 풀 유일한 해결책이 ‘농민기본소득’ 혹은 ‘농민수당’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도입됐고, ‘농민기본소득 추진 전국운동본부’가 12월 19일 출범할 예정이다. 충남연구원 박경철 박사(49)는 오래전부터 전국을 돌며 ‘농민수당 전도사’를 자처해왔다. 지난 11월 15일 그를 만났다. ‘농민의 날’에 상복 입은 농민들 -최근 백남기 농민 4주기를 맞아 ‘백남기기념사업회’가 창립됐다. 그 자리에 여러 농민단체 지도부가 참여했는데, 의외로 현 정부의 농정에 대한 분노가 높더라. 사업회 초대 이사장이 된 정현찬 전 전농의장은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가졌지만, 그 희망이 분노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왜 농민이 분노하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주요 20개국(G20)에 들어갈 정도로 경제선진국이지만 농업부문은 굉장히 열악하다. 우리는 소농 위주다. 외국과 경쟁 자체가 안 된다. 그래서 WTO에도 분야별 관세부과에 차등을 두고 있다. 우리가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쌀 수입관세가 513%에서 154%로 낮아진다. 값싼 미국·중국·동남아산 쌀이 대거 들어올 것이다. 중국은 질 좋은 동북미를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해 이미 다롄에 선적항까지 다 만들어 놨다. 우리는 해충 반입 등을 이유로 사과 수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것이 풀리면 우리 과수농사는 모두 망할 것이다.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우리 농업은 소수 친환경·직거래만 남고 모두 사라질 것이다.” -정부가 면밀히 수출입 품목을 검토해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아닐까. “이번 WTO 개도국 포기 결론은 합리적인 토론을 거쳐 나온 것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90일 이내에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미국은 우리를 먼저 쳐야 중국과 인도 관세장벽을 철폐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WTO 개도국 포기 카드를 사용했다. 마치 ‘방위비 더 낼래, 농업 포기할래’를 요구한 것이다. 그 압박에 우리는 농업을 포기한 것이다.” -정부 결정에 농민단체들이 대책위를 구성하고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우리 정부 대책은 무엇이고,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는 아직 완전한 대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식량안보 등에 필요하다면 ‘민감품목’ 등으로 지정해 약간 관세를 올릴 수는 있다. 쌀은 393%까지 올릴 수 있다. 정부는 이 점을 고려하는 것 같은데, 대신 의무적으로 쌀 수입 비율을 높여야 한다. 사실 그게 그것일 수 있다.” 어차피 값싼 농산물 수입은 피할 수 없는 ‘외통수’ 같아 보인다. 그에 맞서 우리 농업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문제는 애당초 외국과 경쟁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전체 농민의 72.6%가 농지면적 1㏊ 미만이고, 평균 1.37㏊다. 이에 유럽은 평균 40~50㏊, 프랑스는 70㏊에 이르고, 미국은 82㏊, 호주는 373㏊에 이른다. 애당초 규모나 생산성에서 경쟁이 안 된다. 우리보다 평균 경작면적이 30~40배 큰 유럽조차 농업경쟁력을 잃고 각종 직불금으로 농촌이 유지되고 있다. 박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외국 농민도 다 어려워 정부가 직불금을 준다. 그러나 유럽은 농가당 평균 경작면적이 크기 때문에 직불금만으로도 기본소득이 가능하다. 여기에 친환경·경관 직불금·생물종 다양성 농업을 하면 허용보조를 더 받을 수도 있다. 독일도 우윳값이 물값보다 쌀 정도다. 모두 축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지만 직불금 주고 친환경 목축을 하면 추가 보조가 있어 축산이 유지된다. 서구의 목가적인 농촌풍경은 모두 직불금, 정부지원 때문에 가능하다. 유럽연합(EU) 전체 예산의 40%가 농업예산이고, 그중 72%가 농업직불금으로 나간다. 스위스는 농업예산의 85%를 아예 농민에게 직접 준다. 이들은 농촌을 자연, 혹은 힐링 공간 등으로 보존하면서 얻는 무한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농민 72.6% 연 평균 직불금 겨우 40만원 우리나라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도입된 직불금제도가 있다. 박 박사는 “직불금을 면적단위로 주다보니 상위 12%의 농가가 전체 직불금 절반을 가져간다”면서 “1㏊ 미만 농가가 전체 농민의 72.6%인데 이들이 받는 연간 평균 직불금이 4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년에 40만원 수입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직불금제도에는 크게 ‘허용보조’와 ‘감축대상보조’ 두 가지가 있다. 허용보조는 환경·생태농업에 보조하는 것으로 무한정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감축대상보조는 쌀 변동직불금처럼 가격정책에 따라 큰 차이가 나고, WTO 개도국 지위가 사라지면 이 부분이 대폭 줄어든다. 그는 “농민들은 쌀값 폭락 시 대책없이 변동직불금을 없애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1990년대 초부터 농민기본소득에 관심을 갖고 중국(베이징대)에 유학할 때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 2014년 충남연구원에 ‘농민기본소득연구회’를 만들어 이를 본격 연구했다. 아마 그는 농민수당, 혹은 농민기본소득 제도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학자라고 할 수 있다. -농민수당이냐, 농민기본소득이냐를 놓고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보는 시각에 따라 약간 다르다. 전농·민중당은 농민수당이라고 쓰는데 이는 농업의 본래적 가치, 사회적 기여도를 감안해 당연히 받아야 할 ‘수당’으로 표현하고, 농민기본소득은 WTO와 도시화·개방화 과정에서 소외된 농정에 대한 생존권적 지원이라는 관점에서 ‘기본소득’이라고 쓴다. 그러나 학술적 용어와 대중적 용어 차이일 수도 있다.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이라면 잘 이해가 안 돼 그냥 ‘수당’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기본소득 원칙과 정신에 입각해서 쓴다.” -이미 일부 자치단체에서 농민수당을 도입했다. 그리고 내년부터 많은 자치단체가 이를 도입하기로 했다. 농민수당 도입역사는 어떤가. “2018년부터 전남 강진에서 농업인경영안정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연 70만원을 지원했다. 전남 해남은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지원조례를 제정해 논·밭·임업인까지 지원한다. 일부 자치단체는 농·어가에 지원한다. 전남·전북·충남·강원 등이 내년부터 도입하겠다며 준비를 하고 있다.” 11월 8일 국회에서 황민영 농민기본소득 추진 전국운동본부 위원장, 하승수 전 녹색당 운영위원장, 박경철 박사 등 참가단체 관계자들이 결성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가 농민기본소득을 내년 6개 시·군, 2021년 15개 시·군, 2022년에는 31개 전체 시·군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게다가 가구가 아닌 개인에게 지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그렇다. 농민기본소득은 개인에 대한 권리로 개인에게 직접 주는 것이 취지에 맞다. 지금까지 농민수당은 모두 ‘농가당’으로 지원해 농촌 여성·청년이 소외됐다. 그래서 농민 개인 모두에 주겠다는 이번 경기도 결정은 획기적이다. 지금까지 농가에 주면 관리하기 쉽고 행정적으로 편해 그리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별도 소득이나 실제 경작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부정수급 문제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농민수당을 지역화폐로 주자는 주장이 있다. 또 농촌 소상공인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지역화폐로 주자는 것은 ‘신의 한 수’처럼 좋은 아이디어다. 시골에 가면 농민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도 매우 어렵다. 농촌인구의 30%만 농민이고, 70%는 비농민이다. 농촌의 소상공 자영업자는 지역화폐로 주는 것을 크게 반긴다.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지역화폐를 주는 것이 좋다.” -농민기본소득을 개인 모두에게 주겠다는 경기도의 결정은 재정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재정력이 약한 지방정부는 재원 마련이 어렵다. 결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도입해야 하는 문제 아닌가. “자치단체 재정력도 중요하지만 단체장의 철학과 의지도 중요하다. 정부도 지금까지 ‘생산주의 농업’에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농업의 공익·다원적 가치, 즉 식량안보나 생태·환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공익형 직불제로 전체 농가의 45%를 차지하는 0.5㏊ 미만 농가에 월 80만~100만원 정도를 기본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언제 이뤄질 지 기간과 예산확보가 관건이다.” 박 박사는 1970년 전북 고창 출신이다. 1894년 3월 동학농민혁명의 무장기포가 일어난 바로 그곳이다. 부모 모두 농사꾼이다. 전주 상산고를 나와 1989년 건국대 농학과에 입학했다. 농대 학생회 간부로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쌀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학내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국제협력단 해외봉사단(농업부문)으로 중국에 파견돼 베이징대와 다롄 농업과학연구소에서 2년간 공부했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석사·박사과정을 마치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들어갔다가, 다시 중국 베이징대에 가서 2012년 박사학위(사회학)를 받았다. 농업에 쓴 수백조원은 다 어디로 갔나 귀국 후 충남연구원 ‘농촌농업연구부(현 지역도시문화연구실)’에 들어가 현재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그러니까 그는 대학 학부 때부터 지금까지 농업·농촌 연구에만 매달려온 셈이다. 요즘에는 시간만 나면 전국을 돌며 농민수당 도입 필요성을 설명하는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1997년 쌀시장 개방을 시작으로 피폐해진 농촌을 살린다며 정부는 수백조원 이상 예산을 투입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농민은 살기 힘들어하고, 농촌에 빈집은 늘어난다. ‘지방소멸’ 얘기가 나오고 농민은 트랙터를 몰고 아스팔트를 달린다. 대관절 농업을 살린다며 쓴 수백조원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박 박사는 농정에 대한 지금까지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극도로 영세한 우리 농업은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그동안 농촌 소득증대 사업이나 농촌개발사업 등은 20%의 농민에게만 혜택이 돌아갔고, 이마저 경쟁력을 잃고 빚으로 남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농정예산은 비료·농자재 업자, 농업 관련 기관들이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농민의 80%는 정부지원에서 소외된 채 사실상 방치됐다. 그는 “되지도 않는 농업경쟁력 운운하는 생산주의 농정은 이제 포기해야 한다”면서 “유럽처럼 농업예산의 72%, 스위스처럼 예산의 85%를 직접 농민에게 줘야 한다”고 단언한다. 그는 우리 농업예산은 15조원 정도로 농가당 월 50만원, 170만 명에 이르는 농민당 20만원만 월급방식으로 주더라도 5조~6조원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부부 합해 월 90만원 정도면 농촌에서 버틸 힘이 된다”면서 “예산이 없어 못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농업예산의 35%만 농민수당으로 쓰면 농민이 거리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우 간단하고, 지금이라도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이 해결책을 왜 못하는 것일까. 그는 ‘식민지 농정방식’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힐난한다. 박 박사는 “말 잘 듣고 빽 있는 농민이나 단체가 예산을 차지하고, 예산으로 농민을 통제하려는 방식은 전형적인 식민지 관리 농정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는 농업 관련 기관·단체·공무원이 너무 많아 농정예산 상당액이 이들 차지가 된다. 힘없는 농민에 ‘기생’하는 탐관오리가 많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원희복의 인물탐구
[원희복의 인물탐구]백남기농민기념사업회(준) 공동대표 정현찬 “백남기 정신은 농정틀 바꾸라는 것”(2019. 04. 01 15:06)
2019. 04. 01 15:06 사회
백·남·기. 참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 그는 2015년 11월 14일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서울대병원에서 317일간투병 끝에 숨졌다. 그는 촛불혁명의 상징으로 매일 지면을 장식했고, <주간경향>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2년여 지난 지금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기사를 검색해보니 ‘백남기’라는 이름이 언론에 등장한 것은 지난 연말 우리밀 수매를 다시 시작했다는 ‘백남기 우리밀’ 보도가 마지막이었다. 지난 3월 20일 서울 민주노총 회의실에 ‘백남기 사람들’이 모였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전 의장,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 조덕휘 전국빈민연합 전 의장, 유영훈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이사장, 김인한 천주교 사제 등이다. 이 모임은 백남기농민기념사업회를 만들기 위한 준비모임으로 조병옥 전 전농 사무총장이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올해 11월 14일에 창립대회 열기로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고 쓰러지자 민중단체들은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국민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백남기 농민이 숨지자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백남기투쟁본부)로 전환했다. 촛불혁명이 대략 마무리된 2017년 백남기투쟁본부 대표들은 백남기기념사업회를 만들기로 했다. 이후 몇 차례 회의를 통해 오는 11월 14일 창립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기념사업이 구체화되고 있다.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가농)전 회장(71)이 이 기념사업회 준비모임의 ‘좌장’을 맡고 있다. 정 전 회장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제1차 민중총궐기 이후 촛불혁명 맨앞에 선 사람이다. 그 스스로 “팔자에 없던 기자회견 40여회를 비롯해 100차례가 넘게 마이크를 잡았다”고 말할 정도다. 기자가 ‘TV에도 자주 나와 언론 상대하기 익숙해졌을 것’이라고 하자 그는 “그렇지 않다, 나는 농사만 짓던 농사꾼”이라며 웃었다. -백남기농민기념사업회를 만드는 취지가 뭔가. “백남기 농민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준비하는 정관에 ‘백남기 농민의 희생은 박근혜를 권좌에서 끌어내는 결정적 동력이 된 1700만 촛불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이러한 백남기 농민의 뜻을 따라 차별과 소외가 없고 억압과 착취가 없는 조국의 평화와 통일 세상을 만들어가고, 나아가 농업·농촌·농민의 평등세상을 만든다’고 밝혔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기념사업회를 만드는 목적이다.” 2016년 9월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을 비롯한 백남기투쟁본부 지도부가 서울대병원 영안실 앞에서 백남기 농민 시신 사수를 결의하고 있다. / 민주노총 제공 -기념사업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일단은 민중총궐기를 같이했던 사람·단체 중 농민·노동자·빈민 대표들이 먼저 하기로 했다.” -백남기 농민에 대한 보상 등 법적 문제는 마무리됐는가. “정부 보상도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물대포를 쏜 경찰과 기동단장은 벌금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를 받는 등 유죄판결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당시 경찰청장 등 수뇌부는 무죄 판결을 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허위진단서를 발부해 의료법을 위반한 서창석 서울대병원장과 백선하 교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이 남아있긴 하다.” -촛불혁명을 진두지휘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경찰이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탈취하기 위해 서울대병원에 난입했을 때다. 그때가 가장 힘들고 어려운 때였다. 그때 영안실에서 우리 농민들은 조를 짜 밤새 백남기 농민을 지켰고 여기에 노동자·빈민·시민단체들이 함께했다.” 장례식날 전국 30만 명이 촛불 들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회고해 달라는 것은 기자의 잔인한 질문이다.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2016년 9월 25일 숨지자 경찰은 시신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 보통 변사의 경우 사인을 정확히 가리기 위해 검사의 지휘로 부검을 하지만 병원에서 숨졌을 때 부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검은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조작하려는 시도였다. 서울대병원은 이미 ‘병사’라는 사망진단서를 발부했다. 경찰과 당시 여당 새누리당은 ‘일베’들이 주장했던 빨간 우의의 소행인지 밝히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거래하던 법원은 충실히 부검영장을 발부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경찰의 부검을 막기 위해 사수대를 만들어 시신을 지켰다. 서울대병원 영안실 앞에서 백남기투쟁본부 지도부는 삭발하고, 청년들은 서로 스크럼을 짜고 진입하는 경찰을 맨몸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더 이상 공권력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때 서울대병원이 백남기 농민에 대해 ‘병사’라는 엉터리 사망진단서를 발부했음이 드러났다. 초보 의대생도 알고, 작성 규정에도 어긋난 이 사망진단서에 민심은 동요했다. 이때 서울대 의대생들이 ‘선배님들에게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대자보는 전국으로 확산됐고 국민적 공분이 이어지면서 촛불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농성장인 서울대병원 영안실에는 컵라면과 식수 등 후원물품이 넘쳤다. 경찰은 백남기 농민 시신 압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16년 11월 5일, 숨진 지 41일 만에 치른 백남기 농민 장례식에는 광화문에만 20만명, 전국적으로 30만명이 참가해 촛불을 들었다.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2015년 11월 14일부터 장례일까지 근 1년간 서울에서 생활했다. 시골의 농사는 누가 지었는가. “1년간 서울에서 ‘아스팔트 농사’를 지었다. 집사람이 힘들어 했지. 하지만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밝히는 싸움이 더 큰 농사였다.”(웃음)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 불과 몇 년 만에 국민들에게 잊혀진 것 같다.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백남기 농민이 무엇 때문에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느냐를 잊었다. 그것은 이 땅 민중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일념이었다. 사람들은 단순히 물대포 사고에만 관심 있지 백남기 농민의 정신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단순히 보상금 얼마 주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농정의 틀을 바꿔야 한다. 농민이 살 수 있는 틀을 만들라는 것이다.” 정현찬 전 가톨릭농민회 회장이 지난 3월 20일 열린 백남기농민기념사업회준비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백남기 농민은 우리 먹거리의 소중함을 알리려다 목숨을 잃었다. 그때도 농민들은 밥 한 공기분 쌀값 300원을 요구했지만 촛불정부에서도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촛불혁명 주역인 민중총궐기 참여세력은 “이 정부에게 팽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솔직히 서운한 점이 많다. 이 정부는 노동자·농민 등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정부다, 그러면 노동자·농민에 대한 정책을 펴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우리 농업이 어렵게 된 이유는 정부가 대기업과 기업농 중심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는 중·소농이 농업의 70% 이상을 지탱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대기업이 농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많은 농민들이 생계를 잃는다.” -그래서 엊그제(3월 15일) 여의도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연 것인가. “그렇다. 한창 못자리를 준비해야 할 시기에 여의도에서 농민대회를 연 것은 그만큼 시급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에게도 지금 시급한 것이 일자리 창출 문제인데, 지금 농촌에 있는 농민의 일자리를 없애려고 하고 있다. 상당히 잘못된 것이다.” -백남기 농민은 평소 자기를 내세우기 싫어했다. 그래서인지 촛불혁명 주역인 농민들은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는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것을 과장해서 앞세우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너무 순진하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자신을 내세우기 싫어하는 백남기 농민의 개인적 품성과 촛불혁명은 차원이 다르다. 안중근 의사 어머니는 아들을 내세우기 싫어하는 어머니였지만 아들이 했던 그 정신을 알리려 했다. 우리도 백남기 농민의 본래 정신과 의미를 알리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촛불혁명 정신으로 살아가자는 것이다. 이번에 기념사업회를 만드는 것도 우리가 촛불혁명의 주역임을 당당히 알리고, 상응하는 권리를 찾는 사업도 하기 위함이다.” 가톨릭농민회 가입 이후 세상과 맞서 정 공동대표는 1948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마치고 계속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참 목가적이고 단순한 삶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 농민의 삶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몸부림쳐야 했다. 그는 1979년 가톨릭농민회에 가입하면서 세상과 맞섰다. 그는 82년 농지세 폐지운동에 앞장섰다. 그는 “일제가 우리 농민을 수탈하기 위해 만든 쌀농사에 대한 갑농지세, 밭농사에 대한 을농지세, 그리고 물에 대한 수세가 이승만·박정희 정권 때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가톨릭농민회는 1964년 농촌 청년들이 조직한 가톨릭노동청년회에서 비롯됐다. 이 조직은 1966년 10월 ‘가톨릭농촌청년회’로 설립됐다가 1972년 지금 이름으로 바뀌었다. 가톨릭농민회는 농민을 교육하고 일깨워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조직됐다. 당연히 정부와 농협의 횡포에 맞섰다. 1970~80년대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농지세·수세 철폐투쟁을 벌였고, 문민정부 때에는 농산물시장 개방 반대투쟁, 수매가 인상투쟁 등을 벌였다. 최근에는 식량주권과 우리농촌살리기, 생명농업 등을 강조하고 있다. 정 공동대표는 2002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맡았고, 2013년부터 임기 2년의 가농 회장을 두 번이나 연임했다. 백남기 농민은 1986년 가농에 가입해 전국 부회장을 역임, 함께 가농 활동을 한 친구 사이다. 친구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자 그는 서울대병원 옆에 천막을 치고 1년간 투쟁을 지휘했다. 그는 민중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연대, 퇴진행동 주최로 연 촛불집회 첫 연사로 대회사를 직접 읽었다. 이후 100여회 이어진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백남기 농민 장례식을 마친 그는 고향으로 내려갔고, 가농 회장도 내려놨다. 백남기농민기념사업회 일로 가끔 서울에 오지만 조용히 ‘촌로’로 되돌아갔다. 그는 논에 볍씨를 뿌리고 밭에 고추·고구마·참깨도 심었다. 그는 “이제 나이가 들어 조금밖에 농사를 못한다”면서 “한 3000평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농사를 지어 생활이 되는가’라고 묻자 “자식 농사는 다 지어 돈 들어갈 곳이 별로 없다”면서 “내가 지은 쌀로 밥해 먹으면 되지”라고 말했다. 정 공동대표는 마지막으로 “역사를 보면 나라가 어려울 때 지식인이 나라를 구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농민 등 민중들이 나섰다”면서 “민중이 나라를 구해 놓으면 정치인이 그 과실을 차지하고 민중의 역할은 잊어버린다”고 질타했다. 그의 마지막 말은 ‘먹물들’에 대한 준엄한 경고로 들렸다.
원희복의 인물탐구

레이디경향(총 1 건 검색)

국회 입성 두달째 맞는 농민출신 여성의원 민노당 현애자 의원
2004. 08. 01 화제
“하루 12시간씩 밭에 나가 일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농촌을 살리려면 농민이 직접 정치에 나설 수밖에 없겠더군요” 탄핵 정국을 헤치고 17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여. 상생의 정치를 표방하며 ‘새 정치’를 약속한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빛나고 있다. 농민 출신 첫 여성 국회의원 현애자 의원. 논밭을 떠나 국회로 일터를 옮긴 그녀의 의정 활동 두 달을 함께 돌아봤다. 서민 눈높이 맞추려 1백80만원 월급으로 의정 활동 노동자와 농민을 대변하며 원외에서 활동해온 민노당의 첫 원내 진출은 17대 국회가 갖는 역사적 의미로 평가받는다. 10명의 민노당 의원 중에서도 특히 현애자 의원(42)이 눈길을 끄는 것은 그녀가 비주류 중의 비주류, 즉 농민이자 여성이라는 점 때문이다. 현 의원은 제주지역문화운동협의회 사무국장, 제주도 여성농민회 준비위원회 준비위원장 등을 지내며 15년 동안 농사와 농민운동을 병행해왔다. 민노당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이번에 서울로 올라오기 전에도 제주도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있었다. 현애자 의원이 머물고 있는 국회의원회관 802호. 25평씩 배정되는 사무실에는 입구부터 책상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사무실의 절반 가까이를 의원 혼자 넉넉하게 사용하는 것이 관행이지만, 802호에는 의원 전용 공간이랄 만한 곳이 없다. 커다란 접대용 소파는 구석에 몰아넣었고 대신 둥그런 회의용 원탁이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의원용 책상 중에 컴퓨터 책상은 보좌관에게 할애되어 의원용 책상과 마주보고 있다. 위엄 있는 국회의원의 방이라기보다는 의원과 보좌진이 함께 ‘일하는’ 공간으로서 활용되고 있음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집과 일터를 떠나 현실 정치에 뛰어든 현 의원은 요즘 ‘제도권’이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의욕적으로 의정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보건복지위와 예결산특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원외와 원내를 오가며 균형 감각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이라크 파병 반대 집회에 참석함은 물론이고, 성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퀴어 문화축제에도 참가했다. 지난 7월 1일에는 ‘장애인이동권연대’ 집회에 참석한 뒤 회원들과 함께 국회 정문을 통과하려다 ‘시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3시간 동안 국회 출입을 제지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본회의에 결석 한 번 하지 않고 누구 못지않게 왕성한 의정 활동을 하는 현 의원의 급여는 월 1백80만원. 서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하자는 당의 방침에 따라 8백40여만원의 세비 중 1백8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당에 반납하고 있다. 집을 떠나 서울 용산 해방촌에 7천5백만원짜리 전세를 얻어 생활하고 있는 현 의원은 지난달 구입한 중고 아반떼로 출퇴근하며 2천5백원짜리 의원회관 직원식당을 이용하면서 박봉을 쪼개 쓰고 있다. 소수당 소속 여성 국회의원으로서 국회에서 두 달여를 보낸 소감이 궁금합니다. 농사지으면서 농민운동한 지 15년이 됐는데 작년 한 해가 가장 힘들었어요. 이제는 한계 상황에 다다랐구나 싶을 정도였죠. 정치하는 사람들은 선거 때마다 농민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지만, 막상 국회에 진출하고 나면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할 뿐이었습니다. 그럴 바에야 우리가 직접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게 낫겠다고 결론을 내렸죠. 처음에는 하루 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민노당 의원들의 경우 원내 활동 외에 원외 활동도 활발히 하기 때문에 노동자, 농민 등 서민의 생활 속에서 배우는 것이 많아요. 각계 각층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들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노동자 평균임금에 준하는 수준의 세비를 받겠다는 것이 민노당의 공약이었는데요, 객지 생활하시다 보면 아무래도 돈이 많이 들 텐데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기본적으로 1백80만원의 월급을 받습니다. 촌사람이다 보니 도시 생활을 해보지 않아서 1백80만원으로도 충분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서울 생활을 해보니 1백80만원은 간단히 없어지는 돈이더군요. 아무래도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구요. 말씀하셨듯이 두 집(?) 살림을 꾸리자니 더욱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전세 대출을 받은 이자가 60만원, 차량 할부가 35만원 정도 나가고 거기에 공과금, 생활비 등을 제하고 나면 거의 적자 수준입니다. 지금까지  농가 부채도 많은데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많은 서민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아닌가 합니다. 어렵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잘 살아가야지요. 보도를 통해 국회 정문 앞에서 출입을 제지당했던 사건을 접했습니다. 기득권이 없는 소수당 의원에 대한 경찰의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이에 대해 당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실제로 어떻게 매듭 지어졌는지요. 당과 의원단 차원의 항의가 있었고, 행정자치위원회에서  경찰청, 행정자치부 업무 보고에 대해 질의가 있었습니다. 이후 서울시 경찰청에 방문해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받았습니다. 이라크 파병 반대 입장이신 것으로 압니다. 명분 없는 전쟁의 위험성을 걱정하면서도 우리나라 안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의원님의 소신을 말씀해주십시오. 부당한 폭력에 대해서는 한 개인이라도 대항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나라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계속 밝혀지고 있듯이 부시의 이라크 전쟁은 명백히 ‘침공’이었습니다. 이는 최근 미국의 정보위원회 보고서에서도 밝혀졌구요. 부시 대통령이 내걸었던 온갖 미사여구가 허구로 드러나고 있는 거죠. 실제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가 이라크 국민들이라는 것도 눈앞에 보이지 않습니까. 부시 정권의 명분 없는 전쟁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던 영국 블레어 총리의 지지도 하락이나, 고이즈미 총리의 선거 참패 등은 이미 전세계 여론이 미국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 김선일씨 피랍·살해 사건, 부산항의 테러 경고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파병 강행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정권이 안보나 경제를 빌미로 파병 강행을 요구하는 것은 협박에 다름없고, 오히려 일방적인 관계인 한미동맹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새내기 국회의원의 눈으로 봤을 때, 국회의 관행이나 시스템 중에 반드시 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초선의원이 많아져서인지 국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민노당이 초기에 국회의원의 특권 폐지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하면서 새로운 개혁의 분위기는 형성 됐습니다.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 폐지안이 대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사진행 등에 있어서는 답답함이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언론을 통해서도 접했듯이 교섭단체 중심의 국정 운영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거대 정당인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양당이 합의가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습니다. 국민의 기대 속에 출발한 17대 국회가 한 달이 지나서야 원구성이 된 것도 이때문입니다. 어제(7월 15일) 추경예산안에 대해서도 두 당이 합의되지 않아 예결위 회의가 5시간이나 지나 열렸습니다. 비교섭단체 의원들은 의결 과정에 참여하지도 못하고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회의를 기다리고, 결국 회의장에서도 이미 합의된 내용을 통과시키는 것을 보고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국민의 20%에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는 민노당이 국회에서는 원천적으로 20%의 목소리도 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출퇴근은 어떻게 하십니까? 서울시 버스체계 개편 이후 버스를 타보신 적이 있는지요? 두 달 여 전 중고차를 한 대 구입했습니다. 평소 이동은 주로 이 차량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며칠 전 개편 후 버스로 이동을 하려다가 결국 시간에 쫓겨 택시를 타고 말았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힘들지는 않으신지요. 가족의 지원 없이는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일 텐데요. 남편이나 자녀들이 어떻게 응원해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마음이 아프면서도 가장 큰 지지자가 가족입니다. 처음 서울에 올 때 일주일에 한 번은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쉽지 않더군요. 현재 3주째 집에 못 내려가고 있습니다. 특히 다섯 살 난 막내딸이 눈에 밟혀요. 위로 아들 둘을 낳고 늦둥이를 봤는데, 여자들끼리 연대하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딸을 낳았죠.(웃음) 집안일이며 농사일에서 제가 갑자기 빠져버린 상황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특히 남편이 힘들어했습니다. 하지만 남편 또한 농민운동을 했던 활동가로서 격려와 지지를 보내줍니다. 초기에는 아이들이 엄마가 없는 상황에 적응을 못하고 ‘우유를 사오라’거나 ‘통닭을 시켜달라’는 전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막내딸 자연이가 통화할 때마다 울고 보채서 마음이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통화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자연이도 많이 익숙해져서 매일매일 밝게 통화를 합니다. 물론 가끔 칭얼대기는 하지만요. 얼마 전 동네 사람들이 ‘엄마 뭐 하니?’라고 물었더니 자연이가 ‘우리 엄마는 국회의원이고, 밭에 나가 일한다’고 하더래요. 아이들 생각하며 더욱 열심히 의정 활동에 임하려고 합니다. 농활 갔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셨다고 들었는데요, 어쩐지 농촌 계몽소설에나 나올 법한 인연인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농민운동 파트너로서 남편을 점찍으셨던 건가요?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웃음) 학교 다니다가 몸이 아파 제주에 내려가 치료하다가 제주 지역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그때는 현장문예운동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평생 어떻게 운동을 할 것인지 고민을 했습니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당시 제주는 농업이 주요 산업이었죠. 생활적 기반을 가지고 좀더 대중과 함께 하는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 농민운동을 결심했습니다. 농민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동네에서 농민으로 자리를 잡아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 특히 여성에게 결혼은 필수입니다. 그렇게 결심하고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열심히(?) 찾았지요. 하지만 결혼한다는 게 ‘해야 한다’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더군요. 결국 마음이 끌리는 게 제일 중요했습니다. 한번은 농활을 나가서 한 열흘 보리 베기를 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지난 열흘을 되돌아보니 자꾸만 마을 청년회장이 생각나더군요. 마침 그 농활을 주도했던 선배가 전화를 하더니, 그 청년이 저를 좋아한다지 뭐예요. 어찌나 반가운지 ‘나도 좋아한다, 연락하라고 전해달라’고 했죠.(웃음) 그 청년회장이 지금의 남편입니다. 가정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정치(?)를 하십니까? 농촌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려면 남편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중요했을 것 같은데요. 결혼 초부터 숱하게 싸웠죠. 농촌에서 나고 자란 남자는 기본적으로 여자가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고 보수적일 수밖에 없어요. 농민운동을 하는 방식도 다소 투박하구요. 그걸 고쳐주고 조율하는 과정에는 어마어마한 인내가 필요했죠. 농촌 여성이 사회생활을 온전히 하려면 남편과의 관계나 가정을 제대로 꾸리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요. 그런 확신과 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더 힘들고 오래 걸린 거죠. 농촌 출신의 어떤 남자가 자기 마누라가 국회의원 되는 걸 밀어주겠어요. 쉽지 않은 일이에요. 제가 국회의원 됐을 때 제주도 사람들이 다 놀라 자빠질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촌살림에서 각시의 빈자리는 엄청난 거거든요. 아이들 돌봐야지, 가정 경제도 꾸려야지, 농사도 지어야지, 게다가 남편은 전농 제주연맹 의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여간 바쁜 게 아닙니다. 수십 년에 걸친 개조(?) 끝에 지금은 남편만한 원군이 없습니다.(웃음) 그동안 주로 어떤 농사를 지으셨는지요. 제주 본가에서는 올해도 농사를 짓고 있습니까? 많은 이들이 제주 하면 감귤을 생각하는데 감귤 농사는 한 번도 짓지 않았습니다. 우리 마을은 전통적인 밭작물 지대이고 보리, 콩을 많이 했는데 최근에는 고소득 작물, 고부가가치 작물 농사를 꿈꾸며 시설 하우스 채소 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작물은 토마토, 브로콜리, 참나물, 곰취, 적상추 등 여러 가지를 했습니다. 시기를 보면서 돈이 될 만한(?) 작물을 찾아서 농사를 지었지요. 제주 집에서는 지금도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하우스에서 하는 밭작물은 여자의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법인데, 제가 없어서 노동력은 반 이상으로 줄었죠. 남편 또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올해는 손이 조금 덜 가는 작물로 짓고 있는데 이웃 사람들도 도와주고 있습니다. 저도 할 수 있는 만큼은 최대한 농사일을 하려고 해요. 이번 주에는 고추 모종을 심으러 내려갑니다. 소속이신 보건복지위와 관련한 활동 등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소개해주십시오. 또 농민문제 전문가이신데, 그밖에도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입법을 추진하고 싶으신 분야가 있는지요. 보건복지위는 우리 생활에서 ‘삶의 질’과 관련한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하고 복잡하죠. 지난번 불량 만두소 파동과 여름이면 되풀이되는 식중독 문제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식품 안전 시스템에 대해 총괄적인 점검과 새로운 계획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민노당의 주요 정책인 의료 공공성 강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무상 의료 시스템을 필두로 하는 의료 공공성의 확대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합니다. 의료 시스템의 개혁을 위해서는 조세 체제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요.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열악합니다. 자료를 조사해보니,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정도만 개인병원 체제를 유지하고 있더군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 시스템이 비즈니스 논리로 유지된다는 건 큰 문제입니다. 우선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 분석부터 시작해서 4년 동안 의정 활동을 통해 무상 의료를 향한 첫 디딤돌을 놓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이나 의료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하려 합니다. 또 중요한 부분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들이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장애인이나 저소득층의 성원들이 단순히 복지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그들이 복지에 대해 ‘당연한 권리’가 있으며, 그들 스스로가 복지의 주체가 되는 관점의 전환이 중요합니다. 이런 일련의 보건복지위 활동을 통해 상대적으로 복지에서 소외된 농촌 지역의 현실을 많이 개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실제 51%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여성농민들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일에 힘을 쏟을 겁니다. 또한 농민들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문제인 농산물 수입 개방, 쌀 수입 개방에 대해서는 강기갑 의원과 힘을 합쳐 활동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국민 대다수가 뿌리 깊은 정치 불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노당 10명의 의원도 물들고 썩기 전에 초선만 하고 나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현 의원께서 갖고 계신 비전을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4년 후에 또 하느냐 마느냐에 대해서는 의원들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민노당 의원들이 썩은 정치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민노당의 경우 당 규약에 당원 소환제가 있어요. 당원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거나 반하는 활동을 하는 의원에 대해서는 당원의 소환이 가능하죠.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에도 이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노당 의원 10명의 국회 진출 자체가 희망의 전조예요. 다른 당의 의원들도 함께 대화하고 일하다 보면 개혁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이 많구요. 희망을 가지고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글 / 박연정 기자  사진 / 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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