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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3,290 건 검색)

식도 절제 암환자, 28년만에 만난 집도의에 감사 눈물
식도 절제 암환자, 28년만에 만난 집도의에 감사 눈물
2025. 03. 12 11:17건강
... 완쾌한 70대가 최근 폐렴과 늑막염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당시 집도의를 조우했다. 환자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김진동씨(79·부산 남구)는 지난 2월 하순 호흡곤란, 기침 등 증상으로 부산 온병원...
식도암온병원김동헌식도절제술
국힘 지도부, 윤 대통령 관저 방문 추진···의원들은 눈물로 환영
국힘 지도부, 윤 대통령 관저 방문 추진···의원들은 눈물로 환영
2025. 03. 09 11:24정치
8일 오후 구속 취소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로 귀가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과 검찰의 석방지휘로 풀려난 윤석열 대통령을...
인생 빼앗긴 것도 눈물겨운데 장애인 지원도 배제?…법원, “평등권 침해 소지 있다”
인생 빼앗긴 것도 눈물겨운데 장애인 지원도 배제?…법원, “평등권 침해 소지 있다”
2025. 02. 19 17:12사회
법원 로고. 한수빈 기자 65세 이상 장애인의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 신규 신청을 배제한 ‘장애인활동법 제5조2호의 본문과 단서조항’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지난 14일 나왔다. 장애인...
“죽음 헛되지 않도록 조사를”…눈물로 치른 ‘희생자 49재’
“죽음 헛되지 않도록 조사를”…눈물로 치른 ‘희생자 49재’
2025. 02. 16 20:56사회
... 띄워지자 이내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유가족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오열하거나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흐느끼는 엄마 곁에서 손수건을 건네는 세 살배기의 모습은 주변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스포츠경향(총 6,549 건 검색)

양지은, 수요일 밤 적신 ‘목포의 눈물’ ‘배웅’ (미스쓰리랑)
양지은, 수요일 밤 적신 ‘목포의 눈물’ ‘배웅’ (미스쓰리랑)
2025. 03. 13 13:32 연예
TV조선 예능프로그램 ‘미스쓰리랑’ ‘트로트의 여왕’ 양지은이 감성 라이브로 현장과 안방을 뭉클하게 만들며 수요일 밤을 촉촉하게 적셨다. 지난 12일 방송된 TV조선 예능프로그램 ‘미스쓰리랑’은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특집으로 꾸며진 가운데 양지은이 명품 라이브를 선보이며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이날 4라운드에서 오유진, 김소연 두 사람과 맞붙게된 양지은은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을 선곡해 무대에 나섰다. 양지은은 초반부터 애절한 보컬로 관객을 압도했으며, 점차 고조되는 감정과 함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드라마틱한 라이브를 완성했다. 특히 가사에 몰입한 양지은의 표정부터 섬세한 호흡까지 완벽한 라이브에 관객들은 숨죽여 라이브에 집중했고, 양지은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떨림과 숨소리가 생생히 전달되어 관객들을 눈물 바다로 만들며 승리를 거두었다. 양지은의 활약 속 불사조 팀이 4대2로 최종 승리를 거둔 가운데 마지막 특별 무대에서 양지은은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온 자신의 짙은 슬픔이 묻어있는 곡이자 이별하는 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시적인 가사로 아름답게 표현한 신곡 ‘배웅’ 첫 라이브 무대로 마지막까지 감동을 안겼다. 2021년 미스트롯2에서 진(眞) 우승을 차지한 이후 양지은은 국악과 트로트를 결합한 독보적인 음악 세계관으로 입지를 다져왔으며, ‘나비당신’, ‘잔치로구나’, ‘흥아리랑’, ‘천리여행’, ‘사는 맛’, ‘연정’ 등의 곡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편, 양지은은 오는 4월 5일 오후 2시, 6시 두 번에 걸쳐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단독 콘서트 ‘2025 양지은 콘서트 ’흥한다!‘’를 개최하며, 현재 티켓 링크를 통해 티켓 예매 진행 중에 있다.
광주의 기적, 고베의 눈물 ‘일본은 멘붕에 산둥 탓’···“설마했더니, 산둥 때문에 5위로 떨어져 피해”
광주의 기적, 고베의 눈물 ‘일본은 멘붕에 산둥 탓’···“설마했더니, 산둥 때문에 5위로 떨어져 피해”
2025. 03. 13 08:22 축구
광주FC 선수들이 12일 ACLE 고베와 16강 2차전에서 3-0으로 승리해 1·2차전 합계 3-2로 이겨 8강에 진출한 뒤 홈 관중 앞에서 승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의 기적은 고베에겐 아픔이자 악몽이었다. 광주FC에 3골을 내주고 패한 J리그 챔피언 고베는 물론 일본 축구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는 1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25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16강 2차전 고베와 홈 경기에서 전·후반을 2-0으로 압도해 1·2차전 합계 점수를 2-2로 맞춘 뒤 연장전에서 아사니의 결승 골을 앞세워 3-0 완승을 거뒀다. 지난 5일 원정으로 열린 1차전에서 0-2로 패해 탈락 가능성이 높았던 광주는 안방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8강행에 성공했다. 역대 시·도민구단 중 ACL 무대에서 8강에 오른 건 광주가 최초다. 광주FC 아사니가 12일 ACLE 고베전에서 연장 후반 극적인 골을 터뜨린 뒤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시즌 J리그 챔피언 고베를 상대로 점유율을 높여 공격적인 운영을 펼친 광주는 전반 18분 프리킥 상황에서 박태준의 크로스를 받은 박정인이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광주는 후반에도 아사니와 헤이스의 측면 공격을 앞세워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계속 공세를 폈다. 몰아치던 광주의 노력은 후반 40분에 결실을 봤다. 상대 페널티지역에서 핸드볼 반칙이 지적됐고, 아사니가 페널티킥을 성공해 1·2차전 합계 점수 2-2로 균형을 맞췄다. 기세가 오른 아사니는 연장 후반 13분 페널티아크 부근 고베의 수비진 사이가 벌어진 틈을 타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 슛으로 다시 골을 터뜨려 광주의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광주FC 민상기가 12일 ACLE 16강 2차전에서 고베 선수들 틈에서 헤더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일본 매체 사커다이제스트는 13일 “설마했던 패배를 당했다”면서 중국의 산둥 타이산 탓을 했다. 고베는 산둥이 ACLE 조별리그 막판 울산 HD전을 기권한 여파로 순위가 5위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16강 상대가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에서 광주로 바뀌고 16강 2차전을 홈이 아닌 원정에서 치르게 됐다. 이 매체는 “일본 축구팬들이 소셜미디어와 각종 게시판에 산둥을 원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축구팬은 “산둥 때문에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 “너무 불운하다. 물론 광주에 실력차로 졌지만 산둥의 난데없는 기권패 여파가 컸다” 등 산둥 때문에 고베가 불똥을 맞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일본 축구매체 사커킹은 “산둥의 불똥을 맞았지만, 2골의 우위를 지키지 못했다. 이번 대회 홈 무패인 광주를 맞아 더 집중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라디오 욕설 논란’ 안영미, 방송 중 눈물 “내가 너무 기고만장했구나”
‘라디오 욕설 논란’ 안영미, 방송 중 눈물 “내가 너무 기고만장했구나”
2025. 03. 11 16:22 연예
개그우먼 안영미. 사진 미디어랩 시소 라디오 방송 중 욕설 논란을 겪었던 개그우먼 안영미가 라디오 방송 중 눈물을 쏟았다. 안영미는 11일 자신이 진행하는 MBC 라디오 FM4U ‘두시의 데이트 안영미입니다’에서 가수 황가람과 걸그룹 영파씨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황가람의 노래 ‘나는 반딧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제가 작년에 이 노래를 듣고 ‘내 노래인데’ 싶었다. 모든 분들이 다 똑같이 느끼셨을 거다. 뭔가 어렸을 때 정말 내가 뭐 된 것처럼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살았는데 (중략) 어느 순간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이러면서 뭔가 점점점 나 안영미로 돌아오면서 ‘내가 너무 기고만장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눈시울을 붉힌 이후 “죄송해요. 공복에 아메리카노를 너무 많이 마셔서 카페인 탓이다. 갑자기 울컥했어요”라고 수습했다. 그는 앞서 지난해 10월 라디오 방송 중 욕설을 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더보이즈 선우와 갓세븐 영재가 출연한 상황에서 ‘말실수’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라디오 진행 이야기를 하던 중 안영미는 선우에게 “생방송 중에 팬들이 ‘성대모사 해주세요’라고 하면 뭐라고 하나”라고 물었고, 선우는 “시키고 싶은 걸 스케치북에 써오셔서 저는 쉬는 시간에 해준다”고 말했다. 이에 안영미는 “그리고 뒤돌아서 씨X”이라고 말했고, 게스트들이 당황하자 “신발, 신발한다고요”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멘트는 생방송을 타고 전파됐고, 청취자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그는 이후 공개사과했다.
박현호♥은가은, 예산 3억 영끌로 신혼집 마련…갑작스런 눈물(신랑수업)
박현호♥은가은, 예산 3억 영끌로 신혼집 마련…갑작스런 눈물(신랑수업)
2025. 03. 11 11:01 연예
채널A ‘요즘 남자 라이프-신랑수업’. ‘신랑수업’ 박현호-은가은이 신혼집 구하기에 나선다. 12일(수) 밤 9시 30분 방송하는 채널A ‘요즘 남자 라이프-신랑수업(이하 ‘신랑수업’)’ 154회에서는 박현호-은가은이 4월 12일 결혼식을 앞두고 신혼집 임장 투어를 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이날 두 사람은 아침부터 달달한 신혼부부의 분위기를 풍긴다. 은가은이 요리를 하자 커플 잠옷을 입고 나타난 박현호가 다가와 백허그를 하는 것. 이어 다정히 식사를 하던 중, 박현호는 “요즘 청첩장 모임을 하느라 살이 너무 찌고 있다”며 “(은가은을 만나기 전에는) 원래 체중이 67kg이었는데 현재 81kg”이라고 행복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은가은은 다이어트를 시작한 박현호를 위해 카프레제 샐러드를 만들어 대령하는데, 스튜디오에서 이를 지켜보던 ‘4월의 신랑’ 김종민은 “완전 맛있어 보인다”며 군침을 흘린다. 이에 문세윤은 “종민의 예비신부는 요리를 잘 안 해주나?”라고 묻고, 김종민은 ‘동공지진’을 일으키다가 “샐러드를 잘 해준다. 샐러드 위주로”라고 답해 모두를 폭소케 한다. 식사 중 박현호와 은가은은 앞으로의 결혼 준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박현호의 ‘절친’ 손태진이 축가를 불러주기로 했다며 결혼식에 대한 기대감을 주고, 이어 빨리 신혼집을 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은가은은 “이제는 오래 살 집을 구해야 한다. 난 1억 5천만 원 정도 있는데, 현호는 얼마나 줄 수 있어?”라고 묻는다. 박현호는 잠시 당황하더니, “나도 영혼까지 끌어 모으면 1억 5천만 원 정도?”라고 답한다. 은가은은 “이번에 이사하면 19번째다. 고시원부터 시작해, 보증금이 없어서 길바닥으로 나앉다시피 한 적도 있다”는 집에 얽힌 애환을 고백한다. 그 이후 “3억 원으로 서울에서 집을 구하기 힘들 것 같은데, 난 조금 멀리 나가도 넓은 곳에서 살고 싶다”며 신혼집 로망을 밝힌다. 반면 박현호는 라디오 진행 때문에 매일 서울로 출근하는 은가은을 걱정하며 ”우리 2세도 빨리 가질 거고, 출퇴근 거리가 멀어지면 가은이가 힘들 것 같은데, 조금 좁아도 서울에서 사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결국 두 사람은 공인중개사를 찾아가 예산 3억 원에 대출까지 염두에 둔 뒤, 서울과 경기도권으로 신혼집 임장을 간다. 그런데 임장 투어 말미, 박현호는 갑자기 눈물을 쏟아 ‘스튜디오 멘토군단’마저 깜짝 놀라게 한다. 박현호는 갑자기 눈물을 쏟으면서 “왜 여태 안 하던 짓을 해?”라고 말한다. 결혼을 한 달 앞두고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들의 신혼집 임장 투어는 12일(수) 밤 9시 30분 방송하는 채널A ‘신랑수업’ 154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간경향(총 83 건 검색)

‘눈물의 여왕’ 박민지, 이번엔 우리를 울렸다
눈물의 여왕’ 박민지, 이번엔 우리를 울렸다(2024. 06. 17 06:00)
2024. 06. 17 06:00 스포츠
희소질환 극복하고 KLPGA 단일대회 4연패 신기록 우승상금 전액을 ‘동병상련의 이웃’ 위해 선뜻 기부 박민지가 지난 6월 9일 강원도 양양 설해원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4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우승하고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KLPGA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통산 19승을 거둔 대형스타 박민지(26)는 사실 눈물을 잘 참는 ‘포커페이스’ 선수는 아니다. 2017년 데뷔 첫 우승 때도 울었고, 2018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3차 연장 끝에 두 번째 우승을 거뒀을 때는 허리 부상에 시달린 시간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고통받던 2021년, 국내 최고 권위의 한국여자오픈에서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거뒀을 때는 “저도 해냈으니 모두 힘내세요”라며 힘든 시기를 보내는 전 국민을 향해 메시지를 전하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2021년 상반기에만 6승을 거두며 KLPGA 투어의 간판으로 떠 오른 이후 긴 시간 침묵하다가 2022년 첫 우승을 거뒀을 때는 “그동안 많이 울기도 했다”고, 인터뷰에서 속내를 털어놓았다. 박민지가 지난 6월 9일 강원도 양양 설해원 골프장(파72)에서 열린 2024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총상금 12억원)에서 KLPGA 투어 사상 최초로 동일 대회 4년 연속 우승 역사를 쓴 뒤 또 한 번 굵은 눈물을 쏟았다. 첫날 8언더파 64타 선두로 출발한 그는 2~3라운드 내내 한 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고 앞장서 달린 끝에 마침내 대기록을 달성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전반 9홀 동안 버디를 한 개도 잡지 못하다가 10번홀(파4)에서 오히려 보기를 기록해 3명 공동선두를 이뤘지만, 이때부터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여유 있는 3타차 우승(13언더파 203타)으로 마무리했다. ‘3차 신경통’ 시달려 우승 예측한 사람 적어 같은 대회에서 4년 연속 우승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한 번 우승하기도 힘들지만, 이듬해에 쟁쟁한 경쟁자들을 상대로 타이틀을 지킨다는 건 더 어렵다. 그 기록을 3~4년 연속 우승으로 연장해 간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박민지는 그걸 해냈다. KLPGA 투어 46년 역사상 동일 대회 4연패는 당분간 다시 나오기 힘든 신기록이다. 박민지가 지난 6월 9일 강원도 양양 설해원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4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최종라운드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버디 퍼트에 성공하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KLPGA 제공 지난해까지 KLPGA 투어에서 한 대회 3년 연속 우승은 7번 있었다. 1980년대 최고 선수 구옥희 전 KLPGA 회장(작고)이 쾌남오픈, 수원오픈, KLPGA 선수권에서 각각 3연패를 기록했고 강수연(하이트컵 여자오픈), 박세리(서울여자골프선수권), 김해림(교촌레이디스오픈), 박민지(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가 한 차례씩 달성했다. 김해림의 3연패 행진이 2018년 끝난 이후 지난해 박민지가 다시 3연패의 불을 지폈지만, 사실 올해 그의 신기록 수립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올해 벌써 3승을 올린 이예원을 비롯한 경쟁자들의 기세가 거셌고, 무엇보다 박민지가 지난해부터 안면 ‘3차 신경통’이라는 희소질환에 시달리면서 경기력이 전 같지 않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젊은 선수가 신경통이라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냥 가볍게 여길 병이 아니다. 박민지는 우승 인터뷰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운 병을 앓고 있는지 설명했다. “3차 신경통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죽을 만큼 아픈 고통’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신경통이 머리로 왔는데, 전기가 통하듯 머리나 이마를 스치기만 해도 아팠다.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에 밖에 나갔는데 바람이 머리에 스치니 미친 듯이 통증이 몰려왔다. 샤워도 잘 못 했다. 그 정도로 겨울에 힘들었기 때문에 ‘골프는 둘째 치고,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지금은 ‘무통기’인 것 같다. 통증이 없는 이 무통기가 오래갈 수 있도록 최대한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 지난 3월 이후부터 단 한 번도 아프지 않아서 매일 감사하며 사는 중이다.” 박민지가 이번에 우승하고 흘린 눈물은 이전과는 달랐다. 전에도 허리 부상 때문에 힘든 적이 있었고, 그 시기를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운동처방을 통해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감정이 북받쳐 운 적은 없었다. 3차 신경통이란 게 선수 생명만 위협하는 게 아니라 일상마저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KLPGA 최다승인 20승에 1승 차로 다가서 KLPGA 투어 최다승인 구옥희·신지애의 통산 20승에 1승 차로 다가선 박민지는 우승 인터뷰에서 “제가 20승을 달성하면 하려던 공약이 있는데, 성격이 급해서 이번에 하겠다”며 “이번 우승상금(2억1600만원)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우승 소감 등을 마친 그는 마지막으로 “감사할 분들께 인사하겠다”며 “다른 건 원치 않고 아프지만 말아 달라고 응원해주시는 팬들, 저를 치료해주시는 세 분 의사 선생님, 그리고 다른 선수에게 떠나지 않고 아픈 저와 계속 같이하겠다며 힘이 돼준 캐디 오빠, 정말…”이라며 끝내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울먹이며 뜨거운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 이전까지 눈물이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하고 흘린 혼자만의 눈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주위의 고마운 사람들을 향한 감사의 눈물이었다. 박민지가 지난 6월 9일 강원도 양양 설해원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 투어 2024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우승한 후 인터뷰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KLPGA 제공 박민지는 2017년 데뷔 이후 4년간 매년 1승씩 올리다가 2021년 전반기에만 6승을 거두는 도약을 이뤘고, 이듬해에도 6승을 더하며 국내 여자골프 최고선수로 자리를 굳혔다. 1984년 LA올림픽 여자핸드볼 은메달리스트 출신인 어머니 김옥화씨로부터 받은 탄탄한 몸과 혹독한 훈련을 통해 다진 체력, 강한 승부 근성, 많은 버디를 낚아내는 운영능력, 빠른 판단을 바탕으로 한 결단력 등을 바탕으로 ‘대세’라는 별명을 얻었다. 2023년엔 해외대회 문을 자주 두드리며 자신감(US여자오픈 공동 13위 등)을 안고 미국 LPGA 진출을 꿈꾸던 터였다. 하지만 차오르던 의욕은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 찾아온 3차 신경통으로 인해 수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말 LPGA 투어 등용문 Q시리즈 신청을 포기했고, 병을 극복하며 운동을 병행하는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올 시즌을 완전히 빠지는 병가를 낼까 고민하다가 통증이 수그러드는가 싶어 대회 출전을 재개하고, US여자오픈(6월 초 개최)에도 참가 신청을 올렸다가 다시 증세가 올라오면서 철회해야 했다. 이젠 다시 무통기다. 박민지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개막 하루 전 인터뷰에서 “US여자오픈 신청 후에 컨디션이 안 좋아져 철회했는데 그 뒤로 멀쩡해졌다. 타이밍이 안 맞아 아쉽지만, 대신 이번 대회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곤 결국 4년 연속 우승 역사를 이뤘다. 박민지의 기부금은 병원, 어린이, 독거노인 등과 관련된 곳에 쓰이도록 할 예정이다. “제가 아파보니 아픈데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분들이 많은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몸이 아프다 보니 동병상련을 겪는 이웃을 향해 눈을 돌리게 됐고, 선뜻 큰돈을 기부하는 따뜻한 마음을 실천했다. 그가 내년 셀트리온 대회에서 5년 연속 우승을 거둘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강한 정신력과 승부욕을 바탕으로 새 기록을 썼듯이 내년에도 설해원 골프장의 주인공이 박민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렌즈로 본 세상]오랜 눈물과 첫 사과(2023. 04. 07 11:45)
2023. 04. 07 11:45 사회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지난 3월 31일 광주를 방문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 유족과 피해자들을 만나 사과하고, 전두환씨 일가 중 처음으로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전씨는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민주화운동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 어머니들을 만난 자리에서 “제 할아버지 전두환씨가 5·18 학살의 주범”이라며 무릎을 꿇고 큰절을 했다. 오월 어머니들은 울먹이며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고 전씨를 끌어안았다. 5·18민주묘지로 이동한 전씨는 5·18 최초 사망자인 김경철 열사의 묘역부터 참배를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 희생자들의 묘비를 닦았다. 이를 본 유족들은 “그거 말고 이걸로 닦으시라”며 수건을 건네기도 했다. 5·18 당시 고등학생 시민군으로 활동하다 숨진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씨는 전씨를 직접 아들의 묘 앞으로 안내했다. 김씨는 “이 어린 학생이 무슨 죄가 있어서…”라며 짙은 한숨을 지었다. 이어 “재학아, 전두환 손자가 와서 사과한단다”라며 전씨의 참배를 눈물로 지켜봤다. 참배를 마친 전우원씨는 “저 같은 죄인에게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고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전씨는 ‘민주의 문’ 앞에서 문 열사의 어머니를 다시 한 번 꼭 끌어안았다.
렌즈로 본 세상
[이기환의 Hi-story](12)명성황후 눈물로 가득 찬 향원정 연못(2021. 12. 03 15:13)
2021. 12. 03 15:13 문화/과학
얼마 전 왕과 왕비의 휴식처인 경복궁 향원정과 취향교가 3년 만에 복원·공개됐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도하 각 언론은 ‘이곳이 고종이 거닐던 왕의 휴식처’라는 이구동성의 제목으로 일제히 소개했습니다. 복원의 전 과정을 풀어준 친절한 기사와 함께 단풍으로 물든 정취 어린 늦가을 향원정의 사진과 영상이 봇물을 이뤘습니다. 단풍이 물든 향원정의 가을. 왕의 휴식처로 조성된 향원정은 3년간의 해체·복원을 끝내고 일반에 공개됐다. /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제공 해체 및 복원과정에서 1881년과 1884년 벌채된 목재가 확인되면서 확실치 않았던 향원정의 조성 시기가 1885년 무렵으로 추정됐고, 정자 안을 따뜻하게 데웠을 온돌시설의 전모도 파악했답니다. 그렇게 복원된 늦가을 고즈넉한 궁궐 정원의 멋에 흠뻑 빠져 있던 며칠 후 또 하나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번에는 아주 기분 더러운 소식이었습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에 을미사변(명성황후 시해사건·1895)에 가담한 일본 외교관 호리구치 구마이치(堀口九万一·1865∼1945)가 친구인 다케이시 사다마츠(武石貞松)에게 보낸 편지가 실렸는데요. 그중 명성황후가 시해된 1895년 10월 8일자 편지에서 이렇게 씁니다. “내가 맡은 임무는 진입이었다… 담을 넘어 (중략) 간신히 오쿠고텐(奧御殿·전각 내부의 침소)에 이르러 왕비를 시해했다.” 그런데 그다음의 촌평이 기가 막힙니다. “(왕비 시해가) 생각보다 간단해 오히려 매우 놀랐다.” 당시 영사관보의 신분이었던 호리구치는 일본 외교관과 경찰, 민간인으로 구성된 명성황후 시해단의 일원이었는데요. 명색이 외교관이라는 자인데, 인두축명(人頭畜鳴·사람의 얼굴로 짐승의 소리를 내지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왕의 휴식처에서 첫선 보인 빙족희 여러분은 궁금하게 여기시겠죠. 왜 ‘왕의 휴식처’ 운운하며 감성을 자극하다가 갑자기 명성황후 시해사건 이야기를 해서 피를 끓게 만드냐고요. 그러나 이유가 있습니다. 향원정과 명성황후 시해사건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향원정의 모태는 세조 연간(1459)에 세운 취로정입니다. 세조는 경복궁 후원에 연못을 파고 취로정이라는 정자를 세웠는데요. 단순히 놀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백성들이 농사짓는 수고를 알기 위해 후원에 논 2~3이랑을 개간해 농사의 길흉을 가늠해 보았다”(<세조실록> 4월 22일)는 겁니다. 세조는 후원에 조성한 논이랑에 새싹이 핀 것을 보고 “농사는 나라의 근본이고, 음식은 백성의 하늘이니, 어찌 내가 농사짓는 일을 버리겠느냐”며 흡족함을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1873년(고종 10) 고종이 경복궁 후원에 임금 부부만의 공간을 조성하는데요. 건축비용도 나랏돈이 아닌 고종 개인의 돈(내탕금)을 털었답니다. 그것이 건청궁인데요. 향원정은 1885년 무렵 건청궁 앞의 연못 한가운데 조성한 2층 정자입니다. 정자 이름은 주돈이(1017~1073)의 ‘애련설’, 즉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아진다”는 ‘향원익청(香遠益淸)’에서 따왔습니다. 건청궁 모습. 1873년 고종이 왕과 왕후의 휴식공간으로 조성했다. 1873년은 고종이 흥선대원군의 그늘에서 벗어나 친정을 선포한 해였다. 건청궁 조성에는 친정을 선언함으로써 정치적인 독립을 선언한 고종의 의지가 드러났다. 물론 조성 초기에는 왕과 왕비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됩니다. 한국 스케이팅의 역사가 바로 이 향원정에서 시작됩니다. 즉 19세기 말 향원정에서 ‘빙족희(氷足戱)’ 혹은 ‘빙예(氷藝)’, 즉 스케이팅 시범공연이 심심찮게 벌어졌다는 겁니다. 이 ‘빙족희’는 “꼭 한번 보고 싶다”는 명성황후(1851~1895)의 간청에 따라 스케이팅에 능한 외교관·선교사 가족이 참가했답니다. 이때 명성황후는 향원정 안에서 발을 내리고 서양인들이 펼치는 스케이팅을 관람했는데요. 그런데 명성황후가 “아니 저 미리견(米利堅·미국) 당상(堂上)은 재인(才人·광대)이냐”고 물어봤다는군요. 외교관이면 조선에서는 당상관(정 3품 이상)의 지위인데요. 명성황후가 “미국에서는 당상관이 사당패처럼 재주를 부리냐”며 망측스러워했다는 겁니다(조선일보 1968년 6월 4일·1976년 10월 30일자). 1886년 육영공원(국립영어학교) 교사로 초빙된 조지 길모어(1857~?)도 이 무렵의 스케이팅 모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시범을 보이라’는 왕비(명성황후)의 초청장이 배포돼 상당한 스케이터가 응했다. 궁궐 안… 둥근 모양에 직경으로 약 70야드쯤 되는 연못 중심부에 예쁘고 작은 정자가 있었다. 장막 뒤에 몸을 가렸지만… 국왕과 왕비는 이 정자에 있었다. 두분 역시 의심할 바 없이 열정적인 구경꾼이었다.”(<서울풍물지>·1892) 길모어는 “마술전문가이기도 한 피겨스케이터가 전속력으로 달려와 아이스체어 위로 점프를 했을 때 흥미는 최고조에 달했다”면서 “두분 전하의 탄성이 스케이터의 귀에까지 들렸다”고 전했답니다. 이날 얼음이 꽁꽁 언 한겨울에도 갈라쇼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증거가 2019년 향원정 발굴에서 나왔습니다. 온돌시설이 확인된 겁니다. 모르긴 몰라도 고종 부부는 물론이고, 외교사절 및 귀빈들까지 조선의 온돌 덕분에 쾌적한 환경에서 갈라쇼를 관람했을 겁니다. 시범을 관람한 길모어나 그 어떤 외국인 중 누구도 ‘얼어죽을 뻔했다’는 소감을 남기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3국 중 가장 먼저 등불을 밝힌 이유 그보다 7년 전인 1887년 1~3월 건청궁 앞 향원정 일대에서는 조선 역사상 기념비적인 이벤트가 열립니다. 동북아 3국의 궁성 중 가장 먼저 전등불을 밝힌 겁니다. 고종은 ‘전깃불에 관한한 얼리어답터’였던 셈이죠. 사상 처음으로 전등불이 켜지는 모습을 보려고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하는데요. 당시 이 모습을 숨어 지켜봤다는 안상궁(1936)의 회고담이 재미있습니다. “건청궁 앞 연못(향원정)에 설치된 쇳덩이(기계)를 서양인이 움직였는데 연못의 물을 빨아올려 물 끓는 소리와 우레와 같은 굉음이 났다. 얼마 뒤 궁전 내의 가지 모양의 유리에 휘황찬란한 불빛이 대낮같이 점화됐다.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향원정 해체·보수 과정에서 한겨울에도 정자를 따뜻하게 데워줬을 온돌이 확인됐다. 고종 부처와 각국 외교관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피겨스케이팅 갈라쇼를 관람했을 것이다. /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제공 궁금증이 들죠. 머리카락 한올까지도 부모가 물려주신 것이라며 자르기를 거부했던 조선인들이 아닙니까. 그런 조선인데, 어떻게 전깃불만큼은 빨리 도입했을까요. 그것도 중국·일본보다 더 빨리….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죠. 1882년(고종 19) 5월 서구열강 가운데는 처음으로 미국과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조선은 이듬해(1883) 9월 보빙사라는 이름의 사절단을 미국에 파견합니다. 보빙사는 당시 미국의 체스터 아서 대통령(1829~1886·재임 1881~1885)에게 국서를 전달했는데요. 보빙사는 미국 체류 기간 중 아주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이 전등불을 발명한 지 불과 4년 만인데요. 전깃불이 뉴욕과 보스턴의 밤거리를 비추는 희한한 장면을 목격한 겁니다.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신문물을 눈앞에서 보게 된 겁니다. 고종은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보빙사의 강력한 추천에 전기 도입을 서둘렀습니다. 임오군란(1882)과 갑신정변(1884) 등의 변란은 고종이 전기를 도입하는 데 촉진제가 됐고요. 황현(1855~1910)은 “고종이 임오군란·갑신정변 이후 변란이 일어날까 두려워 가마꾼 20여명을 궁성 북문에 대기시켜놓았다”면서 “밤에 변란이 많이 일어나니 궁궐 내에 전등을 많이 켜서 새벽까지 훤하게 밝히도록 명했다”(<매천야록>)고 썼습니다. 전깃불을 도입하려는 고종의 열망을 좀 이해할 수 있겠죠. 그런데 향원정 연못에서 물을 끌어대 환하게 밝힌 전등은 여론을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갔습니다. 이때 설치된 발전기가 증기 동력이었기 때문에 증기기관의 냉각용수가 열탕이 됐는데요. 그 때문에 뜨거운 증기수가 향원정 연못으로 역류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증어망국(烝魚亡國)’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또 전기등이 건들거리면서 자주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해서 ‘건달불(乾達火)’이라고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어떻습니까. 그렇게 왕과 왕비의 사적 공간이었던 건청궁와 향원정 일대는 훤히 비쳤는데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고종이 심야의 변란을 우려해 경복궁 내를 낮처럼 환히 밝혔지만, 침략야욕에 눈이 먼 일본의 만행은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휴식처가 피의 현장으로 그렇습니다. 이 향원정 복원을 두고 분위기 운운하면서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닙니다. 왕과 왕비의 휴식공간으로 조성됐고, 그에 따라 연못과 정자, 다리까지 제작됐지만 어떻습니까. 그것도 모자라 궁궐을 훤히 밝혀줄 전등까지 매달았지만 어떻게 됐습니까. 1887년 1~3월 사이 조선의 정궁 경복궁에서도 가장 깊숙한 건청궁과 향원정 일대에 전등을 설치하고 불을 밝혔다. 전등 설치에 관한한 중국과 일본보다 2년이나 빨랐다. / 전기박물관 홈페이지 1895년 10월 8일 새벽 천인공노할 사건이 벌어지죠. 일본 공사 미우라 고로(三浦梧樓·1846~1926)의 지휘 아래 서울 주둔의 일본군 수비대와 일본공사관원, 영사경찰, 신문기자, 낭인배 등이 한통속이 돼 조선의 국모(명성황후)를 무참하게 시해하죠. 시해의 현장은 차마 눈뜨고, 귀담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합니다. 당시 경복궁 시위부대장의 신분이었던 아파나시 이바노비치 세레딘-사바틴(러시아인·1860~1921)은 명성황후가 기거하고 있던 곤녕합 동행각에서 그 천인공노할 사건을 목격하게 되는데요. 사바틴은 “일본 자객 중 4~5명은 칼을 뽑았고, 긴 칼을 차고 단검을 빼든 일본인이 현장을 지휘했다… 자객 20~25명이 건청궁의 각 방을 샅샅이 뒤지면서 명성황후를 찾았다”고 증언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궁녀들의 머리채를 잡고 밖으로 질질 끌며 왕비의 소재를 추궁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당시 영국 영사 월터 힐리어(1849~ 1927)의 증언은 더 끔찍합니다. “뜰 아래 달아났던 왕후가 붙잡혀 쓰러졌고… 살해범들은 왕후의 가슴을 짓밟으며 몇차례나 거듭 칼로 찔렀다. 실수가 없도록 확실히 해치우기 위해 그들은 왕후와 용모가 비슷한 몇몇 궁녀들까지 함께 살해했다. 그때 왕후의 의녀가 손수건으로 왕후의 얼굴을 가려주었다.”(<주한영국영사의 보고문>) 잔인무도한 일인들은 왕후의 시신마저 무참히 훼손했습니다. 경성 영사였던 우치다 사다쓰치(內田定槌)의 회고를 들어봅시다. “왕비의 시신은 궁궐 내의 우물 속으로 던져졌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곧바로 죄의 흔적이 발견될까봐 사체를 끌어내 궁궐 내의 소나무숲에서 석유를 뿌리고 태웠다. 그것도 꺼림칙해 이번에는 연못(향원지) 속으로 던져버렸지만 깊지 않아 다음날 연못에서 꺼내 소나무숲에다 묻었다.”(<우치다 보고서>) 영국 지리학자 이사벨라 비숍(1831~ 1904)은 “영리하고 야망이 있으며 음모적이고 매력 있고 아름다웠던 왕비가 자객들의 손에 죽어갔다”면서 “일본인들은 왕비를 널빤지에 올려놓고 비단으로 싸서 근처 녹원(사슴공원)의 소나무숲으로 끌고 가 불태웠다”고 전합니다(<조선과 그 이웃나라들>). 향원정만 볼 게 아니다 저는 며칠 전 향원정을 둘러보았습니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졌지만, 풍취는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하지만 향원정의 정취에만 빠져 있을 수 없었습니다. 무참하게 서거한 명성황후의 재가 뿌려진 곳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내 명성황후와 왕후를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궁녀들의 비명이 서려 있는 건청궁 장안당, 곤녕합, 옥호루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곤 시신을 불태웠다는 ‘녹산의 소나무숲’도 돌아보았습니다. 잔인무도한 일본인들의 기운이 서려 있는 듯 섬칫했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분도 있겠네요. 고즈넉한 궁궐의 분위기 좀 만끽하고 싶은데 골치 아프고 가슴 저린 이야기를 굳이 꺼낼 게 무엇이냐고 하실 분들도 있겠죠. 그럴 만도 합니다. 그러나 늘 좋은 역사만 배울 수는 없습니다. 결코 반복돼서는 안 될, 아니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고자 합니다. 제가 주말에 향원정·건청궁을 다녀온 이유입니다.
이기환의 Hi-story
[건강설계]가볍게만 볼 수 없는 ‘눈물흘림증’(2021. 11. 12 12:02)
2021. 11. 12 12:02 건강
우리가 2000년 전 로마에 감탄하듯, 그 시대를 살던 고대 로마 사람들은 그들보다 2000년 앞선 이집트의 찬란함에 넋을 놓았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는 어떻게 그토록 경이로운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답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나일강은 세계에서 가장 긴 강으로, 고대 이집트인들에게는 풍요로운 삶의 터전이자 원활한 교통로였다. 무엇보다 규칙적으로 범람해 비옥한 토지를 제공했다. 이집트인들은 수학과 기하학, 측량술은 물론 천문학과 건축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켰고, 그것을 바탕으로 범람을 축복으로 만들어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의 수위에 따라 성하고 쇠했다. 범람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강 주위에 풍성한 충적토를 형성해 풍부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나일강 유역의 상부 이집트와 삼각주 지역의 하부 이집트 사이의 통합을 가져왔다. 하지만 가뭄으로 나일강 수위가 낮아지면 기근이 일어나고 분열이 찾아왔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나일강의 범람을 예측하기 위해 나일로미터라는 건축물을 세웠다. 이 건축물을 기준으로 8m 정도의 수위가 가장 이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보다 양이 적으면 가뭄과 기근이 찾아오고, 너무 많으면 농사를 망치고 역병이 돌았다. 우리 눈물은 나일강을 흐르는 강물과 비슷하다. 각막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이나 이물질을 씻어내리는 기능을 하며, 세균을 죽이는 역할도 한다. 지나치게 모자라도, 너무 많이 넘쳐도 문제라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안구건조증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눈물흘림증(유루증)은 단순한 불편함 정도로 치부한다. 하지만 눈물흘림증을 오랜 기간 방치하면 급성염증이 생겨 입원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눈물흘림증은 분비 과다와 배출 장애로 나눌 수 있다. 분비 과다는 안구건조증, 알레르기를 포함한 각종 결막염이나 각막질환, 바람이 많이 불 때나 렌즈의 사용 등으로 자극이 많은 경우에 발생한다. 배출 장애는 결막이 늘어져 눈물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안면 마비와 같이 눈 주변의 근육 마비로 인해 눈물이 잘 내려가지 못하는 경우 등을 이른다. 또 눈물길이 막히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특별한 원인 없이 눈물길이 좁아져 생기지만 드물게는 종양이나 눈물주머니 결석 등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으므로 눈물길 배출 검사와 함께 누낭 조영술을 시행해야 한다. 박영순 안과전문의과도하게 짙은 눈 화장은 눈물흘림증을 부른다. 아이라인을 점막까지 채우거나, 가루 형태로 된 아이섀도를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눈물길이 막혀 눈물흘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콘택트렌즈는 눈물을 흡수해 눈을 건조하게 만들어 과다한 눈물 생성을 촉진한다. 휴대전화나 컴퓨터, TV 등의 전자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 눈을 마르게 해 눈물흘림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자주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으면 세균에 감염돼 염증이 생기거나 충혈되는 등 각종 합병증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눈물이 흘러 지속적으로 시야를 가리면 시력이 저하될 수 있다. 눈물흘림증은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가볍게 보지 말고 안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치료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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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리에 눈물이 난다…‘정년이’, 해외서도 극찬
아름다운 소리에 눈물이 난다…‘정년이’, 해외서도 극찬
2024. 10. 22 10:24 문화/생활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과 K-소리꾼의 환상적인 소리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구독자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정년이’. “이 쇼는 너무 아름답다. 나는 그들이 소리를 할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 그들은 오페라와 발레처럼 즉시 당신의 영혼을 꿰뚫는다. 이 드라마 덕분에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 tvN 드라마 <정년이>를 본 글로벌 시청자의 평이다. <정년이>를 서비스 중인 디즈니+에 따르면 최대 규모 콘텐츠 평점 사이트 IMDb에서 해당 작품은 에피소드별 ‘평균 9.4’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국내를 넘어 해외 구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극 중 정년이와 영서가 <춘향전> 속 방자와 이몽룡으로 분해 매란 국극단 연구생 자선 공연을 펼치는 모습을 약 20여 분 동안 담아냈던 3화 에피소드의 경우 평점이 9.7을 기록하기도 했다. 디즈니+ 측은 “국악을 기본으로 한 우리나라의 공연예술을 소재로 하는 만큼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에 글로벌 팬들이 호응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라고 밝혔다.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찬란한 성장기를 그리는 시리즈다. ‘여성국극’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정지인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 김태리(윤정년 역), 신예은(허영서 역), 라미란(강소복 역), 정은채(문옥경 역), 김윤혜(서혜랑 역) 그리고 특별출연 문소리(서용례 역), 이덕화(공선 아버지 역)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 시너지로 공개와 동시에 화제작으로 자리했다. 한편 재미와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정년이>는 매주 토, 일 디즈니+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눈물의 여왕> 속 실제 미술품, 누구 작품?
<눈물의 여왕> 속 실제 미술품, 누구 작품?
2024. 04. 25 10:04 문화/생활
임지빈 <How is your day today?> 2014년작 Car paint on plastic. 표갤러리 제공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등장하는 미술 작품과 참여 작가는 누구일까?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에 출연한 미술품을 조명하는 ‘눈물의 여왕: 숨은 그림 찾기’ 특별 기획전을 표갤러리에서 2024년 4월 29일부터 5월 31일까지 개최한다. 오늘날 TV 대중매체와 OTT 플랫폼의 확산을 통해 문화 콘텐츠는 많은 이들의 일상에 긴밀하게 스며들어 위안과 즐거움을 주는 친숙한 존재로 자리잡았다. <눈물의 여왕> 속 등장하는 미술 작품과 참여 작가를 소개함으로써 대중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 예술을 소개하고자 한다. 예술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전시가 아닌 누구나 즐겁게 관람하고 예술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작가의 작품 세계를 면밀히 전달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기획되었다. 김창열 <SH93006> 1993년작 Acrylic and oil on canvas. 표갤러리 제공 이번 전시회는 한국 근현대미술의 역사이자 전설로 남은 거장부터 현시대 미술계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중견작가와 앞으로 한국 미술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신진 작가까지 총 14명의 작가로 구성된 한국의 근현대미술의 집합체이다.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는 한국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대표 원로작가 박서보, 김창열, 이강소부터 신남종화의 대가 허달재, 한국의 마크 로스코이자 추상표현주의 거장 노정란, 자연의 순환을 가장 한국적이고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김유준, 자연의 유기적 형태를 조각하는 김태수, 현상과 순환을 설치, 조각, 회화 작업으로 선보이는 윤성필, 담백한 스타일로 ‘걷기’라는 행위에 집중하는 백윤조, 현대인의 복잡한 모습을 포착하는 박상희, 전 세계를 누비며 대형 베어벌룬 설치로 잘 알려진 임지빈, 자유로운 붓터치로 색면놀이를 하는 전은숙, 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멀티 아티스트 베리킴, 한국 대표 VR 아티스트 이재혁이다. 이강소 <虛 Emptiness-09075> 2009년작. Acrylic on Canvas 표갤러리 제공 또한 ‘눈물의 여왕: 숨은 그림 찾기’ 전시에서는 미술사의 연대순으로 작품을 나열하기 보다는 드라마 등장 인물들의 공간을 기준으로 작품을 분류하여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상류층 퀸즈 가의 재력과 안목을 반영하는 홍만대 회장의 공간, 우아한 취향이 돋보이는 홍범준과 김선화의 공간, 세련되고 화려한 분위기의 홍해인과 백현우의 공간, 통통 튀는 MZ 컬렉터 홍수철과 천다혜의 공간 등 다양한 공간별 특성에 따라 전시된 작품을 통해 새로운 감상의 재미와 묘미를 느껴볼 수 있다.
태국산 코코넛 밀크, 원숭이 피땀 눈물 있었다
태국산 코코넛 밀크, 원숭이 피땀 눈물 있었다
2023. 03. 13 07:02 화제
지난해 11월 PETA는 태국 일부 농장에서 코코넛 수확을 위해 원숭이를 사슬에 묶어 강제로 코코넛을 따게 하는 노동력 착취가 벌어지고 있다고 공개했다. PETA 제공 독일에 본사를 둔 밀키트 전문업체 헬로프레시(HelloFresh)는 태국에서 공급된 코코넛 밀크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새로운 공급 업체를 찾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헬로프레시의 태국산 코코넛 보이콧은 지난해 11월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가 공개한 충격적인 실태에 따른 것이다. PETA는 태국에서 원숭이가 사슬에 묶여 구타당하며 코코넛 나무에 올라 무거운 코코넛을 수확하며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장면을 폭로했다. 헬로프레시 측은 “우리의 유통에 있어 어떤 형태의 동물 학대도 용납하지 않는다”라며 “앞으로도 태국 코코넛 밀크가 공급되지 않도록 유통망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PETA의 기업 프로젝트 매니저 캐리스 베넷은 헬로프레시의 결정에 환영 입장을 전했다. 그는 “원숭이가 코코넛 수확을 위해 납치되고 채찍질 당하고 있다. 헬로프레시의 결정은 이를 방지하고 원숭이 학대를 멈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PETA에 따르면 태국을 제외한 필리핀, 인도, 스리랑카, 베트남 및 도미니카 공화국은 원숭이를 이용한 코코넛을 수입하지 않는 곳이라는 점도 알렸다. 원숭이 착취 사실이 알려지자 헬로프레시 뿐 아니라 월마트, 타겟, 코스트코를 포함한 주요 소매업체들도 특정 태국 공급업체의 코코넛 밀크 판매 중단 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태국은 미국 코코넛 밀크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태국 대사관 농업부에서 제공한 수출 데이터에 따르면 태국은 2020년 7만8000톤의 코코넛 밀크를 수출했다. 태국 농무부와 농업협동조합은 다수의 외신을 통해 ‘원숭이 해방(Monkey Free Plus)’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동물 학대 방지 정책을 펼치는 데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생방송 폭행’ 윌 스미스 눈물 소감 “이 업계에서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도 웃고 괜찮은 척 해야 한다”
‘생방송 폭행’ 윌 스미스 눈물 소감 “이 업계에서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도 웃고 괜찮은 척 해야 한다”
2022. 03. 28 14:44 화제
배우 윌 스미스가 ‘제 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생방송 도중 자신의 아내 제이다의 탈모증을 농담 소재로 삼은 크리스 락을 가격했다. 유튜브 캡처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상 초유의 생방송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배우 윌 스미스가 무대 위에서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탈모증을 농담의 소재로 삼아 희화화한 배우이자 코미디언 크리스 락의 뺨을 가격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는 생방송으로 전 세계에 방송됐다. 28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로 유명한 크리스 락이 장편 다큐멘터리를 시상했다. 그는 하비에르 바르뎀-페넬로페 크루즈, 윌 스미스-제이다 핀켓 스미스 등 시상식에 참석한 스타 부부들에게 농담을 건넸다. 문제는 크리스 락이 최근 의학적인 이유로 발생한 심각한 탈모증을 겪고 있는 제이다 핀켓 스미스를 농담의 대상으로 삼으면서다. 크리스 락이 “제이다가 최근 삭발했는데, 영화 <G.I. Jane(지아이제인)>(네이비씰 특전단을 다룬 영화로 당시 주인공 데미 무어가 삭발 투혼을 발휘했다)의 빈 자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하자 윌 스미스가 무대 위로 올라가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크리스 락을 비롯해 이를 목격한 아카데미 참석자들 모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두 사람이 사전에 합을 맞춘 대본일까. 생방송 사고였을까. 윌 스미스는 자리로 돌아와 앉은 후 크리스 락을 향해 격앙된 목소리로 “아내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말라” 소리치며 방송에 부적합한 욕설을 퍼부었다. 명백한 생방송 사고였다. 생방송 사고의 수습은 다음 시상자에게 이어졌다. 래퍼이자 배우 디디(Diddy)는 무대에 올라 영화 <대부> 50주년 기념사를 전하며 “윌과 크리스. 우리는 가족처럼 해결할 거야. 지금 우리는 사랑으로 나아가고 있어. 모두 응원의 소리를 지르자”며 분위기를 풀어냈다. 사건 이후 윌 스미스는 영화 <킹 리차드>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킹 리차드>는 20년 간 세계 최강의 테니스 제왕으로 군림한 비너스·세레나 월리엄스 자매와 딸들을 키워낸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의 이야기를 담은 가족 휴먼 드라마다. 윌 스미스는 수상 소감으로 “리처드 윌리엄스는 가족을 수호했다. 이 순간 가슴이 벅차오른다. 제가 이런 역할을 이 시기에, 이 세상에서 하게 된 것이 소명이라고 느껴진다”고 전했다. 크리스 락을 의식한 것일까? 그는 “이 업계에서는 때로는 학대나 비난을 감수해야 하고,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과 일해야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지어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영화 속 실존인물 리처드 월리엄스와 자신의 부모님, 아내에게 사랑을 전하며 소감을 마쳤다.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탈모증을 고백하며 삭발한 모습을 공개한 제이다 핀켓 스미스. SNS 캡처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지난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탈모증으로 고생한 후 머리를 삭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시점에 나는 웃을 수밖에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탈모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어 공개한다. 탈모증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어떤 질문이든 공유할 생각”이라며 담담하게 자신의 상황을 털어놨다. 크리스 락은 지난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동양인 인종 차별 발언으로 비난받았다. 그는 시상을 돕기 위해 정장차림으로 서류가방을 들고 무대에 오른 3명의 아시아계 어린이들에게 “미래의 훌륭한 회계사가 될 분들을 소개한다”며 “내 농담이 불쾌했다면 트위터에 올려라, 물론 스마트폰도 이 아이들이 만들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아시아계가 모두 수학에 뛰어나고 일만 하는 노동자라는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아시아 아동 노동 착취 실태까지 조롱한 것이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흑인 차별에 대한 비판은 제기됐지만, 아시아계나 라틴 아메리카계 등 소수 인종에 대한 관심은 밀려났다”라며 “오히려 불편한 농담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고 그의 발언이 부적절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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