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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3,029 건 검색)

몸 사리는 대기업, 올해 M&A 40% 뚝…1조원 이상은 1건뿐
2024. 12. 18 20:49 경제
... 50건에 8조5808억원 투자…2022년 150건 대비 3분의 1 토막 올해 국내 대기업의 인수·합병(M&A) 투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약 4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 불안과 내수 침체 등이 영향을...
M&A대기업대한항공인수합병아시아나
대기업 M&A 40% 급감···1조 이상은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가 유일
2024. 12. 18 07:54 경제
... 올해 50건·8조5805억원 규모 그쳐 올해 국내 대기업의 인수·합병(M&A) 투자 규모가 약 4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 불안과 내수 침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M&A대기업대한항공인수합병아시아나
대기업들 타법인 지분 투자 최다는 ‘2차전지’
2024. 12. 17 10:01 경제|경제
... 지분을 취득했다. 총 출자 금액은 최초 취득가 기준 12조8212억원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대기업들이 지분 투자를 가장 많이 한 업종은 2차전지였다. 3년 반 동안 100개 기업에 총 4조7018억원을...
대기업 총수 일가,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계열사 지배’ 여전
2024. 12. 05 20:16 경제
... 5조원 이상)은 전년보다 5개 증가한 43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총수가 있는 대기업은 41곳이었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총수가 있는 대기업의 368개 계열사는 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었다. 이 가운데...
지주회사계열사대기업공정위일감몰아주기

스포츠경향(총 250 건 검색)

대기업 손자’ 재벌 3세 자인, 배신 종용->분열 조장···공포정치에 ‘부산 택시재벌’도 “목 잘릴까 두려워” 벌벌 (금수저 전쟁)
2024. 11. 18 20:30 연예|연예
STUDIO X+U LG유플러스 STUDIO X+U 제로 베이스 게임 ‘금수저 전쟁’이 한층 다양해진 미션들 속, 더욱 노골적인 경쟁과 심화된 갈등에 빠진 금수저들의 모습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18일에 공개되는 U+모바일tv ‘금수저 전쟁’에서는 배신과 연합이 난무했던 ‘주식 투자 게임’의 충격적인 최종 결과가 공개된다. 그리고 또 다른 자산 증식 수단인 ‘부동산 투자’, 하층민에게 주어지는 역습의 기회 ‘자산 트레이드권’까지 더욱 치열해진 금수저들의 생존 서바이벌이 펼쳐진다. 지난 주 공개된 ‘주식 투자 게임’은 ‘재벌 3세’ 자인&‘부산 택시재벌’ 로빈슨, ‘1000억 기업 대표’ 스타크&‘압구정 뇌섹남’ 인혜의 경쟁 구도로 살 떨리는 긴장감을 자아낸 바 있다. 인혜는 자인의 지시로 로빈슨이 흘린 거짓 정보에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사이코패스야?”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이에 로빈슨은 “권력자에게 목이 잘릴까 두렵다”라고 발언하며 자인을 의식한다. 과연 ‘암투’로 반전을 시도한 자인의 계략대로 될지, ‘대항마’ 스타크&인혜는 이를 저지할 수 있을지 그 결과는 ‘금수저 전쟁’ 5회 본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식 투자 게임’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금수저들에게 ‘부동산 투자’라는 새로운 미션이 주어진다. 비밀 경매를 통해 제로시티 내의 특정 부동산을 획득하면 ‘이용료’라는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금수저들 사이에 예상치 못한 새로운 연합의 조짐이 나타나며, 견고하던 스타크&인혜도 분열 위기에 처한다. 자인, 무무는 부동산을 매개로 한 달콤한 동맹을 제안하며 인혜를 포섭하려 시도한다. 고민에 빠진 인혜는 ‘철강브로’ 스타크, ‘천재 플레이어’ 자인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 궁금증이 높아진다. 금수저들의 빈부 격차가 극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판을 뒤엎을 결정적인 기회가 주어진다. 원하는 사람과 내 자산을 바꿀 수 있는 ‘자산 트레이드권’이 걸린 베네핏 게임이 진행되는 것이다. 상류층 금수저들은 탄식을, 하층민들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에 환호성을 내지른 가운데, ‘자산 트레이드권’의 주인은 과연 누가 될지 그 또한 ‘금수저 전쟁’ 본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금수저들의 섬세한 두뇌 플레이와 처절한 생존 본능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를 더하는 제로 베이스 게임 ‘금수저 전쟁’은 U+모바일tv에서 매주 월, 화 0시에 공개된다. ‘금수저 전쟁’의 모든 회차는 U+모바일tv 어플에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재계순위 2위 대기업 외손자’ 자인 “나는 우위에 있는 사람, 부족한 것 없어” (금수저 전쟁)
2024. 11. 10 21:41 연예
STUDIO X+U 자산 상위 0.1% 금수저들의 머니게임 서바이벌 제로 베이스 게임 ‘금수저 전쟁’이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금수저들의 솔직한 발언은 물론, 금수저들 사이의 기싸움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오는 11일공개되는 U+모바일tv ‘금수저 전쟁’에서는 지난 주 있었던 첫 번째 메인 게임 ‘인터뷰 게임’을 통해 ‘상류층 금수저’와 ‘하층민 금수저’로 빈부 격차가 벌어진 제로시티 금수저들의 잔혹한 생활이 공개된다. 또 ‘연합’과 ‘배신’이 난무하는 두 번째 메인 게임 ‘주식투자 게임’이 스타트를 끊는다. 첫 게임과 방 선택이 이뤄진 뒤, 시드머니 1위로 ‘비밀의 방’ 302호를 차지한 자인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참가자들이 연대를 시작한다. 급기야 “자인을 파산시켜서 방을 뺏자”라는 작당모의까지 이루어진다. 그러나 2024년 현재 재계순위 2위 대기업 창업주의 외손자인 ‘다이아 수저’ 자인은 “저는 우위에 있는 사람이다. 부족한 거 없다”라고 의기양양하게 발언한다. 302호를 둘러싼 ‘재벌 3세’ 1위 자인과 ‘대항마 군단’의 대격돌, 그 결론은 ‘금수저 전쟁’ 본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수저 전쟁’의 두 번째 미션은 실물 경제를 기반으로 한 가상의 주식시장에서 주가 등락을 예측해 자산을 늘려야 하는 ‘주식투자 게임’이다. 이 게임의 핵심은 ‘돈이 되는 진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각기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가진 정보를 ‘가짜로 만들어 파느냐, 진짜 그대로 파느냐’라는 선택에 따라 판을 뒤흔들 수 있다. 진짜 정보를 교환하며 견고한 연합을 맺은 이들의 ‘대박’ 행진, 그리고 가짜 정보를 퍼뜨려 혼란을 일으키려 하는 물밑 세력의 작업까지 초긴장 속에 펼쳐진다. 배신과 허위 사실 유포가 난무하는 와중, ‘하층민’ 금수저를 이용한 ‘상류층’ 금수저 사이의 신경전도 벌어진다. 과연 전쟁에 나선 금수저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금수저 전쟁’ 본편에서 공개된다. 배신과 비명이 난무한 ‘주식투자 게임’ 그 처절한 현장, 제로 베이스 게임 ‘금수저 전쟁’은 U+모바일tv에서 11일 0시에 공개된다.
‘금수저 전쟁’ 자산총액 290조 대기업 외손자 ‘다이아 수저’ 자인, 생활비는 100만원?···“저랑은 안 싸우시는 게 좋다” 무슨 일?
2024. 10. 31 01:00 연예
STUDIO X+U LG유플러스 STUDIO X+U 제로 베이스 게임 ‘금수저 전쟁’이 ‘금수저 끝판왕’ 두 사람인 재벌 3세 ‘다이아몬드 수저’ 자인, 명석한 두뇌까지 물려받은 ‘엘리트 금수저’ 인혜의 프로필을 공개했다. 11월 4일 U+모바일tv에서 첫 공개되는 ‘금수저 전쟁’은 대한민국 자산 상위 0.1% 소위 ‘금수저’라 불리는 이들이, 공짜 없는 ‘제로시티(Zero City)’에 입성하여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0원부터 돈을 불려나가며 최종 승자를 가리는 머니게임 서바이벌이다. ‘금수저 전쟁’은 참가자 각각의 캐릭터 티저를 공개, 부모의 후광을 내려놓고 무일푼으로 피 튀기는 생존 경쟁에 뛰어든 ‘금수저’ 8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중 ‘재벌집 막내아들’ 자인은 자산 총액 290조에 달하는 ‘대기업 창업주의 외손자’ 이승환으로, “재벌 3세가 아닌 재벌 1세로 불리고 싶다”라는 남다른 포부를 드러냈다. 특히 그는 재벌 3세로 화려한 삶을 살 것 같지만, 마지막 옷 쇼핑이 7년 전이며 생활비는 100만 원으로 소탈한 일상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자인은 제로시티 내에서 남녀불문 모든 출연자가 견제 대상 1위로 꼽은 인물이기도 하다. 자인이 다른 참가자들에게 “저랑은 안 싸우시는 게 좋다”라고 경고하는 모습은 그의 높은 자신감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서바이벌 중 “절대적인 독식”, “빌런” 등을 언급하며 자신의 우승 가능성을 확신한 자인의 활약상은 ‘금수저 전쟁’ 본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민족사관고등학교 수석, 수리영역 전국 0.003%로 ‘압구정 신의 아들’이라 불린 인혜는 “압구정 금수저 중에서 내가 제일 똑똑하다”라는 명언을 남긴 김경훈이다. 특히 그는 민사고, 미국 일리노이대, 서울대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았으며 서바이벌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자타공인 ‘뇌섹남’이다. 제로시티 내에서 인혜에 관한 이야기는 “두뇌 회전이 빠르다”, “야망 있다” 등 서바이벌에 최적화된 평판이 지배적이었다. 인혜 또한 자신을 ‘서바이벌 경력인’이라 칭하며, “(사람들)조종하기 쉽겠다”라고 자신만만하게 웃어 보였다. 또 그는 “너무 정직하게 하면 재미가 없지 않냐”라며 스스로 빌런을 자처하기도 했다. “어차피 우승은 내 것”이라며 다소 얄밉기까지 한 인혜가 게임을 풀어가는 방식은 ‘금수저 전쟁’ 본편에서 공개된다. ‘금수저 전쟁’은 현재까지 스타크(임재겸), 먼성(김헌성), 윤씨(이윤선), 로빈슨(이준석), 자인(이승환), 인혜(김경훈)까지 6명의 ‘금수저’의 프로필을 공개한 가운데, 글로벌 흥행 코스메틱 브랜드 2세 박무현, 7개 벤처IT기업 창업가 2세 이지나의 프로필 공개만을 앞두고 있다. 제로 베이스 게임 ‘금수저 전쟁’은 STUDIO X+U와 갤럭시파이드 크리에이션이 함께 했다. 11월 4일 U+모바일tv에서 첫 공개되며 매주 월, 화 0시에 공개된다.
‘스타트업 플랫폼’ 활용···식자재 유통 대기업 온라인 거래 급증
2024. 10. 19 06:22 생활|생활|생활
푸드테크 기업 마켓보로 오프라인 거래를 고수해 왔던 식자재 유통 대기업들이 직접 온라인 유통망을 구축하는 대신 이미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는 스타트업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터프라이즈 푸드테크 기업 마켓보로는 자사의 식자재 오픈마켓 식봄에 CJ프레시웨이를 비롯해 대상주식회사, 동원홈푸드, 현대그린푸드 등 식자재 유통 대기업들이 입점해 있으며, 매달 빠르게 매출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물꼬는 CJ프레시웨이가 텄다. CJ프레시웨이는 자사 온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대신 2022년 6월 식봄에 입점했다. 매출은 기대 이상으로 급성장했다. 지난 9월 식봄 내 CJ프레시웨이의 매출액은 1년 9개월 전인 2023년 1월과 비교해 무려 42배로 느는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CJ프레시웨이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지난해 10월엔 대상주식회사가, 올해 2월엔 동원홈푸드, 6월엔 현대그린푸드가 식봄에 둥지를 텄다. 이들의 매출도 CJ프레시웨이 못지않게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대상주식회사의 경우 입점 후 석 달 동안 매출이 약 두 배씩 뛴 다음 올해 들어선 9월 매출이 1월 대비 2.4배로 증가하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식봄에 입점한 동원홈푸드는 3월 매출 대비 9월 매출이 6배 이상으로 늘었고 6월 식봄에 입점한 현대그린푸드는 석 달 만에 매출이 4.4배로 치솟았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상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잘 하는 것을 하는 상생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들 대기업들은 식봄 외에 B사 등 다른 식자재 유통 플랫폼에도 참여하고 있다. 임사성 마켓보로 대표는 “대기업들의 참여는 식자재 온라인 시장을 활성화시켜 구매자인 외식 사업자들에게도 이익이 된다”며 “지난해 말부터 CJ프레시웨이가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온라인 거래를 시작하면서 취약 지역이던 지방에서도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간경향(총 88 건 검색)

“파묻기만 하면 돈”…습지보전지역 코앞까지 산폐장 추진하는 대기업(2024. 03. 25 06:00)
2024. 03. 25 06:00 사회
‘에코’·‘네이처’ 꼬리표 단 계열사 통해 산업폐기물 사업에 속속 경남 사천시 곤양면 일대에서 대진일반산업단지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뉴스사천 제공 “주민들은 산업단지까지는 용납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어요. 그렇게 산단 조성이 시작됐는데 시행사가 SK에코플랜트로 바뀌고, 산단 전체의 용도를 이차전지 재활용과 폐배터리 처리시설로 만들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나온 폐배터리만이 아니라 외국의 것도 들여와 처리한 후 매립하겠다고 해요. 처음엔 지역을 살리기 위해 산단이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후회하죠. 그것조차 못 들어오게 해야 했던 거예요. 돌아보면 (산단을 개발하겠다고 해놓고 폐기물 사업장을 들여오는 게) 업체들의 전략인 것 같아요.” 강호천 경남 사천시 대진산단 산업폐기물 처리장 반대대책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3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산업폐기물 처리 공공성 확보 요구 집중행동’에 참가했다. 이날 사천을 비롯해 충남 예산, 강원도 강릉·양양, 충북 천안과 경기도 평택·연천 등 전국 각지에서 산업폐기물 매립장·소각장·SRF소각시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모여 서울 종각역 인근 SK서린빌딩, 여의도 태영본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산업폐기물 사업을 추진하는 대표적인 기업인 SK와 태영을 규탄하고,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 등을 담은 정책요구안을 각 정당에 전달했다. ■환경과 개발의 엇박자 보여준 대진산단 사천시 곤양면 대진일반산업단지는 원래 우주항공 분야 제조업 유치를 목적으로 조성됐다. 산단 개발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시공사였던 SK에코플랜트가 시행사로 나섰고, 산단 용도를 통째로 ‘자원순환단지’로 바꾸는 변경 요청을 했다. 시는 산단 조성의 본래 목적과 다른 매립장·소각장 등 산업폐기물 처리장으로의 전환은 안 된다며 불허했는데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월 24일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복합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며 산단 계획 변경을 다시 요청했다. 시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반대하는 주민들은 SK에코플랜트의 계획이 포장만 바꾼 폐기물 처리장이라고 보고 있다. 새로운 배터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폐배터리를 분쇄·분리·추출·폐기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하루 200t이던 소각시설 용량을 절반으로, 매립시설은 16% 줄이고 중금속 추출 과정의 환경오염과 매립장 침출수는 기술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간 전국 여러 폐기물 매립 시설에서 침출수 유출이나 에어돔 붕괴 사고가 심심찮게 있었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크다. 대진산단 바로 앞에 있는 사천 광포만 갯벌은 지난해 10월 23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갯잔디 군락지로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광포만 습지는 2000년대 초부터 산단 조성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었으나 지역 주민들의 보존 노력 끝에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는 결실을 얻었다. 하지만 산단에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오면 습지가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주민과 환경단체의 우려다. 박남희 사천·남해·하동 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은 “‘매립장 땅을 15~20m 파고 돔을 만들어 가스를 저장하고, 침출수는 외부로 유출하지 않겠다. 대기업이라 그런 기술을 갖고 있다’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전국 곳곳에서 침출수 오염이나 해양오염, 에어돔 붕괴가 비일비재하다”라고 말했다. 태영그룹이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는 강릉 주문진읍의 주민들도 침출수 유출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태영그룹은 사모펀드 KKR과 손잡고 ‘에코비트’라는 회사를 만들어 여러 곳에서 산업폐기물 매립장 사업을 하는데, 주문진읍에서는 ‘태영동부환경’이라는 회사를 별도로 설립해 대규모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정폐기물까지 처리하는데, 670만㎡로 국내 최대규모다. 이곳도 강릉시가 생태공원으로 지정하려는 부지와 가깝다.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3월 14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황의혁 제공 이날 집회에서 만난 양양군 주민 김경욱씨는 “폐기물 매립장 예정지에서 직선 5㎞ 거리에 주문진항이 있고, 소돌해수욕장이 있다.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하천에 침출수를 내보낸다고 하는데 아무리 정화한다고 해도 지역 식당이나 횟집을 손님들이 찾을 것이며, 해수욕장에 손님이 올까. 강원 영동 지역에서 나오는 지정폐기물의 양이 전국의 0.2%도 안 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게 남아 있는 청정지역이다. 왜 이곳에 폐기물을 끌어오려는 것인지 희한하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사모펀드까지 뛰어든 산업폐기물 사업 대기업이 ‘에코’·‘네이처’ 등의 이름을 단 계열사를 세우고 폐기물 사업에 열중하는 이유는 막대한 수익이다. 폐기물의 양이 늘면서 폐기물 평균 매립 단가는 2016년 t당 11만원에서 2020년 24만원으로 올랐는데, 현재는 그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방치폐기물은 더 비싼데 폐유기용제, 폐석면, 폐농약 등이 t당 60만원을 넘고, 의료폐기물은 t당 140만원에 가깝다. 일단 인허가를 받고 매립장을 건설하면 그 이후엔 돈을 쓸어 담을 수 있어 사모펀드와 대기업 사이에서 산업폐기물 매립장·소각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된다. 실제 공익법률센터 농본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에코비트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사업 분야에서 1368억원 매출을 거뒀는데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은 1220억원으로 이익률이 89%에 달했다. SK에코플랜트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경기도 연천의 의료폐기물 소각장 운영업체 도시환경은 2021년 114억원 매출에 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영국계 자본이 100% 지분을 소유한 경기도 용인의 의료폐기물 소각장 운영업체 스테리싸이클코리아는 2021년 277억원 매출에 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현금 창출 능력이 탁월하다 보니 몸값도 높다. 태영그룹은 지난 1월 워크아웃 중인 태영건설 자구안으로 에코비트의 매각을 결정했는데 기업가치가 3조원 안팎으로 추정됐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6월 클렌코,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디디에스 등 4개 폐기물 처리 기업을 인수하면서 400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2022년 5월엔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운영하는 제이에이그린의 지분 70%를 1925억원에 인수했다. 산업폐기물은 지자체가 관리 책임을 진 생활폐기물과 달리 전국 단위로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기업이 폐기물 사업을 추진하는 최적지는 땅값이 싸고, 인구가 적어 반대를 쉽게 물리칠 수 있는 농어촌 지역이다. 폐기물이 나오는 곳이 아님에도 폐기물 책임을 거의 전담하다시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기업이 농어촌 지역을 설득하는 주요 논리는 지역 부흥과 일자리 유치를 위한 산단 개발이다. 실제 SK에코플랜트는 서산시 대산읍, 아산시 선장면 등 충남의 다섯 군데 지역에서 산업단지와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패키지로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은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활동비’를 지급하면서 주민들을 회유하고, 마을 주민들은 찬성파·반대파로 나뉘어 갈등을 겪는다. 산단 개발이나 폐기물 매립장·소각장이 들어서는 농촌 지역에서 되풀이되는 광경이다. 곤양면 석문마을 이장이기도 한 강호천 위원장은 “SK에서 활동비를 받아서 찬성 활동을 하는 세력이 있는데, 그래서 주민 간 갈등이 심했다. 지금도 마을이 반대파·추진파로 갈려서 서로 말도 안 할 정도로 앙금이 남았다”고 말했다. 경기 연천군 청산면 대전리에 있는 염색 공장과 폐기물 소각장에서 매연이 나오고 있다. 황의혁 제공 ■발생지 책임 원칙, 공공 관리 도입해야 이익은 민간업체가 갖지만 사후관리는 결국 공공이 떠맡는 경우가 많다. 충북 제천시의 경우에 에어돔 붕괴사고가 일어난 매립장을 시가 98억원을 들여서 복구했고, 충남 당진시의 고대부곡 매립장과 경기도 화성시 주곡리 매립장의 경우 업체가 부도를 내면서 지자체가 사후관리 부담을 떠안았다. 업체가 매립으로 이익을 얻은 후 30년 사후관리를 맡을 땐 고의로 부도를 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폐기물 매립장에서의 침출수 유출과 소각으로 인한 대기 오염에 따른 피해는 주민이 감당하고 있다. 경기 연천군 청산면 대전리에는 산업시설과 폐기물 소각장이 주거지를 중심으로 밀집해있다. 섬유 염색 공장이 15개 업체 이상 입주해 있고 아스콘 공장 한 곳, 건설폐기물 처리장 두 곳 등이 영업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SRF(폐비닐, 폐플라스틱 등의 가연성 물질을 선별해 건조 과정 등을 거친 고형폐기물연료) 소각장이 추가됐다. SRF소각로는 마을 거주지와 불과 6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황의혁 SRF열병합발전소 설치 반대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제일 심각한 건 지난해 겨울부터 가동한 SRF 소각장이다. 마을 한가운데 들어와 연기와 소음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황 부위원장은 “지난 10년간 마을 주민 30명이 돌아가셨는데 전부 사인은 암이었다. 30년간 마을 주변에 들어온 공장, 매립장이 내뿜는 오염물질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농촌 지역에 환경오염 시설이 주거지와 혼재한 경우는 드물지 않지만, 과학적으로 건강피해와의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곳이 많다. 정부·지자체 차원에서 실태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농촌 환경오염 피해를 조사해온 고정근 공익연구센터 블루닷 대표는 “건강피해는 과학적 연관성을 규명해야 하지만, 소음과 냄새로 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최소한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대체로 농촌 지역에 고령자들이 많고, 적절하게 항의할 여건이 안 되는 분들이 많아 (폐기물 처리시설이) 그쪽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폐기물이 나오는 한 이를 처리할 시설은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그 과정이 정의롭지 않은 게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 발생지 책임 원칙 확립, 주민감시 보장과 실태조사,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 정책 전환을 위한 국회 주관의 정·민·관 합동 TF 구성이라는 5가지 해결 원칙을 제시했다. 고정근 대표는 “법으로 어렵다면 지역 조례로라도 최소한 주거지에 인접해 들어가는 건 공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민간기업이 운영하더라도 공공이 운영하는 정도로 정보가 공개되고, 지역 의회와 시민사회가 감시할 수 있도록 공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승수 농본 대표(변호사)도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민감시나 주민참여 조항은 생활폐기물에만 적용되고, 민간업체가 하는 산업폐기물에는 적용이 안 된다”며 “생활폐기물보다 더 위험성이 큰 산업폐기물에도 주민감시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책 제안서에 민주당은 주민감시권 보장과 TF 구성에 찬성하고 나머지는 보류했고, 국민의힘은 아직 답변이 없다”며 “일단 논의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고, 22대 국회가 구성되면 법 개정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대기업 유치만이 답은 아니다(2022. 09. 02 11:31)
2022. 09. 02 11:31 경제
ㆍ광역자치단체의 정책기조 시대적 전환과 맞지 않아… ‘기후일자리’ 고민해야 할 때 “울산 면적의 25%를 차지하는 그린벨트를 해제해 기업을 유치하고 신도시를 건설해 인구와 자금 역외 유출을 막아내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내겠습니다.”(김두겸 울산광역시장), “대기업 중심의 60조원 투자유치와 청년세대를 위한 천억 창업펀드 조성으로 ‘충북경제 도약의 새시대’를 열겠습니다”(김영환 충북도지사), “탈원전으로 침체된 지역경제에 차세대 원전기술의 날개를 달아 경북을 대한민국에서 기업하기 가장 좋은 곳, 혁신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만들겠습니다.”(이철우 경북도지사), “세일즈도지사가 되어 기업을 설득하고 매력적인 프로젝트로 기업을 유도하고 규제혁신으로 장애물을 극복하는 ‘3박자 대기업 유치전략’을 펼칠 것입니다.”(김관영 전북도지사) 8월 29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인수위 보고서는 대기업 유치를 주요 경제정책으로 내세웠다. / 연합뉴스 지난 6월 1일 당선된 민선 8기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은 한목소리로 대기업을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의 인구유출을 막겠다고 나섰다. 기후위기 대응의 관점에서 17개 시도광역지방자치단체의 인수위 보고서를 분석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대개의 지자체에서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관련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한다. 그 밖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공항건설을 비롯해 대형 테마파크 유치까지 다들 비슷한 내용의 정책을 담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충청남도는 서산공항 건설을, 경상북도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방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비수도권 지역에 널리 퍼져 있는 상황에서 광역지자체들은 인구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의 국책사업과 대기업 유치만 바라보고 있다. 광역지자체 대기업 유치 한목소리 대규모 국책사업과 대기업 유치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은 지금까지 많은 광역자치단체에서 추진해왔던 경제성장 기조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이 새로운 산업·통상 정책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와 동일한 광역자치단체의 정책기조는 시대적 전환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인수위 보고서를 최근까지 분석한 결과, 기존의 경제모델을 넘어서는 전환 경제에 대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임에도 대개의 광역자치단체의 정책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인프라, 건물, 수송, 순환경제 등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특히 대구광역시의 경우 인수위 보고서에 ‘기후위기’라는 용어가 한번도 나오지 않았으며 K2 군공항 및 민간공항 이전, 에어시티(공항도시) 건설, UAM, 반도체, 로봇, 헬스케어, ABB산업 육성, 200만평 규모 첨단산업단지 건설, 반도체 클러스터 및 미래 모빌리티 선도단지 조성, 대구 스카이라인 재창조를 위한 미래형 도시 계획 수립, 24시간 잠들지 않는 두바이 방식 개발 등 막대한 토목건설과 공항건설에만 집중해 전환 경제에 대한 고민이 가장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석탄화력발전소, 내연기관 자동차, 정유 사업 등 좌초위기 산업들에 대한 전환 대책이 시급한 울산·인천 등은 정의로운 전환을 통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이 중요함에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과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없었다. 이유진 부소장은 “각 지역이 모두가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사활을 걸고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가능성이 낮은 일에 지자체의 중요한 자원과 인력을 투입하는 게 맞는 것일까”라며 “기존의 산업들을 냉정하게 평가해보고 대기업 유치에만 의존해 일자리를 만들어내던 방식에서 벗어나 에너지전환, 건물 에너지 효율화, 재난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 등 지역에서 필요하고 만들어질 수 있는 일자리가 어떤 것인지, 전환 경제를 모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대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확보에 급급하기보다 지역의 자립도를 높이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일자리를 고민할 때라는 지적이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의제 10가지를 선정하고, 17개 지자체 시민들과 함께 각 지역에 맞는 정책의제를 숙의했다. 그 결과 도출한 의제를 광역지자체에 전달해 이를 정책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녹색전환연구소가 제안한 공동의제 중 ‘전환 경제’ 항목에는 ‘기후일자리’도 포함돼 있다. 기후일자리는 녹색일자리(Green job)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생태계 시스템을 보호·복원하기 위한 폐기물 및 오염 물질 최소화, 기후 적응과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과 관련된 일자리를 의미한다. 광역지자체 인수위 보고서에는 기후일자리에 대한 정책이 전무한 곳도 있었지만, 관심을 갖고 관련 정책을 제시한 지자체도 있었다. 전라남도는 바이오플라스틱 사업을 제시했고 경기도는 스타트업, 탄소중립, 미래산업 등에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충청북도는 선순환 여성특화 취·창업 생태계 조성, 충북형 재생모델 구축 및 추진 등을 내놓았다. 특히 광주광역시의 경우 자원순환, 에너지전환사업 등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공익적 가치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시민참여수당’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황철호 광주광역시 정책보좌관은 “기후일자리가 바이오산업, 미래모빌리티 산업 등 산업군에서 나오는 일자리도 있지만,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결과로 나타나는 사회의 전반적인 전환을 둘러싼 일자리 창출을 볼 필요가 있다”라며 “기후나 환경, 돌봄 등에 시민들이 활동하면 참여수당을 지급한다. 자원순환해설사, 분리수거, 환경 관련 강의 및 컨설팅 등 기후일자리에 대한 참여수당을 1만개 이상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더 많이 필요한 ‘돌봄’ 또한 참여수당을 받는 기후일자리가 될 수 있다. 황 정책보좌관은 “광주는 폭염, 열대야 정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고 온열질환자 비중도 높은 편이다. 기후위기와 그에 따른 재난에 취약한 계층을 찾아 발굴하고 이들을 지원하고 이러한 활동을 일자리로 묶어내는 것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측량하고 기후위기에 취약한 지역과 계층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는 이밖에 2만5000여명의 농민인구에 대한 농민수당 도입과 가사수당 도입도 추진 중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2월 광주광역시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광주 녹색전환 10대정책 발굴’ 100인 원탁 토론이 진행됐다. / 이민철 제공 광주의 ‘기후일자리’ 실험 광주광역시는 2009년 기후변화대응조례를 제정하고 2014년 국제기후환경센터를 설립하는 등 광역지자체 중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정책을 선도적으로 논의해왔다. 2010년부터 저탄소녹색아파트 사업을 추진해 주민들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어내고 그 결과 연간 평균 1106t의 온실가스를 절감했다. 현재 10개 동인 에너지전환마을도 매년 5개 동씩 늘려갈 계획이다. 이번 민선 8기는 그동안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 흐름을 이어가면서 ‘기후일자리’ 정책에 좀더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광주 시민사회는 ‘참여수당’ 도입 등 기후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는 환영하지만, 기간이나 수당 규모가 말 그대로 ‘일자리’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민철 광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 집행위원장은 “기후일자리 참여수당이 일시적인 기간의 적은 액수가 아니라 ‘일자리’라고 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시에서 어떻게 책정할지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했다. ‘집수리 사업단’, ‘햇빛발전탐사대’ 등 추가적인 기후일자리에 대한 검토와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집수리 사업단은 기후일자리 중에 비교적 규모가 클 것이라고 예상한다. 공공건물부터 민간건물까지 그린리모델링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형건물을 제외한 작은 건물, 주택들의 그린리모델링을 통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거다. 태양광발전은 관련해서 유지·보수 기술을 갖고 있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 밖에 에너지스마트그리드 효율화 산업, 비건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기후미식도시’ 기획 등도 기후일자리의 한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일자리 위기와 기후위기 문제에 국가가 답을 내려주기를 기대하기보다 시민들이 직접 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을 지역공동체에서 모색해봐야 한다는 취지다. 광주광역시는 다른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기후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창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광주 또한 미래 모빌리티 특화산단,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추진, AI 집적단지 등 대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인구 유출 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반면 물류나 인력수급에 불리해 대기업 유치에서는 중부지역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9년 광주는 대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기존 완성차업체 임금의 절반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복리·후생 비용 지원을 통해 보전한다는 광주형 일자리를 도입했지만, 지원이 미흡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또 광주형일자리인 GGM 공장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어 전기차로의 전환 정책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유치는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긴 하지만, 기후위기가 더 이상 환경의 문제만이 아닌 산업·통상의 문제, 경제·일자리의 문제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대안적 일자리의 모색 또한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지역 일자리 사례와 모델>은 지방의 일자리 위기는 ‘대량생산-대량소비’ 선순환 관계가 깨지면서 발생했다고 분석하며 수십년간의 지역균형발전과 지역 일자리 정책을 넘어서는 새로운 지향점과 대안적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광주광역시의 참여수당 실험은 기후일자리가 대안적 일자리로서 확장해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여기에는 광역지자체만의 노력 외에도 탄소중립에 대한 정부의 의지 또한 중요하다. 황철호 정책보좌관은 “광주에서 준비하고 있는 기후일자리 사업은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규모이지만, 그 외에 대규모의 인프라가 필요한 에너지전환 등의 사업은 지자체만의 재정으로는 어려움도 있고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표지 이야기
[전성인의 난세직필](1)껍데기로 전락한 대기업 사외이사(2022. 05. 13 14:18)
2022. 05. 13 14:18 경제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한 후보자가 김·장 법률사무소(김앤장)의 고문과 S-Oil 사외이사를 겸직한 행위가 상법상 사외이사 결격사유에 해당하는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했던 나는 문제의 본질을 파고 들어가지 못하는 공방에 지루함을 넘어 답답함을 느꼈다. 이에 독자들과 처음 만나는 이번 글을 통해 ‘이사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함께 생각해봤으면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4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한덕수 후보자 겸직 행위 논란 주식회사는 사단법인이라는 본질이 말해주듯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때 ‘사람들’은 주주다. 주주들의 모임을 의인화해 법인격을 부여한 것이 주식회사다. 그런데 주식회사는 의인화된 개념에 불과하므로 실제로 일은 사람이 해야 한다. 이때 주주를 위해 그 일을 대신 해주는 사람이 이사다. 주식회사가 처음 태동했을 때는 이 관계를 ‘신탁’의 법리를 차용해 규율했다. 이 경우 돈을 댄 주주는 위탁자가 되고, 주식회사는 신탁이 되고 그 재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는 이사가 된다. 이사는 신탁의 법리에 따라 위탁자인 주주에 대해 여러 의무를 부담한다. 구체적으로 이사는 열심히 일해야 하고(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딴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충성의 의무).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태만이고, 딴 곳을 쳐다보면 이해상충이다. 모두 이사의 의무 위반이다. 그럼 이사는 원천적으로 누구에 대해 의무를 부담하는가? 영미의 회사법에서 이사는 ‘회사와 주주 일반’에 대해 의무를 부담한다. 이 점은 이사한테 유리하게 회사법을 적용하기로 정평이 난 미 델라웨어 법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특히 유의할 건 이사가 ‘주주 일반’에 대해서도 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이다. 이 점은 주주를 위탁자, 이사를 수탁자로 치환해 놓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심지어 영미법에서 이사는 도산이 임박하면 채권자에 대해서까지 부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왜냐하면 도산 상태에 진입하면 채권자 특히 무담보 채권자가 잔여적 청구권자로 평상시의 주주와 유사한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일반론이 한국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우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duty of care)를 살펴보자. 이 의무의 하부 개념은 감시의 의무(duty of oversight)다. 이사는 회사가 정상적으로 사회의 규범을 지키며 영업활동을 하는지 감시할 의무가 있다. 그런 의무를 구체화한 것이 내부 통제기준이다. 즉 이사는 내부 통제기준을 설정하고, 그것이 실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감시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런 기본 법리가 제대로 착근하지 않은 채 제도의 껍데기만 도입하다 보니 개그콘서트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손태승 전 우리은행장에 대한 행정법원 판결이 그 대표적 예다. 재판부는 “손 전 행장에게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는 있지만 이를 준수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했다. 소가 웃을 노릇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조항을 거론하기에 앞서, 애초에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의 원천은 감시의무에서 연유하는 것이고, 그 의무는 내부 통제기준이 실효적으로 운영될 때에 비로소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정법원 재판부는 이런 가장 기초적인 법리를 도외시하고 감시의무를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어처구니없는 판결을 내리고 말았다. 이사에 관한 법리가 왜곡되는 현장은 또 있다. 이사의 의무부담 범위를 인위적으로 좁혀 운영하는 사례가 그것이다. 한국에서 이사는 회사에 대해서만 책임을 질 뿐 주주 일반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것이 이제까지의 대법원 판례다. 잘못된 것이다. 혹자는 회사에 책임을 지는 것과 주주 일반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대법원 판례가 특별히 잘못되지 않았다는 투로 항변한다. 그럴 수 있다. 회사가 잘되면 주주도 잘되고, 회사에 손해가 나면 궁극적으로 주주 일반이 손해를 입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연관성이 언제나 성립하지는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회사의 소멸이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삼성물산 주주들의 입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합병비율이다. 그러나 합병비율이 어떻게 결정되든 삼성물산에는 아무런 손익도 발생하지 않는다. 삼성물산 손익은 합병비율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무원칙하게 그대로 적용하면 삼성물산 이사들이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그대로 수용하더라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회사에 손해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잘못된 결과다. 영미에서 만일 흡수합병되는 회사의 이사가 엉터리 합병비율을 수용한다면 당장 소송감이다. 사외이사는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 그렇다면 흡수합병되는 회사의 이사들은 어떻게 해야 소송을 피할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 이사들이 ‘절대적인 공정성(absolute fairness)’을 다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리고 실무에서 이를 달성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는 ‘소수자들의 다수결(majority of minority)’ 충족이다. 이때 소수자들이란 지배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다른 주주들을 말한다. 즉 주주총회에서 지배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다른 주주들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한 상태에서 합병이 통과되면 그런 결정은 절대적인 공정성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원칙은 이사회 결정에도 응용할 수 있다. 이사회의 안건이 지배주주의 권익과 직결되면 역시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대표이사나 기타 사내이사를 제외한 사외이사들만으로 소위원회를 꾸려 이들의 의견을 따르면 공정성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 여기서 전제조건은 사외이사들이 지배주주나 대표이사와는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은 그래서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소수자들의 다수결 원칙을 도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외이사 제도는 적어도 법문상으로는 활성화돼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에서 사외이사가 ‘지배주주와 독립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이사’가 아니라 ‘사외이사 요건을 껍데기로만 충족하는 지배주주의 또 다른 특수관계인’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 역시 잘못된 것이다. 제도의 근본이 뿌리내리지 않고 껍데기만 굴러다니는 현실의 모습은 참혹하다. 이사의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금융지주 회장들이 버젓이 직무를 수행하고, 구 삼성물산 이사가 국회의원을 하고 한 후보자는 목하 두 번째 국무총리를 바라보고 있다. 탱자를 다시 귤로 만드는 어려운 작업을 해야 할 시점이다.
전성인의 난세직필
대기업 이사회 의장은 상왕인가(2021. 07. 23 15:04)
2021. 07. 23 15:04 경제
ㆍ대표이사가 의장 겸직 수두룩…‘퇴장’ 이후에 의장직 유지하기도 세계 최고 부호인 미국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7월 5일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임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이끌어온 앤디 재시가 아마존의 새 CEO로 선임됐다. 아마존을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기업으로 성장시킨 베이조스가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앞으로 아마존의 경영을 뒤켠에서 지켜만 볼 것이라 보는 이는 없다. 그는 여전히 아마존 최대주주이며 이전까지 겸직하던 이사회 의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26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사회 의장(왼쪽)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두 번째)와 의약품 생산 설비를 둘러보며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특히 경영진과의 균형을 맞추면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업 이사회의 역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대표적인 기업들에선 여전히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며 이사회의 ‘견제’ 임무를 다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가 남아 있거나,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경영으로 법원의 심판대에 오른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 자리는 유지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더딘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이사회 의장 자리가 ‘상왕’으로 추대하기 위해 변질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취지 어긋나 7월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관련 공판에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사회 의장과 최치훈 전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이 출석했다. 김 의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하고 분식회계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도 기소돼 오는 9월 정식 공판이 예정돼 있다. 김 의장은 대표이사에선 물러났지만 겸직하고 있던 이사회 의장은 유지하고 있다. 최 전 의장은 2014년부터 삼성물산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다 2018년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이사회 의장 자리는 유지했고, 지난 2월에야 임기 만료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공교롭게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불법승계’에 관련된 기업인들이 의혹이 제기된 후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도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했던 것이다. 특히 김 의장은 5월 26일 민주당 지도부가 인천 연수구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을 찾아 현장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을 때 회의에 참석하며 생산 공정을 설명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한미 기업 간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축하하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로부터 “좋은 기업과 좋은 정치가 만나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들을 정도로 해당 기업을 대표하는 자리에 나섰던 것이다. 기업 이사회는 기업 대주주나 기업에 소속된 경영진들의 독단적인 경영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인인 사외이사까지 참가시켜 ‘견제와 균형’을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운영하는 기구다. 사외이사의 수가 사내이사보다 많도록 구성돼 있기 때문에 명목상으로는 이런 감시자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ESG 경영 바람이 불기 전부터 지배구조상의 허점을 최소한으로나마 막아내기 위해 이사회 운영을 투명하게 하는 제도적인 보완책은 계속 도입돼온 바 있다. 2019년부터 금융감독원이 기업 지배구조 관련 정보 제공 범위를 확대하도록 기업공시 서식 작성기준을 개정한 바 있고,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법인은 한국거래소에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의무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도 시행됐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주주들이 기업 경영을 더욱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점차 도입되는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이사회가 본래 취지를 다하기 위한 선결조건 중에는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 제한이 대표적이다. 제도적으로 지배구조 공개 방침이 확대됨에 따라 과거에 비해선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한 기업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재계의 10대 기업집단 상장사 중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의무가 있는 101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연말 기준 이 두 직책을 분리한 기업은 전체의 27%로 집계됐다. 5년 전 14%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사실상 오너 역할 그러나 10대 기업집단 중 이사회 의장을 따로 선임한 상장사가 전혀 없는 기업집단도 5개나 될 정도로 아직은 갈 길이 먼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각 기업 공시를 통해 확인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롯데·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는 상장 계열사 모두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었다. 이들 5개 기업집단을 통틀어 41개 기업이 대표이사가 의장까지 맡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과 SK, LG는 비교적 겸직 비율이 낮아 각각 50%, 63.2%, 38.5%의 계열사에서 이사회 의장을 따로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와 GS 계열사는 각각 1곳만 겸직 대신 분리를 실시해 이들 5개 기업집단에서 도합 27곳의 기업이 지배구조 개선에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는 모습이 드러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업 지배구조 원칙에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하지 않는 쪽이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투명한 경영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보고 권고사항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총수 일가의 입김이 여전히 강한 국내에선 두 직책을 분리하는 사항 자체가 오너의 결정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삼성이 삼성전자를 필두로 2016년부터 점차 두 직책을 분리 선임하는 추세를 계열사 내에 확산시켰고, SK도 2019년 최태원 회장이 그룹 지주사 의장직에서 물러난 이후부터 이런 흐름이 빨라졌다. 반면 여전히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직하는 현대차와 롯데 등의 기업집단에선 언제 변화가 나타날지 쉽게 예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은 미국 S&P 500 상장기업 중 53%가 겸직 방지 방안을 시행 중인 점과도 비교된다. 금융회사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13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원칙적으로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해야 한다는 법적 제한을 받고 있어 겸직 방지 면에서 더 진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다. 다만 금융사 역시 사외이사가 아닌 자를 의장으로 선임하는 사유만 공시하고, 따로 선임사외이사를 둔다면 전처럼 사내이사의 의장직 수행이 가능하게 빠져나갈 여지가 있다. 이 때문에 10대 기업집단 계열사 중 금융사인 현대차증권·한화투자증권 등은 대표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다. 이 경우 겸직 사유를 공시하고 있지만 “효율적인 이사회 소집 및 회의 진행을 하기 위함”(한화투자증권)이라고만 짤막하게 공시돼 있어 법을 피해갈 구멍이 허술하게 열려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게다가 기업 경영 전반에 막대할 정도의 입김을 미치면서도 이사회 의장 자리로 한발 물러난 뉘앙스를 주는 창업자들도 이사회 의장의 제 역할과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등은 의장이 사실상 오너 역할을 하거나, 창업자가 의장직에서는 물러났지만 경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이 경우 대표이사에게 명시적으로 부과되는 책임을 피하는 방책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물류센터 화재 사고 직전 의장직을 사임한 쿠팡의 김범석 전 의장은 사임일자가 화재 사고 전이었음이 밝혀지기 전까지 책임 회피를 위해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또 사외이사로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과 명망을 갖춘 인사를 선임하며 이사회를 구성하고는 있지만 실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독단을 저지하는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배구조보고서 공시 의무가 있는 대규모 상장기업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한 바 있는 한 교수 출신 인사는 “현실적으로 사외이사가 경영에 제동을 걸 만큼 내부 사정을 파악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소위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낼 만한 여지도 별로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사외이사가 기업의 공익활동을 위한 제언이라도 할 수 있고 어느 정도는 이런 의견이 반영되기도 한다는 점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칙상 사외이사가 의장 맡아야 이러한 현실적 한계 때문에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내용 중에는 감사부서의 독립성을 확보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항목도 포함된다. 최근 ESG 경영 바람이 불면서 이사회 직속으로 ESG위원회를 꾸리는 일부 기업에서도 내부 감사활동을 철저히 수행해 대외적 투명성을 높인다는 방침을 천명한 곳도 늘고 있다. 다만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으로 상위권에 올라 있는 기업들의 지배구조보고서를 검토해보면 실제 해당 항목을 준수하고 있는 기업의 비율은 높지 않다. 이사회보다 기업 내부의 사정을 잘 알고 내부 부정행위를 감독하는 역할에 전념할 수 있으려면 감사부서가 충분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른 지배구조 15개 핵심원칙 중 ‘감사위원회의 인사평가·인사이동 동의권 행사’ 항목을 보장한 기업은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사회의 이사들을 선임하는 주주들의 권리 또한 보장되지 않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권고하는 대로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선 다른 기업과 겹치지 않는 날을 지정해 적어도 4주 전에는 소집공고를 내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기업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이른바 여러 서로 다른 기업의 주주총회가 집중되는 ‘슈퍼주총데이’에 주총이 몰리는가 하면, 소집공고를 내는 시기도 2주 전에 내는 관행이 일반적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지’(셀트리온)한다는 등의 이유로 주총 일자를 재검토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경영계 일각에서는 대표이사가 주도하는 이사회가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경영지침 수립과 실행에 일조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ESG 경영을 표방하고 나선 기업들이 주주와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형식적인 기구조차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다면 더욱 거센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이사회는 제대로만 운영되면 단순한 거수기가 아니라 소수 경영진의 독단을 견제하고 보다 균형 있는 기업 경영을 실현하는 실질적 역할을 다할 수 있다”며 “물론 대표이사가 의장까지 겸하는 이전까지의 방식에 단점만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대표이사 외의 사내이사가 의장을 맡는 등 보다 중립적인 운영을 해나가며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대안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레이디경향(총 6 건 검색)

대기업 건설사 임원 시니어모델된 사연은?
2023. 07. 31 06:05 문화/생활|화제
시니어 모델 박윤섭. 케이플러스 제공 백발의 중후한 멋과 대조적으로 소년 같은 미소가 인상적인 시니어 모델 박윤섭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 대기업 건설사 임원으로 재직한 회사원이었다. 그가 퇴직 후 모델로 인생 2막을 열었다. 최근에는 모델 전문 에이전시 케이플러스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28일 케이플러스는 “시니어 모델로 눈에 띄는 행보를 펼치고 있는 박윤섭과 함께하게 되어 기쁘다. 그의 좋은 파트너로서, 모델 박윤섭이 가진 능력을 다방면으로 펼칠 수 있도록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모델 박윤섭은 연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연세대학교 대학원과 UCLA 건축대학원 건축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모 대기업 건설사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건축가로서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제2의 꿈을 위해 퇴직 후, 시니어 모델로 데뷔해 인생 2막을 열며 끝없는 도전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는 ‘2022 슈퍼모델 선발대회: 더 그레이스’ 본선에서 185cm의 타고난 프로포션과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 프로페셔널한 워킹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으며, 2023 S/S 서울패션위크 ‘정희진’ 디자이너쇼의 포토월 행사에 셀럽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2020 S/S와 2020 F/W 서울패션위크 등 다수의 런웨이에서 활약하며 모델로서 입지를 확고히 구축해 나가고 있다. 런웨이 외에도 코드쿤스트의 ‘FLOWER’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젊은 모델 못지않은 자연스러운 포즈와 표정 연기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가 하면, 패션 화보와 매거진, 광고까지 섭렵하며 시니어 모델로서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박윤섭은 “모델 일을 시작하면서 나이 60 넘어 활짝 웃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정도로 나에겐 매력적인 직업이고 런웨이에 설 때가 가장 설레고 행복하다. 케이플러스와 함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시니어 모델 박윤섭과 손을 잡은 케이플러스는 배윤영, 혜박, 박경진, 클로이 오, 김설희 등 모델들과 방송인 황보, 배우 유지애와 신지훈, 스포테이너 김하늘이 소속된 모델 전문 에이전시다.
대기업 회장님부터 재벌가 사모님들까지 ‘VVIP 전담’ 헤어 디자이너 이광수
2013. 05. 24 16:51 화제
사람의 머리카락을 다듬고 만진다는 건,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부분의 손질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상대의 기분과 마음까지 헤아릴 수 있어야 하는 고난도의 기술이다. 게다가 고객이 누구냐에 따라 세세한 맞춤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잦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상위 0.1% 재력가들의 헤어스타일을 완성하며, 까다롭기로 소문난 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헤어 디자이너 이광수 원장을 만났다. 일대일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그곳 유명 대기업 오너들과 재벌가 안주인들의 헤어스타일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 사람이 대충 어떤 외모와 분위기를 가졌을지 상상해둔 이미지가 있었다. 무엇보다 말끔한 정장 차림에 조금은 정형화된 느낌의 말투와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필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모 기업 소유의 건물 지하에 위치한 소문의 헤어숍은 고급스럽고 우아한 외관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외부에 간판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에 헤어숍이 있다는 것조차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 우연히 길을 가다가 머리를 하러 들어간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건물에 들어서자 깔끔한 슈트 차림의 중년 남성이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그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헤어숍이 있는 층에 도착하자 은은한 조명이 설치된 작고 어두운 복도 끝에 문이 하나 있었다. 헤어숍이라고 생각될 만한 안내는 전혀 없었다. 그야말로 타인의 시선을 피해서 아는 사람들만 조용히 찾아오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문을 열자 명화와 고급스러운 가구로 채워진 작고 아담한 공간이 펼쳐졌다. 내부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로엘 팔러(Roel Parlor)라는 이 프라이빗 뷰티살롱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바지와 운동화의 캐주얼한 차림으로 악수를 청한 헤어 디자이너 이광수(33) 원장은 VVIP를 상대하는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자유분방해 보였다.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과 반팔 티셔츠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강렬한 문신, 올해로 9년째 종합격투기를 취미생활로 즐기고 있다는 것까지 보면 볼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여긴 원래 OO그룹의 사모님이 개인 공간으로 쓰시려고 비워뒀던 곳인데 저에게 싸게 임대해주셨어요. 덕분에 청담동에서 운영하던 숍을 정리한 뒤 몇 달 전에 이사 왔죠. 가게 이름이 있기는 한데, 고객분들 사이에서는 그냥 ‘광수네’로 통해요. 주로 대기업 오너들이나 사모님, 자녀들의 헤어를 담당하고 있고요. 간혹 그분들의 소개를 통해 오는 분들도 계세요.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하고, 저 혼자서 일대일 서비스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일행이 아닌 이상 같은 시간대에 두 명 이상의 고객이 이 공간에 있을 순 없어요.” 안동 시골 소년이 청담동에 입성하기까지 올해로 15년째 헤어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는 이광수 원장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일찍이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한 우물만 파왔다. 중학교 때까지 반에서 5등 안에 들 정도로 좋은 성적을 유지하다가, 비평준화 지역이었던 안동 시내의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성적이 확 떨어진 게 헤어 디자이너를 꿈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학교 성적이 너무 떨어져서 저도, 부모님도 충격을 받았죠. 농사를 지으시던 아버지는 외아들인 저에게 실망을 하셨는지, 어느 날 ‘차라리 기술이나 배워라’라고 하시더라고요. 마침 한창 인기를 끌던 잡지들을 보니까 리틀조, 정현정, 박준 등을 소개하면서 헤어 디자이너를 유망 직종으로 추천했더군요. 무심코 ‘나도 한번 배워볼까’ 하는 생각으로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께서 안동 시내에 있는 학원들을 일일이 알아보시고는 등록까지 해주셨죠.” 이 원장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미용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저러다가 3개월도 못 버티고 그만둘 것이다’라고 못 미더운 시선을 보냈지만 그럴수록 그는 승부욕에 불타올랐다고 한다. 미용학원에 다니는 것 자체가 보기 드문 인문계 고등학생이 취업을 목표로 뛰어든 실업계 고등학생들을 제치고 학원 내 실기 시험의 모든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우기도 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에 점점 자신감을 갖게 됐고 헤어 디자이너로서의 삶에 더 큰 확신을 품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미용 기술을 배웠어요. 그러던 어느 날 헤어숍에서 같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형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예전 같은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걸 보게 됐어요. 그동안 감을 잃어서 그런 거였죠. 그 모습을 보고는 저는 무조건 군대를 빨리 다녀와야겠다고 결심하고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신분으로 군에 자원했어요.”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입대는 녹록지 않았다. IMF 사태가 발생한 지 얼마 안 됐던 터라대학교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대학생들이 줄줄이 입대를 자원했기 때문이다. 이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이 원장의 경우에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순번에서 한참 밀려 당장 입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어떻게든 군대를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병무청에 가서는 다짜고짜 병무청장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고집을 피웠어요. 마침내 병무청장님과의 면담 시간이 주어지자마자 ‘저를 지금 당장 군대에 보내주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평생 군에 입대하지 않겠다’라고 으름장을 놓았죠(웃음).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두 달 뒤에 곧바로 해병대에 입대할 수 있었어요.” 제대 후 그는 곧장 서울로 올라왔다. 아버지께서 먼 친척을 통해 서울 논현동의 작은 미용실에서 아르바이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하지만 처음에는 서울 구경 다니랴, 세상 물정 익히랴, 근무 시간 외에는 마음을 다잡고 연습할 틈이 없었다고 한다. 제대로 집중하지 못해 혼날 때가 많았고, 다른 직원들과 비교당하며 맘고생을 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새로 구하기 위해 압구정동의 어느 헤어숍으로 면접을 보러 갔고, 그곳에서 평생 잊지 못할 고마운 스승을 만나게 됐다. “‘남산 헤어뉴스’ 1.5세대 출신의 유명한 원장님이셨어요. 당시 업계에서 실력 좋기로 소문난 분이셨죠. 그 원장님을 만나 함께하면서 다시 일에 재미를 붙였어요. 동료들과 마음도 잘 맞았고요. 또 제가 막내이다 보니 원장님을 따라다니며 패션쇼 백스테이지에서 스타일링 작업도 많이 했어요. 물론 실수도 하고 그때마다 스프레이 통으로 맞기도 했죠. 하지만 그러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특히 그 원장님은 괜찮은 헤어숍이 있으면 몇 달씩 파견을 보내주셨어요. 예를 들어 대치동 어느 헤어숍이 어떤 펌을 잘한다고 하면 거기에 가서 3개월 동안 배우고 오라고 하셨고, 또 서초동 어느 곳은 전기 이발기를 이용한 커트로 입소문이 자자하다면서 그쪽으로 보내주기도 하셨죠. 그렇게 5년 동안 그 원장님 밑에서 지냈어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분이 미국으로 떠나시면서 저도 독립을 하게 됐고요.” 재벌가와의 인연, 상위 0.1% 벽을 넘다 이 원장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 29세의 어린 나이에 도산공원 인근에 자신의 첫 헤어숍을 열었다. 실평수 7, 8평 정도 되는 작은 공간에서 직원도 없이 모든 것을 직접 꾸렸다. 하지만 의욕과는 달리 손님이 좀처럼 늘지 않았다. 근처에 있는 갤러리 직원들과 큐레이터들이 이따금 방문해 자리를 채워주고는 했지만 개업 6개월 만에 자금이 바닥을 드러냈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작업실이 있는 한 미술 작가가 산책을 하던 중 애완견이 저희 가게 앞에다가 일을 치르는 바람에 우연히 제 숍에 들르게 됐어요. 그러다가 마침 제가 머리를 손봐드리게 됐는데 그게 마음에 드셨는지 단골이 되셨어요. 알고 보니 그분의 오빠가 대기업 간부이시더라고요.” 인연은 그렇게 이어졌다. 단골의 소개를 통해 한국 여자 골프의 전설이라 불리는 구옥희 프로가 고객이 됐고, 그녀가 또 다른 고객을 데려오면서 상류층 인사들이 하나 둘 이 원장의 작은 숍으로 찾아오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 1백 년 넘는 전통을 가진 상류층 사교 모임인 서울클럽 멤버들을 알게 되어 몇몇 회원의 헤어 디자이너가 됐다. 국내 굴지의 그룹 회장 부인과 처음 알게 된 사연도 그가 잊지 못할 에피소드 중 하나다. “3년 반 전쯤이에요. 어떤 여자분이 전화를 걸어서는 ‘내가 지금 머리를 좀 자르러 가야 하는데 시간이 되냐’라고 물으시더라고요. 자신이 누군지 전혀 밝히지도 않고 말이죠. 그런데 마침 그분이 방문을 원했던 시간에는 이미 제가 1만원 받고 머리를 깎아주는 친구의 커트 예약이 돼 있었어요. 그래서 그분께 ‘내일 오시는 건 어떠냐’라고 했더니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선 전화를 그냥 끊으시더라고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10초 만에 제 VVIP 고객인 유명 금속 관련 기업 사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내가 좋은 손님 한 분 소개시켰는데 왜 안 된다고 했느냐’라면서 말이죠. 깜짝 놀라서 친구의 예약을 취소시키고는 ‘그 사모님께 지금 바로 오시면 된다고 전해달라’라고 정중히 말씀드렸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급 외제차를 가운데에 둔 자동차 세 대의 행렬이 이 원장의 숍 앞에 멈춰 섰다. 이어 말끔한 치마 정장을 차려입은 중년 여성이 내려 숍 입구를 찾는 모습이 보였다. 점점 다가오는 그 여성의 얼굴을 본 순간 이 원장은 놀란 나머지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고. “TV에서 많이 보던 바로 그 사모님인 거예요. ‘나 어떡하지, 큰일 났다’ 싶더라고요. 경호원들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도록 뿔뿔이 흩어져 수행을 하고, 사모님 혼자 조심스레 들어오셨어요. 물론 숍에는 저 혼자 있었고요. 그러고는 ‘이런 식으로 하되 커트는 많이 하지 말라’라고 일러주셔서 그대로 머리를 다듬어드렸어요. 커트 비용이 얼마냐고 물으시기에 3만5천원이라고 했더니 조금 놀라시면서 10만원을 주고 가시더라고요. 전 일반 커트 비용을 솔직하게 말씀드렸는데 생각보다 싸니까 당황하신 것 같더라고요(웃음).” 보통 재벌가 사모님들의 경우 비서실을 통해 예약 전화를 하고 숍을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모님은 직접 전화를 걸어와서 이 원장은 당황스러우면서도 신기했다고 한다. 전 국민이 다 알 만한 그룹의 사모님이 헤어 디자이너에게 직접 전화를 건다는 게 조금 의아하긴 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그 사모님은 헤어숍을 한 군데로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여러 군데를 다니고 있다고. “사모님의 헤어 상태를 보면 딱 알죠. 디자이너마다 커트나 스타일링하는 데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 사모님은 지금도 종종 숍에 들르세요. 최근에도 왔다 가셨고요. 참, 사모님의 아드님도 한 달에 한 번꼴로 방문해서 커트를 하고 갑니다. 아드님 역시 무척 유명한 분이죠. 워낙 과묵하신 편이라 ‘샴푸 했더니 시원하네’ 정도로 최소한의 표현만 하세요.” 그의 고객들은 ‘사모님’들뿐만이 아니다. 평소 시원시원한 성격에 남자다운 매력을 물씬 풍기는 모 대기업의 부회장도 지인을 통해 처음 인연을 맺은 뒤 단골 고객이 됐다고 한다. 그 부회장의 경우 업무가 바쁜 탓인지 회사 집무실이나 자택으로 직접 이 원장을 부르는 출장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처음 뵀을 때 개인적인 일로 프로필 사진과 가족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트렌디하면서 최대한 젊어 보이게 연출되기를 원하셨죠. 그날 커트가 잘 나왔고 부회장님께서도 꽤 만족해하셨는데, 두 번째로 찾아뵈니까 ‘촬영된 사진을 보니 헤어스타일이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 사진을 모두 버렸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한창 미용 일에 자신이 붙고 있었던 이 원장은 부회장의 얘기를 듣고는 민망하고 송구스러워서 발가락까지 빨개지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다음은 어떻게 됐을까. “그러고는 제 손을 잡고 화장실로 들어가셔서는 손에 물을 발라 직접 간단한 시범을 보여주시면서 ‘이렇게 손질해달라’라고 주문하셨어요. 지난번 머리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도 저를 다시 부르신 이유가 궁금했는데, 비서실장이 그러더군요. ‘그분 앞에서 전혀 떨지 않고 헤어 커트를 척척 하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다’라고(웃음).” 고객을 통해 알게 된 재벌 2세, 3세들도 큰 고객층이다. 평소 고민을 쉽게 털어놓을 상대가 없고 친구를 사귀더라도 집안끼리 인연을 맺는 경우가 많은 그들은 이 원장을 형 혹은 친구처럼 편하게 대한다고. 숍에서 중국 요리를 배달시켜 먹기도 하고, 속내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비밀은 철저하게 지켜주고 그들에게 먼저 질문을 하지 않는 게 이 원장의 철칙이라고. “사실 저는 그분들이 어떻게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 하나도 궁금하지 않아요. 제 성격 자체가 그래요. 그렇다 보니 그쪽 세계 분들이 저를 찾아오고 또 믿어주시는 것 같고요. 잘난 척, 아는 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그분들을 대하거든요.” 이 원장은 아무리 ‘대단한 분’일지라도 시간 약속을 지나치게 어기면 “다음부터는 오시지 말라”라고 한단다. 하지만 재벌가 사모님들은 그런 부분에서는 정말 완벽하단다. 좀처럼 약속을 어기는 일도 없고, 조금 늦더라도 미안하다면서 몇 분 늦을지 정확하게 일러줄 정도로 예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비용을 지불하거나 팁을 주실 때도 미리 준비해온 봉투를 건네세요. 매사 깔끔하고 멋진 분들이죠. 그런 분들을 대하는 만큼 저도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해드리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마실 물도 브랜드별로 다양하게 준비해놓고요. 보통 그쪽 분들은 마시는 물이 정해져 있고, 잘 모르는 브랜드의 음료는 입에 안 대는 편이거든요. 지나치게 과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배려를 해드리려고 해요.” 솔직함 그리고 정성이 무기 이 원장은 별도의 펌이나 시술 없이 커트만으로 스타일링을 완성시키는 것을 추구한다. 시술을 할 경우 손상도가 가장 적은 최상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세심함으로 VVIP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원장. 그러나 언론과의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굳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 없이 상류사회에서 인정받는 그가 굳이 인터뷰 제안을 받아들이고 노출을 흔쾌히 감행한 까닭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제가 현재 가르치고 있는 제자들이 있는데요. 제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활동하다 보니 제자들도 저와 같이 조용히 살려는 자세를 갖고 있더라고요. 누구 밑에서 배웠다고 말하기도 민망해하고요. ‘우리 사부님은 이광수다’라고 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런 게 싫었어요. 게다가 무조건 연예인 다니는 숍만 최고로 여기는 업계 풍토도 그렇고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하는 고수들도 많은데 말이죠.” 헤어 디자이너가 평생 직업이 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널리 알리는 것도 그의 또 다른 목표라고 한다. 자본이 잠식한 미용실 업주들의 논리에 따라 디자이너들의 개성이 묵살당하고, 하루 종일 고되게 일하면서 제대로 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최저임금만 겨우 받고 버티는 경우가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쪽 업계가 이직률이 정말 높아요. 12시간 넘도록 서서 일하면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일도 잦고요. 그런 분위기를 바꿔나가고 싶어요. 청담동이나 강남역 인근 등 일부 숍은 특정 시간대에 일반 손님, 웨딩 손님 등을 한꺼번에 받으면서도 비싼 가격을 고수하고 있거든요. 저처럼 철저하게 예약제 시스템으로 운영한다면 고객도 편하고, 더불어 디자이너와 직원들도 무리하지 않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요즘 이 원장은 잡지 화보 촬영이나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룩북 촬영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류현진 선수가 LA다저스 팀에 합류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촬영한 화보 작업에도 참여해 그의 헤어 스타일링을 담당했다. 이 원장의 성공 노하우는 단순히 좋은 인맥과 기회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한번 마음먹은 것은 그게 무엇이든지 끝까지 해낸다는 근성으로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실력으로 승부해 올라왔다. 거품 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내보이며, 고객을 솔직하고 정성스럽게 대할 줄 아는 진심이 그의 손끝에서 상대의 머리와 마음으로 잘 전달됐기 때문일 것이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윤현진(프리랜서)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대기업 총수들의 남다른 자녀교육법
2012. 04. 06 17:57 육아/교육
일본 속담에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자식이 자연스럽게 부모를 보고 배우는 것은 당연한 이치. 때문에 자녀교육에 있어서는 한발 물러서 있던 아버지들의 참여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뛰느라 바쁜 가운데에서도 자녀교육에 남다른 정성을 기울였던 기업 총수들의 교육 노하우를 참고해보는 건 어떨까. 삼성 자상한 아버지의 감수성 교육법 기업의 총수라고 하면 흔히 바쁜 경영 활동으로 자녀교육에 세세하게 신경 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 총수들은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다정다감하게 자녀들과 소통하며 지낸다. 물론 철두철미하게 자녀들을 가르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건희 회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녀들과 탁구를 즐기는 자상한 아버지였다. 자녀들이 어느 정도 자라 중·고등학생이 됐을 때도 늘 아이들과 뺨을 부빌 정도로 잔정이 많았다고 한다. 이 회장은 신문을 활용해 자식들에게 경제교육을 시켰다. 그는 ‘경제는 흐름과 맥을 잘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는 지론하에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중학교 2, 3학년 때부터 신문의 경제면을 정독하도록 가르쳤다. 방법에 있어서도 정치, 경제, 사회 등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한 다음, 경제면 기사를 꼼꼼하게 읽어 개별 사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것을 강조했다. 이 사장은 청소년 시절 익혀왔던 신문 활용 학습법대로 요즘도 매일 한두 시간씩 국내외 신문과 경제 전문지 등을 읽는다. 이재용 사장이 입시 준비에 시달릴 당시 “굳이 서울대를 가야 하느냐? 운동도 하고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며 살아라”라고 충고할 정도로 이 회장은 교육에 있어서는 자유방임주의를 택했다. 하지만 장남의 입시를 앞두고 마음을 졸이는 것은 여느 부모와 다를 바가 없었나 보다. 이 사장의 서울대 입시원서 접수 날 그 상황을 체크하며 하루 종일 대학교 주변을 서성거렸다는 일화가 그 예다. 부인 홍라희 리움 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회장의 자녀교육 스타일을 묻는 질문에 “아이들에게 무척 자상하다. 나는 잔소리가 많은 편인데, 애들 아버지는 아이 편에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간다. 그래서인지 모두 나보다 아버지를 더 좋아해 어떤 때는 외로움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홍 관장 또한 자녀들이 진로를 선택하는 데 깊이 관여하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게 지인들의 설명이다. 미리 간섭하지 않으며 자녀들이 스스로 선택하기를 기다린다고.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미술을 전공했다. 홍 관장은 문화 교육법에 대해 언급하며 “문화를 대하는 자세는 결국 문화적 감수성에서 생기는 것이다. 이런 감수성은 아주 어릴 때부터 길러져야 한다. 어려서부터 부모님 손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체험한 어린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문화를 특별한 것이 아닌 그저 생활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생활 속에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갖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한 바 있다. 감수성을 키우는 자녀교육법을 강조하는 이 회장의 원칙 하나는 1취(趣) 1예(藝)다. 취미생활이라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깊이 연구해서 자기 특기로 만드는 것이 좋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애견을 길러보라고 권한다. 개를 기르다 보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고, 개와 정을 주고받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타인과 정을 주고받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 아이들은 개와 친해지는 가운데 부모에게 보호를 받기만 하던 처지에서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위치로 자연스럽게 바뀌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면 후일 사회생활을 할 때 남을 생각할 줄 알고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인간미 넘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재용 사장은 23세에 삼성에 입사해 41세에 사장에 올랐다. 장녀 이부진 호텔 신라 대표는 아버지의 리더십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평가와 함께 ‘리틀 이건희’라는 별명을 얻었다. 차녀 이서현 부사장은 아무리 바빠도 네 자녀의 교육은 직접 챙기는 슈퍼맘으로도 소문이 났다. SK 창조적인 사고를 위한 교육법 고(故) 최종현 회장은 장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차남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에게 평소 자연과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최태원 회장은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했고, 최재원 부회장은 고려대 물리학과에 들어간 뒤 재료공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고 최종현 회장은 자연과학을 배우면서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회고하며 “(경영자라면) 합리적으로 논리를 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해왔다. 이런 지론 아래 그는 자식들이 어떤 일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면 그것을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철저하게 파고들어가게 했다. 끝까지 문제를 좇아 결국 스스로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탐구하는 과학적 사고와 호기심을 키워주기 위해서였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최태원 회장. 그러나 부친은 자식들이 결코 풍족한 유학 시절을 보내도록 하지 않았다. 항상 용돈이 부족해 가정교사로 뛰고 학교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주변에선 재벌가의 자제라고 믿지 않을 정도였다. 한번은 최태원 회장이 중고차를 샀는데, 이것도 어떻게 구입했는지 현지 지사장으로부터 자금 출처를 일일이 확인받기까지 했다고 한다. 고 최종현 회장은 자식들과의 토론을 즐겼다. 주제는 사회·경제가 아닌 과학 분야. 가끔은 난센스 퀴즈 같은 문제를 내 자식들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대학생과 중고교생인 세 자녀에게 늘 기록과 분석을 습관화할 것을 강조한다. 예컨대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 국내외 지역을 방문할 경우, 반드시 사전조사를 하도록 한다. 현지에 가서 보고 들은 것뿐 아니라 물가, 교통, 문화 등을 항상 메모하는 습관을 들임으로써 자연스레 경제 마인드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또 틈날 때마다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인성교육과 더불어 경제 관련 문제를 쉽게 풀어 설명해주기도 한다. 한때 최태원 회장은 매년 성탄절 자녀들과 함께 서울 후암동에 위치한 중증장애아 보육시설인 가브리엘의 집을 남몰래 찾아 집 밖을 나서기 힘든 장애아들을 데리고 코엑스, 워커힐 호텔 마술쇼, 서울타워 등을 돌아보기도 했다. 재벌가 자녀들 대부분이 조기유학을 떠나는 분위기에서 최태원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나비센터 관장(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은 한때 아들을 대안학교에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전 대통령의 외손자에 국내 굴지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학교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다행히 입학을 하게 된 아들이 꼽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농사짓기였다고. 최 회장은 곁에서 아들을 응원했다. 경영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사고가 필수인데 대안학교의 자율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효성 ‘하고 싶게끔’만드는 동기부여 외국어 학습법 효성그룹의 창업주 고(故) 조홍제 회장은 슬하에 석래, 양래, 욱래 삼 형제를 두었다. 생전의 조 회장은 경제적으로 윤택한 집 자녀들일수록 방종해지기 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녀교육의 최우선 순위를 자립심으로 삼았다. 일부러 엄하게 키운 이유도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국내 최초로 홍콩과 이른바 외상무역을 시작한 조홍제 회장의 일가답게 효성가는 대대로 해외 네트워크 구축을 중요하게 여겼다. 따라서 자녀들에게 한두 개의 외국어 구사는 물론 해외 유학과 외국계 회사 경력을 쌓도록 했다. 덕분에 장남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3남 조현준 사장, 조현문 부사장, 조현상 부사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들이 모두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함께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할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은 창업주 조홍제 회장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독특한 외국어 조기 학습법의 지론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조현상 부사장은 어린 시절 학교 대표 스케이트 선수였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스케이트는 물론 선수용 운동복도 찾기 힘들었다. 그러자 할아버지인 조홍제 회장은 외국 출장 때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관련 제품을 하나씩 사와서 손자에게 주었다. 그러나 그냥 주는 게 아니었다. 미국 제품이든 일본 제품이든 무조건 상자에 쓰여 있는 사용법을 손자에게 설명해보라고 시켰다. 그러면 조현상 전무는 선물을 가질 욕심에 알고 있던 몇 개 안 되는 단어를 가지고 어렴풋이 짜 맞춰 내용을 미루어 짐작해 설명했다. 이러한 할아버지의 짓궂은 주문은 다른 손자들에게도 이어졌다. 스케이트가 아닌 장난감이나 학용품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사용법이 외국어로 쓰였더라도 손자들이 좋아하는 물건인 만큼 그 내용을 읽고 싶은 의욕은 어떤 욕구보다 강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종의 동기부여 방식이었다. 덕분에 영어나 일본어가 그들에게는 더 이상 낯설지가 않았다. 이 같은 교육법으로 조 회장은 손자들 스스로 배움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만들었다. 동원 이론과 실무의 적절한 균형 교육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슬하에 2남 2녀를 두었다. 이 중 장남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금융 계열을, 차남 김남정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이 식품 계열을 담당하고 있다. 김 회장의 자녀교육은 재계에서도 널리 소문이 날 만큼 혹독하다. 장남은 대학 졸업 후 6개월간 참치잡이 배를 탔다. 남태평양과 베링해까지 나가서 하루 16시간씩 중노동을 했다. 그물을 던지고 참치를 잡아서 냉동시키는 과정에서 갑판 청소 등의 허드렛일까지 하면서도 창업주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동료 선원들에게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차남은 경남 창원 참치통조림 공장에서 생산직 노동자로 시작해 이후 동원산업 영업부 평사원으로 시내 백화점에 참치 제품을 배달하는 일을 도맡아 했다. 두 딸도 예외가 아니었다. 장녀 은자씨와 차녀 은지씨는 대학 입학 후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교육이념으로 유명한 가나안농군학교에 들어가야 했다. 이곳에서 두 딸이 흙, 노동, 근검절약 등의 중요성을 배우기를 바랐던 김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 김 회장은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것을 중심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간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 사회는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 좋은 환경과 나쁜 환경이 어우러져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라고 말했다. 김재철 회장은 요즘도 월평균 10, 20권의 책을 읽는다. 경제, 경영, 역사, 심리 등 분야도 다양하다. 독학으로 회계학을 배워 재무제표도 꼼꼼히 보는 그는 자식들에게도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강조했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 권씩은 읽고 독후감을 쓰도록 했다. 내용이 부실하거나 느낀 점이 부족하면 직접 이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강한 논리력은 강한 독해력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김재철 회장의 지론이다. 창의성은 기본 지식을 습득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창출되지 않기에 경영자라면 책읽기를 통해 논리력과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는 것. 평소 꼼꼼한 일처리로 ‘김주사’로 통했던 김재철 회장, 그는 자식교육에 있어서도 그 특유의 꼼꼼함을 발휘해왔다. <■정리 / 장회정 기자 ■자료 제공 /「대한민국 상위 0.1%의 자식교육」(이규성,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사진&제공 /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대기업 임원 생활 접고 연극무대 도전 ‘김형준의 인생 2막’
2009. 03. 11 연예
53세,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 나이에 연극배우에 도전해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개그맨 고(故) 김형곤의 친형이자, 삼성전자 국내 영업사업부 인사담당 상무로 재직했던 김형준씨다. 25년 동안의 회사생활을 접고 새로운 인생을 앞두고 있는 그의 의미 있는 도전, 대한민국 50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들었다.25년 회사생활 접고 연극무대로 막이 내린 극장, 불 꺼진 무대에 선 김형준씨(53)의 표정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 그가 연극 ‘수요일의 연인들’의 남자주인공 ‘존’이 되어 섰던 자리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25년 동안 회사생활을 한 그가 연극무대에 설 것이라고는 본인도 상상하지 못했다. “올해 초 퇴직하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무렵에 대학 친구인 허정 라이프씨어터 대표가 연극에 출연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했어요. 그 전에도 농담으로 ‘언젠가 너를 꼭 무대에 세우겠다’고 말하던 친구예요. 평소 같으면 그냥 웃으며 넘겼을 텐데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한번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계기가 되겠다 싶어 용기를 냈습니다.” 연극 ‘수요일의 연인들’은 재벌 유부남과 젊은 연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노처녀의 애정관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맨 처음 자신이 맡을 역할이 젊은 애인과 바람피는 ‘존’ 역할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퇴직을 하긴 했지만 대기업 인사담당자로 오랫동안 근무해온 터라 혹시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브로드웨이에서 그 역을 진 핵크만(할리우드의 성격파 배우)이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움직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데 그 사람이 했던 역을 한다고 생각하니 영광이었죠.” 아버지가 연극에 출연한다는 말에 가장 열성적으로 지지를 보내준 건 두 대학생 아들이다. “연극무대에 서는 일이 얼마나 멋진 일인데, 여배우와의 키스신이 대수냐며 꼭 하라고 말하더라고요. 내심 걱정하던 아내도 자기가 반대를 해서 못하게 되면 언젠가 후회할 것 같다며 허락해줬죠. 가족들이 반대했다면 못했을 거예요. 가족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렇게 가족들의 지지로 무대에 서게 됐지만 인생의 또 다른 무대에 적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무대는커녕 학창 시절 연극반 주변에도 가본 적이 없는 그에게 연극배우로의 변신은 ‘무모한 도전’과도 같았다. 연극 ‘수요일의 연인들’의 한 장면.“제가 강의 경험도 있기 때문에 대중 앞에 서는 게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강의와 연극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강의에서는 콘텐츠가 중요하다면 연극은 디테일한 감정 묘사와 대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해요. 발성부터 호흡, 발음, 성량 등 모든 게 전문 배우와 차이가 많이 났죠. 대사를 다 외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컸고요. 우리 나이 때는 휴대폰 번호 열 자리 외우는 것도 어려워요. 나중에 친구들도 그 많은 대사를 어떻게 외웠냐며 신기해하더라고요.” 지난 1월 11일 첫 공연을 앞두고, 최선을 다한 한 달 동안의 연습 기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평소보다 몇 배나 큰 목소리로 발성 연습을 하다가 목이 잠겨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공연 전날은 그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로 기억한다. “실수를 해도 아는 사람들 앞에서 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첫날 아는 사람들을 다 불렀어요. 생각해보니 큰일났더라고요(웃음). 공연 전날 혼자 소주 세 병을 먹고 허 대표한테 전화해 타박도 했어요. 첫 공연 날, 무대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의 심정은 정말, 딱 지구에서 사라지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무대 위에서 가장 많이 생각난 사람, 김형곤 첫 대사는 어떻게 했고, 마지막 대사는 무엇이었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기억나는 것은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서 터져 나온 박수 소리와 꽃다발을 들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관객들의 모습이었다. 긴장을 해서 템포가 좀 빨랐던 것 빼고 큰 실수 없이 잘 끝냈다는 평가를 듣고서야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니 가족들, 친구들, 직원들이 사진 찍고, 꽃다발 주고…, 축하를 정말 많이 해줬어요. 장동건이 안 부럽더라고요(웃음). 힘든 과정을 거친 만큼 성취감이 몰려왔죠. 제가 만약 아무 스트레스 없이 연극을 했다면 성취감도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생각도 더 확고히 가지게 됐고요.” 공연을 본 사람들 중 전 직장 동료들의 반응이 가장 폭발적이었다. 일할 때는 엄격하기만 했던 그의 변신은 그를 아는 회사 사람들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제가 모셨던 상사께서 ‘아니, 자네 여태까지 어떻게 참고 회사생활 했어?’ 하시더라고요. 배우 자질이 보인다며 이 길로 쭉 가라는 말도 듣고요. 기대보다 잘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그동안 연극을 해오신 분들에 비하면 저는 까마득한 신참이죠. 대학로라는 공간이 일반인에게는 낭만과 문화와 젊음의 공간이지만 매일 저녁 무대에 오르는 600여 명의 배우에겐 기회의 땅이자, 진실된 삶의 현장이자, 치열한 경쟁의 한복판이기도 해요. 많은 젊은이가 이곳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구나, 뼈저리게 느꼈어요.” 이번에 함께 공연한 여배우는 대학 3학년인 둘째 아들과 동갑이다. 한참이나 어린 동료 배우들과 대본 연습하며 지적도 당하고 혼나기도 했지만, 동료애를 나누며 호흡을 맞췄던 시간은 그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자 인생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한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회사 동료들에게 좋은 자극이 됐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었다. “25년 동안 일만 하던 친구가 대학로 무대에 주인공으로 섰으니 많이들 신기했겠죠. ‘김형준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뭐 있나’라는 말도 하더라고요. 다들 나이 때문에 기회가 생겨도 자신 없어 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심어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쉰세 살인 저도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못할 것 있나요?” 무대에 서며 가장 많이 생각난 사람은 역시 동생 김형곤이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 긴장이 될 때면 무대에서 좌중을 압도했던 동생의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다듬었고 관객과 신나게 호흡할 때에는 동생이 무대를 떠나지 못했던 이유를 공감했다. “아마 형곤이가 지금 활동을 하고 있더라면 저는 무대에 서지 못했을 겁니다. 잘하지 못하면 동생에게 누가 될 수도 있고 유명인 동생 덕 본다는 소리도 들었을 거예요. 형곤이가 활동하며 힘들어하는 걸 옆에서 오랫동안 봐왔기 때문에 엄두를 못 냈을 것 같아요.”두려움만 극복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군인이셨던 아버지와 유난히 엄격했던 집안 분위기 탓에 네 형제 중 연예인은 둘째 김형곤 하나로 ‘만족’하자는 가족 간의 합의가 오래전에 이루어져 거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장남인 김형준씨는 회사원으로, 둘째 김형곤은 연예인으로, 셋째는 변호사로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심히 일하며 한 번도 ‘옆 동네’를 기웃거려본 적도 없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무대에 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어요. 그 자리에서 성공한 형곤이도 분명 남다른 노력과 고통이 있었을 거라는 걸 다시 이해하게 됐고요. 개그맨 김형곤의 형이라는 부담도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때는 ‘김형곤 형’이라는 호칭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다. 김형곤에게 가려 김형준은 없어지는 것 같아 자신만의 정체성을 뚜렷이 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도 많이 했다. “저를 소개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이 ‘김형곤 형입니다’라는 거예요. 저를 처음 보시는 분들은 저한테 날씬하다고 하세요. 하지만 보시다시피 저, 안 날씬합니다. 김형곤보다 날씬하다는 거죠. 그럼 김형준은 없어져요. 물론 개그맨으로 성공한 동생이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김형곤 형 김형준’이 아닌 ‘김형준 동생 김형곤’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 자존심과 경쟁심이 저의 회사생활을 지탱해준 원동력이기도 했어요.” 3년 전 뜻밖에 세상을 떠난 동생에 대한 그리움은 동생이 생전에 보여줬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모습을 떠올리며 달랜다. “한번은 형돈이가 제게 ‘세상에는 두 종류의 단추 장수가 있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비관적인 단추 장수는 단추 하나 팔아봤자 5원에서 10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긍정적인 단추 장수는 대한민국 인구가 5천만 명이니 한 사람이 열 벌의 옷을 가지고 있다면 거기에 들어가는 단추만 해도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복한 삶을 살 수도, 불행한 삶을 살 수도 있는 거죠. 동생은 누구보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었어요. 저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고요.” 안 하고 미련을 갖기보다는 해보고 후회를 하는 성격은 형제의 닮은 점이다. 우리나라에 프로농구 리그가 처음 생겼을 때 농구단 사무국장을 지내기도 했고, 지금은 보편화된 그룹인력개발 원격교육이나 고객만족서비스(CS)를 도입하기도 했다.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일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그의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이번 연극 도전도 현실화되지 못했을 거다. “제 또래들을 만나면 열에 아홉은 꿈이 없어요. 회사에서 잘리지 않고 현상 유지를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나마 이미 밀려나서 아무 꿈도, 미래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죠. 만났을 때 눈이 초롱초롱한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어요. 저도 처음엔 두려웠어요. ‘내가 대사를 외울 수 있을까?’, ‘대사를 잘 외웠더라도 그걸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등등 두려움과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라고요.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나’라는 생각에 후회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결국 도전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고 다음 도전을 위한 용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그는 청년과 노인의 차이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목표가 있는지와 없는지의 차이라고 말한다. 목표가 있다면 청년이고, 목표가 없다면 노인이다. 때문에 20대 노인이 있을 수도 있고, 80대 청년이 있을 수도 있다. 죽을 때까지 청년이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회사생활은 등산과 같아요. 올라가는 길은 힘들지만 목표가 분명하죠. 지금까지는 힘들어도 목표만을 향해 올라갔으면 되는 거였어요. 50대에 퇴직을 하고 나니 사막을 건너는 기분이에요. 어디로 갈지, 어떻게 갈지 막막하더라고요. 아마 저와 같이 느끼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도전이라는 걸 해보니 우리 나이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경험자로서 두려움만 극복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 도전하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는 말을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최근 ‘윈윈파트너스’라는 인력 파견 회사를 꾸리고 또 한 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다시 연극무대에 서보고 싶단다. 지칠 줄 모르는 도전정신, 영원한 청년 김형준이 아름답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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