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329 건 검색)
- 도망간 독재자의 집 털었더니…초호화 명품·슈퍼카 ‘즐비’
- 2024. 12. 10 09:43 국제
- 바샤르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호화 저택에서 가구와 집기를 가지고 나가는 시리아 국민들. 가디언 유튜브 갈무리 반군에 축출돼 러시아로 도주한 바샤르 알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의 호화 저택으로 몰려간...
- “싫다고 도망 다니던 아이들이 흠뻑 빠졌어요”
- 2024. 11. 28 21:30 사회
- ... 명을 부모 포함, 2~3명이 한 학기 또는 1년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방출 교수는 “처음에 도망다니고 말을 듣지 않던 아이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교사 지시를 따르고 운동하면서 몸이 건강해지고...
- ‘미공개 정보 이용’ LS증권 전 본부장 구속···법원 “증거 인멸·도망 염려”
- 2024. 11. 28 00:08 사회|사회
- ...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판사는 “증거를 인멸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LS증권 임직원 유모씨와 홍모씨에 대한...
- LS증권현대건설이베스트투자증권
- ‘집단 마약 투약’ 의혹 유명 BJ 구속…“도망 염려”
- 2024. 09. 12 22:11 사회|사회
- ... 이날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박씨는 지난해 조직폭력배 출신 아프리카TV BJ...
스포츠경향(총 293 건 검색)
- [종합] 강수정 “핏덩어리 토…생사 오갈 때 도망간 ♥남편, 차 사주더라” (4인용)
- 2024. 11. 12 10:14 연예
- 채널A ‘절친 토큐멘터리-4인용 식탁’ 방송인 강수정이 폐렴으로 위험했던 상황을 전했다. 11일 방송된 채널A ‘절친 토큐멘터리-4인용 식탁’(이하 ‘4인용 식탁’)에는 만능 아나테이너 이정민이 절친 강수정, 현영, 박은영을 집으로 초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강수정은 자신의 결혼상대 기준에 대해 “▲키가 174cm 이상, ▲똑똑해야 하고, ▲나와 말이 통해야 하고, ▲하루에 세 번 이상 연락, ▲팔뚝이 예쁜 남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현재 자신의 남편에 대해서는 “6월에 소개팅을 해서 반팔을 입고 왔는데 팔뚝이 너무 예뻤다”고 자랑했다. 채널A ‘절친 토큐멘터리-4인용 식탁’ 당시 강수정은 남편과 비밀 연애를 하던 중 열애설이 터져 들통이 났다. 현영은 “우리는 낌새를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수정이가 슬금슬금 신상 명품 가방을 들고 나오더라. 우리가 계속 관찰하고 있었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이에 강수정은 “언니들 때문에 핸드백에 눈을 뜬 거다. 언니들이 예쁜 걸 들고오니 10개월짜리로 명품 가방을 샀다. 그걸 들고 데이트를 갔는데, 오빠가 명품을 좋아하는 줄 알고 사줬다”고 설명했다. 채널A ‘절친 토큐멘터리-4인용 식탁’ 그러는가 하면 강수정은 코로나19 유행 막바지에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고백했다. 강수정은 “물을 마시다가 뭔가 목에 탁 걸렸다. 근데 그게 기도로 들어갔는지 호흡이 안 되는 위험한 상황이 됐다. 아들이 너무 놀라서 아빠를 불렀는데 남편이 당황해서 대응을 못 하더라”라고 했다. 의자 등받이를 이용해 셀프 하임리히법을 시도한 그는 “목에서 뭐가 팍 나왔는데 정말 핏덩어리가 터져나왔다. 아들은 너무 놀라서 자지러지고 남편은 아들을 안고 도망갔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이러다가 죽는구나 싶었다. 병원 진료 결과 폐렴을 진단 받았고, 의사도 죽을 뻔했다 하더라”라고 했다. 다만 강수정은 폐렴 진단을 받은 이후로 차를 바꾸게 됐다고. 그는 “내가 한 10년 탄 차인데, 피를 한번 토했더니 바꿔주더라”라고 유쾌하게 에피소드를 마무리했다.
- ‘청춘스타’ TOP5 류지현, 신곡 ‘도망갈까’ 발매
- 2024. 11. 03 07:41 연예|연예
- nCH 엔터테인먼트 제공 ‘청춘스타’ TOP5 류지현이 가을 감성을 노래한다. 류지현은 2일 새 디지털 싱글 ‘도망갈까’를 발매했다. ‘도망갈까’는 류지현이 전작 ‘혼자 두지 마’ 이후 5개월 만에 선보이는 신곡으로, 가을에 듣기 좋은 편안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상대와 함께 잠깐의 일탈을 꿈꾸는 귀여운 상상을 담았으며, 통통 튀는 건반 위에 경쾌한 기타와 플루트 소리가 더해져 보다 풍부한 사운드를 선사한다. “도망갈까 엉뚱한 상상해 / 머나먼 곳으로 / 아무도 없는 시원한 / 바람 부는 아늑한 곳으로 갈까 / 우리 둘이서 난 몰라” 등 설렘을 자아내는 가사와 맑고 깨끗한 류지현의 보이스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한다. 소속사 측은 “류지현의 이번 신곡 ‘도망갈까’를 통해 많은 분들이 일상의 무거움을 내려놓고 홀가분한 자유를 느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류지현 새 디지털 싱글 ‘도망갈까’는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 ‘청춘스타’ TOP5 류지현, 2일 새 싱글 ‘도망갈까’ 발매
- 2024. 11. 01 18:41 연예|연예
- nCH 엔터테인먼트 제공 ‘청춘스타’ TOP5 류지현이 5개월 만에 신곡으로 돌아온다. 1일 소속사 nCH 엔터테인먼트는 “류지현이 오는 2일 새 디지털 싱글 ‘도망갈까’를 발매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소속사 SNS를 통해 ‘도망갈까’ 뮤직비디오 티저를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상 속 류지현은 바다와 언덕이 맞닿아 있는 풍경 속에서 홀로 캠코더 촬영을 즐기고 있다. 가을바람을 맞으며 자유롭게 언덕을 노니는 류지현의 순수한 모습이 보는 이들에게 기분 좋은 설렘을 선사한다. ‘도망갈까’는 류지현이 지난 6월 발매한 디지털 싱글 ‘혼자 두지 마’ 이후 5개월 만에 선보이는 신곡이다. R&B(알앤비) 장르인 전작을 소화하며 색다른 음악적 변신을 보여준 류지현은 이번 ‘도망갈까’를 통해 특유의 섬세한 보컬과 통통 튀는 반전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류지현은 지난 2022년 채널A 오디션 프로그램 ‘청춘스타’에서 최종 5위를 차지한 이후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쳤다. ‘씰룩씰룩’, ‘Get ready, Set, Go!(겟 레디, 셋, 고!)’, ‘혼자 두지 마’ 등의 싱글을 통해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보여줬고, 지난 3월에는 첫 일본 디지털 싱글 ‘To You(투 유)’를 발매하며 일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류지현의 새 디지털 싱글 ‘도망갈까’는 오는 2일 정오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 도망 노비 임지연 “내 꿈은 늙어 죽는 것” 처절한 눈물 (옥씨부인전)
- 2024. 10. 24 10:36 연예
- JTBC 제공 도망 노비 임지연의 눈물 한 방울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적신다. 오는 11월 30일(토) 첫 방송될 JTBC 새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극본 박지숙, 연출 진혁, 제작 SLL, 코퍼스코리아)은 이름도, 신분도, 남편도 모든 것이 가짜였던 외지부 옥태영(임지연)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예인 천승휘(추영우)의 치열한 생존 사기극을 그린 드라마다. 앞서 도망친 노비로 파격 변신을 예고한 대세 배우 임지연을 향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사람답게 살기 위해 가짜의 삶을 선택한 노비 구덕이(임지연)의 사연을 담은 1차 티저 영상이 공개돼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공개된 영상에는 덜덜 떨고 있는 구덕이와 함께 노비로 살아왔던 그의 끔찍하고 비참한 지난날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추운 겨울날 눈을 맞으며 피투성이가 된 채 모진 매질을 견디고 있는 것은 물론 산길에서 한 무리에게 쫓기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들을 떠올리며 굳게 주먹을 쥐는 모습에서는 생존을 향한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는 것. 구덕이의 굵은 눈물 한 방울과 함께 들리는 “제 꿈은 늙어 죽는 것입니다. 맞아 죽어나 굶어 죽지 않고 곱게 늙어 죽는 것이요”라는 말에서는 평범하지만 노비로서는 결코 당연할 수 없었던 소망이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후 누추하던 구덕이의 행색과는 달리 곱게 쪽진 머리와 꽃신, 반듯한 서체까지 아리따운 아씨가 된 그의 자태가 드러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진짜 구덕이의 얼굴은 수많은 시간들을 거쳐 곱디고운 가짜 옥태영이 되고 담담하게 “나는 도망친 노비 가짜 옥태영입니다”라고 고백해 강렬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처럼 살아남으려는 구덕이의 처절하고도 간절한 염원이 어떻게 닿아 천대받던 노비에서 귀한 양반댁 아씨로 분한 것인지 궁금해지는 상황. 신분의 땅 조선에서 허락되지 않은 꿈을 꾼 노비 구덕이의 이야기에 이목이 쏠린다. JTBC 새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은 오는 11월 30일(토) 오후 10시 30분 첫 방송된다.
주간경향(총 6 건 검색)
- [이기환의 Hi-story](92)스님들이 묻고 도망? ‘신라의 미소’ 출토지 무슨 일이 있었을까(2023. 07. 14 11:20)
- 2023. 07. 14 11:20 문화/과학
- 2008년 경북 경주공고 운동장 배수구 공사 중 출토된 명문기와. ‘흥(興)’ 자의 위 글자가 ‘왕(王)’이고, 아래 글자가 ‘륜(輪)’이라면 ‘~왕흥륜~’이 된다. 이는 “진흥왕이 신라 최초의 사찰인 흥륜사를 완성한 뒤 ‘대왕흥륜사(大王興輪寺)’라는 현판을 내렸다”는 구절을 연상시킨다. / (학술조사보고 23책), 국립경주박물관, 2011 “절과 절들은 별처럼 벌여 있고, 탑과 탑들은 기러기 행렬인 양 늘어섰다(寺寺星張塔塔?行).” 신라 불교의 위용을 표현할 때 흔히 이 <삼국유사> ‘원종흥법 염촉멸신’조의 멋들어진 구절을 인용합니다. 그렇게 ‘별처럼, 기러기처럼’ 늘어선 사찰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빅3’가 있죠. 흥륜사(527~544)와 영묘사(535), 황룡사(553~569) 등입니다. 그중에는 황룡사가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하죠. 높이 80m가 넘는 9층 목탑터가 절터와 함께 남아 있으니 보는 이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 수가 있습니다. 왕까지 출가한 흥륜사 그러나 흥륜사와 영묘사 역시 둘째, 셋째 가라면 섭섭하죠. 먼저 흥륜사는 신라에서 가장 먼저 창건된 사찰입니다. 특히 이차돈(506~527)의 순교(527)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죠.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따르면 법흥왕은 527년 첫 번째 사찰인 흥륜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대소신료가 벌떼처럼 일어났고요. 왕의 최측근인 이차돈이 수습을 위해 순교를 자처했습니다. 이윽고 이차돈의 목을 베자 우윳빛 피가 흘렀고, 그제야 모든 반대가 사그라들었죠. 법흥왕 때 짓기 시작한 흥륜사는 544년(진흥왕 5) 최종 완성돼 낙성식을 여는데요. 신라 최초의 사찰인 흥륜사의 원위치로 새롭게 추정되고 있는 경북 경주공고 자리. 1965년 이후 사찰의 흔적이 계속 확인됐고, 급기야 2008년에는 ‘흥륜사’임을 짐작게 하는 명문기와가 나왔다. /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대를 이어 절을 완성한 진흥왕은 ‘대왕 흥륜사’라는 현판을 내렸습니다. “말년에 출가한 진흥왕(혹은 법흥왕)이 법운(혹은 법공)이라는 법명으로 흥륜사의 주지가 됐다”(<삼국사기>, <삼국유사>)는 기사가 눈에 띄네요. <삼국유사> ‘흥륜사 금당십성’조는 “흥륜사 금당에 10명의 불교 성인을 진흙으로 빚은 상을 모셨다”면서 “동벽에는 아도·염촉·혜숙·안함·의상을, 서벽에 표훈·사파·원효·혜공·자장 등을 배치했다”고 했어요. 흥륜사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설화가 한 편 있죠. <삼국유사> ‘김현 감호’조입니다. 신라에서는 해마다 2월 서라벌의 남녀가 대거 흥륜사로 몰려와 펼치는 탑돌이 행사가 장관을 이뤘는데요. 원성왕(재위 785~798) 연간에 흥륜사 탑을 돌던 김현과 어느 처녀가 눈이 맞아 으슥한 곳에서 사랑을 나눈 뒤 부부의 연을 맺습니다. 이 처녀가 실은 호랑이였고요. 이야기는 처녀(호랑이)의 희생으로 남편인 김현을 벼슬길로 올리는 것으로 끝납니다. 1916년 경주에 대서소를 차려놓고 취미로 신라 사찰을 답사했던 모로가 히데오는 사정동 일대에서 우연히 발견된 절터 유구를 두고 ‘흥륜사터’로 특정했다. 당시 경주 주민들이 이 일대를 ‘흥륜들’이나 ‘흥륜원’이니 하고 부른다는 이유로 ‘흥륜사터’라 한 것이다. / 함순섭 국립경주박물관장 제공 선덕여왕의 ‘지기삼사’ 사찰 선덕여왕 4년에 창건한 영묘사는 어떨까요. 선덕여왕의 ‘지기삼사(知幾三事·세 가지 신비로운 예측)’로 유명한 절이죠. 즉 ‘지기삼사’ 중 하나가 영묘사의 옥문지에 겨울인데도 개구리가 우는 것을 보고 절 인근 여근곡에 백제군이 매복한 사실을 알아내 전멸시킨 ‘신묘한 사건’이죠(<삼국유사>). 이런 설화도 있어요. 진지왕 연간(재위 576~579)에 흥륜사의 진자스님이 ‘미륵선화(화랑으로 거듭난 미륵)’을 찾아 전국을 헤맸는데요. 등잔 밑이 어두웠습니다. 진자스님이 영묘사 인근 나무 밑에서 뛰놀고 있던 소년(미시랑)을 보고 ‘미륵선화’임을 단박에 알아차렸답니다. 진자스님은 미시랑을 모시고 궁으로 돌아갔고요. 임금(진지왕)은 미시랑을 국선(화랑의 우두머리)으로 모셨습니다(<삼국유사> ‘미륵선화·미시랑·진자스님’조). 그렇다면 영묘사는 화랑들의 추모 공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묘사가 배출한 인물 중에는 신라 최고의 조각가인 양지스님(생몰년 미상)이 있습니다. <삼국유사>는 “양지가 영묘사 삼육삼존상 등을 제작할 때 백성이 앞다퉈 진흙을 날랐다”(‘의해·양지사석’조)고 소개했습니다. ‘신라의 미소’ 수막새는 흥륜사 제작품? 이렇게 흥륜사와 영묘사는 숱한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는 신라의 대표적인 사찰입니다. 그러나 그나마 ‘터’는 남아 있는 황룡사와 달리 두 사찰의 원위치를 두고 혼란만 야기됐는데요. 사실 일제강점기에 흥륜사의 원위치를 멋대로 특정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경주에 대서소를 차려놓고 취미로 신라 문화재를 연구했다는 모로가 히데오(諸鹿央雄 1882~1954)였는데요. 이 자가 당시 경주 사정동 일대에서 발견된 절터의 흔적을 두고 ‘흥륜사터’로 특정했습니다. 주민들이 이 일대를 ‘흥륜들’이나 ‘흥륜원’이니 하고 부른다는 단순한 이유였죠. 이런 ‘선무당 사람 잡기’가 엄청난 나비효과를 일으켰습니다. 일본학자들은 물론이고, 해방 이후에도 진홍섭(1918~2010)·황수영(1918~2011) 등 국내 학자들까지 아무 의심 없이 ‘흥륜사터’로 해석했습니다. 심지어 모로가가 지목한 그곳을 ‘사적=흥륜사터’로 지정했습니다(1963). 그러다 보니 ‘신라의 미소’로 유명한 ‘얼굴무늬 수막새’ 출토지를 둘러싸고도 혼선이 빚어집니다. ‘얼굴무늬 수막새’는 1934년 경주에 거주하던 의사(다나카 도시노부·田中敏信)가 골동품상에서 구입한 것인데요. 그런데 조선총독부 박물관 경주분관장이던 오사카 긴타로(大坂金太郞)가 ‘수막새 출토지=사정리 흥륜사터’로 전하면서 “조사해보니 확실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영묘사’ ‘~왕흥륜~’ 명문의 비밀 하지만 심상찮은 발굴 결과가 잇따르기 시작했습니다. 1976년부터 기존의 ‘사정동=사적 흥륜사터’ 일대에서 잇달아 수상한 명문기와가 확인됐습니다. ‘영묘지사(靈廟之寺)’ 또는 ‘대영명사조와(大令妙寺造瓦)’ 등 ‘영묘사’명 기와들이 수습된 겁니다. 모로가 이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흥륜사터가 사실은 영묘사터’라는 거죠. 그렇다면 ‘얼굴무늬 수막새’ 또한 영묘사에서 출토된 것이라는 얘기가 되죠. 그럼 진짜 흥륜사터는 어디라는 말입니까. 사실 1965년부터 심상찮은 조짐은 있었습니다. 여기서 800m쯤 떨어진 경주공고 내에서 절터 유구와 유물들이 계속 출토되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2008년 운동장 배수구 설치를 위한 발굴조사 결과, 결정적인 명문기와편이 확인됩니다. 최근 발굴 및 연구성과에 따르면 신라 최초의 사찰은 경주공고 자리로, 영묘사는 지금까지 흥륜사로 알려졌던 자리로 수정돼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기와 뒷면에 세로로 ‘~왕(王)’ 자와 ‘흥(興)~’가 새겨져 있었는데요. ‘흥(興)’ 자의 윗부분은 ‘ㅗ’ 형태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게 ‘왕(王)’ 자의 획으로 보였습니다. 또 ‘흥’ 자의 아랫부분엔 ‘십(十)’ 자와 같은 획이 보이는데요. ‘륜(輪)’ 자의 ‘차(車)’ 변의 위쪽 획일 가능성이 큽니다. ‘흥(興)’ 자의 위 글자가 ‘왕(王)’이고, 아래 글자가 ‘륜(輪)’이라면 ‘~왕흥륜~’이 되는데요. 왜 <삼국유사>에 “진흥왕이 (왕위에 오르니)…‘대왕흥륜사(大王興輪寺)’라는 현판을 내렸다”(‘원종흥법 염촉멸신’조)는 구절이 있죠. 만약 ‘~왕흥륜~’이 맞다면 <삼국유사>의 ‘대왕흥륜사’ 구절과 부합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삼국유사> ‘기이 미추왕 죽엽군’조에는 “미추왕릉이 흥륜사 동쪽에 있다”고 기록했습니다. 흥륜사가 미추왕릉의 서쪽에 있었다는 얘기죠. <신증동국여지승람> ‘고적’조는 “흥륜사가 경주부 남쪽 2리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시대 경주 읍성 내의 객사와 현재 경주공고의 실제거리는 1.2㎞인데요. <신증동국여지승람>의 ‘2리(약 1.3㎞)’와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영묘사’는 어떨까요. <삼국유사> ‘흥법제상 아도기라’조는 “영묘사는 ‘사천의 꼬리 쪽(沙川尾)’에 있다”고 했습니다. ‘사천’은 오늘날의 경주 ‘남천’을 가리키는데요. 그렇다면 ‘사천미(沙川尾)’라는 표현은 ‘남천의 끝자락’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고려시대 공양구의 정체 요즘은 ‘선무당’ 모로가가 ‘흥륜사터’로 특정해 사적지정까지 된 절터를 ‘영묘사터’로 고쳐 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따라서 ‘얼굴무늬 수막새의 출토지=영묘사터’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흥륜사터는 경주공고 자리에 있었다는 거고요. 며칠 전 공식명칭이 ‘사적 흥륜사터’인 지역 서쪽에서 또 한 차례 의미심장한 유구와 유물이 확인됐습니다. 그중 ‘영묘사(靈廟寺)’ 글자가 찍힌 명문기와가 출토됐습니다. 이 정도가 됐으니 이젠 ‘사적 흥륜사터’가 아니라 ‘사적 영묘사터’로 이름을 바꿀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 발굴에서 통일신라~고려시대 사찰 관련 유구와 유물이 대거 출토됐는데요. 그중 11세기 청동공양구와 의식구 등을 한가득 넣은 철솥이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솥 안에는 향로와 향완(향 그릇), 촛대 등의 청동공양구와 금강저 같은 청동의식구, 청동그릇 등 육안으로 확인되는 유물만 54점 정도 나왔습니다. 기존의 ‘사적=흥륜사터’에서 잇달아 확인되고 있는 ‘영묘사’명 기와 /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문화재청이 낸 보도자료는 이 출토물의 성격을 일단 ‘퇴장(退藏)유물’로 추정했습니다. 화재나 사고 등의 비상 상황을 맞아 급히 한곳에 모아 묻어둔 유물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몽골군의 침략이 급히 소환됐습니다. 몽골군이 13세기 경주 일대까지 들어와 황룡사와 9층 목탑을 불태웠죠. 그때 영묘사의 스님들이 이런 물품 일체를 땅에 묻고 떠난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 겁니다. 과연 스님들은 “나 살려라” 도망갔을까 그러나 ‘퇴장유물’로 추정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각에서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마하승기율>(스님이 지켜야 할 계율을 정한 경전)은 “도적이 물건을 요구하거나 훔치러 올 때는 감추지 말고 내주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스님들이 위기에 빠진 사찰을 두고 나 몰라라 하고 도망간다? 그것도 온갖 귀중품은 땅에 묻고? 자칫 스님들을 매도하는 해석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문화재청이 ‘퇴장유물’의 사례로 거론한 10곳의 유적을 볼까요. ‘퇴장유물’보다는 건물을 지을 때 땅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지진구’로 볼 수 있고요. 건물 기단을 쌓을 때 액막이를 위해 물품을 공양하는 ‘진단구’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중 ‘영국사터’(서울 도봉서원) 발굴 사례가 대표적인데요. 2012년 절의 건물터 기단에서 청동유물 77점이 일괄 출토됐습니다. 특히 청동유물을 일괄 매납할 때 따로 구덩이를 판 흔적이 없었습니다. 영국사의 건물 기단을 조성할 때 일종의 진단의식을 펼친 뒤 청동 용품을 고이 모셔둔 증거일 수 있답니다. 건물의 모서리에 구덩이를 파고 솥과 같은 대형 용기 안팎에 금속유물을 넣고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남 창녕 말흘리 유적을 볼까요. 2003년 건물터 모서리에서 금속유물 500여 점을 겹겹이 채운 쇠솥이 발견됐는데요. 유물은 불전 장엄구나 의식구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두 사례 외에도 ‘퇴장유물’ 보다는 ‘의례용 유물’로 파악해야 하는 유적이 많다는 견해가 주목을 끕니다. 이번에 출토된 각종 불교공양구. 향로와 향완(향 그릇), 촛대 등의 청동공양구와 금강저 같은 청동의식구, 청동소완(반찬그릇) 등이 솥 안에 가득 차 있었다. 문화재청은 전란 등 급박한 상황에서 사찰 승려들이 숨겨놓고 피란한 이른바 ‘퇴장유물’로 추정했다. / 춘추문화재연구원 제공 이와 관련해서 인용되는 경전이 <불설다라니집경>입니다. 7세기(654) 번역된 이 경전의 12권에는 ‘제단의 건립’에 쓰이는 공양물의 목록과 납입수량이 표기돼 있습니다. 그중 병·접시·쟁반·국자·향로·금은그릇 등 금속용기 11종(879건)와 금동령대, 오색납촉, 등잔, 금·동향로보자, 거울 등 금속장엄구 9종(1131건)의 목록이 작성돼 있습니다. 이외에도 갖가지 식물과 향, 오곡, 여러 선신에게 바칠 꿀과 기름, 떡 등 음식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국내유적에서 확인된 유물을 이 경전(<불설다라니집경>)이 권장하는 납입목록과 비교해볼까요. 마침 최태선 중앙승가대 교수가 정리해놓은 논문이 있네요. 말흘리의 경우는 깃대(幡)와 허리띠장식(?) 등에 해당하는 금동제품류가 충실하게 매납됐고요. 영국사터와 청주 사뇌사터의 경우도 부족한 수량이지만 목록에 있는 물품을 넣어 두었습니다. 그 외 유적의 출토유물도 기단 조성을 위한 의례용 용기 및 장엄류 등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영묘사터에서 확인된 고려시대의 솥에서 출토된 유물도 그렇습니다. 최태선 교수는 “이들 유물도 <불설다라니집경>에 나와 있는 ‘작단의식’(기단 조성 때 지낸 진단 의식) 때 납입한 물목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가 봐도 전란을 맞아 스님들이 허겁지겁 각종 귀중품을 묻고 자리를 피했다고 섣불리 추정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이제 유물을 수습한 것에 불과합니다. 발굴 유물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로 급히 이관됐다죠. 문화재청 보도자료가 언급했듯, 앞으로 정확한 성격 파악과 면밀한 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 같아요. 일제강점기에 영묘사터를 흥륜사터로 잘못 특정하는 바람에 100년 넘게 정력을 소모한 전철을 다시 밟지는 말아야겠죠. <참고자료> 최태선, ‘불설장엄도량급공양구지료도법의 보구와 고고학적 매납사례’, <불지광조>, 정인스님 정년퇴임기념논총 간행위원회, 2017 국립경주박물관, <경주공고 유구수습조사>(학술조사보고 23책), 2011 박홍국, ‘와전자료를 통한 영묘사지와 흥륜사지와 위치 비정’, <신라문화> 20호, 동국대 신라문화연구소, 2002 이근직, ‘신라 흥륜사 위치 관련 기사 검토’, <신라문화> 20호, 동국대 신라문화연구소, 2002 춘추문화연구원, ‘경주 흥륜사 서편(사정동 292-1번지 일원) 하수관로 설치공사 유적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자료, 2023 허형욱,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얼굴무늬수막새의 발견과 수증 경위’, <신라문물연구> 8, 국립경주박물관, 2015
- 이기환의 Hi-story
- [주간 舌전]“수사로부터 도망” vs “빈 물총 두렵겠나”(2022. 05. 13 14:16)
- 2022. 05. 13 14:16 정치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전 지사의 계양을 출마는 한마디로 검찰수사로부터의 도망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5월 11일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경찰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 이재명이 적시됐다고 한다”며 “(이 상임고문이) 모든 의혹 앞에 자신이 있다면 지체없이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의 공세와 관계없이 민주당은 이날 지방선거 선대위 출범식을 열고 이 상임고문을 총괄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 선대위 출범식 후 기자들을 만난 이 상임고문은 “자꾸 ‘방탄, 방탄’하는데 여러분은 물도 안 들어 있는 물총이 두렵냐”며 “부당한 일을 한 게 없기 때문에 검찰·경찰 수사로 아무리 압박해도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출마로 경기 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의 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안 전 위원장은 “인천에 출마하는 것 자체가 국민이 보시기에 앞으로 (이 상임고문을) 대통령감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며 “결과가 나쁘면 다시는 재기할 수 없다는 걱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주간 舌전
- [김사강의 눈]노예도 아닌데 도망쳐야 하는 노동자들(2020. 09. 11 14:29)
- 2020. 09. 11 14:29 오피니언
- 전북의 어느 섬을 찾아갔다가 섬에 갇혀 일 년에 하루도 못 쉬고 일한다는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들을 그냥 남겨두고 온 게 못내 마음에 걸려 한 달 뒤 그 섬을 다시 찾아갔다. “거기들이 왔다 가고 나서 난리가 났었어. 애들이 여럿 도망쳐서.” 민박집 주인이 우리를 보자마자 한 말이었다. 지난 방문 뒤 이주노동자 몇 명이 섬을 떠났다. 선주의 감시 때문에 여객선을 타지 못한 이들이 어디선가 배를 불러 나갔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인권단체 놈들인지, 브로커인지가 애들을 꾀어 빼돌렸다며 선주들이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야기도 건너 건너 들은 터였다. 도망이라는 소리가 안 나오게 이번에는 순서대로 절차를 밟아보기로 했다. 계약조건 위반이나 임금체불 등 노동청에 진정할 수 있는 사유와 증거가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추려 만났다. 힘들겠지만 조사가 진행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섬에서 버텨달라고 부탁했다. 그 사이 지역 방송국에서 이들의 상황을 취재해 방송에 내보냈다. 그런데 방송을 본 선주가 인터뷰에 응했던 노동자의 목을 조르고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진정을 결심했던 노동자들은 두려움에 뭍으로 나오고 싶어했다. 섬을 벗어나려는 노동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선주들 사이 실랑이가 이틀간 지속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세 명을 제외한 열한 명이 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도망쳐서 어찌 되는지 두고 보자는 선주들의 으름장을 뒤로 한 채. 노예는 주인으로부터 벗어나려면 도망을 쳐야 했다. 그러나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임금을 받기로 하고 고용주와 계약을 할 뿐이다.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관계를 끝내면 그만이다. 고용주가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듯이 노동자 역시 고용주를 떠날 자유가 있다. 이것이 노예와 노동자의 차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노예처럼 도망을 쳐야 한다. 한번 계약을 맺은 이주노동자를 순순히 보내주려고 하는 고용주는 드물다. 일은 고된데 임금이 낮거나 노동관계법을 수시로 위반하는 사업장에서는 특히 그렇다. 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장을 변경하고 싶다는 이주노동자에게는 추방시켜 버리겠다는 협박이 돌아오고, 이는 종종 실행으로 옮겨진다. 출입국관리법은 고용된 외국인의 소재를 알 수 없게 된 고용주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무단이탈 신고제도’다. 고용주를 피해 관계기관에 사업장 변경과 권리구제를 요청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망친 이주노동자들이 신고당한다. 한 달 이내에 소명하지 않으면 해당 이주노동자는 체류자격이 취소되고 강제퇴거 대상자가 된다. 도망친 노예, 이주노동자들은 추노가 된 출입국의 단속 대상이 된다. 일주일 전, 그 섬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의 진정 신고를 관할 노동지청에 접수했다. 예상보다 일이 신속하게 진행되어 벌써 근로감독관이 배정되었고, 조사를 위한 출석일자도 정해졌다. 섬에 남아 있는 세 명의 진정인들이 출석 조사 날 문제 없이 여객선을 탈 수 있을지 걱정하는 와중에 고용주들은 당사자들이 다 섬에서 도망쳐 버려 조사를 받으러 갈 수 없다며 근로감독관에게 거짓말을 했단다. 도망쳐도 난리, 버텨도 난리다.
- [만화로 본 세상]「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취직으로서 결혼하는 건 어떨까요?(2017. 12. 12 10:05)
- 2017. 12. 12 10:05 문화/과학
- 미쿠리는 모처럼 믿을 만한 고용인인 히라마사에게 ‘새 계약’을 ‘청혼’한다. 입주 가사 도우미로 취직하는 형태의 ‘계약결혼’이 그것이다. “아예 여기 살면서 일하고 싶어요.” 히라마사는 계약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린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tvN, 박준화 연출, 윤난중 극본. 이하 )는 보기 드물게 진지한 시도였다. 사랑으로 시작해 결혼으로 해피엔딩을 맺는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린 시대에, 이 드라마는 결혼을 에둘러 사랑의 가능성을 똑똑히 짚어나갔다. 결혼과 사랑과 삶을 둘러싼 한국적 현실을 여실히 담아내면서도, 그것을 비웃으며 부정하거나 어쩔 수 없이 긍정하는 쉬운 선택으로 빠지지 않았다. 이 드라마는 더 힘든 일을 해냈다. 그 현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존엄을 지켜주면서도 우리가 그 현실을 달리 볼 시점을 열어주었고, 자신만의 선택을 감행할 용기를 선물했다. 꼭 1년 전에 종영한 일본 드라마 (TBS, 우미노 츠나미 원작, 노기 아키코 극본. 한국에서는 CH W 방영)도 그 사회에서 비슷한 역할을 했다. 이 방영을 시작할 무렵 시청자들로부터 표절 의혹이 있었던 바로 그 드라마다. 하지만 두 드라마는 초기 설정이 닮았을 뿐, 주·조연 인물들의 이모저모나 사건의 전개, 배경 상황의 세부 등에서 각자의 고유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둘 사이에 ‘표절’이라는 이름의 비난이 들어설 여지는 없다. 유사한 테마를 특별하게 담아낸 각각의 길을 더불어 톺아보며 우리가 현실을 바라볼 시점을 더 풍성하게 하는 일이라면 몰라도. 사실 일본 드라마 (이하 일본어 제목 逃げるは恥だが役に立つ의 줄임말인 니게하지(逃げ恥じ)로 줄여씀)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부끄럽게 도망친다 하더라도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의 헝가리 속담을 제목으로 담아낸 우미노 츠나미(海野つなみ)의 원작 만화는 2012년에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만화잡지에 연재를 시작해 드라마 방영 직후인 2017년 초에 단행본 총 9권으로 완결되었다. 한국에는 e북(대원씨아이)으로 4권까지 출간된 상태다. 우선 의 원작 만화와 드라마를 견주며 줄거리를 짚은 후에 와 을 번갈아 살펴보자. 짧은 지면으로는 주마간산에 그치겠지만. mgsrc_start_1-->일본의 작가 우미노 츠나미의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중 한 장면. / 대원씨아이 의 표절 의혹이 있던 드라마 모리야마 미쿠리(25·여)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졸업했지만 정규직 일자리를 얻는 데 실패하고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계약 종료, 백수 상태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그 와중에 아버지의 주선으로 츠자키 히라마사(36·남)의 가사 도우미 일을 시작한다. 주 1회 가사 도우미 일을 하며 알아간 히라마사는 피고용인의 업무 성과를 알아봐 주며 급여를 정확히 지불하는, 믿을 만한 고용인이었다. 히라마사에게도 미쿠리는 부담스럽지 않게 살갑고 똑부러지게 성실한 피고용인이었다. 그렇게 우호적인 계약관계를 이어나가던 와중에 계약 종료의 위기가 닥친다. 미쿠리의 부모님이 평소 꿈꾸던 전원주택으로의 이주를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이다. 부모님과 함께 이사하면 미쿠리는 또 직장을 잃고 말뿐더러 시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워진다. 결국 미쿠리는 모처럼 믿을 만한 고용인인 히라마사에게 ‘새 계약’을 ‘청혼’한다. 입주 가사 도우미로 취직하는 형태의 ‘계약결혼’이 그것이다. “아예 여기 살면서 일하고 싶어요.” “취직으로서 결혼하는 건 어떨까요?” 이런 시작은 드라마와 만화가 같지만, 이 계약의 구체적인 형태는 드라마 쪽이 더 상세하고 현실감 있다. 미쿠리의 ‘청혼’을 진지하게 고민한 히라마사는 계약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린다. “전업주부의 연간 무상노동 시간이 2199시간”이고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304만1000 엔(약 3000만원)”인데, 거기서 시급을 산출해 “1일 7시간 노동으로 계산했을 때” 그가 미쿠리에게 지불해야 할 월급을 ‘계약결혼’을 통해 집세 및 각종 생활비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얻게 될 이득에 가감해 보면, “사실혼이라는 형태로 모리야마씨를 이곳에 살게 하고 급료를 지불하며 주부로서 고용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 히라마사가 다다른 결론이었다. 이런 식으로 상호 간의 주거-경제적 실리를 바탕으로 한 계약결혼이 한국과 일본 모두의 드라마에서 그려지다 보니, 표절 의혹이 생겨난 것도 초반부에 한해서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앞서 썼듯 그 이후로는 인물, 사건, 배경 모두 크게 다르다. 바로 눈에 띄는 남주인공만 해도 의 세희(이민기 분)가 쓰라린 연애를 겪은 훤칠한 미남인 것과 달리 의 히라마사(드라마는 호시노 겐 분)는 평범한 외모의 모태솔로 동정남이다. (이는 연애와 섹스를 기피하는 일본의 ‘초식남’을 반영한다.) 더욱이 유사한 초반부마저도 계약의 양상이 전혀 다르다. 의 계약결혼이 고용계약을 중심으로 하는 데 비해 의 지호(30·여)와 세희(38·남)의 계약결혼은 부동산계약이 핵심이라는 것은 보기보다 큰 차이다. 의 부동산계약은 초반부에서 현실을 풍자하는 역할을 하고 이후 일어날 사건들의 배경으로 작동한다. 의 계약결혼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결혼이며 이것이 (‘한국적’으로 가족과 개인을 넘나드는) 사랑과 함께 논해진다. 하지만 는 더 일관되게 계약과 결혼이 맞부딪친다. 그것은 노동과 사랑의 관계를 파헤치는 틀로서 논해진다. 한 대목만 살펴보자. “(전업)주부라는 직업의 보수는 뭐로 지급받고 있는 걸까.” 미쿠리가 끈질기게 붙들고 있는 의문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내조하는 게 보람이라는 이유로 보수가 없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악덕기업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요.” 그녀는 한국 못지않은 가부장제 사회인 일본에서 전업주부 여성이 가사를 전담하는 형태의 ‘가정사업’을 노동착취로 바라본다. 문제는 미쿠리와 히라마사 사이에 애정이 생겨나고 서로가 진짜 결혼생활을 상상하면서 발생한다. 히라마사는 진짜 결혼을 제안하면서 경제적 합리성을 논거로 내세운다. 미쿠리에게 지불하던 가사노동에 대한 보수를 생활비 내지 저축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쿠리는 프로포즈가 기쁘면서도 평소의 생각대로 단호하게 “애정의 착취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다. 며칠간의 고민과 대화 끝에 히라마사는 부부의 사업 형태는 고용관계가 아니라 ‘공동경영책임자’라는 의견을 제출한다. 결국 둘은 노사 고용계약이 아닌 공동경영의 형태인 이상 가사의 분담은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사랑(결혼)과 노동(계약)의 맞부딪침은 이렇게 화폐를 초극하고 합의에 기초한 시스템의 조정과 운영으로 나아간다. 물론 그 후로도 갈등과 협의는 이어진다. 함께 사는 사랑의 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는 것이다. 이미 한국의 맞벌이 가정에서는 어느 정도 실천되고 있는 가사 분담을 새롭고 대단한 아이디어인 것처럼 내세우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벌이 가정에서 가사를 전담하는 한쪽 배우자의 경우 그(녀)가 담당하는 가사라는 노동과 결혼/사랑의 관계성이 어떻게 인식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그리 많지 않았다. 는 그 관계성을 일관되게 느린 걸음으로 살펴내며 서사에 녹여내어 “주부의 가사노동의 가치에 주목하게” 도왔다.(의 평) 무엇보다 사랑의 모양과 실천방식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냈다. 가사라는 노동과 결혼·사랑의 관계성 은 와는 다른 방식으로 비슷한 테마를 파헤쳤다. 어쩌면 오히려 더 넓은 폭으로 사랑의 다양한 형식과 태도를 매력적인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보여주었다고도 할 만하다. 가장 한국적인 현실을 드러낸 이 드라마 이후로 를 이야기한 건 그래서다. 드라마 종영 후 해당 주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났던 처럼, 도 그런 논의를 촉발하기에 충분한 드라마다. 이왕이면 한국에서 출간이 이어지고 있는 만화가 옆에서 돕는 것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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