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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38 건 검색)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시골 없는 도시라는 디스토피아
2024. 08. 18 20:34오피니언
지난달부터 한 달에 1~2회씩 삼례에 있는 그림책미술관에서 시민들과 함께 시 읽기를 하게 되었다. 전라도 시골 소읍에서 시를 읽는 시간을 갖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공소해질 위험도...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황규관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
[책과 책 사이]AI 이후는 디스토피아인가, 레이버피아인가
2023. 11. 17 11:35문화
... 실현된 이후 세상이 “AI에 의해 일터에서 밀려난 인간들이 ‘쓸모없는 계급’으로 전락하는 디스토피아”일지 “인간이 노동하지 않고도 기본적인 생활 수준을 보장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노동...
책과 책 사이AI이후인간노동과일자리레이버피아
“현 AI 개만큼 똑똑하지 않아” 메타 과학자 ‘AI 디스토피아’ 일축
2023. 06. 16 11:06경제
... 르쿤 메타플랫폼 AI 수석과학자. AP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발전을 둘러싼 디스토피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AI가 아직은 인간과 비교할 수 없는 초보적 단계라는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김선영의 드라마토피아] ‘택배기사’와 ‘K디스토피아’의 위기
2023. 05. 19 03:00오피니언
... 장르에 녹여낸 <오징어게임>(넷플릭스, 2021) 등이 그 뒤를 잇는 대표작들이다. 한국형 디스토피아물의 뚜렷한 비판의식은 계급 양극화 심화가 전 지구적 이슈가 된 시대에, 이 장르군의 글로벌...
김선영의 드라마토피아택배기사K디스토피아계급 양극화 심화

스포츠경향(총 8 건 검색)

디스토피아가 현실로” 자우림 김윤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분노
2023. 08. 25 10:41 연예
밴드 자우림 멤버 김윤아. 경향신문 자료사진 밴드 자우림 멤버 김윤아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분노감을 표출했다. 김윤아는 24일 인스타그램에 “며칠전부터 나는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며 “영화 ‘블레이드 러너’ +4년에 영화적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되기 시작한다”고 적었다. 이어 “방사능 비가 그치지지 않아 빛도 들지 않는 영화 속 LA의 풍경”이라며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윤아가 언급한 ‘블레이드러더 2049’에서 미국 LA를 비롯해 라스베이거스는 방사능에 오염된 도시로 묘사된다. 이와 더불어 김윤아는 일본 정부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하자 이에 분노감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저장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약 1km 길이의 해저 터널을 이용해 원전 앞바다에 방출을 개시했다. 하루에 약 460t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작업을 17일간 진행해 일차적으로 오염수 7800t을 바다에 내보낼 계획이다.
강다니엘의 디스토피아 스토리 ‘리얼라이즈’ 공개 임박
2023. 06. 14 09:53 연예
가수 강다니엘 새 앨범 포스터. 커넥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강다니엘이 디스토피아 스토리를 음악으로 풀어낸다. 소속사 커넥트엔터테인먼트는 14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다니엘 새 앨범 ‘REALIEZ‘ TRACK CREDIT’ 포스터와 앨범 라인업을 공개했다. 강다니엘은 지난 프리 싱글 ‘Wasteland’에 이어 타이틀 곡 ‘SOS’의 작사에도 참여하며 음악적 저변을 넓혔다.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울 것’이란 대명제 안에 강다니엘이 어떤 메시지를 담을 지도 관심을 모은다. 작곡 크레딧에는 Jackson Morgan, Landon Sears, David Wilson, MZMC 등 글로벌 뮤지션들이 힘을 합쳤다. 챈슬러와 Knave는 강다니엘과 함께 노랫말을 완성했다. 대형 스케일을 암시한 ‘REALIEZ’는 디스토피아 배경의 스토리텔링을 시네마 포맷과 접목시켰다. 진실과 거짓 그리고 깨달음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가장 먼저 공개된 ‘Wasteland’를 비롯해 타이틀곡 ‘SOS’, ‘Supernova’, ‘Liar’, ‘Dreaming’까지 총 다섯 테마로 구성된다. 소속사는 “프리퀄 영상부터 매번 공개되는 컨텐츠마다 압도적 비주얼을 선사한 만큼 음악, 뮤직비디오, 앨범 전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REALIEZ’는 19일 오후 6시 베일을 벗는다.
[스경X현장] 황폐화된 서울, ‘택배기사’가 보여줄 디스토피아
2023. 05. 10 13:30 연예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시리즈 ‘택배기사’ 송승헌, 김우빈, 이솜, 강유석(왼쪽부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사막화된 서울, 산소마스크가 있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난민들을 구해줄 유일한 희망이, 택배기사라면? 배우 김우빈이 상상만 해도 끔찍한 디스토피아 속 희망을 그린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시리즈 ‘택배기사’(감독 조의석)에서다.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프로보크 서울에서 진행된 ‘택배기사’ 제작발표회에서는 김우빈을 비롯해 송승헌, 이솜, 강유석, 조의석 감독이 참석해 작품 제작기와 공개를 앞둔 심정, 그리고 관전포인트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나 홀로 카키’ 김우빈.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과 난민 ‘사월’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시리즈다. 김우빈은 ‘5-18’역을, 송승헌은 서울을 지배하는 천명그룹 후계자 류석 역을, 이솜은 군 정보사 소령 설아 역을, 강유석은 난민 사월 역을 맡아 작품을 완성한다. ‘사냥의 시간’ ‘정이’ 등에 이어 넷플릭스가 내놓는 또 한편의 디스토피아물이다. 동명의 웹툰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니만큼 조의석 감독은 탄탄한 극성을 자신했다. 조 감독은 “‘정이’나 ‘사냥의 시간’과의 차별점이라면, ‘택배기사’가 조금 더 엔터테이닝하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희로애락이 있고, 액션을 펼치고, 각 캐릭터의 매력이 돋보인다”고 밝혔다. ‘블랙 군단’ 송승헌, 이솜, 강유석. 그는 원작 속 여러 인물들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물과 갈등이 추가됐다며 “세상이 조금 더 평등하게 살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메시지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우빈, 송승헌은 조의석 감독과 인연으로 작품에 합류했다. 김우빈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상황 아니었나. 어쩌면 근미래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이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다양한 캐릭터에 관심이 갔고, ‘5-8’이란 캐릭터가 궁금했다”며 “조의석 감독과 전작 ‘마스터’로 만났기 때문에 믿음을 갖고 출연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택배기사’ 한 장면. 조의석 감독 데뷔작 ‘일단 뛰어’(2002)에서 함께했던 송승헌도 “감독과 개인적으로 20년 이상된 친구 사이라 믿음이 컸다. 어떤 얘기를 하던 내가 할 수 있는 역이 있다면 같이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며 “오늘이 10일 아니냐. ‘일단 뛰어’가 2002년 5월10일 개봉했다. 21년 전 조의석 감독과 함께 했던 작품인데 ‘그렇게 시간이 빨리 갔나’ 싶은 즐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친분을 자랑했다. 이어 “남산타워 같은 익숙한 건물들이 무너지고 사막화된 서울 시내 모습이 구현됐는데, 보는 이들도 새로울 것 같다”며 “이 작품 촬영하면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많이 갖게 됐다. 지금 이 순간도 산소의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데, 작품 속에선 산소마스크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라 ‘저런 세상이 오면 큰일나겠다’ 싶더라”고 덧붙였다. 김우빈과 이솜도 드라마 스페셜 ‘화이트 크리스마스’(2011) 이후 12년 만에 다시 만났다. 김우빈은 “신인 땐 우리가 헤맸고, 감독에게 많이 혼나면서 촬영했다. 굉장히 오랜 시간 이후 다시 만나니까 정말 반가웠다. 우리가 잘 살아남았구나 싶었다”고 반가운 마음을 표시했고, 이솜 역시 “김우빈 눈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너무 좋았고 반가웠다. 여전히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화답했다. 이들의 노력이 집결된 ‘택배기사’는 오는 12일 공개된다.
스경X현장
포레스텔라의 치명적 ‘디스토피아
2022. 12. 18 09:41 연예
비트인터렉티브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Forestella)가 반전 매력을 예고했다. 포레스텔라는 첫 싱글 앨범 ‘더 블룸 : 유토피아 - 더 보더스 오브 유토피아’ 발매를 앞둔 16일과 17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콘셉트 포토 세번째 버전인 ‘디스토피아’ 개인컷을 공개했다. 이번 콘셉트 포토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꽃은 붉은색 장미로 매혹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다. 포레스텔라는 검은색 벨벳 소재의 제복을 입고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멤버들의 눈빛도 한층 고혹적인 깊이감을 담아내며 이번 앨범과 새로운 서사의 복합적인 완성도를 예고하고 있다. ‘유토피아’ 버전의 실크 셔츠, ‘보더라인’ 버전의 레이스 슈트에 이어 ‘디스토피아’의 블랙 벨벳 제복까지 세 가지 무드를 매력적으로 소화한 포레스텔라의 비주얼도 눈길을 끈다. ‘크로스오버계 아이돌’의 존재감이 새로운 무대 곳곳에서 포착될 전망이다. ‘더 블룸 : 유토피아 - 더 보더스 오브 유토피아’는 포레스텔라의 ‘세계수(World Tree) 3부작’ 시리즈 가운데 두 번째에 해당하는 앨범이다. 지난 5월 미니 1집 ‘더비기닝 : 월드 트리’에서 불(강형호), 대지(고우림), 물(배두훈), 공기(조민규) 등 각자의 캐릭터를 부여 받았던 포레스텔라가 이번엔 어떤 스토리텔링으로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새로운 타이틀곡은 네덜란드 출신 작곡가 Valensia(발렌시아)가 참여한 ‘유토피아’다. 다양한 티저가 공개될수록 포레스텔라의 진가를 만날수 있는 음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다. 포레스텔라의 첫 싱글 앨범 ‘더 블룸 : 유토피아 - 더 보더스 오브 유토피아’는 오는 22일 낮 12시 발매된다.

주간경향(총 7 건 검색)

[이주영의 연뮤덕질기](34) 미래는 디스토피아? 유토피아?(2024. 10. 25 15:30)
2024. 10. 25 15:30 문화/과학
연극 <모든>·<간과 강>, 뮤지컬 <애니>·<부치하난> 등 뮤지컬 <부치하난>에서 객석을 유영하는 고래 장면/ 라이브러리컴퍼니 ‘기승전 인공지능(AI)’ 세상이 도래했다. 2020년 이후 문화예술계 지원금이 AI와 논휴먼(non-human·비인간) 분야에 몰려서인지 관련 공연들이 다채롭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그려낸 세상이 대부분 디스토피아(dystopia·부정적인 측면을 극대화한 암울한 세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을 다룬 SF 장르와 디스토피아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생산성 향상과 삶의 편의를 도모하는 기술 지향적 현대인에게 자칫 균형을 잃으면 암울한 미래뿐이라는 경고와 자각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 챗GPT나 소형 AI 로봇이 일상에 스며드는 요즘 상연되는 관련 작품은 더이상 SF가 아니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가끔은 머리끝이 쭈뼛 서기도 한다. 인간다움 말소하는 AI 통제 사회 올해 상연된 관련 작품들의 면면을 돌아보니 이런 세계관을 다루는 작품은 대략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AI 지배 세상을 풍자하고 직시하는 작품들이다. 연극 <거의 인간>, <전기 없는 마을>, <아이들>, <모든> 등은 피폐한 미래를 돌본다. <거의 인간>은 한때 대세였던 작가가 딥러닝(인간의 두뇌활동을 흉내 낸 기계학습 방법)을 시킨 AI 작가가 인간을 대체하고, 인공 자궁이 보편화한 사회를 ‘막장 드라마’처럼 담았다. 폐허가 된 마을의 전기를 끊으러 다니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 로봇의 종말을 그린 <전기 없는 마을>, 원전 파괴 후 피폭된 청년 과학자들을 구하려는 원로 과학자들의 성찰을 담은 <아이들>, 소수의 인류만 거주하는 돔에서 초인공지능에 통제된 인간의 탈출을 그린 <모든> 등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사라지고 단절이 지속하면 더 이상 인간일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모든>은 초인공지능 라이카에 통제돼 통증마저 느끼지 못하는 미래인의 삶을 얇은 상자로 된 단칸방으로 대변한다. 인간들은 바로 옆에 모여 있지만 아무도 없는 것과 같다. 초인공지능이 인간들끼리의 연대와 대화는 분절화하고 시스템이 판단한 합리적 기계와의 결합만 채택하기 때문이다. 이를 자각한 인간이 시스템과 접속 해제를 시도하지만, 그것은 곧 죽음이다. 직접적인 대면, 즉 아날로그적인 만남보다 매체를 매개로 한 디지털 연결에 더 치중된 현대인의 삶(온갖 SNS와 미디어 연결은 기본인)도 이 가상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 이미 디지털에 의존하기 시작한 삶은 초인공지능 등장과 동시에 더 강력히 구속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 작품의 미장센(무대구성)은 특별하다. 큰 도구 없이 양 측면과 천장에 조밀하게 설치된 조명디자인으로 모든 세트를 대체했다. 공연이 끝난 후 폐기해야 하는 큰 도구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인 작품이다. 두 번째는 시스템이나 미디어에 의존한 인류의 공허함과 무기력을 담은 초현실주의 미장센을 내세운 작품들이다. 종말을 맞는 무기력과 분절적인 인간들의 심리를 감각에 의존해 다룬 연극 <간과 강>, 가부장에 대항해 젠더 평등과 다양성에 대한 인식 확장을 낙서로 표현한 <지상의 여자들>,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고전을 표현주의 미학으로 재해석해 19세기 말 종교와 억압에 대한 일탈을 그린 오페라 <탄호이저> 등이다. 연극 <모든>에서 AI가 통제하는 분절된 인간사회의 한 장면 / 국립극단 연극 <간과 강>은 한강이 보이는 낡은 아파트에서 외도하는 남편과 사는 무기력한 중년 여성의 일상을 컬트영화처럼 담아낸다. 집안에 생긴 싱크홀과 첫사랑이 인어가 돼 나타나는 설정은 기괴하고 분절적이다. 거대한 한강대교가 무대의 반 이상을 차지하며 전체를 가로지른다. 기울어진 무대 바닥 위에 설치된 침대와 테이블은 맥주를 들이켜는 과정에서 하나씩 사라진다. 그 와중에 주인공은 낚시도구를 쌓아놓고 누군가는 한강대교에 걸터앉아 낚시한다. 주인공 L의 첫사랑이 인어가 되어 등장하며 춤을 추는 마무리는 서사적 도약이 급박함에도 어쩐지 후련하다. 시스템 바깥의 삶에 대한 자각과 공포는 자조와 무기력에서 맥락을 끊어낸 용기와 대범함으로 마무리된다. 디스토피아에 찌들어 사는 주인공 L이 어느 순간 해탈하듯, 자기만의 유토피아를 찾아낸 것이다. 유토피아 꿈꾸는 객석 카메라와 고래 세 번째 경향은 시스템 종속사회를 딛고 희망을 노래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판타지 작품이다. 고아 소녀 애니와 친구들이 재벌 워벅스와 만나 연대와 부녀의 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은 뮤지컬 <애니>, 전설 속 물 부족 세상을 살아가는 부족들 간의 전쟁과 현재 생존하려는 청춘의 애환을 교차하며 고래 모형으로 희망을 전하는 <부치하난>, 가족을 잃고 남극으로 향한 연구원들이 로봇의 보조를 받으며 고통을 잊게 하는 운석을 통해 삶을 돌아본 뮤지컬 <리히터>, 호수의 심연과 수면을 오가는 백조들의 생존 경쟁과 자연 친화적인 삶을 통해 자유를 자유롭게 담아낸 무용극 <백조의 잠수> 등이 그러하다. <애니>의 경우 극 중 객석을 향하는 라이브 ENG 카메라(손이나 어깨로 들고 다니는 카메라)를 통해 자신을 버린 부모 찾기 광고를 녹음하는 고아 소녀 애니와 이를 응원하는 관객의 이미지를 하나의 시공간에 담는다. 무대 위에 영사된 애니 또래 어린이 관객들이 손을 흔들고 뛰는 모습은 관객과 출연진들 모두를 희망에 들뜨게 한다. <부치하난>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객석을 유영하는 고래가 등장한다. 현대의 주인공 누리와 태경이 전설 속 부치하난과 올라처럼 비극적인 죽음을 맞지 않고 생존해 사랑을 확인하는 마지막 장면에 객석으로 헤엄쳐 나오는 고래는 디스토피아를 극복한 그들만의 유토피아다. 실제 객석 위를 날아다니는 초대형 고래는 로봇공학의 애니매트로닉스 기술이 적용돼 지느러미 움직임까지 섬세하다. 강력한 소형 드론을 엔진으로 서서히 2층 객석까지 날아오르니 순식간에 공연장 전체가 바닷속이 돼버린다. 관객들의 복잡한 고민이 일거에 사라지게 만든다. 물리적인 만남을 통해 온기와 정서를 공유하는 것은 인간다움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인 유토피아의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를 말했다. 쉽게 표현하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같은, 개인화된 숨 쉬는 공간이다. 모든 것이 AI로 대체된다 해도 인간에게는 온기와 정서를 나눌 공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위에 언급한 대부분 작품은 상연이 끝났다. <부치하난>은 오는 11월 17일까지 상연된다.
이주영의 연뮤 덕질기
[할 말 있습니다](30)윤석열 케어가 만들 의료 디스토피아(2023. 05. 05 12:21)
2023. 05. 05 12:21 건강
약국 문을 닫은 후에도 닥터나우 배달기사가 픽업할 수 있도록 문고리에 약을 걸어놓았다. / 약준모 제공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사절단에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가 참석했다. 비대면 진료의 형식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현지 헬스케어기업과 비교해 특별한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도 없는 스타트업 대표의 동참을 보면서 의아스러웠다. 기술 수출이나 해외 진출 등에 특별한 장점을 가진 회사라고 보기도 어렵다. ‘방미’ 외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닥터나우를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총애는 긴 역사가 있다. 둘이 밀접한 친분을 과시하던 대선 후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 대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다. 최근 비대면 진료 관련 보건복지부 장·차관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국가를 대표하는 보건복지부의 공무원인지 닥터나우의 직원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일방적으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충분히 숙고하고 추진해도 될까 말까 한 사안이다. 사설 업체들 살리겠다고 무리한 시범사업까지 벌이려는 정부의 행태는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약 배달 앱을 통해 주문받은 약을 배달기사가 한 아파트 가구 문고리에 걸어놓고 있다. / 약준모 제공 닥터나우와 윤 대통령의 친분 이들은 항상 의료취약계층 보호 및 국민의 건강권을 명분으로 내걸고 비대면 진료를 밀어붙인다.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지방의 공공병원을 폐쇄하고, 건보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장성을 축소하는 이력을 가진 집권당과 정부가 진심으로 일반 국민의 건강을 걱정해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이렇게 일방적인 지원을 퍼붓고 있는 것일까. 신기술이란 미명하에 온갖 미사여구를 들이대고 있지만 일관성도 없고, 과연 그들의 의도가 순수한 것인지도 다분히 의문스럽다. 현재 한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 관련 이슈의 핵심은 이전부터 특정 정치집단에서 추진해온 ‘의료 민영화’란 단어의 또 다른 버전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란 그럴싸한 이름을 벗겨내면 노골적인 속내가 드러난다. ‘전화 진료’와 ‘약 배달 중개’를 앞세운 사설 업체들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사설 플랫폼이 창궐하면 의료취약자의 불평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각종 사설 플랫폼들이 만들어 내는 문제는 이미 한국사회를 강하게 병들게 하고 있다. 각종 배달 음식들의 가격 인플레 근간에 ‘배달 플랫폼’이 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숙박 중개 앱’들의 만행에 신음하는 수많은 숙박업자의 고통 또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반 택배물품과 똑같이 취급되는 약 택배상자들 / 약준모 제공 한국의 비대면 진료 관련 사설 업체들 역시 이러한 맥락에 놓여 있다. 법적 미비를 틈타 커피 쿠폰 등을 미끼로 가입자 수를 늘린다든가, 이로 인한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불필요한 진료를 하도록 부추길 게 뻔하다. 기존 보건 의료 체계를 유지해온 구성원들은 영리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음에도 전문가라는 집단 특유의 지성과 양심으로 이런 행위를 암묵적으로 금기시해왔다. 의료 분야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분야다. 한번 둑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 의료 민영화 찬성론자들은 한국의 보건 의료 체계를 지탱해온 다양한 법적·윤리적 규칙과 규제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다른 분야의 기존 사업자들보다 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부담은 또 어떡할 것인가. 몇 가지 사례를 되짚어 보자. 약사들의 문제 제기로 정부가 2021년 말 금지하기 전까지는 향정신성 의약품이 제대로 된 본인 확인도 없이 무분별하게 처방 및 배송됐다.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인해 일반인들에게 금지된 전문의약품 광고를 글자 하나만 바꾸는 식의 편법을 동원해 제약업체 등은 수익을 도모했다. 또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의사의 제대로 된 진료 없이도 일반인들이 구매 가능한 특정 의약품을 정부가 지정하는 행위도 비일비재했다. 이는 일반인들의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모든 과정에서 ‘영리’에 대한 고민은 있을지언정 ‘건강’ 존중과 ‘생명’ 중시는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더욱이 귀중한 곳에 쓰여야 할 국민건강보험이 의사들의 이러한 편법 진료를 유도하고, 때로는 ‘일정비율 가산’이라는 특혜까지 제공하며, 이들의 배를 불렸다. 지난 몇년간 이들의 행적은 한국사회의 의료에 영리의 목적이 강하게 담기면 어떠한 만행들이 나타날 수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증명한 단적인 사례였다. 대부분 단순 ‘전화 처방·약 배달’ 특히 신산업이라고 강조하는 그들의 주장과 달리 몇년 사이에 순식간에 수십 개 업체가 난립할 정도로 기술적인 깊이가 매우 얕다. 일반 국민이 흔히 생각하듯 첨단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통해 진료하고, 인공지능(AI) 등의 도움을 받아 화상을 통해 깊이 있는 진료를 하며, 충실한 환자 정보 관리를 거쳐 정확하게 만들어진 약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집 앞에 배송되는 게 아니다. 이는 ‘원격 및 비대면 진료’의 환상일 뿐이다. 지금 한국에서 활개 치고 있는 비대면 진료의 대부분은 단순한 ‘전화 처방 및 약 배달의 중개’에 집중되고 있다. 박리다매라는 한국 의료시스템의 허점이 제대로 된 준비 과정 없이 시작된 비대면 진료라고 다를 리가 없다. 오히려 더 극단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수익 구조는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결국엔 음식 배달 플랫폼이나 숙박 플랫폼과 같이 서비스의 제공자를 착취하거나, 아니면 다른 영리기업에 국민 개개인의 건강 정보를 팔아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하는 방법밖에 없는 셈이다. 전문의약품들이 무심하게 문고리에 걸려 있다. 약 배달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중복처방, 과다처방 우려가 제기된다. / 약준모 제공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2월 이러한 수수료부분에 대한 보건의료 단체의 우려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그에 대한 비용을 건강보험수가로 보전해 주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우려해 ‘문재인 케어’를 축소하겠다는 현 정권의 보건복지부 차관이 했다는 발언이라고는 상상하기도 힘든 내용이었다. 결국 국민건강보험을 사설 업체의 이익에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이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붕괴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는 돈에 눈이 멀어 사설 업체와 결탁한 일부 보건의료인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환자들을 비롯한 의료시설 이용자들한테도 사설 영리 플랫폼의 강화는 의료 불평등을 극단적으로 심화시킨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은행 오프라인 점포의 폐점, 그리고 택시 앱과 키오스크 확산에 따른 노령층의 이용 불편 심화와 같은 문제점이 한국 보건의료 체계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비대면 진료 앱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이 시행한 설문조사와 최근 보건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관련 통계를 종합해 보면, 비대면 앱을 이용해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60대 이상 환자는 약 2%뿐이었다. 전체 비대면 진료 이용자 중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40%에 이르는 점으로 볼 때,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노령층 대부분이 병원에 직접 전화해 진료하는 형태를 선택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즉 사설 앱이 실제 고령층의 비대면 진료에 끼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했던 셈이다. 2022년 5월 22일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약준모 전국약사 대정부 투쟁집회. / 약준모 제공 지역 의료 불평등 더 커져 지역적인 측면에서도 의료 불평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보다 훨씬 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쉬운 쿠팡과 같은 일반적인 상품 중개 플랫폼에서도 수년이 지나도록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대부분 새벽 배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로 미뤄, 결국 실제 의료취약자들은 비대면으로 진료를 빨리 받더라도 그 치료에 필요한 약과 같은 수단들은 원하는 시기에 제공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2019년 ‘온라인 거래의 증가가 지역 소매 상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보면 특정 상품의 온라인 거래액이 증가할 경우 수도권과 비교해 지역의 소매점포 감소율이 훨씬 더 크다고 한다. 따라서 비대면 진료로 인한 무분별한 온라인 진료의 강화는 비수도권 및 도서·산간 지역의 오프라인 보건의료기관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소멸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미 지역 응급의료 체계의 붕괴가 한국사회의 큰 문제로 다가온 상태다. 지금처럼 무책임한 형태의 사설 앱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진다면 지역의 1차 보건의료기관들은 무너진다. 의료취약자들에겐 큰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은 이미 플랫폼 업체를 통한 약 배달이 보편화돼 있다. 비대면 진료 및 약 배달 시 병원 및 약국에 환자들은 더 낮은 비용을 지불한다. 이런 이유로 병원과 환자들은 사설 보험사에 의해 비대면 진료를 사실상 강제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NBC는 특집 르포 프로그램(2020년 12월 8일)에서 “동네 약국에서 약을 직접 받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라는 한 노인의 절규를 소개했다. 이 말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의 ‘사설 업체에 의한 전화 진료-약 배달 활성화’ 정책은 결국 수십년간 많은 국민이 우려했던 ‘의료 민영화’란 단어가 초래할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앞당긴다. 그 시작은 비대면 진료 업체의 수익을 위한 건강보험재정의 무분별한 탕진이 될 것이다.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된 미국은 그나마 비용이라도 저렴하지만, 한국은 의사단체들이 비대면 진료의 수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대면 진료에 비해 비용도 저렴하지 않은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이는 건보재정의 고갈로 이어지고 만다. 국민건강보험의 무력화는 사회구성원 간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결국 사회적 약자의 생존 자체가 위험에 빠지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할 말 있습니다
[편집실에서]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2022. 09. 30 11:07)
2022. 09. 30 11:07 오피니언
미국의 나사(NASA)가 우주선을 쏘아올려 소행성의 궤도를 바꾼답니다. 이로써 불세출의 과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경고했던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은 ‘단순 우려’로 남게 됐습니다. 계획대로 궤도 수정이 제대로 이뤄질지 최종 결과는 좀더 지켜봐야 겠지만 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우주의 섭리에 인간이 감히 불경스럽게도 개입을 시도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놀랍지 않습니까. 인류 기술의 진화가 거침이 없습니다. 의학계에선 ‘불치병 정복’이라는 사실상 언어도단(무병장수·불로장생은 불가능한 꿈이니까요)의 목표를 향해 눈부신 속도로 ‘빅스텝’을 밟고 있고 산업계에선 인간이 운전대를 잡지 않고도 운행하는 자율주행 차량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가상인간이 무대를 꾸밉니다. 아직은 ‘부자들의 놀이’라는 비아냥이 따라붙곤 하지만 달 탐사, 우주여행도 그다지 먼 미래의 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디지털 대전환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인공지능(AI)’을 필두로 임기 내 추진할 사회 제 부문의 디지털화 전략이 담겼습니다. 계획대로만 되면 한국에도 조만간 꿈의 세상이 펼쳐질 듯합니다. 하지만 유토피아는 ‘도둑처럼’ 오지 않습니다. 지금 전 세계에 드리운 양극화의 그늘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디지털 격차’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첨단기술의 발전은 이를 향유하는 계층과 소외된 계층 사이의 간극을 더 크게 벌릴 겁니다. 세밀한 보완대책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같은 하늘 아래 살아도 전혀 다른 세상에서, 전혀 다른 말을 하는 ‘신인류’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같은 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산업화 30년, 민주화 30년을 이을 핵심 키워드로 기본사회 30년”을 제시했습니다. 기본소득 개념을 소득, 주거, 금융 등 복지의 전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인데 요약하면 ‘격차 해소’가 되겠지요. 이를 두고 여당에선 “포퓰리즘”, “예산탕진책”이라며 맹공을 퍼붓습니다. 이들은 산업화·민주화를 이을 핵심 키워드로 ‘첨단화’·‘디지털화’쯤을 생각하는 듯한데요. 동전의 양면입니다. 한쪽만 강조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현실은 인류를 한순간 파탄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핵실험’, ‘핵공격’이란 서슬퍼런 용어가 난무합니다. SNS의 등장으로 전 세계가 연결됐고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을 보면 언어의 ‘1인치’ 장벽 또한 금방이라도 넘어설 듯싶지만, 지구촌의 실상은 아득합니다. 국수주의가 판을 치고 무역장벽이 생기고 국경은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불완전하기만 합니다. 한 말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합니다. 제아무리 빼어난 기술을 총동원해도 ‘비속어 논란’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합니다. 소행성의 궤도마저 바꾸는 시대에 “바이든”이다, “날리면”이다 ‘휘바이든’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편집실에서
[방구석 극장전]모두가 방관할 때 탄생할 디스토피아(2022. 03. 04 14:53)
2022. 03. 04 14:53 문화/과학
이 글을 읽는다면 20대 대통령선거 직전이나 직후일 테다. 전망과 청사진 없이 네거티브와 선심성 공약에 치우친 선거판 탓에 적지 않은 이들이 ‘차악’을 뽑아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그런데 ‘정치’ 실종과 민주주의 표류가 우리만의 상황은 아니다.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줄 알았던 나라들에서 고루 관측되는 공통 ‘위기’ 징후다. ‘역사의 후퇴’라고 할까?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의 도래다. 포스터 / 왓챠 누구나 사회 현안을 누군가 나서서 대신 해결해주길 원한다. 그런 만능 해결사가 존재할 리 없다. 정치 주체의 역할과 책임을 시민이 방기하는 순간 껍데기만 남은 민주주의가 괴물을 소환한다. 영국 공영방송 BBC와 미국 케이블 채널 HBO가 합작한 6부작 <이어즈 & 이어즈>는 2019년 공개한 근 미래 영국 배경의 사회파 드라마(국내는 ‘왓챠’에서 공개 중)다. 미국이 중국과 도서 분쟁 끝에 핵을 사용하고 세계가 격변에 휘말린다. 주인공은 라이언 일가다. 할머니와 4남매, 그리고 대가족이 10여년의 세월을 함께한다. 장남 스티븐은 런던 중심가에서 일하는 금융 엘리트다. 그는 회계사 아내 셀레스트, 두 딸과 함께 중산층의 삶을 누린다. 차남 다니엘은 주택 관련 공무원인 게이다. 교사인 랠프와 결혼(영국은 현재 동성혼 허용)한 그는 러시아 수중에 들어간 우크라이나(!) 난민 주거대책 투입 중 난민청년인 빅토르와 사랑에 빠진다. 장녀 이디스는 꽤 유명한 행동파 사회운동가다. 그는 미국의 핵 공격을 취재하다 피폭 상태로 귀향한다. 차녀 로지는 휠체어 장애인으로 학교 영양사로 일한다. 로지에겐 아빠가 다른 두 아들이 있다. 할머니를 정점으로 한 대가족은 그 자체로 영국사회의 축소판이다. 할머니는 노동계급, 스티븐 가족은 화이트칼라, 다니엘은 공무원, 이디스는 사회운동가, 로지는 저소득층이다. 그들은 각각 보수당, 노동당, 사성당에 투표한다. 그리고 이들 모두가 엮이게 되는, 신생정당인 ‘사성당’을 이끄는 정치인 비비언 룩이 등장한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을 이끄는 마린 르펜이나 미국의 대안우파 등이 겹쳐지는 비비언 룩의 행보는 브렉시트를 거치며 고립주의로 치닫는 영국의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사성당의 권력획득 과정은 과거 나치와 판박이다. 화려한 장밋빛 공약을 화끈하게 내세우지만 그걸 구현할 실력은 갖추지 못한 사성당 정권은 결국 언론 탄압과 수용소 건설로 치닫는다. 가족들은 차례로 어려움에 봉착한다. 스티븐 부부는 은행 파산과 불황으로 일자리와 전 재산을 잃고, 다니엘은 사랑하는 상대와 이별해야 한다. 로지의 동네가 우범지역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생업인 푸드 트럭도 멈춘다. 가족 체험담에는 우크라이나 갈등, 난민 열풍, 테러와의 전쟁 같은 시대를 앞선 소재들이 등장한다. 이와 함께 사물인터넷과 트랜스휴먼 등 기술혁신이 가져올 근 미래 풍경을 실감나게 그린다.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 실질적 문제도 따라온다. 선거를 통해 위임한 권력이 시민 통제를 벗어날 때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와 현재 유럽의 어두운 치부가 어우러져 ‘근사한’ 막장을 선보인다. <이어즈 & 이어즈>를 보고 나면 정치 논쟁으로 가족 간에 언성을 높이거나 얼굴을 붉히더라도 투표는 함부로 하진 않으리라 보장할 수 있다.
방구석 극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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