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148 건 검색)
- 가족에 들킬까 봐…방에서 출산 후 발로 눌러 숨지게 한 미혼모
- 2024. 06. 10 13:23사회
- ... 마크. 경향신문 자료 가족들에게 출산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갓난아기를 발로 눌러 숨지게 한 미혼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충북 충주경찰서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20대 A씨를 불구속...
- 출산미혼모가족갓난아기경찰
- [책과 삶]미혼모의 아기는 왜강제 입양 당했었나
- 2023. 08. 18 21:12문화
- ... 명목이었다. 1951~1971년 사이 이뤄진 강제 입양은 약 15만건에 달한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미혼모를 대상으로 한 강제 입양 정책이 호주에서만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기 퍼가기 시대...
- 책과 삶
- ‘미혼모자가족’이라는 이름에 뭉뚱그려진 여성들
- 2022. 01. 06 16:00사회
- ... 여성’으로 일반화되는 이들에 대한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3세 미만 영유아를 양육하는 미혼모에게 일정 기간 숙식을 제공하고 자립·직업 교육 등을 지원하는 ‘아름뜰’에 들어온 이들의 평균...
- 미혼모비혼모한부모가정미혼엄마미혼모자가정
- 유아식 ‘일루마 골든드롭3’, 국내 출시 3주년 기념 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 제품 기부
- 2021. 08. 19 14:49경제
- ... 3주년을 맞아 진행하게 되었으며, 약 3천만원 상당의 기부 제품은 협회를 통해 영유아를 양육하는 미혼모 가정에 전달될 예정이다. 일루마 골든드롭3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저희 브랜드에 보내주신 신뢰와...
스포츠경향(총 89 건 검색)
- 정우성 쇼크 4일차, 고개 드는 옹호론 “출산은 문가비 선택, 누가 미혼모 만든 것 아냐”
- 2024. 11. 28 11:29 연예
- 배우 정우성이 과거 미혼모 캠페인 영상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 유튜브 캡처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 출산 쇼크 4일차, 옹호론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아이 출산을 선택한 것은 문가비 쪽인데 돼 정우성이 ‘미혼모를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느냐는 의견이다. 지난 26일 이선옥 작가는 자신의 SNS에 정우성의 혼외자 스캔들과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그는 젠더 이슈와 관련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 20~30대층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 작가는 “성인인 여자가 스스로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고 낳은 것이지 남자가 미혼모를 만든 것인가? 35세 여성이 세뇌당한 미성년자도 아니고 누가 미혼모로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지나?” 라고 적었다. 그는 “낙태권을 주장할 때는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고, 낙태든 출산이든 여성의 몸에서 행해지는 것은 오직 여성에게만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여성이 아이를 낳아 기르겠다고 한 사안에 사귀지도 않으면서 미혼모를 만들었다고 남성에게 책임을 전가한다”고 힐난 했다. 이 작가는 이어 “낙태죄 처벌에 남성을 포함하라던 요구는 남성에게 출산 후 책임을 같이 지라던 것 아니었나?” 라고 반문하며 “타인의 삶은 타인의 것이다. 본인들의 정념을 투영해서 비난을 하거나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이 사건으로 저 여성의 삶이 불행해졌다는 생각이 든다면 피임을 잘 해야겠다는 교훈 정도를 본인 삶에 새기면 될 일”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같은 날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자신의 SNS에 “그가 ‘결혼’을 하냐 마냐 하는 결정까지 비난과 판단의 대상이 되고 있는 건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 아이 낳은 부부가 이혼하는 게 허용되고 그 선택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아이를 낳은 남녀가 혼인하지 않고 따로 사는 게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건가? 그럼 아이 낳고 결혼한 뒤 이혼하면 괜찮은 걸까?”라는 의견을 냈다. 이 의원은 “애초에 그런 게 왜 판단과 평가의 대상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결심은 굉장히 실존적인 결정이다. 함께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불문하고 혼인해야 하고 동거의무와 부양의무를 지며 부부로 살아야 한다니 숨이 막혀 온다”며 “최소한의 법과 도덕의 테두리 안에서 혼자 살 자유, 내가 원하는 사람과 혼인할 자유, 이런 것은 개인에게 부여된 오로지 고유한 자유이고 권리 아니냐”고 했다. 정우성은 지난 24일 16살 연하 모델 문가비가 3월에 출산한 아이의 친부임을 인정했다. 정우성 측은 “아이의 양육의 방식에 대해서 최선의 방향으로 논의 중에 있으며 아버지로서 아이에 대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바른생활 이미지를 오랜 세월 쌓아온 정우성을 향한 대중의 실망감과 함께 그의 여성편력과 관련한 루머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본론으로 돌아가 혼외자 출산과 양육이라는 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정우성에게 우호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늘고 있다. 국민 10명 중 3명은 비혼출산에 긍정의견을 낸 여론조사도 재조명되는 중이다.
- ‘고딩엄빠5’ 유학왔다 미혼모···막막한 생활고 SOS
- 2024. 09. 18 11:23 연예
- MBN ‘고딩엄빠5’ ‘고딩엄빠5’에 출연하는 ‘외국인 싱글맘’ 아농이 한국에서 미혼모가 되어 두 살 된 딸을 키우고 있지만 “비자 문제로 취업이 불가능해 일을 못해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안긴다. 18일(오늘) 밤 10시 20분 방송하는 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5(이하 ‘고딩엄빠5’)’ 14회에서는 ‘외국인 싱글맘’ 아농이 출연해, “한국으로 유학을 왔지만 미혼모가 된 후, 저의 비자 문제와 딸의 국적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백하며 도움을 청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우선 아농은 재연 드라마를 통해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가 이상한 조직에 감금돼 폭행을 당한 것은 물론 임신까지 하게 됐다. 그러다 만삭 상황에서 간신히 탈출해 미혼모 시설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충격 사연을 전한다. 직후 아농은 두 살 딸의 일상을 공개하는데, 아이가 감기 기운이 있어 병원을 찾아가지만 비싼 진료비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아농은 “딸의 아빠가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딸의 국적이 한국이 아니다”라고 설명해,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토로한다. 아농은 “제가 유학 비자로 들어와서 한국에서 취업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친정 부모님이 유학비로 보내주신 돈을 모아서 겨우 버티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 비용을 빼면 현재 통장 잔고가 4만원뿐”이라며 막막해한다. 모두의 걱정이 쏠린 가운데, 아농의 친정엄마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온다. 이를 확인한 아농은 “친정엄마가 제 생일이라고 용돈을 보내주셨다”며 7만1500원의 송금 내역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아농은 “저희 본국에서는 가장 많이 받는 월급이 30만 원 정도다. 한국과는 너무 차이나지만, 그동안 친정에서 학비에 보태라고 월 10만원씩을 보내주셨다”고 울컥해, 미혼모가 된 자신의 처지를 모르는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을 내비친다. 이를 들은 스튜디오 MC 인교진도 “(현지 평균) 월급의 3분의 1을 보내주시는 거네”라며 속상함에 깊은 한숨을 내쉰다. 잠시 후, 아농은 “여기(한국)에서 돈을 벌지 않으면 딸과 살 수가 없다”고 밝힌 뒤, 자신의 비자 상황을 정확히 알기 위해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문의 전화를 건다. 이어 “현재 난민 신청을 했다. 혹시 합법적으로 비자를 갖고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라고 묻는다. 하지만 “취업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된다”는 답변이 돌아와 망연자실한다. 그런데 얼마 후, 반전 상황이 벌어진다. 이에 MC 박미선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 아니겠느냐”며 반색한다. 과연 아농이 비자 및 딸의 국적 문제를 해결하고 극심한 생활고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한국에서 딸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아농의 바람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18일(오늘) 밤 10시 20분 방송하는 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5’ 14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김나라 “미혼모 시설 입소, 아이 아빠는 새 여친 만나”(고딩엄빠3)
- 2023. 06. 27 09:43 연예
-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3. MBN 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3’에 출연한 청소년 엄마 김나라가 임신한 자신을 버리고 바름을 핀 아이 아빠와의 충격적인 스토리를 고백한다. 28일(수) 밤 10시 20분 방송하는 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3(이하 ‘고딩엄빠3’)’ 24회에서는 20세에 엄마가 돼 네 살 아들을 양육 중인 김나라가 출연해 싱글맘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일상을 공개하는 한편, 남모를 고민을 털어놓는다. 이날 김나라는 스튜디오에 등장하기 전, 재연드라마를 통해 한 ‘고딩아빠’를 만나 아이를 낳게 된 사연을 밝힌다. 그런데 김나라는 “남자친구가 출산을 반대했으며, 결국 미혼모 시설에 입소해 출산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도, 새 여자친구를 만났다”고 덧붙여 박미선, 하하, 인교진 등 3MC와 출연진들을 경악하게 만든다. 뒤이어 김나라는 스튜디오에 직접 등장해, 당시의 상황에 대해 묻는 MC들에게 “(남자친구의) 새 여자친구가 제게 직접 전화를 해서, ‘네 배는 네가 알아서 해라’고 했다”고 전해 2차 충격을 안긴다. 무엇보다 전 남편과 현재도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터라, 김나라는 “집 밖을 잠깐만 나가도 아이 아빠와 여자친구를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는 고민을 토로한다. 그러면서 김나라는 “이럴 때는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간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김나라는 “아이 아빠에게 양육비를 받을 엄두가 안 난다”는 고민과 함께 결정적인 이유를 어렵게 털어놓는다. 이를 들은 이인철 변호사는 모두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묘책’을 제시한다고 해 본방송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다. 제작진은 “김나라의 안타까운 사연에 모두가 눈시울을 붉힐 만큼 깊이 공감했지만 한편으로는 김나라의 일상 속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돼 따끔한 질책이 이어졌다. 김나라의 믿기 힘든 사연과 고민이 무엇인지, 따뜻한 시선으로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나라가 출연하는 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3’ 24회는 28일(수) 밤 10시 20분 방송된다.
- ‘이선균♥’ 전혜진, 29세 딸 둔 미혼모 된다 (남남)
- 2023. 06. 21 14:08 연예
- KT스튜디오지니 제공 전혜진의 톡톡 튀는 변신이 시작된다. 7월 17일 첫 공개되는 지니 TV 오리지널 ‘남남’은 철부지 엄마와 쿨한 딸의 ‘남남’ 같은 대환장 한 집 살이와 그들의 썸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전천후 활약을 펼치고 있는 ‘믿보배’ 전혜진의 스틸이 이날 최초 공개됐다. 스틸만으로 압도적 존재감을 자랑하는 전혜진의 모습이 시선을 강탈한다. 공개된 사진 속 전혜진은 시크한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채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몸짓을 하고 있다. 전혜진은 물리치료사 복장마저 찰떡같이 소화하며 개성 넘치는 인물의 성격을 완벽한 에너지로 표현했다. 극 중 전혜진은 29살 딸을 둔 미혼모지만 여전히 예쁘고 톡톡 튀는 걸크러시 물리치료사 김은미 역을 맡았다. 김은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거침없고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그 속엔 누구보다 따뜻한 정과 배려심을 지닌 인물. 전혜진은 때론 철부지 같으면서도 내 편일 때는 세상 든든한 엄마 김은미의 다채로운 매력을 섬세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은 오는 7월 17일 지니 TV와 지니 TV 모바일, ENA 채널에서 첫 공개된다.
주간경향(총 4 건 검색)
- [만화로 본 세상]틴맘-미혼모 만화 논란에서 챙겨야 할 것들(2019. 05. 24 16:48)
- 2019. 05. 24 16:48 문화/과학
- 네이버 웹툰 <틴맘>(theterm 작가)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틴맘>은 라인웹툰(네이버웹툰의 해외 브랜드)에서 2015년부터 연재된 태국 현지 작가의 작품으로, 고등학교 졸업 무렵 임신하게 된 주인공 하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태국에서는 웹드라마로도 제작되었고 일본에서도 웹툰이 번역됐다. 이어 한국에서도 번역, 연재되기에 이르렀지만 지난 5월 3일 네이버웹툰에 1화가 게재되자마자 연재 중단 요청까지 아우르는 항의와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임신, 출산, 미혼모와 같은 심각한 사안을 가볍게 다룬다는 점, 그리고 10대 여주인공을 성적 대상화하는 작화와 연출이 사용된다는 점이 문제제기의 골자다. theterm 작가의 만화 의 한 장면 / 네이버웹툰 현재까지 독자들의 항의와 그에 이어진 논란은 두 가지 의미에서 고무적이다. 첫 번째는 웹툰 텍스트의 개선과 경신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웹툰의 표현문제에 대해 독자들이 항의한 덕분에 미흡하나마 수정이 이루어졌다. 특히 성적 대상화 문제에 대해서는 네이버웹툰 측에서 문제가 된 장면들을 수정해 재업로드했다.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불필요한 노출을 줄인 것은 분명 작품의 주제에 관련 없는 오해를 방지하는 선택이다. 두 번째는 임신, 출산, 미혼모와 같은 중대한 주제에 대한 논의가 작품을 경유해 확산된다는 점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직결되며, 사회적 인식과 대응이 필요한 주제인 만큼 이 논의가 계속 이어진다면 텍스트 바깥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재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는 지점들이 몇 가지 있기에 이를 짧게나마 검토하려 한다. 우선은 <틴맘>이 태국에서 수입된 작품이라는 점이다. 태국은 임신중절이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된 나라다. 전체 연령대 산모 대비 10대의 출산비율은 15%에 이른다.(2016년 통계. 한국은 같은 해 25세 이하 산모 구성비가 5%대다) 작중 하늘이 임신중절을 고려하지 못하고 출산으로 직행하는 것은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틴맘>의 세계에는 임신중절 처벌 위헌 결정이 난 대한민국의 현실과는 다른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현 단계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데에는 네이버웹툰의 책임이 크다. 일본에서는 <틴맘>의 서두에 ‘이 작품은 외국을 배경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라는 안내를 제공하며 주인공의 이름도 ‘파야’로 해 오해의 여지를 차단했다. 하지만 한국 네이버웹툰은 해당 안내를 제공하지 않을뿐더러 주인공의 이름을 태국 이름 ‘파’의 의미를 살려 ‘하늘’로 한국화해 작품의 배경이 한국인 것처럼 여겨지게 했다. 다른 하나는 텍스트의 생명에 대한 고려다. 어떤 특정한 문제로 한 텍스트가 사라질 때 사라지는 것은 그 문제만이 아니라 텍스트 속에 들어 있던 다른 많은 의미와 그 의미가 독자와 만나 이뤄질 수 있었을 다양한 감상이다. 이는 그 ‘특정한 문제’가 이후에 등장할 텍스트에 담길 가능성을 원천봉쇄해 문화적 주제의 다양성도 제한한다. 연재 중단이 어떤 경우에도, 어떤 작품에서도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독자가 작가와 플랫폼에 의견을 전달하고 선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권장할 일이나, 그 의견과 압력 중 ‘연재 중단’은 가장 악한 대상에게 최후에나 고려될 카드다. 가장 정의로운 법정에서도 사형 구형은 ‘어려운’ 일이다. 텍스트 앞의 독자에게도 이는 마찬가지다.
- 만화로 본 세상
- “미혼모 양육비, 국가 선지급해야”(2018. 04. 02 15:19)
- 2018. 04. 02 15:19 사회
- ㆍ국민청원 20만명 돌파… 이현곤 변호사 “국가가 생부에게 구상권 청구를”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미혼모를 위한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만들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 제기자는 “2005년부터 생모가 아이 아버지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성정책연구원이 미혼모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심층면접에 따르면 아이 아버지로부터 양육비 지원을 받는 경우는 전체 응답자의 4.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덴마크에서 실시하는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제정해 국가가 미혼모에게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국가가 생부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돈을 받아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안했다. 이 글은 3월 25일까지 21만7054명이 참여하면서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답해야 할 22번째 국민청원이 됐다.(편집자 주: 실제 덴마크에는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이라는 단독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여러 법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국가 선지급 후 구상이 가능하다) 실제 우리나라의 양육비 지급실태는 처참하다. 여성가족부의 ‘2012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를 배우자 없이 양육하는 한부모 가족이 약 57만가구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그 중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한 비율은 83%에 달했다. 양육비 청구소송 경험이 있는 경우는 4.6%에 그쳤다. 양육비 지급판결 후 안정적으로 양육비를 지급 받는 비율은 2010년 26.3%였지만 2012년 조사에서는 24.3%로 줄어들었다. 5명 중 4명이 아이의 생부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한 채 혼자 아이를 기르는 셈이다. 정부는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 2015년부터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설치했지만 그 효과 역시 미미하다. 여성가족부 산하 양육비이행관리원이 2015년 개원한 이후 2017년 말까지 이행의무 확정건수는 8041건이지만 이 중 실제로 양육비가 지급된 건수는 2576건(32.4%)에 불과했다. 미혼모의 양육비 지급실태는 정확한 조사자료조차 없다. 2015년이 돼서야 우리나라 미혼모 수가 2만4000명 정도라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통계청 자료). 양육비 전혀 받지 못한 비율 83% 판사 출신의 이현곤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3월 28일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의 책임(양육비 지급)을 국가가 이행하고, 구상하는 것은 복지제도 가운데서도 가장 고차원적인 수준인데 우리나라 복지수준이 그 정도에 이르렀는지는 의문”이라면서도 “그러나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미혼모에 대해서만큼은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덴마크식 ‘히트 앤드 런 방지법’ 필요 -왜 ‘히트 앤드 런 방지법’ 제정 청원이 나오고, 20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을까. “현재도 판결을 통해 양육비 이행을 강제하는 법·제도는 다 갖추고 있다. 이행명령을 내리고 과태료 처분을 내리고, 그래도 안 되면 감치까지 할 수 있는데 감치를 한다 해도 돈이 없는 사람은 끝까지 양육비를 내지 못한다. 결국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굉장히 투명하지 않다. 서구에서 ‘선지급 후 구상’이 가능한 이유는 국민의 소득관계가 투명하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소득이 파악돼 원천징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원천징수가 어렵다.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도 정확하게 되지 않고, 차명보유 등 재산 보유형태 자체가 투명하지 않다. 또 부부 각자의 재산과 집안 재산이 구분되지 않는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양육비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생부는 떵떵거리며 잘 사는데 막상 양육비를 청구해보니 생부 재산은 0원이고, 전부 부모 재산이라고 하면 양육비를 받아낼 수 없다. 이 같은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었고, 결국 청와대 청원까지 이어진 것 같다.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비양육친에게 구상권을 행사해도 비양육친이 돈이 없으면 결국 세금 낭비가 될 수도 있다. “맞다. 비양육친이 양육비를 지급할 여력이 없으면 정부의 구상권은 부실채권이 될 것이다. 다만 적어도 미혼모가정에 대해서만큼은 부실채권이 되더라도 지원해주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 전체 한부모가정 중 미혼모가정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 미혼모에 대해서만이라도 우선 시행해볼 필요는 있다. 설령 친부로부터 양육비를 받아내지 못하더라도 복지정책의 하나로 생각하고 예산을 편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미혼모는 사회적 약자에 해당한다. 이들에 대한 복지정책을 두고 우대정책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미혼모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양육비 청구까지 나아가려면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서유럽은 미혼모가 많다. 왜냐면 결혼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혼인 자체를 하지 않고 동거하면서 아이를 양육한다. 때문에 미혼모라는 것이 우리나라처럼 부정적이지 않다. 필리핀이나 남미 등 가톨릭 국가들은 출생 자체를 하느님의 축복으로 생각해 미혼모에 대해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유교국가이자 가족제도 형식에 집착이 강하기 때문에 이혼가정만 해도 밖에서 눈치보고 살아야 한다. 미혼모는 ‘결혼도 안한 여자가 애를 낳았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문화가 잘못된 것이지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아이를 낳은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다. 잘못된 시선을 고쳐야 한다. 미혼모의 양육비 청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청원이 20만명을 넘겨 청와대는 어떤 방식으로라든 답변을 해야 할 상황이 됐다. 이 변호사의 제안을 듣고 싶다. “보호가 필요한 미혼모가정이 어떤 현실적 이유(생부의 경제적 궁핍 등)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국가가 지원해주는 게 맞다. 한부모가정의 자녀가 잘 성장해 사회인으로 제 역할을 한다면 이는 국가 전체에도 이득이 되는 일이다. 나는 특별법 제정을 제안한다. 양육비 청구와 관련된 부분은 민법이 적용되는데 민법은 복지에 관한 법이 아니다. 양육비 선지급 후 구상과 관련한 특별법을 제정해 미혼모가정부터 우선 시행해볼 것을 제안한다. 생부가 재산을 빼돌리는 등의 악의적인 방법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양육비를 청구한 당사자보다는 국가가 훨씬 더 숨긴 재산을 찾아내기 쉬울 것이다. 미혼모부터 일단 시행해보자. 양육비를 지급 받지 못한 미혼모가 양육비를 신청하면 국가가 우선 지급하고 생부에게 청구하는 방식으로 양육비를 확보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생부가 ‘내 자식이 아니다’라고 주장할 경우 지루한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재로서는 그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현재 법상 친부관계는 아이가 태어난 후 인지절차를 통해 형성되거나 친자 확인 소송을 통해 형성된다. 하지만 이제는 과학의 발달로 간단한 검사만 하면 생부 여부가 확인되는데 굳이 복잡한 재판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유전자검사 등을 통해 생부임이 확인되면 곧바로 양육비 의무가 있는 것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미혼모는 소송의 담장을 낮춤으로써 양육비 청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주목! 이 사람]미혼모 후원 벼룩시장 양유진 대표 “많은 이에게 기부문화 퍼지기를”(2017. 07. 24 17:44)
- 2017. 07. 24 17:44 사회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카페거리에서는 2014년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플로잉마켓’이라는 벼룩시장이 열린다. 얼핏 보면 평범한 지역 벼룩시장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플로잉마켓’은 판매자들에게 받는 접수비의 20%를 미혼모를 후원하는 데 쓴다. 미혼모 프로젝트를 기획한 양유진 ‘플로잉마켓’ 대표(37)는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미혼모를 돕고 싶었다. 주변에서 막막하게 사는 미혼모 얘기를 듣게 되면서 후원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Flowing은 ‘계속 흐르다’를 의미한다. 미혼모 후원처럼 기부하는 문화가 많은 사람에게 퍼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플로잉마켓’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통계청에서는 전국의 미혼모 숫자를 2만4000여명으로 집계했다. 신분 밝히기를 꺼리는 미혼모의 특성상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플로잉마켓’은 미혼모에게 금전적으로 후원하는 이외에도 비영리단체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와 ‘러브 더 월드’로부터 미혼모를 소개받아 직업교육을 하고 있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무료로 미혼모에게 수공예 교육을 해주고 있다. 미혼모들은 수공예 전문 강사에게 3∼6개월 동안 교육을 받는다. 양 대표는 “금전적 지원은 미혼모에게 일시적 도움밖에 줄 수 없지만, 직업교육은 미혼모가 자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재단의 ‘양육 미혼모 모자가정 건강지원사업 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미혼모 중 직업이 없는 사람은 49%다. 하지만 수공예 교육을 이수한 미혼모들은 수공예 전문 강의, 수공예품 제작, 수공예품 판매 등으로 벌이를 하고 있다. 양유진씨는 프리랜서 성우로 활동한다. 작년에 태어난 아이가 있는 엄마지만, 영화와 게임 더빙, ‘플로잉마켓’ 일을 병행하고 있다. 일이 있을 때마다 아이는 남편과 친정엄마에게 맡긴다. ‘플로잉 마켓’은 처음에 10여명이 참여한 소규모 벼룩시장이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100여명이 참여하는 벼룩시장이 됐다. 하지만 2015년 인근에 백화점이 문을 열면서 마켓 운영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백화점 입점으로 골목상권이 축소되면서 카페거리의 일부 상인들이 ‘플로잉마켓’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고 양 대표는 말했다. 마켓 수익금이 쪼그라들면서 미혼모 후원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종교단체와 개인의 후원, 스태프들이 다른 일을 하면서 번 돈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플로잉마켓’은 미혼모와 전문 상담센터를 연결해주고 있다. “미혼모가 갑자기 상담 약속을 파기하거나 상담을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양 대표는 말했다. ‘플로잉마켓’은 온라인 마켓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마켓 역시 수익금의 20%는 미혼모 지원에 쓰인다. 양 대표는 ‘플로잉마켓’을 찾는 발걸음이 많아지면, 미혼모뿐만 아니라 한 부모 가정 자녀처럼 자립이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 후원을 확대할 생각이다.
- 주목! 이 사람
- [영화 속 경제]시절인연-미혼모와 이혼남의 ‘하인리히 법칙’(2014. 05. 12 16:56)
- 2014. 05. 12 16:56 경제
- “충분히 강해지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할게요. ‘천국 같은 사랑을 할 준비가 됐다’고.” 사랑은 어떻게 오는 것일까. 벼락처럼, 천둥처럼 떨어질까, 아니면 가랑비에 속옷 젖듯 살금살금 다가올까. 탕웨이 주연의 은 “사랑은 살금살금 다가온다”고 말한다. 시절인연이란 모든 인연에는 오고가는 때가 있다는 의미다. 은 앞서 중국에서 개봉돼 중국 로맨틱 코미디 사상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중국 개봉 당시 제목은 였다. 미혼모 쟈쟈(탕웨이 분)는 애인의 아이를 임신했다. 중국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의 출산을 허용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기 위해 미국 시애틀을 찾는다. 푸드잡지 편집장 출신인 그녀는 막무가내에 철이 없어 보인다. 명품을 사기 위해 애인이 준 카드를 마음껏 써버린다. 운전기사 프랭크가 그녀의 출산을 돕는다. 운전을 해주고, 산후조리원을 알아봐 준다. 프랭크와 딸이 살갑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쟈쟈는 관심을 갖는다. 알고 보니 프랭크는 1년 전 아내와 이혼했다. 어느날 애인으로부터 받은 카드가 지급정지된다. 그녀는 일순간에 빈털터리가 됐다. 어려움에 빠진 그녀 옆에 프랭크가 있다. 미혼모와 이혼남. 남들의 눈에는 쉽게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다. 의 모티프는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 주연의 이다. 에서는 부자 관계가 알콩달콩한데 에서는 부녀 관계가 그렇다. 쟈쟈가 보기에 프랭크는 자기일을 엉성하게 처리하는 운전사다. 프랭크의 눈에 쟈쟈는 예의없고 막돼먹은 여자다. 그런데 알고 보니 둘 다 아픔이 있다. 쟈쟈는 출산을 앞둔 미혼모이고, 프랭크는 사랑에 실패했다. 둘은 서로에 대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간다. 어떤 일이 발생할 때는 대부분 징조가 있다.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대형사고도 마찬가지다. 어떤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앞서 이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존재한다. 1명이 중상을 당하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사고를 당한 경상자가 29명이 있다. 앞서 그런 부상을 당할 뻔한 사람은 300명이 있다. 이를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한다. 하인리히 법칙은 1:29:300 법칙이라고도 한다. 하인리히 법칙은 산업재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1931년 미국 트래블러스 보험사 직원인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예방:과학적 접근’이라는 책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세월호 침몰사고와 같은 대형재난도 따지고 보면 그 전에 수많은 징조가 있었다는 얘기다. 세월호를 운영했던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들의 사고가 잦았고, 사고난 선박들은 선령 15년 이상 되는 배들에 몰려 있었다.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세월호가 기우뚱하게 제주항에 입항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세월호는 수많은 경고와 징후를 줬지만 선장과 선사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무시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파산한 기업은 6개월~1년 전부터 위험징후가 보이는 경우가 많다. 협력사에 대한 결제를 자꾸 미룬다든가, 임금 혹은 대출이자의 연체가 시작될 수 있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 때문”이라고 통상 항변을 하지만 자금이 넉넉한 기업은 절대 자금집행을 늦출 리가 없다는 점에서 뭔가 석연찮은 게 사실이다. 월드컵에서 부진한 성적을 낸 팀도 그 전부터 팀 불화와 같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경우가 많다. 쟈쟈와 프랭크는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는 것을 서서히 느낀다. 전 아내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겠다는 프랭크에게 쟈쟈는 “당신은 너무 착하다”며 역정을 낸다. 온갖 짜증을 내는 쟈쟈 곁을 프랭크는 말없이 있어 준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사랑의 징조는 충분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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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경향(총 4 건 검색)
- [웹툰 작가 인터뷰] ① 가족 간 성폭력, 낙태, 미혼모 소재로 작품 그려낸 ‘아! 지갑 놓고 나왔다’의 미역의 효능
- 2015. 10. 01 17:00 화제
- 사촌 오빠들에게 당한 성폭력, 가족의 은폐, 소문 그리고 낙인, 남자친구와의 낙태 고민, 미혼모의 삶까지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독특한 그림과 스토리로 풀어내는 웹툰 ‘아! 지갑 놓고 나왔다’가 화제다. 작위적이지 않게 풀어낸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여성 혐오와 성차별이 그 어느 때보다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영문도 모른 채 ‘그게 다 여자 탓’이란 질타까지 받으면서 말이다. 각종 ‘○○녀’가 판치는 세상에 사촌 오빠들에게 당한 성폭력으로 인해 환각 증세를 보이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미성년자 미혼모를 여주인공으로 하는 웹툰을 겁도 없이 연재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미역의 효능(28, 이하 미역. 작가는 자신의 신상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작가다. 미역 작가는 자신의 웹툰 ‘아! 지갑 놓고 나왔다(webtoon.daum.net/webtoon/view/motherdaughter)’에서 심각하고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가지로 다룬다. 더욱이 동양화풍의 먹물과 붓을 이용한 그림은 소재와 주제의 무게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구상하게 됐을까. “미리 받은 인터뷰 질문지를 보고 저도 생각해봤어요. ‘내가 이걸 왜 시작했지?’ 하고요. 그런데 그 답이란 게… ‘그냥, 잘, 그리다 보니 나온 건데’뿐이더라고요(웃음). 가끔 실제 모델이 있느냐는 질문의 쪽지를 받긴 해요. 저는 애도 없고 주인공이 겪은 일들 중 하나도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말이에요.” ‘그냥’이라 답하는 작가지만 작품은 그냥이 아니다. 미역 작가의 웹툰 ‘아! 지갑 놓고 나왔다’는 미성년자 미혼모 선희와 죽은 어린 딸 노루가 주인공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돼 나온다. 특히 선희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비둘기, 닭, 백조 등 조류로 보이는 환각 증세가 있다. 자신의 얼굴도 기괴하게 뒤틀려 있다. 유일하게 사람 얼굴로 보이는 이가 죽은 딸 노루였다. 하지만 딸 노루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선희는 다시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혼자가 된다. 사람이 없는 세상이라 함은 어린 시절 당한 성폭력의 상처, 가족의 책임 회피, 소문과 낙인, 무책임한 남자친구와 낙태 고민 등등에서 자신에게 가해진 상처의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어느 날 갑자기 모두가 나를 걱정하면서 동시에 징그러워하고 있었습니다”라는 선희의 말은 이 땅의 많은 선희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잔인한 시선은 아닐는지. 무엇인가 들켜버린 기분을 지울 수가 없게 만든다. “애 아빠는 어디 있느냐”라는 신파 같은 질문을 했다. 미역 작가는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현실처럼”이라고 답한다. 듣는 귀가 아파온다. 1 딸 노루를 잃고 혼자가 돼 충격에 빠진 선희의 모습.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면이다. 2 ‘미혼 여성의 낙태에 대하여.’ 작가가 연재를 통해 밝힌 견해다. 많은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공감을 얻었다. 왜 다 여자만의 탓이고 몫인가! 사실 미역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작품에 덧붙은 ‘미혼 여성의 낙태에 대하여’라는 작가의 말이 다양한 여성 커뮤니티 등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작가는 오로지 여성에게만 책임을 물으며 ‘낙태충’이라는 혐오 단어까지 사용하는 세태를 비판했다. 또 피임의 중요성과 미혼모 지원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까지 제시했다. 미역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낙태에 관한 견해를 밝힌 이유를 “낙태에 관한 사회의 분위기에 화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낙태충이라는 혐오 단어로 여성을 공격하는 것에 분노했다. 여성 자신의 몸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낙태를 할 수도 있다’라고 결정할 수도 있는 것이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최근 남자 지인과 여성 혐오 관련 이슈나 임금 혹은 승진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일화를 소개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저보다 다섯 살 많은 남자 지인은 제게 ‘너는 사회생활 안 해봤고 만화가니 몰라서 하는 소리다’라며 임금 덜 받고 하는 게 당연하다는 거예요. 회식이나 야근 안 하는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면서요. 사회생활을 안 해봐서 제 경험을 가지고 말할 순 없었지만(웃음) 저보다 몇 번 더 경험한 걸 가지고 세상의 진리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틀린 거 아닌가요?” 미역 작가는 엄연히 사회적 통계로 여성 임금이 적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요즘 넘쳐나는 ○○녀부터 ○○충까지, 남성이 주체고 여성이 객체로 프레임화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어린 시절 동네 골목의 주점을 지날 때면 아저씨들의 토사물을 종종 본 이야기를 했다. 당시 누구도 그 남성들을 향해 ‘토사남’이나 ‘토사충’으로 부른 적인 없지 않느냐며 ‘맘충’이란 단어의 등장에 놀랐다고 했다. 이 땅의 많은 선희들, 행복해졌으면 이 작품이 특히 화제가 되는 건 붓으로 휙휙 그려낸 그림이다. 선희의 이야기와 짙은 검은색 붓질의 하모니가 주인공의 감정을 잘 전달한다. 유일한 사람 얼굴이었던 딸을 잃고 처연하게 앉아 있는 선희의 모습은 백 마디 말을 무색게 한다. “잘할 수 있을지 스스로 자신이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큰언니를 따라 민화 전시에 갔는데… 막 그린 그림이 많더라고요(웃음). 조상님들이 그린 그림들, 잘 그린 것부터 해학적으로 그린 낙서까지 다양한 민화를 보면서 제게 필요한 건 자신감이란 걸 알았죠.” 서예를 하던 아버지 덕분에 집에 좋은 재료들이 많았다고 한다. 일부러 돈을 들여 재료를 사느니 집에 있는 걸로 그려보자 한 것이 지금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미역 작가에게 이번 작품은 데뷔작이다. 신인 작가가 데뷔작으로 이런 만만찮은 주제를 다뤘음에도 독자 입장에선 능수능란하다고 느껴지는 대목들이 많다. 특히 선희가 미혼모가 되는 과정이다. 작가는 대단한 모성 코드를 철저히 배제한다. 어쩌지? 하고 망설이다 낙태의 시기를 놓쳐버리고 만다. 여주인공 선희를 처음 진료한 산부인과 의사의 시점도 조금 나온다. 어린 여학생의 임신, 충분히 어른이자 전문가로 나설 수 있는 지점이 있지만 적당히 모른 척해버린다. 무척이나 현실적이다. 작가는 이 땅의 다른 많은 선희들에게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선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가 자신도 선희가 행복해지길 바라고 있다면서. 대학에서 심리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작가는 대학 시절 우연히 한 커뮤니티에 웹툰을 연재하면서 만화와 인연을 맺었다. 취업과 대학원 진학 사이에서 갈등하다 ‘사무실에서 앉아 있는 것은 잘하지 못할 것’ 같아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웹툰이라고 한다. 네티즌의 ‘좋아요’ 추천 숫자에 일희일비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작품을 봐주는 팬들에게 고마워 늘 마음을 다잡는다는 미역 작가는 인터넷에 오이, 당근 같은 걸 검색하면 효능 등이 뜨는데, 미역을 검색하면 자신의 활동 닉네임이 더 먼저, 더 많이 뜰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하고 싶다고 했다. 그야말로 영리하고 똑똑한 작가라 그렇게 되고도 남을 것으로 보였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자료 제공 / 레진코믹스 단지, 다음 만화속 세상 미역의 효능>
-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미혼모와 특별한 인연 이어가는 섀넌 하이트씨
- 2013. 05. 02 17:06 화제
- 미소 한 스푼에서는 숨 가쁜 일상 속 비타민이 돼줄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모두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세상, 잠시 주변을 돌아보며 쉬어가는 건 어떨까요. 지친 하루에 기분 좋은 미소를 부르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입니다. 미국 입양인 섀넌 하이트씨(32)는 1주일에 한 번 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우연히 친구를 따라 찾은 게 인연이 돼 벌써 3년째다. 미혼모들의 아이들 돌보기부터 자원봉사자 모집, 고민 상담, 모금활동, 번역까지 그녀가 이곳에서 하고 있는 일은 여러 가지다. 미혼모들과 그녀들의 아이들을 만나면서 섀넌씨는 친엄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전에는 친엄마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날 왜 버렸을까?’ 하고 이유가 궁금했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원망의 다른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미혼모들도 이렇게 힘든데 30년 전엔 오죽했겠어요. 미혼모였던 엄마가 혼자 아이 둘을 키운다는 게 쉽지 않았을 거예요.” 1986년 당시 네 살이던 섀넌씨는 쌍둥이 언니와 함께 주한미군인 하이트씨에게 입양됐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쭉 영어를 쓰며 백인 사회에서 자랐다. 다행히 자매가 한 가정에 입양됐지만 커갈수록 두 사람 사이에선 ‘입양’은 불문율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섀넌씨는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배우겠다며 돌연 한국행을 선언했고, 그렇게 홀로 2007년 한국 땅을 밟았다. 1년을 계획하고 왔던 한국살이는 어느새 6년째 접어들었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공부 중이고, 한국학 영문 학술지 「코리아 저널」에서 영문 에디터로 일할 만큼 한국말도 유창해졌다. 이렇게 바쁜 생활을 이어가는 그녀지만 봉사활동만큼은 빼놓지 않고 틈틈이 이어가고 있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지금 이 엄마들을 돕듯 누군가 우리 엄마를 도와줬으면’이란 생각을 많이 해요. 비록 우리 자매의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혼모들의 아이들은 바뀔 수 있어요. 그걸 아는 이상 활동을 소홀히 할 수 없겠더라고요.” 섀넌씨는 미혼모들에게 준 것보다 받은 게 더 많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친엄마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 뛰어다녔지만 입양을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된 서류 때문에 쉽지 않았다. 엉뚱한 가족을 찾아 마음을 다치길 여러 번. 그럴 때마다 그녀의 손을 붙잡고 위로를 건네준 건 친하게 지내는 미혼모 언니들이었다. 또 TV에 얼굴을 비추면서까지 부모를 찾고 싶지는 않다는 그녀의 고집을 꺾은 것도 그 언니들이었다. 덕분에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갔지만 다행히도(?) 촬영 화면은 방송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일이 계기가 돼 한 신문사와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친엄마가 이 기사를 보고 그녀에게 연락을 해왔다. “얼마 전에 쌍둥이 언니와 함께 엄마를 만났어요. 재회의 순간을 여러 번 상상해서인지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같더라고요. 아마도 그동안 제 마음이 많이 정리됐기 때문일 거예요. 엄마를 만나고 이해할 수 있었던 것 모두 언니들 덕분이에요.” 올가을 섀넌씨는 한국인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양부모님과 어렵게 찾은 친엄마, 또 다른 가족인 미혼모들과 그녀의 아이들까지 참석할 아름다운 결혼식을 생각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웃음이 나온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미국인, 입양인을 떠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예비 신부 섀넌씨다.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이선희(프리랜서) ■사진 / 김영길>
-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
- 20년 동안 미혼모 출산 도와 2천여명의 새 생명 받아낸 민병열 원장
- 2011. 01. 10 15:50 화제
- ㆍ“미혼모들의 사연은 모두 다 가슴에 남죠. ㆍ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세요” 35년 경력의 산부인과 전문의 민병열 원장은 20년 동안 미혼모들의 출산을 도와왔다. 지금까지 그의 손으로 받아낸 미혼모의 아이만 2천여 명. 각자 사연을 품고 병원을 찾은 미혼모들은 결국 아이를 낳고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20년 세월을 묵묵히, 미혼모와 생명들을 돌봐온 사연, 그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죽이는 일’ 아닌 ‘살리는 일’ 하자 충북 청주시 민병열 산부인과의 민병열(63) 원장은 지난 10월 10일, ‘임산부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미혼모의 무료 분만과 저소득층 불임부부들을 위한 시술 무료 지원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건강 증진에 기여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서다. 상 이야기를 꺼내자 그의 얼굴에 쑥스러운 웃음이 번졌다. 상을 받긴 받았는데 대통령상을 받을 만큼 큰일을 한 건지 잘 모르겠단다. 20년 간 미혼모들과 함께해온 민 원장은 거창한 사명이나 의무감 때문에 그들을 도운 것은 아니었다. “1980년대 말에 청주에서 산부인과를 개업하고 관내 성당에 계시던 김동일 신부님을 만났어요. 식구들이 천주교 신자거든요. 그때 신부님께서 ‘한 생명 살리기’ 운동으로 성당에서 미혼모들을 돌봐주고 계셨는데 하루는 저에게 이제까지 산부인과 의사로서 낙태를 많이 했을 테니 이제는 ‘죽이는 일’ 대신 ‘살리는 일’을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당시에는 미혼모들에게 의료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찰이나 분만하는 데 비용이 적잖게 들었어요. 의사로서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 어렵지 않게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드렸죠. 그때부터 인연이 시작된 거예요.” 그는 병원 직원들의 기숙사로 쓰려고 지은 2층 양옥집을 미혼모들을 위한 쉼터로 제공하고 자신의 병원에서 미혼모들의 산전 진찰과 분만을 돕기 시작했다. 당시 유일한 미혼모 보호시설이던 청주 자모원에는 전국 각지에서 알음알음 찾아온 미혼모들이 많았다. 자모원을 통해 만난 미혼모들이 한 달에 보통 10명에서 20명 정도. 이렇게 시작된 미혼모들과의 만남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실 맨 처음 신부님께 권유를 받았을 때만 해도 ‘그냥 숟가락 하나 얹으면 되겠지’ 싶었어요. 병원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산부인과 의사로서 바람직한 일이었으니 특별히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미혼모들을 만나면서 쉽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산부인과 의사로서 생명에 대해서도 더 깊이 생각하게 됐고요.” 신부님께 “낙태하는 미혼모들은 어차피 내가 안 하면 다른 병원에 가서 할 텐데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낫지 않냐”고 말씀드린 적도 있다. 1980년대는 출생률이 높았고 산아 제한도 있던 때라 낙태에 대한 사회적 경계가 느슨하던 시기였다. “한창 산부인과가 호황인 시기였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를 외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제가 레지던트 때 우리나라에 복강경 난관수술이 처음 들어왔어요. 개업을 하고 나서 난관수술을 많이 했는데 그렇게 2년을 지내고 보니 충북에서 제가 난관시술을 가장 많이 했더라고요. 그때 출산억제 정책의 선봉에 있다고 해 도지사님께 상도 받았어요. 그런데 지금 출산장려 정책에 공을 세웠다고 표창을 받았으니 참 아이러니 하죠(웃음).” 아름다운 모성애, 아이 낳아 키우겠다는 의지 강해져 자모원을 통해 민 원장을 찾는 미혼모들은 대부분 10대, 중·고등학생이 많다. 임신 사실을 뒤늦게 알거나 알고도 어찌할 바를 몰라 시간을 보내다 이미 수술 시기를 놓치고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다반사. 그나마 요즘은 성교육이 강화돼 예전보다 병원을 찾는 시기가 빨라진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보편적으로 10대가 많아요. 결혼을 약속하고 임신을 했는데 파혼한 경우도 있고 강간으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안타까운 사연도 있어요.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짠하죠. 어린 나이에 임신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들 텐데 점점 배는 불러오고…, 얼마나 무섭겠어요. 부모님께 기댈 만한 처지가 아닌 경우도 많아서 혼자 끙끙대며 참다가 자모원을 찾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죠. 처음에는 말도 잘 안 하고 우울해하다가 상담도 받고 건강도 챙기면서 점점 기운을 차려요. 대부분 임신과 함께 학교를 그만두게 되니 못다 한 학업을 마치기 위해 검정고시를 준비하죠. 얼마 전 만난 친구는 검정고시에 합격해서 대학에 진학해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자신과 같은 미혼모들을 상담하는 일을 하고 싶대요. 스스로 추스를 여력이 없어 매일 울며 지내던 아이들이 아이 낳을 때가 다가오면 마음을 잡아요. 기특하죠.” 우선 아이들이 자모원을 찾았다는 것 자체가 자의든 타의든 아이를 낳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결혼한 부부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중절수술을 하는 마당에 그런 쉽지 않은 결정을 한 아이들을 민 원장은 격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를 낳는 것도 낳는 것이지만 아이를 키우겠다는 의지도 강해졌다. 대부분 출산 후 입양을 보내던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예전에는 미혼모들이 대부분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 됐기 때문에 많이들 입양을 보냈어요. 아이와 정이 들면 더 힘들어지니까 출산하자마자 다른 곳으로 보냈죠. 독하게 마음을 먹었는지 출산 후에 아이에 대해 일절 물어보지 않는 산모가 있는가 하면 한 번만 안아보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산모도 있어요. 그렇게 해서 아이를 안아보곤 자기가 키우겠다고 하는 산모도 있죠. 어떤 산모는 한 달 정도 아이를 키우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입양기관을 찾아갔다가 아이가 눈에 밟혀 결국 다시 데려오기도 했고요. 얼마 전에는 고등학교 2학년생이 임신을 해서 왔어요. 가정환경이 매우 어려웠는데 그래도 아이를 낳고 싶대요. 남자친구는 공고를 나와서 한 달에 100만원을 벌고 자기도 미용 일을 배우려 한다고, 둘이 열심히 살면 아이 기를 수 있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 참 기특해요. 한편으론 걱정되기도 하고.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아이들이 어리지 않다는 거예요.” 구구절절, 가슴 속 깊이 남아있는 미혼모들의 이야기 그는 10대의 임신이 흉이나 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며 얼마나 현명하게 헤쳐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때문에 낙태를 마음먹고 찾아온 미혼모와 부모를 설득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대부분 엄마나 이모 혹은 남자 쪽 어머니와 같이 와요. 딸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없다고 중절수술을 해달라는 부모님들이 계시죠. 그럴 때면 입양도 방법이 된다고 말씀드려요. 어차피 자식은 결혼하면 남을 주는 거다, 딸이 키울 수 없다면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는 가정도 있으니 잘 생각해보라고 설득하죠. 엄마는 끝까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안 된다고 그러고 옆에서 듣고 있던 이모는 낳게 하자고 설득하고 눈치만 보던 아이는 울고, 진찰실에서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지기도 해요. 그렇게 해서 낙태를 피할 수 있다면 일단은 해피엔딩이죠.” 20년 동안 만난 수많은 미혼모들 중 누구 하나 사연 없는 이가 없었으니 잊지 못할 일들도 많이 겪었다. “한번은 어머니가 임신 6개월 된 고등학생 딸을 데리고 찾아왔어요. 아이와 아버지는 임신중절을 원했는데 어머니가 젊은 시절에 중절수술을 받고 후유증으로 심하게 고생을 한 적이 있어서 딸에게는 절대 중절수술을 시키고 싶지 않다고 하셨어요. 겨우 딸을 설득해 자모원에 데려왔는데 이 학생이 아이를 지우겠다고 자모원을 나와 계속 다른 산부인과를 찾아가는 거예요. 어머니가 저에게 급하게 전화를 하셔서 말려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마다 그 학생이 찾아간 다른 산부인과에 전화를 걸어 수술하지 말아달라고 부탁도 하고 회유도 하고 협박도 했어요. 보호자 동의 없이 수술하면 고발하겠다고요. 어떤 의사는 당신도 중절수술 한 적 있지 않느냐며 저에게 위선자라고 그러더라고요. 당신이 얼마나 잘났기에 그러느냐는 빈정거림도 많이 받았고요. 결국 그 학생은 아이를 낳았어요. 그렇게 도망 다니며 아이를 지우려고 하더니 막상 아이를 낳고 나서는 엉엉 울면서 저와 어머니께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싶었죠. 아이를 낳기까지 무척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아요. 그래도 결국 아이를 품에 안은 미혼모들은 고맙다고 눈물을 흘려요. 힘들게 태어난 생명이니만큼 더 소중하고 귀하게 자라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해주죠.” 얼마 전에는 학교를 자퇴하고 자모원에 와 출산을 했던 미혼모가 교육대학에 진학해 선생님이 됐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녀가 보낸 편지에는 아이를 낳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다는 고백이 들어 있었다. 그때 아이를 낳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함께였다. “아이를 낳은 후 책임감도 생기고 더 열심히 살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출산 전에는 모든 게 겁나고 막막했는데 아이가 모든 걸 바꿔놓았다며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내왔어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산모들을 봐왔지만 역시 산모들의 모성애는 볼 때마다 놀라게 돼요. 종종 예전에 아이를 받았던 미혼모들로부터 잘 살고 있다는 편지를 받아요. 미혼모로 아기를 낳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러 찾아오는 이들도 있고요. 하나하나 잊지 못할 인연들이죠.” 저출산, 우리 모두의 문제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슴앓이하며 숨어서 출산을 하는 미혼모들이 많다. 민 원장은 미혼모들을 더 아껴주고 사랑스럽게 봐줘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같은 저출산 시대에 정말 고마운 존재라는 말은 마냥 농담이 아니다. “미혼모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좀 더 긍정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혼모들을 위한 국가적 제도나 지원도 필요하고요. 무엇보다 미혼모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는 얼마 전부터 불임부부들을 위한 비영리 시민단체 ‘아가야’와 함께 저소득층 불임부부의 시험관아기 무료 시술을 돕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 불임과 난임으로 고통받는 저소득층 부부에게 제공하는 불임 지원 서비스는 3회로 한정되어 있다. 3회 안에 임신이 되지 않으면 1회에 150만원 정도 하는 만만치 않은 시술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저소득층 불임부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한다는 생각보다 불임으로 고통받는 부부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시작하게 된 일이다. “벌써 20년 넘게 미혼모들을 만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왜 좀 더 일찍 시작하지 못했을까 후회해요. 불임부부 시술 지원 역시 앞으로도 꾸준히 하고 싶어요. 최근에 결혼 1년 안에 임신이 되지 않는 난임부부가 10~15%에서 30%로 크게 늘었어요. 불임부부의 연령도 점점 낮아지고 있고요. 저출산은 우리 모두의 문제예요.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모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해요.” 그는 올해 그동안 받지 못했던 세례를 받을 계획이다. 자모원과 인연을 맺으며 천주교 신자로 살았지만 낙태 시술을 할 수 있는 직업적 특성상 세례를 받지 못했다. 언젠가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세례를 받겠다고 신부님과 약속했는데 이제 그 때가 된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입가에 번지는 따뜻한 미소가 20년 세월, 그가 밝힌 생명만큼 환하게 빛났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강은호>
- 국내 최초로 문을 연 미혼모 대안학교를 가다
- 2010. 11. 22 14:22 화제
- 지난 7월 15일 인천시 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대안위탁 교육기관’을 지정했다. 이곳에서는 임신으로 인해 학교로부터 자퇴를 종용받거나 스스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10대 소녀들이 합숙을 하며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다니던 학교에 출석한 것과 동일하게 인정받으며 퇴소 후 다니던 학교에 복학할 수도 있다. 핫이슈, 학습권 보장이란?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월 30일 ‘청소년 미혼모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라’고 과학기술부 등 관련 부처에 권고했다. ‘청소년 미혼모 교육권 실태조사’를 통해 본 결과, 청소년 미혼모의 71.4%가 임신 당시 이미 학업을 중단한 상태였고 이들 중 87.6%가 학업을 지속하길 원했다. 인권위는 이들의 잠재적 실업은 빈곤 문제를 야기하고 개인이 아닌 사회적 과제가 될 것으로 여기고 학습권 보장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한 각 지역의 교육청은 청소년 미혼모들의 인권과 학습권을 보장하도록 기존의 학생 생활 규정을 개정할 것을 일선 학교에 요청했다. 공부할 수 있는 권리, 자모원 인천 자모원에는 30여 명의 미혼모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10대 미혼모들이다. 자모원은 최우선으로 학생 미혼모의 입소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인천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 어디서든 입소신청서를 받고 있다. 입소에 대한 특별한 자격은 없다. 단지 사실혼 상태가 불가한 미혼모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 10대 미혼모들은 자모원에서 최장 1년 6개월 동안 숙식을 하며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인천교육청 관내 학생은 입소를 의뢰하고 본인, 보호자 그리고 학교장(시설장)과 함께 대안교육 위탁교육신청서를 제출한다. 타 지역의 학생들은 학교 관할 교육청을 경유해 신청서를 제출해야 입학할 수 있다. 자모원이 운영하고 있는 ‘바다의 별’의 수업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루어지는데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일반 학과과목 수업을 듣는다. 열여덟 명의 선생님과 일대일에 가까운 수업을 받는다. 인천시 교육청의 지원으로 인터넷 동영상 강의인 ‘잎새방송’도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또 틈틈이 태교, 생명교육, 금연교육 등 인성과목 수업을 듣는다. 금요일 1시에는 피아노 레슨이 있고 2주에 한 번씩 꽃꽂이 강의도 받는다. 선생님은 자원봉사자들이며 모든 예산은 자모원이 자체 부담하고 있다. 대안학교로 지정됐지만 정부 예산 지원이 없어 인천시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설이나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건물 관리비를 내는 것조차 빠듯한 지경이다. 종교단체(가톨릭)지만 교구 아래에는 워낙 많은 단체들이 있어 종교단체의 보조금을 받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미혼모들이나 갓 태어난 아이들이 위급 상황에 처했을 때 발이 되어주는 자동차는 무려 17년이나 된 차다. 자모원의 신지영 원장.신지영 원장을 만나다 자모원의 모든 일을 총괄하고 운영하는 신지영 원장을 만났다. 원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안일한 성교육과 인성교육이 부족한 학습 위주의 교육을 질타했다. “성을 쓰되 임신만 하지 말라는 ‘피임교육’을 강조하는 건 분명 잘못됐어요. 아이들에게 암묵적으로 성은 쓰라고 전제돼 있는 거니까요. 또 여학생에 비해 남학생들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해요. 임신시킨 당사자인 남학생들이 학교에서 처벌을 받은 적은 단 한 건도 없어요. 오롯이 여학생들만 피해를 입죠.” 어느 30대 남자가 열네 살 여중생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학교도, 집에도 가지 못하게 하고 강제동거한 경우가 있었다. 아직 남녀관계 설정에 미숙했던 여자아이는 남자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자신을 사랑하는 거라고 착각한 것이다. 그야말로 범죄며 인신매매였다. 결국 아이는 임신을 했고 부모의 손에 이끌려 자모원에 입소했다. “아이는 처음에 남자와 헤어지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어요. 그러나 여기서 생활하며 교육을 받아보니 남자가 자신을 성적인 도구로만 여겼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그동안 자기가 살았던 삶이 곧 지옥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죠.” 남자가 몇차례 시설에 찾아오기도 했다.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이를 보호하고 만나지 못하게 하니 칼을 들고 들어와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성폭력 상담소를 통해 남자를 고소할 생각도 했지만 아이 아버지라는 이유로 여자 쪽에서 처벌을 원치 않았어요. 남자에게 태어날 아이와 여자를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쓰게 하고 정리했죠.” 아직도 일선에서 임신한 여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랭하다. 신 원장은 생명을 지키며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시험기간에는 해당 학교에서 밀봉해온 시험지를 아이들에게 풀게 해요. 시간이나 상황을 일선 학교와 똑같은 조건으로 시험을 보게 하죠. 그리고 다시 밀봉해 학교로 보내요. 그런데 유독 학생이 직접 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교가 있어요. 학생을 전라도까지 오게 하라는 곳도 있었죠. 만삭의 몸으로 시험을 보기 위해 보호자를 대동하고 그곳까지 갔다 왔어요.” 원리원칙도 중요하지만 작은 배려는 아이들에게 크나큰 도움이 될 수 있다. 2009년 초 인권위원회는 학교가 임신한 학생을 퇴학시키거나 자퇴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학교 측에 권고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교는 아직까지 임신한 학생이 일반 학생들과 함께 학교 다니는 것을 매우 꺼린다. “몇몇 학교의 선생님들이 여기서 공부하고 있는 자신의 학생들에게 자퇴를 권유하러 오기도 해요. 그런 건 저희가 강력하게 막아요.” 임신한 상태에서 학교생활을 하는 것은 다른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우려의 소리도 있다. 그러나 신 원장은 그런 모습이 일반 아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나 모델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오히려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는 경각심을 일깨워줄 거라 생각한다. 미혼모를 상대로 출석일수를 인정해주는 대안학교를 꾸려 나가는 일은 쉽지 않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모든 학생을 수용하기에는 시설이나 지원금이 부족하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언제나 문을 열어놓을 것이다. 절망에 휩싸여 들어온 아이들이 몇 개월 후에 밝게 달라져서 퇴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힘이 난다. 아이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심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 보람된 일이다. 그래도 희망을 품은 아이들 현재 자모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순영이(18세, 가명)와 경미(18세, 가명)를 만났다. 두 사람은 교제하던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겨 자모원의 문을 두드렸다. 순영이는 자신이 직접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왔고 경미는 다른 기관의 소개로 들어오게 됐다. 수업이 많은 날이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둘 다 내년 3월 출산 예정이다. “임신을 하니 잠이 늘었어요. 수업시간 외에는 피곤해서 거의 잠을 자요.” 시설에 입소해 좋은 점은 마음 놓고 태교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 다 주변의 낙태 강요에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당시 학생 신분임에도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1 변석찬 과학 선생님은 자모원 학생들도 대학진학의 꿈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고 말한다. 2 자신들의 인권을 위해 낯선 인터뷰지만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10대 미혼모들. 3·4 자모원은 수업시간 외에도 인성교육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저는 병원에서 임신 사실을 알았어요. 처음에는 두렵고 지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듣고 나니 제 배 속에서 자라고 있는 새 생명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순영) “저는 한 번도 낙태를 생각한 적이 없어요. 처음부터 낳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경미) 두려움은 없다. 무엇보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니까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앳된 모습이지만 마음은 이미 강인한 엄마다. “자모원에 들어오지 못했으면 아이와 저 둘 다 죽었을 거예요. 갈 곳도 없고…. 여러모로 힘들었어요. 자살을 했을지도 몰라요.” 순영이는 유아교육과에 진학해 유치원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다. 경미는 건축설계사가 되어 나만의 예쁜 집을 짓고 싶다. 생명의 영역은 신성불가침이다. 아이에게는 죄가 없다. 그 누구도 생명을 낙태시킬 권리는 없다. 아이에게는 태어날 권리밖에 없다. 무엇보다 어린 생명들이 불행해지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올바른 가치관이 충분히 정립돼야 할 때다. 또 일선 학교에서는 학습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성교육, 생명교육으로 어린 학생들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좀 더 폭넓은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자모원의 변석찬·이혜원 부부 교사 Mini Interview 자모원에서 수업을 담당하는 교과목 선생님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다. 재능 봉사를 하고 있는 열여덟 명의 선생님 중에서도 특별한 이들이 있는데 변석찬(과학)·이혜원(수학) 선생님이다. 부부간인 두 사람은 함께 다니는 성당 구교 주보에서 모집 공고를 보고 ‘옳거니’ 무릎을 치며 곧장 전화를 걸어 자원했다. Q 어떤 계기로 자원봉사를 나섰나요? 변석찬 늘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은 품고 있었는데 뭘 해야 할지 몰랐지요. 막연히 ‘내가 받은 것을 나이 먹기 전에 사회에 환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선생님을 구한다’는 공고문을 보고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2, 3일 후에도 연락이 없어 조급한 마음에 “내가 잘린 거냐?”, “자격이 없어서 그런 거냐?”며 전화를 걸어 항의 아닌 항의를 하기도 했죠. 이혜원 50년간 가족을 위해 살았으니까 이제 남을 위해 살자고 서로 약속했어요. 돈 받고 가르칠 때보다 기쁨이 훨씬 커요. 도와주는 기쁨이 크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습니다. Q 수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변석찬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으로 나눠서 가르치고 있어요. 일단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려고 노력해요. ‘지식을 얻었다’라고 생각하게끔 용어 설명을 위주로 진행합니다. 정규교육과는 격리됐던 친구들이 많아 학교와 같은 수업은 불가능하지만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도 무리 없을 만큼 기초 수준을 닦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이혜원 학생들이 가끔 귀찮을 정도로 질문을 할 때가 있어요. 그건 바로 동기부여가 된 거죠. 공부가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도 있고요. Q 일반 학생들과 다른 점은 없나요? 이혜원 저도 여기 오기 전까지 선입견이 있었어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는 다르겠지…. 그런데 밖에서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더군요. 정말 순수해요. 학교에 적응을 못했던 것뿐이죠. 무척 해맑은 아이들입니다. Q 선생님들께는 마음을 터놓는 편인가요? 변석찬 편안하고 통한다는 생각이 들면 대화를 하기 시작해요. 과학 선생님인 제게 “제가 양수가 부족하다는데 물을 많이 먹어야 하나요?” 이런 질문도 하고요. 가정 과목 시험을 선택하면서 “가정에는 태아에 대해 많이 나오니까 우리가 유리하지 않을까요?” 하고 너스레를 떨기도 합니다. Q수업 외적으로 조언도 해주시는 모양이군요? 이혜원 주로 긍정적인 말들을 많이 해요. 기죽지 말고 과거는 접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라고요. 아이가 없어서 상처받고 힘든 사람들도 많다고 위로 아닌 위로도 건네죠. Q 아이들의 눈에서 희망이 보이나요? 변석찬 그럼요. 다행히 아이들의 꿈은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에요. 한마디로 살 궁리를 하고 있어요. ‘네일 아트를 하겠다’, ‘피부관리사가 되겠다’ 등 마치 어른처럼 나름의 계획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다들 대학은 꼭 가고 싶어 해요. 여건이 되지 않는 아이들은 검정고시를 봐서라도 가겠다고 해요.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강은호 ■취재 협조 / 자모원(상담전화 032-772-0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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