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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485 건 검색)

“버킷리스트 ‘우승 반지의 꿈’, 이렇게 이룰 줄 몰랐네요”
“버킷리스트 ‘우승 반지의 꿈’, 이렇게 이룰 줄 몰랐네요”
2025. 01. 07 20:09스포츠
.... “제 버킷 리스트에 ‘우승 반지 받기’가 있었어요. 군대에 있을 때 인터넷에서 이미테이션 우승 반지를 주문해서 관물대에 놔두고 보면서 ‘제대하면 프로 데뷔해서 우승 반지 받아야지’라고 다짐했는데...
사람이 살지 않는 반지하, 유료 창고 공간으로 재탄생
사람이 살지 않는 반지하, 유료 창고 공간으로 재탄생
2024. 11. 12 15:51사회
.... 시범사업 대상은 지상 이주작업을 완료한 7개 자치구의 17개 반지하 공실이다. 매입임대주택 반지하 공간에 사물인터넷(IoT)기술을 접목한 무인 보관시설을 설치해 입주민과 인근 주민 모두 저렴한...
[서울25] 성동구서 시작한 ‘반지하 전수조사’ 올해 전국으로 확대된다
[서울25] 성동구서 시작한 ‘반지하 전수조사’ 올해 전국으로 확대된다
2024. 11. 07 10:04지역
... 2014, 2019년에 표본조사로 진행한 것과 달리 올해는 전수조사로 진행된다. 성동구는 2022년 전국 최초로 실시한 반지하 전수조사가 지난해 서울시에 이어 올해 전국 단위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서울25
한돈에 50만원 훌쩍, 돌반지 선물도 옛말…최고치 신기록 ‘금’ 이름값 넘었다
한돈에 50만원 훌쩍, 돌반지 선물도 옛말…최고치 신기록 ‘금’ 이름값 넘었다
2024. 10. 21 20:27경제
... 찍으면서 국내 금 가격도 계속 올라 순금 한 돈(3.75g)이 50만원을 넘어섰다. 첫번째 생일 기념 ‘돌반지’ 선물은 이제 옛말이 됐다. 조 대표는 “금값이 한 돈에 30만원이 됐을 때도 사람들이 그 가격을...
반지트럼프금리

스포츠경향(총 414 건 검색)

에일리, ♥최시훈에 받은 프러포즈 반지 자랑 (놀뭐)
에일리, ♥최시훈에 받은 프러포즈 반지 자랑 (놀뭐)
2025. 01. 18 10:41 연예
MBC ‘놀면 뭐하니?’ 에일리가 ‘놀면 뭐하니?’ 녹화 전날 받은 따끈따끈한 프러포즈 스토리를 공개한다. 18일 방송되는 MBC ‘놀면 뭐하니?’는 윈터송 프로젝트에서 결성된 유닛 ‘겨울 드림걸즈’ 박진주, 에일리, 미주, 해원(엔믹스)의 첫 번째 리메이크곡 ‘여전히 아름다운지’의 녹음 과정이 그려진다. 유재석과 ‘겨울 드림걸즈’는 녹음 전 모인 김에 4월 결혼 예정인 에일리를 브라이덜샤워를 열고 축하를 해준다. 에일리는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솔로지옥’에 출연한 최시훈과 결혼을 발표한 바. 그는 ‘놀면 뭐하니?’ 녹화 전날 예비 신랑에게 프러포즈를 받았다고 밝혀 관심을 집중시킨다. 브라이덜샤워가 낯선 유재석은 “내가 이걸 해도 되나?”라며 주뼛거리다가 어느새 동생들의 텐션에 녹아들어 파티를 즐긴다. 에일리는 손가락을 쫙 펴고 반짝이는 프러포즈링을 자랑한다. 박진주, 미주, 해원은 대리 설렘을 느끼면서 에일리보다 더 난리가 난 리액션을 펼쳐 웃음을 자아낸다. MBC ‘놀면 뭐하니?’ 브라이덜 샤워 중 온몸이 오그라든 박진주와 해원의 반응이 어떤 깜짝 선물을 받았을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리를 치켜든 채 상상도 못한 리액션이 나온 해원과 오두방정을 떠는 박진주, 그리고 깜짝 놀라는 에일리의 모습이 도파민이 샘솟았던 현장을 궁금하게 한다. 그런 가운데 결혼 선배 유재석은 예비 부부의 달달한 이야기에 자극을 받은 듯한 모습을 보여 그 이유에 관심이 모인다. 18일 오후 6시 25분 방송.
100억대 유니폼 매출 + 챔프반지…김도영, 이정후 4년차 최고 몸값 넘어도 되지
100억대 유니폼 매출 + 챔프반지…김도영, 이정후 4년차 최고 몸값 넘어도 되지
2025. 01. 12 20:24 야구
김도영 I KIA 타이거즈 제공 지난해 1억…4년차 계약 앞둬 역대 최고액 이정후 넘으려면 290% 이상 파격 인상돼야 개인성과보다 형평성 등 고려 연봉책정 보수적인 KIA지만 우승 지분 압도적인것도 사실 100억 유니폼 매출도 반영될듯 지난해 우승 팀 KIA도 전력보강을 마무리하고 연봉 재계약 협상의 종점으로 향하고 있다. 이제 다시 김도영(22·KIA)의 시간이다. 김도영 측과는 이미 몇 차례 의견 교환을 했지만 최종적인 협상과 합의, 계약은 전체 선수단 중 가장 마지막에 하기로 이야기를 나눈 상태다. 김도영의 지난 시즌은 압도적이었다. 타율 0.347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 출루율 0.420 장타율 0.647로 득점과 장타율 1위에 올랐고 OPS도 1위(1.067)를 차지했다. 최연소 및 최소경기 30홈런-30도루 기록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리그 기록을 써내면서 KIA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골든글러브 3루수 부문, 그리고 많은 시상식에서 전부 트로피를 휩쓸었다. 성적 자체만으로도 연봉 인상 요인은 충분하지만 특히 김도영 이전의 슈퍼스타,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만들어놨던 연봉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 것인지, 이 겨울에도 ‘기록’에 대한 기대가 김도영에게 향한다. 지난해 1억원을 받은 김도영은 4년차 계약을 앞두고 있다. 역대 4년차 최고연봉 기록은 2020년 3억9000만원을 받은 이정후가 갖고 있다. 4년차에 연봉 3억9000만원은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한화 류현진이 4년차이던 2009년 2억4000만원을 받은 기록을 이정후가 11년 만에 깼다. 이정후는 입단하자마자 144경기를 전부 뛰고 179안타를 쳐 타율 0.324로 리그를 점령한 뒤 매년 꾸준히 활약해 연봉을 큰 폭으로 쑥쑥 높여왔다. 2년차에 1억1000만원, 3년차에 2억3000만원을 받은 뒤 4년차에 3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김도영이 4년차인 올해 그 기록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290% 인상된 2억9000만원을 한꺼번에 올려야 한다. 억대 연봉 선수가 300% 가까이 인상되는 경우 자체가 매우 드물다. 특히 KIA는 전통적으로 고과 산정과 연봉 책정에 있어 보수적이다. 개인 성과보다 팀 성적을 우선시해왔다. 늘 기존 선수들과 형평성도 따지는 구단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마저 김도영은 결정적인 인상요인을 가진다. 2023년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도 못했던 KIA가 2024년 통합우승을 차지했고 그 과정에서 김도영의 지분이 압도적이다. 이정후는 데뷔 이후 리그를 점령하면서 2년차였던 2018년부터 미국 가기 전 마지막 시즌인 7년차의 2023년(11억원)까지 6년 연속 각 연차별 최고 연봉 기록을 싹쓸어 보유하고 있다. 슈퍼스타 이정후가 갖지 못한 딱 한 가지가 팀의 우승이다. 김도영이 단숨에 이정후의 4년차 기록을 넘보는 것이 가능한 가장 큰 요인이 여기 있다. KIA 구단도 “팀 우승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도영의 승리기여도 지표가 워낙 높다”고 말하고 있다. KIA가 지난해 판매한 김도영 마킹 유니폼 판매 매출만 100억원을 넘겼다. KIA도 김도영에게 유례없는 인상폭을 적용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김도영의 3년차 연봉 1억원은 이정후 2년차 연봉(1억1000만원)보다 적었다. 4년차 최고연봉 기록과 최소한 어깨를 나란히 한다면 김도영은 이정후가 2년에 걸쳐 올려받은 연봉을 단 한 번에 올려받게 되는 것이다. 리그가 역대 최고 흥행을 거둔 2024년 KIA 우승에 있어 김도영의 활약 가치가 그만큼 높게 매겨지고 있다.
톰 홀랜드, ♥젠 데이아에 5캐럿 반지 청혼…4년 열애 끝 약혼
톰 홀랜드, ♥젠 데이아에 5캐럿 반지 청혼…4년 열애 끝 약혼
2025. 01. 07 17:58 연예
톰 홀랜드, 젠 데이야. 톰 홀랜드와 젠 데이아가 약혼 소식을 알렸다. 지난 6일(현지 시각) TMZ 보도에 따르면 톰 홀랜드가 크리스마스와 새해 사이에 젠 데이야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앞서 젠 데이야는 지난 5일(현지 시각) 일요일에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자신의 손에 착용한 약혼 반지를 자랑했던 바. 일부 언론은 이 반지가 주얼리 브랜드 제시카 매코맥의 5캐럿 이스트-웨스트 쿠션 다이아몬드 버튼 백 링이라고 주장했다. 약혼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젠 데이아는 어깨를 으쓱하는 등의 제스쳐를 보여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톰 홀랜드와 젠 데이아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의 만남을 계기로 2021년 연인으로 발전했다. 구체적인 결혼 시기와 장소는 전해진 바 없다.
[스경X인터뷰]고교 유망주→독립리그→LG 배팅볼 투수 조부겸의 야구인생 “우승반지의 꿈, 이렇게 이룰 줄 몰랐어요”
[스경X인터뷰]고교 유망주→독립리그→LG 배팅볼 투수 조부겸의 야구인생 “우승반지의 꿈, 이렇게 이룰 줄 몰랐어요”
2025. 01. 07 11:06 야구
LG 배팅볼 투수 조부겸. 이두리 기자 야구장에는 언제나 배팅볼 투수가 있다. 타자들에게 공을 던져 주며 타격 연습을 돕는다. 야구장에서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이들은 선수의 빛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조부겸(25)은 LG의 배팅볼 투수다. 2023년 5월에 LG에 들어온 그는 그해 잠실 그라운드에서 통합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제 버킷 리스트에 ‘우승 반지 받기’가 있었어요. 군대에 있을 때 인터넷에서 이미테이션 우승 반지를 주문해서 관물대에 놔두고 보면서 ‘제대하면 프로 데뷔해서 우승 반지 받아야지’라고 다짐했는데 이런 경로로 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사람 인생은 정말 모르는 것 같아요.” 지난 3일 잠실야구장에서 조부겸을 만났다. 그는 비시즌에도 야구장에 출근하며 선수들의 훈련을 돕고 있다. 공식 직함은 배팅볼 투수지만 배팅볼을 던지는 것은 물론 티 배팅 공을 올려주고 투수들의 캐치볼 연습 상대가 되기도 한다. 경기 중에는 물을 옮기고 전력 분석지를 전달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LG 배팅볼 투수 조부겸. 조부겸 제공 배팅볼 투수의 대부분은 프로의 벽을 넘지 못한 과거의 야구 꿈나무들이다. 프로선수를 상대로 정확하게 공을 던져 주는 일이니만큼 수준 높은 제구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부겸 역시 고등학교 때까지 촉망받는 좌완 투수였다. 2019년 청룡기에서 천안 북일고를 4이닝 노히트로 틀어막은 조부겸은 5회 상대 타자가 친 공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뇌출혈이었다. 이후 팔꿈치 부상 등 건강상 악재가 겹쳤다. 프로 도전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조부겸은 독립 야구단 성남 맥파이스에서 야구선수의 꿈을 이어갔다. 조부겸은 “‘청춘야구단(KBS)’, ‘최강야구(JTBC)’에도 나가 보면서 프로에 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힘들던 와중에 배팅볼 투수 제안을 받았다”라며 “배팅볼 투수로라도 프로의 세계를 경험해 보고 싶어서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LG 입사 이틀 전에 독립야구단 은퇴 경기를 하는데 너무 슬프더라”라며 “평생 야구선수를 꿈꾸며 살아왔는데 나는 여기까지인가 보다, 하는 생각에 처음에는 많이 낙담했다”라고 말했다. LG의 쟁쟁한 베테랑 타자들에게 공을 던지며 처음엔 긴장도 많이 했다. 조부겸은 “내가 (김)현수 형 같은 베테랑 선수에게 공을 던지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나”라며 “그때까지 공을 안 맞으려고만 던졌지, 누군가의 배트에 맞기 위해 던진 건 처음이었다”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LG 투수 이지강이 팀에 적응하는 데에 큰 버팀목이 돼줬다. 조부겸은 “배팅볼 투수가 참 잔인한 직업이다. 선수와 함께 야구장에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며 “제 고등학교 동기인 이상혁(24·한화)이 LG를 상대로 첫 안타를 치는 걸 보면서 어떻게 인생이 이렇게 되나 싶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난 LG에서 우승도 해봤다. 이런 게 운명이 아닐까”라며 웃었다. LG 배팅볼 투수 조부겸. 조부겸 제공 조부겸은 지난해 만원 관중인 잠실 야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9월 26일 키움전, LG의 정규시즌 마지막 홈 경기였다. 조부겸을 비롯한 6명의 현장 스태프들이 시구자로 나섰다. 조부겸은 “제가 아직 전력으로 던지면 구속이 130㎞ 후반까지 나온다. 처음에 (박)해민 형에게 공을 받아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세게 던지면 못 받아준다’해서 (임)찬규 형이 내 파트너가 돼줬다”라며 “어렸을 때 잠실에서 야구를 보면서 언젠가 저기에 설 날이 오겠구나, 생각했는데 이런 방식으로라도 꿈을 이루게 돼서 팀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수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조부겸은 여전히 야구가 좋다. 그는 “야구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라며 “쉬는 날에도 사회인 야구에 간다. 거기에서 삼촌뻘 선수들과 같이 야구를 하면 마냥 재밌다”라고 말했다. LG에서 배팅볼을 던지고, 사회인 야구에서 그라운드에 서고, 각종 스포츠 지도사 자격증도 땄다. 매일 야구 생각을 하고, 야구 이야기를 하고, 야구 공부를 한다. 조부겸의 야구 인생은 현재진행형이다.

주간경향(총 17 건 검색)

[만화로 본 세상]반지하셋방-반지하가 그렇게 나쁜가?(2022. 08. 19 11:58)
2022. 08. 19 11:58 문화/과학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던 밤, 서울 관악구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지난 8월 11일에는 이들의 죽음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다. 사람들이 밝힌 촛불 하나하나 모두 무겁고 비통했다. 고인 중 1명은 일터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부루벨코리아지부 간부였다. 추모사를 읽던 동료는 “직장에서 천사라 불렸는데, 정말로 천사가 돼버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평범한 자매의 한 장면 / 카카오웹툰 언론은 고인에게 비슷한 이름표를 붙였다. 도시빈곤층, 취약계층… 동료들의 말은 달랐다. 명랑하고 밝은 사람, 남을 돕는 사람, 가족과 행복했던 사람. 주거지가 반지하 공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호도된 이미지와 치열하게 분투하는 언어였다. 사고에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는 놀라웠다. 119에 여러차례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아 제때 구조되지 못한 이들의 사고현장을 목전에 두고 대통령은 왜 미리 대피하지 못했는지 물었다. 오세훈 시장은 한술 더 떠 앞으로 서울에서 반지하주택을 없애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오 시장은 반지하가 “후진적 주거유형”이라며 “사라져야” 하는 공간이라고 언급했다. 반지하가 그렇게 나쁜가? 카카오웹툰에서 연재하는 생활툰 <반지하셋방>은 제목 그대로 ‘반지하 셋방’에서 두 자매가 함께 생활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부모님에게 등 떠밀려 자의 반 타의 반 독립하게 된 자매는 가용 예산에 부합하면서 개와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알아보다가(1화) 반지하 셋방에 입주한다. 자매의 시각에서 반지하는 ‘궁전 같은’(3화) 곳이다. 수압이 셀 뿐 아니라 겨울에 추위를 막아주고 여름엔 덜 뜨거워 냉난방비가 절약되기 때문이다. 반지하가 객관적으로 좋은 주거형태인 건 아니다. <반지하셋방>의 자매들도 천장에서 물이 새거나 창문을 제대로 열 수 없는 환경에 때로 곤란해한다. 그러나 이 공간만으로 자매들의 삶을 설명할 순 없다. 자매는 유기견이 될 뻔한 개를 도맡아 돌보고, 부당한 노동환경에 적극적으로 항의하며 가족과 다정한 일상을 나눈다.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이들 자매의 명랑하고 발랄한 에너지가 작품 바깥까지 솔솔 퍼져나온다. 삶이 주거형태 하나로 결정되지 않듯, 죽음도 그렇다. 비상상황에 마비됐던 구조체계, 제때 닿지 못한 재난 대피안내, 탈출할 수 없던 건축 구조… 모든 것이 사인(死因)이었다. 이 사고는 반지하에 들이닥친 자연재해가 아니라 폭우에 대응하지 못한 정부의 인재다. 이런 상황 속에 서울시는 오로지 반지하만을 문제로 지목한다. 반지하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왜 그곳에 입주했는지 한톨의 관심도 두지 않은 채. 반지하만 없어지면 사람들은 더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반지하셋방>의 ‘현정’은 작중에서 반지하보다 그 이전에 살던 집들이 더 불편했다고 말한다.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거나 비가 오면 수시로 전기가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반지하가 아니어도 위험한 집은 많다. 반지하를 섣불리 들어내고 나면, 선택지가 사라진 사람들은 그보다 더한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반지하를 삭제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이 정책은 도리어 이 사건으로부터 정부의 책임을 무화(無化)한다. 실제로 아직 고인들의 죽음 앞에 누구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어떤 문제든 해결의 첫걸음은 책임자가 책임을 인식하는 것부터다.
만화로 본 세상
[박이대승의 소수관점](14)‘반지성주의’ 사용금지(2022. 06. 10 14:06)
2022. 06. 10 14:06 사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했다. 그 뒤에는 자유에 대한 장황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나는 이 연설의 맥락을 이해할 수가 없어 그냥 ‘알 수 없는 소리’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최근 언론과 SNS를 보니 반지성주의라는 말이 대유행이다. 대통령 발언의 의미를 분석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미국의 역사학자인 리처드 호프스태터를 인용하며 학술적 논의를 하는 칼럼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반지성주의라는 언어적 상품 한걸음 떨어져 이 광경을 바라보면, 웬 소동인가 싶다. 취임사의 가장 정확한 평가는 ‘대통령이 알 수 없는 모호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정도가 아닐까? 취임사에 등장한 반지성주의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고, 그가 ‘반지성주의에 대한 투쟁’을 선언한 것도 아닌데, 굳이 저 단어에 이토록 집중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이 소동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사회에서, 특히 정치적 공간에서 언어적 표현은 그 자체가 하나의 상품으로 유통된다. 어떤 단어가 주목받으면 언론은 앞다퉈 그것을 제목에 배치한다. 이는 어뷰징 기사의 제작 및 유통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단지 유행어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언어적 표현이 ‘떠다니는 기표’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이다. 이것은 고정된 기의가 없는 기표, 간단히 말해 아무 데나 가져다 붙일 수 있는 기표를 말한다(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폴리네시아의 ‘마나’라는 말을 분석하기 위해 이 개념을 제안했고, 정치철학자 에르네스토 라클라우는 이러한 기표의 등장이 정치적 실천의 핵심 조건임을 논증한다). 서구 문화에서는 기표와 기의의 고정된 관계를 추구하는 언어 사용과 유동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언어 사용이 공존한다. 첫 번째를 대표하는 것이 과학적 혹은 제도적 언어이고, 두 번째를 주로 활용하는 것은 문학과 정치다. 반면 한국 문화는 언어의 고정된 표준을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언어의 참된 가치를 무한한 변이 가능성에서 찾는다. 진보와 보수 같은 오래된 말부터 공정, 능력주의, 이대남, 이대녀, 혐오 같은 최근의 말까지 한국의 정치적 논쟁을 주도했던 언어는 모두 떠다니는 기표로 작동해왔다. 즉 아무 데나 갖다 붙일 수 있는 말일수록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한다. 반지성을 언급하는 최근의 언론 기사를 검색해보자. 정치인의 거짓 주장, 정부의 잘못된 인선과 정책, 극우 시위대의 소란, 과학과 지식인에 대한 불신 따위가 모두 반지성으로 분류된다. 과거에 적폐라는 말이 그랬던 것처럼 조만간 나쁜 것에는 어디에나 반지성이라는 딱지가 붙을지도 모른다. 반지성주의가 거짓말쟁이, 나쁜 놈, 멍청이의 또 다른 표현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언어의 사용법 한국의 언어 사용자는 창조적 역량의 극한을 보여준다. 기표와 기의는 자유롭게 붙었다 떼어지고, 필요하다면 어떤 말이든 떠다니는 기표로 전환할 수 있다. 반면 언어의 고정된 표준을 수립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인터넷 문화를 위한 비옥한 토대일지는 몰라도 정치 공동체의 유지에는 해악을 미친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여전히 별 진전이 없다. 단지 극단적 의견 차이 때문이 아니라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황 때문이다. ‘여성 혐오’에서 ‘혐오’가 떨어져 나와 ‘남성 혐오’라는 새로운 기표가 탄생하고, 학술적 개념으로 정의된 ‘젠더’가 ‘젠더 갈등’이라는 전혀 엉뚱한 의미를 획득하는 환경에서, 상이한 의견 사이의 합리적 소통은 불가능하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은 시민들이 서로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로 말이 통해야 싸우든 협력하든 할 것이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와 그에 대한 반응은 소통 불가능성의 위험을 드러낸다. 그는 자유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제시하는데, 이 부분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의 자유가 유린된다면 “모든 자유 시민은 연대해서 도와야 합니다”라고 말한 뒤에, “모두가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고, 연대와 박애의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한다. 여기서 “공정한 규칙”이 갑자기 왜 튀어나온 것인지 아무리 읽어봐도 모르겠다. 그 아래에서는 한국의 상황을 언급하며,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우리의 자유를 확대하며 우리의 존엄한 삶을 지속가능하게 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는데, 연대와 박애가 어떻게 과학과 기술로 넘어가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취임사 전체에 걸쳐 자유민주주의라는 냉전 시절 용어와 민주주의의 기초 개념들(연대·시민·공동체·존엄·인권)이 뒤섞이고, 전혀 다른 문제들(권리로서의 자유·시장의 자유·과학과 기술)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연결된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잡다한 관념을 아무거나 꺼내 커다란 통 속에 넣고, 대충 흔들어 섞어놓은 느낌이다. 대통령이 언급하는 핵심 개념의 대부분이 모호하고,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이러한 문제는 그의 말을 듣는 쪽으로도 확장된다. 원래 발언의 고정된 의미가 없으니, 대중 마음대로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취임사에 대해 제 나름의 해석을 제시한 언론 기사와 칼럼이 실제로 많다. 그 대부분의 목적은 각자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대통령의 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의견과 의견 사이의 토론이 아니라 서로 딴소리하며 ‘아무 말’에 또 다른 ‘아무 말’을 보태는 상황에 가깝다. 앞서 분석했듯이, 반지성주의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이 말은 사용될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으며, 이미 떠다니는 기표로 변모하고 있다. 자유라는 말의 상황도 별반 다른 것 같지 않다. 취임사에 등장한 단어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유행할지는 모르겠지만, 널리 사용되면 될수록 사람들이 같은 단어를 발화하면서도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답답한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니 당분간은 반지성주의 같은 말은 아예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다소 유치한 방법이지만, 비판적 언어가 타인에 대한 욕설로 변형되는 것을 방지하고, 영향력 있는 기표가 의사소통의 방해물로 작동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그것의 재생산과 유통을 멈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NBA ‘반지 원정대’ 이번에는 브루클린(2021. 01. 18 10:53)
2021. 01. 18 10:53 스포츠
하나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 좋다. 슈퍼스타들이 우승을 위해 몸값도 깎으며 뭉치는 게 대세인 미국프로농구(NBA)에서 2021년판 ‘반지 원정대’가 탄생했다. 휴스턴 로키츠의 간판스타인 제임스 하든(32)이 브루클린 네츠의 유니폼을 입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1월 14일(현지시간) “하든이 브루클린으로 트레이드됐다. 휴스턴과 브루클린,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인디애나 페이서스가 하든이 포함된 4각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NBA 공식 홈페이지도 이번 트레이드를 인정했다. 미 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에서 브루클린 네츠로 이적한 제임스 하든(오른쪽) AP연합뉴스 하든을 위한 4각 트레이드 2018년 NBA 최우수선수인 하든은 지난 시즌 평균 34.3점에 7.5어시스트, 6.6리바운드를 기록할 정도로 최고의 기량을 자랑한다. 특유의 어슬렁거리는 듯한 동작에서 나오는 스텝백 3점슛이 트레이드 마크로 유명한 선수다. 최근 3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을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NBA 최고의 슈팅가드다. 하든은 올스타 경력이 8번, 베스트 5에는 6차례 이름을 올렸다. 브루클린은 하든의 영입으로 기존의 케빈 듀란트(33)와 카이리 어빙(29)과 함께 강력한 ‘삼각 편대’를 형성하게 됐다. 휴스턴은 하든을 포기하는 대신 클리블랜드에서 단테 엑섬을 손에 넣었고, 브루클린과 인디애나에서 각각 로디온스 쿠룩스와 빅터 올라디포를 받았다. 휴스턴은 1라운드 신인 지명권 4장도 손에 넣으면서 리빌딩의 밑바탕을 마련했다. 반면 브루클린은 휴스턴에 내준 쿠룩스 외에 재럿 앨런과 타우린 프린스를 클리블랜드로 보냈다. 인디애나에는 카리스 르버트를 넘기는 전력 유출을 감수해야 했다. 휴스턴이 자랑하던 슈퍼스타 하든의 브루클린행은 어느 정도 예상된 트레이드였다. 하든은 2020~2021시즌 개막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우승과 인연이 없던 그는 지난 시즌 서부콘퍼런스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LA 레이커스에 1승 4패로 무너지자 새로운 팀에서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하든은 자신이 원하는 트레이드 추진을 위해 코트 안팎에서 말썽을 벌이기도 했다. 그가 개막을 앞두고 파티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 NBA 방역 지침 위반으로 벌금 5만달러(약 5500만원)의 징계를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하든이 트레이드 전날인 1월 13일 LA 레이커스전에서 한때 30점차로 끌려가는 졸전 끝에 패배한 뒤 “난 이 도시(휴스턴)를 사랑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말한 것은 결정적이었다. 결국 휴스턴은 선수단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마음이 떠난 하든을 내보내야 했다. NBA에선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슈퍼스타들이 한팀에 뭉쳐 우승 반지에 도전하는 일이 종종 나온다. 우승 반지가 절실했던 케빈 가넷과 레이 앨런이 2008년 보스턴 셀틱스에서 폴 피어스와 함께 정상에 오른 것이 첫 성공 사례다. NBA 현역 최고의 선수로 불리는 르브론 제임스도 2010년 친정팀 클리블랜드를 떠나 마이애미 히트에서 크리스 보쉬와 드웨인 웨이드와 뭉치면서 첫 우승 반지를 꼈다. 브루클린 반지 원정대의 강점은 역시 막강한 화력이다. 하든뿐만 아니라 듀란트와 어빙 모두 한 경기에 25점 이상을 쓸어담을 수 있는 선수들이다. 최근 11년간 NBA 득점왕 가운데 7번을 달성한 이들이 한팀에 모였다. 강호들만 모인 서부와 달리 브루클린이 소속된 동부에서 상대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플레이오프는 주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슈퍼스타 셋의 조합은 우승 후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하든과 듀란트가 과거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서 한솥밥을 먹은 경험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하든의 득점 욕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듀란트가 공격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는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듀란트는 이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스테픈 커리를 보조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우승 반지를 끼기도 했다. 냉혹한 도박사들도 이런 점을 감안해 브루클린의 우승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윌리엄 힐과 비윈, 스포팅벳 등 주요 베팅 사이트들은 이번 시즌 NBA 우승팀 전망 배당률에서 ‘디펜딩 챔피언’ LA 레이커스에 이어 브루클린을 2위로 끌어 올렸다. 간신히 5할 승률(6승 6패)로 동부 7위에 머물고 있는 브루클린의 하든 효과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어빙 이탈은 변수 다만 최고의 선수들이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거꾸로 우승 도전을 가로막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초보 사령탑으로 자신의 색깔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스티브 내쉬 감독이 얼마나 브루클린의 전술을 잘 정비하느냐가 중요하다. 브루클린은 이미 어빙이 개인 사정을 이유로 경기를 뛰지 않고 있는 기행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빙은 결장한 기간 자신의 친척 생일 파티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졌고, 정치 행사에 등장하는 모습이 기사화됐다. 현지 언론에선 어빙이 이번 시즌 복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구심까지 나오고 있다. 슈퍼스타들만 뭉친 팀이다 보니 얇은 벤치 전력도 고민이다. 스펜서 딘위디의 부상으로 백코트가 약해진 상황에서 르버트와 프린스까지 빠졌으니 전반적인 선수 부족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하든이나 듀란트, 어빙 가운데 부상이라도 나온다면 2021년 반지 원정은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 NBA 첫 반지 원정대장이었던 찰스 바클리는 1996년 휴스턴에서 하킴 올라주원, 클라이드 드렉슬러와 함께 유력한 우승 후보였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에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이 한권의 책]「미국의 반지성주의」
[이 한권의 책]「미국의 반지성주의」(2020. 11. 13 15:09)
2020. 11. 13 15:09 문화/과학
ㆍ미국 반지성 풍조는 건국 초기의 유산 독립전쟁으로 근대 민주주의를 세운 미국이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을 뽑는 투표는 끝났지만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라는 입장이다. 자신이 민 후보의 낙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대중은 믿고 싶은 정보와 의견만 받아들이면서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을 내세운 악의 세력이 미국을 나락에 빠뜨렸으며 음모의 주체는 민주당에서부터 중국까지 다양하다. 시간이 경과하면 사실이 드러난다는 경험칙은 요즘 같은 탈진실의 세상에서 유효하지 않은 것 같다. 한마디로 반지성의 시대다. 리처드 호프스태터 지음·유강은 옮김·교유서가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반지성 풍조가 건국 초기부터 내려온 유산이라는 지적이다.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는 <미국의 반지성주의>에서 미국 역사와 사회의 특성을 반지성주의라는 키워드로 규명한다. 그에 따르면 반지성은 “정신적 삶과 그것을 대표한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의심이며 또한 그러한 삶의 가치를 얕보려는 경향”이다. 상대적으로 지성은 물질이나 세속적 가치를 몇 걸음 떨어져 바라보려는 자세다. 때문에 지성은 반성이다. 정치나 공동체가 극단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주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만약 지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사회의 퇴행이나 타락은 불가피할 것이다. 호프스태터는 1950년대 초반 횡행하던 매카시즘을 의식하면서 반지성주의의 연원을 추적하는 것으로 미국사회의 자기교정을 시도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 문화의 출발선은 유럽의 귀족주의에서 벗어나면서다. 전통적으로 지성이나 교양은 귀족과 같은 특권층의 독점적 문화자본이었다. 하지만 신생 독립국 미국에서는 신분이나 계급을 내세우지 못하므로 경제적 성공이 최고의 척도가 된다. 이렇게 해서 물질주의와 평등주의는 반지성의 역사적 토양이 되었다. 무엇보다 미국은 신앙의 자유를 찾아온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다. 책보다 설교 위주의 복음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나라다. 지성인의 사색과 숙고 대신에 대중의 열광과 감성이 득세하는 분위기다. 지금도 진화론에 반대하는 교육이 성행하고 근본주의적 종교가 부활하는 것도 반지성의 영토가 축소되기는커녕 여전히 강고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전문가와 지식인에 대한 불신과 혐오도 강렬하다. 귀족계급의 위계와 억압에 분개하는 것처럼 소수의 인텔리가 다수의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상상의 구도를 만들고 적대하는 것이다. 무명의 매카시 의원이 국무성의 엘리트 관리들을 반역자로 낙인찍을 때 거국적 광기가 분출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주기적으로 반지성을 표방하는 정치인들은 국민 스타가 된다. 1950년대의 매카시나 21세기의 트럼프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정치의 타락을 가져오는 반지성주의의 후과가 국민의 몫이라는 것이다. 매카시즘이 풍미한 미국은 얼마 안 가 소련에 과학기술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이른바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미국은 전문가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풍조를 일신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과학적으로 대처하는 파우치 전염병연구소장에 불만을 품는 지금의 아메리카는 대체 어떤 충격을 받아야 제자리로 돌아갈까.
이 한권의 책

레이디경향(총 5 건 검색)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속 세계관, 어떻게 탄생했나 [책 읽는 레이디]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속 세계관, 어떻게 탄생했나 [책 읽는 레이디]
2024. 09. 05 11:27 문화/생활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듄>…콘텐츠 속 세계관에 대해 말하다. 서적 <상상의 세계 구축의 이론과 역사> 다빈치북스 제공 우리는 왜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듄> <오즈> <에일리언> 등 판타지 세계관에 열광할까? 이 작품들은 관객들을 익숙한 세계에서 낯선 세계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는 세계관 구조물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들이다. 이러한 구조물은 독자들이 이미 선택과 편집 권한을 가지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에 더욱 필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OTT 플랫폼을 통해 영상 콘텐츠나 웹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시청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필요에 따라 장면을 건너뛰며 소비하는 방식에 익숙해졌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단순히 작가가 일방적으로 창조한 세계나 작위적인 이야기는 더 이상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설령 흥미로운 이야기일지라도, 긴 시간 집중하기 힘들어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졌다. 그렇다면 작가가 일방적으로 독자들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기대를 뛰어넘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이때, 세계관 구조물은 독자들을 해당 세계에 붙잡아 두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이 가미된 세계에 매력적이고 추진력 있는 주인공을 배치하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 주인공의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개연성을 부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예측을 뒤엎는 반전이 필수적이다. 또한 철학적 요소와 신화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시청자들이 끊임없이 생각하고, 상상의 세계에 머물도록 해야 한다.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끊임없는 깨달음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이와 같은 통찰을 담아 출간된 책 마크 J.P 울프의 <상상의 세계 구축(원제: Building Imaginary Worlds)의 이론과 역사>는 한국 독자들에게 세계관 구축의 이론과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되었다. 책을 번역한 콘텐츠 전문가 변문경과 박정연은 작업 과정에서 과도하게 오래된 사례들은 제외했으며, 현대 독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에 집중했다. 이 책은 세계관 구축에 관심이 있는 학자와 창작자들을 위해 3천 년에 걸친 1,400개 이상의 상상 세계를 설명하며, 이름, 제작자, 그리고 처음 등장한 작품을 나열한 용어 해설집과 각 세계에 대한 타임라인도 함께 제공한다.
책 읽는 레이디
반지하 공간의 매력
2015. 11. 03 11:09 리빙
어둡고 좁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멋스러운 인테리어로 시선을 사로잡는 반지하 공간을 찾았다. 높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즐기는 커피와 식사는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1 넓은 창과 포인트 조명 덕에 반지하 공간이 화사해 보인다. 2 노란 집 모양의 외관이 인상적인 노르딕. 북유럽 느낌의 카페 노르딕 강렬한 노란 집 모양의 외관이 독특한 커피숍 ‘노르딕’. 내부에 들어서면 반지하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밝고 감각적인 공간이 펼쳐진다. 창문을 크게 내고 사방에 화이트 컬러를 사용해 천장이 낮고 좁은 반지하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냈다. 독특한 패턴의 타일로 바닥과 한쪽 벽면을 장식해 포인트를 주고, 비비드한 컬러의 철제 의자와 테이블을 배치해 북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 완성. 옥타곤과 헥사곤, 사각형과 원형 등을 심벌로 정해 내부 곳곳에 도형을 활용한 장식을 가미했는데, 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2길 46-14 문의 070-8200-2066 1 반지하라 창밖으로 지나가는 낮선 사람과 눈을 마주칠 일 없이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2 갑갑한 반지하 느낌을 덜기 위해 싱그러운 초록 식물 화분을 곳곳에 놓았다.절제의 미학 백그라운드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 위치한 ‘백그라운드’는 반지하 빌라를 개조한 곳으로, 주메뉴인 간장 불고기 백반을 식판에 담아 선보이는 퓨전 한식당이다. 그레이와 화이트 컬러의 조화로 인테리어를 완성한 이곳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장식이 모던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이 2가지 컬러가 모던한 인테리어의 핵심 키워드. 창문 프레임은 모두 블랙 컬러로 래핑하고 액자 등의 소품을 배제해 심플하게 장식했다. 테이블과 의자, 조명 역시 블랙과 그레이, 화이트톤으로 통일했는데, 벗겨진 듯 빈티지한 느낌이 살아 있는 바닥과 어우러져 세련돼 보인다.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54가길 7 문의 02-794-6833 1 공간 한가운데에 긴 테이블을 세팅해 각종 모임 장소로 활용하기 좋다. 2 천장의 노출 콘크리트와 에폭시 바닥이 인더스트리얼 느낌을 자아내는 롱브레드.인더스트리얼 감각의 롱브레드 신선한 채소로 만든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이곳은 자연스럽고 빈티지한 분위기와 차가운 느낌의 인테리어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곳이다. 차가운 느낌의 에폭시 바닥,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천장은 거친 느낌을 주지만 빈티지한 의자와 테이블이 이를 중화시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조명의 선들을 무심하게 걸어둔 점도 눈에 띄는데, 곳곳에 걸린 예술 작품들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가 난다. 주소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22길 28 공간빌라 문의 02-3477-1255 <■진행 / 윤미애 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크고 화려한 반지 컬렉션 Big&Bold Ring
2012. 04. 18 16:20 패션
단조로운 스타일링도 파워풀하게 만들어주는 볼드 링. 반지 하나만으로 포인트를 주거나 여러 개를 레이어드해 과감하게 도전해도 좋다. 크고 화려한 보석 본연의 매력을 그대로 지닌 트렌디 반지 컬렉션. 1 골드 컬러와 그린 크리스털의 매치가 로맨틱한 반지 11만5천원, 폴리폴리. 2 골드 보디에 레드, 오렌지, 옐로 투명 스톤이 자유롭게 배치된 반지 5만3천원, 봄주얼리. 3 플로럴 모티브의 라이닝 반지 11만5천원, 폴리폴리. 4 크기가 다른 진주가 주렁주렁 달린 투 라인 반지 1만9천원, 케이트앤켈리. 5 레드, 바이올렛, 핑크 컬러의 투명 스톤이 매치된 블랙 반지 7만2천원, 봄주얼리. 6 커다란 블루 스톤이 박힌 스퀘어 반지 3만9천원, 케이트앤켈리. 7 리본 모티브의 민트 컬러 반지 2만9천원, 케이트앤켈리. 8 다채로운 비비드 스톤이 돋보이는 나비 모티브 반지 3만2천원, 금은보화. 9 화이트 오닉스, 큐빅으로 구성된 플라워 모양의 체인 반지 5만7천6백원, 봄주얼리. 10 장미와 진주, 투명 스톤이 매치된 러블리한 반지 1만9천원, 케이트앤켈리. 11 두 개의 손가락에 끼울 수 있는 빅 투명 크리스털 반지 가격미정, 금은보화. <■제품 협찬 / 금은보화(02-546 6868), 봄주얼리(02451-3181), 케이트앤켈리(02-337-1514), 폴리폴리(02-512-4395) ■스타일리스트 /유민희 ■진행 / 조혜원 기자 ■사진 / 박동민>
Goodbye, ‘반지의 제왕’ 축구선수 안정환을 되돌아보다
2012. 03. 06 17:59 화제
“뛰고 싶은 마음은 영원히 2002년…. 축구선수로서 모든 것을 누렸던 나는 행복한 선수였다” 지난 1월 31일, 공 하나로 온 국민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축구선수 안정환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아쉬울 때 떠나는 것이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남기는 거라 생각했다”라는 그는 고민 끝에 결국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은퇴 기자회견장에서 “오늘이 선수 안정환으로 불리는 마지막 날입니다”라고 말문을 연 안정환은 준비해온 고별사의 첫 문장을 채 읽지도 못하고 끝내 눈물을 흘렸다. 기쁨과 아쉬움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불우한 어린 시절 외로움과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고자 축구를 시작하게 된 그는 14년 동안 축구선수 인생을 이어오면서 수많은 시련과 영광, 부침과 극복, 안타까움과 환희의 순간들을 겪었다. 사실 어떤 이들은 그를 그저 잘생긴 외모에 뛰어난 실력을 갖춘 ‘스타 선수’ 중 한 명 정도로만 생각해본 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어느 누구보다 간절하고 지독했으며, 또 빛났지만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불운했던, 특별한 선수였다. 그 겉껍질을 걷어낸 진정한 ‘축구선수’ 안정환의 모습을 되새겨보고 싶은 마음에, 그라운드 위를 포효하던 젊은 시절부터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날까지,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축구 전문 기자에게 안정환에 대한 냉철하고도 애정 어린 글을 부탁했다. (편집자 주) 화려함 뒤 가려져 있었던 ‘축구 천재’의 지독한 노력 ‘꽃미남’ 축구 스타 안정환(36)이 유니폼을 벗었다. ‘안정환’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골은 누구에게나 대동소이할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 연장 골든골, 앞선 조별리그 2차전 미국전 동점골. 2002년 4강 신화의 디딤돌과 기둥이 된 골이었고 그걸 안정환이 넣었다. 그때 그는 26세였고 지금은 그로부터 무려 10년이 지났다. 물론 욕심을 내면 1, 2년 정도는 더 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도 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은퇴를 결심했다. “기대만큼 못하는 것보다는 지금 그만두는 게 낫다”라는 이유였다. 이제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반지 세리머니는 우리의 기억 속에 살아 있을 뿐, 실제로 보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안정환은 베일에 가려진 스타였다. 그에 대해 널리 알려진 것은 선수로서 경력뿐이었다. 인간 안정환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별로 없다. 본인도 과거가 밝혀지는 걸 불편해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그를 화려한 스타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무척 우울한 유소년 시절을 보냈다. 선수로서의 삶도 갈등의 연속, 불행과 행운의 점철이었다. 그래도 지금 안정환은 자신에 대해 “정말 운이 좋은 선수였다”라고 말한다. 안정환의 어린 시절은 무척 불우했다. 아버지는 안정환이 아주 어렸을 때 집을 떠났다. 안정환은 호적상 어머니의 오빠인, 외삼촌의 아들로 돼 있다. 성도 외가를 따랐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교사이며 성이 김씨라는 추정만 있을 뿐 뚜렷하게 알려진 게 없다. 어릴 적 그는 어머니,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어머니는 일을 했다. 경제적으로 힘들어 인근 교회로부터 도움도 받았다. 그런 안정환을 곁에서 보살펴준 분은 할머니였다. (왼쪽) 안정환은 1998년 당시 부산 대우 로얄즈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신인 시절부터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실력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사진은 1999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경기에 출전해 결승골을 성공시킨 뒤의 모습. 데뷔 2년 차인 이 해, 안정환은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수상했다. (오른쪽) 데뷔 이후 안정환은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이동국·고종수 선수와 함께 프로축구의 최고 부흥기 ‘K리그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사진은 2000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모습. 그는 그런 외로움을 축구로 달랬다고 한다. 남서울중학교 시절 ‘공을 예쁘게 잘 찬다’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말 못할 치열한 스카우트전을 치르고 서울공고로 진학했다. 서울공고에서 안정환을 가르친 박윤기 감독은 “훈련도 호되게 시켰고 야단도 많이 쳤다”라면서 “심지어 때린 적도 있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안정환도 마음을 잡기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게다가 사춘기라 반항도 많이 했고 사고도 심심치 않게 쳤다. 그래도 축구 실력만큼은 최고였다. 볼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났고 상대를 제치는 몸놀림이 탁월했으며 반 박자 빠른 송곳 같은 패스가 일품이었다. 사실 당시 유소년 육성 시스템은 엉망이었다. 축구 지도자 교육도 부족한 게 많았다. 그런 환경 속에서 그가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은 타고난 재능에 엄청난 노력이 합해진 결과물이었다. 그가 훈련을 하고 싶어서 했고 스스로 만족할 때 비로소 훈련을 쉬었다. 안정환만큼 지독하게 훈련한 선수, 별로 없다는 게 축구계의 전언이다. 프로축구 최고 전성기를 이끌었던 ‘테리우스’ 안정환은 고등학교 졸업 후 연세대나 고려대로 가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가 진학한 곳은 아주대였다. 박윤기 감독은 이에 대해 “아주대를 졸업하면 프로축구팀 부산 대우로 우선 지명을 받을 수 있었다”라면서 “당시 계약금 1억원이면 정환이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아주대 3, 4학년 시절 이름을 날린 안정환은 1998년 부산 유니폼을 입었다. 잘생긴 얼굴, 화려한 플레이, 뒤로 묶어 길게 휘날리는 헤어스타일. 그는 ‘테리우스’로 불리며 프로축구의 인기를 이끌었다. 1998년은 프로축구 최고의 전성기였다. 그 중심에는 고종수, 이동국과 함께 안정환이 있었다. 그 해 안정환은 33경기에 출전해 13골,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신인왕은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고교 출신 선수로 맹위를 떨친 이동국에게 돌아갔다. 안정환은 그런 아쉬움을 이듬해 바로 풀었다. 1999년 안정환은 34경기에서 21골, 7어시스트를 기록했고 MVP에도 뽑혔다. K리그에서 활약하던 그는 2000년 7월, 한국 선수 최초로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자에 진출했다. 주전 경쟁, 편견과의 싸움 등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총 30경기에 출전하며 다섯 골을 기록하는 등 활약했다.2000년 안정환은 큰 결단을 내렸다. 이탈리아리그 중위권 구단 페루자로 이적한 것이다. 이탈리아리그는 세계 정상급 리그다. 지금 같으면 환영 속에 갈 만한 곳. 그러나 안정환은 많은 갈등을 겪고 어렵게 갔다. 공교롭게도 그때는 부산 대우의 주인이 현대산업개발로 바뀐 때였다. 새 주인이 된 현대산업개발은 안정환을 잡고 싶었고 팀에 남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페루자 이적을 성사시킨 안종복 전 부산 대우 단장은 “당시에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 선수들을 가능한 한 해외로 많이 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라면서 “현대산업개발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안정환을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라고 회고했다. 안정환에게 이탈리아리그는 쉽지 않았다. 이탈리아 축구는 무엇보다 수비가 가장 강한 리그로 꼽힌다. 거기에서 한국에서 온 무명 선수가 주전을 꿰차고 꾸준히 출전하면서 골까지 넣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래도 그는 제몫을 했다. 2000~2001 시즌 16경기에 나서 4골을 뽑았다. 조커의 한계, 리그 미적응, 동양선수를 무시하는 편견 속에서 거둔 값진 성과였다. 그러나 그는 좀처럼 선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안종복 전 단장은 “당시 페루자는 일본의 나카타를 내보내고 안정환을 영입하면서 스폰서 수입, 유니폼 판매, 한국인 관광수입 등 수익적인 면에서 많은 걸 기대했다”라면서 “현실적으로 그걸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게 안정환이 벤치 멤버에 머문 주된 이유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지금 같았으면 우리 팬들이 안정환 경기를 보기 위해 이탈리아로 갔을 테고 유니폼도 많이 사줬겠죠. 우리 기업들도 페루자의 협찬사나 스폰서를 자청했을 테고 방송국도 앞 다투어 이탈리아리그 중계권을 사서 우리 안방에 중계했을 겁니다. 지금은 일반적인 축구 비즈니스가 10년 전 우리에게는 무척 낯설었죠.” 인생을 바꿀 뻔 했던 영국 블랙번 이적 무산 후의 시련 페루자 소속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안정환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도약을 꿈꿨다. 안정환은 미국전에서 1:1 동점골을 터뜨렸고, 16강 이탈리아전에서 연장 골든골을 넣었다. 미국전 골을 넣고 한 오노 세리머니, 이탈리아전 골을 넣고 한 반지 세리머니는 지금도 눈에 선하다. 특히 이탈리아전 골은 안정환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페루자에서 벤치에 머문 그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이탈리아를 침몰시킨 골을 넣었으니 말이다. 당시 안정환의 매니저 역할을 했던 김상훈씨는 “이탈리아전 직후 전화 통화를 했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한 게 기억이 난다”라면서 “그때 안정환은 ‘불행 끝, 행복 시작’을 기대했다”라고 말했다. 1 안정환은 2001년 12월 미스코리아 출신 이혜원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사진은 아내와 딸 리원이의 모습. 2 2002년 한일월드컵 미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 경기에서 동점골을 성공시킨 안정환. ‘4강 신화’를 이끌며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3 2006년 독일월드컵 대표팀이 출전을 앞두고 기념 촬영을 했다. 4 그에게 ‘반지의 제왕’이라는 이름을 안겨준 반지 세리머니 장면. 현재 그 반지는 아내 이혜원씨가 목걸이로 착용하고 있다고 한다. 5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 경기 당시 연장전 골든골을 터뜨린 직후 환호하는 모습. 이 골은 FIFA가 선정한 ‘역사에 남을 8대 골든골’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그런데 행운을 불러줄 거라고 기대한 그 골이 안정환을 또 다른 위기에 몰아넣었다. 성난 이탈리아 팬들이 이탈리아 안정환 집에 있는 차를 부수는 등 현지 민심이 과격해졌다. 안정환도, 페루자도 잔류가 어렵다는 걸 알았다. 그때만 해도 안정환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월드컵에서 두 골을 넣었고 그 중 한 골이 세계가 주목하는 이탈리아전 골이었기 때문에 어딘가 자신을 불러줄 좋은 팀이 나타날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블랙번이 적극적으로 그의 영입에 나섰다. 계약서에도 이미 사인했고 잉글랜드행 비행기표도 끊어놨다. 꿈에 그리던 빅 리그행, 거의 다 된 것 같았다. 그런데 마지막 퍼즐을 맞추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하기 위해서는 영국 노동청으로부터 취업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그걸 받으려면 한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최근 2년 동안 열린 A매치 중 75% 이상을 뛰어야 한다는 거였다. 그런데 안정환은 40%도 안 됐다. 히딩크 감독이 부임 초기 안정환을 소집하지 않은 게 결정적이었다. 안정환은 어떻게 해서든지 취업허가서를 받으려고 백방으로 뛰었다. “부상 때문에 안정환을 뽑을 수가 없었다”라는 내용으로 히딩크 감독이 친필 사인한 서류, 정몽준 당시 대한축구협회장의 추천서까지 영국 노동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영국 노동청은 그걸 인정하지 않았고 블랙번행은 무산됐다. 축구선수 인생에서 최대 분수령이었다. 안정환은 “지금도 당시 블랙번 계약서를 갖고 있다”라면서 “그때 블랙번으로 갔다면 내 인생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왼쪽) 안정환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G조 예선 첫 경기 토고전에서 후반 역전골을 터뜨리며 한국 축구 사상 원정 경기 첫 승이라는 쾌거를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사진은 결승골을 넣고 동료들과 환호하는 모습. (오른쪽) 2007년 수원 삼성 블루윙즈에 입단하며 국내로 복귀했다. 팀 훈련에 합류해 훈련 중인 모습. 블랙번행이 무산된 뒤 안정환은 무적(無籍) 선수가 됐다. 페루자에서는 쫓겨났고 갈 곳이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월드컵에서 두 골을 넣은 그도, 그걸 지켜본 우리 팬들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안정환도 “한창 나이에 축구를 그만둬야 하는 건가”라고 푸념할 정도였다. 당시 안정환을 영입하는 팀은 계약상 페루자와 현대산업개발에 30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했다. 그런 팀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구원자가 나타났다. PM이라는 일본 회사였다. 안정환의 상품가치를 인정한 PM은 계약상 금전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안정환을 일본 시미즈로 이적시켰다. 월드컵 스타의 일본행. 팬들도, 본인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었다. 안정환은 일본에서 4년 동안 활약했다. 시미즈에서 2년, 요코하마에서 2년을 뛰었다. 총 72경기에서 30골을 넣었다. 요코하마에서 뛰던 2005년 7월. 그는 안일한 주전을 포기하고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프랑스 FC메츠로 이적한 거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 출전해서 다시 한번 빅 리그행에 도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일본에 머물거나 한국으로 오면 많은 돈을 받으며 편안하게 있을 수 있었지만 그는 못다 이룬 큰 꿈을 위해 가시밭길을 택했다. 독일월드컵을 반년 앞둔 2006년 1월. 그는 다시 메츠를 떠나 독일 프로축구 뒤스부르크와 17개월짜리 단기계약을 맺었다. 월드컵이 열릴 곳을 미리 경험하기 위함이었다. 안정환은 뒤스부르크 소속으로 12경기에서 두 골을 넣었다. 그리고 독일월드컵 1차전 토고전에서 2:1 결승골을 터뜨렸다. 토고전 승리는 한국의 월드컵 원정 경기 첫 승이었다. (위 사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진행된 남아공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끝난 뒤 안정환이 눈물을 흘리는 차두리를 안고 위로하고 있다. 안정환은 3회 연속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에 나섰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한 경기도 뛰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가운데) 지난 1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 소감을 밝히던 안정환은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보였다. (아래) 은퇴 기자회견을 마친 후 팬들은 안정환에게 피규어를 선물했다. 안정환이 활약한 팀별로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비운의 영웅, 아쉬움을 뒤로하고 제2의 도전을 시작하다 안정환은 독일월드컵 이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그의 나이 30세. 빅 리그로 이적하기 어려운 나이였다. 그는 2007년 수원 삼성, 2008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뛰었고 2009년부터 3년 동안 중국 프로축구 다롄스더에서 활약했다. 그리고 올해 국내로 와서는 성남 일화 소속으로 뛰는 걸 진지하게 고민했다. 성남 신태용 감독도 안정환이 최종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안정환은 은퇴를 선택했다. “마음은 2002년이지만 몸은 2012년”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축구선수로서 안정환은 ‘때를 잘못 타고난 영웅’이었다. 지금 시대에 전성기를 누렸다면 그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했을지 모른다. 그가 만일 2002년 월드컵 직후 블랙번으로 이적했다면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획을 긋는 대표적인 한국 선수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너무 이른 시기에 태어났고 그래서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선수로서 인생을 마감했다. 안종복 전 부산 대우 단장, 김석현 전 부산 대우 사무국장, 김홍래 전 안정환 에이전트, 김상훈씨 등 그를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마다 “안정환은 너무 안타깝고 아까운 선수”라고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수가 아니라 보통 사람으로 안정환을 바라볼 때도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안정환은 어린 시절에도 부모의 사랑을 많지 받지 못했다. 정에 굶주린 아이었다. 그런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짧은 시간 빅 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그를 도와준 사람보다는 그를 이용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 안정환은 지금도 사람들을 잘 믿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도 그의 주변에는 그를 진심으로 도와주고 그와 인생의 짊을 나누는 지인들이 많지 않다. 물론 과거 그가 겪은 수많은 어려움과 외로움을 생각해보면 지금 그의 처신과 행동 등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제는 안정환 스스로가 그런 한계를 극복해야 할 때가 됐다. 이제 스타로서의 삶은 끝났고 그의 표현대로 ‘민간인’이 됐으니 말이다. 지금부터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보살피고 자기 사람들을 조금씩 늘려가야 할 때가 됐다. 안정환은 앞으로 아내 이혜원씨가 하는 패션 관련 사업을 함께할 계획이라고 한다. 축구선수에서 사업가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안정환에게는 또 다른 도전인 셈이다. 선수 시절에는 사람들이 그를 주목했고 그에게 다가가기를 원했지만 지금은 그가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그 사람들을 설득하면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물론 본인도 많은 부분이 달라졌고 앞으로 더 바뀌어야 한다는 걸 아주 잘 알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은 더 걸릴지 몰라도 확실하게 변신에 성공할 거고 모든 일을 잘해낼 거라 믿는다. 선수 시절 수많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매번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것처럼 말이다. <■기획 / 이연우 기자 ■글 / 김세훈 기자(경향신문 체육부)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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