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297 건 검색)
- 부산시, 발달장애인 긴급·통합돌봄 내년 본격 추진
- 2024. 12. 23 09:48사회
- ... 발생 시 일시적으로 24시간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금정구에 긴급돌봄센터가 설치돼 발달장애인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6세 이상 65세 미만 등록 발달장애인이 지원 대상이다. 서비스는...
- 발달장애인긴급돌봄최중증발달장애인통합돌봄
- ‘경기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센터’ 1호 파주에 개소
- 2024. 12. 18 21:44지역
- ... 제공하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센터 1호가 지난 17일 개소했다고 18일 밝혔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는 돌발 행동이 잦고, 일상생활 수행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에 제약이 있어 기존...
- “발달장애인 투표 쉽게 후보 사진 등 보조용구 필요” 첫 판결
- 2024. 12. 18 21:39사회
- ... 1년이 지난 날 이후 시행되는 대통령·국회의원·지방의회·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투표 보조용구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투표 보조용구는 “정당의 로고나 후보자 사진 등을...
- 법원 “발달장애인 위한 투표 보조기구 제공해야”…1심 판결 뒤집어
- 2024. 12. 18 16:23사회
- ... 제대로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쉬운 투표용지를 가질 수 있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법원 판단은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지난 10월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인
스포츠경향(총 81 건 검색)
- 체육관에서 함께 놀면서 즐거워하는 발달장애아이들…서울교대 장애인 체육교실 ‘본보기’
- 2024. 11. 29 05:16 스포츠종합
- 지난 23일 서울교육대 장애학생체육교실에 참여한 학생, 부모, 교사들이 함께 체조로 몸을 풀고 있다. 김세훈 기자 발달 장애 어린이들은 운동하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친구와, 부모와, 강사와 함께 체육관에서 노는 게 너무 재미나고 신나 보였다. 몸을 열심히 움직였고 소리도 맘껏 질렀다. 바닥에 누워 투정을 부리는 어린이들 표정도, 그걸 지켜보는 부모 얼굴도 밝기만 했다. 서울교육대학교가 3년째 진행하고 있는 ‘서울교대 장애학생체육교실’ 모습이다. 자폐를 포함해 다양한 발달 장애를 가진 지역 초등생 25~30명, 학부모, 강사 등 총 80여명은 지난 23일 서울교대 체육관에서 올해 마지막 수업을 진행했다. 지난 23일 서울교육대 장애학생체육교실에 참여한 학생, 부모, 교사들이 다양한 구기 동작을 함께 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이들은 음악에 맞춰 신나는 체조로 몸을 풀었다. 탁구, 배드민턴, 야구 등과 흡사한 종목에서 공을 주고받으면서 놀았다. 종이비행기를 스스로 만들어 멀리 달리는 게임도 했다. 모든 활동을 부모, 강사와 함께 했다. 마지막에는 부모들끼리 한데 모여 간단한 왈츠도 췄다. 이같은 체육교실은 김방출 서울교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2022년 1학기부터 하고 있다. 수업은 학기별로 10주(90분씩) 동안 진행됐다. 김 교수는 “발달 장애 학생들에게 부족한 신체활동 경험을 충족시키고 (예비) 교사들이 장애 학생들을 조금 더 이해하면서 조금 더 수준 높은 커리큘럼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두 가지가 큰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교육대 장애학생체육교실에 참여한 학생, 부모, 교사들이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날리고 있다. 김세훈 기자 부모들도 거의 매순간 함께했다. 현직 초등교사, 예비교사가 장애학생과 1대1로 매칭됐다. 임상훈 초빙교수(용인대 특수체육과)는 “강사가 자주 바뀌면 장애 학생들의 거부감이 커진다”며 “장애 학생 한 명을 부모를 포함, 2~3명이 한학기 또는 1년을 당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방출 교수는 “처음에 도망다니고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교사 지시를 따르고 운동하면서 몸이 건강해지고 성격도 밝아지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체육교실 운영비는 서울교대 국립대학육성사업비로 충당된다. 교육 콘텐츠는 체조, 줄넘기, 던지기, 댄스, 근력운동, 달리기 등에서 비교적 하기 편하게 조금씩 바뀐 종목들로 구성된다. 운동프로그램은 한동기 교수(백석대 특수체육교육과)가 주도적으로 짰다. 한 교수는 “백석대에서 장애아동 체육교실을 20년 정도 운영하면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며 “장애 학생뿐만 아니라 (예비) 교사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한 교수는 “장애 학생들이 재미나게 놀고 나를 보고 밝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며 “장애 학생들에 대한 낯섦과 두려움을 덜어내고 장애 학생 움직임을 잘 이해하고 지도하려고 애쓰는 (예비) 교사들의 달라진 태도에서 희망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정동수 박사(서울교대)는 “이곳에서는 교사들이 자기 중심적으로, 자기 주도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을 전적으로 도와야 하는 상황”이라며 “교사들도 기다리고 참는 법을 배우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윤정씨는 학부모 공동 대표 3인 중 한 명이다. 정 씨는 “발달 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체육 프로그램 자체가 부족한데 이곳은 프로그램 수준도 높고 비용도 무료”라며 “매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잠시라도 행복하고 신나게 노는 장면을 보면 부모로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정 씨는 “우리 아이 치료와 생활을 위해서 독일, 프랑스 등을 다니면서 많은 것을 스스로 공부했다”며 “한국에서 발달 장애인들이 절단 등 다른 신체 장애인들에 비해 많이 소외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발달 장애 학생 부모는 한참 왕성하게 활동해야 하는 30,40대”라며 “장애 학생들 못지않게 힘겨워하는 부모를 관리하고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방출 교수는 “아이들이 운동하는 동안 학부모 특강, 학부모 운동 등도 가끔 별도로 진행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서울교육대 장애학생체육교실에 참여한 학생, 부모, 교사들이 방학식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세훈 기자 예비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교육대학교는 전국에 10곳이 있다. 김방출 교수는 “교대 커리큘럼에 특수체육과목이 있지만 기초과정에는 없고 심화과정에만 있다”며 “결국, 특수체육은 예비 초등교사들이 별도로 선택해야만 배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몇몇 교대가 우리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고 해 함께 논의하고 있다”며 “모든 교육대학교가 발달 장애 학생을 위한 체육교실을 운영한다면 장애 학생들뿐만 아니라 부모 케어, 교사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윤정씨는 “우리 아이가 특수학교에 다니는데 전국 200개 안팎 특수학교에도 ‘특수교육’을 전공한 교사는 있지만 ‘특수체육’을 전공한 교사는 거의 없다”며 “특수체육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교사들이 특수학교, 일반학교에 많이 배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드림노트, 오는 9일 열리는 팬미팅에 광주 발달장애 야구단 선수 초청
- 2024. 11. 07 18:37 연예
- iMe KOREA(아이디어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걸그룹 드림노트가 데뷔 6주년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낼 계획이다. 드림노트(유아이, 보니, 라라, 미소, 수민, 은조)소속사는 “드림노트가 데뷔 6주년 기념 팬미팅에 광주 발달장애 야구단인 이스트 타이거즈 소속 선수 21명을 초청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오는 9일 서울 강남구 GB 성암아트홀에서 데뷔 6주년 기념 단독 팬미팅 ‘Fly High(플라이 하이)’ 개최를 앞두고 있는 드림노트가 팬미팅에 특별한 손님을 초대한다고. 드림노트는 지난해 광주 동구 고향사랑 기부제와 이스트 타이거즈의 홍보대사로 위촉되며 이스트 타이거즈와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특히 광주 출신 멤버인 라라는 지난 7월 이스트 타이거즈의 연습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직접 응원하는 등 꾸준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 iMe KOREA(아이디어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드림노트 멤버들은 이번 팬미팅에 이들을 초대하고자했고, 광주동구청 측은 드림노트의 초대에 기쁘게 응해 전체 선수 중 21명이 참석해 공연을 즐길 예정이다. 드림노트는 싱글 ‘초록빛’으로 약 2주간의 음악방송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팬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 팬미팅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넥슨재단, 발달장애 청년 자립 지원 행사 ‘떠나요, 푸르메 낭만여행’ 개최
- 2024. 10. 07 10:59 생활
- 넥슨재단이 인기게임 ‘마비노기’와 푸르메재단의 발달장애 청년 자립 지원 프로젝트 ‘나누는맘 함께하고팜’ 캠페인의 일환으로 오프라인 행사 ‘떠나요, 푸르메 낭만여행’(푸르메 낭만여행)을 진행한다. 넥슨재단은 16~27일 경기 여주에 위치한 발달장애 청년 일터 ‘푸르메소셜팜’과 ‘카페 무이숲’에서 ‘푸르메 낭만여행’ 행사를 개최하여 발달장애 직원들의 삶을 알리고, 이들이 직접 제작한 상품을 경험해보며 장애에 대한 방문객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한다. ‘푸르메 낭만여행’에서는 발달장애 직원들이 직접 만든 ‘나오 티라미수’, ‘이루샤 발바닥 마들렌’ 등 마비노기 IP를 활용한 베이커리 신메뉴와 ‘마비노기 20주년 캐릭터 쿠키세트’의 신규 라인업을 만나볼 수 있으며, 구매자에게 랜덤으로 캐릭터 띠부씰을 제공한다. 또 ‘몬디 & 이루샤 컵’, ‘로나 & 판 & 몬디 접시’ 등 한정판 콜라보 신규 굿즈를 비롯하여 다양한 마비노기 공식 굿즈 및 푸르메재단 콜라보 굿즈를 판매한다. 판매 수익금은 나누는 맘을 함께하고자 마련한 행사 취지에 맞게 발달장애 청년의 자립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사업 전시 및 포토존, 스탬프 투어 등 현장 이벤트와 방울토마토 따기, 피자빵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체험 프로그램은 사전 신청을 통해 선착순으로 120명까지 참여가 가능하다. 한편,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든 ‘나누는맘 함께하고팜’은 발달장애 청년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즐겁게 일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마비노기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마비노기’는 지난 2022년부터 ‘나누는맘 함께하고팜’을 통해 농업 및 카페 운영에 쓰이는 필수 소모품 구매 비용과 마비노기 IP를 활용한 상품 제작 및 판매 지원 등 ‘푸르메소셜팜’과 카페 ‘무이숲’의 운영 안정과 활성화, 장애 직원 채용 확대 등을 지원해 왔다.
- 스트레이키즈 방찬, 생일맞아 1억원 기부···발달장애인 돕는다
- 2024. 10. 04 09:03 연예
- 스트레이키즈 멤버 방찬.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방찬이 1억 원을 기부하고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사회에 나누는 뜻깊은 생일을 보냈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스트레이 키즈 방찬은 10월 3일 생일을 맞아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나눔의 선순환에 동참하고자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김병준)에 총 1억 원을 기부했다. 이로써 사랑의열매가 운영하는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방찬이 전달한 기금은 발달장애인을 돕는 데 사용되며 발달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의 역량 강화 훈련 및 건강검진 시스템 구축을 통한 체력증진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방찬은 “생일을 맞아 팬들로부터 받은 뜻깊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다. 작은 나눔이 손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다다르길 소망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스트레이 키즈는 글로벌 활약을 펼치며 뚜렷한 대세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오는 10월 6일(이하 현지시간) 그래미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와 함께 미국 4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에 K팝 그룹 사상 두 번째로 퍼포머로서 참석한다. 11월 13일에는 일본 첫 정규 앨범 ’THE SOUND‘(더 사운드) 이후 약 1년 9개월 만에 두 번째 정규 앨범 ’GIANT‘(자이언트)를 발매하고 현지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또 8월 24일~25일, 31일~9월 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포문을 연 새 월드투어 ’Stray Kids World Tour <dominATE>‘(도미네이트)를 전개하고 입지를 넓힌다. 9월 28일 K팝 4세대 그룹 첫 입성을 기록한 싱가포르 내셔널 스타디움 공연을 비롯해 멜버른 마블 스타디움, 시드니 알리안츠 스타디움, 가오슝 내셔널 스타디움, 방콕 내셔널 스타디움,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마디아 스타디움 등 세계 각지 스타디움 공연장을 누빈다.
주간경향(총 9 건 검색)
- “시한부의 두려움은, 내 죽음이 아니라 발달장애 아이들 삶”(2023. 03. 24 12:51)
- 2023. 03. 24 12:51 사회
- ㆍ암 전이 후 자녀 지역사회 자립방법 찾아 헤매 ㆍ경기도, 어렵게 지원주택·24시간 돌봄 등 약속 “제가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김미하씨(59)는 지난해 8월 의사로부터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5년 전 발병한 유방암이 간으로 전이되면서다. 의사는 김씨에게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이 남았다고 했다. 김씨에게는 두 명의 자녀가 있다. 큰딸 이지아씨(가명·28)에게는 17번 염색체 결절로 인한 스미스마제니스증후군 장애가 있다. 인지장애, 행동장애 등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아들 이지호씨(가명·24)에게는 자폐성 장애가 있다. 남편은 2021년 5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김씨마저 부재하는 상황이 된다면 남매를 돌볼 가족이 없다. 최근 힘든 항암치료가 다시 시작됐지만, 김씨는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혹여 그가 없더라도 딸과 아들이 시설에 가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5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 이준헌 기자 지난 3월 8일 경기도는 남매가 20년 넘게 살아온 의왕시에서 각각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책을 약속했다. 의왕시에 체험홈 1곳을 열고, 추가활동 지원시간을 편성해 남매 모두 24시간 공백 없는 돌봄을 지원할 계획이다. 체험홈은 장애인에게 일정한 주거공간을 지원해 일상생활과 다양한 사회활동 체험 기회를 제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또 경기도형 지원주택 모델을 늦어도 내년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지원주택은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개인별 맞춤형 주거유지지원서비스가 함께 제공되는 임대주택이다. 딸 지아씨는 체험홈에 거주하다 향후 지원주택에 입주할 예정이며, 아들 지호씨는 현재 거주하는 자택에서 24시간 돌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경기도는 발달장애인 정책 시행과 관련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오는 3월 30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미하씨,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과의 면담을 약속했다. 윤진철 전국장애인연대 사무처장은 “지원주택 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경기도의 의지를 환영한다.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상시적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경기도의 의지도 이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협의 과정에서 이런 유사한 긴급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시·군과 협의해 24시간 콜센터를 통해 접수하도록 했다”라면서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경기도의 지원주택 예산 규모나 물량 및 배치 계획 등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구체적 이행 과정들에 대해서는 검토해 봐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죽음의 공포를 압도한 절망의 무게 경기도로부터 남매의 자립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시한부 통보를 받은 후, 김씨를 압도한 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니었다. 오로지 자신이 떠난 후 남겨질 남매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김씨는 “아무런 지원체계 없이 내가 죽게 되면 아이들은 어떡하나라는 생각뿐이었다. 암담하고 절박했다. 당시 병원에 4일간 입원했는데 나흘 내내 잠을 못 잤다. 10분도 못 자고 누웠다, 일어났다, 돌아다니기를 반복했다. 아이들을 남겨놓고 가야 하는 상황이 너무 공포스러웠다”라며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라면 나와 같은 상황에서 누구나 그럴 것이다. 방법도 모르고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도 모르니 절망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해 아이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게 된다. 나라고 그런 생각이 안 들었겠나”라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이 부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공부를 해왔지만, 막상 상황이 급박해지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김씨는 “매일매일의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것만 해도 바쁘다 보니 내가 부재한 상황에 대한 준비가 당장 필요하다는 생각은 못 하고 살았다. 만약 암이 전이되지 않았다면 아직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라며 “눈앞에 닥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무런 지원체계가 없으면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바로 낙오될 수밖에 없는 사회다”라고 말했다. 김씨뿐만이 아닌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현실이기도 하다. 한 복지관 담당자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다급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자녀의 자립에 대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연로하고 기력이 없더라도 밥이라도 해줄 수 있으면 어떻게든 본인이 돌보려고 한다. 낮 동안 교육이나 치료, 훈련 등은 제도화돼 있지만, 부모 대신 돌봄을 해주는 경험이 워낙 적다 보니 부모 당사자 외에 누가 우리 아이를 돌볼 수 있겠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부모가 자녀와 떨어져 살기 위해 미리 조금씩 물리적 거리를 두는 등 준비를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라며 “그러다 보니 장애인 당사자도 갑자기 굉장히 충격적인 환경에 놓일 우려가 크다. 갑자기 나를 주양육했던 사람이 없어지면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사회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 부담을 여전히 가족에게만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이나 미국, 스웨덴 등에서는 자녀가 발달장애 진단을 받으면 담당자가 그 가정을 방문해 발달장애의 내용을 파악하고 거기에 따라 계획을 수립하는 등 인생 전반에 걸쳐 개입한다. 김기룡 중부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지역사회가 발달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놓고 이에 따라 부모들은 물론 학교나 지역사회도 어릴 때부터 자립에 맞춰 교육을 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이를 모두 다 가족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라며 “그러다 보니 결국 성인이 됐을 때 고민을 시작하거나 대책이 없으니 시설로 보내거나 가족이 오로지 돌봄의 책임을 지다가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김미하씨는 지난 1월 경기도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자립 지원체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부모연대 제공 자립 지원 요청에 시설 권유 김씨는 우선 주변의 조언에 따라 경기도청 자립지원과, 의왕시청,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세 곳에 남매의 개인별 지원계획을 요청했다. 발달장애인 개인별 지원계획은 발달장애인이 현재 처한 환경, 생애주기에 따른 욕구, 개인별 특성 등을 파악해 개인별로 필요한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연계해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강선우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된 2016년부터 현재까지 계획수립이 완료된 건수는 8600건에 불과하다. 1년에 평균 수립되는 계획은 1200여 건밖에 안 돼 25만명의 발달장애인 중 약 0.6%만이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김씨도 자녀들에 대한 개인별 지원계획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임시조치에 불과했다. 김씨가 치료를 받는 6개월 동안 월 300시간 활동지원 시간을 늘리고 사례관리를 한다는 게 지원책의 전부였다. 김씨는 의왕시에 김씨의 부재 상황을 고려해 성별이 다른 남매의 주거분리 방안을 물었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의왕시에서는 딸을 시설에 보낼 것을 권유했다. 김씨는 남매 중 누구도 시설에 보내고 싶지 않았다. 특히 딸은 시설에 가면 오래 못 살 것 같다고 생각해왔다. 김씨는 “희귀질환인 스미스마제니스증후군 특성상, 딸은 사람이 많은 환경에 대한 긴장도가 높고 드세고 요구사항이 많다. 이 질환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시간을 두고 어느 정도 조율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시설에서는 조율하려 하기보다 약물을 점점 더 많이 투여해 딸의 도전행동을 잠재우려고만 할 것이다. 시설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주간보호센터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들이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녀들을 시설에 보내고 싶지 않았다. 남매의 주거를 분리해 각각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아갈 방법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서울시에서 지원주택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전에도 지원주택에 대해 들어보기는 했지만, 잘 와닿지는 않아 정확히 알아보지는 않았었다. 지원주택은 미국·영국에서는 잘 알려진 주거형태로 2018년에 서울시에서 처음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2019년부터 실거주가 시작됐다.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저렴한 가격에 임대주택을 마련해 장애인, 노숙인, 정신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주거와 함께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주거유지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형식이다. 주거유지서비스에는 사회복지서비스 지원, 의료 및 건강관리 지원, 취업상담 및 자립지원, 지역사회 커뮤니티 연계 등 7가지 종류의 서비스가 있다. 임대료는 기본보증금 300만원에 월세가 최저 8만원에서 최고 57만원이며 최장 20년 거주가 가능하다. 2022년 기준, 서울시에는 185호의 장애인지원주택이 있다. 김씨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도움으로 서울의 지원주택을 견학하고, 시범사업 때부터 지원주택 사업을 하고 있는 충현복지관과도 상담을 했다. 충현복지관 지원주택 담당자는 김씨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문의를 해오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담당자는 “부모나 보호자가 갑자기 사망하거나 병에 걸려 지원주택에 입주하게 되는 경우가 대략 3분의 1 정도다. 자녀가 성인기면 부모님들도 고령이다 보니 정보력 등이 부족한 경우가 있어서 아직 잘 모르는 분들도 많다. 급박한 상황에서 운 좋게 저희와 연계되는 경우가 간간이 있다”라며 “30대 후반의 다운증후군 딸을 홀로 돌보던 어머님이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입원하게 되면서 딸은 체험형 주택에서 생활하다 이후 지원주택에 입주해 자립을 한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익숙한 환경에서는 스스로 요리도 잘하고, 도움없이 혼자 집도 잘 찾아오는 아들이 지금 살고 있는 임대주택에서 주거돌봄을 받으며 살아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딸은 지원주택에서 주거돌봄과 함께 좀더 세밀한 주거지원서비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김동연 지사는 당선 후 인수위원회에서 발달장애인이 향후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택지원과 주거지원서비스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확인해보니 아직 경기도에는 지원주택 사업이 시행되지 않고 있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장애공감여성 등의 단체가 모여 김씨를 도왔다. 이들은 지난 1월 16일 경기도청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씨는 기자회견에서 “(남매들은) 경기도에서 무려 20년 거주한 경기도민이다. 내가 암으로 사라지고 없을 때 자녀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내 자녀들 같은 발달장애인에게는 목숨이나 다름없는 지원책”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로부터는 돌아온 답변은 절망적이었다. 김씨는 “경기도 자립지원과에서는 열심히 서울을 벤치마킹해서 공부하겠다. 하지만 언제까지 시행하겠다고는 약속할 수 없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2월 초에 경기도청과 면담했을 때도 돌아온 답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2월 24일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구두로 받고 3월 8일에 부모연대와 경기도청이 만나 실질적인 협의를 이뤘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지금 도에서 장애인 정책 관련해서 준비를 하고 있다. 도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기초단체 중심으로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31개 시·군 기초단체에 따라 적극성 등에서는 차이가 있겠으나 도 차원에서는 매우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1년 4월 장애인고령자등지원주택10만호공급대책위원회가 국회본관 앞에서 지원주택 관련 법안발의를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 국회사진기자단 인권 교육 큰 도움 돼 정부는 2021년 8월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했다. 장애인 정책은 집단시설 중심의 보호에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지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미 유럽·미국 등에서는 1960년대부터 탈시설 및 자립정책이 시행됐으며,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논평 제5호는 우리나라 장애인의 주거결정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탈시설 기조는 그러나 시설 유지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지난 2월 2일 전국장애인연합과 서울시 대담에서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자립에 따르는 활동보조비용을 언급하며 “자립생활할 때 탈시설을 하게 되면 24시간 활동보조를 붙여줘야 자립생활이 가능하다. 24시간 활동보조를 붙이면 그건 자립 생활이 아니고 24시간 돌봄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연구보고서 ‘발달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부모를 위한 돌봄지원방안’(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발달장애와 관련 ‘상대적 자립’의 개념을 소개한다. 발달장애인의 자립 개념은 ‘상대적 자립’으로 완전한 자립은 불가능할지라도 이전의 생활보다 상대적으로 자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면 자립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장애정책을 비용 대비 효율성으로 접근해서는 해결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효율성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장애 아이에게만 특별하게 많은 돈을 쓸 수 없다고 한다. 쓸 상황이면 써야 한다. 그게 지원체계다. 노인이든 영유아든 학생이든 어느 그룹이든 지역사회에 살 수 있게 지원체계는 마련한다. 그러나 왜 발달장애인들에게는 비용 대비 효율성을 따지나”라고 말했다. 자립생활 지원 확대, 발달장애인 24시간 공적 서비스 지원체계 구축 등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을 전제로 한 경기도의 장애인 정책이 향후 실효성 있게 구현될 수 있을지 서울시와 대조해 주목되는 이유다. 조아라 활동가는 “발달장애인 주거 지원 대책이라는 게 사실 한국에 없기 때문에 지원주택 확대 등 대안적 주거 방식에 대한 논의가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경기도에서 지원체계가 시작됐으니 많은 위기가정에 적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근에도 50대 다운증후군 아들과 사는 80대 부모님이 전화를 하셨다. 시설을 보내야겠다고 알아봐달라고 하시더라. 비장애인들에게는 자립 여건이 되냐고 물어보지 않는다. 왜 장애인에게만 물어보나. 자립했을 때 지원체계 안에 들어가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라며 “내가 죽기 전에 어설픈 상태가 아니라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는 모습을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부터 지금까지 지역사회 안에서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정신없이 달려왔다. 경기도로부터 약속을 받은 후 처음 들었던 생각은 운이 좋았고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상투적인 말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 나 대신 싸워준다는 게 굉장히 큰 힘이 된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에서 많은 노력을 해줬다. 저는 제 아이들을 위해 싸웠지만, 결론적으로는 경기도에 있는 발달장애인들도 이와 관련한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본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밤에 잠이 안 와 생각한 건데 스스로 나 자신에게 뿌듯한 것도 있다. 유방암이 발병하기 전 7년 정도 꾸준히 인권에 대해 공부를 했다. 장애 인권뿐만 아니라 소수자 인권 등 다양한 인권에 대한 공부를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권리에 대해 요구할 힘이 생겼다. 인권에 대해 몰랐다면 시설이 안전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갇혀 있는 삶이 안전할 수는 없다”라며 “공부하기를 너무 잘했다. 힘은 거기서 나왔다”라고 말했다.
- 특집
- [만화로 본 세상]발달장애인이 등장하는 만화들(2022. 01. 07 15:26)
- 2022. 01. 07 15:26 문화/과학
- ㆍ발달장애인도 ‘동료 시민’ 타인의 삶을 듣고 쓴다.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었거나 ‘소수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대상이다. 활동이 쌓이면서 그간 별러온 구술기록의 경험을 이야기하게 될 때가 생겨났다. 강의를 반복하면서 어디에서도 통용될 인터뷰와 기록의 기본원칙이라 할 만한 것들이 정리됐다. 그 경험과 기술이 어느 날 부서지기 시작했다. 다른 언어와 다른 감각을 쓰는 사람들을 만나면서다. 만화 의 한 장면 / 사계절 가령, 이런 것이다. 인터뷰할 때는 구술자의 말 이외의 다른 표현에도 관심을 기울이라고 한다. 이것이 기본원칙일 수 없음을 깨달은 건 강의를 듣던 비장애인들 사이에 있던 한 시각장애인이 이렇게 말했을 때다. “아, 비장애인들에게는 그런 게 중요하군요.” 타인과 만날 때 그에게 예민해지는 감각은 청각이라고 했다. 목소리의 질감과 높낮이, 말투와 단어 선택이 주는 정보를 시각에 의존하는 나보다 더 많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언어장애나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과의 대화는 비장애인들의 세계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말과 글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가를 깨닫게 했다. 어떤 중증발달장애인과는 몇시간 대화를 하고도 ‘의미 있는’ 말을 채 몇장도 채우지 못했다. 정말로 곤란했던 건 내가 그의 세계에 얼마나 다가갔는지, 우리의 관계가 어떠한 것인지 가늠조차 매우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것이 아예 불가능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나를 더 부끄럽게 했다. 다른 세계 앞에서는 세계를 인식하고 관계 맺는 방식을 바꿔야 했다. 그러한 깨달음 이후 나와 다른 몸, 다른 감각을 지닌 사람,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일에 좀더 부지런해지려 애쓴다. 김성희의 만화 <똑같이 다르다>는 특수학급의 보조교사로 일하게 된 ‘나’의 이야기다. ‘나’는 “교실에 있을 때 아이들이 아니라 나 자신이 더 잘 보였다”고 말한다. 다른 존재를 만날 때 ‘나란 사람이 갖는 여러가지 선입견’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이 발견으로 ‘나’는 “이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지낸다는 건 무엇일까” 질문하기 시작한다. 한국에는 23만명이 넘는 발달장애인이 있다. 대다수 비장애인이 발달장애인과 동료 시민으로 살아가기 낯설어한다. 특수교육법 시행 후 14년이 흘렀지만, 통합교육은커녕 특수학교를 지어달라고 부모들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시설에서 살아가는 장애인이 3만명, 그중 8할이 발달장애인이다. 장애인이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안들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법안 통과를 위해 장애계가 여의도에서 농성투쟁에 나선 지도 300일이 넘었다. 이야기를 통해서라도 발달장애인들과 동료 시민 되기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김성희의 <똑같이 다르다>에 이어, 여기 발달장애인과 주변인들의 삶을 담은 만화를 몇편 소개한다. 장차현실의 <또리네 집>, 유영의 <열무와 알타리>, 한수자의 <우리는 핑퐁가족>, 네이버 베스트도전에서 연재 중인 노아의 <제제와 함께>는 모두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여성들이 그리는 가족 이야기다. 돌봄을 주로 여성들이 맡는 현실이 엿보인다. 김금숙의 그래픽노블 <준이 오빠>는 자전적 이야기는 아니지만 실화에 바탕을 뒀다. 픽션인 강풀의 <바보>, 이준의 <다정한 겨울> 등을 포함해도 언급할 작품이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 만화로 본 세상
- [취재 후]다시 만난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어머니(2020. 06. 19 15:24)
- 2020. 06. 19 15:24 사회
- 2년 전 봄. 하루 일을 마치고 청와대 인근에 있던 파란 천막을 찾았습니다. 그곳에 머리를 바싹 깎은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요구하며 삭발을 하고 농성을 이어가던 중이었습니다. 이날 8명의 특수교사가 힘을 보태기 위해 천막을 찾았고,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납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어머니는 20대 발달장애인 아들과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의무교육을 마친 발달장애인들이 낮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 달고 요구했습니다. “삭발만 4번째”라고도 했습니다. 10여 년 전, 부모들은 삭발로, 단식농성으로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요구했습니다. 특수교육 대상자가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적어도 학령기에는 갈 곳이 생긴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발달장애인의 삶이 눈에 띄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을 찾아 헤매야 합니다. 돌봄 책임은 온전히 가족의 몫으로 돌아옵니다. 어머니는 “우리 아들은 중증이 아닌데도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아들을 노동조합 조합원으로 만드는 게 그의 희망이었습니다. 부모들의 요구에 그해 9월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이 나왔습니다. 한 조각 희망이 생겼습니다. 어머니를 다시 만난 건 지난 6월 8일이었습니다. 며칠 전 세상을 떠난 ㄱ씨와 그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ㄱ씨는 코로나19 이후 복지시설이 폐쇄돼 자택에서 중증 발달장애인 아들을 홀로 돌봤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서비스는 제한적이었고 돌봄 부담은 컸습니다. ㄱ씨는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의 목숨도 끊었습니다. 이전부터 비슷한 일은 반복돼왔고, 지난 3월 제주에서도 있었습니다. 어머니에게 ㄱ씨는 부모운동을 함께하는 동지이자 언니였습니다. 그는 “삶을 나름대로 나눈 것 같은데 마음 깊숙한 자리까지는 알지 못했나 보다”라며 “황망함 속에서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습니다. ㄱ씨의 죽음은 발달장애인 지원책에 구멍이 크다는 것을 드러냈습니다. 사흘 뒤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은 또다시 청와대 앞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어머니는 이 자리에서 ‘언니’를 부르짖었고, 몸짓으로 추모했습니다. 2년 만에 생각지도 못하게 어머니를 다시 만난 것처럼, 언젠가 또 만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은 눈물 없는 자리였으면 좋겠습니다. 기쁨의 눈물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요. 활짝 웃을 수 있으면 더 좋고요.
- 취재 후
- [표지 이야기]실감하기 힘든 발달장애인 지원책(2020. 06. 12 13:00)
- 2020. 06. 12 13:00 사회
- ㆍ‘발달장애 국가책임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질적 서비스 뒷받침돼야 머리를 깎고 삼보일배를 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바람은 하나, 발달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의미 있는 낮시간 활동 지원, 노동할 권리 보장, 자립할 수 있는 토대 마련, 당사자의 독립적 결정을 지원하는 환경 조성, 가족 지원체계 수립 등을 요구했다. 여기에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정부는 응답했다. 2018년 9월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내놨다. 영·유아기 조기진단·관리체계 구축부터 중·노년기 지역사회 돌봄 인프라 확충까지 아울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모들의 지난 움직임을 언급하며 “그런 아픈 마음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따뜻하게 마음을 보여줬는지 반성이 든다”며 울먹였다. 정책은 있지만 각종 정책이 첫 삽을 떴다. 하지만 피부로 와닿는 변화는 미미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모들은 청와대 앞에 섰다. 외형적으로는 요구가 반영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였다. 국내에서 ‘발달장애’라는 말이 공식적으로 처음 등장한 건 1999년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다. 이때는 발달장애의 개념을 ‘자폐성장애’로 한정했다. 2007년 같은 법이 개정되면서 발달장애는 자폐성장애와 지적장애를 아우르게 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등록된 발달장애인은 24만1614명이다. 전체 등록장애인 중 발달장애인 비율은 2010년 7.0%, 2015년 8.5%, 2019년 9.2%로 꾸준히 느는 추세다. 발달장애인의 지원정책은 호소와 투쟁의 결과였다. 8년 전인 2012년 2월 전국장애인부모연대·한국장애인부모회 등 4개 단체는 발달장애인법제정추진연대를 출범했다. 한겨울 출범식에 참여한 한 부모는 말했다. “많은 장애부모는 돈도 없고 빽도 없어서 우리 아이를 끝까지 책임져줄 방법이 없다. 아무리 말로 떠들면 뭐하겠나. 이런 법밖에 믿을 게 없다고 생각한다.” 발달장애인법 제정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였다. 같은 해 5월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은 제19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2년 뒤인 2014년 4월에야 통과됐다. 용어가 생기고 법이 만들어진다고 삶이 나아지진 않았다. 약속했던 사업은 예산 부족으로 제자리를 맴돌았다. 후속계획도 마땅치 않았다. 정권이 바뀌었다.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 209명은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이던 2018년 4월 2일 청와대 인근에서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요구하며 삭발농성에 들어갔다. 다섯 달 뒤 정부가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모들은 또 한 번 기대를 걸었다. 지난해부터 만 18~65세의 성인 발달장애인이 낮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주간활동서비스가 시작됐다. 그동안 고등학교를 졸업한 발달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은 주간보호시설과 직업재활시설 정도밖에 없었다. 주간보호는 돌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간활동은 당사자의 욕구를 반영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에도 실질적 이행을 위한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지난해 시작한 주간활동서비스의 경우 발달장애인 1500명이 하루 4시간을 이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발했다. 올해는 4000명, 하루 4.5시간 수준으로 늘긴 했다. 상황에 따라 일일 2.5시간의 단축형, 6시간의 확장형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부모들이 바라는 ‘하루 8시간 보편적 시행’과는 거리가 멀다. 주간활동에 참여하면 가사·이동 등 일상생활을 돕는 지원활동서비스 시간이 일부 차감되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발달장애인법이 생기면서 17개 시·도에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생겼다. 법에 명시된 센터의 핵심 업무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개인별 지원계획의 수립’이다. 하지만 전담 인력이 부족하고 고용도 불안정하다. 개인별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실정이다. 가장 지원이 절실한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특화된 개별 서비스도 찾아보기 어렵다. 기관에선 개별 서비스를 할 여력이 없고, 중증 장애인은 배제되기 쉽다. 이들이 향할 곳은 집밖에 남지 않는다. 가족의 돌봄조차 받기 힘든 발달장애인은 외딴 시설로 간다. 노동이나 자립은 먼 얘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도 발달장애인 부모들과 같은 방향”이라며 “점차 지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발달장애인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많은 이들이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힘을 실으려고 하지만, 그것이 실제 발달장애인의 삶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한국장애인복지학회 회장인 백은령 총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발달장애인 지원정책이 확장되고 있지만,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토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나라가 다 키워주니 좋겠다’라는 말을 듣곤 한다. 속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아동기와 학령기에 집중된 발달장애인 지원체계를 성인기까지 확대해야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백 교수는 말한다. 가족에게 휴식을 지원하고 응급상황에서는 긴급보호의 기능으로 전환할 수 있는 단기적 돌봄서비스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가족이 지원하기 힘든 중·장년의 중증 발달장애인을 어떻게 살아가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발달장애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발달장애인 입장에서 그들의 요구를 잘 파악하고, 그에 맞춰 지원할 수 있을 것인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표지 이야기
레이디경향(총 3 건 검색)
- ‘발달장애’에 대해 우리 모두 알아야 할 몇 가지
- 2014. 07. 15 15:38 건강
- 어쩌면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 꼭 알아두어야 할 것들인데도 말이다.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우리의 이웃, ‘발달장애’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Part 1 발달장애아의 현실, 알고 있나요? 2013년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발달장애 인구는 19만1백63명으로 2008년 대비 약 3만 명이나 증가했다. 발달장애인은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을 말한다. 이들은 인지, 의사소통, 사회적 상호 능력이 부족해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유아기부터 성인이 돼서까지 가족과 주변인들의 보호와 지원이 꼭 필요하다. 1 부모들, ‘아이위해 하루라도 더 살고 싶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발달장애아의 부모들은 모두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내가 아파 쓰러지면 우리 애는 누가 돌봐주겠느냐’라는 생각 때문이다. 또 우울감을 호소하는 부모들도 많았다. 발달장애인 보호자의 우울 지수는 19.43%로 전체 국민의 우울 지수 6.27%의 3배가 넘었다. 발달장애 자녀에 대한 걱정을 24시간 놓을 수 없는 데다 생활 전반이 장애를 지닌 자녀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가족 구성원 간에 불화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발달장애아들은 기본적인 생활 기술 능력의 부족으로 혼자 힘으로 자립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이들의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염려와 함께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늘 긴장된 채 살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2 성인 되면 더 깊어지는 고민 발달장애를 지닌 자녀가 성인이 되면 부모들은 또 다른 고민으로 시름한다. 진로 문제 때문이다. 학교를 졸업한 발달장애아들이 직업을 갖는 경우는 많지 않다. 통계청의 2011년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 자료에 의하면 전체 국민의 취업자 비율이 60.1%인 데 비해 발달장애인의 취업 비율은 21.6%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장애인교육법에서는 최소 16세부터 개별화 교육계획에 장애 학생의 전환 서비스를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 중학교 과정 이상의 학생들에게 진로 및 직업교육을 지원할 것을 명시하고 있긴 하지만, 대다수 발달장애아 부모들은 정보 부족과 주변의 무관심, 지원 부족 등으로 인해 심각한 두려움을 경험하는 편이다. Tip 발달장애 아동 진로 계획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직업능력개발원 1588-1519, www.kead.or.kr 3 발달장애아와 비장애아의 거리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고 있는 한 초등학생의 엄마 최 모씨는 동네나 아이의 학교에서 발달장애 아동을 만났을 때 선뜻 다가가기가 어렵다고 했다. “나쁜 감정이 있는 건 아닌데 발달장애 아동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거나 돌발 행동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대다수 비장애인들은 발달장애인이 앓고 있는 질환의 특징이나 행동 특성에 대해 관심도 적고 잘 모르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교류를 피하게 되는데, 이는 발달장애 아동과 그 부모들에게 또 다른 상처로 남을 수 있다. 발달장애 아동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 행동을 보인다. 사회성, 의사소통 기술, 일반적 적응 기술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 아동들은 사랑받고 싶다는 표현, 주어진 과제를 하기 싫다는 표현, 기다리는 게 지루하다는 표현 등을 주변인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알리는 것이 어렵다. 그렇다 보니 비장애인이 보기에는 다소 공격적이거나 산만해 보이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말을 하지 못하는 갓난아이가 ‘울음’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것처럼 발달장애 아동들도 표현이 어려워 나타내는 행동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문제 행동의 이유가 다양한 만큼 문제 행동의 예방과 중재법도 여러 가지라고 말한다. 첫째, 문제 행동의 배경 원인을 최대한 해결하는 것. 둘째, 문제 행동을 유발하는 요인(예: 관심 끌기, 회피, 감각 조절, 무료함 등)을 알아내 문제 행동을 하지 않고도 자신의 요구를 충족시키거나 표현할 수 있게 해 문제 행동을 예방하는 것. 셋째, 문제 행동에 대한 주변인의 대응 방식을 효과적이고 일관성 있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문제 행동의 반복을 줄이려면 가족 구성원들이 문제 행동에 대한 일관된 반응을 보여야 한다. 관심을 끌기 위해 큰 소리를 지르고 거실 바닥을 구르는 문제 행동을 할 때는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문제 행동을 멈추고 일어나 앉아 TV를 보거나 “물 주세요”라고 말할 때 모두 달려와 물도 주고 TV 내용도 언급해주는 등의 관심을 보이면 아동은 문제 행동 대신 뭔가를 달라고 요구하는 행동, 바르게 앉아 TV를 보는 행동이 더 효과적임을 배운다. 물론 문제 행동을 보일 때 모른 척하거나 아동과 약속했던 바를 끝까지 관철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가족 모두가 일관된 반응을 약속하고 다시 모여 그 효과를 점검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과정은 발달장애 아동과 그 주변인들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 Part 2 발달장애아 가족들의 현재 고민은?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공신력 있는 단체로 장애 아동을 위한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정부 정책과 관련 정보를 모아놓은 곳이다. 발달장애아를 더욱 잘 이해하고 싶은 가족들과 주변인들을 위해 이곳에 접수된 다양한 분야별 고민과 전문가들의 해결책을 소개한다. 고민 1 부모교육 발달장애 자녀의 문제 해결 능력, 의사 결정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일상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일까? 인지 능력에 제한이 있는 발달장애아의 문제 해결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을 증진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일찍부터 선택 결정에 대한 기회를 늘리고 자율성을 강조하는 환경과 지원이 주어진다면 자기 결정 능력이 발달할 수 있다. 먼저 제한된 범위 안에서 효과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을 훈련한다. 예를 들어 옷을 입을 때 “노란 옷을 입을까? 파란 옷을 입을까?”, “강아지 그림이 있는 신발을 신을까? 삐약삐약 소리 나는 신발을 신을까?” 등의 질문을 해서 평상시 사소한 것이라도 충분히 선택할 기회를 준다. 또 자녀에게 사진이나 그림 등을 활용해 본인이 선택한 것이 맞는지에 대해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한다. 오늘 하루 목표를 무엇으로 세울지 물어보고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질을 한다’, ‘놀이터에 갔다 와서 신발을 신발장 안에 넣는다’라는 목표를 세웠다면, 이를 지켰을때 많은 격려와 칭찬을 해줘서 성취감을 일깨워주는 것도 좋다. 고민 2 친구 관계 학교에서 아이를 괴롭히는 친구가 있다. 해결 방법은 없을까? 담당 교사와 빨리 상담을 해야 한다. 특히 의사 전달이 어려운 편이니 담당 선생님들과 적극적으로 의논해서 관찰을 시작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내 아이의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대처가 가능한 이는 바로 교사임을 잊지 말자. 장기적으로는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연습시키는 것이 좋다. 친구들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와 사회성, 의사소통 기술을 가르친다. 그림을 보고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실제 상황에서 또래 아동들과 연습시킨다. 사회성 향상을 위해서는 또래(타인)의 의도와 감정을 지각할 수 있도록 접촉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초보적 관계를 형성해가야 한다. 또래 친구와 달리기를 하거나 공 굴리기, 공 던져서 주고받기 등을 통해 시선을 맞추고 공감하거나 감정을 나누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자주 제공하자. 고민 3 형제자매 관계 비장애 자녀에게 장애 자녀의 장애에 대해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부모들은 흔히 장애 자녀의 진단명을 입 밖에 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비장애 자녀들은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장애를 지닌 형제자매의 진단명을 듣게 되니 그 전에 부모가 자연스럽게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부모가 진단명을 사용하지 않으면, 비장애 자녀들은 오히려 장애에 대해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것으로 여겨 더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 또 형제자매의 장애에 관련한 모든 궁금증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비장애 자녀들은 부모가 장애 자녀에 대한 질문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강하다고 생각될 때 형제자매의 장애 관련 질문을 한다고 한다. 부모가 아직 감정이 정리되지 않았다면 다른 가족 구성원이나 전문가가 대신 장애 형제자매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도 좋다. 고민 4 직업 문제 아이가 성장하면 자립도 생각해야 할 텐데, 지적장애 성인들이 할 수 있는 일(직업)엔 어떤 것이 있을까? 다른 장애 유형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잘하는 영역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러한 다양한 가능성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지적장애가 심한 경우 보호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사례가 많다. 또 보호작업장에서 근무하는 경우 단순 조립이 주를 이루는 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회적 기업 등이 많아지면서 제과제빵이나 바리스타, 천연 비누 만들기 등 업종이 다양해지고 있다. 장애인 지원 고용을 통해 대형 마트 등에서 물건 정리를 담당하기도 하고, 대형 외식업체에서 청소, 재료 다듬기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거나 한 가지 업무를 계속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는 것이 적합하다. Tip 아이가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발달장애 검사가 필요하다 운동 발달이 늦는 경우 생후 4개월이 지나도 목 가누기가 완전치 않거나, 생후 10개월까지 기지 못하거나, 생후 18개월이 돼도 혼자 잘 걷지 못하면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소아재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말을 잘 못하는 경우 생후 24개월 이후에 말은 잘하지 못하지만 말귀는 잘 알아듣는다면 생후 36개월까지 기다릴 수 있다. 그러나 생후 24개월경에 ‘엄마’, ‘아빠’도 하지 못하고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면서 떼가 너무 심하다면 검사가 필요하다. 상호작용이 어려운 경우 유아들은 생후 6개월 후부터 부모와 눈 맞춤을 통해 감정을 주고받는다. 9~14개월경에는 손가락으로 타인의 주의를 끌기 위한 행동을 보인다. 또 다양한 모방 놀이를 통해 양육자와의 관계를 발달시켜 나간다. 이와 같은 조기 사회성 행동이 전반적으로 부족하고, 사람보다 장난감에 주의를 집중하거나 특정한 분야에 비정상적으로 지나친 관심을 보이며, 변화에 대해 강한 저항을 보이는 등의 이상 행동이 보인다면 검사를 받아보자. Tip 김선경 부소장이 알려주는 유전자 및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발달 질환 윌리엄스증후군 유전자 결손에 의한 질환으로 태어나기 전 진단이 가능하다. 후세에는 유전되지 않는다. 윌리엄스증후군 환자는 보통 경도 혹은 중등도의 지적장애 진단을 받고 지능이 일반인에 비해 낮다. 읽고 쓰는 능력, 수학적 능력이 떨어지는 편인 데 반해 말을 유창하게 하고 얼굴을 잘 기억한다. 집중하는 시간은 짧으나 음악을 잘 듣고 악기 연주에도 소질을 보인다. 악보는 못 읽지만 멜로디는 잘 기억한다. 심장질환 외에 요정처럼 보이는 외모와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 잠을 잘 자지 않고 민감하며 커가면서 쉰 목소리를 내고 걷는 것이 기묘하며, 이 같은 특징은 평생 지속된다. 다운증후군 염색체 이상으로 생기는 선척적 기형 증후군이다. 특이한 얼굴 모양, 선천성 심장 기형, 지능 저하, 정신 발달 지연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7백~8백 명당 1명꼴로 나타난다. 원인은 방사선, 약물, 바이러스, 전염병 등 여러 추측이 있지만 명확하게 판정된 것은 없다. 지금까지는 산모의 연령이 대체로 높다는 것이 그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프래더윌리증후군 15번 염색체에 유전자 이상이 발생해 시상하부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수유 곤란, 발달장애, 지능장애, 작은 손발, 저신장, 성장호르몬 결핍증, 비만, 당뇨병 등이 나타난다. 2, 3세경이 되면 식욕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먹는 양이 늘고 음식에 대한 욕구가 매우 강해진다. 지능장애와 행동장애가 잘 발생해 양육하기 매우 어려운 질환이며, 소아 시기 동안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비만에 따른 각종 증상(수면 무호흡, 호흡곤란, 수면장애, 당뇨병, 고혈압)이 발생하므로 식이요법이 꼭 필요하다. 페닐케톤뇨증(PKU) 출산 후 혈액검사만 해도 진단이 가능한데, 간혹 그 검사를 생략해 아이가 생후 1년쯤 지나 내원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에는 선천성 대사 이상 선발 검사에서 확진이 되는데, 치료가 늦어지면 신경 손상 증상이 나타난다. 단백질 속의 특정 물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 생기는 대사 이상 장애다. 출생시에 나타나는 증상이 없다. 모유나 분유를 먹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먹는 양이 줄고, 잘 토하며, 피부에 습진이 생기고, 모발이 연갈색을 띠게 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생후 1년이 돼도 치료를 받지 못하면 IQ는 50 미만으로 저하된다. 지능 저하가 발생하면 3분의 2는 잘 걷지 못하고 근육 관절이 뻣뻣해지며 손을 떨거나 이상 행동을 반복한다. 그러나 생후 1개월 내에 치료하면 이런 증상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Mini Interview “정부가 지원하는 무료 부모교육 · 상담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세요” 김선경(이화여자대학교 발달장애아동센터 부소장) 제 아이는 윌리엄스증후군을 앓고 있어요. 생후 5개월 때 진단받았고요. 일반학교의 특수반을 다니고 있습니다. 걷는 것도 불편하고, 입도 한쪽으로 돌아가 있습니다. 지능도 보통 아이들보다 많이 낮습니다. 현재 19세인데 쓰기와 읽기를 모두 못합니다. 전문 지식이 없어서인지 딸을 키우면서 많이 답답합니다. 제가 아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주는 것이 좋을까요? (애독자 엽서 사연) 자녀가 곧 성인이 되는 만큼 성인으로서 자기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일상생활 기술과 같은 기본적인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급선무로 보입니다. 옷을 단정하게 입는 일부터 옷을 손질하고 보관하는 일, 청소기로 방을 청소하는 일과 같은 자기 관리 기술들을 단계별로 세분화해 반복적으로 연습하게 하세요. 또 버스나 지하철 이용하기, 마트, 미용실, 병원 등 지역 사회를 이용하는 방법 등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가르쳐야 자녀가 더욱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됩니다. 지역 사회에서 보호작업장과 같이 장애 성인이 일을 하고 있는 곳을 미리 방문해보고 자녀가 직업을 갖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자녀가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친구 모임을 만들어주거나 여가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들도 지금부터 알아보고 준비해주세요. 발달장애 딸과 비장애 아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입니다. 그런데 남동생이 발달장애 누나를 창피해하고, 점점 학교나 집에서 반항적으로 행동합니다. (애독자 엽서 사연)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는 경우 부모들은 많은 시간을 이 자녀의 치료에 쏟으면서 의도치 않게 비장애 자녀에게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장애 형제자매로 인해 소외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비장애 자녀와 일정한 시간을 내 충분히 집중하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누나가 어떤 장애를 가졌는지,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부모님이 좋은 롤모델이 돼야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장애 형제자매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고 배웁니다. 장애 아이를 둔 가족끼리 모임을 가지면서 같은 처지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게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요즘은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치료센터들이 많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까요? 지역별로 아동의 발달을 도울 수 있는 센터들이 많습니다. 그중 공신력을 갖춘 기관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치료가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편이므로 우선 집에서 가까운 기관 중에서 찾는 것도 방법입니다. 센터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를 담당하는 전문가의 역량입니다. 치료 분야별로 언어병리학과, 심리학과, 특수교육학과 등을 전공한 전문 치료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언어치료, 특수교육, 심리치료, 감각통합치료 등 장애 아동의 치료에 필요한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통합적으로 아동을 진단하고 협력적으로 치료교육을 할 수 있는 기관이 교육 효과를 보다 높일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센터에 주로 어떤 아이들이 와서 치료를 받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많은 질환은 무엇이며, 어떤 아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인지요? 이화여대 발달장애아동센터에 내원하는 아동들은 발달 지연 문제를 주로 호소합니다. 크게 자폐 범주성 장애, 지적 장애, 의사소통 장애로 나뉘는데, 만 3세 이전에 시작하는 조기교육과 조기 중재는 대부분의 장애 아동에게 효과를 보입니다. 센터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아이들을 치료하나요? 크게 특수교육, 심리치료,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가 있으며 각 치료마다 아동의 발달 프로파일에 따른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특수교육 영역에서는 발달 놀이, 사회성 인지치료, 언어성·비언어성 학습 장애 치료와 같은 개별 프로그램과 자연적 ABA(응용행동분석) 그룹, 일반 유치원으로의 통합을 지원하는 그룹, 사회성 그룹과 같은 소그룹 프로그램을 실시합니다. 소아청소년정신과에서 자폐 범주성 장애로 진단받고 저희 센터를 찾은 3세 여아의 경우, 5년간 특수교육 및 언어치료 등 발달 단계에 따라 필요한 치료를 꾸준히 받고, 장애 아동 통합 어린이집을 다니며 센터와 어린이집 교사의 협력을 통해 아동의 어려움에 대해 적극적으로 중재를 해나갔습니다. 증세가 많이 호전된 이 아이는 현재 일반 초등학교에 진학해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자녀의 부모들은 자신의 생활이 거의 없이 아이를 돌보는 데만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스트레스, 우울증을 호소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발달장애아 부모들의 심리적 건강을 위한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많은 부모들이 양육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심리적으로 상당한 중압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합니다. 혼자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주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해보세요. 특히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하는 바우처 제도를 적극 추천합니다. 거주지의 구청에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고, 바우처 제도를 통해 전문가에게 심리상담을 받거나 부모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효과적인 양육 방법을 배울 수 있어 큰 도움이 됩니다. 보통 심리 상담을 한 번 받으면 50분 정도에 7, 8만원을 내야 하지만, 이 제도를 통하면 5천원가량으로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적습니다. Tip 보건복지부 발달장애인 부모 심리상담 & 발달 재활 서비스 1. 발달장애인 부모 심리상담: 돌봄 부담이 과중한 발달장애인 부모에게 전문 심리·정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심리적 안정감을 갖도록 돕는 서비스. 개별 심리 상담을 1인당 6개월간 제공한다. 전국가구 평균소득 100%이하이며 장애인복지법상 지적․자폐성 장애인 자녀의 부모, 중복 장애로 지적․자폐성 장애를 가진 자녀의 부모가 대상이다. (상세 문의: 주소지 읍․면․동 주민센터 또는 보건복지콜센터 ☎ 129) 2. 발달재활서비스: 정신적ㆍ감각적 장애아동의 인지, 의사소통, 적응행동, 감각·운동 등의 기능 향상과 행동 발달을 위한 적절한 발달재활서비스를 지원한다. 만 18세 미만의 뇌병변, 지적, 자폐성, 청각, 언어, 시각 장애 아동 대상이며 언어, 청능(聽能), 미술, 음악, 행동, 놀이, 심리 등 발달재활서비스를 제공한다. 전국가구 평균소득의 150% 이하인 가구로 단, 장애아 2명 이상 가구, 부모 중 1명 이상이 중증장애인(1,2급 및 3급 중복장애) 가정은 소득기준이 전국가구평균소득 150%를 초과하는 경우라도 시ㆍ군ㆍ구청장이 인정하는 경우 예산범위 내에서 지원 가능하다. 장애 조기 발견 및 발달진단서비스 중재를 위한 부모 상담 서비스 등도 지원하니 아이에게서 이상이 의심된다면 이 제도를 활용해 검사를 받아보자. (상세 문의: 관할보건소 또는 보건복지콜센터 ☎ 129)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정성민(프리랜서) ■사진 / 김정원, 장태규(프리랜서) ■도움말 / 김선경(이화여자대학교 발달장애센터 부소장),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인포그래픽 제공 /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한국장애인개발원>
- 발달장애 아들 ‘승훈’이를 위한 이상우의 순애보
- 2008. 01. 09 연예
- 얼마 전 방송된 KBS-2TV ‘인간극장’을 통해 발달장애 아들과의 삶을 공개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이상우. 아들을 통해 ‘감사’의 의미를 깨달았기에 더 이상의 절망은 없다. 그는 요즘 아들이 봉사 활동을 하며 살 수 있는 복지센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아들 향한 아버지의 끝없는 사랑 이야기.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자신감 얻은 승훈이 승훈이에게 촬영한 장면을 보여주는 이상우.인터뷰 당일, 이상우(45)는 약속 시간을 1시간만 늦췄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했다. 오후 3시경, 그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다. 그는 “주말 내내 꼼짝 앉고 아이들을 보기 때문에 월요일이 되면 체력적으로 아주 힘들다”며 “약속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주말 동안 아이를 돌보는 일은 전적으로 이상우의 몫이다. 평일, 자신이 없는 동안 아이들을 돌보느라 힘들었을 아내를 위한 배려다. “주말 동안만이라도 아내가 쉴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그렇다고 아내를 위해 특별히 무언가를 하는 건 아니고, 아이들을 데리고 목욕탕에 가거나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곤 해요. 그 시간만이라도 아내가 편하게 잠 좀 자라고요.” 이상우는 슬하에 두 아들을 두었다. 발달장애를 가진 승훈(14)이와 32개월 된 도훈(3)이다. 요즘 들어 “도훈이가 생떼를 너무 부려요. ‘안 들어줄 거야’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어요. 아이들이 그렇게 떼를 부릴 때는 ‘안 돼! 그렇게 해도 아무 소용없어!’라고 단호하게 말한 뒤 아이가 제 풀에 지쳐 포기할 때까지 내버려둬야 해요. 화를 내거나 때리면 역효과를 내거든요. 두서너 번 그렇게 단호하게 얘기하면 다음부턴 떼를 안 써요. 예전에 EBS-TV ‘대발견 아이Q’를 진행했었는데, 그 덕에 ‘육아 박사’ 다됐어요(웃음).” 지난 9월, 이상우는 KBS-2TV ‘인간극장’을 통해 승훈이와의 삶을 공개했다. 이상우가 2007년을 잊을 수 없는 해로 꼽는 가장 큰 이유다. “방송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참 많이 망설였어요. 발달장애 아들이 있다는 걸 숨기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떠벌릴 일도 아니잖아요. ‘방송이 나간 뒤 승훈이와 아내가 힘들어지면 어떻게 하나’란 생각에 쉽게 결정을 못 내리겠더라고요. 또, 저처럼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다른 부모들에게 혹시 누가 되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신경이 많이 쓰였죠.” 방송이 나간 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사연을 접한 시청자들의 응원과 격려가 물밀 듯이 쏟아진 것이다.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힘이 됐다. “지금은 ‘인간극장’에 출연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승훈이는 자신을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는 사람들 덕에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아내 역시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에 큰 힘을 얻었다고 해요.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이전보다 당당해진 것도 값진 수확이에요. 예전에는 ‘쉬쉬’ 하고 숨기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도훈이 돌 사진을 찍으러 갔던 날, 온 가족이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었다.방송이 승훈이와 아내, 발달장애아 부모들에겐 큰 힘이 됐지만 정작 이상우 본인에게는 아직까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세상에 없는 착한 아빠, 남편’으로 비쳐져 민망하다는 것.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저보다 더 고생하고 열심히 사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께 누가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승훈이가 수영을 그만했으면하는 바람 아내 생각하면 말리지 못해 방송에서 환하게 웃던 승훈이는 잘 지내고 있다. 언어치료 중심의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수영도 열심이다. “발달장애아는 발달 속도가 보통 아이들보다 많이 느린 아이들을 말해요. 신발 신는 걸 익히는 데만 2개월이 걸리고, 윗도리를 입는 데 6개월, 대소변을 가리는 데 1년이 걸리기도 하죠. 발달장애아들끼리도 워낙 차이가 커서 치료법을 찾는 것도, 치료하기도 어려운 실정이에요. 승훈이는 언어가 늦어서 전반적으로 모든 발달이 늦어진 경우예요. 태어난 지 30개월이 지나도록 말을 못하던 승훈이가 드디어 말이 트여 ‘아빠’라고 했을 때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죠.” 승훈이는 전국 대회 상위권에 드는 수영 유망주다. 집중력을 높이는 재활훈련의 하나로 선택한 게 수영이었다. 지난 8월에는 비장애인과 겨룬 전국 대회에서 예선 2위, 본선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예선과 본선을 하루에 다 하는 바람에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못 낸 것 같아요. 너무 아쉬웠죠. 승훈이는 ‘2등’ ‘4등’의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니까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지만요.” 수영 얘기를 하다 보니 문득 최근 방영되고 있는 승훈이의 CF가 생각났다. 승훈이는 ‘세상을 바꾸는 스포츠’라는 모토의 스포츠토토 공익 캠페인을 촬영했다. 누구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줄 알았던 아들이 수영을 통해 자신을 되찾아간다는 내용의 CF다. 사실 이상우는 승훈이가 수영 하는 게 달갑지 않다. 승훈이와 아내가 수영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는 생각에서다. 승훈이는 현재 아침, 저녁으로 두 시간씩 하루 총 4시간을 수영장에서 보내고 있다. 하루 2시간, 운동하는 수준으로만 수영을 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어떤 분들은 ‘승훈이가 수영에 소질이 있어서 좋겠다’고 해요. 제 생각에는 승훈이가 수영에 소질이 있다기보다 아내가 집요하게 시켜서 잘하게 된 것 같아요. 솔직히 고백하건데, 그 부분에서 아내와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어요. 영화 ‘말아톤’에서 보면 초원이에게 무리해서 마라톤을 시키는 초원이 엄마를 두고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하잖아요. 그때 초원이 엄마가 이런 말을 해요. ‘그거라도 없으면 나는 버틸 수 없다’고. 아내도 그런 거예요. 수영장에서만큼은 승훈이가 최고니까요. 아내의 마음을 생각하면 더 이상 말리지도 못하겠어요.”보통의 아이들과 조금 다른 것일 뿐! 장애아를 보는 시선 바뀌어야 승훈이가 발달장애아임을 알고 난 뒤 그는 폐인처럼 지냈다. 시간이 약이었다. 3년 정도 지난 뒤 ‘내 인생에 보통의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아들이 있는 거구나’ 하고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됐다. “승훈이를 중심으로 가족이 똘똘 뭉치게 됐어요. 그걸 생각하면 감사하죠. 승훈이를 통해 ‘감사’의 의미를 깨달은 거예요. 저와 비슷한 상황에서 감사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면 아이를 버리거나 부부가 이혼하게 되죠.” 이상우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장애인을 둔 부모들에게 “너무 안됐어요” “고생 많으시죠”라고 말하는 건 그들을 위한 배려가 아니다. 그는 여느 사람들과 같이 그저 평범하게 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장애아는 말 그대로 장애가 있는 아이일 뿐이에요. 보통 아이들과 조금 다르게 태어났다고 해서 그들을 ‘비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장애아들도 엄연히 ‘정상’임을 기억해주세요. 소아마비로 태어난 아이를 보면 그 아이가 불행할 것 같죠? 그렇지 않아요. 그 아이는 단지 불편할 뿐이거든요.” 이상우는 인터뷰 중간 중간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여러 번 표현했다. 무남독녀 외동딸로 태어나 편하게만 살아온 아내가 승훈이를 돌보느라 고생하는 걸 보면 그저 애틋하기만 하다. “결혼한 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부부 사이가 신혼 때처럼 마냥 좋지는 않잖아요. 2~3년이 지나면서 그렇더라고요. 그러다가 승훈이가 발달장애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승훈이를 끌어안고 노력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죠. 승훈이는 막내인 저와 무남독녀 외동딸인 아내를 성숙하게 만들었어요. 제가 승훈이를 ‘스승 같은 아들’이라고 하는 이유죠.” 두 아들이 잠든 뒤 아내와 함께 맥주를 마시는 게 부부의 유일한 데이트 시간이다. 전에는 승훈이를 잠시 맡기고 영화를 보거나 외식을 하곤 했지만 도훈이가 태어난 뒤로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2008년에는 아내를 위한 시간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이제 곧 승훈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는데, 그렇게 되면 학교, 교육센터, 수영장 등 승훈이의 스케줄이 조금 더 늘어날 거예요. 그만큼 아내는 시간을 좀 벌 수 있겠죠.”승훈이가 봉사활동 하면서 살 수 있는 복지센터 만들 예정 이상우는 그동안 의류사업을 비롯해 놀이 교육사업, IT 벤처기업 투자, 엔터테인먼트 사업까지 다양한 사업을 했다. 아들을 뒷바라지하려면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가수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공연문화사업과 복지센터 설립에 관한 일만 하고 있다. “발달장애아를 위한 복지센터를 설립할 거예요. 발달장애아들의 교육과 재활치료를 할 수 있는 곳이죠.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언젠가는 꼭 복지센터를 설립하리라 다짐했어요. 저처럼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거든요. 지금까지 번 돈과 앞으로 벌 모든 돈을 이 센터에 쏟을 거예요. 그곳에서 승훈이가 어린아이들을 보살펴주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평생 그렇게 살면 더 바랄 게 없죠.” 이상우는 승훈이의 먼 미래까지 내다보고 복지센터 설립을 마음먹었다. “승훈이의 미래가 제대로 그려져 있지 않으면 눈 감고 죽을 수 없을 것”이라는 그의 말이 마음을 울렸다. “2008년에 잘 지어서 늦어도 2009년에는 복지센터를 오픈할 거예요. 그 준비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게 있어요. 회원제 문화 서비스인 ‘컬처 엠(Culture M) 콘서트’예요.” 컬처 엠 콘서트는 국내외 정상급 아티스트의 공연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2008년 2월부터 시작될 이 공연은 콘서트와 뮤지컬, 연극 등 10여 개 공연 중에서 2개 혹은 4개를 선택해 관람할 수 있다. 2개의 공연은 12만8천원, 4개의 공연은 18만7천원에 관람할 수 있으며, 동반 1인은 무료다. 공연은 2월 SG워너비의 콘서트를 시작으로 3월 빅마마, 8월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10월 뮤지컬 ‘시카고’, 11월 윤도현 밴드, 12월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 등이 기획됐다. 공연 수익금은 모두 발달장애아를 위한 복지센터 건립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상우’ 하면 사업가가 아닌 가수 이상우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TV에 나와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을 부르던 그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가수로서 다시 무대에 서는 일은 언제쯤이냐”고 묻자 “복지센터를 건립하고 난 뒤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음반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상우에겐 승훈이와 복지센터 건립이 최우선이다. 아니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무언가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 아들 승훈이를 향한 이상우의 사랑은 위대함 그 자체다. 컬처 M 콘서트 문의 1588-5848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 가족 사랑으로 발달장애 극복하고 이를 전하는 김일권 목사
- 2007. 10. 16 화제
- 김일권 목사. 한국 특수요육원의 원장이자 상담학 박사인 그는 방송 및 언론, 저서를 통해 세간에 알려진 발달장애 전문가다. 발달장애란, 발달시기에 각종 감각의 발달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못해 사회성이 결핍되는 장애를 일컫는 것. 통상 언어장애와 함께 과잉행동장애등의 증상을 보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폐증은 발달장애의 일부분이라고 한다. 내 아이를 내 손으로 치료하겠다는 일념으로 연구 시작 본업인 목회 일조차 젖혀두고 장애아 치료와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김일권 목사가 ‘발달장애’와 첫 인연을 맺은 건 27년 전, 첫딸 승이가 황달로 인한 뇌성마비 증세를 보이면서부터. “1981년, 딸 승이가 태어난 지 3일 만에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어요. 하지만 모든 병원에서 제 딸의 치료를 거부했죠. 의사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질병을 다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저에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아이를 내 손으로 치료하겠다는 일념으로 뇌성마비와 발달장애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직접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김 목사. 특수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던 당시, 국내에서는 자료를 구하기 어려워 외국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온 신경을 쏟았다. 관련 서적을 사다 나르고 원서를 밤새워 읽으며 물리치료, 심리치료, 언어치료 등 수많은 이론을 독학, 직접 치료 프로그램을 짰다. 심지어 전국을 발로 뛰며 교수들이 발표하는 학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기까지 했다. 그러한 그의 노력이 알려지면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장애아의 부모들은 김 목사의 곁에 모여들었고 치료에 대한 자문을 구해왔다. 그때부터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알려주고 학부모들과 정보를 나누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러 ‘한국 특수요육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발전하고 있는 것. 이곳에서는 모두 14명의 교사가 교사 1명당 2명의 발달장애아동을 맡아 교육치료하고 있다. 둘째 딸인 승언씨도 아동복지학과를 졸업하고 김 목사와 함께 장애아동을 위해 일하고 있단다. “승이가 또래 친구들의 놀림과 구박을 받을 때마다 연년생 동생 승언이가 언니의 대변인이자 보호자 역할을 자처했어요. 논문을 읽어보니 장애아의 형제자매는 부모의 3배 이상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던데, 씩씩한 승언이는 고맙게도 언니와 우애 있게 잘 커주었어요.” 승이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시를 쓰고 고1때 시집을 냈으며 고3때는 문단에 등단하며 문학 쪽에 강한 소질을 나타냈다. 김 목사가 발달장애 연구를 시작한 것이 딸의 뇌성마비 치료를 위해서였다면, 사회교육원 문예창작과에 등록을 하고, 아동문학가로 등단하게 된 것은 시 짓는 딸과 교감하기 위함이었다고. 아버지의 그칠 줄 모르는 애정 덕분이었을까. 승이씨는 발음이 부정확하고 손 떨림이 있지만 비교적 건강하게 성장했다. “대학에 입학한 승이가 우울증에 걸리면서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어요. 처음에는 그저 ‘뒤늦게 사춘기가 왔나’ 했는데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좋아하던 책도 안 읽으려 하고 자꾸만 사람을 피하려고만 하더군요.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었습니다. 승이를 약물치료하면서 저는 상담학 박사 과정에 등록했습니다 .” 다행스럽게도 상담학 박사 과정을 통해 김 목사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동안 혼자 연구했던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와중에 승이씨는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고 현재 드라마 작가를 준비 중이다. 어머니와 아이의 정서적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해 뇌성마비인 승이씨를 포함해 발달장애아동을 대하면서 김일권 목사가 가장 많이 내려온 처방은 ‘껴안기 요법(Holding Theraphy)’이다. 김 목사가 영화를 보고 힌트를 얻어 응용한 것으로 발달장애아를 5분가량 꼭 껴안아주면 정서적인 안정과 행동 수정에 큰 도움이 된다는 치료 요법. “몸과 몸이 접촉하는 것은 체감의 원리입니다. 괴성을 지르고 온갖 난폭한 행동을 하던 아이도 같이 뒹굴고 속삭여주고 안아주면 스르르 긴장이 풀리게 돼요. 어머니가 두려워하면 그 불안과 공포가 전해져 아이는 더욱 자기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게 되죠.” 그간 수백 명의 발달장애아동을 대하면서 이제는 아이의 표정만 봐도 자신을 ‘꼬집을지, 물지, 할퀼지 ’예상할 수 있다는 김 목사는 껴안기 요법을 통해 발달장애아 치료에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볼 수 있었다고. 발달장애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 무엇보다 어머니와 아이의 정서적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는 가족이 함께할 시간이 부족한 요즘 세태가 안타깝다. 아이는 출생 후 첫 대인관계 대상을 어머니로 생각하는데 고작해야 출산 휴가 2개월 후면 직장으로 돌아가는 어머니와는 아이가 충분한 감정교류를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발달과정에 있어 생후 30개월 이전은 몹시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발달장애 예방을 위해서라도 산후휴가는 법적으로 대폭 늘어나야 할 것입니다. 어머니와 아이의 감정적 상호작용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학습되니까요.” 김 목사는 맞벌이 부부와 모성 부재의 가정이 늘어나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의 발달과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따라서 발달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부모와 아이가 몸으로 접촉하는 생활을 해야 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아이들이 흙냄새를 접촉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 그리고 TV와 컴퓨터 등을 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머니는 가급적 아이들과 장시간 놀아주면서 상호작용을 하고, TV를 안 보는 대신 자녀와 함께 사물을 관찰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취학 전 아동은 과열된 조기교육이 아니라 건강한 자아를 만드는 데 교육의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타인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회적 자아도 함께 형성될 수 있단다. 이런 그의 신념에서 출발한 ‘자연요육원’은 1993년, 한국 특수요육원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5천 평의 큰 규모로 형성됐다. 아파트 환경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유해 물질과 유해 환경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동물들과 어울릴 수 있게 해놓은 곳이란다. 발달장애아는 신체적 감각이 발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요육원 안에는 효과적이고 새로운 자극을 주기 위한 프로그램이 4명의 교사와 함께 준비되어 있다. “정서적인 욕구 충족 없이 공부만 시킨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부모와 자녀, 부부간에 사랑과 스킨십을 더 많이 행해야 합니다. 아이는 가족을 통해 인간관계를 시작하고 기본 행동양식을 설정하게 되니까요. 사랑을 통해 부모와 가정의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아이의 긍정적 자아를 형성하는 지름길 아닐까요.” 팔방미인인 김 목사의 다음 프로젝트는 어린이를 위한 뮤지컬의 대본을 쓰는 것. 아들이 자폐아인 이충영 감독의 애니메이션 ‘트리팡 파이터’의 제작자였던 그는 작품의 내용을 보강해 뮤지컬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승언이가 언니와 함께 안양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에요. 하루는 승언이가 몸이 아파 학교를 못 가게 됐는데 승이가 수업이 끝난 지 한참 만에 집에 왔어요 . 알고 보니 친구들의 놀림을 피하려고 담벼락과 전봇대 뒤에 숨어 가까운 길을 하염없이 돌아온 거였어요. 극중에서 승언이는 그런 언니에 대한 울분 때문에 파이터가 되는 설정이에요.” 뇌성마비 딸의 치료를 위해 발달장애 연구를 하고, 상담학 박사 학위를 따고, 아동문학가가 된 김일권 목사. 가족에 대한 사랑을 원동력으로 하는 그의 노력과 정성이 이제 더 많은 장애아동들과 함께하길 바란다. ■ 기획 / 장회정 기자 ■ 글 / 곽소경(자유기고가) ■사진 /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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