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373 건 검색)
- 워싱턴에서 베를린까지, 전세계 교민들도 탄핵 야광봉 들었다
- 2024. 12. 14 11:37정치
- ... 했다. 독일 베를린에서도 비상계엄 선언을 규탄하며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저녁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 파리광장에는 독일 교민과 유학생 등 약 400명이 모였다. 이들은 크리스마스...
- 탄핵 촉구 집회교민워싱턴촛불행동재영한인촛불집회탄핵, 국내외 영향
- [책과 삶] 비밀스러운 연애…그리고 찾아온 베를린 장벽 붕괴
- 2024. 12. 05 20:11문화
- ... 부문을 수상하며 더욱 이름을 알렸다. 그는 <카이로스>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를 전후로 동베를린 여성과 남성의 6년간에 걸친 사랑을 들려준다. 세상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사랑은 아니다....
- 책과 삶
-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 내한 공연 열린다
- 2024. 11. 10 10:58문화
- ... 내한 공연을 펼친다. 한화클래식은 올해 기획 공연으로 이들의 공연을 준비했다. 1982년 동베를린에서 설립된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는 독일의 정상급 고음악 연주 단체다. 올해 설립 75주년을...
- LG전자, 베를린 도로 위 ‘교통안전 솔루션’
- 2024. 10. 27 20:35경제
- ... ‘소프트 V2X’를 체험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지난 21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글로벌 차량통신 연합체 ‘5GAA(5G Automotive Association)’ 회의에 참가해 미래...
스포츠경향(총 300 건 검색)
- 베를린에서 만난 ‘음색 퀸’ 민지운
- 2024. 12. 11 11:15 연예
- 크루셜라이즈 가수 민지운(KRUCIALIZE 소속)의 새 싱글 티징 콘텐츠가 공개되어 화제다. 민지운은 최근 KRUCIALIZE(크루셜라이즈) 공식 SNS 채널에 두 번째 싱글 ‘Someone’(썸원)의 티저 이미지를 게재, 독일 베를린의 낙엽이 가득한 거리,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넓은 들판, 밤의 기차역 등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자유롭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선보여 시선을 사로잡았다. 크루셜라이즈 이어 11일 유튜브 SMTOWN 채널에서 오픈된 뮤직비디오 티저는 민지운의 세련된 비주얼과 신곡의 감각적인 무드를 담아 민지운이 들려줄 새로운 음악을 향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신곡 ‘Someone’은 기댈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다니는 내용의 가사와 빠른 템포의 유니크한 비트가 어우러진 어반 팝(Urban Pop) R&B 곡으로, 민지운이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했으며, CUBE(큐브), milye(밀리), DERA(데라) 등 실력파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해 더욱 깊어진 민지운만의 감성을 선사할 전망이다. 민지운 두 번째 싱글 ‘Someone’은 오는 13일 오후 2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만날 수 있다.
- 정우영, 우니온 베를린 이적 후 두 번째 골···정우영 동점 골 활약에도 레버쿠젠에 1-2 패
- 2024. 12. 01 09:11 축구
- 게티이미지코리아 정우영(우니온 베를린)이 시즌 2호 골을 터뜨렸으나,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정우영은 1일 독일 베를린의 슈타디온 안 데어 알텐 푀르스터라이에서 열린 2024~2025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12라운드 레버쿠젠과의 홈 경기에서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0-1로 끌려가던 전반 29분 귀중한 동점 골을 넣었다. 정우영은 왼쪽 페널티 지역을 파고든 베네딕트 홀러바흐의 낮은 문전 크로스를 오른발로 방향만 바꿔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시즌 슈투트가르트를 떠나 베를린으로 임대 이적한 정우영의 시즌 2호 골이다. 정우영은 지난 4라운드 호펜하임전 이후 약 두 달 만에 골맛을 봤다. 정우영은 후반 34분 로베르트 스코우와 교체될 때까지 약 79분을 소화했다. 축구 통계 전문매체 ‘풋몹’은 이날 정우영의 활약에 대해 홀러바흐(평점 7.4) 다음으로 높은 평점 7.2를 부여했다. 베를린은 전반 2분 만에 제레미 프림퐁에게 실점했고 정우영의 동점 포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채 전반을 마쳤다. 그러나 후반 26분 파트리크 시크에게 결승포를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다. 연패에 빠지면서 최근 5경기에서 2무3패로 승리가 없는 베를린(승점 16점·4승4무4패)은 리그 11위에 위치했다. 지난 시즌 무패 우승의 역사를 쓴 레버쿠젠(6승5무1패)은 승점 23점을 쌓아 라이프치히(승점 21점), 도르트문트(승점 20점)의 추격에 맞서 리그 3위 자리를 지켰다.
- ‘부상 병동’ 뮌헨 수비에서 굳건한 김민재, 우니온 베를린전도 선발로 승리 기여···‘코리안 더비’ 정우영은 빛바랜 팀 내 최고 평점 활약
- 2024. 11. 03 10:35 축구
- 게티이미지코리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독일 분데스리가 정우영이 뛰는 우니온 베를린과의 ‘코리안 더비’와 승부에서 완승을 거뒀다. 뮌헨은 2일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리그 9라운드 홈 경기에서 베를린에 3-0이 승리를 거뒀다. 최근 뮌헨의 중앙 수비라인에서 터진 잇따른 부상 속에서 김민재는 이날도 센터백으로 선발 출장해 자리를 지켰다. 뮌헨은 시즌 출발선에서 요시프 스타니시치와 이토 히로키가 장기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최근에는 다요 우파메카노도 부상으로 결장해 걱정을 안겨줬다. 김민재는 매 경기 선발 출장을 이어가는 체력적인 부담에도 이날 선발로 복귀한 우파메카노와 호흡을 맞추며 준수한 경기 내용을 보였다. 전반 34분에는 코너킥에 이은 문전 혼전 상황에서 상대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내 팀을 실점 위기에서 구했다. 전반 43분에 터진 킹슬레 코망의 추가 골은 김민재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김민재가 왼쪽 측면으로 찔러준 패스가 알폰소 데이비스에게 연결되며 공격 전개가 시작됐다. 데이비스의 드리블에 이은 패스가 해리 케인을 거쳐 코망의 슈팅으로 이어지며 승기를 잡았다. 3-0으로 승부가 기운 후반 24분 레온 고레츠카와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주중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벤피카와의 일정을 앞두고 김민재의 체력을 안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109차례 패스 중 106차례를 정확히 성공한 김민재에게 평점 7.6을 줬다. 멀티 골에 도움 1개까지 곁들인 케인은 이번 시즌 9경기에서 11골을 몰아치며 득점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전반 15분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케인은 전반 43분 감각적인 패스로 코망의 추가 골을 도왔고 후반 6분엔 멀티 골을 완성했다. 뮌헨은 개막 무패행진(7승2무)을 이어가며 승점 23점을 쌓아 선두를 굳게 지켰다. 정우영도 베를린의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해 후반 24분까지 약 69분을 뛰었다. 뮌헨 유스팀을 거쳐 뮌헨에서 성인 무대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던 정우영은 전 소속팀을 상대로 빼어난 경기력을 보여줬다. 존재감을 보인 정우영은 ‘풋몹’으로부터 팀 내 가장 높은 평점 7.0을 받았다.
- [분데스 리뷰] ‘코리안 더비’ 김민재가 웃엇다! ‘케인 멀티골’ 뮌헨, 정우영의 우니온 베를린 3-0 제압→9G 무패 단독 선두 도약
- 2024. 11. 03 01:22 축구
- ‘코리안 더비’에서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가 웃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해리 케인의 멀티골을 앞세워 우니온 베를린를 3-0으로 꺾고 리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코리안 더비’에서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가 웃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해리 케인의 멀티골을 앞세워 우니온 베를린를 3-0으로 꺾고 리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코리안 더비’에서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가 웃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해리 케인의 멀티골을 앞세워 우니온 베를린를 3-0으로 꺾고 리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김민재는 69분, 정우영(25·우니온 베를린)은 70분을 소화하며 코리안 더비를 마쳤다. 뮌헨은 2일 오후 11시 30분(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4-25 독일 분데스리가 9라운드에서 베를린에 3-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뮌헨은 7승 2무(승점 23점)를 기록하며 리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패배한 베를린은 4승 3무 2패(승점 15점)로 6위에 머물렀다. 바이에른 뮌헨 선발 라인업. 뮌헨 공식 SNS 우니온 베를린 선발 라인업. 베를린 공식 SNS 뱅상 콤파니 감독이 이끄는 뮌헨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마누엘 노이어가 골문을 지켰고, 알폰소 데이비스-김민재-다요 우파메카노-하파엘 게헤이루가 백4를 구축했다. 3선에는 주앙 팔리냐와 조슈아 키미히가 위치했고, 2선에 킹슬리 코망-자말 무시알라-마이클 올리세가 포진했다. 최전방 원톱에는 케인이 나섰다. 보 스벤손 감독이 이끄는 원정팀 베를린은 3-4-2-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프레데릭 뢰노우가 골문을 지켰고, 레오폴드 크버펠트-케빈 포크트-다닐료 두키가 백3를 구축했다. 수비진 앞에는 디오구 레이트-라니 케디라-알료샤 켐라인-크리스토퍼 트리멜이 위치했고, 2선에 베네딕트 홀러바흐와 정우영이 포진했다. 최전방 원톱에는 조르당 시바체우가 나섰다. 전반 13분 뮌헨 해리 케인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선제골을 터트렸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전반 43분 뮌헨 킹슬리 코망이 추가골을 터트렸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전반 13분 뮌헨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올리세가 왼쪽을 돌파하던 중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홀러바흐에게 걸려넘어졌고, 주심은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는 케인이 나섰고, 침착하게 성공시키면서 뮌헨이 먼저 앞서 나갔다. 전반 30분 정우영이 공격에서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순간적으로 오른쪽 측면을 뚫어냈고, 두 차례 크로스를 연결해봤으나 뮌헨 수비에 막혔다. 전반 43분 뮌헨이 추가골을 터트렸다. 데이비스가 왼쪽 측면을 돌파하며 케인에게 연결했고, 케인이 원터치로 코망에게 내줬다. 오프사이드 라인을 뚫어내며 일대일 찬스를 잡은 코망이 오른발로 마무리하면서 뮌헨이 전반을 2골 차의 리드로 마쳤다. 후반 6분 뮌헨 해리 케인이 3번째 골을 터트렸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우영이 자말 무시알라를 수비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후반 6분 뮌헨이 3번째 골을 터트리며 승기를 잡았다. 오른쪽에서 연결한 게헤이루의 크로스가 뒤로 흘렀고, 코망이 머리에 맞추며 내준 공을 케인이 밀어 넣으며 자신의 멀티골을 터트렸다. 뮌헨이 3골 차의 리드를 만들며 크게 앞서 나갔다. 후반 24분 김민재가 레온 고레츠카와 교체되며 경기를 마쳤다. 이미 승기가 기운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고 휴식을 부여하는 콤파니 감독의 선택이었다. 후반 25분 곧바로 정우영이 야니크 하버러와 교체되며 경기를 마쳤다. 이후 뮌헨은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며 그대로 3골 차의 리드를 유지했다. 결국 뮌헨의 3-0 승리로 경기가 종료됐다.
주간경향(총 10 건 검색)
- [해외문화 산책]잘못된 과거와 결별하는 베를린영화제(2020. 08. 28 14:21)
- 2020. 08. 28 14:21 문화/과학
- 베를린국제영화제가 2021년 시상식부터 성별에 따라 연기상을 나눠 시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계 3대 영화제 중에서는 첫 시도다. 영화계가 전 세계적인 성폭력 고발운동인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를 촉발시켰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 할 만하다. 영화제는 이외에도 나치 부역자의 이름을 딴 상을 폐지하기로 하는 등 잘못된 과거와 결별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베를린영화제 현장요원들이 지난 2월 18일(현지시간) 배우와 감독들이 시상식장으로 들어서는 길에 레드카펫을 설치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베를린영화제는 8월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내년부터 최고 연기자상인 은곰상을 남녀 구분 없이 하나로 통합해 수여하겠다고 전했다. 남우·여우 조연상도 최우수 조연상으로 통합된다. 영화제 첫 여성 집행위원장인 마리에트 리센벡은 “영화산업계에서 성인지 의식을 높이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독에서 1951년부터 시작된 베를린영화제는 프랑스 칸,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배우 김민희가 홍상수 감독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2017년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더 널리 알려졌다. 베를린영화제는 이전부터 다른 영화제에 비해 여성들의 성과를 많이 인정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올해 2월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18개 중 6개가 여성 감독 연출작이었다. 직전 영화제 때보다 비중이 줄어 비판받았지만, 지난해 경쟁 영화제인 칸·베니스 영화제 출품작 중 여성 감독 작품이 각각 단 2개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많다. 베를린영화제는 다른 어떤 영화제보다 여성에게 최고상을 많이 줬다. 현재까지 총 6명의 여성 감독이 최우수작품상이자 최고상인 금곰상을 수상했다. 특히 이중 2명은 최근 3년 사이 수상한 것이다. 베니스영화제는 총 4명의 여성 감독에게 최고상 황금사자상을 줬으며, 가장 최근 수상은 2010년이다. 칸 영화제는 단 한 명의 여성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줬고, 이마저도 27년 전 일이다. 베를린영화제는 작년부터 수상작 선정위원의 여성 비중 통계를 발표하며 여성 감독 작품을 홀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더욱 분명히 드러냈다. 이 같은 노력에 자극받은 베니스영화제는 올해 경쟁부문 초청작 중 44%인 8개를 여성 감독 작품으로 꾸리는 파격을 선보였다. 베를린영화제는 영화제 창립 멤버 중 한 명인 알프레드 바우어의 이름을 따 지은 특별상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바우어의 나치 부역 전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바우어는 나치의 선전장관 파울 요제프 괴벨스가 만든 선동조직의 고위 간부를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일간 디 자이트가 입수한 나치 문건에 따르면 바우어는 “열정적이며 정치적인 태도가 흠잡을 데 없는 인물”로 묘사됐다. 알프레드 바우어는 독일 표현주의 기법을 도입한 영화감독으로 명성을 날렸다. 그의 이름을 딴 알프레드 바우어상은 표현기법에 새로운 관점을 부여한 작품에 주는 특별상이다. 영화제 8대 본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영화제 집행위는 바우어의 나치 전력이 보도된 이후 처음 열린 올해 영화제 수상을 중단했다. 내년 영화제에서부터는 은곰상 심사위원상으로 바꿔 시상한다는 계획이다.
- 해외문화 산책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벤야민의 -베를린, 역사의 결을 거슬러 보기 위하여(2017. 08. 28 18:41)
- 2017. 08. 28 18:41 문화/과학
- 20세기 초엽의 베를린, 그 도시의 카페 프린체스. 커피와 술과 노래만이 아니라 벤야민의 기록처럼 고급 매춘부도 있었던 그 카페에서, 벤야민은 저녁마다 재즈 악단의 연주를 들으면서 을 썼다. 늘 베를린의 날들은 짧았다. 길어야 3박 4일, 이번에는 1박 2일. 마르크스가 말했다던가. “베를린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이 격렬한 도시를 다룬 여러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하긴 실제 역사가 그러했다. 프로이센의 군주 프리드리히 2세를 시작으로 독일제국의 비스마르크, 제3제국의 히틀러, 오늘날의 메르켈 총리까지 어쨌거나 베를린 운더덴린덴 거리를 장악하고자 하였고, 그것을 성취했을 때 순방향이든 역방향이든 역사의 운전대를 쥘 수 있었다. 여러 번 보았던 것을 두려운 마음으로 다시 보고, 아차 하고 놓쳤던 것을 잠시라도 멈춰서서 보고, 그밖의 이유로 생략했던 장소들에 10분이라도 더 머물러 있고자 하였다. 그랬더니, 19세기 건축가 프리드리히 싱켈이 베를린 동부지역에서 조성한 고전 그리스 재현의 건물들이 조금은 더 도드라져 보였고, 21세기의 건축가 리베스킨트의 날카로운 채찍으로 수십 차례 얻어맞은 듯한 유태인 추모 박물관의 섬찟한 형상의 의미도 조금은 어루만질 수 있었다. 1937년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집필에 몰두하고 있는 벤야민. 나치군의 침공 소식 앞에서도 그는 이곳을 매일 찾았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길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소년 그럼에도, 현대의 관광문화를 분석한 사회학자 딘 매켈런의 말처럼, 어차피 관광객은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보러 다니는 사람’일 뿐이다. 그러니 이 도시에 관하여, 비록 한 세기 전의 기억이지만, 자신의 유년기에 점점이 박혀 있는 기억들을 섬세하게 되새기려 한 발터 벤야민의 글들을 대신 읽어볼 수밖에 없다. 벤야민의 짧은 기록들은 20년 동안 독일의 권위 있는 일간지 의 발행인과 문화면 책임 편집자로 일한 요하힘 페스트의 이나 이 말해주지 않는, 이 도시의 미세한 흔적들을 보여준다. 물론 분단 이전의 독일이고 히틀러 이전의 베를린이며 정확히 말하여 벤야민의 유년시절 즉 책의 제목 그대로 일 뿐이지만 말이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기록 말이다. 어린 벤야민은 어느 날 부모님과 함께 베를린의 유대교회당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부모님이 그날 따라 어린아이에게 먼 친척 한 분을 찾아가서 모셔오라고 했다. 소년은 친척어른 집을 찾아가다가 길을 잃고 만다. 친척어른에 대한 불만, 유대 종교의식에 대한 불신, 길을 잃어버렸다는 속수무책의 상황, 그렇게 베를린의 거리에서 잠시 방황하게 된 소년을 훗날의 벤야민은 이렇게 회상한다. “그렇게 속수무책의 상황에서 갑자기 내게는 ‘너무 늦어서 교회당에 제때 도착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이 뜨거운 물결처럼 밀려왔다. 그 물결이 밀려가기도 전에, 아니 바로 같은 순간에 두 번째 물결이 밀려왔다. 그것은 ‘될 대로 되라지. 내게는 아무 상관없다’는 전적으로 불성실한 생각이었다. 이러한 마음속의 두 물결은 끊임없이 일어나면서 마침내 처음으로 갖게 된 강한 쾌감으로 귀착되었다. 그 거리의 뚜쟁이 같은 면이 축제를 모독한다는 생각과 합쳐지면서 일어난 쾌감이었다.” 이 문장에 관한 국내판 번역서의 소제목은 ‘성에 눈뜨다’이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소년 벤야민은 불신과 불만과 대책없이 스스로를 방기해버리는 순간에 ‘성적 쾌감’을 느낀 것이다. 벤야민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원로학자 반성완 세대 이후의 학자들 그러니까 최성만, 윤미애, 심혜련, 김동훈, 노명우 등이 벤야민을 현대도시와 연관하여 숙고해 의미 있는 번역과 깊이 있는 논문을 발표해 오고 있다. 이는 그의 학문적 본령이 기본적으로 근대적 도시 해부를 통한 근대성의 해부이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급격한 변화의 연속성과 격렬한 갈등의 지속성’을 겪고 있는 바로 이 한반도 대도시의 모더니티이기 때문이다. 노명우는 ‘벤야민의 아케이드와 모더니티’에서 “벤야민은 파리를 통해서 19세기를 규명하려 한다. 따라서 는 파리라는 도시에 대한 인상학적 분석에 국한되지 않고, 파리를 통해 등장하는 19세기라는 역사적 시간 속에서 모더니티 형성에 관한 연구서이다”라고 썼다. 아닌 게 아니라 벤야민은 도시를, 그 자신이 부르주아 가문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점점 더 변방인으로 추락하며 활동했던 베를린뿐만 아니라 그토록 사랑했던 베네치아와 모스크바, 그리고 무엇보다 제국 프랑스의 도시 파리를 모더니티의 ‘역사적 장소’로 접근했다. 그는 에서 “프랑스혁명은 고대의 로마를, 마치 유행이 지나간 의상을 기억에 떠올리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기억하고 회상시켰다”고 썼다. 발터 벤야민의 저서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책표지 사진. 그런 장대한 작업의 개인적 소묘가 이다. 최성만에 따르면 이 책은 원래 프루스트의 소설 를 모티브로 하여 베를린에 관한 유년기의 경험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꽤 긴 글 로 서술되었다가 망명 중에 단편의 조각들로 해체하였다. 어떤 관점에서는 가 청년기의 벤야민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치·사회·철학 사상들이 혼거하며 투쟁하는 20세기 초엽의 베를린, 그 도시의 카페 프린체스. 커피와 술과 노래만이 아니라 벤야민의 기록처럼 고급 매춘부도 있었던 그 카페에서, 벤야민은 저녁마다 재즈 악단의 연주를 들으면서 을 썼다. 훗날 그 카페는 내부 수리를 다시 했고, 이름도 프린체스에서 슈텐뷔크로 바뀌었다. 벤야민은 발걸음을 끊었다. 얼마 후 그 카페는 벤야민에 의하면 맥주 레스토랑으로 ‘전락’했다. 이렇게 그는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기억하고자 했고, 그것을 자신의 유년시절에 아로새겨진 한 줌의 경험이나 흐릿한 사물로 의미화하고자 했다. 그는 ‘땅을 파헤치는 사람’처럼 썼다. 어떻게? “기억은 이야기하듯이 진행해서는 안 되고, 사건을 보도하듯이 진행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가장 엄밀한 의미에서 기억은 서사적이고 광상곡과도 같은 리듬으로 언제나 새로운 장소에서 삽질을 시도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를 모티브로 다시 로 돌아오면, 이 책은 벤야민이 망명지에서 미리 썼던 를 잘게 쪼개고, 어떤 얘기는 없애고 다른 얘기를 덧입히고, 문장도 몇 번을 더 어루만져가며 ‘언제나 새로운 장소에서 삽질을 시도’한 것이다. 이로써 베를린의 전승기념탑, 티어가르텐, 블루메스호프 12번지, 회전목마, 거지와 창녀, 그리고 심지어 찬장이나 장롱까지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그러니 고작 하루이틀 베를린의 운터덴린덴 거리를 뛰어다닌 나로서는 이 대도시의 역사의 결을 거슬러 보기 위하여 벤야민의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덧붙여 말하건대, 누구라도 대도시의 유년시절 경험이 있을진대, 벤야민이 이 책의 서문에 쓴 다음의 문장을 깊이 참고한다면 설령 벤야민처럼 쓰지는 못할 지라도 그의 사유의 방식대로 독자들 모두의 유년시절이, 군산이나 인제나 마산이나 서산에서 살아냈던 일들이, 막연한 추억 회상이 아니라 전혀 다르게 기억되어 의미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러한 동경의 감정을 통찰을 통해서 억제하려고 애썼다. 즉 지나간 과거를 개인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우연의 소산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필연적인 것으로 통찰함으로써 감정을 다스리려 애썼다.”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
- [터치스크린]베를린 신드롬- 섹시 스릴러 그 이상의 이야기(2017. 07. 03 17:05)
- 2017. 07. 03 17:05 문화/과학
- (주)예지림엔터테인먼트 · 제목 베를린 신드롬 (Berlin Syndrome) · 제작연도 2017년 · 제작국 오스트레일리아 · 러닝타임 116분 · 장르 드라마, 스릴러 · 감독 케이트 쇼트랜드 · 출연 테레사 팔머, 막스 리멜트, 마티아스 하비흐, 루시 아론 · 개봉 2017년 7월 6일 ·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국내 관객들에게는 낯설지만 호주 출신의 케이트 쇼트랜드(Cate Shortland)는 자신만의 확고한 영화세계를 구축하고 인정받는 현대 여류감독들 중 하나다. 1968년 생으로 호주 국립영화방송학교 AFTRS(Austrailia Film, Television and Radio School)에서 영화를 전공한 그녀는 재학 당시부터 단편 작품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4년 발표한 장편 데뷔작 는 아직 현명함보다는 육체와 본능에 이끌려 세상에 적응해가는 소녀 하이디의 방황을 이야기한다. 어느 날 아침 충동적 호기심으로 엄마의 남자친구와 키스를 나누던 하이디는 때마침 출근길에 되돌아온 엄마에게 발각되고 만다. 엄마의 분노와 스스로의 자책을 감당하지 못한 그녀는 무작정 가출을 하고 외딴 휴양지 마을에 도착해 그곳에서 정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황량한 겨울풍경 속에 철저히 소외된 한 소녀의 외로움을 그려낸 이 작품은 호주영화협회 AFI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13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당시 무명에 가깝던 두 배우 애비 코니쉬와 샘 워싱턴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기도 했다. 영국 여류소설가 레이첼 시퍼트의 소설 (The Dark Room)을 원작으로 각색한 2012년 작 는 2차 대전 막바지의 독일을 무대로 하고 있다. 패망으로 몰락한 고위급 장교 집안의 장녀인 10대 소녀 로어는 부모의 실종으로 졸지에 4명이나 되는 어린 동생들을 이끌고 머나먼 외할머니 댁까지 가야 할 처지에 놓인다. 전쟁의 상흔이 곳곳에 남아있는 지옥경을 관통하는 험난한 여정은 난데없이 끼어든 유태인 청년 토마스의 동행으로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가 모호해지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만이 가득한 참혹한 현실은 아직 나약한 소녀의 순수한 영혼과 육체를 위태롭게 이끈다. 는 제23회 스톡홀름영화제에서 촬영상, 작품상, 여우주연상, 베스트 뮤직 어워드를, 제63회 독일 영화상에서 베스트 필름 상을 수상했다. 최신작 은 이제까지 10여년에 걸쳐 그녀가 내놓은 세 편의 장편영화 중 표면적으로 가장 도회적이고 폭력적이며 차가운 작품이다. 사진작가를 꿈꾸는 호주 여인 클레어(테레사 팔머 분)는 새로운 활력을 찾기 위해 홀로 베를린에 여행 온다. 하지만 우연히 마주친 매력적인 남자 앤디(막스 리멜트 분)는 그녀의 호기심과 열정뿐만 아니라 육체까지 옭아매고 결국 내면의 깊숙한 곳에 잠들어있던 실존적 본능을 일깨운다. 포스터와 홍보문구를 대충 보면 그저 그런 섹시 범죄 스릴러 정도로 오해할 법도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이상의 서정과 담론을 내포하고 있다. 낯선 세계에 내몰리며 생존하기 위해 급격히 변해가는 연약한 여성의 자아와 성장,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아름답게 잡아내는 탐미적 시선, 인간관계 사이에서 파생되는 감정의 진폭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섬세함 등 보통의 상업영화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뚜렷한 안목과 정서는 앞서 말한 케이트 쇼트랜드 감독의 작품 전편에 걸쳐 집요하게 발견되는 공통적 특징이기도 하다. 은 극장 스크린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처음 소개되는 케이트 쇼트랜드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기회가 된다면 그녀의 전작들은 물론 큰 화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이번 작품을 놓치지 마시라고 조심스럽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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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테러 이후 독일, 어디로 가나(2017. 01. 03 13:35)
- 2017. 01. 03 13:35 국제
- 독일은 과연 오늘날의 테러에 대응할 능력이 있는 것인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허술한 대테러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진다. 베를린 트럭 테러 용의자 아니스 아므리(24)가 사건 4일 만인 12월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사살됐다. 추가 테러 공포는 일단 잦아들었지만 논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독일 수사당국은 부실한 초기 대응과 허술한 수사로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사건 직후 엉뚱한 사람을 용의자로 체포해 시간을 허비했다. 사건 후 이틀이 지난 21일에야 용의자로 아므리를 지목하고 현상수배를 걸었다. 튀니지 출신인 아므리가 난민 심사과정에서 수감 이력 등이 드러나 부적격자로 분류됐지만 송환되지 않고 남았던 것도 문제가 됐다. 이탈리아 경찰이 밀라노에서 아므리를 사살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독일 일간 은 ‘여러분(이탈리아)에게 대단히 감사드린다(Grazie mille, Signori)’는 이탈리아어 제목으로 독일 경찰의 무능을 조롱하듯 질타했다. 위험인물 리스트에 올라 있던 아므리가 어떻게 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테러를 일으킬 수 있었는지, 독일은 과연 오늘날의 테러에 대응할 능력이 있는 것인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난민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허술한 대테러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진다. 무장한 독일 경찰들이 베를린 테러 직후인 12월 23일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오버하우젠의 센트로 상점가를 순찰하고 있다. 독일 경찰은 전날 이곳에서 테러 모의 혐의로 코소보인 2명을 체포했다. / AFP연합뉴스 CCTV·전자발찌 확대 등 쏟아지는 주장들 독일 정부는 12월 21일 공공장소에서 폐쇄회로(CC)TV 설치를 확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베를린 테러를 계기로 만들어진 법이 아니라 지난 7월 뮌헨 총격사고와 안스바흐 야외 음악축제장 자폭테러 이후 초안이 만들어진 법안이 승인된 것이다. 새 법은 경기장과 쇼핑센터, 버스 터미널 등 공공장소에서 CCTV를 늘리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CCTV 설치를 강제하지 않아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베를린 테러 직후인 26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설문 대상 응답자 60%가 공공장소에 더 많은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답했다. 당국이 테러 의심자로 감시하고 있는 사람 중 일부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거나 이슬람 사원에 대한 감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보다 과격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므리는 2015년 7월 독일로 넘어온 뒤 전국 15개 이슬람 사원을 방문했고, 이슬람 극단 원리주의 세력인 살라피스트와 접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난민을 철저히 관리하고 보다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난민 심사과정에서 테러 위험인물을 가려내기 위해 사진촬영, 지문 채취, 홍채인식 스캐닝 등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메르켈의 기독민주연합(CDU)과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연합(CSU)은 1월 중으로 ‘자유를 위한 안보’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일간 은 결의문에 연방 헌법수호청의 감시 대상 인물 허용 연령을 14세까지 낮추자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외에 위험인물로 분류돼 추방 대상자가 된 인물을 감금할 수 있는 기간을 기존 4일에서 4주로 늘리는 방안도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은 더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프라우케 페트리 AfD 대표는 “테러가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이 부주의하게 만들어졌다”며 “우리 영토의 무조건적인 통제를 요구한다”고 했고, 이 당 소속 마르쿠스 프레젤 의원은 “메르켈이 죽어야 저주가 끝날 것”이라는 ‘막말’까지 퍼부었다. 당장 독일 사회가 급격한 변화를 겪지는 않을 것 같다. 독일은 연방제 국가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권한이 분리돼 있어 전국적으로 일거에 변화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CCTV 같은 경우에도 연방정부가 의무설치와 같은 보다 강한 법안을 밀어붙이려 해도 주정부가 반대하면 강제하기가 어렵다. 베를린 시민들이 트럭 테로 다음날인 12월 20일 브라이트 샤이트플라츠 테러 현장을 찾아 촛불을 밝히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독일 사회의 뿌리 깊은 ‘나치 트라우마’도 일종의 제어장치로 작용한다. 나치의 게슈타포나 동독 시절 슈타지 같은 감시조직에 의해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겪었던 독일은 엄격한 사생활보호법을 운용하고 있다. 역사적 과오에 대한 반성적 시각이 강해 독일이 사회통제적인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반감도 강하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독일은 여전히 과거의 업보를 짊어지고 있는 데다가, 연방제 국가라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면서 “급진적인 주장들이 나오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소수의 목소리로 그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화가 생긴다면 16개주 경찰 사이의 정보공유를 보다 활발하게 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은 그동안 정보기관이나 경찰조직까지 주별로 분산적으로 운용해 왔기 때문에 테러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번 베를린 테러 때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다만 메르켈의 난민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은 있다. 2017년은 메르켈의 총리 4기 연임이 걸린 선거가 있는 해다. 상대적으로 온건했던 그의 난민정책을 향해 제기되는 비판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은 “2017년은 메르켈에게 운명의 해가 될 것”이라며 “베를린 테러 이후 그는 가장 어려운 시험을 마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통합 상징하는 ‘솅겐 조약’도 흔들 유럽연합(EU)과 터키가 지난해 3월 맺은 난민협정은 중요한 변수다. EU와 터키 간의 갈등 때문에 지금도 불안한 협정이 최악의 경우 깨져버린다면 독일로 쏟아지는 난민 숫자는 다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메르켈의 난민정책도 전에 없던 위기에 처할 것이다. 안 교수는 “만약 난민협정 파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메르켈로서도 별달리 선택할 방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U 역내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도 베를린 테러 이후 흔들리고 있다. 아므리가 밀라노에서 사살되기 전 프랑스 리옹의 CCTV에 포착된 사실이 드러난 데다 네덜란드까지 거쳤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유럽 전역에 수배령이 떨어진 테러 용의자가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각국을 자유롭게 돌아다닌 것으로 추정되면서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프랑스 민족전선(FN), 영국 독립당(UKIP), 네덜란드 자유당(PVV) 등 유럽 각국 극우정당들은 앞다퉈 국경을 걸어 잠가야 한다며 솅겐 조약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EU 성향의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정당 오성운동의 베페 그릴로 대표도 “솅겐 조약 때문에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는 테러리스트들이 이탈리아를 통로 삼아 이동하고 있다”며 조약 재검토를 주장했다. 유럽 26개국이 가입한 솅겐 조약은 유럽 통합을 상징한다. 조약 가입국끼리는 국경 통과 시 별다른 비자나 여권 검사 등을 받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 각국 극우·포퓰리스트 정당을 중심으로 반EU·반유로존 정서가 확산되는 가운데 솅겐 조약마저 흔들린다면 유럽공동체에서 빠져나가려는 각국의 원심력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벌어지고 나서 EU 각국은 솅겐 조약의 효력을 2년간 잠정 중단시키는 긴급조치를 검토한 바 있다. 마누엘 발스 당시 프랑스 총리는 “하나의 유럽을 위한 EU의 프로젝트가 ‘매우 중대한 위험’에 놓여 있다”면서 “난민 유입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다면 유럽은 다시 찢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솅겐 조약이 훼손될 경우 이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도 크다. 지난해 독일 싱크탱크 베르텔스만 재단은 솅겐 조약이 무너지면 향후 10년간 프랑스는 2440억 유로(약 309조원), 독일은 2350억 유로의 경제적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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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편의 영화로 베를린行 신예 정은채
- 2013. 02. 28 16:51 연예
- 배우 정은채가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과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이하 ‘뒷담화’)’로 제63회 베를린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데뷔 3년 차,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그녀의 짧은 필모그래피를 생각해보면 놀랄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2010년 영화 ‘초능력자’에서였다. 큰 키에 뽀얀 얼굴, 맑은 눈동자가 주는 묘한 느낌 때문이었을까? 개성 있는 마스크에서 풍기는 동양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는 스크린 데뷔작에서 강동원의 여자친구 역을 꿰찼다는 것 이상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엇비슷한 얼굴의 신예들 사이에서 단박에 주목받게 했다. 이듬해에는 KBS-1TV 일일드라마 ‘이웃집 여자들’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시청자들을 만났다. 설 특집 단편 드라마를 통해 이제 갓 안방극장 신고식을 치른 신인이 황금시간대 일일드라마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것은 분명 파격적이었다. 영국의 유명 패션스쿨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대학을 휴학 중이라는 사실도 화제를 더했다. 뒤이어 홍상수 감독의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서 여자주인공 역으로 출연하며 ‘홍상수의 여인’에 이름을 올렸고, 올봄 이재용 감독의 ‘뒷담화’로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두 영화는 각각 제63회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과 파노라마 부문에 진출했다. 데뷔 3년 만에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행운을 거머쥔 그녀는 “무척 감사하고 떨린다”라고 소감을 전하며 흥미로운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사실 이재용 감독님 작품을 먼저 촬영했어요. ‘뒷담화’ 촬영 현장에서 우연히 홍상수 감독님의 스태프를 만났는데 그게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캐스팅으로 이어진 거예요. 저에겐 촬영 현장이 기회의 장이었던 셈이에요.” 영화 ‘뒷담화’는 세계 최초로 원격 연출 영화를 찍겠다며 홀연히 할리우드로 떠나버린 괴짜 감독과 대혼란에 빠진 14인의 배우들의 리얼한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촬영 현장에 감독이 없다니, ‘감독이 미쳤어요’라는 부제가 붙은 걸 보면 현장에서 배우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짐작할 만하다. “첫 미팅 때 감독님께서 ‘너, 실험적인 거 좋아하니?’라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정말로 현장에 감독님이 안 계실 줄 몰랐어요. 영화 촬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정신이 없더라고요. 현장에 있는 다른 선배님들을 보고 ‘나만 당한 게 아니구나’ 싶었죠(웃음).” 윤여정을 비롯해 박희순, 강혜정 등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막내나 다름없었던 그녀지만 본인만의 색깔을 살려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는 후문.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두 거장 감독과의 작업을 통해 연기력은 물론 존재감까지 입증한 그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배우 리스트에 올라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조민정>
- 현빈·임수정,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만나다
- 2011. 02. 28 17:17 연예
- 지난 2월 10일부터 20일까지 열흘 동안 독일 베를린에서는 베니스영화제, 칸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베를린국제영화제가 열렸다. 내로라하는 각국의 배우와 감독이 모두 모인 이 자리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몰려 지구촌 영화산업의 뜨거운 열기를 함께 나눴다. 특히 배우 현빈은 두 편의 출연작이 초청받는 영광을 누리며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스타로서의 도약을 확인할 수 있었다. 1 모든 영화가 이곳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2011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프로그램에서 전 세계에서 초청받은 약 400편의 작품이 공개됐습니다. 장르, 국가, 형식을 불문한 다양한 영화가 베를린영화제에 응모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베를린영화제의 응모 부문이 저마다 구분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합니다.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경쟁 부문’, 독립예술영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파노라마’, 젊은 관객들의 독특한 취향을 위한 ‘특별한 세대’, 독일 영화산업으로부터 새로운 발명을 흥미롭게 조명하는 ‘독일 영화의 시선’, 친숙하지 않은 영화적 형태를 예리하게 조명하며 실험적 형태를 표방하는 ‘포럼’, 모든 영화의 가능성을 시도하는 ‘베를린 단편’이 있죠. 이 프로그램들은 ‘회상 그리고 오마주’와 함께 베를린영화제를 완성하는데요. 회상과 오마주는 대작의 성격을 감독의 일생과 업적에 집중해 다루며 역사적 맥락에서 영화의 현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도록 베를린 영화 박물관 내의 독일 영상 자료원에서 진행됩니다. 2 저도 이번에 베를린영화제에 다녀왔어요. 처음으로 TV에서만 보던 레드카펫 위를 걸어보고 영화에 대한 열기를 느꼈어요. 날씨는 매우 추웠지만 많은 것을 얻고 돌아왔습니다. 한국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경쟁 부문에 속한 만큼 엄청난 관심을 받았지요. 주연배우 현빈과 임수정, 이윤기 감독도 레드카펫을 밟고 입장했고요. 임수정은 두 번째 방문이라서 그런지 여유롭더라고요. 현빈과 달리 인터뷰나 사인은 하지 않았지만 대신 멋진 포즈로 답했습니다. 영화에서 봤던 화장기 없는 소녀 이미지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여배우였어요. 아참, 현빈은 아시아를 넘어 이곳 독일 여성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어요. 덕분에 입장할 때 여성 팬들의 환호가 대단했답니다. 3 입장하다가 살짝 취재진 옆으로 빠진 현빈을 운 좋게도 바로 눈앞에서 봤어요. 외신 기자들이 영어로 던지는 질문에 열심히 귀 기울이며 대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취재진과 팬들 때문에 주위가 굉장히 시끄러워서 그랬는지 외신 기자의 질문을 잠깐 듣고는 통역을 부르더라고요. 대답 내용은 언제나 “군 입대를 앞두고 이런 뜻 깊은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로 똑같았어요. 한국에서 온 KBS 기자가 마이크를 들이댔더니 현빈이 먼저 스스로 인터뷰하러 다가오기도 했어요. 톱스타 현빈의 또 다른 모습이죠? 4 레드카펫 행사를 구경한 뒤에는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를 보기 위해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현빈과 탕웨이의 ‘만추’는 너무 일찍 매진되는 바람에 아쉽게도 볼 수 없었어요. 극장 안에 들어서자 스크린과 무대 앞에 붉은 커튼이 처져 있었어요. 상영관은 마치 오페라 극장을 연상시키듯 3층 높이에 규모가 굉장히 컸어요. 사회자가 나와 인사를 하고 영화에 대해 잠깐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 뒤에 커튼이 접히면서 영화가 시작되었죠. 한국 영화가 독일어 자막으로 독일의 큰 극장에서 상영된다는 사실이 무척 반갑고 한국인으로서 자긍심도 들었답니다. 5 영화 상영이 끝난 후에는 감독과 배우들이 소감을 말했어요. 현빈의 첫 소감은 영어로 “I Hope to Enjoy the Film”으로 시작되었는데 잠시 뜸을 들이더니 갑자기 한국말로 “뭐라고 표현할 수 없겠다”라고 말해 관객 모두 크게 웃었지요. 게다가 통역자가 배우들의 말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작은 부분까지 세세히 통역을 해줘 재미있었어요. 앞으로도 한국 영화가 베를린영화제에 꾸준히 초청받아 대한민국 문화의 저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저도 이곳에서 열심히 응원할게요! 독일 통신원 오혜림(27) www.twitter.com/LeipzigBegabung 600년 역사를 지닌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3년째 영재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유학생이다. 괴테, 바흐를 비롯해 총리 앙겔라 메르켈가까지 독일 출신의 여러 유명인사들이 그녀의 대학 선배다. 1년 내내 오케스트라, 오페라, 연극 공연과 미술 전시회, 책 박람회가 열린다는 독일 최고의 예술 도시 라이프치히. 그곳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그녀와 트위터 친구가 되어보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독일 문화 기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기획&정리 / 윤현진 기자(www.twitter.com/kkulbong) ■ 글&사진 / 오혜림>
- [Talk Big Star]②한국배우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된 이영애
- 2006. 02. 01 연예
- 여배우 이영애가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이영애는 지난 2001년 자신이 출연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베를린 영화제와 첫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이영애는 베를린 영화제 측의 공식 발표 전, 국내 언론에 의해 심사위원 위촉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동안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가 한국인 배우 최초로 오는 2월 9일 개막하는 베를린 국제영화제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경사를 맞았다. 하지만 과열된 국내 보도 경쟁 때문에 영화제 측의 공식 발표 전까지 비밀에 부쳐졌던 심사위원 위촉 사실이 미리 알려져 이영애 측이 베를린 영화제 사무국으로부터 항의 메일을 받는 등 곤란을 겪었다.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 선정은 영화제 사무국이 발표할 때까지 공개하지 않는 게 국제 관례다. 이영애가 국내 배우로는 처음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국제경쟁부문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는 소식이 국내 언론에 공개된 지난 1월 9일, 이영애 측은 베를린 영화제 사무국으로부터 보도 경위를 묻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이영애의 소속사 도어엔터테인먼트의 이주열 대표는 “영화제 사무국으로부터 공식 발표가 있을 때까지 함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지난 몇 개월간 위촉 사실을 비밀로 했다. 베를린 영화제 사무국은 9일 오후에도 ‘끝까지 위촉 사실을 비밀에 부쳐줄 것’을 요구했지만 결국 공식화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동안의 경위를 털어놓았다. 이어 이 대표는 “이미 지난해 9월 29일 영화제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았으며 이 사실은 우리뿐 아니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 ‘친절한 금자씨’ 관계자 등이 모두 알고 있었지만 모두 ‘함구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경로로 국내 언론에 보도가 됐는지 모르겠다. 베를린 영화제 사무국 입장에서는 우리에게 항의를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와 호흡을 맞춘 박찬욱 감독도 베를린 영화제의 워크숍 프로그램인 ‘베를리날레 탤런트 캠퍼스’의 강사로 초청 받아 베를린으로 향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제작사인 모호 필름에 의하면 “박찬욱 감독은 올해 워크숍에서 4회 강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영애는 지난 2001년 그녀가 출연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감독)가 제21회 베를린 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부터 베를린 영화제와 인연을 맺기 시작됐다. 그후 이영애는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친철한 금자씨’로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었으며 이때 영화제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또 스페인 시체스 영화제에서는 ‘친절한 금자씨’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유럽 내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한편 아시아 여배우 중 베를린 영화제의 심사위원을 지낸 이들로는 장만옥, 양자경, 공리 등이 있으며 한국 여배우가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글 / 장연주(자유기고가)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 베를린이 주목한 영화배우 곽지민
- 2004. 04. 01 연예
- “원조교제 연기하며 많이 울었죠. 지금은 행복해요” 베를린 영화제를 통해 김기덕 감독은 세계에서 주목받은 영화인이 됐다. 세계를 놀라게 한 ‘사마리아’는 ‘동성애와 원조교제’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 세계가 주목한 그 영화 속에는 곽지민이라는 배우가 있다. 영화로 인해 한동안 마음 고생도 심했지만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았다는 그녀의 영화 사랑 이야기. 연기가 갈수록 재미있어진다는 그녀를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원조교제를 다뤘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영화 “누구더라? 보긴 봤는데….” 연일 이어지는 촬영과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 그리고 공인이라는 타이틀… 이 모든 것들이 열아홉 살 곽지민에게 아직은 낯선가 보다. 그녀는 사진을 찍으면서도 시선 처리에 고민하고,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 때문에 얼굴이 빨개지곤 한다. 유럽 여행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채팅에서 만난 남자들과 원조교제를 벌이는 여고생의 이야기. ‘사마리아’에서 곽지민은 파격적인 연기를 펼쳐 베를린을 놀라게 했다. 데뷔작으로 한 번에 떠버린 그녀. 그러나 그녀에게 좋은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너무 연기를 잘해서일까? 촬영장에서 스태프뿐만 아니라 많은 관계자들이 이상한 애로 취급할 때는 화가 나기도 했다. 영화를 보고 판단해달라는 말도 하고 싶었고, 정말 화가 날 때는 험한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한 적도 있었다. 이로 인해 그녀는 스트레스를 받고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고. 연기자가 작품을 위해 노출신을 촬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미성년자가, 그것도 원조교제가 내용인 작품에서 노출을 한다는 것은 부담되는 일. 세계적인 여배우 조디 포스터는 열네살 때 ‘택시 드라이버’에서 창녀연기를 했다지만, 우리 정서로는 아직 생소한 것도 사실이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은 둘째 치더라도 무엇보다 노출에 전혀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연기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원작은 지금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야했어요. 시나리오에는 벌거벗은 채 거리를 뛰어다니는 장면도 있었고, 동성 친구와의 우정을 과시하기 위해 목욕탕에서 키스하는 장면도 있었죠. 원조교제를 하는 부분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고…. 어렵게 오디션을 보고 얻은 기회지만 포기하려고 했어요.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런 저를 붙잡은 건 김기덕 감독님이세요. ‘충무로의 이단아’ ‘저예산 영화의 총아’로 불리며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감독님이 저를 설득했어요. 노출신을 대폭 삭제한다는 전제하에 출연을 권유했고, 저는 굉장히 심각하게 고민했죠.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감독이고 노출신의 부담도 상당 부분 덜어준다는 말에 안심을 했지만, 무엇보다 연기에 대한 열망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어요. 지금이요? 물론 잘했다고 생각하죠.” 곽지민의 꿈은 연기자였다. 연기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매일 1∼2시간을 뛰면서 운동했고 10kg을 빼기도 했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언론에서는 원조교제라는 내용을 부각시켰다. 학교 선생님들도 “늦지 않았으니 이번 작품을 포기하라”고 했고, 친구들도 “같이 공부나 하자”고 말했지만 오기가 그녀는 발동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친구들도 말렸어요. 그러나 제 꿈이 확고하다는 걸 알고 나서 응원을 해주더라고요. 연기를 하면서 진짜 내가 원조교제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혼자서만 발가벗고 있는 느낌 때문에 많이 울었어요. 감독님이 노출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간혹 노출을 요구할 때는 ‘왜 처음과 다르세요?’라며 따지기도 했어요. 아마 노출이 심했으면 영화제에서 수상하지 못했을지도 몰라요.(웃음)” 영화 ‘사마리아’는 다른 영화에 비해 제작 기간이 짧았다는 것도 이슈가 되었다. 한국영화의 제작 기간이 3개월에서 1년이 넘는 경우가 허다한데, ‘사마리아’는 11일이 걸렸다는 점에서 영화인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렇다고 성의 없게 찍은 것은 아니다. 제작비 4억7천만원. 1백억이 넘는 블록버스터들과 비교하면 저렴한 제작비지만, 김기덕 감독의 스타일에 비춰보면 ‘쓸 만큼 쓴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 촬영 기간 동안 제작팀은 모든 것을 아껴가며 촬영에 임했다. 필름이 3분에 25만원인 점을 감안해서 필름을 아끼라고 말하는 감독 때문에 NG도 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가장 비싸게 먹었던 음식이 3천원짜리 삼겹살이라니 상황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일정이 너무도 타이트하게 진행되어 밥 먹는 것보다는 쉬는 것을 선택할 정도였다고 한다. “촬영 현장은 화곡동 모텔촌이었어요. 겹겹이 붙어 있는 모텔, 음산한 분위기… 특히 연꽃 무늬 벽지가 마음에 안 들었어요. 처음에는 많이 울었죠. 그러나 잘해보자는 생각이 들면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더라고요. 제 성격과 다른 사람을 연기한다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과정이 좋아서 결과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더 심한 노출 연기를 하라고 했다면… 글쎄요?(웃음)” 곽지민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많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촬영을 하고 나서도 영화 속 ‘여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때도 많았다고. 단순히 휴대폰 요금을 내기 위해서, 예쁜 옷을 사기 위해서 원조교제가 자행된다는 점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 ‘사마리아’가 구원과 용서를 통한 화해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고. 영화 작업으로 지친 심신을 쉬기 위해 당분간 일본에 머물 것이라는 그녀는 새 작품 선택에 고심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서 프로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글 / 강승훈(객원기자) 사진 / 지호영 의상협찬 / Satin 헤어·메이크업 / 뷰티살롱 0809 청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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