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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110 건 검색)

산불로 초토화된 LA 거리 뒤덮은 ‘분홍빛 가루’ 정체는
산불로 초토화된 LA 거리 뒤덮은 ‘분홍빛 가루’ 정체는
2025. 01. 14 21:02국제
... 있다. 13일(현지시간) CBS방송과 BBC는대형 화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LA 카운티 일대는 선명한 분홍빛 가루로 뒤덮여 있다고 보도했다. 가루의 정체는 미국 방화장비업체 페리미터솔루션에서 판매하는...
광주에 왔다면…‘분홍 버스’를 부르세요
광주에 왔다면…‘분홍 버스’를 부르세요
2024. 08. 01 06:00지역
... 부부는 “개인 가이드와 함께 차량을 타고 다닌 것처럼 편안했다”고 말했다. 부부를 안내한 15인승 분홍색 승합차 ‘광주투어버스(사진)’는 광주시가 지난 23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수요응답형(DRT) 버스다.
시민 마음 어루만지는 특별한 ‘분홍 우체통’ 서귀포에 있다
시민 마음 어루만지는 특별한 ‘분홍 우체통’ 서귀포에 있다
2024. 07. 15 06:00지역
... 접수 관광 온 타 지역 시민 사연도 제주 서귀포시 새섬공원 입구에는 새섬의 초록 숲과 대비를 이루는 진분홍 우체통이 놓여 있다. 익명의 무료 상담을 통해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고민 상담...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에요”…마음 어루만지는 서귀포의 분홍 ‘우체통’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에요”…마음 어루만지는 서귀포의 분홍 ‘우체통’
2024. 07. 14 15:23지역
... 고민상담 우체통. 박미라 기자 제주 서귀포시 새섬공원 입구에는 새섬의 초록 숲과 대비를 이루는 진분홍 우체통이 놓여있다. 익명의 무료 상담을 통해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고민 상담 우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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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총 115 건 검색)

아이유 ‘분홍신’ 표절의혹 재점화…메일문의 답변두고 ‘진실공방’
아이유 ‘분홍신’ 표절의혹 재점화…메일문의 답변두고 ‘진실공방’
2023. 06. 21 11:10 연예
가수 아이유. 경향신문 자료사진 가수 아이유 표절 논란이 새 국면을 맞았다. 독일 밴드 넥타(NEKTA) 측과 아이유 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넥타와 ‘히어스 어스’(Here‘s Us)를 발매한 음원 제작사 노든엔터테인먼트 퍼블리싱은 최근 홈페이지에 “아이유 현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나 전 소속사 로엔엔터테인먼트에 표절 의혹을 제기했으나 아직까지 공식 답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민수 작곡가가 작곡하고 아이유가 2013년 10월 발매한 ‘분홍신’은 넥타의 ‘히어스 어스’와의 유사성이 제기됐던 곡이다. 국내에서 표절 유무와 관련해 논의된 적은 있었지만 넥타 측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표절 의혹이 제기됐던 과거 당시 아이유 소속사였던 로엔엔터테인먼트는 “곡의 전체적 멜로디와 구성, 악기 편곡 등이 완전히 다른 노래”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현 소속사인 이담엔터테인먼트는 노든엔터테인먼트의 주장을 반박했다. 2013년 당시 노든엔터테인먼트의 공식 메일을 받았고 당시 회신했으나 답변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담엔터테인먼트는 21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당사는 노든엔터테인먼트로부터 전달받은 메일을 확인했고 이에 대한 답변 내용을 회신했다”며 “2013년 당시 로엔엔터테인먼트에서 변호사를 거쳐 회신한 메일 일부를 공개한다”고 전했다. 이담엔터테인먼트가 노든엔터테인먼트 주장에 대한 반박 입장을 내면서 ‘분홍신’을 둘러싼 표절 의혹은 재차 진실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유는 최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발당해 강경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는 지난달 8일 아이유가 다른 아티스트의 음원을 표절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고발이 접수됐다. 고발 대상이 된 곡은 ‘분홍신’을 비롯해 ‘좋은날’ ‘삐삐’ ‘가여워’ ‘부’(Boo) ‘셀리브리티’(Celebrity) 등 총 6곡이다. 아이유에 대한 고발을 진행한 이는 저작권자가 아닌 일반 시민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담엔터테인먼트는 이와 관련해 “그간 표절 의혹을 제기한 온라인 게시글 등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로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라며 “허위사실을 기반으로 한 무분별한 고발과 가해 등 범죄 행위에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 아이유 ‘좋은 날·분홍신’ 작곡가 “타인의 곡 참고, 염두 안 해”
[전문] 아이유 ‘좋은 날·분홍신’ 작곡가 “타인의 곡 참고, 염두 안 해”
2023. 05. 11 16:26 연예
아이유 프로필.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겸 배우 아이유의 ‘좋은 날’과 ‘분홍신’을 작곡한 이민수 작곡가가 표절 논란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이민수는 11일 개인 SNS 인스타그램에 “오랜만에 드리는 인사가 어려운 이야기의 시작이어서 무거운 마음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민수는 “분홍신은 발매되었던 2013년에 문제에 관해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반박했었고 더 이상의 견해는 무의미하여 자제했다”며 “하지만 최근에 확대, 재생산을 넘어 도를 넘는 아티스트에 대한 비난에 조심스럽게 글을 적어 남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좋은 날 그리고 분홍신을 작업할 때 타인의 곡을 참고하거나 염두에 두고 작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 누구의 마음에도 아이유를 사랑하시는 여러분들의 마음에, 특히 아이유의 마음에도 분홍신과 ‘좋은 날의 저작자로서 상처를 남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고 아이유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앞서 일반인 A씨는 가수 아이유가 부른 ‘분홍신’, ‘좋은 날’, ‘삐삐’, ‘가여워’, ‘부(Boo)’, ‘셀러브리티(Celebrity)’등 6곡이 해외 및 국내 아티스트의 음악을 표절한 정황이 있다며 지난 8일 아이유를 서울 강남경찰서에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대해 아이유 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 측은 “기사를 통해 피고발 건을 접했다”면서 “언론에서 언급한 고발장 내용 또한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고, 그 내용을 파악 중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아이유와 관련하여 온라인 커뮤니티, SNS, 유튜브 등에 허위 사실을 기반으로 한 표절 의혹 게시글과 근거 없는 루머를 담은 유인물이 일부 지역에 배포된 사실에 대해 수개월 전부터 인지하고 있다”며 “해당 의혹이 제기된 시점부터 수집된 표절 의혹, 간첩 루머, 성희롱 및 명예훼손, 허위 사실 유포, 사생활 침해 등에 대한 증거 자료를 토대로 법무법인 신원을 통해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알렸다. 한편 표절 시비가 붙은 ‘좋은 날’과 ‘분홍신’에 대한 전문가들은 표절곡이 아니라고 평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SNS 통해 “아이유 ‘분홍신’이 표절이라는 분들. 음악에는 장르와 클리셰라는 개념이 있다”면서 “‘분홍신’이 표절이면 그 많은 스윙재즈곡들은 거의 전곡이 서로 표절이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곡가 김형석은 “비밥스윙은 빠른 템포의 곡. 그러다 보니 보편적으로 리듬의 형태가 비슷하다. 빠른 일렉트로닉 댄스곡의 리듬구성들이 비슷하듯이. 그것을 표절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다. 코드웍도 다르고.. 노래는 ‘분홍신’이 훨씬 신나고 좋은데?”라고 말했다. ■ 이하 작곡가 이민수 전문.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드리는 인사가 어려운 이야기의 시작이어서 무거운 마음입니다. 어제 오후 제가 작곡한 아이유의 두 곡, 좋은 날과 분홍신이 표절의혹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분홍신은 발매되었던 2013년에 문제에 관해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반박을 했었고 더 이상의 견해는 무의미하여 자제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확대, 재생산을 넘어 도를 넘는 아티스트에 대한 비난에 조심스럽게 글을 적어 남깁니다. 저는 좋은 날 그리고 분홍신을 작업할 때 타인의 곡을 참고하거나 염두에 두고 작업하지 않았습니다. 그 누구의 마음에도 아이유를 사랑하시는 여러분들의 마음에, 특히 아이유의 마음에도 분홍신과 좋은날의 저작자로써 상처를 남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장나라, 분홍 고무장갑마저 소화한 ‘최강 동안 미모’
장나라, 분홍 고무장갑마저 소화한 ‘최강 동안 미모’
2023. 03. 23 14:46 연예
장나라가 드라마 ‘패밀리’를 홍보하는 모습. 개인 SNS 제공 배우 장나라가 믿기 힘든 동안 미모를 자랑했다. 장나라는 23일 개인 SNS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패밀리 4월 17일 만나요”라는 글과 함께 사진들을 게재했다. 사진 속 장나라는 대기실로 보이는 곳에서 셀카를 찍는 중이다. 그는 한 손에 분홍 고무장갑을 낀 채 엄지를 치켜세웠다. 특히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나라의 아름다운 미모가 눈길을 끈다. 한편 장나라는 지난해 6월 연하의 촬영 감독과 결혼했다. 최근 드라마 ‘치얼업’에서 특별 출연해 얼굴을 비춘 장나라는 2년 만에 차기작으로 tvN ‘패밀리’를 선택했다. ‘패밀리’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신분을 위장한 국정원 블랙 요원 남편과 완벽한 가족을 꿈꾸는 ‘달콤살벌’한 아내의 아슬아슬한 가족 사수 첩보 코미디물이다.
“예쁘다 연진아!” 임지연, 이번엔 분홍색 힐이네
“예쁘다 연진아!” 임지연, 이번엔 분홍색 힐이네
2023. 03. 18 17:30 연예
임지연 SNS 캡처 임지연 SNS 캡처 배우 임지연이 사랑스러운 근황을 공개했다. 18일 임지연은 자신의 SNS를 통해 “청청 조아(좋아)”라는 글과 함께 사진 두 장을 공개했다. 사진 속 임지연은 청남방과 청바지를 입고 힐을 신은 채 밝은 미소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밝은 미소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게시물을 확인한 누리꾼들의 재치있는 댓글도 눈에 띈다. 누리꾼들은 “엄마 이건 초록색이야?” “초록색 하이힐 좋아하지 않나” “감옥가자 연진아”라며 댓글을 달았다. 이 외에도 “연진아 진짜 예쁘다” “보고싶어 죽는 줄” “나도 니가 좋아 연진아” 등 긍정적인 댓글이 이어졌다. 한편 임지연이 출연한 넷플릭스 ‘더 글로리’ 시즌2는 지난 10일 공개됐다.

주간경향(총 4 건 검색)

[정태겸의 풍경](71) 전남 담양 명옥헌-여름이 분홍빛으로 일렁이거든
[정태겸의 풍경](71) 전남 담양 명옥헌-여름이 분홍빛으로 일렁이거든(2024. 08. 14 06:00)
2024. 08. 14 06:00 문화/과학
분홍빛 구름이 일렁인다. 백일 동안 꽃을 피운다는 배롱나무꽃. 뙤약볕에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든 여름날이었다. 전남 담양의 명옥헌 원림은 배롱나무꽃이 절정을 이루며 여름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나무 위에 걸린 구름이 흔들리고, 다시 바람이 일면 후드득 꽃비가 쏟아졌다. 연못 뒤 숲속 그늘에 얌전히 앉은 누각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더위도 썩 견딜 만했다. 원림은 정원을 의미한다. 명옥헌은 1625년, 명곡 오희도의 넷째 아들 오이정이 아버지를 기리며 지었다. 오희도는 당대의 인재 중 인재였다. 인조가 왕위에 오를 때 인재를 찾는 과정에서 그를 발견했고, 세 번이나 찾아와 당신의 사람이 돼주기를 청했다. 그러나 끝내 오희도는 거절의 뜻을 밝혔다. 연로한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이유였다. 인조가 찾아오던 그때도 그는 이 자리에 머물렀다고 전한다. 한국의 정원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풍경이라 했던가. 이곳은 그 말의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의 손이 닿았지만, 그 뒤로는 오랫동안 자연의 숨결이 공간을 다듬어 왔다. 지형과 지물을 되도록 고스란히 살려 그 속에 녹아들었다. 풍요로운 남도의 대지, 그중에 담양을 골라 지은 정원. 온갖 욕망이 뒤얽힌 도시를 등지고 이곳에 앉아 있노라면, 한없이 평화로울 수 있을 것만 같은, 여름이다.
정태겸의 풍경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7) 왜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을 좋아할까(2019. 11. 25 14:01)
2019. 11. 25 14:01 문화/과학
11월 21일 월트디즈니 제작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가 개봉됐다. 2014년 국내에서 개봉돼 선풍적 인기를 끈 <겨울왕국>의 후속편이다. <겨울왕국>은 <렛 잇 고>(Let it go)로 대표되는 주제가부터 주인공이 입은 옷과 소품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디즈니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300만 벌 이상의 파란색 엘사 드레스가 판매됐다. 국내에서도 엘사 드레스는 어린이들의 ‘워너비 아이템’이었다. 엘사 공주의 파란색 드레스가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셈이다. 영화 스틸 이미지/디즈니 보통 여자아이들은 분홍색 옷을 즐겨 입고 남자아이들은 파란색 옷을 즐겨 입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흔히 분홍색은 여자색, 파란색은 남자색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엘사의 파란색 드레스가 인기를 끌면서 여자아이들이 ‘남자색’이라 불리는 파란색 드레스를 더 선호하는 이상현상이 벌어졌다. 평소에는 분홍색 옷만 입던 여자아이들이 파란색 드레스를 입기 시작했다. 여자색·남자색은 정말 있을까? 왜 여자아이들은 분홍색을 좋아하고, 남자아이들은 파란색을 좋아할까? 혹시 ‘생물학적인 성별의 차이가 선호하는 색상에 영향을 줄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생물학적인 성별의 차이가 선호색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증거를 발견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태어난 그대로 평생을 살아가지 않는다. 부모와 친구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적합한 행동을 학습하며 사회화된다. 색에 대한 선호도 마찬가지다. 여자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여자답다’고 여겨지는 색의 옷을 입고, 남자아이들은 ‘남자답다’고 생각되는 옷을 입는다. 그 색이 각각 분홍색과 파란색이다. 여기서 특정 색에 대해 ‘여자답다’거나 ‘남자답다’는 인식은 색깔이 원래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아니라 사회에서 특정 색깔에 대해 주입한 이미지다. 만약 성별에 따라 특정 색이 선호된다면 다양한 인종과 문화권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성별에 따라 선호색이 일정하게 같아야 할 것이다. 또 여성·남성뿐 아니라 동성·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성마다 선호되는 색상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구결과를 보면 만 2세 이후 성별에 따른 선호색이 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버지니아대 주디 델로아체 교수는 2011년 2월 국제학술지 <British Journal of Developmental Psychology>에 어린이의 연령에 따른 선호색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후 7개월부터 5년 사이의 어린이들에게 차례로 8쌍의 물건을 보여준 뒤 한 쌍에서 물건을 한 개씩 고르도록 했다. 모든 쌍의 물건에는 분홍색 물건이 1개씩 포함돼 있었다. 만 1세 정도의 어린이들은 색깔에 대한 선호를 보이지 않았다. 만 2세 정도가 되자 여자아이들은 만 2세 이하의 남자아이들보다 분홍색을 고르는 횟수가 많아졌다. 만 2.5세가 되자 이 현상을 더욱 뚜렷해져 여자아이들은 또래의 남자아이들에 비해 분홍색 물건을 고르는 횟수가 늘었다. 이 시기 남자아이들은 분홍색 물건을 고르지 않는 현상이 뚜렷했다. 이 시기는 아이들이 자신의 성별을 인식해가는 시기와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 스스로 성별을 인식하면서 사회에서 주입받은 여성스러운 색, 남성스러운 색에 대해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성별에 따른 선호색은 쉽게 학습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홍콩대 수이핑 영 교수 연구팀이 2018년 9월 국제학술지 <Sex Role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5~7세 아이들의 경우 자신의 성별에 따라 기대되는 색상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노란색과 초록색을 보여줬다. 한 그룹에는 노란색이 여자색이고 초록색이 남자색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그룹에게는 여자색 또는 남자색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후 참가자들에게 노란색 또는 초록색 장난감을 보여주고 어떤 것을 가지고 놀 것인지 물었다. 여자색과 남자색 설명을 듣지 않은 실험 참가자들은 성별에 따라 특정 색깔의 장난감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여자색과 남자색 이야기를 들은 실험 참가자들은 남자 참가자는 초록색을, 여자 참가자는 노란색을 더 선호했다. 성인도 아이가 착용한 옷이나 장신구의 색깔에 따라 아이의 성별을 쉽게 규정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홍색 옷을 입은 아기는 여자아이로 인식하고, 파란색 옷을 입은 아기는 남자아이로 인식하는 것이다. 1978년 11월 국제학술지 <Children Development>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분홍색 옷을 입은 아기를 마주한 성인은 몸으로 놀아주는 놀이를 해주려고 하고, 분홍색 옷을 입은 아이를 마주한 성인은 인형으로 놀아주려는 경향이 있었다. 80년대부터 남녀색 구분 뚜렷해져 여자색은 분홍색, 파란색은 남자색이라는 공식은 과연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미국 사회에서도 과거에는 지금처럼 여자색과 남자색을 구분하는 공식이 분명하지 않았다. 아기와 어린이의 옷차림에 대해 연구하는 미국 메릴랜드대 역사학자 파올레티 교수의 책 <Pink and Blue: Telling the Girls From the Boys in America>를 보면 수 세기 동안 아이들은 7세 이전까지 남녀 모두 하얀색 치마를 입었다. 흰 옷감은 때가 타고 더러운 것이 묻어도 다시 표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40년대 들어 의류 제조업체들이 소비자들의 기호를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성별에 따른 색의 옷이 생산됐다. 1960년대 들어 여성주의의 영향으로 여성스러운 옷보다는 중성적인 옷이 인기를 끌기도 했으나 1980년대 들어 다시 여자색과 남자색이 구별되는 의류시장이 형성됐다. 현재 사회의 통념적 기준과는 정반대로 분홍색이 남성적인 색이고, 파란색이 여성적인 색이라고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파올레티 교수의 책에 보면 1918년 미국의 어린이 패션잡지인 <Earnshaw’s Infants’ Department>에는 “일반적으로 분홍색은 남자아이에게 어울리고 파란색은 여자아이에게 어울리는 색깔”이라며 “더 힘찬 색깔로 여겨지는 분홍색이 남자아이에게 더 잘 어울리고, 여자아이들은 연약하고 앙증맞은 색깔인 파란색을 입었을 때 더 예뻐 보인다”는 언급이 나온다고 적혀 있다. 필자는 올해 8세 아들과 5세 딸 남매를 키우고 있다. 갓난아기 시절, 아들에게는 파란색 내복을 입혔고, 딸에게는 분홍색 머리띠를 씌워주었다. 남성스럽게 또는 여성스럽게 입힌 상태로 자라난 두 아이가 파란색은 남자색, 분홍색은 여자색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두 아이에게 왜 파란색 또는 분홍색만 입느냐는 말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겠다. 두 아이가 모두 성별에 따른 선호색에 깊게 빠져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모두 내 탓인 것을.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한성열·서송희 부부의 심리학 콘서트 ‘중년, 나도 아프다’](44) 어버이날에 아이들이 사준 분홍 원피스(2017. 05. 15 18:38)
2017. 05. 15 18:38 사회
나이가 들수록 윗사람 노릇하기가 어렵다. 옹졸하지 않게 해줄 건 해주고 덕스럽게 받을 건 받아야 될 텐데, 통 크게 해주지도, 쿨 하게 받지도 못한다. 차라리 애들이 어렸을 적 퍼줄 때가 편했다. 스스로 다짐하고 나선다. 모처럼 아이들과 아웃렛 매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공부하느라 짬을 못내는 며느리는 계절이 바뀌어도 애써 무덤덤해 하는 것 같다. 안쓰러운 마음에 모처럼 휴일에 봄옷 한 벌씩 사준다고 꼬드겨서 나오라고 했다. 얼굴 보고 밥도 먹으며, 예쁜 옷 한두 개 사주면 잠시나마 힘든 일상이 잊혀지지 않을까. 그리고 은퇴 전 평생 양복을 교복처럼 입었던 남편에게도 가볍게 봄 향기 한 겹 입혀주고 싶었다. 아이들과 약속시간 한 시간 전에 도착해서 젊은 여성복 코너로 미리 가보았다. 둘러보며 가격 대비 예쁜 옷을 고르려 이곳저곳 발품을 팔아보지만 이제는 뭐가 멋진 스타일인지도 잘 모르겠다. 내 취향이 너무 고리타분한 건지 맘에 드는 옷 찾기가 쉽지 않다. “길이가 조금만 더 길었으면….” “천이 너무 후지네….” “왜 이런 걸 치렁치렁 달고….” 계속 트집이 잡힌다. 맘에 들면 너무 비싸고, 가격이 싼 것들 중에 맘에 드는 것 찾기는 매우 어려웠지만 몇 가지 후보들을 일단 골라놓는다. 그렇게 혼자서 아이(eye) 쇼핑을 한 후 약속시간에 맞춰 애들을 만났다. “네 맘에 드는 것으로 골라봐.” 후덕한 시어미처럼 말은 그렇게 하면서 연신 미리 골라놓은 것을 건네는 나를 보며 옆에서 딸아이가 옆구리를 찌른다. “엄마, 가만히 있어.” 그제야 정신이 든다. 그래, 불편하게 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 있자. 시간이 없는 애들이라 나 혼자 한 시간 전에 와서 이미 골라놨지만, 모르는 척하는 미덕도 필요하다. 자식들이라는 존재가 어디 내가 좋다는 걸 순순히 받아들이는 존재던가. 도움을 주는 건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은 봐도 못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해야 하는 게 부모 역할의 9할이라는 걸 점점 알게 된다. 서울시내 한 백화점에서 중년여성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오늘은 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가방과 쇼핑백을 무릎 위에 몽땅 부둥켜 앉고 한쪽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애들이 분주하게 이것저것 입어보며 즐거워하고 때론 아쉬워하며 쇼핑의 묘미를 즐기고 있다. 멀리서 딸아이가 예쁘지 않냐며 옷걸이 채 흔들기도 하고, 눈을 휘둥거리며 가격표를 보여주기도 한다. 아들 내외도 옷을 고르며 서로 날씬해 보인다, 예쁘다, 너무 튄다 등등 이야기한다. 나 역시 기분이 편안해지며 일찍 도착해서 돌아다녔던 피로감이 밀려온다. 앉은 채로 괜히 여기저기 고개를 돌리며 정신을 차리는데, 갑자기 벽에 진열된 핑크색 원피스가 눈에 쏙 들어온다. 색이 참 곱다. 핑크색인데 튀지도 않고 어떻게 저렇게 고상할까. 앉은 채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피다 말았다. ‘사이즈가 작은 걸 거야.’ 묻지도 않았는데 혼자 대답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웃음이 났다. ‘오늘은 남편과 아이들 것을 사려고 왔어!’ 오늘의 목적을 스스로 상기시키지만 어느 틈에 실오라기 같은 생각이 몽실몽실 올라온다. ‘너, 저렇게 고상한 핑크색 원피스는 없잖아!’ ‘글쎄, 여기는 작은 옷들 파는 곳이라니까. 왜 자꾸 이래.’ 혼잣말을 주고받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애들과 옷들을 번갈아 바라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맘에 드는 옷들을 들고 행복한 고민을 하는 애들이 눈에 들어온다. 새 옷을 입고 나온 예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언제 핑크색 원피스를 갖고 고민했는지 잊을 만큼 풍성하고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바로 그때 딸아이의 한마디, “우와, 저기 걸린 핑크색 원피스 예쁘지 않아? 딱 엄마 스타일인데. 한 번 입어봐.” 나는 정신이 번쩍 났지만 별 관심 없는 척 “뭘, 예쁘긴 한데 작은 사이즈야! 안 맞아!” 평소와 다르게 단정적으로 말해 버렸다.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려는 듯이…. 그때 재치있는 여직원이 벌써 옷을 들고 왔다. “입어보세요. 딱, 손님 사이즈예요. 손님 분위기에 잘 어울릴 거예요.” 나는 딸과 아들 내외, 여직원의 적극적인 권유에 못이겨 갈아입고야 말았다. 오 마이 갓! 사이즈도 색깔도 딱 내 옷이다. 모두들 잘 어울린다며 사라고 야단이다. “아니야, 엄마 안 살 거야! 안 사도 돼!” 평소 의견이 없는 아들조차도 엄마에게 잘 어울린다고 흡족해 하며 사란다. 내가 봐도 예쁘다. 마음이 마구 움직인다. 그 순간 그곳에 어미는 없고 스무 살 적 철부지 아가씨만 있었다. 부모 마음과 자식 마음이 다르다 ‘그래, 마음은 원래 변하는 거야. 사자! 백화점도 아니고 아웃렛 매장이니 할인도 많이 되니까 오히려 돈을 벌어가는 거야.’ 나는 조금 전과는 다른 생뚱한 논리를 펴며 합리화했다. 마치 마땅히 지불해야 되는데 전생에 덕을 쌓아서 큰 행운이라도 얻은 양 마음이 편해졌다. 흡족한 마음으로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아이들이 주고받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 “오빠가 어서 가서 계산해.” “내가? 왜?” “어버이날 곧 오잖아.” “…” 좁은 탈의실 안에서 순간 가슴 한편이 콩 한다. 아니 지금 내가 뭐하는 거야. 애들 오라고 하고선 내 선물 사게 하다니…. 급히 나와 보니 아들이 벌써 계산대로 갔다. 아니라고 만류했지만 딸아이는 내 팔소매를 잡아당기고 아들 내외는 어버이날 선물이라며 쇼핑백을 건넨다. 동생들이랑 함께 하는 거라며 오히려 내 편치 않을 마음을 헤아린다. 내년엔 돈 많이 벌어서 더 좋은 것으로 해준다고 너스레를 떤다. 자기들 살기도 빠듯할 텐데, 고맙고 짠하다. 그래, 다음엔 엄마가 편하게 받을게. 예전 젊을 적 생각이 난다. 그 당시 며느리였던 친구들이 모이면, 1년에 왜 그렇게 이름 있는 날은 많은지, 좀 쿨하게 살면 안될까 얘기하곤 했다. 우리는 나이 들면 그러지 말자고도 했다. 나는 비교적 단출한 시댁에서 살았지만 가족 규모가 큰 시댁에 있던 친구들은 참 어려운 시간들을 보냈다. 남편 월급이 많으면 많은대로 지출규모가 커서 힘들고, 적으면 적은대로 돌아서면 챙겨야 할 가족 행사에 등골이 휜다면서 어렵게 지금까지 버텨왔다. 이제는 그녀들이 명실상부 갖은 난관을 뚫고 온 명장 같은 모습으로 의젓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그녀들이 무게 있는 한마디를 한다. “애들 제대로 가르쳐야 돼. 해줄 건 해주고 받을 건 받아야 된다구…. 요즘 애들은 자칫하다간 받으려고만 해.” 물론 노파심에서 한 얘기일 수 있지만 한편으론 의미 있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나이가 들수록 윗사람 노릇하기가 어렵다. 옹졸하지 않게 해줄 건 해주고 덕스럽게 받을 건 받아야 될 텐데, 통 크게 해주지도, 쿨 하게 받지도 못한다. 차라리 애들이 어렸을 적 퍼줄 때가 편했다. 이제 아이들한테서 받아보니, 형편과 사정을 뻔히 아는데 양가 행사와 양부모에게 때때 맞춰 인사하고 사람 노릇하며 언제 저축하고 살까 걱정되니 편치 않다. 우리도 다 그렇게 살았건만 부모 마음과 자식 마음이 다르다. “아냐, 받는 것도 익숙해져. 난 요새 우리 애들이 돌아가며 뭐 해주는 게 그렇게 좋더라. 은근히 기다려진다니까.” 우리 중 가장 일찍 자녀들 모두 결혼시킨 친구가 위용있게 말한다. “큰 건 아니래도 애들도 해줄 만하니까 하는 거야. 무슨 빚내면서 하겠니. 요즘 애들 현명해.” 어버이날에 아이들이 사준 분홍 원피스 차려입고 남편과 나는 구순 넘은 시어머님 모시고 외식을 했다. 문득 친정엄마가 좋아하시던 냉면에 수육을 한 번씩 사드린 기억도 났다. 주는 기쁨과 현명함 사이 어디쯤에서 이렇게 가정의 달이 지나간다.
한성열·서송희 부부의 심리학 콘서트 ‘중년, 나도 아프다’
[헬스케어]선명한 분홍색이 건강색(2005. 12. 06)
2005. 12. 06 사회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를 받치고 있는 분홍빛 건강한 잇몸은 미소를 더욱 싱그럽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잇몸이 건강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성인 4명 중 3명은 잇몸질환을 앓고 있다. 대개의 경우 흡연이나 관리소홀로 잇몸이 건강한 분홍색을 띠기 어렵다. 치아를 잇몸이 길게 덮고 있거나 들쭉날쭉 모양이 좋지 않은 것도 잇몸질환의 원인이 된다. 잇몸의 건강도는 색을 보고도 평가할 수 있는데, 분홍색을 유지하는 방법은 평소의 양치관리와 금연, 스케일링 등이다. 이미 불그죽죽하고 검게 변했다면 바로 잇몸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최근 병원을 찾아 검게 변한 잇몸을 치료한 지영은씨(32)의 경우 잇몸 질환이 너무 오래돼 잇몸과 치아 사이가 벌어지고 치주농양까지 생긴 상태였다. 이렇게 되면 초기 치료에 비해 비용과 시간이 갑절 이상 든다. 정도가 심해지면 치아를 받치고 있는 치조골에 문제가 생겨 발치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지씨의 경우는 물방울레이저로 잇몸 속 균을 모두 없애고 지나치게 긴 잇몸을 잘라내는 교정술을 받았다. 잇몸이 길어 그 사이에 음식물 찌꺼기가 남아 염증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여기에 까맣게 변해버린 색상도 레이저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분홍색 건강한 잇몸으로 되돌릴 수 있다. 과거에는 페놀이나 수술로 벗겨내 위험한 경우도 있었지만, 레이저 교정법은 간단하고 효과도 뛰어나다. 잇몸이 치아와 너무 벌어져 있거나 치아를 지나치게 덮은 경우 교정을 해주면 치아건강에도 효과적이다. 치아는 신체 중 가장 상하기 쉬운 부분이다. 충치나 잇몸병, 부상에도 쉽게 노출되고 며칠만 관리를 잘못해도 치태와 치석이 끼어 관리하기 힘든 돌밭이 되고 만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양치하는 습관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관리하기 쉬운 입속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031-269-2828) 명우천〈지오치과 원장〉

레이디경향(총 2 건 검색)

분홍빛으로 물든 화담숲, 어린이 보안관이 출동한다
분홍빛으로 물든 화담숲, 어린이 보안관이 출동한다
2022. 04. 27 14:15 육아/교육
‘키즈 포레스트 레인저’ 프로그램. 화담숲 제공 싱그러운 봄을 만끽하며 자연으로 나설 시간이다. 생태수목원 화담숲은 가정의 달을 맞아 5월 한 달간 매주 토요일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키즈 포레스트 레인저’를 운영한다. 키즈 포레스트 레인저는 숲을 사랑하고 자연을 보호하는 어린이 보안관 콘셉트의 가드닝 직업 체험 프로그램이다. 가드너의 설명으로 다양한 나무, 꽃과 열매, 이끼 등 숲 속 자연 생태를 이해하고, 머그컵 화분 꾸미기와 친환경 배양토에 씨앗 심기 등의 경험을 통해 식물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다. 이외에도 흙과 씨앗으로 씨드볼을 직접 만들어보고 낱말 퍼즐과 빙고, 숲 관찰 일지를 작성하는 미션북 수행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마련됐다. 화담숲 관계자는 “5월은 전역이 철쭉과 영산홍 등 분홍빛으로 짙게 물드는 시기다. 다채로운 자연 생태 관찰과 체험 활동을 즐기며 숲이 전하는 봄 기운을 완연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우리 숲의 생태계를 복원하는데 중점을 두고 조성된 테마원으로, 약 5만평 대지에 4천 3백여종의 국내외 자생 및 도입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키즈 포레스트 레인저’ 체험 프로그램은 곤지암리조트 홈페이지에서 4월 29일부터 사전예약제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10명 한정 소규모 인원으로 진행되고, 보호자 동반 없이 만 5세부터 만 8세까지 참여 가능하다. 체험 소요 시간은 약 2시간, 비용은 1인 6만원이다. 관찰경 및 가방, 체험 활동 미션북, 식물 심기 키트 등 각종 용품이 제공되고, 체험 종료시 수료증과 배지가 수여된다.
화담숲
[모녀의 지구여행기]분홍빛 벚꽃 日시모다에서 보낸 1박 2일
2012. 03. 12 19:10 레저/여행
일본의 봄은 벚꽃으로 가득하다. 큰 도시의 대로부터 작은 마을의 골목길까지 유난스럽게도 심어놓은 벚꽃나무들은 봄이 되기만을 기다린 듯하다. 벚꽃나무가 마치 폭죽처럼 분홍빛 꽃잎을 터트릴 때, 일본 사람들은 ‘오하나미(お花見)’라고 부르는 벚꽃놀이를 즐긴다. 지난해 봄 티격태격 모녀는 일본 이즈 반도의 최남단인 시즈오카 현 시모다 시에서 따뜻한 봄 바다와 함께 벚꽃을 만끽하고 돌아왔다. (편집자 주) 이토 역의 벚꽃길.일본 지바 현에 사는 오빠는 일본의 기상 정보는 무척 정확하다면서 벚꽃놀이를 가려면 3월 마지막 주에 오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그 날짜에 맞춰 엄마와 함께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가는 동안 엄마와 나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 엄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아빠와 함께 도쿄행 비행기를 탔던 때를 생각했을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함께 있던 아빠는 이제 없다. 하네다 공항으로 마중 나온 오빠를 보고 엄마와 나는 깜짝 놀랐다. 평소 날씬한 편이던 오빠는 통통하게 살이 올랐고, 심지어 못 보던 촌스러운 점퍼를 입고 나왔다. 오빠는 전형적인 ‘차도남’이다. 퇴근 후에는 과일로 저녁을 해결하고, 하루 한두 시간씩 매일 운동을 하며 체중 관리를 해왔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절대 과식하지 않는 독한 남자였다. 그런데 살이 오른 오빠의 모습을 보니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 아마 오빠도 아빠를 잊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빵을 더 챙겨 왔어야지. 비행기에서 주는 빵이 얼마나 맛있는데!” 우리는 지바 현으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 오빠는 기내식으로 나왔던 작은 빵을 입에 넣으며 나에게 핀잔을 주기 시작했다. 5개월여 만에 만난 우리 세 식구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쉴 새 없이 조잘거렸다. “벚꽃놀이는 아무 데나 가도 상관없을 거야. 어디든 벚꽃 구경은 실컷 할 수 있을 테니까.” 오빠는 엄마와 나에게 벚꽃 구경도 하고, 온천도 할 수 있는 몇몇 곳을 추천해주었다. 엄마는 싱싱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바닷가로 가자고 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시모다였다. 기차 탈 땐 도시락 그리고 맥주 기차를 타기 전 동네 슈퍼에서 초밥 도시락과 빵, 맥주, 과자를 넉넉히 샀다. 일명 ‘에키밴’이라고 불리며, 일본의 기차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도시락은 그 명성대로 맛있다. 기차를 탈 때 기념 삼아 한두 번 정도 사 먹어도 좋다. 하지만 가격 면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음식임에 분명하다. 우리는 동네 슈퍼에서 저렴하면서도 싱싱한 초밥 도시락을 종류별로 샀다. 시모다로 가기 위해 도쿄 역에서 JR 이토선 특급을 탔다. 중간에 이토 역에서 내려 점심을 사 먹기로 했다. 오빠는 이런 시간을 모두 합쳐서 시모다까지 네 시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일본의 기차는 우리나라의 기차와는 분명 분위기가 다르다. 기차 안에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만약 갑작스럽게 전화를 받은 사람은 대부분 개미 목소리처럼 소곤대며 통화를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어디선가 번개처럼 나타난 승무원이 그 사람에게 전화를 끊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늘 생각하지만, 이 과정이 무척 빠르다. 수다스러운 우리 세 사람도 기차를 타면 이러한 분위기에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종종 시끄러워질 때가 있다. 그때마다 엄마는 눈치를 주곤 한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기차는 해안가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연둣빛 나뭇잎과 봄날의 햇살을 가득 머금은 차창 밖의 풍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3월 말의 벚꽃은 활짝 피어나는 중이었고, 분홍 꽃잎은 푸른 바다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빠르게 지나치는 봄날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맥주를 마셨다. 생각해보면 재미있다. 기차 안에서 이야기는 크게 해선 안 되지만, 냄새가 나는 도시락을 먹거나 술은 마셔도 되는 점 말이다. 어쨌든 우리는 아타미 역에서 내렸다. 바로 도미조림을 먹기 위해서다! 1 아타미 역에서 점심 먹을 곳을 찾는 엄마와 오빠. 2 아름다운 벚꽃길의 출발점이 된 이토 역. 3 이토 역에서 걸어서 20분이면 도착하는 해안 절벽가의 모습. 도미 눈알이 징그럽다면? 초밥을 먹으면 되지! 우리는 여행 책자를 보고 미리 점찍어놓은 도미조림 맛집으로 향했다. 아타미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식당 앞에 커다랗게 걸어놓은 도미조림 사진을 본 엄마의 표정이 안 좋아진 것이다. 머리 부분을 중심으로 도미 한 마리를 먹음직스럽게 찍어놓은 것은 좋으나, 어째 도미의 눈알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날 잡아 잡술 것인가요?’라고 묻는 듯이! 게다가 유명 맛집으로 알려진 그 식당 안에는 손님도 별로 없었다. 식당 앞에서 맞닥뜨린 무시무시한 도미조림 사진과 손님이 별로 없는 식당 안의 모습을 엿본 우리는 여행 책자의 정보는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도미조림을 위해 간 아타미 역에서 도미조림을 포기한 것이다. 물론 다른 식당에서 사 먹을 수도 있었지만 당장 도미조림은 먹기 싫다는 엄마의 의견을 따라야 했다. 다른 식당을 알아보던 중 한 회전 초밥집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현지 주민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가득했다.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맛집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수 있다. 더 이상 돌아다녀봤자 별 소득이 없을 것 같아 우리는 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새우, 성게알 많이 시켜줘!” 메뉴를 보는 오빠에게 나는 엄마가 좋아하는 새우, 내가 좋아하는 성게알초밥부터 시켜달라고 했다. 그런데 오빠는 주문을 하지 않고, 계속 메뉴를 보고만 있었다. 답답했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터라 배가 더 고파졌는데, 오빠가 늑장을 부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 나 이 단어가 뭔지 모르겠다.” “뭐라고? 말도 안 돼!” “여기 사투리로 쓴 메뉴 같아. 대체 뭐지?” 언젠가 오빠는 오사카 사람들의 말을 못 알아듣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처럼 일본도 지역마다 사투리를 쓰는 곳이 많은데, 오빠는 도쿄 표준어만 배웠기 때문이란다. 물론 세계 어느 나라든 표준어를 배운 사람이 각 지방의 사투리까지 이해하는 것은 역부족일 것이다. 이런 상황을 눈치 챈 엄마는 스시맨에게 “에에 비이”라고 말했다. ‘에비’는 일본 말로 새우다. 작은 시골마을의 스시맨 할아버지는 약간 불친절했지만, 엄마에게 싱싱한 생새우를 얹은 초밥을 만들어줬다. 이렇게 우리는 스시맨에게 먹고 싶은 초밥의 종류를 직접 설명하면서 주문해 먹었다. 무엇보다 이 회전 초밥집의 가격은 무척 저렴했다. 물가가 비싼 도쿄에서는 상상도 못할 가격으로 싱싱한 초밥을 실컷 먹고 나왔다. 벚꽃 바람 맞으며 바닷가를 걷다 다시 아타미역으로 온 우리는 이토 역으로 가기로 했다. 시모다로 가기 전에 있는 마을로, 벚꽃길과 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가로 유명하다. 아타미 역에서 이토 역까지 가는 기차는 시야가 탁 트인 일본의 동해안을 달렸다. 40분쯤 지나서 이토 역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는 승객은 우리밖에 없었다. 그만큼 규모가 큰 관광지는 아닌 모양이다. 이토 역은 간이역 같은 곳이다. 특이하게 플랫폼에 족욕을 할 수 있는 제법 큰 나무 욕조가 있었다. 반가운 손님을 대하듯 개찰구의 역무원이 인사를 건넸다.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이토 역을 나왔다. 그때 눈앞에 새하얗고 새하얀 벚꽃나무길이 펼쳐졌다. 모두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오래전 이토의 곳곳에 누군가 심은 벚꽃나무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시작부터 그 자리에서 있었던 듯 당당한 자태로 만개한 모습이었다. 이토 역의 입구가 언덕의 가장 높은 지점이었고, 그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는 동안 끊임없이 벚꽃나무가 이어졌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작은 꽃잎들이 떠다녔고, 따뜻한 바닷바람은 무척 달콤했다. 이토 역에서 절벽 해안가로 이어지는 벚꽃길의 양옆에는 고급 주택들이 큼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일본 특유의 가옥 양식보다는 유럽식 정원과 고성을 축소한 듯한 집들이 많았다. 유럽 문화에 열광하는 일본 사람들이 다 모여 사는 곳 같았다. “엄마 발 아프지 않아? 여기서 20분 정도 더 걸어야 할 것 같은데….” “왜 진작 이야기를 안 했니! 지금까지도 꽤 걸었는데. 나 그렇게는 못 걷는다.” “택시 탔으면 이 길을 못 걸으니까 그랬지….” “할 수 없지. 그럼 쉬엄쉬엄 가보자.” 만약 나라면, 벚꽃나무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엄마에게 택시를 태워드렸을 것이다. 하지만 오빠는 벚꽃나무길이 끝난 다음에도 택시를 잡지 않았다. 물론 절벽 해안가로 가는 길이 얼마 안 걸릴 것이라고 예상해서 그랬겠지만, 이런 점이 남자와 여자의 다른 점 같다. 아니면 아들과 딸의 다른 점이랄까? 시골 도로 옆으로 난 좁은 길을 걷고 걸어서 드디어 절벽 해안가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제법 많은 차들이 세워져 있었고,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도 여럿 있었다. 사람들이 걸어가는 곳을 따라 우리도 걸었다. 이어 곧 거대한 절벽이 나타났다. 나무로 만든 작은 다리를 건너니 절벽과 이어진 장소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커다란 바위, 평평한 바위, 뾰족한 바위 등 온갖 모양의 바위들이 모여 대지를 이룬 곳이었다. “정말 멋지다! 우리 사진 실컷 찍고 가!” “엄마는 여기 앉아 있을게. 너희끼리 찍고 와” 엄마는 다리가 아프셨는지, 낮은 바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신이 난 오빠와 나는 특이한 바위 그리고 일본의 동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근데 여기서 한 시간 동안 바닷가를 따라서 걷는 건 어때? 저기 저 길 보이지? 올레길 같은 건데, 일본 사람들이 많이 걷는 길이야.” 엄마와 나는 동시에 “안 돼!”라고 소리쳤다. 오빠는 바닷길을 따라 시모다로 직접 걸어가는 코스를 생각했지만 우리 모녀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이토 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우리는 벚꽃길을 다시 한번 지났다.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 온천 이토 역에서 시모다는 두 정거장 거리다. 시모다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오빠와 나는 역 안에 마련된 족욕탕에 발을 담그고 놀았다. 얼마 후 도착한 기차를 보고 우리 모두는 깜짝 놀랐다. 도쿄와 아타미에서 탄 JR이 아니라 2층으로 된 기차가 도착한 것! 기차 외부는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고, 한가운데 ‘블랙 트레인’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오빠도 이 기차에 대해서는 모르는 듯했다. 기차에 타니 더 놀라운 풍경이 이어졌다. 극장처럼 기차 안의 좌석이 4층 계단으로 층층이 설계되어 있고, 기차의 맨 앞은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었다. 아타미에서 이토로 오는 동안 탄 JR에는 창문을 바라보게 의자가 놓여 있었다. “와! 어떻게 이런 기차가 다 있지? 진짜 좋다! 근데 왜 이걸로 예약 안 했어?” “나도 몰랐어. 근데 조용히 해! 사람들이 쳐다본다.” 1 시모다 곳곳을 다니다가 엄마와 함께. 2 시모다로 가는 동안 차창 밖으로 펼쳐진 바닷가. 3 시모다의 별장에서 주말을 보내고 돌아가던 일왕 부부를 거리에서 보다. 4 아타미 역에서 먹지 못했던 도미조림을 시모다의 유명 맛집에서 먹을 수 있었다.호들갑 떠는 나에게 오빠는 주의를 주었다. 나와 엄마는 운 좋게 4층 좌석에 앉았고, 오빠는 통유리로 시야가 탁 트인 기차의 맨 앞좌석에 앉았다. 전망 기차로는 최고가 아닐까 싶었다. 이 기차를 10여 분밖에 타지 못하고 내려야 했던 것이 지금도 아쉽다. ‘블랙 트레인’을 타고 도착한 시모다 역에는 팻말을 든 온천 호텔 직원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우리가 묶었던 호텔은 그중에서도 바다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해 있었다. 엄마와 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본 오빠는 ‘돈 좀 들였다’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럴 때마다 엄마가 늘 하는 말씀이 있는데, 바로 ‘지금까지 키워준 값을 내라’라는 이야기다. 아무튼 우리는 기분 좋게 바다가 사방으로 보이는 다다미방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오빠가 이 호텔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인 바다를 바라보는 노천 온천을 하기 위해 대욕탕으로 향했다. 일본의 여러 온천 도시를 다녀봤지만 바닷가에 위치한 온천은 처음이었다. 인근에 활화산이 있긴 하지만 위험한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나는 엄마와 함께 바다가 바로 보이는 노천 온천으로 향했다.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마음에 드는 노천탕이었다. 따끈한 물에 몸을 담근 채 노을이 지는 시모다의 바다를 바라봤다. 두말할 것 없이 우리는 행복했고, 즐거웠다. 이렇게 시모다에서 밤을 보냈다. 일본인도 평생 한 번 보기 힘들다는 그들을 보다! 시모다는 일본 최초의 개항지다. 1854년 미일화친조약 직후 개항한 곳으로, 이후 하코다테가 두 번째로 서구에 문을 열었다. 당시 시모다에 들어온 첫 번째 미국 함대의 배가 검은 배였다고 한다. 때문에 시모다에서 검은 배는 하나의 상징이다. 아픈 역사의 기억이기도 하다. ‘블랙 트레인’이 만들어진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도 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노천욕을 즐겼다. 기분 좋게 아침을 먹고 호텔 앞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는데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가 바닷가 가까이 걸어가려는데 웬 남자가 우리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오빠는 그 남자를 대번에 무시하고 계속 걸었지만 엄마는 달랐다. 오빠를 잡으며, 그 남자가 수상하니 어서 호텔로 돌아가자고 말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 남자는 심지어 오빠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며 다가왔다. 엄마의 직감이란 게 이런 걸까? 엄마는 순간적으로 오빠를 끌고 호텔 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따라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서 오빠는 그 남자와 몇 마디를 주고받더니 우리를 데리고 호텔로 향했다. “누구야? 왜?” “경찰이래. 살인사건이 난 것 같아.” “이렇게 사람이 없을 때는 우리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어.” 우리가 가고 싶던 바닷가 쪽으로 산책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이 호텔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고 도쿄로 돌아가는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짐을 챙겨서 시모다 시내로 나왔다. 그런데 거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검은 옷을 입은 건장한 남자들이 도로 곳곳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모다 역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카메라를 든 수십 명의 취재진이 우르르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대체 무슨 살인사건이기에? 우리의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엄마의 만류에도 기자단의 뒤를 쫓았더니, 정치가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시모다 역 앞에 나와 있었다. 별일 아닌가 싶어 다시 시내로 발길을 돌리려는데 이번에는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본격적으로 행인들의 움직임을 통제했다. 우리도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검은 승용차 세 대가 우리 쪽으로 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일왕(日王) 부부였다. 찰나였지만 일왕 부부의 모습을 보았다. 사람들을 향해 세련된 태도로 손을 흔들어주었다. 오빠는 “일본 사람들도 평생 한 번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야”라며 좋아했다. 심지어 엄마는 복권을 사야 한다며 기어코 복권을 구입했다. 5 일본 최초의 개항도시인 시모다에 처음 들어왔던 미군 군함인 ‘검은 배’의 미니어처. 6 로맨틱했던 엄마와 오빠의 벚꽃길 산책. 7 유자와 벚꽃이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답다. 8 이토 역의 벚꽃길을 배경으로 세 식구가 셀프타이머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9 시모다의 벚꽃. “저 사람들이 평생 제일 많이 한 일이 손 흔드는 일 아니겠어?” 엄마는 다른 것보다 일왕 부부의 손 인사가 인상적인 듯했다. 우리가 아침 산책길에 그 남자에게 검문을 당한 것도 일왕 부부가 걸어갈 코스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왕 부부의 퍼레이드가 끝난 후 통제도 바로 해제됐다. 우리는 시모다의 맛집 중 하나인 도미조림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타미 역의 식당에 붙어 있던 사진처럼 큰 도미 한 마리가 덩그러니 접시에 올라 나왔다. 정말 담백하고 맛있었다. 문득 아침의 살인사건 얘기가 생각나서 오빠에게 물었더니 “그냥 장난친 거야”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오빠가 그 남자의 말을 못 알아들었던 것이 아니냐며 계속 놀려댔다. 그렇게 우리는 시모다의 벚꽃길과 아름다운 바다를 실컷 눈에 담은 뒤 도쿄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일본의 벚꽃은 두 번 다시 보지않아도 후회 없을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티격태격 모녀의 시모다 1박 2일 따라잡기 여행의 타입 목적지까지 기차로 이동해 시간을 절약한 알찬 일정 (도쿄▶아타미▶이토▶시모다) 일본 여행에서 기차는 무척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기차 요금이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짧은 기간을 알차게 여행하고 싶다면 기차만 한 교통수단도 드물다. 또 기차 시간표에 맞춰 일정을 짜면 효율적이다. 시모다는 도쿄에서 2시간40분 정도면 도착하는 바닷가 온천 마을이다. 도쿄에서 직접 시모다로 가는 방법도 좋지만, 티격태격 모녀는 시모다로 가는 중간중간의 역도 구경했다. 도미조림으로 유명한 아타미 역에서 점심을 사 먹고, 벚꽃길과 절벽 해안가를 보기 위해 이토 역에서도 내렸다. 만약 여행 기간이 짧은데,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다면 목적지로 가는 중간중간의 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여행의 목적 벚꽃놀이와 온천 이번 티격태격 모녀의 여행은 목적이 분명했다. 벚꽃 구경과 온천이다. 이렇듯 분명한 여행 컨셉트가 없다면 우왕좌왕하기에 딱 좋다. 어느 곳을 여행하든 현지의 특징에 맞는 목적을 한두 개 정도는 정하고 떠나기를 권한다.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면 오히려 피곤한 여행이 될 수도 있으니 여행 기간과 건강 상태, 걷는 시간 등을 충분히 고려해 정하는 것이 좋다. 티격태격 모녀는 이번 여행에서 도미조림 맛집을 찾아가기 위해 아타미 역에서 일부러 내렸다. 하지만 그 맛집은 소문처럼 괜찮을 것 같지 않아 손님이 많은 다른 식당에 가기도 했다. 여행 중에는 이렇듯 변수가 많이 생기므로 계획이나 목적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는 빨리 차선책을 생각해야 한다. 여행의 기술 회전 초밥집에서도 주문을 하자! 일본의 초밥 식당, 스시집은 무척 다양하다. 가장 고급으로 인정하는 초밥집은 손님 한 사람당 스시맨 한 사람이 응대하며, 하나하나 바로 만들어서 손님상에 올려주는 곳이다. 이때 손님은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집어 먹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필자는 이런 고급 초밥집에 대해서 이야기만 들어봤을 뿐 가본 적은 없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회전 초밥집은 일단 가격 부담이 적어 누구나 들를 수 있다. 일본이든 우리나라든 회전 초밥집을 제대로 즐기는 법은 즉석에서 만든 신선한 초밥을 먹는 것. 우선 메뉴판을 보고 자신이 먹고 싶은 초밥을 두세 가지 정도 주문해보자. 이미 내가 주문한 초밥이 트레일러에서 돌아가고 있어도, 손님이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주는 것이 예의다. 때문에 눈앞에서 바로 만들어주는 초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별것 아니지만 회전 초밥집에서 먹고 싶은 것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글&사진 / 정은주(객원기자)>
티격태격 모녀의 지구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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