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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650 건 검색)

7년 만에 반복된 ‘문명고교 교과서 파동’…시민단체 “불량 한국사교육 시도 중단을”
2024. 11. 19 20:15 사회
... 미화 논란’ 교과서 채택…전국 일반고 중 유일 “친일·독재 미화를 중단하라, 불량 한국사교육 시도를 중단하라!” 19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앞에서는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독재미화한국사경북교육
[단독] 5년간 서울대 합격자 수도권·세종만 늘어···사교육 격차 확인
2024. 10. 07 16:40 사회|사회
... 2020학년도부터 2023학년도까지 줄곧 감소하다 2024학년도에 소폭 증가했다. 이들 지역은 시도별 사교육비 지출액 및 참여율이 가장 낮은 지역에 속한다. 서울대 지역별 합격자 비중을 입학전형별로 보면...
서울대합격자사교육국정감사정을호더불어민주당지역별비례선발제
내년 사교육비 27조1천억원서 1.5% 줄이겠다는 교육부
2024. 09. 09 07:42 사회
... 지난해 사교육비는 교육부 목표치보다 3조원 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을 부처의 ‘대표 성과 지표’ 세 가지 중 하나로 설정했다. 교육부는 “과도한 사교육이...
‘맞춤형 학습’ 강조하면 사교육 줄어들까?
2024. 08. 21 15:02 사회
... 밝혔다. 선정된 지역과 학교에는 최대 7억원까지 예산을 지원한다. 교육부가 이번에 선정한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에서 강조한 것은 ‘맞춤형 학습’이다. 교육부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 14쪽 중...

스포츠경향(총 32 건 검색)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동심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 사교육 현실은?
2024. 02. 27 14:07 연예|연예
흥미로운 제목의 영화가 팬들을 손짓한다.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캐릭터 예고편이 27일 공개됐다. 인생 권태기 11살 ‘동춘’(박나은 분)이와 동춘의 엄마 ‘혜진’(박효주 분), 동춘의 삼촌 ‘영진’(김희원 분)은 물론 ‘동춘’과 특별한 우정을 나누는 말하는 막걸리의 특징과 특이사항이 담겨있다. 먼저 주인공 ‘동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표정과 눈빛으로 예비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생N회차 #바쁜_스케쥴 #틈틈이_멍때리기 등의 키워드와 함께 수많은 학원을 다니는 일상이 펼쳐진다. 그러던 어느날, ‘동춘’의 앞에 ‘동춘을 망치러 온 구원자’ 말하는 막걸리가 나타난다. #모스부호가_페르시아어임 #로또번호_알려줌 키워드만으로도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만의 독특한 소재와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이어 ‘동춘’의 엄마인 ‘혜진’은 #열정만렙_학부모 #명언_좋아함 #동춘이_응원전문가 키워드처럼 딸인 ‘동춘’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열정 넘치는 모습이 보여진다. 또한 ‘동춘’의 삼촌인 ‘영진’은 #명상전문가 #인도와_티베트에서_명상수련 키워드와 함께 두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거나 명상 춤을 추는 등 남다른 매력을 뽐낸다.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독보적 스토리텔러로 주목 받는 김다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오로라미디어상을 수상했다. 11살 어린이의 시선으로 사교육 왕국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이면서 무엇을 상상하든 기대 이상의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대담한 스토리텔링과 모험적인 질문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눈을 뗄 수 없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 예고편을 공개한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2월 28일부터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종합] 전현무·한혜진→정승제 ‘티처스’…사교육계 ‘금쪽’ 될까
2023. 11. 02 12:57 연예|연예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쳐스’ 제작발표회 현장 청소년들의 성적을 사수할 최정예 군단이 뭉쳤다.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에서 채널A 새 예능프로그램 ‘성적을 부탁해: 티쳐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방송인 전현무, 한혜진, 장영란과 일타 강사 정승제, 조정식, 김승훈CP, 윤혜지PD가 참석했다. 김CP는 “‘금쪽같은 내새끼’를 기반으로 엄마들의 육아 고민을 지켜봤다”며 “‘금쪽같은 내새끼’를 졸업한 부모님들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티처스’ 기획의도를 전했다. ‘금쪽’과 공통점은 ‘진정성’이라며 “엄마와 아이의 갈등을 줄이면 세상이 밝아지고, 꿈을 하나로 하면 미래로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획했다. 그래서 ‘금쪽’은 오은영 선생님을, ‘티처스’는 정승제-조정식 선생님 두 분을 찾아갔다. 청소년기 아이들이 어떤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지부터, 자기의 꿈을 찾아가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쳐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방송인 전현무 이날 전현무는 “장영란-한혜진이 학부모 입장에서 공감해 주시고, 저는 학생 입장으로, 목동의 치맛바람을 경험한 입장으로 프로그램에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본고사, 수능, 내신을 모두 해야 해 학습량이 너무 많았다”는 전현무는 “특수목적고를 나왔기 때문에 학교 교육만 받아서는 따라갈 수 없었다. ‘티처스’ 프로그램을 하면서 느꼈는데, 지금도 전혀 달라진 게 없더라. 교육 제도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학습량이 너무 많다. 너무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옛날 세대라 공감 능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너무 비슷했다. 학생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쳐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한혜진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쳐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방송인 장영란 한혜진은 “딸이 9살이다. 공부에 대한 진지한 얘기는 아직 안 통한다. 재밌는 게 너무 많다”며 “딸이 종종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후회되는 게 뭐야?’라고 묻는데 ‘공부 안 한 거’라고 답한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아이가 공부를 싫어하게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프로그램에 나오는 친구들 모두 의지가 굳건하다. 의지를 갖도록 하는 게 아이들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두 남매 엄마 장영란은 “학부모로서 공감도 있지만 제가 공부를 진짜 못했다.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게 되더라”며 “선생님이 아무리 설명해도 구구단을 모르는데 곱셈을 하라니 얼마나 힘드나. 제 인생도 배우고 아이들 가르치면서 참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쳐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일타강사 정승제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쳐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일타강사 조정식 정승제는 “수학을 대하는 태도만 바꾸면 성적이 올라간다는 것을 증명해보고 싶었다”며 “5년 전부터 ‘이런 프로그램 하나 만들면 좋겠다. 대단히 좋은 교훈이 되겠다’ 싶었다. 오로지 그 증명을 위해 하고 있다. 저는 시청률 신경 쓰는 방송인이 아니다. 그거 하나만 증명되면 저의 출연 의도는 충족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정식은 “직업인으로서 접근이다. 항상 익명에 가려진, 한 교실에 600명이 넘는, 온라인 화면 너머의 학생들과 마주한다. 피드백을 받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학생 개개인의 사정을 알게 되지 않나. 직업으로서 깊어질 기회다 싶었다. 저는 독설 많이 하는 사람인데, 학생의 사연을 알게 되니 못된 얘기를 못 하겠더라. 부드러워지고 있다”고 변화를 예고했다.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쳐스’는 공부와 성적이 고민인 중고등학생에게 대한민국 최고의 강사진이 직접 코칭해 성적을 올려주는 에듀 솔루션 버라이어티. 5일 오후 7시 50분 첫 방송된다.
한지이, 월 1000만원 적자에 240만원 사교육 시키는 고딩엄마(고딩엄빠3)
2023. 06. 15 09:10 연예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 MBN ‘고딩엄빠3’에 출연한 한지이가 월 1000만 원 이상의 적자에 시달리며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14일 방송된 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이하 ‘고딩엄빠3’)’ 22회에서는 17세에 엄마가 된 한지이가 출연해, 현재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 네 살인 ‘세 자매’, 스무 살인 대학생 여동생, 그리고 조카까지 총 여섯 식구의 가장으로서 사는 일상과 남모를 고민을 공개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먼저 한지이가 ‘고딩엄마’가 된 사연이 재연드라마로 펼쳐졌다. 중학교 시절부터 부모님의 불화로 고통받던 한지이는 결국 자퇴를 했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열여섯 살 무렵 카페에서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한 남자에게 반해 적극적으로 대시했다. 오랜 구애 끝에 그 남자와 사귀게 됐지만, 두 사람은 아홉 살의 나이 차로 위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한지이의 변함없는 애정 공세에 두 사람은 세 딸을 낳은 부부가 됐다. 하지만 한지이는 “셋째 출산 후, 남편의 태도가 몰라보게 차가워졌다”면서 “날로 심해지는 부부 갈등에 스트레스를 받던 중 귀갓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생사를 오가는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남편은 거의 병원을 찾지 않았고, 결국 ‘이혼하자’는 말을 꺼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도 무심하게 반응하는 남편의 모습에 한지이는 “이제서야 꿈에서 깼다”며 오열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재연드라마가 끝나자, 한지이가 홀로 스튜디오에 등장했다. “교통사고가 난 후 1년 반의 별거 기간을 거쳐 이혼하게 됐다”고 밝힌 한지이는 “사고의 후유증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현재 매월 천만 원 정도가 부족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이어 여섯 식구의 일상을 공개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럭셔리한 집에서 평온한 삶을 사는 모습이었다. 특히 한지이는 자신이 운영하는 판매 대행 쇼핑몰 사무실로 출근하는 CEO 면모로 감탄을 자아냈고, “하루 최고 매출로 1300만 원까지 벌어 봤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한지이 가족이 사는 집은 보증금 3천만 원에 월 150만 원을 내는 월셋집이었다. 더욱이 한지이의 아이들은 플라잉 요가와 쿠킹클래스, 도예 등 월 240만 원 가량의 사교육을 받고 있었고, 한지이의 여동생 또한 월 160만 원의 용돈을 언니에게 받고 있다고 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식사 도중 아이들의 해맑은 용돈 요구에 표정이 어두워진 한지이는 그날 밤 친구를 만나 “국세를 못 내서 독촉장이 날아왔고, 월세도 두 달 치가 밀렸다”고 고백했다. 모순적인 상황에 대해 한지이는 “사업 침체기가 와서 현재 매출이 월 200만 원 밖에 안되는 데다, 사기로 인해 약 1억 3천만 원의 피해를 보게 돼 생활이 급격하게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짐을 혼자 짊어진 채, 눈물을 흘리는 한지이의 모습에 출연진들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며칠 뒤 제작진은 김경필 머니트레이너를 특별 초빙해 한지이의 재정 상태를 점검했다. 김경필 머니트레이너는 한지이의 집을 둘러본 뒤, “과잉 소비로 인해 이대로 가다간 3개월 이내 파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현재의 빚이 아이들에게 대물림될 수도 있다”고 덧붙여 한지이를 충격에 빠트렸다. 김경필 머니트레이너와의 심층 상담 후, 한지이는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당분간 학원 몇 개를 쉴 것”이라고, 여동생에게 “용돈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한 여동생은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겠다”며 수긍했고, 딸들도 “엄마의 어려운 상황을 최대한 돕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더 열심히 일해서 가족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한지이의 굳은 의지에 출연진들과 시청자들도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한편 MBN ‘고딩엄빠3’는 매주 수요일 밤 10시 20분 방송된다.
[신간] 사교육으론 절대 못하는 진짜 토론력 키우기 ‘엄마표 토론’
2022. 10. 14 21:03 생활
엄마표 토론. 한울림 제공. “왜 ‘엄마표 토론’이 답인가?” 4년 동안 아이와 토론 수업을 해온 저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집에서 아이와 토론을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엄두도 나지 않은 엄마들에게 꼭 필요한 이론과 실천을 알차게 담았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라서 더 행복한 토론 활동을 돕는 이 가이드북을 따라가다 보면 사교육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엄마표 토론의 무한한 장점을 몸소 경험하게 될 것이다. 토론은 말싸움이 아니다. 상대를 이겨야만 하는 경쟁도 아니다. 서로 의견이 달라 부딪칠 수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을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열띤 주장을 펼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표현이 딱딱해질 수 있는데, 그때 사용하면 좋은 언어가 바로 ‘쿠션언어’다. “좋은 의견입니다, 하지만 저는…” 혹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만 제 생각은…” 같이 대화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표현을 의식적으로라도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초보 토론러 엄마들을 위한 사소하고 확실한 조언 15, 97쪽 특히 ‘토론의 기본 에티켓을 지킬 것’ ‘질문의 힘을 기억하라’ ‘나의 이야기를 먼저하라’ ‘유머를 장착하라’ 와 같은 사소하지만 확실한 15가지 조언을 통해 초보 토론러 엄마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한다. ‘엄마표 토론’의 본질은 ‘토론’이 아니라 ‘엄마’에 있다. 토론이 공부가 아니라 일상이자 문화의 한 형태가 될 ??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견고한 힘을 갖게 되지만 이것은 사교육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가족과 함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토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만 가능하다. 국·영·수면 모르겠는데, 토론은 도저히 자신 없다는 엄마들이 알아야 할 것은 ‘엄마표 토론’에서 방점을 찍어야 할 부분은 ‘토론’이 아니라 ‘엄마’라는 것이다. 아이와 매일 마주 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토론이 필요한 상황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공부’나 ‘배움’이 아니라 ‘대화’와 ‘교감’의 형태로 말이다. 말 한마디, 질문 하나로 토론은 시작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질문을 던져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은 내 아이의 더 잘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아이 역시 엄마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됨으로써 엄마를 더 잘 이해하고 신뢰하게 된다. 토론을 통해 아이의 사고력과 논리력이 길러지는 것은 물론이고, 부모와의 긍정적인 관계 형성이란 덤까지 얻을 수 있으니 엄마표 토론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엄마표 토론. 한울림 제공. 엄마표 토론. 한울림 제공. 저자 박진영은 서강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종합매거진, 경제매거진, 유럽통신원 등 다수의 언론사에서 교육, 경제 전문 기자로 일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직후 남편을 따라 독일로 건너가 2017년부터 3년 반 동안 베를린에 머물렀다. 바쁜 직장맘의 삶을 내려놓고 아이 중심으로 살았던 그 시기는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진짜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민의 해답을 찾기 위해 시작한 ‘엄마표 토론’을 4년째 계속해 오는 동안 그 효과를 몸소 체험한 뒤 다른 엄마들과 자신의 성공 경험을 나누기 위해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경제 경영서인 《운동화에 담긴 뉴발란스 이야기》와 자녀 교육서인 《생각이 자라는 아이》가 있으며, 현재는 토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교육 실험실 〈어나더씽킹랩〉을 운영 중이다.

주간경향(총 24 건 검색)

사교육에 기댄 성교육, 학교서 제대로 세워야(2024. 08. 19 06:00)
2024. 08. 19 06:00 사회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구에 사는 박모씨(42)는 올해 1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에게 ‘성교육 과외’를 받게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성에 대한 아이의 궁금증은 커지는데 학교에선 제대로 해소되지 못하고, 그렇다고 직접 성교육을 해주기에는 막막했다. “아이가 작년부터 ‘아기는 어떻게 생기냐?’고 계속 물어봤어요. 그동안엔 결혼하면 생긴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모가 결혼하고 나니 이젠 ‘이모는 결혼했는데 왜 아이가 왜 안 생겨?’라고 묻더군요. 그 무렵, 여성 성기를 비하하는 욕설을 배워와 종종 내뱉기도 했고요.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죠.” 주로 ‘소그룹 성교육’으로 불리는 성교육 과외는 2~6명의 아이를 모아 성교육 업체 강사를 초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박씨도 아들 친구들의 부모들에게 제안해 ‘그룹’을 만들어 수업을 듣게 했다. 이후엔 “성에 관한 호기심이 더 많은 편이라서” 그룹 대신 ‘일 대 일’ 과외를 세 번 더 받았다. 네 차례에 걸친 성교육 과외에 든 비용은 총 115만원. 박씨는 “돈이 아깝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가 (과외를 통해) 성기 비하 욕설의 뜻을 알고 놀란 것 같더라고요. 이제는 그 욕설을 하지 않아요. 몸의 소중함과 상대 존중에 대해 배운 다음 성관계가 뭔지도 알려주셨어요. 남자, 여자가 성관계하는 그림을 보여주셨다고 하는데, 저도 투명하게 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으면 아이는 다른 경로로 찾아보려 할 테니까요. 사실 제가 가장 원한 건 ‘절대로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걸 인식시키는 것이었어요. 욕설을 자제하는 걸 보니 그런 측면의 인성교육도 잘 진행이 된 것 같아요.” 1990년대 ‘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성을 위하여’(아우성)란 구호를 내걸고 텔레비전에 자주 나왔던 스타 성교육 강사 구성애씨를 기억하는가. 그룹 과외 성교육은 구씨가 세운 ‘푸른 아우성’이란 기업이 2010년대 초반 고안했다. 이후 다른 기관과 강사들이 잇따라 ‘과외 성교육’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형성됐다. 시장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여성주의 관점으로 본 청소년 성교육의 시장화’(김선아·이화여대 석사학위논문·2023)에 따르면 한 성교육 기업의 경우 2022년 전체 유료강의(3463회)의 75%(2662회)가 과외 성교육이었다. 또 다른 성교육 기업 역시 2022년 과외 성교육 횟수가 4년 전보다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10대 가해자가 다수 포함된 N번방 사건 등이 공론화되면서 자녀의 성교육을 고민하는 부모가 늘었지만, 학교는 성을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아 사교육 시장이 이 틈을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생 아들에게 과외 성교육을 받게 한 박씨는 이렇게 말했다. “학교에서 임신을 어떻게 배웠는지 아이에게 물어봤어요. ‘정자와 난자가 만난다’ 이상은 못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학교에서 성교육을 적극적으로 해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가지고 집에서 대화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학교에선 여전히 성에 대해 쉬쉬하고 있으니까 답답한 거죠.” 교육부는 2015년 <학교 성교육 표준안>과 교사용 지도서 등 교육자료를 만들어 배포했으나 잘못된 성폭력 통념과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인해 강력한 비판을 받았다. 교육부 성폭력 표준안 교육자료 캡처 ■학교 성교육, 매년 15시간씩 하고 있다? 올해는 학교 성교육이 의무화된 지 24년째 되는 해다. 초·중·고교의 성교육은 2001년부터 연간 10시간씩(성폭력예방교육 2시간 포함) 진행돼 오다가 2013년부터는 15시간(성폭력예방교육 3시간 포함)으로 늘었다. 매해 10~15시간은 적지 않은 시간이지만 많은 이들이 ‘성교육을 별로 받아보지 못했다’라고 기억한다. 왜 그럴까. 성교육은 독립된 교육시간이 배정돼 있지 않은 ‘범교과 영역’이기 때문이다. ‘성’은 보건, 체육, 생물, 가정 등의 교과 수업 때 가르치거나 창의적 체험활동(특별활동)을 통해 가르치게 돼 있다. 통상 별도로 이뤄지는 성폭력예방교육을 제외하면 유명무실하게 흘러가기 쉬운 구조다. 제대로 된 교육과정이 없는 것도 문제다. 교육부는 연간 15시간에 이르는 성교육에 대해 국가 차원의 체계적 성취기준이 없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2015년 <학교 성교육 표준안>과 교사용 지도서 등 교육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그러나 잘못된 성폭력 통념과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여성단체와 교육단체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았다. “여성은 한 특정 남성에게만 성적으로 반응하는 데 비해 남성은 성적으로 매력적인 여성들과 널리 성교할 수 있다”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등 남성 성욕은 본래 여성보다 왕성하며 제어하기 힘든 것이라는 암시가 담긴 내용이 대표적이다. 발표 후 몇 차례 수정을 거쳤음에도 “여성들은 외모를 가꾸는 데 공을 들여야 하고, 남성들은 경제적인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등의 성차별적 예시 내용은 그대로였다. 결국 교육부는 2018년 성교육 표준안 개편을 약속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과정 편성에 대한 업무는 국가교육위원회로 이관됐기 때문에 성교육 표준안 같은 것을 교육부 차원에서 다시 만들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대신 성교육 수업에 도움을 주는 학습자료를 만드는 것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학교 성교육 수업에 성교육 표준안을 적용해야 하는지 묻자 “성교육 표준안은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이었고, 지금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폐기 상태란 의미다. ■금욕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학교 성교육이 ‘정자와 난자가 만난다’는 피상적 성 지식 전달이나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로 상징되는 성폭력 예방교육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201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백래시, 혐오 현상과도 연관이 있다. 학교와 공공기관 등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교육을 해온 이유정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 ‘백래시’가 여러 영역에서 있었는데 교육계에선 성교육과 성평등 교육을 향해서 쏟아졌다고 생각해요. 사실 많은 학교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성교육을 하고 싶어하세요. 하지만 경기도 도서관에서 성교육·성평등 도서 2500권이 보수단체의 민원 때문에 사라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생각지 못한 민원이 들어올 때가 많습니다. 학교와 교육청 입장에선 신중해지는 거죠.” 일부 보수단체의 ‘민원 공격’은 결국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 기존의 금욕주의 성교육을 강화시켰다. 성교육 연구자들은 말한다. “(성과 관련해) 대립하는 양쪽 주장 중 아무 주장에도 치중하지 않기 위한 노력, 더불어 주목을 끌 만한 지점을 담지 않으려는 노력이 강화됐다. 기존에 강조되던 ‘교육의 정치적 중립’만큼이나 성과 관련된 쟁점을 다루는 것이 금기시되며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 단위학교까지 성교육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났다.”(학교에서 섹슈얼리티를 말하라, 남미자·심에스더·이희진 지음, 학이시습) 문제는 지금 이대로의 금욕주의 성교육이 낳는 폐해다. 유엔의 교육문화과학기구인 유네스코는 다양한 연구 결과에 근거해 금욕적 성교육에 대해 이렇게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금욕 프로그램은 성행위 시작 시기를 늦추거나 섹스 횟수 및 섹스 파트너 수를 줄이는 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욕 프로그램은 청소년의 성 및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효과적이지 않으며 잠재적으로 해로운 것으로 판명됐다.”(<국제 성교육 가이드>·유네스코·2018, 이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번역판) 유네스코가 2018년 발표한 <국제 성교육 가이드> 표지. 유네스코는 이 가이드에서 ‘포괄적 성교육’을 권하고 있다. / 유네스코 ■포괄적 성교육은 재밌고 효과적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성교육 미래가 꼭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성행위 시작 시기를 지연시키고, 성행위 빈도와 파트너 수, 위험한 행동 등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돼 유네스코가 권고하는 ‘포괄적 성교육(CES·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을 공부하고 교실에서 실천하는 교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포괄적 성교육은 우리가 인생에서 겪는 성의 모든 문제를 포괄하는 교육으로 성에 관한 전인교육이자 시민교육, 인권교육, 관계맺기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포괄적 성교육을 교실에서 실천해본 교사들은 “학생들의 반응부터 달랐다. 교육효과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생리, 질, 음경, 사정, 동의, 발기, 대안생리대…. 22년차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수년 전부터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낱말게임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낱말카드에 쓰인 성적 개념에 대해 자신이 아는 것을 설명하면 점수를 얻는 방식이다. 모둠별로 모인 아이들은 서로서로 거들며 설명을 만들어나가고, 선생님에게 달려와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이 이런 단어를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A씨는 “성교육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고, 아이들은 자신의 성 건강을 위해 성 지식을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면서 “윗몸 일으키기를 배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이 알기엔 너무 노골적인 단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수업은 유네스코 권고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제시하는 9~12세 청소년의 성교육 학습 목표엔 이런 내용이 있다. “임신을 위한 신체의 주요 기능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예: 월경주기, 정액 생산 및 정액 사정)”, “월경주기와 정자의 사정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이해한 것을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다.”(<국제 성교육 가이드>·유네스코·2018) ‘포괄적 성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한 초등학교 교사는 금욕주의적 성교육을 깨고 성 지식을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 낱말게임 성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사가 실제 수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낱말로 카드를 만들어 찍은 사진이다. 권도현 기자 청소년들에게 ‘성적 동의’를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도 있다. 이유정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은 “청소년들에게 성폭력의 개념을 물으면 ‘동의 없는 성관계’라는 답변은 빠지지 않지만 ‘강요에 의한 동의’도 동의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많았다. 권력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일상 속 권력 관계에 대해 토론한 사례를 소개했다. 친구나 애인에게 일방적으로 내가 맞춰주고 있단 느낌 때문에 우울한 적은 없는지 등을 묻자, “나도 다른 친구 눈치를 보면서 싫다고 말 못 한 적이 있다. 그때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았다” 등의 자연스러운 답변이 이어졌다고 한다. ‘권력 관계 인식’ 역시 포괄적 성교육에서 권고하는 교육 내용이다. 유네스코는 12~15세 성교육 학습 목표 중 하나로 이런 내용을 제시한다. “불평등한 권력 관계가 어떻게 연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할 수 있다.”, “젠더 규범과 젠더 고정관념이 어떻게 연인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떠올려 볼 수 있다.”(<국제 성교육 가이드>·유네스코·2018) 소설 수업을 통해 포괄적 성교육을 실천하는 국어 교사들도 있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이자 성평등국어교사 모임에서 활동하는 B씨는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입체적으로 읽어보며 성교육을 한다고 했다. 현대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이 작품은 흐드러지게 메밀꽃이 핀 날 밤에 성 서방네 처녀와 관계를 맺은 추억을 평생 아름답게 간직하는 허 생원 이야기다. “이 작품의 주요 인물이 누구인지를 물어보면 ‘성 서방네 처녀’는 무조건 나와요. 그러면 성 서방네 처녀 입장에서 소설을 다시 읽어보게 하죠. 놀랍게도 성 서방네 처녀 시점은 작품에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아요. 성 서방네 처녀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집에서 쫓겨나 고생하며 살았는데, 허 생원과 성관계를 맺은 그 밤이 과연 아름다운 기억일까? 의문스럽지만 확인할 수 없는 거죠.” 성평등국어교사모임의 또 다른 교사는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을 김 첨지의 아내 시점에서 다시 쓴 <운발 없는 생>이란 작품을 읽히는 수업도 한다. 김 첨지가 사온 설렁탕에는 아픈 아내를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지만, 김 첨지는 아픈 아내를 발로 차며 소리를 지르고 설렁탕을 내던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B씨는 “100년 전의 문학작품 속에서 폭력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오늘날의 가정폭력, 데이트폭력을 연결해 토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포괄적 성교육을 한국의 교실에서 적용해볼 수 있도록 수업자료를 만들어 배포한 초등학교 교사들도 있다.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는 2021년 <학교 성교육 다시, 쓰기>라는 이름의 성교육 수업안을 만들어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이들은 성교육을 ‘다시 써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N번방 사건은 디지털 성폭력과 결합 된 뿌리 깊은 성착취 문화를 수면 위로 드러냈고, 그 중심에는 청소년들이 있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중략)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아이들을 비롯한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로 바꿈 해야 한다. 그리고 공동체를 변화시키기 위한 그 힘은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학교 성교육 다시 쓰기학교 성교육 실태 및 인식조사 분석을 통한 성교육 제언’·교육비평·2021) 유네스코가 권하는 포괄적 성교육은 8가지 핵심개념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핵심개념엔 여러 주제가 포함돼 있다. 포괄적 성교육은 이 핵심개념을 가지고 5~8세, 9~12세, 12~15세, 15~18세 등 연령대별로 성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유네스코 <국제 성교육 가이드> 캡처 유네스코가 권하는 포괄적 성교육은 8가지 핵심개념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핵심개념엔 여러 주제가 포함돼 있다. 포괄적 성교육은 이 핵심개념을 가지고 5~8세, 9~12세, 12~15세, 15~18세 등 연령대별로 학습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위 내용은 ‘폭력과 안전’이라는 핵심개념 중 ‘동의, 온전한 사생활과 신체’ 분야의 학습 목표다. /유네스코 <국제 성교육 가이드> 캡처 유네스코가 권하는 포괄적 성교육은 8가지 핵심개념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핵심개념엔 여러 주제가 포함돼 있다. 포괄적 성교육은 이 핵심개념을 가지고 5~8세, 9~12세, 12~15세, 15~18세 등 연령대별로 학습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위 내용은 ‘젠더이해’이라는 핵심개념 중 ‘사회적으로 구성된 젠더와 젠더규범’ 분야의 연령대별 학습 목표다. / 유네스코 <국제 성교육 가이드> 캡처 ■정책의 울타리가 없다 다수의 교사가 이처럼 성에 관한 시민교육, 인권교육, 전인교육으로서의 포괄적 성교육을 시도해 보려고 애쓰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정책의 울타리는 없다. 좋은 성교육을 고민하는 많은 교사가 “악성 극우단체의 표적이 되어 홀로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거나”(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C씨), “선생님을 ‘꼴페미’라고 부르며 적대감을 드러내는 학생들 앞에서 아무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 현실”(고등학교 국어 교사 B씨)에 무력감을 느낀다. 교육청 차원에서 국제표준인 포괄적 성교육을 시도하며 ‘울타리’가 돼준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울산시교육청은 고 노옥희 교육감이 이끌던 2020년 포괄적 성교육 도입을 선언하고 관련 수업안을 교육청 차원에서 만들어 배포했으며, 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집중학년제 등을 운영했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사업에 대해 “포괄적 성교육은 학교나 교사 차원에서 개별 추진한 것이 아니므로 학교에 항의 전화가 오더라도 교육청으로 돌려 교육청 담당자가 응대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는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돼 대부분의 포괄적 성교육 프로그램이 의무가 아닌 권고로 운영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 교육청의 가장 빛나는 사업 중 하나였는데 자랑스럽게 내세우면 공격이 들어오더라고요. 성교육이 예민한 문제가 돼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울산시교육청이 고 노옥희 교육감 시절인 2020년 포괄적 성교육 도입을 선언하고 학교와 교사들에게 배포한 수업안(공동강의안) 일부. 지금은 관련 예산이 삭감돼 포괄적 성교육 프로그램 다수가 의무가 아닌 권고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울산광역시교육청 성인지교육집중학년 공동강의안 지도서’ 일부 / 울산시교육청 수업안 캡처 초등학교 5학년 자녀의 성교육을 고민하다 사교육 업체의 문을 두드렸던 한 양육자의 고민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학교의 ‘쉬쉬하는’ 성교육이 바뀔 기미는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교육 시장에서라도 좋은 성교육을 찾는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다. 다만 성교육이 시장화되는 현상 앞에서 우리는 성교육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정체성 확립, 타인과의 관계맺기, 사회문화 등 인간의 삶 구석구석에 성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는데, 양육자의 여건에 따라 아동 청소년들이 차별적으로 ‘좋은 성교육’ 기회를 받는 것은 온당할까. 나아가 올바른 성 가치관 확립이라는 성교육의 본령을 벗어난 ‘교육 상품’이 거래되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다. 주로 학교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한 성교육 활동가는 ‘가해자 안 되는 교육’으로 흐르는 일부 과외 성교육 사례를 간접적으로 확인한 경험을 들려줬다. “학교 성교육 시간에 ‘누군가가 나의 동의를 받지 않고 사진 찍었을 때 어떻게 느끼는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을 때였어요. 한 남학생이 끼어들어서 소리치더라고요. ‘불법 촬영은 2000만원.’ 무슨 얘기냐 물었더니 과외 성교육에서 벌금 액수를 배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뭘 느꼈냐고 물었더니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돈 있고 없고, 처벌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자세를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 성교육인데 뭔가 잘못된 흐름이 있다고 느꼈어요.” ■어떻게 바꿀까 지금의 금욕주의적 학교 성교육이 계속된다면 아동·청소년들은 성착취물 등을 통해 성을 접하고 왜곡된 성인식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성교육 사교육’으로 건강한 성 가치관을 확립시켜줄 수도 있겠지만 모든 아동·청소년에겐 좋은 성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 “공동체를 변화시킬 힘은 공교육에 있다”(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는 사실, 성교육의 본령을 벗어난 상품도 거래되는 현실도 생각해야 한다. 학교 성교육부터 바로 세워야 하는 이유다. 성교육 도입 이래 순결주의, 금욕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수십 년째 그대로인데 변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성평등에 기반한 성교육 등을 시도했다가 극우단체로부터 극심한 공격을 받았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성교육 정책 변화의 가능성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사실 보호자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제대로 된 성교육, 적극적인 성교육을 해달라고 학교와 교육청에 민원을 해주시면 어떨까요. 좋은 사교육 강사를 고르는 것보다 더 중요해요. 좋은 민원으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건강하고 안전한 삶이라는 공통의 목표 앞에서 양육자와 교육자가 손잡지 못할 이유는 없다. 오늘의 좋은 성교육은 내일의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학교 성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가정 내 성교육, 이렇게 해보세요성은 인간의 생애를 가로지르는 문제다. 몇 차례의 강의가 아니라 학교와 가정 내 일상에서 성교육이 지속해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주간경향은 ‘가정에서의 성교육을 고민하는 양...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15&art_id=20240819060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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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베트남](20)베트남에 불어닥친 영어 사교육 열풍(2022. 02. 18 13:57)
2022. 02. 18 13:57 국제
급여가 높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면 상위권 대학 출신이어야만 한다.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모여 있는 명문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려는 건 당연지사다. 초등학생 때부터 과외를 하고 가능하면 유치원생 때부터 영어, 수학 과외를 시켜 자녀들의 성적을 높이려는 부모들이 모여 있다. 서울 강남의 대치동 이야기가 아니다. 베트남 대도시의 부모들 이야기다. 베트남 호찌민 푸미흥 구몬 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부모 / 유영국 제공 2010년 교육과학사에서 발간한 <사교육: 현상과 대응>을 보면 베트남 중학생들의 76.7%가 사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같은 시기 한국 중학생들의 77%, 일본 중학생들의 75.7%가 사교육을 받았다. 한국 못지않게 높은 베트남의 사교육 비율은 먹고살기도 버거울 것 같은 ‘동남아의 못사는 나라’라는 한국인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2019년 1월 영국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에서 베트남 교육부 장관은 베트남 현지에서 들어가는 교육비가 2000년 11억1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서 2018년 140억달러(약 16조8000억원)로 12배 이상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의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2022년 현재 소득 수준이 높은 하노이, 호찌민 같은 대도시의 사교육 비율은 9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IELTS 준비 여념 없는 중고생들 요즘 베트남의 중고생들은 IELTS (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 준비에 여념이 없다. IELTS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이 주관하며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에 유학, 이민, 취업을 하려는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 능력 시험이다. 베트남 주요 대학들은 변별력이 떨어지는 고등학교 영어 성적 대신 IELTS를 입학 성적에 반영한다. 경제적 여력이 있는 베트남 중상류층은 자녀들의 고액 영어 과외에 여념이 없다. 뚜오이 쩨(Tuoi Tre), 라오 동(Lao Dong) 등 베트남 주요 언론은 IELTS 6.5~7.0을 받고도 베트남 명문대 합격을 불안해하는 학부모 이야기를 보도했다. IELTS 6.5~7.0이면 토익 점수로 변환했을 때 대략 900~950점 이상으로 캐나다 주요 대학들의 입학 요구 조건을 충족하는 수준이다. IELTS를 준비하려고 우리 돈으로 수백만원에 해당하는 학원비와 과외비를 지출하는 부모들에 관한 기사는 베트남 공장 노동자들의 한달 급여가 30만원이 채 안 되는 사실을 감안하면 씁쓸하다. 베트남에서도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는 일은 어려워 보여서다. 베트남의 교육열이 한국 못지않은 건 지리적으로는 동남아 국가지만 문화적으로는 한·중·일과 함께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 국가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베트남은 1075년에 과거제도를 도입한 이래 1919년까지 844년간 시험을 봐서 국가의 인재를 뽑는 나라였다. 그래서인지 베트남에선 공부를 열심히 해서 가문을 일으키는 ‘입신양명’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현실적으로는 높은 급여를 주는 좋은 직장을 보장하는 명문대학에 가려는 교육열인데, 이는 한국과 비슷하다. 베트남 에듀테크 기업 현황 /nguyentrihien.com 디지털 교육 확충 앞장 베트남 정부는 양질의 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 인프라 확충을 국가적 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손재주가 좋은 값싼 노동력과 미중 갈등 덕분에 베트남이 생산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건비 때문에 생산효율이 낮아질 날이 머지않아서다. 베트남은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제조국에 그치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새로운 산업에서 먹거리를 창출해낼 수 있는 교육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08년부터 국가 예산의 20%를 교육사업에 쏟고 있다. 특히 디지털 교육사업을 확충하려고 노력 중이다. 2021년 7월 베트남 정부는 2023년까지 중고등학교 및 직업학교의 80%, 전국 대학의 90%에서 온라인 교육을 원활하게 실현하는 걸 목표로 세웠다. 국가 전체 예산의 20%라고 하지만 베트남 전체 GDP의 절대적 규모가 선진국들에 비해 적고, 정부 주도 발전이라는 한계가 있다. 베트남 호찌민 1군의 과외 공부방 모습 / 유영국 제공 에듀테크 산업의 빠른 발전 기반을 마련한 건 다행이다. 미디어 리서치 업체 훗스위트(Hootsuite)에 따르면 2020년 베트남은 인터넷 보급률 70%, 스마트폰 보급률 63%로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IT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다. 교육과 정보통신 기술이 결합한 에듀테크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 평가 업체 베트남 크레딧(Vietnam Credit)은 베트남의 에듀테크 시장이 2019년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에서 2021년 30억달러(3조6000억원) 규모로 50% 급성장했다고 추정했다. 베트남의 다양한 교육기업들이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창출해내고 있는 상태다. 베트남의 교육기업으로는 최초로 자체 콘텐츠를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해외 대학에 수출한 토피카(Topica)는 2018년 싱가포르에서 5000만달러를 투자 유치했다. 베트남 1위 ICT 기업이자 IT 전문 종합대학을 운영하는 FPT는 초중등학교에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4만개 학교에서 300만개 계정이 활성화 중이다. 하노이를 기반으로 대학, 중고등학교를 운영하면서 영어 교육 학원과 유학원까지 운영하는 이퀘스트(EQuest) 교육그룹은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1억달러를 유치했다. 영어 발음을 향상시키는 애플리케이션을 운영 중인 엘사(Elsa)는 100개국에서 13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구글의 벤처 캐피털을 비롯한 여러 전문 자회사들로부터 15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에듀테크 사업의 선두주자인 한국 교육기업들도 베트남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쉽사리 열리지 않고 있다. 외국 기업이 독자적으로 베트남 교육시장에서 사업을 벌이기에는 교육 라이선스와 각종 인허가 획득에 오랜 시간과 준비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한국 기업 스스로 하려고 하지 말고 합작사 형태로 현지 파트너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게 효율적이다. 교육 콘텐츠와 사업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현지 기업이 주체적으로 운영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베트남에서 사업을 빨리 성장시킬 수 있는 묘수라면 묘수다.
우리가 모르는 베트남
[기고]“사교육 잡은 이명박” 칭찬은 팥소 없는 찐빵(2021. 08. 13 14:57)
2021. 08. 13 14:57 사회
교육평론가이자 <문재인 이후의 교육> 저자 이범 선생은 ‘이명박이 잘했다’ 제목의 글을 경향신문(8월 5일자 25면)에 기고했다. 아파트값과 사교육비가 이명박 정부에서 하락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2022년 대선후보들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참조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대치동의 한 어학원 앞 도로에서 학원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이 집으로 가기 위해 학원버스로 향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그런데 정말 이명박 정부가 잘했을까? 아파트값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명박 정부가 대입과 고입 정책을 잘해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먼저 이범 선생의 주장을 요약해보자. 그에 따르면 ①‘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009년 이후 하락 반전해 3년 연속 내렸다. ②이명박 정부가 선발 전형의 난이도를 낮추고 전형요소의 복합성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실제 사교육 ‘참여’학생 평균이 핵심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사교육비 조사결과에는 초·중·고 전체 사교육비와 학교급별 사교육비가 구별된다. 또한 ‘총 사교육비’와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구별되고 사교육 참여율이 보고되기 때문에 ‘참여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를 구분할 수 있다. 총 사교육비는 2009년에 정점을 찍고, 2015년까지 매년 하락하다가 2016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러한 총 사교육비의 추세는 실제 사교육 부담을 보여주지 못한다. 학생수의 변동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총 사교육비가 같더라도 학생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면, 실제 부담해야 하는 사교육비는 2배 증가하게 된다. 그래서 사교육비 부담 수준의 변화를 보기 위해서는 총 사교육비가 아니라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의 변화를 봐야 한다.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총 사교육비를 학생수로 나눈 값이다.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2009년 월평균 24만2000원까지 올랐다가 24만1000원(2010년), 24만원(2011년), 23만6000원(2012년)으로 3년 연속 하락한다. 그리고 2013년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서 2019년까지 매년 계속 상승했다. 따라서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만 보면 이명박 정부 시기에 3년 연속 사교육비가 하락했다는 이범 선생의 주장은 ‘사실에 근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총 사교육비가 사교육비의 실제 부담 정도를 보여주지 못하듯이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도 마찬가지로 사교육비의 실제 부담 정도를 보여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매년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수가 변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면, 실제 사교육비의 부담은 2배로 늘어난다. 그러므로 실질적인 사교육비 부담 정도를 알기 위해서는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아니라 ‘참여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를 봐야 한다. 그리고 ‘참여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를 알기 위해서는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의 비율을 고려해야 한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비율은 2009년 이후 2016년까지 매년 하락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9년에서 2012년 사이에는 매우 큰 폭으로 하락했다. 더구나 이 시기에 전체 학생수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따라서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수는 대폭 줄어들었다. 고등학생 사교육비 오히려 늘어 그러면 이명박 정부 시기에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1인당 사교육비는 어떻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명박 정부 내내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참여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32만3000원(2009년)에서 32만7000원(2010년), 33만5000원(2011년), 34만원(2012년)이다. 그러므로 이명박 정부의 성공적인 대입·고입 정책에 덕분에 사교육비가 하락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 점은 고등학생 사교육비의 변화를 보면 더 극명하게 확인된다. 고등학생의 사교육 참여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40만3000원(2009년), 41만2000원(2010년), 42만2000원(2011년), 44만2000원(2012년) 등 이명박 정부 내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범 선생은 “나는 참여학생은 고려하지 않고,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 추세”에 근거했기 때문에 주장에 문제가 없다고 변명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이범 선생이 주장하듯 이명박 정부가 대입 전형의 난이도를 낮추고 복잡성을 줄이는 정책을 통해 사교육비가 감소했다는 것은 그런 정책 덕택에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의 비용부담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정책 덕분에’ 사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줄었다고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따라서 이런 주장이 입증되려면, 단순히 사교육비를 전체 학생수로 나눈 1인당 평균 사교육비 자료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수를 고려한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부담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객관적 자료가 보여주는 것은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수가 줄어들어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적어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뭔가 잘해서 사교육비가 하락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칭찬도 데이터에 근거해야 문제는 이런 주장을 진보적인 교육평론가로 잘 알려진 이범 선생이 했다는 점에 있다. 그런 만큼 이 주장은 진보적인 인사가 보수정부의 좋은 정책을 칭찬한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춘 견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그것 봐라. 그래도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가 정책을 훨씬 잘했잖아”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진영 논리를 넘어서 진보적인 인사가 보수 정부의 정책을 칭찬하거나, 보수적인 인사가 진보 정부의 정책을 칭찬하는 일은 그 자체로 아름다워 보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 지식인이나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칭찬 또는 비판은 객관적 데이터와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데이터를 편향적으로 사용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정보에 근거한 주장은 어떤 경우에도 생산적인 논의와 올바른 정책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학서열 해소가 답이다](2)우리 아이들 사교육 고통에서 구해야(2020. 11. 13 15:09)
2020. 11. 13 15:09 사회
우리 사회는 대학서열이 직장과 연봉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인식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애 전반에 대학서열에 따른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대학서열과 생애임금격차’, 이지영·고영선, 한국노동연구원, 2019). 대학에 들어가는 데 필요한 고교 내신 성적과 수능 성적이 모두 상대평가이고, 수능 커트라인에 의해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는 현실은 청소년들에게 ‘성적-명문대-고연봉’의 자화상을 강요한다. 이 그림의 캔버스에 사교육이 채색된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고강도 학습노동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학생, ‘군비경쟁’을 하듯 사교육비를 쏟아붓는 학부모의 고통이 대한민국 교육의 풍경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고통의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상이 따로 없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출발선부터 공정하지 않다. 유아 시기부터 시작되는 조기교육 때문이다. 교육열과 경제력으로 무장한 가정은 유아기부터 영어는 물론이고, 한글·수학·과학 등의 교과 선행학습을 시작한다. 서울시 학원·교습소 정보를 토대로 반일제 이상 유아 학원을 조사해보니 유아를 대상으로 한글·영어·수학·과학 등의 조기교육을 하는 곳이 서울시에만 대략 500곳이나 되었다. 유아 대상 수학학원 중에는 입학테스트를 치르는 곳이 다수 있다. 사칙연산은 물론이고, 초2 과정인 시계 보기까지 문제로 등장한다. 대학 학비 2배인 유아 영어학원 비용도 엄청나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경우 월평균 106만5000원. 1년으로 환산하면 4년제 대학등록금의 약 2배이다. 교습 시간도 평균 2시간 54분으로 중학교 수업시간과 맞먹는다. 유아가 중학생에 버금가는 학습노동에 시달리는 꼴이다. 기존에는 소위 영어 유치원으로 대변되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이 조기교육 문제를 대변했다면 이제는 ‘수학·과학 유치원, 놀이 유치원, 코딩 유치원’으로 둔갑한 학원에서 유아의 건전한 신체와 정서 발달에 위해를 가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유아 조기교육을 받은 다수의 학생으로 인해 공교육의 출발선인 초등학교 교육이 안녕하지 못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한글을 배우고 숫자를 배우고 사칙연산을 배우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런데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소화하는 아이들은 고통을 호소한다. 독일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귀국해 가정을 꾸린 지인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아들에게 한글을 가르치지 않았다. 학교도 선행학습이 필요 없다고 홍보해 안심했다. 입학 후 청천벽력 같은 한마디를 들었다. 아이가 클리닉이 필요한 아이로 분류돼 매주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한글을 읽고 썼다. 그렇지 않은 아이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정에서와 달리 학교에서는 실어증 증세를 보였다. 한글 선행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취학 전 수학 학습지에 노출되지 않아 초등학교 입학 후 손가락으로 덧셈과 뺄셈을 하는 아이는 자신이 계산을 마치기도 전에 정답을 말하는 친구들로부터 소외되기 시작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에 이르는 것이 현실이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로 낙인이 찍히고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스스로를 루저라고 인식하는 일이 공교육의 출발선에서 벌어지고 있다. 즉 부모의 경제력에 의한 과도한 조기교육이 공교육의 출발선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 학습노동을 강요하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학습에서 소외시키고 있다. ‘영재학교-과학고-전국 단위 자사고-외고-국제고-특성화고-일반고’로 수직적 도식이 그려지는 고교서열화는 소위 명문대 진학실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들 고교가 소위 성적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구조에서 초·중학생도 과도한 사교육에 노출된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중등 수학을 선행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절대평가로 전환된 수능 영어 초등에서 끝내라’는 학원 광고가 버젓이 나돈다. 특히 일반고에 비해 서울대 입학 기회가 1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여겨지는 영재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올초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희망 고교유형별 사교육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영재학교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 10명 중 4명이 사교육비로 월평균 300만원 넘게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 월 300만원 넘는 학생도 영재학교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은 왜 이렇게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을까? 일단 중학교 교육과정을 훨씬 뛰어넘는 지필고사가 영재학교 입학시험이다. 이 시험을 통과하려면 고교 혹은 대학과정의 수학과 과학 내용을 바탕으로 유형화 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뿐만 아니라 영재학교는 중1부터 지원이 가능하고 입학 후에는 대학과정에 해당하는 수학과 과학을 공부한다. 중1에 입학시험을 통과해 영재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중학교 교육과정과 고교 교육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대학과정을 배워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일부는 교과서가 영어 원서이니 수학과 과학 선행학습은 물론 영어도 게을리할 수 없다. 게다가 전국에서 몰려온 우수한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명문대가 보장된다는 생각에 초등학교부터 월 300만원 이상의 학원비를 들이며 고교·대학과정을 선행하는 형국이다. 최근 만난 서울과학고 학생에 따르면 내신대비 사교육을 70%가량의 학생이 받고 있다고 한다. 사교육 고통은 입시의 문턱까지 끝이 없다. 일반고에 진학한 학생의 사교육 고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절대평가가 되어 90점만 맞으면 1등급인 수능 영어는 학원 강사들도 “평가원이 이런 문제를 출제하면 안 된다”라고 할 정도로 어렵다. 수학의 일부 문항은 ‘킬러문항’이라 불릴 정도로 어려워 사교육을 찾게 한다. 국어에서도 고난도 문제를 풀기 위해 법학전문대학원과 행정고시 기출문제 강의를 찾아 듣는 형편이다. 2019학년도 수능은 불수능으로는 수식이 약하다며 ‘마그마 수능’, ‘용광로 수능’이라 불렸다. 국어에서는 지문에 대학에서 철학과 학생이 배우는 고전논리와 현대논리를 다룬 지문이 등장했다. 전직 수능 국어 강사인 필자도 혀를 내둘렀다. 역대급 불수능의 피해자인 학부모들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까지 진행했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지 않겠는가. 2015학년도 대입을 기점으로 수능의 영향력이 다소 약해지면서 일반고에서는 수능 대비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이 현저히 줄었다고 교사들은 증언한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 첫해 수능에서 1등급을 받는 학생이 10%가량 나오자 2017년 고교의 교과 사교육비가 국어·수학·탐구 영역에서 모두 올랐지만 영어만 동결되었다. 경쟁 강도의 완화가 사교육비 지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입시경쟁의 주요 원인인 대학서열이 획기적으로 완화되거나 해소될 때 그림자에 해당하는 사교육 고통은 작아지거나 실체를 잃게 될 것이다.
대학서열 해소가 답이다

레이디경향(총 6 건 검색)

‘수학 공부 걱정 없는 마을’ 세 곳…사교육 탈출했다
2024. 11. 04 09:51 육아/교육
사교육 걱정 없는 ‘수학 공부 걱정 없는 마을’ 프로젝트, 성과 분석 수학 성적, 성취도 상승…유의미한 결과 학생들의 수학 기초 학습 능력을 향상하고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수학 공부 걱정 없는 마을’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픽셀즈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대구, 충북, 경기 등 세 지역에서 시행한 <수학 공부 걱정 없는 마을> 프로젝트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수학 기초 학습 능력을 향상하고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시작됐다. <수학 공부 걱정 없는 마을>은? 이 프로젝트는 학교 성취도를 보완하고 수학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마을 교사로 참여해 수학 동아리를 운영하고,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학습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로 학생들이 스스로 복습, 예습을 하면서 학습 주도권을 가지는 것이 목표다. 주요 성과는 이렇다. 먼저 수학 성적 향상이 이목을 끌었다. 참여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성적이 올랐고, 기초 학력이 부족했던 학생들 절반이 기준을 넘었다는 점에서 성과가 컸다. 정서적 영역의 성취도도 향상되어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이는 8가지 설문 문항을 통해 확인됐고, 긍정적인 태도로의 변화를 보였다. 사교육을 받던 학생 중 58%가 프로그램 후 사교육을 받지 않게 되기도 했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수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된 덕분이라고 평했다. 수학을 직접 가르친 마을 교사들도 수학에 대한 이해와 자신감이 높아졌다. 2개월간 연수를 통해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이번 프로젝트로 현재 4호 마을 조성 중이며, 내년 상반기까지 5~6호 마을을 추가로 개척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학생들이 사교육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이번 프로젝트가 사교육비 절감과 학습 능력 향상에 기여하면서, 교육계에 새로운 모델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수포자’ 비율을 줄이기 위해 공교육을 보완하는 형태로, 지역 사회의 협력과 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모 40% “EBS 강의 사교육 경감에 도움돼”
2023. 01. 05 16:36 육아/교육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서 정부 대책 중 사교육 경감효과가 큰 정책 1위로 ‘수능·교육방송(EBS) 연계 정책’(25.7%)이 꼽혔다. 최근 공개된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정부 대책 중 사교육 경감효과가 큰 정책 1위로 ‘수능·교육방송(EBS) 연계 정책’(25.7%)이 꼽혔다. ‘EBS 강의가 사교육 경감에 도움된다’는 의견도 14.6%로 2위를 차지했다. 이 둘을 합치면 40%가 넘는다. 이번 결과는 지난 12월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행한 ‘세대별로 살펴본 교육에 대한 인식 변화’ 보고서에 게재된 것으로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여론조사(KEDI POLL 2021) 내용을 분석한 것이다. 10년 전 조사에서는 ‘방과 후 학교가 사교육 경감이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31.2%로 1위를, ‘EBS 강의’가 31.1%로 2위를 차지했다. 자녀의 사교육비가 부담된다는 응답은 2001년 81.5%에서 2020년 94.3%로 12.8%p 증가했다.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에 대해서는 2001년에는 ‘남들이 하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30.5%)’이란 응답이 많았던 반면 2021년에는 ‘남들보다 앞서 나가게 하기 위해서(26%)’란 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사회보장인식조사에서 정부가 교육 분야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정책으로는 ‘사교육비 지출 부담 감소’(29.9%)를 1순위로 꼽았다.
[시대의 지혜를 듣다]융합교육 전문가 변문경 노후 잡아먹는 사교육비 절감법
2014. 02. 24 17:27 육아/교육
뜨거운 사교육 열기로 가정경제가 위태로운 집안이 많다. 우리는 결국 ‘나’는 없고 ‘아이’만 있는 그런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융합교육 전문가 변문경씨는 이런 생각에 반기를 든다. 교육은 변하고 있고 물량으로 쏟아 붓던 ‘교육 투자’의 시대는 끝났다. 자녀와 부모 모두 삶의 주인공이 되는 방법, 여기 있다. ‘돈 놓고 돈 먹기’는 이제 끝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소장은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의 60%가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자녀 교육비 때문이다”라며 “이들은 취업과 결혼 때까지도 부모가 희생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융합교육 전문가이자 교육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변문경씨는 과한 사교육비 지출보다 급한 것은 노후에 아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준비해두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아이에게 악기 하나 더 가르치고 학원 하나 더 보낸다고 아이의 미래가 크게 바뀌지 않아요. 결국 아이의 자기주도학습과 실현 의지, 노력이 수반돼야 하는 거죠. 더 많은 돈을 사교육비에 투자한 아이가 항상 더 성취도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재능과 적성이 공부와 맞아떨어져야 하는 게 중요해요.” ‘들인 만큼 결과는 나온다’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는 부모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비용을 사교육비로 지출해왔는가. 영어 조기교육도 기본 중 기본이었다. “최근에 나온 뉴스 보셨을 거예요. 2015학년도 외국어고,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 입시에서 자기소개서에 토익·토플, 교내·외 경시대회 입상 실적 등 이른바 스펙을 기재하게 되면 면접 점수가 0점 처리된다는 것을요. 이것이 최근 교육계의 흐름이라고 보시면 돼요. ‘각종 대회 스펙을 0점 처리하겠다’, 곧 기능적인 부분은 배제하겠다는 이야기지요.” 적성을 고려하지 않는 숫자와 등급 채우기는 평가에서 제외된다는 말이다. 그보다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지식을 쌓고 연구를 해왔느냐’가 중요시되고 있다. 과거에는 내신이 한 과목이라도 뒤처질까 국영수는 물론 미술, 음악, 체육까지 과외를 시키기도 했지만 이제는 부질없는 짓이다. “요즘은 다양한 과목을 모두 잘할 필요도 없어요. 특목고만 보더라도 외고는 영어 내신만, 과학고는 수학·과학 내신만 들어가요. 이제 현명한 교육이란 선택과 집중입니다.” 1970년대 프랑스 퐁피두 대통령은 프랑스 중산층이 가져야 할 삶의 질로 ‘외국어 구사, 즐기는 스포츠 한 가지, 다룰 줄 아는 악기, 사회 참여’라고 정의했다. “우리도 한때 이런 조건을 표방하며 아이들에게 외국어나 악기를 가르치던 때가 있었죠. 그러나 요즘 유럽이나 미국의 교육은 무엇보다 개인의 재능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전환된 지 오래예요. 우리도 급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고요.” 변 전문가는 아이의 재능 한 가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사교육비도 자연히 절감된다고 주장한다. 영어 교육, 도태될 것이다 2007년 영어 몰입 교육이 붐을 탄 이래 각 가정은 상당한 금액을 영어 관련 사교육비로 지출해왔다. 4세 정도부터 정규반을 모집하는 영어유치원은 한 달 교육비가 최소 65만~2백만원이다. 어떤 것이 우리 아이를 위한 교육인지 먼저 생각해봐야 할 때다. “5세면 국어 어휘도 충분하지 않은 시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모국어에 대한 활용도도 키우고 자유롭게 생각하며 친구들과 교류해야 해요. 그런데 영어 조기 교육으로 인해 한국말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는 아이들을 만드는 경우가 흔해요.” 언어 전문가들은 외국어 습득에는 ‘결정적 시기’란 건 없다고 주장한다. ‘언제’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노출되느냐’에 따라 외국어 구사력이 결정된다. 미래에도 영어 실력이 인재를 가늠하는 능력이 될까? 이 역시 회의적이다. “벌써 대기업은 영어를 잘하는 인재보다 아이디어가 있고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신입 사원 선발 방식을 파격적으로 바꾸고 있어요. 또 영어만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전문 번역이나 통역 비용도 낮아지고 있는 추세고요. 제가 작년에 미국에서 열린 교육 세미나에 참여했어요. 저 역시 영어가 유창하지 않지만 각 나라의 전문가들과 의사소통하기에는 충분했어요. 바로 스마트폰 번역기 덕분이죠. 점점 음성 인식 기술이 발달하는 덕분에 동시통역의 시대는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아이들이 사회인이 되는 10년, 20년 후의 환경을 전망해봐야 한다. 영어는 보다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수단이자 모든 학문의 기본 소양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노후 자금을 올인해 가르쳐야 하는 투자 과목은 아니다. 사교육비 절약법 ‘아이의 재능 빨리 발견해라’ 아이의 진로에 따라 필요한 사교육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교육비를 절약하는 길이다. 많은 부모와 아이들은 탐색의 시간에 많은 사교육으로 비용과 시간을 낭비해버린다. 어릴 때 지역 문화센터나 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여러 분야의 체험을 하고 아이의 적성을 찾아내 조기에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제가 상담했던 경우 중 소득의 70%를 교육비로 지출하는 분도 계셨어요. 귀동냥으로 들은 합격생들의 이야기를 맹목적으로 좇지 마세요. 합격생도 과거형 인간입니다. 돈보다는 시간이에요. 앞을 내다보며 아이의 창의력과 상상을 키우는 데 투자하세요.” 초등학생까지는 체험 활동, 다양한 실험, 탐구 활동 그리고 독서 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항상 기준은 내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 즐기는 활동이어야 한다. 변 전문가는 소득의 20% 이내를 교육비의 적정 비율이라고 본다. 이것도 초등, 중등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고등학교 때는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시기로 억지로 시켜봤자 이미 결판은 난 상태다. 족집게 과외, 문제 은행의 시대도 지났다. Tip 변문경 전문가가 몸소 체험한 사교육비 절약법 1 엄마가 아이와 책을 보고 그날의 숙제를 함께하며 학습하는 습관을 길러주세요. 일하는 엄마의 경우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만 보여줘도 좋은 교육이 됩니다. 2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하세요. 제 아이도 지역 교육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발명 교실’을 2년째 다니고 있어요. 학교 생활과 연계해 생활기록부에도 기록되고 영재반에 갈 때 도움도 받을 수 있답니다. 3 도서관을 가족 서재로 이용하세요. 도서관에 가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아주 큰 교육입니다. 반복해서 봐야 할 책만 새 제품을 사주거나 최상급 중고 도서를 구입합니다. 4 교육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도 교육비를 절감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제 경우는 아예 도서관 근처로 이사했습니다. ‘넓은 집에서 살자’라는 이유로 외곽으로 이사하는 것은 교육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5 아이를 위한 적금은 시기별로 분산해서 통장을 관리하세요. 중·고등학교 입학과 졸업에 맞춰 적금을 들고 만기 기간을 정하는 겁니다. 목표 금액을 만들어놓으면 평소 푼돈을 절약해 여유 자금으로 만들기 좋아요.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김영길 도움말 변문경(STEM R&E 연구소 대표)>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만드는 ‘등대지기 학교’
2011. 11. 08 17:24 육아/교육
꿈 많고, 밝고, 건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다 똑같다. 하지만 옆집 아이가 ○○학원에 다니고 명문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우리 아이만 도태되는 것은 아닐까?’ 부모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아이가 자랄수록 다니는 학원 숫자는 늘어만 간다. 아이들의 교육 앞에서 작아지기만 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단체가 있다.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해마다 ‘등대지기 학교’를 열고 ‘대학입시’가 아닌 ‘아이들의 꿈’을 찾아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교육 걱정하는 부모들을 위한 ‘등대지기 학교’ 지난 10월 4일, 서울 삼각지 부근에 위치한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사무실이 북적였다. 올해로 6기를 맞는 ‘등대지기 학교’가 개강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작은 강의실을 채운 수강생은 30여 명 남짓이지만, 사실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는 사람이 더 많다. 등대지기 학교는 부모 교육 형태를 띠고 있다. ‘사교육 걱정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준다’라는 취지로 마련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사교육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주고 치열한 경쟁 구도의 교육 현실에서 아이들의 숨통을 터줄 수 있도록 부모들의 행동 방침을 일깨워주는 강의다.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강의는 총 8회로, 주 1회 진행되며 김성천 사교육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 김승현 영어사교육포럼 부대표, 조국 서울대학교 교수 등 유명 강사진이 참여해 ‘아깝다 학원비: 사교육 실상 12가지 오해와 진실’, ‘영어 사교육의 실상과 불편한 진실’, ‘경제 전문가가 본 사교육과 가정경제’, ‘아이들이 행복한 미래형 교육 제도를 그린다’, ‘사교육 걱정 없는 대학 체제와 일자리를 말한다’ 등에 관한 내용이 다뤄진다. 교육이 끝나면 수료증이 주어지고 함께 졸업여행도 다녀오며 졸업 문집도 만든다. 이날은 김성천 사교육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이 ‘아깝다 학원비: 사교육 실상 12가지 오해와 진실’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강단에 오른 김성천 부소장은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고등학교 교사로 활동하던 중 수능 끝난 후 제자가 자살을 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와 함께 그는 “어느 대학을 졸업했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라며 “자사고, 특목고에 입학하지 못한 중학교 3학년에게 ‘패배자’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잘못된 사교육 정보 담은 소책자 「아깝다 학원비!」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끼리 만나면 “학원은 보내시나요?”라고 묻지 않는다. 보통 “어느 학원에 다니나요?”라고 묻는다. 가계의 월 평균 사교육비가 26만원이라는 통계 조사가 밑받침하듯 초등학생은 물론, 중·고등학생들의 경우는 당연히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전제한다. 가계의 허리는 휘고, 학원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힘들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서는 탄탄한 정보력을 가진 부모라도 한 번쯤 의구심이 들 법한 ‘사교육,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해답을 제시했다. 「아깝다 학원비!」에서는 잘못된 사교육 정보 12가지에 대해, 「아깝다! 영어 헛고생」에서는 사교육 중에서도 영어교육에 대한 잘못된 정보 12가지를 담았다. 작년에 발간된 「아깝다 학원비!」는 이미 85만 명이 접했고, 지난 9월에 발간된 「아깝다! 영어 헛고생」 또한 사교육을 걱정하는 부모들끼리 돌려보라는 취지로 작고 가볍게 구성됐다. 보통 「아깝다 학원비!」를 처음 접하면 ‘학원 보내지 말라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지만 막상 읽어보면 ‘학원에 의존하지 않고 교육시키는 법’이 제시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Part 1 교육의 현실, 사교육의 문제점 사교육 많이 받은 아이들,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학원을 많이 다닌다는 것은 단지 놀 시간이 부족한 점 외에 아이들에게 심리적인 부담감을 주기도 한다. 사교육을 많이 받은 아이들의 경우 학문적 자아 개념이 상당히 낮고 자괴감과 우울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학습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 등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주의해야 할 점이다. 의존적인 학습 태도 형성 학원에 많이 다닌 아이들 중에는 학업의 참맛과 즐거움을 상실한 아이들이 많다. 특히 시험을 앞두고 꼭 학원에 나가 공부를 하는 등 학원에 의존적인 모습을 보인다. 시험을 보기 전에는 공부한 것을 스스로 되짚어보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학원 선생님이 제시해주는 예상 문제로 마지막 정리를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의존적인 학습 방법이 몸에 배게 된다. 경쟁의 길로 뛰어든다 길을 찾을 때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다 보면 지도 보는 법을 잊어버리고 스스로 길을 찾는 능력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학원에 의존하다 보면 강사가 제시하는 말을 수동적으로 따라가게 된다. 비슷한 아이들이 몰리는 그 리그는 당연히 심한 경쟁을 치러야 할 수밖에 없다. Part 2 사교육에 대한 오해와 진실 학원에 보냈더니 학교 성적이 오르던데요? 학원에 다니면 처음에는 효과가 좋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교육을 받은 학생보다 ‘자기주도학습’을 한 학생이 더 좋은 성적을 낸다. 한국교육개발원이 고등학교 2학년 상위권 학생들의 수학 점수를 비교해보니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학원에 다닌 학생들의 경우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성적이 점차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오히려 학원에 다니지 않은 학생들의 성적이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되도록 학교 시험 대비 전 과목 종합학원은 피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이들이 원해서 학원에 가는 것도 문제가 되나요? 아이가 의욕적으로 학원에 가고 싶어 한다 해도 하루에 두 과목 이상은 넘기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할 수 있는 시간은 마련해줘야 하는 것이다. 초등학생은 2시간, 중학생 이상은 하루 3시간 이상 학교에서 배운 것을 혼자서 복습하도록 한다. 단기 기억 장치(해마)와 장기 기억 장치(측두엽)가 서로 달라 배운 내용을 장기 기억 장치로 옮겨놓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금세 잊어버리게 된다. 강의를 듣고 24시간 후에 기억되는 내용은 5%에 불과하다. 나머지 95%는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서를 하면 10%가, 토론을 하면 50%가, 연습을 하면 75%가 기억에 남는다. 가장 좋은 학습법으로 꼽히는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기’는 90%로 기억도가 높다. 가장 효과가 떨어지는 ‘강의’에만 열중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학교 수업만 어떻게 믿어요? 그래도 학원은 개별적으로 지도해주잖아요 많은 학부모들의 경우 학원이 학생 개인의 필요에 맞추어 교육을 시켜준다고 생각하지만 보통 학원에는 배운 것 중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보충해주는 프로그램은 없다. 학교의 교육 내용보다 더 상위권 학생에 집중하기 때문에 기초가 부족한 학생일수록 도움이 되지 않는다. 취약한 과목에 대한 보충은 혼자서 공부가 가능하다면 인터넷 강의를 활용하고, 불가능하다면 개인 교습을 통해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맞벌이 가정은 대책이 없어요. 학원 안 보내고 방치할 수는 없잖아요 맞벌이 가정의 경우, 어린 자녀를 홀로 가정에 방치하는 것을 두고 고민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학원에 ‘뺑뺑이’ 돌리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오히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자녀가 혼자 있는 시간을 스스로 학습하는 기회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고 이를 적극 활용도록 도와줘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놀이와 흥미 중심의 학원을 보내고, 고학년부터는 공부에 방해되는 환경을 잘 관리하고 책 읽기 및 공부 계획을 세우고 점검한 뒤 적절히 보상하는 방법을 써보는 것이 좋다.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많은 아이들은 공부를 잘한다. 특히 부모가 사용하는 어휘가 풍부할수록 아이의 이해력이 높아 학업 성취율도 높은 편이다. 또 독서를 많이 한 아이들이 이해 능력이 뛰어나다. 분석적, 개념적, 논리적 언어 코드를 쓰는 아이들이 학업에 더 유리하다. 특히 아이들이 쉽게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컴퓨터, 인터넷, 게임, 휴대폰, TV 등을 가급적 자제시키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집 안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학원에서 미리 공부하면 학교 진도 나갈 때 좀 더 효과가 있지 않겠어요? 학원 상담을 받아보면 흔히 듣게 되는 말이 “당신 아이만 늦었어요”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말에 자극받아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학교 진도를 앞서 나가는 ‘선행학습’ 사교육은 상위권 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3개월 정도 하는 경우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적어도 학원 입장에서는 ‘선행학습을 시키면 당장의 학업 성적 상승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학생 입장에서는 ‘지금은 성적이 안 올라도 내년에는 오르겠지’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선행학습은 몇몇 상위권 학생과 학원의 이같은 이점 때문에 지속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보통의 아이들에게 학원이 필요한 이유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다는 점에 있다. 학원은 필요한 부분에 활용해야 한다. 수학은 어려운 과목이라 선행학습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고등학교 문과 학생 중 80%가 수학을 포기했다고 할 만큼 선행학습은커녕 학교 수업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아이들에게 수학 시간은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다시 말하면 기초가 부족한 아이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기초부터 탄탄히 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입증하는 대목이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수학의 경우 학습에 투자한 시간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고 나타났다. 중학교까지 수학 공식을 외우는 방식으로 학습하고 문제 풀이만 익히기 때문에 고등학생이 돼서 수업 과정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학교 수업 과정을 잘 따라가고 있을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는 오히려 선행학습이 아닌 복습을 통해 기초를 탄탄하게 다져줘야 한다. Part 3 「아깝다! 영어 헛고생」으로 바로 잡는 잘못된 영어 사교육 정보 영어교육은 빠를수록 좋은 것 아닌가요? 언어 습득에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말을 흔히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영어 환경에서는 무조건 일찍 시작하는 것보다 충분한 모국어 습득, 이해력의 발달, 영어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 등이 갖춰졌을 때 시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우리말 배우듯이 유아 시기에 하루 30분 정도 영어 공부하는 것은 필수 아닌가요? 영유아 시기에는 자녀 영어교육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과하면 부작용이 우려되고 적당히 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유아 시기에는 정서와 인성 발달에 집중하는 것이 자녀를 위해 좋다. 6, 7세 정도에 영어 유치원 보내는 게 대세 아닌가요? 영어 유치원을 보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가끔씩 영어 방송 등을 통해 부담 없이 영어를 접하면서 발음과 리듬을 경험하고 영어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영어는 영어 수업이 시작되는 초등 3학년 이전에 미리 해놔야 한다는데요?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는 온라인 프로그램이나 시중의 교재, 학습지, 놀이 중심 영어 학원 등을 가정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며 기초 어휘와 파닉스 정도를 준비시키는 것이 좋다. 요즘 초·중학교 때 영어 원서를 읽는 게 유행이라고 하던데요? 자기 영어 수준보다 쉬운 책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지역 도서관이 많이 좋아졌고 저렴한 비용의 온라인 영어 동화 사이트나 영어책 대여 사이트도 많아졌다. 이를 활용하다가 인상 깊었던 책을 한두 권씩만 구입하는 식으로 진행하면 좋다. 영어에 대한 흥미를 길러주려면 영어 캠프에 보내는 것이 좋다면서요? 영어 캠프 참가의 주된 목표를 영어 실력 향상에 두기보다는 영어에 대한 흥미와 동기를 갖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체험과 흥미 위주 캠프나 프로그램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초등학교 때 1, 2학년 때 조기 유학을 다녀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이미 조기 유학을 보낸 많은 부모들이 후회를 하고 있다. 조기 유학 붐은 이제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부모의 직장 상황 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조기 유학은 피하자. 유학이 필요하다면 고등학교까지 마친 후 장래 계획까지 함께 고려하면서 부모로부터 독립이 가능한 시점에 보내는 것이 좋다. Tip 1 성적이 오르지 않는 유형별 학습 가이드 기초 부족형 일단 자신이 기초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하이퍼링크 방식으로 사전을 통해 즉각 찾아서 알아보고 선행학습이 아닌, 과감한 후행학습을 택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학년보다 낮은 수준의 수업을 활용한다. 타인 의존형 한꺼번에 학원을 모두 그만두는 것은 옳지 않은 방법이다. 학원 수업을 조금씩 줄이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의지 불이치형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으나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 일주일 타임 테이블에 자신의 계획을 적어놓고 실천한 것을 다른 색깔로 직접 표시해본다. 아이의 생활 패턴을 파악해 아이에게 맞는 계획을 세우고 조금씩 학습량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 학습 동기 부족형 비전과 진로 탐색을 먼저 해보는 것이 좋다. 영상을 통한 자극과 체험을 지속적으로 자극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비효율형 집중력이 떨어지고 강의 내용 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다. 학습 방법을 재점검해보고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해서 필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Tip 2 공부하는 습관 만들기 자신감 길러주기 대응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특성 파악하기 학습자의 특성을 크게 시각적, 청각적, 근조작적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정보의 난이도와는 별개로 학습자의 학습 양식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다를 수 있다. 아이들의 유형에 맞는 학습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하교 후 습관 만들기 학교에 갔다 오면 숙제하고 복습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적절한 놀이와 휴식이 필요하지만 놀고 나서 공부하기보다는 해놓을 것을 먼저 하고 놀 수 있도록 지도하자. 효과적인 공부 환경 만들기 부모부터 책을 읽고 TV는 덜 보도록 하자. Talk ‘등대지기 학교’ 6기 학생들을 만나보니… 박용심 지금 아이가 7세인데, 최근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접하고 과감히 학원 하나를 접었어요. 지금 제 나이가 48세예요. 늦게 본 아이라 그런지, 또 맞벌이를 하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아이에게 만큼은 최고의 교육을 해주고 싶었거든요. ‘전통 사고력’을 키워주는 학원에 일주일에 두 번 나가면 55만원이고, 세 번 나가면 90만원이에요. 일단 등록하니까 그만둘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 하던 걸 세 번으로 늘려가며 열심히 보냈죠. 유명 학원에서 수학과 과학도 가르치고 있고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지만 과연 투자한 만큼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은 지울 수가 없었어요. 결국 ‘사고력’을 키워준다는 교육도 학습의 패턴을 배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두었죠. 고혜정 세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지금 초등학생인 첫째 아이가 무난히 잘 따라와주었던 데 반해 올해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고민이 늘었어요. 두 아이의 성향이 너무도 달라 걱정하던 차에 저의 교육관을 재정립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등대지기 학교’에 오게 됐어요. 박숙영 결혼 전에 학원에서 논술 강의를 했었어요. 아이를 낳고 제 아이는 학원 같은 데 절대 보내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논술 학원을 열어볼까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에 우연히 독서 클럽을 결성해서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됐죠. 엄마들과 함께 독서 클럽 활동을 하면서 「아깝다 학원비!」를 접하고 이곳까지 오게 됐어요. 선행학습 위주의 학원 교육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이미 수동적 뇌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고, 결국 사교육이 아닌 능동적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엄마들의 가장 큰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미정 두 아이를 키우며 특수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태권도나 수영을 제외하고는 학원을 보내본 적이 없는데, 최근 큰아이가 6학년이 되면서 학교 영어 수업을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막상 아이가 어려워하니까 이제라도 영어 학원에 보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생겼어요. 무턱대고 학원에 보내기 전에 사교육에 관한 제 입장을 정확히 해둬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오게 됐죠. 오홍철 저는 고등학교 사회 과목 교사입니다. 학교에서 교재 연구도 충실히 하면서 의욕적으로 가르치려고 하지만 선행학습을 하는 아이들이 많아 수업 진행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아이들은 보통 반복하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거든요.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면서 아이들에게 보다 더 효과적인 교육 환경을 만들고자 고민하고 있습니다. <■글 / 진혜린(객원기자) ■사진 / 이성원 ■일러스트&자료 제공 / 사교육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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