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7,076 건 검색)
- ‘올해의 자동차인’에 르노코리아 드블레즈 사장…“그랑 콜레오스 돌풍 주역”
- 2024. 12. 19 19:01경제
- ... 수상자로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을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2022년 취임한 드블레즈 사장은 엔지니어 경력을 살려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신차 개발을 위한 ‘오로라 프로젝트’를 주도했고,...
- 대한항공 부회장 6년 만에 부활…우기홍 사장 내정
- 2024. 12. 17 17:21경제
- ... 인수하며 조직이 커진 만큼 회장을 보좌할 부회장 자리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우 사장이 부회장에 오르면 대한항공에서는 6년 만에 부회장 직책이 부활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 대한·아시아나항공 통합
- “여의도 일대 가게 사장님, 직원에게 보너스 주세요”
- 2024. 12. 14 12:00사회
- ...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기는커녕 극심한 민원에 고통받았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사장들이 서비스 노동자들의 노고에 보너스로 화답해달라는 내용, 부당한 대우와 갑질을 신고할 수 있는...
- 차기 하나은행장에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
- 2024. 12. 12 18:21경제
- ... 지속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영업 노하우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특히 하나카드 사장으로 재임하며 트래블로그 카드를 흥행시킨 점을 높이 샀다. 이 후보는 1964년생으로 대구...
스포츠경향(총 1,929 건 검색)
- 오동헌 TY홀딩스 사장 겸 대표이사 선임
- 2024. 12. 17 06:37 생활
- 오동헌 TY홀딩스 대표이사 춘천 출신 오동헌 TY홀딩스 부사장이 사장 겸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태영그룹 지주회사인 TY홀딩스는 16일 이사회를 열어 오동헌 부사장 겸 비서실장의 사장 승진과 함께 대표이사 선임을 결정했다. 오 사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정식 취임한다. 앞서 오 사장은 지난해 연말 TY홀딩스 회장 비서실장, 5개월여만인 지난 5월 부서 전반을 총괄하는 부사장직으로 각각 승진한데 이어 7개월만에 또다시 영전했다. 오 사장은 춘천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BS에 입사해 로스앤젤레스(LA) 특파원, 비서팀장, 경제부장을 역임했으며 SBS 계열 경제 채널인 SBS비즈 대표를 역임했다. TY홀딩스는 또 이날 우상욱 미디어정책실장 상무를 미디어정책실장 겸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임원 인사도 실시했다. 티와이홀딩스는 그룹의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경기침체기 극복과 내실 중심의 성장에 초점을 두기 위해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 ‘창립 80주년’ 기아 송호성 사장 “지속가능 그리고 전문성”
- 2024. 12. 05 15:24 생활
-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은 기아가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 2년 연속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EV6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도 지속적인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 향상, 고객 기대에 부응하는 상품 라인업 강화 등을 통해 수출을 확대함으로써 국가경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기아는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61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250억불『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올해 수출의 탑을 수상한 1540여 기업 중 수출액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무대에 오른 기아 송호성 사장은 시상식에서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인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 강화 노력으로 전년에 이어 올해도『수출의 탑』을 수상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올해는 기아 창립 80주년인 해인 만큼 수상이 더욱 뜻깊다”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아의 해당 기간(2023년 7월1일 ~ 2024년 6월30일) 수출 실적은 256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235억달러) 대비 9.0% 증가하며 2년 연속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윤승규 부사장은 ’18년부터 기아 북미권역본부장으로서 현지 판매 및 생산을 총괄하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의 수출 증대에는 전기차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9년 2만4,766대였던 기아의 전기차 수출은 ’23년 17만8,412대로 7배 넘게 증가했다. 기아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전기차 EV6를 ’21년 하반기 성공적으로 런칭하며 상품 경쟁력을 입증했고, ’23년에는 플래그십 전기차 SUV 모델인 EV9의 출시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했다. 올해는 대중화 전략 모델인 EV3를 선보이면서 다양한 고객층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견고한 전기차 라인업을 구성했다. 기아의 전기차들은 글로벌 유수 올해의 차를 휩쓸며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EV9은 ‘2024 세계 올해의 차’, ‘2024 세계 올해의 전기차’, ‘2024 북미 올해의 차’(유틸리티 부문), ‘2024 독일 올해의 차’(럭셔리 부문), ‘2024 영국 올해의 차’ 등 공신력 있는 글로벌 어워드를 휩쓸었다. EV6 역시 ‘2022 유럽 올해의 차’, ‘2023 북미 올해의 차’, ‘2023 세계 올해의 차’(세계 고성능 차 부문, EV6 GT)에 선정되는 등 세계 3대 올해의 차 어워즈를 모두 석권했다. 올해 7월 국내 출시에 이어 범유럽 런칭을 시작으로 글로벌 판매를 개시한 EV3는 뛰어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을 기반으로 영국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가 주관하는 2024 탑기어 어워즈에서 올해의 SUV로 선정됐다. 기아는 전기차 수출 확대를 위해 국내 전기차 생산능력 확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기존 오토랜드광명 2공장을 ‘광명 이보플랜트’로 탈바꿈시켜 현대차그룹 최초 전기차 전용 공장을 구축한 데 이어 내년에는 ‘화성 이보플랜트’를 준공해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한 PBV(목적기반 모빌리티) 차량을 본격 양산한다. 기아의 최대 수출 실적 달성에는 수출에서 고부가 차종인 SUV와 HEV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 증가가 크게 기여했다. ’19년 기아 수출 중 SUV 비중은 62%였으나, 지난해에는 78%로, 4년 새 16%포인트 상승했다. 스포티지, 쏘렌토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SUV를 중심으로 판매 믹스를 지속 개선한 결과다. 기아 EV9 또한 전 세계적 HEV 수요 증가에 적기 대응한 것도 수출 증가에 한몫 했다. 기아의 ’23년 HEV 수출은 12만4,005대로, 전년 9만8,877대 대비 25.4% 증가했다. 유연한 공급체제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실적이다. 기아는 지역별 특색을 반영한 상품 라인업과 강화된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신흥시장 육성/개척에도 적극 나서며 지속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기아의 지난해 수출은 미국·캐나다·멕시코를 포함한 북미 40%,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31%, 아시아·태평양 10%, 중동·아프리카 10%, 중남미 6% 등 글로벌 전 지역에 걸쳐 있다. 기아는 북미 등 기존 주요 시장 방어와 함께 아중동, 아태, 중남미 등 지역의 육성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아태지역에서는 향상된 브랜드 이미지를 기반으로 호주에서 ’23년에 이어 ’24년 상반기까지 역대 최다 판매를 잇따라 달성했다. 동시에 자동차 시장이 성장세에 있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신시장을 적극 개척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 모멘텀에 힘입어 기아의 수출 실적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1975년 카타르에 브리사 픽업 트럭 10대를 선적하며 시작된 기아의 수출은 20년만인 1995년 누적 100만대를 기록했다. 2011년에는 역사적인 누적 수출 1,000만대를 달성했다.
- [종합] 尹 한밤중 방송으로 ‘깜짝’ 비상계엄 발표···‘사장 남천동’ 임경빈 작가 “전쟁 소꿉놀이”
- 2024. 12. 04 03:26 연예
- 경향신문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의 3일 밤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실 참모도 발표 직전까지 내용을 모를 정도로 갑자기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9시 50분쯤 방송사들 사이에 ‘긴급 정부 발표가 있으니 중계 연결을 바란다’는 메시지가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비상계엄 발표 중계는 안내도 없이 밤 10시 23분쯤 ‘깜짝쇼’ 처럼 이뤄졌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도 방송을 통해 생중계를 지켜봐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담화문 전문을 오후 11시, 전속 기사가 촬영한 사진은 11시 9분에 각각 언론에 배포했다. 대통령실 경비·경호는 계엄 선포를 기점으로 삼엄하게 강화가 됐다. 유튜브 캡처 계엄령 발표 후 국회는 4일 새벽에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8명과 야당 의원 172명이 가결 투표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 의결에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이제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시기를 바란다. 국회는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은 비상계엄 공식 해제를 기다리며 본회의장에서 대기 중이다. 헌법 제77조 5항에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한 4일 새벽 2시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으며, 대통령실 내부 경비는 강화됐다. 한편, 시사·엔터 유튜브 방송인 ‘사장 남천동’ 진행자 시사평론가 오창석은 생방송 중 계엄령 소식에 격노하며 “국민들을 뭘로 보면 이런 행동을 하나”, “이건 미쳤네”,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라는 반응을 보이며 패널들과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고 방송 중 국회까지 직접 찾아가 상황을 전했다. 오 평론가는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가된 후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와 “포고령 보고 박정희 전두환 때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며 “정신나간 선택에 대한 죄값을 완벽히 받고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된 대한민국이라 마음이 아프지만 예의주시하시고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함께 출연한 임경빈 작가는 ‘깜짝 계엄’에 대해 “미친XX, 전쟁 소꿉놀이를 하냐”며 격하게 비난했다. 그는 또 “앞에 앉혀 놓고 왜 이런 짓 했는지 묻고 싶다”며 “내란죄는 법정 최고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능하면 빠르게 경찰이 내란죄 현행범의 체포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법정제재, 이유는?
- 2024. 12. 03 02:47 연예
-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화면 캡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일 서울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비만과 탈모를 희화화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KBS2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대해 법정 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지난해 7월 2일 방송분에서 결혼정보회사 대표가 직원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남성 회원의 신규 가입 조건을 소개하면서 특정 코미디언과 탈모 질환을 앓는 남성들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구체적으로 살이 찐 사람을 향해 “북쪽 위원장 닮은 꼴”, 탈모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머리 밑이 너무 훤해”라고 조롱하듯이 이야기하고 이외에도 “키 167cm 이하 불가”, “연봉 4000만원 이하는 가입 불가” 등 발언과 자막이 노출됐다. 김정수 위원은 “특정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남성에 대해 열등한 사람인 것처럼 묘사한 부분은 희화화한 게 맞다”고, 강경필 위원은 “표현 과정이 부적절했는데 방송 전 걸러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류희림 위원장도 “심의 규정에도 학력, 신체 차이, 재력 등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명시돼있는데 편견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방심위는 또, 최근 수어 희화화 논란이 제기된 MBC TV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에 대해 신속심의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해당 드라마 1화에서는 수어 통역사인 여주인공이 산사태 뉴스를 전달하던 중 ‘산’(山) 수어가 반복적으로 송출되는 사고가 벌어졌는데, 극 중 앵커가 이를 손가락 욕으로 묘사하며 웃어 보이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를 두고 농인들과 수어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제작진은 지난달 29일 시청자 게시판에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주간경향(총 90 건 검색)
- 조선업 하청업체 두 사장은 왜 거리에 나섰을까(2024. 09. 16 06:00)
- 2024. 09. 16 06:00 사회
- “여기는 역대급” 갑질·불공정 거래 억울함 호소…성동조선은 “억지” “조선업 부가가치 낮아 불공정 거래 반복…건설처럼 기준 마련해야” HSG성동조선의 하청업체로 일했던 신일류기업 김동환 대표(왼쪽)와 건우 김동근 대표를 지난 9월 10일 경남 통영 광도면 성동조선 인근에서 만났다. 이들은 성동조선의 불공정 계약으로 수억원대 손해를 입었다며 지난 8월 28일부터 조업을 중단하고 성동조선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효상 기자 “제가 조선업 30년 넘게 했지만…. 여그는 역대급입니다.” HSG성동조선(이하 성동조선)의 하청업체 ‘건우’의 김동근 대표(50)는 지난 9월 10일 경남 통영의 한 카페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스무 살이 되던 해 삼성중공업에 입사해 용접일을 시작한 이래 인생 대부분을 조선소에서 보냈다. 조선소에서 하청노동자가 급증한 2000년대에는 3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하청업체를 차렸다. 7~8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조선업 특유의 파고를 어떻게든 넘어왔다. 그러나 지금 한계에 부딪혔다. 건우는 2022년 8월부터 성동조선의 일감을 받아 일했다. 그러다 2년을 꼬박 채운 지난 8월 28일 조업을 중단했다. 김 대표는 “돈이 안 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 23개월(아직 정산이 이뤄지지 않은 올해 8월 제외)간 건우의 수입·지출 내역을 보여줬다. 월별로 봤을 때 건우가 성동조선의 일을 하면서 수익을 낸 것은 단 2개월에 불과했다. 나머지 21개월은 모두 적자였고, 누적 적자는 10억원을 훌쩍 넘었다. 지난 6월부터는 직원들 임금도 다 주지 못했다. 이 손해가 사실이라면 이 일은 진즉 그만뒀어야 한다. 그는 “일을 시작할 때 (성동조선과) 추후 단가를 조정하기로 하고 저단가에 일을 시작했다. 그 말 믿고 고마 도장 찍고 일했다. 나중에 단가 올려 달라고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는데 (성동조선은) 묵살로 일관했다. 야간 돌려가면서 밤낮으로 일했는데 10몇억원 빚만 남았다. 이런 경우 자체가 처음이다”라고 했다. 그는 직원들과 ‘업체가 흘린 피로 성장하는 성동 각성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와 집회를 하고 있다. 성동조선의 또 다른 하청업체인 ‘신일류기업’의 임직원들도 집회를 함께하고 있다. 신일류기업은 2022년 7월부터 성동조선의 일을 해왔는데 건우와 같은 이유로 지난 8월 28일 조업을 중단했다. 조선업계에서 원청의 일감을 받아 살아가는 하청업체가 원청을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다시는 업계에 발을 들이지 못할 수 있다는 각오도 필요하다. 신일류기업의 김동환 대표(55)는 “원통하고 억울해서 나왔다. 접는 그날까지도 24시간 맞교대로 업을 이끌어왔다. 그랬는데도 올해만 적자가 8억원을 넘는다. 단가 안 맞는다고 수없이 공문을 보냈다. 원청 찾아가 호소도 많이 했다. 그런데 (원청에서는) ‘그러면 (하청업체를) 정리하라’고 한다. 하기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라고 했다. 성동조선의 입장은 판이하다. 하청업체들이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본다. 성동조선은 지난 9월 4일 입장문을 통해 “사내하도급 협력사와 적법한 계약을 통해 정상적 거래를 유지하고 있다. 협력사가 주장하는 불공정한 거래는 사실이 아니며, 기업 운영에 충분한 공사대금을 책정 및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두 하청업체가 거리로 나오게 된 과정을 살펴봤다. 성동조선의 주장과는 달리 계약서도 쓰기 전에 하청업체가 공사에 투입되는 등 하도급법이 금지하는 불공정 행위도 있었다. 또 다단계 하도급에 의존하는 생산 구조, 원·하청 간 정보 및 협상력의 불균형 등 조선산업의 구조적 문제도 자리했다. 이는 조선업계에서 원·하청 불공정 거래 논란이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청업체의 끝은 임금체불 한국의 조선소에서 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원청은 만들어야 할 배를 여러 덩어리로 나눠 각각을 하청업체들에 맡긴다. 하청업체는 자체적으로 노동자들을 모아서 덩어리를 완성한 후 원청으로부터 기성금(도급비)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는 ‘노동자처럼 일하지만 형식적으로는 사업자’인 ‘물량팀’에 일감 일부를 재하청한다. 이렇게 완성된 각각의 덩어리를 이어 붙여 배 한 척이 건조된다. 철판을 잘라서 접고 굽히고 이어 붙이는 일이 대부분이고 자동화도 까다롭기에 노동집약적일 수밖에 없다. 직접 생산공정을 맡는 노동력의 대부분은 하청업체에서 나온다. 2022년 기준 조선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9만3000명인데, 원청이 4만1000명, 하청이 5만2000명이었다. 생산직만 보면 원청이 2만3000명, 하청이 4만8000명으로 하청 비중이 67.6%였고, 직접 생산인력으로 좁히면 전체 5만1000명 중 하청업체 소속이 4만명(78.4%)이었다. 조선업은 모든 업종 중 하청노동자의 비중이 가장 높다. 일한 대가로 하청업체가 받는 기성금의 90% 이상은 소속 노동자들의 인건비로 쓰인다. 일이 생각대로 안 풀릴 때 하청업체의 지상 과제는 인건비를 밀리지 않고 지불하는 것이 된다. 20년간 조선업에 종사한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하청업체의 끝은 임금체불”이라며 “이 바닥에 오래 있었던 분 중에 자기 명의로 하청업체 운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성금이 부족하면 원청에서 가불을 받거나 대출을 받으면서 버티다가 그래도 부족하면 (노동자들) 4대 보험을 체납하고, 세금을 체납하고, 결국에는 임금을 체불한다. 계속 일을 하려면 사업자 명의를 바꿀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건비를 줘야 하는 하청은 기성금을 쥐고 있는 원청에 끌려다닐 공산이 크다. 건우와 신일류기업은 물량팀을 포함해 각각 120여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건우는 지난 6월부터, 신일류기업은 지난 7월부터 임금을 다 지급하지 못했다. 성동조선의 기성금 지급일은 매달 20일. 건우는 지난 7월 기성금을 다른 하청업체들보다 늦은 25일에야 받았다. 기성금 지급일 며칠 전부터 원청의 관계자가 건우와 건우의 하청을 받는 물량팀의 출금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김동근 대표는 “내가 내건 줄 수 있는데, 물량팀은 다른 사업자인데 어떻게 주냐고 했다. 그랬더니 안 가져오면 돈을 못 준다는 거다. 진짜 우리만 돈이 안 나왔다. 당장 (소속 노동자들) 임금 나가야 하는데 난리가 났다. 물량팀에 부탁해서 내역 받은 거 주고, 무릎 꿇다시피 했다. 그런데 각서를 쓰라고 하더라. 하도 적자를 보니까 그때 성동조선에서 가불을 받은 게 3억2000만원 정도 남아 있었는데 ‘12월 말일까지 다 갚는다, 못 갚으면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각서에 지장 찍고 나왔다.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했다. 건우는 협박, 강요, 개인정보법 위반 혐의로 성동조선 측을 경찰에 고발했다. HSG성동조선의 하청업체 건우와 신일류기업 임직원들이 지난 9월 10일 경남 통영시 광도면 성동조선 앞에서 불공정 거래를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효상 기자 결론만 있고 계산식은 없다 일반적으로 하청업체는 단가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알 수 없다. 건설업과 달리 조선업은 표준품셈과 같은 공통된 기준이 없고, 원청사는 단가를 책정하는 기준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는다. 단가를 산정하는 계산식이 없는 셈이다. 통상 현장에서는 원·하청 간 협의로 인건비와 기성금 사이의 균형을 찾는다. 예컨대 인력을 얼마나 투입해야 하는 작업인지 알 수 없는 경우, 일단 작업을 시작해 투입된 시수(해당 작업을 완료하는 데 투입된 시간으로 여기에 인건비를 곱해 기성금이 정해진다)를 반영해 추후 단가를 조정한다. 그런데 그 균형이 현저히 무너졌다는 게 두 대표의 주장이다. 건우의 김동근 대표는 센터코밍(안쪽으로 물이나 기름이 들어오지 못하게 볼록하게 솟아 있는 테두리 구조물) 작업을 예로 들었다. 지난해 8월 건우는 센터코밍 블록을 만들고 성동조선에 330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며 실제 쓴 돈은 1395만원에 달했다. 이 작업을 위해서는 철판을 설계대로 구부리거나 펴는 곡직이 필요한데, 숙련된 곡직사를 부르는 데만 120만원가량이 들었다. 매번 1000만원가량의 손해를 보면서 지난해 6월까지 이 작업을 6차례 했다. 건우는 지난 8월 성동조선에 “투입된 인건비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저단가로 인해 인건비에 대한 어려움으로 성동조선 ○○○과 미팅을 해 투입시수로 계산을 하기로 하고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이후 성동조선 ○○○에게 투입된 블록시수 자료를 드리고 블록에 투입된 시수를 계산하여 정산하여 줄 것을 요청했으나 지금 현재까지도 지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성동조선은 하청업체의 낮은 생산성이 원인이었다고 주장한다. 다른 하청업체라면 쉽게 끝낼 일에도 많은 인력을 오랜 시간 투입함으로써 스스로 손실을 키웠다는 얘기다. 두 업체만의 문제라면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성동조선에서 못 버티고 나간 업체는 이들만이 아니다. 성동조선은 하도급 불공정 거래 혐의로 이미 2건의 신고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됐다. 지난 8월에 건우와 신일류기업이 철수한 데 이어, 9월에는 2개 업체가 더 철수할 예정이다. 30여개에 달했던 성동조선의 사내하청업체 수는 9월 말 기준으로 22~23개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성동조선의 하청업체로 일했던 A업체도 조만간 성동조선을 공정위에 신고할 계획이다. A업체의 관계자 B씨는 “1년을 다 못 채우고 도무지 버틸 수 없는 상태가 돼서 나왔다. 그때까지 6억원 정도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A업체의 정산 내역을 보면, 과연 업체의 생산성만이 문제였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통상 조선업 원청은 목표를 제시하고 하청업체가 달성한 실적에 따라 기성금을 지급한다.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하청업체는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A업체는 월별로 두 차례 목표치 이상의 실적을 내고도 수천만원대 적자를 면치 못했다. B씨는 “하청업체가 다 잘했다는 것 아니다. 10시간 들어갈 일을 (우리가) 12시간 했을 수도 있고, 세 사람 할 일을 네 사람이 했을 수도 있다. 그걸 감안해도 월에 1000만~2000만원 펑크가 나야 이해라도 하지 어떻게 1억원 넘게 구멍이 나냐”고 했다. 애초 단가 설정이 지나치게 낮았다는 얘기다. A업체는 계속되는 적자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성동조선에 요청했다. A업체가 맡은 작업장에 방치된 설비를 정리해 공간활용도를 높이고, 최소 2개월 전에 물량을 확정해주는 방안 등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성동조선은 뚜렷한 답을 하지 않았다. 하청업체의 낮은 생산성을 문제로 지적하면서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원·하청 협력은 없었던 셈이다. 고용 부담은 하청업체 몫 인건비 상승도 하나의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조선업 원·하청의 불공정 거래 사례를 보면, 이 문제는 특정 시점에 집중적으로 불거지는 경향을 보인다. 하나는 호황기에서 불황기로 접어들 때다. 일감이 줄어든 원청은 호황기에 늘렸던 유연한 노동력인 하청을 빠르게 줄여나간다. 갑작스러운 허리띠 졸라매기에 도산하는 하청업체가 늘어나고 불공정 거래 신고도 늘어난다. 또 다른 시기는 불황기에서 호황기로 접어들 때다. 갑자기 많은 인력이 필요해지는데 불황에 조선소를 떠난 인력을 복귀시키기 위해 인건비가 상승한다. 원청이 기성금에 인건비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하청업체는 일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된다. 불공정 거래의 이면에는 고용 부담의 상당 부분을 하청업체가 지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새로 건조하는 선박의 가격은 2008년 말부터 하향세를 보이다가 2021년 상승세로 전환했다. 현재는 불황에서 호황으로 접어든 국면으로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다. 김동환 신일류기업 대표는 “떠난 숙련공을 데려오자니 인건비가 많이 올랐다. 성동조선 일을 처음 시작하려고 사람을 모을 때는 한 달 치 월급을 선불로 주고 데려오기까지 했다.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시간당 3만원은 넘는다고 본다. 우리도 살아보려고 (노동자들 인건비를) 낮추는 부분이 있지만, 업체는 (우리보다 인건비를) 더 낮게 책정한다. 거의 2만4000~2만5000원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본다”고 했다. 성동조선 측은 현재의 기성금에 인건비 인상분도 충분히 반영됐다고 주장한다. 성동조선은 공식입장문에서 “특히 해당 협력사는 1인당 월매출액(월인당 기성)이 600만~700만원 수준으로 상당한 기업이윤이 예상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근로자들은 임금 체불로 인해 노동부 신고까지 발생되고 있다”고 했다. 비교적 명백한 법 위반 사례도 엿보인다. 조선업이 불황에 직면한 2010년대에 들어, 공정위는 원·하청 불공정 거래를 이유로 조선업 원청사들에 줄줄이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문제라고 본 건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원청의 일방적인 하도급 대금 책정이었고, 다른 하나는 공사를 먼저 시키고 계약은 나중에 체결하는 ‘선공사 후계약 관행’이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하도급법 위반 사항으로 좀처럼 인정되지 않았다. 상호 협의하에 하청의 생산성 향상분을 기성금에서 제외했다는 원청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등 양측의 협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다만 선공사 후계약은 법 위반 사항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청업체들은 성동조선에서도 ‘선공사 후계약’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신일류기업은 2023년 5월부터 공사를 시작했지만, 해당 공사에 대한 계약은 시작 후 1년 만에 체결했다고 했다. 건우 측은 10개월가량 계약서를 쓰지 않고 공사를 진행한 건이 있다고 했다. 이는 이들이 생산에 착수한 초기에 책정된 1t당 단가가 장기간 유지되는 상황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맡았다는 뜻으로, 단가 조정이 없었다는 업체 측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도급법 전문가인 법무법인 도담의 김남주 변호사는 “조선업 원·하청에서 불공정 거래가 반복되는 원인은 조선업 자체가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임금을 쥐어짜야 이윤이 생긴다. 원·하청이 대등하게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데다, 표준품셈이 공개되지 않는 것도 한 원인이다. 하청업체에는 대금이라는 결론만 알려주고, 그 결과가 나오는 공식은 알려주지 않는다”며 “건설업처럼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불공정 거래 행위를 엄격히 처벌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 3고 속 복합위기 ‘빚 눈덩이’…환갑 사장님은 퇴로 막혀 ‘막막’(2024. 05. 27 06:00)
- 2024. 05. 27 06:00 경제
- 중고 주방용품 업체 직원이 지난 5월 17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가구거리에서 중고 주방기구를 세척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지난 5월 17일 오후 방문한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는 적막했다. 중고물품을 구경하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없었다. 흥정 없는 거리엔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았고 철거 용품을 실어나르는 용달차만 들락거렸다. 황학동 주방거리는 폐업한 점포의 물건을 싼값에 매입해 창업자들에게 되파는 시장으로 자영업자의 체감경기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골목 곳곳에는 업소형 냉장고부터 횟집 수족관, 고깃집 불판, 스테인리스 냄비, 의자 등이 먼지와 함께 산처럼 쌓여 있었다. “물건이 언제 나갈지 몰라 최상급인 중고만 선별해 받아요. 창업하려는 사람이 없어 물건을 들여다 놓을 공간조차 없어요. 창업과 폐업이 순환되지 않다 보니 여기도 불황입니다.” 황학동에서 15년째 주방용품을 팔고 있는 A씨(56)는 “정부에서는 1분기 깜짝 성장했다고 좋아하는데 골목 상권은 코로나19 때보다 체감 경기가 더 바닥을 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시절 배달 장사를 위해 대거 팔렸던 튀김기와 오븐 등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그때는 젊은 사장들이 문을 닫았는데, 지금은 긴 업력으로 코로나19를 버틴 50~60대 노장들이 불황에 문을 닫는데 (그들이) 어디로 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저녁 방문한 서울 관악구 전통시장인 신사시장에는 ‘임대 문의’ 스티커를 붙인 공실이 곳곳에 즐비했다. ‘우수 점포’라는 인증 마크가 걸린 공실 인근에는 당일 대출과 간편 대출을 내건 사업자 대출 전단이 곳곳에 뿌려져 있었다. 노래방 간판은 불이 꺼져 있었고, 골목에는 폐업을 앞둔 의류 매장의 ‘땡처리 세일’을 알리는 전단이 붙어 있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 심재익씨(59)는 “서민들이 쓸 돈이 없다 보니 분식집 같은 곳만 찾고, 점포들이 버는 수익은 임대료 등의 고정비를 따라가지 못해 폐업이 늘고 있다”며 “목 좋은 자리인데도 점포를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는 걸 보면 2008년 겪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처럼 장기 불황 초입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는 동행축제 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휘날렸다. 하지만 장을 보는 이들은 가격표를 보자 선뜻 물건을 담지 못했다. 동행축제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제품을 알리고 내수 활성화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지자체 등이 함께하는 행사로 매년 5월 한 달간 열린다. 식당을 운영하는 B씨(58)는 “올해는 가정의달 특수조차 없다. 코로나19가 끝나자 진짜 지옥문이 열렸다”며 “빚을 생각하면 가게를 접고 싶지만, (빚을) 일시 상환할 수가 없어 버티고 있다. 코로나19 때 받은 대출이 족쇄가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 코로나 끝나자 지옥 시작, 폐업 위해 퇴직금 깨 골목 상권이 곪아가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영업을 접고 손실을 감수했던 자영업자들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에도 허덕이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 위기 속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들이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최다 규모를 기록한 소상공인 폐업에 따른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 규모는 올해도 20%가량 급증했다. 노란우산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을 위한 공적 공제 제도다. 자영업자에게는 퇴직금 성격의 자금으로 은행 대출 연체나 국세 체납 시에도 압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폐업 사유 공제 규모가 커진 것은 경제 여건 악화로 한계 상황에 몰리는 소상공인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5월 17일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 인근 한 상가가 공실로 임대에 나와 있다. 한수빈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4월 노란우산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액은 54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9% 늘었다.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액이 지난해 1조26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찍은 후 올해도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식업체 폐업률이 코로나19 때보다 더 높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핀테크 기업 핀다의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체 81만8867개 중 폐업한 곳은 17만6258개로 폐업률이 21.5%에 달했다. 5곳 중 1곳 이상 문을 닫은 것으로, 코로나19가 가장 심했던 2020년(9만6530개)보다 82.6% 늘었다. 핀다 측은 “코로나19 시절보다 지금이 더 힘든 시기라는 사실이 데이터로도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은 엔데믹 이후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매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실제 지난해 소비는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치며 2년 연속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가 1년 전보다 1.4% 감소했다. 2003년(-3.2%)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으로, 2022년에 이어 2년째 마이너스 성장세다. ■ 1분기 깜짝성장에도 소비심리 올해 첫 비관전환 지난해 상용근로자 임금이 2.8% 오를 동안 물가는 3.6% 상승했다.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처지다. 부진한 소비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5월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1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오르는 데 그쳤다. 여기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소득은 오히려 1.6% 줄었다. 특히 일해서 버는 돈, 실질 근로소득만 보면 3.9% 줄어 1분기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21일 발표한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에서도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8.4로 전월 대비 2.3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지출·수입 등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해 보여주는 지표로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소비 심리가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한다. 이 지수는 작년 12월(99.7) 이후 5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지고, 지수 하락폭도 지난해 9월(3.5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내수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유행 때 자영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받은 대출이 이제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시기 자영업자에게 대출을 늘리며 대출 만기와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을 지원했는데, 지난해 9월 원리금 상환 유예 혜택이 끝났다. 만기 연장 지원도 내년 9월까지다. 대출 규모가 불어난 상황에서 금리 상승 부담에 원리금 상환 시기까지 돌아오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서울의 중심 상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씨(52)는 빚부터 갚기 위해 폐업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때 빌린 대출의 이자가 2.3%대에서 5.9%대로 오른 가운데, 원리금 상환 시기가 닥쳤다. 그는 “가게를 내놓고 새 임차인에게 받을 권리금으로 대출을 갚으려고 했는데 가게를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며 “남은 임대 기간 내 임차인을 못 찾으면 5000만원에 달하는 권리금을 날리는 것은 물론 800만원을 웃도는 원상 복구 비용까지 내야 해 자칫하면 빚만 더 늘어날 수 있어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폐업을 하면 금리 등 각종 혜택이 끝나 점포를 비워둔 채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개점휴업’으로 연명하는 이들이 많다”며 “(우리가) 스스로 채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출상품의 거치 상환 기간을 장기간 늘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대출 상품은 ‘2년 거치 3년 상환’이 대부분인데 해당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주문이다.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높은 금리와 소비 부진 등을 빚으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의 금융기관 대출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4년여간 50% 이상 늘었다. 연체로 상환에 한계를 드러낸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도 2배로 커지는 등 부실 위험 징후도 뚜렷해지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 평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의 금융기관 대출은 1112조740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 유행 직전 2019년 말과 비교해 대출금액이 51% 늘었다. 특히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한 ‘상환 위험 차주’의 대출 규모는 같은 기간 15조6200억원에서 약 2배인 31조3000억원으로 뛰었다.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추가 대출이나 돌려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다중채무 개인사업자는 172만명으로 전체 대출자 중 절반 이상(51%)을 차지했다. 이들의 대출잔액은 689조로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의 62%에 달했다. 지난 5월 17일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한수빈 기자 ■ 자영업자 3명 중 1명 이상 환갑, 퇴로가 없다 빚 돌려막기로 연명해온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작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높은 대출금리 부담이 지속하는 가운데 자영업자의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전체 취업자 중 23%가 자영업자다. 규모만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8위다. 미국(6.6%)의 3.6배, 일본(9.8%)의 2.4배에 달한다. 경제위기를 겪을 때마다 일터에서 쫓겨난 이들이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하지 못하고 창업에 나선 결과다. 사실상 새 일자리를 만드는 데 미흡했던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자영업자들이 몸으로 떠받친 셈이다. 이들은 코로나19 때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영업금지·제한 등 사회적 거리 두기의 경제적 부담을 오롯이 떠안았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늦었음에도 세계적으로 우수한 코로나19 방역 국가로 평가받은 데에는 자영업자들의 희생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이 가중되던 2021년에는 22명의 자영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영업은 인구 고령화 속 취업할 곳이 없는 고령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역할도 하고 있다. 60세 이상 자영업자 수가 지난해 전년보다 7만4000명 증가한 207만3000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60세 이상 비중도 전체 자영업자 중 36.4%로 역대 가장 높았다. 이는 같은 연령대 임금근로자(17.0%)보다 19.4%포인트 더 높다. 은퇴 후 대체할 일자리와 소득처를 찾지 못한 고령자들이 생계형 창업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자영업자 부실이 가파르게 진행되면 가계는 물론 금융시장과 사회·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자영업자가 취약계층으로 밀려나면 한국사회는 당장 이들을 떠안을 만한 공적 인프라와 비용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 한은 금리 11번 연속 동결 “물가·환율 불안” 앞으로가 더 문제다. 얼어붙은 체감 경기 속 소비 부진과 인건비·원자잿값 상승, 고금리 등으로 서민과 자영업자 모두 힘든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 총선 후로 미뤄둔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 정부는 지난 3월에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했지만, 현재 물가 흐름은 정부 희망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수입품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환율도 출렁이고 있다. 환율이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 1~2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고물가 상황이 좋아질 수 있는 요인을 찾기가 어렵다. 가계를 짓누르고 있는 고금리 기조가 조기에 바뀔 가능성도 크지 않다.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애초 미국이 6월에 인하를 시작해 올해 총 3번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봤다. 지금은 올해 9월에야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한국도 빨라야 올해 4분기에나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로 묶어두며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갔다. 작년 1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11차례 연속 동결이다. 한은이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데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목표 수준(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찍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환율·가계부채·부동산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6%로 유지했다. 금통위는 “향후 물가 경로에는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 농산물 가격 추이, 성장세 개선의 파급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이날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올려 ‘경기 부진을 막기 위한 조기 인하’의 명분도 사라졌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져 지난 1분기 성장률이 1.3%로 시장 예상을 웃돎에 따라 연간 전망치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올해 5월 30일 개원하는 제22대 국회에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금융지원 확대’를 최우선 정책으로 요청할 예정이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취업 등의 퇴로나 사회안전망이 없어 어떻게든 원금을 갚으며 자영업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시장 전반의 구조를 봤으면 한다”며 “정부는 원리금 상환 유예와 대출 문턱을 낮추는 종합적인 정책으로 자영업자들이 취약계층으로 전락해 사회 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 등과 함께 범부처 차원의 종합 대책을 준비해 올해 6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관계부처와 협업해 고물가·고금리 등에 따른 경영 애로 해소, 소상공인 안전망·재기 지원 강화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은 기업가형으로 육성하는 등의 합동 정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덕적 해이는 경계하되 다중채무자 재기를 위한 채무 재조정 등 선별적·맞춤형 지원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를 위해선 차주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이윤수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일괄적으로 무조건 대출을 연장해 주다 보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는 차주의 상환 여력을 구별해 선별적으로 채무를 재조정하고 상환 여력이 없는 차주에게는 폐업을 지원해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 표지 이야기
- [꼬다리]신속하고 일방적인 박민 사장의 KBS(2024. 03. 20 06:00)
- 2024. 03. 20 06:00 문화/과학
- 박민 KBS 사장이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KBS가 <전국노래자랑> 진행자(MC)인 코미디언 김신영을 교체한다는 사실이 지난 3월 4일 알려졌다. 김신영의 소속사는 그날 통화하며 “협의가 없었다. 하차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KBS는 2022년 김신영을 발탁하면서 ‘사상 최초 여성 MC’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한순간에 돌아섰다. ‘갑’인 거대 방송사에 ‘을’인 연예인 측이 이렇게 반발할 정도라면 그 서운함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갔다. 시청자 청원 게시판이 ‘김신영을 놔두라’라는 항의로 뒤덮이자 KBS는 ‘시청률 때문’이라는 입장을 냈다. 시청률 감소 추이부터 시청자 불만 건수까지 자세히 공개했다. 사측의 입장을 방어하는 근거였겠지만 프로그램에 헌신한 사람에 대한 예의를 잃은 행동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부관참시’라는 말이 나왔다. 일각에선 MC 교체에 정치적 압박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심지어 김신영이 ‘문재인 시계’를 자랑해 쫓겨났다는 음모론이 돌았다. 이런 난리법석의 배경에 박민 KBS 사장이 있다.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지낸 기자 출신이다. 박 사장은 과거 KBS가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불공정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취임식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14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KBS의 ‘오세훈 서울시장 내곡동 땅 의혹’ 보도 등이 ‘불공정 보도’라며 사과했다. 박민 사장의 행보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 영상에서 언급해 유행어가 된 ‘좋빠가(좋아, 빠르게 가)’가 떠오른다. 박 사장의 ‘좋빠가’는 신속하고 일방적이다. 취임하자마자 KBS 시청률 1위 교양 프로그램 <한밤의 시사토크 더 라이브>를 폐지했다. <뉴스9>를 4년 동안 진행한 이소정 앵커는 일요일 저녁 전화로 하차 통보를 받았다.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 주진우씨는 하차에 더해 ‘출연 금지’ 결정도 통보받았다. 방송법 위반 논란이 있지만 박민 사장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KBS <시사기획 창>은 지난해 12월 ‘원팀 대한민국, 세계를 품다’편에서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성과를 홍보해 ‘윤비어천가’라는 비판을 받았다. <다큐 인사이트> 제작진이 다음 달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맞춰 제작하던 다큐멘터리는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중지했다. 예능 <홍김동전>,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시청률이 낮다며 폐지했다. 이달에는 아나운서와 기자 등 87명이 KBS를 떠났다. 심지어 국민의힘도 박민 사장에게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우려를 표했다. 허은아 의원은 “하루아침에 마음에 안 드는 진행자를 다 잘라버리고 프로그램을 끝내버리면 뭐가 다르겠나”라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은 “내년에 인건비를 1000억원 줄이겠다고 말씀하셔서 당황스럽다. 직장 잃는 가장의 문제 이런 것도 충분히 생각하시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을 보면 일방적인 진행자 교체와 프로그램 폐지에 대한 항의가 수두룩하다. 김신영의 하차 소식이 보도된 날 박민 사장은 ‘공사 창립 51주년 기념식’을 열어 “국민을 섬기는 마음”을 강조했다. 보궐로 임명된 박민 사장의 임기는 전임 김의철 사장의 잔여 임기인 올해 12월 9일까지다.
- 꼬다리
- [렌즈로 본 세상]사장님만 외치는 ‘불공정과의 전쟁’(2023. 11. 20 07:12)
- 2023. 11. 20 07:12 사회
- 박민 KBS 신임 사장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지난 11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아트홀로 들어서고 있다. 성동훈 기자 “대국민 사과 말고 사퇴를 선언하십시오!” 지난 11월 14일 서울 여의도 KBS. 박민 KBS 신임 사장이 기자회견장 앞에 나타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 30여명이 박 사장을 향해 일갈했다. 노조의 항의를 의식해서였을까. 15여명의 관계자에게 둘러싸여 이동하는 박 사장의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취임 첫날인 전날에 KBS 주요 뉴스 진행자와 간부급 70여명을 교체한 박 사장은 이날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지난 정권하에 KBS가 내보낸 보도는 “불공정했다”며 허리 굽혀 사과했다. 이어 “불공정 편파 보도로 물의를 일으킨 기자나 PD는 즉각 업무에서 배제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성·편파 보도’를 판단하는 기준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 사장은 “공정의 핵심은 정확성, 균형성, 객관성”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KBS 38기 기자 14명은 다음날 성명을 통해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가 자사 보도를 불공정했다고 스스로 선언할 정도라면 최소한 불공정의 기준을 마련하고, 그 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할 정도라면 새로운 수뇌부가 보도본부 구성원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임과 동시에 ‘인사 칼바람’을 일으킨 박 사장은 평일, 주말 <뉴스9>를 비롯한 주요 뉴스 진행자를 교체했다. 기존 앵커들은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전하지 못했다.
- 렌즈로 본 세상
레이디경향(총 37 건 검색)
- 사장님, 제주 ‘돔’에서 일 좀 하고 올게요
- 2023. 04. 13 10:07 레저/여행
- 한화리조트 제주는 분산 오피스 ‘집무실’ 운영사 알리콘과 함께 워케이션(휴가지 원격근무)을 위한 워크 스테이를 오픈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관광 트렌드 분석 및 전망 2023-2025’를 발표하며 10대 핵심 관광 트렌드 중 하나로 ‘워케이션 확산’을 꼽았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가속화되고 워케이션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한다고 예측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한화리조트 제주는 분산 오피스 ‘집무실’ 운영사 알리콘과 함께 워케이션(휴가지 원격근무)을 위한 워크 스테이를 오픈했다. 새롭게 선보이는 ‘집무실 워크 스테이’는 제주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돌집이다. 숲과 정원, 야외 산책로가 조성됐다. 또한 워크 스테이의 워크 라운지는 10~15인용 테이블과 회의용 모니터 등이 갖춰져 팀 단위 업무에 적합하고, 워크 돔은 3개의 개별실로 이루어진 1인 전용 공간으로, 블루투스 스피커, 자동 온습도 및 조명 조절 기능을 제공한다. 3개의 개별실로 이루어진 1인 전용 공간 워크 돔. 블루투스 스피커, 자동 온습도 및 조명 조절 기능을 제공한다. 워크 스테이의 모든 공간은 알리콘이 개발한 공간운영자동화 솔루션 ‘오피스 OS’를 통해 원격으로 관리된다. 무인으로 냉난방과 조명, 음악, 향을 제어하고 고객은 집무실 어플리케이션으로 출입 체크를 할 수 있다. 워크 스테이는 네이버를 통해 예약 가능하며 가격은 1일 기준 워크 라운지 3만 원, 워크 돔 7만 원(부가세 별도)이다. 한화리조트와 집무실 회원에게는 정상가 대비 50% 할인이 적용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워케이션과 같은 맞춤형 복리후생은 회사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더불어 동기부여를 유발하고 업무 효율성도 향상시킨다”라며 “당사는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한 후 임직원 만족도 95%, 원격근무율 25% 이상을 유지할 만큼 호응도가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일하는 장소와 방식을 고도화하는 스마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이를 위해 재택근무와 분산 오피스 ‘집무실’, 워케이션 등 원하는 곳에서 근무할 수 있는 상시 원격근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전국에 운영 중인 호텔과 리조트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외부 고객도 이용할 수 있는 워크 스테이를 확대할 예정이다.
- 장애인 가족과 마포구 사장님들이 함께한 ‘선물 같은 하루’
- 2015. 05. 07 17:29 화제
- 나눔을 좋아하는 마포구 사장님들이 유쾌한 작당 모의를 했다. 매달 장애인 한 가족을 초대해 메이크오버, 가족사진 촬영, 저녁 식사까지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는 프로젝트를 마련한 것.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한없이 행복했던 어느 봄날의 하루를 함께했다. PM 2:00 오테르 살롱 따뜻한 공기가 봄을 알리는 3월의 어느 날.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헤어숍 오테르 살롱 직원들은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바라봄 사진관 나종민(53) 대표, 오테르 살롱 홍대점 김진광(33) 원장, 카페 슬로비 한영미(45) 대표가 함께 초대한 귀한 손님이 오는 날이기 때문. 그 주인공은 이일수(29)·오승희(29) 부부와 귀여운 딸 유리(3)다. 부부 모두 장애가 있는 이 가족은 “며칠 전부터 손꼽아 오늘을 기다렸다”라며 들뜬 모습이었다. 하루 동안 가족을 안내하는 역할은 나종민 대표가 도맡았다. IT 업계에서 20년 넘게 일하며 외국계 회사 지사장을 맡았던 나종민 대표는 자발적 은퇴 후에 장애인 사진을 찍기 위해 국내 최초 장애인 전용 사진관인 바라봄 사진관을 열었다. 그는 전국의 장애인 시설 및 소외된 이들을 찾아다니며 꾸준히 사진 봉사를 하는 ‘나눔 마니아’로 유명하다. 이날 장애인 가족을 초대하는 나눔 행사를 하게 된 것도 나종민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일이다. “제가 만난 대부분의 가족들이 어렵게 생활하시다 보니 미용실에 가서 단장을 하거나 마음 편히 외식을 하는 일이 드물더라고요.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이런 것이 그분들 일상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머리 손질하고 사진도 찍고 식사까지 대접하는 ‘코스’를 마련하고 싶었죠. 그래서 이 프로젝트 이름을 ‘선물 같은 하루’로 붙였어요.” 나종민 대표의 ‘선물 같은 하루’ 프로젝트는 그의 뜻에 공감하는 좋은 이웃들을 만나 비로소 완성됐다. 나눔 대상인 장애인들 대부분이 이동이 쉽지 않은 것을 고려해 바라봄 사진관 근방에 있는 곳을 물색했다. 그 결과 오테르 살롱과 카페 슬로비가 동참하게 된 것. 나종민 대표의 제안을 들은 두 사장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좋은 일에 함께할 수 있어서 오히려 기뻐요. 나눔을 하고 싶어도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 막막했는데, 나 대표님이 워낙 경험이 많다 보니 저희는 마음만 열고 따라가면 되거든요. 게다가 ‘선물 같은 하루’ 프로젝트는 직원들에게도 반응이 무척 좋아요. 미용실 일이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 업종이다 보니 아무래도 심신이 지칠 때가 많은데, 이 ‘나눔’이 있는 날이면 직원들이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게 눈에 보여요. 마음이 좋은 기운으로 채워지는 기분인가 봐요.” 오테르 살롱 홍대점을 이끌고 있는 김진광 원장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가족을 맞이하는 직원들의 얼굴을 바라보니 도식적인 서비스용 표정이 아닌, 진정 즐거운 모습이 느껴졌다. 스타일 변신을 위해 이일수·오승희 부부는 원하는 머리 모양을 놓고 김진광 원장을 비롯해 디자이너들과 상의를 했다. 남편 이일수씨가 특히 더 신난 모습이다. 그는 시력을 거의 잃어 앞이 잘 보이지 않지만, 시력을 상실하기 전에는 누구보다 멋 내는 것을 좋아해 지인들에게 멋쟁이로 불렸단다. 옛날에 즐겨 했던 것처럼 화려한 색상으로 염색을 해달라고 주문한 그는 예전 자신의 멋진 모습을 상상하는 듯 연신 흐뭇해했다. 미용실 나들이에 들뜬 것은 아내 오승희씨도 마찬가지다. “몇 년 동안 미용실에 가질 못했어요. 더구나 이렇게 좋은 미용실은 처음이에요”라며 거울 속 점점 변신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선물 같은 하루’ 프로젝트에 참여한 스태프의 인기를 독차지한 것은 바로 부부의 딸 유리양이다. 인형같이 깜찍한 외모에 낯도 가리지 않고 방실방실 웃어대는 유리양의 재롱에 모인 사람들 모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몇 시간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끝에 가족은 한층 말끔하고 예쁜 모습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마쳤다. 아내 오승희씨는 변신한 딸과 남편의 모습을 연신 ‘찰칵찰칵’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며 추억을 저장했다. PM 5:00 바라봄 사진관 근사해진 가족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오테르 살롱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바라봄 사진관이다. 나종민 대표는 이곳에서 가족에게 생애 첫 가족사진을 선물하기로 했다. 딸 유리양의 돌 사진도 함께 말이다. 가족이 사진 스튜디오에 도착하자 온전히 가족만을 위한 커다란 조명들이 설치됐다. 정갈한 의자와 배경도 마련됐다. 거동이 불편해 늘 휠체어 위에서 생활하는 아내는 모처럼 휠체어에서 벗어나 의자에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마주했다. “처음으로 찍는 가족사진이라 더 감격스러워요. 게다가 딸아이 백일 사진도, 돌 사진도 못 찍어줘 늘 마음 한구석이 안타까웠는데…. 오늘 잊을 수 없는 큰 선물을 받네요(웃음).” 김진광 원장 아내 오승희씨는 소녀 같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딸 유리양은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천진한 모습이다. 처음 와보는 스튜디오 안을 신기한 듯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날 촬영은 이 프로젝트의 소식을 전해 듣고 힘을 보태고 싶다며 자원한 젊은 사진가가 맡았다. 장애인 가족의 사진은 찍어본 적이 없기에 결코 쉽지 않은 촬영이지만, 꼭 동참하고 싶은 마음에 나종민 대표를 졸랐다고. 사진가는 딸 유리양의 독사진 촬영을 위해 자신의 딸이 입었던 고운 한복을 직접 챙겨오는 열성까지 보였다. 순서대로 부부의 커플 사진, 한복 입은 딸의 단독 돌 사진, 세 식구의 오순도순한 모습을 담은 가족사진을 촬영했다. 부부가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오누이처럼, 연인처럼 정답다. 나종민 대표 지난 2013년 가정을 꾸린 부부는 결혼 후 예기치 않은 험난한 일도 함께 겪어냈다. 두 사람이 결혼할 때까지만 해도 아내만 장애가 있었는데, 남편 이일수씨에게도 장애가 생긴 것이다. 딸의 분유를 사러 가던 길에 사고를 당했으나 어려운 형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결국 원래 앓고 있던 당뇨에 합병증 등이 겹쳐 점차 시력을 잃기 시작했다. 병세가 빠르게 악화됐고, 지금은 거의 앞을 볼 수 없는 상태다. 이날 부부의 하루 일정을 돕기 위해 동행한 사회복지사 김선화씨는 이런 사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사진 촬영하는 부부를 보며 짙은 감회에 젖는 모습이었다. 사실 나종민 대표에게 이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제보한 사람이 김선화씨다. 복지관에서 부부를 알게 된 그녀는 ‘페친’인 나종민 대표의 페이스북에 부부의 사연을 알리고 ‘선물 같은 하루’의 주인공으로 추천했다. 그리고 이날 부부가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휴가까지 내고 달려왔다.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나눔’ 한 것이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의 주변에는 선한 마음들이 자석처럼 모여드는 법인가 보다. 바라봄 사진관을 열기 전까지 외국계 회사의 지사장을 맡았던 나종민 대표에게 이런 주변의 변화는 신기하고도 소중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날 하루가 기대되세요? 저는 기대돼요. 직장생활을 할 때는 매일 많은 사람들을 만나도 모두 이해관계의 만남이었어요. ‘내가 얻을 건 뭐고 줘야 할 건 뭔가’ 이런 걸 계산하면서 사람을 만나니 지치더라고요. 그런데 장애인 사진을 찍고부터는 제 인간관계가 완전히 뒤집어졌어요. ‘나눔’을 주제로 만나는 사람들은 다들 같은 마음으로 좋아서 모이고 만나거든요. 그러니까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피곤하지 않고,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매일 즐거워요(웃음).” PM 6:00 카페 슬로비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가족은 하루 종일 평소에 안 하던 머리 손질 받으랴, 사진 촬영하랴, 낯선 일과에 즐거우면서도 조금 피로한 기색이다. 이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며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일만 남았다. 일행은 엄마가 만든 집밥 같은 건강한 밥과 요리로 유명한 카페 슬로비로 향했다. 홍대 인근 골목에 위치한 카페 슬로비까지 10여 분 남짓한 거리. 공기에 묻어나는 봄기운을 느끼고 싶었는지 가족은 차를 탈 것 없이 천천히 도보로 가고 싶다고 했다. 휠체어에 앉은 아내가 딸을 안고 남편이 휠체어를 밀었다. 남편은 눈이 보이지 않지만 아내가 말해주는 대로 손과 발이 돼 아내와 딸을 안전하게 보호한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힘겨워 보이고 안쓰럽지만, 세 식구는 이미 ‘척척’ 손발이 맞을 정도로 익숙해졌다며 씩씩하다. 가족은 사람 많고 볼거리 많은 홍대 거리를 지나면서 눈을 떼지 못했다. 조금 전 사진 촬영을 마치고 지쳐 보였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소풍 나온 어린아이처럼 신나는 모양이다. 부부는 “이렇게 멀리 나와보는 게 무척 오랜만이라 재미있다”라며 짧은 산책을 마음껏 즐겼다. 한영미 대표가 이끌고 있는 카페 슬로비는 전부터 ‘나눔’ 활동을 꾸준히 실천해오던 곳이다. 지난해부터는 복지시설 등 따뜻한 식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찾아가서 슬로비의 건강 밥상을 차려주는 밥상 기부 프로젝트 ‘슬로비가 간다’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빈 그릇 운동’으로 나눔을 실천하려고 한다. 카페 슬로비 손님 중 밥과 반찬을 남기지 않고 모두 먹고 가는 손님 10명당 1인분의 식사를 마련하는 식으로 한꺼번에 합산해 하반기에 밥상을 들고 시설을 찾아갈 계획이다. “우연히 나종민 대표님을 알게 됐는데, 장애인들을 찾아가 사진을 찍어주고 나누는 데 열심인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호감이 갔어요. 그래서 이번 ‘선물 같은 하루’ 프로젝트 설명을 들었을 때 망설임 없이 참여하겠다고 한 거죠. 저희야 늘 만드는 밥인데 뭐 어려울 게 있나요. 나 대표님이 이 프로젝트 중 저녁 식사 코스의 만족도가 무척 크다고 말씀하시는데, 밥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저희는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가족이 카페에 들어서자 직원들은 미리 준비해둔 넓은 자리로 안내했다. 휠체어에 앉아서도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미리 의자를 빼둔 모습, 다른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는 자리로 마련해둔 것에서 가족을 정중히 대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슬로비의 밥상이 정성껏 차려졌다. 하루 종일 가족의 곁을 지키며 여러모로 도움을 준 사회복지사 김선화씨도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 밥그릇에 바쁘게 수저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잘 보낸 하루의 힘 하루 종일 가족의 일정을 따라다녀보니 새삼 이 모든 것을 아이디어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을 모으고 행동으로 옮겨 현실로 만든 나종민 대표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일을 하는 데 주저할 필요가 있나요? 저만 특별히 대단한 게 아니라 다들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도움이 필요한 분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방법을 모르는 분들을 잘 연결해주는 고리 같은 존재고요. 제게는 이 모든 것이 즐겁게 살기 위한 실천의 일환일 뿐이에요.” 나종민 대표는 앞으로 ‘선물 같은 하루’ 프로젝트를 더 활성화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가족들에게 의류 협찬과 메이크업 서비스를 나눔 해줄 곳까지 찾아서 지금보다 더 멋진 가족사진을 찍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저 식사 한 끼, 사진 한 장일 뿐이고, 파마한 머리칼도 언젠가는 풀어지겠지요. 그렇지만 오늘 하루가 이분들에게 살아갈 활력을 주는 색다른 추억, 좋은 에너지로 남는다면 이 프로젝트를 계속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요?” 오늘의 주인공인 이일수씨 가족의 소감을 들어보니 나종민 대표와 그의 선한 동행들의 바람은 이미 이뤄진 듯하다. “오늘 소감이요? 뭘 물으시나요. 당연히 최고죠(웃음). 요즘 들어서 오늘처럼 즐거운 외출이 없었어요. 복지관이나 병원 말고는 외출하기가 어려웠으니까요. 기회가 된다면 이런 날이 또 있으면 좋겠어요. 찍어주신 가족사진 보면 두고두고 오늘 일들이 생각날 거예요.” 나종민 대표는 장애인 가족들에게 소박한 추억을 선물해주는 ‘선물 같은 하루 프로젝트’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많은 이들이 이 활동을 보고 동기부여가 돼서 나름의 나눔 활동을 해도 좋고, 설사 똑같은 내용으로 활동해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재능과 마음을 나누게 되면 세상이 더 따뜻하고 즐거워질 것이라며 말이다. 오테르 살롱 홍대점 김진광 원장과 카페슬로비 한영미 대표 그리고 바라봄 사진관 나종민 대표. ‘선물 같은 하루’ 프로젝트 바라봄 사진관, 오테르 살롱, 카페 슬로비가 함께하는 재능 기부 나눔 프로젝트로 지난 2월에 시작됐다. 매달 장애인 한 가족을 선정해 헤어 메이크오버, 가족사진 촬영, 저녁 식사가 순서대로 진행되는 특별한 하루를 선사하고, 촬영 후 가족사진은 액자로 만들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선물한다. 4월부터 바라봄 사진관의 SNS를 포함해 각 업체의 홈페이지를 통해 사연을 접수받아 진행한다. 바라봄 사진관 www.baravom.co.kr, www.facebook.com/baravom 오테르 살롱 www.oterre.co.kr 카페 슬로비 blog.naver.com/slobbie8, www.facebook.com/slobbie8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정성민(프리랜서) ■사진 / 안지영 ■사진 제공 / 바라봄 사진관>
- [노후를 책임지는 취미]음악과 함께하는 커피 한 잔, 북치는 카페 사장 홍상봉씨
- 2014. 08. 08 18:05 화제
- 경기도 안성, 침례신학대학교 맞은편엔 ‘커피&樂’이라는 카페가 있다. 50대 부부인 남편 홍상봉씨(59)와 아내 최병숙씨(54)가 올 3월 문을 연 카페다. 커피와 음악이 있는 카페. 간판만 보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카페처럼 보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와락 안겨드는 커피 향과 함께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악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부부가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이곳은 음악을 좋아하는 홍상봉씨의 취미에서 시작된 공간이다. “제가 ‘쎄씨봉’ 세대예요. 학창 시절부터 통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는데 10년 전쯤 인터넷을 통해 ‘젬베’라는 악기를 알게 됐어요. 나무를 깎은 통에 동물 가죽을 씌워 만든 아프리카 민속 타악기인데 두드리는 게 저랑 맞더라고요. 푹 빠져버렸죠.” 악기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눈빛에 어린아이처럼 생기가 가득하다. 10년 전이면 40대 후반. 한창 취미 겸 노후에 할 수 있는 일을 탐색하던 시기였다. ‘젬베’의 매력에 빠져든 뒤 평범한 회사원 홍상봉씨의 이중생활이 시작됐다. 회사일이 끝난 뒤 집에 들어와 새벽 2, 3시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습 삼매경이었다. 인터넷 동영상을 보며 하나하나 배우고 소리를 만들어가는 재미에 빠져 밤새는 줄도 몰랐다니, “학창 시절 공부를 그렇게 했다면 지금 여기서 나를 못 만났을 것이다”라는 그의 농담이 빈말이 아니다. 이 카페도 처음엔 지인들과 함께할 음악 연습실을 차려볼 생각에서 연 것이었다. “음악 연습실을 구하려고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발견한 곳이에요. 보통 음악 연습실은 지하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1층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죠. 월 임대료가 비싸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건물주에게 연락을 했어요. ‘여기서 뭐 하실 거에요?’라는 물음에 불쑥 ‘커피’라는 말이 튀어나오더라고요.” 사실 언젠가 작은 커피 가게를 차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퇴직하고 5, 6년 뒤쯤으로 생각하고 있던 일이었다. 예상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공간을 얻으며 부부의 계획이 5년이나 앞당겨지게 된 것이다. 장사 한 번 해보지 않았던 두 사람이기에 처음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막막하기도 했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마음을 가볍게 먹기로 했다. 큰돈을 벌 목적이 아닌, 좋아하는 취미를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계획이었다. “웬만한 인테리어는 모두 직접 했어요. 복잡한 전기 시설이나 벽에 걸 사진 등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았고요. 거하게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고요.” 카페를 준비하며 그에게는 ‘커피’라는 새로운 취미가 추가됐다.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면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혼자 공부하고 파고드는 ‘독학’ 스타일. 커피 역시 인터넷을 뒤져가며 공부했다. 사실 카페를 차리기 전 홍상봉씨는 ‘다방 커피 마니아’였다고. 커피 그 자체의 맛을 즐기기보다는 프림이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커피를 좋아했다. 카페를 준비하며 커피의 세계에 눈을 뜬 것이다. “어느 날 지인이 커피 한 잔을 줬는데 쓴 거예요. 그런데 마시다 보니 맛이 들려버렸어요. ‘와, 이거 오묘하다’ 했죠. 알면 알수록 커피도 참 신세계더라고요.” 이곳의 커피 메뉴는 케냐,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인도네시아산 딱 4가지다. 모두 핸드 드립으로 추출한다. 소중한 지인들과 손님들에게 대접할 커피이니 좋은 원두로 정성을 담아 내린다. 취미를 통해 만난 이들은 카페의 단골손님이 됐다. 음악과 커피, 홍상봉씨의 취미는 그의 새로운 인생이자 사람들을 만나는 매개체가 된 셈이다. 밤낮 할 것 없이 젬베를 두드리던 남편에게 맘 놓고 연주할 수 있는 놀이터가 생겼으니 아내에게도 잘된 일이다. ‘듣는 데는 99단’인 아내라니, 천생연분이 따로 없다. “젊은 친구들과 어울려 공연을 하다 보면 열아홉 아들뻘 되는 친구도 저에게 ‘형님’이라고 해요. 음악에는 나이가 따로 없으니까요. 음악뿐만 아니라 취미와 열정을 나누는 사람들에게는 벽이 없어요.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나 사회적으로도 벽이 많이 생기잖아요. 그런 면에서 취미는 사람들 간의 벽을 허무는 좋은 매개체가 돼요. 흔히 취미 생활을 하려면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너무 얽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시간은 조금만 부지런하면 낼 수 있고, 돈은 욕심을 줄이면 충분히 풍요로워집니다. 노후 대책을 꼭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하지 마시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 자신만의 컨셉트를 가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손님이 많이 오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과 즐겁게 음악하면서 아내와 저녁상에 구수한 된장찌개 한 그릇 나눠 먹을 수 있을 정도만 되면 더 바랄 게 없다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그에게 취미는 어떤 의미일까? “인생의 활력소이자 평생 함께할 친구가 아닐까 싶어요. 가끔은 가족이나 가까운 이들에게도 말 못하는 걱정거리가 있잖아요. 그런 걱정과 잡념을 사라지게 하는 존재죠.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마누라, 귀 닫아! 마누라보다 좋아(웃음).”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김성구>
- 자영업이라는 악전고투에서 카페 사장이 살아남는 법
- 2013. 01. 17 12:02 재테크
- 카페는 다른 업종에 비해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해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지만, 오히려 제 살 깎아먹는 경쟁에 무방비로 노출되기도 쉬운 아이템이다. 커피보다 쓴 현실에서 분투한 이야기를 책으로 낸 카페바인의 기획자 강도현씨는 억대 연봉을 마다하고 사회적 가치가 통용되는 카페를 꾸려가고 있었다. 카페가 여전히 낭만의 공간이길 꿈꾸면서도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한 예비 창업자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모았다. Part 1 카페 혹은 소규모 창업에 관한 오해 “카페는 낭만적일 거야” 전직 카피라이터가 카페를 차리기로 마음먹고 창업 과정을 낱낱이 쓴 「낭만적 밥벌이」란 책이 있었다. 정작 그가 운영한 홍대 앞 카페 ‘리앤키키봉’은 1년 반 만에 문을 닫으며 카페가 낭만의 공간일 수만은 없는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 글을 쓰거나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한 예술가들은 작업실을 겸하는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것을 최고의 로망으로 친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로망이 존재할 자리가 없는 것이 문제다. 고작 커피 한 잔을 내놓는 데도 손이 여러 번 가니 작업은커녕 늘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매년 오르는 임대료, 회수할 길 없는 권리금에 직원 월급이나마 제때 주려면 대박이 나지 않는 한 정작 운영자의 인건비까지 챙길 여력이 없다. 식음료 업종은 흔히 재료비가 적게 든다고 하지만 시설경비 등 투자에 유지비까지 고려한다면 어지간해서는 수익을 남기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자본금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근원의 문제는 자영업자의 수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데 있다. 강도현씨(35)는 그 이유를 이렇게 본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50대를 넘어서면서 대거 은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러 이유로 직장에서 짐을 싸 나올 수밖에 없는 이들이 기댈 곳은 퇴직금을 담보로 한 소규모 창업이지요. 지금 시점에서 창업에 뛰어든다면 빚 안 지고 현상 유지라도 하면 다행이라고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자영업자 비율은 OECD국가 평균의 두 배가 넘는 30% 수준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데도 내리지 않는 임대료고요. 상가 주인들도 빚과 이자에 시달리고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 높은 임대료를 받아내야 하거든요.” 신촌에서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어느 편의점 주인은 “지난 10년 새 임대료가 두 배로 올랐는데 매출은 갈수록 준다”라며 울상을 지었다. 2012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미용업의 평균 임대료가 월 1백29만원인데 절반가량의 월 매출이 1백67만원을 밑돌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카페나 다른 자영업이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를 리 없다. 임대료가 높으면 인건비나 재료비를 아껴야 하고, 그러다보니 손님이 떨어지고 결국에는 문을 닫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미용실이 망한 자리에 음식점이 들어왔다가 금세 카페가 됐다가 옷가게를 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빚을 내서라도 무조건 메워야”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 가게를 낸 입장에서는 사실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조금만 더 자리를 지키면 드문드문 단골도 늘고, 초기 자금도 회수할 수 있을 것 같은 유혹(?)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적자 폭이 크지 않다고 해도 그것이 매월 쌓이게 되고, 그러다 투자금도 다 까먹고, 결국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조차 남지 않게 된다.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하고 과감히 접어야 할 시기에 도리어 빚을 더 낸다거나 부동산까지 담보로 잡힐 생각을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하지만 은퇴 뒤 가족이나 부부의 생계가 달린 경우, 절박하기 때문에 도리어 발목을 잡히게 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은 작게 망해도 될 일을 크게 망하게 되는 것이다. 실패의 교훈을 밑거름 삼아 다시 도전할 수 있다면 행복한 케이스가 아닐까. 홍대 앞 상권 중에서도 임대료가 비싼 골목에서 뼈아픈 판단 미스를 겪은 뒤 인근 동교동으로 자리를 옮긴 카페바인의 경우가 그렇다. “건물 2층에 35평형 규모인데 월 임대료 3백만원에 부가세, 그리고 평당 1만원의 관리비가 붙더군요. 고정비용만 4백만원에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따지면 월 9백만원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죠. 당시만 해도 제가 억대 연봉을 받는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그 정도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매출이 모자라면 월급으로 메우기 시작했는데 직장을 그만두니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감당할 수가 없더군요. 결국 쫄딱 망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종일 카페를 돌아다니면서 손님 수를 체크하고 상권을 분석했어요.” 이렇게 뼈아픈 실패담과 발품 팔아 얻은 강씨의 정보가 고스란히 「골목 사장 분투기」에 담겼다. 누군가가 이미 겪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변의 사례를 참조하고 조언을 구하는 일은 필수로 거쳐야 한다. 강도현씨가 주도하고 있는 소셜 카페 카페바인.“내가 하면 다를 거야” 통계적으로 가게 10곳 중 8곳이 망한다고 한다. ‘나는 살아남는 2곳에 속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문제다. 잘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섣부른 판단을 부르고 나서야 경영 컨설턴트와 금융 트레이더로 근무한 경험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초보 자영업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실수로 자본금 규모 수준으로 빚을 내는 것을 꼽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빚을 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빚을 내거나 갚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분이 많아요. 대출받아서 해결하는 게 가장 쉬워 보여도 나중에 부담이 훨씬 크게 오거든요. 위험 부담을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해 수익 구조 안에서 해결해야 돼요. 대출 기한 동안 이자만 내면서 차차 수익 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 망하거나 원금까지 상환해야 하는 때가 금세 옵니다. 아무리 사업 노하우가 쌓여도 빚이 있으면 재기하기가 힘들어요.” 빚에 대한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 무료 금융 상담을 해주는 에듀머니 제윤경 대표는 “세상에 착한 빚은 없다”라고 단언한다. 영화 ‘화차’에서 보듯 눈덩이처럼 불어난 채무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때 자신의 삶을 바꿔서라도 벗어나고 싶은 것이 빚의 속성이다. 카페바인은 자본의 탐욕에 반대한다는 거창한 기치를 내걸고 가능한 한 공정무역 커피를 다루며 수익의 일부는 일자리를 잃은 쌍용차 해직 노동자나 강정마을 등을 돕는 일에 사용한다. 소셜 카페(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곳)라서 따로 경영자는 없다. 강씨를 흔히 ‘사장’으로 착각하지만 매장에는 가끔 나올 뿐,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프로그램 기획이나 재무 업무를 맡고 있다. 다행히 한 사람 혹은 가족이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고, 소액부터 금액을 막론하고 여러 투자자들이 선뜻 돈을 내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전보다 매장 규모와 임대료를 낮춘 현재의 매장은 책 인세까지 수익에 합하면 돈을 더 이상 까먹지 않고, 보전이 가능한 수준이다. Part 2 대안은 사람을 위한 공간과 시스템 자영업 살리기? 사실 개인이나 자영업자 한 명이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세입자 입장에서 법적으로 구제받을 조항이 전혀 없는 권리금 문제는 꼭 제도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남의 일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이, 재개발 구역에서 제대로 이전 보상금을 받지 못하고 철거 위기에 놓이자 망루에까지 올라간 이들도 알고 보면 평범한 동네 자영업자였다. 아까운 목숨들을 앗아간 용산 참사 얘기다. 삶의 기반을 흔드는 일 앞에서 서민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이 먼저 타깃이 되지만 경제구조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중산층도 안전할 수 없다. 틀에 박힌 성공담보다는 실질적인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점포를 계약할 때는 반드시 일정 기한 발품을 팔아 장사가 잘되는지, 실제 매출이 어느 정도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카페의 경우는 주변에 직장인이 얼마나 되는지, 평일이나 낮 시간 동안에 유동인구는 얼마나 되는지도 체크한다. 이미 카페들이 몰려 있는 골목은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피해야 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커피를 즐겼으며, 장소 선정부터 메뉴까지 고민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봅니다. 커피를 팔아서 큰돈을 벌기도 힘들거니와 돈 버는 것이 목표가 되면 오히려 본질에서 멀어질 수 있어요. 개인이 아닌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카페를 창업하거나 유통업에 뛰어드는 경우 조합의 형태 등 대안적인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겠죠.” 희망제작소의 사회적경제센터와 같은 시민단체, 정부나 지자체 산하의 창업지원센터 등에서 창업교육과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일정 기한의 지원이 끝나기 전에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면 사회적 기업이 유리한 면이 있다. “기업과 사람은 둘 다 영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인격체라는 점에서 다릅니다. 기업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구조’지만 자영업자는 사람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자영업의 위기에 대처하는 관점은 ‘복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이를테면 어린이집 같은 사회적 돌봄 서비스가 너무 부족한 실정인데, 국가가 나서야지요. 빈곤층에게 세금과 임대료를 낮춰주고 이미 감당할 수 없는 빚에서 탈출하도록 돕는 복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따로 또 함께,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 강씨는 착한 카페, 사회적 가치를 내세우면서도 자립하는 데 성공한 카페 8곳을 취재해 「착해도 망하지 않아」라는 책을 펴냈다. ‘프랜차이즈 세상에서 착하게 살아남은 동네 카페들’이란 부제에서 보듯이 자신만의 방식과 이야기로 사람들의 주머니보다 마음을 먼저 열게 한 카페들의 이야기이다. “사람의 성향이나 철학이 어떻게 공간에서 구현되는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성장과정이나 환경을 통해 만들어진 사람의 정체성을 따라 할 수 없듯이 철학이 담긴 공간도 마찬가지거든요. 갈 곳을 잃은 여성들의 자립과 재활을 돕는 카페 ‘신길동 그 가게’의 운영자들이 직접 만든 테이블과 의자도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거예요. 이미 카페를 시작한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자신만의 생각을 공간으로 구현할 수 있을 때 카페 창업을 하라는 거죠.” 운영자가 분명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면 돈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성공의 여부가 정해진다. 경제적 관점에서는 물론 적자를 면해야 성공이지만, 그것을 넘어 다른 목표까지 볼 수 있어야 내적인 동력과 지속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어차피 커피가 맛있는 카페는 주위에 널렸으니 카페를 통해 치유나 성장, 나눔과 같은 다양한 양분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성공의 밑거름이 돼줄 것이다. 결국, 사람이 남아야 카페도 남는다. “주변의 뜻이 맞는 가게들과 홍대 앞 ‘클럽데이’를 벤치마킹한 ‘함께데이에 함께하는 함께가게’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어요. 2013년에는 본격적으로 연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혼자가 아닌 함께라면 불황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 겁니다.” 카페바인은 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추구한다. 현재 미팅 프로그램, 독서 토론 모임 와와클럽을 열고 있는데, 세미나실을 늘려 평일 저녁마다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사람 사이의 소통이 풍성한 공간을 자처하려 한다. 명사의 강연 형태를 탈피해 청년들 스스로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수다방’도 기획 중이다. 머지않아 투자를 유치해 2호점도 낼 계획이란다. 원하는 일에 매진할 수 있는 것도 사람, 그중에서도 가족의 공이었다. 마지막으로 강씨는 “직장 그만두고 학업을 하면서 돈 안 되는 카페 일을 하는데도 이해해준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이에요”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취재 후기 일과 중에 커피 마시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지라 말 보태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어렵네요. 난생처음 손으로 내린 커피를 맛본 홍대 앞 ‘커피 볶는 곰다방’이 문을 닫은 뒤로 좀 허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단골 카페를 잃어보신 적이 있나요? 제 경험으로는 가격도 맛도 착한 카페들은 다른 데 힘쓰느라 정작 돈을 벌기는 힘들더군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기는 쉽지 않다’라는 것만 명심해도 적어도 커피와 사람은 남길 수 있을 겁니다. 부정적인 이야기만 한 것 같지만 욕심이나 허세가 아니라 정말 커피 한 잔 대접하는 일을 즐긴다면 소박하게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덧붙여 ‘한국카페아카데미의 카페 창업 지수’를 소개합니다. 아래 항목에 대부분 해당한다면 창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하세요. 처음부터 크게 시작하기보다는 10평 이내로 시작해 늘려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체력 단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고요. -동네에 카페가 새로 생기면 궁금해서 가보는 편인가요? -커피를 하루 두 잔 이상 마실 때가 종종 있나요? -프랜차이즈 말고 좋아하는 카페 이름을 열 곳 이상 외울 수 있나요? -혼자서도 자주 가는 단골 카페가 있나요? -카페에 관한 기사나 커피 원두 이야기가 나오면 꼭 읽어보나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게 어렵지 않은가요?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이주석 ■참고 서적 /「골목 사장 분투기」(강도현 저, 인카운터), 「착해도 망하지 않아」(강도현 저, 북인더갭), 「약탈적 금융사회」(제윤경·이현욱 저,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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