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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11,651 건 검색)

나경원 “이러니 부정선거 의심 받는다”···선관위 때리기 나선 여당
2024. 12. 22 10:11 정치
... 출마할 수 없는 건 상정하지 않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선관위가 이 대표를 위해 사전선거운동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21일 SNS에 “선관위, 방귀 뀐 놈이 먼저...
선관위나경원부정선거
“나도 부정선거라 생각했다”···현장 보고 신뢰 회복한 사람들
2024. 12. 21 06:00 사회
... 늘어나고,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았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간을 내서 선거 현장을 보니 유튜버·유명인이 떠들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며 “참관에...
선거현장부정부정선거
‘부정선거 주창’ 전광훈의 사람들이 ‘윤’ 돕는다
2024. 12. 19 20:59 정치
... 인물이기도 하다. 석 변호사는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제기한 4·15 총선 선거무효 소송에 원고 측 대리인으로 참여해 재검표 과정에 입회했다. 당시 그는 재검표를 앞두고...
윤석열 탄핵 정국
막 오르는 ‘4·2 재보궐선거’…‘조기 대선’ 풍향계 될까
2024. 12. 19 15:17 정치|정치|지역
... 2025년 3월 13~14일 양일간 진행된다. 이후 1주일 뒤인 3월 20일부터 후보자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일정이다. ‘4·2 재보선’에서는 기초단체장 2곳(구로구청장, 충남 아산시장)과 광역의원 5명,...
윤석열 탄핵 정국

스포츠경향(총 1,040 건 검색)

이기흥, 전방위 압박에도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공식화 ···23일 기자회견 예고 “각종 의혹에 대해 솔직하게 답할 것”
2024. 12. 20 17:23 스포츠종합
연합뉴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다. 이 회장 측은 “23일 오후 2시30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4층 아테네홀에서 체육회장 입후보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드러난 각종 의혹을 솔직하게 밝힐 예정”이라고 20일 발표했다. 이 회장은 체육계 부조리의 정점에 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정부 차원의 전방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의 사유화 논란과 관련해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을 빚어 왔다. 지난달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대한체육회 관련 비위를 점검한 결과 이 회장을 비롯한 8명을 업무방해와 금품 등 수수,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문체부는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했고, 경찰과 검찰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과 대한체육회, 이 회장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이 회장은 지난달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3선 도전 출마 심사를 요청해 승인받았고, 후보자 등록 의사 표명서도 냈다. 이 회장은 체육회장 후보 등록을 앞두고 23일 기자회견과 여론전을 통해 ‘사법 리스크’를 해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3선 도전에 맞서 현재까지 7명의 후보가 난립한 형세다. 이 가운데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와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지난 19일 긴급 회동을 열어 ‘반이기흥’을 기치로 단일화 추진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은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오주영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했기에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거부했다.
천안 축구단,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후보 공약 철회 촉구 “축구센터 협약 위배 공약에 강한 우려”
2024. 12. 20 05:50 축구|축구
천안 축구단,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후보 공약 철회 촉구 “축구센터 협약 위배 공약에 강한 우려” 프로축구 2부리그 천안시민프로축구단이 일부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후보의 공약이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건립 협약에 위배된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19일 오전 천안시청에서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천안 구단 이사진은 “협회장 선거 과정에서 논의되고 있는 일부 공약이 천안시와 대한축구협회 간 체결된 축구종합센터 건립 협약을 위반하며, 지역민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안 구단이 문제 삼은 공약은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와 천안 축구종합센터의 투트랙 운영 △대한축구협회 사무실 천안 이전 재검토 등이다. 이사회는 이 공약들이 축구종합센터 준공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천안시와 구단이 보여준 축구에 대한 열정을 간과한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사진은 “천안시와 대한축구협회가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한 협약은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시는 2019년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부지 공모에서 20개가 넘는 전국 지자체를 제치고 최종 선정됐다. 당시 축구종합센터 유치를 계기로 천안시민프로축구단 창단 논의가 시작됐고 현재 구단은 K리그에 참여한 지 2년 차다. <입장문 전문> 최근 대한축구협회 회장선거 관련하여 일부 후보들의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운영관련 공약으로 지역사회가 크게 동요되고 있습니다. 관련 공약은 파주 NFC와 천안의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를 투트랙으로 운영한다는 것과, 축구협회 사무실 천안 일부 이전 공약입니다. 이는 5년전 천안시와 대한축구협회와의 협약을 명백하게 위반한 사안입니다. 우리 축구단은 지난 2019년 전국 24개의 지자체가 참여한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후보지 부지선정 공모에 최종 천안시가 선정되었을 당시, 축구 중심도시로서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인프라 구축의 일환으로 프로축구단 창단도 동시에 논의하여, 현재는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프로 2년차의 신생구단으로 K리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준공 6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후보들의 공약은 천안시 및 우리 축구단 뿐만 아니라 유치전에 참여했던 전국 지자체의 축구에 대한 열망을 무시한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NFC를 유치했을때의 건설적인 미래에 전국의 축구인들을 비롯한 시·도민들이 지원이 매우 컸었던 점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모습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아무쪼록, 대한민국 축구발전을 위하여 회장 후보에 출마하신 분들의 건투를 빌며, 부디 대한축구협회와 천안시의 협약 내용을 위반하는 후보자 분들의 공약 철회를 촉구합니다. 2024년 12월 19일 천안시민프로축구단 임원 일동
윤석열 ‘비상계엄’·이승만 ‘부정선거’ 다룬 영화 ‘4월의 불꽃’ 나온다
2024. 12. 18 08:48 연예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승만 전 대통령. 라이트픽쳐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하야’를 소재로 다룬 영화 ‘4월의 불꽃’(가제)이 내년 초 극장을 찾는다. 배급사 라이트픽쳐스는 18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전 세계의 이목이 한국으로 집중됐다며 이 전 대통령 역시 부정선거로 국민들에게 아픔과 슬픔 안겼다고 설명했다. 최근 김건희 여사 소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퍼스트 레이디’가 주목 받으면서 제작사 레드 파노라마가 두 대통령의 사건을 다룬 영화 ‘4월의 불꽃’을 내놓는다. 현재 영화는 촬영을 모두 마친 상태로 내년 초 극장과 디즈니 플러스, 웨이브, 쿠팡 플레이 등에서 동시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송영신 감독은 “이번 영화로 MZ세대 들이 함께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정성과 진정성을 영화에 녹여 냈고 국내 배급은 물론 미국 아마존 TV와 프라임 TV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한국 영화의 작은 울림이 해외에도 전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4월의 불꽃’에는 배우 조재윤과 조은숙이 출연했고 송영신 감독과 도영찬 감독이 연출했다. 각본에는 정대성 작가가 감동과 슬픔의 절망을 담아내 필력을 발휘했다. ‘4월의 불꽃’은 편집이 끝나는 대로 정식 제목을 정할 예정이다.
야구광(狂) 배우 김승우, 제7대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 선거 출마
2024. 12. 17 18:06 야구|연예
배우 김승우. 한국리틀야구연맹 제공. “한국 야구의 미래, 리틀야구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겠습니다” 배우 김승우가 한국리틀야구연맹 제7대 회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김승우는 “대한민국의 야구에 있어서 소중한 자산인 리틀야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라고 출마 사유를 전했다. 연예계에서 손꼽히는 ‘야구광’으로도 잘 알려진 김승우는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보이즈’에서 2005년부터 올해까지 20년간 직접 선수로 뛰며 구단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나 열정적인 주루 플레이로 손가락 인대가 끊어져 수술대에 올랐을 만큼 사회인야구계에선 ‘허슬플레이어’로 잘 알려졌다. 무엇보다 김승우는 웬만한 프로야구 선수 출신 수뇌부를 능가하는 ‘마케팅 실력자’로 통한다. 실제로 그가 속한 플레이보이즈는 2008년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사인 미즈노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11년엔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 프로야구 OB팀(명구회)와 친선경기를 성사시키면서 ‘연예인 야구단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김승우는 수원대학교에서 체육학 학사와 스포츠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스포츠 경영 분야의 전문성도 갖추고 있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은 1990년 대한야구협회(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독립해 정식 출범했다. 제3-4-5대 한영관 회장 시절 폭발적인 양적·질적 성장을 이루며, 2014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하지만, ‘한국 리틀야구의 개척자’로 불렸던 한 회장이 3선 이후 연맹을 떠나면서 리틀야구연맹은 큰 어려움에 처했다. 리틀야구계 관계자는 “최근 4년간 코로나19 여파와 인구 감소가 겹치며 선수가 대폭 감소했다”며 “가뜩이나 국제대회에서도 부진을 거듭하면서 한국리틀야구가 몹시 위축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지난해엔 국제대회 부정선수 등록으로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자격이 발탁되는 등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며 한국리틀야구의 재도약을 위해서도 이번 선거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2월 18일 열리는 리틀야구연맹 회장 선거는 김승우, 유승안 후보 2파전이다. 유승안 후보는 2021년 1월 6일 제6대 리틀야구연맹 회장 후보로 단독 출마해 당선됐으며, 4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김승우는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인 리틀야구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인구 감소 현상으로 리틀야구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선수 수급 문제와 행정 제도적 문제, 국제 경쟁력 약화 등 지난 4년간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 리틀야구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리틀야구계에선 김승우의 여러 공약과 관련해 ‘매우 실질적이면서 현실적인 공약’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례로 김승우는 ▲리틀야구 선수의 중학교 1학년 이중등록 문제 해결 ▲한-일, 한-타이완, 한-미 리틀야구 국제 교류전 활성화 ▲스폰서 유치 확대 ▲투명한 재정 운영 ▲선수 수급 개선을 대대적 미디어 활용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상태다. 김승우는 “리틀야구는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이자 소중한 자산”이라며 “30여 년간 쌓아온 국내외 연예계 경험과 폭넓은 인맥을 활용해 리틀야구의 대중적 관심도를 높이고,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선거는 리틀야구연맹 사상 처음으로 복수 후보가 입후보해 치러지는 회장 선거다. 그동안은 단독 후보가 입후보한 뒤 결격 사유만 심사해 회장을 추대했다. 선거운동은 17일까지이며, 18일 전국 대의원들의 투표로 당락이 결정된다.

주간경향(총 274 건 검색)

[IT 칼럼] 부정선거 음모론의 달콤한 중독성(2024. 12. 20 15:00)
2024. 12. 20 15:00 경제
지난 12월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공개한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찍힌 CCTV 화면 / 연합뉴스 부정선거 음모론은 달콤하다. 내 답답한 처지를 남 탓으로 돌릴 수 있어서다. 그래서 그런지 현실에 승복하기 싫어지는 음모론자들은 주기적으로 진영을 막론하고 등장한다. 하지만 3·15 부정선거라는 역사가 알려주듯 선거 조작이야 하려면 해볼 수야 있지만 들키지 않는 일은 쉽지 않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결국 터무니없는 짓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바로 드러나고 만다. 다 함께 무지몽매했던 시기라면 벌여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학교 교육을 받은 이들이 선거 과정에 참여하는 현대사회에서는 힘든 일이다. 끊임없이 전 세계 각국에서 심심치 않게 부정선거 음모론이 대두되지만, 문명국이라면 하나같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는 이유다. 그런데도 선진국에서조차 부정선거론이 시들지 않는 이유는 전산이라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던 개념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원래 이해하지 못하는 건 의심하게 된다. 엑셀 장표의 숫자를 바꾸듯 누군가가 손쉽게, 그리고 흔적 없이 혼자서라도 부정선거를 해치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버린다. 해커가 침투해서 명령어를 치니 휙 결과가 바뀌었으리라 순진하게 믿어버린다. 하지만 하다못해 결산서 하나도 숫자 하나가 바뀌면 여기저기가 뒤틀리면서 아귀가 맞지 않게 된다. 데이터란 이처럼 서로를 보정하도록 설계되게 마련이라서다. 겹겹이 가동 중인 로깅(일련의 정보 제공기록인 로그를 생성하도록 시스템을 작성하는 활동)과 모니터링을 속여야 하는 일까지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데이터 조작은 고도의 두뇌를 써야 하는 일이다. 타인의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서 헤집어 놓고 파괴하기는 쉽다. 그러나 남의 집에 침투해서 아무도 모르게 인테리어를 새로 해놓고 주인도, 방문자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게다가 30만명이 관여하는 개표와 집계 과정이니 조직적 가담을 이야기하려면 전제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말이 있다. 건전한 사고 추론의 나침반으로 유명한 방법론인데,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불필요한 가정을 도려낸 가장 깔끔한 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오컴의 면도날은 달착륙 음모론을 예제로 자주 설명된다. 달착륙 기념사진에서 별이 보이지 않는 건 카메라 노출의 문제라든가 성조기에 주름이 간 건 꽂는 순간의 반동이라든가 이처럼 훨씬 간명한 설명이 있는데, 수많은 인원이 동원돼 비밀리에 달착륙을 날조했으리라 가정하는 건 불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논리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러셀의 찻주전자’도 있다. “화성 궤도를 도는 주전자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그 반대의 증거를 제시할 필요는 없다”는 말로, 불필요한 가정은 그걸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일갈한다. 문제는 이러한 과학적 사고와 논리적 추론의 상식적 원칙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삶에 지친 이들에게 내 마음에 맞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이란 힘든 과제라서다. 그들은 근거를 제시하는 대신 새로운 망상을 자신의 근거로 삼아 나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현실의 과학은 사치가 된다. “서버를 까”라고 외치지만 그 서버를 들여다볼 능력도 없다. 전산을 이해할 능력이 있는 이들은 오컴의 면도날이나 러셀의 찻주전자를 알고 있으니 그 세계에 기웃거리지 않아서다. 결국 군까지 동원해 사진이라도 찍어 오라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라도 상관없다. 잠시라도 기분이 풀린다면. 음모론은 그렇게도 중독적이다.
IT칼럼
‘극우 유튜버’ 판박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사로잡힌 대통령(2024. 12. 16 06:00)
2024. 12. 16 06:00 사회
담화서 ‘음모론’이 계엄 추동 배경임을 실토…진위 따져보니 CCTV에 잡힌 그날의 행적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오후 10시45분쯤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내 전산 서버를 사진 촬영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선관위는 헌법기관이고,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극우 유튜브 채널의 전형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이지만, 이번엔 발화자가 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추동한 배경에 이 음모론이 있었음을 실토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의 대선후보로 나서 투표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이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선출된 권력 스스로가 자신의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자해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불통과 실정으로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대통령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통해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성찰 없는 위안을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음모론이 어떻게 민주사회를 극단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로 역사책에 기록될지 모른다. 차고 넘치는 반증에도 부정선거 음모론은 밑도 끝도 없이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생명을 연장해왔다. 진보든 보수든 진영을 가리지 않고, 기대와 다른 선거 결과를 받아든 일부 유권자들에게 부정선거 음모론은 ‘인지 부조화’를 해소할 도피처를 제공했다. 대통령까지 사로잡힌 부정선거 음모론의 진위를 따져봤다. 극우 유튜버 빙의한 대통령 음모론은 약간의 진실에 거짓을 섞어 제조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부정선거 음모론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받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물론 그 이유가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는 등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법원이 ‘팔이 안으로 굽어서’는 아니다. 민경욱 전 의원이 2020년 4·15 총선에서 패배하고 선관위를 상대로 제기한 선거무효 소송에서 대법원은 “선거를 통해 구성된 국가기관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한 쪽에 입증 책임이 있다고 봤다. 선거소송의 중대성만 고려해 이같이 판단한 게 아니다. 선거인명부의 작성부터 투표와 개표, 결과 공표까지 전 과정에 여야 정당의 참관인, 시민 참관인이 참여하는 선거 절차에 대한 고려도 있었다. 명백한 부정이 발생했다면 정당 참관인으로 자기 사람을 보낸 원고 측이 모를 수 없고, 입증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입증 책임을 들어 대법원이 이 사건을 접수 직후 바로 기각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법원은 2년 넘게 이 사건을 심리했다. 선거 당일 투표에서 1등을 하고도 사전 투표에서 2등을 해 낙선한 민 전 의원은 사전투표지가 위조됐고, 전산을 통해 개표 결과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폈다. 선관위는 QR코드를 통해 사전투표지에 선거구별 일련번호를 부여하는데, 선관위가 부여하지 않은 일련번호가 담긴 사전투표지가 다수 포함됐다는 주장이었다. 압수수색은 없었지만, 강제수사에 버금가는 검증이 이뤄졌다. 대법원이 사전투표지 4만5000여매의 QR코드를 민 전 의원 측이 제공한 프로그램을 통해 판독했다. 그 결과 선관위가 부여하지 않은 일련번호가 적힌 사전투표지는 한 장도 없었고, 일련번호가 중복된 경우도 없다는 걸 밝혀냈다. 부정선거 음모론 관련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건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 때문이 아니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할 정도의 혐의 소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12일 담화에서 비상계엄을 결심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선관위에 대한 국정원의 보안 점검을 꼽았다. 극우 유튜버의 부정선거 음모론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재료를 대통령도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기보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확산하는 데 권력의 의지가 투영된 흔적에 가깝다. 권력기관이 음모론 확산에 일조? 국정원과 선관위,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선관위에 대한 합동 보안 점검을 실시한 것은 사실이다. 이 보안 점검은 여러모로 이례적이었다. 일단 법적 근거도, 유례도 없었다. 국정원은 정보통신기반보호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 등 공공부문의 사이버 보안을 담당한다. 하지만 선관위 등 독립된 헌법기관은 국정원의 보안 점검 대상이 아니다. 법적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선관위가 국정원에 보안 점검을 요청해야 했지만,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서 국정원 보안 컨설팅을 받으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보안 점검을 거부했다. 그러나 선관위 고위직의 자녀 채용 비리가 불거지면서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자, 선관위는 국정원에 보안 점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수상한 점은 더 있다. 3개 기관의 합동 점검인데도 결과는 국정원과 선관위가 지난해 10월 10일 ‘각각’ 발표했다. 두 국가기관이 같은 날, 같은 주제로 공표하면서 상반된 내용을 발표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국정원은 가상 해킹을 해보니 선관위가 해킹에 취약하다고 발표했다. 유권자 이름과 투표 여부 등이 담긴 ‘통합선거인명부시스템’을 해킹해 사전 투표한 사람을 투표하지 않은 것처럼, 사전 투표하지 않은 사람을 투표한 것처럼 바꿔치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개표시스템의 보안관리가 허술해 해커가 개표 결괏값을 변경할 수 있다고도 했다. 당락을 조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정원 발표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름을 부었다. 발표 이튿날 한 극우 유튜버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킹 실력을 자랑하는 북한 해킹부대가 움직였다면 안방 드나들 듯이 선관위를 드나들었을 것이다. 안 했을 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같은 날 선관위는 “부정선거로 이어지려면 다수의 내부 조력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해야 한다”며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반박했다. 가상 해킹이 이뤄질 당시 선관위는 국정원에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상태였고, 해커의 침입이 있을 때 경고음 등을 울리는 자체 보안시스템도 꺼뒀다고 밝혔다. 해커 침입이 특별히 용이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개표 결과를 변경할 수 있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개표 결과는 개별 개표소의 개표상황판과 전산시스템 양쪽에 입력된다. 양쪽의 값이 다르면 검증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개별 개표소에는 정당 참관인 등 많은 사람이 상주하며 개표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 곧 부정선거가 가능하려면 전산시스템에서 개표 결과를 조작하는 거로는 충분치 않고, 실물 투표지 조작은 물론 폭넓은 참관인 매수까지 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당시 양측이 별도로 보안 점검 결과를 발표한 이유에 대해 “결과 발표 범위나 발표 내용에 대해서 협의를 하긴 했는데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선관위와 국정원이 각자의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기로 했다”고 했다. 보안 점검 후 취약점을 공개하는 건 보안업계의 관례에 비춰도 일반적이지 않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경우에는 점검 결과를 절대 공개하지 않게 돼 있다. 기업의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구나 보안 점검 결과 발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선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기에 선거시스템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내용이 발표된 것이다. 당시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외부로부터의 해킹 시도로 개표 결과 조작이 이어지는 건 사실 논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발표가 이뤄진 건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려는 용산의 정서와 독립된 헌법기관들까지 보안 점검 업무를 확대하려 했던 국정원 내부의 욕망이 맞아떨어진 거로 본다”고 했다. 증오하며 닮아간 좌우 부정선거 음모론은 극우 유튜버의 전유물이 아니다. 원조는 그 반대편에 있는 방송인 김어준씨다. 주장이 ‘세련됐냐, 투박하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양측의 논리구조는 상당한 유사성을 띤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학계에서 진지한 의혹 제기로 다뤄지지 않았다. 공인된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오히려 몇몇 누리꾼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자료를 자발적으로 수집해 끈질기게 반박해왔다. 누리꾼 ‘길벗’이 대표적이다. 그는 김어준씨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한 2012년부터 음모론을 반박하기 위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어 왔는데, 2020년부터 이뤄진 극우 유튜버의 의혹도 반박하다 보니 이 자료가 430페이지까지 늘어났다. 그는 “양측의 논리가 판박이”라고 본다. 일단 양측은 통계학적 의혹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김어준씨는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2012년 18대 대선을 문제 삼았는데, 의혹의 골자는 투표지분류기가 분류를 못 해서 수개표한 표 중 박근혜 후보의 표가 문재인 후보의 표보다 1.5배 많았다는 것이다. 이른바 ‘K값’ 의혹이다. 이 음모론은 모든 유권자가 동일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러니 두 후보의 미분류표 득표율도 1 대 1이 나와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음모론은 문 후보의 지지층보다 박 후보의 지지층이 고령화됐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고령층 유권자는 노안, 손떨림으로 인해 기표가 상대적으로 부정확할 가능성이 크고, 미분류표도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할 수 있다. 극우 유튜버들이 2020년 4·15 총선 이후 주장하기 시작한 사전 투표 조작 의혹도 모든 유권자가 동일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K값’ 의혹과 닮은 꼴이다. 실제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사전투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미래통합당 지지자들은 사전투표에 소극적인 양상을 보였다. 다만 이 음모론을 해소하는 데 있어 양측은 차이를 보였다. 길벗은 “소위 좌파 진영은 비교적 빠르게 정리했다. 민주당이 시연도 하면서 현재의 투·개표 시스템에서 조작은 원천 불가하다는 걸 파악했다”며 “우파 진영은 상대적으로 게을렀다. 이준석 전 대표, 당 중진들이 여러 차례 경고했는데도 적극적으로 정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2020년 총선 끝나고 우파 진영에서 이 음모론을 제기할 때 싹을 잘라야 한다고, 폐해가 클 거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비상계엄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소위 진보진영이 음모론으로 영화도 만들고 논문도 쓰면서 성공의 방정식을 증명했고, 보수진영이 이를 투박하게 답습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미디어가 되면서 확산 채널이 많아진 것, 온라인상의 에코챔버(자기 생각과 비슷한 의견만 접하며 자기 확신을 갖는 현상)와 필터버블 현상(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만을 노출하는 현상)도 원인이다. 유튜브도 외부 자문을 받아 극단적 주장을 하는 유튜브 채널을 퇴출하고 있는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국가 기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적어도 돈이 되는 수익 구조를 제약하거나 처벌해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표지 이야기
‘공직선거법 위반’ 김혜경, 1심 벌금 150만원(2024. 11. 14 15:54)
2024. 11. 14 15:54 사회
당내 대선 경선 중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의 배우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는 11월 14일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이 대표의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 후인 2021년 8월 2일 서울 모 음식점에서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3명, 자신의 운전기사와 수행원 등 모두 6명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올해 2월 14일 재판에 넘겨졌다. 2021년 11월 18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을 관전하기 위해 서울 고척스카이돔으로 입장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고 (수행원)배모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피고인이 배우자 이재명이 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이재명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신모씨와 모임을 하면서 식사비를 결제하는 등 기부행위를 했고 당시 공무원인 배씨를 통해 기부행위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범행 경위와 수단, 그 방법에 비추어 보면 선거의 공정성, 투명성을 해할 위험이 있다고 보이는 점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결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문제의 식사 모임은 신모씨가 전 국회의장 배우자들을 소개해주는 자리였고 배씨의 결제로 인해 참석자와 원만한 식사가 이뤄질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이익이 되는 행위였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배씨가 피고인 묵인, 용인 아래 기부행위를 한 것이고 피고인과 순차적으로 암묵적 의사 결합이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이전에 이뤄진 김씨의 식사 모임에 대해서도 “배씨가 참석자의 식사비를 결제한 사실을 피고인이 충분히 인식했다고 보인다”며 “이 사건 식사 시기는 경선 캠프 결성 초기였기 때문에 캠프에서 피고인 일정에 관여한 정도가 미약한 시기였던 것으로 보이며 ‘식사비는 참석자가 각자 결제하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이던 배씨가 김씨의 일정을 도와주는 사적 수행원 역할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으로 올해 2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선고받은 배씨와 김씨 간 공모·공범 관계를 인정했다. 김씨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취재진에 “추론에 의한 유죄판결”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게 대선이야, 군수 선거야” 명·국대전 격전지 된 영광(2024. 09. 30 06:00)
2024. 09. 30 06:00 정치
10월 16일 영광군수 재선거…민주당 텃밭에 혁신당 도전장 지난 9월 24일 전남 영광군 영광읍 터미널사거리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출근길 시민들에게 10·16 영광군수 재선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수 선거인데 대통령선거보다 더 해. 어제(9월 23일)는 이재명 대표가 왔고, 오늘은 조국씨가 요 앞 사거리 신호등에서 손 흔들어주고. 대표들까지 줄줄이 오는 건 첨 봤어. 완전 대선이야.” 전남 영광군의 영광터미널시장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씨(67)는 근래 TV에서나 보던 정치인들을 코앞에서 보는 일이 잦다. 오는 10월 16일 열리는 영광군수 재선거 때문이다. 인구 5만1000명의 작다면 작은 지방자치단체, 잔여 임기 20개월의 군수를 다시 뽑는 선거치고는 열기가 뜨거워도 너무 뜨겁다. 주민들 스스로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부르는 이 지역에 조국혁신당(혁신당)이 도전장을 내면서 선거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고 있다. 지난 9월 24일 영광군을 찾아 이번 재선거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혁신당 ‘고인물론’에 선거판 출렁 주민들은 과열 분위기가 싫지만은 않은 기색이다. 이날 오후 영광종합버스터미널 대합실 TV의 뉴스 방송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광 거리 유세 장면이 나오자 한 무리의 노신사들은 TV를 가리키며 “여 거시기 나왔네”라며 반색했다. 터미널 인근 카페에는 “조국씨도 아까 저 앞에 있더만”이라며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다. 영광군수 재선거에 민주당은 영광군의원과 전남도의원을 지낸 장세일 후보(60)를, 혁신당은 사회복지학자 장현 후보(67)를 냈다. 추석 전후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한발 먼저 움직여 이 선거판을 띄운 건 혁신당이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지난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호남 전체에서 민주당(집권)은 30여 년이 넘었다”며 “당대표가 된다면 첫 번째 할 일이 10월 16일 (재보궐선거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 회의”라고 했다. 혁신당이 꺼낸 민주당 ‘일당 독점론’, ‘고인물론’은 영광 주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듯 보였다. 영광에서 농사를 짓는 60대 함상호씨는 “여그는 한 간디(군데)만 거시기했는디, 한쪽만 계속하면 좋을 게 없다. 경쟁하는 게 더 낫다. 혁신당이 열심히 한다. 잘하면 될 것도 같다”고 했다. 영광터미널시장에서 만난 70대 시민도 “무조건 민주당이라는 인식이 바뀌어야지”라고 했다. 켜켜이 쌓인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도 있다. 민주당세가 강하다 보니 그간 이 지역에서는 민주당 당내 경선이 본 선거 못지않게 중요했다. 민주당 공천 경쟁이 치열했고, 잡음도 많았다. 혁신당의 장현 후보 역시 이번 재선거에서 민주당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경선 직전 후보 선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민주당을 탈당했다. 물론 이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40대 황모씨는 “민주당에 계시다가 마지막에 혁신당으로 가셨다. 안 될 것 같으니까 탈당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반면 선거철마다 나오던 공천 잡음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50대 시장상인 임모씨는 “경선 과정이 잘못됐다. 민주당 찍어주기 싫다”고 했다. 택시기사 조모씨(68)도 “지난 총선 때도 이석형 후보를 컷오프했는데 경선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광이나 함평에서는 이개호 의원이 표 많이 못 받았다”고 했다. 국회의원선거에서 영광군은 담양·함평·장성군과 한 선거구로 묶여 있는데, 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지난 22대 총선까지 내리 4선을 했다. 지난 총선에서 이개호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단수공천되자, 컷오프된 이석형 후보가 “황제·밀실·셀프공천”이라 반발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토백이 민주당, 이변 없다” 지난 9월 23일 낮 전남 영광군 영광터미널시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혁신당이 조국 대표의 현장 숙식 선거운동인 ‘호남 월세살이’, 현장 최고위원회의 개최 등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자 민주당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민주당은 지난 9월 23일 영광에서 최고위를 개최하고 이튿날에는 또 다른 군수 재선거 지역인 곡성으로 향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호남 월세살이에 나섰다. 군수 선거에 양당 대표가 열을 올리는 건 이 선거 결과에 따라 야권 내 위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당이 선전한다면 당장 202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당내 경선 결과에 불복한 인사들이 줄줄이 ‘민주당 탈당-혁신당 입당’을 할 수 있다. 텃밭을 수성해야 하는 민주당의 전략은 ‘정권심판론’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9월 23일 영광에서 “이번 선거는 군수가 누가 되느냐의 문제가 아닌 정권에 다시 회초리를 들어 책임을 묻는 선거”라고 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 지도체제 전체가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도 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10월 재보선부터 경쟁구도로 가면 진보세력의 분화가 시작된다. 지금은 단결해서 정권교체에 매진해야 한다”고 했다. 민심의 반향은 크지 않아 보였다. 영광읍에서 농약사를 운영하는 60대 김영순씨는 “지방선거는 하등의 당이 필요없당게. 물론 대선 같으면 이재명씨 가는데, 이번에 혁신당한테 간다고 배신한 거는 아니고”라고 했다. 약국을 운영하는 A씨도 “군수 선거에서 혁신당을 찍는다고 분열은 아니죠”라고 했다. 60대 택시기사 황모씨도 “대선도 아직 멀었잖아요. 위기라고 하는 게 옛날엔 먹혔지만, 인자는 안 먹힌다. 여기 사람들 수준이 그렇게 낮지 않다”라고 했다. 물론 민주당이 믿을 구석은 있다. 오랜 지지세다. 택시기사 황씨는 “여기가 토박이 민주당이다. 손님들 태우고 돌아다녀 보면 큰 변화 없다”고 했다. 영광터미널시장에서 만난 60대 남성도 “나만 해도 옛날에 평민당(평화민주당) 가입을 했던 사람이다. 하루아침에 바뀌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거대 야당으로 규모면에서 혁신당을 압도한다는 점 역시 이점이다. 40대 황씨는 “아무래도 당에 힘이 있는 쪽을 뽑는 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열띤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진보당이 변수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진보당은 이번 재선거에 농민운동가 이석하 후보(53)를 냈다. 50대 시장상인 임씨는 “2파전이 아니라 3파전이다. 진보당이 새벽같이 집게 들고나와서 쓰레기 다 줍고, 할매들 고추도 다 따주고 마음을 흔든다. 보이는 거로는 월등하다. 열심히 하는 걸 봐선 기회 한번 줬으면 싶다”고 했다.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정씨도 “진보당 사람들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몇 달 전부터 거리를 싹 다 청소하고 있다. 당선되면 그때뿐 아니냐. 군민을 위해 애쓰는 사람 뽑아줘야 한다”고 했다. 바닥 민심은 흔들었지만 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70대 택시기사 박모씨는 “칼도 갈아주고, 논에 풀도 베 주고 이보다 더 잘할 수 없이 잘하는데 이게 참 표로는 안 갈 것 같다”고 했다. “당보다 인물을 보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영광은 지난 8번의 군수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5번, 무소속 후보가 3번 당선됐다. 때때로 민주당 지지세에 변화도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전임 강종만 군수는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서 2번 당선되고도 뇌물수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2번 다 중도에 하차했다. “어떡하면 한 푼 뜯어 먹을까, 전부 그런 놈들 아니냐(80대 시민)”는 정치혐오가 민심 깊숙한 곳에 자리한 배경이다. 그간의 군정에 대한 불만도 크다. 영광군은 재정자립도는 낮지만 원자력발전소가 내는 지방세(지역자원시설세), 국·도비 보조금 등으로 인해 예산 규모가 작진 않다. 지난해 영광군은 국·도비 보조금 112억원을 반납하고도 남은 돈(순세계잉여금)이 370억원에 달했다. 예산을 과다하게 짰거나 비효율적으로 예산을 운영했다는 얘기다. 남아도는 예산에 장현 혁신당 후보는 전 군민에게 영광행복지원금 120만원 일괄 지급을,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군민 1인당 연간 10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을 공약했다. 적재적소에 자원을 배치하는 정교한 정책공약이라기보단 선심성 공약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40대 후반의 택시기사 B씨는 “돈 준다 하는데, 누가 돼도 주니까 이놈 저놈 찍지 않겠어요? 정작 필요했던 방폐장 관련 시설은 딴 데 가버리고. 젊은 사람들이 할 일이 없어요. 제가 여기서 20년 택시 몰았는데 변한 게 없습니다”라고 했다.

레이디경향(총 4 건 검색)

엄마, 전교회장 선거에 나갈래요!
2015. 08. 30 14:52 육아/교육
새 학기가 시작됐다. 이제 곧 전국의 초등학교에서는 2학기 새 임원을 뽑는 전교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리더십이 강조되는 요즘, 엄마도 함께 알아두면 좋을 만한 선거 전 사전 정보. Part 1 전교회장 선거, 이렇게 알고 접근하자 Point 1 리더십&배려심 키울 수 있는 기회 전교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얻을 수 있는 교육 효과가 은근히 많다. 전교생을 대표하고 학교 내 크고 작은 행사에서 활약하게 되는 전교회장, 부회장은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체득할 수 있다. 한 학기 동안 회장으로 일하면서 역할에 따른 책임의 무게감도 알게 될 것이다. 남을 위하는 마음이 부족했던아이라면 배려심을 기르는 훈련이 될 것이다. ‘임원’이라는 타이틀이 폼 나긴 해도 사실 전교회장은 임원회의, 학교 행사 등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많이 내야 가능한 일. 학교와 다른 학생들을 위해 일하다 보면 남의 입장을 자주 듣고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훌륭한 교육적 효과가 있다. Point 2 연설문 준비는 인터뷰부터 최대한 감동적으로 만들어라. 부모가 만들어준 그럴듯한 표현은 다른 아이들도 귀신같이 알아챈다. 아이의 진심이 담겨야만 감동적인 연설문을 쓸 수 있으니 심층적인 대화부터 해보자. 아이를 인터뷰한다는 생각으로 꼼꼼히 질문한다. 왜 회장이 되고 싶은지, 당선이 된다면 어떤 회장이 되고 싶은지, 다른 선배들이 회장을 했을 때 어떤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학교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등 구체적인 사항을 물어보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연설문 정리를 한다. 짧은 시간 동안 전교생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려면 도입부가 인상적이어야 한다. 가장 흔한 유형은 “앞으로 회장이 되면 학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봉사하는 회장이 되겠다”이다. 이런 뻔한 말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 많은 후보자들이 흔히 연설문에 쓰는 말인데다, 구체적인 공약이 빠져 있어서 기억에 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차라리 봉사를 주요 컨셉트로 잡았다면 ‘봉사왕’, ‘학교지킴이’ 등으로 간략한 구호를 만들어 자주 강조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Point 3 보색 활용! 눈에 띄는 홍보물 전교회장 출마를 알리고 이름과 기호를 인식시키기 위한 포스터와 홍보 피켓은 필수다. 안타깝게도 유권자들은 그리 유심히 홍보물을 봐주지 않는다. 짧은 순간에 눈길을 끌 수 있도록 개성 있는 스타일이 필요한 이유다. 초등학교 전교회장 선거에서 통용되는 홍보물의 종류에는 포스터, 홍보 피켓, 각종 소품 등이 있다. 포스터는 요란하고 복잡하지 않도록 하고 이미지가 단순해 이름, 기호, 문구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좋다. 얼굴 사진을 넣는 것도 기억에 남도록 하는 방법. 돈을 들여 선거용 사진을 찍는 아이들도 있지만 비용 대비 효과는 아쉬운 편이다. 가정용 카메라나 휴대전화로 촬영해도 충분하고 밝게 웃는 호감 가는 느낌의 얼굴 사진이면 된다. 홍보 피켓은 학생들이 등교할 때 주로 교문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포스터와 마찬가지로 눈에 잘 띄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가장 쉬운 노하우는 보색의 법칙을 활용하는 것이다. 노랑-파랑, 보라-연두 등 대비되는 색상을 활용해 문구가 잘 보이도록 제작하면 된다. 글씨는 꼭 반듯하게 쓰자. 그래야 신뢰감을 줄 수 있다. 소품을 활용하기도 한다. 여자아이들은 머리띠에 이름과 기호를 붙여서 쓰고 선거 운동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남자아이라면 기호를 붙인 모자를 쓰거나 상반신에 홍보 띠를 두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Point 4 추상적인 공약은 No! 구체적일수록 Yes! ‘즐거운 학교’, ‘왕따 없는 학교’ 등이 흔한 공약의 대표적 예. 특별히 할 말이 없을 때 쓴다는 인상을 주기 쉬우니 되도록 피할 것. 전교생의 마음을 흔들려면 내용이 반드시 구체적어야 한다. 초등학생 아이들은 아직 추상적인 개념이 크게 와 닿지 않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처럼, 손에 잡히는 것처럼 구체적인 이야기가 더 잘 통한다. 예를 들면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급 친구들끼리 주 1회 서로에게 손편지를 쓰는 ‘우정 편지’ 프로그램 신설, 학교 내 ‘소통 신문고’ 설치 등 여러 가지 구체적인 공약을 만들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도 있다. ‘체육시간을 2배로 늘리겠다.’, ‘소풍을 자주 가겠다’ 등 현실성이 없는 공약은 무용지물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아이가 혼란스러워한다면 아이 스스로 담임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해 공약을 수정할 수 있도록 지도하자. Point 5 선거 후 처방전  선거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야말로 아이가 심리적으로 크게 동요되지 않도록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패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들 중에는 현실을 부정하며 당선된 아이를 비방하는 경우도 있다. 지나치게 위축되거나 낙심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 어린 나이이다 보니 어쩌면 처음 맛보는 큰 실패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부모가 먼저 괜찮다고 말해주고 도전의 뜻깊은 의미를 알려주면 아이들의 동요를 줄일 수 있다. 사실 낙선 경험도 아이들에게는 큰 자산이다. 특히 수백 명의 전교생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연설 시간, 연설문을 쓰기 전에 타인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보는 시간 등은 설령 선거에 떨어지더라도 분명히 좋은 경험으로 남는다. Part 2 실전 선거 대비 포스터 유형별 장단점 1 유행어 공략형 초등학교 전교회장 선거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포스터 유형이다. 선거 즈음에 TV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광고 등에서 인기 있는 유행어를 차용해 문구를 만든다. 모두가 아는 유행어를 사용하면 짧은 순간에도 눈길을 끌기 쉽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오히려 유명한 유행어를 사용해 다른 후보의 포스터와 비슷해질 위험 부담도 존재한다. 2 읍소형 많지는 않지만 선거 때마다 몇몇의 아이들이 꼭 사용하는 스타일이다. 대놓고 “한 번만 뽑아줘요!”라며 한 표를 청하는 유형인데, 내숭떨지 않고 직설적으로 당선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내 솔직하고 귀여워 보일 수도 있지만 가벼워 보일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3 삼행시형 이름으로 삼행시를 짓는 방법이다. 가장 고전적인 스타일에 속한다. 친숙하게 느껴지며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삼행시를 재치 있게 만들 수 있는 글솜씨가 없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자칫 개성이 부족하고 지루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4 바른 생활형 전교회장으로서 봉사와 책임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진지한 유형이다. ‘말보다 발로 뛰는 회장’, ‘성실한 회장’, ‘학생들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는 회장’ 등 반듯한 느낌의 홍보 문구를 많이 사용한다. 진중한 느낌을 줘 신뢰를 얻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자칫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참고로 요즘 회장 선거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는 ‘소통’과 ‘리더십’이다. 5 협박형 주로 남자 학생들의 포스터에서 나타나는 유형으로, 100% 협박성 문구보다는 유머를 약간 섞은 ‘반협박성’ 문구로 표현한다. ‘일단 뽑고 보자고요’, ‘나 안 찍고 누구 찍게?’ 등 무조건 자신을 뽑으라는 메시지만 강조한다. 협박형 문구를 사용하는 후보자는 소수이기 때문에 기억에 남기 쉽다는 특징이 있지만 감수성이 뛰어난 여학생 유권자들에게는 통하기 힘든 유형이다. 아이와 미리 하는 연설 예행연습 1 인사는 크고 확실한 목소리로 한다 연설문 도입부는 보통 인사로 시작한다. 우물쭈물 말하거나 작게 말하면 첫인상부터 자신 없어 보일 수 있다. 기호와 이름을 발음할 때는 힘 있게 “안녕하십니까! 기호 O번 OOO입니다”라고 정확하게 말한다. 2 읽는 속도를 조절해라 연설에 익숙하지 않은 대다수의 아이들은 원고를 보며 읽어 내려가기에 급급하다. 전교생 앞에서 말하는 자리이다 보니 긴장감이 더해져 숨도 쉬지 않고 마치 랩을 하듯 연설문을 읽는 아이들도 많다. 연습 분량을 녹음한 뒤 아이에게 들려줘 읽는 속도를 수정해주자. 3 아이 콘택트를 연습하자 준비한 말을 정해진 시간 내에 전달해야 하다 보니 조급한 마음에 원고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청중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친밀감을 나누는 것도 중요한 일임을 가르쳐주자. 4 제스처를 곁들이면 연설이 풍성해진다 연설 중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 때 손짓이나 몸짓 등 신체적 표현을 함께하면 주의를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고 기억에 남을 수 있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정성민(프리랜서) ■사진 / 이소현>
정치인의 아내 된 심은하 국회의원 선거운동까지 직접 나설까?
2008. 02. 15 연예
심은하가 드디어 정치인의 아내가 됐다. 남편 지상욱씨가 자유신당의 공동 대변인을 맡게 된 것이다. 이는 이미 지상욱씨가 지난해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측근에서 보좌할 때부터 예상 가능했던 일이다. 이로 인해 지상욱씨의 4월 총선에 점점 무게가 실리면서 심은하가 선거운동에 직접 나설지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지상욱씨, 자유신당의 새로운 ‘입’으로 활동 은퇴를 선언한 지 7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심은하. 그간 결혼,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간간히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심은하의 모습을 좀 더 자주 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심은하의 남편인 지상욱씨가 정계에 입문하면서 심은하가 공식적으로 정치인의 아내가 됐기 때문이다. 지상욱씨는 이미 심은하와 결혼할 당시부터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최측근으로 통했으며, 지난 대선을 통해 그 사실이 입증됐다. 지상욱씨는 대선 1년 전부터 이회창 전 총재의 사무실에서 비상근으로 근무하면서 인터넷을 통해서 ‘창사랑’을 관리하고, UCC 관련 업무를 책임지는 사이버 총괄 팀장을 맡아왔다. 또 이회창 전 총재가 선거운동을 할 때도 항상 최측근에서 그의 곁을 보좌하는 등 이 전 총재와의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상욱씨와 이 전 총재의 인연은 2002년 대선이 끝난 뒤부터 시작됐다. 이 전 총재는 대선 참패 후, 미국 스탠퍼드대 연수 길에 올랐는데, 이때 지상욱씨가 함께 미국에 건너가 1년간 이 전 총재 옆에서 정성을 다해 모셨다는 것. 또 지상욱씨는 이 전 총재의 아들 이정연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와도 절친한 친구 사이로 알려졌다. 그가 정치와 인연을 맺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대선 당시 지상욱씨는 “이회창 전 총재가 아버님 같은 분이기 때문에 도와드리는 것뿐”이라는 말로 정치적 행보에 대한 언급을 피해왔다. 하지만 지난 1월 13일, 지상욱씨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주도하고 있는 자유신당(가칭) 창단준비위원회 신임 공동 대변인에 임명되면서 본격적인 정치인으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심은하와 지상욱, 4월 총선 출마설은 ‘노코멘트’ 지상욱씨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잘해야겠습니다”라는 말로 대변인이 된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4월 총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11월 말, 둘째 아이를 출산한 심은하는 현재 육아에만 전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부 외출이 잦아지고, 몸매 관리를 위해 다이어트를 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대중에 얼굴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김한길 국회의원의 부인인 최명길씨가 그랬던 것처럼 지상욱씨의 부인인 심은하가 유세 현장을 돌면서 사람들과 직접 대면한다면 이 모든 것이 ‘표’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 주변 소문은 무성하지만, 정작 지상욱씨와 심은하 본인은 주변의 추측에 지극히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오는 4월 총선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지상욱씨의 총선 출마 여부는 머지않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심은하가 조만간, 스타가 아니라 정치인의 아내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당선인 선거포스터 사진 찍은 박상훈
2008. 02. 15 화제
지난 선거는 이미지 전쟁이었다. 누가 좀 더 마음에 와닿는 이미지로 유권자들의 감성을 붙잡는지가 승부의 관건이 됐다. 미디어의 발달로 영상 광고와 UCC까지 등장했지만 그래도 후보의 이미지를 압축해 단번에 보여주는 것으로는 포스터 사진만 한 것이 없다. 당선자의 후보 사진은 누가, 어떤 고민을 거쳐 만들어낸 것일까. 박상훈 사진작가가 들려주는 사진 촬영 뒷이야기, 그리고 그의 사진 이야기. 당선됐다는 즐거운 생각이 만든 편안한 표정 12명이나 되는 후보자가 나오는 바람에 여느 때보다 치열했던 17대 대통령 선거는 후보자들의 포스터가 진열된 벽보 전쟁으로도 유명했다. 이명박 당선인의 포스터 사진을 촬영한 박상훈(55) 사진작가는 환하게 웃는 이 당선인의 사진을 찍고 나서 지난 대선의 승리를 예감했다고 한다. ‘웃는 표정’이 아니라 진짜 ‘웃고 있는’ 이 당선인의 얼굴을 프레임 속에 잡아냈기 때문이다. 보통 수백 장의 사진을 찍어놓고 서로 비교해가면서 가장 나은 것을 고르는데, 이 사진을 보는 순간 ‘더 볼 것도 없이 딱 이거다’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솔직히 이 당선인이 사진 촬영하기에 만만한 스타일이 아니라 촬영 전에 걱정이 있었죠. 좀 딱딱해 보이기도 하고 포토제닉한 느낌도 없고(웃음). 제가 고민했던 건 과장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어떻게 하면 부드럽고 친근감 있게 표현할까’였어요. 최종 결정된 이 사진은 억지로 만들지 않은 자연스러운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죠.”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게 마련인 모델에게서 연출이 아닌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바쁜 선거 일정에 치인 탓인지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선 이 당선인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시라고 한 가지 주문을 했죠. 지금 후보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당선 축하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라고 했어요. ‘지금 제가 청와대에서 대통령 사진을 찍고 있는 겁니다’라고 했더니 표정이 부드러워지시던데요.” 이 ‘즐거운 상상’은 이 후보의 얼굴에 편안함뿐 아니라 자신감을 새겨 넣으며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후보 느낌이 역력한 다른 후보 포스터들에 비해 이 당선인은 실제로 대통령이 된 것 같은 당당함이 배어나와 유권자들에게 더욱 신뢰감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당선인은 처음에 “내가 눈이 작아서 웃으면 눈이 안 보이는데…”라며 신경을 많이 썼는데, 촬영한 사진을 본 후에는 웃는 모습이 시원스럽게 나왔다고 만족해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기 얼굴의 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사진이 나오면 그것만 주의 깊게 봐요. 하지만 매력적인 웃음을 보면 거기에 끌리는 거지 누가 눈만 들여다보나요. 저는 눈이 이 당선인보다 더 작은데도 이렇게 활짝 잘 웃잖아요(웃음). 콤플렉스를 의식하지 않게 하는 것도 사진가가 할 일이죠.” 그렇다면 사진에 대한 확신만큼 이명박 후보의 당선도 예감했을까. 박 작가는 이 당선인에게서 당당한 힘을 느꼈다고 했다. ‘내가 사진을 찍어줬으니까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 촬영을 하며 “아직 멀었느냐”고 보채는 편인데 이 당선인은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하는 모습에 모델로서의 점수도 높게 주었단다. 이번 대선은 워낙 출마 후보가 많았던 탓에 각 후보 진영마다 포스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쏟았다. 심지어는 사진을 찍고도 시간을 쪼개 두 번이나 재촬영을 감행한 후보가 있을 정도. 다른 후보들 사진이 신경 쓰일 법도 하지만 박상훈 작가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전·현직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 요즘 그를 두고 항간에서는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002년 대선 때 ‘부르튼 입술’의 노무현 대통령 포스터 사진을 찍은 이도 그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사진 또한 그의 작품이니 대통령과 인연이 예사롭지 않다. 이명박 당선인도 지난 대선에서 노 대통령 포스터를 찍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았다고 한다. “노 대통령과는 포스터 촬영 전에 두어 번 만났죠. 「노무현 죽이기」라는 책이 있는데 그 표지를 제가 촬영했거든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께서 오슬로 기념관에 걸 사진을 새로 찍으려고 작가를 물색하다 제 포트폴리오를 보고 낙점해서 만나게 됐구요. 평화상을 수상하러 여사님이 함께 오슬로에 가셨다가 역대 수상자들 사진을 보니까 다들 멋있는데 남편 사진만 어색하고 이상하니까 속상하셨던 거죠.” 3대에 걸쳐 대통령들과 인연을 만들어오면서 기억에 남는 일도 많다. 촬영에 비교적 의욕적이었던 노 대통령, 이 당선인과 달리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진 찍는 것을 어려워하는 편이었다. 게다가 전날 있었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의 영수회담 결과가 나빴던 탓에 얼굴이 더욱 굳어 있었다. 기분을 풀어보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특별한 인연을 찾아냈다. 김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한 프로그램에서 남대문 상인이 되어 ‘골라골라’를 외치며 좌판을 벌였던 적이 있는데 그 프로그램 담당 PD가 박 작가 동생의 부인이었던 것. 지금도 가끔 이야기할 정도로 그 경험이 재밌었다는 김 전 대통령의 얼굴이 화사해진 건 당연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김 전 대통령의 연륜과 무게감을 담은 사진이 탄생할 수 있었다. 노르웨이 기념관에 걸려 있는 그 사진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영원히 보게 될 소중한 작품이다. 노무현 대통령 포스터 사진은 당시로선 새로운 시도였다. 이마에 깊게 파인 주름, 부르튼 입술이 적나라한 노 대통령의 모습은 ‘포샵질’ 한번 거치지 않고 담벼락에 그대로 나붙었다. 흰머리 한 올, 주름 하나 없이 깨끗한 타 후보와 달리 피부결이 거칠게 드러났다. “노무현 대통령은 ‘투박한 질그릇’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뚝배기같이 친근하지만 단단하다는 느낌. 그분이 가진 소탈하고 서민적인 모습이 바로 유권자들이 그분에게 바라는 모습이라 생각했고 그 모습을 좋아할 것 같더라구요.” 배경으로 썼던 태극기도 낯선 것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태극기는 고리타분하고 강건하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때가 바로 2002 월드컵으로 태극기가 하나의 문화 코드가 됐던 때였어요. 디자인적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태극기는 한 나라를 상징하는 의미도 있으니까 대통령 후보 포스터 배경으로 적당하다 싶어서 썼죠. 그땐 우리 포스터에만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까 태극기가 많이 나왔더라구요. 생각나는 대로 마음껏 연출했는데 나중에 남들이 그걸 쫓아오는 재미가 사진을 하는 큰 즐거움이 돼요.” 포스터 사진을 찍으며 노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이 사람 되겠구나’ 하는 느낌이 있었다. 당시 여론 조사 결과가 상당히 열세였는데도 불구하고 자신감 있는 ‘환한’ 모습에 어떤 직감 같은 것을 느꼈다고. “설득력이 굉장히 뛰어난, 논리적인 분이었어요. 촬영 중간 장난도 잘 치시고, 어렵지 않고 솔직한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대통령 되실 것 같다. 청와대에서 만나자’라고 말씀드렸죠. 사람의 기운이라는 게 있나 봐요.”분야를 넘나드는 편안한 그의 이야기 포스터 사진으로 또 한번 관심이 높아졌지만 원래 그는 풍경 사진, 광고 사진 등으로 이름을 떨쳐온 작가다. 특히 뉴욕페스티벌 한국인 최초 금상, 칸 국제광고제 금사자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의 스튜디오는 유명 스타들의 사진이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들도 “아, 이거!”라고 할 만큼 알려진 그 사진들은 하나같이 담백하고 편안하다. “저는 꾸미는 게 싫어요. 속에 있는 것을 건드려 내면을 끌어내려고 하죠. 사람들은 결국 ‘진짜’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제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은 양념 맛이 아니라 재료 본연의 맛을 음미하고픈 분들이에요.” 수많은 스타들의 사진을 찍으며 그들이 가진 뒷모습을 발견해온 그다. 그중에서도 ‘주름이 만든 카리스마’라는 컨셉트로 찍은 안성기와 ‘눈물이 빛나는’ 김희애의 사진이 마음에 남는다고. 본인들도 그 사진을 가장 마음에 들어 할 정도로 특별했던 작품. 특히 김희애의 남편은 그 사진을 가지고 다니며 자랑할 정도 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가 스타나 상품 사진을 잘 찍는 ‘상업적인’ 작가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십 년 넘게 새벽 사진을 찍어온 그는 여명의 오묘함을 담아낸 ‘새벽 시리즈’로 풍경 사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나같이 똑같은 일출, 산세 풍경 대신 흐트러진 일상의 시작에 주목했던 것이다. “풍경 사진은 어떤 면에서는 많이 고통스러워요. 생각해보세요. 새벽에 잠도 안 자고 추울 때 나가기가 얼마나 싫겠어요. 기다리고 참고 고통을 즐길 수 있어야 좋은 풍경을 내 눈에 안을 수 있죠. 하지만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연을 보면서 겸허함도 느끼고 자연 속에서 나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게 되죠. 자연과 나, 나와 타인. ‘관계’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해요.” 풍경, 인물, 광고 사진까지. 아직도 사진에 대한 ‘열정’으로 목마른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흐름은 바로 ‘소통’이다. 사람과 제품과 자연에 끊임없이 말을 걸고 생각을 나눌 때 그는 가장 행복하다. 그리고 그 소통의 결과를 책으로, 전시로 내놓으며 또 다른 소통의 길을 만드는 것이 흥미롭다. “한때는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나를 옭아맨 적도 있었죠. 하지만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 알았어요. 이 세상에 완벽한 게 어디 있어요. 완벽하려는 노력 대신 사진을 좋아하는 열정을 거두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고, 사람을 알아가는 게 좋아요. 아마 죽을 때까지 사람을 찍고 있을 겁니다.” 박상훈 작가는 아직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고 했다.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작업의 결과물들을 선보일 사진전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현대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내’가 들어 있는 이 도심 속의 사람들에 집중하고 있다. “목표는 거창하지 않아요. 그저 좋은 작가,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은 게 제 바람이에요. 나름 이런저런 결과물을 내놓았고 좋은 평가도 받았지만 아직 나는 ‘좋은’ 작가가 되지 못했어요. 운 좋게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고 타고난 예술적 기질이 조금은 있다는 데 감사해요. 그런 열정을 원천으로 삼아 더 많이 노력할 겁니다.” 그에게 사진이란 무엇일까. 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같은 질문을 받지만 그때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고. 그만큼 사진이 가진 다양한 힘에 매료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어쩌면 물방울 같은 것이 아닐까요. 물방울은 하나의 작은 방울이지만 독립된 게 아니라 그릇을 이루고 바다가 되면서 의미를 만들잖아요. 세상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죠. 사진도 한 컷 그 자체만으로 완전한 것이 아니라 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다양한 의미를 갖는 거예요. 소통의 매개가 되는 거죠.” 제17대 대통령 선거 당선인인 이명박도 그랬고, 그의 카메라 앞에 섰던 이들은 모두 “잘 찍어줘서 정말 고맙다”라는 인사를 남겼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없는 것을 억지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잘 나왔다’고 생각되는 그 모습은 모델 본인이 가진 원래의 모습 중 한 단면이다. “저는 그 모습을 잘 찾아낸 것뿐이죠”라는 박상훈 작가. 억지로 애쓰지 않고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편안한 그의 사진이 정말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민영주
산문집 ‘서른의 당신에게’ 낸 강금실 선거이후 달라진 나의 삶
2007. 03. 09 화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산문집 「서른의 당신에게」를 냈다. 본격적인 정치 활동의 재개가 아니냐는 시각 탓인지 정치 관련 질문은 말아달라는 그의 완곡한 요청으로 시작된 인터뷰는 요즘 유행하는 KBS-2TV ‘개그콘서트’의 ‘같기도’ 코너를 연상시킬 만큼 알듯 말듯 아리송했다. 어쨌든 차기 행보를 기대하게 하는 강금실과의 선거 이후 첫 만남. 나에게 서른은 시작의 나이였다 강금실 전 장관(50)은 생애 첫 저서의 서두를 10년지기인 언론인 고종석에게 내주었다. 참 탁월한 선택이다 싶을 만큼 그의 추천사가 걸작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다부지고, 명석하면서도 어수룩하고, 너그러우면서도 단호하고, 반성적이면서 행동적이고, 내향적이면서 외향적이고, 우울하면서 낙관적이고, 도톰하면서 날씬하고, 둔탁하면서 민첩하고, 무디면서 예민하다. 간추리자면 차가우면서 뜨겁다’는 고종석의 글은 강금실 전 장관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고개를 주억거릴 수 있을 만큼 살갑고 적확해보인다. 특히나 그의 글 중 박수를 칠 만큼 공감한 대목은 ‘글을 쓰는 동안 시름시름 앓았던 금실이 이제는 생기발랄한 50대 언니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대목이었다. “50년 인생의 역사적인 사건”이라 지칭한 「서른의 당신에게」(웅진지식하우스)를 막 출간한 강 전 장관을 만났다. 지난 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 있은 인터뷰에서 낯을 익힌 기자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넬 만큼 ‘생기발랄해’ 보였다. 보기에 따라 산문집 출간이 뜬금없을 수 있으나, 그는 1년 전 이미 출판 계획을 전한 바 있다. 힘든 상황에 부딪혔을 때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답을 찾으려 들지 말고 일을 넓게 보고 주변 사람들의 체험을 공유한다면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는 출간 의도는, 그야말로 50대 언니가 30대 후배에게 들려주는 덕담이다. “서른 고비, 마흔 고비가 참 힘들었어요. 쉰 고비를 맞은 지금 생각하니 그렇게까지 힘들어하지 않아도 됐을 거라는 생각에 아쉬웠어요. 저는 지금 쉰 살인 게 참 다행이지 싶어요. 요즘 서른 살은 우리 때보다 삶이 다양해졌으니 재밌어 보이기도 하지만, 힘들어보이거든요. 제게 있어 서른 즈음은 시작의 시기였어요. 살면서 책임져야 하는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나이이니까요.”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 하겠다’는 시구를 인용한 그는 ‘이제는 살아봐야 하는 나이가 아니라 이미 실컷 살아서 무르익었어야 할 때’라 했다. 「서른의 당신에게」에는 ‘흔들리는 청춘에게 보내는 강금실의 인생 성찰’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너희는 이렇게 살아라’는 훈계나 계몽이 아니라는 의미일 터이다. 그는 담담한 필치로 흰색 스웨터에 보라색 치마, 보라색 스타킹에 흰 샌들을 신었던 대학 새내기 시절 ‘보라색’에 얽힌 추억부터, 기형도의 시를 읽다가 눈물을 터뜨린 사연, 헌법의 가치를 바탕으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판결을 했던, 사법연수원 동기 한기택 판사를 떠나보내고 천재가 요절하는 이유를 돌이켜본 소회 등을 술회했다. ‘자서전’이 아닌 ‘산문집’이라는 타이틀이 한결 마음을 가볍게 한 탓일까. 아직 운전면허가 없음을 털어놓으며 ‘어쩌다 운이 좋아서 사법시험에 합격한 텃새로 평생을 먹고 사는 듯하여 요즘도 문득문득 자신이 부끄러워진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그의 천진함에 미소가 지어진다. 서른고비, 마흔고비가 참 힘들었다는 강금실은 지금 쉰살인 것이 참 다행이지 싶다며 웃어보였다. 산문집 출간의 정치적인 해석은 사양 말 나온 김에 인상적인 대목을 하나 더 들어보자. ‘인생극장 그리고 매트릭스의 알약’ 편의 첫 번째 에피소드. 법원 근무 첫 해 강 전 장관이 시위 중 붙잡혀온 대학생들을 즉결 재판에서 풀어줘 법원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이후 그가 서울가정법원으로 일터를 옮기는 선에서 잘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아내가 재판에서 말썽을 냈다는 이유로 (전)남편 김태경씨가 신원조회에 걸려 언론사 취업 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것이다. 당시를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참 아이러니다. 만일 그때 그가 그 언론사에 취업을 했더라면 출판사를 차리지 않았을테고, 그랬더라면 「자본론」으로 구속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부채로 인하여 이혼하는 결과도 오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재밌게 읽히면서도 의미가 있는 글을 싣고 싶었어요. 책 전체의 흐름을 감안하느라 언급하지 않은 일도 많죠. 자서전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아서 가급적 미주알고주알 내 얘기는 피하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제 체험을 쓸 수밖에 없더군요.” 사랑에 관한 책은 언제든 기회가 있으면 쓸 수 있을 거라 자신했지만, 막상 쓰려고 보니 밑천이 없더라는 그는 다시 산문집을 내려면 이야깃거리를 많이 쌓아야 할 거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서른의 당신에게」 시점은 결혼생활과 직장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서른 살 무렵에서 시작해 현재에 닿아 있다. 30여 년의 세월을 오롯이 이어온 끈은 힘들 때마다 써내려간 일기였다. 언제부터인가 일기를 쓰지 않게 되었지만, 좋은 글귀나 시구를 보면 메모하는 버릇은 지금도 여전하다. 인터뷰 중 그는 ‘글이란 시간과 기억과 노스탤지어만이 줄 수 있는 시적인 무게’라는 글을 다이어리에서 찾아내 읽어줬다. 1월 20일 비행기 안에서 읽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속에서 찾은 보석 같은 구절이라고. 강금실 전 장관의 필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김훈의 「칼의 노래」에 대한 감상문, 기형도의 시 비평,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음란성으로 실형을 받은 소설가 장정일의 변론기에서 우리는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 외에 견고한 문학적 감수성을 읽을 수 있었다. 판결문을 몰아서 쓰던 판사 시절 ‘초치기’ 습벽은 주말이면 앉은 자리에서 최대 120매까지 원고를 쓰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발현됐다. 글쓰기에 대한 강 전 장관의 관심은 단순한 애정 그 이상이다. “고종석이나 시인 황인숙, 김정환 선배와 10년 가까이 어울리면서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았어요. 모여서 글쓰기를 하거나 문학 작업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이 지니고 있는 작가 세계와 삶에 대한 진지한 시각이 제게 영향을 주었어요. 그들이 아니었다면 글쓰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산문집 출간이 본격적인 정치 활동의 재개가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을 그는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벼르고 있었다는 듯 정치와 관련된 질문은 사양한다고 전했다. 불과 너댓 시간 전에 가진 일간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잠재적 대선주자로 지지율이 언급되고 있는 것에 대해, “기대해주시는 것에는 개인적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하면서도 대선출마에 대한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는 이야기를 이미 접한 시점이었다. 오전에 노란색 재킷으로 봄내음을 물씬 풍겼던 그는 오후 인터뷰를 위해 부랴부랴 인사동에서 구입한 선홍색 수트로 갈아입었다. 1 결혼생활과 직장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서른 살의 강금실. 2 1984년 스물여덟 살의 나이로 결혼식을 올릴 때 결혼식장 대기실에서. 3. 2004년 부활절 미사에서 영세를 받다. 4.스물아홉 살, 가정법원에서 근무하던 때. 한 차례 선거는 내성적인 천성까지 바꿔 “민감한 시기에 책을 내어 오해를 살까 봐 걱정이에요. 이참에 정치에 대해 물어보자는 분들이 많은데, 이렇게 된 건 제 개인 스케줄상 발간 일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였거든요. 아마 올해 안에는 언제 책을 내더라도 비슷한 반응을 얻지 않았을까요?”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패한 뒤 “저 다시 태어났습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낙선인사를 한 강 전 장관은 선거 패배가 가져온 변화를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들인 듯 보였다. 변호사 생활을 10년씩 했지만 내성적인 천성을 버리지 못해 남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데 서툴렀으나, 지방선거에 출마해 허다한 많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하면서 낯선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많이 사교적으로 변했다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짧은 두 달의 선거 기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에 제 입장에서 후회는 없어요. 하지만 선거에서의 최선 여부를 묻는다면, 유치원생이 대학교 시험지를 받은 심정이랄까요.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굉장히 뼈저린 반성이 필요한 거죠.” 그때 얘기를 하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은 그런대로 엉킨 실타래를 풀 듯 머릿속을 정리하고 마음도 다잡은 상태. 종교의 힘도 한몫했다. 강 전 장관의 집안은 불교 집안이나 2004년 4월 그는 세례를 받았다. 화를 내지 말고 용서하고 자비를 베풀라는 진리는 기독교나 불교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성당을 찾아 기도를 하고 실컷 노래를 부른다. 그러고나면 어떠한 난제라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후련함이 생겨난다. “저도 이제 내 생각을 가다듬고 단련시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과 밖에서 보여지는 액션에 대한 평가가 다른 점이 분명 있어요. 그게 틀리다고 말하자는게 아니라 제 문제의식이 잘 표출되지 않은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거죠.” 강 전 장관은 자신이 전체적으로 과대평가된 케이스라고 했다. 호불호를 떠나서 그동안 너무 가벼운 접근이 많았다는 것. 자신의 문제의식을 행동으로 구체화시키겠다는 그녀의 다짐은 다소 모호했지만 짐작은 가능했다. 밖에서 보여지는 강금실과 실제 강금실 내부의 어긋남에 관한 언급인 듯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3년도 더 지난 에피소드를 끄집어냈다. 2003년 9월 강 전 장관은 송광수 검찰총장과 보신탕에 폭탄주를 마신 후 팔짱을 끼고 나와 “우리 사이에 오해는 없다”는 말로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당시 그녀의 행동은 검찰과의 갈등설을 일축시키는 기지로 해석됐다. “당시 제 행동에는 검찰과 갈등이 있었는데 장관으로서 포용하고 갈등을 화해로 가져가겠다는 문제의식이 분명 있었어요. 그것을 매스컴이 정확히 읽었고, (대중도) 제 행동의 의미를 잘 이해해 주셨었고요. 그렇다고 밥 먹으면서 나갈 때 팔짱을 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었고 다소 우발적인 행동이었죠. 취중이기도 했고.” 법무부 시절을 돌이켜보면 우발적이고 즉각적인 행동이 많았다. 그는 이를 일컬어 아마추어적인 면모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술 한잔 한 상태로 팔짱을 끼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지만, 그것이 의도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좋게 봐준 것 같다”고 했다. 그럼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라면 어떻게 대처했다는 얘기일까. 선거에 관한 본격적인 회고는 1년 후에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것은 곤란하죠. 정치 영역에서 가공이 많기 때문에 국민들이 정치를 혐오하게 된 측면이 있어요. 가공이 아니라 자기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문제의식이 담긴 행동을 구체적으로 분명하게 보여야 겠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제가 참 많이 미숙했어요.” 가급적 선거 얘기를 피해가려고 했지만, 이야기는 자꾸만 9개월 전 시간을 맴돌았다. 아마도 그의 인생에서 큰 사건이었기 때문이리라. 선거를 하면서 그는 성격 재정비에 들어갔다. 급한 성격을 조절하기 위해 매사에 ‘한 템포 쉬어가기’를 실천하고 있는데, 행동도 묵직해지고 실수도 덜하게 돼 뿌듯한 기색이다. “친구들이 저더러 계획은 늘 야무지게 세우는데 실천을 못 한다고 해요(웃음). 올해도 1년 계획을 세웠어요. 매일 요가 가기로 한 계획은 도저히 지킬 수가 없어서 일주일에 딱 한 번으로 바꿨어요. 그럼 실천이 가능하니까. 한 달에 한 번은 미술관과 마켓에 가기로 했고요. 등산을 싫어하니까 그렇게라도 걷는 게 좋겠더군요. 지난 일요일은 90점 정도 만족스런 시간을 보냈어요. 조카와 함께 시청 앞에서 일민미술관까지 왕복으로 걷고, 그림도 봤거든요.” CNN 뉴스는 당최 지루해 볼 수가 없어서 외국 드라마와 영화를 자막 없이 보는 방법으로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는 그는 오랜만에 했더니 온몸이 뻐근하더라며 전통춤 연습을 다시 시작한 근황도 들려줬다. 사실은 「서른의 당신에게」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부터 품었던 궁금증이 있었다. 이야기를 아껴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석연찮은 호기심은 그의 올해 계획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첫 번째 계획은 다음 책을 내는 거예요. 공직 생활이나 선거 관련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자 해요. 그렇다고 회고록은 아니고 기록을 남긴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그가 건넨 명함에는 ‘법무법인 우일아이비씨 고문변호사’라는 직함이 새겨져 있다. 석 달 전 사무실을 열고 한창 바쁠 때라는 그는 외교통상부 여성인권대사를 맡아,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외국 여성을 돕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한창이다. 저자 사인으로 인터뷰를 마치기 무섭게 견지성사가 있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의 일상은 이제 막 시동이 걸린 발전기처럼 바쁘다. 2005년초 그와 대담을 가진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예언 하나를 남겼다고 했다.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1년 안에.” 유감스럽게도 이뤄지지 않은 이 예언을 강금실 전 장관에게 다시 한번 건네본다. 그 시기가 앞당겨질지도 모르겠지마는.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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