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385 건 검색)
- 경향신문 ‘이토록 XY한 대법원’ 민주언론상 성평등 특별상 선정
- 2024. 11. 13 20:30사회
- ... 10~11월 보도한 ‘이토록 XY한 대법원’(이혜리·김희진·김혜리) 시리즈가 제34회 민주언론상 성평등부문 특별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2일 시사IN의 ‘세월호 10년, 100명의...
- 경향신문 ‘이토록 XY한 대법원’, 제34회 민주언론상 성평등 특별상 수상
- 2024. 11. 13 14:34사회
- ... 10~11월 보도한 ‘이토록 XY한 대법원’(이혜리·김희진·김혜리) 시리즈가 제34회 민주언론상 성평등부문 특별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2일 시사IN의 ‘세월호 10년, 100명의...
- 정부위원회 여성 비중 감소…성평등 ‘후퇴’
- 2024. 10. 29 20:48사회
- ... 평가 점수를 높게 받을 수 있게 된다. 성별영향평가는 정책 수립·시행 과정에서 해당 정책이 성평등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절차다. 여성 화장실에만 있던 기저귀 교환대를 남성 화장실에도 설치한...
- [단독] 성평등 정책 후퇴, 위원회 ‘성비’ 미준수 급증···노동부·경찰청 5년째 미준수
- 2024. 10. 29 16:02사회
- ... 평가 점수를 높게 받을 수 있게 된다. 성별영향평가는 정책의 수립·시행 과정에서 해당 정책이 성평등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절차다. 여성 화장실에만 있던 기저귀 교환대를 남성 화장실에도 설치해...
스포츠경향(총 12 건 검색)
- ‘밤피꽃’ 벡델초이스10 선정···“성평등 가치 실현”
- 2024. 08. 09 16:18 연예
- MBC ‘밤에 피는 꽃’ 사람엔터테인먼트(이하 ‘사람엔터’)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이 ‘벡델초이스10’에 선정됐다. ‘벡델초이스10’은 한국영화·시리즈 업계의 양성평등 인식 제고와 작품 내 다양성 확대를 목표로 2020년부터 양성평등주간에 맞춰 열리고 있는 ‘벡델데이’(주최·주관 DGK(한국영화감독조합) /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선정한 한 해 동안 가장 성평등한 영화, 시리즈 각 10편의 작품이다. 이번 ‘벡델데이 2024’는 MBC 드라마 ‘밤에 피는 꽃’(기획 남궁성우 / 제작 김정미 / 연출 장태유, 최정인, 이창우 / 극본 이샘, 정명인 / 제작 베이스스토리, 필름그리다, 사람엔터테인먼트)을 시리즈 부문 ‘벡델초이스10’으로 발표했다. 지난 1월 첫 방송한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은 밤이 되면 담을 넘는 십오 년 차 수절과부 ‘여화’와 사대문 안 모두가 탐내는 갓벽남 종사관 ‘수호’의 담 넘고 선 넘는 아슬아슬 코믹 액션 사극. 사회의 차별과 억압에 굴복하지 않고, 더 나아가 시대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킨 ‘여화’의 속 시원한 활약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밤에 피는 꽃’ 마지막 회는 닐슨 코리아 기준 전국 18.4%를 돌파, 역대 MBC 금토드라마 시청률 1위라는 신기록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벡델데이 2024’ 이화정 프로그래머는 “남성 캐릭터에게 국한되었던 ‘복면 쓴 액션 히어로’, 조선시대로 따지자면 홍길동을 여성 캐릭터로 치환한다. 단순 변환에 그치지 않고 여성을 향한 공고한 차별의 담을 넘나드는 캐릭터 여화의 미래지향적 활약상이 생기있게 펼쳐진다. 대중적 장르라는 쉬운 문법을 따르면서도 성취의 지점을 놓치지 않고 전진하는 드라마”라고 평했다. ‘밤에 피는 꽃’ 공동 제작사 사람엔터 이소영 대표는 “‘밤에 피는 꽃’은 시대의 통념을 타파하는 스토리와 감각적인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업계의 현주소를 짚어주고, 앞으로 나아갈 청사진을 제시하는 ‘벡델초이스10’에 선정돼 작품의 의미가 다시금 깊어질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면서 “사람엔터는 앞으로도 시대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한편 사람엔터는 배우 공명, 김성규, 박규영, 정호연, 조진웅, 정건주, 최수영, 한예리가 소속된 글로벌 아티스트 브랜딩 회사다.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을 비롯 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 영화 ‘유체이탈자’, ‘데드맨’, ‘눈을 감은 아이’를 공동 제작했다. 또 지난 5일 아티스트와 팬의 자유로운 소통 공간을 넘어 창의의 원천과 영감을 줄 수 있는 high value & hyper-end 플랫폼 ‘사람엔터 스테이지’를 오픈하며 영역을 확대했다.
- 성평등 그러나 최소 규모…올림픽 복싱, 파리에선 무엇이 다를까
- 2024. 07. 21 15:54 스포츠종합
- 여성 복싱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복식 선수의 성비가 50대 50으로 맞춰졌다. 게티이미지 코리아 복싱은 제3회 대회인 1904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스웨덴이 복싱을 법으로 금지했던 1912 스톡홀롬 올림픽을 제외하고 2020 도쿄 대회까지 모든 하계 올림픽 종목에 포함됐다. 2024 파리는 100년 이상 된 올림픽 복싱 역사에서 꽤 특별한 대회로 기록될 전망이다. 여성 복싱이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첫선을 보인 가운데 이번 대회는 올림픽 복싱 사상 처음으로 출전 선수의 성비를 50대 50으로 맞췄다. AP통신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복서 중 절반은 여성”이라며 “이 대회의 목표인 성평등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성과는 전체 참가 선수의 숫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여성 선수는 도쿄 대회와 비교해 23명 추가됐지만, 남성 선수는 63명 감소했다. 한국에선 여성 복싱 페더급 임애지(25·화순군청)와 라이트급 오연지(34·울산시체육회)만 출전권을 따냈다. 파리 올림픽 복싱엔 총 248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다. 1988 서울 올림픽(432명)과 비교하면 전체 선수 규모가 200명 가까이 줄었다. 2000년대 열린 올림픽에서 가장 적은 복서가 참여하는 대회다. 빌리 월시 미국 복싱대표팀 감독은 여성 복싱의 체급이 6개로 늘어난 것에 대해 “환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대로 남성 복싱의 체급이 7개로 줄어든 것에 관해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체급이 줄어서 선수들이 체중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몸을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체급 간 격차가 커져 부상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수단 규모가 감소하면서 참가 선수 대부분이 두 번의 승리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것도 이전 대회들과 달라진 점이다. 한편 복싱은 2028 LA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승부 조작 논란과 재정 불투명 문제를 야기한 국제복싱협회(IBA)의 올림픽 주관 국제연맹 자격을 앞서 2019년 정지시켰다. 2020 도쿄, 2024 파리 올림픽은 IOC가 올림픽 선수 선발전부터 대회 본선 운영까지 맡았다. 실제로 퇴출당하면 1912 스톡홀롬 대회 이후 116년 만에 올림픽에서 복싱 경기를 볼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도 파리 올림픽의 복싱은 주목할만하다.
- KBS ;성평등 이니셔티브‘, AIBD 국제미디어상 수상
- 2023. 05. 24 16:48 연예
- KBS KBS가 국내 미디어업계 최초로 도입한 ‘성평등센터’의 추진 성과를 담은 ‘성평등 이니셔티브’가 아시아태평양 방송개발기구(AIBD)의 국제미디어상 ‘지속가능성 부문’을 수상 했다고 24일 전했다. AIBD 국제미디어상 ‘지속가능성 부문’은 올해 처음 신설됐다. KBS는 2018년 11월 성평등센터를 설치한 후 그동안 ‘성평등 연례보고서’ 발간, ‘성평등 실태조사’ 등을 통해 성평등과 다양성 증진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2020년에는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강화된 성인지 감수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했으며, 지난해에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방송 출연진 성비 불균형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성평등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한 바 있다. 또 KBS는 공영미디어로서 방송 콘텐츠의 내외적 측면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한편, 라디오 다큐멘터리 ‘다시 날자 : 북한이탈주민 심리치유 프로젝트’(이하 다시 날자)는 ‘라디오 프로그램 부문’ 수상작에 선정됐다. KBS 한민족방송 특집 다큐멘터리 ‘다시 날자’(연출 : 황형선)는 새터민 여성 3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설문 조사 결과와 심층 인터뷰, 심리 상담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제작된 2부작 프로그램으로, 2022년 국제라디오TV연맹(URTI)이 개최한 제33회 URTI 라디오 그랑프리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KBS 라디오 프로그램의 우수함을 입증한 바 있다. AIBD 국제미디어상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우수한 방송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알리기 위한 국제상으로 올해는 TV 부문에서 ‘경제회복 노력 극대화’, 라디오 부문에서 ‘라디오와 평화’ 등의 주제로 출품작을 접수했다. KBS
- [공식]‘성평등’ 바르셀로나, 원정 유니폼 공개
- 2021. 07. 15 17:06 축구
- 바르셀로나 공식 SNS 영상 캡처바르셀로나가 새 시즌 원정 유니폼을 공개했다. 바르셀로나는 이번 유니폼을 통해 바르셀로나 여자 팀 50주년을 기념했다. 바르셀로나는 15일 공식 SNS에 2021/2022 새 시즌 원정 유니폼을 공개했다. 바르셀로나는 “권한 이상의 것”이라는 문구와 함께 18초가량의 영상을 게시했다. 공개된 영상 속에는 바르셀로나 소속의 남녀 선수들이 새 시즌 입게 될 유니폼을 입고 있다. 유니폼의 전체적인 색상은 보라색이다. 2016/2017 시즌과 비슷한 파스텔 톤 색상이 쓰였지만 그보다는 더 어두운색이다. 바르셀로나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특유의 파랑-빨강 색상을 융합한 보라색을 색으로 채택하여 남녀 성평등을 표현했다”라고 색상 선정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문장, 로고, 숫자, 뒷면 이름에는 무지갯빛 효과가 있는 보라색을 입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영상을 본 팬들은 “홈 유니폼 보다 낫다”, “아름답다”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역겹다”, “메시가 안 입었으면 좋겠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공존했다. 한편 이적설에 중심에 있는 앙투안 그리즈만과 재계약 이슈가 있는 리오넬 메시는 영상에 출연하지 않았다. 해당 유니폼은 이날부터 7월 20일까지 바르셀로나 스토어에서 독점 판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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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총 9 건 검색)
- “저출생 대책, 성평등 정책이 핵심이다”(2023. 03. 17 14:26)
- 2023. 03. 17 14:26 사회
- ㆍ신경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진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저출생 대책으로 각종 정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출산율은 매해 떨어졌다. 스웨덴, 독일, 이탈리아 등 저출생 위기를 겪은 국가들이 국가의 정책적 노력으로 출산율이 반등한 것과 대조적이다. 신경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초저출생 위기에 처한 한국사회를 “큰 병에 걸렸는데 해열제만 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빗대며,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쫓는 미시적인 정책이 아니라 구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구조적인 전환과 출산율 반등의 핵심에는 ‘성평등 정책’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우철훈 선임기자 -정부의 저출생 정책은 왜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나. “사람들이 자신의 생애에 대해 다른 전망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가 방향을 틀어야 하는데, 가던 방향으로 계속 가면서 임시방편적인 조치만 취해왔기 때문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출산지원금, 돌봄시설 확대, 난임 지원 등 기존의 정책들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은 미시적인 정책이고 구조적인 전환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이 정책에 대해 반응하지 않는다. 몇몇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2016년 논란이 됐던 행정안전부의 가임기 여성 지도가 대표적이다. 흔히 ‘출산장려 정책’이라는 이 같은 접근에 여성들은 반감을 갖는다. 비혼 남성도 마찬가지다. 통계에 따르면 만 39세까지 비혼으로 살아가는 남성이 50%가 넘는다. 아이를 낳고 싶지만 전망을 찾기 어려운 남성들도 아이를 낳으라는 요구에 분노한다.” -근본적인 전환을 위해 어떠한 접근이 필요한가. “성평등 정책이 핵심이 돼야 한다. 저출생이 계속된 이유는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여성과 남성의 관계, 젠더 관계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다수의 여론조사가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은 여성들이 출산에 대해 훨씬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여성들이 출산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출산 이후의 상황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여성은 양육의 1차 책임자다. 여성들은 양육과 자신의 경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경제적 독립, 사회적 지위 확보, 자아실현 등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먹고살기 위한 경제적 이유 때문에도 여성의 직업은 필요하다. 또 과거와 달리 비혼, 이혼율도 높다. 가족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에 누구든 자기 소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이를 낳게 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살아가기 위해 소득이 있어야 한다’라는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하기가 어려워진다. 여성들의 마음이 출산에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성평등 정책으로 사회를 전환해야 한다.” -핵심은 여성에게 집중된 양육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인가. “성평등은 여성을 우대하고 남성에게 불이익을 주자는 게 아니다. 여성과 남성의 격차,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과거에는 남성이 주로 생계부양자였다. 지금도 남성이 주부양자라는 이데올로기는 남아 있으나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중산층으로 살고 싶어한다. 중산층으로 살려면 ‘두 개의 소득’이 있어야 한다. 남성의 어깨에서 생계부양자의 짐을 덜어주고, 남성이 출산·양육에 동등하게 주체로 들어와야 한다. 2인 소득, 2인 돌봄의 방향으로 정책이 가야 한다. 남성이 혼자 250만원을 벌면 출산·양육을 하기가 어렵지만, 여성도 같이 250만원을 벌면 상황은 달라진다.” -현재도 여성의 경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육아휴직·돌봄 정책 등의 정책은 있다. “한국사회에서 일하는 여성의 절반은 비정규직이다. 법적으로 비정규직도 출산휴가를 쓸 수 있지만, 실효성은 불충분하다. 대기업 등 출산휴가·육아휴직이 보장된 조직이더라도 제도가 성평등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2년 전, 심층 연구를 한 적이 있다. 가족 친화적이라고 평가받는 기업들의 인사담당자를 인터뷰했다. 여성 인사담당자조차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여성 직원에게 좋은 인사고과를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뼈 빠지게 일한 사람과 육아휴직한 사람을 같은 선상에 놓고 승진의 기회를 주는 게 공정한가’라며 오히려 되물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논리와 사회의 재생산 논리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우선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는 것을 보편화해야 한다. 정책이나 제도가 남성에게 적용되면 빠르게 규범화되는 경향이 있다. 또 육아휴직자 대체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육아휴직이 제도적으로 보장된다고 해도 육아휴직을 쓸 때 동료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대체 인력이 없다 보니 휴직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동료가 맡게 되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육아휴직자의 대체 인력 채용이 활성화돼 있다. 기업은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인력의 비율을 계산하고 업무를 재조직해 설계해야 한다. 여력이 안 되는 중소기업들은 국가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해 지원해 줘야 한다.” -2021년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서는 처음으로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의 목표가 명시됐다. “획기적인 변화였다. 이전까지 ‘출산=여성’이었는데 이 프레임에서 벗어났다. 인구·출산과 관련한 대표적인 조사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3년마다 실시하는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 복지 실태조사’(2021년부터 ‘가족과 출산’ 조사로 명칭 변경)다. 출산을 여성의 문제로만 봤던 과거에는 기혼 여성만 조사 대상이었다. 2021년부터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의 목표를 반영해 조사대상에 비혼자와 남성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도 비판할 지점이 있다. 프레임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구체적으로 성평등 정책의 필요성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이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 2019년 여성가족부 예산이 처음 1조원을 넘었어도 대부분이 ‘돌봄’ 예산이었다. 경력 단절, 유리천장 등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이 겪는 성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은 턱없이 부족했다.” 사진/우철훈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걸어 당선됐다. 현 정부의 저출생대책에 성평등이 반영될 수 있을까. “현 정부는 여성을 지우고, 성평등을 거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미약하게나마 성평등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다시 되돌려 퇴행하고 있다. 동유럽 일부 국가들은 저출생 대책으로 성평등 정책을 삭제하고, 전통적인 모성을 강요하는 출산장려 정책으로 회귀했다. 아직은 아니지만, 현 정부의 기조를 보면 한국도 그렇게 될 위험이 충분히 있다. 미래가 안 보이는 상황이다. 얼마 전, 정부는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김영미 동서대 교수를 임명했다. 김영미 교수는 성평등에 대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여가부 폐지를 내세웠던 이 정부도 저출생 문제는 성평등 없이 도저히 해결이 안 된다는 점을 아는 것이다. 정부도 알긴 안다고 보지만, 이를 정책에 반영할지에 대해선 비관적이다.” -저출생 대책으로 ‘육아기 재택근무’ 활성화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육아기 재택근무 자체는 필요하다. 하지만 성평등 기조 없이 육아기 재택근무를 실시하면 ‘일과 육아’라는, 여성들에게 강요된 이중부담이 더 강화되고 여성들의 출산 의욕은 더 떨어질 것이다. 기업은 재택근무 노동자와 출퇴근 노동자를 똑같이 대우하지 않는다. 여성 노동자는 계속 조직에서 주변인에 머물게 되고 유리천장은 더 단단해질 것이다. 결혼도, 출산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육아기 재택근무는 성평등 기조 아래 남성도 이를 보편적으로 쓸 수 있도록 성별 균형을 추구하면서 도입돼야 한다.” -서울시의 합계출산율은 전국 최저인 0.51이다. 오세훈 시장은 저출생 첫 정책으로 난임부부 지원 확대를 발표했다. “서울시도 저출생 정책에 성평등 기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의 난임부부 지원 정책도 난임을 여성의 문제로만 보고 있다. 서울시는 난자동결 시술 비용, 35세 이상 고령산모 검사비 등 난임부부 시술비를 소득 기준, 횟수 제한 없이 지원하겠다고 했다. 난임과 관련된 시술의 대상자와 지원사업의 수혜자가 여성에 집중돼 있다. 의학 통계에 따르면 난임은 남성 요인도 40~50%에 이른다. 그런데 남성 요인으로 난임 수술비 지원을 받은 사례는 전체의 10%가 안 된다. 남성 난임이라도 생리불순 같은 여성의 흔한 질환을 엮어 어떻게든 여성에게서 문제를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여성에게만 집중된 서울시의 난임 지원은 여전히 임신과 출산의 1차적 책임은 여성에게 있고, 남성은 보조적인 역할에 그친다고 보고 있다. 언뜻 남성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남성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기도 하다. 남성도 분명 난임 치료를 받아야 하고, 양육의 권리가 있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부성이 빠진 ‘모성 및 영유아’만을 대상으로 한다. 왜 모성 건강만 있고 부성 건강은 없나. 장시간 노동, 각종 산재 위험, 스트레스 속에서 남성들이 건강한 재생산자와 양육자가 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접근도 필요하다.” -성평등 정책으로 출산율이 올라간 사례가 있나. “유럽 등 출산율 저하를 먼저 겪은 나라들은 국가적인 노력으로 출산율 반등을 경험했다. 서구에서는 두 차례 젠더혁명이 있었다. 1차 젠더혁명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다. 이 시기 가족 안에서 양육을 전담하던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나가 소득을 얻고 경제적 부양자가 됐다. 돌봄 책임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집중됐기 때문에 여성의 이중부담으로 출산율은 떨어졌다.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계속되는 2차 젠더혁명은 남성의 양육 참여를 강조한다. 남성의 역할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출산율은 회복되기 시작했다. OECD 38개국 가운데 코로나19 때 출산율이 상승한 나라가 27개국이다. 서구의 통계를 보면, 재택근무가 시행되면서 남성들의 가사노동·양육 참여 시간이 훨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의 돌봄 시간이 늘어나면서 출산율도 올라가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의 정책적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 국가의 주도 없이는 불가능한 변화다.” -국가 주도의 인구정책이 개인에 대한 통제로 갈 우려는 없나. “아이를 낳는 건 여성의 몸이기 때문에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계속 밀고 가다 보면 여성에 대한 통제로 이어지기 쉽다. 인구정책이 통제정책이 되지 않기 위해서도 성평등 기조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 성평등은 출산을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선택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여성의 자율성을 증진하는 방향이다. 현금을 지원하든, 보육시설을 늘리든, 어떤 정책이든 성평등 기조에 비춰봤을 때 타당한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제도가 바뀌어야 사람도 바뀐다. 스웨덴은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고 육아참여도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들이 처음부터 육아를 했겠는가. 제도가 바뀌면서 의식이 바뀌고, 성평등이 자신의 행복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깨달은 것이다.”
- “젠더 갈라치기 아닌 성평등의 가치 살려야 할 때”(2022. 04. 22 15:12)
- 2022. 04. 22 15:12 정치
- ㆍ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권인숙 민주당 의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주요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를 일단 뒤로 미뤘다. 차기 정부가 부서 폐지를 위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려면 여전히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란 벽을 넘어야 한다. 민주당이 여성가족부 해체란 의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어떤 방침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사진 / 권호욱 선임기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권인숙 민주당 의원을 지난 4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권 의원은 20대 대선 이재명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공동상황실장과 젠더·여성 의제를 맡았다. 그는 “지금이 ‘여성가족부 존폐’란 테두리를 벗어나 성평등이란 가치를 실현할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절박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또 “성별·세대별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이번 대선이 남긴 교훈으로 꼽았다. ‘젠더 갈라치기’ 전술을 적극 구사한 상대에 대한 대응과 선거 직후 민주당으로 향한 여성들의 지지를 언급하는 부분에선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과 다짐도 엿보였다.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부서 통폐합 논의는 매번 선거 때마다 나왔던 레퍼토리다. 이번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기존의 여성가족부 폐지 혹은 타 부처 개편 논의와 어떻게 다른가. “혐오·갈등을 이용해 관심을 모으고,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선거에 동원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후보자(당선인)가 경험적·의식적으로 내린 선택이라기보다 선거 때 지르고 나서 뒷수습하는 식의 무책임한 전략에 부처 하나가 이용당하는 상황이다. (여성가족부 폐지가) 대선의 핵심 공약으로 자리 잡은 건 다른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사례다.” -여가부 폐지 공약은 청년 정책의 일환으로 나왔다. 청년층을 젠더로 갈라치는 걸 어떻게 대응할지, 지난 선거 과정에서 고민은 무엇이었나. “갈등을 부추기는 한편이 아닌, 갈등을 초월하는 쪽에 서기가 핵심이었던 것 같다. 표적집단면접(FGI)을 해봤을 때, 말초적 형태의 젠더갈등 때문에 여성과 남성 모두 많이 지쳐 있는 게 분명했다. 그동안 젠더갈등이 계속 언론의 먹잇감이자 선정적 요소로 다뤄졌다는 뜻이다. 사실 집권 민주당도 관점을 내놓지 않았고, 행정부도 조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 무책임함을 극복하는 일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쉽진 않았다.” -쉽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 문제가 어떤 수위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심각함을 잘 몰랐다. 애초에 (젠더갈등을) 잘 알기 어려운 50대 이상 남성이 대다수이지 않나. 민주당 내에선 세차례의 지자체장 문제를 겪으면서 되게 많은 상처를 입다 보니 젠더 이슈에 대한 내부적 반발감도 있었던 것 같다. 성인지나 성평등에 동의하기 힘든 사람들이 생산되는 과정도 있었던 것 같고. 하여튼 뭔가 확 빠르게 진행돼 가는 속에서 사회적 동의와 전반적인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어려운 요소가 있었다. (성평등이) 왜 의미가 있는지 설득할 시간은 짧은 상황에서, 그 설득할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현실도 있다.” -투표 결과를 보면 특히 20대 여성들이 ‘우리도 표가 있다’를 보여줬다. 선거 직후 민주당에 후원과 입당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행동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보나. “한쪽에 편향된 극단적 갈라치기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 여론조사에서 나타나지 않던 유권자의 메시지가 (이번 선거 결과) 꽤 세게 나타났다. (국민의힘에 간) 남성 표도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때보다 훨씬 줄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극단적 흐름에 반대한다는 의사가 표심에 적극적으로 드러났고, 이것이 혐오 문화 속에서 저질러지는 반(反)성평등 흐름에 제동을 가하는 큰 힘이 됐다. 여성들의 민주당 입당이 이어진 건, ‘이대남’으로 대표되던 반성평등 흐름을 새로운 방향으로, 더 긍정적인 메시지와 보편적 가치로 끌고 갈 수 있는 큰 힘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여성 당원이 들어온 의미를 분석하는 토론회를 열었을 때 반응이 뜨거웠던 것 또한 민주당을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흐름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의 반영이었다. (이 흐름이 앞으로 계속 이어지도록 하는 게) 나의 큰 숙제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여가부가 ‘소명’을 다하려면 향후 어떤 방향으로 개편 내지는 재정비돼야 한다고 보나. “이제는 실질적인 효과를 내야 한다. 약자 보호뿐만 아니라 디지털 성폭력, 고용, 저출생, 낙태 같은 문제에 대해 성평등 관점에서 전반적인 부처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데 여가부가 기여를 많이 해야 한다. 부처 이름이 어떻게 되든 간에, 성평등이란 과제를 중심에 제출할 힘이 있게끔 바뀌어야 한다. 고용, 임금격차, 경력단절 같은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지 않나. 그러면서 저출생 이야기를 하는 건 난센스다. 각 부처가 성평등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현재로선 활로가 없다. ‘일을 할 수 없으면 애를 낳지 않는다’가 여성들 삶의 기획 속에 들어와 있다. 구조적으로 보면 여성이 저임금과 비정규직에 편재된 상황 속에서, 여성의 고용 문제는 저출생과 같이 연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반복된다. 문제의 중심에 성평등이 있다는 것을 사회가 인식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전망도 미래도 없다. 구조적 변화를 지도자들이 이끌어내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이 일단 여성가족부 해체를 뒤로 미루고 ‘해체 로드맵을 밟으라’며 여가부 장관을 내정한 건 어떻게 보나. “(민주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한동안은 해체가 가능하지 않을 거다. 부서의 형식은 한동안 해체하지 못하겠지만 문제는 내실이다. 젠더갈등 해결을 포함해 계속 의제를 선점하면서 사회를 설득해가야 하는 과제에 당면해 있는데 그런 식의 내실을 전혀 기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껍데기만 유지하려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가장 답답하고 두렵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여가부 업무가 흔들릴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이를 견제하거나 방지할 방법은 무엇인가. “법으로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노력하겠다. 행정부가 노력하지 않고 의지가 없는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법으로 정해진 일을 안 하는 일은 없도록 막는 게 우리 입법부의 역할이다. 우선 윤석열 정부가 어느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해 신념적 의지가 있는지조차 확인된 바 없기 때문에 당장은 (윤 당선인과 김현숙 장관 후보자가) 내놓을 방안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20년째 여가부 존폐 논의가 반복되는 것에 대한 소회는 어떠한가. “논의 수준이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져 답답하다. 젠더갈등과 징병제 개선이 새로운 논제로 올라왔고, 경제성장률과도 연동되는 여성 고용 문제는 답보 상태다. 여가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어떻게 성평등이란 보편적 가치를 살려낼지에 대한 고민을 절박하게 해야 하는 순간이다. 정말 절박하다. 외국 사례를 봐도 성평등과 평등의 업무 영역이 힘을 받으면서 고독이나 1인 가구 같은 분야를 포함한 각종 사회 이슈에 대안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딱 그걸 해야 하는 시기다. 각각의 근거가 제 위치에 가서 이야기되지 않는 게 문제다. 이 혼란기를 겪으면서 새로운 화두를 이끌어내야 하지 않을까. 젠더갈등이란 표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거의 없다고 본다. 고용과 노동의 이중시장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문제 등이 젠더 갈라치기를 통해 해결될 여지는 전혀 없다. 젠더갈등을 내세운 선거 운동 방식이 갖는 부작용이다.” 사진 / 권호욱 선임기자 -국회 입성 전 학자로서 병영·남성문화를 연구하지 않았나. 현재 일부 20대 남성들의 성평등 반발은 어떤 맥락에서 바라봐야 할까. “징병제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집단적 경험이다. 20대 남성의 희생을 한동안 개선하지 않고 이용해왔다. 징병제를 제대로 변화시켜 나가는 방식보다는 군가산점제를 비롯한 몇몇 제도를 만지작거리며 희생을 이어가는 방식을 사회가 계속 부추겼다. ‘희생에 사회가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데에서 오는 그들의 불공정 인식을 외면하고 눈감아온 게 사실이다. 그 결과 여성과 남성으로 갈라치기 가장 좋은 부분이 되고 말았다. 그 경험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가 중요한 시점이 됐다. 징병제 개선을 위해선 시민적 판단이 필요하다. 이는 시민이 군 인권을 비롯한 정책 결정에 폭넓게 참여하는 걸 의미한다. 입대하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고위급 회의에 참여해보니 아무도 그 현실을 모르더라. 자신의 시간을 희생한 젊은이들을 국가가 섬세하게 잘 보살피고 책임지며 불이익의 양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했다. 징병제를 단순히 안보를 위한 도구로만 봐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시민적 관점이 더 들어가야 한다.” -차별을 차별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구조적 차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온라인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나온다. 차별 문제에 있어서 정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구조적 차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 잡고선 각종 문화 현상과 현실을 양산한다. 우리는 ‘노골적 차별’을 해선 안 된다는 전제도 만들어지지 않은 사회다. 심지어 그런 식의 차별을 정치인이 오히려 부추기는 새로운 지형이 막 열리고 있는 듯하다. 정치인이라면 이번 대선이 남긴 교훈을 적극적으로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교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성별·세대별 혐오와 갈등 부추기기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될 수 없다, 미래 권력의 핵심일 수 없다는 것이다.”
- 표지 이야기
- [우리는 스타트업이다]수익금 10% 성평등에 쓰는 ‘세이브앤코’(2021. 03. 19 14:05)
- 2021. 03. 19 14:05 경제
- 한국에서 성에 관한 물건은 모두 성인용품으로 취급받는다. 콘돔은 법적으로 사용에 나이 제한이 없지만 사실상 성인용품 취급을 받는다. 포털에서는 성인인증을 해야 검색할 수 있다. 어른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성 경험은 성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2018년 ‘청소년 성관계 경험률’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생 중 5.7%가 성관계 경험이 있고, 성관계를 시작한 평균 나이는 만 13.6세로 조사됐다. 터부시하기보다는 안전한 성관계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세이브앤코가 만든 콘돔 제품. 작고 세련된 틴케이스에 담아 여성들이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세이브앤코 제공 성 관련 용품은 누구나 친숙하게, 안전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남성의 관점에서 개발된 성생활품은 바뀔 필요가 있다. 콘돔에 사정 지연 효과를 노리고 국소마취성분인 벤조카인을 넣는 경우가 있지만 여성 입장에선 첨가하지 않는 게 좋다. 가려움증이나 붉은 반점 등 피부 과민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마취 성분으로 성관계 시 생긴 상처를 모르고 방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여성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성생활용품을 만드는 데 관심을 둔 회사가 있다. 창업 3년차를 맞은 세이브앤코이다. 이 회사는 한국사회에서 성을 바라보는 편견을 뒤집는다는 의미에서 영어의 편견을 뜻하는 ‘BIAS’를 거꾸로 쓴 ‘세이브(SAIB)’를 브랜드명으로 정했다. 성에 대한 무지, 미덕 아냐 지난 3월 17일 서울 동작구 소재 여성창업공간 ‘스페이스 살림’에서 만난 박지원 대표(36)는 4년 전만 해도 자신이 성 관련 용품을 만드는 회사를 창업하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전형적인 ‘한국형(K) 딸’로 자랐다고 말했다. “여고·여대를 나와 성에 관한 무지가 여성의 미덕으로 여겨지던 환경에서 자랐다”는 뜻이다. 그랬던 그가 변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공부하고, 이어서 텍사스 오스틴대학 디자인과에서 조교수로 6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스며든 변화였다. “미국에선 성인 여성이 성에 대해 무지한 건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무책임하고 창피할 일이지 전혀 미덕으로 강조되지 않는다. 그때 성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에 처음으로 굉장히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성생활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상의 일부인데도 왜 부끄러워하고 금기시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됐다.” 한번 관심을 갖기 시작하니 성 관련 용품에 대해서도 무지하다는 걸 알았다. 먹는 것도, 화장품도 까다롭게 성분을 따지는 편인데 몸에서 가장 민감한 곳에 사용하는 성생활품은 알기도 어렵고, 선택지도 많지 않았다. 유해한 성분이 첨가된 제품이 유통되기도 했다. “여성 생식기는 점막으로 이뤄져 있어 화학성분이 피부보다 질 내에서 42배 더 흡수가 잘 된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먹었을 때보다 더 유해하다고 하는 전문가도 있다. 먹으면 소화 과정을 통해 유해성분을 걸러낼 수 있지만 질 내부에선 그런 해독작용 없이 바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성에 대해, 성 용품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해도 소비자의 입장에서였지, 사업을 벌이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안식년을 맞아 2017년 한국에 돌아왔다. 한참 K뷰티가 해외에서 각광받으면서 화장품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기던 때였다. 우연히 화장품 브랜드 종사자 모임에 끼게 됐는데 자신만 빼고 모두 남성이었다. 화장품 산업이 보기와 달리 남성 중심적으로 돌아간다는 걸 깨달았다. 성평등 인식 개선과 제품 개발 함께 간다 결정적인 계기는 K뷰티는 이제 레드오션이 됐다면서 일본의 ‘수치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였다. 수치시장은 여성이 그전까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수치스럽게 느끼게 해서 생겨난 시장을 말한다. 생식기나 유두가 나이가 들면 착색이 되는 건 당연한데도 이를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크림 제품을 들 수 있다. 박 대표는 “민감한 부위를 염색하고 미백하는 게 좋을 리가 없다. 여성의 불안한 심리를 조장해 문제가 되지 않는 걸 문제로 인식하게 해 돈을 벌겠다는 발상에 몹시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사실 진짜 필요한 건 여성 건강을 배려한 성생활용품이다. 좋은 성분의 제품을 만들면 만들었지 그런 말도 안 되는 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에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날 모임에 함께했던 친구가 연락했다. 문제의식에 공감하는데 콘셉트와 디자인을 정해주면 자신이 그에 맞춰 브랜드를 만들어보겠다는 제안이었다. 원하는 대로 해줬지만 다시 연락이 왔다. “‘네가 아니면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이었어요. 그때 잘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유통과 제조, 연구 분야에서 좋은 분들을 연결해줘 창업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이 몇년 사이에 훌쩍 성장해 전문 디자이너로 활약하는 걸 보고 자신도 30대가 지나가기 전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도 창업을 부추겼다. 박지원 세이브앤코 대표(앞줄 오른쪽 두번째)를 비롯한 직원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그는 성에 관한 인식 개선과 여성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두 단계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인식 개선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판매까지 이어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이 회사는 수익금의 10%를 성평등을 위한 활동에 쓰고 있다. 웹진 ‘세이브 사이드’를 발간해 알고 싶어도 부끄러워 물어보기 어렵거나 찾기 어려운 여성의 성에 관한 정보를 알려준다. 제품을 청소년 단체나 성교육 단체, 여성단체에 기부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인식 개선에서 가장 큰 장벽은 피상적이고 원론적인 내용만 다루는 성교육이다. 미국에선 피임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콘돔을 올바로 착용하는 실습까지 포함하는데 한국에선 임신 과정을 설명하거나 성관계는 성인이 되기 전에 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도덕 교육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피임에 필수적인 콘돔을 도덕적 잣대로 다루는 것은 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처음엔 법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법적으론 아무 제약이 없었다. 그럼에도 도덕적 잣대로 광고나 검색에서 제약이 많은데 그게 외려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성인인증을 해야 볼 수 있다면 아이들은 당연히 콘돔을 살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교복 입은 아이에게 부모된 마음으로 팔지 않겠다는 편의점주도 있다. 전 그게 안전한 성생활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세이브앤코는 여성을 위해 여성이 만든 제품을 표방한다. 기존 제품이 남성 위주로 제조되는 상황에서 우리만큼은 여성을 위한다고 외쳐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모든 의사결정 단계에서 여성의 건강을 중심에 두고 있다. 불필요한 화학성분과 첨가물을 빼고 포장도 최대한 간결하게 만든다. 콘돔도 천연 라텍스 성분 외에 안전성 검증이 안 된 첨가제는 다 뺐다. 외음부에 사용하는 여성 청결제도 10가지 천연 성분으로만 만들었다. 현재 출시를 준비하는 러브젤 제품에도 여성 질 건강에 좋은 락토바실러스균과 요도 건강에 좋은 안토시아닌을 함유한 크린베리를 혼합한 성분을 사용할 계획이다. 회사 직원 10명은 모두 여성이다. 브랜드의 목표 고객과 임직원의 구성이 정확히 일치한다. 밀레니얼 여성과 그보다 조금 어린 Z세대이다. 박 대표는 “상품을 기획할 때도 우리가 쓰고 싶은 제품인가, 우리가 친구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제품인가를 고민한다. 캠페인과 이벤트를 기획할 때도 우리가 참여하고 싶은가를 기준으로 잡는다”고 말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밀레니얼 핑크 산업디자이너 출신답게 제품의 주요 디자인은 모두 박 대표 손끝에서 나왔다. 디자인 관련 수상 상패는 사무실 책장 하나를 꽉 채우고 있었다.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레드닷·IDEA·IF)에서 수상했고, 국내에서도 2019년 굿디자인(GD) 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박 대표는 “당시 1위를 한 LG롤러블 TV와 2위를 한 퍼시스 가구 다음이었는데 대기업 사이에서 우리같이 작은 스타트업이 큰 상을 받은 게 의미가 있었고, TV와 가구 사이에 콘돔이 딱 들어가 남달리 뿌듯했다. 시상식에 참여한 분들이 신기해하면서도 민망해하는 게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제품은 물론 사무실 공간을 지배하는 밀레니얼 핑크는 화사하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세련미가 돋보였다. 초기의 페미니즘이 핑크빛을 고정된 여성성을 상징하는 색으로 거부했던 것과 달리 세이브앤코는 핑크를 전면에 내세운다. 박 대표는 “과거엔 여성스러움을 거부하고 남성처럼 보여야 남성과 동등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성숙한 단계로 진입해 내가 여성성을 좋아하면 여성성을 유지할 수 있고, 그걸 거부하고 싶으면 거부할 선택지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녀가 모두 좋아할 수 있는, 포괄적인 성을 상징하는 색이 밀레니얼 핑크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이브가 고객과 함께 나이를 들면서 그들의 다양한 필요를 해결해주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표했다. 회사 내부적으론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회사의 성공을 평가하는 다양한 잣대가 있을 수 있지만 전 우리 회사에 취업했다고 할 때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이 ‘정말 좋은 곳에 취업했구나’라고 인정해주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
- 우리는 스타트업이다
- [만화로 본 세상]성평등과 폭력에 대한 부족한 고민(2021. 02. 19 14:40)
- 2021. 02. 19 14:40 문화/과학
- 얼마 전 드라마로도 만들어졌고, 넷플릭스를 통해 애니메이션 시리즈도 제작 중인 <극주부도>의 원작만화를 보았다. <극주부도>는 일본의 조직폭력배들이 야쿠자라는 말 대신 자신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선호하는 ‘극도(極道)’에 가사노동을 도맡아 하는 사람을 뜻하는 ‘주부(主夫)’를 넣어 꾸민 말이다. 우리식으로 옮기자면 ‘조폭주부’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한국어판은 원제를 그대로 옮겼다. 만화「극주부도」의 표지 / 학산문화사 제공 이 만화는 현지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한일 양국에서 만들어진 <럭키>라는 영화도 떠오르고, 조폭이 자취생의 집에 숨어 요리실력을 뽐내는 내용의 일본 드라마 <협반 남자의 밥> 같은 여러 작품이 생각날 만큼 소재가 그리 새롭지 않았지만, 특유의 개그코드와 군더더기 없는 연출로 피식거리다 보면 금세 책장이 넘어가는 종류의 만화다. 하지만 이 만화가 딛고 있는 배경에 대해서는 잠시 고민해볼 지점이 있었다. <극주부도>의 재미가 발생하는 배경에는 몇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 하나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분리된 사회가 안정적인 질서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만화에 묘사되는 폭력의 용도에 대해 관용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전제가 많은 이들에게 익숙하다는 것이 문제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시장에서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설정이지만, 이 두 전제는 현재 우리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그래서 여전히 이런 설정에서 웃어야 하는지 고민해 보았다. 예를 들면 마트의 마감세일에서 제품을 놓치고 주인공이 억울해한다거나, 배우자를 위해 귀여운 도시락을 만들고, 그것을 촬영해 SNS에 올리는 행동을 보며 공감 대신 이질감을 느낄 때 이 개그는 성립된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그런 행동을 하기에 어울리지 않는 ‘남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그렇게 역할을 구분하는 것을 조금씩 지워가는 중이다. 남성이 장 보는 것도 일상이고, 요리하는 것도 청소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극주부도>는 나아가 전통적 성역할 배반의 쾌감을 강화하기 위해 주인공이 전설적인 조폭 ‘불사신 타츠’였다는 설정을 덧붙인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 문제를 만난다. 그것은 서사장르에서 ‘폭력’이 얹어지는 방식이다. 물론 우리 대부분은 작품 안의 세계와 실제의 삶을 충분히 구분할 능력이 있고, 폭력의 서사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며 대신 현실의 충동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도 있다. 아마도 그것이 폭력서사의 순기능일 것이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만화와 영화 작품이 조직폭력과 학교폭력을 미화하고 있다는 혐의를 부인하기는 힘들다. 폭력의 가해자도 알고 보면 따뜻한 사람이고 쉽게 용서되는 서사가 오랫동안 시장을 지배했다. <극주부도> 역시 주인공 타츠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 폭력성으로 많은 에피소드의 갈등을 해결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많은 정치인의 성폭력과 스포츠 스타의 학교폭력 과거가 공개되며 큰 비난을 받고 있다. 그리고 처벌의 수위도 상당히 높아졌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성평등과 폭력에 대한 대중의 생각이 바뀐다고 느꼈다. 하지만 어떤 문화 콘텐츠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만화 <극주부도>는 현재진행형의 작품이라 계속 지켜보아야겠지만, 좋은 풍자로 마무리되길 희망한다.
- 만화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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