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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4,695 건 검색)

갈등 딛고 국립 목포대·순천대 ‘통합 합의’…전남, 의대설립도 청신호
갈등 딛고 국립 목포대·순천대 ‘통합 합의’…전남, 의대설립도 청신호
2024. 11. 17 10:41사회
... 내용의 ‘대학 통합 합의서’에 서명했다. 순천대 제공. 전남지역 4년제 국립대학인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가 대학 통합에 전격 합의했다. 신설이 추진되고 있는 국립의과대학도 통합대학에 설립하기로...
대학통합국립합의전남
학생 개인정보 유출 순천향대·경성대 과징금 2억3580만원
학생 개인정보 유출 순천향대·경성대 과징금 2억3580만원
2024. 11. 14 12:00IT
... 경성대에 총 2억358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위반한 순천향대에 과징금 1억9300만원·과태료 660만원, 경성대에 과징금 4280만원을 부과하기로 전체회의에서...
1등 없는 ‘느려도 괜찮아 마라톤’…순천시 ‘이색 대회’ 개최
1등 없는 ‘느려도 괜찮아 마라톤’…순천시 ‘이색 대회’ 개최
2024. 10. 28 14:35사회
... ‘남파랑길’ 구간이다. 순천시는 28일 “‘느려도 괜찮아 마라톤대회’를 오는 11월16일 남파랑길 순천시 구간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남파랑길은 한반도를 한 바퀴 도는 ‘코리아 둘레길’의 남해안...
마라톤순천개최이색
남해안 ‘드넓은 갈대밭’에 가을이 왔다…강진만·순천만 ‘황금빛 축제’
남해안 ‘드넓은 갈대밭’에 가을이 왔다…강진만·순천만 ‘황금빛 축제’
2024. 10. 23 15:45사회
.... 순천순천만습지에서도 26일부터 이틀간 ‘순천만 갈대축제’가 열린다. ‘새 보고, 갈대 보고, 순천 보고’를 주제로 열리는 갈대축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순천만에는 132㏊에...
갈대밭강진순천남해안

스포츠경향(총 218 건 검색)

[부고] 이미종(순천향대서울병원 홍보 팀장)씨 모친상
2024. 12. 19 09:35 생활
▲빈소 순천향대서울병원 장례식장 4층 9호실 ▲발인 2024년 12월 21일(토) 오전 5:30 ▲장지 원주 추모공원
부고
순천향대 부천병원, ‘제2차 우울증 외래 적정성 평가’ 1등급 획득
순천향대 부천병원, ‘제2차 우울증 외래 적정성 평가’ 1등급 획득
2024. 11. 24 09:42 생활
순천향대 부천병원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제2차 우울증 외래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 국내 우울증 평생 유병률은 7.7%이며, 우울증 환자의 70~90%가 치료에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우울증 환자의 의료 접근성 향상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우울증 외래 진료 적정성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평가는 2023년 1월에서 6월까지 만 18세 이상 우울증 외래 신규환자를 진료한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평가 지표는 ▲첫 방문 후 3주 이내 재방문율, ▲첫 방문 후 8주 이내 3회 이상 방문율, ▲우울증상 초기평가 시행률, ▲우울증상 재평가 시행률 등 4가지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동일 종별 평균인 72.6점을 상회하는 종합점수 86점을 받아 ‘우울증 치료 잘하는 병원’임을 입증했다. 문종호 순천향대 부천병원장은 “우울증은 초기에 적절한 진단과 급성기 치료 후 꾸준한 유지 치료가 중요하다. 이번 평가 결과는 우리 병원의 우수한 진료 시스템과 환자에게 최적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의료진의 노력이 인정받은 성과다. 앞으로도 우울증 환자들의 빠른 회복을 위해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무계획’ 전현무-곽튜브, 이번엔 순천 그리고 꼬막이다
‘전현무계획’ 전현무-곽튜브, 이번엔 순천 그리고 꼬막이다
2024. 11. 13 08:36 연예
MBN-채널S 공동제작 예능 ‘전현무계획’ 15일 방송 한 장면. 사진 MBN-채널S ‘전현무계획’의 전현무와 곽튜브가 이번에는 전라남도 순천을 찾는다. 오는 15일 오후 방송되는 MBN-채널S 공동 제작 ‘전현무계획 2’에서는 전라남도 순천을 찾은 전현무와 곽튜브(곽준빈)가 ‘바다 밥상 특집’으로 꼬막 한 상을 먹는 과정이 소개된다. 이날 순천만에 도착한 두 사람은 자연경관에 매료된다. “심각하게 아릅답다” “프랑스 북부도시 같다” “극락에 온 듯하다”라며 감탄을 터뜨린다. MBN-채널S 공동제작 예능 ‘전현무계획’ 15일 방송 한 장면. 사진 MBN-채널S 전현무는 “앞서 우리가 지리산 ‘산지 밥상’을 먹었는데, 오늘은 순천 ‘바다 밥상’이다”라고 선포한 후 꼬막부터 먹어보자며 현지인이 택한 ‘꼬막 맛집’의 정보를 캐낸다. 가수의 이름이 적힌 간판을 본 전현무는 섭외 후 가수에 대해 묻는다. 사장님은 “우리 아들이다”라고 답하고, 이에 전현무는 “나 둘째 아들 삼아줘~”라고 애교 섞인 질투를 한다. 두 사람은 사장님이 꼬막으로 상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꼬막 맛집임을 다시 한번 확신한다. 잠시 후 생고막을 비롯해 꼬막초무침, 꼬막전 등이 차려진 ‘꼬막 정식’ 한 상이 나오자, 곽튜브는 “이거 완전 꼬막카세”라며 놀라워한다. 전현무는 생꼬막부터 맛보고, 꼬막초무침을 먹은 곽튜브는 “MZ들도 좋아할 맛”이라고 말한다. MBN-채널S 공동제작 예능 ‘전현무계획’ 15일 방송 한 장면. 사진 MBN-채널S 순천 ‘꼬막 맛집’에 이어 게스트 권은비와 ‘순천 아랫장’ 투어에도 나서는 전현무와 곽튜브의 모습은 오는 15일 오후 9시40분 방송되는 MBN-채널S의 ‘전현무계획’ 6회에서 볼 수 있다.
엔젤노이즈, 순천 썸머 가든클럽 페스타 첫 공연···신곡 ‘TOY TOY’ 공개
엔젤노이즈, 순천 썸머 가든클럽 페스타 첫 공연···신곡 ‘TOY TOY’ 공개
2024. 08. 16 17:21 연예
베이비레몬 오는 31일 토요일 저녁 6시 30분, 신예 여성 듀오 엔젤노이즈가 순천만 국가정원에서 열리는 ‘2024 썸머 가든클럽 페스타’에서 첫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공연은 순천 대표적인 여름 축제 중 하나로, 엔젤노이즈가 준비한 독창적인 음악과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순천 썸머 가든클럽 페스타는 순천의 자연과 문화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여름철 대표 축제로, 특히 엔젤노이즈의 무대가 이번 페스타에서 주목받고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질 이들의 무대는 이번 행사에서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엔젤노이즈는 K-POP과 애니메이션 서브컬처를 결합한 독특한 음악 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 듀오다. 보컬 해나와 키보드 연주자 케피로 구성된 이들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실제 아티스트의 매력을 동시에 활용해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하고 있다. 베이비레몬 공연에서 9월 발매 예정인 첫 곡 ‘TOY TOY’를 깜짝 공개할 예정으로, 이들의 신곡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엔젤노이즈 독창적인 음악과 퍼포먼스를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이번 공연은, 팬들과 대중들에게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간경향(총 8 건 검색)

[렌즈로 본 세상]순천만습지 ‘S자형’ 물길(2021. 02. 05 14:53)
2021. 02. 05 14:53 사회
세계 습지의 날(2월 2일)을 앞둔 지난 1월 31일 전남 순천순천만을 찾았다. 갈대와 갯벌 등 습지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용산전망대에는 탐방객들이 꽤 오갔다. 저물녘 간조가 되자 유명한 ‘S자형’ 물길이 드러났다. “참 좋다”를 연발한 탐방객들은 이내 사진작가가 되어 일제히 휴대폰을 들고 풍광을 담았다. 해가 넘어가고 사위에 어둠이 내리자, 인근 농경지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흑두루미 무리 등 철새들이 잠을 청하기 위해 갯벌과 갈대 군락으로 돌아왔다. 그대로의 자연을 지켜보는 내내 경외감이 일었다. 2006년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순천만을 비롯해 서남해안 갯벌은 세계 5대 연안 습지다. 순천만에는 멸종위기, 희귀 철새 등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이기도 하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탄소 먹는 하마’ 습지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렌즈로 본 세상
[총선 격전지-전남 순천시]‘호남 유일’ 새누리 의원 지켜낼까(2016. 03. 22 13:38)
2016. 03. 22 13:38 정치
ㆍ현역 이정현, 선거구 재조정으로 타격… 더민주 노관규 전 시장 강력한 상대 “이정현이 그래도 여기저기 돌면서 일은 잘했지.” (최시현씨·52·자영업) “여당이라고 잘하나 싶어 뽑아줘봐도 별로 달라진 거 모르겠다던데.”(장모씨·48·택시기사) 이정현 의원은 호남에서 유일한 새누리당 의원이다. 18대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첫발을 들인 뒤 2014년 재·보선에서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됐다. 20대 총선에서 3선에 도전하지만 갈 길이 만만치 않다. 가장 강력한 상대는 더불어민주당의 노관규 전 순천시장이다. 선거구 재조정으로 확실한 지지를 보내주던 고향 곡성군이 다른 선거구에 편입된 것은 이 의원에게 큰 타격이다. 반면 노 전 시장은 분열된 야권의 판도가 걱정이다. 결정적인 약점을 한 가지씩 가진 두 후보가 맞붙으면서 순천에서 다시 한 번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 순천시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아랫장. 이정현, 순천만 국가공원 등 성과 홍보 이 의원의 강점은 현역 의원이라는 점이다. 의견은 분분하지만 당을 떠나서 지역문제에 열의를 가지고 일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게다가 ‘친박’의 위치를 줄곧 지켜왔기에 예산 확보 등 중앙정부에 입김이 닿는 영역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순천만정원을 국가 공원으로 만들고 한 거나 예산 끌어와서 돈 좀 돌게 한 건 좋다고 하는 사람 꽤 있더라고요.” 아랫장(남부시장) 주변에서 만난 주부 지민복씨(50)는 야당 대신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되면서 굵직굵직한 일들은 빠르게 처리되는 것 같다며 후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변화를 실감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순천이 인구는 많아도 여수·광양처럼 그 안에서 일할 거리가 많지 않응께 고거를 좀 해결해 줘야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지, 잠깐 돈 좀 끌어온다고 되갔간?” 순천의 신도심 격인 연향동에서 만난 자영업자 강일선씨(42)는 순천의 지역적 한계를 생각하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김문덕씨(42)도 거들었다. “전남이 전국에서 거의 꼴찌하는 도인데, 거기서도 순천 같은 전남 동부 쪽은 그동안 발전을 거의 못 시켜온 게라. 이정현이 와도 의대 끌고 온다던 얘기는 못 지키지 않소.” 전남이 의과대학과 부속병원이 없는 유일한 도라는 점은 이 의원을 비롯해 거의 모든 예비후보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이다. 이 의원이 당선된 2014년 재·보선에서 의대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현재까지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노 전 시장을 비롯한 야권 예비후보들은 이 점을 거론하며 이 의원을 비판하고 있다. 야권 지지층이 두터운 곳에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선전하고 있지만 고향 곡성군이 선거구에서 떨어져 나간 것은 치명적이다. 선거구 획정 이전까지는 여론조사에서 야권 예비후보들을 앞서가던 이 의원이 순천시만으로 선거구가 좁혀진 뒤로는 역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점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의원에게 맞서는 노 전 시장은 인지도나 조직 측면에서 이 의원에게 뒤처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 순천시장에 당선된 뒤 5회 지방선거에서도 당선돼 시장을 연임한 바 있다. 이후 19대 총선에 나섰지만 당시 통합진보당의 김선동 의원에게 밀려 낙선했다. 8년간 시장으로 활동했던 덕에 순천에서의 인지도는 더민주 당내 경선에서 맞붙은 김광진 의원보다도 앞서 있었다. 노 전 시장이 당내 경선에서는 김광진 의원을 제쳤지만, 역시 경선을 거쳐 공천 대상을 확정하는 국민의당에서 어떤 후보가 확정될지도 고민거리다. 국민의당에는 구희승 전 광주지법 판사, 손훈모 국민의당 정치혁신특별위 상임위원, 정표수 예비역 공군 소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경선을 앞두고 있다. 그밖에도 민주당에서 최용준 전 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이, 민중연합당에서 정오균 전 김선동 의원 수석보좌관이, 무소속의 박상욱 전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노관규, 야권 지지층 표 분산될까 우려 국민의당에서 가장 유력한 구 전 판사가 본선에 오를 경우 야권 지지층의 표가 분산되면서 이 의원과의 승부는 한층 더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다만 순천에서는 노관규 전 시장과 김광진 의원이 더민주 경선을 거치면서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킴에 따라 상대적으로 국민의당 지지세가 주춤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유권자들에게서는 더민주 쏠림 현상이 더욱 극명했다. 순천대 앞에서 만난 대학생 이영훈씨(23)는 “더민주도 공천과정에서 영 미덥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국민의당은 그보다 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서 지지할 생각이 없다”며 “그렇다고 새누리당 의원을 찍어줄 생각은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해룡면 신대리에서 만난 주부 이진영씨(29)도 “필리버스터에서 처음에 나선 모습을 보고 김광진 의원을 지지했지만 김 의원이 아니라도 노 전 시장이 새누리당에 이겨줬으면 하고 바란다”면서 “야권의 단일화가 잘 안 될 것 같이 흘러가고는 있지만 순천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가능한 곳에서는 최대한 단일화를 해서 대통령의 독주를 막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과 노 전 시장은 각각 의원과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이룬 실적을 제시하는 한편, 차별화된 공약을 내세우면서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의원은 “순천만정원 243억원, 산업단지 6282억원 등 최근 1년 8개월 동안 약 2조원의 예산을 확보했다”면서 “이 정도면 예산폭탄을 갖다 안겨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의대 유치 공약을 포기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더민주와 국민의당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전남에 의대와 부속병원을 유치하는 데 국회 차원에서 꼭 협조할 것을 간청드린다”고 쓴 부분을 거론하며 반박했다. 노 전 시장은 유명 사찰인 송광사와 선암사가 순천시 관내에 있다는 점을 들어 불교문화시설을 건립하는 등 관광·문화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노 전 시장은 “순천시장 때 기획하고 추진한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순천의 경제적 가치를 높였고 후방산업의 기틀을 만들었다”며 “의대 유치 문제는 순천대 의대를 신대지구에 세우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점규의 노동여지도]광양 순천의 을 닮은 사람들(2014. 10. 27 18:32)
2014. 10. 27 18:32 사회
10년 전인 2003년 매출액 14조인 포스코가 지난해 매출액 62조로 5배가 늘었다. 매출을 늘려준 것은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포스코의 지시에 따라 철강을 생산하는 1만5천명이 넘는 사내하청 노동자다. 소설 의 고을 남도의 가을바람이 차갑다. 순천 시내를 빠져나와 광양으로 향한다. 소설의 무대 벌교, 고흥, 송광사, 조계산이 지척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고즈넉한 들녘이 차창 밖으로 펼쳐진다. 광양읍에 있는 포스코 사내하청 노조사무실. 자동차 사내하청은 모두 불법파견이라는 최근 법원 판결을 문답으로 만든 노조 소식지를 놓고 노조 간부들이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나눈다. 밤샘근무를 마친 피곤한 몸이지만 밝은 표정들이다. 양동운 노조지회장(53)이 사무실로 들어온다. 포스코에서 아침 선전전을 마치고 조합원들을 순천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이다. 1987년 광양제철소 사내하청업체인 삼화산업에 들어와 포스코 하청노동자 인생이 낼 모레면 30년이다. 1989년 3월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역에서 처음으로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1998년 해고돼 1년 만에 복직하고 2001년 해고돼 2년 만에 돌아왔다. 호기롭게 노조위원장을 하겠다고 나선 서른 청춘의 패기는 세 딸아이를 다 키우고 정년이 가까운 나이에도 시들지 않았다. 소설가 조정래 선생이 7권 ‘길을 바꾼 불기둥’에서 국가의 영웅으로 그린 박태준의 포스코에 맞서 28년째 싸우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 박점규 28년 동안 포스코와 싸우는 노동자 회의 탁자에 ‘작업공정도 및 작업투입 인원현황’ 그림이 있다. 노조 이동근 법규부장이 손으로 만들었다. 양동운 지회장은 천정기중기 자격증을 가진 크레인 기사다. 2열연공장 42, 43호기 11m 크레인에 오른다. 진행반과 라인운전실에서 근무하는 포스코 정규직의 지시에 따라 일한다. 컨베이어를 타고 이동 중인 코일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야드와 다음 공정에 보급한다. 고로에 철광석을 넣어 쇳물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완성품이 나올 때까지 컨베이어와 크레인이 연결된 자동흐름방식의 공정이다. 현대자동차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지난해 1월 순천법원은 16명의 조합원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정규직 소송에서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래서 9월 18일 현대차의 모든 공정이 불법파견이라는 판결 소식을 듣고 노조 카톡방이 난리가 났다. 조만간 광주고등법원에서 2심 판결이 내려진다. 조합원들은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하청업체가 독자적으로 작업을 계획해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포스코의 생산계획에 따라 작업합니다. 도급계약서도 직종별로 인력을 공급하고 노무비를 받는 계약을 체결했어요. 우리가 불법파견이 아니면 대한민국에 불법파견은 없습니다.” 광양시청에서 포스코로 향한 2차선 도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삼화산업 해고자 50명이 아침부터 점심까지 매일 걷던 길이다. 거북이보다 느린 걸음으로 포스코 입구 금호대교를 지나던 기억이 떠올랐다. 평생 걸을 길을 2년 동안 걸었던 사람들, 발이 짓무르도록 걷고 또 걸으며 포스코에 맞섰던 시간들이다. 순천 조례동 세월호 촛불문화제. | 박점규 현대제철 순천공장이 있는 맞은편 율촌공단보다 더 넓은 광양제철소를 한 바퀴 돈다. 고깃배가 들어오는 바다 너머로 철강석과 석탄을 쌓아놓은 야적장이 보인다. 코크스를 만드는 공정을 지난다. 5개의 고로를 갖춘 광양제철소는 연간 조강 생산량이 단일 제철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5년 연속 철강사 경쟁력 세계 1위, 철강 매출액 세계 2위인 포스코는 삼성전자, 현대차와 더불어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다. 10년 전인 2003년 매출액 14조던 회사가 지난해 매출액 62조로 5배가 늘었다. 평균 연봉도 4300만원에서 7900만원으로 뛰었다. 그런데 직원은 1만9373명에서 1만7932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매출을 5배로 늘려준 것은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포스코의 지시에 따라 철강을 생산하는 1만5000명이 넘는 사내하청 노동자다. 박태준이 없었다면 포철도 없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포스코가 자기 직원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내하청 노동자가 없다면 단 한 개의 코일도 생산해내지 못한다. 9년 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점거했던 현대하이스코 크레인. | 박점규 ‘트루먼 쇼’처럼 감시하는 스마트폰 어플 포스코는 올해 초 국가보안시설이라며 스마트폰 통제 프로그램 어플인 ‘포스코 소프트맨’을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휴대폰에 깔게 했다. 노조 간부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깔았다. 보안시설 촬영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는데 문자나 카톡 내용도 다 들여다볼 수 있고 위치도 추적된다. 최근 검찰의 카카오톡 대화내용 사이버사찰이 개인 사생활을 몰래 들여다본 것이라면, ‘포스코 소프트맨’은 영화 ‘트루먼 쇼’처럼 노동자들을 발가벗겨놓고 카메라로 지켜보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 5년 이상 지났는데 갑자기 보안을 이유로 감시프로그램을 강요하는 이유는 뭘까? 양동운 지회장은 법원에 포스코의 불법파견을 입증하는 동영상 자료를 대거 제출했는데 이를 막겠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그는 지금 세 번째 해고를 각오하고 있다. 하청업체를 청산하겠다는 협박과 연봉을 1000만원 올려주겠다는 회유를 견뎌내며 양동운 지회장과 남은 50명 조합원들이 거대재벌 포스코에 맞서 싸우고 있다. 태백산맥의 주인공들처럼. 현대하이스코에서 현대제철로 바뀐 순천공장. 시커먼 코일이 크레인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포스코, 일본에서 만들어진 코일이 컨베이어를 타고 오면 크레인이 들어 올려 냉연강판을 만든다. 아연 금속, 전기 도금, 페인트 도금을 거쳐 자동차와 전자제품, 건축자재로 납품한다. 박정훈 전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지회장이 B동 공장을 한 바퀴 돌아본다. 그는 9년 전 오늘을 잊지 못한다. 일주일에 70시간을 일하면서 기본급 75만원을 받던 시절, 견디다 못한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조합원이 많은 순서대로 업체를 폐업해 120명이 길거리로 쫓겨났다. 그는 학창 시절 친구에게 어머니를 부탁하고 공장으로 숨어들어왔다. 10월 24일 새벽 1시, 61명의 해고노동자들이 공장 크레인 위로 올라갔다. 40톤짜리 크레인 5개를 세우자 공장이 완전히 멈췄다. 다음날 전국에서 달려온 5000여명이 전경버스 3대를 불태우고 공장 진입을 시도하며 격렬히 싸웠다. 그러나 현대하이스코는 물과 음식물 반입을 막고 정규직 노동자들을 구사대로 세워 강제진압에 나섰다. 경찰 특공대가 투입돼 지붕을 뜯어냈다. 태백산맥의 주인공들처럼 초코파이와 생쌀을 먹으며 버텼다. 경찰이 소방호스로 뿌린 물을 받아 마셨다. 서로 부둥켜 안고 추위를 견뎌냈다. 11월 3일 새벽 노사는 해고자 우선 취업, 노조활동 보장 등에 합의했다. 크레인을 점거했던 11명이 구속됐고, 박정훈 전 지회장은 꼬박 1년 6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11일간의 전쟁은 철강회사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세상에 알렸다. 9년이 흐른 지금, 비인간적인 대우는 사라지고 월급봉투는 두툼해졌다. 그러나 정규직은 2002년부터 4조3교대를 하고 있는데 하청노동자는 지금도 3조3교대로 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다. 여전히 하청노동자들은 2등 국민, 2등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현대제철 정규직, 비정규직노조 모두 교섭을 하는 날이다. 정규직노조는 의견일치를 봤지만 하청노조는 안조차 내지 않는다. 바지사장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롤을 정비하고 이송하는 공정의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2시간 기습파업을 했다. 박정훈 전 지회장은 전국의 하청노동자가 동시에 기습적으로 일손을 놓는 ‘전국 게릴라 파업’을 해보는 게 꿈이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비정규직 조합원 163명도 정규직 지위확인 소송을 하고 있는데 현대차 판결 이후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 “투쟁을 통해서 정규직이 되는 게 아니라 소송으로 한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조합원만 우선 정규직화에 갇히지 말고 제조업 사내하청은 모두 불법파견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더디더라도 함께 싸워야죠.” 롤샵 공정에서 일하는 김종안 조합원의 말이다. 하청노동자 ‘전국 게릴라 파업’ 소망 현대제철을 나와 율촌공단을 둘러본다. 세아제강, SPP, 한솔, PSR제강 공장이 보인다. “몇 년 사이에 공단이 엄청나게 커부렀어요. 사내하청이 무지하게 늘었고, 이주노동자도 많다는데, 실태조사라도 해봐야겠당께요.” 광양과 순천의 철강단지에서 민주노총에 속한 사업장은 포스코, 현대제철, 비앤비성원, 미주제강이 전부다. 한국노총이라도 노조가 있으면 다행이다. 새로 만들어진 노조 없는 공장은 10년 전 현대하이스코 하청노동자들의 처지 그대로다. 박정훈 전 지회장이 비염 치료를 위해 민들레하나한의원을 찾는다. 들풀한의원과 함께 사회운동가의 주치의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벗이다. 이정우 원장은 지난 주말 남원 귀정사에 있는 사회연대쉼터 ‘인드라망’에 다녀왔다. 전주에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외롭게 남아 있는 진도에 갔다. 다음주에도 팽목항을 찾아 하룻밤 자고 올 계획이다. “삶은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지역에 와 있어요. 노동자, 농민이 무슨 일 당하면 지역에서부터 연대해야 하잖아요.” 그의 얼굴이 가슴에 달려 있는 노란 리본처럼 빛난다. 6시30분 순천시내 번화가인 조례동 국민은행 앞. 수업을 마친 교사와 학생, 하루 일을 마친 노동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촛불을 든다. 초등학생 딸아이와 함께 온 부부, 두 살 아이를 안고 온 젊은 노동자 부부의 얼굴이 해맑다. ‘세월호 특별법 오해와 진실’을 알리는 긴 현수막 옆에 노란 리본이 빼곡히 달려 있다. 같은 시간에 열리는 영화 ‘카트’ 시사회에도, 지역화폐를 소개하는 강연회에도 지역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다. 저녁을 겸한 술자리. “오늘 학교에서 리본을 만들었는디, 우리 얘가 칼로 손을 썰어 부렀어. 피를 봐부렀제.” 전교조 박은혜 조합원의 사투리가 정겹다. 2011년 6월 11일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으로 향했던 희망버스를 가장 먼저 올라탄 연대의 도시 순천. 현대차 비정규직, 쌍용차, 유성기업, 밀양, 그리고 세월호. 순천은 연대와 희망의 바이러스를 전국으로 실어날랐다. 6개월 동안 이어진 촛불집회, 50이 넘은 신선식 전교조 순천중등지회장의 열정이 대학생보다 뜨겁다. 포스코 사내하청 양동운 지회장이 금속노동자들이 세월호 진실규명 싸움에 앞장서지 못했다며 미안해한다. 아름다운 연대의 이야기들이 꽃을 피운다. 들풀한의원 윤성현 원장이 말없이 지켜본다. 태백산맥을 닮은 사람들의 미소가 향기로운 밤이다.
박점규의 노동여지도
[길에서 만난 사람]꽃 피는 남녘, 매화향 그윽한 순천으로(2014. 03. 31 18:18)
2014. 03. 31 18:18 문화/과학
한반도 남쪽부터 북상을 시작하는 꽃들은 3월 중순을 전후하여 꽃잔치를 시작한다. 순천 월등면 개월리를 찾으니 온 마을에 매화꽃향이 그윽하다. 스멀스멀 봄의 기운이 대지와 들판으로 차오른다. 한반도 남쪽 꽃들은 마치 이어달리기를 하듯이 릴레이로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동백,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 벚꽃, 개나리, 진달래까지 봄꽃들이 색색의 무리로 피어 남쪽에서 북상을 시작한다. 그 꽃무리가 동서로 색띠를 이루고 다시 물결처럼 파동 치는 향기로 상춘객들을 불러 모은다. 남녘땅 순천. 봄 꽃피는 옛 고향마을만 같은 순천의 동리마다 꽃들이 한창이다. 단비 내리는 봄날, 순천행 우중기행 시골 장바닥 늙은 어미의 빈 소쿠리에 씀바귀며 냉이 향이 가득 담기면 비로소 봄이다. 여수 동백섬이 홍백으로 물들고, 섬진강 매화가 팝콘처럼 톡톡 터지면 꽃들의 경주가 시작된다. 한반도 남쪽부터 북상을 시작하는 꽃들은 3월 중순을 전후하여 4월과 5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아이들 봄철 운동회만 같은 꽃잔치를 펼친다. 봄꽃들은 물결처럼 피고 꽃향기는 바람이 되어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초가와 기와집 담장도 넘어 구중궁궐까지 큰 파동으로 피고 지며 인간사에 아름다운 향으로 퍼져나간다. 봅이 오는 남녘땅, 순천의 마을 풍경. 꽃을 쫓아 남도 아랫녘 순천으로 남향한다. 중부 충청의 경계쯤을 벗어나 전라도로 접어들자 가랑가랑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순천 들머리로 들 때까지 그칠 기색은 전혀 없고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기 시작한다. 봄비는 예부터 다디달아 ‘단비’라고도 하고 ‘꽃비’라고도 했다. 농사일을 천하 제일의 근본(農者天下之大本也)으로 삼을 때부터 한해 농사의 채비로 때맞춰 내리는 봄비는 말 그대로 단비다. 그래 평생 농사짓고 사는 흙투성이 농부 어르신들은 여전히 봄비를 내린다고 하지 않고 ‘봄비가 오신다, 비님 오시네’하며 손님맞이하는 마음채비로 봄비를 소원했다. 그만큼 봄에 내리는 한 자락 빗줄기는 꾸부정한 농부의 삶에 소중한 단맛을 더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꽃을 샘하는 바람이 돌아나가면 촉촉히 대지를 적시어 꽃숨을 틔우는 것이니, 이 봄비를 꽃비라 아니할 방도도 없었다. 봄꽃을 기다려 반가워하는 이유가 모든 햇것이 그러하듯 겨울을 버티고 다시 솟구치고 태동하는 생명의 경외 때문일 것이다. 봄의 향기 그윽한 순천 향매실 마을 매화꽃이 군락을 이루어 핀다는 순천 월등면 개월리를 찾아 나선다. 마을로 접어드니 온 마을에 매화꽃 향이 그윽하다. 이 마을은 향매실마을이라고 따로 불릴 만큼 향이 좋은 매실의 생산지로 유명하다. 순천에 매실이 재배된 기록은 조선조 와 의 기록으로 살필 수 있는데, 순천지역의 토산물로 조선 초부터 매실이 재배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순천은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구례군과 경계를 이루어 비옥한 평야를 지니고 있다. 또 내륙산간의 온난한 기후 덕택으로 매실 재배의 최적지로 손꼽히는 고장 중 한 곳이다. 때문에 마을 어른들은 광양 청매실과 견주어 순천 향매실은 향이 깊고 맛도 으뜸이라고 자찬한다. “순천에 매화나무가 본격적으로 심어진 때는 일제 때 일본 사람들이 많이 심으면서부터입니다. 그 이후 1960년대 중반에 와서 마을에 매화 재배지가 형성되고, 90년대에 이르러 일본 개량종 위주로 재배되었어요. 그래서 재배되는 매실은 대부분 그때 심어진 일본에서 개량된 품종이었는데, 한 10년 전쯤에 우리 토종 매화나무가 개발되었지요.” 우리나라 고유의 순천산 토종 품종인 ‘천매’(순천농업기술센터)가 개발된 때가 2000년의 일이다. 또 이를 이어 2008년 ‘순천 선암사’의 이름을 딴 ‘선암매’ 역시 새로운 토종 품종으로 이름을 얻게 된다. 현재 순천의 매실 재배농가는 황전면과 월등면 등을 중심으로 약 2000호를 이루고 그 중 천매를 심는 농가는 열 집 중 세 집이다. 꽃이 피고 지는 봄의 순간 호들갑스럽게 맞이하는 것이 봄의 꽃이다. 봄꽃이 피기 시작하면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콧노래를 부르는 아이, 다홍빛 춘정에 물든 발그레한 처녀의 사붓한 걸음, 헛바지 펄럭이며 벚꽃 아래를 재게 걷는 할아버지, 이 모두가 봄을 맞이하는 설렘의 풍경이다. 향매실을 돌아나와 지난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열었던 순천만 인근을 기웃하고, 순천의 고향마을 순천낙안읍성까지로 길을 잡는다. 순천낙안읍성은 옛 풍경이 원형적으로 남아있다. 고향마을 순천낙안읍성의 봄 올해에도 순천시는 순천만자연생태공원과 순천만정원을 하나로 묶어 ‘순천만정원’이란 이름으로 봄잔치를 준비해 4월 20일 개장을 앞두고 있다. 작년에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었던 모노레일 순천만 PRT를 타고 순천만 습지를 둘러본다. 6인승 무인궤도차에 함께 오른 승객들 중에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온 지 7년이 되었다는 장문희씨(28·인천시 부평동 장재로)의 모습이 생기발랄하다. “한국에 온 지 7년째입니다. 현재 대학 졸업반인데, 관광경영이 전공이어서 한국 여행을 자주 다니며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견문을 넓히고 있어요. 작년에는 한국 여행을 참 많이 했어요. 여행을 통해서 얻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인연도 맺고 길에서 배우는 것들은 마음에 오래도록 남습니다. 순천은 두 번째 여행인데, 이번 여행은 또 새롭습니다. 선암사와 순천낙안읍성까지 돌아볼 생각인데, 비가 오고 있어서 더욱 운치가 있을 것 같아요.” 한국에서의 사회 진출을 앞둔 올해의 첫 번째 여행이라는 문희씨는 이번 여행을 통해 자신의 꿈을 정리해 보고, 한국 사회에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마음다짐으로 짐을 꾸렸다고 말한다. 봄꽃처럼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기록으로 추억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꽃 피는 봄의 시절처럼 젊은 청춘의 시절처럼만을 기억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어릴 적 고향집만 같은 순천낙안읍성으로 길을 잡는다. 낙안읍성(樂安邑城)은 경주 양동마을,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고택과 초가집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전통민속마을로 아직도 가가호호 사람들이 그대로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특히 마을은 둘레 1384m의 조선시대 성곽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데, 그 온전한 외형과 견고함에 감탄하게 되는 곳이다. 읍성은 성벽과 동·서·남 문지 옹성 등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성 안에는 동헌과 객사, 대성전이 원형으로 보존되어 있다. 우중(雨中)의 동행인이 된 문희씨의 발걸음이 초가의 담장에 화들짝 피어난 매화꽃에 주춤주춤 머무른다. 매화향 가득 피어나는 순천향매실 마을 “비가 오니 더 운치가 있고 몽환적이고, 초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더욱 정감이 갑니다. 시간이 정지해버린 듯 마치 정말 조선시대에 온 듯한 착각이 들어요. 특히 인위적인 모습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소박해서 마치 옛 마을, 옛 한국의 풍경에 들어선 느낌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꼭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다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문희씨에게 조선족 동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부모와 그 이전 세대의 본래적 마음앓이가 가슴에 닿아지는 순간이다. 앞으로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 관광에 일조하고, 한국의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큰 꿈을 키우는 장문희씨. 그에게 낙안읍성은 마치 타국살이에서 느꼈을 한국인으로서의 본질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의미 있는 여행길이었을 것이다. 성벽 위를 걸어가며 주춤주춤 발걸음을 멈추는 그에게 오늘의 여행이 삶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기를 기대한다.
길에서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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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국가정원, 미디어아트 더한다
순천만국가정원, 미디어아트 더한다
2023. 04. 30 17:35 문화/생활
순천만국제습지센터 내 미디어아트체험관에 미디어아트가 설치됐다. 순천만국가정원에 상호 반응형 콘텐츠인 미디어아트가 설치된다. (재)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2022년 체험형 관광 융복합 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개발한 실감형 체험콘텐츠를 순천만국제습지센터 내에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고 27일 밝혔다. ‘생명의 땅, 순천만에 살다. 놀다’라는 주제로 총 5개 테마로 구성된 콘텐츠는, 순천만과 순천만국가정원의 대표적인 상징물과 자연물을 활용한 디지털 정원, 디지털 순천만, 움직이는 순천만 사진갤러리, 디지털 수중정원, 디지털 자연현상이다. 해당 콘텐츠는 관람객과의 상호 반응형 콘텐츠로 이루어졌으며 현재 순천만국제습지센터 내 미디어아트체험관에 설치되어 있다. 또한 홍보관에는 순천만과 순천만국가정원의 실사 홍보영상과 애니메이션 홍보영상을 함께 전시하고 있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국가정원을 홍보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인용 원장은 “순천만국가정원을 찾는 관광객들이 실감 체험 콘텐츠를 통해 눈으로만 즐기는 단순한 경험에서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전남의 관광·문화자원을 첨단기술과 접목하여 도민과 관광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업으로 구축된 실감체험콘텐츠는 순천만을 찾는 관광객들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박람회가 끝난 이후에도 상시적으로 전시할 계획이다.
#순천만국가정원#미디어아트#주말나들이
사람과 동물이 나란히 걷고 마주보고 웃는 ‘순천만 세계 동물영화제’
2015. 05. 12 14:44 문화/생활
최근 애완동물(Pet)과 가족(Family)을 합성한 ‘펫팸족’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이로 인해 동물 병원, 동물 용품 매장, 동물 호텔, 미용실, 유치원까지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늘었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는 쉽게 찾을 수 없었던 것이 사실. 이에 자연과 동물,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제3회 순천만 세계 동물영화제 개최 소식이 더욱 반갑다. 순천만 세계 동물영화제는 5월 22일부터 7일간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개최된다. ‘동물과 함께하는 이야기’라는 슬로건 아래 동물과 사람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축제로, 2013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다. 전 세계 약 20개국에서 엄선한 다양한 장르의 동물 영화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정원 콘서트, 국내외 6백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이 참가할 예정인 세계 도그 쇼, 동물 운동회 등의 체험 행사가 마련돼 있다. 또 대중교통을 이용해 순천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열차와 버스를 운영하며, 캠핑 프로그램까지 마련돼 반려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며 평소에도 남다른 동물 사랑을 실천해온 배우 윤현민, 전소민이 ‘애니멀 프렌즈’를 맡아 7일간 축제의 여정을 함께한다. 아울러 영화 ‘마음이’에서 열연을 펼치며 견공 배우로 사랑받아온 ‘마음이’가 영화제의 마스코트로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개막작으로는 종(種)을 넘어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공존’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애니메이션 ‘고녀석 맛나겠다2: 함께라서 행복해’가 선정됐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상영관과 상영시간을 비롯한 각종 행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제3회 순천만 세계 동물영화제(3rd ANFFiS: ANimal Film Festival in Suncheon) 기간: 2015년 5월 22일(금)~28일(목) 장소: 순천만정원과 순천 시내 일대 주최: 순천시 주관: 순천만 세계 동물영화제 집행위원회, (사)전남영상위원회, 마음나누미 공식 사이트: anffis.org 주요 행사 개막식 일시: 5월 22일 오후 6시 장소: 순천만정원 동문 잔디마당 특설무대 내용: 군악대 마칭 퍼레이드, 레드 카펫, 연예인 포토존, 개막 축하 공연, 개막작 상영 등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행복한 동행&펫버스 코레일과 하나투어가 함께 구성한 기차 여행 패키지 상품이 마련돼 있다. 기차 각 량마다 수의사와 훈련사가 탑승해 반려동물의 안전한 여행을 책임질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서울, 광주, 부산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순천만 세계 동물영화제를 찾을 20명 이상의 단체 관람객에게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홈페이지 참조. 반려동물 산업박람회 반려동물의 의미와 생명의 존엄성을 알리고 시민들에게 즐겁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려동물 시장에 발맞춰 사료와 간식, 용품뿐만 아니라 패션, 미용도구, 액세서리, 약품 등 다양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일시: 5월 22일(금)~25일(월) 장소: 순천만정원 동측 힐링 캠핑 반려동물의 입장이 돼 생각하고 다른 반려동물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일상에 치여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반려동물의 고충을 느껴보고, 그들과 깊이 소통할 수 있다. 기간: 5월 22일(금)~25일(월) 장소: 순천만정원 동측 남도식당 A 맞은편 잔디광장 구성: 반려동물에게 편지쓰기, 우리 가족 소개, 미니 음악회, 동물 영화 감상 등 2015 순천 FCI 인터내셔널 도그 쇼 FCI(세계애견연맹)가 주관, 사단법인 한국애견연맹이 주최하는 세계적인 행사로, 전국을 대표하는 6백두 가량의 고급 견종이 출전한다. 도그 쇼에 참가한 개들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일시: 5월 24일(일) 오전 9시~오후 8시 장소: 순천만정원 도시숲 동물 올림픽 조련사와 레크리에이션 전문 MC가 진행하며, 참여하는 반려동물들에게는 드넓은 정원을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시간을, 시민들에게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일시: 5월 25일(월) 장소: 순천만정원 도시숲 <■글 / 노도현 기자>
[정원 여행자]전남 순천 - 매향이 깃들까, 꽃그늘 아래 한참을 맴돌았다
2015. 03. 05 15:51 레저/여행
한 발 한 발 북상하는 꽃이 내 집 문 앞에 이르도록 기다려보자 싶다가도, 남도의 꽃 소식에 붕붕거리는 마음을 다잡을 수 없었다. 꽃과의 인연도 타이밍이 관건인지라, 꽃구경만큼은 미뤄선 안 된다고 지난봄에 다짐한 터. 꽃 시절에 찾은 순천엔 꽃이 지천이다. 600년 묵은 매화나무도 꽃을 피워 올린다. 그 전설 같은 꽃 사태 앞에 ‘도시가 아니라 정원입니다’라고, 순천시 관광 책자에서 읽은 슬로건을 주억거렸다. 도시가 아니라 꽃밭이었다. 선암사 원통전 담장 뒤편의 백매화. 수령이 600여 년에 이르는 고목으로,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됐다. 이른 봄엔 잎보다 꽃이 먼저다 이른 봄의 꽃나무들은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매화, 산수유, 생강나무, 벚나무, 개나리, 진달래 등 다수가 그러하다. 나무에 따라 잎이 먼저일 수도 꽃이 먼저일 수도 둘이 함께일 수도 있건만, 유독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꽃나무들을 바라볼 때면 감탄이 배가된다. 아마도 그네들이 꽃을 틔우는 이즈음의 정서가 한몫하는 것 같다. 겨울과 봄 사이, 초록은 아직 멀고 말이 예뻐 꽃샘추위지 바람은 독하기 짝이 없는 시절. 한데 이 메마르고 강퍅한 풍경이 별안간 환해진다. 마른 가지에 산수유가 번지고 매화가 벙글어서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더니, 겨울과 봄의 경계 위에 피는 꽃들은 애틋하고 대견하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저간의 사정이야 나무마다 다를 테지만, 일찍 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생존 전략으로 그 사정을 풀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른 봄 꽃그늘 아래를 걷노라면, 이런 해석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법이다. 돌담을 따라 꽃터널을 이룬 선암매. 그 길을 걷는다는 건, 봄날에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사치요, 복이다. 매화나무나 벚나무는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목련도 개나리도 진달래도 꽃이 먼저 핀다.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부터 보여준다. 참으로 순수한 열정이다. (정호승, ‘꽃이 먼저 핀다’ 중에서) 송광사는 통도사, 해인사와 함께 삼보사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조계종의 본산이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부터 보여주고픈 순수한 열정이라니, 연애 초기의 감정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상춘객이 앓는 꽃 몸살은 달뜬 연애 감정을 닮았다. 꽃구경 간답시고 살랑살랑 옷맵시 좀 냈다가 호되게 봄 감기를 앓은 게 한두 해인가. 꽃을 보고 와서 앓고, 꽃을 보러 가지 못해 앓아눕는 이른 봄날. 꽃단장한 시절이 작정하고 연애를 걸어오니 별수 없다. 기꺼이 걸려 넘어지는 수밖에. 이번 순천행은 매화 때문이었다. 선암사의 늙은 매화나무가 꽃망울을 틔웠다는 소식에, 들썩이는 마음을 누를 길이 없었다. ‘선암매(仙巖梅)’의 수령은 무려 400~600년에 이른다. 그 정도 늙은 나무에 피는 꽃은 전설인 바, 살아 있는 전설에 예를 갖춰 인사하고 싶었다. 잘생긴 절집에 노란 산수유가 번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늙은 꽃나무는 향기가 환하다 선암사는 무지개 모양의 승선교를 포함한 많은 보물과 수려한 경관이 어우러진 단아한 절이다. 매화를 비롯해 동백, 자산홍, 왕벚나무, 은목서 등 아름다운 꽃나무들이 철마다 쉼 없이 피고 지는 까닭에 ‘꽃절’이라 불린다. 사철 고운 선암사지만 백미는 봄이다. 선암사 동백이 제아무리 고와도 선암동백이라 불리진 않는다. 수많은 꽃 중 오로지 매화만이 ‘선암’을 앞에 달고 고유명사가 된다. 고승 같은 매화나무 앞에, 절로 두 손이 가슴께에 모아졌다. 선암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토종 매화로, 고려시대 대각국사가 선암사를 중창할 때 삼성각 앞 와송과 함께 처음 심었다고 전해진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선암매를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원통전 뒤편의 백매와 무우전 돌담길의 홍매로, 카메라를 든 이들이 에워싼 곳이라면 어김없다. 매화나무는 만개해도 벚나무처럼 화사하지 않다. 가지가 보일 틈도 없이 꽃을 매달아, 멀리서 보면 거대한 솜사탕처럼 보이는 벚나무와 확연히 다르다. 매화나무는 멀리서 보는 것보다 가까이서 보는 편이 좋다. 꽃과 가지를 함께 봐야 하기 때문. 매화가지가 그려내는 선에 따라 꽃의 인상이 다르다. 출사객들 틈바구니에 자리를 잡고 선암매를 향해 연신 셔터를 누르다 멈칫했다. 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빠져나간다 하여 사진 찍히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라오스의 소수민족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실, 그런 이야기는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옛 시골 어른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였다. 전설 같은 향기가 오래도록 이어지려면 지나치게 욕심을 내어선 안 될 것 같았다. 자고로 늙은 꽃나무엔 만발한 꽃을 기대하지 말고 향기를 맡으라 했다. 꽃은 적게 피지만 향기가 짙어, 그 언저리를 맴돌다 보면 매향이 옷에 밴다 했다. 옷깃에든 귀밑머리에든 그윽한 매향이 깃들길 바라며 매화나무 꽃그늘 아래 한참을 서성였다. 선암사 입구에 위치한 전통야생차체험관. 다도 체험은 물론 숙박이 가능하다. 매화는 늘 소인묵객들의 뮤즈다. 봄눈이 내리면 설중매를 찾아 탐매행(探梅行)을 떠나는 것은 물론, 매화를 보며 시를 짓고 묵매를 치는 것은 선비들의 큰 즐거움이었다. 매화를 노래한 91수를 따로 모아 「매화시첩」을 펴냈을 만큼 퇴계 이황의 지극한 매화 사랑은 유명하다. 매화분과 마주 앉아 술을 마셨으며, 병중엔 초췌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며 매화분을 다른 방에 두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심지어 “매화분에 물을 주라”라는 유언을 남겼다고도 한다. 퇴계 선생이 매화를 마치 정인 보듯 했던 속사정으로 널리 회자되는 것이 관기 두향과의 러브 스토리다. 그가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매화분이 두향의 마지막 선물이었다는 설이다. 어쩌면 「매화시첩」의 뮤즈는 매화 자체가 아닌, 매화를 닮은 여인이었을까. 꽃절은 뒷간마저 남다른 문화재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로 시작되는 정호승 시인의 ‘선암사’에도 언급된 바 있다. 2층 누각 구조로 지어진 웅장한 규모에 깊기는 또 얼마나 깊은지, “선암사 뒷간에서 초하룻날 변을 보면 떨어지는 소리가 섣달 그믐날 들린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선암사 자리는 옥 같은 미녀가 잔을 올리는 옥녀헌배형(玉女獻杯形) 명당이라 한다. 자리가 아름다워 절집도, 꽃도 그리 고운 모양이다. 선암사를 중심으로 자연스레 조성된 조계산의 야생 작설차밭은 그 명성이 자자하다. 선암사 입구에 다도 체험은 물론 숙박이 가능한 ‘전통야생차체험관’이 있다. 은은한 차향 속에 단잠을 자고, 아침 일찍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굴목재길을 걸어도 좋겠다. ‘명상로’라 이름 지어진 산길은 고즈넉한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가 많다. 순천만 S자 수로를 붉게 물들인 낙조는 비경 중의 비경이다.갈대밭까지 매향이 따라왔다 순천은 조계산과 순천만 등 산과 바다를 두루 안은 축복의 땅이다. 부드러운 산세를 지닌 조계산은 그 자체로도 명산이지만, 산자락 동쪽과 서쪽에 각기 자리 잡은 선암사와 송광사로 더 유명하다. 송광사는 통도사, 해인사와 함께 삼보 사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조계종의 본산으로, 많은 고승대덕을 배출한 승보종찰이다. 선암사가 예쁜 절집이라면 송광사는 잘생긴 절집이다. 울울창창한 숲 속의 가람은 담담하고 장엄하다. 한국 불교의 승맥을 이어온 사찰답게 꼿꼿한 기상이 서늘하다. 이왕 나선 탐매행이라면 월등면 계월리의 향매실마을도 놓치지 말자. 매화마을이라 하면 광양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이쪽도 꽃대궐이다. 매화나무가 군락을 이룬 마을은 공기 자체가 달콤하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구례군과 경계를 이룬 순천은 비옥한 평야와 온난한 기후로 매실 재배의 최적지이기도 하다. 순천 여행엔 일몰 감상도 빼놓을 수 없으니, 와온해변과 순천만이 그 포인트다. 와온은 시가 된 바다다. ‘해는 / 이곳에 와서 쉰다 / 전생과 후생 / 최초의 휴식이다’ 곽재구 시인의 ‘와온 바다’는 이렇게 시작된다. 해가 쉬러 온 곳은 바다가 아닌 갯벌이었다. 무수한 생명의 숨구멍들이 뽀글뽀글 들끓는 검고 드넓은 갯벌이 망망대해처럼 펼쳐졌다. 1 이즈음의 향매실마을은 매화로 꽃대궐을 이룬다. 향 좋은 매실로 유명한 마을이다. 2 와온해변 앞바다는 짱뚱어, 새꼬막, 숭어, 맛, 찔렁게, 낙지 등의 수산자원이 풍부하며, 특히 꼬막 생산지로 유명하다. 3 수목원 구역에 자리 잡은 한국정원. 궁궐의 정원, 군자의 정원 등을 두루 볼 수 있다. 4 세계적 정원 디자이너인 영국의 찰스 젱스가 순천에 머무르며 직접 디자인한 호수 정원. 광활한 갯벌과 갈대밭으로 이뤄진 순천만생태공원은 흑두루미가 날고 짱뚱어가 뛰노는 자연의 보고다. 연안습지 최초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국내 대표 생태 관광지로, 순천만 S자 수로에 비친 낙조는 손꼽히는 비경이다. 생태공원 인근엔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 순천만정원이 있다. 통합권을 끊어 두 곳을 함께 돌아볼 수도 있는데, 소형 무인궤도차 스카이큐브를 이용하면 공원과 정원 간의 이동이 용이하다. 문제는 두 지역을 다 돌아보는 데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린다는 점이다. 바삐 움직여도 5~6시간은 기본이다. 선암매에 홀려 시간 배분을 제대로 못한 필자는, 세계의 정원과 천혜의 자연경관 속에 고민하다 후자를 택했다. 아쉬움을 두고 가면 다시 찾게 될 터. 초록이 짙은 다음 계절을 기약하고 돌아섰다. 순천만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에 오르기까지, 수런대는 갈대의 노래에 홀려 몇 번이나 걸음을 멈췄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진실도, 오랫동안 혼자 앓아온 사랑의 열병도, 세상의 모든 비밀은 갈대밭으로 흘러든다. 비밀한 봉기, 비밀한 슬픔, 비밀한 열정이 수런대는 갈대밭에서, 절집의 향 매운 꽃가지 하나 훔치고 싶었던 탐심을 고했다. 늙은 매화나무에게 인사만 하고 오자, 향기만 실컷 즐기고 오자, 결심하고도 사진을 꽤 많이 찍었노라 고백했다. 600년 선암매의 혼이 오래도록 건승하길 빌었다. 낙안읍성민속마을.(사진 왼쪽)과 순천오픈세트장Tip 순천 관광 명소 낙안읍성민속마을 조선시대 읍성의 원형과 옛 마을의 정취를 간직한 낙안읍성민속마을은 선암사와 가깝다. 높이 3m의 성곽은 길이가 1,400m에 달하며, 성 안에는 동헌, 낙안루, 낙안객사, 돌샘을 비롯해 크고 작은 초가집 140여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민속촌 같지만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라 생활의 훈김이 묻어나는 곳이다. 문의 nagan.suncheon.go.kr 순천오픈세트장 조례동에 위치한 드라마 세트장은 순천 여행에 쏠쏠한 재미를 더한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의 순천 읍내와 번화가, 서울 변두리 달동네 등을 재현한 세트장을 구경하노라면, 시간 여행자가 된 것만 같다. ‘제빵왕 김탁구’, ‘늑대소년’ 등 무수한 인기 드라마와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개장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의 061-749-4003 <■글 / 고우정(여행작가) ■사진 / 현일수(리빙룸 스튜디오) ■사진 제공 / 순천만정원(www.scgardens.or.kr)>
정원 여행자
[장수마을]전남 순천…차별화된 노인 의료서비스
2010. 10. 06 17:24 건강
전국 4대 장수도시로 꼽히는 순천. 과연 순천시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기에 이렇게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이곳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건강관리를 하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전라남도 순천은 전통적이고 온화하며, 정이 넘치고 풍요로운 도시로 알려졌다. 교육, 문화 등 다양한 환경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살기 좋은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을 만들고 있다. 순천은 자연 환경과 문화 유적지 그리고 사람들이 양질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생활 여건이 잘 마련된 곳이다. 우선, 순천만, 조계산, 주암호, 화포 일출, 용서 폭포 등 뛰어난 자연 환경을 포함해 성암사, 송광사, 정혜사 등의 유명 사찰, 낙안읍성, 순천왜성, 검단산성 등의 성곽, 팔마비, 임청대비, 장명리 석등과 같은 선조들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문화재 및 유적지 등이 풍부한 곳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순천 한정식과 남도 김치, 청정 미나리, 단감 등 음식과 특산품으로 ‘남도 음식’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으며, 순천만 자연생태관, 전국 최초 기적의 도서관, 시티 투어, 서면 청소년 수련소 등 지역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주요 시설들이 잘 조성되어 ‘살기 좋은 도시’의 표본을 보여준다. 200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순천은 전국에서 4번째 안에 드는 장수도시다. 이 조사 결과는 순천 내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자체적으로 100세 이상의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장수 비결’을 알아보는 설문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100세가 되는 노인을 포함해 장수 노인 가정 26세대를 직접 방문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고, 이를 통해 순천 장수 노인들의 비결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우선 조사 결과 첫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100세 이상의 노인 중 여자가 20명, 남자가 3명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장수마을 순천 ● 생활습관- 장수 고령자 대부분이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젊었을 적에 잠깐 피운 경험이 있기는 해도, 그리 많이 피우지는 않았고 현재는 아예 멀리한다고 한다. 이 밖에 적게 먹는 ‘소식’,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긍정적인 사고 및 매일 가벼운 산책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 수칙들이 바로 장수 노인들의 비결이었던 것.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대부분이 2대 이상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 간의 유대감과 사랑이 삶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어주기 때문인 듯하다. ● 음식- 장수 노인들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먹는 음식을 보면 대부분이 채소류이고, 그 다음으로 육류, 생선류를 즐겨 먹는다. 특히 이들의 소망은 자식이 잘되는 것을 바라보는 것과 편안하게 임종하기, 건강 회복 등으로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과 의지하는 마음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성격- 장수 노인들이 생각하는 삶의 만족감을 살펴보니 대부분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나의 처지에 만족한다’고 대답해 전반적으로 삶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와 같이 만족감이 높은 이유 중에 하나는 장수 노인들 대부분이 낙천적인 성격과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 정책- 순천시는 앞으로도 노인들이 건강을 지키며 행복할 수 있는 정겹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되도록 다양한 시책을 마련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펼쳐온 골목호랑이할아버지 봉사단과 노인장수복지대학, 실버연주단의 운영에 더욱 내실을 기하고, 장수마을 지정 운영과 건강장수비결 책자 발간, 학술토론회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장수수당과 노인 청려장(일명 장수지팡이) 지급 등 다각적인 시책을 펼치는 한편, ‘전국 최고 장수도시’의 브랜드화도 검토하고 있다. Mini Talk 전국 최초로 노인들을 위한 ‘의료 차량’ 운영 순천시가 장수 노인이 많을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전국에서 최초로 의료 생활복지 통합서비스 ‘행복 24시 정겨운 순천 사람들’이라는 효도 차량 운영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 이 효도 차량이 출범한 지는 올해로 3년째이며,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과 주민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순천은 도·농 복합 지역이어서 시골도 많은 곳이다. 과거에는 20여 가구가 살던 동네도 자식들을 키워서 도시로 하나 둘 내보내다 보니 이제는 노인들만 남은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어느 마을에는 노인 한 명만 살고 있는 곳도 있다.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사는 노인들은 이동수단이 별로 없어 아파도 병원 가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순천시가 아이디어를 낸 것. ‘행복 24시 정겨운 순천 사람들’은 교통이 불편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의료나 복지 혜택을 받기 어려운 시민들을 민관이 찾아가서 자원봉사자와 함께 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일 이동 진료 차량 2대를 이용, 오지를 방문해 의사, 간호사, 자원봉사자 등의 전문 인력이 고립된 지역의 노인들을 보살피며, 평소 이야기할 사람이 없던 노인들은 의료 서비스보다 이들과 대화하기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전국 최초로 순천에서 시작된 ‘행복 24시 정겨운 순천 사람들’은 처음에는 버스로 운영하다 보니 몇몇 작은 마을에는 차가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작은 차를 마련해 나머지 마을에도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진료 차량을 통해 노인들의 건강과 만성 질환자 관리, 의료와 기초생활에 필요한 약품을 제공하는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앞장서겠다는 게 목표다. 이 밖에 전기 수리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이동 물리치료와 한방진료, 치매 등 정신건강 상담까지 서비스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한의사협회와 학교 등 지역사회 봉사단체들을 활용함에 따라 예산 절감 및 자원봉사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었다. 이 제도는 노인들에게 중요한 소통의 도구로 혼자 고립된 것 같은 외로움에서 행방시켜 주는 긍정적인 효과까지 있다. 특히 거동 불편자 가정을 직접 방문해 청소, 빨래뿐만 아니라 진료, 이·미용, 치매검사, 장수 사진을 찍어주는 등의 서비스를 실시할 정도로 여러모로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 순천시의 이러한 효도 차량 운영 제도가 앞으로도 더욱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도우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자료 제공 / 순천시(www.suncheon.go.kr),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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