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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103 건 검색)

트럼프 재선, 실리콘밸리에 변화 올까···빅테크 수장들 “당선 축하”
2024. 11. 07 16:29 I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하게 되면서 인공지능(AI)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기술업계에선 ‘규제 완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책과 삶]실리콘밸리 부흥 이끈 ‘페이팔 마피아’의 좌충우돌기
2024. 08. 29 20:51 문화
... 살 수 있었지만 위험을 지고 재창업에 뛰어들었다. 지미 소니의 <부의 설계자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부흥을 이끈 ‘페이팔 마피아’의 이야기를 담았다. 거대 빅테크의 창업자뿐 아니라 현재...
책과 삶
실리콘밸리 반발” 캘리포니아 AI 법안이 뭐길래
2024. 08. 19 15:07 IT
... 생성 AI 모델 달리3가 생성한 AI 관련 이미지 주요 인공지능(AI) 기업의 본거지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AI 규제 법안을 입법 중인 가운데 기업들이 법안을 반대하는 데다 AI 석학...
SKT, 실리콘밸리서 AI 인재 찾는다…‘SK AI 포럼’ 개최
2024. 07. 12 14:06 경제|IT
... 로고 SK텔레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인공지능(AI) 분야 인재 확보에 나선다. SK텔레콤은 오는 13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SK AI 포럼 2024’에서 주요 경영진이 현지 AI...

스포츠경향(총 10 건 검색)

김동연 지사, 실리콘밸리 유니콘기업 찾아 경기 스타트업과 협력 논의
2024. 05. 09 20:23 생활|생활|생활|생활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유니콘기업을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유니콘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이고, 창업한 지 10년 이내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말한다. 이번 방문에는 판교·광교테크노밸리 경기도 기업들이 김 지사와 동행해 실리콘밸리 유니콘기업 성공 비결을 놓고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국제 교류협력 강화와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김 지사가 이끄는 경기도 대표단이 이날 찾은 곳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비즈에이아이(Viz.ai)다. 비즈에이아이가 개발한 의료 영상진단 시스템은 뇌 CT를 촬영하면 인공지능(AI)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동맥에서 혈전을 찾아내 뇌졸중 여부를 식별하는 기능으로 2018년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았다. 2016년 설립 후 초기에는 10개 병원에서 시작해 현재 미국과 유럽 1천600개 병원에서 이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12억 달러(1조6515억원)로, 미국 헬스케어 분야의 대표적인 유니콘기업이다. 김동연 지사는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30% 정도가 경기도에 있고, ‘스타트업 천국’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하고 ‘판교+20’ 창업생태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한국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고 여러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대화를 통해 좋은 방향을 찾았으면 한다”며 비즈에이아이와 경기도 기업인들 간 대화를 이끌었다. 영국에서 신경과 의사로 활동하다가 비즈에이아이를 창업한 크리스 만시 CEO는 “생명을 구하는 신속한 치료를 환자들이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다음에 품질을 최대한 높이면서도 규제당국의 절차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과정에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친절한 고객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크레플(AI 기반 시각지능 설루션 분야 성남시 스타트업) 서은석 대표의 개인정보 수집과 영업활동 노하우에 관한 질문에 “첫 번째는 수요층을, 그다음은 얼리어답터를 찾아야 한다”며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도 ‘새로 나온 거니까 한번 써보자’고 하는 고객을 찾아서 세일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 3개 시가 뇌졸중 환자를 7개 병원과 연결해 바로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일부 구축했고, AI가 노인들의 건강관리를 해주고 안부도 확인하는 ‘늘편한 AI케어’ 시범 사업도 추진한다”며 “비즈에이아이 시스템을 이런 경기도 공공의료 프로그램에 도입해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고 했고, 만시 CEO는 “협업 관련해서 저희도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만남에는 NHN CLOUD, 새로운 설루션, 에이아이포블록체인, 에이블제이 등 5개사 대표가 함께했다. 비즈에이아이 방문에 앞서 김동연 지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4차산업혁명센터(C4IR) 샌프란시스코 본부를 찾아 나탈리아 구세바 금융시장 이니셔티브 책임, 윤세문 네트워크 및 파트너 혁신책임 등과 대화를 나눴다. 이날 대화에는 세바스찬 벅업 WEF 4차산업혁명센터 총괄국장과 김현대 경기도 미래성장산업국장도 화상으로 참여했다. 4차산업혁명센터는 AI 기술로 대변되는 과학기술의 급격한 변화 시기에 다양한 이슈에 대한 글로벌 협력과 공동 대응을 끌어내기 위해 WEF가 국가 또는 지역과 협의해 설립·운영하는 민관협력 거점기구다. 2017년 샌프란시스코에 처음 설립된 이후 전 세계 15개 센터가 운영 중이며, 올해 독일·베트남·카타르 등 3곳이 추가 개소할 예정이다. 경기도 역시 4차산업혁명센터를 판교에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도의회가 설립 협약 동의안을 보류해 설득 중이다. 김 지사는 판교 4차산업혁명센터와 관련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첫 번째 센터라는 점에서 의미있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SKT, 美 실리콘밸리서 ‘K-AI 동맹’ 협력방안 논의
2023. 06. 18 10:17 생활
SKT는 지난 16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K-AI 얼라이언스’ 파트너사 대표들과 함께 글로벌 AI 생태계를 선도하기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3에서 K-AI 얼라이언스 출범을 발표한 데 따른 후속 행보다. SKT 유영상 사장(왼쪽부터 일곱번째)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K-AI 얼라이언스 유나이트’ 행사를 끝내고 파트너사 CEO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KT 행사에는 유영상 SKT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대거 참석해 실리콘밸리 중심의 AI 트렌드 및 시사점, 연구개발(R&D) 기술 공유, 글로벌 사업 및 투자 기회 모색 등에 관해 논의했다. 이번에 국내 AI 기업인 씨메스, 마키나락스, 스캐터랩, 프렌들리에이아이가 동맹에 합류하면서 K-AI 얼라이언스 참여 기업은 총 11개 사가 됐다. 4개 회사 외에 사피온, 베스핀글로벌, 몰로코, 코난테크놀로지, 스윗, 팬텀 AI, 투아트가 함께한다. AI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기업 씨메스는 서비스형 로봇(RaaS·Robot as a Service) 요금제를 개발하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AI 기반의 RaaS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SKT가 지난 4월 150억원을 지분 투자한 스캐터랩과는 에이닷(A.) 서비스 안에 감성 대화형 AI 에이전트를 출시할 계획이다. 산업용 AI 전문기업 마키나락스와 AI개발 플랫폼 기업 프렌들리에이아이도 각 사의 AI 핵심 기술과 시너지 방안에 대해 공유하고 글로벌 AI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런닝맨’ 송지효, 실리콘밸리 문제에 “테크노밸리” 오답 난무
2022. 01. 23 17:17 연예
SBS 방송 캡처‘런닝맨’ 대환장 퀴즈가 이어졌다. 23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는 상식 퀴즈에서 오답이 난무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양세찬 게임에서는 장신팀이 1등 했다. 팀을 위해 단을 사야한다며 큰 소리 친 김종국, 유재석은 단 2개와 깔창 1개를 구입했다. 중신팀 주우재는 꼴찌할 거 같다며 받은 코인을 깔창에 넣었다. 다음 레이스는 쫄리는 퀴즈다. 라운드 별로 두 팀이 한편이 되며 순서대로 한 글자씩 퀴즈의 정답을 맞혀야 한다. 장신팀을 보던 하하는 “여기 팀 완벽하다. 해외파에 이대 출신, 형수님 연세대”라며 유재석을 이야기 해 웃음을 선사했다. SBS 방송 캡처첫 번째 카테고리는 상식이다. 브라이덜 샤워 문제에 패스를 외친 지석진에 이어 전소민은 “베이비 샤워! 아 부라더 샤워구나”라며 오답을 쏟아냈다. 이어진 영단어 스펠링 퀴즈에 중신팀과 장신팀은 무지개를 맞혔다. 이때 중신팀 전소민과 양세찬이 패스를 외쳤고 주우재는 “패스 짚고 갈게요. 장난치지 말라고 우리 꼴찌 두 번 했다고”라며 항의했다. 무지개 정답으로 송해나는 5번 버튼을 눌렀고 단신팀 송지효와 하하는 벌칙에서 살아남았다. 실리콘밸리 문제에 아이린은 마이크로 소프트라고 생각하고 퀴즈에 실패했다. 이때 하하는 송지효에 웃으며 “대박이다. 테크노밸리”라고 말해 폭소케했다. 한편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은 매주 일요일 오후 5시에 만나볼 수 있다.
런닝맨
‘재정적 자립’ 英 해리 왕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최고영향력책임자’ 취임
2021. 03. 23 23:01 생활
영국 왕실과 결별하고 미국에 거주 중인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독점 인터뷰를 하는 모습. 두 시간짜리 인터뷰는 미 CBS에서 7일(현지시간) 황금시간대인 밤 8시에 방영됐다. 마클은 왕자비로서 왕실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 침묵하고 지내야 했으며, 왕실이 ‘피부색’을 우려해 자기 아들 아치를 왕족으로 받아들이기를 원치 않았다고 인종차별 의혹까지 제기했다. 하포 프러덕션 제공영국 왕실에서 독립한 해리 왕자가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경영진으로 취업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해리 왕자가 코칭과 정신 건강 분야에서 급성장한 업체 ‘베터업’의 임원으로 취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해리 왕자는 이 회사에서 ‘최고영향력책임자’(Chief Impact Officer)라는 명칭으로 업무를 할 예정이다. 해리 왕자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싶다”며 “한발 앞선 코칭은 개인의 발전과 자각, 좀 더 나은 인생을 위해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WSJ은 해리 왕자가 이 회사에서 내놓는 상품 판매전략 결정에 참여하는 한편, 기업 사회공헌 활동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해리 왕자는 정신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여론을 환기하는 역할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 왕자가 받게 될 보수는 공개가 되지 않았다. 해리 왕자는 지난해 1월 영국 왕실에서 독립을 선언한 후 왕실 공무 수행 등의 대가인 재정지원도 받지 않고 있다. 이후 미국에 정착한 해리 왕자 부부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와 다큐멘터리와 영화, 쇼, 어린이 프로그램 등 콘텐츠 생산에 참여하는 계약을 맺었다. 또 미국 음원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와 팟캐스트 방송 계약을 맺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최근 미국의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독점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대가로 해리 왕자 부부가 받은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CBS 방송은 인터뷰를 독점 방송하기 위해 윈프리의 제작사 하포 프로덕션에 700만달러(79억원)에서 최대 900만달러(101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주간경향(총 25 건 검색)

[IT 칼럼]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권력의 교잡(2024. 12. 06 15:40)
2024. 12. 06 15:40 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가 지난 11월 19일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서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장면 1. 일론 머스크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농촌지역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을 위한 보조금 정책(Bead 프로그램)에 비판적이었다. 424억5000만달러라는 막대한 세금을 들여 농촌 오지에 ‘유선’ 인터넷망을 깐다는 발상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그의 의견에 동조하며 이 프로그램을 재고할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이 보조금 정책이 후퇴하게 되면 득 볼 기업이 한 곳 있다. 위성 기반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가 운영 중인 ‘스타링크’는 막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저궤도 인공위성으로 인터넷을 연결해준다. 이미 5000기 이상의 위성군이 지구 위를 떠다니며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굳이 비싼 유선 인터넷망을 구축하지 않아도 소외된 지역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가 있다. 스페이스X는 2023년 이 프로그램에 지원해 9억달러의 보조금을 신청했지만, 기준 속도를 만족시키지 못해 탈락했다. 장면 2. 머스크는 지난 11월 말 자신의 X 계정에 “CFPB 삭제. 중복 규제 기관이 너무 많다”라는 글을 올렸다. CFPB는 미국의 소비자금융보호국이다. 이 기관은 미국 금융 소비자들을 대형 은행, 대출업체, 핀테크 기업으로부터 보호하는 게 주된 임무다. 하지만 CFPB는 예전부터 실리콘밸리 핀테크 스타트업들엔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였다. 2022년 사기성 마케팅 대출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핀테크 스타트업 ‘렌드업’을 문 닫게 해서다. 당연히 머스크의 눈에 곱게 보일 리가 없다. 머스크가 소유한 X는 작년부터 디지털 금융 서비스 허브로 시장을 확장하겠다고 공표한 터라 CFPB는 그의 사업 행보에 대표적인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마침내 실리콘밸리의 머스크가 워싱턴의 정치권력을 손에 넣었다. 그는 곧 출범할 트럼프 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공동위원장에 지명돼 정부 예산을 초슬림화하는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이로 인해 그의 X 계정은 벌써 미국 연방 공무원들의 관찰 대상이 되고 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미국 공무원의 목숨줄과도 직결돼서다. 트위터를 인수하며 직원의 50%를 해고한 사례처럼 정부에서도 실리콘밸리식 ‘칼질’이 보편화할까 벌벌 떠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칼날은 명분상 정부 규제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규제 해소의 과실이 본인 소유 또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돌아간다. 누가 봐도 이해 상충 소지가 다분하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는다. 여느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처럼 자신만이 세계 최고의 효율과 혁신을 주도할 인재라고 믿는다. 실리콘밸리 DNA가 정치권력의 그것과 교잡하게 되면 이러한 이해 상충은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국민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할 가능성도 크다. 이런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정부 계약을 통해 창출한 누적 매출액이 무려 154억달러에 이른다. 우리 돈으로 20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기술과 정치권력 간 ‘욕망의 짝짓기’가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트럼프 2기 정부에서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IT칼럼
[IT칼럼]오픈AI와 실리콘밸리의 이데올로기 쟁투(2023. 12. 14 07:00)
2023. 12. 14 07:00 경제
인공지능의 영어 약자가 노트북 화면에 비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리콘밸리는 이념의 쟁투장이다. 시장경제의 규율과 히피적 자유주의가 오묘하게 배합되면서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가 탄생한 이래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이념화하려는 집착을 버린 적이 없다. 이들이 신봉하는 이데올로기는 ‘기술결정론’에 기초한다. 기술이 개인들에게 힘을 부여하고, 기술이 개인들의 자유를 고양하며, 기술이 국가 권력을 근본적으로 축소할 수 있다고 그들은 믿는다. 이들에게 기술 개발과 자유를 제약하는 모든 요소는 ‘적’으로 규정된다. 이 과정에서 서서히 우경화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2000년대 들어 이들의 이념 투쟁은 더 격렬해졌다. 자본주의와 자유지상주의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분화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쪽에선 가속주의가 페달을 밟고 있고 다른 쪽에선 효율적 이타주의가 세 과시를 하고 있다. 로저 젤라즈니의 1967년 SF소설 <신들의 사회>(Lord of Light)에서 움튼 가속주의는 “가장 공격적이고 글로벌한 자본주의가 인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에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념이다. ‘지속가능성’, ‘ESG’, ‘사회적 책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신뢰와 안전’, ‘기술 윤리’, ‘위험 관리’ 등을 적으로 규정한다. 기술 개발을 늦추는 “좀비적 사고”라는 이유에서다. 가속주의의 대표적 이데올로그인 마크 앤드리슨은 이 이념을 더 극단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인물이다. 앤드리슨호르비츠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한 그는 지난 10월 공개한 ‘기술낙관주의 선언문’에서 “우리의 적은 조지 오웰의 <1984>를 지침서로 삼아 언어 통제와 사고 통제를 일삼는 사람들”이라며 기술에 의한 감시 우려를 ‘좀비 사상’으로 깎아내렸다. 기술의 위험을 경계하기 위한 사전예방원칙도 “지극히 부도덕하다”며 버려야 할 대상으로 지목했다. 윤리적 기술 개발 또한 가속화를 가로막는 ‘적’으로 규정했다.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을 막는 모든 장애를 걷어내야 한다는 신념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효율적 이타주의는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의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가속주의의 반대편에 서 있는 철학이자 지적 프로젝트다. “세상을 개선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이성과 실증을 통해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실천강령으로 자신들이 벌어들인 소득의 10% 이상을 가장 비용 효율적인 단체 등에 기부한다. 이렇게 모인 막대한 기금이 실리콘밸리의 Y콤비네이터 같은 벤처캐피털이나 기술 스타트업으로 흘러들어간다. 가속주의에 비해 공동체 지향적이면서 공동의 선을 옹호하는 특징을 보이기는 한다. 일론 머스크, 피터 틸 등이 이 프로젝트에 동참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그룹에 포함된 샘 뱅크먼 프리드처럼 암호화폐 사기 사건에 연루되거나, 위험한 인공지능 개발을 방치하는 등 위선적이라는 뒷말도 끊이지 않는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태는 가속주의와 이를 견제하려는 효율적 이타주의 간의 암투가 드러난 사례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속주의가 우위를 점해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사태는 실리콘밸리를 지배하는 철학과 이념이 더욱 극단적인 자유주의와 기술 숭배로 흘러갈 것을 암시한다. 부와 권력을 거머쥔 가속주의자들로부터 ‘인공지능 개발’의 속도를 통제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IT칼럼
[전성인의 난세직필](11)‘바이코리아’와 실리콘밸리은행(2023. 03. 17 14:25)
2023. 03. 17 14:25 경제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사실상 파산했다. 신데렐라를 닮았던 성공신화가 찬란했던 만큼 추락도 가히 환상적이었다. 이를 두고 많은 언론이 “40년 동안 성장한 은행이 단지 36시간 만에 망했다”고 표현했다. 어떤 은행은 빛의 속도로 빠져나간 예금을 보면서 “스마트폰 뱅킹의 문제”라고도 했다. 3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뱅크(SVB) 본사를 찾은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진단은 진실이 아니거나 적어도 진실의 전부가 아니다. 분명히 지난 3월 8일 이후 36시간 동안 엄청난 규모의 예금 인출이 있었지만, SVB가 36시간 만에 망한 것은 아니다. SVB는 2021년부터 멸망으로 가는 넓은 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이미 지속적으로 투자자들의 깊은 의구심 대상이 됐다. 3월 8일 이후의 36시간은 단지 마지막을 알리는 총성에서 촉발된 ‘달리기’였을 뿐이다. 그렇다면 SVB는 어떤 은행이고, 지난 몇 년간 SVB에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SVB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인가를 받은 주법은행이다. 이 은행을 소유한 모회사는 델라웨어에 설립된 ‘SVB 파이낸셜’이라는 회사다. 이 모회사는 은행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지주회사법상 은행지주회사이고, 다른 금융회사들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램-리치-블라일리 법에 따른 금융지주회사이기도 하다. SVB는 금융지주회사 체제 내에 있기 때문에 미국 연준의 금융감독을 받는다. 주법은행이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주 은행감독국의 감독도 받는다. 연방예금보험 제도에도 가입해 있어 유사시 연방예금보험공사가 개입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인 2019년 10월에 개정된 도드-프랭크 법에 따라 SVB 파이낸셜은 ‘범주 4’에 해당하는 가장 약한 건전성 감독을 받는데, 예를 들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와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규제를 받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거액 예금 몰려든 SVB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재택근무 시국은 상당히 많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에는 오히려 호재였다. 돈이 많이 풀렸고, 기업공개와 상장도 수월해졌다. 실리콘밸리는 이 기간 동안 ‘샴페인과 캐비어’로 흥청거렸다. 그 직접적 수혜(그리고 궁극적 저주) 대상이 SVB였다. 우선 예금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거액 예금이 홍수처럼 밀려들었다. 2021년 중 예금은 1020억달러에서 1890억달러로 급증했다. 2022년 말 예금은 1730억달러로 감소했는데, 그중 1520억달러가 예금보험한도를 초과하는 거액 예금이었다. 예금은 은행에 일반적으로 축복이지만 그것은 다수의 소액 예금자들로 구성된 ‘끈끈한’ 예금일 경우다. SVB가 유치한 예금은 예금보호 혜택이 없는 거액이라는 점에서 매우 휘발성이 높은 예금이었다. 이것이 비극의 첫 번째 시작이었다. 엄청난 자금을 유치한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대출? 그건 쉽지 않다. 단기간에 좋은 대출처를 찾기 쉽지 않고, 심사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SVB처럼 스타트업이나 벤처를 상대로 영업하는 은행의 경우 단기간에 거액을 대출로 운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선택한 사용처가 채권 매입이었다. 문제는 매입한 채권들이 주로 만기가 10년 이상인 장기채권이고, 이를 ‘만기보유증권’으로 묶어뒀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SVB는 2022년 말 기준 모두 1200억달러의 채권을 보유했다. 그중 910억달러가 만기보유증권으로 묶여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SVB는 은행이라기보다는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뮤추얼 펀드에 가까웠다. 이것이 비극의 두 번째 고비였다. 연준 금리 인상 후 채권서 대규모 손실 비극의 시작은 2022년 들어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발생했다. 파급경로는 다양했다. 먼저 벤처기업들의 기업공개나 상장통로가 막혔다. 돈잔치의 돈줄이 막히기 시작한 것이다. 벤처기업의 경영도 어려워졌다. 그 결과는 휘발성 예금의 감소였다. SVB는 오랜만에 처음으로 예금이 감소하는 초현실적 경험을 했다. 다음으로 안전자산 투자라고 여겼던 채권 쪽에서 대규모 평가손이 나기 시작했다. 국채나 모기지 담보부 채권은 부도 위험은 없다. 그런 측면에서 ‘안전자산’이다. 하지만 다른 모든 채권처럼 금리 인상에는 취약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위험자산’이다(바로 이 부분을 많은 언론이 혼동한다). 물론 만기보유증권은 매도가능증권과 달리 시가평가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SVB 장부상에서 그 손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감사보고서의 각주를 꼼꼼히 읽어야 보일 뿐이다. 장부에는 910억달러라고 적혀 있지만, 각주의 공정가치 평가액은 760억달러에 불과했다. 150억달러의 미실현 평가손실이 숨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SVB의 장부와 펀더멘털 간에 상당한 괴리가 발생했다. 이 수치를 오래 감출 순 없었다. 제이피 모건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작년 11월에 이 평가손(당시의 손실 추정치는 160억달러였다)에 대한 우려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올해 2월 22일자 파이낸셜 포스트는 150억달러의 평가손과 투기꾼들의 숏 세일 베팅에 대해 보도했다. 증권시장의 ‘선수’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작년 내내 주가가 하락했던 것이다. 그 뒤의 스토리는 잘 알려져 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30일을 버틸 유동성이 없었고, 순안정자금조달비율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장기적 안정성도 담보되지 않았다. 부글부글 속으로 끌어 오르던 냄비가 총성이 울리자 휘발성 높은 거액 예금 인출로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돈잔치와 무분별한 투자 그리고 파국 이건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필자가 기억 저편에서 찾아낸 빛바랜 사건은 ‘바이코리아 펀드’와 ‘투자신탁’이었다. 돈잔치와 무분별한 투자가 부른 파국 IMF 외환위기의 일시적 고금리가 끝나고 정부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서 주식시장이 우주 끝까지 상승했다. 거기에 벤처 지원자금도 홍수처럼 밀려 왔다. 그때 등장한 것이 대한민국을 모조리 사 버리겠다는 바이코리아 펀드였다. 순식간에 5조원을 긁어모았다. 투자신탁으로도 돈이 몰렸다. 주체할 수 없이 몰려드는 돈은 주식시장을 거쳐 급기야 대우채로 몰렸다. ‘쥐약’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투자했다. 그 결과는 찬란한 추락과 파국이었다. 바이코리아 펀드는 사실상 공중분해되고, 투자신탁 회사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여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파티의 끝에는 고지서가 있다.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은 짧고 굵게 살다간 베짱이를 좇을 것이 아니라 금융회사들이 개미의 길을 묵묵하게 가도록 제대로 감독해야 한다.
전성인의 난세직필
[전규열의 세계는 창업 중](16)스웨덴은 어떻게 유럽의 실리콘밸리가 됐나(2022. 05. 27 13:52)
2022. 05. 27 13:52 국제
스웨덴은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벤처캐피털 기업 아토미코(Atomico)의 2020년 보고서를 보면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 수가 인구 10만명당 약 0.8개로 1.4개인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같은 회사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만명당 스타트업 수는 429개로 유럽 내 6위에 올라 있다. 스타트업 분석기관 ‘스타트업게놈’은 2019년 스웨덴을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 세계 8위에 올렸다. Photo by Raphael Andres on Unsplash 스웨덴은 인구 95%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한다. 인터넷 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세계경제포럼이 인정한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화된 나라다. 자율적이고 관료주의의 문제도 거의 없다. 국민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18세부터 64세까지 전 연령대의 65%가 창업을 꿈꾼다. 튼튼한 복지와 기업 간 상생 스웨덴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있는 인구 1000만명의 국가다. 국토는 남한의 4.5배다. 수도 스톡홀름의 인구는 100만명에 불과하다. 크지 않은 나라임에도 스웨덴을 유럽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안전하며 부유한 국가의 하나로 꼽는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발표하는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스웨덴은 수년째 스위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웨덴은 어떻게 실리콘밸리에 이어 세계적인 유니콘 탄생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을까. 첫째, 튼튼한 복지가 기반이 됐다. 스웨덴은 복지국가답게 실업수당, 육아수당 등 다양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로 이어졌고, 창업에 나설 용기를 만들었다. 발명자의 특허 소유권을 인정해주고, 대학교수의 산업체 겸직과 파견 근무를 허용했다. 대학 창업이 용이해졌다. 국민은 창업을 기회의 장으로 인식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노동자 1000명당 20개의 스타트업이 창업해 터키와 스페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았다. 스타트업의 3년 생존율은 74%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둘째, 성공한 창업기업과 신생 창업기업 간의 상생문화다. 스웨덴처럼 작은 나라는 대학과 기관, 기업이 서로 지식을 공유하는 문화가 활성화돼 있다. 성공한 ‘선배’가 ‘후배’를 끌어주는 문화이기도 하다. 상생문화의 핵심은 노르스켄 하우스(Norrsken House)다. 2016년 유니콘 스타트업 클라르나(Klarna)의 창업자가 설립한 비영리 재단인 노르스켄 재단이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세운 기관이다. 노르스켄 하우스는 일상의 불편을 해소하거나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한다. 건강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려는 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2019년에 설립한 더 팩토리(The Factory)는 100개가 넘는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등이 모여 있는 북유럽의 최대 혁신 기술 허브다. 디지털 혁신의 장이라 할 수 있는 에피센터(Epicentar)에는 연중 세계적 수준의 워크숍과 국제적인 강의가 열린다. 체계적인 창업지원과 규제 완화 셋째, 다양하고 체계적인 창업지원 정책이다. 정부는 기술혁신청을 통해 매년 약 405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며 기업 및 공공부문의 혁신을 촉진한다. 그 결과는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한다. 지자체도 창업을 지원한다. 웁살라 혁신센터가 대표적이다. 웁살라시, 웁살라대학, 웁살라 지역 중소기업들의 협력으로 설립 운영되며 단계별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혁신센터의 지원을 받아 창업한 기업의 생존율은 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도 스타트업 성장의 기반이 됐다. 1990년 이전 공기업 독점으로 규제가 심했던 경제에서 벗어나 각종 규제를 완화해 민간기업이 경쟁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다. 1993년 외국인이 스웨덴 기업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도록 보호주의 법률에 대응하는 경쟁법을 만들어 외국 기업들도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할 수 있게 했다. 법인세도 1991년 30%에서 2020년 22%로 낮춰 창업기업들의 세금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2000년에는 상속세와 부유세를 없애 여유 자본을 가진 부자들이 엔젤 투자자로서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스웨덴 대기업들은 수익의 3분의 2 정도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혁신이 회사의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내수보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전략도 볼보, 이케아, H&M 등 세계적인 브랜드가 탄생하는 기반이 됐다.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전에 제품의 글로벌화 가능성을 중요하게 본다. 나라 전체가 혁신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정부는 국민의 컴퓨터 사용은 물론 디지털식 사고방식을 지향하는 기업들에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했다. 1990년부터 컴퓨터를 사면 세금을 깎아주는 방법으로 컴퓨터 보급률을 높여 디지털 사회로 거듭났다. 인구의 95%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국가로 성장했다. 이 같은 초고속 인터넷 정보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유니콘으로 스포티파이(Spotify)와 클라르나(Klarna)가 있다. 세계 최고의 음원 기업으로 음악의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스포티파이는 5000만곡의 음원과 3억명의 사용자에 1억명 이상의 유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클라르나는 유럽 18개국 6000만명의 소비자에게 지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들도 후불결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선구매 후결제’ 시장을 이끌고 있다. 디지털 의료 서비스 부문의 선두업체로 환자와 의사 간의 온라인 화상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라이(Kry)도 있다. 2020년 기준으로 140만건 이상의 진료를 기록했는데 스웨덴 전체 일반 진료의 2%를 차지한다. 틴크(Tink)는 은행과 금융기관이 고객들에게 정보기반의 재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오픈뱅킹 플랫폼을 지원하는 핀테크 기업이다. 노스볼트(Northvolt)는 2016년 테슬라의 전직 매니저인 피터 칼슨이 설립한 리튬이온전지 생산기업이다. 창업 3년 만에 폴크스바겐, BMW, 골드만삭스로부터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해외 기업이 인수합병한 유니콘도 많다. 2011년 마이크로소프트가 85억달러에 인수한 스카이프와 역시 마이크로소프트가 2014년 25억달러에 인수한 마인크래프트의 제작사 모장(Mojang)이 대표적이다.
전규열의 세계는 창업 중

레이디경향(총 2 건 검색)

실리콘밸리의 ‘슈퍼 파워’ 구글 상무 미키 김
2015. 04. 29 17:26 화제
꿈의 기업 구글의 한국인 상무 미키 김.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를 이룬 주인공이 초·중·고등학교, 대학교를 비롯한 한국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고, 심지어 군필자라는 건 꽤나 의외의 사실이었다. 그의 성공은 누군가로부터 거저 얻은 게 아니라 오롯이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다. 치밀하게 전략을 세우고 노력했으며, 과감히 자신을 던진 젊은 구글러의 이야기. 실리콘밸리에서 온 그대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첨단 기술 산업단지 실리콘밸리. 구글,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탄생했고, 제2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전 세계의 벤처 사업가들이 부푼 꿈을 안고 모여드는 곳이다. 연중 봄날 같은 캘리포니아의 풍광과 각국에서 모인 천재들이 머리를 맞대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 얼핏 지상낙원이나 에덴동산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끊임없이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고, 지체하면 가차 없이 도태되는 적자생존의 정글이다. 그렇기에 꿈의 기업 구글에 입성해 30대에 상무 직함을 단 미키 김(38. 본명 김현유)의 성공 이야기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글로벌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어렸을 때 TV나 영화에 등장하는, 해외 호텔을 누비며 바이어들과 협상하는 비즈니스맨을 볼 때마다 정말 멋져 보였거든요(웃음). 지금 제가 매일 하는 일이 그런 업무들이에요.” 구글 아시아태평양 크롬캐스트 파트너십을 총괄하고 있는 그는 아시아 전역을 다니며 여러 회사들과 사업 제휴를 맺는다. 통상적으로 아시아 사업을 총괄하는 상무는 일본이나 싱가포르를 베이스캠프로 삼는 게 관례지만, 한국인인 그는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아시아 시장의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장기 출장 형식으로 나와 있다가 최근에 아시아로 발령을 받았어요. 발령 소식을 듣자마자 한국으로 가겠다고 했죠. 집 놔두고 외국에 짐 풀 일 없잖아요(웃음). 부모님과 대부분의 일가친척들도 한국에 계세요.” 혹시 교포가 아니냐는 질문을 수시로 받는다는 김 상무. 연세대학교 사학과 95학번인 그는 한국 토박이다. 유치원부터 초·중·고를 모두 한국에서 나왔고 군 복무도 착실히 마쳤다. 대학 졸업 뒤에는 삼성전자에 입사해 해외 영업 업무를 담당했다.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던 그는 글로벌한 일을 하고 싶다던 어린 시절 꿈을 좇아 회사를 그만두고 UC 버클리의 비즈니스 스쿨인 하스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애니콜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면서 소위 ‘대박’이 났던 상황이에요. 해외 영업을 담당하던 저희 부서는 매년 성과급이 최대치로 들어왔죠. 좋은 시절에 회사를 관두겠다고 하니 다들 극구 말리더라고요. MBA가 뭐 별거냐, 그런 식이었어요. 그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퇴사하고 실리콘밸리에 가서 구글 같은 회사에 다닐 거라고 말했는데…(웃음). 물론 구글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죠.” 그저 실리콘밸리에 있는 적당한 회사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성과라고 생각하며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명문 하스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으며 배운 것들은 구글에서의 생활에 큰 밑거름이 됐다. 특히 정답을 알려주고 암기하는 한국과 달리 토론을 바탕으로 정답을 찾아가는 수업 방식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첫 수업 시간이었어요. 교수님의 질문에 학생들이 서로 발표하겠다고 너도나도 손을 드는데, 그 장면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한국이었다면 아마 극성스럽다고 했을 거예요. 하지만 미국 사회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으면 바보가 돼요. 의사 표현을 분명하게 해야 하죠. 그건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구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넌 어떻게 생각하니?’였으니까요.” 말을 해야 살아남는 문화 속에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토종 한국인이 버텨내기란 쉽지 않았을 터. 그는 어떻게 대학원 수업에서 토론을 하고 해외 비즈니스가 가능할 정도의 완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을까? “외국에서 오래 살았던 적은 없어요. 세 살 때까지 미국에서 지냈고, 대학시절 6개월 정도 어학연수를 한 것, 군대를 카투사로 갔다 온 게 다예요. 대신 어렸을 때부터 영어 만화를 읽었고, 팝송을 들었고, ‘베벌리힐스 90210’ 같은 미국 드라마를 즐겨 봤어요. 영어에 계속 노출돼 있었던 거죠. 말이 많은 성격도 한몫했고요.” 그가 말하는 한국 영어 교육의 문제점은 발음과 문법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것. 미국 백인이 구사하는 영어를 ‘스탠더드’로 삼는 것도 옳지 않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수백 가지 영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발음이 완벽하지 않고 문법이 좀 어설퍼도 소통하는 데 아무 문제없다.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말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게 김 상무의 지론이다. 구글에서 살아남기 MBA 1학년 여름방학. 그는 구글 인턴십 프로그램에 합격해 처음 회사와 인연을 맺었다. 두 달간의 인턴 생활을 마치고 졸업 후 입사 제안을 받았다. 꿈에 그리던 구글러가 된 것이다. 서른이 훌쩍 넘은 남자가 첫 출근을 했던 그날은,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은 까까머리 스무 살이 된 것처럼 마냥 들뜨고 행복했다. “인턴 실적이 좋으면 회사에서 입사 제안을 하는 방식이에요. 다행히 제게도 기회가 왔어요. 입사 첫날, 출근 시간이 9시였는데 7시쯤 도착했어요. 적막한 구글 캠퍼스를 걷고 또 걸었죠.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볼을 꼬집어가면서(웃음). 대학 입학식 때처럼 회사 여기저기에서 사진도 찍었어요. 지금도 그때 걷던 길을 보면 뭉클해요.” 실리콘밸리의 중심부에 위치한 구글 캠퍼스는 흡사 디즈니랜드 같은 모습이다. 꿈과 희망이 살아 숨 쉬는 듯한 그곳을 걷다 보면, 금방이라도 미니 마우스의 손을 잡은 미키 마우스가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첫인상이요? 놀이공원 같았어요(웃음). 회사 앞에 집채만 한 공룡 모형이 있고, 비치발리볼을 하며 쉬는 직원들이 보였어요. 구글 캠퍼스에는 직원들을 위한 게임방, 카페, 헬스클럽 같은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사무실은 또 어떻고요.” 기자도 몇 년 전 베이징에 위치한 구글 캠퍼스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놀이터처럼 예쁘게 꾸민 사무실은 차치하고라도, 5성급 호텔 레스토랑 규모의 구내식당이 과연 압권이었다. 중식과 양식 파트의 일류 셰프들이 구글 사원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자유로운 기업 문화와 직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 덕분일까. 구글은 벌써 6년째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이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구글이 좋은 점은 개인에게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준다는 점이에요. 한국의 기업 문화는 조직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위계질서를 지키고 절차를 따라야 하죠. 누군가 새로운 방식으로 일에 접근하면 혼나는 분위기예요. 하지만 구글에서는 맡은 임무를 각자 알아서 하면 돼요. 방법이나 형식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게 구글 특유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조의 원천이라고 생각해요.” 미국은 고용 형태가 불안정한 나라다. 영원한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없다. 구글에서의 생활 또한 그렇다. 자유를 주는 대신 맡은 업무에서는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 “회사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결과를 잘 도출하면 회사 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어요. 그 이상의 결과물을 가져오면 승진해요. 만약 기대보다 부진하다면? 바로 아웃이에요. 미국 회사는 가차 없이 해고해버려요.” 아름답지만 잔혹한 구글이라는 정글에서 그는 2007년 입사 후 4년 만에 상무 자리에 올랐다. 다양한 신규 사업 제휴 업무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전 세계 3만여 명 중 몇백 명에게만 주는 최고경영진 상을 2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내로라하는 수재들 사이에서도 아주 빨리 그리고 높이 날아오르고 있는 중이다. “제 경쟁력은 아시아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사업 제휴를 하다 보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해요. 동양권에서는 같이 술 한잔 하면서 친분을 쌓는 게 일의 연장선상에 있죠. 하지만 개인주의가 바탕인 미국 사람들은 그 정서를 절대 이해하지 못해요.” 그의 꿈은 한국인 구글 경영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지금의 성과를 성공이라고 자부할 수 없다는 김 상무는 오늘도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바쁘게 살고 있다. 구글 상무는 딸 바보 김 상무로부터 구글 부사장은 매일 저녁 5시 반에 퇴근한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고등학생인 두 딸과 저녁을 먹기 위해서란다. 관공서 공무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시가 총액 3,8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고 기업 2인자의 이야기다. “구글 부사장 정도면 세계 어느 회사의 CEO로도 갈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이에요. 매일 일찍 집에 가는 이유가 딸들과의 저녁 식사 때문이라니. 그 이야기를 듣고 좀 충격적이었어요(웃음).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사실 구글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경영진들 대부분이 그래요. 워크 앤 라이프를 철저히 분리할 줄 알죠. 이들에게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김 상무 역시 구글에서 배운 대로, 아내와 다섯 살 난 딸과 함께 시간 보내는 일을 삶의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아무리 늦어도 저녁 7시 전에는 집에 도착하는 편이에요. 약속이 있더라도 집에서 식구들이랑 저녁 먹고 아이와 놀아주다가 나가고요. 약속 없을 때는 아이 재우고 밀린 업무를 하거나 아내와 와인 한잔 하며 여유를 즐기죠.”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갈구하던 저녁 있는 삶이 아닌가. 새벽같이 출근해 야근이며 회식에 시달리다 사람인지 파김치인지 헷갈리는 몰골로 퇴근하는, 아이 자는 모습만 보는 한국의 가장들이 들으면 집단으로 사표 쓸 이야기다. “제가 잘한다기보다는 회사 문화가 좋은 거죠. 불필요한 서류 작업에 시간 뺏기지 않아도 되고, 상사 눈치 볼 일도 없으니까요. 국내 기업에 다녔다면 저도 회사 생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거예요. 구글러로서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특히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 아빠로서 큰 행운이에요.” 김 상무는 스스로를 딸 바보라고 칭한다. 아이 이야기에 한결 표정이 밝아진 그는 어린이집 등원 준비도 모두 자신이 도맡아 한다며 남다른 육아 욕심을 설파했다. “어린이집 등원할 때는 물론 아침에 양치질하고 씻고 옷 입는 것까지 모두 제가 챙겨요. 아이도 그건 ‘아빠랑 하는 일’로 알고 있더라고요(웃음). 저녁마다 목욕하고 책 읽고 노는 것도 하루도 빼놓지 않는 편이에요.” 이런 백점짜리 남편의 아내는 한국인 최초로 트위터에 입사한 이수지씨. 구글과 트위터라, 이쯤 되면 IT 업계의 ‘어벤저스 부부’라고 명명해도 무리가 없겠다. 그녀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남편은 살림과 육아에 열정을 쏟고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육아는 물론 살림까지 섭렵한, 이토록 가정적인 구글 상무라니! “저 살림하는 건 자신 있어요(웃음)! 요리는 잘 못하지만 정리 정돈에 목숨 거는 스타일이거든요. 결혼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깔끔한 것에 집착하는 쪽이 먼저 청소하고 정리하잖아요. 제가 딱 그래요.” 아직 아이가 어려서 특별한 교육관은 없다. 다만, 의사 표현을 분명하게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제 나름의 원칙 중 하나는, 아이에게 아빠가 아니라 친구처럼 대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대화할 때도 ‘아빠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는 식으로 물어보죠. 앞으로 자라면서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하는 아이가 됐으면 해요. 그게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이라고 보거든요.” 인터뷰 이후 진행된 화보 촬영에서 김 상무는 놀라운 ‘끼’를 보여줬다. 요구하는 포즈는 물론 표정 연기까지 척척 해내는 걸 보니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타고난 사람이 분명해 보였다. 어쩌면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도 그래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그가 써내려갈 또 다른 인생의 서막을 기대한다. <■글 / 서미정 기자 ■사진 / 박재찬 ■의상&액세서리 협찬 / 올젠(02-514-9006),워모(02-3433-8888), 질 바이 질스튜어트(02-512-4395), 카운테스마라·벨그라비아·로버스(02-542-0595), VANEMIA(070-8899-3920) ■헤어&메이크업 / W 퓨리피(02-549-6282) ■스타일리스트 / 김명희>
실리콘밸리 신화 이룬 김태연 회장의 영화 같은 인생 이야기
2008. 06. 16 화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김태연 회장은 기자들의 명함을 받으며 꼭 기억하겠다는 듯 이름을 힘주어 읽었다. 그리고 인터뷰 내내 눈을 맞추며 이름을 불렀다. 악수는 손을 감싸 쥐며 가볍게 흔들면서 당당하게 해야 한다고 일러주기도 했다. 행동 하나하나에 자연스레 녹아 있는 다정스러운 자신감은 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 당당함과 진실함은 아마도 오늘의 그를 만든 비결이었을 것이다.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받았던 냉대, 성공의 밑거름이 되다 정월 초하루 자시, 제사를 준비하고 있던 김씨 문중 사람들은 종손 며느리의 진통에 제사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세상을 뒤흔들 장군감’을 기다리던 식구들의 기대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사그라졌다. 아이를 받아낸 할머니는 “김씨 집안 다 망했네”라며 부엌에서 끓고 있던 미역국을 솥째 내동댕이쳤고, 태어난 아이가 여자임을 확인한 할아버지는 조상 앞에서 “제가 뭘 잘못했기에 이런 큰 벌을 주십니까”라며 통곡을 했다. 세계를 대표하는 여성 리더로 인정받고 있는 김태연 회장(62)은 그렇게 태어났다. 아무도 축복해주지 않았던 출생의 순간은 낙인이 되어 자라는 내내 그를 힘들게 했다. 가족들의 싸늘한 시선은 상상할 수도 없는 구박과 냉대로 이어졌고, 술주정이 심했던 아버지에게는 무관심과 폭력을, 한 맺힌 어머니에게는 원망을 받아야만 했다.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도 그를 ‘재수 없는 아이`’라고 부르며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의 어린 시절은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고 한다. “나는 사람들한테 손가락질을 참 많이도 받았어요. 내 눈물을 채우자면 한강도 넘칠 거예요. 항상 ‘너는 안 돼’라는 말을 듣고 자랐어요. 정월 초하루에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요.” 하지만 지금 그는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위치에 섰다. 그는 반도체 장비 회사인 라이트 하우스(Lighthouse Worldwide Solutions)를 비롯해 모닝 플라넷, 데이터 스토어X, 엔젤힐링 등 6개 회사를 소유한 TYK 그룹의 회장이자 태권도 도장인 ‘정수원’을 운영하는 태권도 8단의 여성 최초 ‘그랜드마스터’다. 라이트 하우스는 실리콘밸리가 벤처 위기로 무너져가던 때에도 성장을 거듭해 동종 업계 1위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우량 회사이며, 그가 진행하는 ‘태연 김 SHOW’와 직접 출간한 책들은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사람들은 제게 ‘어떻게 그런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느냐’고 묻습니다. 그리고 ‘참 힘들었겠어요’라고 얘기하죠. 네. 정말 어렵고 고통스러웠어요. 하지만 좌절과 시련은 누구나 겪게 되어 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쓰러져버려요. 인생은 전쟁이니까요. 저도 어느 순간 문득 깨달았습니다. 나의 무기는 ‘눈물을 알았다’는 것이라는 점을요.” 아픔을 겪었고 외롭고 힘들었지만, 그 시간들은 김태연 회장에게 밑거름이 되었다. 눈물을 흘렸기 때문에 ‘정말 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절실히 했고 탄탄하게 자신을 갖추려 노력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과 공상을 구별하지 못해요. 흔히 공상을 꿈이라고 생각하고 좇으려 하는데 그건 틀렸어요. 냉정하게 판단해서 꿈을 세울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꿈을 정했으면 레이저를 쏘듯 집중해서 파고들어야 해요.”‘할 수 있다’는 도전 정신은 인생의 필수 준비물 그의 이름을 이야기할 때면 자동적으로 따라붙는 말이 있다. 바로 할 수 있다는 ‘Can Do’ 정신. 지난 2001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CAN DO쇼’를 열어 감동을 준 바 있다. ‘김태연=Can Do’라고 연결될 만큼 고유명사처럼 사용된다. “저는 버스를 탈 줄 알고, 전화를 걸 줄 알고, 화장실에 갈 줄 알고, 입에 밥을 떠 넣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인생을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꿈을 가지고 마음속에 그리면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포기할 줄 모르는 도전 정신은 ‘재수 없는 가시나’였던 김태연을 ‘한국을 빛낸 55인’ 중 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맨몸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사람들을 사귀고, 사무실을 겸한 방 한 칸으로 잘 알지도 못한 사업에 뛰어든 일화들은 유명하다. “멸시와 배척은 한국에서만 겪었던 것이 아닙니다. 스물두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면서 동양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버몬트에서의 삶이 시작됐죠. 영어 한마디 못하는 조그만 동양 여자아이를 누가 좋아했겠어요? ‘내 이름은 김태연입니다. 친구가 되고 싶어요’라고 쓴 종이를 들고 1백 채의 집을 돌아다녔어요. 딱 세 군데서 문을 열어주더라구요. 끊임없이 두드린 결과,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줬어요.” 사업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보통 이민자들은 식당이나 세탁소, 미용실 등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들었다. 신앙의 힘으로 반드시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출발했지만 주변에서는 다들 ‘미쳤다’며 손가락질했다. 집까지 팔아 돈을 마련했고 근처 식당에서 개 먹이로 쓰라고 공짜로 주던 소 뼈다귀를 매일같이 얻어와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다. 1 인터뷰 도중 김태연과 아들들이 ‘아리랑’과 ‘쾌지나 칭칭나네’를 들려줬다. 2·3 15일 열린 ‘김태연 SHOW’ 중에서.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프로듀서가 연출을 맡았고, 강연에 연주·노래·패션쇼 등이 접목된 최초의 예술강연(ARTLECTURE)이었다.“오늘의 이 시간을 기대하면서 고생과 동고동락했죠.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라’는 말처럼 중심으로 들어가야겠다 싶어서 무작정 실리콘밸리로 옮겨 부딪치기 시작했어요. 문제는 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계약을 할 때도 다른 업체에서는 10만 불에 체결되는 걸 우리에게는 70만 불을 요구하는 거예요. 그들은 제가 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저는 ‘좋아, 이번은 내가 손해 보마’라는 생각으로 승낙해요. 그리고 최고의 기술과 정성, 믿음을 보여주는 거죠. 지금 당장 눈앞의 것만 계산해서는 사업을 할 수 없어요. 멀리 내다보고 판단한 뒤 공격적으로 움직여야 해요.” 도전이라고 해서 무조건 밀어붙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내실을 다지고 정성으로 모든 일을 대하는 것이 기본이다. 김태연 회장은 자신도 ‘상품’임을 항상 잊지 않는다고 한다. 한번 보면 누구나 그를 기억하게 만드는 화려한 외모 또한 ‘인생 전략’이다. “살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상대방의 가슴에 불을 지를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상대의 시선을 잡아 끌 수 있을까 고민해요.” 내면을 보여줄 기회를 얻기 위해 우선 상대방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려면 특징적인 외모만큼 좋은 것도 없다. 이렇다 할 배경도 없는 조그만 동양 여자로서는 보통 사람들과 동일한 출발선에 서는 것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화려한 옷차림과 짙은 화장은 어떻게 보면 필수적인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듣는 말이 ‘Are You Chinese or Japanese? (당신 중국인이에요? 아니면 일본인?)’였어요. 그들 눈에는 다들 비슷비슷해 보이니까 그랬겠지만 그 소리가 정말 듣기 싫더라구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머리도 올리고 화장도 하고. ‘튀는’ 외모 덕분에 다들 중국인도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김태연’으로 기억해요. 외모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이야기를 먼저 건네기도 하구요. 만나는 사람들, 혹은 그 자리의 성격에 맞춰서 옷을 입어요.” 그는 인터뷰 자리에 꽃이 수놓인 연두색 정장을 입고 나왔다. 인터뷰에 임하는 오늘의 ‘전략’을 물었다. “초록색을 기본 컬러로 선택한 것은 편안한 마음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고 싶어서예요. 오랜만에 친정(한국)에 왔으니 잘 보이고 싶거든요(웃음). 이 꽃은 국화예요. 내 동생이 세상을 떠나면서 ‘국화 같은 누나, 내 몫까지 잘살아줘’라고 글을 남겼어요. 내가 이렇게 당당하게, 누가 돌봐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국화처럼 씩씩하고 멋지게 잘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터뷰를 통해 동생도 봤으면 해서 입었습니다.” 그가 화장과 옷차림만으로 외양을 가꾸는 것은 아니다. 올해로 62세가 됐지만 말하기 전에는 절대로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체력과 활기를 가졌다. 태권도로 다져진 몸은 군살 하나 없이 탱탱하고 손이나 목도 주름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운동은 종류 상관없이 두루 좋아해요. 태권도야 말할 것도 없고 축구, 야구, 탁구 다 즐겨요. 도전을 즐기기 때문에 스카이다이빙 같은 것도 즐겨요. 그리고 늘 긍정적으로, 계획적인 생활을 유지하려고 애쓰죠.”서로의 가슴속 상처를 품어 안으며 만들어진 가족의 인연 엄청난 부와 성공을 거뒀고 후회 없이 모든 일에 도전해왔던 그도 사실 아쉬운 점은 있다. “어렸을 땐 다들 나보고 못생겼다고 해서 그런 줄만 알았고 또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봤어요. 연애를 하면 어떨까 궁금하네요. 지금이라도 나를 사랑해주는 멋진 남성이 나타난다면 좋겠지만…. 나는 연애도 열정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용기 있는 남자가 없네. 하하.” 이민 초기, 주변의 권유에 떠밀려 한 미국 남자와 결혼을 했었다. 하지만 서러웠던 어린 시절만큼 남편을 비롯한 시댁 식구들의 인종 차별과 멸시 또한 매서웠다. 그 시절 그는 두 번이나 유산을 했고 의사로부터 ‘장례 치를 준비를 하라’는 선고를 받을 만큼 죽을 고비도 넘겨야 했다. 결혼생활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그의 곁에는 소중한 자녀들이 있다. 그에게 태권도를 배우다 양자가 된 6남 3녀.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가족에게 버림받고 마약과 폭력, 섹스로 얼룩진 생활에 빠져 있던 아이들이었지만 김태연은 이들이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갖고 있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보듬었다. 따뜻한 정과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맺은 자녀들은 이제 그의 가장 큰 보물이 되었다. 자녀들은 든든한 사업 파트너로, 능력 있는 직원으로, 유쾌한 아들로, 다정한 며느리로 모습을 바꿔가며 언제나 그의 곁을 지키고 있다. 그 또한 인생에서 가장 큰 성공이 ‘어머니’란 이름을 얻은 것이라고 말할 만큼 자녀들을 아낀다. “얼마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 우리 아들이 ‘햇볕정책’에 대해 질문을 했더니 김 전 대통령께서 놀라시더라고요. 저는 아이들에게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 음식까지 가르쳤어요. 내가 한국인이니까 아이들에게는 어머니의 나라잖아요. 한국의 효를 배워서일까요? 정말 놀랄 만큼 효자들이에요.” 눈물겨운 기억만 가득한 한국 생활이었지만 김태연은 한국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뿌리는 잘라낼 수 없기 때문이란다.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만큼, 외국인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이름이 있을 법도 한데 김태연에게는 외국 이름이 없다. 덕분에 그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태연’이라는 이름을 불러야 한다. 그리고 그가 한국 사람임을 꼭 한 번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 앞으로 그의 꿈은 ‘김태연 같은 사람을 많이 키워내는 것’이다. “내가 잘났으니까 나 같은 사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나의 ‘성공’이 아니라 나와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을 키우고 싶은 거죠.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이겨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어려운 아이들과 특히 여성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요. 엄마가 아이를 키우잖아요. 할 수 있다는 신념과 인내를 심어줄 수 있는 것은 엄마니까 여성들의 역할이 무척 크죠.” 사회 교육 사업에 힘을 쏟고 싶다는 그의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교과서다. 시련과 좌절을 딛고 끊임없이 도전한 김태연 회장의 성공을 보며 사람들은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 “스스로 훌륭한 브랜드가 되어야 해요. 자기만의 생각에 깊이 빠지지 말고 유연한 사고로 어떤 일이든 포기하지 않으면서요. ‘그’도 할 수 있고 ‘그녀’도 할 수 있는데 나는 왜 못해요? 할 수 있어요! Can Do!”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인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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