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585 건 검색)
- [올앳부동산]윤석열 정부 부동산 공급 계획 ‘낙관’에서 ‘악몽’으로
- 2025. 03. 09 07:00경제
- ...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며 재개발·재건축 등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낙관’에서 ‘악몽’으로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시점에 주택 시장은 이미 정점(2021년 10월)을 찍고 활기가 떨어지는...
- 올앳부동산
- 겨울바다의 악몽, 여수 해역서 139t급 어선 침몰…5명 사망·5명 실종
- 2025. 02. 09 16:14사회
- 생존 선원 “갑자기 기울어 구명조끼도 못 입어” 해경 “2.5m 파도에 대형 선박 침몰은 이례적” 9일 오전 전남 여수시 하백도 인근 해상에서 승선원 14명이 탑승한 대형 트롤 어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해...
- 선원침몰어선해경해역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처참했던 현장 떠올라 악몽”…소방관 1000명 ‘긴급심리상담’
- 2025. 01. 09 12:56사회
- ... 과학수사대 등이 마무리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권도현 기자 “참혹했던 현장이 자꾸 떠올라 악몽을 꾸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합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전남의 한 소방서...
- 현장참사제주항공여객기악몽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 [금주의 B컷]철조망 너머 비행기 잔해들…악몽이 된 크리스마스 여행
- 2025. 01. 01 20:46사회
- 기자들은 지난해 12월29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앞을 지키고 있었다. 세 번째로 요구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소환 시간은 아직 몇십 분 남아 있었지만, 그가 나타나리라는 기대는 없었다. 그러던 중...
- 금주의 B컷
스포츠경향(총 556 건 검색)
- 중국 축구, 일본 원정 ‘악몽’에 좌절···국대 0-7 완패에 ACL 6경기 원정 모두 패배
- 2025. 03. 12 09:13 축구
- 요코하마 얀 마테우스가 11일 ACL 16강 2차전에서 산둥을 맞아 왼발슛으로 골을 넣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축구가 국가대표는 물론 클럽 축구에서도 일본 원정에서 잇달아 완패하며 좌절했다. 국가대표팀의 경쟁력 차이는 인정하더라도 우수한 외국인 선수가 많아 클럽 대항전에서는 J리그를 넘겠다고 별렀지만, 큰 격차를 확인했다. 중국 언론에서는 “일본 원정은 악몽과 같다”고 전했다. 중국 슈퍼리그 강호 상하이 하이강은 11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엘리트(ACLE) 요코하마 마리노스와의 16강 2차전에서 1-4로 완패했다. 홈에서 0-1로 패했던 상하이는 합계 1-5로 밀려 8강행에 실패했다. 중국 포털 소후닷컴은 12일 상하이의 패배 소식과 함께 “중국은 이번 ACL에서 일본 원정에서 6패를 당했고, 국가대표팀은 일본 원정에서 0-7로 졌다. 중국 축구에 일본 원정은 악몽이 됐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일본 원정에서 충격적인 0-7 참패를 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위로 아시아 최강인 일본과 90위 중국의 현실적인 격차가 있지만 7골차 완패는 중국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9월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서 일본이 중국을 7-0으로 꺾었다. Getty Images코리아 국가대표 전력 차에 절감한 중국은 이번 ACL에서는 반전을 노렸다. 중국 슈퍼리그에 우수한 외국인 선수가 많아 J리그와 원정경기에서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국 슈퍼리그는 이번 ACL에서 J리그와 일본에서 치른 대결에서 전멸했다. 산둥이 가와사키에 0-4, 비셀 고베에는 1-2로 졌다. 상하이 하이강은 전날 요코하마전 패배를 비롯, 가와사키에 1-4, 비셀 고베에 1-3으로 졌다. 상하이 선화는 요코하마에 0-1로 패했다. 중국 축구는 국가대표와 클럽 모두 일본에서 엄청난 좌절을 맛보며 격차만 크게 확인했다. 상하이 선화는 12일 일본에서 가와사키와 16강 2차전을 치르는데, 소후닷컴은 “이 창피한 기록을 깰 수 있길 바랄 뿐이다”고 전했다.
- 저녁 식사 뒤 3일 지난 새벽부터 악몽이 시작됐다…양익준이 밝힌 ‘후배 폭행 사건’의 전말
- 2025. 03. 06 00:05 연예
- 배우 겸 감독 양익준이 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ㄱ씨의 말을 반박하고 있다. 이다원 기자 어려운 사정 도와주려 만나 충고하다 가볍게 툭툭 쳐 사과했지만 상황 부풀려 고소 재차 화해하고도 소 취하 거부 놀아난 느낌…바로잡겠다 배우 겸 감독 양익준이 항간에 불거진 후배 폭행 논란에 대해 억울한 마음을 토로했다. 양익준은 5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모처에서 진행된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ㄱ씨는 내가 겪은 일과 정반대로 얘기하고 있다. 악의적인 건지, 망상인 건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영화계엔 내가 직접 알려야할 것 같았다”고 운을 뗐다. 양 감독은 ㄱ씨를 자신의 운영하는 아마추어 영화워크숍에서 처음 만났다고 운을 뗐다. 그는 “ㄱ씨는 업계에 발을 들인 적도 없는 사람이다. 예비 영화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그럼에도 내가 후배를 폭행했다는 기사가 끝도 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 사단에 정신과 혼이 나가버린 느낌이다. 사건이 알려진 후 3주 사이에 중재인이 나타나 ㄱ씨와도 화해했지만, 갑자기 고소 취하를 못 하겠다며 이후에도 현재 상황을 부풀려 말하는ㄱ씨의 얘기에 나도 더는 놀아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양 감독은 “ㄱ씨가 1억 가까이 빚이 있고 생활 환경이 열악하다는 얘길 본인에게 들었다. 그래서 돕고 싶은 마음에 문화센터 강사 자리도 제안했고, ㄱ씨는 승낙했다”면서 “ㄱ씨에게 도움을 주려고 가게에서 하는 워크숍 강의도 제안했는데, 그 자리에서 워크숍 수강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내가 ‘수강생에게 1회당 1~3만원을 받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런데 ㄱ씨는 ‘무료로 해도 괜찮다’고 하더라. 시간과 노력을 쓰는 건데 왜 무료로 하느냐는 답답한 마음에 ‘아이고 이놈아’라며 가볍게 통통 머리를 건드렸던 것뿐이다. 내가 도움을 주기 위해 만난 사람을 폭행할 이유가 대체 뭐가 있겠느냐. ㄱ씨는 그날 사장이 만든 파스타까지 먹고 웃으며 나갔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 사건이 일어난 지 3일 뒤 새벽 2시 54분에 갑자기 ㄱ씨에게 전화가 왔다며 “ㄱ씨가 19분간 괴성을 지르며 ‘날 왜 때렸느냐’ ‘당신 가게에서 파스타를 얻어먹은 게 치욕적이다’ 등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 괴성을 들으며 나도 두려웠지만 ‘그게 어떻게 때린 거로 느낄 수 있느냐. 니가 안쓰러운 마음이었는데,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하다’고 달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오후에 메시지를 남기고 전화도 했지만 받지 않았다. 이후에도 내가 2번 더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진짜 죄가 있다면 떳떳하게 죗값을 받겠다. ㄱ씨는 익명의 뒤에 숨어서 내 삶을 파탄내고 있다. ㄱ씨 때문에 난 후배를 폭행한 미친 감독이 되어버렸다”며 “마지막 만남에선 ㄱ씨가 ‘나는 나밖에 보호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보호할 거다’라고 하더라. 나도 그렇게(나를 최선을 다해 보호)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양익준은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성북구의 한 주점에서 ㄱ씨의 머리를 종이 뭉치로 여러 차례 때리고 폭언한 혐의를 받는다. ㄱ씨는 12월 30일 경찰에 고소장을 내고 “(양씨가)사람을 비참하게 때렸다”고 주장했다.
- [인터뷰] ‘데뷔 13년’ 공승연 “이제 악몽은 안꾸지만...”(꽃의 비밀)
- 2025. 03. 04 17:34 연예
- 공승연. 바로엔터테인먼트 “연극배우들과 제 모습이 동떨어질까 걱정했어요. 이제 악몽은 안꾸지만, 부담감은 여전해요.” 2012년 tvN 드라마 ‘아이 러브 이태리’로 데뷔를 해 어느덧 데뷔 13년 차인 배우 공승연은 아직도 연기에 자신감이 없다. 게다가 ‘꽃의 비밀은’ 그의 첫 연극 무대이다 보니 부담감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렇기에 공승연은 ‘꽃의 비밀’이 본격적으로 공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진행됐던 기자간담회에서 “행복하면서도 힘들고 버겁다고 생각했다. 긴장되고 악몽을 꾸기도 했다”라고 고백했다. “무대가 끝나고 커튼콜을 했을 때였어요. 저 혼자 뒤에서 멀찍이 서 있었는데, 이 배우들과 다르다는 기시감 같은 게 들었어요. 관객들도 저에 대해 큰 기대치가 없으리라 생각하는데, 잘 어울리지 못하는 느낌이 들까 봐 걱정됐어요. 악몽은 이제 안 꾸지만, 부담감은 아직 커요.” 4일 스포츠경향은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배우 공승연을 만나 연극 ‘꽃의 비밀’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꽃의 비밀’ 공연 사진. 파크컴퍼니 ‘꽃의 비밀’은 이탈리아 북서부의 작은 마을 빌라페로사를 배경으로, 축구에 빠져 집안일을 소홀히 하던 가부장적 남편들이 하루아침에 사고로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 하루 동안 모두를 속여야 하는 황당무계한 소동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극 중 미모 담당 모니카로 분한 공승연은 생애 첫 연극에 도전한다면서 장진 감독의 도움으로 그나마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처음 미팅을 한 시기는 12월 1일, 이후 함께 식사하고 바로 다음 날 연습을 했을 정도로 모든 것이 순식간에 진행됐다. “다들 연습량이 엄청 많았어요. 그래서 (연기하는 데) 어렵거나 그렇지는 않았어요. 저는 당시의 연습이 너무 힘들어서 감독 님께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더니 감독 님께서는 나중에 무대 올라가면 본인한테 고마워할 거라고 조언해주셨어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사해요.” 장르 자체가 코미디 극이다 보니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웃긴 장면에서 스스로 ‘웃참’(웃긴데 참는)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겠지만, 장진 감독의 강도 높은 연습량에 그런 상황은 미리 방지할 수 있었다. “감독 님께 또 감사한 게 연습실에서 너무 많이 웃었어요. 미리 가발 분장 같은 거 저희끼리 시도해보면서 연습실에서 많이 웃어놔서 이제는 분장 가지고 웃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감독 님께서 그런 것들을 다 계산해서 연습 스케줄을 짜신 것 같더라고요.” 매체에서만 10년 넘는 세월 동안 연기를 해 온 공승연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극의 매력에 푹 빠졌다. “연극 연기하면서 되게 신기했어요. 저는 울면서 연기를 하고 있는데, 관객분들은 웃으시더라고요. 이런 아이러니가 저한테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걱정도 늘었어요. 연기하면서 반응이 안 오면 어떡하지? 하면서요.” ‘꽃의 비밀’ 공연 사진. 파크컴퍼니 평소 지인들이 출연하는 연극을 보러 극장을 자주 찾는다는 공승연. 하지만 이제는 연극 출연 배우로서 연극 연기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극장을 이전보다 더 많이 방문하게 됐다. 가장 최근에 본 건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다. “연극 무대에서의 경험이 너무 좋았어요. 관객을 만나는 게 매번 설레고요. 앞으로 또 기회가 생긴다면 연극 무대를 더 많이 밟고 싶어요.” 그렇다면 배우 공승연으로서의 꿈은 무엇일까. “저는 10년을 넘게 연기를 했지만, 데뷔 10년 차인 것을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요. 지금 제 연기가 10년 차에 걸맞은 실력인지 의문이 들기도 해요. 칸에 가서 여우 주연상 받거나 할리우드 진출하는 등 엄청난 꿈을 꾸지는 않아요. 지금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쓰인 것에 따라 연기를 하려고 해요. 꿈을 너무 크게 가지면 앞으로 연기를 못하는 상황이 올 때 상실감이 엄청날 수도 있잖아요?” 한편 연극 ‘꽃의 비밀’은 지난달 8일 본격적으로 공연을 시작해 오는 5월 11일까지 진행된다.
- 인터뷰
- 리버풀 팬, 3년 전 ‘UCL 파리 악몽’ 이번엔 없다···파리 경찰청 “팬 안전 약속”
- 2025. 03. 04 16:14 축구
- 2022년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리버풀 팬들이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하자 항의하고 있다. Getty Images코리아 프랑스 파리 경찰이 잉글랜드 리버풀 원정팬에게 안전을 약속했다.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파리 빅뱅’을 앞두고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파리 치안 당국은 3년 전 결승이 열렸던 파리에서 큰 아픔을 겪었던 리버풀 팬들을 안심시켰다. 4일 프랑스 매체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프랑스 경찰은 리버풀 팬에게 3년 전의 혼란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경기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리버풀과 파리생제르맹(PSG)은 6일 오전 5시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2024-25 UCL 16강 1차전을 벌인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두와 프랑스 리그1 선두의 대결로 이번 16강 대전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빅뱅이다. 그러나 두 팀의 치열한 경기를 앞두고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3년 전 파리에서 발생한 참사 악몽이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리버풀 모하메드 살라와 하비 엘리엇. Getty Images코리아 리버풀은 2022년 5월 UCL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맞붙어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경기에 진 것도 아픈데 당시 리버풀 팬은 파리에서 악몽을 경험했다. 일부 관중이 ‘가짜 티켓’을 소지해 혼란이 생겼고 몇몇 게이트에는 수용 불가능한 많은 관중이 몰려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했고, 관중 입장이 지연돼 킥오프가 연기되는 초유의 상황까지 발생했다. 당초 일각에선 리버풀 ‘훌리건’들의 난동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UEFA는 조사 결과 이는 팬이 아닌 경기 운영 미숙과 과잉 진압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결론을 내렸다. 2022년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 팬들이 뜨거운 응원을 펼치고 있다. Getty Images코리아 이후 테오도르 테오도리디스 UEFA 사무총장은 리버풀 팬들에게 공식 사과하며 그에 따른 보상을 준비하겠다고 밝혔고, 결국 리버풀 팬들에게 배정된 약 2만장의 결승전 티켓 가격을 모두 돌려주기로 했다. 로랑 누네즈 파리 경찰청장은 르프라지앵과 인터뷰에서 “2022년 사태 이후 철저한 조사를 통해 보고서를 만들었으며 경기장 주변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면서 “경기장 안전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리버풀 팬에게 원활한 경기 진행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주간경향(총 23 건 검색)
- [시네프리뷰] 시빌 워: 분열의 시대-종군기자 렌즈에 찍힌 근미래 내전의 악몽(2024. 12. 25 06:00)
- 2024. 12. 25 06:00 연예
- 마지막 백악관 전투 장면 연출은 훌륭하다. 전쟁을 주제로 한 많은 영화가 있는데, 현대전의 ‘리얼리티’는 대부분 영화 속 묘사와 사뭇 다르다. 어이없으면서도 비현실적인 비극이다. / ㈜마인드마크 제목: 시빌 워: 분열의 시대(Civil War) 제작연도: 2024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09분 장르: 액션, 전쟁, 드라마 감독: 알렉스 가랜드 배우: 커스틴 던스트, 케일리 스패니, 와그너 모라, 스티븐 헨더슨, 제시 플레먼스, 닉 오퍼맨 개봉: 12월 31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배급: ㈜마인드마크 공동제공: 콘텐츠웨이브, ㈜하이스트레인저 무장 민병대가 총을 겨누며 “당신들은 어느 쪽 미국인이지?”라고 물었을 때, 극장 관객석에서 작은 비명이 흘러나왔다. 아마 영화에 몰입해서겠지만. 시사회에서 흔한 일은 아니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잘 만든 영화란 방증이다. 지난 10월쯤, 서울 용산 CGV 내부에 거대한 광고판이 붙어 있었는데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수입사에 문의하니 “개봉 시기는 검토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수입사가 예상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개봉 타이밍은 잘 잡았다. 세상에나, 느닷없이 한밤중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그가 일으킨 ‘내란’은 현재 진행 중이다. ‘대국민’ 긴급 담화를 자청한 대통령은 국민이 아니라 이제 10% 남짓에 불과할 자신의 지지 세력을 향해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선동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에 맞춘 한국 개봉 시점 영화가 다루는 건 근미래의 미국이다. 어쩌다 미국이 내전(civil war·보통은 1861년에서 1865년까지 벌어졌던 남북전쟁을 지칭하는 말이다)의 구렁텅이에 빠졌는지 영화는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영화의 주인공인 종군기자들의 대화 사이에 내전이 벌어지게 된 경위가 언급될 뿐이다. 영화는 미국 대통령이 “승전은 코앞에 와 있다”라는 연설을 준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종군기자들의 대화 속 정보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3선을 했는데, 시민에게 공중폭격을 하라고 명령 내린 폭군이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가 연합해 반기를 들어 서부 연합군(WF)을 만들었다. 영화에서는 이들이 내건 깃발과 어깨에 붙이는 견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50개 주가 별로 표시된 미국 성조기에서 두 개의 별만 남아 있다. 그냥 소총이나 IED(임의조제 폭발물)로 무장한 비정규군이 아니다. 서부 연합군도 최신 전투기, 공격용 헬리콥터나 탱크, 장갑차를 갖춘 정규군이다. 그러니까 미군도 둘로 쪼개진 것이다. 앞서 미국 대통령은 “승전이 코앞에 와 있다”고 TV 생중계 연설에서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패배 직전이었다. 로이터통신에서 일하는 베테랑 종군사진기자 리(커스틴 던스트 분)와 동료 조엘(와그너 모라 분)은 워싱턴으로 가서 패전을 앞둔 대통령을 인터뷰하려 한다. 워싱턴에 가기 위해서는 서부 연합군과 정부군의 치열한 교전 현장을 통과해야 한다. 이들은 픽업트럭으로 전장을 우회해 시골길로 워싱턴으로 향하는 계획을 세운다. 여행엔 이들이 인생의 멘토로 존경하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새미와 리처럼 유명 사진기자가 되고 싶은 신출내기 제시도 참여한다. 그런데 우회하는 시골길이라고 안전한 것이 아니다. 워싱턴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이들이 목격하고 경험하는 것은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초현실적인 끔찍한 악몽 같은 참상이다. 종군기자라는 직업적 숙명 영화는 알렉스 가랜드 감독이 직접 쓴 오리지널 각본으로 만들었다. 앞서 가랜드 감독은 전작 <멘>(2022)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독립영화 배급사로 유명한 A24는 지금까지 제작한 영화 중 가장 많은 돈(5000만달러)을 투자했다고 한다. 나름 블록버스터급 영화인데 카메라의 앵글을 전선을 따라가는 종군기자들의 동선으로 좁혀 비용을 아꼈다. 연출도 돋보인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백악관 전투 장면 연출은 정말 훌륭하다. 전쟁을 주제로 한 많은 영화가 있는데 현대전의 ‘리얼리티’는 대부분 영화 속 묘사와 사뭇 다르다. 어이없으면서도 비현실적인 비극이다. 끝내 마지막 백악관 전투의 목격자가 된 조엘의 ‘대통령 최후 인터뷰’도 여러 각도에서 곱씹을 대목이 있다.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잔인하지만, 숙명처럼 그것을 기록해야 하는 종군기자의 일에 대해서도. 전쟁기록 사진 대표작 로버트 카파의 ‘쓰러지는 병사’ 논란 /MoMA 영화에서 리를 닮고 싶어하는 23세의 신출내기 사진기자 제시는 디지털 대신 필름카메라를 고집한다. 그것도 흑백 사진으로. 제시의 재능을 알아본 리는 수십 년 넘게 전장을 누빈 자신의 경험을 전수한다. 종군사진기자는 비극적 죽음을 눈앞에 두고 냉정한 기록자로 남아야 하는 걸까. 제시는 리에게 묻는다. “내가 사진을 찍다가 총에 맞아 죽는다면 그 순간도 사진을 찍을 건가요.” 그는 대답을 얼버무린다. 영화 중반의 이 문답 장면은 영화의 끝이자 절정부인 장면과 대구를 이룬다. 워싱턴에 들어가기 전 서부 연합군 기지에서 리는 평생 멘토로 삼았던 언론계 선배 새미의 시신 사진을 삭제한다. 그가 지켜왔던 직업 윤리상으론 그것 역시 피사체의 존엄을 세상에 남기는 기록 행위였다. 그러나 가장 가까웠던 이의 죽음으로 리의 냉철함은 흔들린다. 영화의 주요 전투 장면마다 스틸컷으로 제시가 찍은 사진이 나온다. 현장의 절박감과 고통, 죽음의 공포가 잘 표현된 사진들이다. 영화를 보며 떠오른 건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그려 잘 알려진 로버트 카파의 ‘쓰러지는 병사’(사진)다. 사진에 얽힌 사연은 널리 알려져 있다. 사진 속 주인공은 페데리코 보렐 가르시아라는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 24세 남자다. 카파가 1936년 9월 5일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북쪽으로 20㎞ 떨어진 세로 무리아노 지역 전투에서 찍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워낙 유명한 사진이다 보니 여러 이설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보렐은 죽지 않았다는 주장부터 카파의 설명과 달리 사진이 찍힌 장소는 세로 무리아노 지역에서 남쪽으로 50㎞ 이상 떨어진 에스페호라는 지역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설까지. 1954년 베트남에서 지뢰를 밟고 폭사한 카파는 생전에 자신의 이 대표작에 대해 말을 아꼈다. 보렐이 카파를 위해서 자세를 취하다 저격당해 죽었기 때문에 평생 죄책감에 시달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고, 실제 그 사진은 자신의 조수로 활약하다 일찍 사망한 여성 전쟁 사진작가 게르다 타로가 찍은 것이기 때문에 카파가 그 사진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해 말을 아낀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 시네프리뷰
- [편집실에서] 악몽보다 못한 현실(2024. 10. 23 06:00)
- 2024. 10. 23 06:00 오피니언
- 홍진수 편집장 군대를 다녀온 한국의 남성들에게 가장 흔한 악몽은 ‘재입대’하는 꿈입니다. 농담 같지만 진담입니다. 저도 몇 번 꿔봤는데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이미 군대를 다녀왔다”라고 소리쳐봐도 저승사자 버금가는 징집관들에는 소용이 없습니다. 10년 전쯤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을 때도 꿔 봤습니다. 역시나 끌려가면서 “내가 국방부 장관도 알고, 병무청장도 잘 안다(취재하면서 몇 번 만나본 것이 다였지만)”라고 호기롭게 외쳤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끌려가다가 깰 때도 있고, 신병교육대까지 입소하기도 합니다. 그나마 일찍 꿈에서 깨면 다행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악몽도 현실보다는 나은 삶인가 봅니다. 경향신문 보도 등을 보면 강원도 춘천지검 형사2부는 최근 병역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주민등록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구속기소했습니다. A씨는 지난 7월 원래 입대해야 할 B씨 대신 입대해 두 달 넘게 군 생활을 했습니다. B씨의 신분증을 들고 강원 홍천의 신병교육대에 입소해 훈련을 마친 뒤 자대배치까지 받은 모양입니다. 이들의 범행은 B씨가 지난 9월 병무청에 자수하면서야 드러났습니다. 지금까지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한 온갖 비리가 있었지만, 아예 입대자를 바꿔치기하는 ‘대리 입영’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A씨가 병역을 대신 치르면서 받은 대가를 보고 또 놀랐습니다. “월급을 반씩 나누기로 했다”는 말을 처음에는 ‘B씨가 원래 병역을 치러야 하는 기간 사회에서 버는 돈의 절반’으로 이해했습니다. 당연히 A씨가 군대에서 받는 월급은 다 가져가고요.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월급은 군대에서 받는 월급이었습니다. A씨는 “군대에서 월급을 많이 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입영했다. 명의자와 반반씩 나누기로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과거에 비하면 병사 처우가 많이 개선됐다고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며 정부가 정해 준 곳에서 정해 준 방식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단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으로 다시 가는 사람이 한국에 있었습니다. 그것도 20대 청년이 말입니다. 지난 10월 16일 서울시교육감과 4곳의 기초단체장을 새로 뽑는 재보궐선거가 진행됐습니다. 투표율은 24.62%에 그쳤습니다. 기초단체장 투표율만 따로 떼어봐도 53.9%로 절반을 간신히 넘었습니다. 한국 유권자들이 지금 한국 정치에 기대하는 수준이 이만큼밖에 안 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기대를 버릴 수는 없습니다. ‘대리입영’ 사건이 보여주듯이, 여전히 한국사회는 살펴야 할 곳이 많습니다.
- 편집실에서편집실에서
- [렌즈로 본 세상]끝나지 않은 악몽(2022. 08. 26 15:31)
- 2022. 08. 26 15:31 사회
- 형제복지원의 기억을 떠올리기만 하면 연생모씨는 숨이 가빠진다. 책상에 엎드려 숨을 달래 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연씨는 끝내 부축을 받으며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8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1975~1987년까지 운영된 형제복지원에서 강제노역과 구타 등의 학대로 657명이 사망했다. 가해자인 박인근 형제복지원 이사장은 업무상 횡령 등 혐의만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을 받는 데 그쳤다. 전두환 정권은 박 원장을 부랑아 퇴치에 공로가 있다며 1981년과 1984년 각각 국민포장과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했다. 1987년 형제복지원을 탈출한 사람들이 그곳의 실체를 세상에 알렸다. 국가의 첫 진실규명은 35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연생모씨는 부랑자가 아니었다. 옷차림이 낡았다는 이유로 경찰은 연씨를 형제복지원에 보내버렸다. 4년 동안 구타와 굶주림에 시달렸다. 그가 부랑자가 된 것은 단돈 1만원을 받고 형제복지원에서 퇴소한 이후였다. 몸은 자유를 얻었지만, 정신은 그렇지 못했다. 노숙인 생활을 오래 했던 그는 지금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렌즈로 본 세상
- [골목 내시경]남영동-검은 벽돌 건물, 그곳의 악몽을 기억하며(2022. 07. 01 14:51)
- 2022. 07. 01 14:51 사회
- 서울 지하철 1호선 남영역에 잇대어 남영동이 있다. 용산구 남영동은 현대사의 상처와 변곡점이 남아 있는 곳이다. 남영역 플랫폼에서 담벼락 넘어 보이는 검은 벽돌 건물이 남영동의 상징이던 때가 있었다.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1976년에 경찰청 치안본부의 대간첩 수사를 위해 만들었다. 지금은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다시 나기 위해 공사 중이다. 본디 목적을 뛰어넘어 대공분실은 언제부턴가 고문과 조작의 악명을 뒤집어썼다. 영화 <1987>이나 <남영동 1985> 등이 그곳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잘 보여준다. 세월이 변했어도 남영역에서 바라보는 검은 벽돌 건물은 마음에 무거운 돌덩이를 던진다. 남영역은 남영동의 중심이다. 남영역은 일반적인 전철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기차가 지나는 철교에 이어져 역이 있는 형국이라 겉보기에도 낯설다. 역을 나서자마자 남쪽으로 꺾인 샛골목을 들어서면 청년 주택을 짓는 건축현장이 있고, 곧바로 길게 철조망이 쳐진 담이 나온다. 그곳에 검은 건물이 있다. 골목은 대체로 평범하지만, 성인용품 가게와 각종 모텔이 들어서 있어 정치적이기보다는 육감적이다. 대공분실이 있던 곳과 맞닿아 ‘미군 위문 협회(USO)’ 건물이 있었다. 지금은 철수하고 없다. 미8군 쇼 무대를 주관하던 곳으로 유명했다.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옮겨가며 남영동 곳곳엔 이렇게 버려진 미군 관련 시설이 여럿 보인다. 그 남쪽으로 삼각지가 있고, 전쟁기념관이며 요사이 가장 주목되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이 있다. 남영역 남쪽 골목길은 여기서 그친다. 일반적인 전철역과는 다른 곳 큰길인 한강대로를 건너면 검은 건물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분위기의 남영동 골목길을 볼 수 있다. 미군부대가 있던 담벼락이 길게 이어지고 길을 따라 반듯한 골목이 이어진다. 오래된 동네라 대충 보이는 간판들은 40여년 전 분위기고, 그 연륜만큼 오래 장사한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칼국숫집과 해물탕집, 횟집과 오래된 미용실이며 무술도장도 사이사이 있다. 젊은이가 주고객인 골목상권이라 세련되게 새로 고친 고깃집을 볼 수 있고, 산뜻한 카페와 빵집도 눈길을 끈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건물도 있지만, 그 속을 채운 건 요즘의 문화다. 젊은 감각은 놀랍도록 색다르고 세련됐다. 골목에 잇댄 철조망 쳐진 담벼락엔 그곳이 미군 관련 시설물임을 알리는 간판이 아직도 붙어 있다. 간판뿐 아니라 미군이 오가던 흔적은 오래된 식당에서도 볼 수 있다. 남영동 골목길의 식당 대부분은 다른 곳과 비슷한 메뉴를 다룬다. 이 골목만의 독특한 식당이 너댓곳 눈에 띈다. 바로 스테이크 전문점. 소시지구이와 부대찌개도 함께 팔고 있다. 가게들은 대략 수십년 동안 미국식 스테이크를 내놓고 있단다. 겉보기엔 일반 동네 식당과 다를 바 없다. 메뉴는 남영동만의 독특함이 묻어 있다. 이와 비슷한 식당은 아무래도 동두천이나 송탄쯤 가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낮부터 스테이크를 즐기는 젊은 손님들이 가게마다 있다. 가게 분위기는 얼핏 보기에도 연륜과 실력이 엿보인다. 다양성과 새로움이 남영동 골목을 채우고 있다. 골목 내내 먹고 마시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사이사이 여관과 모텔들이 들어서 있다. 대부분의 환락가와 비슷한 모습이다. 여관들의 호시절은 한참 전에 지난 듯했다. 문 닫은 곳도 있고 임대 안내판을 붙인 곳도 눈에 띈다. 길 건너편으로 새롭게 단장한 호텔과 고급 모텔들에 손님을 많이 빼앗겼다고 한다. 어떤 곳은 게스트하우스로 간판을 바꿔달았지만, 팬데믹 여파로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으리라 짐작이 갔다. 늘 좋은 날은 없고 그렇다 해 늘 지옥 같지만도 않은 것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도심지에 가까운 금싸라기 땅이라 몇몇 공동주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집을 상업용으로 쓴다. 군데군데 도심에서는 드물게 넓은 공간을 끼고 앉은 창고나 공장도 보인다. 골목길을 지나면서 참 색다른 모습과 분위기가 혼재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너무 혼잡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고요하지도 않은, 적당한 혼돈이 골목에 서려 있다. 미군부대가 있던 자리를 끼고돌면 용산고등학교가 나온다. 그 건너편으로 수도여고가 있었다. 지금은 이사했고, 서울시교육청(2024년 이전 예정)이 그 자리에 들어서 있다. 철길 굴다리를 지나면 숙명여자대학이 있어 남영동으로 젊은이를 끌어들인다. 1978년쯤 4대문 안 도심지역에 학원을 금지하면서 서울역 인근 갈월동과 남영동 일대에 입시 전문학원들이 몰려들었다.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은 물론이고 학원생과 재수생들이 남영동 일대를 메웠다. 그다지 크지 않은 권역이지만 젊은이들이 모여 놀기에는 충분했다. 오래된 가게들 사이로 젊은 감성의 가게들이 함께 있다. 교육환경 바뀌며 변한 거리 교육환경이 바뀌면서 학원도 노량진과 강남 등지로 이사를 했고, 인터넷 강의 등으로 대치되면서 변화를 맞았다. 지금은 뒷골목 식당 아저씨만이 당시를 기억한다. “고깃집보다 여기저기 분식집이 더 많았다. 학생들이 많다 보니 허구한 날 싸움질도 많았고 골목이 소란했다. 그래도 그땐 참 활기가 있어 좋았다.” 그땐 지금처럼 너그럽지는 않았지만, 세월은 송곳 같던 사람의 감정도 무디게 만든다. 마을의 ‘성장 동력’이 떨어졌는지 큰 길가에도 낡은 상가들이 여럿 보인다. 그중 몇은 리모델링을 위해 건물을 비워 더 을씨년스럽다. 용산시대가 열린다니 그 곁의 남영동도 좀더 나아지리라는 생각이 든다. 억압과 공포의 상징이던 남영동 대공분실은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다시 나고 있다. 남영동엔 유명한 극장 3곳이 있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있던 성남극장, 재개봉관 중 시설 좋기로 유명했던 금성극장 그리고 남영극장이다. 당시 영화관은 개봉관을 일류 극장이라 했고, 재개봉관을 이류라 불렀다. 동시 상영을 하는 변두리 극장을 삼류라 불렀다. 요즘 시대에는 이해할 수 없는 통칭이다. 일류 개봉관에서 돌고 돈 필름이 재개봉관을 거쳐 동시상영관까지 올 무렵이면 상태가 좋지 않았다. 스크린엔 흠집으로 비 내리는 화면을 보여주기도 했으니 일류와 삼류 사이의 격차가 분명히 있었다. 금성극장은 1963년 최신식 시설을 갖춘 개봉관으로 문을 열었다. 곧 재개봉관이 됐다. 금성극장은 홍콩 무협영화의 전성기와 시대를 함께했다. 날아다니는 칼날과 화려한 초식에 눈이 팔린 까까머리 학생들은 관람 불가를 피해 몰래 극장을 드나들었다. 영화의 전성시대가 저물어가면서 극장쇼의 시대가 열렸다. 특히 금성극장과 성남극장의 쇼무대는 알차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멀티플렉스 극장 시대가 오면서 1992년 금성극장이 먼저 문을 닫았다. 성남극장은 그 긴 역사만큼 오래도록 버티다가 2003년에 결국 문을 닫았다. 철길 사이사이 청파동으로 이어지는 굴다리들이 남영동의 상징 중 하나다. 성남극장 뒤편 주택가엔 박완서의 소설 <나목>에 등장하는 그림공장들이 있다. 귀국하는 미군을 위한 초상화부터 풍경화와 정물화 등 팔릴 만한 갖가지 그림을 찍어내던 그림공장들은 지금은 희미한 흔적만 남아 있다. 남영동 전철역으로 통하는 길목의 한 그림 가게 주인은 “당시엔 실력 있는 화가들도 먹고살 길을 찾아 공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이 많았다. 지금은 남영동에 그림공장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라고 사정을 전했다. 언젠가 남영동 골목 어느 한편에 짙은 물감 냄새가 배어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주민과 함께 나이를 먹은 집들 남영동에서 서울역 쪽으로 다가서면 갈월동과 동자동이 이어진다. 골목 안 풍경은 이곳 골목들이 남산을 중심으로 펼쳐졌음을 알게 한다. 낮은 울타리의 그만저만한 집들이 이어지고 1970~1980년대 지은 빌라들도 눈에 띈다. 골목은 대체로 고즈넉하다. 전형적인 주택가의 모습이다. 구시가의 고질병인 주차난이 한눈에 드러나 좁은 골목의 반은 주차된 차들이 점령하고 있다. 슈퍼라는 이름의 구멍가게가 여전히 건재한다는 사실은 반가웠다. 부동산 주인은 “도심에서도 비교적 방값이 싼 편에 속한다. 예전엔 미군 가족들도 많이 살았는데 지금은 다 평택으로 갔다”고 말했다. 젊은 감성의 카페들이 골목 곳곳에 숨어 있다. 1980년대 이후 변화를 멈춘 듯 새롭지는 않지만 차분한 편이다. 종종 마주치는 주민들은 대체로 연령대가 높아 보였다. 미술학원과 음악학원들도 눈에 띄어 어린 학생들도 상당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골목 깊숙한 곳에 채소 과일가게와 옷 수선집도 보여 골목길의 연륜을 느낄 수 있다. 주민과 함께 집들도 나이를 먹어간다. 군데군데 건축 수리점이 있다. 한 수리점 주인은 “터가 좀 넓은 집들은 예전에 집주인이 밀고 빌라를 지었다. 1층짜리 오래된 집들은 주인과 함께 나이를 먹었다. 사람이나 집이나 오래 쓰면 고장 나는 일이 태반이라 고치고 손볼 것투성이다. 그 덕에 나 같은 사람도 먹고사는 게 아니겠나”라며 웃었다. 남영동의 골목길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도 세월의 나이테가 드러나 있어 걷는 맛도, 보는 재미가 있다. 젊은이들은 여전히 그 골목을 기웃거리며 무엇인가를 찾는다. 좀더 오래된 주택가는 서울 도심의 옛 주택가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산책하며 마음에 무엇인가를 떠올리기에 좋은 길이다. 다채로움과 정숙함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배어 있다. 남영동 골목엔 격변의 시기가 녹아 있다. 우리가 어찌 살아왔는지가 길 위에 쌓여 있다. 한때는 민주주의의 적들도 이 골목의 주인이었다. 지금은 공사 중인 검은 벽돌의 대공분실 건물을 바라보면 그들은 무엇이 그리 두려웠으며, 세상에 어떤 공포를 강요했는지 묻게 된다. 한강대로를 사이에 두고 젊은이의 자유분방함과 억압의 공간이 공존했다는 사실도 놀랍다. 고문의 시절이 그다지 오래전이 아니었음을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엔 아직도 더 많은 시행착오가 남아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침묵하지 않고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거듭 말할 때 세상은 미래를 향해 더디게나마 무거운 발자국을 내디딜 수 있다. 남영동 골목은 그 희망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가 들면 남영동 골목길의 검은 벽돌 건물 앞을 지나가 보자. 열린 세상을 향한 길이 여기에서 다시 시작된다.
- 골목 내시경
맨위로